새책 조선문인이바라본일본무사사회pdf.ihalla.com/sectionpdf/20181012-76956.pdf뿌리...

1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9 호감 반감, 동질 이질성 교차 당시 시대상 새로운 시각 접근 인간애 기반 이해와 공감 그려 조선의 선비와 일본의 사무라이. 결 코 서로 인정할 수 없는 관계로 비춰 진다. 사회적 문화적 반감과 이질성 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호감 과 동질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일반적 관점을 깬 박상휘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4 가 최근 출간됐다. 재일교포 3세인 저자는 일본과 한국에서 공부하고 현재 중국 중산대학에서 동아시아인 들의 교류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정밀한 통찰력으로 임진왜 란 직후인 1590년부터 1764년까지 1 70여년간의 일본 견문기 35종을 바 탕으로 조선의 일본에 대한 인식변 화를 추적, 조선과 일본의 관계를 새 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대 조선 선비의 눈을 빌려 문학교류에 치중했던 기존의 연구를 탈피, 이념 제도 풍습 종교 문화 일상생활에 이 르기까지 일본사회를 이루는 총체적 기반을 탐험한다. 저자는 우월한 유교문명의 전파자 조선과 선진문물의 수용자인 낙후한 일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 나 이해와 교류의 상대로서 조선과 일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를 유 도한다. 전란을 겪으며 적대와 혐오, 반감을 품고 시작한 조일간의 교류 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이 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측은지심 을 사람다움의 근본으로 여기던 유교사회 조선의 선비들에게 일본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존재 적개심의 대상이었다. 그러 나 이런 생각이 차츰 바뀐다. 조선 사 절단이 200년 가까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날로 부강해지는 일본의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다. 그 과 정에서 조선의 문인들은 능숙한 대외 무역과 탄탄한 기술력, 일본인들에게 뿌리 깊은 절제와 자족의 가치를 배 운다. 실례로 조선인이 하루 먹는 양 은 일본인이 3일 먹는 양과 같다고 기술한 내용이 있다. 이때부터 절약과 소식을 실천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군사와 농민을 분리해 항시 군사동원이 가능한 당 시 일본 군제, 신분제가 뿌리내려 사 회가 안정된 점, 분수를 지키는 근면 한 백성 등을 부국강병의 이유로 분 석했다. 특히 일본 국력 팽창의 이유 로 나가사키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외무역을 꼽았고, 이러한 분석은 박제가의 해외통상론으로 이어졌다. 조선의 선비들은 17~18세기 일본 에서 유교가 번성해지자 종국에는 우리와 같은 문(文)을 공유하고 있 며 일본과 도를 공유하는 세계가 실현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조선 지 식인들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렵게 도달한 평화공존의 꿈이라 할 수 있다. 서로가 다른 극과 극은 그렇게 통했다. 창비, 2만5000원. [email protected] 행복을 위해 의식적으로 애쓸수록 우울해지고 긴장을 풀려고 애쓸수록 걱정하게 되며 집중하고자 애쓸수록 정신이 산만해졌던 경험이 있을 것 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말 했다. 우리가 얻으려 하는 많은 목 표는 의식적으로 추구할 때는 산만 함과 스트레스로 훼손되어서 달성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그 반대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틀림 없이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역설적 의도 라는 치료 법이 있다. 불면증 환자에게 가능한 한 오랫동안 깨어 있도록 조언하면 실제로 더 빨리 잠에 빠진다는 전략 이다. 이는 생리적 과정에만 국한되 않고 도덕 영역으로 확장된다.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도록 명시 적 지시를 받는 실험대상자들이 실 제로 더 편파적이 된다는 연구 결과 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까. 노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 와서 최초의 터전으로 가라고 이야 기한다. 갓난 아기가 되고 자연을 존중하라. 노자의 말을 좇는다면 마 음과 몸을 서서히 풀고 책을 통한 학 습과 인위적인 욕망을 벗어던지면서 행하기 보다 행하지 않아야 한다. 쾌 적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듯 완벽한 비행위와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로 느슨해지라는 것이다. 기원전 5~3세기 전국시대 중국사 상과 종교학을 연구해온 에드워드 슬링거랜드의 애쓰기 않기 위해 노 력하기 는 바로 그 무위(無爲)를 설 명하고, 분석하고 있다. 공자, 맹자, 순자, 장자 등 다양한 유형의 무위를 탐구하고 오늘날 실생활에서 발견되 는 무위까지 다뤘다. 그에 따르면 개인은 스스로 자발 성의 인도를 받는 유의미한 삶을 살 려고 한다. 사회적으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의 진정한 의도와 느 낌을 숨기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위는 개인의 특별 한 행동을 넘어 공동체를 포함하는 심오한 지경에 닿는다. 하지만 무위는 의도적으로 집중하 면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들다. 잡으려 가까이 가면 눈에서 사라져버리는 무지개를 닮았다. 무위의 역설이다. 이는 유교와 도가를 포함한 중국 철 학이 자연스로운 자발성을 달성하려 지속적인 움직임을 이어왔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의미 의미있는 행 복한 삶을 살 것인가? 이에 대한 답 이렇다.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 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김동환 옮 김. 고반. 2만4000원. 진선희[email protected] 무위의 역설로 풀어행복한 삶이란 결호 없이 버온 스무해 지역문화 이책 지난 8월 대전에서 열린 전국계문예지 축제에 참석한 다층 동인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 도 서울은 여전히 중앙으로 불린다. 일찍이 대한민국의 특정 지역인 서 울의 말씨를 표준어로 정한 언어 정책을 떠올려보시라. 서울과 지방 사이에 놓인 벽은 견고하다. 문학인들 달랐겠나. 전남 강진이 고향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의 김영 랑 시인은 1930년 시문학 창간호 에 13편을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해방 전까지 문단 에서 소외되었다고 한다. 등단 이후에도 지방에 거주해 중앙 문단 과는 간격이 컸던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같은 지역의 설움을 딛고 20년 동안 제주에서 문예지가 만들어졌다. IMF 한파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시기인 199 9년 3월 봄호로 창간호를 쏘아올 계간문예 층이다. 다층 간사 중 한 대목 을 보자. 반(反)자연적이고 반(反)인간적인 문명의 도구로 전락한 오늘의 우리. 우리가 문학을 생각하는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의 분화와 의사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과 소 외를 극복하고 인간을 회복하는 한 방법으로서이다. 다층이 2018년 가을호(통권 79호)를 창간 20주년(실제로는 2019년) 기념 특집호로 꾸몄다. 결호없이 긴 세월을 버왔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릴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이번 호는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는 글들이 실렸다. 현재 활 동중인 동인, 다층을 통해 등단했거나 초창기부터 동인 활동 을 함께했던 시인들의 신작도 소개했다. 다층은 제주를 넘어 지역과 지역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꾀해 왔다. 창간되던 해인 1999년 8월 대구, 광주, 전주, 부산, 창원이 참여해 전국지역문예지 편집자대회를 제주에서 여는 등 지역 문예지 협의회를 구축했다. 2000년에는 한 일 신예 시인 100인 시선집을 냈고 이듬해엔 제주에서 한일시인대회 를 가졌다. 지역문학 운동으로서 문예지의 역할과 사명 이란 글로 특 집호의 첫 장을 연 허형만 목포대 명예교수는 이제는 지역 문예지들이 중앙 이 있다는 인식을 아예 갖지 말고 대등하고 과감하게 좋은 잡지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고 했다. 다층이 걸어온 20년 을 정리한 다층 편집주간 제주 변종 태 시인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문예지는 일종의 문학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문예지를 바탕으로 지 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양질의 문학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우 리 국민들의 문학적 인프라를 다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고 덧붙였다. 1만원. 진선희[email protected] 새책 ▶마흔에게(기시지음, 전경아 옮김)=남은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는 사 람과 언젠가 끝은 오겠지만 오늘이라는 날을 힘껏 사는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작가는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현실적으 로 조언한다. 나이 듦 의 특권과 늙어 가는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우리 자신 의 의식뿐이다. 다산초당. 1만4000원.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아!(김 만권 지음)=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 다는 세상,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작 가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분배의 상상력 풀어놓는다. 모든 시민의 총소득을 늘리는 사회적 배당금인 기본소득 든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사회적 상속 기초자본 이든 고용없는 저성장 시대에는 노동의 굴레 를 벗어난 모두를 위한 분배 이라고 외친다. 여문책. 1만6500원. ▶구멍투성이 과학(스튜어트 스타지음, 김아림 옮김)=책은 과학이 사실들의 축적이라는 통념에 맞서며 과학에는 절대 오류가 없다는 왜곡된 관점의 허상을 폭로한다. 작가는 과학 이란 위대하고 심오한 기둥으로 지어 진 건축물이라기보다 평범한 보통 사 람들의 활동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리얼부커스. 1만8000원. ▶은짜릿(슷카지음)=주변에서 벌어지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들 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주는 짜릿한 순간 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짜릿해 를 외치는 주인공을 통해 알게 모르게 만나는 짜릿 한 순간 들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일상이 이토록 사랑스러웠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 보다 이 만화를 읽는 묘미는 한번쯤 겪거나 보고들은 내용을 담백하고 귀여운 몇컷의 그림으로 만나며 나도 이랬지 라고 공감하는 즐거움이다. 창비. 1만8000원. ▶파워풀한 과서 과학 토론(남숙 승경 은주 안수영 저)=과학기 술의 시대인 동시에 그로 인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시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 해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논제들에 대해 깊이 있 는 생각과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은 교과서와 연계된 뜨거운 논제들 중 12개의 주제를 선정해 논 제성립배경, 토론가능논제 등을 담아 각 주제를 완전히 이해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서재. 1만6500원. ▶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손냐 아 스만 지음, 김선아 옮김)=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하기보다 오해하는 경우가 적 않다. 페미니즘은 여성중심적이다 남성 혐오사상이다 라는 등 온갖 억측 과 오해로 인해 터무니없는 가짜정보가 허다할 정도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분적인 정보만으로 페미니즘을 판단하는 탓에 이런 문 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해나 편견 어린 시각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을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 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각의날개. 1만3800원. 오은지[email protected] 조선 문인이 바라본 일본 무사사회

Transcript of 새책 조선문인이바라본일본무사사회pdf.ihalla.com/sectionpdf/20181012-76956.pdf뿌리...

Page 1: 새책 조선문인이바라본일본무사사회pdf.ihalla.com/sectionpdf/20181012-76956.pdf뿌리 깊은 절제와 자족의 가치를 배 운다. 실례로 조선인이 하루 먹는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9

호감 반감, 동질 이질성 교차

당시 시대상 새로운 시각 접근

인간애 기반 이해와 공감 그려

조선의 선비와 일본의 사무라이. 결

코 서로 인정할 수 없는 관계로 비춰

진다. 사회적 문화적 반감과 이질성

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호감

과 동질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일반적 관점을 깬 박상휘

의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4 가 최근 출간됐다. 재일교포 3세인

저자는 일본과 한국에서 공부하고

현재 중국 중산대학에서 동아시아인

들의 교류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정밀한 통찰력으로 임진왜

란 직후인 1590년부터 1764년까지 1

70여년간의 일본 견문기 35종을 바

탕으로 조선의 일본에 대한 인식변

화를 추적, 조선과 일본의 관계를 새

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대

조선 선비의 눈을 빌려 문학교류에

치중했던 기존의 연구를 탈피, 이념

제도 풍습 종교 문화 일상생활에 이

르기까지 일본사회를 이루는 총체적

기반을 탐험한다.

저자는 우월한 유교문명의 전파자

조선과 선진문물의 수용자인 낙후한

일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

나 이해와 교류의 상대로서 조선과

일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를 유

도한다. 전란을 겪으며 적대와 혐오,

반감을 품고 시작한 조일간의 교류

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이

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측은지심 을 사람다움의 근본으로

여기던 유교사회 조선의 선비들에게

일본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존재 요 적개심의 대상이었다. 그러

나 이런 생각이 차츰 바뀐다. 조선 사

절단이 200년 가까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날로 부강해지는 일본의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다. 그 과

정에서 조선의 문인들은 능숙한 대외

무역과 탄탄한 기술력, 일본인들에게

뿌리 깊은 절제와 자족의 가치를 배

운다. 실례로 조선인이 하루 먹는 양

은 일본인이 3일 먹는 양과 같다고

기술한 내용이 있다. 이때부터 절약과

소식을 실천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군사와 농민을

분리해 항시 군사동원이 가능한 당

시 일본 군제, 신분제가 뿌리내려 사

회가 안정된 점, 분수를 지키는 근면

한 백성 등을 부국강병의 이유로 분

석했다. 특히 일본 국력 팽창의 이유

로 나가사키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외무역을 꼽았고, 이러한 분석은

박제가의 해외통상론으로 이어졌다.

조선의 선비들은 17~18세기 일본

에서 유교가 번성해지자 종국에는

우리와 같은 문(文)을 공유하고 있

다 며 일본과 도를 공유하는 세계가

실현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조선 지

식인들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렵게 도달한 평화공존의 꿈이라

할 수 있다. 서로가 다른 극과 극은

그렇게 통했다. 창비, 2만5000원.

백금탁기자 [email protected]

행복을 위해 의식적으로 애쓸수록

우울해지고 긴장을 풀려고 애쓸수록

걱정하게 되며 집중하고자 애쓸수록

정신이 산만해졌던 경험이 있을 것

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말

했다. 우리가 얻으려 하는 많은 목

표는 의식적으로 추구할 때는 산만

함과 스트레스로 훼손되어서 달성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그 반대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틀림

없이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역설적 의도 라는 치료

법이 있다. 불면증 환자에게 가능한

한 오랫동안 깨어 있도록 조언하면

실제로 더 빨리 잠에 빠진다는 전략

이다. 이는 생리적 과정에만 국한되

지 않고 도덕 영역으로 확장된다.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도록 명시

적 지시를 받는 실험대상자들이 실

제로 더 편파적이 된다는 연구 결과

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까. 노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

와서 최초의 터전으로 가라고 이야

기한다. 갓난 아기가 되고 자연을

존중하라. 노자의 말을 좇는다면 마

음과 몸을 서서히 풀고 책을 통한 학

습과 인위적인 욕망을 벗어던지면서

행하기 보다 행하지 않아야 한다. 쾌

적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듯

완벽한 비행위와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로 느슨해지라는 것이다.

기원전 5~3세기 전국시대 중국사

상과 종교학을 연구해온 에드워드

슬링거랜드의 애쓰기 않기 위해 노

력하기 는 바로 그 무위(無爲)를 설

명하고, 분석하고 있다. 공자, 맹자,

순자, 장자 등 다양한 유형의 무위를

탐구하고 오늘날 실생활에서 발견되

는 무위까지 다뤘다.

그에 따르면 개인은 스스로 자발

성의 인도를 받는 유의미한 삶을 살

려고 한다. 사회적으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의 진정한 의도와 느

낌을 숨기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위는 개인의 특별

한 행동을 넘어 공동체를 포함하는

심오한 지경에 닿는다.

하지만 무위는 의도적으로 집중하

면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들다. 잡으려

가까이 가면 눈에서 사라져버리는

무지개를 닮았다. 무위의 역설이다.

이는 유교와 도가를 포함한 중국 철

학이 자연스로운 자발성을 달성하려

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이어왔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의미 의미있는 행

복한 삶을 살 것인가? 이에 대한 답

은 이렇다.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

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김동환 옮

김. 고반. 2만4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무위의 역설로 풀어낸 행복한 삶이란

결호 없이 버텨온 스무해 지역문화

이 책

지난 8월 대전에서 열린 전국계간문예지 축제에 참석한 다층 동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

도 서울은 여전히 중앙으로 불린다.

일찍이 대한민국의 특정 지역인 서

울의 말씨를 표준어로 정한 언어

정책을 떠올려보시라. 서울과 지방

사이에 놓인 벽은 견고하다.

문학인들 달랐겠나. 전남 강진이

고향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의 김영

랑 시인은 1930년 시문학 창간호

에 13편을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해방 전까지 문단

에서 소외되었다고 한다. 등단 이후에도 지방에 거주해 중앙

문단 과는 간격이 컸던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같은 지역의 설움을 딛고 20년 동안 제주에서 문예지가

만들어졌다. IMF 한파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시기인 199

9년 3월 봄호로

창간호를 쏘아올

린 계간문예 다

층이다. 다층 창

간사 중 한 대목

을 보자.

반(反)자연적이고 반(反)인간적인 문명의 도구로 전락한

오늘의 우리. 우리가 문학을 생각하는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의 분화와 의사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과 소

외를 극복하고 인간을 회복하는 한 방법으로서이다.

다층이 2018년 가을호(통권 79호)를 창간 20주년(실제로는

2019년) 기념 특집호로 꾸몄다. 결호없이 긴 세월을 버텨왔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릴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이번 호는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는 글들이 실렸다. 현재 활

동중인 동인, 다층을 통해 등단했거나 초창기부터 동인 활동

을 함께했던 시인들의 신작도 소개했다.

다층은 제주를 넘어 지역과 지역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꾀해

왔다. 창간되던 해인 1999년 8월 대구, 광주, 전주, 부산, 창원이

참여해 전국지역문예지 편집자대회를 제주에서 여는 등 지역

문예지 협의회를 구축했다. 2000년에는 한 일 신예 시인 100인

시선집을 냈고 이듬해엔 제주에서 한일시인대회 를 가졌다.

지역문학 운동으로서 문예지의 역할과 사명 이란 글로 특

집호의 첫 장을 연 허형만 목포대 명예교수는 이제는 지역

문예지들이 중앙 이 있다는 인식을 아예 갖지 말고 대등하고

과감하게 좋은 잡지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고 했다.

다층이 걸어온 20년 을 정리한 다층 편집주간 제주 변종

태 시인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문예지는 일종의 문학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며 문예지를 바탕으로 지

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양질의 문학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우

리 국민들의 문학적 인프라를 다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라

고 덧붙였다. 1만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새책

▶마흔에게(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남은 시간이 짧다고 생각하는 사

람과 언젠가 끝은 오겠지만 오늘이라는

날을 힘껏 사는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작가는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현실적으

로 조언한다. 나이 듦 의 특권과 늙어

가는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우리 자신

의 의식뿐이다. 다산초당. 1만4000원.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김

만권 지음)=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

다는 세상,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작

가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분배의 상상력

을 풀어놓는다. 모든 시민의 총소득을

늘리는 사회적 배당금인 기본소득 이

든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사회적 상속

인 기초자본 이든 고용없는 저성장 시대에는 노동의 굴레

를 벗어난 모두를 위한 분배 가 답 이라고 외친다. 여문책.

1만6500원.

▶구멍투성이 과학(스튜어트 파이어

스타인 지음,김아림 옮김)=책은 과학이

사실들의 축적이라는 통념에 맞서며

과학에는 절대 오류가 없다는 왜곡된

관점의 허상을 폭로한다. 작가는 과학

이란 위대하고 심오한 기둥으로 지어

진 건축물이라기보다 평범한 보통 사

람들의 활동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리얼부커스. 1만8000원.

▶은근 짜릿해(슷카이 지음)=주변에서

벌어지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들

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주는 짜릿한 순간

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짜릿해 를 외치는

주인공을 통해 알게 모르게 만나는 짜릿

한 순간 들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일상이

이토록 사랑스러웠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

보다 이 만화를 읽는 묘미는 한번쯤 겪거나 보고들은 내용을

담백하고 귀여운 몇컷의 그림으로 만나며 나도 이랬지 라고

공감하는 즐거움이다. 창비. 1만8000원.

▶파워풀한 교과서 과학 토론(남숙

경 이승경 이은주 안수영 공저)=과학기

술의 시대인 동시에 그로 인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시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

해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논제들에 대해 깊이 있

는 생각과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은

교과서와 연계된 뜨거운 논제들 중 12개의 주제를 선정해 논

제성립배경, 토론가능논제 등을 담아 각 주제를 완전히 이해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서재. 1만6500원.

▶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손냐 아

이스만 지음, 김선아 옮김)=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하기보다 오해하는 경우가 적

지 않다. 페미니즘은 여성중심적이다

남성 혐오사상이다 라는 등 온갖 억측

과 오해로 인해 터무니없는 가짜정보가

허다할 정도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분적인 정보만으로 페미니즘을 판단하는 탓에 이런 문

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해나 편견 어린 시각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을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

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각의날개. 1만3800원.

오은지기자 [email protected]

조선 문인이 바라본 일본 무사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