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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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9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토록 풍 부한 제주신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20년 만에 돌아온 제주에서 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신 들이 좌정해있는 마을길과 숲을 누 비며 비로소 제주신화를 만났다. 제 주사람들의 삶과 아픔, 사랑과 소망, 죽음에 대한 생각과 우주관이 제주 신화에 있었다.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 를 공저했던 여연씨가 제주신화연 구모임의 벗들과 힘을 모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제주신화 책을 냈다. 신화연구가 여연(김정숙)과 문희 숙, 국어교사인 강순희, 연극 분야 문화예술사 신예경씨가 집필을 맡 아 세 권으로 묶인 조근조근 제주 신화 다. 조근조근 제주신화 시리즈는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먼저 떠올리고 제주신화를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고 해도 정작 그 이야기를 알고 있 는 이들은 드문 현실에서 쉽고 재미 있게 1만8000 신들의 고향 제주신 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야기의 원형과 구조가 체계적으 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 제주신화 열두본풀이와 당본풀이 등 열여섯 편을 제주어 표제 조근조근 이란 뜻처럼 차근차근 낮은 목소리로 전 해준다. 제주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우리 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 결혼, 사랑과 죽음, 운명과 변신 등 신들의 세계가 마치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 아버지의 삶을 보듯 그려진다. 첫 권은 천지왕에서 설문대할망까 지 우리 신화로 배우는 우주와 문화 창조 이야기를 풀어냈다. 천지창조신 화인 천지왕본풀이 ,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 무조신 이야기 초공본풀이 , 아이를 낳게 하고 열다섯이 될 때까지 키워주는 삼승할망 등을 소개했다. 자청비부터 도깨비까지 우리 신 화로 배우는 삶과 사랑 이야기는 둘 째 권에 실었다. 환상과 신비의 꽃 밭인 서천꽃밭을 지키는 꽃감관 이 공이 등장하는 이공본풀이 , 농경 신인 자청비에 관한 세경본풀이 , 잘 모시면 인간에게 부귀영화를 안 겨주지만 소홀하면 재앙과 질병을 불러온다는 도깨비신 영감본풀이 등을 다뤘다. 마지막 권에는 가믄장아기와 림차사 등을 통해 우리 신화로 배우 는 운명과 도전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생의 업 을 관장하는 전상신 가 믄장아기가 나오는 삼공본풀이 , 저승에 다녀온 강림이 이야기 차사 본풀이 , 제주 성안에 자리 잡은 뱀 신 칠성 칠성 본풀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의 대사는 제주어 를 살려 쓰려 했다. 제주어는 각주를 달아 따로 풀이해 놓았다. 대신 지문 은 의미 전달을 위해 표준어 중심으 로 표현했다. 지노. 각권 1만4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무릇 식중독을 다스릴 때는 검은콩 을 푹 달여서 그 즙을 마신다. 생선회를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생강을 빻아 즙을 낸 후에, 즙 소량을 물에 타서 복용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의한대 목이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향약구 급방 에는 향약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외국산 약재인 당약(唐 藥)과 대비되는 용어로 당시 중국 의학의 영향력이 그만큼 광범위해 졌다는 반증이면서 우리나라 토산 약재의 수급과 약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 여준다. 향약구급방 의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록된 향약들은 고려시대 고전어 연구와 그 시대 이두식 한자 의 사용법을 고증하는 자료다. 본초 학이나 약용식물 연구에도 그 가치 를 인정받는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향약구 급방 은 고려시대 간행본이 아니다. 고려시대 초간본은 찾을 수 없고 저 자도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 태종 1 7년(1417)에 나온 향약구급방 간본이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일본 도쿄의 궁내청 서릉부에 소장되어 있다. 고려시대 의료사를 전공한 이경록 연세대 의과대학 의사학과 겸임교수 향약구급방 을 우리말로 풀어냈 다. 일본 궁내청 소장본 영인을 더해 놓은 국역 향약구급방 이다. 저자는 향약구급방 이 고종대 이 후 고려 후기에 출간되었다고 분석 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고종대 나온 것으로 이해했는데 이 경우 대몽항 쟁, 강화도 등 전쟁과 관련된 군진의 학(軍陳醫學)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음식물 중독 등 응급상황이 주의 깊게 다뤄졌다. 향약구급방 에는 549개 처방에 7 54개의 약재가 쓰인다. 가장 널리 사 용된 약물은 식초이고 꿀, 소금, 당 귀, 쑥이 그 뒤를 따랐다. 그는 향약 구급방 이 일반백성들을 위한 대중 의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체를 통틀어 인삼이 단 한번도 처방되지 않는데 그 시기 인삼은 자연삼이어 서 보편화되지 않았다. 외과로 대표되는 구급의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인 남성 중심이라는 점도 나타난다. 치료 대상이 다를 경우엔 소 아, 부인으로 구분해 처방을 별도로 제 시했다. 역사공간. 3만원. 진선희기자 인삼 처방 전무백성 위한 대중의서 새책 ▶리얼 마래(황지영 지음)=홈스쿨링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주인공 마 래의 부모. 하지만 이 양육방식이 마래 에게 독이 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마 래의 성장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엄 마와 마래의 육아일기를 공개 블로그에 올리는 아빠. 책과 온라인에 공개된 삶을 살고 있는 열두 살 마래의 마음에 친구가 차지하는 자리가 커질수록 내면의 고 민은 깊어간다. 문학과지성사. 1만원. ▶너 내 꿈 할래?(박부지음)=초등 학생에게 진로찾기란 자신의 강점을 알 아내고 발전시켜 자신이 즐겁게 할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려주는 창작동화다.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게 되자 마음이 무거운 5 학년 하민이는 마법 소년 진이를 만나면 서 생각이 바뀐다. 퓨잡스를 타고 평소 궁금했던 직업을 미 래에 가서 체험하고 난 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록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수월하다는 것을 깨닫 는다. 풀빛미디어. 1만2000원. ▶박물관장 최순우 문화의 자존심을 알 리다!(오현미 지음)=어린이에게 본받을 만한 인생의 멘토를 소개하는 멘토멘티 시리즈 세번째다. 기록에만 존재하던 고려 왕실의 청자기와를 발굴해 역사를 증명해 내고, 한국전쟁 당시 사라질뻔한 문화재들 을 목숨 걸고 지켜냈으며, 전 세계에 우리 문화재 순회 전시를 하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혜 곡 최순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타, 성실, 열정, 노력 등의 키워드 를 배워볼 수 있다. 사계절. 1만2500원.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존 버닝햄 지음, 정회성 옮김)=독수리가 옷을 빼앗 아 간다거나 코끼리가 방귀를 뀐다면? 작 가가 펼치는 황당하고 기발한 상상 속에 서 어린이들은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 펠리컨과 하늘을 훨훨 나는가 하면, 호랑 이나 코끼리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꼬리 에 꼬리를 무는 엉뚱한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창비. 1만3000원. ▶말썽쟁이가 아니에!(김나은 그림)=개성 강한 두 말썽쟁이 빨강이와 초록이는 만나면 서로 괴롭히기 바쁘 다. 두 아이의 갈등은 미워하고 싫어해 서가 아니라 서로의 의도와 특성이 달 라서 시작되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성 격이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서로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순간이 될 것 이다. 바람의아이들. 1만2000원. ▶친구야, 멍멍!(문미영 글, 전미영 그림)=작가는 아기와 강 아지가 함께 보내는 하루를 따 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아기와 강아지의 모습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치는 부분들을 과장없이 찬찬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강아지 와의 교감으로 아기의 유년시절이 더 행복해지고 풍부한 감 성과 바람직한 인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는데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푸른숲주니어. 1만1000원. 오은지기자 사랑과 죽음, 운명과 도전이 그석주명 선생님은 나비 전문가를 넘어 자연, 인 문, 사회의 다양한 분야 를 두루 섭렵한 통합학 자였고,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민중, 민족, 인류 사랑한 사상가였습 니다. 지난 12일 제주대에서 열린 석주명(1908~1950) 탄생 110주 년 기념 석주명의 삶과 학문세계 전국학술대회. 제주학회 장인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이같은 개회사를 준비했다. 인문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짧은 생을 살다간 고인의 업적을 살펴 본 이날 석주명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놓은 한 권의 책이 도착 했다. 윤용택 교수가 쓴 한국의 르네상스인 석주명 이었다. 윤 교수는 25년 전 이병철의 석주명 평전 을 읽고 석주명 을 사모하기 시작했다. 석주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산을 오 른 산악인이면서 한국 최초로 방언 사전을 펴낸 국학자, 국제 어인 에스페란 토 보급에 휩쓴 세계평화주의 자, 나비를 쫓아 한반도 곳곳누빈 곤충학자 였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만돌린과 기타를 잘 쳤고 제주민요 오돌똑(오 똘또기) 을 채보했다. 제주학회가 석주명을 주제로 다룬 데서 알 수 있듯, 제주와 석주명의 인연은 깊다. 석주명은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개성 생약연구소 연구원으로 서귀포의 제주도시험장에 파견 근무하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연구했다. 우리 문화의 본 모 습을 보려면 그 원형이 남아있는 제주를 알아야 한다며 주도 방언집 등 6권에 이르는 제주도 총서를 남겼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 제주도의 가치를 깨닫고 숱한 자료를 수집 해 세상에 알린 이가 석주명이다. 하지만 윤 교수는 석주명을 모르는 이도 거의 없지만 그 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도 거의 없다 고 말했다. 탄생일(190 8년 10월 17일)이 1908년 11월 13일로 잘못 알려졌고 숭실학 교에서 송도고보로 옮기는 과정도 불분명하다. 최종학력은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 농학과인데도 박물학과로 사실과 다 르게 전해져왔고 사망 이유도 확실하지 않다. 저자는 숭실 100년사 등 갖은 자료를 뒤지며 묻혀있던 사실들을 꺼내놓 았다. 이 과정에서 석주명의 존재는 나비박사 로 묶어두기 아쉬 울 만큼 더 크게 다가왔다. 석주명은 정규대학이 아닌 고등농 림학교를 나왔고 대학교사가 아닌 중등교사였지만 노력과 실 력으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 윤 교수는 이를 두고 그가 학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제 모델이라고 했다. 석주명이 분단 이전에 남북을 두루 탐사하고 연구한 점 은 통일로 가는 시대에 남북 학자들의 교류 통로가 될 수 있 을 것으로 전망했다. 궁리. 2만원. 진선희기자 자연 인문 섭렵 한국의 르네상스인 저자와 함께 25전 읽은 석주명 평전 에빠진뒤줄 곧 그를 사모해왔다는 윤용택 교수는 석주 명을 한국의 르네상스인 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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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새책 사랑과죽음,운명과도전이그곳에pdf.ihalla.com/sectionpdf/20181019-77035.pdf2018/10/19  · 의학의 영향력이 그만큼 광범위해 졌다는 반증이면서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9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토록 풍

부한 제주신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20년 만에 돌아온

제주에서 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신

들이 좌정해있는 마을길과 숲을 누

비며 비로소 제주신화를 만났다. 제

주사람들의 삶과 아픔, 사랑과 소망,

죽음에 대한 생각과 우주관이 제주

신화에 있었다.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

를 공저했던 여연씨가 제주신화연

구모임의 벗들과 힘을 모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제주신화 책을 냈다.

신화연구가 여연(김정숙)과 문희

숙, 국어교사인 강순희, 연극 분야

문화예술사 신예경씨가 집필을 맡

아 세 권으로 묶인 조근조근 제주

신화 다.

조근조근 제주신화 시리즈는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먼저

떠올리고 제주신화를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고 해도 정작 그 이야기를 알고 있

는 이들은 드문 현실에서 쉽고 재미

있게 1만8000 신들의 고향 제주신

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야기의 원형과 구조가 체계적으

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 제주신화

열두본풀이와 당본풀이 등 열여섯

편을 제주어 표제 조근조근 이란

뜻처럼 차근차근 낮은 목소리로 전

해준다.

제주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우리

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 결혼, 사랑과

죽음, 운명과 변신 등 신들의 세계가

마치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

아버지의 삶을 보듯 그려진다.

첫 권은 천지왕에서 설문대할망까

지 우리 신화로 배우는 우주와 문화

창조 이야기를 풀어냈다. 천지창조신

화인 천지왕본풀이 ,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 무조신

이야기 초공본풀이 , 아이를 낳게

하고 열다섯이 될 때까지 키워주는

삼승할망 등을 소개했다.

자청비부터 도깨비까지 우리 신

화로 배우는 삶과 사랑 이야기는 둘

째 권에 실었다. 환상과 신비의 꽃

밭인 서천꽃밭을 지키는 꽃감관 이

공이 등장하는 이공본풀이 , 농경

신인 자청비에 관한 세경본풀이 ,

잘 모시면 인간에게 부귀영화를 안

겨주지만 소홀하면 재앙과 질병을

불러온다는 도깨비신 영감본풀이

등을 다뤘다.

마지막 권에는 가믄장아기와 강

림차사 등을 통해 우리 신화로 배우

는 운명과 도전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생의 업 을 관장하는 전상신 가

믄장아기가 나오는 삼공본풀이 ,

저승에 다녀온 강림이 이야기 차사

본풀이 , 제주 성안에 자리 잡은 뱀

신 칠성 칠성 본풀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의 대사는 제주어

를 살려 쓰려 했다. 제주어는 각주를

달아 따로 풀이해 놓았다. 대신 지문

은 의미 전달을 위해 표준어 중심으

로 표현했다. 지노. 각권 1만4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무릇 식중독을 다스릴 때는 검은콩

을 푹 달여서 그 즙을 마신다.

생선회를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생강을 빻아 즙을 낸 후에,

즙 소량을 물에 타서 복용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의 한 대

목이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향약구

급방 에는 향약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외국산 약재인 당약(唐

藥)과 대비되는 용어로 당시 중국

의학의 영향력이 그만큼 광범위해

졌다는 반증이면서 우리나라 토산

약재의 수급과 약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

여준다.

향약구급방 은 의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록된 향약들은 고려시대

고전어 연구와 그 시대 이두식 한자

의 사용법을 고증하는 자료다. 본초

학이나 약용식물 연구에도 그 가치

를 인정받는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향약구

급방 은 고려시대 간행본이 아니다.

고려시대 초간본은 찾을 수 없고 저

자도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 태종 1

7년(1417)에 나온 향약구급방 중

간본이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일본

도쿄의 궁내청 서릉부에 소장되어

있다.

고려시대 의료사를 전공한 이경록

연세대 의과대학 의사학과 겸임교수

가 향약구급방 을 우리말로 풀어냈

다. 일본 궁내청 소장본 영인을 더해

놓은 국역 향약구급방 이다.

저자는 향약구급방 이 고종대 이

후 고려 후기에 출간되었다고 분석

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고종대 나온

것으로 이해했는데 이 경우 대몽항

쟁, 강화도 등 전쟁과 관련된 군진의

학(軍陳醫學)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음식물 중독 등

응급상황이 주의 깊게 다뤄졌다.

향약구급방 에는 549개 처방에 7

54개의 약재가 쓰인다. 가장 널리 사

용된 약물은 식초이고 꿀, 소금, 당

귀, 쑥이 그 뒤를 따랐다. 그는 향약

구급방 이 일반백성들을 위한 대중

의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체를

통틀어 인삼이 단 한번도 처방되지

않는데 그 시기 인삼은 자연삼이어

서 보편화되지 않았다.

외과로 대표되는 구급의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인 남성 중심이라는 점도

나타난다. 치료 대상이 다를 경우엔 소

아, 부인으로 구분해 처방을 별도로 제

시했다. 역사공간. 3만원. 진선희기자

인삼 처방 전무… 백성 위한 대중의서

새책

▶리얼 마래(황지영 지음)=홈스쿨링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주인공 마

래의 부모. 하지만 이 양육방식이 마래

에게 독이 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마

래의 성장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엄

마와 마래의 육아일기를 공개 블로그에

올리는 아빠. 책과 온라인에 공개된 삶을 살고 있는 열두 살

마래의 마음에 친구가 차지하는 자리가 커질수록 내면의 고

민은 깊어간다. 문학과지성사. 1만원.

▶너 내 꿈 할래?(박부금 지음)=초등

학생에게 진로찾기란 자신의 강점을 알

아내고 발전시켜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려주는 창작동화다.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게 되자 마음이 무거운 5

학년 하민이는 마법 소년 진이를 만나면

서 생각이 바뀐다. 퓨잡스를 타고 평소 궁금했던 직업을 미

래에 가서 체험하고 난 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록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수월하다는 것을 깨닫

는다. 풀빛미디어. 1만2000원.

▶박물관장 최순우 문화의 자존심을 알

리다!(오현미 지음)=어린이에게 본받을

만한 인생의 멘토를 소개하는 멘토멘티

시리즈 세번째다. 기록에만 존재하던 고려

왕실의 청자기와를 발굴해 역사를 증명해

내고, 한국전쟁 당시 사라질뻔한 문화재들

을 목숨 걸고 지켜냈으며, 전 세계에 우리

문화재 순회 전시를 하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혜

곡 최순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타, 성실, 열정, 노력 등의 키워드

를 배워볼 수 있다. 사계절. 1만2500원.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존 버닝햄

지음, 정회성 옮김)=독수리가 옷을 빼앗

아 간다거나 코끼리가 방귀를 뀐다면? 작

가가 펼치는 황당하고 기발한 상상 속에

서 어린이들은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

펠리컨과 하늘을 훨훨 나는가 하면, 호랑

이나 코끼리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꼬리

에 꼬리를 무는 엉뚱한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창비. 1만3000원.

▶말썽쟁이가 아니에요!(김나은 글

그림)=개성 강한 두 말썽쟁이 빨강이와

초록이는 만나면 서로 괴롭히기 바쁘

다. 두 아이의 갈등은 미워하고 싫어해

서가 아니라 서로의 의도와 특성이 달

라서 시작되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성

격이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서로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순간이 될 것

이다. 바람의아이들. 1만2000원.

▶친구야, 멍멍!(문미영 글,

전미영 그림)=작가는 아기와 강

아지가 함께 보내는 하루를 따

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아기와 강아지의 모습

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

치는 부분들을 과장없이 찬찬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강아지

와의 교감으로 아기의 유년시절이 더 행복해지고 풍부한 감

성과 바람직한 인성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는데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푸른숲주니어. 1만1000원. 오은지기자

사랑과 죽음, 운명과 도전이 그곳에

석주명 선생님은 나비

전문가를 넘어 자연, 인

문, 사회의 다양한 분야

를 두루 섭렵한 통합학

자였고,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민중, 민족, 인류

를 사랑한 사상가였습

니다.

지난 12일 제주대에서 열린 석주명(1908~1950) 탄생 110주

년 기념 석주명의 삶과 학문세계 전국학술대회. 제주학회

장인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이같은 개회사를 준비했다. 인문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짧은 생을 살다간 고인의 업적을 살펴

본 이날 석주명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놓은 한 권의 책이 도착

했다. 윤용택 교수가 쓴 한국의 르네상스인 석주명 이었다.

윤 교수는 25년 전 이병철의 석주명 평전 을 읽고 석주명

을 사모하기 시작했다. 석주명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산을 오

른 산악인이면서 한국 최초로 방언 사전을 펴낸 국학자, 국제

어인 에스페란

토 보급에 휩쓴

세계평화주의

자, 나비를 쫓아

한반도 곳곳을

누빈 곤충학자

였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만돌린과 기타를 잘 쳤고 제주민요 오돌똑(오

똘또기) 을 채보했다.

제주학회가 석주명을 주제로 다룬 데서 알 수 있듯, 제주와

석주명의 인연은 깊다. 석주명은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개성 생약연구소 연구원으로 서귀포의 제주도시험장에 파견

근무하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연구했다. 우리 문화의 본 모

습을 보려면 그 원형이 남아있는 제주를 알아야 한다며 제

주도 방언집 등 6권에 이르는 제주도 총서를 남겼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 제주도의 가치를 깨닫고 숱한 자료를 수집

해 세상에 알린 이가 석주명이다.

하지만 윤 교수는 석주명을 모르는 이도 거의 없지만 그

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도 거의 없다 고 말했다. 탄생일(190

8년 10월 17일)이 1908년 11월 13일로 잘못 알려졌고 숭실학

교에서 송도고보로 옮기는 과정도 불분명하다. 최종학력은

가고시마고등농림학교 농학과인데도 박물학과로 사실과 다

르게 전해져왔고 사망 이유도 확실하지 않다. 저자는 숭실

100년사 등 갖은 자료를 뒤지며 묻혀있던 사실들을 꺼내놓

았다.

이 과정에서 석주명의 존재는 나비박사 로 묶어두기 아쉬

울 만큼 더 크게 다가왔다. 석주명은 정규대학이 아닌 고등농

림학교를 나왔고 대학교사가 아닌 중등교사였지만 노력과 실

력으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 윤 교수는 이를 두고 그가

학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제 모델이라고

했다. 석주명이 분단 이전에 남북을 두루 탐사하고 연구한 점

은 통일로 가는 시대에 남북 학자들의 교류 통로가 될 수 있

을 것으로 전망했다. 궁리. 2만원. 진선희기자

자연 인문 섭렵 한국의 르네상스인

저자와 함께

25년 전 읽은 석주명 평전 에 빠진 뒤 줄곧 그를 사모해왔다는 윤용택 교수는 석주명을 한국의 르네상스인 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