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생산의 밭 궈온 사람들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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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2일 금요일 9 저자와 함께 제주 건설사 펴낸 김중근 씨 제주의 도로와 교량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한 오랜 의문을 풀기 위 제주 건설사 를 펴낸 김중근 전 제주도건설교통국장. 진선희기자 제주~서귀포간 지방 횡단도로는 오래전 부터 도민들이 열망해왔던 것이었는데 19 32년 본부에서 임도로서 한라산 국유림 에 대한 횡단 공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여기에 읍면 도로를 개수하고 연결하여 제주~서귀포간 직통 도로를 완성한 뒤 19 34년 총연장 약 12리(48㎞)를 지방도로 승격하기에 이르렀다. 1939년 전라남도 제주도청에서 발행한 제주도세요람 일부다. 이 한 줄의 문장이 시작이었다. 장비가 지금보다 열 악했던 시기인데 짧은 기간에 어떻게 한번에 48㎞의 도로를 낼 수 있었을까?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도지 에 같은 내용이 반복해 실리는 동안에도 그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공직을 퇴임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나수 있었다. 2014 년 다리 수술을 한 운동이 힘들어 지면서 독서와 수집에 매달리 게 됐고 마침내 그 답을 찾는다. 김중근(76) 전 제주건설교통국장. 40년간 토목직 공무원 으로 무했던 경력을 살려 얼마전 제주 건설사-도로 교량 교통 을 냈다. 그는 지난 3년간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주 관련 문 헌을 뒤졌다. 제주~서귀포 횡단도로 단서는 가까운 곳에 있 었다. 제주도세요람 의일도로 안내 연도찰자료에 임도 국비공로 1932년 13㎞, 1935년 17㎞를 냈고 읍면이 시행하 는 접속공제주 6㎞, 서귀면 8㎞를 닦아 합계 44㎞를 개 했다는 대목이 나왔다. 지방도로로 지정 고시된 해는 1934 년이 아니라 1938년 12월이었다. 제주도내 도로는 2016년 7월 기준 4660개. 언부터 이 도 로가 생겼을까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1861년 정호의 대동 여지도에 6개 노선의 도로가 표시되었다 제주도지 등의 기록이 잘못된 걸 발견했다. 후대에 작된 1872년 제주삼읍 전도, 1919년 5만분의 1 제주지도를 볼때 대동여지도는 10리 마다 거리표시를 위해 찍어놓은 점을 직선으로 이은 것으로 실상 도로는 없었다고 했다. 제주지역 교량도 해방전까지 3 7개 가됐다고 밝혀냈다. 제주지역 도로의 탄생 과정을 보여 는 1966~1987년 공대장, 계 내역서 등도 흥미롭다. 컴퓨터 용이 익숙치 않은 그는 진 자료를 포함 500쪽이 넘는 책을 내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공직 생 활동안 1횡단도로, 1100도로, 동 서부산업도로 완공 현장을 지켜봤다는 저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제주도민들이 그동 안 잘 몰랐던 제주 도로 교량의 역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 면 한다 고 했다. 비매품. 제주시 동지역 요 도서관과 43개 읍면동 무소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생산의 궈온 람들이 있다 삼다가뭄 말더五多 신비주의 벗은 제주의 실체 켜온 민중들 기그는 지금, 제주가 왜 일그러진 표정 을 짓고 있는지, 무엇을 기억해야 하 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제주 미술를 쓰고 제주 돌담을 해부하 제주 문화를 종횡해온 제주문화 연구소장이자 미술평론가인 유정 가 내놓은 제주해양문화 읽기 다. 제주의 아방, 포작인 부터 누가 이어도를 보았다고 했는가 까지 열 다섯개 장으로 묶인 책은 제주에서 몸으로 살았던 람들 말하려 한다. 세금과 노역을 피해 고 향을 등진 포작인들, 제주의 어멍 이라는 잠녀, 귤과 말을 싣고 가던 덕판배와 람들, 물길과 표류의 문화속에 등장하는 숱한 표류민 등이 있다. 그는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 많 삼다 엔 일본인들이 만든 의적 시각이 내포됐다고 본다. 환 상의 섬, 문화유산의 땅 제주는 그저 아름답고 신비스런 여인의 섬이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되레 이 섬에서 피어린 수난의 세월을 겪 온 제주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는 삼다를 만든 의적 한계를 성찰하면서 제주를바 로 볼 수 있는 적인 개념 으로 돌, 바람, 여자, 가뭄, 말을 시했다. 가뭄과 말을 추가해 오다(五多) 눈으로 제주를 보면 섬의 무늬가 달 라진다. 신비의를 벗은 제주의역 적 생생함이 한층 선히 드러난 다. 척박한 땅 제주에서 이어져축과 농업가 그려진다. 제주에서 여성 노동이 많았던 이유 무엇인가. 가뭄으로 농업기반이 약해지면서 여성들은 바다로 나가 잠 녀가 되었다. 물이 부족해 해안가 용 천수 변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여인 들이 물을 길어나르던 허벅이 탄생했 다. 조, 콩, 메밀, 고구마가 농업의 를 이룬 배경엔 가뭄이 있었다. 목축 의 발달로 제주요 말 산지가 되 면서 갓공예가 발달한다. 하지만 산 업이 활발해질수록 앙 정부의 요구 가 늘어간다. 남자를 대신해 바다로 나가 공물을 충당해야 했던 제주 인들의 고통이 다시 커졌다. 그가 해양문화를 통해 제주를읽 바다는 섬의 목숨을 틀어쥔 생산의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 바다는 제주사람들의 심성을 낳 았고 생의 문화를 꿈꾸게 했다. 그 바다를 소리없이 일궈온 이들은 다 름아닌 제주백성 들이었다. 저자는 제주섬에서 오늘날까지 세대를 이어생산자 문화의 위대 함을 잊지 말자 스스로 자강하 고 자존을 지키려는 이름 모를 제주 들의 고단한 삶을 역에서 바 로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고 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 판콘텐츠 작지원선정 도서 다. 가람과뫼. 2만5000원. 진선희기자 새책 화에게 길을 묻(송정림 지음, 이 병률 사진)=그들은 랑하고 질투하고 상심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다. 지혜와 희망, 랑과 이별, 과욕과 상실, 노력과 도전, 행복과 개성 등 람들의 감정에 따라 5부로 나 눠 묶였다. 신이라고 모두 훌륭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다들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신과 인간을 평등하 게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람들에게 조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달. 1만4500원.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홍경한 지 음)=우리나라에 치된 1만5000여점의 공공미술 가운데 38점을 가려내 소개했 다. 심미성, 가치, 각각에 새겨진 흥미로운 이야기 등이 기준이 됐다.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술 이상의 예술을 내포하고 있는 일상 속 시물도 포함시켰다. 제주 에서는 제주도립미술관부터 서귀포시 포도호텔부터 축물까 지 공공미술 영역으로 읽었다. 신안군과 제주도 편은 섬, 공 공미술에 점령되다 란소목을 달았다. 재승출판. 1만6000원. ▶식물의 힘(스티븐 리츠 지음, 오숙옮김)=우스 브롱크스 고등학교의 평균 출석률은 40%, 졸업률은 17%에 불과했 다. 범죄와 마약,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 이 다니는 학교였다. 어느날 교실에서 벌 어진 학생들의 싸움이 라디에이터 밑에 서 우연히 꽃을 피운 수선화 덕에 극적으 단된다. 교인 리츠는 이를 계기로 식물에 내재한 힘 을 깨닫고 그린 브롱크스 머신 프로젝트를 펼친다. 교아이디어로 시작된 녹색교실은 출석률 100%에 가까운 기적 을 만든다. 여문책. 2만원. ▶왜 여성의 결정의심받을까?(터리 휴스턴 지음, 김명옮김)=야후의 CEO인 마리메이어가 풀타임 재택무를 폐지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얼마 뒤 전자품 체인인 베스트 바이의 CEO인 유베르 졸리도 같은 결정 을 발표했지만 언론은 별다른 논평이 없 었다. 왜 회는 여성 CEO인 메리어의 결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예출판. 1만5800원. ▶웅크린 호랑이(피터 나바로 지음, 이 경 옮김)=지정학, 경학, 역,국계, 정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지 풀어냈다. 저자는 세계 에서 네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국이 영 토 분쟁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무역 통 상로 확보를 꼽는다. 요 에너지와 자원을 얻기 위해 국수송로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해양 봉쇄를 막기 위해 남 국해 등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했다. 레디셋고. 2만2000원. ▶결정적 말실수(박진영 지음)=일본에 서 다섯차례 총리를 지요시다가 총리 직에서 물러난 일, 2012년 올림픽이 파리 가 아니라 런던에서 치러진 일엔 공통점 이 있다. 말실수가 원인이었다. 역를바 꿀 만큼 결정적인 실언을 본격적으로 다 룬 책이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실수를 안하는 것이 훨씬 요하다는 저자는 우리가 왜 실언을 하게 되는지, 과연 어떤 말이 실언인지 그 정답을 알려준다. 라의 눈. 1만3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우리 식탁에서 고기 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부터였을까? 할아버 지 세대, 그러니까 50여년 전만해도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결혼 식이나 마을 잔치, 절 같은 큰 일 이 있을 때나 고기 맛 을볼수있 었다. 물론 경력이 어느 정도 뒷받 침되어야 그 별미 를 풍성하게 누 리는 게 가능했다. 지금처럼 저녁 식 탁에 육류가 자올라오게 된 것은 인류 역상최에 일어난 무척 새 로운 현상이다.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밀집은 1930년대 양계업에서 출발했 다. 람들은 밀집육시하면 로 비좁은 비육장에 빼곡하게 들어 찬 소떼를 떠올리지만, 밀집육시의 길을 닦은 이들은 닭고기 생산자 들이었다. 이 닭고기 생자들로 인 해 이른바 공장식 축산 의 서막을 연다. 그 이후 수십년간 덩치를 키운 육류 생산기업은 대규모 농장 외에 도축 가공 공장까지 운영하면서 이 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 난 양의 육류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 게 공급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회에 공헌해왔다. 많은 이 들에게 미식의 즐거움과 영양 혜택 었고, 수많은 일자리도 창출해 냈다. 겉으로만 보면 공장식 축산은 긍정적인 면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육류산업 의 상업적 성공 뒤에는 아무도 예상 치 못했던 비용이 숨겨져 있다. 종의 다양성이 가져다는 이점은 외면한 채 상품성 있는 특정 형질만 선별해 육종하는 유전자 문,구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의 잦은 유행 처럼 점점 심각해져가는 가축 전염 병문, 가축에게 처방되는 항생, 호르몬, 살충의 남용이 야기하는 환경 문, 공장식 축산의 생산성 강 화가 부른 노동자 인권과 안전 문등등…. 우리가 언론을 통해 이미 접 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반복해 듣게 될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이다. 그동 안 육류산업은 막대한 이윤은 자신 들이 챙기고 비용은 교묘하게 소비 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왔다. 이익은 육류산업이 가져가고 비용 회가 떠안아야 하는 지금과 같 은 축산 시스템은 언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외식산업 전문가로 수십 년간 일한 케이티 키퍼가 육식의 딜레마 에서 육류산업의 이면, 산업 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그들이 감추 고 싶어 하는 비용 이 무엇인지 파 헤친다. 강경이 옮. 루아크 1만400 0원. 김현석기자 ik 012@ihalla.com 우리가 는 소, 닭, 지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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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2일 금요일 9

저자와 함께 제주 건설사 펴낸 김중근 씨

제주의 도로와 교량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한 오랜 의문을 풀기 위

해 제주 건설사 를 펴낸 김중근 전 제주도건설교통국장. 진선희기자

제주~서귀포간 지방 횡단도로는 오래전

부터 도민들이 열망해왔던 것이었는데 19

32년 본부에서 임도로서 한라산 국유림

에 대한 횡단 공사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여기에 읍면 도로를 개수하고 연결하여

제주~서귀포간 직통 도로를 완성한 뒤 19

34년 총연장 약 12리(48㎞)를 지방도로

승격하기에 이르렀다.

1939년 전라남도 제주도청에서 발행한 제주도세요람 중

일부다. 이 한 줄의 문장이 시작이었다. 장비가 지금보다 열

악했던 시기인데 짧은 기간에 어떻게 한번에 48㎞의 도로를

낼 수 있었을까?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도지 에 같은

내용이 반복해 실리는 동안에도 그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공직을 퇴임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나설 수 있었다. 2014

년 다리 수술을 한

뒤 운동이 힘들어

지면서 독서와 자

료 수집에 매달리

게 됐고 마침내 그

답을 찾는다.

김중근(76) 전 제주도건설교통국장. 40년간 토목직 공무원

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얼마전 제주 건설사-도로 교량

교통 을 냈다.

그는 지난 3년간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주 관련 문

헌을 뒤졌다. 제주~서귀포 횡단도로 단서는 가까운 곳에 있

었다. 제주도세요람 의 일주도로 안내 연도사찰자료에 임도

국비공사로 1932년 13㎞, 1935년 17㎞를 냈고 읍면이 시행하

는 접속공사로 제주 6㎞, 서귀면 8㎞를 닦아 합계 44㎞를 개

설했다는 대목이 나왔다. 지방도로로 지정 고시된 해는 1934

년이 아니라 1938년 12월이었다.

제주도내 도로는 2016년 7월 기준 4660개. 언제부터 이 도

로가 생겼을까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1861년 김정호의 대동

여지도에 6개 노선의 도로가 표시되었다 는 제주도지 등의

기록이 잘못된 걸 발견했다. 후대에 제작된 1872년 제주삼읍

전도, 1919년 5만분의 1 제주지도를 볼때 대동여지도는 10리

마다 거리표시를 위해 찍어놓은 점을 직선으로 이은 것으로

사실상 도로는 없었다고 했다.제주지역 교량도 해방전까지 3

7개 가설됐다고 밝혀냈다.제주지역 도로의 탄생 과정을 보여

주는 1966~1987년 공사대장,설계 내역서 등도 흥미롭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그는 사진 자료를 포함 500쪽이

넘는 책을 내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공직 생

활동안 제1횡단도로, 1100도로, 동 서부산업도로 완공 현장을

지켜봤다는 저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제주도민들이 그동

안 잘 몰랐던 제주 도로 교량의 역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

면 한다 고 했다. 비매품. 제주시 동지역 주요 도서관과 43개

읍면동 사무소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생산의 밭 일궈온 무명의 사람들이 있다

삼다에 가뭄 말 더한 五多

신비주의 벗은 제주의 실체

자존 지켜온 민중들 기억을

그는 지금, 제주가 왜 일그러진 표정

을 짓고 있는지, 무엇을 기억해야 하

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제주

미술사를 쓰고 제주 돌담을 해부하

며 제주 문화를 종횡해온 제주문화

연구소장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유정

씨가 내놓은 제주해양문화 읽기 다.

제주의 아방, 포작인 부터 누가

이어도를 보았다고 했는가 까지 열

다섯개 장으로 묶인 책은 제주에서

몸으로 살았던 무명의 사람들 을

말하려 한다. 세금과 노역을 피해 고

향을 등진 포작인들, 제주의 어멍

이라는 잠녀, 귤과 말을 싣고 가던

덕판배와 뱃사람들, 물길과 표류의

문화사 속에 등장하는 숱한 표류민

등이 있다.

그는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 많

은 삼다 엔 일본인들이 만든 제국

주의적 시각이 내포됐다고 본다. 환

상의 섬, 문화유산의 땅 제주는 그저

아름답고 신비스런 여인의 섬이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되레

이 섬에서 피어린 수난의 세월을 겪

어온 제주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는 삼다를 만든 제국주

의적 한계를 성찰하면서 제주를 바

로 볼 수 있는 역사적인 개념 으로

돌, 바람, 여자, 가뭄, 말을 제시했다.

가뭄과 말을 추가해 오다(五多) 의

눈으로 제주를 보면 섬의 무늬가 달

라진다. 신비주의를 벗은 제주의 역

사적 생생함이 한층 선명히 드러난

다. 척박한 땅 제주에서 이어져온 목

축과 농업사가 그려진다.

제주에서 여성 노동이 많았던 이유

는 무엇인가. 가뭄으로 농업기반이

약해지면서 여성들은 바다로 나가 잠

녀가 되었다. 물이 부족해 해안가 용

천수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여인

들이 물을 길어나르던 허벅이 탄생했

다. 조, 콩, 메밀, 고구마가 농업의 주

를 이룬 배경엔 가뭄이 있었다. 목축

의 발달로 제주가 주요 말 산지가 되

면서 갓공예가 발달한다. 하지만 산

업이 활발해질수록 중앙 정부의 요구

가 늘어간다. 남자를 대신해 바다로

나가 공물을 충당해야 했던 제주 여

인들의 고통이 다시 커졌다.

그가 해양문화를 통해 제주를 읽

은 건 바다는 섬의 목숨을 틀어쥔

생산의 밭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 바다는 제주사람들의 심성을 낳

았고 생명의 문화를 꿈꾸게 했다. 그

바다를 소리없이 일궈온 이들은 다

름아닌 제주의 백성 들이었다.

저자는 제주섬에서 오늘날까지

세대를 이어온 생산자 문화의 위대

함을 잊지 말자 며 스스로 자강하

고 자존을 지키려는 이름 모를 제주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역사에서 바

로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고 말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

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 도서

다. 가람과뫼. 2만5000원. 진선희기자

새책

▶신화에게 길을 묻다(송정림 지음, 이

병률 사진)=그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상심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다. 지혜와 희망, 사랑과

이별, 과욕과 상실, 노력과 도전, 행복과

개성 등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5부로 나

눠 묶였다. 신이라고 모두 훌륭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다들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신과 인간을 평등하

게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달. 1만4500원.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홍경한 지

음)=우리나라에 설치된 1만5000여점의

공공미술 가운데 38점을 가려내 소개했

다. 심미성, 가치, 각각에 새겨진 흥미로운

이야기 등이 기준이 됐다.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술 이상의 예술을 내포하고

있는 일상 속 시설물도 포함시켰다. 제주

에서는 제주도립미술관부터 서귀포시 포도호텔부터 건축물까

지 공공미술 영역으로 읽었다. 신안군과 제주도 편은 섬, 공

공미술에 점령되다 란 소제목을 달았다. 재승출판. 1만6000원.

▶식물의 힘(스티븐 리츠 지음, 오숙은

옮김)=사우스 브롱크스 고등학교의 평균

출석률은 40%, 졸업률은 17%에 불과했

다. 범죄와 마약,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

이 다니는 학교였다. 어느날 교실에서 벌

어진 학생들의 싸움이 라디에이터 밑에

서 우연히 꽃을 피운 수선화 덕에 극적으

로 중단된다. 교사인 리츠는 이를 계기로 식물에 내재한 힘

을 깨닫고 그린 브롱크스 머신 프로젝트를 펼친다. 교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녹색교실은 출석률 100%에 가까운 기적

을 만든다. 여문책. 2만원.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터리

스 휴스턴 지음, 김명신 옮김)=야후의

CEO인 마리사 메이어가 풀타임 재택근

무를 폐지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얼마 뒤 전자제품 체인인 베스트

바이의 CEO인 유베르 졸리도 같은 결정

을 발표했지만 언론은 별다른 논평이 없

었다. 왜 사회는 여성 CEO인 메리어의 결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예출판사. 1만5800원.

▶웅크린 호랑이(피터 나바로 지음, 이

은경 옮김)=지정학, 경제학, 역사, 국제관

계, 정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지 풀어냈다. 저자는 세계

에서 네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중국이 영

토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무역 통

상로 확보를 꼽는다. 주요 에너지와 자원을 얻기 위해 국제

수송로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해양 봉쇄를 막기 위해 남

중국해 등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했다. 레디셋고. 2만2000원.

▶결정적 말실수(박진영 지음)=일본에

서 다섯차례 총리를 지낸 요시다가 총리

직에서 물러난 일, 2012년 올림픽이 파리

가 아니라 런던에서 치러진 일엔 공통점

이 있다. 말실수가 원인이었다. 역사를 바

꿀 만큼 결정적인 실언을 본격적으로 다

룬 책이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실수를

안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저자는 우리가 왜 실언을 하게

되는지, 과연 어떤 말이 실언인지 그 정답을 알려준다. 라의

눈. 1만3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우리 식탁에서 고기 를 흔히 볼 수

있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할아버

지 세대, 그러니까 50여년 전만해도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결혼

식이나 마을 잔치, 명절 같은 큰 일

이 있을 때나 고기 맛 을 볼 수 있

었다. 물론 경제력이 어느 정도 뒷받

침되어야 그 별미 를 풍성하게 누

리는 게 가능했다. 지금처럼 저녁 식

탁에 육류가 자주 올라오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최근에 일어난 무척 새

로운 현상이다.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밀집사육

시설은 1930년대 양계업에서 출발했

다. 사람들은 밀집사육시설 하면 주

로 비좁은 비육장에 빼곡하게 들어

찬 소떼를 떠올리지만, 밀집사육시설

의 길을 닦은 이들은 닭고기 생산자

들이었다. 이 닭고기 생사자들로 인

해 이른바 공장식 축산 의 서막을

연다. 그 이후 수십년간 덩치를 키운

육류 생산기업은 대규모 농장 외에

도축 가공 공장까지 운영하면서 이

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

난 양의 육류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

게 공급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사회에 공헌해왔다. 많은 이

들에게 미식의 즐거움과 영양 혜택

을 주었고, 수많은 일자리도 창출해

냈다. 겉으로만 보면 공장식 축산은

긍정적인 면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육류산업

의 상업적 성공 뒤에는 아무도 예상

치 못했던 비용이 숨겨져 있다.

종의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외면한 채 상품성 있는 특정 형질만

선별해 육종하는 유전자 문제, 구제

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의 잦은 유행

처럼 점점 심각해져가는 가축 전염

병 문제, 가축에게 처방되는 항생제,

호르몬제, 살충제의 남용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공장식 축산의 생산성 강

화가 부른 노동자 인권과 안전 문제

등등…. 우리가 언론을 통해 이미 접

했던, 어쩌면 앞으로도 반복해 듣게

될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이다. 그동

안 육류산업은 막대한 이윤은 자신

들이 챙기고 비용은 교묘하게 소비

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덩치를

불려왔다.

이익은 육류산업이 가져가고 비용

은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지금과 같

은 축산 시스템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외식산업 전문가로 수십

년간 일한 케이티 키퍼가 육식의

딜레마 에서 육류산업의 이면, 산업

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그들이 감추

고 싶어 하는 비용 이 무엇인지 파

헤친다. 강경이 옮김. 루아크 1만400

0원.

김현석기자 [email protected]

우리가 먹는 소, 닭, 돼지는 어디서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