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학활동은바람직한인성을형성한다

우리는문학작품을읽음으로써자신의삶을성찰하고삶의본질에대해깊이생각하

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점차 완성된 인격체로 성장해 나간다. 예를 들어 윤동

주의「서시」를읽은독자는순수한삶을향한시적화자의진지한태도에감동을느끼

게되고, 이를 통해자신의삶을되돌아보고더나은삶을만들어가려는의지를세울

수 있다. 이러한 독자들이 많아지고, 이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갈 때 그 공동체는

더욱깨끗해지고아름다워질것이다.

문학활동은공동체의문화수준을고양한다

문학활동이공동체구성원의삶의질을높이는데기여할수있다면, 그것은사회전

체의문화수준을고양하는데이바지할것이다. 바람직한인성을갖춘개인들이모여

사는공동체는보다높은수준의문화를형성할가능성이높다.

문학활동이공동체의문화수준을높이는데기여할수있는것은문학이공동체의

다양한문제들을미적이며정서적인방식으로다루기때문이다. 문학활동에참여하는

사람은개인적인경험을넘어서서공동체가겪는문제를정서적인차원에서이해할수

있게된다. 그리고이는한층더조화로운공동체문화를만들어가는데기여할수있

을것이다.

문학활동을통해공동체문화발전에참여하는태도를기른다

문학활동을통해우리는공동체의문화발전에이바지할수있다. 문학작품을읽고

쓰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은 공동체적 삶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 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문학 활동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과 유대감을 높일 수

있고, 작품속에녹아있는다양한가치와지혜를배워서상생과공존의문화적전통을

만들어갈수있다.

■ 문학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할 수 있다.

■ 문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

■ 문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참여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공동체에기여하는문학2

4 1 0 6. 문학과 공동체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0 mac02 T

■ 이 글은 한 유명 영화배우가 자신의 삶에 큰 의미를 주었던 책을 소개한 기사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 단원에서는「모닥불」,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학습하게 된다. 작품을 읽으며 자아

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 삶의 가치를 파악해 보고, 문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 발전

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보자.

4 1 1[2] 공동체에 기여하는 문학

들어가기전에

얼마전소설가최인호씨의『어머니는죽지않는다』를읽었다. 최 씨가자신의어

머니에대해써온글을엮은것이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 책을 보다가 눈물을 흘

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 눈물은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카타르시스의

순수한눈물이었다.

책장을넘길때마다이땅의어머니들이거쳐온험한세월이떠올랐다. 자식을위

해서라면사람죽이는일말고는뭐든지마다않는모성이느껴지기도했다.

작가는보통사람이라면감추고싶을만한어머니에대한이야기도솔직히표현했

다. 그러면서도쉽게읽을수있도록재미있게썼다. 역시대가답다는생각이들었다.

책을통해최인호씨에대해많은것을알게되었다. 「적도의꽃」, 「고래사냥」, 「깊

고푸른밤」등그의글을원작으로해만든여러영화에출연했고, 그동안누구보다

도 가깝게 지내 왔지만 모르는 게 참 많았음을 깨달았다. 최 씨의 어머니 영결 미사

때도갔지만그가책에표현한, 어머니와얽힌그런아픔이그의가슴속에응어리로

맺혀있었는지는몰랐다.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더욱 부끄럽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을

이땅의모든아들과딸에게권하고싶다.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1 mac02 T

4 1 2 6. 문학과 공동체

「모닥불」은 평범한 소재로 농촌의 풍경을 표현하고, 그것과 관련된 공동체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공

동체적인 삶을 그리워했던 작가의 작품 세계에 주목하여 시를 감상해 보자.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2 mac02 T

새끼 오리`■

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

도 개니빠디`■

도 너울쪽`■

도 짚검불도 가랑

잎도 머리카락도 헝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 터럭`■

도 타는

모닥불

재당`■

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 사위도 갓사둔도 나

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

가된슬픈역사가있다

『사슴』(1936)

백석(白石, 1912~1995)

시인. 감각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어휘와 서정적인 어조로 사라져 가

는 풍속과 가치를 아름답게 노래한

시를 발표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모닥불」, 「여승」, 「여우난곬족」, 「남

신의주유동박시봉방」등이 있다.

■새끼 오리 새끼줄.

■갓신창 가죽신의 밑창.

■개니빠디 개의 이빨.

■너울쪽 널빤지 쪽.

■개 터럭 개의 털.

■ 재당 재실(齋室)에서 제사를 지

내거나 문중 회의를 할 때 일을 주

관하던 학덕 높은 집안의 어른.

■ 문장(門長) 한 문중에서 항렬

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 몽둥발이 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물건. 발

가락이 없는 발.

01 모닥불 백석


이 작품은 1936년발간된시집『사슴』에수록되어있다. 이시는농촌에서흔히볼수있는모닥불을소재로하고있다. 모닥

불을만들어내는것들과모닥불을쬐는대상을나열함으로써모닥불을통한공동체적합일과조화의의미를강조하고있는것

이다. 특히시적화자는할아버지에대한생각을통해개인의아픔과함께우리민족의슬픈현실까지드러내는효과를거두고

있다.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3 mac02 T

4 1 4 6. 문학과 공동체

2 공동체의 가치에 주목하여「모닥불」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모닥불의속성을바탕으로모닥불에사람들이모이는이유를말해보자.

(2)「모닥불」에나타난사람들의삶의모습이오늘날우리들의삶의모습과어떻게

다른지비교하여말해보자.

(3)오늘날우리사회에서모닥불과같은역할을할수있는것에는무엇이있을지

이야기해보자.

1 「모닥불」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산문형태임에도불구하고이시에서리듬감을느낄수있는이유를설명해보자.

(2)1연에서모닥불을이루는것들은어떤특징을지니고있는지말해보자.

(3)3연에서화자는할아버지의삶을통해서무엇을말하고자했을지생각해보자.

다가서기

깊게이해하기

학습활동

「모닥불」에 나타난 삶의 모습

➔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4 mac02 T


3 공동체적 문화의 형성과 관련하여 고은의「어떤 기쁨」을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넓게생각하기

지금내가생각하고있는것은

세계의어디선가

누가생각했던것

울지마라



누가생각하고있는것

울지마라



누가막생각하려는것

울지마라

얼마나기쁜일인가

이세계에서

이세계의어디에서

나는수많은나로이루어졌다

얼마나기쁜일인가

나는수많은남과남으로이루어졌다

울지마라

- 고은, 「어떤기쁨」

(1) 위시에서말하는‘나’와‘남’의관계에대해설명해보자.

(2)위시처럼공동체구성원사이의바람직한관계가잘그려진작품을찾아그내

용이나줄거리를발표해보자.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5 mac02 T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6.25 전쟁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후의 현실과 함께 가

족의 소중함,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과 바람직한 태도 등을 생각하며 작품을 읽어 보자.

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4 1 6 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6. 문학과 공동체

#226(410~427) 2015.11.5 11:10 AM 페이지416 mac02 T

앞부분 줄거리

6.25 전쟁 당시 피란길에서 언니인 수지는 여동생 수인(오목)의 손을 고의로 놓는다. 그 후,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 덕분에 오빠 수철은 어엿한 중산층의 가장이 되고, 수지는 수철의 덕으

로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수지는 어느 고아원에 동생과 같은 이름의 소녀가 있

음을 알고 가끔 찾아간다. 하지만 그 소녀가 자신의 동생으로 밝혀지면 지난날의 행위가 들통

날 것을 염려하여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다. 오빠 수철도 오목이 신문에 낸 가족 찾기 광고

를 통해 그 고아원을 알게 되지만, 오목을 돕는 익명의 독지가`■

로만 남는다.

한편 오목은 수지의 옛 애인인 인재와 만나게 되는데, 수지는 질투심에 그 둘을 헤어지게 만

든다. 결국 오목은 고아원 친구인 보일러공 일환과 살게 된다. 하지만 오목이 낳은 아이가 자

신의 핏줄이 아니라는 것을 일환이 짐작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폭력과 고통의 나날만

이어진다.

이후 수지는 자선 사업을 하는 귀부인이 되고, 집 보일러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2남 3녀의

부모가 된 일환과 오목을 다시 만난다. 오목은 수지에게 일환이 중동 건설 현장에 나갈 수 있

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수지는 일말의 죄책감을 씻는다는 생각으로 오빠 수철을 통해서

일환의 일자리를 얻어 낸다. 일환이 중동으로 떠나는 날 오목은 결핵이 심해져 쓰러진다.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과 동화될 수 없는 차이점은 이제 그녀 내부에 있었고

그건근심이었다. 한 번도근심이라곤깃들어보지않은것처럼오로지즐겁기

만한사람들속에서그녀혼자크나큰근심을지니고있었다.

수지는 오빠를 찾아온 게 바로 그 근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는 걸 잊어버린

양 그 근심에 강한 애착을 느꼈다. 그 근심을 수철에게 나누어 준다는 건 돼지

에게 진주를 던져 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는 극단적인 격정`■

이 그녀를 사

로잡았다.

그녀는속으로허둥지둥그녀의근심을부둥켜안았다. 자신이품고있는근심

에 대한 이런 돌발적인 애착은 근심 없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마음까지 불러일

으켰다. 근심없는사람들이허깨비처럼텅비어보였다. 즐거운파티도사람들

박완서(朴婉緖, 1931~2011)

소설가. 분단과 전쟁, 산업화 등

한국 현대사가 겪어 온 문제들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인식과 유려한

문체로 형상화하였다. 주요 작품으

로「나목」, 「옥상의 민들레 꽃」,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

했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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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해겨울은따뜻했네 박완서


■ 독지가(篤志家) 자선 사업이나

사회사업에 정신적·물질적으로

참여하여 도움을 주는 사람.

■ 격정(激情) 강렬하고 갑작스러

워 누르기 어려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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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8 6. 문학과 공동체

이몽땅비워놓은자리에아름다운비단과현란한보석과이국적인훈향`■

과 감

각적인소문만이한데어울려들끓고있는것처럼헛되고허전해보였다.

너덧패로나누어져있던사람들이여자남자두패로갈라져서웃고떠들기

시작했다. 여자들 사이에선 지압이 과연 기적의 회춘 요법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고`■

, 남자들은그들이현재속한신분보다한층높은곳을움직이는인맥

에대해아는체하고분석하느라점차목청이높아졌다.

남자들의화제는단연수철이, 여자들의화제는영란이리드하고있었다.

수지는수철의점잖고정력적인뒤통수를바라보면서생각했다. 그는기억할

까? 천구백오십일년의겨울을. 그겨울의추위와그이상한허기를.

그생각은수철이낯설게느껴질때마다수지에게문득문득떠오르던의문이

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늘 부정적이었다. 그에게 그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고생각했다. 그러나알고도모르는척할것이라는음흉한의심까

지없었던건아니었다. 수철을자신에게이로울게없는기억에대해선얼마든

지 시치미를 뗄 수 있는 위인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정말 잊었다고 생각하

진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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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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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구백오십일 년의 겨울’이

의미하는 것을 앞부분 줄거리를 참

고하여 말해 보자.

■ 훈향(熏香) 태워서 향기를 내

는 향료.

■ 분분(紛紛)했고 소문이나 의견

따위가 많아 갈피를 잡을 수 없

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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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파티의사람들을보고있는사이에수지는수철이그것을정말잊었다

는것을스스로알아차렸다. 수철이뿐아니라거기모인모든사람들에게천구

백오십일년의겨울은있지도않았다는걸수지는다소곳이인정했다.

그겨울은결국나만의것이었어. 그겨울이없었던사람하고어찌그겨울의

죄과를나눌수있기를바랐던고.

수지는처음으로그겨울에저지른죄와그죄의식때문에떠맡게된온갖근

심을자기만의것으로받아들였다. 그것이자기만의것이라고생각되자근심조

차 소중했다. 마치 자기만의 진실인 양 그것을 조금만 덜어 내도 단박 삶이 떳

떳지못해질것같았다. 그녀는그순간뼈가시리게고독했지만떳떳했고떳떳

하다는느낌은그지없이좋았다. 파티의즐거움이나그녀가여태껏살아오면서

맛본어떤행복감보다도.

화장실쪽으로가던흰머리가수지를보자깜짝놀라면서한마디했다.

“충격입니다. 참으로충격입니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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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0 6. 문학과 공동체

“글쎄요, 거기까지밖에생각이안나네요.”

흰머리가 어릿광대처럼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쭈그러뜨리고 말했다. 수지는

너그럽게웃어줬다. 흰머리는화장실쪽으로비틀대며달려갔다.

수지는흐느적대는파티의환락을바라보면서거기충격을줄수있는방법은

이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건망증은 그렇게 확고해 보였고 순간의 환락은

기승(氣勝)스러웠다.̀■

수지는더운음식이있는테이블로살금살금걸어가검고윤기나게졸아붙은

갈비를듬뿍덜어왔다.

“먹어둬야돼. 곧어려운일이닥쳐올테니까.”

수지는부드럽게익은갈비를손가락으로쥐고뜯으며이렇게중얼댔다.

무언가 부족한 걸 발견하고 부엌 쪽으로 가던 영란이 한쪽 구석에서 갈비를

아귀아귀뜯고있는수지를보고소스라치게놀라며멈춰섰다. 그러거나말거

나수지는천천히양념이묻은손가락을깨끗이핥았다.

“고모, 도대체뭐하는거예요? 고모답지않게그게무슨청승이에요, 창피하

게시리……. 파티에참석하고싶으면샤워하고옷갈아입고나와요. 내옷빌

려줄테니까옷장에서마음대로골라입어요. 참석하기싫으면…….”

영란이말끝을흐리며눈썹을우아하게찡그렸다.

“갈게요, 언니.”

수지는오목이의다섯아이중둘이나셋쯤을나눌수있기를기대했던자신

의 마음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했다. 수철이가 맡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떠

맡아 양육할 사람은 영란인데 영란에게 그 아이들을 돌보게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치가떨리는일이었다.

맡기고돌보게하는건고사하고그아이들을천인`■

이나거러지`■

대하듯바라다

볼영란의교만하고정없는시선앞에그아이들을잠시내보이는것조차단연

코허락할수없다고생각했다. 생각만으로도그것은그아이들에대한최악의

모독이었다.

“하마터면큰일날뻔했지뭐야.”

수지는속으로이렇게중얼대며마치그아이들이그앞에있는양허둥지둥

영란의시선을피해그아이들을치마폭가득, 품속가득껴안았다. 마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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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승(氣勝)스러웠다 기운이나

힘이 왕성해서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으려는 데가 있었다.

■ 천인(賤人) 예전에, 사회의 가

장 낮은 신분에 속하던 사람.

■거러지 ‘거지’의 방언.

수지는 영란을 어떻게 생각하

고 있는지 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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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안은 그 애들의 체온은 생생하게 따뜻했고 가슴이 찐하도록 사랑스러웠다.

남의자식을그렇게찐한마음으로안아보긴처음이었다.

영란의시선을그아이들에대한참을수없는모독이라고느낀순간부터수

지는 더 이상 그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가 없었다. 사랑하고 예

뻐하고책임까지지고싶은마음은아직도좀생소했지만`■

이기의껍질로더이

상 싸 놓을 수 없을 만큼 싱싱하고 힘센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그 계집애들을

지겨워한것조차사랑이었다고감히말할수있을것같았다.

친정집에다다섯아이중몇을덜기는커녕행여나하나라도놓칠세라치마폭

가득품속가득껴안고수지는병원으로달음질쳤다. 더 늦기전에오목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다. 용서를 빌기 전에 자랑 먼저 하고 싶었다. 베

풀어진은총처럼마음속의다섯아이가그녀를기쁨으로가득채웠다.

병원에선 오목이의 임종이 임박해 가족을 찾고 있었다. 주사로 임종을 잠시

유예`■

하고있는상태라고는믿어지지않을만큼오목이의의식은또렷했고표정

은해맑았다.

“아아, 언니! 언니, 어디갔었어? 못보고죽을까봐얼마나조바심했는줄알

아. 죽기전에꼭하고싶은말이있었거든. 진작할걸왜여태참었나몰라.

죽을때까지나미련한건하여튼알아줘야한다니까.”

오목이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

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숲 속 길을 거닐 때 문득 옷소매를

스치고나무들사이로도망치는미풍이나환청처럼인간적인애증과갈등이남

김없이걸러진고요하고무심한것이었다.

그런오목이의목소리는죽음의끝까지따라다니는설마하는비현실감을단

숨에몰아냈다. 그리고죽음을직시해야하는일을피할수없게됐다는크나큰

두려움이수지를엄습`■

했다. 수지는떨리는소리로말했다.

“오! 오목아, 나야말로할얘기가있었는데, 진작했어야하는얘긴데왜여태

껏못했나몰라. 미련하게시리…….”

“언니내가먼저야.”

오목이가섬뜩하도록강경한목소리로말하면서믿을수없을만큼바싹마른

팔로허공을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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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수지가 오목에게 하려던 이야

기는 무엇이었을지 추측해 보자.

■ 생소(生疎)했지만 친숙하지 못

하고 낯이 설었지만.

■ 유예(猶豫) 일을실행하는데날

짜나시간을미룸. 또는 그런기간.

■ 엄습(掩襲) 감정, 생각, 감각 따

위가갑작스럽게들이닥치거나덮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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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2 6. 문학과 공동체

“언니, 내가 언니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언니는 아마 모르고 있었을 거야. 고

아원에서처음언니를만났을때부터난언니가싫었어. 왜그렇게미웠는지,

아마질투였나봐. 언니제발용서해줘. 일생에누굴그렇게미워해보긴언

니가처음이자마지막이었어.”

“난미움받아싸단다. 난널용서해줄자격도없어. 아아, 내죄를네가안다

면…….”

“언니, 내 말 안 끝났어. 내 말 먼저 할 테야. 나에겐 시간이 없으니까. 근데

언니, 내 미움은 참 이상해. 내가 남을 내 마음처럼 믿고 의지하기도 언니가

처음이었으니. 언니를다시만나기전에난이미죽었어야했어. 막내낳을때

안죽은걸의사는기적이라고말했지만그때난죽을래야죽을수가없었어.

아이들을 어떡하구 죽냐 말야. 언니도 알다시피 우린 두 내외가 다 고아 아

뉴? 다 망가진몸을정신력하나로살아있다는게얼마나고달픈일인지언

니는아마모를거야. 그때언니를다시만난거야. 언니를만나고부터는정신

력으로살아있는그지겹고고된일로부터놓여날때가됐다싶은생각이왜

그렇게분명히떠올랐을까. 참이상해. 아무튼자기가죽은후자기어린자식

들을마음놓고맡길수있다고생각할만큼누구를믿는다는건동기간`■

에도

여간우애있는동기간아니면있을수없는일인데, 난하필죽도록미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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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에 대한 오목의 마음은 어

떠했는지 말해 보자.

■ 동기간(同氣間) 형제자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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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생각한 언니에게 그런 걸 느낀 거야. 언니, 언니에게 힘든 짐을 지워

주려고일부러꾸민얘기가아냐. 꾸민것처럼이상한얘기지만정말이야. 자

기자식을안심하고맡길수있을만큼남을믿을수있다는건너무도큰은

총이야. 언니, 정말고마워. 언니에대한내믿음과사랑과감사의표시로언

니에게이걸주고싶었어. 이건내전재산이자내모든거야. 내가죽는날까

지알기를그렇게원했지만결국못알아내고만나의정체까지도아마이속

에포함되었을거야. 내가고아가되기전부터내가지녀온유일한물건이거

든. 난이걸로내정체를어떻게든건져올려보려고무진`■

애썼지만허사였어.

아아, 내아이들…….”

오목이가천근의무게처럼힘겹게건네준건은표주박이었다. 은행알만하고

청홍의 칠보 무늬가 아직도 영롱한 은노리개였다. 수지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공구해서`■

풀썩바닥에무릎을꺾고그것을받았다. 어쩌면수지가지금꺾은것

은무릎이아니라이기로만일관해온그녀의삶의축이었다. 마침내그것을꺾

으니한없이겸허하고편안해지면서걷잡을수없이슬픔이밀려왔다.

“오목아, 아니수인아, 넌오목이가아니라수인이야. 내동생수인이야. 내가

버린수인이야. 내가너를몇번이나버린줄아니……?”

이렇게목멘소리로시작해서길고긴참회를끝냈을때수인이는이미죽어

있었다. 그러나수지는용서받은것을믿었다. 수인의죽은얼굴엔남을용서한

자만의무한한평화가깃들어있었으므로.

『그해겨울은따뜻했네』(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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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바닥에 무릎을 꺾고 은

표주박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

해 보자.

■ 무진(無盡) 다함이 없을 만큼

매우.

■공구(恐懼)해서 몹시 두려워서.

이 작품은 6.25 전쟁 때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이 겪은 삶의 질곡과 갈등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수지와 수철로 대표

되는 중산층의 속물성과 함께 오목이 겪어 낸 전쟁 이후의 비참한 생활상을 보여 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공동체로서 함

께 살아간다는 것의 한계와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혈연 공동체의 해체를 겪은 한국 사회의 모습

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의미를 제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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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4 6. 문학과 공동체

2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관계에 주목하여「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읽

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소설의마지막부분에서수지의참회는어떤의미를갖는지생각해보자.

(2)이소설의내용에비추어보았을때, 가족공동체의구성원은서로에게어떤태

도를지녀야할지말해보자.

(3)이 소설은 6.25 전쟁때헤어진가족들의이야기를다루고있다. 다음글을읽

고, 불행한역사로인해피해나상처를입은사회구성원들을어떻게대해야할지

이야기해보자.

1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소설에등장하는오목은어떤삶을살아온인물인지말해보자.

(2)이소설의마지막장면에서‘은표주박’은어떤역할을하는지말해보자.

다가서기

깊게이해하기

전쟁은 참전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민간인들은 죽음과

부상의공포에시달리고때론살아남기위해피란을떠나야하는등자신들의삶이송

두리째흔들린다.

6.25 전쟁 때도 민간인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군사 편찬 연구소에 따르면 민간인

24만 4,663명이 사망하였고, 12만 8,936명이 학살당했으며, 22만 9,625명이 부상당

했고, 피란민은 약 320만 명에 이른다. 민간인 중에도 전쟁의 위험 앞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놓인여성이나어린이의피해는이루말할수없었다.

전쟁으로 남편이나 부모를 잃으면, ‘전쟁미망인’‘전쟁고아’가 됐다. 미망인들은 남

편대신생계를책임지면서가족을부양했고, 고아들은한창응석을부릴나이에먹을

거리를찾아전전해야했다. 군사 편찬연구소에따르면전쟁미망인은약 30만 명, 전

쟁고아는약10만명에다다른다.

학습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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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가족, 학급, 동아리 등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

네」에서와 같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겪었던 갈등의 경험을 떠올려 보고, 이에 대한 반성

이나 성찰을 담은 글을 써 보자.

넓게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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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4 2 6 6. 문학과 공동체

공동체와 소통하는 문학

우리는가족, 지역, 민족, 역사, 자연등다양한층위의공동체에속해있으며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연대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는 환경, 다문화, 양성평등, 사회적

약자등의여러현실적인문제들에직면해있다. 우리는문학활동을통해이런다양한공

동체의문제를공유하고, 공동체의문제들을형상화하여구성원들끼리소통하게된다. 일

상속에서문학활동을통해다양한문제의식을타인과소통하며문제해결에참여함으로

써바람직한공동체문화를만들어가는데기여할수있다.

공동체에 기여하는 문학

문학은 우리들의 삶을 반영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은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담아내고, 그속에서자아와타자, 자아와세계와의관계를드러내며, 궁극적으

로는 인생의 참다운 가치를 제시한다. 학생들은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창작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일수있다. 문학활동을통해우리문학작품에드러난한국문화의아름다움을이해하

고자존감을높여공동체내에서상생과공존의문화를발전시키는데기여할수있도록

한다.

2

1

평가 항목평가 결과

충분 미흡

문학 활동을 통해 다양한 층위의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가질 수 있다.

문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문학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문학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참여할 수 있다.

점검하기 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이해했는지 스스로 평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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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김재영)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소

설이다. 네팔, 파키스탄, 인도등다양한나라에서온외국인노동자들의열악한주거·노

동환경을적나라하게보여주고, 그들의꿈과이상에대해이야기하면서우리가고민해

야할다문화시대의올바른삶의모습에대해생각하게한다.

•̀들판이 적막하다(̀정현종)

모든 유기체는 생명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고리가 끊어졌을 때에는 큰 위험

이초래될수있다는위기의식을담고있는시이다. 인간중심의삶은생태환경의오염과

파괴로직결될수있다는생각을드러내어우리를둘러싼자연환경보존의필요성과인간

의자각을역설하고있다.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한센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섬을 배경으로,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갈수있는요건은무엇인지성찰적으로보여주는소설이다. 이작품속의‘섬’은인간들

의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인간 사회가 지향하는‘천국’과 그 한계를 제시함으로써 삶의

의미를다시한번생각하게한다.

•̀딸깍발이(̀이희승)

‘딸깍발이’란궁핍한삶속에서도의기와지조를지키면서인간의도리를다했던전통

적선비상을일컫는다. 적절한묘사와해학적표현을통해남산골샌님의생활상과인간

됨을생생하게보여주면서, 동시에이해타산적이고물질주의적생활에젖어있는현대인

의삶과사고방식을넌지시비판하고있는수필이다.

•̀전태일 평전(̀조영래)

지독한가난과핍박속에서도끝까지좌절하지않았던한청년의이야기이

다. 서울의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열악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

던그가, 결국분신이라는극단적인행동을통해사회에경종을울리는이야

기이다. 한청년의삶과투쟁, 고민과방황, 헌신적인간애등이감동적으로기

록되어있다.

작품 더 읽기 이 단원과 관련하여 다음 작품을 더 읽어 보자.

단원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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