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16
The Daegudae Shinmun [창간 48주년 기념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http://unews.daegu.ac.kr ·1964년 1월 5일 창간 <주간> 훈 : 큰 뜻을 품어라 건학이념 : 사랑·빛·자유 교육 목적 : 만인복지를 지향하며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창의적 인재 양성 교육 목표 : 유능한 전문직업인 배출 선도적 복지인력 양성 진취적 민주시민 육성 http://www.daegu.ac.kr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로 201 대구대신문은 대학신문 중 유일하게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읽어주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발행 및 편집인 / 홍덕률 •DU문화원장/ 류혜경 •편집국장 / 백승진 •DU문화원장실 / 850-5630 •행정실/ 850-5661~2 •편집국 / 850-5637~8 •팩스 / 850-5639 •인쇄처 / 영남일보 일주일 행사 6일(화) ~ 15(목) 중앙박물관 한지은 개인전 <가을을 담다> 도자 전시 16일(금) 임시휴강일 26일(월) ~30일(금) 겨울 계절수업 수강신청, 전과·복수(부)전공 신청기간 3 총학생회 후보를 말하다 4 쓴소리 공모전 5~12 제42회 전국 고교문예 현상공모 수상작품 13~14 대경권 학보사 대선특집 공동기획 16 20대, 사랑에 대한 그들의 오만과 편견 48기 기획부기자 김지영 47기 교육부장 황래영 49기 수습기자 김초롱 49기 수습기자 홍혜진 49기 수습기자 조서일 48기 문화부 기자 유희원 편집디자인 간사 박지민 49기 수습기자 권미성 46기 편집국장 백승진 캘리그라피 : 백승진 편집국장 / 컴퓨터그래픽 : 황래영 교육부장 48기 취재부 기자 최주혁 교정·교열 간사 김형진

Transcript of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Page 1: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The Daegudae Shinmun[창간 48주년 기념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http://unews.daegu.ac.kr ·1964년 1월 5일 창간 <주간>

•교 훈 : 큰 뜻을 품어라

•건학이념 : 사랑·빛·자유

•교육 목적 : 만인복지를 지향하며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창의적 인재 양성

•교육 목표 : 유능한 전문직업인 배출

선도적 복지인력 양성

진취적 민주시민 육성

http://www.daegu.ac.kr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로 201대구대신문은 대학신문 중 유일하게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읽어주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발행 및 편집인 / 홍덕률 •DU문화원장/ 류혜경 •편집국장 / 백승진 •DU문화원장실 / 850-5630 •행정실/ 850-5661~2 •편집국 / 850-5637~8 •팩스 / 850-5639 •인쇄처 / 영남일보

일주일 행사 6일(화) ~ 15(목) 중앙박물관 한지은 개인전 <가을을 담다> 도자 전시 ● 16일(금) 임시휴강일 ● 26일(월) ~30일(금) 겨울 계절수업 수강신청, 전과·복수(부)전공 신청기간

3 총학생회 후보를 말하다 4 쓴소리 공모전 5~12 제42회 전국 고교문예 현상공모 수상작품 13~14 대경권 학보사 대선특집 공동기획 16 20대, 사랑에 대한 그들의 오만과 편견

48기 기획부기자 김지영

47기 교육부장 황래영

49기 수습기자 김초롱

49기 수습기자 홍혜진

49기 수습기자 조서일

48기 문화부 기자 유희원

편집디자인 간사 박지민

49기 수습기자 권미성46기 편집국장 백승진

캘리그라피 : 백승진 편집국장 / 컴퓨터그래픽 : 황래영 교육부장

48기 취재부 기자 최주혁

교정·교열 간사 김형진

Page 2: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학생 대표와 동아리 대표, 학교

를 빛낸 자기계발 수상자, 교직

원 등 1백여명이 참석한 ‘ 학생

과 총장과의 열린 대화’ 가 지난

7일 본관 17층 스카이라운지에

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것으로 ‘ 학생

이 행복한 대학’ 을 대학경영의

슬로건으로 내건 총장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날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 야간 시간의 취

약한 보안’ 과 ‘ 학생 공모전 지원

대책’ , ‘ 폐강되는 인문학 강의

활성화’ 등에 대한 주제로 다양

한 의견을 내놓았다.

총장은 이에 “학생들의 안전

문제는 최우선시 돼야 하는 문

제”라고 강조하며 경비보안업체

와 연계해 안전대책을 강화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또한 학생

복지 향상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각종 정

부지원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

록 지표관리를 철저히 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어 평소 녹색캠퍼스 구현에

대한 의지를 보여 온 총장은 “최

근 출범한 ‘ DU 공공자전거 운용

시스템’ 이 잘 정착돼 학생들이

자전거와 휠체어가 공존하는 휴

먼 앤 그린캠퍼스(Human &

Green)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

록 하자”며 학생들의 각별한 관

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태영

(동물자원·09) 학생은 “학과 대

표로서 단과대 차원의 건의사항

을 제기하고자 참석했는데, 총

장님께서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메모해가며 챙기시고 현재 상황

을 잘 설명해 주셔서 많은 부분

을 공감할 수 있었다”며 “이번

대화는 학과와 단과대 차원에

머물렀던 내가 대학 전체의 발

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주혁 기자

[email protected]

‘ 학생과 총장간의 열린 대화’7일 본관서 … 5월 이어 두 번째

● 간추린 뉴스 ●

‘명예의 전당’ 제막식

지난 2004년부터 발전기

금 기부자에 대한 예우사업

을 시작한 우리대학은 지금

까지 발전기금을 기부한 이

들의 소중한 뜻을 기리기 위

한 ‘ 명예의 전당’ 을 성산홀

로비에 마련하고 후원자들을

초청, 1일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장기진 (주)

애플애드벤쳐 대표가 “지역

청년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을 꿈을 펼칠 수 있게 작

은 힘이 되고 싶었다”며 1억

원을 기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정기적으로 발전기

금을 납부하고 있는 기부자

와 ‘ 후원의 집’ 대표들에게

도 감사패가 수여됐다. 우리

대학은 현재까지 약 200억원

의 발전기금을 모금해 학생

장학사업, 교육 및 연구활동

지원, 교육환경 개선 및 시설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DU 행복숲길 트래킹

우리대학은 지난달 20일

경산캠퍼스에서 구성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 DU 행복숲길 트래킹’ 행사

를 가졌다.

교직원과 가족, 총동창회,

외국인 학생 등 7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참가

자들은 성산홀(본관)을 출발

해 재활과학대학과 생명환경

대학 부속농장, 행복숲길, 비

호동산, 늘푸른 테마공원 등

경산캠퍼스 주변에 조성된

7.5km의 트래킹 코스를 돌며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특

산물 일일장터와 전통문화체

험, DU행복나눔 바자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함께 열

려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

다.

올해 ‘ 2012 행정안전부 지원

공공자전거 구축사업’ 에 선정된

바 있는 우리 대학이 지난 2일

공공자전거 구축사업 오픈식을

갖고 운용에 들어갔다. DU바이

크센터 개관식을 겸해 열린 이

날 행사에는 홍덕률 총장과 김

기영 행정안전부 자전거정책과

장, 김상동 경상북도 도시계획

과장, 오재곤 경산시 교통행정

과장, 김종석 자전거타기운동연

합 대구본부장, 이재혁 대구경

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 등 대구

대와 정부 관계자, 환경단체, 학

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 대학은 사업선정 이후

‘ 아름다운 두(DU) 바퀴’ 라는 슬

로건을 내걸고 운용시스템 개발

과 인프라 구축에 힘써 왔다.

‘ 아름다운 두(DU) 바퀴’ 는 캠퍼

스 내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한

편 두 발과 두 바퀴의 자전거, 휠

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캠퍼스를 구현하기 위한 사업으

로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전국

대학 최초로 스마트폰 앱을 연

동한 공공자전거 무인 대여 및

반납 시스템(Smart DU Bike)을

개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

였다. 대구대 앱 창작터(소장 이

규만) 소속 정보통신공학부 재

학생 12명이 제작한 Smart DU

Bike 앱은 스마트폰의 QR코드

카메라를 통해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잠

금장치를 작동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밖에도 공공자전

거 거치대 등의 디자인은 조형

예술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

이 맡았고, 공공자전거 운용 및

교육에는 스포츠레저학과 자전

거 전공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더욱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이날 문을 연 DU바이크

센터는 공공자전거 165대(공공

자전거 150대, 2인용자전거 5

대, 교육용 자전거 10대)와 자전

거 보관소 20곳에 RFID(전자태

그)를 부착하고 중계기를 통해

관리서버에 이용정보를 전달,

자전거 이용현황을 한 눈에 파

악할 수 있도록 해 관리 효율성

을 높였다. 우리 대학 캠퍼스 내

총 20개소에 비치된 자전거의

대여 및 반납은 오전 9시부터 오

후 5시까지 가능하며 대구대학

교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우리 대학은 또 학생들의 자

전거 이용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인프

라 확충과 장애학생들을 위한

텐덤바이크(2인용 자전거) 비치,

에코포인트제(앱을 통해 학생들

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거리

를 체크해 에코마일리지를 적립

하는 것) 도입 등 자전거 이용 문

화 확산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

그램도 마련한다. 유희원 기자

[email protected]

녹색 에너지 넘치는 캠퍼스, ‘ DU바퀴’ 로 달린다2일, 공공자전거 구축사업 오픈·DU바이크센터 개관

우리대학 평생교육원 수강생

들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평생교육원 사회지도자과정

소속 봉사부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달 22일 평생교육원 주최로

대구캠퍼스 중강당에서 열린

‘ 2012학년도 사회지도사교육센

터 동아리 축제’ 에서 우리대 학

생에게 350만원, 6개 부속특수

학교 학생에게 270만원의 장학

금을 각각 전달했다.

이 동아리는 지난 2000년도

에 봉사단체로서 처음 결성된

이후 매년 학업 성적이 우수하

거나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일

일찻집을 운영해 얻은 수익금

200만원을 수재민 돕기와 독거

노인 지원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장학금 역시 평소 점

심값을 조금씩 아껴 모은 돈으

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부 본부장을 맡은 강명자

(69)씨는 “동아리 구성원들 역시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지만, 작은 돈이라도

십시일반 모아 좋은 일에 쓸 수

있도록 흔쾌히 참여해 주신 여

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장학

금 수혜학생들의 밝은 얼굴에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 나갈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주혁 기자

[email protected]

“적은 돈이지만 좋은 일에 써주세요”평생교육원 수강생, 장학금 전달

Page 3: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특집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제29대 총학생회 선거 입후보자의 공약은?

● VOICEYE NOTE ●

2012년도 어느덧 저물어가면서 내년 한 해 비호인들을 대표할 총학생회장 선거일인 20일을 앞두고 선거열기가 뜨겁다. 내년도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어떤 공

약을 가지고 나왔을까. 대구대신문사는 지난 10일부터 양일간 팟캐스트 ‘ 할말it수다’ 가 주최한 ‘ 2013년 총학생회장 토론회’ 에 참여, 출마한 기호 1번 최보규·박민영 후보와

기호 2번 김도환·오경석 후보를 만났다. (지면 관계상 공약을 중심으로 토론 중 일부만을 게재하였음을 알립니다.)

<공통질문>

1. 선거운동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며, 얼마가 무엇으로 지출되는가? 2. 등록금 인하 공약은 매년 나오지만 잘 실현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3. 우리대학은 아직 구재단과의 마찰이 남아있다. 학내 정상화에 관련한 입장은?

1.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이 있었다. 나는 돈이 많이 드는 선거는 하고 싶

지 않아 내가 번 돈 안에서 충당하고 있다. 거의 홍보 위주로 지출되는 편이고 원한

다면 통장 내역 공개도 가능하다.

2. 그동안 실현이 안 되었다고 등록금 인하 공약을 뺄 수는 없다. 넣어야 하는 이

유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약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학생들의 생활과 밀착력이

강한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학생들을 위해서 넣었다.

3. 과연 정상화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을 위

한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먼저 (현재의) 재단 정상화가

정말로 정상화다운 정상화인가.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했는데 학생들이 더 많

았다. 학생들을 위한 보상이 필요한데, 교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고 시기도 방학 때

라 학생들 잘 모르게 10억이라는 큰 금액이 상여금으로 소요됐다는데 학생으로서

실망스럽다. 그리고 재단 정상화에 대해서 아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정상화에

대해서 알리는 것은 학생 자치기구의 역할이다. 학생들이 정상화에 대해 알아야 학

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데 많은 학생들이 잘 알지 못해서 아쉽다. 이를 위해

총학생회에서 좀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1. 등록금 인하 7%와 7777명의 서명공약, 왜 하필 7%인하로 생각했나?

전체 캠퍼스 중 52%가 학교 땅이다. 그 땅의 토지유지비가 45억 정도 들어가는

데, 그 비용이 등록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적립금은 1300억 정도인데 학부모가 힘

들게 번 등록금을 사용하고 있다. 본 적도 없는 땅에 학부모의 돈을 얹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교직원 급여 중 추가수당 금액이 25억 정도 되는데 이것 또한 등록금에서

나간다. 이 금액을 합치면 약 70억 원이다. 이에 등록금의 7%는 낮춰야 한다고 생각

했다.

2. 통신요금 지원 사업의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이며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할인이 아니라 지원을 해주는 사업으로, 학생들의 대구은행 계좌로 지원금을 넣

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중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불필요

하게 사용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학생들을 위한 혜택을 요구할 것이다.

3. 총장직선제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총장직선제는 학칙개정까지 가는 부분이다. 실천하고 있는 대학은 1인에서 3인

정도 학생들의 몫을 담은 투표권을 가진 대표들이 있다. 대통령도 국민들이 뽑는데,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이 예산을 바탕으로 대학을 경영할 총장을

뽑는데 학칙문제로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학칙인가라는 생

각에 학칙개정까지 생각하고 있다.

기호 1번 정 : 최보규(경상대 관광경영) 부 : 박민영(사범대 국어교육) 기호 2번 정 : 김도환(재과대 물리치료) 부 : 오경석(경상대 경제)

1. 아직 선거운동이 안 끝나서 정확한 비용은 잘 모르겠다. 4~50명의 캠프식구들

경상대식당 식사 값, 4000부의 팜플렛 제작에 40만 원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 사무

국장에게 맡긴 일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2. 이제껏 학생들과 논의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인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해마다 예산을 짜는데 불필요 및 중복 예산에 대한 자

료가 불충분하여 정보싸움에서 밀려 우리가 졌던 것 같다. 그리고 ‘올해 3% 인하

이렇게 할 바에 하지말지’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교직원들 대상의 불필요 및 중복

예산을 학생복지예산으로 투입시킬 수 있다. 인하율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소 인하로 생각하고 있고 복지혜택도 늘릴 것이다. 투쟁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적립금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럽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적립금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또 반값등록금은 지금 당장에는 성사되지 않겠지만 향후 3~4년 뒤는 이루

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의문이 든다. ‘올바른 재단정상

화 문화 만들기’ 라고 하는데 거기서 올바르다는 것은 이사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

교의 주인으로 권리를 누려야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학생들이 도와주기 식으로

되었고 투쟁적이었다면 이젠 학생들과 협의를 봐야한다.

1. 장애학생에 대한 공약이 없던데? 반면 대체로 기존에 있는 공약이며 참여 빈도

도 낮았던 여학생을 위한 공약은 왜 이렇게 강조했나?

공약집에 있는 것만 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학생들을 위

해 준비를 많이 못한 것 같고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소통을 해서 더 많이 마련하겠

다. 구두수선 같은 공약은 총학생회 안에서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 넣었고, 여

학생들을 위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학생들에게만 치우친

공약은 아니다. 자궁경부암, 유방암 예방주사 같은 공약도 할인혜택 등으로 더 개선

시킬 생각이다.

2. 컴퓨터 및 프린트 개선, 중고물품 바자회 등은 단대학생회나 학교 측에서 이미

하고 있고 그쪽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나. 또 스쿨버스 차임벨은 무엇인

가?

잘 운영되고 있지 않고 학생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라 공약에 넣었다. 여러 가

지 측면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 다양성’ 으로 알아줬으면 한다.

스쿨버스 차임벨은 정차역을 지나치고 가버리는 기사 아저씨들이 있다고 들었다.

또 미리 내리려는 학생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위한 것이다. 기사 아저씨들의 의식

개선과 더불어 시설 적으로도 갖추어지면 더 잘 지켜질 것이다.

3. 공약 중 SNS를 통한 학생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유게시

판에 자신들의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 : 정책국장으로 역임하며 학생들에게 답변도 많이 달고 적어도 작년부터 거의

매일 자유게시판을 확인하고 있고 그것이 습관이 되었다.

부 : 일반학생으로 궁금한 점이 생길 때 마다 자유게시판을 많이 봤다. 글을 많이

적지는 않았지만 ‘ 학생들의 의견이 이런 게 있구나’ 했었고 앞으로 더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개별공약질문>

백승진 기자 [email protected]

황래영 기자 [email protected]

Page 4: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비호세상

Q. 상담 신청했으나 조용한 학생생활상

담센터

「‘ 학생생활상담센터’ 는 대학생활 중

직면하는 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 학업

능력 향상, 가치관 정립, 인격성장, 성숙한

대인관계, 진로발달 등을 촉진시킬 수 있

는 제반활동을 한다.」는 것이 학교 홈페이

지에 소개된 학생생활상담센터의 내용이

다. 실제로 학생들의 쉽게 찾을 수 있는

본관 대구은행 근처에 위치해 있고 이용

제한도 없다.

상담서비스도 진행하고 개인의 심리검

사나 적성검사도 진행하고 있어 최근 이

곳을 찾았다. 개인 상담을 지난달 26일에

요청하여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후 접수된 고민을 담당교수가 확인

후 관련 연구원에게 사례를 배정한다는데

한참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적절한 서비스

를 받지 못해 결국 외부서비스를 이용하

게 되었다.

무료라는 것과 편의성은 칭찬할 만하

지만 대기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적어

도 언제쯤 상담을 시작할 것인지 연락조

차 없는 일방적 서비스에 대해서 안타까

움을 느낀다.

- 홍은비(사회복지·10)

A. 인력 부족에 따른 상담 지연 이해 바

래요…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진행되는 상담

서비스는 접수를 받으면, 담당교수에게

접수받은 내역을 제출하고 상담을 진행한

다. 한번 진행되는 상담은 10회에 걸쳐 진

행되는데, 그동안 다른 학생의 상담을 동

시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상담신청을 받더라도 2~3주 후

에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

다. 이는 현재 인력이 부족에 따른 것으로

학생들의 양해를 바란다. 이외에 궁금한

사항은 학생생활상담센터(053-850-

6361 또는 053-850-5237~8)로 연락하

면 된다.

Q. 교직원들의 5시 칼퇴근, 너무하네요

작년 이맘 때 쯤, 급한 일로 모 단과대

행정실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당시

시각이 4시 55분쯤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데 직원들은 이미 행정실 불을 끄고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직원은 내 눈치만

보더니 하는 말이 내일 오라고 했다. 본인

소속 단과대 행정실의 경우는 매일 5시만

되면 이미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학생들

의 수업이 5시에 끝나는 데, 이 점을 고려

해주었으면 좋겠다.

익명의 학생

A. 충분히 있을법한 사건, 하지만 약간

의 오해도…

학생이 말한 단과대 행정실은 5시까지

행정실의 컴퓨터를 끄지 않는다. 이는 5

시가 되어서도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증명서 발급 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퇴근시간이 되어도 컴퓨터를 켜

둔다.

무엇보다 단과대 행정실 담당자가 5시

전에 퇴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이 말한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단과대 행정실에는 담당자 이외에 인

턴직원이 함께 근무하다보니 잠시 화장실

등으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동안 학생

이 말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이외에도

여러 가능성이 있다. 이전보다 더 섬세한

자세로 학생들이 부담없이 행정실을 이용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난방가동

부탁해요

요즘 대낮에도 쌀쌀해졌는데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난방기를 가동했으면 한

다. 본관 담당 부서에 전화해보니 12월 1

일부터 가동시킨다고 한다. 학생들이 방

학하고 없을 때 가동하면 무슨 소용인가.

추위에 떨며 공부하지 않도록 난방을 가

동해줘야 할 것 아닌가.

권오민(초등특교·07)

A. 가장 추운 아침과 밤에는 난방 가동

실시

본관 담당 부서에서 연락 받은 대로 난

방은 다음달 1일(토)부터 가동된다. 그러

나 큰 일교차로 인해 아침과 밤에는 오후

와는 다르게 바깥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

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에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침 8시 30분부

터 10시까지 그리고 야간에는 난방을 가

동시키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대학

당국의 답변을 들어봤다. 학생들은 교내

구성원으로서 건의사항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또한 “학생이 행복한 대학”

이라는 비전이 빛을 발하게 하기 위해서

라도 학생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요구하고

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권리는 스스로

지킬 때 보장받는 법이다. 마냥 언젠가 알

아서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만 가지고

불평을 하기보다는 요구하고 싶은 바를

당당하게 전달하자. 또한 대구대신문도

우리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매체다. 여러

분들의 용기 있는 한마디를 기대해본다.

황래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초롱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 VOICEYE NOTE ●

학교를 향한 당신의 ‘ 쓴 소리’ 를 외쳐라!

1. 대구대신문의 존재감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나?

어디에 신문이 배포되어 있는지 잘

모른다. 우리 대학 신문은 서너 번 읽어

봤다. 신문사가 대학 어딘가에 있을 거

라고는 생각하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2. 대학언론이 점점 축소되고 폐간되

는 학교가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나?

학생들이 대학언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솔직히 교내

언론기관이 큰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

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다.

지금 방송국에 소속되어 있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신문사와 입장이 비슷한 만

큼 객관적으로 신문이 폐간되는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

나 일반학생의 입장이라면 솔직히 관심

이 없을 것 같다. 폐간되더라도 그냥 없

어졌나보다 할 것 같다.

3. 대학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

각하나?

제일 중요한 건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잘잘못을 정확하게 취재하

여 학생들에게 낱낱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우리 대학신문은 정론을 유지하는

등 대학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특정 사안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릴

경우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확인과 증

거확보 등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약간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

다. 그리고 기사내용은 괜찮지만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부족함이 있

는 것 같다.

5. 우리 대학신문의 유익한 점은?

유익한 점을 들기보다 비판을 하고

싶다. 대학신문이라고 하면 학생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실제

로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

할 만한 것은 없고 기존의 식상한 정보

들만 기사화되는 것 같다.

6. 내가 대학신문 기자라면 꼭 해보

고 싶은 활동은?

신임이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고 싶다. 신임이사가 투명한지 우리 대

학을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취재를 해 보고 싶다.

7. 대구대신문사에 바라는 점은?

신문이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가 신

문이 비치된 위치가 한정되어 있어 학

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1학생회관에만 특히

많이 비치된 것 같은데 보다 다양한 장

소에 비치하면 어떨까?

권미성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홍혜진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불만사항이나 건의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어떻게 이를 전달해야 할지 몰라 혼자

삭이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게 보통이다. 대구대신문사는 이처럼 비호인들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모아 대학 당국에 전달하고

그 답변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대구대신문에 바란다

“학생들을 위한 눈에 띄는 신문사가 되어주길”

박미경(신문방송·12)

Page 5: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횡단보도를

둘러

풍경들이

수상하다

신호등

사내는

일어난

일을

숨기려는

어두운

액정

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가로수처럼

꼿꼿이

서있던

가드레일들은

허리가

굽어있는

꼽추가

되어있다

모두가

햇빛아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도로

구석에서는

신발

짝이

잃은

낙엽처럼

아스팔트

위를

굴러다닌다

얼마나

많은

속도에

부딪히며

하루를

버텨왔는지

곳곳에

새겨진

스키드마크는

지난

밤,

신발이

버텨온

시간들을

흑백으로

상영한다

신발을

신고

횡단보도를

건넜을

사내

잔뜩

헐거워진

신발의

모습

속에서

피어오른다

어쩌다

신발이

사내의

발을

떠났는지

모두들

알면서도

모르는

입을

다물고

있다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신호등

사내처럼

사내와

그의

신발을

도로

위에

방치한

누군가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밤의

흔적처럼

미처

수거되지

못한

사내의

신발만이

여전히

도로

위를

방황한다

귀신소리를

따라

우는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선산

나뭇가지마다

어룽어룽

피어나는

몸속에

불길한

꽃말을

키우시던

할머니의

등성이에

주목나무

푸르른

잎사귀가

향내를

풍기고

있다

양철대문

잿빛

슬레이트

철공소에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홍합의

속살처럼

전국 고교문예현상공모 수상작품

제42회

•시 최우수 : 나른한 임종(김정하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3) •시 우 수 : 울음전령사(과천여자고등학교·3) | 꽃피는 이불(이민주 인천여자고등학교·3)•시 장 려 : 담(엄지현 숙명여자고등학교·3) | 얼음(김용식 고양예술고등학교·2)•소설 최우수 : 매듭을 푸는 방법(김주원 풍암고등학교·2) •소설 우수 : 귀가(이일중 고양예술고등학교·2) | 콜라, 마시다(기명리 숭일고등학교·3)•소설 장려 : 나는 달린다(임성호 상문고등학교·2) | 바이-시클(김지민 고양예술고등학교·2)

● VOICEYE NOTE ●

Page 6: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신호등

사내처럼

사내와

그의

신발을

도로

위에

방치한

누군가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밤의

흔적처럼

미처

수거되지

못한

사내의

신발만이

여전히

도로

위를

방황한다

귀신소리를

따라

우는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선산

나뭇가지마다

어룽어룽

피어나는

몸속에

불길한

꽃말을

키우시던

할머니의

등성이에

주목나무

푸르른

잎사귀가

향내를

풍기고

있다

양철대문

잿빛

슬레이트

철공소에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홍합의

속살처럼

그는

벌건

불빛

앞에서

타오르고

있다

녹슨

부스러기

가루를

만지며

굵고

딱딱하고

거친

손가락으로

내리쬐고

있다

얼굴이

검은

사내가

목욕을

한다

수도꼭지를

틀자

콸콸,

불행한

모국어가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소통하지

못한

몸뚱이가

벌거벗겨진

치욕을

씻는

중이다

말라비틀어진

비누처럼

이국의

구름에선

향기가

나지

않는다고

닦고

조이던

젖은

나사들이

사내의

머릿속을

아프게

찔러온다

*

하이

조,

하이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작은

카오나무

푸른

이파리

그늘로

자라는데

● VOICEYE NOTE ●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고교문예

식탁위에

오랫동안 먹지 않은 식빵이

햇빛을 바라보며 누워 있다

말라 푸석푸석해진 식빵

할머니 살갗처럼 볕에 쪼그라드는 중이다

말갛던 몸에서 거뭇해진 몸으로

작아져만 가는 어깨를 펴고

할머니가 오랫만에 마당에 나와 앉아 계신다

식빵처럼 햇빛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

손등 위에 검버섯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곰팡이가 피어나는 건포도처럼

자꾸만 번지는 검버섯

주위엔 날파리들이 우글거린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휘, 저으며 방 안으로 들어 가신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어둠을 등지고

썩은 식빵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고요한 집 안

저녁이 온 줄도 모르고

할머니는 방 안에 누워 곰팡이 꽃이 핀 살갗을 품고 계신다

문에 기대어 있던 지팡이

빵 부스러기처럼 툭, 넘어간다

저 멀리 어둠이 아스라히 오고 있다

수도 없이 흘렸을 눈물과 땀방울들, 저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울음시위를 멈출 줄 모른다

그 소리로 숲은 열매들을 익히며 달아오른다

자동차경적에 더욱 소리를 높이는 매미들

피가 맺히도록 운다 더욱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종일 종합청사를 넘나들며

제발 숲을 철거하지 말아달라고

매용, 매용, 매용, 산 떠나가라 운다

장마를 알리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와서인지

오늘따라 더욱 거칠게 울음시위를 하는 매미들

이 밤, 청사 앞 가로수에서 연좌데모다

정부청사 앞,

은행나무는 매미소리로 몸살을 앓는다

그 소리에 새들도 놀라 달아나고

지나가던 구름도 내려올까 말까 한참을 멈칫거린다

뙤약볕 속에서 늦은 밤까지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 저 울음의 전령사들은

숲이 헐릴까봐, 철거반대 피켓만 높이 흔들고 있다

어쩌면, 이 숲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푸른 하늘을 맘껏 헤엄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을 어둠에 갇혀 살아야만 했던가,

오랜 동굴에서 뛰쳐나와 숲을 훨훨 날아오르기까지

나른한 임종

김정하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울음전령사

정홍주 (과천여자고등학교 3학년)

제가 대구대 전국고교문예작품공모전 시부문에서 최우수라니, 꿈만 같습니다. 우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도 대구대랑 인연이 닿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저는 친구들과 책방에 들러 소설을 읽기 좋아했습니

다. 하지만 낮은 성적으로 전문계고에 진학하게 되었고, 매사 기록하는 습관을 지닌 계기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꿈을 찾았습니다. 그 노력의 뒷받침에는 항상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제가 입상을 하지 못할 땐 괜찮다며 다독여주시

고, 자만을 할 때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채찍질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선생님들의 끊임없는 격려와 제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신 현진언니 또 늘 용기를 복돋아준 친구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로 오

롯이 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시로 인해 정신없는 와중에 듣게 된 수상소식은 다시금 힘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울음전령사’

라는 작품은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날, 청사 앞에서 데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모습이 마치 육년간의 기

다림을 지나 맘껏 울어보는 매미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울음전령사’를 쓰며 매미들의 짧은

생애와 우리들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다시금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인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보고, 듣고, 써서 오

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는 부

모님과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김정하

정홍주

Page 7: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작은

카오나무

푸른

이파리

그늘로

자라는데

컴컴한

수채구멍이라도

따라가

고래처럼

엎드려

있다면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듯

홀로

몸을

씻는

순간은

얼마나

길인가

잘린

검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내일에선

벌써부터

악취가

나고

호랑지빠귀의

소스라침을

따라

짙은

향불

흔들리고

할머니

마당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흐릿한

발자국

따라

붉은

조등의

그림자가

기운다

할머니

시집

오셨다는

원앙금침

누에고치

꽁무니를

따라

고운

매듭을

짓던

실오라기에는

아직

할머니

온기가

빼곡히

차있다

반듯하게

쪽진

머리를

쪽거울에

비춰보시던

할머니

머릿니들은

할머니

하지

못했던

말씀

위로

새하얀

서캐의

싹을

가득

뿌린다

할머니가

남긴

주목나무를

물려받은

아버지는

하얀

머리카락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호랑지빠귀보다

구슬프게

지저귀는데

비단

위에서

잠을

청하던

누에고치의

버릇처럼

새하얀

무명천에

겹겹이

쌓여

할머니

작은

추임새도

없이

공중에서

어지는

가풍을

본다

산들바람을

타고

하늘에

적조를

● VOICEYE NOTE ●

고교문예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장롱 제일 낮은 곳에 눌러 있던 목단이불,

강철과 같은 시간을 몸 속에 저장한 채

반짇고리 정리를 하던 할머니 무릎에 올려졌다

이불에서 오래된 바람이 튀어 나왔다

집안은 곰팡이 낀 묵은 내가 진동하고

테이프로 칭칭 목을 감은 선풍기를 튼다

덜덜덜 넘어질듯 방안을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이불을 품고 있던 시간들도 사방으로 퍼진다

할머니의 반짇고리가 열리고

저희들끼리 먼지를 묻힌 솜들이

익숙한 손을 탄다

한 땀 한 땀 손길이 지나갈 때 마다

서서히 꽃봉오리를 보이는 이불

곰팡이 낀 먼지가 베란다에 가득하고

할머니는 미소를 짓는다

처음 이 집으로 왔을 때의 모란 꽃으로 웃는다

아직 닫히지 않은 반짇고리도

꽃배가 되어 오래도록 출렁인다

꽃피는 이불

이민주 (인천여자고등학교 3학년)

소비 사회가 인간의 무의식을 상품의 교환 가치로 전

락시키는 동안, 현대인은 기억과의 소통마저 소비를 통해

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자신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해관계를

통해서만 소통이 되는 요즘, 시를 쓴다는 사실은 어쩌면 과잉의 시

대에 잉여의 가치로 전락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을 참 아끼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번잡하게 떠들어대는 것이

피곤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버린 시절이 되기도 했거니와, 불필

요한 말을 삼가면서 몸을 아끼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의 방편

이다.

가을이 되자 꿈속에 바다가 자주 나타난다. 어느 순간 무심결에

세상이 환하게 열리고 빛의 농담(濃淡)이 투명하게 변하면서 고향

먼 바다의 빛이 던져져 온다. 그것이 꿈까지 따라와 자꾸 겨드랑이

를 간질이는 것을 보면, 고향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드리지 못하는 것을 반대로 책망하는 듯하다. 가을이 오고 이렇듯

다시 세상이 투명해지면 여지없이 가을 고향 바다로 향하고 싶은

마음에 주위가 산만해진다. 가을빛은 사람을 그렇게 집요하게 흩

뜨려 놓는다. 그 햇살이 말갛게 도드라지는 요즘 이번 “제42회 대

구대학교 전국 고교생 문예작품” 심사는 나를 10대의 그 말캉말캉

했던 불어 터진 추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시가 과잉 경쟁의 시대에 잉여의 가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

을 거세게 저항이라도 하듯이 이번 응모작들은 여기저기에서 수

작이 돋보인다. 요즘의 10대 들이 경쟁의 틀 속에 갇혀 기계처럼

산다고 하지만 이 응모작들을 보면 여전히 이 응모자들의 민감한

세상보기가 드러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성세대 시인들이 부리는 언어의 방식을 그대로 모

방하거나, 자신들의 경험 밖 이야기를 너무 자극하여 추상적 글쓰

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모작 총 687점 중 이러한 이유로 작품

들을 제외하고 총 10작품 중 다시 5섯 작품을 추려 심사를 진행하

였다. 우열을 가리기는 함들었으나 김정하의 <나른한 임종>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특별한 것 없는 ‘식빵’을 ‘할머니’

에 비유하여 고도의 상징성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최

우수작으로 선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울

음 전령사>와 <꽃피는 이불>은 두 시다 도시의 풍경과 집 안 장

롱 속 이불을 모티브로 하여 지나치기 쉬운 우리의 농밀한 세상 이

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장려

작 <담>과 <얼음> 다소 언어적 표현이나 글의 전개가 추상성을

보이고 있으나 보다 더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수상을 결정하였다.

다만 본심에 올라온 오유경의 <유전의 역사>는 화자와 어머니의

관계를 소설처럼 이야기를 구성하고 세밀하게 묘사고 있다는 점

에서 뛰어난 작품이나 보다 더 좋은 글을 기대하면서 수상에서 아

껴두기로 했다.

수상자 모두에게 심심한 축하의 말을 대신하며, 응모자 모두의

소중한 작품과 이야기들이 인문학의 몰락을 이야기 하는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강민건(대구대 영어교육과 교수)

시심사평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아니면 입시 탓인지 몸과 마음

이 잔뜩 웅크러져 있던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난

데없이 들려온 호루라기소리처럼, 대구대학교에서 보내

온 입상 문자는 온몸을 ‘찌릿’하게 했습니다. 저는 문학

작품을 대할 때 어떤 것으로도 대체 할 수 없는 경이로움

을 느낍니다. 또한 자유로운 사고, 어떤 외적인 목적에

구속되지 않고 제가 유추해낼 수 있는 가장 정갈한 언어

로 ‘창조자’의 욕망을 실현해낼 수 있기에 문학을 합니

다. 앞으로도 진정성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감동이라는

떨림을 주는 글을 쓰겠습니다. 이 상이 빛나도록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 시를 읽어주시고 좋

은 평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요즘 매일매

일 싸우다시피 하는 엄마,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두 여자 싸움에 항상 제 편이 되어 주시는 아빠 사랑합니

다. 끝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손녀를 위해 시간을 맞춰

항상 마중을 나와 주시는 할머니께 이 상을 드립니다.

이민주

Page 8: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신호등

사내처럼

사내와

그의

신발을

도로

위에

방치한

누군가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밤의

흔적처럼

미처

수거되지

못한

사내의

신발만이

여전히

도로

위를

방황한다

귀신소리를

따라

우는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선산

나뭇가지마다

어룽어룽

피어나는

몸속에

불길한

꽃말을

키우시던

할머니의

등성이에

주목나무

푸르른

잎사귀가

향내를

풍기고

있다

양철대문

잿빛

슬레이트

철공소에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홍합의

속살처럼

그는

벌건

불빛

앞에서

타오르고

있다

녹슨

부스러기

가루를

만지며

굵고

딱딱하고

거친

손가락으로

내리쬐고

있다

얼굴이

검은

사내가

목욕을

한다

수도꼭지를

틀자

콸콸,

불행한

모국어가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소통하지

못한

몸뚱이가

벌거벗겨진

치욕을

씻는

중이다

말라비틀어진

비누처럼

이국의

구름에선

향기가

나지

않는다고

닦고

조이던

젖은

나사들이

사내의

머릿속을

아프게

찔러온다

*

하이

조,

하이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작은

카오나무

푸른

이파리

그늘로

자라는데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고교문예

1

공사 현장은 분주했다. 노인은 상가

건물 밑으로 늘어진 그늘 속에서 현장을

지켜보았다. 인부들이 타일 한 무더기를

등에 지고 이리저리 쏘다녔다. 바닥을 내

딛는 발걸음 사이로 흙먼지가 피어올랐

다. 거대한 레미콘이 현장 옆에 섰다. 레

미콘을 본 인부들은 더욱 서두르며 인도

의 타일을 벗겨냈다. 타일이 뽑혀간 곳에

는 잿빛의 삭막한 맨 땅이 드러났다. 타일

밑에서 석회 가루와 뒤섞인 채 수년 동안

썩어 온 토양이었다. 노인은 저런 흙에서

는 풀 한포기도 자라지 못할 거라며 끌끌

혀를 찼다. 레미콘에서 길쭉한 관이 땅을

겨냥하며 내려왔다. 관에서 걸쭉한 콘크

리트가 쏟아져 나왔다. 노인의 눈에 빛이

맴돌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

문에 콘크리트는 금세 차올랐다. 제 할 일

을 마친 레미콘은 관을 끌어 올리고 다시

도로로 빠져나갔다. 밀대를 쥔 인부들이

콘크리트 주변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콘

크리트를 평평하게 밀기 시작했다. 울퉁

불퉁했던 콘크리트가 어느 새 갯벌의 표

면처럼 매끄러워졌다. 노인의 옷깃이 땀

으로 축축하게 젖어갔다. 날씨가 더웠지

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노인은

초조한 듯 연신 양 손을 꼼지락거렸다.

“밥 먹고 합시다.”

반대 쪽 공사 현장에서 작업반장처럼

보이는 남자가 소리쳤다.

인부들이 하나 둘 현장을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부가 ‘ 공사중 출입금

지’ 라 적힌 피켓과 차단 줄을 세워뒀다.

피켓을 세운 인부는 일행들을 놓칠세라

곧바로 뛰어갔다. 현장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은 콘크리트가 있는 쪽

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에서 보니 군

데군데 기포가 올라온 콘크리트가 마치

늪지대처럼 보였다. 노인은 주름 진 손가

락으로 매끈한 콘크리트를 살짝 눌러보

았다. 콘크리트는 아직 굳지 않았다. 노인

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

다. 노인은 콘크리트 위에 오른손을 올렸

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무게를 실었다.

노인은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로 손을 천

천히 들어올렸다.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새겨졌다. 노인의 오른손을 상징하는 지

표였다. 노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곤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누가 볼 새

라 손을 얼른 뒷짐에 감췄다. 현장을 떠나

간 인부들처럼 노인도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2

노인은 집까지 쉬지 않고 뛰어왔다.

남들 눈엔 빠른 걸음에 불과한 속도였겠

지만 여든을 바라보는 노인에겐 그것마

저도 벅찬 일이었다. 한 여름의 무더위와

뜀박질로 노인의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노인은 바짝 마른 목구멍으

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노쇠해버린 폐

가 다시 숨을 고르게 하는 데에는 많은 시

간이 걸렸다. 거실에서 마늘을 다듬고 있

던 며느리가 노인을 바라보았다. 며느리

는 마늘 꽁다리를 썰다 말고 노인에게 잔

소리를 했다.

“어머 아버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흙

먼지에, 땀에……. 손은 또 왜 그렇게 더

러우세요. 참, 날씨도 더우셨을 텐데.”

경어를 사용할 뿐, 며느리의 태도는

손자가 놀이터에서 놀다 무릎을 다쳐서

돌아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인

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보다

두 배는 더 살았을 노인에게 무슨 일이 있

을 때마다 시시콜콜 묻고 충고하려드는

기센 며느리였다. 아무리 늙은 노인네라

하더라도 살다보면 땀도 흘리고 숨도 차

는 일이 있기 마련이거늘, 며느리는 그런

사소한 것 하나 넘어간 적이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지금 씻을 테니 보

일러 좀 켜 놓아라.”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하고 욕실로 들

어갔다. 며느리는 보일러를 켜놓고 다시

쭈그려 앉은 채 마늘을 손질했다.

노인은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에 비

친 노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드리

워져 있었다. 가족들 앞에서는 거의 보여

준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욕실은 노인을

가장 진솔하게 만드는 묘한 공간이었다.

거울 속의 자신과 대면하는 공간. 하지만

그런 욕실에서도 노인이 자신의 이런 표

정을 본 것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노인은 시멘트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손을 훈장인 것 마냥 만지작거렸다. 동네

곳곳에 수많은 흔적들을 남겨왔음에도,

오늘처럼 강렬한 흔적을 남긴 것은 처음

이었다. 레미콘이 떠나는 걸 두 눈으로 똑

똑히 봤으므로 노인은 안심할 수 있었다.

식사 한 끼에 현장의 모든 것을 놓고 가버

린 인부들이 겨우 손바닥 자국 하나를 메

우려고 다시 고생 할 리도 없었다. 아마

수년 후, 운이 좋으면 수십 년 후 또 다른

보수 공사가 있을 때까지 노인의 손바닥

자국은 그곳에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그

길목은 노인의 주된 산책 코스였으므로,

매일 노인은 그 손바닥 자국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킬 것이다.

노인은 아쉬운 마음으로 세면대에 물

을 틀었다. 굳은 지 오래인 콘크리트는 잘

떨어지지 않았다. 노인은 손에 비누를 묻

히고 수압을 최대로 올렸다. 대부분 씻겨

나가긴 했지만, 아직도 지문 틈새 마다 콘

크리트 찌꺼기가 끼여 있었다. 노인은 손

톱을 세워 손바닥을 벅벅 긁어댔다. 그제

야 깨끗해진 손을 확인한 노인은 물을 잠

갔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오늘의 모험을

회상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영웅처럼 보였다. 노인은 거울에 더 가까

이 다가섰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노인의

주름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길게 패여

있는 주름을 따라 자신의 얼굴을 차근차

근 훑어보았다. 영웅은 보이지 않고, 성질

이 고약해 보이는 노인만이 거울에 비쳐

있었다. 들떠있던 기분이 금세 가라앉았

다. 노인의 얼굴 가죽도 더 축 늘어진 것

만 같았다. 중력은 쉬지 않고 노인의 살가

죽을 내려 당기고 있었다. 노인은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 동안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문득 머릿속

에 한 가지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뭐하던 중이었지?”

노인이 조용히 읊조렸다.

3

며느리는 마늘을 들고 저녁을 준비하

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 된장국 냄

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노인은 그 틈을

타 냉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혹

시 모를 불청객을 대비하여 방문을 잠갔

다. 노인은 장롱을 열었다. 맨 밑에 박아

둔 겨울용 이불에 손을 깊숙이 넣었다. 몇

번을 뒤적거리다 손을 빼니 작은 수첩이

딸려 나왔다. 수첩의 스프링 끝에는 볼펜

을 묶어놓은 가름끈이 달려있었다. 볼펜

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가 발명한 물건처럼 보였다. 노인은 수첩

을 들고 방 한 가운데로 가 쭈그려 앉았

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노인

은 단순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낙관을 새기고 있는 장인처럼 보

였다. 메모의 내용은 이러했다.

8월 13일

용석 치과 앞 인도 보수 공사 현장/ 손

바닥 자국

노인은 볼펜을 스프링 사이에 끼워두

고 종이를 한 장씩 앞으로 넘기며 지난 메

모들을 훑어보았다. 위의 메모와 비슷한

식으로 수첩엔 날짜와 장소, 그리고 어떠

한 흔적들의 기록이 날짜순으로 나열되

어 있었다. 노인은 수험생이 시험공부를

하듯이 과거의 흔적들을 복습했다.

‘ 1월 23일, 하나 슈퍼 앞 평상에 내 이

름. 2월 5일, 공원 화장실 두 번째 칸 벽에

나와 아내의 생일. 2월 16일, 집 앞 전봇

대 정중앙에 내 모교. 2월 21일, 아파트

단지 입구 쪽 벤치에 아내의 세례명. 2월

28일…….’

“아버님, 진지 드세요.”

문 너머로 화통을 삶아 먹은 며느리의

외침이 노인의 귀를 쑤셨다. 되뇌던 흔적

들은 백사장 위에 그려놓은 글씨처럼 너

무도 쉽게 지워졌다.

“아버님, 상 다 차렸어요.”

눈치 없는 며느리가 노인을 보챘다.

“알았다. 간다, 가!”

노인은 잔뜩 신경질을 부리며 대답했

다. 불같은 호령에 늘 당돌하기 일쑤였던

며느리도 기가 한풀 꺾였다. 며느리는 무

엇 때문에 노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화가 가시지 않은 노인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망할 년…….”

노인은 수첩을 다시 겨울용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

4

노인이 방문을 열고 나오자 때마침 아

들이 들어왔다. 현관에서 구두소리가 들

려왔다. 어디에 틀어박혀 있었는지 보이

지도 않던 손자가 제 아비 온 소리에 모습

을 드러냈다. 밥 먹으라 그렇게 보채던 며

느리도 이제 노인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제

남편을 마중했다. 노인이 집에 들어왔을

때완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노인은 한 발

짝 떨어져 이들을 지켜보았다. 축 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화목한 가족의 풍경이 들

어왔다. 노인도 분명 그 가족의 일원일 터

였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퍼즐에 노인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노인은 그저 남은

퍼즐 한 조각일 뿐이었다.

노인이 먼저 첫 술을 떴다. 물기가 많

은 밥알이 목구멍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

고 입안에 남아 오랫동안 굴려졌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며느리의 밥은 너무 질었

다. 노인은 밥을 넘기기 위해 된장국 한

술을 떴다. 이미 코에 익은 듯 된장 내는

구수하지 않았다. 숟가락을 입에 문 노인

은 하마터면 그대로 뱉어버릴 뻔 했다. 된

장국이 너무 짰다. 짠 맛을 무척이나 싫어

하던 노인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진작 며

느리에게 한소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

인은 쉽사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노인

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족은 아무렇지도

않게 국을 푹푹 뜨며 잘 먹고 있었기 때문

이다. 아들은 한 술 더 떠서 “오늘 된장국

간이 제대로 되었는데?”라며 소금국에

찬사를 보냈다. 노인은 짜지 않은 된장국

을 끓이던 아내가 그리워 졌다.

5

매듭을 푸는 방법

김주원 (풍암고등학교 2학년)

● VOICEYE NOTE ●

Page 9: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신호등

사내처럼

사내와

그의

신발을

도로

위에

방치한

누군가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밤의

흔적처럼

미처

수거되지

못한

사내의

신발만이

여전히

도로

위를

방황한다

귀신소리를

따라

우는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

선산

나뭇가지마다

어룽어룽

피어나는

몸속에

불길한

꽃말을

키우시던

할머니의

등성이에

주목나무

푸르른

잎사귀가

향내를

풍기고

있다

양철대문

잿빛

슬레이트

철공소에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홍합의

속살처럼

그는

벌건

불빛

앞에서

타오르고

있다

녹슨

부스러기

가루를

만지며

굵고

딱딱하고

거친

손가락으로

내리쬐고

있다

얼굴이

검은

사내가

목욕을

한다

수도꼭지를

틀자

콸콸,

불행한

모국어가

쏟아져

나온다

오늘도

소통하지

못한

몸뚱이가

벌거벗겨진

치욕을

씻는

중이다

말라비틀어진

비누처럼

이국의

구름에선

향기가

나지

않는다고

닦고

조이던

젖은

나사들이

사내의

머릿속을

아프게

찔러온다

*

하이

조,

하이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고교문예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3년 전 노인의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

가족들은 그저 아내의 건망증이 조금 잦

아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매

가 기억을 좀 먹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

로 빨랐다. 자신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

지 묻던 아내가 한 달쯤 지나니 물건의 이

름을 묻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나니 욕실

을 물바다로 만들거나 냄비를 태워먹는

일도 종종 생겼다. 그때까지도 노인과 아

내는 그 일들이 치매의 증상이란 것을 전

혀 눈치 채지 못했다. 평생 티브이를 끼고

살았던 노부부에게 치매는 현실이 아니

라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오빠.”

치매의 진행속도가 거의 절정에 이르

렀을 때, 아내는 갑자기 노인을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이 담긴 애칭 따위

가 아니었다. 아내는 노인을 수십 년 전

전쟁 통에 잃어버린 진짜 친오빠로 여겼

다. 그제야 비로소 모든 일들이 치매의 전

조였음을 깨달은 노부부는 당장 병원부

터 찾아갔다. 하지만 현실의 의사도 드라

마 속 의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사는

미리 짜놓은 대본을 그대로 읊었다.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치료는

…….”

치매가 죽을병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

인의 아내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

처럼 절망했다. 이따금 씩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노인의 애간장을 태웠다. 노인

의 아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 아무것도

기억하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

웠다. 노인 역시 아내의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날이 지날수록 아내의 치매는 악화되

었다. 노인이 여보에서 오빠로 불리는 일

이 잦아졌고, 아내가 제정신을 되찾는 일

은 점점 드물어졌다. 간혹 아침에 노인이

눈을 뜨면 화장품에 범벅이 되어 모자란

웃음을 짓는 아내가 보이기도 했다. 나사

가 반 쯤 풀린 상태의 아내는 어린아이처

럼 툭하면 울어 재꼈고, 제정신으로 돌아

왔을 때의 아내도 언제 자신을 잃어버릴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계속 흐느끼기만

했다. 집에서 아내의 울음소리가 떠나는

날이 없었다. 늘 걱정스런 태도로 신줏단

지 모시듯 아내를 간호하던 아들 내외도

점점 지쳐갔다. 아내가 입에 거품을 물며

손자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쥐어뜯은 날,

결국 아들이 노인의 방에 찾아왔다.

“이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노발대발하며 아들을

꾸짖었다. 어떻게 아픈 어머니를 모시기

는커녕 요양원에 갖다버릴 생각부터 할

수 있냐고, 그러고도 네가 자식이냐며 아

들을 몰아붙였다. 아들은 섣불리 대답하

지 못했다. 잠시 동안 무거운 정적이 흘렀

다.

“죄송합니다.”

아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노인의

방에서 나가버렸다.

한동안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눈앞에 있는 늙은 여자를 제 아내

로 여기지 않았다. 진짜 아내는 자신을 오

빠라 부르지 않을뿐더러 저렇게 맹한 눈

빛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노인은 생각했

다.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노인은 초조해

졌다. 아들 내외는 아내를 요양원에 보낼

만한 건수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있

었다. 아내는 자신이 이토록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 안

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했다. 이따금 씩 벽지를 뜯거나

속옷을 입은 채 대소변을 보기도 했다. 노

인이 외출이라도 하는 날, 아내는 오빠를

애타게 부르며 온 집안을 헤집어놓았다.

홀로 아내의 뒤치다꺼리를 했던 며느리

는 노인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노인

몰래 제 시어머니에게 악을 질렀고, 밤낮

으로 주변 요양원에 전화를 하여 언제든

지 입원 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

를 끝내놓았다. 아내는 그런 며느리에게

반감이 들었는지 며느리가 아끼는 화분

들을 전부 바닥에 내동댕이쳐 박살냈다.

그 날 며느리는 노인에게 찾아가 이렇게

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한바탕 울음판을

벌렸다. 결국 노인은 며느리를 위해 아내

의 허리에 안방 문고리와 연결 된 끈을 매

달았다. 하지만 아내를 기다리는 일을 포

기한 것은 아니었다. 노인은 언젠가 저 빈

껍데기 같은 몸에 다시 아내가 돌아올 것

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며느리가 베란다를 다시 새 화분들로

채웠을 무렵, 햇볕은 따가워지고 본격적

으로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위에 지친 노

인의 아내는 거실 바닥에 늘어져 잠을 자

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 온 평화였다.

집에는 노인과 아내밖에 없었다. 노인은

한시름을 놓으며 안방의 티브이로 바둑

채널을 보았다. 아내가 치매에 걸린 후 유

일하게 노인이 즐길 수 있었던 여가 활동

이었다. 노인은 혹시라도 티브이 소리에

아내가 깰까봐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마침 노인이 좋아

하는 선수의 대국이 막 시작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나고 경기는 막상막하의 상

황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팽팽

한 한 수들이 이어지고, 결국 노인이 좋아

하던 선수가 패착을 두게 되었다. 그 순간

아파트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노

인은 황급히 방문을 열어젖혔다.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허리를 감쌌을 끈

이 풀려있었다. 열린 베란다에서 바람이

불어들었다. 노인은 베란다 쪽으로 떨리

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비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 ‘구급차 불러, 어

떡하면 좋아, 몇 층에서 떨어진 거지?’ 따

위의 불안한 대사들이 노인의 귓구멍을

후볐다. 베란다 창문 너머로 노인이 고개

를 내밀었다. 인도에 익숙한 옷가지가 보

였다. 노인의 아내였다. 아내의 머리 주변

이 새빨간 피로 지저분했다. 늘 헝클어져

있던 하얀 머리칼이 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쓰려졌다. 노인은 풀려있는 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치매에 걸린 아내는

그 끈을 푸는 방법을 몰랐다. 아내는 제정

신이 돌아온 상태에서 베란다 너머로 몸

을 내던진 것이었다. 아내는 치매에 걸린

지 겨우 1년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6

먼저 아내를 떠나보낸 노인에게 반년

전부터 치매의 초기증상들이 보이기 시

작했다. 노인은 그 날부터 한동안 잠도 제

대로 잘 수 없었다. 노인을 괴롭혔던 끈에

묶인 아내의 잔상들이 어느 새 자신의 모

습으로 바뀌어있었다. 밤새 노인은 허리

춤에 느껴지는 끈의 압박감으로 괴로워

했다. 노인은 결심했다. 자신은 절대 아내

처럼 비참한 삶을 살지 않을 거라고. 그때

부터 노인은 훗날에 대해 온갖 변수를 생

각했다. 그 결과, 자신이 치매에 걸렸단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면 분명 요양

원으로 보내질 것이란 걸 깨달았다. 치매

노인을 요양원에 보내지 않을 시 어떤 일

들이 생기는지는 아들 내외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노인은 어떻게든 치매를 극

복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치매를 들켜서

는 안됐다.

7

오늘도 노인은 길을 나섰다. 평소에

자주 거닐던 길목을 따라 어딘가에 자신

의 흔적을 남겨야만 했다. 웬만한 곳에는

이미 흔적을 남겨놓았기 때문에 딱히 머

릿속에 떠오르는 장소가 없었다. 노인은

일단 흔적들을 직접 찾아가기로 생각했

다. 수첩은 집에 있었지만 매일을 암기하

다시피 읽어놓은 터라 흔적들을 찾는 데

별 무리는 없었다. 노인은 공원을 향해 발

걸음을 옮겼다.

공원은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인은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빠지지 않고

확인했다. 벤치와 가로등, 심지어 호수 옆

느티나무에 새겨진 흔적까지 노인은 정

확하게 기억해서 찾아갔다. 노인은 공원

화장실로 들어갔다. 메모대로 라면 두 번

째 칸 벽에 노인과 아내의 생일이 적혀있

어야 할 것이다. 문을 열었다. 벽 중간쯤

에 두꺼운 유성 펜으로 적힌 숫자들을 보

며 노인은 만족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기

가 느껴졌다. 묘한 위화감이 노인의 몸을

감쌌다. 생일은 분명 적혀 있었지만, 노인

의 기억 속에 이런 숫자를 적어 넣은 장면

은 없었다. 날짜마저도 이게 진정 자신의

생일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낯설게 느

껴졌다. 자신의 흔적을 찾으러 온 느낌이

아니었다. 벽에 남겨진 건 노인에게 익숙

한 것들이어야 했다. 노인은 마치 숫자라

는 생전 본 적도 없는 낯선 보물을 찾으러

온 듯한 기분이었다.

왠지 꺼림칙해진 노인은 재빨리 화장

실에서 나왔다. 공원의 풍경이 이상했다.

처음 와보는 곳도 아닌데 딱히 시선을 둘

곳이 없이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노

인은 방향을 찾고 있었다. 미간이 점점 구

겨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기억

나지 않았다. 노인은 입으로 숨을 쉬기 시

작했다. 나무들이 점점 일그러졌고 지나

가는 사람들은 아지랑이처럼 정신없이

흔들렸다. 노인은 토기를 느꼈다. 오늘 먹

은 점심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결국 노

인은 그대로 바닥에 구토를 했다. 눈물과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노인은 짧

은 신음소리를 내며 속을 게워냈다. 사람

들이 하나 둘 노인의 주변으로 모이기 시

작했다.

파출소에서 노인은 멍하니 앉아있었

다. 마주앉은 경찰이 계속 무얼 묻고 있었

지만 노인의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파출소로 들어왔다. 아들은 노

인을 일으켜 차로 데려갔고, 며느리는 잠

시 파출소에 남아 보호자로서의 진술을

했다.

뒷좌석에 앉은 노인은 생각했다. 지금

이 모든 일들이 악몽일 거라고. 노인이 고

개를 들었다. 백미러로 자신을 노려보는

며느리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를 쳐다보

던 그때 그 싸늘한 눈빛과 똑같았다. 노인

은 시선을 피하며 묻지도 않은 말에 제 혼

자 대답했다.

“나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다. 노인은 그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니 이을 말이

없었다. 창문 밖으로 한 요양원 건물이 스

쳐지나갔다. 이미 요양원은 차 뒤편으로

멀어져 갔지만 노인에게서는 멀어지지

않았다. 흐릿한 배경을 뒤로하고 새하얀

요양원 건물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들 내외와 노인

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동력부에

서 울리는 엔진소리와 차체가 가르는 바

람소리도 그저 노인의 주변을 맴돌 뿐 침

묵을 깨진 못하였다.

8

노인은 평소에 잘 쓰지 않았던 컴퓨터

를 켰다. 검색창에 ‘ 치매증상’ 을 적어 넣

었다. 수많은 자료들이 떠올랐지만 노인

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일일이 살펴보

았다. 행여 자신이 놓친 내용이 있지 않을

까 돋보기안경까지 써가며 깨알 같은 글

씨들을 차근차근 읽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자료가 보였다. ‘ 건망증성 기억 상

실과 치매성 기억 상실의 차이점’ 이란 제

목의 글이었다. 노인은 커서를 끌어다가

● VOICEYE NOTE ●

우선 제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신 대구대학교와 대구대 고교문예공모전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말

씀 드립니다. 지금껏 소설을 써오면서 이렇게 기뻤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편 소설로는

두 번째로 완성한 작품이었는데 최우수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선 이 기쁨을 저희 문

학 동아리 SOS의 일원들과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히 작년 대구대 고교문예공모전 수상

자로써 많은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박영준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고교생으로서 문학 활동에 더욱 전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주원

Page 10: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작은

카오나무

푸른

이파리

그늘로

자라는데

컴컴한

수채구멍이라도

따라가

고래처럼

엎드려

있다면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듯

홀로

몸을

씻는

순간은

얼마나

길인가

잘린

검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내일에선

벌써부터

악취가

나고

호랑지빠귀의

소스라침을

따라

짙은

향불

흔들리고

할머니

마당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흐릿한

발자국

따라

붉은

조등의

그림자가

기운다

할머니

시집

오셨다는

원앙금침

누에고치

꽁무니를

따라

고운

매듭을

짓던

실오라기에는

아직

할머니

온기가

빼곡히

차있다

반듯하게

쪽진

머리를

쪽거울에

비춰보시던

할머니

머릿니들은

할머니

하지

못했던

말씀

위로

새하얀

서캐의

싹을

가득

뿌린다

할머니가

남긴

주목나무를

물려받은

아버지는

하얀

머리카락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호랑지빠귀보다

구슬프게

지저귀는데

비단

위에서

잠을

청하던

누에고치의

버릇처럼

새하얀

무명천에

겹겹이

쌓여

있는

할머니

작은

추임새도

없이

공중에서

흩어지는

가풍을

본다

산들바람을

타고

하늘에

적조를

그리는

할머니를

한그

호랑지빠귀의

울음이

선산을

깊게

울렸다

몸속에서도

주목나무

그루가

뒤척이기

시작했다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고교문예

시간은 벌써 자정에 가까웠다. 방구석

에선 오래된 선풍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선풍기

의 머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갔

다. 여섯 평 남짓한 방. 방 한 가운데 남자

가 누워있었다. 그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

었다. 열린 입술 사이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자세였

다. 배가 많이 아프다고 생각했다. 수천

개의 바늘이 남자의 배를 콕콕 찌르는 듯

한 느낌이었다. 통증은 자주 남자를 찾아

왔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게 오거

나 봇물이 터져 나오듯, 한꺼번에 밀려오

기도 했다. 남자는 배를 손으로 움켜쥐었

다. 선풍기 바람이 남자를 머리부터 발끝

까지 부드럽게 흩고 지나갔다. 열린 창문

을 통해 어렴풋이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배가 아팠지만 가

벼운 배탈 정도 여서 화장실 한 번이면 해

결 됐었다. 이번에는 그게 아니었다. 남자

는 계속해서 괄약근에 힘을 줘야했다. 힘

을 풀고 있으면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상

황이었다. 힘없이 누워있다가도 신호가

오면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하

지만 요 며칠 사이에 먹은 것이라고는 콜

라밖에 없어서 늘 시원하게 일을 보지 못

했다. 몸에서 물만 빠져나가는 듯 한 느낌

이었다. 남자가 화장실을 열 댓 번쯤 왔다

갔다 했을 때, 남자는 탈진한 환자처럼 눈

이 퀭하고, 볼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또 신호가 왔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 위에 앉자 참았던

것들이 흘러 나왔다. 휴지로 몇 번이나 쓸

어서 그런지 엉덩이가 따가웠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잠시 평온이 왔다. 하지

만 아직도 속에서는 뭔가 거북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남자는 남은 힘을 모아서 힘

을 줬지만, 엉덩이에선 가스만 좀 세어 나

왔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콜라 때문이다. 남자

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직 불편함은 가시지 않았다. 남자는 기

운이 다 빠진 채로 이불 위로 쓰러지듯 누

웠다. 천장이 빙빙 돌고 있었다. 그 회오

리 속에서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가

쒀준 흰 죽도 떠올랐다. 이렇게 아픈데 간

호해 줄 사람이 없어다는 생각에 남자는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누워서 발을 뻗자, 발끝에 빈 콜라병

이 닿았다. 남자는 발로 빈 콜라병을 밀어

버렸다. 우당탕, 빈 콜라병 몇 개가 쓰러

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이 쓰러지는 소리

에도 남자는 놀라지 않았다. 방안은 이미

콜라병으로 포화 상태였다. 다 마셔 비어

있는 콜라병 보다 아직 열지도 않은 새 콜

라가 더 많았다. 남자의 머리 쪽엔 마침

속이 비지 않은 콜라병들이 놓여 있었다.

꽤 오랫동안 바깥에 둬서 그런지 병의 표

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남자는 콜라를 들어 올렸다. 물방울이

주르륵, 남자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남

자는 콜라를 들고 잠시 주춤하더니, 곧 병

뚜껑을 손으로 잡고 힘껏 돌렸다. 푸시시.

병 내부를 꽉 채우고 있던 탄산이 앞 다투

어 밖으로 나왔다. 그와 함께 콜라에서 하

얀 거품이 솟아올랐다. 거품은 밖으로 조

금 흘러나온 뒤, 다시 병 안에 차분히 가

라앉았다.

‘ 난 콜라를 마실 수밖에 없어.’

검은 액체가 식도로 넘어가면서 목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배의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철문의 경첩부분이 주황색으로 녹이

쓸어 있었다. 끼이익. 오래된 철문이 내는

소리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울렸다. 남자

는 반팔 밑으로 뻗어 나온 팔을 손으로

슥, 문질렀다. 이젠 완전한 여름인데도 불

구하고 새벽의 공기는 차가웠다. 감기에

걸리겠다, 돈도 없는데.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시 모택동 골목길은 매우 복잡했

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남자는 이곳이

버려진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길목

마다 낡아버렸다거나, 부서졌거나, 고장

이나 버린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자

는 그것들을 눈으로 흩으며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남자는 큰 길로 나왔다. 이른 시각에

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손

목에 찬 시계를 흘긋흘긋 쳐다보면서 남

자를 스치듯 지나갔고, 어디에 무슨 뼈가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마른 여자는 자신

의 키만 한 강아지의 목줄을 잡은 채 조깅

을 즐기고 있었다.

길거리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남자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남자의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남

자는 자신이 지나가고서도 뒷통수에 붙

어 따라오는 시선들을 느꼈다. 까만 머리

와 피부색. 잘생겼지만 어딘가 빈티 나는

외모. 커다란 키. 남자는 이젠 그런 시선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덤덤히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건 되도록 피했다. 어떤 아

저씨와 눈을 마주쳤다가 시비를 거는 거

냐며 호되게 혼이 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

이었다. 더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 남자는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남자가 버스에서 내렸다. 시선들은 버

스 문이 닫힐 때까지 그를 따라왔다. 남자

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덤덤해졌다 해

도 언제나 이런 시선은 불편하기 마련이

었다.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귀퉁이가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해가

뜨고 있는 것이었다. 그 옆 하늘에서 까만

점 같은 것이 움직였다. 남자는 하늘을 바

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까만 점은

비행기였다. 멀리서 비행기 한 대가 하늘

을 가로지르며 북쪽으로 날아가고 있었

다.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하얀 구름

길이 생겼다. 비행기가 남자 머리 위를 지

나가면서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남자의

귀을 울렸다. 그 소리는 비행기가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남

자는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 저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있

었으면.’

작은 점에서 더 작은 점으로, 더 이상

비행기가 보이지 않게 된 하늘을 바라보

며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의 고향은 말레이시아였다. 그가

고향에 있었을 때, 한국에 가서 일하면 한

달에 일 년치 월급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집안이 어려웠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몇 년 전, 한국에 왔다. 공항에 막 내

렸을 때 그가 처음 본 한국은 높은 건물들

이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었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무려 63층이나 된다고

하였다.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왠지

이곳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는 확

클릭했다. 단번에 뜨지 않는 창이 답답한

지 노인은 새로고침 버튼을 연신 눌러댔

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창이 떴다.

노인이 모니터 쪽으로 목을 뻗었다. 그래

도 잘 보이지 않는지 노인은 미간을 찌푸

리며 모니터를 쭉 훑었다. ‘ 건망증성 기

억상실은 그 사건과 관련된 힌트가 제시

되면 금방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에

치매성 기억상실은 그 기억 자체가 소멸

되는 것이므로 어떠한 힌트를 제시해도

다시 기억을 되살리기란 불가능하다.’ 노

인이 읽은 구절이었다. 마우스를 쥔 노인

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치매를 극복하

기 위해 노력해 온 지난날들이 파노라마

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들마저도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온전치는 못

했다. 수첩에 적은 메모들은 기억했지만

정작 흔적을 남긴 장소나 그 순간의 장면

들은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았다. 노

인은 한없이 밑으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

었다.

9

그 날 밤 노인은 잠에 들 수 없었다. 다

음날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사람이

온전한 상태의 자신일 거라 확신할 수 없

었다. 기억들이 점점 사라지고 언젠간 자

기 자신도 망각해버릴 거란 두려움이 노

인을 엄습했다. 결국 노인은 뜬 눈으로 밤

을 지새우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 노인은

티브이를 틀었다.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소리를 0까지 줄였다. 마침 바둑 채널에

서 노인이 좋아했던 선수의 대국이 한창

이었다. 이번에도 막상막하의 상황에서

팽팽한 수들이 오갔다. 바둑판이 점박이

무늬로 도배가 될 무렵, 노인이 좋아했던

선수가 패착을 두어버렸다. 노인은 반사

적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

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인이 고

개를 들었다. 눈앞에 아내가 있었다. 아내

는 발을 바닥에 딛지 않고 허공에 떠있는

채 노인을 바라보았다. 눈이 멍하지도 않

고, 머리가 헝클어지지도 않은 진짜 노인

의 아내였다. 영롱한 빛이 아내의 몸 주변

을 감싸고 있었다. 아내가 노인을 향해 미

소를 지었다. 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

다.

“어딜 갔다가 이제 오누…….”

노인의 말에 아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요. 제

이름을 알려주세요.”

노인은 말문이 막혔다. 바로 떠올라야

할 아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

를 부여잡아보아도 아내의 이름은 애초

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빛

과 아내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졌다. 아내

의 몸 뒤로 집 안 풍경이 그대로 비쳐 보

이기 시작했다. 노인은 손을 뻗어 아내에

게 다가갔다. 아내를 바로 앞에 두고 더

이상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노인의

허리춤에는 방문과 연결된 끈이 묶여있

었다. 노인은 매듭을 푸는 방법을 몰랐다.

● VOICEYE NOTE ●

콜라, 마시다

기명리 (숭일고등학교 3학년)

Page 11: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호등

사내처럼

사내와

그의

신발을

도로

위에

방치한

누군가도

아직

돌아오

않고

있다

지난밤의

흔적처럼

미처

수거되지

못한

사내의

신발만이

여전히

도로

방황한다

귀신소리를

따라

우는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선산

나뭇가지마다

어룽어룽

피어

나는

몸속에

불길한

꽃말을

키우시던

할머니의

등성이에

주목나무

푸르른

잎사귀가

향내를

풍기고

있다

양철대문

잿빛

슬레이트

철공소에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홍합의

속살처럼

그는

벌건

불빛

앞에서

타오르고

있다

녹슨

부스러기

가루를

만지며

굵고

딱딱하고

거친

손가락으로

내리쬐고

있다

얼굴이

검은

사내가

목욕을

한다

수도꼭지를

틀자

콸콸,

고교문예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신이 들었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일 년 정도만 머

물다가 돌아갈 계획이었다. 물론 그건 돈

을 많이 벌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이곳에

도 나쁜 사람들은 존재했다. 남자는 사기

를 당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씩

이나. 남자가 이곳에 처음 와서 취직한 공

장은 통조림 공장이었다. 통조림을 자동

적으로 찍어내는 기계를 구경하며 놀랐

던 것도 잠시, 남자는 곧 고등어 통조림을

만드는 곳에 투입 되었다. 비린내가 가득

한 그곳에는 몇 달을 일한 남자에게 온 대

가라곤 온 손에 밴 생선 비린내와,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만한 푸른 돈 몇 장

이었다. 이때는 남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한국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

는 처지라,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한 채, 그

저 그 공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취직한 종이 공장에서 만난

사장도, 노동자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떼

어 먹기로 유명한 악덕 사장이었다. 물론,

이 말은 남자가 이 공장을 떠나고 세 번째

공장에 취직했을 때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한 동료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그 사장

은 자신을 형으로 삼으라는 둥, 필요한 것

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둥 남자에

게 친근하게 굴었다. 남자는 그런 사장의

말을 믿었다. 얼마 후에 사장은 남자에게

본모습을 들어냈다. 한국 예절이라고 하

면서 남자의 팔, 등, 허벅지, 다리...... 가리

지 않고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강도

가 약해서 그럭저럭 버틸 만 했지만, 나중

엔 걷지도 못 할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그래서 남자는 밤에 몰래 공장에서 탈출

을 감행했다. 돈은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지금 빠져나가지 못한 다면 맞아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남자는 2년간 열심히 돈을 모

았다. 외지에서 온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이란 몸을 쓰는 일 밖에 없었다. 남자는

365일 내내 벽돌들과 시멘트자루를 날랐

다. 하지만 돈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남

자는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만 벌 수

있었다. 어느 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

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무척이나 어려

웠던 한국어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할 수 있

게 됐고, 된장도, 김치도 한국인들보다 더

잘 먹었다. 남자는 그렇게 한국에 적응해

가고 있었지만, 간절히 고향으로 돌아가

고 싶어 했다.

일을 끝낸 남자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

이 되었을 때 하늘에는 해 대신, 달이 떠

있었다. 터벅터벅. 아침과는 다르게 아무

도 없는 길에,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

히 크게 들렸다. 남자는 빨리 집으로 돌아

가고 싶었다. 온 몸이 욱신거렸지만, 남자

에게는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남자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 방바

닥에 몸을 눕히고, 깊은 잠이 들고 싶었

다. 이불이 깔려있는 방바닥 위로 몸을 눕

히고,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싶었다. 남자

가 골목길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 옆, 자

리 잡고 있는 편의점이 보였다. 어두운 골

목길과는 다르게 편의점에는 낮인 것처

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눈이

부셨다.

남자는 편의점에 들어왔다. 딱히 뭐가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종일 점심만 먹은

터라 뭐라도 먹지 않으면 몸상태가 더 안

좋아질 것만 같았다. 남자는 삼각 김밥 진

열대 앞에서 참치마요네즈 맛과, 소불고

기 맛 중에서 뭘 먹을까 고민했다. 남자는

삼각 김밥 두 개를 집었다. 캔 커피도 하

나 마실까, 했지만 이번 달 방값을 내기

위해서는 돈을 아껴 써야했다.

“봉투에 담아 주세요.”

고개를 들자 바코드를 찍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아차. 남자는 남이 듣기엔

자신의 억양이 아직도 어색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괜히 부끄러워 고개를 돌

렸다. 다행히 여직원도 눈이 마주치자마

자 바로 찍던 바코드로 눈을 돌렸다.

“안녕히 가세요.”

여직원이 삼각 김밥을 담은 검정 봉투

를 위험한 것이 들어있다는 듯, 조심히 내

밀었다. 남자는 그 봉투를 받아 들었다.

오늘따라 삼각 김밥 두개가 유난히 무겁

게 느껴졌다. 남자는 편의점을 나서기 위

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 코카콜라를 드시고, 올 여름 해외로

떠나세요!’

문에 붙어있던 빨간색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 포스터 안에는 아슬아

슬하게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 있

었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의 몸을 따라 밑

으로 내려갔다. 여자의 배꼽 밑으로 이벤

트와 상품을 알리는 문구들이 적혀있었

다. 무심코 포스터를 훑던 남자의 눈이 커

졌다.

1등 상품 오백만원 + 필리핀 여행 비

행기 티켓

남자의 몸 위로 물이 떨어졌다. 남자

는 그 물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멍하게 허

공을 쳐다보다 욕실을 나왔다. 몸이 피곤

했던 남자는 사온 삼각 김밥을 그냥 냉장

고에 넣어두고, 곧장 이불을 깔았다. 남자

는 그 이불 위로 송장처럼 쓰러져 누었다.

편의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곧 쓰

러질 것처럼 잠이 왔는데, 지금은 잠이 오

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천장에서 뭔가 반짝였다. 자

세히 보니 아까 보았던 포스터의 글자들

이었다. 그것은 야광별처럼 빛을 내며 천

장을 떠다녔다. 필리핀 여행 비행기 티켓.

남자는 허공 위를 떠다니는 그 글자들을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집에는 다른 날보다 일찍 불

이 켜졌다. 남자는 지난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새 내내 글자들이 머리 위를 맴

돌았기 때문이었다. 눈 밑이 검어진 남자

의 얼굴은 다른 날보다 더 수척해보였다.

어제 사 둔 삼각 김밥이 냉장고 안에서 차

갑게 굳어있었다. 남자는 김밥의 포장지

를 조심히 벗겼다. 김밥을 싸고 있던 김이

포장지와 같이 뜯겨져 나왔다. 남자의 손

바닥 위에서 검은 옷을 벗은 삼각 김밥이

하얗게 속살을 비춰 보이고 있었다. 남자

는 김밥을 크게 한 입 물었다. 차갑게 굳

은 소불고기가 입안에서 딱딱하게 씹힐

뿐,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새벽의 공기가 남자의 피부에 닿았다. 남

자는 전날 밤보다 오히려 더 피곤해 보이

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땅만 내려다보면

서 골목길을 터덜터덜 내려갔다. 땡그랑.

가벼운 금속이 남자의 발에 차여 비탈길

을 굴러 내려갔다. 남자는 자신이 찬 물체

를 보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을 굴

러갔던 것이 햇빛을 받아 빨간색으로 반

짝이고 있었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빨간

색 병뚜껑이었다.

남자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자세히 보

니, 빨간색의 병뚜껑이 여기저기에 널려

져 있었다.

설마 당첨이 있겠어.

남자는 생각했다. 주변이 조금 밝아졌

다. 여유롭게 나왔지만, 딴 생각을 하면서

걷느라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흐른 모양이

었다. 남자는 다시 정류장 쪽으로 발걸음

을 옮겼다. 하지만 가는 길 내내 남자는

세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저기에 비행기 티켓이 있으면 어

쩌지?

그렇게 생각하니 눈앞에서 병뚜껑들

이 아른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남자는

걸어 내려온 언덕을 다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잽싸게 바닥에 널려있는 병뚜껑

들을 주워 담았다. 보이는 빨간 병뚜껑을

다 줍고 나서야 남자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버스정류장까지 쉬지 않

고 달렸다.

새 색깔로 단장한 버스가 도착했다.

색을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버

스 안에선 미미하게 페인트 냄새가 남아

있었다. 버스 안에는 남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맨 끝 좌석으로 가 앉았

다. 참았던 숨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

서 달그락 거리던 것들을 꺼냈다. 주머니

에 들어있는 병뚜껑들은 언 듯 열 개는 되

● VOICEYE NOTE ●

이번 공모전에는

130명의 학생들이

총 133편의 소설을

투고하였다. 심사위

원들은 전체 작품을 나

누어 읽고 8편의 작품을 추려 다시 정

독한 뒤 의견을 교환하여 당선작 5편

을 결정하였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예술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은 작품

을 보내주었다. 특성화된 학교의 학생

들답게 번득이는 재기가 엿보이는 작

품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

로 ‘기발한 이야기’에 대한 어떤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의

‘ 죽음’을 다룬 작품이 많다는 것도 이

번 공모전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소설

역시 시대가 제기한 과제에 답하는 것

이 당연하지만 중요한 물음일수록 단

순한 ‘글감’ 취급 이상의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이번 심사에서는 ‘수업 시

대’에 방점이 가 있는 학생들의 작품

임을 고려하여 안정된 문장, 세밀한 묘

사, 탄탄한 구성과 같은 소설의 기본에

초점을 맞추어 수상작을 결정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매듭을 푸

는 방법>은 흐려가는 기억을 붙잡으

려는 치매 노인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

게 그려냈다. 단문체의 문장이 안정적

이며 역시 치매에 시달렸던 아내에 대

한 회상을 제시한 구성 역시 탄탄하다.

고등학생이 좀처럼 택하지 않는 소재

를 고른 것도 놀라운데 이처럼 문장과

구성 그리고 주제 의식이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어 심사위원들이 최우수작

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일반적

으로 학생들의 시야는 주위 세계에 좁

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은 ‘낯

선 세계’에까지 시야를 넓혔다. 글쓴

이의 타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넓고 깊

어져 후일 ‘장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귀가>는 자신

의 집을 부수는 용역이 된 주인공의 황

량한 내면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정

을 만들겠다는 필사적인 다짐이 어울

려 인상적인 결말에 도달하고 있다. 을

씨년스러운 철거민촌과 아버지의 폭

력에 대한 묘사가 함께 제시되어 스산

한 내면 풍경이 더욱 부각된다. 하지만

화자가 용역에 가담하게 되는 ‘결단’

의 서사적 계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흠이다. 형보다 먼저 용역 일을 하게

된 동생 이야기 역시 중요한데 현재로

서는 이야기의 곁가지 장식물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다른 우수작 <콜라

마시다>는 콜라 뚜껑에 있는 ‘ 필리핀

여행 비행기 티켓’을 찾기 위해 콜라

를 엄청나게 사마시고 앓는 외국인 노

동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전개가 조

금 억지스럽지만 문제의식을 높이 샀

다. 장려작으로 선정한 <나는 달린다

>는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생의 일상

을 담았다. 비판과 풍자의 시선이 번뜩

이지만 생각이나 감정을 과장하는 대

목이 지나치게 많다. 인물의 주관에 빠

지지 않고 이를 더 객관화하는 태도를

갖추기를 권한다. 다른 장려작 <바

이-시클>은 근친의 죽음을 다룬 다

수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

다. ‘눈물을 모아 판다’는 설정이 그럴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읽는 이의 시선

을 잡아두는 힘이 떨어진다. 이야기의

초점이 뚜렷해야 좋은 단편이 될 수 있

다.

결국 소설도 건축과 같아서 기초가

부실해서는 제대로 된 건물을 쌓아올

릴 수 없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작품이

이런 기본기를 소홀히 여기고 있다. 응

모자들이 관찰과 묘사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의 구축에 공을 들여 내년에는

더 많은 수작들을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진(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

소설심사평

Page 12: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사내가

구할

용서는

두고

고향

땅에서

작은

카오나무

푸른

이파리

그늘로

자라는데

컴컴한

수채구멍이라도

따라가

고래처럼

엎드려

있다면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듯

홀로

몸을

씻는

순간은

얼마나

길인가

잘린

검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내일에선

벌써부터

악취가

나고

호랑지빠귀의

소스라침을

따라

짙은

향불

흔들

리고할머니

마당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흐릿한

발자국

따라

붉은

조등의

그림자가

기운

다할머니

시집

오셨다는

원앙금침

누에고치

꽁무니를

따라

고운

매듭을

짓던

실오라기에는

아직

할머니

온기가

빼곡히

차있다

반듯하게

쪽진

머리를

쪽거울에

비춰보시던

할머니

머릿니들은

할머니

하지

못했던

말씀

위로

새하얀

서캐의

싹을

가득

뿌린다

할머니가

남긴

주목나무를

물려받은

아버지는

하얀

머리카락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호랑지빠귀보다

구슬프게

지저귀는데

비단

위에서

잠을

청하던

누에고치의

버릇처럼

새하얀

무명천에

겹겹이

쌓여

있는

할머니

작은

추임새도

없이

공중에서

흩어지는

가풍을

본다

산들바람을

타고

하늘에

적조를

그리는

할머니를

한그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고교문예

어 보였다. 그 병뚜껑을 바라보자니,

아까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 같았

다. 남자는 설레는 마음을 갖고 병뚜껑들

을 뒤집었다. 꽝, 꽝, 꽝, 꽝…… 벌써 9개

가 꽝이었다. 남자의 손에는 이제 병뚜껑

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남자는 역시

안 되는 구나, 하고 포기 하면서도 한편으

론 제발 당첨되길 바랐다. 남자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한 끝에 조심히 병뚜껑을 뒤

집었다. 그곳에 써져있는 글자는 꽝이 아

니었다. 조금 다른 글씨체로 쓰인 문장이

보였다. 당첨! 한 병 더!

편의점을 나오자 문을 여닫을 때마다

울리는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오늘 따라

남자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했

다. 남자가 손에 든 비닐봉지가 걸을 때

마다 흔들거렸다. 비닐봉지 속에서 유리

병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편의

점 문 앞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았다.

꼭 여자가 자신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

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1등에 당첨될 수 있을 것 같아!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봉지에서 콜

라를 하나 꺼내들었다. 허리처럼 잘록하

게 들어간 부분이 기분 좋을 정도로 차가

웠다. 남자는 뚜껑을 열고, 콜라를 입으로

가져갔다. 탄산 가득한 액체가 식도로 넘

어갔다. 전류가 흐른 듯, 짜릿한 느낌이

온 몸에 퍼졌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

다.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바

닥에 내려놓았다. 봉지를 내려놓기 무섭

게, 남자의 얼굴에서 땀이 한 방울이 주르

륵, 흘러내렸다. 남자가 입고 있던, 숫자 2

가 크게 프린트 된 옷은 이미 남자가 흘린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남자는 신

발을 벗기도 전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먼

저 벗었다. 옷은 젖은 만큼 벗기가 힘들어

서, 남자는 티셔츠를 잡아 뜯어내듯이 얼

굴 위로 들어 올렸다. 햇볕에 그을렸다기

엔 너무나 검은, 남자의 피부가 들어났다.

벽을 더듬어 거실 스위치를 찾아 켰다.

제일 먼저 눈에 속옷이 눈에 들어왔

다. 남자의 집에 걸레가 있었더라면 걸레

라고 착각 했을 정도로 속옷은 낡아 보였

다. 바닥엔 벗어서 그대로 둔 청바지가 있

었고, 반쯤 게다가 만 이불이 놓여있었다.

남자는 티셔츠나, 속옷 같은 것들을 발로

밀어내면서 거실 구석에 놓인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가 덜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들리며 빛이 환하게

쏟아져 내려왔다. 냉장고 안은 텅 비어있

었다. 다행인지, 아침에 먹지 않은, 어젯

밤에 사온 삼각 김밥 하나가 냉장고를 지

키고 앉아 있었다. 남자는 삼각 김밥을 집

어 들었다. 오전 10시 00분. 유통기한에

서 약 14시간이 지나 있었다. 남자는 사

온 콜라를 하나씩, 냉장고 집어넣기 시작

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남자는 냉

장고에 콜라를 넣으면서 숫자를 셌다. 냉

장고에 콜라를 넣는 손길에는 기대감 같

은 것이 서려있었다. 곧 작은 냉장고는 콜

라로 꽉 찼다. 남자는 냉장고 문을 닫지

않은 채,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놓인 콜라

를 바라보았다.

저 콜라를 모두 마시면 고향에 갈 수

있겠지?

냉장고 안의 콜라들이 꼭 입 속의 검

은 충치처럼 보인다. 콜라들이 자신들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

럼. 윙, 하는 모터 소리가 나는 냉장고을

닫으며 남자는 저렇게 많은 콜라를 언제

다 마실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공사장은 모래 먼지

로 자욱했다. 오늘이 요 근래 중에 가장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았

다. 공사장 구석구석마다 아지랑이가 피

어오르고 있었다. 공사장 중심에 철근으

로 이루어진, 계절이 4번은 더 지나야 완

성 될 법한 건물이 오늘은 지루해보이기

까지 했다. 건물 밑쪽에선 여러 인부들이

하나같이 등에 지게를 맨 채, 시멘트자루

나 벽돌 등을 나르고 있었다. 남자도 그

중 한명이었다. 남자는 등에 맨 지게 위에

벽돌을 올려 건물 밑까지 나르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신호가 왔다. 흡, 남자는 갑자기 공기

을 들이마시고 급히 숨을 참았다.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남자는 빠르게, 하

지만 조심히 등에 든 지게를 모래 먼지 가

득한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의 뒤를 따

라오던 남자와 비슷한 외모의 노동자들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손에 힘을

실어 엉덩이를 힘껏 쥐고는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공사장 구석에 놓인 이동식 화

장실을 향해 달렸다. 등 뒤로 사람들이 남

자를 보고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

소 같았으면 그 사람들에게 농담을 던져

줬겠지만, 남자는 지금 그럴 여건이 되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뱃속의 콜라들이 쏟

아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치르고 나온 것이 오

늘만 벌써 다섯 번째였다. 남자는 일을 하

던 중간 중간에 나르던 벽돌들을 내려놓

고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 위에 앉아

몇 장 남지 않은 휴지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남자는 아침에 콜라를 마시지 말

걸하고 후회한다.

남자는 벌써 콜라를 일주일 째 마시고

있었다. 집 안에는 콜라의 알루미늄 캔들

과, 속이 빈 유리병들이 여기저기 굴러다

녔다. 어제는 바닥에 놓여있던 병뚜껑을

밟고 엄지발가락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콜라를 마셔댔지만 아직 비행기

티켓이라는 써진 글자는 찾지 못했다. 당

첨 글자를 몇 번이나 나왔지만, 모두 다

꼴등 상품인 한 병 더! 였다. 처음에 남자

는 한 병 더! 라도 기뻐했지만, 먹어야 할

콜라가 한 병 더 늘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뒤를 주섬주섬 닦고, 남자는 이동식 화장

실을 나왔다. 몸에서 구린내가 나는 것 같

았다. 남자는 냄새를 없애보려고 애를 쓰

며 아까 내려놓았던 벽돌들을 찾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자는 신발을 벗

기도 전에 현관에 쓰려졌다. 벽돌을 나른

후로도 화장실을 서너 번을 더 왔다 갔다

했다. 몸 안에 쌓여 있던 모든 것이 빠져

나간 것인지 아침보다 얼굴이 핼쑥했다.

남자는 힘들게 신발을 벗고 굼벵이처럼

기어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이불 속으

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이불의 촉감이 그

나마 남자를 편하게 해주었다. 주전자로

손을 뻗어 입 안으로 물을 조금 흘려 넣었

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다

마시고 찌그러트린 콜라 캔 수십 개가 담

긴 쓰레기봉투 두 개가 현관 옆을 차지하

고 있었다. 구석에는 다 마신 유리병들이

투명한 볼링 핀처럼 거실에 줄지어 서 있

었다.

콜라는 이제 지긋 지긋해.

남자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

다.

처음에 콜라는 마실 땐 돈을 버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조금만 마셔도 배

가 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돈도

아낄 겸, 아침저녁 대신 끼니를 콜라로 때

웠다. 처음에는 고향에 가겠다는 신념하

나로 콜라를 마셔왔지만, 지금은 마시면

서도 내가 도대체 이걸 왜 마시고 있는 건

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색이 비

슷한 간장만 봐도 배가 아파올 지경이었

다. 이불을 뒤집어 쓴 남자는 그렇게 배를

움켜쥔 채로 잠이 들었다.

주변이 온통 콜라로 잔뜩 쌓여 벽을

이루고 있었다. 남자는 그 콜라 벽 중심에

서 있었다. 남자는 한동안 주변을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콜라로 이루어진 벽에서

고여 있던 커다란 물이 떨어졌다. 생각 했

던 것보다도 물방울은 커다래서 떨어질

때 퍽, 소리가 났다. 남자는 그제야 정신

을 차렸다. 남자는 물방울을 맞지 않기 위

해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남자가 피한 물

방울들은 몸이 바닥에 닿자마자 바닥에

완전히 떨어지기도 전에 펑 혹은 퍽 소리

를 내며 터져 버렸다. 이곳에서 빠져나가

야해! 남자는 생각했다.

이곳을 빠져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

지?

빠르게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피하며

남자는 생각했다. 남자가 생각하는 동안

에도 물방울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남자

를 비껴 바닥에 떨어졌다. 남자의 체력도

떨어져 갔다. 이제는 빨간 색인 벽이 어지

러워 보였다. 안되겠다. 남자는 체력의 한

계를 느끼며 벽에 끼어있던 콜라 캔 하나

를 뺐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콜라를 다 마셔야하는 방법밖에는 없었

다. 남자는 콜라를 하나둘 씩 마시기 시작

했다. 캔 하나가 비워질 때마다 남자의 배

가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다시 배가 아파

왔다. 남자는 또 배탈이 난 듯했다. 하지

만 남자는 콜라 마시는 일을 그만두지 않

았다. 지금은 이곳을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또 콜라 한 캔이 비워졌다. 남

자의 배는 이미 만삭인 임산부 보다 더 부

풀어 올랐다. 콜라로 된 벽은 마셔도 마셔

도 끝이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

는 좌절했다. 그 때 남자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남자는 마시던 콜라 캔을 쥔 채

로 날아서 콜라 벽을 벗어났다. 벽을 벗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몸은 높게, 더

높게 떠올랐다. 이미 바닥에 놓인 모든 것

들이 장난감처럼, 작아 보였다.

남자는 겁을 먹었지만, 곧 공중에 떠

있는 것이 꽤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자는 이제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의 눈이 커졌다. 놀

랍게도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사람은 남

자 혼자만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

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양손에 색을 바랜 분홍색 유모차를 꼭

쥐고 있는 할머니.

흙이 잔뜩 묻은 축구공을 품에 꼭 안

은 남자아이.

머리에 푸른 보자기로 감싼 뭔가를 이

고 있는 젊은 여자.

남자는 그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들

무언가를 손에 하나씩 쥐고 있었다. 남자

는 그 중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젊은 여자였다. 아이보리 색 원

피스를 입은 여자에게선, 남자처럼 무척

까만 곱슬머리와 피부색. 커다란 눈. 키는

조금 작았지만 남자와 같은 이국의 향기

가 느껴졌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여

자의 손에는 남자처럼 마시다 만, 빨간색

캔 콜라였다. 남자는 계속 여자를 쳐다보

았다. 여자도 막 비행을 시작한 것이었는

지 겁에 질린 표정을 했다가 곧 주위를 둘

러보았다. 곧 여자도 남자 쪽을 바라보았

다. 여자는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둘은

어딘가 익숙한, 서로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VOICEYE NOTE ●

아직 많이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를 늘 응원해주고, 걱정해주고, 아껴주시는 아빠, 엄

마. 사랑해요.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명리가 될게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두에게

Take care& Be happy

지면의 제약으로 시 장려상, 소설 우수 및 장려상 수상작은 대구대학교 홈페이지(http://daegu.ac.kr) 공지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명리

Page 13: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대구·경북지역 학보사 연합에서는 대

선을 맞아, 지역대학생 의식, 지역 침체

현상과 대선 지지율 등을 조사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경권 지역 학

생들의 전반적인 수도권 집중에 대한 의

식 등을 분석했다.

대경권 대학생 68%, ‘ 지역 대학 침체

하고 있다’ 고 답해

자신의 대학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만족한다고 답하는 학생이 51.6%(834명)

를 차지했다. 이에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

철 교수는 “50% 정도가 만족하는 정도면

대학에 대한 귀속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라며 “스스로가 지방대의 인지도가 낮다

고 보는 것은 타자의 시선으로 보고, 현상

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 말은 제주도로, 취업준

비생은 서울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지방

대학생 중 1천166명(72.2%)

은 ‘ 수도권으로 취업할 생각

이 있다’ 로 답했다. 그 이유로

‘ 다양한 자기계발의 기회

(298명·25.8%)’와 ‘ 수준 높

은 업무 환경(241명·

20.8%)’ 을 꼽았다. 다음으로

225명(19.4%)의 학생이 ‘ 인

지도 및 사회적 대우’ 라고 답

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

구한의대 학생취업지원센터

최재복 취업지원관은 “당연한

현상이며 모든 경제·교육·문화의 중심

과 인·물적 인프라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북대의 한 학생은 “대학 입시생이

대학 간판을 중요시하듯 취업 지원자도

기업 이미지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

다. 또한 대구한의대 김성익(아동복지학

과 11)학생은 “수도권에 밀집된 주요 기

업들의 입지를 지역으로 분화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더 늘려야 할 것

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과정에서 차별받는 지방대학생

1천261명(78%)의 학생들은 ‘취업에

있어 지방 대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생들

보다 차별받고 있다’ 고 답했다. 이는

2005년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

(www.joblink.co.kr)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서 지방 대학생 및 졸업생의 67.5%가 ‘ 구

직 활동 시 지방대 출신이어서 불이익이

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 고 답한 것보

다 비율이 더 높다. 대구대 윤아름(유아특

수교육과 09) 학생은 “이력서를 내도 지

방대라고 하면 일단 제외하고 본다는 말

이 나올 만큼 차별이 많다”며 “지방대 출

신이라도 면접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복 취업지원관은 “현실적으

로 지방대 출신이 불이익을 받는 경향이

다소 남아있는 것은 기업의 인사담당자

와 면접관들이 대부분 수도권 대학 출신

이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생의 채용, 면접,

정보의 확보와 접근이 유리하다”고 밝혔

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라인드 면접, 능력

인정 위주의 채용 등 정책상 공평한 대우

를 받게 돼 있다며 “취업지원자의 직무에

대한 경험과 준비, 성실성 등이 더 높게

평가받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역 대학생들은 수도권 취

업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 지방에도 여

러 기업을 유치하고 많은 프로젝트를 열

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방으로 자원을

분산시켜야 한다’ , ‘ 지방에도 자기계발

기회가 많아지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는

의견을 보였다. 최재복 취업지원관도 “대

기업의 본사 및 계열 기업을 지방으로 분

산·이전해야 한다”고 말하며 집중된 수

도권 대학 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방안

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남대 김재희(약학과 10)학생은

“지역 특성화를 통해 기업체와 학교의 연

계를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좋

은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지역

대학의 특성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지

원이 있길 바랐다.

◆침체된 지역, 중소기업 육성으로

또 ‘ 지역 대학이 침체되어있다고 생각

하느냐’ 는 질문에서는 1천98명(68%)의

학생이 ‘ 그렇다’ 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

는 인·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 541

명(50.1%)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지방 경시 풍토(188명 17.4%), 지역 대학

자체의 발전 노력 부족(152명 14.1%)이

차례로 꼽혔다. 실제로 대구는 지역 내 총

생산이 1993년 이래 10년간 전국 최하위

를 벗어나지 못할 만큼 침체되어 있다. 대

구 동구와 남구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18.7%와 19.1%로 광역시 중 최하위다.

경북대 이윤수(공대 토목공학과 06)학생

은 “대구시는 고급인프라는 구축해놓지

않고, 복합단지들만 만든다”며 고급인력

이 수도권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을 만든 것은 대구시의 문제라고 생각한

다”고 비판했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신규 창업 중

소기업의 수요가 계속 저하되고 중소기

업체들의 경영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

어 지역 중소기업의 대출비중은 하락 추

세에 있다. 이에 노 교수는 “대구시는 실

업률을 줄이기 위해 대구 첨단복합단지

와 아시아폴리스 등을 지으며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현재의 여건으로는

불가능”이라며 “들어오는 것은 오히려

대형 마트와 같은 소비형 업체이며 제조

업이 아닌 소비형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지역 생산은 더욱 침체되고 지역 상권은

흡수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노 교수는 “지역 내 생

산직에 속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며 지

역대학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역 인재들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지역 중

소기업은 지역인재가 원하는 여건을 만

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 지

원, 환경 조성, 자기계발 교육 지원을 해

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육성, 지역 균형 발전과 대

학별 특성화 필요해

지역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구·경북지역의 대

학생들은 첫 번째로 ‘ 수도권 인·물적 자

원 분산(360명 22.3%)’ 을 꼽았다. 지역 대

학의 침체 원인을 묻는 설문에서 절반을

넘는 학생들이 인·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것임을 지적한 만큼 당연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원

분산에 있어 지역 균형 발

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는 시각이 많았다. 수도권

에 집중된 행정기관이나

기업의 지역 이전과 더불

어 문화, 사회 시설을 분산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

각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는 ‘ 지역대학 특성화(328

명 20.3%)’ 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부 학생들은

‘ 다양한 커리큘럼의 개발’ ,

‘ 각 대학이 교육정책 및 교

육제도의 개편’ 이나 ‘ 연구

소 및 산업시설의 분산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한의대학교 이봉환 학생종합지

원센터장 또한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수도권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특성화된 학과를 설립해

야 한다”고 의견을 밝혀 지역대학의 자발

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뒤이어 ‘ 정부 재정적 지원 확대’ (312

명 19.3%)와 ‘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 확

대(308명 19.1%)’ ‘ 지역 민간단체, 기업,

지방정부, 대학의 상호 협력체제 구축

(231명 14.3%)’ 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

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학교 시

설 확충 및 학생 복지 개선을 꼽았으며,

교수 연구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의

견을 말했다. 이밖에도 기업의 대학 투자

확대나 수도권 대학의 지방 캠퍼스 설립,

수도권 대학과의 교류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기획

우리 손으로 뽑는 대통령,

대구·경북, 20대의 희망 될까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 VOICEYE NOTE ●

설문조사 기간 : 2012년 10월 9일~12일(4일간)

총 응답자 수 : 1천6백15명

대학별 응답자 수 : 금오공대 247명(15.3%), 경북대 238명(14.7%), 영남대 231명(14.3%), 대구대230명(14.2%), 대구한의대 228명(14.1%), 포항공대 226명(14.0%),

대구교대 215명(13.3%)

성별 응답자 수 : 남자 838명(51.9%), 여자 727명(45.0%), 무응답, 오류: 50명(3.1%)

학년별 응답자 수 : 1학년 555명(34.4%), 2학년 495명(30.7%), 3학년 289명(17.9%), 4학년 202명(12.5%), 무응답, 오류: 74명(4.6%)

계열별 응답자 수 : 인문계열 238명(14.7%), 사회계열 139명(8.6%), 경상계열 172명(10.7%), 사범계열 278명(17.2%), 자연계열 198명(12.3%), 공학계열 417명

(25.8%), 의·약학계열 58명(3.6%), 예·체능계열 36명(2.2%), 무응답, 오류 79명(4.9%)

● 지역 대학이 침체되었거나 침체되고 있다고생각하십니까?

그렇다 68.0%

아니다 29.8%

무응답, 오류2.3%

매우 차별받고 있다 15.2%

어느 정도 차별받고있다 62.8%

지방대생이라고 차별받지 않는다 7.4%

잘 모르겠다14.2%

무응답, 모름0.3%

● 지방 대학생들이 취업에 있어 수도권 대학생들보다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Page 14: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대구·경북 대학생들, 안철수 가장

선호해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차

기 대통령 후보를 묻는 질문에 무소속 안

철수 후보(35.5%, 573명)가 세 후보 중 1

위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 새누리당 박근

혜 후보(27.6%, 445명), 민주통합당 문재

인 후보(25.2%, 407명)가 뒤를 이었다.

작년 ‘ 2011 대구·경북 대학생 의식조

사’ 에서 박 후보가 30.9%, 안 후보가

28.2%의 지지율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

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대폭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첫

번째로 정치경험이 많기 때문에(40.2%,

177명)을 뽑았고, 그 다음으로 정책 지지

(15.5%, 68명), 소속정당 지지(13.0%, 57

명) 순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의 최대 강

점이라고 할 수 있는 ‘ 정치경험’ 이 대·

경권 대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

는 것이다. 박 후보는 1998년 당시 한나

라당 총재였던 이회창 후보에 의해 정계

에 투신하였고, 그 해 4월 한나라당 후보

로 대구광역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을 통해 정치에 본격적으로 활동하

기 시작했다.

그 뒤, 박 후보는 2004년부터 2006년

까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냈으

며,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통령경선후

보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박 후보는 15,

16,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의

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

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 과

거의 업적 때문에(인권변호사 활동, 노무

현의 남자)’ 가 119명(29.6%)으로 가장 높

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 도덕성과 인성

때문에’ 가 96명(23.9%)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11월 진행된 ‘ 대구·경북

대학생 의식조사’ 에서 가장 존경하는 대

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은 것과

일맥상통 한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시설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 노무현의 남

자’ 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그가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행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친서민적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 소속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는 28명(7.0%)의 학생만이 답해

소속정당과 후보의 지지가 일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인성과

도덕성 때문에(176명 31.2%) 투명한 이

미지 때문에(124명 22.0%), 정치경험이

없고 무소속이기 때문에*공약으로 내세

운 정책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이상

11.5%, 65명) 순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로 인

성과 도덕성, 두 번째로 이유로 투명한 이

미지가 꼽힌 데에는 청춘콘서트와 같은

강연을 통해 국민들과 가깝게 소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포항공대 최

태근(산업경영공학과 10)학생은 “안철수

후보는 지금까지 기성 정치권 밖에서 편

법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목

표를 이룬 사람이라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안 후보가 공약을 발

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지지

한다고 조사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안

후보의 공약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 안철

수의 생각’ 을 읽고 그의 철학에 공감했

다. 그의 공약이 그의 철학과 일치할 것이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후보가 끌린다”

고 답했다. 한편, 경북대(인문대 철학과

12 이준호)학생은 “세 후보 다 너무 공약

이 비슷하다. 소신 있게 자신의 색깔을 드

러낸 공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선가능성, 박근혜 후보 1위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생각하기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누구일까? 안

철수 열풍과는 다르게 대·경권 대학생

들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49.8%

804명)을 가장 높게 점쳤다. 박 후보는 확

고한 고정 지지층의 존재로 인해 지지율

의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이유이다.

그리고 또, 대통령의 자질을 묻는 질

문에서도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세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서는 꼴지

(386명 23.9%)를 한 것이다. 그 이유로 우

선, 안 후보는 다른 두 후보보다 정치경험

이 전무하며, 소속정당이 없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 다운계약서 파문’ , ‘ 안철수

룸살롱 사건’ , ‘논문 표절 시비’ 등 안 후

보의 최대 강점이었던 도덕성과 투명성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

용할 것으로 보이는 야권단일화에 대해

서는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의외의 결과

가 나왔다. ‘야권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626명

(38.8%)의 학생이 ‘긍정적이다’ 라고 답

했고, 399명(24.7%)의 학생이 야권단일

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는 의견도 581명(36.0%)이나 됐는데 이

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가 진전이 없는데서 기인한 것으

로 보인다. 그렇다면 야권단일화를 진행

한다면 학생들은 어느 후보를 지지할까?

이에 문재인 후보라고 답한 학생은 621

명(38.5%), 안철수 후보라고 답한 학생은

937명(58.0%)으로 안철수 후보가 압도적

으로 우세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야권단

일화로 대선이 양자구도로 진행된다면

어느 후보를 지자할까? 박근혜 후보와 문

재인 후보 간의 양자구도에서는 문재인

후보(841명 54.1%)가 박근혜 후보(714명

44.2%)를 10%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

났다. 또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와

의 양자구도가 됐을 경우에도 역시 박근

혜 후보(655명 41.7%)가 안철수 후보

(914명 56.6%)에 10% 가량 뒤지는 것으

로 나타났다. 이는 안철수 후보가 2030세

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현상이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

다. 또한 ‘ 대선이 3자구도로 진행된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냐’ 는 질문에 안철

수 후보가 38.4%(620명)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후보가 31.8%(513명)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 대구·경북 대학생 의식

조사’ 에서 박근혜, 안철수 간의 뚜렷한

양자구도가 아직까지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대경권 대학생 정치관련

의식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가

장 높았는데 올해 안철수 후보로 역전하

고 있는 결과에 대해 대구대 도시행정학

과 박기묵 교수는 “대경권에도 구시대 정

치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젊

은 세대들이 새누리당이 정치에 너무 오

랫동안 붙어 있는 것에 대해 변화가 필요

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 측근에는 신선한 사람이 아

닌 오랫동안 권력에 붙어 정치적 탐욕을

채웠던 사람이 많다는 인식이 있고, ‘ 이

제는 변해야 한다’ 는 의식을 가지고 있

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안

철수 후보 옆에는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사람이 없어서 신선한 인물이 정치 지도

자가 되기를 원하는 현상이 높은 지지율

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학보사 연합-

기획

선호하는 차기 대통령 후보는 누구입니까?

새누리당 박근혜 27.6%

민주통합당 문재인 25.2%

새누리당 박근혜 49.8%

민주통합당 문재인 20.5%

무소속 안철수 21.4%

기타 7.3% 무응답, 오류 1.1%

무소속 안철수35.5%

기타 10.8%

무응답, 오류: 10.9%

가장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누구입니까?

선호하는 대선 후보

朴-27.6%, 文-25.2%, 安-35.5%

● VOICEYE NOTE ●

Page 15: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여론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지난 여름 가족 휴가를 간 부산에서 싸

이의 ‘ 강남스타일’ 을 처음 들었다. 최근

대중가요의 문외한인 까닭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거라

는 예상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유튜브로

‘ 강남스타일’ 은 초지일관 유머 코드로

연출된 신나는 문화적 축제였으며 그 축

제는 꽤나 중독성이 강했다. 그런데 이 중

독에 빠져든 이가 나만이 아니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 강남스타일’ 이 머지않

아 1위에 등극할 수도 있다하니 놀랄 일

이다.

내 기억 속의 싸이는 언제나 잘 나가는

가수가 아니었다. 먼저 싸이의 대마초 사

건. 2001년이었을까. 싸이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구속된다. 당시 엽기가수로 인기

를 구가하던 싸이가 입건, 구속되자 냉소

한 대중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싸이의 진짜 위기는 대마초 사

건이 아니었다. 2007년에 터진 싸이의 병

역 비리의혹 사건. 이게 바로 싸이의 진짜

위기였다.

한국에서 병역 비리는 그 자체로 해당

인사를 몰락시킬 파괴력이 큰 사건이다.

과거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후

보가 몰락하게 된 데는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상당한 원인이었다. 그런데 어라,

사이가 병역 비리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

고 재입대를 선택하면서 위기 상황은 반

전된다. 기자회견장에서 싸이는 이렇게

말했다. “쌍둥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

고 싶고, 그래서 행정소송을 하지 않겠

다”고 말이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

다. 대선후보들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실수

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건 사과의 용

기일 게다. 사실 실수의 당사자가 자기 과

오를 담백하게 인정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기에 우리는 고대 그리스 비

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자신의 과오

를 에두르지 않고 인정한 인물이라는 점

에서 지금도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

싸이의 사과가 사과의 전범이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말로만 사과하지

않고 재입대를 선택, 결행하는 등 사과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사과의 진수를 보여

준 건 틀림없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재

입대 선택이라는 행동을 통해 사과함으

로써 더 큰 자기를 만드는 전기를 마련하

게 된 것이다. 그렇다. 진정한 사과는 자

신을 합리화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자

신을 학대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닐 게다.

그건 본질적으로 새로운 자기와 마주하

려는 용기의 결단이요 결단의 실천인 것

이기에 그렇다.

이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은 싸이에서

사과를 배워야 한다. 그들이 싸이에게 배

울 건 말춤이 아니라 사과의 진정성인 게

다. 후보 간 상호 공방이 격화되다보니 각

자의 흠과 실수가 노출되는 상황이다. 여

기에 대한 대응은 글쎄 나로서는 싸이의

사과 방식이 옳다고 믿는다. 말로만이 아

닌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과 말이다. 그런

데 사과가 어디 대선후보만의 문제이랴?

너나없이 실수를 거듭하는 우리들 아닌

가.

자 싸이에게서 배우자. 인정할 땐 ‘쿨’

하게 인정하고 행동이 필요할 때 행동으

로 보여주는 사과의 실천을 말이다.

(대구신문 2012. 10. 15자 게재)

사 설

반값 대학등록금과 대학교육비 확충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렀다. 기성

회비를 안 낸 아이들이었다. “기성회

비도 안 내고 학교를 다닐 작정이

냐? 당장 집으로 가서 돈을 가져와

라. 돈을 가져오기 전에는 학교에 얼

씬도 하지 마라.” 내 쫓긴 아이들이

갈 곳은 텅 빈 바닷가 백사장뿐이다.

한 아이가 소리 지른다. “가난하다고

얕보는 놈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

어! 내가 커서 뭐가 될지 아무도 모

르잖아!” 어느 대통령 후보자가 회

상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다.

내가 커서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

다는 말은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가

지고 태어났다는 전제에서 이치에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립대 기준이지만, 대학 등록금 연

간 천만원 시대에 돌입한 한국 사회

에서 부모의 경제력은 자신이 미래

에 뭐가 될지 그리고 얼마를 벌게 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

록 해준다.

부유한 가정 출신 어린이 한 명과

가난한 가정 출신 어린이 한 명을 상

정하여 비교해 보자. 두 어린이는 동

일한 수준의 학업능력을 타고났고

둘 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한다.

공정한 사회에서라면 이 두 아이는

동일한 성공의 기회를 누려야 할 것

이다. 그러나 한국의 열악한 공교육

체계는 사실상 초·중등 교육과 대

학교육의 모든 단계에서 기존의 불

평등을 상쇄하기보다 확대시키는 경

향이 있다. 한국의 유치원에서 고등

학교에 이르는 교육과정이 철저하게

사교육에 의하여 뒷받침되기 때문이

다. 더욱이 대학의 비싼 등록금은 사

회 계층이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학에 진학한 뒤 학자금 대

출을 받아 졸업하면 자신의 이름으

로 몇 천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 결

국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

부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부모가 지

던 등록금 부담을 학생 자신에게로

옮겨놓는 제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개인의 발전가능성과 가정의 배경에

의한 불평등 관계를 ‘세대 간 조력’

이라고 한다.

다행히 최근 야당이 내놓은 등록

금 반값 실현방안은 세대 간 조력에

의한 불공정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을 통해 내

국세의 8.4%까지 고등교육재정교부

금으로 돌려 반값 등록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또 정부, 대학,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록금

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등록금의 상

한선을 설정한다는 계획은 이미 여

러 대학의 총학생회가 요구하는 사

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등록금 문제는 동시

에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비의 확충방안과 함께 고민되어

야 한다. 연간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그 돈이 전액 교육비로 지출된다고

해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볼 때 높은

편은 아니다.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최소한 연간

2천만원은 되어야 한다. 대통령선거

를 계기로 모처럼 실현가능성을 높

이고 있는 반값 등록금과 함께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비 확

대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는 이

유다.

칼럼

양진오 교수(국어국문학과)

● VOICEYE NOTE ●

사과는 싸이처럼

1. 공공장소 흡연에 대한 인

식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일부 공공장소 내에서 금연

을 실천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흡연에 대한 인식이

잘 정착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다. 버스정류장이나 화장실 등

과 같이 공공장소를 제외한 장

소에 흡연자들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흡연에 관한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활동들을 시행한다

면 지금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될 것 같다.

2. 캠퍼스 내 금연구역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단과대학 건물 내에서는 금

연구역이 잘 시행되고 있지만

중앙도서관, 임용고사실 앞과

같은 곳은 금연구역이라는 표시

가 있음에도 오히려 흡연자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3. 최근 타 대학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우리 대학에 도

입한다면?

흡연부스를 설치한다면 간접

흡연의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

어 흡연자와 비흡연자들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여러 장점

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으로 흡연부스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될지, 설치한다 해도

흡연자들이 그곳에 가서 담배를

피울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 이

미 흡연자들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부

스를 따로 설치할 필요는 없다

고 생각한다. 만약 설치하게 된

다면 이를 자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나 다른 제도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4. 학생복지 차원의 금연 캠

페인을 본인이 기획한다면?

예비 흡연자와 금연에 관심

이 있는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목적으

로 한 프로그램을 짜보고 싶다.

금연은 한 번에 담배를 끊는 것

이 아닌 점차 줄여가는 방식으

로 하되, 흡연학생의 동기부여

를 위해 담배를 줄인 양에 따라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보

고 싶다.

5.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서로

어떻게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

는지?

아무데서나 흡연을 하는 소

수의 사람들 때문에 다수의 흡

연자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금연구역 못지않게 흡연

구역도 만들어 흡연자들의 권리

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금연구

역 설치취지에 동참하는 등 흡

연자들이 좀 더 신경을 씀으로

써 비흡연자들의 권리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 끝으로 대구대신문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가 즐거웠다. 앞으로

도 신문사에서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기회를 늘렸으면

한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취

재하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

겠지만 이것이 신문의 역할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

가 생긴다면 참여할 생각이다.

최주혁 기자

[email protected]

조서일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길거리 인터뷰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 어떻게 해소할까?

장석호(기계공학·11)

Page 16: du020214112012 du020214112012dgac-paper.webpot.co.kr/newspaper/pdf/56c6dde611cf9.pdf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취재 VOICEYE NOTE 홍덕률 총장과 각 단과대학

제838호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문화

요즘은 옛날과 달리 이성 교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이 좀 더 긍정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연애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이 101명으로 67.3%를 기록하며 ‘ 연

애’ 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또,

첫 이성 교제는 만 19세 이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48%(72명)를 차지할 정도로 그 시기 또한 앞당겨 졌다.

하지만 그만큼 개방적인 학생들의 연애 방식은 종종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곤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

이 잦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연애에 대해 ‘ 부정적이

다’ 라는 선택을 한 94명 중 약 56.4%(53명)가 그 이유를

‘ 만나고 헤어짐을 사소히 생각’ 하는 데 있다고 꼽았다.

조금만 무거워지는 건 어때

-애정의 표현

대학생들의 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 중 26.7%(25

명)의 선택을 받으며 2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 지나치게

개방적인 애정표현’ 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성 교

제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남녀 간의 만

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헤어짐 또한 자연스럽게 받

아들인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애정

표현 또한 지나치게 개방화되어 심지어는 혼전성관계마

저도 개인의 취향에 맡기는 추세다. 설문에 참가한 학생

들의 혼전성관계에 관한 인식은 긍정적이 50.7%(76명),

부정적이 49.3%(74명)로 서로 막상막하를 이루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는 ‘ 미혼모’ , ‘ 혼전성관계’ ,

‘ 동거’ 등의 단어가 귀에 닳도록 나온다. 20대 미만의 어

린 학생들이 성관계를 경험하는 것도 모자라 실수로 임

신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택은 자신의 자유

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자신의 것이다. 아무것도 세

워진 게 없는 20대의 나이에서 아이를 가졌을 때 그를 책

임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또 그 사람이 그

책임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믿는 사람인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신중한 선택을 내려야 할 문제다.

현명한 연애가 필요합니다.

-필요해서? 좋아해서? 급한 연애는 No

페이스북(SNS)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친구

들의 ‘ 커플 셀카’ , 연애를 하더니 연락이 뜸해진 단짝 친

구…. 속상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하는 연애

는 절대 이롭지 않다. 호감과 같은 감정보다는 연애를 하

고 싶다는 ‘ 생각’ 에 빠져 급한 연애를 하는 학생들이 많

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하나 둘 연애를 하는데 난 뭘 하나 싶고.

‘ 넌 왜 남자친구를 안 사귀냐.’ 며 친구들이 물을 때도 괜

히 속상하더라고요. 저도 연애를 빨리해야만 할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어요.” 주현정(작업치료·12) 학생의 푸념

섞인 말이다.

남녀가 만나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고 호감을 느끼면

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그 ‘ 사

랑’ 이라는 것이 주변의 영향으로 해야 할 것만 같은 필

요의 존재로 다가오게 되면서, 혹은 헤어진 연인의 빈자

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으로 이른바 ‘ 연애 강박증’ 에

시달리는 학생들 또한 많아진 것이다. 물론 좋은 인연이

닿아 오랜 만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성급했던 시작

만큼 그 끝 또한 성급해지기 쉬운 길이니 조심하자.

-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연애할 시간이 없다

고 말한다. 모두들 치열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와중에 연애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

다. 매 학기 찾아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모자라 취업

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는 막막함

속에서 ‘ 사랑’ 은 버거울 수 있는 존재다. 또 혹자들은

‘ 어린 나이에 이성을 사귀는데 빠져서 나중에 취업을 못

해 후회할 바에야 취업을 한 뒤 좀 더 현명한 사랑을 하

겠다’ 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공부와 연애 중’

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학업에 완전히 몰두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연애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학업과 연

애,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는 없을까? 대학생들

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은 “연

애를 하면서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을 했다. 자칫 학업

앞에서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사랑이지만, 남녀가 서로 도

움이 되게 연애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시험기간, 카페에 앉

아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을 나누기에 여념

이 없는 커플과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책을 펴 놓고 열심

히 공부하는 커플, 어느 쪽이 더 보기 좋은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연애에 깊게 빠져서 A라는 학

점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으려면, 일단 보기 좋은 떡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이는 비단 고학년들뿐만 아니라 저학년들에게도 해당

되는 말이다. 대학생활의 로망을 꿈꾸며 두근대는 마음

으로 대학교에 들어왔을 것이다. 한창 이성에 눈을 뜨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설렐 시기라 학업에 소홀해지기도

쉽지만 그럴 때일수록 학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휴대

전화를 붙들고 수업시간을 때우는 무책임한 행위와 ‘ 친

구들과 어울려야 해’ 라는 바보 같은 핑계는 그만. 철없던

고등학교 때라면 몰라도 알 것 다 알고 어느 정도 철도

든 대학생들이라면 달라야 한다. 수업 시간에만 열심히

해도 이미 반은 간 셈이다. 메시지 좀 늦게 보면 어떤가.

지금이야 함께 하니 좋고,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할 테

지만 시간이 흘러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 난 뭘 했나.’ 하

고 허무해질 수 있으니 미리미리 예방하도록 하자.

-데이트 비용, 센스 있고 적당하게.

돈의 문제 또한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

다. 직장인이 아닌 이상, 20대 학생들 대부분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부족한 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련할 것

이다. 여학생들의 경우 쇼핑을 할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 그에 어울리는 신발이 필요하고

구색을 갖출 가방도 필요하고…. 여자라면 아마 한 번쯤

은 느껴봤을 고충이다. 거기다가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

기 위해 화장까지 정성 들여 하기 때문에 소비되는 시간

은 물론 비용이 엄청나다. 남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요즘

은 여학생 못지않게 남학생들의 패션도 민감해짐은 물

론이고, 통상적으로 ‘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

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느

끼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데이트 비용부담에 관한 질문에서는 남녀가 ‘ 때때로

융통성 있게 나누어 낸다.’ 는 답변이 49.3%(74표)를 얻

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로는 ‘분담비율을 정하되 남자가

더 많이 부담한다’ 가 30%(45표)를 얻었고 그 뒤를 ‘항

상 더치페이 한다’ 가 14%(21표)를 얻으면서 3위에 머물

렀다.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가끔은

서로가 대학생임을 고려한 약간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

을까. 두 사람이 함께 쓰는 ‘ 데이트 통장’ 을 만드는 방법

도 있다. 체크카드를 함께 발급받아 계산 시 살짝 멋쩍어

할 수 있는 남자친구에게 카드를 쥐여 준다면 센스 있는

여자친구가 될 것이다. 또 설문 조사 결과 45.3%(68명)

의 학생들이 한 달 데이트 비용으로 10만원~20만원 미

만이 적당하다고 했으니 참고하여 과한 소비는 참도록

하자. 유희원 기자 [email protected]

권미성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홍혜진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20대, 사랑에 대한 그들의 오만과 편견

● VOICEYE NOTE ●

● 성관계 경험 유무

있다 20.7%

무응답 0.7%

없다 78.7%

● 이성교제 시 허용되는 스킨십(신체적 접촉) 범위

없다6%

가벼운 입맞춤

13.3%

키스

42%

기타6.7%

성관계22.7%

손을 잡거나 포옹8.7%

색색의 낙엽이 내려앉아 가을향이 물씬 나는 캠퍼스, 그곳을 거니는 연인들의 사랑도 함께 무르익을 즈음이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솔로들은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외로울 뿐. 커플이든 솔로이든 이성(사랑)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들끓는 20대, 그들의 사랑의 방식이 궁금했다.

요즘은 연애 또한 경험이라 하여 많은 연애를 해봐야 한다는 학생들이 많다. 이성을 많이 만나볼수록 나중에 배우자를 정할 때 사람을 잘 볼 수 있고, 이해와 배려가 늘기

때문에 나중에 결혼 생활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대학생들의 연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각양각색의 고민이 숨어있다. 대학생이라면 연애에 관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생각들을 비호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는

여자 52.7%(79명)과 남자 47.3%(71명)의 비율로 이루어졌다. 이 설문 조사의 결과가 모든 대학생을 대변하지는 않으며 그저 대학생들의 평균적 생각과 경험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