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자치단체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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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디자인학석사 학위논문 한국 지방자치단체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 연구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디자인역사문화전공 임 선 영

Transcript of 한국 지방자치단체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

  • 공예 · 디자인학석사 학위논문

    한국 지방자치단체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 연구

    -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

    2018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디자인역사문화전공

    임 선 영

  • 한국 지방자치단체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 연구

    -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

    지도교수 김 민 수

    이 논문을 공예·디자인학석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2018 년 2 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부 디자인역사문화전공

    임 선 영

    임선영의 공예·디자인학석사 학위논문을 인준함2018 년 2 월

    위 원 장 채 정 우 (인)

    부위원장 심 한 별 (인)

    위 원 김 민 수 (인)

  • - i -

    국문 초록

    이 연구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상징디자인이 제작된 배경을 살펴보

    고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그 전개 양상과 수용 담론을 분석하여 한국 지

    자체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를 고찰하는데 목적이 있다. 1995년 지방자

    치제의 시행 및 세계화와 지역화의 영향으로 국내 지자체들은 대표적인 이미

    지를 조성하고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도시 상징디자인을 도입했다. 지난 20

    여 년에 걸쳐 지자체마다 휘장(심벌마크)을 비롯하여 캐릭터, 브랜드 슬로건

    과 같은 상징물들을 다양하게 제정하였고, 이를 도시 공간 속에 적용하는 양

    상을 보였다. 그간 도시 상징디자인은 때로는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는 홍보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때로는 도시 이미지와 무관하게 제작되어 예산 낭비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한국 도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를 살펴보기 위

    해 한국의 수도이면서, 다양한 상징디자인을 도입한 서울시의 사례에 집중하

    였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Ⅱ장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90년대 이전까지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적 맥락을 상징적 의미와 조형적 특징의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일제강점기의 도시 상징디자인은 일본 가문 문장, 일본 지자체

    휘장의 형태와 의미가 유사하게 제작되었다. 해방 후 1947년 도입된 서울시

    의 새로운 휘장도 일본식 휘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문제를 확인하였다.

    또한, 1990년대 새롭게 상징디자인이 도입된 사회적 배경을 지자체의 시행,

    세계화와 지역화, 그로 인한 도시 마케팅의 발전으로 서술하였다.

    Ⅲ장에서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도입된 서울시 지자체 상징

    디자인을 시대 순으로 도입 배경, 전개 과정, 활용 양상 등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였다. 특히 지자체 상징디자인의 공공적 기능과 역할에 집중하여 고찰

    한 결과, 여러 한계점을 발견하였다. 먼저 1996년 제정된 휘장은 산, 해, 강

  • - ii -

    이라는 일상 모티프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차별성을 갖지 못

    하였고, 1998년 제작된 캐릭터 왕범이는 서울시 상징으로 적극적으로 사용

    되지 못하였다. 국내 첫 브랜드 슬로건인 Hi Seoul은 다소 가볍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도시의 내용적 측면을 담아내지 못하였다. 2008년 디자인서울 사

    업의 일환으로 서울시 심볼로 선정된 해치는 상징물 제작 절차와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결과물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2015년 도입된

    브랜드 슬로건 I·SEOUL·U는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하여 최다 인원이 제작

    에 참여하였으나 의미가 쉽게 소통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서울시 상징디자인들이 도시 공간에 활용되고 퇴적되면서 서로 어울리지 않

    는 요소의 혼재로 인해 통합성이 결여된 문제를 확인하였다.

    Ⅳ장에서는 서울시 상징디자인에 관한 수용 담론을 살펴보기 위해 언론 보

    도 분석을 시도했다. 서울시 상징디자인에 관한 언론 보도는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상징디자인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과 비평적 시각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기사에 의하면 시민들은 상징물 제작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적합하게 절차가 진행되길 바랐으며, 도시 상징디자인이 단

    체장의 치적을 위해 과시용으로 제작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또한, 도시 상징

    디자인에 서울시만의 독창성을 담는 동시에 한번 제작한 도시 상징디자인은

    지속성을 갖고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서울시 상징디자인에 대해 역사적 맥락과 실태, 수용자적 측면에서 다각적

    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도시 상징디자인은 그 공공적 역할과 기능을 충분

    히 담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어 : 도시 상징디자인, 도시브랜드, 공공디자인, 공공성,

    서울시 상징디자인, 디자인정책

    학 번 : 2014-20769

  • - iii -

    목 차

    Ⅰ. 머리말 1

    1. 연구의 목적 및 배경 1

    2. 선행연구 검토 4

    3. 용어 정의 6

    4. 연구 범위와 방법 9

    Ⅱ. 1990년대 지자체 상징디자인 도입 배경 12

    1. 1990년대 이전의 도시 상징디자인 12

    1.1 일제강점기 지자체 휘장 12

    1.2 해방 이후 지역 휘장 17

    2. 1990년대 이후 지자체 상징디자인 도입의 시대적 배경 21

    2.1.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21

    2.2. 한국의 세계화와 지역화 24

    Ⅲ. 1990년대 이후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전개 29

    1. 서울시 상징디자인 도입과 활용 29

    1.1. 서울시 휘장의 도입 과정 29

    1.2. 서울시 휘장의 홍보와 활용 34

    1.3. 휘장 논란과 유사성의 문제 37

    1.4.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 40

    2. 도시 브랜딩 개념의 도입과 브랜드 슬로건 43

    2.1. 서울시 전략으로 도입된 브랜드 마케팅 43

    2.2. 서울시 브랜드 슬로건 Hi Seoul의 도입 45

    2.3. Hi Seoul의 마케팅 활용 47

    3. 디자인서울 사업과 서울시 심볼 해치 50

    3.1. 민선 4기 정책과 디자인서울 50

    3.2. 해치의 제작 과정과 한계 53

    3.3 해치의 활용과 확산 58

  • - iv -

    4. 3세대 도시브랜드 I·SEOUL·U 62

    4.1. I·SEOUL·U의 제작 과정 62

    4.2. I·SEOUL·U에 관한 반응과 한계 68

    5. 소결 71

    Ⅳ. 서울시 상징디자인 수용 담론 분석 73

    1. 담론 분석을 위한 설계 73

    1.1. 분석 대상 설정 및 자료 수집 73

    1.2. 주요 분석 문제 도출 77

    2. 서울시 상징디자인 관련 신문 기사 통계 분석 78

    2.1. 연도별 기사 보도 건수 78

    2.2. 기사 게재 지면 카테고리 80

    2.3. 기사의 주요 필자 구성 81

    3. 상징디자인 관련 신문 기사 내용 분석 82

    3.1. 기사의 태도 분석 83

    3.2. 주요 논점별 분석 84

    3.3. 도시 상징디자인 검색어별 분석 105

    4. 소결 109

    Ⅴ. 맺음말 111

    참고문헌 115

    Abstract 121

  • - v -

    표 목 차

    [표 1] 서울시 공식 상징물 (2017년 11월 기준) 10

    [표 2] 지방재정 자립도의 변화 23

    [표 3] KIDP의 디자인특화사업 ‘지역발전지원사업’(1997~)의 추진계획 28

    [표 4] 서울상징 개발 추진 경위 55

    [표 5] 서울시 브랜드 I·SEOUL·U 개발 상세 과정 63

    [표 6] 서울시 상징디자인 제정 시기와 재임 시장 및 분석된 신문 기사 목록 75

    [표 7] 연도별 신문 기사 보도 건수 (1996-2017) 79

    [표 8] 신문 기사의 주요 게재 지면 카테고리 80

    [표 9] 신문 기사의 주요 필자 81

    [표 10] 신문 기사의 주요 태도 83

    [표 11] 내용 분석의 분류 항목 84

    [표 12] ‘행정 절차’ 관련 주요 기사 87

    [표 13] ‘관료주의’ 관련 주요 기사 89

    [표 14] ‘지자체장’ 관련 주요 기사 91

    [표 15] ‘예산’ 관련 주요 기사 93

    [표 16] ‘독창성’ 관련 주요 기사 95

    [표 17] ‘언어’ 관련 주요 기사 98

    [표 18] ‘지속성’ 관련 주요 기사 100

    [표 19] ‘미적 가치’ 관련 주요 기사 102

    [표 20] ‘내실’ 관련 주요 기사 104

  • - vi -

    그 림 목 차

    [그림 1] 도쿄시 옛 문장과 태양륜(太陽輪) 14

    [그림 2] 경성부 휘장 15

    [그림 3] “경성부휘장” 16

    [그림 4] 서울시 휘장과 일본 문장 요소인 태양륜, 안목각 18

    [그림 5] 서울시청 외관에 부착된 서울시 휘장의 모습 19

    [그림 6] 전철에 표시된 서울시 휘장 20

    [그림 7] 서울시 와우아파트 외관 (1970년대) 20

    [그림 8] 시민의 날 서울운동장(현 ddp)에서 열린 시민체육대회에서

    윤태일 전 서울시장 뒤로 보이는 서울시 휘장의 응용안 20

    [그림 9] 신년사에서 새해를 세계화 원년으로 삼자고 연설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24

    [그림 10] 한진 그룹 기업광고, "세계운송, 미래운송, 한진이 세계화의 길을

    엽니다" 25

    [그림 11] ‘한라’의 기업광고, "국제화 ·세계화를 선도하는 기업, 한라. 전세계가

    한라의 국제영업활동센터입니다" 25

    [그림 12]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공모함에 새로운 휘장(심벌마크)과

    슬로건 공모안을 응모하고 있는 모습 31

    [그림 13] 서울시 심볼마크 최종 후보작 32

    [그림 14] 서울시 휘장, 시그니처, 앰블럼의 현황 33

    [그림 15] 휘장의 의미 설명 33

    [그림 16] 서울 시청에 걸린 휘장 35

    [그림 17]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진 초대형 서울시 휘장 35

    [그림 18] 서울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서울시 휘장 36

    [그림 19] 서울시 휘장(1996)과 일본 총합보험복지센터 심벌마크(1994) 비교 37

    [그림 20] 해, 산 등의 자연물을 상징 모티프로 하는 지자체 휘장(심벌마크) 39

    [그림 21]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의 첫 디자인과 리뉴얼된 모습 41

    [그림 22] 2000년대 초반 서울도시마케팅 추진체계 44

  • - vii -

    [그림 23] 서울시 브랜드 슬로건 Hi Seoul (2002) 46

    [그림 24] 2005 하이서울 페스티발에서 진행된 퍼레이드 모습 48

    [그림 25] 월드컵 응원을 위해 시청본관에 걸린

    캐릭터 왕범이와 하이서울 슬로건 49

    [그림 26]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Hi Seoul 브랜드 로고 49

    [그림 27]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해치 아이콘 (2008.5) 56

    [그림 28] 해치 BI와 캐릭터 (2009.3) 57

    [그림 29] 해치 기념품 판매모습 58

    [그림 30] 해치가 적용된 남산공원 표식 59

    [그림 31] 해치가 적용된 공사장 가림막 59

    [그림 32] 서울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담황토색 해치 택시 60

    [그림 33] 해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2011) 60

    [그림 34] 시대별 도시브랜드의 변화 65

    [그림 35] 브랜드 슬로건 최종 후보안 67

    [그림 36] 서울브랜드 선포식 67

    [그림 37] 인터넷에서 확산된 브랜드 슬로건 “I·SEOUL·U”의 패러디의 예 68

  • 1

    Ⅰ. 머리말

    1. 연구의 목적 및 배경

    이 연구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상징디자인이 제작된 배경을 살펴보

    고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그 전개 양상과 수용 담론을 분석하여 한국 지

    자체 상징디자인의 역사와 실태를 고찰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1995년을 전후로 하여 지자체들은 빠른 속

    도로 도시 상징디자인을 제정해왔다. 가장 대표적 상징인 휘장(심벌마크)을

    비롯하여 로고타입, 엠블럼, 캐릭터, 전용 서체와 같은 다양한 디자인을 통합

    적으로 개발하는 통합이미지계획을 시행했다. 도시 상징디자인은 청사 공간

    과 공식 홈페이지에 적용되고 각종 공문서 서식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기념

    품으로 제작되어 홍보를 목적으로 판매되었다. 한편 ‘디자인 매뉴얼’을 토대

    로 이정표, 안내문, 교통수단에 알맞게 재생산되어 도시 경관을 채우는 요소

    가 되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였을 때 도시 상징디자인을 제정하고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세계화와 지역화의 영향으로 인해 각 지자체는

    독립된 주체로서 경쟁력을 가져야 했고, ‘기업가적 정부(Entrepreneurial

    Government)’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1 지자체는 각 지역을 진흥시키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고, 거주민과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이

    를 위해 각 지역을 상징하는 도시 상징디자인의 도입이 요구되었다. 단순히

    글자로서의 지역명이 아닌 시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할 때의 지각적 효과가 크

    1 이무용,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장소마케팅 전략』, 논형, 2006, p. 6.

  • 2

    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이전에도 휘장이 지방정부의 상징으로서 사용되었지만, 새롭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표현해야만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당시

    기업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던 CIP(Coporate Identity Project)의 개념과

    형태를 받아들여 통합이미지 정책으로 새로운 도시 상징디자인(CI, City

    Identity Design)을 제정하게 되었다. 각 지자체는 도시 상징디자인을 제정

    하여 행정 공간, 공공 시설물, 행정용 공공용품 등에 적용하고, 이 디자인을

    관광 사업, 기념상품과 연관시키며 다양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 상징디자인은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상징디

    자인이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참된 지역성을 디자인에

    담아내지 못하였다는 의견과 더불어2 공공의식의 부재로 인해 정치권과 디자

    인 산업계의 비즈니스 대상이 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3 담당 공무원

    들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제작 과정에서의 관료주의적 관행도 한계

    로 지적되었다.4

    도시 상징디자인은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터전인 도시를 상징화하는 작업

    이며, 실제 공간에서 다양하게 사용됨으로 인해서 도시 이미지의 구성 요소

    가 된다. 또한, 도시 상징디자인은 생동하는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녹여서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각적·조형적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없다. 도시는 “삶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이 교차하는 가치의

    2 김민수,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 광역시의 정체성을 찾아서』, 그린비, 2009; 정치

    영 외, 「지방자치단체 상징물의 지역성에 관한 고찰」. 『한국도시지리학회지』 14,

    no. 1, 2011. pp. 17-34. 등에서 이러한 내용의 비평을 확인할 수 있었다.3 최범, 『한국 디자인의 문명과 야만』, 안그라픽스, 2016.

    4 정규호, 「공공디자인의 공공성과 행정메커니즘.」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4, no. 4 11, 2011. pp. 345-62.

  • 3

    중심지”5이며, “실존적 삶터”로서 “장소의 영혼이 담겨야 할 곳”6이기 때문이

    다.

    이러한 실존적 장소로서의 도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실천을 통해 변화

    해간다.7 도시는 개개인의 삶이 이루어지고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유기

    체적인 장소인 것이다. 도시 상징디자인은 단순히 표피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공공의 영역에서, 도시 공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지자체 시행 이후 이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도시들은 많은 상징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지자체 상징디자인의 역할과 기능이 어떠하였는지 다

    시금 살펴볼 시점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서울시 사례를 통해 도시 상징

    디자인의 역사와 실태를 파악하고 상징디자인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

    해보고자 한다.

    5 이푸 투안, 『공간과 장소』, 대윤, 1999. 김민수, 「한국 도시 이미지와 정체성」, 『도

    시 공간의 이미지와 상상력』,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엮음, 메이데이,

    2010. p. 26에서 재인용. 6 Norberg-Schulz, Christian. “Genius Loci : Towards a Phenomenology of

    Architecture”, New York : Rizzoli, 1984. 김민수, 위의 글, p. 26에서 재인용.

    7 Soja E, “Thirdspace : Expanding the Scope of the Geographical

    Imagination” in Massey, D., Allen, J. and Sarre, P. eds. Human

    Geography Today Polity, Cambridge, pp. 260-278, 1999.

  • 4

    2. 선행연구 검토

    도시 상징디자인, 그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휘장, 캐릭터, 브랜드 슬로건 등

    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왔다. 대부분의 연구는 디자인 분야에서 진

    행되었지만 행정학, 도시학, 인문지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일부 이루어졌다.

    국내의 초기 연구들은 주로 지자체 시행으로 인한 행정 변화에 따른 시대

    적 상황에 관해 서술하며 새롭게 도입한 도시 상징디자인을 고찰하고 이후로

    의 디자인과 활용 방안에 대해 제안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8 이 연구들은

    1990년대 도시 상징디자인의 도입 과정과 당시의 도시 상징디자인에 대한

    사고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후로는 휘장, 캐릭터, 브랜드 슬로건 등 각 지자체 상징디자인들의 현황

    과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으며9 상징물을 기

    호학이나 음양오행의 분석틀로 분석하는 연구들도 잇따랐다.10 이러한 연구

    들은 지자체 상징디자인의 사회적 맥락보다는 조형적 측면에 집중하는 모습

    을 보였다. 또한, 도시 상징디자인(상징물)과 지역성의 관계를 고찰하는 분

    석11도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도시 상징디자인의 전체적 지형도를 파악하는

    8 이명희, 「地方自治制의 實施에 따른 City Identity에 관한 硏究」, 홍익대학교 석사논

    문, 1992; 김정희 「도시특성에 따른 도시아이덴티티(City Identity)에 관한 연구 – 미래의 도시상을 지향하는 시각이미지 표현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1996; 방정아, 「지방자치단체 CI 도입에 따른 지역이미지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

    논문, 1999; 김생수. 「기고논문 : 자치단체의 CI 형성전략에 관한 연구.」 지방행정

    연구, 13(1), 1999, pp. 143-164. 9 박효진, 「지자체 심볼마크(Symbol Mark)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동서대학교 석

    사논문, 2008; 진희종. 「지자체 캐릭터디자인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연구.」 명지대

    학교 석사논문, 2003; 오혜승.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조형요소에 관한 연구.」 단국

    대학교 석사논문, 2010.

    10 김홍중, 「심벌 이미지의 시지각적 상징체계 연구」 대구대학교 박사논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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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도움을 주었지만, 지자체 상징디자인이 지역성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징 모티프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의 상징디자인에 관한 연구도 상당수 존재하는데, 주로 서울시 휘

    장12이나 디자인서울의 해치13 등을 심도 깊게 다루어 각 사례에 대한 전반

    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가 단일한 상징디자인을 대상으로

    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도시 탐사를 통하여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도시디자인의 일부로서 상

    징디자인에 접근한 연구14와 (구)충남도청사 건물의 문양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연구는15 한국 도시 상징디자인의 연원과 상징적 의미에 대해

    밝히고 도시 상징디자인이 지녀야 할 역할에 대해 서술함으로써 이 연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지자체 상징디자인의

    역사적 배경과 변화 양상을 추적하여 한국 상징디자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공

    공적 역할에 대해 고찰하려 한다.

    11 정치영 외, 「지방자치단체 상징물의 지역성에 관한 고찰」, 『한국도시지리학회지』

    14, no. 1, 2011. pp. 17-34; 김효수, 「지방자치단체 캐릭터와 지역이미지의 일

    치성에 관한 내용분석 연구」, 홍익대학교 석사논문, 2009.

    12 전종범, 「도시의 심벌마크에 관한 연구:서울시 심벌마크에 대한 적합도 조사」, 명지

    대학교 석사논문, 1996.

    13 권지희, 「‘디자인서울’ 사업 코퍼레이트 마크 분석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석사

    논문, 2011.14 김민수, 위의 책.

    15 김민수, 「(구)충남도청사 본관 문양 도안의 상징성 연구」, 『건축역사연구』, 18(5),

    2009, pp. 41-58.

  • 6

    3. 용어 정의

    3.1. 도시 상징디자인 (CI: City Identity, Community Identity)

    상징디자인은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을 표상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상징

    성’을 지닌 디자인을 말한다. 도시 상징디자인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시각

    이미지를 상징디자인으로 제정한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City Identity

    Design 또는 Community Identity 라고 표현한다. 도시 상징디자인에는

    지자체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제작되었던 심볼마크, 로고타입, 엠블럼, 슬로

    건, 캐릭터 등과 같은 일련의 디자인 작업이 포함된다.

    3.2. 휘장 (徽章, Symbol Mark)

    휘장은 국가·단체 등을 상징하는 징표16를 뜻하며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

    여 회사나 단체, 기관, 학교 등 특정 집단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지자체마다 휘장을 부르는 말이 매우 다양하여 옛 표현으로는 휘

    장, 마-크가 휘장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현재에는 심벌, 심벌마크, 상징마

    크, 심볼, 심볼마크, CI 등도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는 심벌

    마크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연구의 주요 대상이 되는 서울시에서는

    공식적으로 ‘휘장’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므로, 혼동을 막기 위해서 휘장으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또한 일본의 지자체 사례에서는 원문대로 표기하여 ‘문

    장’을 사용하겠다.

    16 두산백과 (www.terms.naver.com)

  • 7

    3.3. 캐릭터 (Character)

    캐릭터는 지역의 상징이 되는 동물이나 특산물, 역사적 인물 등을 모티프

    로 하여 만화 캐릭터의 형태로 제작한 도시 상징디자인을 말한다. 일부 지자

    체에서는 마스코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원래 캐릭터와 달리 마스코트는

    “스토리가 내재되어 있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17 그러나 실제로

    지자체에서 두 용어를 혼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캐릭터라고 통일

    하고자 한다.

    3.4. 심벌 (Symbol)

    심벌은 본래 어떤 특성이나 상황 등을 상징하는 사람이나 물체, 사건 등을

    의미한다.18 보편적으로 국내 지자체에서는 휘장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

    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휘장과 심벌을 별개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심벌을 "서

    울만의 고유한 특징과 이미지를 담은 독창적 상징 아이콘(해치)"이라 표현하

    고 있다.19 이 연구에서도 심벌을 서울시의 상징 아이콘을 뜻하는 말로 사용

    한다.

    17 정현원 외,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분석 및 활용전략에 관한 연구-경기도 31개 시·

    군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디자인학연구』, 16(4), 2003, pp. 129-140. 정치영

    외, 위의 글, p. 25에서 재인용.18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http://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

    19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http://www.seoul.go.kr/v2012/seoul/symbol/haechi.html)

  • 8

    3.5. 브랜드 슬로건 (Brand Slogan)

    브랜드 슬로건은 지자체가 대외적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도시의 특성과 비

    전 등을 디자인하여 지정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주로 한글과 영문 문구

    로 제정되었다. ‘도시브랜드(City Brand)’, ‘BI(Brand Identity)’와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브랜드 슬로건은 도시를 특정한 이미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문구로, 시정 목표를 구호로 표기한 것이자 지자체장 선임과

    함께 제정되는 ‘시정구호’와는 차이가 있다.20

    3.6. 로고타입 (Logotype)

    로고타입은 지자체명을 특정한 서체나 형태로 디자인 한 것을 지칭한다.

    그 자체로 상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시각적인 정체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다. 일반적으로 심볼마크와 함께 배치하여 사용하는데, 심볼마크와 로고타입

    을 상하좌우 조합으로 배열하여 정한 것을 시그니쳐(Signature)라 부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로고타입의 서체를 지역 서체로 개발하여 배포하고

    있다.

    20 정치영 외, 위의 글, p. 21.

  • 9

    4. 연구 범위와 방법

    이 연구는 도시 상징디자인의 변천 과정과 의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 연구 범위를 서울시로 한정하여 살펴보았다. 서울시는 한국의 오랜

    수도로 국내 도시 중에서 가장 먼저 근대적 형태의 도시 상징디자인이 도입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인구와 물자가 집중된 거대 도시로서 디자인

    정책에 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

    는 곳이기 때문에 사례 연구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1990년대 이후로 시기를 크게 나누어 각

    시대별로 도시 상징디자인의 양태와 특징을 살펴보고자 했다. 1990년대 이

    전의 도시 상징디자인은 휘장에 국한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방자치제도

    가 시행된 1990년대 이후로는 휘장 이외에도 다양한 도시 상징디자인이 등

    장한다. 서울시의 공식 상징물은 아래의 [표 1]과 같다. 이 중에서 현재 서울

    시 상징물 조례에 포함되어있는 상징디자인, 즉 휘장, 브랜드 슬로건, 심벌을

    연구 대상의 중심으로 하되, 이전에는 조례에 포함되어있었으나 상징디자인

    이 변경되면서 삭제된 캐릭터와 이전 브랜드도 포함하였다.

  • 10

    서울의 상징물 (조례)

    휘장 브랜드 심벌 꽃·나무·새

    (이전 브랜드)

    개나리

    은행나무

    까치

    서울의 상징

    슬로건 색 서체

    시정슬로건 : 함께서울

    병행슬로건:

    시민과 함께 세계와 함께

    서울상징색

    서울기조색

    서울대표색 10

    서울지역색 50

    서울 현상색 250

    서울 권장색 600

    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

    [표 1] 서울시 공식 상징물 (2017년 11월 기준)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자는 문헌연구법과 언론 보도 내용분석의

    연구 방법을 사용하였다. 먼저 2장에서는 문헌연구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해

    방 이후의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연원과 상징적 의미에 대해 밝히고자 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다양화되는 도시 상징디자인의 정치·사회적 배경으로서

    지방자치제도 시행과 당대 세계화와 지역화의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역사적 흐름과 기능에 대해 서술하였다.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1차 자료로 서울시 시정백서와

    역사기록물, 각종 보고서를 주로 활용하였고, 2차 자료로 관련 논문과 단행

    본을 참고하였다. 이를 통해 서울시 상징디자인 제정의 사회적 배경, 제작

  • 11

    과정, 제작 주체, 활용 방안 등을 살펴보았다.

    특히 도시 상징디자인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평가하기 위하여 조명래의 도

    시공공성에 관한 논의를 참고하고 활용하였다. ‘공공’은 함의가 매우 크고 적

    용 범위가 넓어 정의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로 공공(公共)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21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연구

    의 대상인 상징디자인 역시 공공디자인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명래

    는 한국 공공디자인의 문제점으로 ‘탈맥락성’, ‘통합성의 결여’, ‘공동성의 결

    여’, ‘차별성의 결여’, ‘관료성’ 등을 지적하였으며 이러한 기준을 연구에 적

    용하였다.22

    4장에서는 서울시 상징디자인에 관한 언론 보도의 내용 분석을 시도하였

    다. 대표적인 서울시의 상징디자인을 검색어로 하여 기사를 수집하고, 통계

    분석 및 핵심 주제를 추출하여 내용 해석을 실시하였다. 이에 대한 보다 상

    세한 연구 방법은 4장에서 다시 서술하도록 하겠다.

    21 표준국어대사전 (krdic.naver.com)

    22 조명래는 한국 도시의 특징을 무질서의 ‘혼돈’과 ‘폭발’이라 언급하며 공공성의 실

    현을 가로막는 한국 공공디자인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먼저 ‘탈맥락성’은 디자인

    이 시공간적 맥락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적절한 디자인의 부재와 과도한 디자인

    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또한, 단일적 관점에서 제작된 공공디자인 요소들이

    일상공간에서 조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통합성의 결여’로 지적하였다. 기존 사례의

    모방으로 인해 다른 장소와 유사해지는 문제는 ‘차별성의 결여’로 명명하였으며, 디

    자인이 관료적 절차와 기준에 의해 자율성을 잃어버리는 점을 ‘관료성’의 관점에서

    언급하였다. 조명래, 「도시의 공공성: 공공영역과 공공디자인을 중심으로」, 『NGO

    연구』, 제8권 제1호, 2013. 참조.

  • 12

    Ⅱ. 1990년대 지자체 상징디자인 도입 배경

    이 장에서는 지자체 상징디자인 도입의 배경으로서 1990년대 이전 시기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양상 및 제도적·사회적 변화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1절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사용하였던 지자체 휘장과 해방 이후의 지역

    휘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도시 상징디자인이 도입된 시기의 지배 권력인

    일제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나타나는 상징디자인의 특성에 주목해보고자 한

    다. 또한 이러한 경향이 해방 이후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알아보겠다. 이

    어 2절에서는 1990년대 이후 도시 상징디자인 변화의 시대적 배경으로서

    지방자치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 행정구조의 변화와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살펴본다.

    1. 1990년대 이전의 도시 상징디자인

    1.1. 일제강점기 지자체 휘장

    근대적 의미의 지자체 휘장이 처음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의 국권이 침탈당

    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던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일제강점기 지자체 휘장은 일본 지자체 휘장의 형태와 상징성을 이어받았

    다.23

    일본은 1853년 개항 이후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며 근대화를 이룩하였다.

    23 김민수, 「(구)충남도청사 본관 문양 도안의 상징성 연구」, 『건축역사연구』, 18(5),

    2009.

  • 13

    이후 점차 근대적인 형태의 행정체제가 뿌리내리고, 자본주의 경제가 자리

    잡았다. 그와 동시에 국민들에 의한 민주주의 운동이 활발해져 감에 따라 근

    대적 지방자치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가 1888년(메이지

    21년) 시제(市制)와 정촌제(町村制)를 공포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었

    다.24 지자체들은 각기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문장 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으며, 1889년 도쿄시를 시작으로 도시마다 ‘지자체 문장’을 제정하였다.

    지자체 문장은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사용해오던 가문문장에 뿌리를 두고 있

    다. 예를 들어 도쿄시 문장은 일본의 전통적인 가문 문장 유형 중의 하나인

    태양륜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빛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태양륜은 날 일(日) 자의 모양으로 일본의 태양인 히노마루(日の丸)와 일왕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다.25[그림 1] 전통적인 일본의 문장은 “특정 의의(意義)에

    기초”하여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26 따라서 이 문장에서 유래한 지자체

    들의 문장 또한 일본의 “특별한 의미 체계”를 상징하는 것이라 볼 수 있

    다.27

    24 미야모토 켄이치, 주민자치연구모임 옮김, 『지방자치의 역사와 전망』, 주민자치,

    1991, p. 48.

    25 김민수, 위의 글, p. 48, p. 52.26 沼田賴輔, 『綱要 日本紋章學』, 明治書院, 1929, p. 141. 김민수, 위의 글, p. 53.에

    서 재인용.

    27 김민수, 위의 글, p. 53.

  • 14

    도쿄시 문장 (1889)일본 가문 문장 요소 중 하나인 태양륜(太陽輪)

    [그림 1] 도쿄시 옛 문장과 태양륜(太陽輪)

    자료: 김민수, 「(구)충남도청사 본관 문양 도안의 상징성 연구」,

    『건축역사연구』, 2009, p. 52, p. 49.에서 재인용.

    이렇게 일본에서 지자체 상징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며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 문장을 제정하게 되었고, 식민지 조선의 도시에서도 상징물을 제정하

    기에 이른다. 500년간 조선의 수도로서 국가의 중추 기능을 담당했던 한성

    (漢城)은 1910년 일제에 의해 경성부(京城府)로 명칭이 바뀌게 되고, 경기도

    에 예속되면서 지위가 격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1914년 이루어진 행정구

    역 개편에서 경성부의 관할구역이 대폭 축소되면서 역사 이래로 가장 최소

    규모의 지역을 담당하게 되었다.28 경성의 관할 지역은 성곽 내부의 지역에

    용산 일대를 포함한 정도로, 1936년에 이르러서야 경기도 일부 지역이 편입

    되어 다시 확대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성부는 1918년(다이쇼 7년) 8월 10일 경성부 고시

    제7호로 휘장 제정을 공식화하였다. 처음으로 제작된 경성부의 휘장은 한자

    28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편, 『서울 20세기 공간변천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1, p.

    38.

  • 15

    서울 ‘경(京)’자를 중심에 놓고, 글자를 둘러싼 원 바깥쪽으로 경성을 상징하

    는 성벽 8각이 배치된 형태로([그림 2] 왼쪽) 당시 행정구역상 경성부의 외

    곽에 위치하였던 성곽을 원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성부 휘장(1918) 개정된 경성부 휘장(1926)

    [그림 2] 경성부 휘장

    자료: 김민수, 「(구)충남도청사 본관 문양 도안의 상징성 연구」,

    『건축역사연구』, 2009, p. 52.

    이 휘장은 7년간 사용되다가, “발전하여가는 경성부의 현상에 비춰서 그

    의의가 좁을 뿐 아니라 이것을 미술적으로 관찰한다 하여도 좀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29는 이유로 개정이 결정되었다. 이에 1925년 11월에 휘장 개정

    도안을 일반에 현상 공모하였다. 공모전에는 조선 외에도 일본과 만주에서

    모두 483명이 응모하여 932점이 접수되었다. 경성부의 상징을 결정하는데

    있어 일본과 만주에서도 참여한다는 것은 경성이 이미 식민지 조선의 수도가

    아니라 일본제국 도시 중 하나로 처우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경성부 대화정(현 필동)에 거주하였던 일본인 다우치(田內文藏)의

    29 “京城府徽章”, 동아일보 3면, 1926.06.26.

  • 16

    공모 안이 당선되었으며, 상금으로 1백 원이 수여되었다.30

    1등 당선작이 [그림 2] 오른쪽에 해당하는 휘장이

    다. 당시 동아일보는 1926년 6월 26일 기사에서 휘

    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그림 3] 새 휘장은 경성시

    가를 상징하는 작은 원을 중심으로 북한산과 남산을

    상하에 배치한 형태이다. 또한, 한자 ‘山’를 둥글게

    비튼 모양으로 응용하여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경성부의 ‘京’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

    다. 휘장의 의미로는 “현대의 이상적 도시구조”와 “무

    궁하고 행복”한 경성부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러한 경성부 문장들은 1889년 제정된 도쿄시 문장의

    제작 방식과 유사하다.31 태양륜 내부 원을 경(京)으

    로 변경하였을 뿐, 일본 가문 문장에서 유래한 요소

    를 가지고 응용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개정된 경성부 휘장에 ‘경성시가’를 의미

    하는 원형은 도쿄시[그림1]의 태양륜과 유사하여 일본

    문장의 상징적 의미로부터 벗어난다고 하기 어렵다.

    이 휘장이 일본 정부에서 선정하고, 일본인이 제작

    한 상징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경성은 일본에 의

    해 본래의 모습을 잃고 행정구역이 개편되었을 뿐 아

    니라 중요한 지역 상징마저 그들의 미적 기준에 따라

    지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30 “경성부시절 최초 서울시 휘장 발견”, 중앙일보, 1996.06.16.

    31 김민수, 위의 글, p. 54.

    [그림 3] “경성부휘장”

    동아일보, 1926.06.26.

  • 17

    1.2 해방 이후 지역 휘장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무조건 항복으로 식민지 조선은 광복을 맞이하

    였다. 이에 각 지역은 일본 통치하에 사용되었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명칭

    을 얻었으며 행정구조 역시 개편되었다. 일제강점기에 경기도에 귀속되어 있

    었던 경성부는 1946년 8월 15일 경기도에서 독립하여 도와 같은 수준의 시

    로 승격되었다.32 또한, 서울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직원들은 대부분 하위직에 속하였기 때문에 해방 이

    후 독립적으로 시정을 담당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서울 시정은 미 군정

    하에서 미군과 한국인의 이원 조직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시

    는 일본인들이 경성부 당시 제정하였던 휘장을 버리고 새로운 휘장을 제정하

    기 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현상 공모를 열게 되었다.33 그 결과 1947년

    4월 1일 서울시 고시 제17호 ‘시 휘장 설정의 건’이 지정되어 새로운 휘장

    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기록을 통해 공표된 휘장의 설명을 살펴보면 중앙의 원형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도성(서울시가)을 상징하며 팔각은 당시 행정구역상 서울

    시의 외곽에 위치한 팔대산인 남산, 와우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 낙산, 무

    학봉, 응봉을 의미한다.34 그러나 일제청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서울시가

    와 서울 주변의 산을 표현했다는 제작 의도와 상징성이 이전의 휘장과 매우

    유사하여 일제강점기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문양은 일본 가문문장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태양륜(太陽輪)에 안목각

    32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서울六百年史』, 第五卷, 1983, p. 100.33 정운현, 『서울 시내 일제 유산 답사기』, 한울, 1995.

    34 "새로 制定된 서울 市徽章", 동아일보, 1947.04.03.

  • 18

    (雁木角)을 합친 형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35 태양륜([그림 4] 가운데)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태양인 히노마루(日の丸)와 일왕을 의미하

    며, 안목각([그림 4]오른쪽)은 ‘햇살’ 등의 의미를 지닌 전통적인 일본 가문의

    문장 요소였다.36

    서울시 최초 휘장 (1947)태양륜(太陽輪) 안목각(雁木角)

    일본 문장 요소 12요소 중 하나

    [그림 4] 서울시 휘장과 일본 문장 요소인 태양륜, 안목각

    자료: 김민수, 「(구)충남도청사 본관 문양 도안의 상징성 연구」, 『건축역사연구』, 2009,

    p. 52, p. 49.에서 재인용.

    한편 서울시 휘장은 서울 시청 내외부에 부착되어 공식적인 상징물로서 사

    용되었다.[그림 5] 이 외에도 지하철이나 시영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 서

    울시 시영아파트의 외벽, 하수구 덮개 등의 도로시설에도 이 상징디자인을

    적용하여 서울시 관련 사업임을 밝히는 역할을 하였다.[그림 6,7] 또한 서울

    시 행사에서 사용하는 등 상징물로서 사용되었다.[그림 8] 이 휘장은 원 안

    35 김민수에 따르면 이 휘장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구)충남도청사 벽면 문장과도 같

    은 형태였다. 김민수, 위의 글, p. 52.

    36 安田英樹, 『日本の家紋』, 靑幻舍, 2004, p. 51, p. 300. 김민수, 위의 글, p. 49.에

    서 재인용.

  • 19

    에 글자를 넣거나 그림을 넣는 식으로 용도에 맞게 변형되며 근 반세기 동

    안 사용되었다.

    [그림 5] 서울시청 외관에 부착된 서울시 휘장의 모습 (우측은 건물 정면 상단 부분 확대)

    자료: 「서울六百年史」 제5권

  • 20

    [그림 6] 전철에 표시된 서울시 휘장

    자료: “서울교통공사 1000호대 저항제어

    전동차”, 나무위키

    [그림 7] 서울시 와우아파트 외관(1970년대)

    자료: 서울사진아카이브

    [그림 8] 1963.04.28. 시민의 날 서울운동장(현 ddp)에서

    열린 시민체육대회에서 윤태일 전 서울시장 뒤로 보이는

    서울시 휘장의 응용안

    자료: 서울사진아카이브

  • 21

    2. 1990년대 이후 지자체 상징디자인 도입의 시대적 배경

    본격적으로 1990년대 지자체 상징디자인에 관해 서술하기 전에 지자체 상

    징디자인 도입의 배경이 되는 행정 및 사회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징디

    자인의 도입은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며, 정치·경제적 배경 속에서 더 잘 이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큰 행정적 변화였던 지방자치제도의 시

    행과, 세계화와 지역화의 흐름, 이후 도입되는 도시마케팅에 관해 서술하여

    지자체 상징디자인의 도입과 전개 양상을 이해하는 밑바탕을 마련하고자 한

    다.

    2.1.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해방 후 한국에서 근대적인 형태의 지방자치제도는 1949년 7월, 제헌헌법

    에 명시된 자치제 조항에 따른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를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가 1952년에 이르러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시행하게 되었다. 지방자치제도는

    약 10년간 지속하다가 1961년 박정희에 의한 5.16 군사 정변으로 인해 중

    단되고 만다. 군사정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지방 의회가 해산된 것이다. 이

    에 지자체에서 갖고 있던 행정 권한이 중앙정부로 집중되었으며, 각 지방자

    치단체장도 임명직으로 선발되었다. 이후 유신 개헌으로 인해 지방자치제도

    의 부활 가능성마저 배제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지방자치제의 부

    활은 민주화를 상징하게 되어 여러 차례 약속과 파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민

    주화 세력은 지속해서 지방자치제의 부활을 요구하였다.37

    마침내 1990년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어 지방자치제가 중단 된지

  • 22

    30년 만인 1991년 3월, 6월에 지방의원선거가 이루어졌다. 1993년 문민정

    부가 출범하며 김영삼 대통령의 ‘95년 단체장 선거 실시’ 공약에 따라 1995

    년 4대 지방선거를 예정하는 지방자치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1995년 6월 27일에 4선 선거(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지방자치제의 부활로 인해 지방정부는 기존의 행정 업무와 더불어 다양한

    업무를 자체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조직 개편, 재정 관리와 같은 경영 분

    야에서부터 산업 진흥, 지역 개발의 경제 부문, 행정 구역 관리와 주민 복

    지, 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이 담당 업무에 포함되었다.38 이와 더불어

    각 지자체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을 개발하여 지역 경제를 책

    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세수를 확보하여

    재정을 마련해야 했다. 지자체의 재정 기반은 자치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사항으로,39 지자체의 지방재정은 중앙정부 보조금과 사용

    자 사용료, 세금으로 이루어진다.40 [표 2]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을 인

    식하는 척도 중 하나인 ‘지방재정 자립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별시(도)와 광역

    37 이종수,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과거, 현재, 미래」, 『지방자치 이렇게 해야 된다』,

    한겨레신문사, 1995.

    38 이종수, 「지방정부의 정책과제와 성공사례」, 『지방자치 이렇게 해야 된다』, 한겨레

    신문사, 1995, pp. 221-223.39 복문수, 「지방자치 20년의 재정적 변화 분석」, 『공공정책과 국정관리』 9, no. 2,

    p. 4.

    40 강인재, 「지방재정의 자율성 확립 방향」, 『지방자치 이렇게 해야 된다』, 한겨레신문

    사, 1995, pp. 173-217.

  • 23

    시(도)가 세수(稅收) 면에서 유리해 자립도가 매우 높은 반면, 자치시 – 도 – 군의 순으로 자립도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치의 재정 기반 안정을

    위해 대도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들이 세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 찾기에 힘썼으

    리라 추측할 수 있다.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2009 2011 2013 2015 하락 하락률

    전 국 63.5 63.0 59.6 75.6 56.3 56.2 53.6 53.6 51.9 51.1 45.1 17.9 28.4

    특/광 97.3 89.4 81.8 82.9 82.2 80.3 73.9 72.7 68.6 66.8 61.2 28.2 31.5

    도 46.7 42.5 38.3 35.6 39.4 36.6 34.9 33.3 33.0 34.1 30.3 12.2 28.7

    시 53.7 53.3 52.0 43.4 38.0 40.6 39.5 40.7 38.0 36.8 31.1 22.6 42.1

    군 23.8 21.2 23.4 18.1 16.3 16.5 16.6 17.8 17.1 16.1 11.6 12.2 51.3

    자치구 54.3 51.6 52.3 45.0 42.3 44.3 37.5 37.3 36.6 33.9 25.8 28.5 52.5

    [표 2] 지방재정 자립도의 변화. 복문수, 「지방자치 20년의 재정적 변화 분석」에서 인용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되자 각 단체 사이에 자신들의 고장을 알리고자 하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먼저 지역경제를 진흥시키는 기업 유치와 함께 세금을

    충당하는 거주민의 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살기 좋은 도

    시’라는 구호를 앞세워 자신들의 지역 홍보에 나섰다. 이러한 배경에서 제작

    되는 지자체 상징디자인은 시민들에게 소속감을 선사하고 하나로 응집시키며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고, 빠른 속도로 서울

    을 비롯한 전국 도시에 도입되었다.

  • 24

    2.2. 한국의 세계화와 지역화

    1990년대에 세계화의 물결이 전

    세계를 뒤덮었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이 종식되었고, 교통과 통신수단

    의 발달로 인해 세계가 비약적으로

    가까워지는 변화가 생겼다. 이에 더

    해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의 등장으로

    전 세계 통합 경제체제가 발족하였

    으며41 이로 인한 초국가 대기업들

    의 등장으로 세계의 상호교류가 활

    발해지고 상호의존도 또한 높아졌다.

    1993년 2월 임기를 시작한 김영

    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세계화를

    정책 기조로 삼았다. 1995년 1월

    21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발족하고

    25일 세계화 계획이 공식 발표되며

    세계화 정책이 추진되었다.42 정부각

    처에서부터 대기업과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세계화의 조류에 적응하

    41 전정현,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세계화와 한국 민주주의」, 『동아시아연구』 제9호,

    2004, p. 118.

    42 강준만,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 인물과사상사, 2006, pp. 146-150.

    [그림 9] 신년사에서 새해를 세계화 원년으

    로 삼자고 연설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자료: “세계화 元年 만들자”, 동아일보,

    1995.01.01.

  • 25

    게 되었다.43

    기업들 역시 ‘世界化(세계화)의 길을 엽니다’, ‘國際化(국제화)·世界化(세계

    화)를 先導(선도)하는 企業(기업)’과 같은 표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화는

    곧 미래로 향하는 길임을 시사했다. [그림 10, 11]

    43 강준만, 위의 책, p. 147.

    [그림 11] 한라의 기업광고, "국제화 ·

    세계화를 선도하는 기업, 한라. 전세계가

    한라의 국제영업활동센터입니다",

    한겨레, 1994.02.23.

    [그림 10] 한진 그룹 기업광고, "세계운

    송, 미래운송, 한진이 세계화의 길을 엽니

    다", 경향신문 1994.02.07.

  • 26

    세계화는 지역화로 이어졌다. 세계화로 인해 각 지역은 주변 도시 뿐 아니

    라 세계 도시와의 경쟁 속에 놓이게 되었다. 지역 발전에 있어서 유리한 위

    치를 점하기 위한 도시 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졌다. 중앙정부에 소속된 하위

    단위로서 케인즈주의적 복지 정부의 성격을 띠었던 지방정부들은 행정을 기

    업처럼 관리하는 경영주의적 정부로 변모하였다.44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

    한 정책들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는 지역발전

    전략의 핵심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이라는 지역발전 전략이

    도입되었다. 장소마케팅은 특정 장소의 이미지를 주민을 비롯하여 기업이나

    관광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취하는 다양한 전략을 말한다.45 소비 시장을 파

    악하고 구매자의 필요에 맞추어 장소를 개발하는 것이다.46

    “지역이미지를 개선하고 이를 상품화 하는”47 장소마케팅은 “지역 발전

    전략의 핵심수단”으로 인식되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48 이런 장소마케팅

    의 일환으로 국내 지역마다 지역축제와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고, 문화 시설

    을 건립하고 문화의 거리나 문화예술지구 등을 조성함과 동시에 각종 광고

    44 이무용, 위의 책, p. 39.

    45 백선혜, 「소도시의 문화예술축제 도입과 장소성의 인위적 형성」, 『대한지리학회지』

    제 39권 제 6호, 2004, p. 891.

    46 Philip Kotler, Donald H. Haider, & Irving Reing, Marketing places :

    attracting investment, industry, and tourism to cities, states, and

    nations, New York : Maxwell Macmillan International, 1993.47 정치영 외, 위의 글, pp. 17-34.

    48 장소마케팅은 본래 197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낙후된 산업도시의 활성화를 위해

    이미지 전략을 수립하고 문화를 되살리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문화·이미지 전략’으

    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국내

    각 지역에서도 지역발전의 중요 정책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무용, 위의 책,

    pp. 5-6.

  • 27

    매체를 통해 지역을 “판촉”하고 있다.49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도시는

    개발 대상을 넘어 소비의 대상으로 치환되었다.

    이렇게 지방자치제의 시행과 지역화로 인해 지역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디

    자인 관련 준정부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Korea Institute of

    Design Promotion)에서는 각 지자체의 발전을 돕기 위한 디자인특화사업

    인 ‘지역발전지원사업’을 1997년에 실시하여 여러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도

    시디자인 사업을 지원하였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 사업은 크게 3가

    지로 나뉜다. 1. 디자인 도시 가꾸기, 2. 지역 특화 상품 개발, 3. 관광서비

    스 향상을 위한 디자인 지원이다.[표 3] 이 연구의 대상인 도시 상징디자인

    에 해당하는 ‘지역 아이덴티티 프로그램(City Identity)’은 문화지구 조성,

    환경디자인 등과 함께 ‘디자인 도시 가꾸기’ 항목에 속해있다. 이처럼 도시

    상징디자인은 독자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아니라 지역 발전이라는 큰 맥락 속

    에서 시행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49 이무용, 위의 책, p. 6.

  • 28

    1.디자인 도시 가꾸기

    (Design City)

    (1) 도시경관 형성계획, 테마파크, 테마거리, 문화마을 및

    공원조성계획

    (2) 지역 아이덴티티 프로그램 (City Identity)

    (3) 각종 환경디자인 (안내체계, 스트리트 퍼니처, 상징물,

    조형물 계획 등)

    (4) 도시색채계획 (지역 환경 색채계획, 공공시설 내외부

    색채계획, 아파트공단 시설물 색채계획)

    (5) 종합 이벤트 및 전시 마스터플랜 (전시공간 디자인, 전

    시장비 디자인 등)

    2.지역 특화 상품 개발(1) 지역 문화상품, 관광상품 개발

    (2) 지역 특화상품의 공동브랜드 및 고유 캐릭터 개발

    3.관광서비스 향상을

    위한 디자인 지원

    (1) 관광안내 시스템 (안내지도, 관광 팜플렛, 관광토산품

    등의 연계)

    (2) 관광지역의 고유 아이덴티티 수립 등

    [표 3] KIDP의 디자인특화사업 ‘지역발전지원사업’(1997~)의 추진계획, 『한국디자인진흥 30

    년사』 (2005) 내용을 바탕으로 도표화. 강조 연구자.

  • 29

    Ⅲ. 1990년대 이후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전개

    이 장에서는 1990년대 이후 새롭게 도입된 도시 상징디자인들에 관해 서

    술한다. 서울시의 주요 상징디자인이 제정된 순서대로 각 도시 상징디자인이

    도입된 배경과 제작 과정, 홍보 및 활용 사례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를 통해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전반적인 흐름과 현황을 파악하겠다. 이와 더불어 서울

    시 상징디자인이 공공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왔는지 살펴보기 위해 맥락

    성, 통합성, 차별성, 관료성의 기준을 적용하겠다.

    1. 서울시 상징디자인의 도입과 활용

    1.1. 서울시 휘장의 도입 과정

    1995년 6월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행되면서 지방 정부들은 해당 지역의 정

    체성을 담은 이미지를 확립하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도시 상징디자인

    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들은 199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하여 자치단

    체장 선거가 있었던 1995년 전후로 상징디자인을 제작하였다. 가장 먼저 도

    시이미지를 제정한 1991년의 부천시의 사례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이후 전국의 타 도시와 자치구에서도 도시 상징디자인을 도입하기 시작하였

    다.

    수도인 서울시도 1995년 새로운 휘장 제작을 검토하였다. 1947년에 제작

    하여 50여 년간 사용해왔던 휘장[그림 4]이 ‘팔각돌이’ ‘청소차’ ‘일본’을 연

    상시킨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아졌고, 특히 일본 도쿄부의 상징마크와 유사

  • 30

    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쟁이 활발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일제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민선 시대에 맞는 ‘새얼굴’을 찾고자 했다.

    서울시는 앞서 1994년에 ‘서울정도 600년’을 맞아 새로운 상징을 만들려

    하였으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각종 사회 문제가 큰 쟁점이 되어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듬해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50 CIP 도입을 위해

    1996년도 예산에 5억을 배정하고, 1998년까지 응용 작업 완료를 목표로 추

    진하였다.51

    1996년에 서울시는 휘장(심벌마크)52과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휘장

    최우수작 상금에는 500만원이라는 큰 액수가 책정되었다.53 주요 일간지에

    홍보 공고를 내어 알리는 동시에54 홍보인단이 거리에 나서 시민들에게 공모

    전 참여를 요청하였다.[그림 12] 이와 동시에 디자인 전문업체를 선정하여

    전문가들에 의한 휘장 개발에 착수했다.

    50 전종범, 위의 글, p. 46.

    51 “지자체상징물 교체 ‘바람’”, 매일경제, 1995.12.13.

    52 서울시는 공모전과 개발 단계에서는 ‘심벌마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제정 이후로

    는 ‘휘장’의 용어를 사용하였다.53 “서울 미래상 상징 휘장·슬로건 공모”, 경향신문, 1996.05.21.

    54 “서울특별시 CI개발추진 전문업체(군) 공모 일간지 공고.” 서울특별시, 1995.12.

  • 31

    [그림 12]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공모함에 새로운 휘장(심벌마크)과 슬

    로건 공모안을 응모하고 있는 모습

    자료: "서울 심벌마크 공모", 경향신문, 1996.05.22.

    공모전에 시민응모작 1,819점이 접수되었으며, 이와 함께 전문가팀이 개

    발한 4백여 점의 디자인 시안을 전문가 자문단과 공무원, 일반 시민으로 구

    성된 심사위원단이 심사하여 5작품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였다. [그림 13]의

    다섯 작품이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이 디자인 안은 명동, 강남역, 서울역과

    같은 도심 곳곳에서 공개되어 시민들의 투표가 이루어졌다.55 시민 1000명

    의 참여 이외에도, 시 공무원 500인과 전문가 100인의 의견조사와 인터넷을

    통한 의견 청취과정을 거쳐 최종 수상작을 가리게 되었다.56

    후보작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LG애드’와 ‘디자인파크’57의 컨소시엄58으로

    55 “서울시 심벌마크 후보작 5점 선정”, 동아일보, 1996.08.29.56 “市 심벌마크 최종후보작 5점 선정”, 경향신문, 1996.08.29.

    57 이후 디자인파크는 1998년 호랑이 캐릭터, 2000년 브랜드슬로건을 디자인함으로

    써 3연속으로 서울시 상징디자인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다. 김현 외, 『김현 디자인

  • 32

    디자인된 1번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디자인은 서울의 ‘ㅅ’과 ‘ㅇ’,

    Seoul의 앞 글자 ‘S’를 각각 서울의 산, 태양, 강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

    다. 이는 각기 ‘푸른 서울’, ‘시민의 희망’, ‘한강의 기적과 활력’을 상징하고,

    전체적으로는 “두 팔을 벌리고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당시 민정슬로건인 ‘인간 중심의 서울’을 표현했다.59

    심벌마크 최종 후보작.

    3,4번은 시민 작품, 1,2,5번은 전문업체 팀(LG애드, 디자인파크) 작업

    [그림 13] 서울시 심벌마크 최종 후보작

    자료: 『월간디자인』 1996년 12월호

    그러나 당선작의 디자인이 미흡하다는 여론에 따라 휘장은 몇 달간 수정작

    업을 거친 뒤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수정된 휘장은 산, 태양, 강

    의 세 요소가 기하학 도형의 표현에서 붓으로 그린 형태로 제시되었다.[그림

    14 왼쪽]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징이 내포하는 의미의 수정도 있었다. 제작

    파크 디자인연대기 (1969-2011)』, 홍디자인, 2011.58 LG애드는 조사, 광고, 홍보, 이벤트를, 디자인파크는 CI기본편 제작을 담당하였다.

    디자인 응용편 제작에는 김현선 환경 디자인 연구소가 참여하였다. 전종범, 앞의

    글, p. 47.

    59 “서울특별시 심벌마크 후보 안”, 서울특별시, 1996, 9. 전종범, 앞의 글.에서 재인

    용.

  • 33

    과정에서 회의에 전문위원으로 참석한 당시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가

    ‘신명나게 탈춤을 추는 모습 같다’고 표현한 사적 의견이 최종안에 반영되기

    도 하였다.60[그림 14] 휘장과 함께 로고타입과 앰블럼도 개발되어 다양한

    용도에 맞게 사용되었다.

    [그림 14] 서울시 휘장, 시그니처, 앰블럼의 현황

    자료: “상징물표준화규정집-휘장편” (서울시 홈페이지)

    [그림 15] 휘장의 의미 설명

    자료: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이미지 개발 기본편람』, 1997.

    60 김현 외, 위의 책, p. 68.

  • 34

    1.2. 서울시 휘장의 홍보와 활용

    완성된 새 휘장은 1996년 10월 28일에 개최된 ‘시민의 날’ 행사에서 발

    표되었다. ‘시민의 날’은 본래 1994년에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 에 기록된 한양 천도일을 기념일로 삼은 것이었는데, 그간

    간단한 기념식만 진행하다가 199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각지에서

    축제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서울시 곳곳에서 열린 행사 중에

    서도 ‘세계도시 CI 전시회’에 주목할 만하다. 이 전시회는 서울시 상징마크

    제정을 기념하여 서울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에서 주최하였는데 새로운 디자

    인 도입과 함께 세계 여러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휘장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였다. 서울 시청사

    정면에는 대형 휘장 현수막과 슬로건이 내걸렸고[그림 16] 홍보인단이 거리

    에 나서 시민들에게 새 휘장을 알리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공식 제정 이듬해

    5월 3일에는 서울시 CI응용 어린이 「서울의 꿈」 그리기대회가 올림픽공원에

    서 개최되어 서울시내 초등학생 367개교 735명이 참여하여 ‘나와 우리의 서

    울’을 그렸다.61

    서울시는 또한 서울 휘장을 알리고 홍보할 방안으로 세계 최대 깃발 제작

    을 기획하였다. 보라매공원 공터에서 진행요원들과 시민 1996명이 함께 초

    대형 서울시기(市旗)를 펼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가로 160cm, 세로 103m

    에 무게 2톤에 이르는 초대형 서울시기를 펼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그

    림 17] 이러한 행사는 시민들에게 휘장을 알리는 목적도 있겠으나 기네스라

    61 서울特別市 企劃擔當官 編, 『자치서울 2년 더불어 사는 서울을 위하여 : 민선2년

    백서』, 서울特別市, 1997, p. 660.

  • 35

    는 국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세계무대에 서울과 서울의 상징을 알리고자하는

    의도가 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17]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진 초대형 서울시 휘장

    자료: 김현 외, 『디자인파크 디자인연대기

    (1969-2011)』, 홍디자인, 2011.

    서울시 휘장은 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 20년간 지속해서 사용되어왔다. 그

    사이 서울시 곳곳에 적용되어 생활공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의 관계기

    관임을 알리는 표지나 이정표에 부착되어 공공기관임을 알리기도 하고, 시정

    홍보의 안내물의 주체를 드러내어 신뢰를 준다. 또, 공공시설이나 편의 시설

    물 등에 적용되어 해당 도시에 살고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도시 상징디자인은 시청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

    이 아니라 사람들이 걷고 생활하고 일하는 삶의 영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상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 16] 서울 시청에 걸린 휘장

    자료: 『월간디자인』 1996년 12월호

  • 36

    [그림 18] 서울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서울시 휘장

    자료: 연구자 촬영 (2017년)

  • 37

    1.3. 휘장 논란과 유사성의 문제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서울시 휘장은 산과 해, 강을 모티프로 하여 디자

    인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물은 사실상 전국 각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이기 때문에 한 지역의 상징성을 오롯이 담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상징물 소

    재의 차별성 결여는 곧 상징디자인 유사성의 문제를 가져오고, 도시의 상징

    성을 디자인에 담아내지 못하는 탈맥락성으로 이어진다. 디자인이 해당 도시

    의 장소적, 역사적 맥락에 부합하지 않아 적절한 상징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시 휘장이 시민의 날에 발표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또 한 번 일본

    기업의 심볼마크와 유사성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 휘장이 1994년 제작된

    일본 총합보험복지센터의 것과 유사하다는 KBS 뉴스 보도 이후 표절의 여

    부를 논하는 상반된 주장이 일간지에 실리면서 모방과 표절 사이의 설전이

    오갔다.62[그림 19]

    [그림 19] 서울시 휘장(1996)과 일본 총합보험복지센터

    심벌마크(1994) 비교

    자료: 서울시 홈페이지, 월간디자인 1996년 12월호

    62 양난영, “서울시 상징마크 발표, 앞으로의 과제”, 『월간디자인』, 1996년 12월호,

    p. 166.

  • 38

    휘장을 제작한 서울시와 디자인파크는 공모전부터 수정 및 선정 과정까지

    모든 디자인의 절차가 공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방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디자인파크 대표 김현 디자이너는 “우리의 현실은 해

    는 일본 것, 별은 미국 것, 빨간색은 공산당이라는 고정된 생각들을 하고 있

    다. 무딘 눈으로 보아서 비슷하면 표절이라고 단정해버리는 경솔함이 크리에

    이티비티를 생명으로 하는 디자이너의 섬세한 감성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

    하였다.63

    그의 견해처럼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해서 표절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그

    러나 시민들의 ‘무딘 눈’으로 보아서도 비슷할 정도라면 그것이 시의 상징으

    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둥글고 붉은 해의 형상이 이미

    일본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가 서울시의 밝은 희망을 의미한

    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상 이 유사성의 문제는 ‘산, 해, 강’이라는 시각적 모티프에서 기인한

    다. 실제로 서울시에는 수록이 아름다운 산이 있고, 매일 해가 떠오르며, 도

    시를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한강이 존재하지만 이렇게 보편적인 자연물을 적

    절한 상징 모티프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을 단순한 그래픽 형태로 옮겼을

    때 그 상징성이 오롯이 담길 수 있을까? 전국 각지에서 도입한 휘장을 본다

    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그림 20] 유사한 자연환경을 모티

    브로 했을 때 제작할 수 있는 휘장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서로 간에 변별력

    을 찾기 어렵다.

    63 양난영, 앞의 글, p. 167.

  • 39

    밀양시 충청남도 천안시

    [그림 20] 해, 산 등의 자연물을 상징 모티프로 하는 지자체 휘장(심벌마크)

    이렇게 제작된 상징디자인이 6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세계적인 규모의 메

    트로폴리스인 서울시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서울에 축적되어온

    역사나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현대 도시로서의 맥락이 상징디자인에 담기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도시 상징디자인에 도시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자 하는

    태도와 철학이 요구된다.64 제작 주체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할 때

    도시 상징디자인은 해당 도시의 특성을 담고 나아가 타 지역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64 김민수,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그린비, 2009, p. 523.

  • 40

    1.4.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

    서울시는 휘장을 도입하고 난 뒤 연이어 캐릭터를 제작하였다. 지자체 캐

    릭터는 주로 지방정부가 정책이나 지역을 홍보하는 데 있어서 시민과 관광객

    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목적을 갖고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친밀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65 캐

    릭터는 이러한 목적 외에도 상품으로 제작되어 수익을 창출하는 상징물로 여

    겨지며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66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필요에 따라 휘장에 이어 캐릭터 개발을 계획하게 되

    었다. 1997년 8월 28일 ‘서울시 CI 캐릭터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이후 약

    1달간에 걸쳐서 캐릭터 소재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다. 먼저 시민 여

    론조사를 실시하고 14인의 캐릭터개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9

    월 30일에 캐릭터개발 자문위원회에 의해 서울시를 상징할 캐릭터 소재가

    호랑이로 선정되었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서울을 상징하는 동물은 아니었

    으나, 앞선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상징성이 강한 탓에 서울의

    상징물로 호랑이가 선호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 동물로 호랑이가 선정

    되고 난 뒤, 11월 10~16일 1주일간에 걸쳐 ‘서울문화 상품전’과 인터넷을

    통해 캐릭터 디자인에 관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다.

    캐릭터 개발은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제작하였고, 이미

    LG애드와의 컨소시엄으로 서울시 휘장을 제작한 바 있는 디자인파크에서 담

    당하였다. 디자인파크는 전통민화에 나온 호랑이 이미지를 반영하여 조형적

    65 경재영, 「도시브랜드 슬로건 내용의 표현방향에 대한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7. 정치영 외, 앞의 글, p. 24.에서 재인용.

    66 일부 지자체에서 캐릭터를 상품화하여 로열티 수익을 얻게 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생겨났다. “지자체 캐릭터 개발 경쟁”, 매일신문, 1999.03.01. 참고.

  • 41

    토대를 잡고, 휘장과 어울릴 수 있게끔 붓터치로 표현한 캐릭터를 개발했음

    을 밝혔다.67

    캐릭터 디자인이 확정된 후 캐릭터 이름도 시민에 공모하였다. 총 4,242

    건의 의견이 응모된 가운데 1998년 2월 19일 캐릭터 이름이 ‘왕범이’로 최

    종 결정되었다. 앞 글자 ‘왕’은 으뜸 왕(王)자로 으뜸, 수도로서의 서울을 상

    징하며, ‘범’은 호랑이의 순우리말로 캐릭터의 속성을 뜻하여 ‘서울시의 캐릭

    터 호랑이’를 의미한다. 또 인왕산의 호랑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고 한다.

    이후 캐릭터 ‘왕범이’는 제작된 지 8년 만인 2006년에 한 차례 리뉴얼을

    거치게 되었다. 서울시는 두꺼운 먹선이 투박해 보이기 때문에 가볍고 친근

    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색상과 선을 단순화시켰다고 하며, 상품화 과정에서

    이미지가 변형되지 않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민들

    에게 알려지지 못한 채 2008년 해치가 대신 서울시의 공식 캐릭터로 등록되

    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림 21]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의 첫 디자인과 리뉴얼된 모습

    출처: “왕범이 세상”서울시 홈페이지

    67 서울시 홈페이지 – “왕범이 세상”(http://www.seoul.go.kr/seoul/summary/symbol/world_history.html,

    2017년 11월 25일 접속)

  • 42

    약 10년간 서울시의 상징 캐릭터였던 왕범이는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

    어내지 못하였다. 2008년 서울시의 새로운 상징개발 용역을 맡은 (사)한국디

    자인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90%가 시 캐릭터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홍보 부족에서 찾고 있다.68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찾는다면 왕범이가 서울의 상징물로 제대로 기능을 하

    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캐릭터의 소재와 특성을 들 수 있겠다. 서울시 홈페이

    지에서 공개한 왕범이 캐릭터에 관한 안내를 살펴보면 왕범이는 서울 정도

    600년에 태어난 호돌이와 호순이의 아들로 서술된다. 오랜 전통에서부터 한

    국인에게 친근한 동물이었던 데다가 88서울올림픽의 영향이 더해져 서울시

    의 캐릭터 소재에 호랑이가 선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올림픽 마스코트의 핏줄

    로 두 상징디자인을 연관시킨 것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도시의 정체성

    이 국제경기에 기인해서는 진정성과 생명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베를린 베어’나 싱가포르의 ‘머라이언’의 사례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 지역의 상징물로 여겨진 공동의 기억이 상

    징물로 이어질 때는 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따라

    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시의 삶 속에서 정체성을 가꿔가는 자세가 필요하

    다. 제작한 상징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사라진다면 도

    시 상징디자인의 실효성과 실존 여부까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68 김미리, “[Why] '왕범이'는 왜 '해치'에 밀렸나”, 조선일보, 2008.05.09.

  • 43

    2. 도시 브랜딩 개념의 도입과 브랜드 슬로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울시는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고 마케팅

    하는 도시 브랜딩 개념을 받아들여 이미지 구축에 나선다. 이전의 상징디자

    인이 ‘이미지 중심 전략’이었다면, 새롭게 ‘브랜딩 전략’이 도입된 것이다. 이

    절에서는 당시 서울시의 브랜드 마케팅과 그 일환으로 도입하고 추진한 Hi

    Seoul 브랜드 슬로건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2.1. 서울시 전략으로 도입된 브랜드 마케팅

    2000년대 들어 서울시는 브랜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 2002년 개최

    예정인 월드컵에 대비하여 외부적으로는 세계 속에 위상을 떨치고 관광객들

    이 다시 찾고 싶은 서울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삶의 질

    이 향상되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서울을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웠다.69

    장소마케팅 관점에서 국제 경기와 같은 메가 이벤트는 매스컴의 이목이 집

    중되고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이 찾아, 지역을 알리기에 좋은 기회로 알려져

    있다. 이런 관점은 2000년 발표된 ‘문화 월드컵 종합 준비 안’에서 드러나는

    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장소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지역 마케팅을

    다짐하는 서울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70 서울시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시 각 곳에 퍼져있었던 마케팅 관련 담당자들을 모아서 공공기관으로는 처음

    으로 마케팅 전담부서를 만들어, 2001년 도시마케팅 추진반을 설립하였다.

    69 김찬동, 「서울마케팅 전략개발에 관한 연구: 도시브랜딩을 중심으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6, p. 60.

    70 이경미 외, 「서울시 도시브랜딩전략 연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10, p. 37.

  • 44

    2002년 6월에 월드컵이 종료된 후인 민선 3기에서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

    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서울시 마케팅 업무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민관

    협의체가 연계된 민-관-연 조직믹스 전략을 추구하면서 도시마케팅 추진반을

    상설조직화했다.71[그림 22]

    [그림 22] 2000년대 초반 서울도시마케팅 추진체계

    자료: 김찬동, 「서울마케팅 전략개발에 관한 연구:도시브랜딩을 중심으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06, p. 60.

    71 김찬동, 위의 글, p. 60.

  • 45

    2.2. 서울시 브랜드 슬로건 Hi Seoul의 도입

    도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서울시는 이미지 쇄신과 함께 관광 유

    치를 목적으로 휘장과 캐릭터 외에 새로운 상징물의 필요성을 느끼고 브랜드

    슬로건 제작에 나섰다. 먼저 2002년 8월 16일부터 9월 5일까지 3주간 공모

    전을 개최하여 시민들의 작품 7,283건(외국인 110명 포함)을 받았다.72 후보

    안에 대해 서울마케팅 자문위원들이 2차례에 걸친 심사를 진행했고, 외국인

    자문들의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가 이어졌다. 또한, 서울시 공무

    원들을 비롯하여 브랜드 전문 업체 및 시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를 진행하였다. 심사와 여론조사 이후 타당성 분석을 실시하고, 브랜드 슬로

    건으로 Hi Seoul을 선정하였다.

    서울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사말인 Hi를 통해 밝고 친근한

    서울시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동음어인 High의 의미를 넣어 대한민

    국을 넘어 “지구촌 시대의 세계 대도시 간 경쟁에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비

    전”을 제시하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하였다.73 그래픽을 구현한 디자인

    파크는 이 의미를 전달하도록 밝고 활기찬 느낌의 서체를 활용하고 친근한

    스타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74[그림 23]

    72 김명연, “도시도 브랜드다”, 『월간디자인』, 2002년 12월호.73 서울시 홈페이지 - 브랜드 설명

    (http://www.seoul.go.kr/v2012/seoul/symbol/brand-old.html)

    74 김현 외, 앞의 책, p. 109.

  • 46

    [그림 23] 서울시 브랜드 슬로건 Hi Seoul (2002)

    Hi Seoul 브랜드 슬로건은 서울시 휘장이 발표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서

    울시민의 날 행사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2002년 10월 27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Hi Seoul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명박 전 시장이 슬로

    건을 발표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보도되었다.75 브랜드 슬로건은 때로 휘장

    보다 전면에 내세워져 도시의 대표적 상징 이미지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Hi Seoul이 서울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

    기되었다. 제작 의도와는 달리 슬로건이 도시를 상징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인사말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나 문화적 특성, 내용적인 면을 담지 못했

    다는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이 세계화 시대에 내외국민들을 대상으로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함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통해 전해져야 하는 ‘서

    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밝고 경쾌함만을 강조했다는

    한계를 지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75 이수열,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하이 서울?”, 한겨레, 2002.11.06.

  • 47

    2.3. Hi Seoul의 마케팅 활용

    Hi Seoul 브랜드 슬로건은 제정 이후 때로 휘장보다 전면에 내세워져 도

    시의 대표적 상징 이미지로 사용되었다. Hi Seoul은 서울시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며 서울 시정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다. 2003년 발표한 ‘서울브랜

    드 종합 마케팅 추진 계획’에서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한 세 가

    지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서울을 고향으로 사랑하는 목표의 「Lovely Seoul」 이미지 확

    산’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Hi Seoul Festival)를 개최[그림 24]

    하여 시에 대한 시민들의 애착심을 불러일으키고 서울 사랑 캠페인을 통해

    서울브랜드를 홍보하였다. 마라톤 대회나 문화 예술 행사, 스포츠 이벤트 등

    을 활성화 하고 이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고자 했다.[그림 25]

    또한, ‘개방적이고 친근한 「Friendly Seoul」 이미지 확산’을 목표로 하여

    서울의 문화 및 관광 도시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해외 관광객들에게 심어

    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Hi Seoul 시범 가로를 조성하여 관광안내소, 가

    판점, 쓰레기통, 도로표지판에 Hi Seoul을 응용하고 디자인하여 관광 인프

    라를 확충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 외국어 홈페이지와 잡지를 통해 외

    국인들에게 서울을 홍보하고 해외 언론 보도를 이용하여 해외마케팅을 진행

    하였다.76

    마지막으로 ‘세계 일류도시로 발전하는 「High Seoul」 이미지 확산’을 표

    어로 삼고 서울을 산업 경쟁력이 높은 국제 비즈니스 중심도시 이미지로 부

    각 시키기 위해 대형 국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발전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홍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제회의나 행사에 홍보 부스를 마련하여 서울

    76 이경미 외, 앞의 글, p. 41.

  • 48

    브랜드를 홍보하고, 서울에 국제컨벤션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인

    프라를 구축하였다. 또한,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마케팅하기 위해서 공동

    브랜드 Hi Seoul을 추가로 제작하여[그림 26] 우수 기업과 제품 인증 사업

    을 시작해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림 24] 2005 하이서울 페스티발에서 진행된 퍼레이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