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드 카르데나스...선정되었으며, 바니스 뉴욕, 바카라, 까르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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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Interview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 겐조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 ‘쿨’한 재킷을 입힌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 RDC/AAL(Rafael De Cardenas/Architecture At Large) 대표. 상업 및 주거 인테리어, 오브젝트와 가구, 팝업 공간, 콘셉트 스토어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Johnson Trading Gallery)에서 그의 첫 번째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아키텍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에 뽑혔다. 2016년에는 미국 메종 & 오브제의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바니스 뉴욕, 바카라, 까르띠에, 노드스톰, 나이키를 비롯해 최근에는 젠틀몬스터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했다. 요즘 명품 브랜드의 눈에 띄는 행보 중 하나는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새롭게 변신한 겐조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 외벽에 네이비블루 컬러로 코팅한 금속 그리드와 초록색 원뿔 모형을 설치한 파사드 디자인으로 겐조 고유의 섬세함과 이국적 정취,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건축가로 활동하는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Rafael de Cardenas)가 디자인을 맡아 젊은 겐조의 이미지를 그야말로 ‘쿨’하게 표현한 것이다. 특정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대의 문화, 사람들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디자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글: 김민정 기자, 사진: 손영주 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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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Interview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

겐조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

‘쿨’한 재킷을 입힌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 RDC/AAL(Rafael

De Cardenas/Architecture At Large)

대표. 상업 및 주거 인테리어, 오브젝트와

가구, 팝업 공간, 콘셉트 스토어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Johnson

Trading Gallery)에서 그의 첫 번째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아키텍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에 뽑혔다. 2016년에는 미국

메종 & 오브제의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바니스 뉴욕, 바카라,

까르띠에, 노드스톰, 나이키를 비롯해

최근에는 젠틀몬스터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했다.

요즘 명품 브랜드의 눈에 띄는 행보 중 하나는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새롭게 변신한 겐조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 외벽에 네이비블루 컬러로 코팅한 금속 그리드와 초록색 원뿔 모형을

설치한 파사드 디자인으로 겐조 고유의 섬세함과 이국적 정취,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건축가로

활동하는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Rafael de Cardenas)가 디자인을 맡아

젊은 겐조의 이미지를 그야말로 ‘쿨’하게 표현한 것이다. 특정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동시대의 문화, 사람들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디자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글: 김민정 기자, 사진: 손영주 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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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Interview

패션 디자인을 시작으로 가구, 공간

디자인까지 이력이 무척 다채롭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섭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캘빈클라인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3년 반

정도 일하다가 UCLA 건축 학교에 들어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패션을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건축 학교에 가면

알렉상드르 드 베타크(Alexsandre de Betak)

같은 패션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예술이나 음악 등 매

순간 관심사를 따르다 보니 활동 영역이 자연스레

넓어졌다.

평소 겐조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

겐조와 협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먼저 나는 겐조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1960년대

아시아에서 파리로 넘어와 매우 독특한 스타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또한

나의 오랜 친구이자 현재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젊고

에너제틱한 감성으로 브랜드의 현대적 감각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동시대의

문화와 경향을 패션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건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우리는 서로 비슷한

접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겐조와

일하기를 고대했다. 겐조가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 균형을 유지하듯

나 역시 대중적인 요소를 럭셔리하게 끌어올려

연결 짓는 작업을 즐겨하기 때문에 서로 잘 맞는다.

이번에 새롭게 디자인한 겐조 플래그십

스토어의 파사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아이디어는 파리에 있는 한 테일러 숍에서

시작되었다. 다양한 색의 실타래를 보고 그

형태와 그림자가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파사드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또 건축적

요소보다는 일종의 장식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마치 건물 외관이 재킷을 입은 듯한

느낌이랄까. 3차원 형태를 파사드에 적용하는 것

자체는 그리 특별하거나 새로운 시도가 아니지만

가볍고 밝은 느낌을 자아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표현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실타래를 모티브로 한 형태가 여러모로

적합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사이즈의 원뿔 모형을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이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매장 안을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 결과 원뿔 모형은 가까이에서 봤을

땐 꽤 크지만 멀리서는 섬세한 질감 효과를 줄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다. 파사드 디자인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리드를 활용해 사람들로

하여금 원뿔 위치를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움직일 순 없지만 이동이 가능한

원뿔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구현했다.

당신의 디자인은 건축, 주거 및 상업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른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특별한 철학은 없다. 다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항상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동시대의 패션,

예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현상에서 영감을 받거나 디자인 요소를 끌어내어

이를 각 공간의 특성에 걸맞게 결합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현재 선박 엔지니어와 함께 보트를 디자인하고

있다. 선박 회사의 크고 전형적인 요트의 내·외부

디자인을 모두 맡아서 진행 중인데 매우 흥미롭다.

또 미국의 리테일 기업 노드스톰(Nordstorm)과

함께 뉴욕에 새롭게 오픈하는 백화점의 일부를

디자인하고 있으며 <비저네어Visionaire>와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10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이 모두가 내겐 늘 새로운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