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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l 337 앞서 4월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제강점기·한국 전쟁·산업화·민주화·재난재해 희생 영령을 위한 대국민 특별 천도재가 열렸으며, 28∼30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와 원불교 중앙총부에서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원불교는 다양한 100주년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원불교는 8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제3 후보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 프장이 거론되면서 골머리를 썩이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원불교 성주 성지(聖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성주 성지는 원 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鼎山) 송규(宋奎·1900∼62) 종사가 태어난 곳으로 생가와 함께 원불교 대각전, 원불당 등이 있다. 원불교는 9월 23일 교정원장 체제의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불교비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사드 배 치 문제에 전면 대응해 나섰다. 10월 11일 서울 종각에서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 등 사드 배치 반대 목 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1월 3일 시국선언문에서 최순실과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친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무기체계로서 검증되지도 않은 사드를 성주·김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종교성지 인근 에 일방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의 속내 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11월 16일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軍) 소유 부지를 교환하기로 롯데 측과 합의했다. 이에 원불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문화재 개 요 선사시대 인류가 바위에 그린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의 보 존 방안으로 거론된 임시 물막이의 실패는 2016년 문화재계를 뒤흔든 가장 큰 쟁점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원 만하게 조정한 사례로 평가받았던 임시 물막이는 실현 불가능 한 방법이었고, 3년의 시간과 30억원이라는 예산만 날린 악수 (惡手)였다. 우리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줄 발굴 성과도 나왔다. 경주 월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관청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 되는 일련의 건물지가 출토됐고, 백제 초기인 한성도읍기의 도성인 몽촌토성에서도 도로 유적이 발견됐다. 또 삼척 흥전 리 절터에서는 국보급 청동정병 2점이 1천여 년 만에 빛을 보 게 됐다. 아울러 조선시대 고궁의 연간 관람객이 처음으로 1천만 명 을 돌파했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유물인 국보 반가사유상 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시됐다. 제주도 여성들의 고유문화인 ‘제주 해녀문화’는 한국의 19 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한국의 서원’은 등재 심사에 앞서 신청이 철회됐다. 한국의 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 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등재에 도전한다.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실패…원점으로 돌아 간 보존 방안 3년간 추진돼 온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의 보존 방안인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사업의 실패가 최종 확정됐다. ▲ 10월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2년여 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임시 물막이 안은 50여 년간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 겼다가 외부에 노출되기를 반복한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 기 위해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옹벽을 세운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5년 12월과 2016년 4∼5월 임시 물막 이를 구성하는 투명판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모형실험을 진행 했으나, 투명판 접합부와 투명판을 둘러싼 구조물에서 누수 현상 이 발생해 안전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7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 서 열린 회의에서 임시 물막이 안건을 심의해 사업 중단을 결 정했다. 이로써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 시가 2013년 6월 업무협약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 로 채택한 임시 물막이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임시 물막이가 무산되면서 울산시가 2000년부터 제안해 온 생태제방 축조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논의될 전망이 지만, 이 안은 2009년과 2011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됐다가 모 두 부결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어 통과까 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주 월성서 관청 추정 통일신라 건물지군 확인 발굴 2년차에 돌입한 ‘신라의 천년왕성’ 경주 월성(月城, 사 적 제16호)에서 관청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건물지군이 나왔다. 신라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 축성을 시작했으 며, 신라가 망한 935년까지 궁성으로 쓰였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3월 30일 간담회를 열어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중앙의 C지구에서 담으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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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l 337

앞서 4월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제강점기·한국

전쟁·산업화·민주화·재난재해 희생 영령을 위한 대국민

특별 천도재가 열렸으며, 28∼30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와

원불교 중앙총부에서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원불교는

다양한 100주년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원불교는 8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제3 후보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

프장이 거론되면서 골머리를 썩이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원불교

성주 성지(聖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성주 성지는 원

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鼎山) 송규(宋奎·1900∼62) 종사가

태어난 곳으로 생가와 함께 원불교 대각전, 원불당 등이 있다.

원불교는 9월 23일 교정원장 체제의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불교비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사드 배

치 문제에 전면 대응해 나섰다. 10월 11일 서울 종각에서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 등 사드 배치 반대 목

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1월 3일 시국선언문에서 최순실과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친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무기체계로서 검증되지도 않은

사드를 성주·김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종교성지 인근

에 일방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의 속내

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11월 16일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軍) 소유

부지를 교환하기로 롯데 측과 합의했다. 이에 원불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문화재

■ 개 요

선사시대 인류가 바위에 그린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의 보

존 방안으로 거론된 임시 물막이의 실패는 2016년 문화재계를

뒤흔든 가장 큰 쟁점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원

만하게 조정한 사례로 평가받았던 임시 물막이는 실현 불가능

한 방법이었고, 3년의 시간과 30억원이라는 예산만 날린 악수

(惡手)였다.

우리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줄 발굴 성과도 나왔다. 경주

월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관청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

되는 일련의 건물지가 출토됐고, 백제 초기인 한성도읍기의

도성인 몽촌토성에서도 도로 유적이 발견됐다. 또 삼척 흥전

리 절터에서는 국보급 청동정병 2점이 1천여 년 만에 빛을 보

게 됐다.

아울러 조선시대 고궁의 연간 관람객이 처음으로 1천만 명

을 돌파했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유물인 국보 반가사유상

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시됐다.

제주도 여성들의 고유문화인 ‘제주 해녀문화’는 한국의 19

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한국의 서원’은 등재

심사에 앞서 신청이 철회됐다. 한국의 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

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등재에 도전한다.

■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실패…원점으로 돌아간 보존 방안

3년간 추진돼 온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의 보존 방안인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사업의 실패가 최종 확정됐다.

▲ 10월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2년여 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임시 물막이 안은 50여 년간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

겼다가 외부에 노출되기를 반복한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

기 위해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옹벽을 세운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5년 12월과 2016년 4∼5월 임시 물막

이를 구성하는 투명판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모형실험을 진행

했으나, 투명판 접합부와 투명판을 둘러싼 구조물에서 누수 현상

이 발생해 안전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7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

서 열린 회의에서 임시 물막이 안건을 심의해 사업 중단을 결

정했다. 이로써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

시가 2013년 6월 업무협약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

로 채택한 임시 물막이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임시 물막이가 무산되면서 울산시가 2000년부터 제안해 온

생태제방 축조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논의될 전망이

지만, 이 안은 2009년과 2011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됐다가 모

두 부결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어 통과까

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경주 월성서 관청 추정 통일신라 건물지군 확인

발굴 2년차에 돌입한 ‘신라의 천년왕성’ 경주 월성(月城, 사

적 제16호)에서 관청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건물지군이

나왔다. 신라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 축성을 시작했으

며, 신라가 망한 935년까지 궁성으로 쓰였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3월 30일 간담회를 열어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중앙의 C지구에서 담으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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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l 문 화

러싸인 동서 51m, 남북 50.7m, 면적 2천585㎡인 정사각형 부

지 안팎에 있는 건물지 14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월성 C지

구 건물지군은 본래 정면 16칸, 측면 2칸 규모의 대형 건물을

포함해 건물 6동만 있었으나,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동쪽과 서쪽

담을 허물고 건물 8동을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흙으로 만든 토제벼루 조각 50여 점도 출

토됐다. 연구소는 월성 주변에 있는 황룡사 인근 유적, 분황사

등지에서 나온 토제벼루 조각보다 양이 훨씬 많은 점으로 미

뤄 이 건물지군이 문서를 작성하는 관청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월성 C지구에서는 이와 함께 ‘정도’(井桃), ‘전인’(典人), ‘본’

(本), ‘동궁’(東宮) 등의 글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암막새 등

기와류, 다량의 토기도 출토됐다.

또 연구소는 땅을 3m 정도 파내려가는 탐색조사를 통해 월성

C지구에 통일신라시대 문화층(특정 시대의 문화 양상을 보여주

는 지층) 2개와 신라시대 문화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 경주 지진으로 첨성대 ‘흔들’

경주에서 9월 지진과 여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경주 첨성

대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가 피해를 봤다.

특히 첨성대는 중심축에서 몸체가 2㎝ 더 기울어졌고, 정자

석의 남동쪽 모서리가 더 벌어졌다. 이로 인해 첨성대를 해체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문화재청은 구조적

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도 이날 열린 회의에서 첨성대의 상

태를 검토한 뒤 붕괴 등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하

지는 않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문화재위원회는 첨성대뿐만 아

니라 지반 조사도 병행하고, 또 다른 지진에 대비해 상부 정자

석의 탈락 예방 조처를 마련하도록 했다.

■ 고궁 관람객 1천만 명 시대 ‘활짝’…역대 최다

2016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를

찾은 내외국인 관람객 수가 1천6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했다. 4대 궁과 종묘 관람객은 상반기에 최초로 500만 명을 넘

었고, 11월 말 사상 최초로 연간 관람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은 전년 대비 60.3% 늘어난 383만 명으

로 조사됐다. 연간 외국인 고궁 관람객이 300만 명을 넘은 것

도 처음이다.

4대 궁 가운데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602만 명이 관

람한 경복궁이었다. 경복궁을 다녀간 외국인은 290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 수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창덕궁은 182만 명,

덕수궁은 155만 명, 창경궁은 90만 명, 종묘는 33만 명이 각각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조선왕릉 관람객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243만 명을

기록했다.

문화재청은 야간 특별관람 기간이 2015년 48일에서 2016년

에 120일로 늘었고, 한복 착용자의 무료입장을 야간 특별관람

까지 확대한 것이 고궁 관람객 1천만 명 돌파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 ‘백제 유적’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발굴 성과

백제 한성도읍기의 유적인 몽촌토성(夢村土城, 사적 제297

호)에서 전체 폭이 13m에 달하는 도로 유적이 나왔다. 이 도로

는 너비 9.7m의 중심도로 옆에 폭 2.7m의 길이 나란히 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몽촌토성 안쪽에서 북문을 지나 바깥쪽까지 이어지는 이 도

로는 백제가 처음 개설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길은 북

문 바깥쪽에서 40m 정도 나아가다 풍납토성 방향인 북서쪽으

로 휘어진다. 풍납토성은 몽촌토성에서 약 700m 떨어져 있는

데, 이 도로가 두 성을 잇는 대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몽촌토성이 풍납토성의 배후성이 아니라 풍납토

성과 짝을 이루는 도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수혈유구 중 한 곳에서는 관청을 의미하는 ‘관’(官) 자가

좌서(左書·좌우가 바뀐 글씨)로 찍힌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이와 함께 백제 한성도읍기에 조성된 무덤이 모여 있는 석촌

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는 또 다른 초대형 고분이 발견됐

다. 이 고분은 작은 무덤으로 추정되는 사각형 적석 단위 10여

개가 연접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적석 단위가 연접한 구조는 남분(南墳)과 북분(北墳)

이 결합된 형태인 석촌동 1호분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10개 이

상의 적석 단위가 연접된 사례는 처음 확인됐다.

■ 삼척 흥전리 절터서 국보급 9세기 청동정병 출토

강원도 삼척 도계읍 흥전리 사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

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약 35㎝의 청동정병(靑銅淨甁) 두 점

이 나왔다. 정병은 불교에서 정수(淨水)를 담는 물병으로, 승려

가 몸에 지니고 다니던 필수품이자 중요한 공양구였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형태도 완벽한 이 청동정병은 승방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건물지의 구들 내부에서 발견됐으며,

건물지에서 함께 나온 항아리 조각의 반원형 물결무늬가 ‘대중

12년’(858)이라고 새겨진 익산 미륵사지 출토 조각의 문양과 비

슷해 9세기 작품으로 추정됐다. 다만 몸통 어깨 부위의 굴곡이

있고 없는 차이가 있어 두 점의 제작 시기는 조금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으로는 지난 2009년 경북 군위 인각

사에서 다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된 2점과 1930년대 충남 부여

부소산에서 나온 1점이 있다.

한편 정병이 나온 흥전리 사지는 산맥과 물길이 나뉘는 매

봉산 자락에 있으며, 고려시대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에는 신라시대에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승려인 ‘국통’

(國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문 조각이 나왔고, 2015년에는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이 출토됐다.

■ ‘천년의 미소’ 한 · 일 국보 반가사유상, 역사상 첫 만남

엷은 미소를 띤 한국과 일본의 대표 반가사유상이 5월 24

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을 통해 처음으로 대면했다. 양국에서 국보로 지정된 두 반

가사유상이 한 자리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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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됐다.

칠흑같이 어두운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국보 제78호 금동반

가사유상과 일본의 국보인 나라 주구(中宮)사 소장 목조반가사

유상, 단 두 점만 전시됐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의 무릎 위에 올리

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보살상이다. 인도에

서 제작되기 시작해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

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반가사유상이 많지만, 높이가 1m 내

외인 대형 반가사유상은 한국의 국보 78호 상과 국보 83호 상,

일본의 주구사 상과 교토 고류(廣隆)사 상 등 양국에 각각 2점

씩밖에 없다.

국보 78호 상은 6세기에 제작된 금동 불상, 주구사 상은 7세

기 아스카 시대 녹나무로 만든 목조 불상이다. 두 불상은 당시

유행하던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두 반가사유상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미소의 부처-두 반가사유상’이란 제목으로 전시

됐다.

▲ 도쿄국립박물관 제니아 마사미 관장이 5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展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증도가자’ 미스터리 또 해 넘겨…국립문화재연구소 분석 결과 공개

지난 6년간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증도가자’(證道歌

字)의 실체가 2016년에도 끝내 확인되지 않고 해를 넘겼다.

문화재청은 고려시대에 만든 최고(最古) 금속활자라는 주장

이 제기된 다보성고미술 소장 증도가자 101점을 조사했으나 증

도가자인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12월 30일

발표했다.

2010년 9월 다보성 측의 공개로 일반에 처음 알려진 후 국

가지정문화재 지정 조사 중인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고려

시대 불교서적인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윤곽선 분포의 수학적 계산 기법, 딥

러닝 기법, 글자 중첩 비교법 등 3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서체를 비교 검증한 결과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유의

미한 수준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도가자의 재질은 청동 재질의 오래된 금속활자인 것

이 맞고,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고활자 유물로 추정된다고 문

화재청은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X선 조사, X선 형광

분석, 에너지분산 형광분석 등 12가지 방법으로 증도가자의 성

분을 분석한 결과 구리, 주석, 납 합금으로 만든 금속활자였다.

납의 산지는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 있는 옥천

대·영남육괴와 유사한 분포를 보였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를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에

올려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후 조사 보고서를 작

성해 공개할 방침이다.

■ ‘태평무’ 보유자 인정 논란과 국가무형문화재법 시행

문화재청은 2013년 3월 고(故) 강선영 선생이 명예보유자가

되면서 공석이 된 태평무 보유자를 뽑기 위해 2015년 12월 인

정조사를 벌였고, 참가자 4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양성옥 씨

를 2016년 2월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그러나 함께 인정조사에 응한 이현자 씨, 이명자 씨, 박재희

씨와 무용계 인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태평무 보유자 인정

문제는 미궁 속에 빠졌다.

무형문화재위원회는 8월 개최한 회의에서 양 씨를 보유자

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인정 예고는 자동으로 무효가

됐다. 이는 양 씨의 보유자 인정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갈려 진

흙탕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결

정을 미룬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무형문화재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승체계를 다변화하

기 위한 무형문화재법이 3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무형문화재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능과 예능 분야 외에도 전

통 생활관습, 한의약·농경·어로 등과 관련된 전통지식, 구비

전승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또 사라질 위험에

처한 종목은 국가긴급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정밀 분석과 컨설

팅 시행, 전승자 발굴과 전승 환경 대책 마련 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 제주 해녀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제주 해녀문화’가 대한민국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

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

형유산위원회)는 11월 3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

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제11차 회의에서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는 ‘물질’뿐만 아

니라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인 ‘해녀노래’ 등으로 구성됐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 해녀문화에 대해 “지역의 독특한 문

화적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잠수기술과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이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

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류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여성의 일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

을 제고하고 해녀문화와 유사한 관습을 보유한 다른 공동체와

의 소통을 장려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Page 4: 문화재 - 연합뉴스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05-08 · 적 제16호)에서 관청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건물지군이

340 l 문 화

제주 해녀문화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물질을 하고 해양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신청 철회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한국의 서원’의 세계유산 등

재 신청을 철회했다.

한국의 서원은 2015년 12월과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진

행된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

모스)의 전문가 패널 심사에서 ‘반려’(Defer) 판정을 받았다. 전

문가 심사에서 이코모스는 특히 서원은 입지상 자연과의 조화

가 중요한데, 서원의 주변 경관이 문화재 구역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 한국의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경

주 옥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이며,

모두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2009년에도 남해안 일대의 공룡 화석지를

묶은 ‘한국 백악기 공룡해안’이 유네스코의 또 다른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불가’ 판정

을 받자 등재를 철회한 바 있다.

한국의 서원은 12월 22일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서남해안

갯벌’과 함께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로 선

정돼 다시 한번 등재 도전에 나서게 됐다.

관 광

■ 개 요

2016년 한국 관광분야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 1천720만 명이

라는 사상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

어체계(사드·THAAD) 배치라는 악재에도 중국인 관광객은 여

전히 늘었으며 일본, 동남아 등 중국 이외 국가에서 한국을 찾

는 사람도 전년보다 많아졌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과 동시에 해

외여행을 떠난 국민도 사상 최대인 2천238만3천여 명을 기록

했다. 정부는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여행주간’

등의 정책을 확대 시행했다.

■ 방한 외국인 관광객 1천720만 명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천720만 명으로, 이

전 최고 기록인 2014년의 1천420만 명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시간당 1천941명, 1분당 32명이 한국

을 찾고 하루 114대의 비행기(대한항공 A380 407석 기준)가 만

석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1천7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관광수입만 19조

4천억원, 생산유발효과 34조 5천억원, 취업 유발인원은 37만4

천여 명 등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 명이 입국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6.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2016년 7월 사

드 배치가 결정되고, 11월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행 단체 관

광객을 2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34.4%나 늘었다.

일본인 관광객도 전년보다 24.8% 늘어난 229만 명을 기록

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 352만 명을 정점으로 하락

세를 지속했지만, 2015년 2월 성장세로 돌아선 이후 계속 증가

세를 유지했다.

대만과 홍콩, 동남아 국가 관광객들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

다. 대만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60.4% 늘어난 83만 명, 홍콩 관

광객은 23.7% 증가한 65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동남아 국가에

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태국(47만 명, 27.0%), 싱가포르(22

만 명, 37.7%), 말레이시아(31만 명, 39.1%), 인도네시아(30만 명,

53.2%), 필리핀(56만 명, 38.2%), 베트남(25만 명, 55.0%) 등으로

일제히 늘었다.

■ 인센티브(기업 포상) · 크루즈 관광객 증가

2016년은 한국을 찾은 외국기업 대형 인센티브(포상) 관광객

이 크게 늘어 전체 관광객 증가를 견인했다. 2016년 방한 인센

티브 관광객 수는 30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58% 이상 늘었다.

▲ 12월 21일 낮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중국 상하이 웨이나화장품유한공사 직원 2천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중국 6개 도시에서 전세기를 타고 관광을 겸해 부산을 찾아 대규모 행사를 벌였다.

이처럼 인센티브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여는 대규모

행사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6천여 명이 방문한 중국 ‘아오란’

(傲瀾)그룹은 인천 월미도에서 대규모 치맥 파티를 열었고, 7

천여 명이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 중마이 그룹은 한강 공원에

서 삼계탕 파티를 벌였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전일본 관혼상제 상조협회’ 회

원사 직원 1만여 명이 인센티브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센티브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베트남의 인센티

브 관광객도 2015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고 홍콩 56%, 대만

32%, 태국 71% 등 다른 국가들의 한국행 인센티브 관광도 이

어졌다.

2016년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225만여 명으로 전년(104만5

천876명)보다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