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8호 2002.8 - data.cnews.or.krdata.cnews.or.kr/JUGINEWS/2002/20020811-1478.pdf ·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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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8호 2002.8.11h t t p : / / w w w . c n e w s . o r . k r

7개월 정도 남은 김대중 정권의 말년이

너무 쓸쓸하다. 두 아들이 수감되면서부

터 기울기 시작한 일이지만, 국회에서 장 상 총리

서리의 인준까지 거부되자 삼복더위에 찬서리라

도 내린 양 적막감이 돌 정도다. 예정되었던 휴가

도중 돌아와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노부부의 처

지가 애처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 낯설지

는 않다. 정권말기마다 되풀이돼 온 일이기 때문

이다. 당하기 전에 깨닫는 자는 지혜로운 자요,

당하고서야 알게 되는 자는 범인이

요, 당하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라는 공자의 말에 따르

면 우린 정말 어리석은 자라는 고

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리석은 자는 잠언(箴言)을 읽어

야 한다. 이는 지혜와 훈계를 알게

하며 명철의 말씀을 깨닫게 하며,

어리석은 자로 슬기롭게 하며, 잠언

과 비유와 지혜 있는 자의 말과 그

오묘한 말을 깨닫게 하리라. 대통령

의 막내아들 김홍걸 씨가 투옥된 뒤

이 잠언을 열심히 읽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특

별히 잠언 1장 7절을 열심히 읽으라는 어머니의

분부도 있었다는데, 거기에는“미련한 자들은 지

혜와 교훈을 멸시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잠언을

영어로는 속담이나 격언을 가리키는‘P r o v e r b’로

번역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고 잠언이라 이름 지

은 것은 참 잘한 일로 생각된다. 잠언의‘잠(箴)’

은 바늘과 침의 뜻을 가지고 있어 콕콕 찌르는 말

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속담이나

격언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의에 그친다면, 잠언

은 뼈아픈 반성과 회개를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말

씀인 것이다.

저자는 잘 알려진 대로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다. 놀라운 지혜를 가졌지

만 지나치게 호화롭고 방탕한 생활 끝에 다른 신

을 섬기는 죄를 지었던 그가, 인생의 말년을 맞아

기록한 잠언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가슴 뜨끔

한 가르침을 준다. “남을 속여서 얻은 것이 맛있는

음식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얼마 안 가서 입 안의

모래와 같을 것이다”( 2 0 : 1 7 )는 말씀은 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는 자들을 위한 것으로“부자가 되려

고 너무 애쓰지 말고 자제하는 지혜를 가져라”

( 2 3 : 4 )고 가르친다.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너는

어떤 일로 너무 성급하게 법정으로 달려가지 말아

라. 만일 상대방이 너를 부끄럽게 하면 그 때는 어

떻게 하겠느냐”( 2 4 : 8 )고 묻는다.

“자기 이웃을 속이고 그저 농담을 했을 뿐이라

고 말하는 자는 횃불을 던지고 활을 쏴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사람과 같다”( 2 6 : 1 8 ~ 1 9 )는 말씀은

함부로 말하는 자를 위한 것이요, 화

목하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서는“다

투는 부녀는 비 오는 날에 이어 떨어

지는 물방울이라”( 2 7 : 1 5 )는 말씀이

준비되어 있다. 고집이 센 사람들은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를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

라”( 1 2 : 1 5 )는 말씀을 읽어야 한다.

지나치게 자식을 사랑하는 어리석은

부모는“초달을차마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 1 3 : 2 4 )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은 깨달음을 주는 그야말

로 주옥같은 말씀이다.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피

서를 떠나느라 부산한 이 때, 세상 어디에서도 찾

을 수 없는 시원하고도 통쾌한 지혜의 말씀이 바

로 여기에 있다. 읽다보면 가슴은 섬뜩하고, 아차

싶은 생각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니 이만한 피서

가 어디에 있겠는가. 지혜의 말씀, 잠언으로 여행

을 떠나자!

이제

잠언의

읽다보면가슴은 섬뜩하고, 아차 싶은 생각에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니 이만한 피서가어디에 있겠는가. 지혜의 말씀, 잠언으로

여행을 떠나자!

색다른 피서

주간논단

박영근■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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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1 5

27

1 02 1

1 11 2

1 62 0

2 81 8

2 2

2 4

2 6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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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단색다른 피서·박영근

영혼의양식침묵의 은총·김 진

빽투더바이블이혼장이 어디 있느냐·오택현

생각잇기짜증은 내어 무엇하리·김영희

표지/ 심재경

정보나누기

한 권의책<예수님처럼 기도하라>·김진아

강의노트북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일까?·김연철/정리·이성숙

Zoom In단군상 철거 세미나·이연경

초대합니다

발길이머무는 곳황학동 만물시장·정미현

세상읽기/ 해외단기선교를진단한다선교여행, 그 참 의미를 위하여·한철호

몸으로전하는예수서안복음병원 문찬희 내과과장·이연경

움직이는학교생활 속에서 찾는 생태교육·조진경

애물단지? 보물단지!아이들의 홀로 서기·이성숙

하늘을 닮은 사람들민주노동당 김정진 변호사·정미현

이야기로만나는성서나사로5—나사로의 사명·김진국

토기장이하나님조각가김봉준 선생·정혜영

문화짚어내기/ 영화<폰>·정혁현

김상혁목사의목회단상목회자의 리더십·김상혁

생수한모금

생각하는신앙

창조하는신앙

행동하는신앙

1478호2 0 0 2·8·1 1·

週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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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專門新聞協會 會員社

발행처 (재)한국그리스도선교회발행·편집인 崔 昇

취재 김진아, 이성숙, 정혜영, 이연경, 정미현

편집 김범규주소 강남구역삼1동702-16전화 556-8093팩스 555-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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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기독교

붐을 이루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미 한국은 세계 제

2위의 선교사 파송국가가 됐다. 이러한 선교의 발전은 목회자들뿐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선교에 대한 관심은 이제 구체적으

로 선교지를 방문해 보고 직접 사역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점에서 최

근 일어나고 있는 단기선교여행의 붐은 좋은 선교동원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단기선교여행은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단기선교여

행이라는 말 자체가 문제다. 원래 단기선교라는 말은 전 일생을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장기

선교에 비해서 단기간 즉 1 ~ 2년 동안 선교지에 가서 사역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은 서

구에서 젊은이들이 장기 선교사로 헌신하는 것이 줄어들면서 1 ~ 2년 동안의 단기선교사역

을 통해서 그 공백을 메꾸고 또 장차 장기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

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단기선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역은 대

부분 1 ~ 2주 동안 선교지를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런 여행은 단기선교라기 보다

는 선교지 방문, 혹은 선교지 정탐 여행에 해당된다. 1~2주 동안 선교지를 방문하고 와서

선교했다고 말하는 것이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교회들은 전략적으로 한 지역이

나 미복음화된 종족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사역하고 단순한 방문이나 경험이 아니라 의료

사역 등 전문적인 사역의 기술을 동원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냥 한번 선교지를

가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이런 방문을 통해서 선교현장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과 또

이를 통해 선교에 도전을 받을 수 있는 열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고

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는가의 문제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

은 선교여행은 많은 문제가 생긴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가지만 실제는 여행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선교라는 명목으로 다른 많은 문제점들이 가려진다. 예를 들면, 재정

적인 문제다. 실제 단기선교여행을 가는 데는 막대한 재정이 든다. 아무리 가까운 지역을

가도 이것저것 다 합하면 한 사람 당 백만 원 정도는 들 것이다. 열 명만 가도 천만 원이

다. 천만 원을 일주일에 쓰는 것이다. 실제 천만 원을 국내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사역에 투자하면 일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재원이 된다. 올 여름에 단기선교여행에 사

용되는 재정을 한국 교회 전체적으로계산한다면수백억대에이르게 된다. 2만명이 단기선

선교여행, 그 참 의미를 위하여

한철호■ <선교한국> 상임총무

해외 단기선교를 진단한다

단기선교여행이

세상읽기

주간기독교·5

교여행에 참가했다면 2 0 0억을 쓰게 되는데, 이돈이면 장기선교사 2 0 0가정이 4년 동안 일할

수 있는 돈이다. 따라서 단순히 선교지를 방문하고 경험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

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타문화권 선교를 경험할 수 있

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사역에 참여한다든지, 방학동안에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사역을 한다든지, 또 선교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배우고 도전받기 위해

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선교대회에 먼저 참가해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둘째는 준비의 문제다. 기왕에 막대한 재정을 들여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잘 준비해 가야

한다. 사실 한두 주일 선교지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의료 선교팀과 같은

구체적인 봉사를 동반하거나 전문적인 정탐팀과 같은 전문적인 선교학적 준비가 된 팀이

아닐 경우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회들이 선교여

행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몇 개월 준비해서 떠나게 된다. 그것도 기획 단계부터 시작해서

몇 개월이지 정작 떠나는 팀원들을 위한 훈련은 3 ~ 4주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것이 고작이

다. 이것마저도 하지 않고 급조해서 인원을 채워가는 경우도 많다. 방문지도특정한 미복음

화된 지역이나 매년 집중적인 사역을 하는 지역이 아니라, 매해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돌

아가면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떠나는 팀은 그 나라말 몇 마디를 배우고 혹은 몇 개의 워

십 댄스를 준비해서 공연을 하거나 특정한 지역인 마을에 들어가서 전도지를 나누는 것,

혹은 기존의 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는 현지인들과 생활을 같이 해 보는 것 정도가 대부분

이다. 이런 방식으로 해서 전도의 열매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선교를 너

무나 가볍게 보는 것이다. 물론 어떤 지역은 위에서 언급한 특공대식 전도가 필요한 지역

도 있고 또 현지에 상주하는 선교사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단기선교여행팀이해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복음이란 단순히 한두 번 외친다고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서 전달되는 것이므로 준비되지 않은 특공대식 단기선교팀의 사역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일 효과적인 단기선교여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선교의 기본적인 문제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선교

지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외선교여행은 일단 국내에서 일정한 선교훈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또 그들이 미리 모여서 선교지에 대한 공부와 전

도 방법론, 선교사적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훈련,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문

화적응 훈련 등을 한 후에 가야 한다. 그래야만 많은 재정을 들여서 가는 선교여행이 좋은

열매를 맺게 된다.

셋째는 사후 양육의 문제이다. 그나마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몇 번이라도 모여서 기

도모임도 하고 준비도 한다. 그러나다녀 온 다음에는 한 번 정도 보고회를 하고 나서 팀을

해산한다. 여행 중에 찍어 온 감동적인 장면을 편집해서 교회나 공동체 앞에 보여 주고 감

격스러워하는 보고회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선교여행을 통해서 많

은 도전과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얼마 가지 않는다. 도전을 받고 돌아

와서 그 도전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후속 모임을 해야 한다. 선교기도회를 만들고, 선교

에 헌신하게 된 사람은 선교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교회 안에 선교운동이 일어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들이 계속되어야 한다. 많은 재정을 투자했는데 그냥 한 번의

감동을 경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올바른 청지기 의식이 아니다. 선교여행이단순한 여

행으로 그치지 않고 그 여행에 참가한 사람 중에서 선교사 후보자가 나오고, 또 참가자들

로 인해 교회나 공동체 안에 선교운동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사후 양육 프로그램까지

도 미리 계획하고 떠나야 한다.

넷째, 단기선교여행이가지는 신학적 문제다. 선교의 성경적 원리는 선교지가 복을 경험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교에 참여하는 것은 복음을 알지 못하는 나라나 족속들에게 하나님

의 복음을 나누는 것, 즉 선교지의 사람들이 축복을 경험하게 함이다. 그러나많은 경우 단

기선교여행을 통해서 유익을 경험하는 측이 가는 사람들에 국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창

하게 선교지에 복음을 전하러 간다고 하지만 실제 가는 사람들이 많은 도전을 받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도움을 받는 반면 현지인들은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떠나

는 선교팀이 현지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사역을 돕기 보다는 자신들이 프로

그램을 만들어 가서 현지 선교사가 그 프로그램을 돕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선교지를 섬

기러 간다고 했지만 실제는 자신들이 유익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에는 여러 교회에서 단기선교여행을 훈련차원에서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대학부생훈

련이나 현지 경험의 차원에서 떠나는 것이다. 이것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다. 또 낯선 나라

에 갔을 때 훈련의 열매가 더 있을 수 있고 공동체가 하나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

나 선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선교라기보다는 자기 훈련이다. 즉 선교지를 위한 사역

이기 보다는 자신들을 위한 사역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문제가 있

을 수 있지만 어느 쪽이 주목적인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단기선교여행은 자기 훈련

을 목적으로 선교여행을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 0세기 막바지에 들어와서 1세계 국가들에 의한 세계선교가 큰 열매를 거두지 못한 주요

한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패권주의적 선교태도였다. 실제 잘못된 단기선교여행은 이러한

패권주의적 선교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대량의 물질이나 가는 사람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 현지인들과

의 인격적인 만남과 나눔을 통한 섬김의 복음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 단기선교여행의특

징상 짧은 기간에 많은 열매를 거두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가지고 진행되므로 잘못하

다가는 가는 사람 위주의 패권주의적 선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교, 즉복음을 전한다

는 것은 한두 주 동안 가서 복음을 외치고 물건을 나눠주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

은 생명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명은 진정한 겸손과 섬김 그리고 자신을 드리는 과정을 통

해서 전달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 ~ 2주간의 선교여행은 선교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잘 준비해

떠나야 한다. 또 단기선교란 1 ~ 2주간의 선교여행을 말하기 보다는 1 ~ 2년 동안 선교에 참

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단순한 방문성 선교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소한 1 ~ 2년 정도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미복음화된 지역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키워야 한다. 또 선교는 단순히 해외로 나가야만 경험할 수 있다는

지리적 개념의 선교는 이미 옛날 패러다임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타문화권 선교이다. 또 준비된 선교여행과 열매 있는 여행이 되기 위

해서는 선교여행에 참가하기 전에 국내에 있는 선교대회나기타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 훈련을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가야 하고 사후양육 프로그램까지 철저히 준비한 상

태에서 떠나야 할 것이다.

선교, 즉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한두 주 동안 가서 복음을 외치고

물건을 나눠주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생명을 전달하는 것이다

6·주간기독교

침묵의 은총본문/ 시 6 2 : 1“나의영혼이 잠잠히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는도다”(개역성경) .

산이 나타나면

산만 보지 말고

숲의 침묵으로 들어가라

나무를 만나면

가지만 보지 말고

뿌리의 고요로 파고들라

하나님 앞에서

순순히 잠잠하라

우리를 만나면 산아,

네 우뚝 선 기다림으로

동행하고

나무야 너는

깊이 맺힌 눈물로 사랑해주며

하나님 당신은

진한 고독을 쏟아 내시어

비로소 나를 보게 하시라

한결 사람답게 하시라

한 농부가 고독하게 살고 있는 수도승을 방문하였다. 그 농부가 묻기를

“당신은 침묵의 삶에서 무엇을 배웁니까?”그때 그 수도승은 우물에서 물

을 긷고 있었다. 그가 농부에게 말하기를“우물 속에 무엇이 보입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그러자 수도승은 우물물이 잠잠해지기를 기

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무엇이 보입니까?”

“지금은 내가 보입니다.”

그러자 수도승이 말했다. “내가 물바가지를 내려 물을 퍼올릴 때에는우

물물이 출렁거렸지요. 지금은 물이 잠잠하여 맑지요. 이것이 바로 침묵의

경험입니다. 침묵속에서 사람은 쉽게 자신을보고 알 수 있지요.”

그렇다! 침묵은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신을알게 하는 힘이다.

한 농부가 얼음창고에서 허드렛일을 돕다가 불행하게도 자신의 시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크게 슬퍼하며 랜턴을 가지고 얼음창고 톱밥 속

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의 동료도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찾았지만 그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시계는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시계 찾는 일을 중단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을 때 그 창고에

한 작은 아이가 조용히 들어오더니 마침내 시계를 찾았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시계주인이 놀라움에 가득차서 어떻게 시계를 찾았느냐고 물었다.

그 꼬마는 말했다. “아저씨! 저는 그냥 톱밥 위에 아무 소리도 안 나게 조

용히 앉았어요. 그러자시계가‘째각째각’하는 소리를들을 수 있었지요.”

그렇다! 침묵은 내면의 소리,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함으로 자신을 찾게

하는 은총이다. 우리 안에 있는 침묵을 회복하자. 잠잠히침묵 속에서 하나

님을 바라는 이에게 구원이 있다.

김 진■목사, 크리스찬아카데미 연구원

주간기독교·7

영혼의 양식

8·주간기독교

화요일 저녁 7시3 0분이 되면 영등포역 광장

은 하얀 천막지붕을 얹은 병원으로 바뀐다.

이 곳에서 4년째 봉사를 해오고 있는 서안

복음병원.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병원으

로, 봉사에 가장 열심이라는 문찬희(38) 내

과과장을 찾아갔다.

‘혹시 휴게실에 잘못 들어온 게 아닐까?’

문 선생의 방을 들어서며 불현듯 그런 의문

이 일었다. 이제까지 생각해오던 진료실 분

위기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한 손

엔 커피를 들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하얀 가

운의 사람들. 불청객의 방문에 하나둘 자리

를 뜨자 문 선생은“자랑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님은 없다

6세 때 어머니의 싸늘한 시신이 있던 영안실, 초

등학교 6학년 때 열차충돌 사고로 심하게 발을 다쳐

입원했던 병실, 잘못된 수술로 인해 재수술을 받기

위해 중학시절 내내 들락거렸던 수술실… 그것이

문 선생과 병원, 그 질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다시

는 이 곳에 오지 않으리라 여러 번 다짐했지만 그가

대입을 앞두고 택한 것은 의과대학이었다.

“당시엔‘병든 사람을 고쳐주는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어서’같은 뻔하고 상투적인 이유는 없었어

요.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벗어나고 싶은 쓰린 추억

으로 점철된 곳이지만 가장 익숙한 곳이기도 했으

니까….”

그의 신앙생활도 그리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를

여의고 1년 뒤 다니기 시작했던 주일학교. 집안의

장손인 그였기에 아버지의 반대는 심했다. 중고등학

교 시절엔 교회까지 찾으러 오곤 했다. 아버지와의

본격적인 갈등은 대학 2학년 때였다. 제사문제로일

어난 아버지와의 갈등은 같이 학교를 다니던 친구

의 사망을 목도하면서 심한 우울증을 가져다주었다.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1년을 휴학하고 정신과 상담

을 받았다. 그 후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같이 성

경공부를 하던 교회 친구의 죽음. 정신적인 스트레

스로 말미암은 두통과 가슴의 통증도 왔다. 본과를

마친 후에도 휴학을 해야 했다. 이 때도 정신분석치

료를 받았는데 5 0분 동안 아무거나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치유가 된다

나. 그러나 문 선생은 더 큰 좌절을 맛보았다.

“제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불행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님이안 계시다는 생각까지 들었

으니까요. 하나님과 제 인생을 떠올리면 분노가 치

밀었습니다. 죽고싶은 마음밖에 없었죠”.

사람을 세우는 사람

서안복음병원 문찬희 내과과장

이연경 기자 d a s o m @ c n e w s . o r . k r

몸으로 전하는 예수

결코 사랑스럽지 않은

작은 어머니를 찾아갔다. 신실한신앙인이자 그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 “찬희야, 하나님이 너를 크

게 하시려고 주시는 시련이야. 감사해라. 긍정적으

로 생각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격려해야 된단다.”

작은 어머니의 말은 그의 분노를 건드리기에 충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다음날부터두통과

가슴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교회 친구의‘옛날

의 찬희로 돌아오라’는 꾸짖음도 약이 되었다.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렁에 빠진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을지병원에서

일할 때 가정의학과 과장님과 매일 성경공부를 했

습니다. 성경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왜 저를

이렇게 내버려두셨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닫혀 있던 마음이 그분이 병원

을 떠나게 되었을 때야 열렸습니다. 저에겐 조건 없

이 베푸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는 걸 비로

소 느끼게 됐죠.”

9 4년 어느 날, 그렇게 갈등하던 아버지와의 문제

도 종지부를 찍었다. 교회로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물론 아직도 아버지는 교회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못마땅한 것이 많지만 평생 교회에 발을 들여놓을

것 같지 않던 아버지의 변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대학시절 인연을 맺은 의료봉사단‘아가페’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주말 진료를 담당했다. 강북

구 번동에 위치한 사회복지관. 슬럼가인 동네에 서

민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생활수준은 판자촌일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알콜중독자, 결손 가정

의 아이들,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뇌졸증 환

자를 위해선 이동진료를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가

진료하는 절망과 때와 고생에 찌든 사람들. 결코 사

랑스럽지 않은 그들을 통해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사랑을 절감하게 된다.

“아무 의지할 곳 없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가난

한 그들을 보면서 제가 가진 게 너무 많다는 걸 깨

달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의 모습 속에서 제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결코 사

랑스럽지 않은 저를 지금까지 참고 지켜봐 주신 그

분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체가축복이라고말하는 그. 자신에게있어

봉사는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더 많은 일이

요, 하나님의축복을경험하는통로가되었다고한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몇 년 전 전문의 시험을 끝내고 하워드

헨드릭스의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통해 저의 신앙과 삶을 되

돌아보게 되더군요. 하나님은저에게 남다른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만큼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 후‘사람을 세우는 사람’은 그의 신앙

관이자 인생관이 됐다. 문 선생은 봉사도 사

람을 세우는 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본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으로 봉사하는 것이 피

봉사자의 육체적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

이 되겠지만, 그보다 같은 의료인들에게 하

나님을 전하고 자신이 가진 의술로 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가 앞으로 하고 싶

은 일이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가득한 진료실.

남 얘기하듯 들려주는 그가 겪었던 삶의

질곡들이 다른 이들의 아픔을 보듬는 보이

지 않는 손이 된다.

육체의 병을 치료하

고, 마음을 쓰다듬고, 나

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세우는 손. 결국

다른 사람을 세우는 일

이 곧 자신을 바로 세우

는 일임을 그는 알고 있

었다.

주간기독교·9

◇영등포역 광장의 노숙자를 위한 무료진료(위).영등포지역 쪽방주민을위한 무료진료(아래).

1 0·주간기독교

본문/ 사5 0 : 1“야훼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 어미를 쫓아내며 이혼장을 써 준 일이

없다. 나는 너희를채권자에게 판 일이 없다. 너희는 너희의 잘못으로 팔려 간 것이다. 너희가 못되게

굴었으므로 너희 어미가쫓겨난 것이다”(공동번역) .

유대백성들에게 희망의 말씀을 선포했던, 포로기의 시

인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사야 5 0장을 기록한 예언자는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에

게 많은 희망의 말씀을 전하던 중, 본문과 같은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이 말씀은

유대백성이 자신들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포로로 잡혀오게 되었음을 강조하며 하

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혼장을 써준 일도 채권자에게 판 일도 없다고 말하고 있

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유대백성을 버리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하나님께

서는 언제나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구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 인유(引喩)라는 수사법을 사용하여 표현된 이혼장을

써준 일이 없다는 말씀의 배경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더욱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비유법의 하나로 유명한 시, 문장, 속담, 문학등을 자신의 문장

의 한 절에 인용하여 문장을 수식하거나 표현함을 통해 내용에 함축성이 있도록

하는 수사법”으로 청중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어떤 전승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포로기의 예언자는 이미 모든 이스라엘이 알고 있는 전승

인‘남편이 이혼증서를 주어 이혼한 적이 있는 여인이 다시 전남편과 결혼할 수

없다’는 특수한 법에 대해 다루고 있는 신명기 2 4장 1 ~ 4절을 그의 예언에서 인

유하고 있다. “누가 아내를 맞아 부부가 되었다가 그 아내에게 무엇인가 수치스

러운 일이 있어 남편의 눈밖에 나면 이혼증서를 써주고 그 여자를 집에서 내보낼

수 있지만…”(신 24:1)

포로기 백성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신명

기 법을 인유를 통해 표현하며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고 있다. 즉, 현재 이스라엘의 상태는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일

시적인 고통의 상황이지 영원한 파멸(이혼)이 아님을 선언한 다음, 나라를 회복

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예언자는 절망한

포로기 백성들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듯이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단절된 것

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고, 이혼증서를 써서 내보낸 상황이라면 다시 회복할

수 없겠지만 이혼증서를 써서 준 일이 없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다는 하나님의

뜻을 분명한 어조로 포로기 백성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언자는 이스라

엘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앞에 무릎 꿇어야 함에 있다는 것을 아울러 강조하

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가 이혼한 일이 없는 관계임을 나

타내고 있는 말씀이 아닌, 자기의 백성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하나님

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포로기 시인의 외침인 것이다.

이혼장이

어디

있느냐

오택현■영남신학대교수

암울한 바벨론 포로상황 속에서

인유의 사전적인 정의는

예언자는 현재 이스라엘의 상태를 언급할 때

결론적으로 이 말씀은 단순히

빽투더 바이블 - 구약

주간기독교·1 1

하지만 나사로는‘자넨 나의 친구야’라고 한 예수의 말이 이해는 되지만

인정할 수는 없었다. 나사로는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바깥 출입을 삼가했고 오랜 친구인

예수와 더불어 참으로 오래간만에 우정을 나누며 정겨운 한때를 보냈다. 예수도 또한 나

사로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겨운 메시아의 사역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한여유로운 사귐의 시간은 예수가 그의 사역을 감당하는 일에 있어 에너

지를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사로의 부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그를 보

기 위해 사방 각처에서 몰려왔기 때문에 나사로와 예수는 더 이상 함께 긴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예수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다시 여정에 오르기 전에 나사로와 긴 포옹을 나

누었다. 그 순간이 다정한 친구 나사로의 모습을 보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모른다.

친구 예수를 떠나보낸 나사로도 더 이상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의 등살을 피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예수를 죽일 계획을 도모하

고 있는 바리새인들이 예수의 신적 권능과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사로까

지 죽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나사로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잠시 작별을 고하고 머나먼 순

례의 길에 올랐다. 마치아기 예수가 헤롯의 칼날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던 것처럼.

그가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방랑생활에 제법 익숙해졌을 무렵 불현듯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왜 자신이 죽어야 했으며 예수가 왜 죽은 자신을 살려냈는

지. 거기에는 분명히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사로는

새로 허락된 삶 속에 담긴 사명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

다. 자신의 부활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고하는 암시적인 사건임을 어찌 알랴? 하지만 그

의 고민은 신의 뜻에 매우 가깝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사로는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

다니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부활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고 발길을 고향으로 돌렸다.

바로 그 무렵, 예수가 그의 제자인가롯 유다의 배신으로 바리새인들에 의해

기소당해 빌라도의 법정에 섰고, 어쩌면 바리새인들의 요구가 관철되어 처형당할 수도 있

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나사로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아니 강하게 부

정하면 그렇게 되기라도 하는 양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예루살렘으로 달려갔다. 예수

를 보기 위해서 그는 쉬지도 않고 달렸다. 하지만 워낙 멀리 있었기 때문에 그가 도

착했을 때 예수는 이미 십자가에 달려 죽은 뒤였다. 그리고 예수의 시신은 아리마데

요셉의 묘로 옮겨져 있었다. 그래서 골고다에 도착한 나사로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있

는 좌우편 십자가의 두 강도와 주인 떠난 빈 십자가만 볼 수 있었다.

나사로는 고통으로 온몸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는 예수의 피 흔적만 남은 십

자가 밑에서 절규하며 주님의 이름을 부르다가 지쳐 쓰러졌다.

“아직 내 사명도 다 감당하지 못했는데… 아니 시작도 못했는데….”

그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렇게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확인하듯 나직이 가

슴에 담긴 슬픔을 쏟아냈다. 바로그 때 예수가 달렸던 십자가에서음성이 들려왔다.

“나사로야, 넌 나의 제자가 될 수 없어. 왜냐하면 내 친구니까. 내게도 친구가 필요

했어. 자넨 그 누구도 할 수 없고 하지 못한 사명을 다 한 거야.”

예수의 음성을 들은 나사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안을 느꼈다. 그 음성은 친구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이다.

나 사 로 의 

사 명 

김진국■시냇가에심은나무교회목사

사명에

충실했던

사람들

나사로5

그림·서은선

이야기로 만나는 성서

1 2·주간기독교

환영을 드리운 환쟁이, 불국사

의 탑을 쪼았다는 석공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목판화가이면서 조각가, 화가인 김봉준 선생

( 4 9 )에게서. 천년만년 탄복과 영감을 대물림

하는 조각물과 각종 예술 작품들은 무엇보다

순수한 종교적인 영감과 신심으로 빚어냈기에

오랜 세월을 버티고 그 억겁만큼의 영혼의 무

게를 실어내는 것이리라. “쟁이가 없어. 쟁이

가 없어”안타까워하는 그의 푸념을 곁듣고

물귀신에게 발목잡힌 듯 그를 만난다. “손”을

놓지 않는, 몸과 땀을 섞는 장인을 키우고 싶

다고 했다. ‘전통적 장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명을 담은 창조적 장인이 되어야 한다. ’

현대사에 바치는 오구굿

하늘과 맞닿은 산 끄트머리를 가리키자,

‘하늘에 초록 금을 그어놓았다’는 네 살박이

동주(후배의 아들) 말대로 사위가 온통 하늘

과 산뿐인 강원도 두메산골‘산아리’, 선생의

작업실이다. 자작나무인지 바람에게 유난히

너그러운 이파리들이 선들바람에 팔랑거리는

오후, 작년에 손수 올렸다는 정자에서 땀을

식힌다. 내년 4·1 9에 맞춰 진행중인 민주열사

추모기념탑은 지금 한창 석고를 뜨는 중이다.

무더위에 작업장을 오르내리는 길목의 풀섶도

흰 석고가루를 뒤집어쓰고 용을 쓴다. 반나절

작업을 마치고 정자 마루에 대자로 누운 그에

게서 예술의 진면목은 땀과 노동이라는 도법

을 듣는다.

“4·1 9와 5·18 등모든 민주화 운동사의 비

극성과비장미미완의 혁명이라는내용을담아

내고 있는 중이다. 이 작품에 깃든 영적 충만

감은 아마 그 시절(현장에있었던)이었더라면

격앙되어결코승화시킬수 없었을것이다.”

이제 겨우 초벌인데도 민주열사추모기념탑

은 우리 현대사, 독재와 압박에 죽어간 이들

을 부르는 초혼굿의 공수받이가 묻어난다. 3

년 전 암으로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

넘었다는 그는, 데모대열에서 짓이겨져 피범

벅된 얼굴과 5·18 광주 민주항쟁 희생자의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곤 한다. “죽음

과 대화한다”는 그가 뜬 민주열사 박종철의

영전에도 싸늘하고 살벌한 한 시대의 슬픔은

걷혔다. 영혼을 달래는가. 동양적인 조형감이

독특한 허연 석고틀에서 회복의 기미, 이미

죽었지만 그들의 뜻과 숭고한 심장의 고동이,

생명이 뛴다. 그 뜀은 살아남은 자들의 심장

에 섞이는 듯하다.

동주에게 이번에는 아저씨 얼굴 좀 보라고

했다. 아저씨에게서 자꾸‘할아버지의 얼굴’

이 보인다고 했더니 이순의 주름살이나 흰 수

염을 찾는지 짯짯이 선생의 얼굴을 매만진다.

죽음을 넘나들며 초월을 비상하던 그 고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이의 눈에 비친 그대로

그냥 아저씨일 뿐인데. 고통은 초연을 낳고

초연은 인생을 아울러 삶의 몫을 경지에 이르

게 한다. 생이지지(生而知之), 예술가라면 적

어도 타고난 감수성이 남달라 세파에 유난히

그 섬세한 영혼을 긁혔을 텐데. 갓 스물을 넘

기자 뛰어든 민주화, 노동운동가의 길에서 어

떻게 저 맑은 눈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다는

모를 일이지만 그가 선택한 건 끝내 민초였기

신명아, 내 혼을 불살라라

조각가 김봉준 선생

솔거의

토기장이 하나님

에 가능했으리라. 그리고 지금은 산으로 돌아

온 그를, 쓰리고 아팠던 현대사와 그의 젊은

날을 자연이 무질러주는중이라고 했다.

청춘아, 신명아

“2 0여 년 탱화와 불화, 민화의 전통 기법을

배웠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선을 찾아낸다.

육화된 예술혼을 여기서 찾았다. 스님에게 무

릎제자로 같은 그림을 1 0 0장씩이나 그리며 3

년을 공부한 적도 있다. 동양회화가 갖고 있

는 중요한 기법 중 하나가 선이다. 동양화에

서는 서화동류라고 하는데, 서체나 그림에 같

은 붓을 쓰고 있다. ”

그는 불화, 민화, 풍속화를연구하면서 모더

니즘도 병행했던 미술학도였다. 그걸 통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드느라 십 수년이

걸렸다. 거개가농촌, 탈춤, 풍물, 민주화가주

제인 그의 그림은 크로키와 붓선이 함께 묻어

나는 다정다감하면서도 공동체성이 강하다.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는 민중미술가라는 그는

민중과 생태를 가미해 토착화시키는 데 성공

했고, 이 때문에 아직껏 민중미술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조화순 목사의 부탁으로 8 0년

대 경동교회에 건 최초의 걸개그림 <해방의

십자가>도 이런 의식과 화풍이 배경이 된 작

품이다. 민화와 풍속화 풍의 걸개그림을 걸어

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민중의

고난사와 예수의 십자가에 우리의 현실과 역

사 얘기로 토착화를 시도한 그림이었다.

“<동일방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대학 2학년

때 동일방직여직공 똥물사건을 풍자한 연극무

대다. 연극하던 해고여직공들이 무대에서 내

려가 데모를 하는 바람에 예술이냐, 정치냐,

굿이냐 뭐 이런 소릴 많이 들었는데 그런 구

별이 따로 겠는가. 그걸 뛰어넘어야지, 그래야

삶이지. 그걸배우느라 청춘이 다 갔다.”

고호처럼 우울했고 늘 죽음을 생각했던 청

소년기는 청년이 되어 만난 동일방직 여직공

들의 질긴 생명력과 의리와 신의에서 전환점

을 맞는다. 노동운동 한답시고 찾아나선

농부들에게서 북두칠성 앵도화 질 때까

지 장구치며 배운 춤과 전통적 가락, 땡

초의 제자노릇 또한 오늘 그의 영혼이

묵는 예술의 밝은 에너지 즉, 신명을 안

겨준 현장이다. 서양의 부정적인 죽음의

미학을 거부하며 방황하던 그가 우리 전

통에서 신명의 미학을 찾은 것이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생활과 무관한 것들을 예술이라고 억

지로 갖다 붙이지 말고 내가 살고 있는

생활터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민간

의 생활사에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역

사인 기록되지 않은 구비사(口碑史)라는

게 있다. 그 속에서 지역과 마을의 정체

성을 확인한다. 내가 뭔가. 어디서 왔다

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게 해 준다.”

원시가마기법과 목판화찍기, 도자기, 토우

등 대중성이 검증된 민중미술가로 활동해 온

전력을 살려 2년 전 그가 사는 문막의 산골에

마을문화축제를 열었다. 축제에 건 마을지도

는 어른들이 떠나면 영영 묻히고 말 마을이름

이며 내력을 잃을까봐 1 0년 동안 마을 일대를

다니며 발로 그린 삶이다. 전통의 신명을 되

살린 대동제였다.

“예술적인 성공이 삶의 성공이라는 등식은

모순이다. 삶으로 살아서 예술을 승화시키고

싶다. 초월적 작품과 환상, 인간 내

면의 복잡한 추상성, 유기적 자연,

마을과 사회를 포괄한 확대된 자아

는 만물이 일여하다는진리다.”

“개인적으로 파편화시키고 이데

올로기의 잣대로 재지 말고 사람의

본래적 지평, 그 광활함을 살려야

한다. 그것을 잡아내는 촉수가 예술

이다. 이끼처럼 또 희귀버러지처럼

약하나 그만큼 민감하게 현실을 감

지하는, 감성이 살아 있는 존재가

바로 예술가다”라는 그의 말은 이

제 삶을 휘두르는 막대기가 될 듯

하다.

주간기독교·1 3

정혜영 기자 p c w e a v e r @ c n e w s . o r . k r

◇화보집. 그의 예술인생을정리한 책(좌). 산아리에서 보낸 수필집(우).

◇전통적인 동양화의 선이 살아있는 발로 그린 마을지도.

◇현재 제작중인민주열사추모기념탑.

1 4·주간기독교

또 여름입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 이번 여

름방학에도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들풀

을 꺾어 염색을 하고 나뭇가지로 곤충을 만들어 보

며 자연을 느껴보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우리 학교

에서는 몇해 전부터“엄마, 아빠 어렸을 적엔 어떻

게 살았을까”라는 주제로 여름엔 자연 속에서 찾아

보는 생태활동을, 겨울방학엔 전래놀잇감을 만들어

보고, 놀이를 직접 해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여러 가지 볼거리를 좋아합니다. 좋은

회사에서 만든 인형과 장난감, 유명회사에서 만든

유행하는 옷과 장신구들,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하면 한 번 더 바

라보게 됩니다. 보기에 좋고, 가능하다면 나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아이들과함께부르는‘그릇’이라는노래가있습니다.

“그릇이필요하면할아버지는

나무를깎아그릇을만들었지요.

하지만요즘은달라요.

요즘은옛날과달라요.

그릇이필요하면아무때나

슈퍼마켓에가면살 수 있죠.

하지만사람은어떡하죠.

의사도만들수 없으니

이럭저럭이 한세상살아야하나요?”

요즘은 슈퍼에 가면 아무 때나 플라스틱 그릇이나

스테인레스 그릇을 살 수 있지만 예전엔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직접

만들었습니다. 우

리의 할머니들은

호롱불 밑에서 가

족과 함께 오순도

순 모여 앉아 들

기름 바르고, 옻칠

을 해가며 과자

담을 그릇이며 여

러 가지 상자를

만들었고요.

또한 지금은 손끝에 봉숭아물을 들이듯이, 입는

옷과 보자기나 천에도 식물의 잎과 뿌리, 목재 등을

이용해 파란색, 갈색, 빨간색등 아름다운 색깔의 염

색을 했지요. 이렇게 가지나 엉겅퀴, 봉선화, 개나리,

애기똥풀 등의 식물이나 나무로 물들인 옷에는 많은

식물들의 생명이 담겨 있어서인지 마치 시원한 숲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과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우리들도 식물로 옷을 만들거나 색지로 상자

를 만드는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볼

기회가 적고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해볼 수

없는 거지요. 우리의 문화는 사용하지 않고 외면할

수록 점점 사라지는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자연체험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단지 물건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보기에 좋게

하는 볼거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엄마, 아

빠의 어렸을 적,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 옛날

우리 민족의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또한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을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때 느끼

는 기쁨을 만나게 해준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안

답니다.생활속에서찾는

생태교육

조진경·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 교사

조진경·김종수 부부는1 9 9 4년에 기독교사회교육원과‘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를 통해새로운교육을 연구 실천하고 있다.

움직이는 학교

주간기독교·1 5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방학을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진가 보다.

방학이 되기 며칠 전부터 외갓집에 갈 생각에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 지

난해 여름, 계곡에서 놀았던 일을 한 해의 3대 뉴스 중 으뜸으로 꼽았던

아이들인지라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방학이면 외

가로 친척집으로 가 냇가에서 놀았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

으니까. 아직은 2학년, 3학년이라 학업에 대한 압박감이 덜해‘그래 올해

까진 실컷 놀아라’하는 마음으로 방학 시작 1주일 후에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엄마 휴가가 8월이라서 아이들끼리 먼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약간 불안한 기색을 띠면서“엄마! 우리 데려다 주고 바로 올라

오시면 되잖아요?”라며 항의하는 큰아이를 설득했다.

“엄마랑 두 번이나 다녀왔으니까 휴게소에서만 버스를 잘 찾아 타면 문

제없을 거야. 외숙이 주차장에서 너희들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어. 이제 3

학년이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정말 우리끼리 갈 수 있을까요?”

“그럼. 엄만믿어. 휴게소에서어떻게하면차를제대로찾아올수 있을까?”

엄마가 묻는 말에 아이들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다.

“응. 목표물을 하나 정하면 되겠다. 우리 차가 서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차 번호를 적어가야겠어요. 차가 많아서 헷갈릴 수 있으니까. 우리 둘

이 휴게소에서 내려 화장실 갔다가 바깥에서 서로 기다려 주고 함께 손잡

고 차를 찾으면 되겠죠?”

외갓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어떻게 하면 휴게소에서 차를 잘 찾

아서 탈 수 있을까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답을 찾는 모습이 대견했다. 엄마

가 터미널에서 차를 태워주고 외숙이 도착지 정류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엄마 없이 천리 길을 떠나기로 한 날, 아침부터 긴장되기는 엄마가

더했나 보다. 아이들은그저 들뜬 마음에 빨리 나서기를 재촉했다.

휴가철이라 혹시 표가 매진될까봐 1시간 먼저 터미널에 도착해 차를 기

다렸다. 큰애가 저네들이 타고 갈 차가 들어왔다며 볼펜과 쪽지를 달라고

했다. 아이는 차 앞과 옆을 보면서 차 번호도 적고 행선지, 소속 회사까지

적어 왔다.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이다. 운전기사에게 휴게소

에서 아이들 잘 확인해 줄 것을 부탁하고 안전벨트까지 확인해 주고는 내

려와 차가 떠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어느 새 엄마 생각은 잊고

좌석 앞에 놓인 헤드폰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확히 4시간 5분만에 아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는 법이라 했던가. 엄마의 격려와 신뢰가 아이

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케 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은 책

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몸으로 익힌다. 부모가생각하는 것보

다 아이들은 훨씬 앞서 자라며, 성장에 맞는 적당한 자극이 아이들을 한층

자라게 한다.

아이들의홀로 서기

이성숙 기자 s a r a 2 6 @ c n e w s . o r . k r

그림·심재경

애물단지? 보물단지!

1 6·주간기독교

cultureculturecultureculture 여름에는 역시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덥고 끈적거리는 오뉴월 삼

복 중에도 영화관의 빵빵한 에어컨과 의식의 바닥 아래에 있던 것이 안팎으로

피부와 의식을 오그라들게 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도 볼 만한 공포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다. 안병기 감독의 <폰>이 벌써 극장가에서 공포마니아들을

모으고 있고, 이어 할리우드의 제3세대 공포영화 <피어닷컴>이 그리고 홍콩식

공포영화 <디 아이>가 개봉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부천 판타스틱 영화

제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영화로 뽑힌 <검은 물밑에서>

도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개봉한다면, 올

여름 극장가의 공포는 꽤나 내용이 있는 잔치가 될 것

이다.

잘 알려진 대로 공포 영화는 의식하기 싫은 것, 혹은

의식해서는 안 되는 것을 의식의 표면으로 밀어 올리

는 전략에 의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 아이>는 전형

적이다. 장님이었던 소녀가 안구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자 죽은 자들의 영혼이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다는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아서는 안 되는

것, 혹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평화

는 그녀가 다시 시력을 상실한 후에나 찾아온다. <검은

물밑에서> 역시 일본에서 유달리 강조되는‘모성 콤플렉스’를 매개로 공포를

길어 올린다. 이혼한 남편과 어린 딸아이의 양육권 분쟁을 벌이는 젊은 어머

니에게, 부모에게 버려진 채 실종되었던 소녀의 원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녀 역시 소녀의 원귀와 함께 딸을 떠남으로써 딸을 지키는 역설을 통해 평

화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폰>의 공포는?

잡지사 기자인 지원은 자신이 쓴 원조교제 관련 기사 때문에 끊임없는 협박

전화를 받는다. 일신상의위험을 느낀 그녀는 거처와 핸드폰 번호를 바꾸려고

한다. 마침절친한 친구 호정의 배려로 방배동 빈집을 구하게 된다. 핸드폰역

시 바꾸는데 전산망의 오류로‘0 1 1 - 9 9 9 8 - 6 6 4 4’라는 번호를 거의 반강제로 부

여받게 된다. 그후 그녀의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녀

의 핸드폰에서는 사지를 얼어붙게 만드는 이상한 괴성이 들리기 시작하고, 우

연히 이 소리를 들은 친구 호정의 어린 딸은 난폭한 행동을 보이며 엄마와 아

빠의 관계를 극도로 질투한다. 특히 지원의 기사에 의해 피해를 입은 원조교

제범이 지원을 살해하려는 순간 떨어진 그녀의 핸드폰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

리에 급사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마침내지원은 핸드폰 번호의 내력을 추적하

기 시작한다.

<폰>은 이미 거의 전국민의 신체의 일부가 된 핸드폰을 공포의 진원지로 설

정한다. 벨에 의해 발명된 전기통신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해 세계의

공간개념을 바꾸어 놓았다면, 개인이 소유하는 무선통신인 핸드폰은 그것을

소유한 개인을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승격시켜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

나 그것은 단지 허무맹랑한 신화일 뿐이다. 우리는 핸드폰을 통해 세계의 모

든 곳과 연결되고, 어떤 정보든지 구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그 작고 비싼

기계를 구입하지만, 핸드폰은 결코 우리를 무한히 확장된 주체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기실얻는 정보에 비해 잘못 걸린 전화와 각종 정보, 심지어 악의적인

접속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리듬과 주체성을 방해하는 접속 또한 만만치 않

정혁현■케노시스 대표/ 한살림교회목사

어둠속에벨이울릴때

안병기 감독의 <폰>

문화짚어내기/ 영화

주간기독교·1 7

cultureculturecultureculture

다. 우리는 어느 순간‘내가 스스로 값을 치르고 빅브라더의 통제망에 뛰어든

것이 아닐까?’하는 회의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핸드폰을 통해 편재적인 능

력을 소유했다기보다는 편재적인 통제에 속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폰>은 우리의 이런 회의에 귀신의 음성을 흘려보냄으로써, 회의를공포로 전

환시킨다.

그러나 핸드폰의 급속한 보급이라는새로운 환경은 영화 <폰>이

만드는 공포의 외연을 구성할 뿐이다. 영화 <폰>은 지원이 전화번호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실체를 드러내는 여고생 귀신을 공포의 진원지로 삼고 있기 때

문이다. 원귀가 되어 나타난 젊은 여자 귀신은 한국의 민담에서부터 대중영화

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처녀귀신은

언제나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나타난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 1 9 6 0 )가 전형

적으로 보여주듯이 이들은 자신의 성적인 능력을 무기로 남성을 장악하여 신

분상승을 기도하는 과정에서 살해당한다. <폰>은이러한 이야기구조를 변주한

다. 원조교제의 모티브가 개입되어, 영화가 표면적으로는 성적인 질서에 대한

도덕적인 판관 노릇을 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적으로는 가족의 벽, 세대의 금

기를 넘어서 성에 대해 보다 대담해진 사회환경의 성적무질서에 대한 공포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소정의 어린 딸을 둘러싸고 지원과 소정 사이에서 벌어

지는‘모권’갈등은 인간의 재생산에 개입된 테크놀로지에 의해 가부장적 상

속이라는 틀이 흔들리는 두려움을 작동시킨다. 무엇보다 두려운 사실은 소정

의 딸이 죽은 여고생의 귀신에 들림으로써, 그 아이에게서 영화 속에서 갈등

하는 세 여성, 즉 지원과 소정 그리고 죽은 여고생의 모습을 동시에 발견하도

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혐오스럽고도 공포스러운

귀신의 거주지를 한국의 비버리힐스라고 할 수 있는 방배동의 호화주택으로

설정함으로써, 코리안드림의환상적 장소를 공포의 근원으로 뒤집어버린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폰>의 결정적인 결함은 남자주인공, 즉

소정의 남편이자 귀신들린 아이의 아버지의 역할을 너무 빈곤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말 실수’를 무의식을 포착하는 계기로 본 프로이트를 빌리지

않더라도 결함이 곧 무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여성들간의 반목을 강조함으로

써, 정작 갈등의 근원인 가부장을 빼돌리겠다는 남성주의의 전략으로 읽을 수

도 있겠다. 그러나무죄하기보다는 무기력하게 나타나는 남성주인공의 모습은

사회 변화와 함께 가족관계가 급속하게 바뀌는 상황에서도가부장권의 망상에

빠져 변화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 시대 일반적인 남성들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듯이 공포 영화의 귀신이나 신비스러운 존재들은

현실과 무관한 피안의 존재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현실에서 억압된 것들이 은

유를 통해 시각화된 것들이다. 관객이 영화 속의 공포스러운 대상을 자신의

주변 일상과의 연상 작용 속에서 현실적인 어떤 것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어

떤 공포도 그들의 내면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이 기독교의 성서적 이미지들을 이와 같은 공포영화의 귀신이나 기괴한 존재

들과 동일한 층위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신앙을 단지

비존재들이출몰하는 신화의 영역에 묶어두는 단견의 소치이기도 하다.

우리는핸드폰을통해

편재적인능력을

소유했다기보다는편재적인통제에

속하게된것인지도모른다

영화<폰>은

우리의이런회의에

귀신의음성을흘려보냄으로써,

회의를공포로

전환시킨다

1 8·주간기독교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

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소서.”

이 짧은 기도문 때문에 기독교계는후끈 달아올랐다. 이기도는 역대상

에 등장하는 유다의 자손인 야베스가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로 최근 출

간된 <야베스의 기도>를 통해 화제가 됐다.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

고 수많은 목회자들은 야베스의 기도를 속속들이 분석하고, 야베스처럼

기도함으로 성공과 번영으로 축복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교했다. <

야베스의 축복원리> <야베스처럼 기도하라> 등‘야베스’를 내세운 책들

도 연이어 출간됐다.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일은 아니었다. <야베스의기도>는 이미 미국에서

도 큰 주목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 셀러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저자인 부르스 윌킨슨조차도 이 책의 폭발적인 인기에

놀랐다 한다. <야베스의 기도>가 내세우는 핵심은‘성공과 번영의 기도’

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성공과 번영,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야베스처

럼 기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야베스”를 소리높여 부르는 이 때, 야베스의 기

도가 성서에서 말하는‘참다운 기도’의 본질을 벗어난 것임을 지적하는

낮은 목소리를 발견했다. 제임스멀홀랜드 목사의 <예수님처럼기도하라>

였다.

복음의 핵심에서 벗어난 야베스의 기도

침례교 목사이면서 교파를 초월해 감리교와 퀘이커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저자 제임스 멀홀랜드. 그는 야베스의 기도에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것은다름 아닌‘개인의 이익을 위하는 기도’라는 점

이다. 그것은 예수가 말한 기도와 상반될 뿐더러 예수의 복음에도 부합하

지 않는다. 물론 <야베스의 기도>의 저자는“이 책이 자기중심적 생각을

정당화시켜 주려 쓰인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많은 기독교인

들이 야베스의 기도가 마치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주문인 듯 생각하

고 있다. 물질주의와자기중심적사고가 팽배하는 문화와 결합된 현대 교

회의 모습 속에서 야베스의 기도는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적으로 옳은 행동이라는 것을 정당화하게 된다. 저자는 다음과 같

이 말한다.

“엄격하게 말할 때 야베스의 기도는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복음의 핵

심에 어긋나는 것이다. 야베스의 기도는 개인의 영달을 간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끊임없이 기독교 정신에 심어주려 애쓰셨고 예수님이

그 시대에 몸소 실천해 보이셨던 무욕(無慾)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

는 기도이다.”

더불어“예수님께서는두 가지 기도를 특별히 경계하셨다. 그것은독선

적인 기도와 개인의 이익을 구하는 기도였다. 예수님은 두 기도를‘위선

하는 자의 기도’와‘이교도의 기도’라고 나무랐다. 실제로 두 기도는 우

리의 오만과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주는기도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원컨대기도의 본질은

예수에게서

찾으라

<예수님처럼 기도하라>

김진아기자 n e b o @ c n e w s . o r . k r

제임스멀홀랜드 지음/ 강주헌 옮김/

1 9 4쪽/ 7,000원

한 권의 책

주간기독교·1 9

예수님처럼 기도하라

야베스의 기도가 복음에 어긋나는 기도라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

까. 도대체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옳을까. 정답은 성서의 예수가 말하고

있다. 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예수에게“주님, 저희에게기도하는 법을 가르

쳐주십시오”라고 청하자, 예수는“기도할 때에는 너희가 누구에게 기도하

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거라. 따라서 기도는 이렇게 하거라”라고 대답하

고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세상이 아버지를 하나님으로받들게 하시

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

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

버지의 것입니다. 아멘(공동번역) .”

우리는 주기도문을 그저 예배 때 형식적으로 읊어대는 기도문으로 생각

한다. 그 깊은 의미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기도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이다. 다만 성서 속에서 예수가 가르쳐준 기도이기 때문에 그저 해야 하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저자는 이 기도에 담긴 복음과 하

나님의 뜻을 헤아려 풀고 있다.

“우리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쓰여진 짤막한 기도처럼 기도해야만 한

다.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기도를‘주기도문’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 기도를‘예수님의기도’라고 부

르고 싶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식으로 기도해야만 한다. 일요일 아침에만

전 신도가 입을 모아 그렇게 기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

과의 관계, 그리고 이 세상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마다 그렇게 기도해야

한다.”

기도란 무언가를 간구하고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존

재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대화의 과정이라는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예수님처럼 기도하라>는 주기도문을 텍스트로 삼아 분석한 글이 아니

다. 다만 우리가 깊이 헤아리고 있지 못한 예수의 기도에 담긴 의미를 풀

어내고, 올바른 기도의 자세와 표본을 제시함으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지표를 그리고 있다. 올바른 기도는 올바른 삶의 자세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기도를 할 때는 신앙의

양태 또한 이기적이고 독선적으로 흘러갈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

가지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복음에 합당한 올바른 기도는 곧 우리가 신

앙인으로서가져야 하는 삶의 양태다.

“기도의 목적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전하는 데 있는 것이 아

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받기 위한 것이다. 올바른기도는 하나님께 무

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올바른 기도는 우리 뜻을 구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방법을 배우는 수단이다.”

이제 당신은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예수님처럼 기도하라>는

우리가 깊이 헤아리고 있지 못한

예수의 기도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고,

올바른 기도의 자세와

표본을 제시함으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지표를 그리고 있다

2 0·주간기독교

도시교회에서 부담임 목사로 헌신하고 있는 동기를 만난 적이 있다.

온유한 성품과 성실함에 행정적인 면에서 리더십까지 갖추어 교회 내에서 꽤 인정받

고 있는 친구다. 자신의목회 얘기를 하던 중에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요즘 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어. 매일 행사의 연속이야. 일과 서류들

과 행사 속에 파묻혀 살다보면 하루가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라니까. 그런데이상하

게도 마음 어디선가는늘 허전함을 느끼니….”

“그 이유를 분석해 봤냐”고 했더니“글쎄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일과 행사를 통해

갖는 교인들과의 만남이 기계적이라고 해야 할까? 피차에 진득하게 나누는 삶의 이야

기가 없다는 것이겠지.”

도시나 시골이나 구별할 것도 없이,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교회행사를 기획

하고 진행하는 건 목회자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리더십의 부분이다. 교회절기에 맞추

어 예배를 준비하고, 정기적인심방이나 작정기도회, 다양한양육프로그램이나성경공

부, 그리고 부흥회나 총동원 주일 같은 특별행사들이 미리 작성된 목회계획에 맞추어

차질없이 잘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목회자 리더십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언젠가 내 목회 리더십에 대해 회의를 품고 패배주

의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다. 시쳇말로‘슬럼프’

에 빠진 것이다. 그 슬럼프는 교회건축을 진행하면서

시작되었다. 낡고 초라한 예배당을 리모델링하고, 교

육관을 신축하면서 보낸 약 2년 동안, 내 뜻과 기대

를 채워 주지 못하는 교인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

까한 중대한 교회 행사인데‘너무들성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건축이끝난 뒤

교회 부흥을 이루어 보자는 의미에서 가졌던‘작정기도회’나 기타‘전도행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교인들의 열의와 참여도는 역시 기대 이하였다. 교우들을 향했

던 원망이 나중엔 자신에게로 쏟아지고. ‘내 목회는 망했어’하고 주저앉아 자신의 무

능한 리더십을 한없이 꾸짖고 탓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 와서 객관적으로 보면,우리 교우들이 교회건축을위해 형편에 넘치도

록 재정적·육체적헌신을 감당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전체 교인들을 놓고 비율을 따

져보았을 때 모든 교회행사의 참여율은 그 어느 교회보다도 높았다. 왜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을까? 일을 계획하고 진

행하면서 내가 맘 속에 세워 둔 목표와 기대치가 우리 상황에 맞지도 않

게 턱없이 높았고, 처음부터 불가능한 부분도 많았다. 교우들의형편을 돌

아보지 않은 내 조급한 욕심의 소치였던 것. ‘행사를 진행하면서 교우들과

는 기계적인 만남을 느꼈다’고 고백한 친구의 솔직한 말처럼, 사람을배제

한 행사 위주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값비싸게 경험한 셈이

다. 비록 조직적인 교회행사는 치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또 행사를 통해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리더십의 끝은 아

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병들고 가난하며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나누신 주님처럼 교우들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한 목회 리더십은‘도

시 지하교회’에서도‘첩첩산중 가난한 오막살이 교회’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의식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김상혁■춘천 신동교회 목사

목회자의 리더십

그림·서은선

김상혁 목사의 목회단상

주간기독교·2 1

짜증은내어

무엇하리

김영희■연세중앙교회도서출판팀장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이라는 말 만으로는 요즘의 더위를 다 표현할 수

없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느끼던 더위와 지금 서울에서 느끼는 더위는

사뭇 그 차원이 다르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매우 강렬했지만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더위를 곧잘 시원스레 식혀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서울

의 더위는 아스팔트의 이글거리는 열기가 빌딩 숲에서 나오는 에어컨 열

기와 더불어 그야말로 불볕이다.

얼마 전, 옷으로라도 더위를 이겨 볼 요량으로 마 소재의 쟈켓을 구입

했다. 특별히 오물이 묻은 것은 아니지만 한번 입으면 금방 구겨지는 마

소재의 특성 때문에 손 세탁을 하고 다림질까지 해야 할 엄두가 나질 않

아 세탁소에 맡겼다.

금요일로 인도일자가 적혀진 전표를 받았지만 하루 여유를 두고 토요

일에 옷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주인은 쟈켓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미안해했다. 오후 내내 뜨거운 시내를 돌아다니며 더위에 지친 상태였지

만, 그리고 비록 누구보다 더위에 약한 나였지만 더운데 짜증까지 내면

더 덥지싶어서참기로 했다.

“그럼, 월요일에올 게요.”

“아유, 고마워요. 짜증도안 내시네. 다른 손님도 옷이 안 나왔는데, 어

찌나 화를 내시던지 민망해서 혼났어요.”

“짜증 내면 더 덥죠. 뭐”하고웃으며 세탁소를 나왔다.

다음 월요일이 되어 옷을 찾으러 세탁소에 갔다. 쟈켓을 받아들고 이리저

리 훑어보는데 옷을 맡길 때는 없던 오물이 첫 단추 옆 부분에 묻어 있

었다.

“어? 이건옷 맡길 때 없던 자국인데요.”

“그러게요.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거 보니까 없던 오물인데… 이거 다시

맡겨야겠어요. 3, 4일더 걸릴 텐데… 죄송해서 어쩌죠?”

주인은 옷의 오물이 세탁업소 측의 잘못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미안해

했다. 옷이 도착하는 대로 전화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또다시 빈손으로

세탁소를 나섰다.

평소 같으면 벌써 몇 번이나 짜증을 낼 사건이었지만, ‘화를 낸다고 옷

을 빨리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그래, 더운여름날 짜증을 내면 뭐하겠어?’

기왕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조

금이라도 더위를 덜 타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잇기

최근 들어 시장경제의 활성화 징후로 보이

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경제관리 개선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변화한 내용은 계

획의 분권화, 가격현실화, 그리고 화폐 임금제의 실시로

요약된다.

첫째, 계획의 분권화는 계획작성, 가격제정, 자재공급

전반에 걸쳐 있다. 우선적으로 계획작성은 전략적 중요성

을 가진 지표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계획

하지만 나머지는 해당 기관 기업소에서 하

도록 했다. 특히 지방 경제 부문은 공업총

생산액이나 기본 건설 투자액 등 중요지표

를 제외한 세부지표들은 시·도·군 자체

실정에 맞게 계획하도록 했다. 제품의 가

격도 지방공업 생산품(주로 소비재)은 상

급기관의 감독아래 공장자체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시장 신호를 반영한 가격현실화다. 북한은과거에

쌀 1 k g을 8 0전에 수매하여 8전으로 공급했으나 이제는 4 0

원으로 수매하여 4 4원으로 판매한다. 어느 정도 암시장의

가격을 반영한 것이다. 임금도 현실화했는데 생산 노동자

의 경우 1 1 0원이던 기본 임금이 2 , 0 0 0원으로 인상되었다.

탄광 노동자들의 경우 6 , 0 0 0원까지 인상되었다. 전기·연

료·교통비도현실화되었다.

셋째, 현물경제에서 화폐가 주요 역할을 하는 경제운영

체계로 전환했다. 먼저 임금지급 방식에서 과거 배급제는

일종의 현물임금 방식이었다. 국가가 재정 보조금으로 수

매가격보다 낮은 배급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국가의 가격보조 정책은 폐지되었다.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북한의 직접적인 정책 발표가 없는 상황에

서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방차원까지의

확대, 결산분배 이후의 수매상황과 공급상황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

간이 필요하다. 다만 북한의 변화를 정치적

의도와 북한 불변론의 신념으로 과장, 혹은

폄하해서는안 된다.

북한의 변화는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이

고 구조적인 방향과 연관되어 있다. 왜 북한은 경제관리

개혁을 채택했는가? 이번 조치는 1 9 9 0년대 중반 이후의

경제위기가 가져온 현실적 변화를 북한 당국이 수용한 것

이다. 1994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이후 식량난과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배급제 및 소비품 공급체계를 마비시켰

다. 국영상점이나 협동상점에는 상품이 없고, 배급량이 줄

고 배급 간격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국가유통망의 공

북한, 호랑이 등에올라탄 것일까?

6월 서해교전 이후 급속히 냉각되었던 남북관계가 서서히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해교전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시와 함께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가 하면,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에도 선수들의 대

거 참가를 표명하기에이르렀다. 94년이후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은 한편으로 경제난 타개를 위한

각종 조처를 취하고 있다 한다. 극동문제연구소는지난 1일 오전 국제회의실에서“최근북한의 정세, 어

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제2 5차 통일전략포럼을 가졌다. 포럼에서“최근북한경제 변화, 배경과 전망”

을 김연철(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 “북한의 서해교전‘유감’표명과 남북관계 전망”을 류길

재(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통일문제연구실장이발제하고 서진영(고려대), 전인영(서울대), 김창수(민화

협) 등 7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포럼에서 일반 국민들만큼이나 전문가들도 북한을 보는 시각에 많

은 차이를 보였다. 김연철연구위원의 발제를 통해 북한의 경제개혁 현황을 살펴보자.

정리/ 이성숙기자 s a r a 2 6 @ c n e w s . o r . k r

2 2·주간기독교

북한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제정책을변화시킨다면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북한은

강의노트

백을 대체한 것이 암시장이다. 암시장에서의 가격은 수요

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 당국이 가격 및 임금을 현

실화한 것은 바로 암시장과 국가공급부문의 격차를 완화하

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각종 가격보조금을 철폐한 것은

재정적자를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개혁의 출발인가?

북한의 정책변화는 시장개혁의 출발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언제나 현실적 변화보다 늦

으며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1978년 중국의

1 1기 3중전회가 열리고 등소평의 개혁실험이 출발했던 당

시의 이데올로기는 실사구시였다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

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된 것은 1 0년이 지난 1 9 8 7년에 이르

러서야 가능했다. 북한의 정치·사상

적 경직성을 고려한다면보수적 담론

의 지속은 불가피하다. 현재 북한에

서 보여지고 있는 사회주의 원칙이나

사회주의 노동보수제, 집단주의의 우

월성 등과 같은 보수적 담론은 북한

당국의 의지라기보다는 정책 변화를

기종의 담론 재해석을 통해 완충하려

는 이데올로기적정당화에 다름 아니

다. 따라서 문제는 북한의 공식담론

이 아니라 실제적인 정책 변화의 내

용과 기능이다.

둘째, 사회주의 시장개혁은 언제나 개혁확대와 조정국면

의 상충적 충돌을 수반하면서 진행되었다. 장기적인 역사

의 흐름에서 보면 초보적인 개혁에서 전면적인 개혁으로

나아갔지만세부적인 국면에서의 진보와 퇴보는 공통된 현

상이다. 정책변화의 수준 역시 맹아적 단계부터 전면적 단

계까지 다양하다.

셋째, 북한은 이번 조치로 관료적 조정체계에서 관료적

조정과 시장조정이 공존하는 이중경제체제가 되었다. 물론

1 9 9 0년대 중반 경제위기 이후 북한의 경제체제는암시장과

계획이 공존하는 이중경제체제였지만 이번 조치로 시장조

정체계가 공적 영역내로 흡수되었다. 북한 역시 과거에도

시장조정체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합법적으로는 농민시장

을 들 수 있고 비공식적으로는기업간 자재 확보나 암시장

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조치로 확대된 시장조정체계는

대부분의 소비품과 핵심계획영역을 제외한 원자재와 소비

재의 거래가 해당된다. 국가가격제정국이나 지방행정기관,

은행 등을 통해 행정적 가격관리 기능은 살아 있지만, 가

격결정 과정은 수요와 공급이라는시장신호에입각하여 결

정되는 것이다.

개혁의 성패는 공급능력에 달려

북한의 정책 변화 초점은 계획경제와 암시장경제라는

이중경제체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이다. 시장가격을

반영한 가격현실화를 통해 임금과 가격의 균형을 행정적으

로 조정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공급능력에 달려 있다.

식량과 소비재의 공급이 정상화된다면, 임금현실화로노동

자의 노동의욕은 증가하고 암시장의 비중은 수요부족으로

감소할 것이다. 생산재의 공급 역시 정상화된다면 공장들

은 보다 강화된 독립채산제의 원칙에서 이윤증대를 위해

생산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수급 상황

으로 보아 국가의 공급능력은 한계가 있다. 지방공업을비

롯한 소비품 공급능력도 단시간내에

정상화되기 어렵다. 식량과 소비품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 암시장은

다시 활성화된다. 초과수요로 암시장

에서의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임금은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정책변화는 공존공영의 남

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

하다. 북한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

로 경제정책을 변화시킨다면 남북경

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

성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말할 때 주의

를 기울여야 할 것은 남한의 선택이 북한 변화의 수준과

속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인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변화를 위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화이트(Gordon White)는 현실 사회주의에서의 시장개혁

을‘호랑이 등에 올라타기’로 비유한 바 있다. 호랑이 등

에 올라타는 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일단 호랑이가 달리

기 시작하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시장개혁도 마

찬가지다. 계획경제에서시장 메카니즘의 도입은 자연발생

적인 확산효과가 있다. 부분 개혁조치는 연관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치면서 시장개혁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북

한도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다만 아직은 달리지 않는다.

이제 북한 당국의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문제는고

민을 하도록 호랑이가 하염없이 기다려주지는않을 것이라

는 것이다.

주간기독교·2 3

2 4·주간기독교

우리나라제3당민주노동당(지난6·13 선거의성과로국고보조금을받

는 당이됐다)의상임변호사(정책부장). 공식직함이전하는무게감이나

왠지가까이하기부담스런거리감은사회가만든선입견이겠지. 그선입견을불식시키

며국민의‘비서’로서자리매김하는일꾼을만났다.

서울대법대출신에연수원까지거치고제대후 곧바로안착한곳이월급6 0만 원

의 직장. 김정진(32) 변호사본인의의도와는상관없이, 그런이유로다른이들이알

은 체 하는게 불편하다못해이젠이력이난 모양이다. 그러니월급액수를들춰“대

단한 결정을했네”“어떻게사세요?”하며호사가들흉내내기보단, 진보정당에힘을

불어넣는건실한젊음을얘기해야겠다.

공익법무관으로군복무3년을보낸곳의생활이기폭

제랄까? 도시생활만하던 그가 시골 깡촌에서불편한

화장실이며방이며 지나치게 자연적인(?) 거주환경

에서지내는동안느낀것은‘물질적생활의편리부족’

만은 아니었다. ‘사람이살면서필요한게 어디까지일

까?’인간의무한한욕망, IMF 이후더 커진 빈부격

차, 자본주의사회의병폐, 제대로된 사회복지, 사회

적·경제적욕망과두려움. 생활의불편에서싹을틔웠

지만결코가볍지않은화두는‘생태주의’에 대한관심

으로이어졌고제대후 들은한겨레강좌<생명사상과

생태공동체 운동>을 통해 정리되어갔다. 간디학교의

양희규선생을통해욕망과두려움에대한짐스러움을놓아갈수 있었다. 그럴듯하게

살고픈욕망, 뒤쳐지지않을까하는두려움, 욕망체계를주체적으로바꿔가면몸이적

응하게된다고, 욕망의실체를들여다보게된다고한다.

또 하나의계기는‘진보정당’에 대한희망과기대다. 봉사와희생이라

는 거창한사명감이아니라, 정당을통한합법적방법이, 정치를통한

시정방법이현실에서주요한방법이라는구체적신념이있었다. 정당이아니면풀 수

없는 문제들이있기에시민 단체가아닌진보정당으로서‘사회복지’에 기여할방법을

찾는다. 아직은미미한힘이고1 0 0을 들이면1이나올까말까하지만씨앗을뿌리는

심정으로일한다고한다.

이런심각하고비장한내용을정색하고얘기한다면듣는사람이참 부담스러웠을텐

데, 자판기커피한 잔 건네며덤덤하게풀어내는모습이인상적이다. 정당관련인이

라면가까이하기너무먼 존재일테지만, 그가가진이같은격의없음과어렵지않음

이국민들과쉽고친근하게만나는힘이될 게다.

검사, 변호사, 판사가된 친구들틈에서지금껏몸에밴‘경쟁’의 논리를다른에너

지로바꾸고있는사람. 하나님이인간을평등하게지으셨던태초의본류를일깨우며

평범치않은길을자처한그다. 자연속에서깨친신(神)적울림을, 인간의욕심이벗

겨진정의와평등의메아리로전해주고있는.

정미현 기자 p a p a y a @ c n e w s . o r . k r

현재

그리고

진보적으로 생각하기,

그리고 행동하기

민주노동당 김정진 변호사

íìÇÃÈãÃÈ ÉìÎãÃÂ

âìÖìÚÉÃÈ

몇 년 동안 공립학교에 세워진 단군상을

계기로 기독교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3 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단군상문제특

별대책위원회는 한국기독교 1 0 0주년기념관 소강당

에서 단군상 철거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공공

장소에 불법으로 설치된 단군상 문제 이대로 좋은

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목회자 및 일

반성도 2 5 0여 명이 참석해 1부 예배와 2부 발제와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개회설교를 맡은 설삼용(단군상문제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목사는“우리 나라는 국교가 없으며 신

앙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로서 어떤 종교단체나 활

동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경내나 사유지가 아

닌 공공장소에 종교상징물을 세우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라며 단군상 건립이 이순신 장군상이나 세

종대왕상의 건립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강

조했다. 발제자 중에는 홍익문화운동연합(이하 홍

문연·한민족운동연합)이 단군상을 설치할 당시

정책팀에 근무했던 오종헌(전 단학선원 전략본부

정책팀 근무) 박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홍문연은 단학선원의 아류단체로 설립자인 이승

헌이 당시 종교단체도 이익단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있는 단학선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

군상건립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단학선원측은 자신들이 종교단체임을 부인하고

있으나 사실상 미국에서는 종교법인을 설립한 단

체로 수련과정 중 단군과 설립자인 이승헌의 사진

에 참배를 드리는 종교적인 행위를 한다”고 덧붙

였다.

단군상 철거를 위한 법적 대응과 조치에 대해

발제한 주명수(법무법인 C H L대표) 변호사는“홍문

연이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공공장소에 단군상

을 설치하는 행위는 헌법에 나와 있는 국교 불인

정과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

며, 홍문연 자체를 피고로 삼기보다 헌법에 위배되

는 시설물 설치를 인정한 해당학교 관할구청이나

국가를 상대로 철거요구를 하는 것이 더 합법적임

을 시사하기도했다.

이 날 세미나는 홍문연의 내부인사를 통해 홍문

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단군상 훼손 등의 대

응보다 법적 대응 등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

에서 지금까지의 단군상과 관련된 행사와 성격을

달리했다. 홍문연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고 단군

상을 철거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형상에 대한 대응이

나 단군상의 철거 여부보다 기독교 내부에 대한

성찰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군상 철거를 위한 세미나

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

이연경 기자 d a s o m @ c n e w s . o r . k r

최근

주간기독교·2 5

◇이 날 네 명의 발제자 중 가장 시선을 끌었던 오종헌 박사(왼쪽에서 두번째).

Zoom In

장애인여름캠프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복지재단(대표·양동춘 목사)

에서는“우리를 구원하실 희망의 주 하나님을 바람!

바람! 바람!”이란 주제로 희망여름캠프를 개최한다.

캠프에 참가하는 장애자를 도울 자원봉사자와 참가

비용 후원자도 모집한다.

일시 8월1 3일(화) ~ 1 6일(금)

장소 제주도 (저소득 장애인 6 0명)

회비 1 5만 원

※장애인 한 명 사랑의 캠프 보내기

1구좌 1만 원 이상, 주택은행 5 0 2 9 0 1 - 0 1 - 0 5 1 5 8 6

(예금주/베데스다복지재단)

문의 0 2 ) 3 3 9 1 - 2 1 2 3

성경판소리

국립창극단은 국내외 1 5 6개 팀이 참가하는 전주세계

소리축제에서 <모세뎐>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국

악찬양사역을 하고 있는 국악인 김형철 씨의 완창무

대로 올려진다.

전국공연 일시 및 장소

8월1 6일(금) 오후 3시/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8월1 8일(일) 오후 3시/ 전북 완주군 소양면 황운리

대흥교회

8월3 1일(토) 오후5시/ 전주세계소리축제전동문화특구

9월1일(일) 오후7시 3 0분/ 전주 송천동 양정교회

문의 019-203-4872 h t t p : / / b i b l e p a n s o r i . k e . s t

청소년문화체험을위한음악회

(사)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는 청소년들의 클래

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관심을 확산시키고

자 매년 여름, 음악회를 연다. 올해는 <영 클래식>으

로 피아니스트 김주영 씨의 해설이 곁들여진 클래식,

국악, 아카펠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실내악으로

꾸며진다.

일시 8월1 2일(월) 오후 7시 3 0분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 3665-6245/6246

http://www.artsmanagement.or.kr

2 6·주간기독교

InformationGood

공부방자원봉사자모집

아이세상방과후학교(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저소득계층의 어린이들을 위한 비영리민간단체)

에서는 여름학기에 공부방을 지도할 자원봉사자

를 모집하고 있다. 숙제지도, 수학, 국어, 영어등

과 특기활동지도를 할 수 있는 학생이면 된다. 99

년도에 설립된 공부방은 현재 2 5명의 초등학교

아동들이 이용하고 있다.

시간 오후 2시~ 7시(매일)

방학 중에는 오전 1 0시~오후 4시 사이

분야 동아리 (댄스, 미술, 음악, 종이접기등)

(자원교사가지도 가능하거나원하는 동아리

를 만들 수 있음)

문의 02)2216-0196 (오후1시 이후)

최금자 0 1 8 - 2 5 7 - 9 9 8 8

수도원봉사자모집

하늘샘 수도원(원장·원금자 목사)에서는 수도원

에 기거하며 살림을 맡아줄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연에서 영성을 회복하고 수도에 전념할 뜻이

있는 노부부나 수도사에 뜻을 둔 젊은이면 된다.

장소 경기도 여주

문의 0 3 1 ) 8 8 3 - 6 8 7 4

작은예수공동체자원봉사자모집

작은예수공동체(원장·손주완 목사)에서는 도움

의 손길을 기다린다. 십 수년째 목사 부부(다섯

명의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가 1 0여 명의 무의

탁 노인들을 수발하고 있는 공동체는 빨래와 청

소, 농사일, 식사 봉사할 일손이 늘 필요하다. 방

학을 맞은 학생들의 참여나 따듯한 이웃사랑을

나누고 싶은 이를 기다린다.

장소 강원도 원주

문의 0 3 3 ) 7 6 4 - 3 5 9 4

자원봉사자 모집

초대합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황학동 만물시장

사람 손을 탄 물건들이 모여 있는 곳. 새 것이 가지는 말끔

함이나 새초롬한 자태는 아니지만, 사람 내음 나는 물건들이

왁자하게 청계천 7 , 8가에 자리잡고 있다. 나만의 독특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개성파나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챙기는 실속파들이 찾아야 할 재래식 백화점

이다.

우리 나라 중고품 시장의 원조라는 이 곳 황학동에는 5 0 0여 개 이상의 점포

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화기부터냉장고까지 각종 중고 가전제품(물론 시중

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의 최신형 제품도 있다), 자잘한 부속이나 덩치 큰

공구 등이 보통의 재활용품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품목이라면, 황학동만이자

랑하는 특별품목들이 있다.

외국산 인테리어 소품과 우리 나라 골동품이 그것. 가게앞을 지키는 인디언

인형, X파일에 나옴직한 외계인, 모형 비행기, 오리지널 콜라병 등 외국에서

직수입한 물건부터 중고 민예품까지 희귀한 장식품들이 가득하다. 그런가 하

면 한켠에는 고농방, 문짝, 맷돌, 가마솥, 옹기등 한국 정취가 배어 있는 골동

품 상점도 있다. 잘 고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소품을 챙길 수 있을지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상점이 아니더라도 거리 좌판에도 쓸 만한 물건들이 많다.

중고 청바지, 청동소품, 수석, 웨스턴소품 등이 널려 있어 설렁설렁 걸어다니

며 구경하고 만져보기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그밖에 추억의 L P판이

가득한 숍도 있고, 고전부터최신 작품까지 갖춰진 비디오숍도찾을 수 있다.

다리품 팔며 이것저것 알뜰하게 장보며 돌아다니다 허기진다 싶으면 곱창

골목으로 들어서자. 각종 곱창 요리와 꼼장어, 오돌뼈 등의 먹거리는 아주머니

들의 넉넉한 인심이 얹어져 고소한 맛을 더한다.

에어컨 냉기가 가득한 백화점에 질리거나 호사스럽게 정돈된 배열이 부담스

러워진다면, 구경만으로도배부른 만물시장에 나서자. 때묻

고 다소 흐트러져 있지만, 오래된 물건들이 뿜어내는 정겨

운 기운이 있다. 그 거리의 크고 작은 물건들은 뭉근한 생

명을 안고 구경꾼들의발목을 붙잡아 살갑게 흥정한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2, 6호선 신당역 하차, 중앙시장방면 도보 1 0분.

버스는 청계 7가 하차.

정미현기자 p a p a y a @ c n e w s . o r . k r

구수하게1. 골동품점 <상보당>.2. 전통소품이 가득한 거리좌판.3. 인테리어 수집품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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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머무는 곳

생수한모금

어떠한 인간관계도

타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어떠한 두 개의 영혼도

절대적으로 다른 까닭입니다.

사랑이나, 우정을 통해서

두 사람은 단지 나란히 서서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내려

손을 들어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중 칼릴 지브란의 글에서

그림·심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