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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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도를 넘은 노동부의 월권행위 조합원이 만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마트에는 '까대기 치는' 그 사람이 있다 통권 137호 2015년 6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416 인권선언 존엄과 안전의 권리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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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Jul-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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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트에는 '까대기치는' 그 사람이 있다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조합원이 만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시간 에세이]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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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도를 넘은 노동부의 월권행위

조합원이 만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마트에는 '까대기 치는' 그 사람이 있다

통권 137호 2015년 6월

한국

노동

안전

보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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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ilsh.or.kr

4 1 6 인 권 선 언

존 엄 과 안 전 의

권 리 를 세 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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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대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

습니다. 엉망진창 초기대응, 말 바뀌는 정부 기자회견, 구멍 뚫린 대책, 한마디로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비슷한 점이라면 국민들/시민들에

게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

하기보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데 급급합니다. 그러나 솔직한 사실은 이야기하

지 않으면서, 안심하라고 윽박지르는 데 누가 믿고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낸 초기 보도자료에 메르스가 공기전

염이 된다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정

정도 없이 공기전염설을 괴담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서니 사람들은 정부를 믿기

어려워집니다. 세월호에서도 똑같았지요. 사고 직후 해경의 구조 활동을 비판하

는 인터뷰를 했던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유언비어 유포자로 구속하기

까지 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정부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참사에 있어 존엄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선언하자는 ‘존

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에서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 피해 당사자 뿐 아니

라 모든 사람에게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사람은 심각

한 참사와 인권침해에 대하여, 그것을 초래한 환경과 이유에 대하여 진실을 추

구할 권리가 있다. 진실에 대한 권리의 충분하고 효과적인 행사는 유사한 침해

의 재발방지에 필수적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참사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권리이기도 하며, 비슷한 침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라는 점

을 세월호 참사를 겪고 1년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세월

호 참사의 진실도 다 밝혀지지 못 했고, 이런 교훈을 메르스 사태와 같은 다른

사안에까지 적용하는 수준에는 전혀 닿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입니다.

이것이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제안하는 배경입니다. 세월호 이전

과 이후로 한국 사회가 달라졌다면, 달라져야 한다면 새로운 사회는 어떤 원칙

에 기초할 것인지를 우리 손으로 세우자는 것입니다. 아직 달라지지 않은 이 사

회를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꿔나갈지 토론하자는 것입니다. 세월호 문제

를 왜 인권 선언에 담으려고 하는지, 아직 선체도 인양되지 않았는데 인권선언

이 맞는 건지, 세월호를 통해 절절하게 깨닫게 된 우리 권리는 무엇인지 일터를

통해 여러분과 토론하고 싶습니다.

독자에게

세월호에서

배우지 못한

메르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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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세월호 참사로 깨달은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

를 기억하고, 앞으로 투쟁과 행동으로 우리 권리

를 다시 만들어가자는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이 제안됐다. 풀뿌리 토론으로 함께 만

들어가려는 이 선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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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운동을

제안합니다

세월호를 인권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416 인권선언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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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잘 살려고 하는 노동인데...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

시간의 재구성_노동시간 에세이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문화읽기

메르스보다 더 끔찍한 건 이 정부가 아닐까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도를 넘는 노동부의 월권행위

일터 다시 보기

비밀을 걷어내는 <일터>

이러쿵저러쿵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삼성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독자에게

차례

노동안전건강뉴스

지금 지역에서는

부산지역 콜센터 여성노동자 노동실태조사

토론회 개최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조합원이 만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현장의 목소리

우리 삶도 형광등처럼 반짝반짝 오래가자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마트에는'까대기 치는' 그 사람이 있다

연구소 리포트

뻔한 이유 그러나 뻔할 수 없는 삶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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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주 80시간 근무 돌연사

택시기사 업무상재해 인정

택시기사가 1주일에 80시간 넘게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숨

졌다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과로하다 숨

진 택시기사 최모씨의 유족의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

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

소로 판결했다고 5월 7일 밝혔다.

최씨는 62세이던 2013년 택시회사에 취업해 주6일 하

루 평균 12∼14시간씩 일했다. 사망 전 4주 동안에는 주

당 평균 근로시간이 83시간에 이를 정도로 과로했다.

근로계약서 상에는 주 40시간만 일하게 돼 있지만,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에 근무 교대도 미뤘다. 그러나 입사 반

년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출근 직후 갑자기 쓰러져 숨졌

다. 심인성(심장질환 관련) 급사였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

만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

렵다"며 거부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사망 두 달 전부터 주당 평균 79시간

을 근무했고 사망한 달에는 주당 평균 83시간을 근무했

다"며 "근무시간에 공차시간과 장시간 대기시간이 포함

돼 있긴 하지만 택시운전업무의 특성상 이 역시 업무의

연장이고 온전한 휴식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

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고용노

동부 고시상 업무와 심장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

정되는 기준인 '발병 전 12주 동안 주간 평균 60시간', '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한다"고 덧붙

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택시운전업무는 운행 중 사고의

위험성으로 항상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며 "승객을 대

하고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야 하는 등 정신적 스트레

스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는 "최씨에게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기존 질환이 있었다"

면서도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 촉발 요인

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

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서은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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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산재은폐,

하청업체에 떠넘기기

대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기업들은

해마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5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상시 인원 1000명 이

상, 건설업은 공사수주 금액 2000억원 이상)은 2013년

도 산재보험료 6114억원을 감면받았다. 이는 전년도 하

반기와 그해 상반기의 재해발생 정도에 따라 업종별 산

재보험료율을 최대 50%까지 인상 또는 인하하는 개별

실적요율제도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체 7만 980개 사업장의 보험료

감면액은 1조 2172억원이고, 이 가운데 대기업 사업장

620곳의 감면 금액이 전체의 5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284억원, 현대중공업 170억원, 삼성

물산 163억원, 대우건설 146억원, 포스코건설 129억원

등이었다.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K하이닉스

도 42억 6000만원, 현대제철은 19억 3000만원을 감면

받았다. 특히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망 사고가 일어

난 기업 4곳(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중공업)의

보험료 감면액도 모두 574억원에 달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사

업장에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발

생한 산재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는 모두 하청 노동자였

다. 또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공

상 처리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

다. 은수미 의원실이 산재 위험이 높은 6개 업종 16개 대

기업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2011∼2013년 건강보

험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추정 산업재해율은

7.168%로 공식 재해율(0.309%)의 23배에 이르는 것으

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재 발생 미보고 사업장에 대

한 과태료를 높이고 보험료 인하 비율도 낮추도록 고용

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오히려 올 초부터

개별실적요율제 적용 대상을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10

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 대기업의 무성의

한 산재 대처와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에 사실상 손을 놓

고 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현장 곳곳

에서 자행되고 있는 산재 은폐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산재

보험에서 소외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실상이 원·하청의

구조적 병폐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안전문제

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높이고, 유해 및 위험업무에 대한

하도급을 금지하는 것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규

제 강화가 절실하다는 게 그의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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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열사병, 업무상 질병 인정,

작업환경 개선 시급

최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가 지난해 8월 사망한 조선

소 협력업체 젊은 노동자의 열사병을 업무상질병에 해당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열사병

과 여름철 고온 다습한 작업 환경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이다.

대학 휴학 후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을 앞둔 황씨는 대우

조선해양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1년 정도 용접 일을 해왔

다. 황씨는 2014년 8월 11일, 8일간 휴무 뒤 첫 출근했

던 날 사망했다.

그 날 황씨는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시경 반장의 지시

로 이산화탄소(CO2) 가스 연결 상태를 확인하러 메인

테크에 올라갔다가 그 뒤 연락이 되지 않았고, 오후 2시

45분 경 엎드려 있는 모습을 동료 노동자가 발견해 병원

에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황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부검을 실시했던 국립과학연구

소는 '사인불명'이라고 하면서도 "사망 당일 제출된 병원

의무기록에 의하면, 변사자의 혈액에서 간 효소검사 등

의 급격한 증가 소견을 보는 바, '급성 간부전'에 의한 사

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족 측은 경남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과 류현철

전문의 소견을 제출했다. 류현철 전문의는 "동료 작업자

들의 진술, 응급실 임상기록과 검사결과, 부검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은 고온환경에서 수행하던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열성질환(열중증)과 그에 따른 구토와 음식

물 흡입에 의한 기도 폐쇄로 인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관련하

여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판정위는 "심의 결과, 사인은 확실치 않으나 고온다습한

환경 하에서 열사병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모든

정황이 다른 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며 "부검 결과와

근무상황을 볼 때 열사병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 높아 업

무와의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되고, 기저질환이 없는 비

교적 건강했던 젊은 망자의 상태로 보아 사건 발생과 업

무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을 대리한 최영주 노무사는 “돌연사로 마무리될

뻔한 사건이 산재로 인정돼 다행”이라며 “사용자들이 열

사병 등으로 인해 노동자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

록 고온 다습한 조선소 작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

했다. 최 노무사는 “고인은 하청업체로부터 대우조선해

양 정규직 추천을 받고 싶어 연차휴가도 철회하는 등 힘

들게 일을 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은 조선업

종의 나쁜 고용 관행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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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상케이블카

직원 추락사고

임시 개통한지 5개월여 만에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

기를 끌고 있는 여수해상케이블카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직원이 탑승장에서 캐빈에 부딪혀 중

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해상

케이블카 운영사인 여수포마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삭도 관리 업무

를 하는 직원 A(31)씨가 탑승장 난간에 서 있다가 캐빈에

치어 5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어깨가 부

러지고 장기 등이 일부 손상돼 광주 한 대학병원에서 수

술을 받은 뒤 여수의 한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여수포마는 사고 발생 후 여수시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

러났다.

이를 두고 여수지역 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수시

민사회단체연대회의(여수연대회의)는 5월 28일 성명을

내어 “직원 추락 중상 사고를 은폐하려한 해상케이블카

사업자와 임시사용 승인을 해준 여수시를 강력히 규탄한

다”고 밝혔다. 여수연대회의는 또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의 과태료 부과 방침과 여수시의 사업정지 명령 방침은

솜방망이 처벌로 사고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경찰

이 여수해상케이블카 사업자와 감독 기관인 여수시에 대

해 철저히 수사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

다. 이어 “지난 7일에도 해상케이블카가 1분간 멈추는 사

고가 발생해 50여대의 케이블카에 타고 있던 100여명의

승객이 한동안 공중에서 불안에 떨었다”며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님을 직시하고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케

이블카의 임시사용 중단과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요구한

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여수포마 관계자는 “사고 직후 근로복지공단

에 정상적으로 산재신청 접수와 사고 처리를 했다”며 “산

재 신청을 하면 당연히 노동부에 신고접수가 되는 것으

로 노무 업무를 파악하고 있어 별도의 신고를 하지 못했

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산재 처리를

하고 있어 은폐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법률 개정으

로 별도의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해야 함에도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직원이 3일

이상 휴업할 경우 산재요양신청과는 별개로 30일 이내

에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위반시 1차는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위반 차

수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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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고용평등주간을 (5.25~5.31)을 맞아 지난 5월 28

일 동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부산여성회 주최로 부

산지역 콜센터 여성노동자 노동실태조사 토론회를 개

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

로 3명의 토론자 (콜센터 공공부문 실태 (청년유니온

부산지부), 당사자, 실태조사에 대한 제언 (한국노동안

전보건연구소) 발표가 있었다.

109명의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참여해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약 7개월간 부산지

역 콜센터 여성노동자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는데, 수도권을 제

외하고 콜센터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분포 (2013년 기

준 1만6천754명)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노동환경실

태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조사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콜센터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면서, 주로 여성이 일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

에서 진행한 연구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성과제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건강하지 못한 콜센터 노동자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은 매일 달

성해야 하는 업무량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높았다.

또한, 인센티브 임금 제도 등으로 상시적인 경쟁구

지금 지역에서는

이숙견 상임활동가

부산지역 콜센터 여성노동자 노동실태조사 토론회 개최

Page 1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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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휴

식시간의 부족으로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가지 못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감정노동과 열악한 작업환경 (소음, 사무실 환기 및

청결, 휴게공간 부족) 등에 따른 건강하게 일할 권리

또한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자 68.8%가 근

골격계 질환, 66.1%는 소화기장애 문제가 있다고 답했

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전화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 특성상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응답

자의 절반에 가까운 45.9% (50명)으로 밝혀졌다. 그밖

에 청각 질환 (43.1%), 생리불순 (38.5%), 불면증·방광

염 (32.1%), 성대결절 (31.2%), 치질 (26.6%) 등의 질환

을 경험하였다고 답했다.

건강하게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적어도 30분 이상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휴식시간과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

했다. 토론 중 당사자 발언을 통해 더욱 생생한 현장

의 목소리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를 들을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이번 조사를 통해 공공부문의 콜센터 노동실태와 민

간기업 콜센터의 확연하게 다른 차이 (우울 증상 40%

이상 차이가 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콜센

터 노동자의 조직화에 필요성,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관계 기관의 관리 감독, 콜센터 노동자들이 노동권 보

장은 물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분

위기 조성을 위해서 모든 사회 구성원들 (정부, 지자

체, 기업, 소비자, 노동자)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

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13년 만에 진행한 근골격계직업병 집단산재신청

금속노조는 5월 20일 울산 근로복지공단본부에서

근골격계직업병 집단산재신청 투쟁을 전개했다. 현

대자동차, 한국지엠, 현대다이모스, 현대케피코, 세

종공업, 한일이화, SJM, 레이테크코리아, 삼성테크

원,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등 14개 사업장 51명이 노

동자들이 집단요양신청에 참여했다.

근골격계질환 산재인정! 산재법 개혁!

금속노조는 집단산재신청에 앞서 결의 대회를 통해

지난해 근골격계직업병 산재 승인율이 고작 59% 밖

에 안되는 현실을 규탄하며 근골격계직업병 전원 산

재승인과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 확보를 위한 산재

법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 이번 산재 처

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법에 명시한 인정

기준에 따른 판정, 퇴행성, 기존질환을 이유로 불승

인 처분 금지, 제대로 된 현장조사,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회의에 노조 담당자 진술보장 등을 함께 요구

했다.

근골격계질환 집단산재요양 투쟁은 계속된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집단산재신청 과정에

서 “1년에 자동차 노동자 1천 명이 근골격계질환으

로 휴업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집단산재신청

자를 조직하는 동안 회사는 산재신청을 막기 위해서

노조간부, 조합원을 만나 회유하고 협박했다”며 노동

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 봉쇄하고, 산재를 은폐하

는 데 혈안이 돼 있는 현대차 자본의 파렴치한 태도

를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앞으로도 매월 1회 근골격

계질환 집단산재요양신청 투쟁을 진행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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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는 노동자가 안전보

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는 수단이

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측과 노동자 측이 동수로 산

보위를 구성하여 노동안전, 보건에 관한 중요한 사항

을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모아내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

는 경우도 많다. 조합원들도 큰 관심을 안 보이기도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새롭게 운영하기 위한

실천 중인 금속노조 두원정공 노동조합을 찾았다.

현장 개선은 현장에서

권영국 실천단장 두원정공 노동조합에는

실천단이 있다.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져, 2주에 4시간 활동 시간을 받아 근골격계

조합원이 만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두원정공 노동조합 권영국 실천단장,

손상기 노안부장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장

유해요인 조사 및 현장 개선 활동을 해왔다. 현재

33명이 실천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에도 근

골 유해요인 조사를 통해 300가지가 넘는 개선 과

제를 냈다.

우리도 산보위가 형식적이었다. 조사는 실천단이 하

고, 협의는 대의원 중심의 산보위원들이 하니까 산

보위원들이 개선 과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도 했

다. 또, 현장에서는 200가지가 넘는 개선 과제가 나

오는데, 그걸 노동조합 집행부와 산보위원들의 회의

에서 걸러 산보위 안건을 만들고 그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다 보니, 조합원들에게 ‘조사를 해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는 정서가 생기기도 했다. 게다가, 이

런 방식은 산보위 안건에 상정되어 잘 해결된다 해

도 노동조합이 해결을 ‘해주는’ 방식이었지, 조합원이

스스로 바꿔내는 과정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Page 1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11

문제의식이 있었다. 조합원 스스로 자신의 노동 문

제를 제기하고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손상기 노안1부장 작년에는 구조조정 투쟁

때문에 현장 개선 활동을 못 했다. 2013년 조사하

면서 나왔던 개선 과제를 올해 풀어가는 것이다. 매

주 1회씩 실천단이 부서별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기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개선 사업을 진행한다. 부서 수준

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예를 들어 일부 업무의

자동화 문제, 집진 시설 개선 등 최고경영자가 결정

해야 하는 문제들을 산보위 안건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이제 시작이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그렇

지만 벌써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일단

산보위까지 가기도 전에, 부서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벌써 개선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개선 방안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른

조합원들끼리 서로 설득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논의가 상층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

루어지고 주 1회씩 개선 상황이 점검되다 보니 조합

원들의 관심도 확실히 높아졌다. 또 이 과정을 통해

200개 넘게 제기된 조합원들의 개선 요구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다.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과정을 만들자

권영국 산보위 자체는 협상구조일 수밖에

없다. 산보위로 제한하면 현장개선 활동이 형식적

으로 되기 쉽다. 올 해는 현장 개선 과정에 생동감

이 있다. 개선 방안을 놓고 조합원들끼리 부딪치기

도 하고, 부서 수준에서 노사가 부딪치기도 하면서

조합원이 직접 해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

고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조합원들이 자기

노동과 공간뿐 아니라 동료의 공간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난 수년간 고용압박 속에서 일

이 즐겁지가 않고, 각자 개별화되는 경향이 있었는

데, 최근 개선 활동을 통해 다시 ‘우리’ 공간에 대해

같이 얘기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이런 변화를

계속 잘 이어가는 것이 과제다.

손상기 현장을 실제로 얼마나 개선했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 조직력을 살리고

강화하는 것이다. 개선 과제를 찾고, 개선 방안을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조합원 생각을 읽

고, 그런 생각을 노동조합으로 모아내는 것이다. 현

장 개선은 그 수단이고 과정이다.

조합원들이 “개선 과제를 조 반장한테 얘기하면 안

된다는 말부터 한다. 그런데 실천단이나 노동조합

은 일단 얘기를 듣고, 토론을 하고 해결을 위해 부

딪친다. 물론 어떤 문제는 해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해결 방법을 찾

고, 해결이 어려우면 왜 그런지 설명을 한다.”고 말

한다. 조합 운영에서 조합원이 주체라는 이런 믿음

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만들어 가는 산보위, 산보위를 넘어서는

산보위를 만들어가는 두원정공 노동자들의 실험이

다른 노동조합과 현장에도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

다.

Page 1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회의 자체가 아니라 과정을 살리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가 아니라 과정을 준비하자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잘 준비한다고

하면, 사측과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고민을 집

중하기 쉽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보위 회의 자

체가 아니라, 현장에 숨어있는 안전보건 문제를 ‘의

제’로 만들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토론과 관심을 조

직해 해결까지 힘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산보위원 혹은 대의원이 정기적으로 담당

하는 부서나 구역을 순회한다. 경미한 사고나 아차

사고는 없었는지, 현장의 민원은 없는지 수시로 모

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산보위원은 주기적으로

대의원 및 집행간부와 교류하여 안전보건의 민감성

을 증진시키고, 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산보위원끼리 하는 점검 회의는 사측과의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만이 아니라 동시에, 이런 일상

적인 안전보건 문제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장 수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

제가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문제

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지루한 일상 활동 속에 반짝

정기적으로 현장 순회를 하고, 조합원들의 관심사

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려 해도 처음에는 성과가 없

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모든 일상 활동이 그렇듯

이 과연 이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활동이 쌓여야만 문제를 포착

하고, 제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장 조건이나

조합원 반응의 작은 차이나 변화도 민감하게 알게

된다. 이럴 때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정기

선전위원회

Page 1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13

회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임시 산보위 소집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안건 선정과 해결 과정을 현장과 함께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건, 사고를

함부로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대신 조 반장, 관

리자와의 협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산보위

안건으로 올려서 진행할 것을 구분해서, 빠르게 개

선이 가능한 문제는 먼저 해결한다.

산보위 안건 선정과 문제해결 우선순위는 다양한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심각한 문제, 흔하고 빈

번한 문제, 눈에 띄고 관심이 높은 문제, 해결이 비

교적 쉬운 문제 등. 이렇게 문제를 분류해서 안건을

정리하고 해결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 전체가 조

합원들과 긴밀하게 소통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

각하거나, 산보위를 조합원을 ‘대신’해서 문제를 해

결하는 기관으로 여기게 되기 십상이다.

산보위 의결 사항을 단협으로

단체협약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명시하고, 위원회

의 논의 및 의결 사항을 정해놓자. 산보위는 산업안

전보건법에 보장된 기구이지만, 단협에도 의결 사항

을 담아 이중으로 확실히 규정하자는 것이다. 산보

위 결정 사항을 한 해에 국한하지 않고, 단협 갱신

과정을 통해 일반화, 체계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산보위원에게 노동안전과 관련된 학습은 선택이 아

니라 필수다. 최소한 자기 사업장의 위험 요소들에

대해서는 알아야 한다. 안전보건관리규정이 있는지

여부와 그 내용, 많이 사용하는 물질의 물질안전보

건자료(MSDS) 관련 내용, 작업환경측정 항목과 현

황, 특수건강검진 항목과 유소견자 분포,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결과 등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일상 활동을 통해 현장에서 알게 된

지식까지 겸비해서 산보위원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어야, 현

장 노동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사측의 독단적인

행위나 의도적인 무시를 넘어설 수 있다.

노동자에게는 현장의 전문성이 있다

그렇다고 안전보건을 전문 영역, 따로 공부하지 않

으면 입 열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노동안전 담당 간부나 산보위원이 새로 활동을 시

작하면 사측에서 전문적 용어와 구체적인 법 조항

등을 들이대며 신임 활동가 기를 죽이기도 한다. 산

보위원이 기본적인 공부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해당 사업장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다. 어려운 이론을 떠들면

쉽게 설명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산보위원이

기가 죽어, 입을 열지 못하면 회사 뒤꽁무니 따라

다니기 바쁘게 된다. 성실한 일상 활동에서 비롯된

현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산보위를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구로 만

들어 나가자.

이번 달에는 두원정공 손상기 노안부장, 김재광 회원 (공인

노무사)이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Page 1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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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람은 세계적인 기업 지멘스(Siemens)의 자회사

였다 3년 전 분사한 세계 3대 조명회사 중 하나다.

1987년 오스람은 국내 회사 승산과 50%씩 합작 투

자로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 공단에 회사를 설립했

다. 이후 1994년 오스람은 승산 회사 지분을 100%

인수하고 오스람 코리아로 상호를 변경,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했다. 1995년엔 콤팩트 형

광 램프(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오스람 제

품) 자동화 라인을 도입하는 한편, 서울·부산 등 영

업소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였다. 최근 들

어서는 급부상 하고 있는 LED 또한 세계적으로 가

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오스람은 친환경 조명을 만들어 인간을 이롭게 한

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다. 또한, “사람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고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으로

지구 온난화 대책에 지속적으로 공헌한다”는 사명

을 가진 회사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

고, 작년 9월 오스람 코리아가 매년 약 2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기 위해 삶을 다 바쳤던 노동자들의

목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밀었다. 자신들이 떠

벌려온 철학에 반하는 천박한 해외 먹튀 자본의 민

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설비 및 시설 투자 없이 현장을 방치한

오스람 코리아

“최근 LED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전통 조명 시

장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드는 추세에요. 그렇다 보

니 회사는 설비 투자를 안 하고, 신입 사원도 안 뽑

았죠. 부족한 인력은 물량에 따라 전환 배치하면서

공장을 운영했어요.” (최영식 부분회장)

분회장, 부분회장, 수석부분회장은 노조 결성 이전

10년여 가까이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 위원이었다.

이들은 줄곧 회사에 앞으로 LED 시장이 계속해서

확대될 테니 국내 공장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치나 설비 및 기술 개발 투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

다고 요구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아무래도 인건비가 싸니

까 그쪽에 LED 설비 공장을 세우고 한국은 계속 등

한시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저희가

재현 선전위원

우리 삶도 형광등처럼

반짝반짝 오래가자해외 먹튀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오스람분회

현장의 목소리

Page 1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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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해서 판매하는 것보다 수입해서 판매한 매출이

훨씬 증가했어요.” (권남규 수석부분회장)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오스람 코리아

이들은 처음 오스람 코리아를 입사할 때만 해도 반

월·시화 공단에서 임금을 손에 꼽을 정도로 높게

받았다. 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도 환율 차이로 인

해 많은 이득을 내면서 크게 어려움을 못 느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면서

임금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고, 저임금 구조에서 헤

어 나오지 못했다. 매년 기본적으로 뽑던 신입사원

도 2012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한때는 300명이 넘

었던 현장인데 이제는 약 220명의 노동자만이 남아

있다.

“전통 방식의 조명이 사양 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여

전히 많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요. 백열전

구가 오래됐다고 해도 지금도 사용하잖아요. 기존

공사 설비 또한 여전히, 전통 방식 조명이 필요하고,

하다못해 기본적인 A/S를 위해서도 필요해요. 그런

데 제가 입사한 이래 회사는 단 한 차례 적자도 없

었고, 5년간 1,088억 영업 이익을 냈는데도 단 1%

도 재투자가 없었어요. 최대한 수익을 뽑아냈으니

정리하겠다는 거죠. 해외 먹튀 자본의 마지막 본 모

습을 보는 것 같아요.” (최용식 부분회장)

오스람 코리아는 LED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더라

도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서 쉽게 망하지 않는

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다 2012년 8월 부임한

방인철 사장이 꼬박 2년만인 작년 9월, 희망퇴직이

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의 목에 구조조정이라는 칼

날을 들이밀었다.

노동조합 깃발을 세우다

“작년 8월에 전 직원 앞에서 약속했어요. 본사 차원

에서 인원을 줄이려고 하는데 오스람 코리아도 예외

해외 먹튀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금속노조 오스람 코리아 분회 조합원들 (출처 : 금속노조 경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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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생각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

상한다, 늦출 수 있게 본사에 얘기하겠다, 앞으로 희

망퇴직 관련해선 노사협의회와 먼저 논의하겠다고.

그렇게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완전 뒤통수를 맞은

거죠.” (조동윤 분회장)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에 떤 노동자들은 이쯤 되면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을 제출하면서 한 달 만인

지난 2014년 10월 18일 115명에 노동자들의 결의로

금속노조 오스람 코리아 분회노동조합을 출범했다.

“99년에 부서장 (공장장급)이 너무 강압적이라 힘들

어서, 최소한 그 밑에 있는 관리자라도 잡자는 생각

에 핵심 생산 파트 엔지니어, 팀장, 반장 전체 다해

서 33명이 집단 사표를 썼던 적이 있어요. 노조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우선 우리끼리 강한

의지만 믿고 집단행동을 한 거죠. 그런데 회사가 하

루 만에 전원 사표를 수리하고, 완전 참패를 당했

죠. 당시 주동한 사람들은 회사에 다시 못 들어왔

어요. 중간에 있던 사람들은 재입사를 했고요. 이

날 이후로 노·사 힘 관계가 회사한테 확 넘어갔고,

1년 후에 자연스럽게 연봉제를 도입한 거죠.” (조동

윤 분회장)

현장에선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99년의 트라

우마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

가 어렵다고 하고, 임금도 적지만 그래도 내가 다니

는 동안 형광등은 팔릴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노조 출범식 날 저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

요. 또 노사협의회와는 다르게 이제는 회사와 대등

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요.” (권남규 수석부분회장)

“저는 속으로 됐어! 그랬어요. 저희가 나름 노사협

의회를 준 노조 수준으로 강경하게 하고 있다고 자

평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한편, 그래도 항상 힘

의 논리에서 회사에 밀리다 보니 노동조합에 대한

필요성과 아쉬움을 오랫동안 느꼈었는데 이제는 상

황이 달라졌잖아요.” (최영식 부분회장)

노조는 절대 인정 할 수 없다

10월 18일 노조 출범 이후 11월 복수노조 단일화

창구 절차를 밟고 11월 회사에 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

관했고, 지난 2월이 돼서야 첫 교섭 테이블에 나왔

다.

“회사가 교섭을 회사 밖인 제3의 장소에서 퇴근 이

후인 저녁 7시 노동자 3명이 하자는 거에요. 우리는

회사 안에서 오후 3시에 6명이 하자고 했죠. 결국,

제대로 된 교섭 한번 못해보고 조정 신청에 들어갔

죠.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회의 장소를 회사와 제3

의 장소를 교차하겠다는 조정안을 제출했는데, 회

사가 결국 거부하면서 교섭은 해보지도 못하고 파

업권이 생긴 거예요. 이후에 1월 말 확대 간부 중심

으로 첫 파업에 돌입했고, 언론에서도 우리 소식을

보도해주고, 노동부도 압박을 하니까 2월 26일 회사

가 교섭에 처음 나왔어요. 별 논의는 없었지만 2월

이후에도 최근인 5월 말까지 11차례 교섭을 했는데,

논의가 진행 된 건 하나도 없어요” (조동윤 분회장)

오스람 코리아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부담스러워서

교섭을 게을리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일관되게 금

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몇몇

Page 1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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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리자들은 지금도 금속노조가 아니면 대화

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번에 얘기하는 게 교섭을 하더라도 분회 사람

들 하고만 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 거예요. 우리끼리

있으면 말실수를 해도 넘어갈 수도 있고 그런데, 금

속노조 경기지부나 안산지역 지회가 오면 부담스럽

다는 거죠.” (권남규 수석부분회장)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회사가 희망퇴직이 필요하

다면서 말했던 논리가 글로벌 경제 전반이 어려워

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노조를 만드니까 요새 경기가 좋아졌다, 그

러니까 굳이 노조 안 만들어도 된다는 거예요. 20

년 내내 회사가 어렵다고 하더니. 어떤 임원은 민주

노총에서 스킬 다 배우고 나중에 기업노조를 하는

게 어떻겠냐. 민주노총만 제발 하지 말아 달라는 거

죠.” (최영식 부분회장)

오스람 코리아는 지금까지도 줄곧 노동조합을 대화

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회는 그 이유

를 이렇게 판단했다.

“노조가 만들어지면 회사 경영에 침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 공장을 정리

할 때 노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굉장

하니까요. 그러니 저희가 3월 11일부터 2시간씩 파

업을 해서 매출 손해가 굉장할 텐데 회사가 꿈쩍을

안 해요. 이것만 봐도 공장 철수를 위해 어떤 손해

를 감수하더라고 노조만큼은 인정하지 않는 게 이

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조동윤 분회장)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함께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반월·시화공단에서 8년 만에 신생 금속노조가 생

겼다고 해요. 저희가 공단 노동자들의 희망이 돼야

하는 위치에 있는 거죠. 꼭 투쟁 승리해서 우리가

만드는 조명처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는 노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권남

규 수석부분회장)

“분회장, 수석 모두 고생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질

긴 놈이 이긴다고, 질기게 싸우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해요.” (최영식 부분회장)

“회사가 문 닫기 직전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노

조를 만든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노

조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절박함이 조합원에

게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노조 만들고 교섭

진행하면서 눈에 보이는 결과가 꼭 중요한 건 아니

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못 만들어서 조

합원들이 많이 힘들텐데 그 점이 미안해요. 그렇더

라도 포기하지 말고 함께 극복해서 꼭 이 싸움 이

겼으면 좋겠어요.” (조동윤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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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작은 애가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간 해에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일 시작하기 전이야 큰 마트

장 보러 가면 ‘깨끗하고 좋네~’ 이렇게만 생각했죠. 그게 다 저절로 된 게 아니더라고요.”

마트에 가면 과일도 있고, 채소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있다. 홈플

러스 합정점에서 일하는 권혜선 씨는 지난 13년 동안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기보다는 물건

을 채우러 다녔다. ‘까대기’. 그녀가 마트에서 하는 일을 부르는 속칭이다. 화물차로 배달 온

제품들을 창고에서 실어와 매대에 보기 좋게, 사기 쉽게 진열하는 작업을 말한다. 대형마트

에서 파는 많은 물건 중에서도 혜선 씨는 신선가공품, 즉 우유를 비롯해 각종 유제품, 햄과

반찬류 등 각종 냉장식품을 진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만나자마자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갓 지점에서 도착해 혜선 씨의 정리 손실을 기다리고 있

서른한 번째 이야기

마트에는 ‘까대기 치는’ 그 사람이 있다대형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권혜선 씨

깨끗한 매장, 절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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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여러 물건이 물류창고에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얼기설기,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각종 식

품이 쌓여있었다. 포장김치 같은 상품도 신선가공 쪽에서 취급하는데, 그런 것들은 혹시나

떨어져서 터질까 봐 옆의 다른 제품들과 랩으로 칭칭 감아놓았다. 쌓은 높이가 성인 키보다

높다.

“오픈 시간 전까지 모든 물건을 체크해서 진열해야 해서 정말 바빠요. 아침에 출근해서 창고

에 가면 이런 팔레트가 매일 아침 적게는 6개, 제일 많을 때는 8개가 꽉꽉 채워져서 저희 지

점으로 배달이 와 있거든요. 낑낑대면서 랩 같은 거 다 벗겨내고 L카에 품목별로 실어서 매

장까지 옮겨가는 거죠. 저희 매장은 아침 10시에 오픈인데, 8시에 출근해서 오픈하기 전까지

다 비우고 매대에 가져다 놔야 해요.

아, 저희 마트는 2교대인데요. 오전 팀은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반까지 근무하고, 오후 출

근 할 때는 오후 3시 반부터 12시까지예요. 신선가공 쪽은 전부 6명인데, 오전 조는 2명이

다 해요. 손님이 아무래도 오후에 더 많으니까 그렇게 인력배치를 한 건데, 매장 오픈 준비해

야 하는 아침도 정말 정신이 없거든요. 물류가 우리 출근 시간 전에 배달 오기도 하지만, 전

날 밤 10시에 한 번 더 오는데, 오후 근무 조에서 이걸 진열하고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

전조가 출근해서 매장오픈 가능할 정도로 다 옮겨놔야 하니 엄청나게 바쁘지요. 예전에는 1

시간 일찍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일 시작하고 그랬어요. 휴식시간이요? 요즘에는

하루 30분 쉴 수 있게 보장은 되어 있는데, 물론 잘 챙겨서 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 신선

가공 쪽 2명은 중간에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잘 못해요.”

혜선 씨는 마트 진열일을 처음 시작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일하는 매장과 고용형태만 몇 번

바뀌었을 뿐 취급 품목은 계속 식품/신선가공 쪽이었다. 현재는 마포 쪽 대형마트에서 직고

용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2012년 가을, 이 지역에 마트가 새로 생기면서 회사는 혜선

씨를 신선가공 쪽 ‘알바’에서 ‘담당’으로 계약을 변경해 주고 새 마트로 발령을 내었다. 나름의

승진이었다. 마트가 정식으로 입점오픈을 하기 전 매대를 설치하고, 같이 일할 팀을 짜는 등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썼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그녀를 ‘개점공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마트에 보면 파견이 많다고 그러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파견이었어요. ○○햄 소속으로, 대

형마트는 아니고 동네에 있는 큰 슈퍼마켓으로 파견되어 1년 정도 일을 했지요. 그러다가 일

잘한다면서 영등포에 마트 들어서는데 거기서 일해 보겠느냐고 하대요. 그때부터 대형마트

파견직으로 일하기 시작한 거죠. 나중에 ○○라면으로 옮겼는데 한 2년 정도 일하다 본사에

서 라면 매출이 별로 안 좋다면서 전체 파견직 줄인다고 하기에 또 그만두었어요. 그때 완전

진열도 경력자가 하면 다르다

Page 2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20

히 일 그만두려고 했는데, 당시 마트 우리 담당 선임님(관리자)이 ‘여사님 그만두지 마세요.

알바로 쫌만 참고 계시면 신선가공 담당으로 올려드릴게.’ 라고 해서 그 약속 믿고 또 계속

일했어요. 그러다가 여기 새로 지점이 생기면서 이쪽으로 온 거에요.

여기 매장이 다른 데에 비해 크지는 않아도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라 고객 수가 정말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물류양도 많고, 매대도 수시로 빨리빨리 채워 넣어 줘야 해요. 게다가 저희

는 ‘유통기한’도 체크해야 하지요. 마트 일이라는 게 힘들어서 가뜩이나 안 해 본 분들은 오

래 버티기 힘든 일인데, 이 일은 더 그렇죠. 유통기한까지 있어 매대 상황을 이중삼중으로

확인해야 하니 신경이 더 쓰이지요.

물건 채워 넣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도 다 노하우가 있어요. 배치하는 안목도 있어야 하

고 시야도 넓어야 일을 ‘잘’ 할 수 있어요. 처음 들어오신 분들은 매장확인 할 때 백이면 백,

우유 빈 곳, 치즈 비어서 빵꾸난 곳 딱 그거 하나만 보고 와서 빈 제품 그거 딱 하나만 깔고

오시죠. 근데 경력이 쌓이면 다르죠. 이를테면, 한번 딱 둘러볼 때 한 매대에 있는 제품 전

부가 한눈에 들어와요. 어떤 물건이 비었고, 얼마큼 어떻게 추가 진열해야 하는지를 한 번에

하는 거죠. 아침에 엄청나게 바쁘다고 그랬잖아요. 그때 이렇게 시야가 넓은 사람이 진열을

맡으면 오픈준비가 훨씬 원활하죠.

그리고 물건이 잘 팔리게 하려면 솔직히 진열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매대에서 고객님들 눈

높이 라인을 ‘골든라인’이라고 하는데 여기를 중심으로 물건을 어떻게 진열할지 짜임새 있게

잘 판단해야겠죠. 잘 나가는 물건이나 유통기한 짧은 거 위주로 돌아가면서 잘 배치해 주는

것도 노하우가 쌓이지 않으면 잘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물건을 나르고 위에서 아래로 옮기는 노동을 해온 혜선 씨. 특히나 아침부터 물류

양이 많은 신선가공 식품을 주로 취급해, 손님이 없는 오전 시간에도 늘 시간에 쫓기듯 일해

온 그녀의 건강 상태가 걱정됐다.

“지금 매장에서 일하면서 더 힘들어 진 거 같기도 해요. 예전에 파견일 때는 다른 제품 진열

해야 할 때도 종종 있긴 했지만 일단 자기회사 물건만 잘 깔면 되거든요. 지금은 다른 제품도

다 진열하고 관리해야 하는 ‘담당’이 되기도 했고, 직영은 다른 곳보다 직영물류센터 통해서

오는 물건들이 더 많아서 저희가 직접 깔아야 하는 제품양이 훨씬 많거든요. 예를 들면, 영등

포점 같은 경우는 우유 업체의 물류배달해 주는 소장들이 진열까지 해주고 그쪽 파견 직원들

이 나중에 없는 물건 채워 넣는 걸 다 해줬어요. 그런데 지금 여기는 우유 업체 8개 사의 제

품 전부가 본사를 통해 한꺼번에 오고 그걸 우리가 전부 매장에 깔아야 하니 어마어마한 거

마트 노동 그리고 직업병

Page 2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21

죠. 사실 인력이 문제인데, 회사에서는 절대 사람 더 보충해 주진 않을 거 같아요.

다른 쪽은 아침 배달량이 많지 않고 손님도 오후에나 몰리니 한 10시 반쯤이면 쉴

틈이 나거든요. 저희는 정말 전화 한 통, 문자한 통이 와도 받을 수도 없고 받지도 않

아요. 게다가 우유 1리터짜리 같은 건 너무 무겁잖아요. 오전 중에만 창고와 매장을

L카로 몇 번은 왔다 갔다 하는데, 점심시간이면 진이 쭉 빠져서 밥 먹는 것도 귀찮고

힘도 없고 그래요. 제가 팔이 후들후들 거려 반찬을 그냥 숟가락으로 떠먹고 그런다

니까요. 오후 출근일 때가 좀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12시 퇴근이잖아요? 집에 들어

가면 새벽 1시,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2시죠. 어떨 때는 들어가자마자 이불에 쓰러져

요. 애들이 ‘엄마 안 씻어? 그러고 그냥 잘 거예요?’ 이러는데 ‘엄마 잠깐만 누워 있을

게.’ 그렇게 대답하고 아침 녘 깨서 화장 지우고 다시 잔적도 많아요. 아휴 정말 그런

거 생각하면 대한민국 마트 제~발 10시까지만 했으면 좋겠네요.”

저희는 또 냉장창고를 들락날락해야 하니 1년 내내 냉방병을 달고 살죠. 원래 열이

많은 사람이라 더위도 잘 참았는데, 요즘에는 마트에서 꼭 입어야 하는 반소매 유니

폼이 입는 게 싫을 정도네요. 감기에 안 걸려도 평소 기침도 많이 해요. 마른기침 같

은 건데 지금처럼 한번 하면 길게 하더라고요.혜선 씨는 인터뷰 중간 서너 차례 기침을 했다. 한번 하면 1분 정

도 지속되어 잠시 인터뷰를 끊고 물을 가져다 드리기도 했다.

판매가격이 재래시장보다 높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대형마트 가는 걸 선호한다. 대형

마트의 잘 정리된 물건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때문일 것이다. 환한 조명 아래 잘

포장되어 반듯하게 놓여있는 물건들은 어느 누군가의 손을 타 비로소 바로 내가 눈

에 익은 그 자리에 내가 사기 좋게 놓여 있게 된다. 혜선 씨 말마따나 “사람 손이 닿

지 않으면” 그렇게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마트에서 내가 사야 할 ‘물건’ 생각

만 하지 않았는지, 내가 그 물건을 사서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노동하고 있는

그 ‘사람’을 주목한 적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물류창고에서 L카로 물건을 실어와 신선가공쪽 매대에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 권혜선 조합원

(사진제공: 홈플러스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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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뻔한 이유 그러나 뻔할 수 없는 삶중소제조업 사업장의 장시간노동 원인과 주요 원인 영향력 연구

본 연구는 2014년 10월부터 시작되어 2015년 6월 중에 마무리할

예정에 있는 연구이며, 연구 대상자에 대한 설문 및 인터뷰를 기초

로 분석하였다. 지면상의 제약으로 일부 결과는 생략하였다.

우문(愚問)에서 현답(賢答)을 찾아라

한국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식이 될 정도이다. 이중 제조업

과 서비스업은 장시간 노동을 선도하고 있으며 좀처

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최근 자동차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심야노동을 줄이고, 잔업시간 일부 또는 전부를 축소하는 주간연속2교대가

도입되고 있지만 전체 산업내의 비중을 본다면 아직도 일반화하기는 힘들다.그렇

다면 왜 좀처럼 노동시간은 줄지 않는 것일까? 노동

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을 캐보고자 노동시간이 평

균 이상으로 긴 중소제조업체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왜 오래 일하고, 그 원인은 그들의

선택에 있어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연구팀

은 결론에 가까운 확정된 가설을 가지고 조사연구

를 시작했다. 사실 중소 제조업 현장을 그렇게 주의

깊게 살피지 않더라도, 조금의 관심만 가진다면 이

들이 왜 장시간 일하는지 알 수 있다. 그건 너무나

도 당연하게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비가 부족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장시간 노동의 선택은 자

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강요된 자율이다. 이렇게 뻔

한 결과가 예측되는 우문(愚問)에 가까운 조사임에

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연구에 임하였다. 첫째,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사실이 실체를 곧바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 때가 종

종 있다. 즉 장시간 노동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 동반되는 노동자의 결핍과 욕망 그

리고 필요를 알 수 없기에 우문에 대한 현답을 찾

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중소제조업에 대한 선행적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시간센터 자체의 자

료 축적과 연구조사의 방법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오래 일하고 있나

연구팀은 전동기구전문회사인 A 사업장(천안공장)

김재광 노동시간센터(준)

Page 2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23

과 자동차부품사인 B 사업장(안산)을 조사하였다.

A, B 사업장 모두 규모로 보자면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고용사업장)에 속하며, 양 사업장 모두 200

여 명 규모의 사업장으로 중소사업장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장임을 알 수 있다.한국의 경우 300이하의

사업장이 사업체수의 99%를(2002년. 통계청) 이루고 있고, 50~299인 고용사업체

수의 비율이 약 14%(2009년. 한국광공업통계)에 이른다.사업장에 재직하

는 노동자 중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A는

140명 중 109명, B는 95명 중 75명이 설문에 응답하

였다.

두 사업장 모두 남성노동자가 80% 이상을 차지하였

으며, 평균 연령은 39.5세, 평균근속연수 10.8년으

로 응답자는 모두 정규직이었다. 소득의 경우 A는

월평균 259만8천 원으로 B의 월평균 200만3천 원

보다 높았고, 양 사업장 배우자의 소득은 119만 원

정도로 비슷하였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A이라

하더라도 한국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4백3십7

만6천(2015년. 통계청)에 미치지 못하였다.대상자들은 중

소기업 중 일정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그다지 높지 않은 급여

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심지어 장시간 노동을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보다 규모가 작거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의 임금수준은 더욱 낮을 것이

라 예측된다.지출의 경우 주거비가 가장 많이 들었고, 그

다음 교육비, 보험료, 문화생활비 순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오래 일하고 있나

두 사업장의 평균 한 달 노동시간은 225시간이며, B

가 특근(휴일근무)에 있어 약간 높았을 뿐 1일 노동

시간(10시간), 일주일 노동시간(55시간), 초과근로시

간(잔업(평일초노동), 특근 (80시간)) 등 큰 차이는

없었다.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의 평균 노동

시간 월 195.8시간, 이중 초과근로시간이 33.8시간

(2014. 국회예산정책처)것과 비교한다면 두 사업장

노동자는 상당히 긴 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근무시간이 가정생활과 사회생

활하기에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A가 69.4%, B가

79.5% 가 부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당신은 오래 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동종 노동자보다 오래 일하고 있는 이들

은 현재 자신의 노동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오래 일한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물음에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가 73.8%로 가장 높

았지만,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체감 정도는

‘건강’ 측면뿐만 아니라 ‘관계’ 측면(가족과의 시간,

사회관계 시간)에서도 높게 드러난다. ‘가족과 보내

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65%, ‘친구나 친지를 만나

기 어려울 때’가 49.7%로 높게 나타났다. 많은 노동

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시간 박탈/시간 빈곤

을 가족관계 시간의 부재에서 느끼고 있다.

“일 오래 하니까요,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에 애들

이 여덟 살, 여섯 살인데 그게 가장 애들하고 같이

하지 못하는 시간이 그런 게 좀 안타깝죠. 돈은 또

벌어야 하고 그런 게. 아직 애들이 어리다 보니까

같이 많이 놀아줄 나이고 그러니까. 그게 좀 안타

까운데 어쩔 수 없으니까... (질문-친구들은 자주 만

나세요?) 거의 뭐 안 만나죠. 친구들은 저도 이제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 이쪽에는 친구들이 별로 없

어요. 그러다 보니까는 주로 만나봐야 일 끝나고 회

사 사람들이랑 술 한잔 먹고. 몇 달에 한 번에 모임

을 하는 거 그때나 볼까, 그쵸 뭐. 특별하게 뭐. 또

아마 일을 해야 하니까 일부러 막 약속도 안 잡고

이런 것도 있어요.”

Page 2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24

한편 장시간 노동이 가족 시간 및 여가 시간에 어

떻게 침투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평일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일이 끝나고 집에 가

고 하면 거의 8시 반 9시 정도가 되니까 거의 못하

고 토요일 같은 경우에도 특근하고 서울 집에 가면

거의 한 11시 정도 되니까. 여가 할 시간은 거의 못

하죠... 일요일 날도 잠깐 그냥 얼굴만 보고 거의 한

오후 3~4시 돼서 다시 또 이쪽 안산권으로 넘어오

니까 여가활동 시간은 거의 없죠.”

이외에 오래 일한다고 느낄 때는 ‘취미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가 57.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무엇이 장시간노동을 유인하나

위와 같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왜

잔업과 특근을 하는 것일까?

잔업 및 특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비 부족’

이었다. 평균 점수는 5.6점으로 가장 높았다.질문에 대

한 응답분포 경우 ‘전혀아니다,~ 매우 그렇다’까지 7개 구간으로 나누고 이에 1~7점을

부과하고 이의 평균 점수를 구하였다. ‘생계비 부족’에 대한 표현은

인터뷰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이를테면 “기본급만

해서는 OO하기도 힘들어요”라는 식이다. 잔업·특

근의 이유가 ‘부족한 생계비를 보충’하기 위함이라

는 응답은 금속 사업장의 여타 조사에서도 흔히 발

견되는 내용이다. 낮은 시간급 체계에서 비롯되는

공통성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노후

생활이 불안해서’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돈을 벌

어두려고’의 평균 점수가 5.2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한편, 평균점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응답 분포상 ‘그

렇다’의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는 ‘아이들 교육

비 때문에’,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가 각각 40.7%,

45.8%였다. 이는 해당자 즉 유자녀 집단이나 주거

형태가 전∙월세인 집단이 높게 응답했을 것으로 해

석된다. 후속 연구는 유자녀 노동자 집단과 전∙월세

집단의 잔업·특근 이유를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

해 보면 잔업·특근의 이유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

을 것이다.

아래 인터뷰는 <저임금~생계비 부족~아이들 교육

비> 간의 사이클이 장시간 노동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잔업, 특근을 그만큼 많이 하게 돼요. 제가 한 달

이 260 받을 경우에는 한 달에 거의 하루도 놀지 않

고 하고... 기본 근무만 하면 아무래도 급여가 적잖

아요. 그러니까 급여 때문에 연장근무를 더 택하고

하게 되는. 저 같은 경우는 그렇죠... 제가 아무래

도 개인적인 부채가 좀 있고요. 부채도 있지만, 아이

들을 키우면서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제

가 그렇다고 딱히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

고 제가 긴 시간을 회사에 할애하다 보니까 주말에

는 꼭 놀러 가고 영화도 보고.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게 많다 보니까 해주고 싶은 건 결국엔 다 돈

이에요. 기본급만 해서 하루 일당이 5만 원 정도 되

는데요.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서 사실은 그 5만 원

가지고는 나가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들어요. 제대

로 먹자면. 그렇다고 좀 진짜 매번 일주일마다 나가

긴 하지만 그때마다 제일 싼 거 먹자, 이럴 수도 없

고 하니까 사실은 돈이 쓸 게 없달까요? 수당이 붙

지 않으면 쓸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선택적으로

제가 꼭 하는 편이죠.”

무엇이 충족되길 바라나

그렇다면 무엇이 충족된다면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겠는가를 물어보았다. 가장 먼저 해결되었으면

바라는 항목은 ‘기본급이 높아진다면’이었다. 응답

Page 2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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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포상 ‘그렇다’(‘그렇다’와 ‘매우 그렇다’ 포함)의 응

답 비율이 76.4%로 여타 항목의 ‘그렇다’는 비율보

다 상당히 높았다. 희망하는 기본급 인상액의 평

균값은 109.4만 원이었다. 그 가운데 ‘76~100만 원’

의 응답 비율이 27.5%로 비교적 높았고, 다음으로

‘26~50만 원’이 26.3%, ‘151만 원 이상’이 19.2%를 차

지했다. 희망하는 기본급만큼 잔업과 특근을 하는

것이다.

한편 ‘생계비 해결’이 높게 나타났다. 평균점수는 5.8

점이었고 응답 분포상 ‘그렇다’는 비율이 68.2%였다.

다음으로 ‘노후가 보장된다면’과 ‘주거가 된다면’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각각의 평균 점수는 5.7점,

5.4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응답 분포상 ‘그렇다’

의 비율은 각각 68.2%, 66.3%, 55.6%였다.

평균점수는 높지는 않았지만 응답 분포상 ‘그렇다’의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는 ‘아이들 교육비만 해결

된다면’, ‘대출금을 다 갚는다면’이 각각 49.7%, 47.4%

였다. 이는 앞에서도 지적되었듯이 해당자 즉 유자

녀 집단이나 대출비율이 높은 집단의 경향성이 두드

러지는 부분일 것이다. B의 경우 대출금이 5천만 원

이상 1억 미만의 가계부채자가 25%에 달한다.

희망하는 노동시간

희망하는 노동시간 감소 정도에 대해서는 현재에서

‘30%’가 41.5%로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

이 11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하루 8시간 노동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다. 그다음으로 ‘20%’가 26.9%로

높게 나타났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하루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7.1~8시간’이 64.8%로 가장 높았다. 위의 희망하는

노동시간 감소 정도에 대한 응답과 상통하는 수치

다. 눈여겨볼 점은 2.8%를 제외하고 97.2%의 응답자

가 8시간 이하의 노동시간을 이상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주당 노동시간에 대해

서는 ‘35.1~40시간’이 58.5%로 가장 높았다. 위의 희

망 하루 노동시간에 대한 응답과 상통하는 수치다.

풀어가야 할 것

앞서 언급했듯이 조사 대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며, 노동시간은 동종의 노

동자에 비해서도 길었다. 두 사업장의 평균 연령은

근 40세였는데, 한국의 40대 임금노동자의 평균 월

급여는 약 430만 원(2014. 한국경제연구원)에도 상

당히 미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

서 기본급의 비중 낮은 시간급 임금제는 당연히 잔

업과 특근의 강제된 선택을 부르는 것이다. 우선 낮

은 임금 수준과 시간제 임금형태의 변화 없이는 장

시간 노동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는 것이다.

위의 결과와 같이 제조업 노동자는 일 중독이나 그

런 상태에 들어가 있지 않다. 8시간 내의 노동을 갈

구하지만,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낮은 임금수준

과 이를 구조화하는 임금형태 때문에 그것이 여의

치 않을 뿐이다.

두 연구대상 사업장이 그나마 중소사업장에서 규모

가 있는 사업장이라는 점은 더욱더 문제의 심각성

을 보여준다. 위 사업장의 노동조건조차 이르지 못

하는 제조업 사업체와 노동자가 해당 산업의 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조사는 전체 중소제조업 사업체를 나타내기

에는 그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 판단하며, 향

후 부족한 부분이 보충 연구되어 노동자의 건강한

삶과 노동에 도움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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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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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의 극심한 노조탄압으로 노동자들이 산화 하셨다. 죽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을 가고 싶었다는 포스코-EG테크

양우권 열사, 투쟁에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해달라던 하이디스의 배재형 열사, 이제 산자들이 투쟁으로 답해야 할 때이다.

글∙사진 쌀집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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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월호 얘기야?

일터를 읽는 독자들은 아직도 세월호를 얘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아실 것이라 믿는다. 많은 이

들이 세월호 침몰을 지켜보고 그 후 1년이 넘는 시

간을 고통과 분노,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보냈다.

이들에게 ‘끝나지 않은 그리움’ 이라는 추모 뮤직비

디오의 제목은 명치를 건드리는 것이다. 아직도 사

고와 그것을 구조라 부를 수 있다면 ‘구조’ 에 관련

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실종자

가 있는데 배는 인양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했지만,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얘기 중이다.

세월호가 인권 문제야?

‘416 인권선언’ 은 좀 어색하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가 인권 문제였나? 무능한 국가, 더 나아가 국민을

살리지 못 하는 국가의 문제 아닌가? 진상을 밝히

기 위한 ‘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조차 힘들 정도로

꽁꽁 숨기려는 비밀과 음모의 문제 아닌가? 수십 년

간 되풀이 되어 온 대형 참사에도 규제완화로만 달

려왔던 이 사회의 안전 문제지. 그래, 이 모든 문제

가 견고하게 서로 얽혀있는 문제지. 그런데 이런 복

잡한 문제의 밑바닥에서 숨막혀하는 안전하게 살고

자 하는 인간의 권리는? 슬픔을 참고 모욕과 수모

를 받으면서도 싸워야하는 피해자의 권리는?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선전위원회

특집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Page 3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29

지난 1년간 우리가 잃은 것

지난 1년간 우리가 잃은 것, 우리가 짓밟힌 것은 무

엇이었나 다시 생각해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생명의 존엄’ 이 너무 쉽게 포기되는 것을 보고 분

노했다. 상실과 슬픔을 모욕하고 혐오하는 사람들

이 나타나고, 추모할 권리조차 빼앗겼다. 이미 난 사

고의 진실이라도 밝히는 것은 피해 당사자의 당연

하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진실에 대한 권리는

벌어진 사건, 구체적 상황, 누가 그 사건에 참여했는

지에 대한 완전한 진실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류은숙, 인권오름 2014.10), 이런 요구는 불온으로

매도됐다. 안전이라는 것이 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되

는 문제가 아니라, 옳은 정보를 알 권리, 부당한 지

시를 멈출 권리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지만 참사 현

장에 알 권리와 멈출 권리는 없었다. 개인이 감당하

기 어려운 큰 손실에 대해 공동체는 긴급한 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 했고, 피해자들에게는 참사 상황에

서 최소한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없었다.

각자가 기억하는 끔찍한 장면은 너무나 많고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 모든 장면에서 인권은 하늘 아

래 원래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었다. 권리를 주장

하는 사람과 빼앗으려는 사람이 싸우고, 그 과정에

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이것은 우리 권

리라고 선언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 세

월호 침몰과 그 뒤 일련의 사태를 인권 문제로 보려

는 것은, ‘인권’ 이 만능열쇠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

권 문제라고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

다. 우리는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

소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1년 내내 우리는 ‘인권’이

라고 생각했던 권리들이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 그

리고 짓밟힌 권리들을 아직 되살려내지 못 하고 있

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권리다,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 하겠다’ 고 선언하자는 것이 ‘존엄과 안전

을 위한 416 인권선언’ 의 취지이다.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 선언을 운동으로

416 인권선언은 가장 먼저 ‘세월호는 당신에게 무엇

이었나’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참

사를 통해 배운 ‘인권’ 이 있다. 인권 선언이 멋들어

지게 쓰여진 글에 ‘동의한다’ 서명하는 것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법조문처럼 장과 절을 갖추고 국제

인권 조약에 버금가는 형식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

란다. 416 인권 선언은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운

동, 세월호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을 준비한

사람들은 304번의 풀뿌리 토론을 통해, 말 그대로

사람들이 스스로 ‘선언’ 하는 인권선언을 만들자는

당찬 계획을 세우고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우리

의 구체적인 공감, 생생한 언어, 각자의 경험을 가지

고 ‘존엄과 안전을 위한 416 인권선언’ 을 만들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함께 만드는 '4.16 인권선언' 이

되도록 앞으로 이어질 제정 과정에 많은 관심과 참

여를 부탁드린다.

인권영화제 4.16인권선언 홍보부스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출처 : 416 인권선언 실행팀)

Page 3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0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모두 말했습

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

쳤습니다. 약속을 지킵시다. 참사 이전의 사회와 단절

을 선언하고, 참사 이후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을 함께 밝히자고 제안합니다.

1.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현실을 기억합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모두 약속했습니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2014년 4월 16일 아침, 여

객선 세월호가 침몰했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를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

외에 우리는 아직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따로 또 같이 1년이 넘는

시간을 겪으며 우리는 수많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습

니다. 억울함, 분노, 절망으로 우리를 내몰았던 경험들

말입니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본다면, 인간의 존엄이

훼손된 경험이라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저 안타깝고 슬프고 화나는 일을 겪은 것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존엄을 훼손하고 무시한 결과,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고, 여전히 그 사회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

세우고, 정부는 국민의 권리보다 권력의 보호에 골몰하

며, 어떤 이들은 공감과 연대보다 모욕에 익숙합니다.

이와 같은 모습은 개개의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었습니

다. 서로 맞물려 우리를 억압하는 힘을 더욱 발휘하는

구조임을, 우리는 목격하고 확인했습니다. 이런 구조가

세월호 참사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미래에도

우리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 역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몇몇 문제에 그치지

않는 구조 자체입니다. 혼자서 조심하고 피한다고 해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구조가 견

고할수록 우리는 더욱 손잡고 연대해야 합니다.

3. 무엇이 안전인지, 인간의 존엄에 기초하여

우리가 말합시다!

누구나 존엄과 안전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구할 안전은 어떤 가치인가

요? 누군가 나서서 지켜주기를 바라며 가만히 있는 것

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제각각 경쟁하며 구매하

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을 줄이고 참사의 피해를 줄이

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취약한 개인이나 집단에

더욱 큰 위험을 떠넘기는 구조에 맞서 근원적인 평등

을 이루는 것이 안전입니다. 우리의 삶을 구속하려는

공포와 비참으로부터 함께 자유로워지는 것이 안전입

니다. 구조적 억압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체에 참여하며

실천하는 연대가 안전입니다. 우리가 함께 이루려는 안

전이 무엇인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가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운동을 제안합니다

Page 3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1

원하는 정반대의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

국가가 툭 하면 말해온 안전은 오히려 우리의 자유와

평등, 연대를 해쳐왔기 때문입니다.

4.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참

사를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잊어왔습니다. 언제

나 비슷한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못이긴 척 정부가 나

서서 누군가를 엄벌에 처하겠다거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잊었습니다. 물러서

지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들이 있으면 보

상이 부족한가보다 하고 남 문제로 여겼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진실과 정의, 배상과

재발방지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는 거래나 선택을 강요

당해서는 안 됩니다.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와 그 가족

들, 그들을 돕거나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우리가 어느새 우리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곧 우리

의 권리임을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5. 다른 사회를 열기 위한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을 가슴 한편에 지니고 살

아갑니다. 그런데 우리의 미안함은 무엇에 대한, 무엇

을 향한 미안함일까요? 혹시 누군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대신 나눠진 채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

까요? 인권의 시선으로 책임을 밝혀야 합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기초 위에 서 있는 푯대입

니다.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하지 못하는 정

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인

권침해의 구조에 개입된 기업, 언론 등의 행위주체들

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입

니다. 우리의 미안함은 우리를 짓누르는 상처에 그쳐서

는 안 됩니다.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질 때, 우리는 참

사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행동은 우리의 정치

적 책임이자 권리입니다.

6.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은 행동입니다!

권리는 선물이 아닙니다. 시대와 장소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인권입니다. 국제인

권법과 헌법이 이미 제시하는 수많은 권리들은 누군가

의 치열한 투쟁이 남긴 기록입니다. 앞서 겪은 사람들

의 증언에 귀 기울이며 우리 스스로 목소리 내기를 멈

추지 않아야 합니다. 달라져야 할 것을 고집하는 세력

에 경고하며 우리의 권리를 현실에 새깁시다. 모두의

생명과 안전, 자유로운 표현과 결사, 인간다운 노동과

생활 등 우리 스스로 인권의 목록을 써내려갑시다. 모

르는 것이 있다면 함께 배우면 되고 부딪치는 의견이

있다면 함께 토론하면 됩니다. 세상을 바꿔온 것은 인

간의 존엄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박한 상식과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함께 선언하는 우리가 바로 살아있는 인권입니다.

2016년 4월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인권선언을 선포합

시다. 그때까지 함께 선언할 사람들을 조직합시다.

416인권선언운동의 취지와 목적을 알리는 작은 간담

회를 열어 첫발을 떼어주십시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홈페이지(http://416act.net)

에서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416인권선언을 매

개로 단위에서 토론을 조직하고 싶은 분들은 추진단에

도 함께 해주십시오. http://416act.net/416declaration

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Page 3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2

최민 사회자, 선전위원장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 이

후 1년 넘게 벌어진 일들이 끔찍했지만 그걸 '인권'

침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런데 416 인권선언운동에서는 이 과정이 '인간의

존엄이 훼손' 된 경험이라고 선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자는 선포를 하자고 제

안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

지 궁금하다.

처음엔 먼 이야기, 인권 선언

정경희 회원, 두 아이의 엄마, 물리치료사 세월호를

‘계기로’ 인권 선언을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

지만 인권이라는 것은 삶 전반의 문제이지 않나. 그

런 점에서 모든 문제를 세월호랑 연결해서 담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이라는 말이 너무

멀고 포괄적이지 않나? 안전할 권리, 스스로를 혹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권리에 대해서 선언한다면

적절하고 구체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영우 회원, 내과의사 더 나아가 논점을 흐릴 수 있

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세월호 참사에

서 가장 중요하게 남아 있는 것은 진상 규명과 책임

자 처벌이다. 당장 배가 침몰한 정황에 대한 진상조

차 밝혀져 있지 않았는데, ‘인권 선언’ 을 한다는 게

혹시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들었다.

안규백 회원, 한국지엠조합원 공감된다. ‘인권’ 이라

고 하면 너무 넓고,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러니 좌담회를 준

특집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세월호를 인권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정리 선전위원회

Page 3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3

비하면서 ‘현장에서 인권 얘기를 어떻게 하지? 어디

까지를 인권문제라고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다.

사실 1주기 이후에는 ‘그런다고 애들이 살아 돌아

오냐’ 는 얘기까지 하는 조합원도 봤다. 이런 상황이

우리의 인권이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바닥에 있

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옛날에는 사람이 다치면

안타까워하는 게 인지상정이었는데, 요즘에는 동료

가 다쳐도 그래서 어쩔 건데? 하는 정서가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를 계기로 한 인권선언

이라니. 현장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비관적인 생각

도 들었다.

손진우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416 인권선언 추진단

지금 말씀하신 안전, 진실 규명, 피해자에 대한 연

대와 공감이 권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필요한 때

라는 생각이 인권 선언을 제안한 배경이라고 본다.

지난 1주기 때를 생각해보면, 애도할 권리, ‘추모할

권리’ 마저 존중받지 못 하지 않았나. 영우 동지가

말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제대로 지라는 요구는

매도당하지 않았나. 유가족들이 우리가 인간이 맞

나 하는 순간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 권리 짓밟힘의

현장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 것들

이 우리 권리라는 것, 요구하고 싸우지 않으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는 감각이 생겼던 것 같다. 이걸

우리 권리라고 소리 내어 말하고, 주장하고, 복원해

야 한다는 것이다.

존엄성이 짓밟혔던 순간들

최민 ‘인권선언’ 이라는 제목이 다가가기 어려운 점

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손진우 동지 말대로

참사 이후 지난 1년 동안 권리들이 짓밟히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끔찍한

장면들 중에서, 세월호가 자신에게 가장 다가온 지

점을 생각해보면, 거기서 세월호가 어떻게 왜 인권

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

다. 예를 들어, 나는 ‘진상규명’ 이 정치적으로 올바

른 구호일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는 것을 세월

호에서 배웠다. 그리고 진실을 숨기는 것이 피해자

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규백 세월호 참사 당시에, 국회의원 자식이 한 명

이라도 있었다면, 안산 단원고가 아니라 서울 강

남 고등학교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를 많이 하

지 않았나. 생명은 누구나 소중하고, 인간은 평등하

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노무현 전 대

통령의 죽음과 노동자 한 명 죽음이 어떻게 같나?’

이런 얘기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권리가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 축소판이 세

월호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이런 토론이 어색하고 어려워도, 이런 문제의식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확산돼서 우리 딸이 어른이

됐을 때는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정훈 수유너머 N, 416 인권선언 추진단 세월호 문

제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내 아

이가 거기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에 몸서리치며 안

전에 주목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부재나

계급 문제가 세월호를 바라보는 관점일 것이다. 인

권도 이런 관점 중 하나다. 세월호가 인권 문제라고

선언할 때, 인권이라는 틀로만 세월호를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 이라는 관점으로

세월호 참사과 그 이후 시간을 다시 짚어보니, 새롭

게 보여주는 게 무엇인가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한

Page 3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4

것 같다.

한편으로는 ‘왜 인권이냐’ 하는 반응이 더 중요하다

는 생각도 한다. 앞서 다들 말씀하신 것처럼 인권이

라는 단어는 참 늦게 다가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인권이라는 말은 마치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 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본질을 짚어 내거나, 권력관

계를 드러내는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권

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단어의 위험성을 희석화했

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인권’ 과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세월호 참사을 인권과 연결시

켜보는 과정이, 인권이라는 말을 다시 살려낼 수 있

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

최민 세월호 참사를 ‘인권 문제’ 로 보면서 우리에게

새롭게 보여주는 게 있나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산

재에서의 인권침해도 정말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

다. 산재가 발생하는 원인이 대부분 현장에서 인간

존중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든지, 산재

발생 이후 사고 처리나 산재 신청과 승인 과정에서

피해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과정이 그렇다. 그리고

인권선언 제안문에서는 피해자가 ‘재발 방지와 제도

개혁에 대한 권리’ 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는 산재 피해자들에게도 이런 권리

가 있다는 생각을 명시적으로 해보지 못했다. 반올

림에서 직업병 당사자들이 재발 방지와 제도 개혁

을 위해 저렇게 투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인권이

라는 관점으로 세월호 참사을 보면서 새로 보게 된

그림이다.

나에게 세월호는

정경희 엄마 입장에서 보면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안

전할 권리, 안전하게 양육할 권리가 가장 크게 다가

오는 문제다. 특히 아이들을 안전하게 양육하는 것

은 나의 권리이고 책임인데, 이게 혼자의 노력만으

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그래서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될 거라

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세월호라는 너무도 큰 대가

를 치르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는 유가족의 말씀에 크게 공감했다.

얼마 전에 5·18 때 고등학생이던 자녀를 잃은 유가

족과 세월호 유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봤는데, 그걸

보니 5·18이나 세월호나 고등학생들이 똑같이 공권

력에 의해 생명을 잃은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아이들도 안전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어른들 말

만 들어서는 안 된다’ 는 얘기를 하곤 한다.

장영우 얼마 전 한 역사학자가 세월호와 한국전쟁

을 비교한 글을 봤다. 한국 전쟁 때 한강 다리를 폭

파한 공무원을 이승만이 사형시켰는데, 정작 군 책

임자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지금

똑같다. 세월호 때에도 맨 처음 출동했던 해경 123

정 책임자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왜 사고가 일어났는가도 문제지만, 그 뒤

가 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

켜보면서도 왜 구하지 않은 걸까? 왜 나오라고 방송

하지 못한 걸까?

손진우 바로 그렇게 진실에 접근할 권리가 지금 완

전히 묵살당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요구하는 유

가족에게 ‘보상금과 바꿔라’ 며 거래를 종용하고 있

다. 그래서 선언 제안문에 이런 권리들 중 일부만

선택하거나 거래하도록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

용을 넣었다.

안규백 보상금 얘기는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 본다. 이전에 있던 여러 사건에서도 애도와 추

모,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

Page 3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35

일터

기보다 보상금을 먼저 내밀었다. 그 공식을 그대로

세월호에도 적용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나

만 아니면 된다. 는 생각이다. 예전에 현장에서 작

업 중지를 했을 때도, ‘왜 남의 선거구까지 와서 라

인을 잡고 난리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 문제

로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거나 바뀌지 않는

다. 요구하고 움직이는 만큼 바뀐다. 이 문제도 마

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지속적

으로 공감하느냐, 그 힘으로 요구하고 움직이느냐

가 관건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은 달라질 거라는 생

각이다.

정정훈 여러 토론해주신 것처럼, 현장 권리와도 연

결시켜 생각해보고, 다른 역사적 장면과도 연결되

는 것. 이게 인권선언의 토론이 하려던 자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문가가 선언의 초안을 쓰고, 발

표하고, 사람들은 고개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304

회의 풀뿌리 토론으로 만들자고 했다. 지금 토론처

럼 자기 생활 속의 권리문제, 내가 애통하고 분노했

던 다른 문제와도 연결되는 경험을 함께 나누기 위

해서였던 것 같다. 이 선언이 ‘세월호 참사’ 을 해결

하는 데에만 쓰이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다른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데도

번역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손진우 권리를 선언한다는 것은 곧 ‘내가 그 권리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 행동하겠다. 내가 권리의

주체다.’ 라는 다짐이고 선포다.

최민 마무리할 시간이다. 인권선언이 운동으로서 의

미를 갖기 위해 주변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

와 어떻게 문제의식을 나눌 계획인지, 또 이런 확산

과 설득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준비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나누며 토론을 마무리하자.

정경희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도 긴 시간 동안

싸워서 긴급대책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세

월호도 한 발짝 나아가는 과정이다. 세월호 가족들

이 투쟁하는 게 본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결국은

우리아이가 또 다른 세월호를 타지 않게 만들기 위

한 투쟁이다. 이웃들과 이런 얘기들 더러 나눈다.

안규백 어느 정도까지 함께 아파할 수 있느냐. 이게

감수성인 것 같다. 선언 토론 과정이 이런 감수성을

키우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학부모인데도 벌써

공감과 연대의 마음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서 답답

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이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 라는 걸 설득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인

권선언도 그 설득 과정에서 쓸모 있기를 바라는 마

음에서 출발한 거라고 본다. 토론을 하면서도 세월

호를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후에도 관심을 잃지 않

게 할 수 있는 작고 다양한 실천이 토론 과정에서

많이 제안되었으면 한다.

정정훈 5·18 얘기 나왔는데, 5·18 자체는 패배한 투

쟁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걸 기억하고, 배우

고, 되살려내어 80년대 강력한 민주주의 운동을 만

들어냈다. 인권 선언을 토론하고 만드는 과정도 세

월호를 기억하고, 배우게 해 신자유주의 시대에 하

나의 계기로 만들어 냈으면 한다.

최민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세월호는 어떤 문

제였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앞

으로도 인권선언에 대한 얘기와 논쟁이 곳곳에서

이런 효과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일요일에 귀

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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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가 만드는 416 인권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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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 때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큰일이 없을까 걱정 했지

만얼마 후 ‘전원구조’라는 언론 보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준비한 행사를 마쳤다. 행사를 마친 후

혹시 구조된 이들 중에 다치거나 위급한 사람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과 슬픔. 구조된 이는 없었다. 알아서 나왔던 이는 있을지언정. 304명의 꽃 같은 이들을 보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첫 번째 이유는 정부의 패악이다. 그들은 잘못된 정보를 생산했고, 이를 마치 진

실인 양 시민들에게 알렸다. 두 번째, 언론이 자신의 사명을 잊었다. 당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정부라 할지라도 그들은 확인하고 그 심각성을 알려야 했다. 세 번째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했을 알권리가 제한된 것이다. 피해당사자 혹은 피해 관계자임에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참

사와 아픔의 진실을 접할 수 없었다. 이들의 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고통과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이 4.16인권선언은 의미가 있다. 지금껏 거대담론과 공의에 의해 가려져있던 인간의 권리(알

권리, 진실에 대한 권리 등)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책임과 의무까지 담고 있

다. 나는 이 선언이 그냥 스쳐가는 선언에 그치지 않기를 원한다. 모든 이들이 당연히 알아야할 인권선

언이 사회에 퍼지고, 이 내용이 당연한 사고가 되어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 모두의 인권이 소중해지는

그런 세상을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선언에 아쉬운 점이 있다. 선언문이라는 글의 성격상 이해할 수 있

겠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용어의

사용은 선언문이 내용을 아는 이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험을 갖게한다.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알권

리를 제한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알려지고 퍼지는 선언문이 될 수 있도록 혼선이 오지 않으면서

도 모두가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되었으면 한다.

장세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416 인권선언에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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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우리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에 다니다가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그때 당시 삼성에서는 반도체

공장에 화학약품은 쓰지도 않고 취급도 안한다고 했고, 전리방사선도 없다고 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

금도 삼성은 어떤 화학약품을 쓰는지 어떤 방사선을 쓰고 있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지만, 반도체 공장에

서 일하다가 병에 걸렸다는 제보전화가 여전히 반올림에 접수됩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제가 생각해보니까 세월호하고 삼성하고 닮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삼성은 노동자한테

자신이 무슨 유해화학물질을 쓰는지, 어떻게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하는지 교육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노

동자는 그냥 일만 했습니다. 암에 걸려 죽으면 개인 탓으로 돌렸습니다. 세월호 역시 똑같았습니다. 배에

서 일하는 노동자한테 배의 안전교육하나 시키지 않았습니다. 배가 잘못되면 그 승객이 어떻게 해야 하

는지 알지 못해서 사고가 났는데도 승객을 대피시키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다 노동자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노동자는 이 나라를 끌고가는 주체인데, 왜 노동자가 무시 당하고 가진자 권

력자들의 소모품이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노동자 스스로 노동자 권리를 찾고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작년 교육부가 교내 세월호 리본을 달기를 금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논란이 되었다. 학생이 노란 리본

을 달고 등교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자의에 좌우된다고 학생들은 증언한다. 그나마 세

월호 참사는 다수가 공감한 사안이었기에 허용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집회 참석, 학교에 대한 항의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개중에는 학교장이 허

하지 않은(정치적일 수 있는) 뱃지 착용을 명시적으로 금하고 있는 곳도 있다. 청소년에게 영향이 미치

는 모든 일들이 청소년의 투표 없이 정치인과 학교장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인데, 항의마저도 금지당하

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에서 청소년 주체가 학교나 교사의 이해와 충돌하

는 정치적 표현을 했다면 그 탄압이 어떠했을지 불 보듯 뻔하다.

위 공문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노란리본 달기는 순수한 애도행위이며 이를 금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입장을 냈다. 인권위의 판단은 청소년의 추모리본 달기가 ‘비정치적 활동이니 괜찮다’는 논리에 기반하

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정치적 표현을 금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애도는 이미 정치적

행동이다. 안전이 지켜지며 죽음까지 존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치적 목소리로 모아질 때 변화

를 만들어낸다. 4.16인권선언이 말하는 연대와 권리를 위해 행동할 권리가 정치적 주체성을 억압당해온

청소년에게 실현되기를 바란다.

유미아빠 황상기 반올림

쥬리 NGA, 청소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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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제 근무는 본디 일부 특수직종(군인, 선원 등)

에만 있었던 근무 형태였으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근무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연구가 교대근

무 자체가 노동자의 건강에 상당한 위험요인임을 밝

히고 있지만, 자본은 교대근무를 포기할 기미를 보

이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도 자본이 포기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

인가보다. 자본주의 초기 하루 16~18시간씩 노동을

강요하다가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10시간, 8

시간 하루 노동시간을 줄여왔지만, 여전히 현실에

서 하루 8시간 이상 노동하는 노동자를 만나는 것

은 너무 쉬운 일이니 말이다.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로 첫 근무를 시작한 2012년

3월, 한 노동자가 외래를 방문하였다. 그는 인쇄 업

종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노동자로, 약 두 달 전 두

통과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을 방문하여 ‘동맥류 파

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치료 중이라고 하였다.

건강하던 노동자의 뇌출혈

지주막하 출혈은 자발성 또는 외상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환자는 머리 부분의 충격이나 사고는 없었

기 때문에 외상성 출혈을 배제하였다. 지주막하 출

혈의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

려졌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원인 및 병태생리는 명

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뇌동맥류의 파열은 혈압

상승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 노동

자는 고혈압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병력이 없었

으며, 가족 중 고혈압 병력을 가진 이도 없다고 하

였다. 뇌동맥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차치하고도 갑

작스레 뇌출혈이 발생할 이유는 없어 보였으나, 환

자면담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는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 과중 노동 등 무척 힘든 상황이었음을 짐작게

하였다. 인쇄노동자 대부분이 업무 과다와 인원 부

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야간작업), 불

규칙적 휴일 등의 상황을 겪고 있었다.

교대근무는 지속적 연구를 통해 뇌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져 있고, 그 외에도 이황화탄소,

질산염, 일산화탄소, 유기용제 등의 화학적 요인과

고온, 한랭, 소음, 진동 등의 물리적 요인, 장시간 노

동, 업무과부하, 직무 스트레스 등 사회 심리적 요인

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 중 화

학적, 물리적 요인에 대한 객관적 검토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자신의 근

무시간표가 전부였으며, 몇 장 찍어온 사진에서도

인쇄에 사용되는 물질이나 환경을 쉬 짐작하기 어

려웠으며, 현장을 방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잘 살려고 하는 노동인데...

나후오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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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2교대, 하루 11시간 근무

그러나 근무표를 검토하고 나니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이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질병 발

생 전 3개월 동안의 근무일과 근무 시간을 검토하

였다. 휴일은 일요일이 유일했으며, 이마저도 인쇄

소 사정에 따라 불려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근무시간에 표시되지 않았다). 2조 2교대 근

무를 하였으며, 오전 근무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

까지, 야간근무는 저녁 8시부터 오전 9시까지였다.

월간 근무 시간은 2011년 10월에는 총 25일, 276시

간, 11월에는 총 26일 284시간, 12월에는 총 27일

294시간이었다. 이는 일반적 근무시간 주5일, 주당

40시간 근무를 크게 웃도는 시간으로 하루 11시간

정도를 일한 것이다.

결국, 이 노동자의 경우 장시간 근무와 교대근무가

혈압상승을 초래하여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출혈

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업무 관련성

이 있다는 취지의 평가서를 작성하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노동자 또는 가족들에게 원래 고혈압이 있었다

면, 흡연자였다면,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면

나는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사

실 자신은 없다. 근거중심의학이 어쩌고, 논문리뷰

가 어쩌고, 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고민하고 평

가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기에 나라고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직업병을 바라볼 때 ‘과연 그 병이 그

일을 안 했으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질문보다 ‘비

직업적 소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일을 하면서 발생

한 질병은 직업병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

을 늘 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을 싸우지

만, 2015년의 대한민국은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닌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덜해진 듯도 하

지만)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뜨거운 문

제이며, 뜨겁게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노보

연을 포함한 여러 단체에서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

동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 노동

현장에서도 그 문제를 인지하고 있기에 이 사회가

교대근무와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토론

해서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

해 본다.

Page 4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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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6월호에서는 대전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대

한이연(라이너와 링 제조)에서 안전보건상의 문제

로, 예방적 차원에서 작년에 진행한 작업중지 사례

를 소개한다. 당시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던 금속노

조 대전충북지부 대한이연지회 박관식 노안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쓰게 되었나요?

작년 이맘때 주조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조과는

평소에도 안전모를 쓰고 일해야 하는 곳인데요. 제

가 출근해서 현장순회를 하는데, 천장에 이상한 물

체가 보이는 거예요. 어림잡아 40~50cm 정도 되려

나. 지붕이 어두워서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

은 안 되었는데, 멀리서 보기에 쇠기둥 같은 것이 불

쑥 나와 있더라고요.

위급해 보여서 저걸 일단 제거하고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현장관리자한테 얘기했죠. 근데, 스카이

를 불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빨리 불러서 해결하

자고 했는데 지금 불러도 오후 4시에나 온다는 거예

요. 그때가 오전 8시 30분 정도였는데, 오후 4시면

주조과 작업은 마치거든요.

스카이가 뭐죠?

고공 작업이 가능한 사다리차 있잖아요. 칸막이가

설치돼서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다리차를 스카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현장에 스

카이부서가 있는 게 아니라서, 필요하면 외부에서

부르거든요. 주조과 작업장 지붕이 워낙 높아서 지

게차로 올라가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지게차로 높

이가 된다고 해도 위험하니까요.

한마디로 그대로 둔 채로

하루 업무를 하겠다는 것이었군요

그 상태로 일하기 어렵다고 얘기를 했더니, 저게 천

장에 있다고 굳이 사람을 뺄 필요가 있느냐고 얘기

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떨어져서 작업자들 다

치면 책임질 거냐고 따졌더니 답을 못하더라고요.

현장에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라인이 깔려있는

데, 일단 지붕에서 떨어지면 다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쪽 라인을 세우고, 그 라인 작업자들을 현장에

서 모두 나오시게 했죠. 바리케이드를 쳐서 라인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했어요.

그때야 스카이에 긴급히 연락하더군요. 그랬더니 오

후 네 시에 온다던 스카이가 당장 현장에 도착해서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Page 4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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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보였던 물체를 제거했어요. 천만다행으로 당

시 지붕에 있던 것이 나뭇조각이더라고요.

그럼 바로 작업중지를 상황은 풀렸겠네요

밥 먹기 전에 작업을 중지했었는데, 점심 먹고 나니

까 바로 해결된 거죠. 일단, 튀어나와 있던 물체는

제거했고, 그 외에도 지붕이 들뜨거나, 훼손되면 비

슷한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다

확인했습니다. 조합원 중에는 나뭇조각이니 이제 작

업하자는 분도 있었고, 오랜만에 잘 쉬었다고 말해

주신 분도 있고 그랬어요.

제거한 물체가 나뭇조각이라서, 별로 위험하지 않

은데 작업중지 한 것이라고 회사가 사후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나요?

일단, 그 물체가 나뭇조각이어서 다행이지만, 제 생

각에는 최후의 방법이었어요. 회사가 위험 상황에

대해서 말을 안 들어주고 있는데, 조합원들이 안 다

쳐야 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 판단부터 했던 거죠.

회사에서도 별말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 문제 해결

후에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말해달라

고 하더라고요. 그럼 빠르게 조치하겠다고요. 별것

도 아닌 걸로 왜 그랬냐 따지는 일은 없었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중지였던 것 같습니다. 작

업중지가 현장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사

고 발생 이후 수습과정에서 하는 경우가 많거든

요. 이번 경우는 안전보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판단으로 작업중지

를 실행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사후적으로 보

면 정말 별것 아닌 것으로 라인을 세운 것인데요.

사측에서도 오히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수긍하고,

공감한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

년에 작업중지를 하셨다고 하니, 노안 부장으로

전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작업중지

를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일단 위험하니까요. 제가 주조과 소속이었고, 저 자

리에서 내가 일하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조합원들은 안 보여서 그냥 일했을 수도 있지만, 일

단 제 눈에는 보였으니까요. 제 딴에는 빨리 위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예전 생각을 해보면 안전보건상의 문제는 아

니었지만, 작업을 안 했던 경험이 있어요. 라인 팀장

이 바뀌었는데, 당시에 그 팀장과는 일할 수 없다고

해서, 현장선배들과 함께 주조과 작업자 전체가 다

조퇴를 한 적이 있었죠.

대한이연 2공장 주조과 현장

Page 4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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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현장에서 팀장이 작업자들을 휘어잡으려고, 현장통

제를 하려는 흐름이 있었어요. 당시 선배노동자들이

이렇게 당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다 같이 나가자고

해서. 그때는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고, 신입조

합원 교육받는 중이었는데, 선배들 말을 들어야 하

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나가서 작업을 중단했던 적

이 있기는 합니다. 그때 그런 모습에서 배웠던 게 아

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현장에 힘이 있으니, 가능하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현장의 선배들이 만들어온

것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박관식 동지가 직접 작업중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같이 경험했던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예전에도 주조과에서 작업자가 작업하다가 쇠 봉에

맞아서 타박상을 입은 일이 있거든요.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작업중지로 라인을 다

세운 적이 있어요. 일단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세우

고, 조합원들을 다 모았죠. 사고 발생 이유가 라이너

원심소재 금형이 노쇠해서 잘 빠지지 않는 거였어

요. 작업자가 쇠막대기를 그 안에 집어넣어서, 이물

질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빼내다가 사고

가 발생했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그걸 개선해야 한다고 제기를 하기 위해서 원심주조

라인을 다 세웠어요.

그렇게 작업자들은 다 작업을 중지한 채 모여있었

고, 저는 그때 문체부장이었는데 저와 대의원 한 분

과 당시 노안부장님이 같이 사무실에 찾아가서 얘

기했어요. 다음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해

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죠. 사측에서도 관

리자들이 와서 긴급하게 현장을 둘러보고 조치와

관련해 얘기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사측과 논

의한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해 보고하고, 이 정도면 작

업 재개해도 되겠냐고 물어,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

서 작업중지를 해제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같이 경험한 것이 저에게도 위험하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사고가 나면 재발방

지를 위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 경

험인 것 같아요.

다른 현장들은 작업중지가 진행되면, 라인이 정지

되고 일단 임시산보위를 열어서 사고 수습과정을

노사간에 논의하거나, 구사대를 투입해서 라인가

동을 두고 옥신각신하는데, 대한이연은 상대적으

로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작업중지를 단행했던 주조과 천장.

대낮인데도 그을음 등으로 검게 오염되어 있다.

Page 4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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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죠. 원만하게. 그건 저희 선배들이 싸움을

잘 해오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조조정 투쟁부터

시작해서, 계속 현장투쟁을 잘해왔으니까. 그런 배경

이 있는 것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편으

로는 회사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중요시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작업중지권은 언제 어디서 처음 들어보셨나요?

대한이연 입사하고 나서죠. 입사 후에도 딱히 들어

본 적은 없다가, 전 노안부장이 하시는 걸 보고 그

때 알았어요. 이런 제도도 있구나. 그런 걸 경험한

거죠.

제가 입사한 지는 5년 1개월이니 얼마 안 됐는데요.

그전에는 다른 회사에 다녔어요. 한국노총 사업장

에도 있었는데, 작업중지 같은 걸 할 수 있는 회사

도 아니었고, 그다음은 직원이 많아야 10여 명 되는

규모의 회사였어요.

작업중지 경험이 조합 활동이나, 조합원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뭘까요?

글쎄요. 지금 당장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긴 어

렵지만, 한 가지 사례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

에 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저

도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처럼요.

순차적으로 지붕을 교체 중인 모습.

교체한 곳은 오염이 덜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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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상으로 건강검진·상담 업무를 하다보니,

노동시간의 특성에 따라 건강수준이 패턴화되어 있

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 정

도 연장근무를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서 콜레

스테롤 수치들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빠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 이유에 대해 면담하다보면,

과도한 음주, 피로의 누적, 영양의 불균형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장시간노동이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을 보자. 그들은 오

전근무조와 오후근무조로 나뉘어 1주일 단위로 근

무를 순환한다. 오전근무조의 경우 새벽 5시에 업

무를 시작하려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출근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

우가 많다. 아침근무를 마치고 오전 10시경에 30분

간의 휴식시간 동안 버스 기종점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먹는다. 그리고 낮 근무를 마친

후 오후 3~4시쯤 식사를 하게 된다. 그들이 집에 귀

가하면 가족들의 저녁식사시간과 엇갈린다. 그래서

늦은 밤 시간에 식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

문에 아침식사를 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는 아

이러니하게도 의사들에게서 발견하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

단을 하였는데,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자가 여럿

생겼다. 이들은 병원근무를 시작하면서 체중이 급

격히 증가하였다. 빈번한 야간당직과 과중한 노동

이 일상화된 전공의들에게 차분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밤늦게 과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대에 먹을 수 있는

식사는 고열량의 배달음식뿐이었다.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응급구조사, 장례지도사와

같은 야간작업 종사자들은 언제 일이 발생할지 모르

는 상황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긴

장도가 매우 높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업무가 갑

자기 많아지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를 정도의 혹독한 노동을 감당하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음주와 흡연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갖

고 있고,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 로 일한다는 것

송한수 노동시간센터(준),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사진 출처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Page 47: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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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일해도 야간 특수건강진단 못받는,

이상한 기준

2014년부터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야간작업 종사자들도 특수건강

진단을 받게 된다. 야간작업으로 인한 생체리듬의

교란이 건강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취해진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연속되는 작업을 월 평균 4회 이

상 수행하는 경우를 특수건강진단 대상 야간작업

으로 보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야간작업을 32시간

이상 수행하면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교대근무 중 야간작업을 밤 10시가 아닌 밤

11시나 12시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새벽에 몇 시

간의 수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10시

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간대의 작업을 월 평

균 60시간 이상 수행했을 때 야간작업 특수건강진

단 대상이 된다. 야간근무의 시작 시간이 오후 10

시가 아니라 오후 11시라면 적용기준이 크게 달라

진다. 예를 들어, 3교대 간호사들의 한 달에 4~8회,

보통 40~60시간 정도 야간근로를 수행한다. 월평

균 야간작업 시간이 6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

정에 따르게 되면 상당수의 3교대 간호사들이 야간

근로 특수건강검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파

트경비원은 일반적으로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하루

15~17시간을 근무한다. 그리고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약 4~5시간 정도 수면시간이 주어

진다. 한 달에 15일을 근무한다고 하면 야간작업시

간은 약 45시간 정도여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간호사나 아파트 경비원

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할 야간작업 종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폐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야간작업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수많

은 근거들 때문에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이 시행되

었다. 그런데 더 엄밀하게 말하면 비표준적 노동시

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다. 낮근무, 저녁근무, 야간근무를 교

대표적인 비표준적 노동시간 직종, 대리운전 기사

Page 4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46

대로 순환하는 경우는 단순히 야간작업을 했기 때

문이 아니라 주어진 노동시간에 따라 수면시간, 식

사시간, 여가시간, 가사노동시간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의 규칙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식사 전에 퇴근하

는 것을 ‘표준적인 노동시간’이라고 하자. 그런데 우

리 주변에는 ‘표준적인 노동시간’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들이 있다. 여기

에는 규칙적으로 노동시간이 변화되는 순환교대근

무도 있으나,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연장된 경우도 있

고, 통상적인 노동시간대에서 벗어나 일하는 경우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노동자에게 ‘적응’이라는

과제를 부여한다.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대근무 부적응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

증후군은 교대근무자가 수면을 적절하게 취하지 못

하여 주간졸림증이나 업무효율저하를 경험하거나,

소화불량, 속쓰림, 위산역류와 같은 위장증상을 빈

번하게 경험하거나, 혈압이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

는 등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

까? 비표준적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

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김현주 등

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야간작업 종사자의 규

모는 약 127만 명∼197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의 10.2∼14.5%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주당 52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자의 수는 약 170만∼410만 명

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5.0∼

31.9%에 해당한다. 이들 중 야간 및 장시간 근로에

동시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은 약 49만 명∼약 76만

명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3∼5.8%에 해당한다.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들의 상당수는 산업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가령 50∼60대 고령노동

자들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과 요양보호사다. 이들의 대부분은 산업보건

관리 역량이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

다. 고령 노동자들은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수면문제

가 발생할 가능성이 청장년층보다 더 높다. 게다가

격일제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에 종사하게 됨으로

써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에 주목하자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선택의 자유일 수 있지만,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일

상생활의 안정성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야간작업은 이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

로 주목받으며, 산업보건관리의 주요 쟁점으로 떠

오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야간작업에만 머무

르지 않고, ‘비표준적 노동시간’ 이라는 개념을 적극

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노동시간에 일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비표준적 노동시간에 종사하게

할 경우에는 적응을 돕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해

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으

로 제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퇴근시간을

지키는 것, 두 번째는 제시간에 좋은 질의 식사를

보장하는 것, 세 번째는 업무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비표준적 노동시간 직종, 경비업

(출처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블로그)

Page 49: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47

노동시간

표준과 비표준?

표준적 노동시간 standard working hours

・ 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사이의 8시간 근무

・ 대개 점심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오후로 구성

・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연속적인 근무

이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면

비표준적 노동시간

야간작업 종사자약 127-197만 명

주당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종사자약 170~410 만명

장시간 노동을 하며 야간작업도 하는 노동자약 49~76만 명

Page 5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48

6월 3일 현재, 정부 발표에 따르면 메르스(중동호흡

기증후군) 확진자가 30명, 사망자는 3명으로 밝혀

졌다. 3차 감염자 또한 3명, 격리자는 1,312명 (자택

564명, 기관 9명 등 573명)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

들은 단 한 명의 환자가 이렇게 빨리 확산시킨 경우

는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동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에도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마찬

가지로 정부의 무능력과 늦장 대응이 병을 키웠다

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편, 지자체

와 기업들 또한 정부와 다르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

고 있는데 지금 현재 평택의 상황이 우리가 놓여있

는 현실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방치된 메르스 감염 환자

평택에 소재한 시내버스 회사 협진여객. 이 회사 전

무로 있는 조○○(71) 씨는 지난 5월 28일 메르스 확

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조○○ 씨

역시 첫 번째 메르스 감염 환자가 있던 평택성모병

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 19,

21일 병원 입원 기간 동안 병문안을 온 가족과 회

사 직원들과 식사를 했다. 차츰 증세가 나아지자 조

○○ 씨는 21일 병원을 퇴원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까지 밀린 회사 업무를 봤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

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다 23일 오후에

다시 고열 증상을 보인 조○○ 씨는 재입원했고, 28

일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시 말해 가

족을 포함해 병문안을 갔던 회사 직원들, 사무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먹었던 노동자

들 모두 조○○ 씨의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에 방치된 노동자·시민의 안전

협진여객 버스 기사 노동자들은 평택시, 지역 보건

소,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버스 노동자 240여 명의 전수조사를 요구했

다. 협진여객 노동자들은 하루 17시간 가까이 평택

은 물론 안성, 오산까지 버스 운전을 한다. 게다가

하루 12만 명 (학생이 4만 명)의 이용객들을 만난

다. 버스 노동자는 물론 지역 시민들의 3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버스 노동자들의 전수 조사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거부했

다.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버스 운행을 멈춰야 하고

그러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협진여객은 전수 조사 대신 버스 노동자들 대기실

문화읽기

메르스보다 더 끔찍한 건 이 정부가 아닐까

재현 선전위원

Page 51: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49

바깥에 있는 수돗가에 손 세정제를 만들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운전하면 괜찮다는 뜻이다. 지역 보건

소는 조○○씨와 접촉했다고 알려진 가족을 비롯해

직원 22명을 격리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확인 결

과 가족을 제외한 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

를 하고 있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

6월 2일 지역의 정당,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평택

시청 앞에서 협진여객 문제를 알리고 평택시가 책

임 있는 역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일 새벽에는 조○○ 씨가 사망했다는 소

식을 접했다. 정부가 절대 없다고 장담했던 3차 감

염자도 2명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기자회견 뒤 정당,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평택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평택시장은 이들을 뿌리

치고 도망쳤다. 협진여객은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19, 21일 병문안을 갔던 가족과 직원들의 감염자 접

촉엔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23일 증상

이 재발한 이후 조○○ 씨와 접촉했던 가족 회사 동

료들을 보건당국이 격리조치 하고 있다고 했다. 앞

서 확인했듯이 이는 사실과 달랐다.

논란이 계속되자 6월 3일 오늘 지역 보건소에서

240명의 버스 노동자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보건소의 전향

적인 태도와 달리 협진여객은 이번 문제를 사회적

으로 알렸던 버스 노동자를 허위 사실 유포죄로 고

소·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메르스보다 무서운 정부

전염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 발

병 이후 정부의 대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을 놓을 수

가 없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국가 재난 상황을 책임지고 감당해낼 의지

와 능력이 없는 정부임을 확인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는 어쩌면 메르스보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와 기업

들 때문에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

겠다.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 예방법 캠페

인에 “낙타와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

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

세요”라고 하는 것을 보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지난 6월 2일 지역의 정당 및 노동,시민 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평택시와 협진여객에 신속한 메르스 대책을 요구했다

Page 52: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50

사무실에서 1주에 2차례 출장 상담을 가는 곳이 있

다. 경기도 지역 시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는 곳

으로 영세, 비정규 노동자 법률지원,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및 연구, 공공부문 업체의 노동관계법 준수

관리 및 조사 등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얼마 전 센

터를 찾은 노동자 A씨의 상담 내용이다.

일용직이라니 일용직인 줄 알았지

노동자 A씨는 생산공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했는데

3년 전 일용직으로 전환되었다. 예전과 똑같은 일을

했는데 4대 보험은 없고,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후 매

월 임금을 받았다. A씨가 받는 임금은 별 차이가 없

었던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세무서에서 그동안 사업소득세

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세금을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

았다고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억울하기도 하고,

세금을 낼 돈도 없어서 고민하던 중 퇴직금이라도 받

아서 세금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찾았다는 것

이다. 상담을 하다 보니 사업주가 일용직이라고 하니

까 일용직으로 알고 지냈던 것이지 사실상 월요일~금

요일까지 매일 출근하였고 경우에 따라 주말에 특근

도 했다는 점에서 일용직도 아니었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할 대상도 아니었다. 정규직으로 근무하였던 때

와 달라진 것이 없었던 상태로 당연히 4대 보험도 가

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물론 퇴직금도 당연히 받아야

했다. 출근일을 기준으로 일당을 산정했다는 점에서

A씨는 주휴수당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센터장

과 상담을 마치면서 A씨의 퇴직금은 대략 1천만 원가

량 산정되는데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까지 청구할

수 있으니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때 반드시 이런

부분도 함께 제기하라고 알려주었다.

노동부가 나서서 합의 종용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

은 듯 밝은 표정으로 A씨는 센터를 찾았다. 노동부에

서 조사를 받았는데 사업주가 나와서 서로 얘기가 잘

풀렸다는 것이다. 지난 상담 때 센터장이 뒤돌아 나

가는 A씨를 불러 지금 퇴직금 산정한 것도 연차휴가

수당,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산정한 금액이니 노동부

에서 혹시 금액을 조정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라

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노동부에서 사업주가 지급하

지 않으면 민사소송도 해야 하고, 회사도 어려워졌고,

이런저런 사정을 말하다가 2/3가량의 금액으로 합의

를 했다는 것이다. A씨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신경 쓰

는 것보다 10일 뒤에 퇴직금을 준다고 하니 합의하는

편이 나은 것 같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센터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도를 넘는

노동부의

월권행위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Page 53: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51

에서 상담한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고 피로회복제 한

박스를 사 들고 왔던 것이다. 해맑은 표정으로 문을

나서는 A씨에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노동부는 “고용정책의 총괄, 고

용보험, 직업능력개발훈련, 근로조건의 기준, 근로자

의 복지후생, 노사관계의 조정, 산업안전보건, 산업재

해보상보험과 그 밖에 고용과 노동에 관한 사무를 관

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기획하

고 추진하는 정부조직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 등 노

동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노동정책을 입안해

야 하는 행정기관이다.

노동부에서 진정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A씨와 같은 상담을 하는 경우가 너

무 많아졌다. 법정수당을 미지급한 경우 법률적으로

금액을 원 단위까지 산정한다. 그리고 산정한 금액을

미지급 사업주에 대하여 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화해와 조정이라는 핑계로 체

납금품을 깎아주고, 민사소송하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합의취하를 독려하거나 겁박하는 경우가 일

반화된 것 같다. 노동부가 이래서야 어디 근로조건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겠는가? 사법기관의 법관이 판결해

야 할 사회 통념상 합리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

까지 노동부가 제시하고 나서는 상황을 보면 놀랄 일

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정부기관으로 역할

과 책임이 있다. 노동부의 월권과 책임 회피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가 없도록 노동부는 자기 본분에 충

실해야 할 것이다.

Page 54: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52

비밀을

걷어내는

<일터>

일터 다시보기

공중보건의 시절 어느 교도소에서 근무했다. 1,000명 정도 수감되어 있는 곳이었는

데 매일 ‘순회 진료’를 나가면 70여 명을 진료해야 했다. 대략 전체 인원의 20% 정도

가 진료를 받는, 좀 이상한 상황이었다. 좁은 곳에 여러 명이 불편하게 생활하다 보

니 여기저기 아프기도 할 것이고, 무료한 수감 생활에서 진료시간은 그나마 ‘바깥바

람’을 쐬면서 다른 방의 수감자와 대화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그렇겠거니

했다.

몇 달이 지나서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되었다. 수감자 전원에게 접종해야 해서 순회

진료만으로는 불가능했고, 작업장 (모범수를 중심으로 몇몇 종류의 일을 하면서 기

술도 배우고 약간의 돈도 벌 수 있다)마다 돌아다니면서 접종을 했다. 쇼핑백을 만드

는 작업장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목이 따가웠

기 때문이다. 작업장 안은 약간 과장하면 안개가 낀 듯했다. 목재로 가구를 만드는

작업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좁은 곳에 수십 명이 일하는데 환풍시설이나 공

기정화시설, 심지어 창문조차 없었고, 수감자들은 마스크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내가 무심하게 진료하고 처방했던 호흡기질환자 중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

까, 그 사람들에게 내가 처방한 약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을까, 작업장 환경 문제

때문에 호흡기질환이 발생하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여러 가지 생각

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왜 환자들의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을 확인하기 가장 쉬

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너무 부끄러웠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무엇을 알려고 하고 무엇에 무관심한지,

누구에게 도움되는 것을 알려고 하는지, 그 뭔가를 알게 된 후 어떤 방식으로 행동

하는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자리한다. 나는 내가 편하게 일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

고, 진짜 수감자들의 건강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며, 작업장 환경 문제를 알게 된 후

에는 의무과장에게 문제를 얘기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끝

내 확인하지 않았던, 딱 그 정도였던 거다.

김동근 회원, 의사

1

노동자가 만드는

경제 위기와 총파업, 그리고 건강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행복과 통근시간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이야기

통권 136호 2015년 5월

한국

노동

안전

보건

연구

ww

w.kilsh.or.kr

Page 55: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53

일터를 읽으면서 왜 지나간 일이 생각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일터가 노동 과

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노동자 계급의 편에서 알려내고 바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노동안전건강뉴스, 지금 지역에서는,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현장의 목소리

등 여러 꼭지에서 노동안전보건 관련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를 통해 안전보건활동의 원칙과 실제 도움이 되는 실무적인 정보들을 나눌 수 있다.

나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꼭지에서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에서 발생한 두건의 산재사망 관련 기사를 보면서 특

히나 마음이 아팠다.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에서

는 다양한 노동의 모습과 노동자 건강 문제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어 좋다. 나는

이제껏 연탄으로 구운 고기를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생각은 했어도 고깃집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질환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 5월호의 ‘고

깃집에서도 폐암이?’ 꼭지를 통해서 처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5월호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현대자동차 발암물질 사용 이력 조사사업을 주

제로 한 연구리포트였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업성 암 판정자료 분석에서 직업성 암 신

청자 중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그 시기가 금속노조에서 직업성 암 환

자 찾기 운동을 전개하는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은 나에게 일종의 활력이 되었다. 노

동안전보건운동의 실천이 멀고 힘겨워 보여도 소중한 성과들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어지는 자동차산업 발암물질 이력 정보를 구축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노동자 계급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함께 알아나가는, 그래서 비

밀의 시대를 끝내는 과정이다. 첫걸음이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꼭지는 아무래도 일터 다시보기가 아닌가 싶다. 일터 다시

보기를 쓰면서 더욱 꼼꼼히 지나간 일터들을 읽어보고, 전체 구성을 음미해보고, 의

미를 파악해보게 되었다. 일터를 더 좋아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Page 56: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01506

54

이러쿵저러쿵

“이건희가 살아 있나요?”

삼성노동인권 지킴이 자원활동을 하는 제게 많은 분들이 묻는 첫 질문입니다. 살아

서 휠체어를 탈 정도다, 호흡기로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 이미 뇌사상태라 이재용 회

장 취임만 기다린다, 이미 죽었다 등등 소문이 파다합니다. 어찌 되었든 이건희 회장

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만 확실해보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재용의 화려한(?) 데뷔일겁니다. 며칠 전 신문에 제일모직과 삼성

물산의 합병 기사가 나왔습니다. 바이오산업의 집중과 전략적 투자를 위해서라고 하

지만, 삼성그룹 내의 최대 이윤을 내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의 지분을 높이고 지

주회사를 만들기 위한 승계 수순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승계과

정에서 계열사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의 작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인 몇십조 원의 주식 시세 차익으로 이익을 남기는 그러면

서도 기업 내의 노동자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은 꿈에도 없는 경영방식. 이재

용이 회장이 된다고 해도 이러한 삼성의 경영방식은 변하지 않겠죠.

2013년 말,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삼성의 노조탄압문건이 공개되었습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 신규노조 내부 분열 유도 → 주동자는 위법사실 채증 후 해고∙정직 등으

로 격리하고, 단순 가담자들은 사내 지인과 부서장 면담 등을 통해 탈퇴 유도”, “노

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마시고 조기에 와해시켜 주

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 시켜 나가야 합니

다.” 말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 격리, 조기와해, 고사화, 주동자, 가담자, “노조”라는 말

만 “범죄”로 바꾸면 대응 방침이 똑같습니다. 갑질도 이런 악랄 갑질은 없을 겁니다.

지난 5월 11일 삼성전자 서비스 지회의 노조 탄압 폭로 기자회견이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있었습니다. 작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어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던 일

명 ‘삼성전자 서비스 수리기사 지심도 납치 사건’은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사

건은 이렇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근무를 하고 있던 울산서비스 센터 최명

우 분회장님과 최진림 총무님을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고 불러냈습니다. 그러더니

“좋은 장소에서 밥먹자”며 차에 태웠습니다. 차에는 울산서비스 센터 모영국 사장이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삼성

조윤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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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차를 돌리다 배 출발시간에 딱 맞춰 장승포항에 도착했

습니다. 그리곤 핸드폰을 빼앗더니, 차에 탄 채로 지심도행 배에 실었습니다. 그때부

터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장은 노조탈퇴와 노조해산을 종용하면서 “원

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섬을 못 나간다.”며 그날 마지막 배가 출발하기 전까지 놔주

지 않았습니다. 분회장님은 섬에서 빠져나올 요량으로 “고려해보겠다”는 식의 대답을

하고나서야 겨우 마지막 배편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섬을 나온 이후에도 리조트

에 데려가서 계속적인 노조탈퇴 협박을 거듭한 뒤,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핸드폰

을 돌려받고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온 종일 연락도 할 수도 없고, 언제 풀려날지도 모른 채 섬에 붙잡혀 있었으니 얼마

나 공포스럽고 불안했을까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만으

로 협박과 감시, 미행에 감금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삼성이 광고에선 “당신 곁에서 당

신과 가족들을 지켜드립니다.”라고 하던데 노동자는 미행과 감금을 합니다. 납치도

모자라 이틀 후 사장이 ‘우리 회사 입장을 표명해야 하고 내일 중으로 14년도 계약

관련 통보도 해야 해서’ 라며 다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즉, 원

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재계약 조건으로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면 사돈의 팔촌, 심지어 몇십 년 동안 연락도 안 되던 친구들

에게 “내가 삼성에 근무하는데 말이야, 나 짤리지 않으려면 네가 노조 그만두라”는

연락이 온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광고

를 일간지에 싣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사 측에서 삼성광고가 끊긴다며 거절하거

나, 천만 원이란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요구하여 결국 광고도 싣지 못했습니다. 연구

자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책을 출판하려면 교수직을 걸고 내라는 협박을 감당해야

합니다.

만나는 분들이 제게 묻는 또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삼성 하나 바꿔서 자본주의

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삼성 재벌 하나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배를 불리고, 언론과 검찰, 법조

계를 쥐락펴락하는 삼성은 우리 사회 재벌의 표본입니다.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은 등한시하고 오로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피땀으로 번 돈을 노동조합을

감시하고 탄압하는데 쓰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회사라는

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금의 활동이 모아져서 시민들이 재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

하고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는 그날을 꿈꿔봅니다. 기업이 경영과 분배를 잘하는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노

동인권과 노동환경을 제공하는지를 누구든지 감시하고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

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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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가로열쇠

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준) 1팀이 전동

기구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 사업장 노동

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주요 원인과 영향력을 연

구했다. p.22

2. 지난 5월 20일 울산 근로복지공단본부 앞에서 금속노조

주관으로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 ○○○○ 투쟁을 전개했다.

p.9

3. 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의 생체리듬을 교란시키고 건강을

악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지난 2014년부터 야간

작업 종사자에 대한 ○○○○○○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p.45

5.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에서 작년 주조과 천장에 위험한

물체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 노동안전보건부장이 ○○○○○

을 발동했다. p.40

7. 2013년 12월 출범한 삼성노동인권○○○는 삼성을 노동

권과 인권이 살아 숨 쉬고,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는 기업

을 만들기 위해 법률, 시민사회인권, 학계, 언론계, 종교계,

문화예술계가 모여 구성하였다. p.54

8.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CoV)에 의

한 호흡기 감염증. p.48

세로열쇠

2. ○○○○○○○○○란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에 의거해

사측과 노동자 측이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장 내 노

동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것을 말한다.

p.10

4. 평택에 소재한 운수회사의 이름. 메르스 확진 및 감염자

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여 사

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 p.48

6.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지킬 수 있

는 세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존엄과 안전에 관

한 4.16 ○○○○을 준비하고 있다. p.28

7. ○○○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한편, ○○○의 자회사였던 오스람이 국내에 설립한

오스람 코리아가 하루아침에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려고

해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고 있다. p.14

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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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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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연구소 메일 [email protected],

문자 010-3782-1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