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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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l 스포츠 조작’의 악령이 4년 만에 다시 살아났고, 해외원정도박에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음주운전 사건 등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끊 이지 않았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전 북 현대가 ‘승점 9 삭감’의 징계를 받고 결국 리그 우승을 놓쳤 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지 만, 심판 매수 사건 여파로 2017시즌 같은 대회 출전권을 박탈 당하기도 했다. 2016년은 또 한국 체육을 대표하던 양대 단체인 대한체육회 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해였다. 엘리트 스포츠를 담당하 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맡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 면서 새 출발을 알린 것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체육단체 통합에 반기 를 들었던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통합체육회장에 선 출돼 2021년 2월까지 한국 체육을 이끌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여부로 법적 공방까지 벌인 박 태환도 2016년 스포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금지 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이중처벌’ 성격의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다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을 구한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예선 탈락으로 쓴맛만 봤다. 하지만 이후 전국체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한 뒤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확실한 부활의 발판을 놓았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우승은 두산 베어스와 전북 현대에 돌아갔다.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이 ‘옥의 티’가 되기는 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희 감독은 AFC 올해 의 감독에 선정됐다. 또 두산은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와 한 국시리즈를 석권했고,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을 세우는 등 프로 야구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반면 2015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쌓 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축구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은 나란히 하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밖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우승자 유승민 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소식도 2016년 주요 스포츠뉴스로 손색이 없었다.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2016. 8. 5∼21,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은 8월 5일(이하 현지시간) 부터 21일까지 17일간 리우의 바하, 데오도루, 코파카바나, 마 라카낭 등 4개 지역 32개 경기장에서 206개국 1만1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개·폐회식은 ‘브라질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마라카낭 스타 디움에서 펼쳐졌다. 축구 경기는 리우 외에 벨루오리존치, 브 라질리아, 마나우스, 사우바도르, 상파울루에서도 치러졌다. 리우는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에서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도쿄, 미국 시카고를 제치고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잔치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남미 최초 올림픽…골프 · 7인제 럭비 부활 리우 대회는 120년 올림픽 역사에서 브라질은 물론 남아메 리카 대륙에서도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었다. 1896년 그리스 아 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시작돼 31회째를 맞는 동안 남 미 대륙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기는 처음이었다. 1924년 시작한 동계올림픽도 남미에서 열린 적은 아직 없다. 리우 대회 이전까지 하계올림픽은 세계대전으로 치르지 못 한 1916년(6회)·1940년(12회)·1944년(13회) 대회를 제외하고 총 27차례 개최됐다. 유럽(16회)과 북아메리카(6회), 아시아(3 회), 오세아니아(2회) 대륙에서만 열렸으나 리우 대회로 올림픽 을 개최하지 못한 대륙은 이제 아프리카만 남게 됐다. 리우 대회는 호주에서 열린 1956년 멜버른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남반구에서 치러진 올림 픽이기도 하다. 리우 대회 참가 선수들은 총 28개 종목에서 금메달 306개를 놓고 기량을 겨뤘다. 금메달 수는 2008년 베이징·2012년 런 던 올림픽 때 302개였다가 이번에 4개가 늘었다. 바로 골프(남 녀 개인)와 7인제 럭비(남녀 팀)가 새로 정식종목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골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112년 만에,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9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역대 최다 206개국 참가…지구촌 축제 의미 더한 ‘난민 올림픽팀’ 리우 대회에는 206개국이 참가했다. 2014년 12월 IOC 회원 ① 체육계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와 김종 차관의 몰락 (513점) ②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325점) ③ 박인비, 116년 만의 올림픽 종목 골프서 금메달(311점) ④ 한국양궁, 올림픽 최초 전 종목 석권(215점) ⑤ 리우올림픽서 4회 연속 톱10…‘10-10’ 달성은 실패(209점)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심판매수 등 비리로 몸살(188점) ⑦ 체육단체 통합과 이기흥 체육회장 체제 출범(172점) ⑧ 박태환, 체육회와 갈등 끝에 올림픽 출전…부진 이후 재 기(164점) ⑨ 전북, 10년 만에 아시아축구 정상 탈환…최강희 올해의 감독(119점) ⑩ 프로야구 두산, 21년 만에 통합우승 및 KS 2연패…시즌 최다승(111점) * 연합뉴스 스포츠부에서 30개 후보 항목을 추렸고, 12월 8~13일까지 언론 사 스포츠 담당 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10개의 뉴스를 뽑도록 한 뒤 순위별 점수를 합산한 것임. 연합뉴스 집계 2016년 스포츠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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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2017/A/12_02.pdf · 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346 l 스포츠

조작’의 악령이 4년 만에 다시 살아났고, 해외원정도박에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음주운전 사건 등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끊

이지 않았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전

북 현대가 ‘승점 9 삭감’의 징계를 받고 결국 리그 우승을 놓쳤

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지

만, 심판 매수 사건 여파로 2017시즌 같은 대회 출전권을 박탈

당하기도 했다.

2016년은 또 한국 체육을 대표하던 양대 단체인 대한체육회

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해였다. 엘리트 스포츠를 담당하

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맡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

면서 새 출발을 알린 것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체육단체 통합에 반기

를 들었던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통합체육회장에 선

출돼 2021년 2월까지 한국 체육을 이끌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여부로 법적 공방까지 벌인 박

태환도 2016년 스포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금지

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이중처벌’ 성격의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다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을 구한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예선 탈락으로 쓴맛만 봤다.

하지만 이후 전국체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한 뒤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확실한 부활의 발판을 놓았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우승은

두산 베어스와 전북 현대에 돌아갔다.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이 ‘옥의 티’가 되기는 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희 감독은 AFC 올해

의 감독에 선정됐다. 또 두산은 21년 만에 페넌트레이스와 한

국시리즈를 석권했고,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을 세우는 등 프로

야구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반면 2015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쌓

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축구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은

나란히 하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밖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우승자 유승민

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소식도 2016년

주요 스포츠뉴스로 손색이 없었다.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2016. 8. 5∼21,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은 8월 5일(이하 현지시간)

부터 21일까지 17일간 리우의 바하, 데오도루, 코파카바나, 마

라카낭 등 4개 지역 32개 경기장에서 206개국 1만1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개·폐회식은 ‘브라질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마라카낭 스타

디움에서 펼쳐졌다. 축구 경기는 리우 외에 벨루오리존치, 브

라질리아, 마나우스, 사우바도르, 상파울루에서도 치러졌다.

리우는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에서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도쿄, 미국 시카고를 제치고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잔치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 남미 최초 올림픽…골프 · 7인제 럭비 부활

리우 대회는 120년 올림픽 역사에서 브라질은 물론 남아메

리카 대륙에서도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었다. 1896년 그리스 아

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시작돼 31회째를 맞는 동안 남

미 대륙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기는 처음이었다. 1924년 시작한

동계올림픽도 남미에서 열린 적은 아직 없다.

리우 대회 이전까지 하계올림픽은 세계대전으로 치르지 못

한 1916년(6회)·1940년(12회)·1944년(13회) 대회를 제외하고

총 27차례 개최됐다. 유럽(16회)과 북아메리카(6회), 아시아(3

회), 오세아니아(2회) 대륙에서만 열렸으나 리우 대회로 올림픽

을 개최하지 못한 대륙은 이제 아프리카만 남게 됐다.

리우 대회는 호주에서 열린 1956년 멜버른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남반구에서 치러진 올림

픽이기도 하다.

리우 대회 참가 선수들은 총 28개 종목에서 금메달 306개를

놓고 기량을 겨뤘다. 금메달 수는 2008년 베이징·2012년 런

던 올림픽 때 302개였다가 이번에 4개가 늘었다. 바로 골프(남

녀 개인)와 7인제 럭비(남녀 팀)가 새로 정식종목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골프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112년 만에,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9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 역대 최다 206개국 참가…지구촌 축제 의미 더한 ‘난민 올림픽팀’

리우 대회에는 206개국이 참가했다. 2014년 12월 IOC 회원

① 체육계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와 김종 차관의 몰락(513점)

②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325점)

③ 박인비, 116년 만의 올림픽 종목 골프서 금메달(311점)

④ 한국양궁, 올림픽 최초 전 종목 석권(215점)

⑤ 리우올림픽서 4회 연속 톱10…‘10-10’ 달성은 실패(209점)

⑥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심판매수 등 비리로 몸살(188점)

⑦ 체육단체 통합과 이기흥 체육회장 체제 출범(172점)

⑧ 박태환, 체육회와 갈등 끝에 올림픽 출전…부진 이후 재기(164점)

⑨ 전북, 10년 만에 아시아축구 정상 탈환…최강희 올해의 감독(119점)

⑩ 프로야구 두산, 21년 만에 통합우승 및 KS 2연패…시즌 최다승(111점)

* 연합뉴스 스포츠부에서 30개 후보 항목을 추렸고, 12월 8~13일까지 언론

사 스포츠 담당 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10개의 뉴스를 뽑도록 한 뒤 순위별

점수를 합산한 것임.

연합뉴스 집계 2016년 스포츠 10대 뉴스

Page 2: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2017/A/12_02.pdf · 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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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으로 승인받은 코소보와 2015년 8월에 206번째 회원국 자격

을 얻은 남수단까지 모두 출전해 참가국은 역대 최다가 됐다.

2008년 베이징·2012년 런던 대회의 참가국 수는 204개였다.

여기에 ‘난민 올림픽팀’(Refugee Olympic Team·ROT)이 지

구촌 대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IOC는 내전 등으로 상처받은 난

민도 올림픽에 출전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상 처음 난민들

로 팀을 꾸리기로 하고 선수 10명을 선발해 리우 대회 출전 기

회를 줬다. 국가별로는 남수단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시리

아 2명, 콩고민주공화국 2명, 에티오피아 출신이 1명씩이다. 남

자가 6명, 여자는 4명이며 종목별로는 육상 6명, 수영과 유도

2명씩으로 구성됐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들은 비극에 직면한 전 세계

난민에게 인류애의 위대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난민 팀의 참

가 의의를 밝혔다.

난민 팀은 개회식 때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에서 오륜이 그

려진 IOC 깃발을 들고 입장했다.

■ 태극전사, 4회 연속 톱10…‘10-10’은 실패

한국은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를 수확해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이로써 2004년 아테네 올

림픽부터 4개 대회 연속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1948년 런던 대회에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

극기를 앞세워 입장한

우리나라는 1984년 로

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종합 순위 10

위를 차지했다. 이후

리우 대회까지 총 8개

대회에서 상위 10위 안

에 들며 스포츠 강국

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간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만 10위권 밖

(12위)으로 밀렸다.

다만, 우리나라 선수

단은 리우로 떠나기 전

목표로 했던 10개 이상

의 금메달로 종합 순위 10에 안에 들겠다는 ‘10-10’은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2004년 아테네 대회(금 9, 은 12, 동 9) 이후 12년 만이다. 아테네

이후 한국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서 잇달아 금메달 13

개씩을 거둬들여 연속 ‘톱 10’에 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7위, 런

던에서는 1988년 서울 대회(4위) 이후 최고인 5위에 올랐다.

■ 양궁 전 종목 싹쓸이…유도 · 레슬링은 ‘노골드’

전통적 ‘효자종목’인 양궁, 태권도 등이 리우 대회에서도 메

달 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양궁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4개(남녀 개인전·남녀 단체전)를 독차지했다. 태권도

에서는 금메달 2개(여자 49㎏급·여자 67㎏급)와 동메달 3개

등 출전 선수 다섯 명 모두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사격(남자 50m 권총), 펜싱(남자 에페)에서도 ‘금빛 낭보’가

전해졌다.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골프에서는 박인비(KB금융

그룹)가 여자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다른 종목은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유도, 레슬링, 복싱 등 투기 종목에서 금메달 2

개 이상을 바라봤으나 하나도 따내지 못했다.

유도의 경우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금메달을 하나도 따

지 못한 것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6년 만이었다. 레슬링

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금 1, 동 1) 이후 가장 부진했던 2008

년 베이징 대회 때처럼 동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배드민턴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

나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챙겼지만, 이번엔 동메달 1개에 만족해야 했다.

여전히 일부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수영, 체조 등 기

초 종목도 대체 선수 발굴 등의 과제를 재확인했다.

■ 리우에서 울고 웃은 별들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며 기적을 일군 펜싱의

박상영(한국체대)은 리우에서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세계 랭킹 21위인 박상영은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세계 3위 게저 임레(헝가리)에게

10-14로 끌려갔다. 한 포인트만 더 내주면 패하는 위기의 순간,

박상영은 “할 수 있다”라고 반복해서 읊조렸다. 그러더니 내리

5포인트를 따내 15-14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박상영을 지켜보

며 우리 국민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한국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룬 양궁에서 남녀부 2관왕을 차지한 구본찬(현대제철), 장혜

진(LH)도 ‘2인자’ 설움을 털어내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

았다.

▲ 8월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을 마치고 한국 남녀대표팀의 최미선(왼쪽부터), 장혜진, 기보배, 이승윤, 구본찬, 김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age 3: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2017/A/12_02.pdf · 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348 l 스포츠

탁구국가대표 출신 유승민은 비록 선수로 리우 땅을 밟은

것은 아니지만, 대회 기간 중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으로 선

출돼 최근 한국 스포츠 외교의 공백을 메워줄 ‘구원투수’로 떠

올랐다.

외국 선수 중에서는 단체전을 시작으로 개인종합, 도마, 마

루까지 금메달 4개를 손에 넣으며 세계 여자 기계체조 지형을

바꾼 시몬 바일스(미국), 수영 여자 자유형 100m 공동 금메달

리스트인 시몬 마누엘(미국) 등이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그었

다. 두 흑인 여자 선수는 백인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체조와 수

영에서 금메달을 따내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

망을 보여줬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5관왕에 올라 개인 통산

23번째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반면 고개를 숙인 스타들도 있었다.

도핑 규정 위반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나서도 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이 잡힐 뻔한

한국수영의 간판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

소(CAS)의 판단까지 구한 끝에 4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련량 부족으로 출전한 종목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고 일찌감치 귀국길에 올랐다.

일본 여자레슬링의 ‘살아 있는 전설’ 요시다 사오리는 올림

픽 4회 연속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뒤 한동안 매트에서 눈

물을 흘렸다. 장대높이뛰기 세계신기록만 17차례 세운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는 자국이 도핑 파문에 휘말린 탓에

아예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 최룡해 파견에도 기대 못 미친 북한

탁구, 체조, 역도, 사격 등 총 9개 종목에 남자 11명, 여자 20

명 등 31명의 선수를 리우에 파견한 북한은 금메달 2개, 은메

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순위 34위에 머물렀다.

북한은 스포츠광(狂)으로 알려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처음 열린 올림픽인 4년 전 런던 대회에서는 금메달 4개, 동메

달 2개로 20위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거둔 단

일 대회 최다 금메달 수와 같았다.

북한은 리우에서 런던 이상의 성과를 노렸다. ‘체육 강국’을

국가사업으로 내세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구 반대

편 리우로 최측근이자 권력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을 파견했다. 4년 전에는 박명철 체육상을 단장으로 런던에 보

냈으나, 이번에는 상무위원으로 격을 대폭 높이는 등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은 리우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런던 대회 여

자 역도 69㎏급 금메달을 딴 림정심이 75㎏급으로 체급을 올

려서도 세계 정상을 지키고, 남자 체조 도마의 리세광이 시상

대 맨 위에 오른 뒤로 북한의 금메달 소식은 끊겼다.

■ 치안 · 인프라 등 우려 속 대회 운영은 무난

리우 대회는 개막 전부터 치안 불안과 지카 바이러스, 인프

라 부족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브라질 당국은 2012년 런던 대회의 2배에 해당하는 8만5

천 명의 치안 요원을 동원해 ‘무법천지’로 알려졌던 리우에

서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줬다. 그러나 이전 올림픽

과 비교하면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까지 사건·사고에 그대

로 노출되는 등 올림픽 가족의 안전을 온전하게 보장하지는

못했다.

호주 조정 대표팀 코치와 포르투갈 교육 장관이 강도를 만

나는가 하면, 벨기에 유도 동메달리스트는 휴대전화를 훔친 도

둑을 쫓다가 얼굴을 얻어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올림픽 선수촌 내 숙소에서 도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대회

조직위원회가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대회 개막 전 호주 선수단이 선수촌 입촌을 거부하는 등 각

종 시설이 올림픽 개최도시에 걸맞지 않다는 불만도 여기저기

서 터져 나왔다.

또 브라질 국민의 관심이 낮은 데다 치안을 우려한 해외 스

포츠팬들의 방문이 줄어들어 관중몰이에도 실패했다는 평가

가 나왔다.

대회 기간 내내 도핑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1만1천여 명

의 선수들 가운데 최소한 120명이 과거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

격 정지를 당하거나 메달 등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로 선수에게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투여한 정황이 드러

난 러시아의 선수들이 천신만고 끝에 리우 무대에 섰으나, 심

지어 같은 선수끼리도 이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경기와 관련해서는 큰 잡음이

없었고, 대회 운영도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

러 역대 최저급 예산을 들이고도 ‘다양성’과 ‘자연’으로 브라질

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개회식은 세계인의 감동과 찬사

를 끌어냈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긴 대회 조직위원회는 약 2천500명

에 이르는 모든 메달리스트에게 일회용으로 버려지게 되는

꽃다발 대신 나무로 만든 작은 상징물을 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사상 첫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양궁 대표팀이 역사를 새로 썼고, 대역전극의 주인공 박상영의 “나는 할 수 있다” 주문은 많은 이의 삶에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사진은 리우, 영광의 순간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