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 장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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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l 문 화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9월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 를 취하고 있다. 다른 한국 무용수들의 낭보도 이어졌다. 최영규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한서혜는 미국 보스턴발레 단, 이상은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에서 각각 수석무 용수로 승급됐다. 박세은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제1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강철나비’ 강수진 현역 은퇴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종신 단원이자 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강수진이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쳤다. 현지 관객들은 막이 내리자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로 강수 진의 마지막 무대를 배웅했다.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고마워 요 수진’(Danke, Sue Jin) 손팻말도 객석을 뒤덮었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1993년 ‘로미오 와 줄리엣’에서 주연으로 데뷔하고 1996년 수석무용수에 오르 며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 부문을 수상하고 2007년에는 독일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캄머탠처린’(궁정무용가) 칭호를 받는 등 숱한 영광을 안아왔다. 2014년 2월부터 국립발레단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행정 경 험이 전무하다는 우려에도 불구, 국립발레단을 안정적으로 이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 불 수교 130주년…한국 무용 인기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한국 무용 단체가 잇 따라 프랑스 공연을 열었다. 국립무용단은 리옹의 ‘레 뉘 드 푸 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한국 전통의 수묵화와 서예에서 영감 을 받은 창작 작품 ‘묵향’을 선보였다. 프랑스의 5대 국립극장 중 하나인 샤요국립극장의 초청으 로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 등이 ‘이미아직’, ‘시간의 나 이’ 등 5편을 연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아직’(안애순 안무)은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인 ‘꼭 두’를 모티프로 삼아 ‘이미’와 ‘아직’이라는 모순된 두 시점을 동시에 나열한다. 죽음을 삶의 연장선에서 보는 동양적 세계 관을 담은 작품으로 해석된다. ‘시간의 나이’는 샤요국립극장 의 예술감독인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불 공동제작 공연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전통춤에 몽탈보의 현대적 감각과 영상이 더 해진 작품이다. 세계 무용 중심지 중 한 곳으로 분류되는 파리에서 우리 무 용 단체의 작품이 연달아 공연되며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입 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문화재 지정 두고 갈등 계속된 전통무용계 전통무용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다. 문화재청이 진행한 심사위원 선 정, 심사과정 등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결국 살풀이춤, 승무는 보유자 인정 예고가 보류됐고, 태평 무에서는 양성옥 씨가 인정 예고됐으나 일부 무용계의 반발로 결국 인정이 무산됐다. 인간문화재는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보유자로 이어지는 중 요무형문화재 전승자 체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다. 보유자가 되 면 1년에 한 차례씩 공개 행사를 하고 전수교육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지만, 매달 전승금으로 131만7천원(전승취약 종목 171만원)을 받는다.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던 1세대 보유자들의 별세로 세대교체 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엇비슷한 기량의 문하생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는 주장도 나왔다. 영 화 개 요 2016년 극장 관객 수는 4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지만,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반면,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횟수는 4.20회로 세계 최 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극장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6년에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부산행’ 한 편뿐이었다. 메가 히트작은 예년보다 드물었지만, 소재와 장르의 지평은 한 층 넓어졌다. 좀비와 동성애, 무속, 원전 등 한국영화에서 좀처 럼 보기 힘든 소재의 작품이 등장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소 재가 낯설더라도 작품성 있고 잘 짜인 이야기라면 대중적 인 기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영화산업 매출액 3년 연속 2조원대…관객 수 6년 만 에 감소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영화산업 매출은 2조2천730억원으로 2015년 대비 7.6%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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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l 문 화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9월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른 한국 무용수들의 낭보도 이어졌다.

최영규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한서혜는 미국 보스턴발레

단, 이상은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에서 각각 수석무

용수로 승급됐다. 박세은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제1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 ‘강철나비’ 강수진 현역 은퇴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종신 단원이자 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강수진이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쳤다.

현지 관객들은 막이 내리자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로 강수

진의 마지막 무대를 배웅했다.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고마워

요 수진’(Danke, Sue Jin) 손팻말도 객석을 뒤덮었다.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1993년 ‘로미오

와 줄리엣’에서 주연으로 데뷔하고 1996년 수석무용수에 오르

며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 부문을 수상하고 2007년에는 독일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캄머탠처린’(궁정무용가) 칭호를 받는 등

숱한 영광을 안아왔다.

2014년 2월부터 국립발레단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행정 경

험이 전무하다는 우려에도 불구, 국립발레단을 안정적으로 이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한 · 불 수교 130주년…한국 무용 인기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한국 무용 단체가 잇

따라 프랑스 공연을 열었다. 국립무용단은 리옹의 ‘레 뉘 드 푸

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한국 전통의 수묵화와 서예에서 영감

을 받은 창작 작품 ‘묵향’을 선보였다.

프랑스의 5대 국립극장 중 하나인 샤요국립극장의 초청으

로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 등이 ‘이미아직’, ‘시간의 나

이’ 등 5편을 연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아직’(안애순 안무)은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인 ‘꼭

두’를 모티프로 삼아 ‘이미’와 ‘아직’이라는 모순된 두 시점을

동시에 나열한다. 죽음을 삶의 연장선에서 보는 동양적 세계

관을 담은 작품으로 해석된다. ‘시간의 나이’는 샤요국립극장

의 예술감독인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의 협업으로 탄생한

한·불 공동제작 공연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전통춤에 몽탈보의 현대적 감각과 영상이 더

해진 작품이다.

세계 무용 중심지 중 한 곳으로 분류되는 파리에서 우리 무

용 단체의 작품이 연달아 공연되며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입

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인간문화재 지정 두고 갈등 계속된 전통무용계

전통무용계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

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다. 문화재청이 진행한 심사위원 선

정, 심사과정 등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결국 살풀이춤, 승무는 보유자 인정 예고가 보류됐고, 태평

무에서는 양성옥 씨가 인정 예고됐으나 일부 무용계의 반발로

결국 인정이 무산됐다.

인간문화재는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보유자로 이어지는 중

요무형문화재 전승자 체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다. 보유자가 되

면 1년에 한 차례씩 공개 행사를 하고 전수교육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지만, 매달 전승금으로 131만7천원(전승취약 종목

171만원)을 받는다.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던 1세대 보유자들의 별세로 세대교체

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엇비슷한 기량의 문하생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는 주장도 나왔다.

영 화

■ 개 요

2016년 극장 관객 수는 4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지만,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반면,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횟수는 4.20회로 세계 최

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극장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6년에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부산행’ 한 편뿐이었다.

메가 히트작은 예년보다 드물었지만, 소재와 장르의 지평은 한

층 넓어졌다. 좀비와 동성애, 무속, 원전 등 한국영화에서 좀처

럼 보기 힘든 소재의 작품이 등장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소

재가 낯설더라도 작품성 있고 잘 짜인 이야기라면 대중적 인

기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 영화산업 매출액 3년 연속 2조원대…관객 수 6년 만에 감소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영화산업 매출은 2조2천730억원으로

2015년 대비 7.6%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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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2조원대를 이어갔다.

반면 총관객 수는 2억1천702만 명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

했다. 감소폭은 매우 미미하지만, 2010년 이후 첫 감소세를 보

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횟수는 4.20회로 세계 최고 수준

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극장 관객 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

들었으며,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것으로 영진위는 분석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영화 총관객 수는 1억1천65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외국영화 총관객 수는 1억47만 명

으로 3.7% 감소했다. 관객 점유율은 한국영화 53.7%, 외국영화

46.3%로 각각 집계됐다.

한국영화 수출실적은 1억109만 달러로 전년보다 82.1% 급

증했다. 완성작 수출액은 4천389만 달러로 49.4% 증가했고,

서비스 수출액은 5천720만 달러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부산행’ 등 주요 작품의 수출

실적과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 늘어난 점이 전체적인 수출실

적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행’은 일본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남미 등 총

156개국에 판매됐다.

■ 100억원대 한국영화 급증…온라인 시장 4천억원대 돌파

영진위가 2016년 극장 개봉한 한국영화 302편 가운데 40회

이상 상영된 작품 178편을 대상으로 제작비를 조사한 결과, 순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포함한 합계는 4천264억원으로 편당 평

균 총제작비는 24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제작비 구간별 편수를 살펴보면, 100억원 이상 소요된 영

화 편수의 증가가 가장 눈에 띈다. 총제작비 80억원 이상인

영화 편수는 20편으로 전년도 19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00

억 원 이상의 영화 편수(14편)는 2015년(6편)에 비해 크게 증가

했다.

80억∼100

억원 규모의

영화는 상대

적으로 줄어

들었다. 이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상

업영화 제작

이 늘고 있고,

극 장 배 급 에

필요한 비용

이 전반적으

로 상승하는

추세가 반영

된 것으로 보

인다.

이 가운데

‘상업영화’ 82

편의 평균 투

자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은 8.8%로 집계됐다. 여기서

상업영화는 총제작비 10억원 이상이거나 최대 개봉관 수가

100개 관 이상인 한국영화를 말한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광역 개봉한 영화일수록 수익률이

높았지만, 중·저예산 영화의 수익률은 낮게 나타나 중·저예

산 영화 제작 유통의 어려움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1인당 평균 영화 관람요금(6월 1일~8월 31일 기준)

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8천36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관람 요금이 7천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0년

의 일이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좌석별·시간대별 요금 차

별화를 시도해 평균 관람 요금이 사상 처음으로 8천원대에

진입했다.

영화 온라인 시장은 그간 정체되던 성장세를 딛고 2015년

대비 23.2%의 증가율을 보이며, 총매출액 4천억원대를 돌파했

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TV VOD와 인터넷 VOD 시장의 꾸

준한 성장에 힘입어 4천125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5년 대비

23.2% 증가했다.

■ 소재 · 장르의 다양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가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샤머니즘과 오컬트, 좀비물까지 한데 녹여낸

‘곡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이야기와 충격적인 영상,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관객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영화

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새로

운 소재와 장르로도 충분히 흥행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동성애 금기를 허물었다. 박 감독

은 ‘공동경비구역JSA’(2000)에서 남·북병사 간 우정을, ‘올드

보이’(2003)에서는 근친상간을, ‘박쥐’(2009)에서는 가톨릭 성

직자의 성적 욕망을 다루는 등 늘 사회적 금기에 도전해왔다.

‘아가씨’에서는 두 여배우의 강도 높은 성애묘사가 나왔지

만, 폭력은 줄고 이야기 전개는 한층 흥미로워져 박 감독의 청

소년관람 불가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국내에서 429만

명이 관람했다.

‘곡성’과 ‘아가씨’는 기존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났지만, 작품

성은 물론 영화적 재미를 갖추면서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받

아들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곡성’

에도 좀비가 나오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KTX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등장하는 좀비 떼의 파괴력은 훨씬 컸다. 국내 여름

시장에서 천만 관객을 ‘부산행’에 태웠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도 소재와 내용 측면에서 기존 영화

들과 선을 긋는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귀다

툼을 하는 악인들의 모습을 담은 ‘아수라’는 선과 악의 대결,

권선징악 등 한국영화의 흥행공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때문

에 주목할 만한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아수리언’

이라고 칭하는 ‘아수라’ 마니아층이 생기는 등 팬덤을 만들어

냈다.

이외에 중·저예산 영화 가운데 선천적 멀미 증후군(‘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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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시간이 멈춘 세계(‘가려진 시간’) 등 참신한 소재를 다룬 영화

들이 속속 등장해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 하정우가 5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 블록버스터 4편…여름 성수기에 모두 흥행

‘상반기는 외화, 하반기는 한국영화 강세’ 공식은 2016년에

도 재연됐다. 상반기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470만

명),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연초 ‘검사외전’(868만 명) 이후 흥행작 고갈에 시달리던 한

국영화는 ‘곡성’(688만 명), ‘아가씨’(429만 명)로 흥행에 시동

을 걸었다. 이어 여름 시장에서 ‘부산행’(1천157만 명)을 시작

으로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덕혜옹주’(560만 명), ‘터널’

(712만 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차례로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밀정’(750만 명)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기세를 몰아 9월 극장가까지 장악하면서 여름 성수기에서 추

석 연휴로 이어지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64.5%에 달했다.

비수기로 여겨지던 10월 시장에서도 ‘럭키’가 10월 한 달간 572

만 명(누적 698만 명)을 모으며 중박 흥행을 기록했다.

2016년 전체영화 흥행 순위 10위권 작품을 보면 1위는 ‘부산

행’(1천156만 명), 2위 ‘검사외전’(971만 명), 3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 4위 ‘밀정’(750만 명), 5위 ‘터널’(712만 명),

6위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7위 ‘럭키’(698만 명), 8위 ‘곡성’

(688만 명), 9위 ‘덕혜옹주’(560만 명), 10위 ‘닥터 스트레인지’

(545만 명) 등의 순이었다.

■ ‘사회비판’, ‘여성영화’도 주목

2015년 ‘내부자들’, ‘베테랑’이 각각 범죄와 액션 장르지만

사회비판 테마를 접목해 관객과 거리를 좁힌 것처럼 2016

년 개봉한 ‘부산행’, ‘터널’, ‘판도라’도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정부의 무능력과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꼬집

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잇따라 선보였다. ‘동주’

를 시작으로 ‘귀향’,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이

줄줄이 개봉됐다.

남성영화 홍수 속에 ‘굿바이 싱글’, ‘아가씨’, ‘덕혜옹주’와 같

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도 등장했지

만,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 총 24편 중 여성 주인공

작품은 6편, 여성 감독의 작품은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

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 등 2편으로 아직 상업

영화 시장 내에서 여성영화인의 입지는 넓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성영화가 논란과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관객들이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 재개봉 영화 열풍

2013년 총 34편이던 재개봉 영화 편수는 2016년 90편으로

늘었다. 2015년 재개봉한 ‘이터널 션사인’(재개봉 관객 32만4천

명)의 성공이 재개봉 붐의 실마리가 됐다. 재개봉 영화는 신작

보다 마케팅 비용이 덜 드는 데다, 안정적인 관객 확보가 가능

하고, IP(인터넷)TV 등 온라인 시장에 다시 소개돼 매출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노트북’(18만2천 명)이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1

위를 기록했고 ‘글루미 선데이’, ‘색,계’, ‘죽은 시인의 사회’, ‘비

포 선라이즈’, ‘500일의 썸머’ 등 추억의 영화들도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 영비법 개정안 발의

2016년에는 총 5건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10월에 발의된 2

건이 관심을 끌었다.

이 2건의 법안에는 그동안 업계에서 논쟁을 불러왔던 영화

대기업의 이른바 수직계열화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최

초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멀티플렉스에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제

한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을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등 그간

영화계 일각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불공정거래의 문제

들을 영비법으로 해결해 보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이해당사자들의 사업운영을 직접 제한하는 내용이어

서 입법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종 교

■ 개 요

2016년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종

교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종교계 전반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종교계가 이처럼 한 목

소리로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