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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과학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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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생명과학과 법

  • 목 차

    - 3 -

    의생명과학과 법 第11卷

    목 차

    ◈ 연구논문 ◈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김일룡 ············ 5

    독일에 있어서 종교적 이유로 아동의 포경수술을 행한 의사의

    형사책임 ············································································ 박희영 ·········· 33

    중국 의료기관의 현황과 의료기관 관리 법제 검토 ················ 김정진 ·········· 65

    뇌과학 증거와 증거능력에 관한 소고

    - 미국 루이지애나 주 판례를 중심으로 - ··················· 김희정 ·········· 89

    희귀난치성질환 대책에 대한 소고

    - 일본의 난병환자에 대한 의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

    ············································································ 박정일 종석 ········ 109

    의료과오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론 ·············································· 이정환 ········ 131

    ◈ 부 록 ◈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4 -

    의생명과학과 법 第11卷

    Contents

    A Critical Review of Judicial Precedents on the Concept

    of Medical Care Level ··································· Kim, Il-Ryong ············ 5

    Criminal Liability for a religious circumcision on a boy

    of surgeon in Germany ··························· Park, Hee-Young ·········· 33

    Chinese Medical Institution and Its Management Legal System

    ················································································ Kim Jung-Jin ·········· 65

    The study on legal standards of admissibility of neuroscience

    evidence - Focusing on Louisiana Criminal Cases -

    ············································································· Kim, Hee-Jung ·········· 89

    Concerning on measures for rare incurable or intractable diseases

    - Based on the Japanese Legislative Bill of Rare Incurable

    or Intractable Disease patients -

    ············································ Park, Jeong-Il Won, Jong-Seok ········ 109

    Causality theory in medical malpractice ········ Lee, Jeong-Hawn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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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2014. 06)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A Critical Review of Judicial Precedents on the Concept

    of Medical Care Level1)

    김 일 룡*

    Kim, Il-Ryong

    《 목 차 》

    Ⅰ. 머리말

    Ⅱ. 의료수준 개념의 출현과 전개

    Ⅲ. 의료수준과 주의의무의 관계

    Ⅳ. 맺음말

    Ⅰ. 머리말

    1. 의료사고 발생의 모습

    의료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범위에서 실시되고 있다. 의료분

    쟁의 전제가 되는 의료사고는 의료행위 자체가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진료과목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빈

    *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위원, 법학박사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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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분쟁과 무관한 진료과목이나 의료행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내성이 약한 태아나 유아 또는 고령자 등 약자가 지나치게 가혹한 상황에

    처하면 의료사고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의료사고 자체는 모든 연령층

    에서 발생한다. 오늘날에는 사망․고도장해와 같은 큰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체적인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게 되었다. 또한 최고 수준의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치유의 가망이

    없는 질환이라고 해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 치료의

    절차가 불충분하다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

    료과오소송은 각 사건의 개성이 강하여, 동일한 질환이기 때문에 동일한 결과가

    발생할 것 같아도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의료사고는 그 원인으로 된 행위를 기준으로, 예컨대 수술 중에 의료인의 실

    수로 발생한 자창에 의하여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예와 같이, 의료행위자의 작위

    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작위형)과 해야 할 검사를 태만히 하여 결과적으로 처치

    가 지연됨으로써 사망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부작위

    형․질병악화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부작위라는 것은 무언가 치료행위가 행해졌으나 그것이 적확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는 의미 또는 결과발생을 방지

    하기 위해서 해야 할 행위가 아무것도 행해지지 않았거나 불충분하다는 의미에

    서의 부작위이다. 요컨대 작위형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함으로써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이고, 부작위형은 하여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서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2.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책임

    민법에는 제390조에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

    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같은 법

    제750조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

    해배상청구에, 후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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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통설과 판례1)는 청구권경합설의 입장에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손해배상청

    구권을 행사하여 패소하더라도 다른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의사․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사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과거에는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게 되면 과실의 증명책임을 환자

    인 피해자(채권자)가 부담하고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는 과실의

    부존재의 증명책임을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 채무불이행책임을 추궁하

    는 쪽인 피해자(채권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강조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계약관계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기한 사무처리를 그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이고,2) 그 결과 치유의 달성을 내용으로

    하지 않는 수단채무라는 것이 확인됨으로써,3)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는 경

    우에도 의사로서 본래 이행해야 할 의료와 현실에 제공된 채무 사이의 격차(채

    무불이행사실)를 채권자인 피해자 측에서 명백히 할 필요가 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으로 환자 측이 과실을 입증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되었

    다.4) 즉 의료계약은 위임계약이므로 환자가 완치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불

    완전이행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결과에 관계없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무를 위반한 경우에 비로소 불완전이행이 인정되기 때문에 주의의무위반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인 피해자 측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의료소송에

    서는 청구권의 근거로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엄격히 구별해야 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의료사고를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는 경우에 배상

    책임의 성립요건인 ① 가해행위, ② 가해행위에 과실(주의의무위반)이 존재할

    것, ③ 손해의 발생, ④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피해자 측이 모두

    증명해야 하며,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함에 있어서는 피해자 측이 ① 계약의

    성립, ② 이익의 침해 ③ 이익의 침해에 과실(주의의무위반)이 존재할 것, ④ 손

    해의 발생, ⑤ 이익침해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5) 결국

    1) 대법원ᅠ1963.7.25.ᅠ선고ᅠ63다241ᅠ판결.2) 대법원ᅠ2009.5.21.ᅠ선고ᅠ2009다17417ᅠ전원합의체 판결.3) 대법원ᅠ2001. 11. 9.ᅠ선고ᅠ2001다52568ᅠ판결.4) 김용한, “의료과오”,「대한변호사협회지」, 대한변호사협회, 1984, 33쪽.

    5) 다만, 대법원은 의료과오의 민사판결에서는 피해자에게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입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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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에 있어서 피해자가 배상책임을 받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책임으로 이론

    을 구성하든,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이론을 구성하든 ‘과실’ 즉 주의의무위반에 대

    한 입증은 피해자 측에서 부담하게 된다.

    한편, 형법 제14조에서는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

    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

    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의료업무를 하던 중 인신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의사에

    게 과실이 있다면 이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의 형사책임을 부담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의사의 고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 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또는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기 위

    해서는 모두 과실을 그 요건으로 하게 되는데, 과실의 개념 자체는 민사책임이

    든 형사책임이든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6)

    3. 논의의 방향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의 기초가 되는 불법행

    위․채무불이행은 어느 쪽이든 과실책임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나아가 이로 인한 형사책임도 행위자에게 과실이 없으면 부담하지 않는다. 과실은 주의의무위

    반과 동일한 개념으로서, 의료과실이 문제되는 경우에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

    단함에 있어서 판례는,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

    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

    의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7) 따라서 만약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

    반이 있으면 법률상의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 경우 당해 의료행위를 한 의사

    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 의

    료행위의 수준을 규범적으로 평가한 후 이를 실제 의료행위를 한 당해 의사의

    행위와 비교해보아야 한다는 것이 통설, 판례의 입장이다. 이러한 규범적 평가

    증책임의 완화를 도모하고 있다(대법원ᅠ1995.2.10.ᅠ선고ᅠ93다52402ᅠ판결).6) 물론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해자의 구제라는 측면에서 민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형평

    에 맞으나 형벌로 강제하는 형사책임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본질과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민사책임이냐 형

    사책임이냐에 따라 과실의 개념 또는 그 내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7) 대법원ᅠ2006.11.23.ᅠ선고ᅠ2005다11688ᅠ판결.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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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의한 의료행위의 수준을 “의료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료수

    준” 개념이 판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유형화하여 그 의미들

    을 정확히 파악한 후 과실론 전체의 관점에서 체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 논문에서는 과실론의 일반적 체계와 합치하는 의료수준 개념을 도출하기

    위하여 의료수준 개념의 발생과 전개상황을 살펴본 후,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의료수준”의 개념을 의미 차이에 따라 유형화하고, 이를 과실 일반론의 체계에

    적용하여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의료수준”의 개념을 도출해 보기로 한다.

    Ⅱ. 의료수준 개념의 출현과 전개

    1. 의료수준 개념의 출현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의료수준”이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처음 논의

    되기 시작하였다. 그 시발점은 일본 판례가 “의료관계자의 경우에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내용은 사람의 생명 및 건강을 관리해야 할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방지를 위하여 실험상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8)라고 한 것에서부터 시작

    되었다.9) 그 후 “사람의 생명 및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위험방지를 위한 실험상 필요로 하는 최선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는 것은 이미 당 재판소의 판례인바 … 의사로서는 환자의 병

    상에 충분히 주의하여 그 치료방법의 내용 및 정도에 대하여는 진료당시의 의

    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그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만전의 주의

    를 기울여 그 치료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당연하다”

    고 하면서, “본건 진료시의 의학의 수준…에 있어서 뢴트겐선 조사에 의한 치료

    8) 最判 1961. 2. 16. 民集 15卷 2號, 244面. 이는 매독환자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 수혈함으

    로써 매독에 감염된 피해자에 대한 것인데, 당시 의사는 매독감염의 위험 유무를 짐작하기

    에 충분한 사항을 문진하여 위험이 없다고 인정되는 혈액공급자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 수

    혈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문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의 주의의무를 인정한 판결이었

    다.

    9) 浦川道太郞 外 3 編,「醫療訴訟」, 民事法硏究會, 2010, 66面.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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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시에 암의 발생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위험성

    을 동반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뢴트겐선 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치료효과가

    커지는 것은 용이하게 상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그 병상과 치

    료 효과, 무릅쓴 위험도와의 조화와 그 치료를 한 의사로서 담당해야 할 주의여

    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여 주의의무위반을 긍정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10) 이 판결에서는 치료의 효과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을 비교함

    에 있어 “진료당시의 의학의 수준”이 기준으로 제시되었다.

    이 기준은 그 후 미숙아망막증의 치료를 둘러싼 일련의 판례에서 다시 전개

    되어, 피고 의사가 실시한 예방 내지 치료방법은 “당시에 이 증세에 관한 학술

    상의 견해나 임상지식으로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바, 대체로 이에 따라서

    행해진 것이어서 당시의 의학수준에 적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특히 이상 내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처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의사로서 재량의 범위를 넘은 부당한 것이었다고 할 수 없다”라는 표현이 사용

    되었고,11) 그 후 “사람의 생명 및 건강을 관리해야 할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방지를 위하여 실험상 필요로 하는 최선의 주의의무

    를 요구받지만, 위 주의의무의 기준으로 되어야 하는 것은 진료당시의 소위 임

    상의학의 실천에 있어서의 의료수준이다”라는 형태로 수렴되었다.12) 이러한 과

    정을 거쳐 일본에서는 미숙아망막증을 둘러싼 다수의 판결을 통하여 의료사고

    소송의 판단절차에서 나타난 의료수준론이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의무위반의 판

    단기준으로 정립되었고, 소송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 후 의료수준을 둘러싼 논의는 전국 일률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개

    별적으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서 의료수준은 전국 일률

    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해석하는 입장이 다수설이었지만, 최고재판소는 미숙아

    망막증의 치료에 관한 판시 가운데에서, 의학적 지식의 보급에 대한 일반론을

    전개한 다음, 치료 시에 의사가 당해 영역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인지 여부, 의

    료기관의 환경적․지리적 요인 등도 고려하면서 당해 의료기관의 성격, 소재지역의 의료환경의 특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13) 판결은 “신규의 치료법이 개발되고 그것이 각종 의료기관에 침투하

    10) 最判 1969. 2. 6. 民集 23卷 2號, 195面.

    11) 最判 1979. 11. 13. 判時 952號, 49面.

    12) 最判 1982. 3. 30. 判時 1039號, 66面; 最判 1982. 7. 20. 判時 1053號, 96面.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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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까지의 과정은 … 우선 당해 질병의 전문적 연구자의 이론적 고찰 내지 시행

    착오를 통하여 신규 치료법의 가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탄생하고, 그 내용의

    이론적 연구나 동물실험 등을 거친 후에 임상실험이 되고, 다른 연구자에 의한

    추가적 실험, 비교대조실험 등에 의한 유효성(치료효과)과 안전성(부작용 등)의

    확인 등이 행해지고, 그 사이에 이러한 성과가 각종 문헌에 발표되어 학회나 연

    구회에서의 논의를 거쳐 그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어 교육이나 연수를 통하

    여 위 치료법이 각종 의료기관에 지식(정보)으로서 또는 실시를 위한 기술․설비 등을 수반하여 보급되어 간다. … 유효성과 안전성이 시인된 치료법은 통상 선

    진적 연구기관을 가진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 지역의 근간이 되는 종합병원,

    그 외의 종합병원, 소규모병원, 일반개업의의 의원의 순서로 보급되어진다. …

    이와 같이, 당해질병의 전문적 연구자 사이에서 그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된

    신규의 치료법이 보급되는 데에는 일정한 시간을 요하고, 의료기관의 성격, 소

    재하는 지역의 의료환경의 특성, 의사의 전문분야 등에 따라 그 보급에 요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고, 그 지식(정보)의 보급에 요하는 시간과 실시를 위한 기술․설비 등의 보급에 요하는 시간과의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 통례이고, 또한

    당사자도 이러한 사정을 전제로 하여 진료계약의 체결에 이르는 것이다. … 어

    떤 신규의 치료법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검사․진단․치료 등을 담당하는 것이 진료계약에 기하여 의료기관에 요구되는 의료수준인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는 당해 의료기관의 성격, 소재지역의 의료환경의 특성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

    해야 하고, 그러한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진료계약에

    기하여 요구되는 의료수준을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하여 신

    규의 치료법에 관한 지식이 당해 의료기관과 유사한 특성을 갖춘 의료기관에

    상당한 정도로 보급되어 있고, 당해 의료기관에 있어서 그 지식을 가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지식은 그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수준이라고 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여기에서 지역의 근간이 되는 거점병원으로 위치시킬 수 있는 진료기관은

    고도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반대로 작은 의원 등은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 조속하게 환자를 전송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가

    된다.14) 또한 담당의의 부재 등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의료수준에 부합하는 의

    13) 最判 1995. 6. 9. 民集 49卷 6號, 1499面.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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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행위를 할 수 없는 의료기관은 환자를 실시 가능한 의료기관에 전송하는 것

    이 의무로 된다.

    이와 같은 치료의무의 단계적인 구조를 보면, 일반적으로 선진의료는 고도의

    연구를 행하는 선진적인 의료기관→지방의 거점 의료기관→일반적인 진료기관

    의 순서로 정착된다는 가설에 입각하고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의료의 역할분

    담에 관한 의료법 및 이에 기반한 보건복지부의 정책과도 일치된다.

    일본의 판례에 의하면 규모가 큰 병원이라면 진료과목이 복수로 존재할 것

    임은 명백하지만, 예를 들면 내과계에서는 최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외

    과계에서는 표준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는 등 제공되는 의료수준이 실

    제에 있어서는 다를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의 판례는 거기까지 세분화한 형태의

    의료수준의 설정은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의 규모로 결정하고 있

    는 것으로 생각된다.

    2. 의료수준에 대한 판례의 분류

    (1) 제1유형

    대법원 판례 중에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

    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

    여 치료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

    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

    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

    황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15)

    이 유형에 해당하는 판례 중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에서

    14) 最判 2003. 11. 11. 民集 57卷 10號, 1466面 참조. 지방법원 판례 중에 급성전염성수막염

    의 감별진단의 설비를 갖추지 않은 의료기관은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송할 의무가 있다고 판

    시한 것이 있다(大阪地判 1998. 10. 21. 判時 1702號, 125面).

    15)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대법원 2000.1.21. 선고 98다50586 판결; 대

    법원ᅠ2002. 4. 26.ᅠ선고ᅠ2000다16237ᅠ판결; 대법원ᅠ2003. 1. 24.ᅠ선고ᅠ2002다3822ᅠ판결.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13 -

    는 “이 사건에서 위 전공의들이 아두골반불균형이 진단되지 아니한 진료기록부

    에 의존하여 흡입분만을 시도하였기 때문에 그 흡입분만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인정되기는 하지만, 이 사건 흡입분만의 과정이나 그

    결과에 비추어 보면, 앞서 추정된 바와 같은 과도하고도 무리한 흡입분만은 의

    사의 재량이나 의료수준에 의하여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흡입분만을

    시도하는 의사에게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정도라고 보아야 할 것

    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흡입분만을 시도한 의사가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 2, 3

    년차라는 구체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대법원ᅠ2003. 1. 24.ᅠ선고ᅠ2002다3822ᅠ판결에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변검사에서 요당치가 약양성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검사만으로 호

    르몬 변화에 의한 것인지, 임신성 당뇨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곧바로 임신

    성 당뇨로 볼 수 없고, 요 검사상 당이 약양성이라는 것은 양성과 음성의 중간

    으로 의사에 따라서 양성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거나,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는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에 관하여 학회 차원에서 정해진 지침(가이드라인)이

    없었고, 의료보험의 급여대상이 아니어서 일부 의료기관에 따라 부분적으로 시

    행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의료수준은 사실적 개념

    인 의료관행과는 달리 규범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2) 제2유형

    제2유형에 해당하는 판례로는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

    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

    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

    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들이다.16)

    16)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대법원ᅠ2006.11.23.ᅠ선고ᅠ2005다11688ᅠ판결.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14 -

    이 유형에 해당하는 대법원ᅠ1998. 7. 24.ᅠ선고ᅠ98다12270ᅠ판결에 의하면, “일단 패혈증이라는 의심이 들면 우선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 후 혈액배양검

    사를 실시하여 원인균을 밝혀내고 그 원인균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여

    투여하여야 하는 점 등은, 소외인이 망인을 치료할 당시 표준적인 교과서 기타

    의 의학문헌을 통하여 임상의학의 분야에서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

    져 있는 의학기술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의사인 소외인으로서는 망인에게 38℃

    이상의 발열이 있는 등 패혈증의 증후가 보일 때 곧바로 패혈증을 의심하고 그

    에 대한 처치를 시작하거나 그러한 처치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신속히 전원시

    킴으로써 패혈증 쇼크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의료수준을 판단함에 있어서 진료환경을 고려하였다.

    (3) 제3유형

    제3유형에 해당하는 판례로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종사원의 과실은 일

    반적 보통인을 표준으로 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결한 것으로서 여기에서 일

    반적 보통인이라 함은 추상적인 일반인이 아니라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

    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당시

    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

    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들이다.17)

    이 유형에 해당하는 대법원ᅠ2008. 8. 11.ᅠ선고ᅠ2008도3090ᅠ판결에서는,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

    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

    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

    고 말할 수는 없다 …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기 위하여 쇄골하

    17)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대법원ᅠ1999. 11. 23.ᅠ선고ᅠ98다21403ᅠ판결; 대법원ᅠ1999. 12. 10.ᅠ선고ᅠ99도3711ᅠ판결; 대법원ᅠ2003. 1. 10.ᅠ선고ᅠ2001도3292ᅠ판결; 대법원ᅠ2006. 10. 26.ᅠ선고ᅠ2004도486ᅠ판결; 대법원ᅠ2006. 10. 27.ᅠ선고ᅠ2004도6083ᅠ판결; 대법원ᅠ2008. 8. 11.ᅠ선고ᅠ2008도3090ᅠ판결.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15 -

    부위에 과연 몇 번 주사바늘을 찔러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학적인 기준이 확립

    되어 있지 아니하며,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게 될 경우 항암치료의 지속이 어려

    워 결국, 피해자에게 백혈병 악화로 인한 중대한 위험이 예상된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지 아니하고 중심정맥을 찾기 위하여 10회 정도 쇄골하

    부위를 주사바늘로 찔렀고 이 과정에서 수술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고 하여, 피

    고인의 그와 같은 진료방법의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ᅠ1987.1.20.ᅠ선고ᅠ86다카1469ᅠ판결에서는, 간호사로서 근무하다가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보건진료원의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과실여부의 판단은 의사가 아닌 보건진료원의 직무에 종사하는 사

    람으로서의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3. 판례의 유형별 차이점 요약

    제1유형에 해당하는 판례는 의사가 임상의학상 최선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과실을 인정하며, 주의의무는 곧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함을 천

    명하고 있다. 즉 주의의무의 기준은 규범적으로 정해진 일반적 의료수준으로서,

    행위자 또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함이 없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유형에 해당하는 판례는 의사가 임상의학상 최선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과실을 인정하며, 주의의무는 곧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함을 천

    명하고 있음은 제1유형과 동일하나, 의료수준을 정함에 있어서는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제1유형과 상이하다. 결

    국 주의의무의 기준=의료상식=의료수준(진료환경+진료조건+의료행위의 특수

    성)의 등식을 인정한다. 이러한 판례의 유형은 제1유형과 마찬가지로 주의의무

    의 기준은 의료수준으로 치환되지만, 의료수준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엄청나

    게 증가한 것이다. 한편 의료행위자 자신의 주의능력은 제1유형과 마찬가지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제3유형에 해당하는 판례들의 특징은 의료수준과 의학의 수준을 동일한 개

    념으로 파악한 뒤,18) 주의의무위반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18) 일반적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의료수준과 의학수준을 구별한다. 의학수준이란 학문으로서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16 -

    의사의 의학수준(의료수준), 의료환경, 의료조건 및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야 한다고 천명한 점이다. 즉 주의의무의 기준=의료수준(의학수준)+의료환경+

    의료조건+의료행위의 특수성의 등식이 성립한다. 제3유형에 해당하는 판례에

    따르면 의료환경, 의료조건 및 의료행위의 특수성은 의료수준과는 별도의 고려

    대상이고, 의료수준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행위자의 주의능력을 기준으로 결정하

    여야 한다는 취지로 요약할 수 있다.

    Ⅲ. 의료수준과 주의의무의 관계

    1. 과실론의 체계

    과실을 범죄체계론상 어디에 위치시켜야 하는가에 대하여 종래부터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전통적 이론인 인과적 행위론자들이 주장하는 고전적 범죄체계

    에서는 과실을 심리상태로 보아 이를 책임형식 내지 책임요소로만 이해함으로

    써 과실이 성립하려면 ① 범죄사실의 인식, 인용이 없어야 하고, ② 부주의에

    의하여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위법성의 실체는 법익침

    해에서 찾았다. 과실을 책임형식 내지 책임요소로 이해하게 되면, 책임판단의

    단계에 이르러 구체적 행위자를 놓고 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논하게 된다.19)

    따라서 이 견해는 책임의 단계에 와서야 고의 또는 과실의 문제가 거론되므로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의 단계에서는 고의범과 과실범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는 문제점이 지적된다.20)

    그 후 목적적 행위론자에 의하여 주장된 목적적 범죄체계에서는 과실을 종

    래 책임의 단계에서 다루던 것과는 달리, 구성요건해당성 내지 위법성의 단계21)

    의 연구수준을 말하며, 의료수준은 그러한 학문으로서의 연구수준이 임상에 적용된 수준을

    말한다(신현호·백경희,「의료분쟁 조정·소송 총론」, 육법사, 2011, 192쪽). 그러나 판례는 이 두 가지 개념을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9) 차용석,「형법총론강의」, 고시연구사, 1984, 873쪽.

    20) 인과적 행위론의 입장에서는 예컨대 형법이 구성요건단계에서부터 살인죄와 업무상과실치

    사상죄가 명백히 구분되어 있음에도 위법성의 단계까지는 양자를 구분할 수 없고, 행위자의

    책임판단의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행위자가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것인가, 아니면 과실

    에 의하여 사람을 사망하게 하였는가가 논의되게 된다.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17 -

    에서 이를 다룬다. 목적적 행위론자들은 목적적 조종활동을 행위의 본질적 요소

    라고 본다. 그러나 고의에 대하여는 이러한 설명이 정확하게 들어맞지만 과실에

    대해서는 존재론적으로는 목적적 조종활동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사회생활상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행위수행의 방식을 규범적으로 설정하고 이

    를 위반한 것에 과실을 위치시켜 고의와 함께 구성요건 또는 위법요소로 다루

    게 된다.22)

    최근에는 고전적 범죄체계와 목적적 범죄체계를 하나로 결합한 합일태적 범

    죄론 체계가 통설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합일태적 범죄론체계에 의하면 과실

    은 구성요건적 과실(또는 불법과실)과 책임과실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를 “과실의 이중적 지위”라고 한다.23)

    생각건대, 과실은 민사법적 개념이든 형사법적 개념이든 최소한 불법성의 판

    단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형사법적 측면에서는 구성요건의 단계부터

    고의적 행위와 과실에 의한 행위(예컨대 살인죄와 과실치사죄)를 구별·확정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논의를 진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민사법적 측면

    에서의 과실도 그 내용이 형사법상의 과실과 다르지 않으므로 동일하게 이론을

    구성하여야 한다.

    2. 주의의무의 판단기준과 관련쟁점

    (1) 주의의무의 판단기준

    구성요건적(불법요건적) 주의의무는 ① 결과발생예견의무와 ② 결과발생회피

    의무로 구성되어 있고, 전자가 후자에 논리적으로 앞선다. 그리고 각 의무는 ①

    결과발생예견가능성과 ② 결과발생회피가능성을 전제로 하므로 마찬가지로 전

    21) 형법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범죄구성요건이 개별적으로 명문화되어 있지만, 민법은

    특정한 행위를 문제삼지 않고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

    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형사상으로는 구성요건과 위법성을 별도로 논의할 실익

    이 있지만, 민사상으로는 구성요건과 위법성을 별도로 논하지 않고 이를 합친 “불법성”이

    문제된다.

    22) 진계호,「신고 형법총론(전정판)」, 대왕사, 1993, 397쪽.

    23) 오영근,「형법총론(제3판)」, 박영사, 2014, 125쪽; 이재상,「형법총론(제7판)」, 박영사, 2

    011, 186쪽; 이형국,「형법총론연구Ⅱ」, 법문사, 1986, 659쪽.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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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 후자에 앞선다. 결과발생예견의무는 ‘내적의무’이고, 이러한 의무가 인정되

    면 결과발생회피의무인 ‘외적의무’가 발생한다. 이 외적의무에는 부작위의무, 안

    전조치의무(작위의무), 문의·조회의무를 포함한다.24) 문제는 구성요건적 주의의

    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주의능력을 표준으로 주의의무위반여부를 판

    단할 것인가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먼저 행위자표준설 또는 주관설이 있다. 행위자 개인의 주관적 주의능력을

    표준으로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자는 학설이다. 주관설에 의하면 과실의

    본질적 요소인 주의의무위반은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이 아니라 “주관적” 주의의

    무위반이 된다. 주의의무의 내용이 되는 결과발생예견의무와 결과발생회피의무

    는 각각 결과발생예견가능성과 결과발생회피가능성을 전제로 하는데, 법규범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할 수는 없으므로 행위자 개인의 주의능력에 비추어 가능한

    주의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한다. 최근에는, “주관적” 주의의무위

    반만이 과실범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되고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은 과실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고의범과 과실범에 공통되는 “객관적 귀속의 척도”가 된다

    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주관적 주의의무위반을 과실범의 주관적 구성요건요

    소로 파악하게 되면 고의를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파악하는 고의범과 구성요

    건단계에서 범죄체계의 논리적 구조가 같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25) 그러

    나 예컨대 야맹증인 자동차운전자가 야간에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

    에 야간운전에 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열등한 주의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상 가능한 주의를 다하기만 하면 과실책임뿐만 아니라 과실불법까

    지도 부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26)

    다음으로 평균인표준설 또는 객관설이 있다. 평균인표준설은 주의깊은, 신중

    한, 성실한, 사려깊은, 조심성 있는 평균인을 상정한다. 이는 평균인이 행위 당

    시의 구체적 상황과 행위자가 속한 사회생활권에 처하였을 경우에 준수해야 할

    24) 회피의무로서의 부작위의무 중에서 특별히 논의되는 것으로 “인수과실” 내지 “인수책임”이

    있다. 인수과실이란, “일정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위험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식

    능력이나 인식수단 또는 경험적 지식 등이 결여되어 있는 자는 처음부터 그 행위를 인수하

    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수한 경우에 인수 자체에 이미 과실이 있다는 이론”이다. 예

    컨대 진보된 치료술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외과의사가 환자의 수술을 인

    수한 경우처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행위를 인수한다면 이미 인수 자체에서 과실을 인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임웅,「형법총론(제5정판)」, 법문사, 2013, 522쪽).

    25) 김일수,「한국헌법Ⅱ(개정판)」, 박영사, 1997, 398쪽.

    26) 임웅, 앞의 책, 524쪽.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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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의무가 표준이 된다. “업무상과실”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속한 업무상의 생

    활권”에서의 “주의깊은 업무자”에게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표준으

    로 한다. 따라서 같은 의사라도 전문의는 일반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전공하는

    의역에서의 신중한 전문의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다만 만일 행위자

    의 주관적 주의능력이 신중한 평균인에 못 미친다면 행위의 위법성에는 영향이

    없고 책임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책임이 조각되더라도 위법성이

    긍정된다는 측면에서 치료감호와 같은 보안처분이 부과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

    서 이 학설의 장점이 있다고 한다.27) 다만 객관설에서도 행위자의 “특별한 지식

    과 경험”은 객관적 주의의무위반의 판단에 고려되어야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라고 하여 주의의무를 더 높여서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중표준설 또는 절충설이 있다. 이 견해에 의하면, 주의의무는

    기본적으로 평균인의 주의능력을 표준(객관설)으로 하지만, 행위자의 주의능력

    이 “평균인을 능가한다면” 행위자 개인의 주의능력을 표준(주관설)으로 하자는

    견해이다. 이 학설은 평균인에게 미달하는 주의능력자에게도 평균인 수준의 주

    의를 요구하는 점에서 평균인의 주의능력을 최저표준으로 하는 한편, 평균인을

    넘는 행위자 개인의 주의능력도 과실의 불법구성요건 단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는 것이다.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주의력이 있는 자에게는 보

    다 큰 주의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한다. 일본에서는 주의의무의

    정도는 사회일반인을 표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정해지지만 주의력의 정도는

    행위자 본인의 주의능력을 표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절충설이라고 부른

    다.28)

    (2) 학설의 대립과 관련쟁점

    (가) “ultra posse nemo obligatur” 원칙의 적용가능성 문제

    “ultra posse nemo obligatur”란 “가능하지 않은 것을 의무지우지 못한다”

    는 원칙을 말한다. 예컨대 난청인 아버지가 익사 직전에 있는 아들의 구조요청

    소리를 듣지 못해서 부작위에 의한 익사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난청이라는 개인

    27) 임웅, 앞의 책, 526쪽.

    28) 정성근,「형법총론」, 법지사, 1985, 494쪽; 황산덕,「형법총론(제7정판)」, 방문사, 1983,

    129쪽.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20 -

    적 능력을 불법구성요건의 단계에서 고려함으로써 과실불법을 부정하여야 한다

    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전문의가 몇 년간 연찬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의료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전문의로서의 수준에 현저히 미달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악결과를 발생시켰다면 당해 전문의는 개인적 능력의 미달로 인하여 주의

    의무를 준수할 수 없었으므로 과실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

    이 발생한다.

    그러나 원래 위 원칙은 명령규범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금지규범에는 적용되

    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왜냐하면 부진정부작위범과 같이 명령규범을

    위반한 경우에는 명령규범 자체가 작위가능성이 있는 자에게 작위를 명하는 것

    이기 때문에 작위가능성이 없다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금지규범의

    경우에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되지 아니함에도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능

    하지 않는 경우는 없으므로 동일한 선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의 전문의는 스스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전원함으로써 스스로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일정한 의료행위를 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객관적 주의의무에 대한 기준설정의 모호성 문제

    객관설에서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설정하기 위하여 “주의깊은, 신중한, 성실

    한 평균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으로 충분히 정

    확한 객관적 기준을 산출해 낼 수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연과학

    의 연구분야 등과 같이 아직 일정한 생활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는 행위자

    에게 추상적인 주의의무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은 결국

    행위자의 개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객관적 주의의무의 기준을 마련하

    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평균인은 법질서가 각 사회생활의 영역에서 구성원에게 기대

    하는 전형적인 역할과 관련하여 사회적 지위로 형상화될 수 있는데, 그 기준으

    로는 각종의 법규범과 특별법령, 일반원칙, 경험칙 등이 될 수 있으므로 그 기

    준의 정립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29)

    29) 서보학, “과실범의 주의의무위반과 객관설·주관설의 논쟁”,「한국형법학의 새로운 지평 :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21 -

    (다) 불법과 책임의 혼동문제

    주관설의 주장처럼 과실범의 불법구성요건을 개별적 능력에 따라 판단하게

    되면, 불법과 책임이 혼합되어 불법과 책임의 구별 위에 정립된 현대의 범죄체

    계를 허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관설의 반론에 의하면 구성요건적 고의와 책임고의가 구별되는 것

    과 마찬가지로 불법요소로서의 주관적 과실은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예견가능

    성을 전제한 외적 생기의 지배조종가능성으로서 행위반가치의 표현인 반면, 책

    임표지로서 주관적 과실은 그것을 회피하지 아니한 행위자 개인의 동기설정가

    능성으로서 심정반가치의 표현인 점에서 의미상 구별될 수 있다. 즉 다 같이 주

    관적 주의의무위반이란 표현을 쓰더라도 불법요소로서 이해할 때 그것은 구성

    요건실현의 인식·예견가능성이라는 주관적 사실의 측면에 중점을 둔 것이고, 책

    임요소로 이해할 때 그것의 회피가능성이라는 규범의 측면에 중점을 둔 것이라

    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30)

    생각건대, 법익침해의 인식·예견가능성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인 과실의

    경우도 범죄에 대한 인식·의욕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인 고의와 마찬가지로

    ‘사실’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개념이 아닐 수 없다.31) 그런데 행위자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불합리가 발생하므로 어떤 행위에 대하여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와

    상대되는 일반적 기준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객관설이 타당하

    다.

    (라) 행위규범의 일반적 적용여부의 문제

    주관설에 의할 때, 과실불법의 판단에 있어 행위자 개인의 능력을 판단척도

    로 삼음으로써 법규범의 추상적·일반적 성격을 무시하고, 그 결과 과실범 규정

    은 더 이상 일반적 행위규범으로 기능하지 못하며, 결국 모든 규범수범자에게

    심온 김일수 교수 화갑기념논문집」, 박영사, 2006, 175쪽.

    30) 김일수, 앞의 책, 436쪽.

    31)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존재론적으로는 행위자에게 고의가 있을 때 고의적인

    불법행위가 되지만, 인식론적으로 행위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그 행위자의 외부적

    행동을 평가하여 고의적인 불법행위인지 여부를 인식되게 된다(안경옥, “과실범의 체계와

    예견가능성”,「한국형사법학의 새로운 지평 : 유일당 오선주 교수 정년기념논문집」, 2001,

    128쪽).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22 -

    일반적으로 유효해야 할 행위의무를 주관화·상대화 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이에 대하여 주관설의 입장에서는, 법규범은 규범수범자의 의사에 상관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객관적·일반적 성격을 가지지만, 구체적인 행

    위상황에서 행위자가 자신의 역량에 상관없이 반드시 어떠한 행위선택을 하도

    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법규범이 행위자에게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행위자는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행위상황을 고려하여 자

    신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

    한 행위규범이란 존재할 수 없고, 결국 법규범은 각 행위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서 최선과 양심을 다해 자신의 행위능력을 발휘하여 규범의 명령을 따르도록

    하는 것 이상은 요구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편다.

    물론 법규범이 특정한 과실범에 대하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주의

    의무를 위반한 모든 행위자가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주

    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결국 행위자의 행위를 평균인의 입

    장에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특정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모든 측면을 세분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행위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기준 자체를 행위자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마) 특수지식, 특수능력의 고려문제

    행위자가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를 주의의무위반의

    판단에 고려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객관설과 주관설이 대립한다. 행위자

    개인의 주관적 능력을 판단의 척도로 삼는 주관설의 입장에서 보면, 행위자의

    특수능력은 당연히 고려의 대상이 된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타

    인의 법익에 무관심하여 최선의 주의를 다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자를 법질서는 배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객관설의

    입장을 논리일관되게 견지하면 행위자의 특수능력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별히 능력 있는 행위자의 경우,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 따른 주의의무보

    다 더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남다른 주의를 기울이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이는 지나친 부담을 주

    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특정 행위자가 일정한 행위를 함에 있어 과실이 존재하려면 그 행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23 -

    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나 능력을 가진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예컨

    대 무면허의사나 일반의가 전문의로서의 의학적 지식이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

    였다면 전문의의 자격을 가진 일반인을 기준으로 과실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

    이다. 이보다 더욱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가 있어서 그가 의도적으로 법익을

    침해하였다면 (미필적)고의가 성립하는 것으로 처리하면 족하다.

    3. 의료수준 개념에 대한 재검토

    (1) 동일한 단어의 일의적 사용 필요성

    1995년 이전의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에서 “의료수준” 판단의 대상은 의사로

    서 알고 있어야 할 의학적 지식이었다. 이것이 의료수준론이 태동하던 시기에

    의사로서의 최선의 주의의무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이때에는 일

    반의와 전문의의 주의의무를 구별하지 않았으며, 지역차나 시설차도 반영되지

    아니하였다. 우리 판례의 제1유형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일본에서 1995년의 판례(最判 1995. 6. 9. 民集 49卷 6號, 1499

    面)32)를 시작으로 의료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지역차나 시설차를 반영하여야 한

    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고, 이로써 특정 의사가 일반적인 의료수준보다 높은 특

    별한 의료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 의료수준이 아닌 그가 보유한

    특별한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과실여부를 판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

    여 전문의와 일반의, 수련의의 주의의무를 구별하는 것은 아니고, 지역이나 시

    설을 기준으로 그가 어디에 속한 의사인지에 따라 주의의무의 수준을 달리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우리 판례의 제2유형은 일본의 위 1995년 판례의 태도와 마

    찬가지로 의료수준에 진료환경+진료조건+의료행위의 특수성까지 모두 포함시

    켜 규범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2유형의 경우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하는 모든

    요소들을 의료수준에 포함시킴으로써 “주의의무위반=의료수준미달”의 공식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수준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스럽

    다. 먼저, 의학수준과 의학상식 및 의료수준을 준별하지 않고 혼용하고 있는 우

    32) 각주 13) 참조.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24 -

    리판례의 입장에서,33) 의학수준이나 의학상식을 진료환경, 진료조건, 의료행위

    의 특수성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이 용어의 국어학적 의미에도

    맞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의료행위의 특수성으로는 ① 진단을 거쳐 치료법을 선

    택해야 한다는 구조의 복잡성, ② 치료의 경과에 따라 진단 내지 치료법을 변경

    해야 한다는 동태성, ③ 인간 생체의 복잡한 구조와 반응은 의료침습에 의한 위

    험의 예측을 어렵게 한다는 예측의 불확실성, ④ 환자에게 가장 이익되는 치료

    법을 선택하여 실행하여야 한다는 재량성, ⑤ 병상에 따라서는 극히 단시간 내

    에 처치를 실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단행성, ⑥ 예측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전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실험성 등을 들 수 있는데,34)

    이러한 내용을 의학수준이나 의학상식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료환경(예

    컨대, 시골의원인가 아니면 수도권의 종합병원인가), 진료조건(예컨대 응급환자

    인가 아니면 통상적인 환자인가)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과실은 정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는 수많은

    요인들을 평가하여 과실여부를 판단하면 족한 것이지, 이를 의료수준이라는 동

    어반복적인 용어로 치환한다고 하여 어떠한 유용성도 발견할 수 없다.35)36) 또

    한 의료사고에서 과실판단의 기준으로 의료수준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교통사고에서는 교통수준이, 건설현장사고에서는 건설수준이

    과실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용어의 불필요성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우리 판례의 제3유형은 과실을 주의의무위반으로 보고, 이를 결과예견의무위

    반과 결과회피의무위반으로 나누어 그 인정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수준(의료수준)과 의료환

    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이로써 의학수준은 당시의

    의학적 지식만이 대상이 되고,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 다른

    33) 박영호, “주의의무의 판정기준-의학, 의료의 수준과 의료의 주체를 중심으로-”,「저스티스

    (34권1호)」, 한국법학원, 2001, 165쪽.

    34) 주호노,「의사법총론」, 법문사, 2012, 669쪽.

    35) 이와 관련하여, 의료수준 개념이 규범화되어 의료수준에의 도달 유무가 의사의 행위의무의

    존부를 묻는 잣대가 됨으로써 민사책임법상 가장 중요한 책임요건인 과실의 기능이 무의미

    하게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있다(김민규, “의료과오책임소송에 있어서「의료수준」개념의 재

    구성”,「동아법학(제41호)」,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2008. 2, 167쪽).

    36) 임통일, “의학수준의 의미 및 그 평가기준”,「판례연구(제13집)」, 2000, 149쪽.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25 -

    요인들은 별도의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37)

    이러한 입장에 서면, 의료수준은 순수하게 의학적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고,

    의학적 지식은 행위자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될 뿐이다.38) 과실을 구성하는 주의의무위반의 구체적인 사유는 의학지

    식 이외에도 의료환경 및 의료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있으므로 최종적으

    로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들 내용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종합하여 과실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39)

    (2) “행위자”에서 “행위”로 평가기준의 변경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실은 최소한 불법판단의 단계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주의의무의 판단기준은 객관설에 의하는 것이 일응 타당하다. 그러나 과

    실의 내용인 결과예견의무위반 또는 결과회피의무위반의 전제조건인 예견가능

    성 또는 회피가능성의 여부는 어차피 평가개념이므로 일반인이라면 행위자의

    특정한 행위가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비교검토하여

    야 한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객관설과 주관설의 대립은 “행위기준설”과 “행위자

    기준설”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행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때, 행위

    자가 어느 수준의 “의료행위”를 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걸맞는 의학적 지식

    의 바탕 위에 그러한 의료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를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

    대 일반의가 전문의로서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면 전문의로서의 의학적 지식

    을 가지고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

    약 그렇지 않고 일반의의 의학적 지식을 기준으로 전문의로서 행한 의료행위를

    37) 정현미, “의료과오의 형사법적 책임”,「연구총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7. 12, 47쪽

    및 60쪽에서는 의료과오에서 과실인정의 기준으로는 일반적·객관적 기준으로서 의료수준,

    의료행위의 재량성을, 개별적·구체적 기준으로서 지역성, 전문성, 긴급성을 들고 있으며, 주

    의의무위반의 제한원리로는 허용된 위험의 법리와 신뢰의 원칙을 들고 있다.

    38) 이러한 평가를 수행함에 있어서 의료가이드라인의 존재는 상당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송영

    민, “의료과실판단에서의 가이드라인의 역할-일본에서의 논의를 참고하여-”,「의료법학(제1

    1권 제2호)」, 대한의료법학회, 2010, 220쪽).

    39) 구체적으로는, “의료수준”에 위반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재량적합성·정보제공의무·설명의무·

    전의의무·예후설명의무 등을 충실하게 이행하였는가가 판단되어야 하고, 이와 같은 판단과정

    을 거쳐도 의사의 주의의무위반이 없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의사의 “최선의 주의의무”는 다

    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김민규, “의료수준론”,「법이론과 실무(제4

    집)」, 2001, 67쪽).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26 -

    평가한다면 대부분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극단적

    인 예를 들어, 행위자를 기준으로 과실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면 운전자가 무면허

    로 만취하였기 때문에 핸들조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게

    된 경우에 무면허로 만취한 자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면책된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의료행위의 행위자가 행한 의료행위가 어느 단계의 범주에 들어가는

    지를 세분하여 확정한 후 그 행위자가 그 단계의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의료행

    위를 함에 있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평가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의료수준을 판단함에 있어서 보건진료원에게는 보건진료원

    으로서의 예견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거나,40) 수련의에게는 수련의

    로서의 예견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41)은 타당하지

    않다.42) 이 판례에서 보건진료원이 한 행위 또는 수련의가 한 의료행위가 의학

    지식에 입각할 때 일반적으로 어느 수준의 주의의무를 가져야 하는가를 평가하

    여 행위자가 그러한 수준에 도달한 행위를 하였다면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

    고, 그렇지 못하였다면 과실책임이 있다고 새겨야 하는 것이다. 환자가 특정한

    병원을 찾아갈 때도 이러한 평가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위와 다른 취지의 판례 중에는 흡입분만을 하는 경우에 전공의라고 해서 주의

    의무가 감경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있는데,43) 흡입분만을 할 수 있는 의학수준

    이 전문의 수준에 해당함에도 전문의와 동일한 능력을 갖추지 아니한 채 흡입

    분만을 함으로써 의학적 지식 부족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그 책임

    을 부담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타당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행위자가 일반의인지, 수련의인지, 전공의인지, 전

    문의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행위자가 행한 의료행위의 수준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위자가 속한 사회생활권”도

    고려하는 객관설은 타당하지 않다. 요컨대 제3유형의 판례 또는 객관설의 입장

    40) 대법원ᅠ1987.1.20.ᅠ선고ᅠ86다카1469ᅠ판결.41) 대법원ᅠ1986.10.28.ᅠ선고ᅠ84다카1881ᅠ판결.42) 주의의무의 판단기준 중 객관설은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이외에 “행위자가 속한 사회

    생활권”을 평균인의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므로 구체적 행위자를 기준으로 판

    단하여야 한다는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인(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제3유형)은 객관설과 일

    치한다.

    43) 대법원ᅠ1997. 2. 11.ᅠ선고ᅠ96다5933ᅠ판결.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27 -

    에서 행위자가 행한 “의료행위” 자체의 수준을 묻지 않고 “행위자”의 의료행위

    의 수준을 기준으로 과실유무를 판단함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44)

    Ⅳ. 맺음말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의료수준을 주의의무와 동일하게

    보는 제1유형 및 제2유형의 판례는 동의어를 반복하는 데에 불과하여 아무런

    유용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2유형에 의할 때에는 의료수준의 범위가 한없이

    넓어지게 된다. 이는 의료수준이 태동될 때의 의미에서 변질된 개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과실행위에 대해서는 이와 유사한 개념이 없음에도 유

    독 의료과실에 대해서만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과실책임의 전체적인 이

    론체계와도 맞지 않다. 다만 “의료수준”이라는 용어는 판례나 의학계 또는 법학

    계에서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므로 이를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필자는 의료수준이란

    의학적 지식 또는 의학수준의 개념으로만 사용하고, 행위자의 주의의무판단의

    또다른 사유인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과 의료수준을 병렬적으

    44) 이는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 주의의무의 공소사실 기재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예

    컨대, “피고인은 울산시 남구 신정동 소재 00병원 비뇨기과 의사이다. 피고인은 1995. 9. 1

    8. 10:00경부터 같은 날 11:00경까지 사이에 위 00병원 수술실에서 피해자 홍0민(남, 4세)

    의 오른쪽 정류고환에 대한 고환고정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위 홍0민의 부모에 대한 문진

    을 통하여 위 홍0민이 이전에 열경련을 일으킨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위 열경련증상이 위 수술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또한 모든 수술에는 수술 후 수술부위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수술 전에는 뇌파검사

    등을 통하여 위 열경련 증상에 대하여 정확히 진단하여 수술 후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수술 후에는 환자의 전신상태를 잘 살피고, 혈압이나 맥박수 등을 측정하여 출혈

    에 따른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며, 출혈의 의심이 있으면 수액공급, 수혈 및 혈압상승제의

    투여 등 대증요법을 통하여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도록 하고, 환자의 출혈원인에 대한 치료

    를 하는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수술 전에는 뇌파검사 등을 하지 않고, 수술 후에는 혈압측정을 전혀 하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빈맥과 같은 출혈에 의한 이차적인 증상이 관찰되었음에도 이를 가

    볍게 생각한 나머지 출혈에 대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과실로 수술부위인 위 피해자

    의 오른쪽 골반강 부근 복벽에서 동인의 전체 혈액량 중 약 50%에 이르는 약 500밀리리터

    의 혈액이 복강 내로 새어 나오게 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같은 달 23. 20:01경 울산 00병원

    에서 복강내출혈로 인한 허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라는 기재에서도 피고인

    의 행위 자체의 의학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28 -

    로 취급함으로써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의의무 위반여부를 결정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수준을 위와 같이 “의학적 지식”으로 축소하여 이해함과 아울러

    과실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행위자”의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행위자

    가 행한 “의료행위” 자체의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은 과실판단의 대상이 되지만, “행위

    자가 속한 사회생활권”은 과실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객관설과도 차이

    가 있다. 예컨대, 행위자가 운전을 하였다면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을 기

    준으로 행위자의 운전행위를, 행위자의 의료행위가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라면 전문의 일반을 기준으로 그 행위자의 의료행위 자체를 놓고 의료수준을

    판단하면 족한 것이지, 행위자의 의료수준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투고일: 2014. 5. 20 심사일: 2014. 6. 10 게재확정일: 2014. 6. 20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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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제 어

    의료수준, 주의의무, 손해배상, 업무상과실, 의료행위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30 -

    [ABSTRACT]

    A Critical Review of Judicial Precedents on the Concept

    of Medical Care Level

    Kim, Il-Ryong

    Since it is only a repetition of a synonym of regarding medical care

    level and duty of care as the same, there is no usefulness and the scope

    of "medical care level" broadens endlessly. This can only be said as a

    concept that transmuted from the meaning of medical level in its

    beginning. In addition, using such term only for malpractice even though

    there is no similar concept for other negligent acts is not in agreement

    with the overall theory structure of fault liability. However, since the

    term "medical care level" is a concept that is already being used

    commonly in precedents, medical circles or legal circles, the reality is

    that it is not easy to substitute this with a different term. Considering

    such circumstance, the author's opinion is that it would be desirable to

    use medical level only as medical knowledge or medical level concept,

    while treating in parallel another grounds of doer's duty of care judgment

    such as medical environment & condition and special characteristics of

    medical practice and medical care level to comprehensively consider

    them to determine whether or not duty of care has been violated.

    In addition to understanding medical level by reducing it to "medical

    knowledge", the medical level of "medical practice" conducted by doer

    should be considered as the standard instead of the medical level of

    "doer" when deciding fault. In this sense, specific situation at the time of

    act becomes an object of deciding fault but it is also different from

    theory of objectivity in the sense that "sphere of social life to which

    doer belongs" is not an object of deciding fault. For example, if a doer

  • 김일룡: 의료수준의 개념에 대한 판례의 비판적 고찰

    - 31 -

    drove a vehicle, the doer's act of driving would be enough to decide

    based on ordinary people working as drivers. Accordingly, if a doer's

    medical practice is something that can be performed only by specialist, it

    would be enough to decide medical care level based on the doer's

    medical practice itself considering specialists in general as it would not

    be necessary to consider the medical level of the doer.

    Key Words

    medical care level, duty of care, compensation for damage,

    professional negligence, medical practice

  • - 33 -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2014. 06)

    독일에 있어서 종교적 이유로 아동의 포경수술을 행한

    의사의 형사책임

    Criminal Liability for a religious circumcision on a boy of

    surgeon in Germany

    45)박 희 영*

    Park, Hee-Young

    《 목 차 》

    Ⅰ. 머리말

    Ⅱ. 독일 형사법원 판례

    Ⅲ. 남성 아동의 포경수술에 있어서 친권의 범위에 관한 법률

    Ⅳ.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Ⅴ. 맺음말

    Ⅰ. 머리말

    어느 사회든 전통이나 도덕 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인 논의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그 문제가 종교와 결부될 때에

    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그러한 예로서 아동의 포경수술을 들 수 있다.

    *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연구원, 법학박사.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34 -

    ‘포경수술’1)이란 일반적으로 남성의 음경 포피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여 덥

    혀 있는 음경의 귀두부를 드러내는 외과수술을 말한다. 포경수술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의학적 징후가 있는 경우(병리학적 이유)는 물론 위생적인 이유나 미

    적인 이유 그리고 종교적 전통에서 포경수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포경수술이

    승낙능력이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행해지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승낙 능력이 없는 자, 주로 유아나 아동에게 부모의

    승낙에 의해서 행해지는 포경수술은 신체상해와 관련하여 법적인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특히 그것이 종교적인 이유로 행해지는 경우 부모의 승낙은 종교의

    자유와 관련하여 기본권 침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종교적인 이유에서

    아동에게 포경수술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일부

    기독교이다. 특히 유대교의 경우 생후 8일 이내에 그리고 이슬람교의 경우에는

    경전인 코란(Koran)에는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종교적 의례로 주로 아

    동기(3세에서 14세)에 행해지고 있다.

    포경수술의 의미를 잘 모르는 아동에게 부모의 승낙을 받아 의학적 적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해지는 의사의 포경수술은 아동의 신체의 완전성 침해는

    물론 아동의 인권 및 기본권 침해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국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룬 판례나 문헌은 아직 발견되

    지 않는다.

    독일 법원은 2012년 5월 7일 아동의 포경수술의 형법적 문제를 처음으로

    다루었다. 독일 쾰른 지방법원은 승낙 능력이 없는 아동의 포경수술에 대한 부

    모의 승낙은 정당화될 수 없어 시술의사의 포경수술을 불법으로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우선 종교단체로부터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이유로 강력한 비판

    을 받았을 뿐 아니라 법학계는 물론 정치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공론화를 촉발

    시켰다. 그 만큼 아동의 포경수술은 법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여서 상당한 파장을 야기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어릴 때부터 포경수술을 해 온 독일에 거주하는 유대교와 이

    슬람교 등 종교계의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독일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상당히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이 판결로 아동의 포경수술은 이제 불법행위로 판단되었

    1) 유대교에서 남성의 음경을 둘러싸고 있는 포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할례’라고 한다. 일상적

    인 용어로는 ‘포경수술’이라 하며, 의학적 용어로는 ‘환상절제술’(circumcision)이라고 한다.

    본 글에서 일상적이고 중립적인 용어인 ‘포경수술’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 박희영: 독일에 있어서 종교적 이유로 아동의 포경수술을 행한 의사의 형사책임

    - 35 -

    기 때문에 아동의 부모는 물론 이를 시술한 의사도 법적으로 상당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독일 입법자는 서둘러 2012년 12월 아동의 포

    경수술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고 법적불안정을 극

    복하였다.

    아동의 포경수술은 아동보호의 관점에서 중요한 인권문제인 동시에 기본권

    침해문제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 지방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에는 독

    일에서도 포경수술에 관한 법적 논의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고,2) 청소년 담당

    기관이나 경찰 및 검찰도 포경수술을 형법상 신체상해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오히려 묵인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판결이 다루고 있는 사건의 배경에는 독일의 다문화정책이 자리

    하고 있다. 독일은 이민자의 수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선지 오래다. 다문화

    정책을 실시한 이후 이민자들의 문화가 독일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독일 전통사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충돌현상이 (형)법의 영역

    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문화충돌현상으로는 머리수건(Kopftuc

    h)3) 착용, 명예살인, 남성 아동의 포경수술 그리고 여성 아동의 생식기 훼손4)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중에서 이번 판결이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아동의 포

    경수술이다. 독일인들은 아동의 포경수술을 대체로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독일에 거주하는 유대인이나 이슬람인은 종교적 전통에 의하여 이를 해 오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상황을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앞

    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화충돌현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슬람 신자 수가 적지 않다는 통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승낙 능력이 없는 아동의 포경수술이 아동의 인권 및 기본

    권 침해와 관련되어 있고 앞으로 다문화정책으로 인한 문화충돌이 야기될 가능

    2) 2008년 풋츠케(Putzke) 교수가 형법적인 관점에서 이 주제를 처음으로 상세하게 다루고 있

    다(Putzke, “Die strafrechtliche Relevanz der Beschneidung von Knaben, Zugleich ein

    Beitrag über die Grenzen der Einwilligung in Fällen der Personensorge”, Festschrift

    für Rolf Dietrich Herzberg, 2008, S.669-709).

    3)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베일로 차도르, 부르카, 히잡, 니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4) 주로 아프리카계 이슬람 이민자들이 자신의 딸의 생식기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독일은

    이를 범죄행위로 입법하였다(독일 형법 제226조의a(여성 생식기 훼손죄) ① 여성의 외부생

    식기를 훼손한 자는 1년 이상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 ② 덜 중한 경우에는 6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선고될 수 있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1권

    - 36 -

    성이 있다는 점에서 아동의 포경수술을 형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우리에게 닥쳐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교법적 차원에서 독일 법원의 판례와 이 판결로 제정된 법률을 중심으로 논

    의를 전개한다. 특히 독일 판례가 아동의 포경수술을 불법으로 판단한 이론적

    근거와 면책의 근거를 검토하여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도출한다.

    Ⅱ. 독일 형사법원 판례

    1. 사실관계 및 절차의 진행과정

    피고인은 이슬람교 신자인 의사다. 피고인은 2010.11.4. 쾰른 시에 있는 자

    신의 병원에서 부모의 승낙으로 당시 4세인 남자 아이의 포경수술을 행하였다.

    이 아동의 부모는 이슬람교 신자였다. 피고인은 이 아동을 국부 마취하여 외과

    용 메스를 사용하여 수술하였다. 그런데 이 수술을 해야 할 의학적 적응

    (Indikation)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술은 오로지 종교적인 이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