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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201403 201403 123 전북 부안의 해는 계화도에서 떠서 솔섬 너머로 진다. 물가에 도열한 소나무 뒤 자욱한 새벽안개를 뚫고 솟아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고 해변 도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리다 채석강의 층암절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붉은 기운을 토해낸 태 양은 솔섬 너머로 그렇게 사라지며 일과를 마무리한다. 사진 박창기 기자 · 글 임동근 기자 (시) 로 승화된 바다와 산과 들판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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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전북 부안의 해는 계화도에서 떠서 솔섬 너머로 진다. 물가에 도열한 소나무 뒤 자욱한

새벽안개를 뚫고 솟아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고 해변 도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리다

채석강의 층암절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붉은 기운을 토해낸 태

양은 솔섬 너머로 그렇게 사라지며 일과를 마무리한다.

사진 박창기 기자 · 글 임동근 기자

(시)로 승화된 바다와 산과 들판詩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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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자연이 합작한 해변의 걸작

물가에 늘어선 늘씬한 소나무들이 드넓은 평야의 한 귀퉁이를 곱게 가르고 있었다. 가지런하게 도열한

소나무들은 살짝 얼어붙은 수면에 실루엣을 드리우며 매혹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새벽의 푸름에 붉은

기운이 스밀 무렵, 들판에는 희뿌연 안개가 피어올랐고 개 짖는 소리와 오리 울음소리는 차디찬 공기

를 뚫고 지났다. 부안의 북쪽 끝 계화교에서 바라본 이 풍경은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만

큼이나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고혹적이었다.

바다가 갈라지는 하섬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와 작은당 사구식물 관찰지에 도착했다. 겨울이라 사구

식물은 볼 수 없었지만 야성적인 파도가 밀려드는 은빛 해안 너머로 멀리 적벽강이 시야에 들어왔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뱃놀이를 즐겼던 곳과 흡사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그 풍경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적벽강 절벽 위로는 서해의 수호신인 계양할미의 사당인 수성당이 자리했다.

해변 도로는 채석강으로 이어졌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뱃놀이를 즐기

던 중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장소에서 따온 지명이다. 책 수만 권을 쌓은 듯한 특

이하고 아름다운 퇴적암이 감탄을 자아냈다. 까맣게 보이는 해안가 바닥 바위와 층층의 절벽은 썰물

때여서 장엄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만권의 책이 쌓인 변산 채석강, 서해의 서재로 / 오늘 나는 책보자기를 허리에 매고 책을 빌리러 간

다.<후략>』 권창순 ‘채석강으로 가다’ 중에서

격포항 쪽으로 향하면 해식동굴을 볼 수 있다. 썰물 때 채석강 바위 길을 거닐어도 닿을 수 있지만 쉽

게 가려면 격포항 쪽 방파제길이 더 편하다. 닭이봉의 해안 바위를 파도가 파고들어 만든 해식동굴은

바깥보다 해 질 녘 안쪽에서 보는 바깥 풍경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태양을 따라가는 해변길 여정끄트머리가 보이지 않는 간척지와 방조제, 검은 빛깔의 갯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층암

절벽과 해식동굴, 낭만적인 등대와 소박한 어촌, 운치 있는 소금밭 등 변산반도에서는 해안

의 오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扶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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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고 서정적인 어촌 마을, 모항

해변 도로는 다시 30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맑은 하늘 아래 바다가 시원스럽다. 도로는 해안 굽이를 돌 때마다 또 다른

모양과 빛깔의 수려한 풍경을 선사했다. 바닷가에 들어선 예쁜 외관의 펜션과 카페도 맑은 풍경화의 피조물로 한몫을

더했다.

오른쪽 아래로 소나무가 가지런한 모항 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항은 작고 포근한 어촌 마을이자 아늑한 해수

욕장이 있는 곳이다. 이자벨 위페르(안느)가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는 영화 속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유한(유준상)이 안느를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해수욕장, 문수(문성근)

가 안느와 키스를 했던 등대, 종수(권해효)가 고기를 구워 먹던 펜션 등 어느 곳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은 역시 방파제 끝에 선 등대다. 포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선창에는 ‘주꾸미 아파트’

(주꾸미를 잡기 위해 소라고둥으로 만든 그물)가 봄날을 기다리며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등대는 갈 때마다 색깔을 바꾸

었다.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리고 이제는 연둣빛으로 변신해 또 다른 분

위기를 연출했다. 등대 맞은편 언덕 위에는 잘 생긴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가 바다를 신령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 비로소 여행이란, /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

나는 것이니까 /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후략>』 안도현 ‘모항으로 가는 길’ 중에서

적막하지만 아름다운 곰소염전

30번 국도는 다시 구불거렸다. 석포삼거리를 지나고 젓갈을 파는 상점과

식당이 즐비한 지역으로 이끌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금이 생산되는 곰

소염전이다. 염부(鹽夫)들이 없는 염전은 적막했지만 아름다웠다. 소금

창고에는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내려앉아 있고, 물 담긴 염전은 하늘과

주변 풍경을 칸칸마다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이제 봄이 되면 염부들

은 새벽부터 바람과 태양이 만든 소금을 채렴(採鹽) 대패로 밀며 구슬땀

을 흘리리라.

30번 국도 끝인 영전사거리에서 10여 분을 가면 줄포자연생태공원이 있

다. 41만5천325㎡ 부지에 갈대숲과 습지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탐

방로, 유채와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은 화훼 단지를 조성했다. 철이 일러

꽃은 볼 수 없었지만 공원을 뒤덮은 갈대가 이지러지는 태양빛을 받아 황

금빛 장관을 연출했다.

3 부안에서는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4 모항 등대 인근 선착장에

쌓여 있는 ‘주꾸미 아파트’. 5 고즈넉한 풍경의 곰소염전.

1 줄포자연생태공원 안쪽에 자리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 2 작은 어촌 마을 모항에서는 낭만적인 모습이 등대와 신령스런 나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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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 너머로 시뻘건 해가 내려앉는다. 하얗던 구름은 발그레하게 황금빛으로 이윽고 수평선 아래로 해가 숨었고 둥지를 찾아가는 철새들은 솔섬 위를 날아

물들고 수면에는 저 멀리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붉디붉은 사다리가 일렁거렸다. 태양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이방인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무거운 침묵 속에서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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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선계(仙界)로 향하는 길목변산반도에서 해안길을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유자적한 아름다

움을 품은 내변산이 자리한다. 때 묻지 않은 외변산의 모습처럼 그곳도

싱그러운 자연과 소박한 사찰이 순수하게 남겨져 있다.

전나무 숲길 너머의 소박한 사찰

곰소 서쪽 석포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접어들어 평화로운 풍경의 농촌 마을을 지나자 이내 내소사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주문을 지나자 하늘을 가릴 듯 짙푸른 전나무 숲길이 천왕문까지 이어졌다. 속세에

서 묻은 때를 씻어 내라는 듯 청아한 기운이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가지런하게 했다.

방문객들은 숲길을 천천히 거닐다가 멈춰 서 풍경을 감상하다 사진을 찍곤 했다. 이 길은 봄이면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전나무 숲길은 변산 8경 중 하나일 정도로

아름답다.

험상궂은 표정의 사천왕상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병풍처럼 둘러쳐진 능가산 발치에 자리한 내소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경내에는 앙상한 가지가 유려해 보이는 1천 년 된 거대한 느티나무와 300년 됐다는 보

리수가 떡 하니 버티고 섰고, 봉래루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 삼층석탑 뒤로 팔작지붕 근사한 대웅보

전이 단아한 풍모를 드러냈다.

단청 하나 없이 변산반도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수수한 대웅보전. 색의 화려함을 완전히 배제하

고 나무 고유의 빛깔만 남아 있는 건물은 단청이 화사한 보통의 사찰보다 더 예스럽고 또 그윽했다. 무

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정면 3칸 8짝의 꽃살문이었다. 연꽃, 모란, 국화 등으로 가득 수놓인 문살에는 아

무런 색도 입히지 않았지만 봄날의 꽃밭을 옮겨놓은 것처럼, 벌과 나비라도 내려앉을 것처럼 화사했다.

대웅보전 내부에는 사람들이 무념무상의 기도에 빠져 있었다. 법당 내부는 화려한 단청이 사용돼 외관과

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삼존불이 모셔진 불단 뒤 벽면에는 국내에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큰 백의

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다. 내부를 둘러보면 쇠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짜 맞춘 옛 장인의

솜씨에 놀라게 된다. 또 용과 잉어를 소재로 한 천장화가 흥미롭다.

내소사는 화려하면서

도 소박하다. 단청이 없는

나무 빛깔 그대로의

대웅보전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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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를 향한 경쾌한 발걸음

연동삼거리 인근에서 반계 유형원 선생 유적지 표지판을 따라 우신마을로 접어들면 내변산이다.

내변산에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우동리 당산이다. 도로 오른쪽의 마을에 멋스러운 나

무 한 그루를 찾아가면 된다. 2년마다 열리는 우동리 당산제 줄다리기는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

만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민간 풍속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령 400년의 팽나무 주변

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나무 옆에는 커다란 입석이 있고, 솟대도 세워 놓았다.

당산을 떠나 도로로 접어들자 이내 오른쪽으로 초록빛 물이 담긴 저수지 ‘우동제’가 나타나고, 바드

재 정상에 오르자 곰소만의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는 이리저리 구불거리지만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

로 물들어 상쾌하고, 기암이 많은 계곡은 호수의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눈부신 광경을 선사했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부터는 걸어서 직소폭포로 향했다. 등산로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평탄한 길

이 이어졌다. 멀리 우뚝 선 산들은 저마다 커다란 바위를 품고 있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0여 분을

걷자 숲길이 끝나면서 봉우리들 사이에 평탄한 지대가 나왔다. 선인봉 아래 실상사다. 한국전쟁 때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됐는

데 지금은 미륵전과 삼성각이 복원돼 있다.

실상사를 지나서도 길은 평탄하다. 첫 번째 다리를 건너면 봉래구곡이다. 주변 산과 직소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분옥담과 선

녀탕, 봉래구곡을 거쳐 간다. 중간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 아래까지 흐르는 물이 많지 않지만 경치만은 수려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3㎞ 지점은 자연보호헌장탑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직소폭포, 오른쪽으로 가면 낙조대를

거쳐 월명암으로 이어진다. 이제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조금 오르자 수면에 산그늘이 드리운 저수지가 나타났다.

등산객들은 전망대에서 잔잔한 수면과 풍경을 감상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다시 짧은 비탈을 오르자 이내 직소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달했다. 계곡 안쪽의 폭포는 시원스럽게 물을 쏟아내고 있

었다. 폭포수 주변 바위는 얼음으로 하얗게 뒤덮였고, 아래의 넓은 소(沼)는 얼어붙었지만 물은 끊임없이 계곡을 향해 갔다. 겨

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시기의 직소폭포는 여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扶安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사계절 아름답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면 싱그러운 초록빛 기운이 몸속 깊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직소폭포와

얼어붙은 소(沼). 2 실상사에 소원을 담은

기와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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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부안의 3味부안은 어느 곳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여행지이다.

특히 백합 요리와 바지락죽, 곰소의 젓갈정식과 꽃

게장, 청호저수지의 붕어찜, 위도의 굴과 새우, 계

절 별미인 주꾸미와 전어 등 다양한 음식이 군침을

돌게 한다.

향긋한 바다 향의 백합 요리

백합은 전남 영광에서 서해안을 따라 북한 지역까지 갯벌 속에 지천으

로 널려 있다. 그래도 백합 요리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부안이다. 부

안 주민들은 전복 다음으로 백합을 꼽고, 조선시대에는 궁궐에 진상까

지 했다고 한다.

백합은 회, 찜, 탕, 구이, 죽 등으로 맛볼 수 있다. 어느 것이나 맛있지만

그중 최고를 꼽는다면 신선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회이다. 납작하

게 썬 풋고추와 마늘을 속살 위에 올리고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향긋한 냄새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은박지로 백합을 싸서 구워내는 구이는 또 다른 풍미

를 선사한다. 밝은 주황빛과 흰빛의 백합 속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게 씹히면서 은

은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찜은 아귀찜과 비슷하다. 콩나물과 미나리, 양파, 버섯, 당근, 풋고추 등

을 넣어 얼큰하면서도 감치는 맛이 일품이다. 또 뽀얀 국물에 백합이 입

을 벌린 백합탕은 진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좋으며, 백합 향이 깊게 밴 죽

도 군침을 돌게 한다.

바다를 머금은 젓갈정식과 바지락죽

곰소염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소금이 생산된다. 이곳 젓갈이

유명한 이유도 곰소의 좋은 소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곰소항 인근 식당에 가면 창란젓, 명란젓, 황석어젓, 오징어젓, 낙지젓,

갈치속젓, 꼴뚜기젓, 바지락젓 등

9~13가지 젓갈이 다양한 찬과 함께

나오는 젓갈정식을 맛볼 수 있다.

노릇하게 구운 김에 뜨끈한 밥 한 숟

가락을 얹고 젓갈을 올려 먹으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밥 한술에 젓갈 하

나씩 얹어 먹으면 순식간에 밥 한 공기

가 비게 된다.

이곳 젓갈은 숙성도와 양념을 넣는 손

맛 때문에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

다. 그러나 곰소의 소금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바지락죽도 부안을 대표하는 먹을거

리다. 변산반도에서 채취되는 자연산

바지락을 이용하는데 쌀과 녹두에 당

근,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여 낸다. 특

히 뽕잎 바지락죽은 뽕잎을 갈아 넣어

건강에도 그만이다. 양도 넉넉해 한 그

릇을 비우고 나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바다와 뽕잎의 향기가 입 안에

오래도록 남는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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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정보

백합구이 · 백합탕 2만3천 원, 백

합찜 3만3천 원, 백합파전 1만2

천 원, 백합죽 9천 원, 백합탕 정식

(죽, 구이, 탕) 1만9천 원, 백합찜

정식(죽, 구이, 찜) 2만3천 원, 젓갈

정식 1만 원, 바지락죽 7천 원, 뽕

잎 바지락죽 9천 원

1 뽕잎바지락죽. 2 백합파전. 3 백합탕. 4 백합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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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부안은 시(詩)의 고장이다. 변산반도의 바다와 산과 들판 등 모든 장소가 시심을 불러일으킨다. 조선 중기의 기생 시인 이매창을

비롯해 신석정, 노동자 시인 박영근 등 많은 시인들이 이곳 출신인 까닭도 바로 부안의 자연에 있는 듯하다.

부안청자박물관

부안은 고려청자 중에서도 명품으로 인

정받는 상감청자가 생산됐던 곳이다. 부

안청자박물관에서는 청자의 역사와 제

작 과정을 배우고 아름다운 빛깔의 명품

고려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2층에는 시

대별 도자기에 관한 역사 자료, 유천리

청자 가마터에서 발굴된 유물이 전시돼

있고, 1층 청자제작실에서는 어린이 방

문객을 위해 3D와 4D 입체 영상을 이용

한 청자의 제작과 운반 과정을 설명한다.

매창공원

매창(梅窓) 이계생(1573~1610)은 촌은(村隱) 유희경(1545~1636), 직소폭

포와 함께 ‘부안삼절(扶安三絶)’로 불린다. 매창공원은 이계생의 시와 묘로

꾸며진 시문학 공원이다. 공원에는 사랑하는 유희경이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쓴 ‘이화우’를 비롯해 ‘취하신 님께’, ‘어수대’, ‘옛 님을 생각하며’ 등 매창의 주

옥같은 시가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다. 또 그리움이 사무쳐도 볼 수 없는 애

끓는 심정을 담은 유희경의 ‘매창을 생각하며’와 매창을 사모했던 허균의 ‘매

창의 죽음을 슬퍼하며’란 글귀도 볼 수 있다.

신석정(1907~74)에게는 언제나 ‘전원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또 일제강점기와 분단, 전쟁,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역사

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도피한 지식인으로 비판을 받곤 했다.

그러나 실제 그는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한 몇 안 되는 시인이었

고, 역사의 고비마다 시로 시대를 비판하며 몸부림쳤던 인물이었

다. 그는 좌우명도 현실에서 지조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기개

를 나타내는 ‘지재고산유수(志在高山流水)’로 삼았다.

석정문학관에 가면 그의 시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한 편의 시는 불행한 겨레의 멍든 마음을 되찾아주는 따뜻한 손

길이 되어야…’라는 문구나 1960년 자유당 정권이 무너진 후 교

육노조 결성을 지지하는 시 ‘단식의 노래’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문학관에는 이병기, 서정주, 강은교, 김영랑 등 수많은 문학인에

게 받은 편지를 비롯해 담배 파이프, 안경, 사진기 등의 유품이

그의 작품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문학관 정면 맞은편에는 시인이 1931년 낙향한 지 2년 뒤 짓고

‘청구원(靑丘園)’이라 이름 붙인 초가 고택이 복원돼 있다. 이곳에

서 시인은 시집 ‘촛불’과 ‘슬픈 목가’에 실린 작품 대부분을 썼다고

한다. 청구원 안방 벽에서는 평온한 표정의 시인을 볼 수 있다.

금구원 야외조각미술관

1966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

초의 사설 조각공원이다. 여

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김

오성 작가의 작품 100여 점

으로 구성돼 있다. 1991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개

인 천문대에서는 천체를 관찰

할 수도 있다.

새만금 방조제

변산반도에서 군산 비응도까지 이어지는 길이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이다.

자연이 만든 외변산과 인공의 방조제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고 있

다. 방조제 안쪽은 끝이 보이지 않고 바닷물이 들어차 있어 망망대해 같다. 중간

중간의 휴게소에서는 전망대에 올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입구의 새만

금홍보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한국 간척기술의 발전사, 새만금 위성사

진, 배수갑문 모형, 국내 주요 철새 도래지 등에 관한 내용이 전시돼 있으며, 새

만금 방조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부안영상테마파크

조선 중기의 왕궁과 사대부 가옥, 한방촌, 도자기촌, 공방촌, 시전 거리 등을

조성해 놓은 사극 종합 촬영장이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이 촬영됐다. 다양한 공예품을 감

상ㆍ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전북공예명품관도 들어서 있다.

부안누에타운

150년 전통의 누에마을인 변산면 마포리 유유마을에 있다. 누에의 생활과 산

업적 이용을 보여주는 누에곤충과학관과 누에와 함께하는 정글탐사형 탐험

관, 오디(뽕나무 열매), 누에의 과거와 미래를 보고, 오디와 누에고치를 이용

해 비누와 주스를 만들어 보는 체험관 등이 있다.

둘러볼 만한 곳

신석정 이상을 꿈꾸고 현실에 참여한 지조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