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무형문화재 제1호 계명주 보유자 최옥근...최근 일고 있는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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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계명주 보유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최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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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계명주 보유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최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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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주는 술을 담근 다음날 닭이 우는 새벽녘에 벌써 다 익어 마실 수 있

는 술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급하게 술을 빚을 필요가 있을

때 만들었던 속성주로 1일주(一日酒), 삼일주(三日酒), 계명주 등이 이에 속

한다. 일명 ‘엿탁주’라고도 한다.

엿탁주는 옥수수와 수수, 엿기름으로 죽을 쑤고 누룩과 솔잎을 넣어 만

든 것이 특징이며, 알코올 농도는 11%이다. 여기에 여덟가지 약초를 넣어 알

코올 농도를 16%로 만든 술이 약계명주로 농림수산부 지정 전통식품 제12

호로 지정되어 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전통주 가운데 하나인 계명주의 재료는 수수, 옥수수,

누룩, 엿질금, 조청(엿), 솔잎 그리고 물이며, 술을 빚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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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제한 누룩가루를 조청에 담가 불린다.

2. 수수와 옥수수를 냉수에 침지하여 불린다.

3. 불린 수수와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넣고, 여기에 엿질금과

물을 부어 은근한 불에 죽을 써서 당화시킨다.

4. 식은 죽을 자루에 넣고 짜서 엿밥을 걸러낸다.

5. 차게 식힌 죽에 조청에 불리 누룩과 솔잎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잘 섞

은 후 술 항아리에 넣고 봉하여 약 28도 정도에서 발효시켜 거르면 약 11도

의 계명주가 완성된다.

개마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수수대는 붉은 울음을 토해낸다. 멀리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사냥을 떠났던 마을의 사내들이 수수

밭 사이길로 말을 몰아 온다. 몇몇 사내의 안장에는 멧돼지들이 자랑인 듯

흔들리고 있다. 사냥에 지친 사내들은 마을로 들어서자 본능적으로 술이 익

어가며 풍겨오는 단내를 맡는다. 허기가 동한다. 하지만 사내들은 우물로 가

서 청량한 물로 허기를 달랠 뿐, 술을 찾지는 않는다. 내일 새벽이 바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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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제사이기에 술독의 첫잔을 신에게 바쳐야 한다는 무언의 신앙이 그들

을 일찍 숙소로 들게 한다.

새벽 어스름이 마을의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면 어김없이 첫 닭이 운다.

마을의 신단수아래에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어제 담궈 놓았던 술

독이 제단 아래 놓이고 독의 뚜껑을 열자 거기엔 신에게 바치는 고구려인의

붉은 피가 고여 있었다. 수수로 빚고 엿기름을 섞어 일찍 숙성시킨 엿탁주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제사가 끝나면 밤 늦도록 이어질 동맹의 잔치에

흥취를 더해 줄 계명주는 그렇게 고구려인의 혼을 깨우는 새벽 닭 울음과

함께 향과 맛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술’ 이란 천지귀신께 제례지낼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숭고한 음

식이요, 노약한 이의 혈기를 돋우는 데에 빠뜨릴 수 없는 귀중한 약물로서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겼다. 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신에

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으며, 한편으로는 술을 인간이 예법에 어긋나도록

사용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광약일뿐 이라고 생각했다. 이

렇게 제사나 각종 의례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술이었고, 먼 상고시대부터 민

보유자최옥근(우)와전수조교이창수(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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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서는 술을 빚어 향음하고 신에게 바쳤다. 그 가운데 고구려인의 기개가

담겨져 있는 전통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계명주이다.

계명주는 원래 엿탁주에서 비롯된 우리 나라 전통민속주의 하나로 고려

시대 이전부터 서북지방, 즉 지금의 평안남도에서 빚어 온 토속주이다. 계명

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인의 말발굽소리를 들을 수

있다. 1천 5백년 전 중국문헌인 ‘제민요술’에는 ‘하계명주는 여름철 황혼녘

에 술을 빚어 새벽 닭이 울면 먹는다.’고 적고 있어 계명주가 고구려인의 술

임을 밝히고 있다. 또 1000년 전 중국인의 기행문인 고려도경 향음조에는

고려의 풍습은 단술을 중히 여기며 특히 잔치술은 맛이 달고 색깔이 짙으

며 취하지 않아야 일품으로 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조선시대 허준

의 동의보감에도 계명주의 제조방법이 실려 있다. 소곡주가 백제의 술이고

경주 교동법주가 신라의 술이라면 계명주는 바로 고구려를 대표하던 술이라

할 수 있다. 분단 이전에는 평안도 지방을 중심으로 항간에 엿탁주라 불리

던 계명주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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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주는 그 맛도 깊지만 몸에도 좋은 약주라 할 수 있다. 소화작용을 돕

고 피로회복에 좋으며 페와 위를 보호하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명약. 연

한 담황색 빛깔에 솔잎향이 나며 마신 후 혀 끝에 단맛이 감도는 것이 특색

인 계명주는 고구려 전통 수렵주로 한번 마셔본 사람이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명주로 애주가들 사이에는 정평이 나있다. 주정이 약 5%~7%정도여서

은근히 취하면서도 부드럽게 깨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계명주는 문헌 기록과 사람들의 입에 화자되기에는 하루 전에 담가 새벽

닭이 울기 전에 먹는 속성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 제조 기간은 약8일의 시

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선 누룩을 조청에 담가 골고루 스며 들도록 6~7

일 정도 묵혀둔 후 가마솥에서 은근히 끓여 걸러낸다. 그사이 옥수수와 수

수를 8대 2비율로 섞어 10~12시간 정도 불린다. 맷돌이나 믹서기에 갈아

물을 3배 가량 붓고 은근히 끊인다. 다음은 삼베가루로 걸러낸 원료를 차게

식힌 뒤 조청에 누룩과 솔잎을 배합해 항아리에 넣는다. 섭씨 25~28도의

실내에서 8일 동안 발효시켜 걸러내면 노르스름하고 맑은 계명주가 된다.

계명주의 제조비법은 평안남도 강안군에서 6.25때 월남한 장기항과 그의

부인 최옥근에 의해 이어져 왔다. 남한에서 계명주를 빚는 곳은 그가 살고

있는 남양주 수동 지둔리가 유일하다. 결성 장씨 11대 자부인 최씨는 계명주

의 양조비법을 아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집안 술로만 담가오던 계명주가 세

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민속주 학자인 이성우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소문

을 듣고 장기항씨 댁을 찾은 이교수는 800년 전 중국의 음식서적인 「거가필

용」과 조선시대 허준의 「동의보감」에 소개된 ‘계명주’와 제조방법이 동일하다

는 것을 밝혀 냈고, 1987년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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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의 향토음식이나 토속주가 많이 사라져 가면서도 자료를 수집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서 경기도 남양주의 장기항 씨와 그의 부인 최옥근씨를

통해서 계명주의 전통이 이어져옴으로써 술의 변천사와 발효문화를 알 수

있는 학술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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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으로 넘어가는 첫맛은 시큼했다.

발효된 알코올 특유의 신맛 다음엔 곡류(穀類)의 단맛이, 마지막엔 입 안

으로 솔잎의 은은함이 퍼졌다.

이제까지 마셔본 어떤 술과도 달랐다.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구려 술로 인정받은 ‘계명주(鷄鳴酒)’ 이야기다.

“황혼 무렵에 술을 빚으면 새벽닭이 울 때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계명주’라

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만큼 평안도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퍼져 있

던 술이 바로 이 계명주입니다.”》

“죽쒀 만든 北 제삿술 알고보니 고구려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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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계명주 명인인 최옥근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만큼 계명주

는 평안도 지역에서 빨리 만들어 빨리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최 씨는 “당

장 내일이 제사인데 집에 술이 없으면 계명주를 급하게 만들곤 했다”며 “그

특성 때문에 이북에서는 ‘잔치술’, ‘속성주’라고도 했고, 엿기름을 사용한다

고 해서 ‘엿탁주’라는 이름도 붙었다”고 말했다.

계명주는 국내 전통주 중에서 보기 드물게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쓴

다. 쌀이 귀한 북쪽 지방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고구려인의 주식 중

하나였던 수수가 계명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다. 옥수수가 도입된 이

후에는 옥수수를 더 많이 넣어 지금은 술의 빛깔이 황색을 띄지만 원래는

수수의 붉은빛이 더 강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전통주는 지에밥으로 빚지만 계명주는 죽을 쑤어 술을 만든다.

일주일 동안 묵혀둔 누룩에 옥수수와 수수를 갈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만

든다. 이렇게 만든 죽을 삼베자루로 거르고 솔잎과 함께 발효시키면 계명주

가 된다. 계명주의 신맛과 단맛, 그리고 향은 누룩과 수수, 솔잎이라는 세

가지 주요 원료가 어우러진 것이다. 알코올 도수는 7∼16도.

최 씨가 처음부터 ‘계명주’라는 이름을 알고 이 술을 만들었던 것은 아

니다. 최 씨의 남편인 장기항 씨(2005년 작고)와 시어머니 고 박채형 씨는

6·25전쟁 당시 평남 용강군에서 서울로 월남했다. 이때 가지고 내려온 집안

의 ‘기일록(忌日錄)’에는 조상의 제삿날과 함께 제주(祭酒) 담그는 방법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23세 때 시집 와서 그 이듬해부터 술 만드는 일을 했어요. 매일매일 제삿

술 만들 죽을 쑤라고 시키니 처음에는 이 술이 뭔지도 모르고 시집 잘못 왔

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지금이야 가스불이 있어서 금방 되지만, 가마솥에

불을 땔 때는 그야말로 중노동이었죠.”

그러다 경기 남양주에 멧돼지 식당을 차리면서 계명주의 진가가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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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가는 손님들에게 집안 전통의 가양주(家釀酒)를 맛보라고 조금씩 만

들어 줬더니 처음 보는 술의 기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계명주

의 ‘뿌리 찾기’가 시작됐다.

장기항 씨는 그때부터 이북5도청 등을 찾아다니며 평안도 가양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옛 입맛을 알고 있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계명주의 원

래 맛을 찾기 시작했다. 1980년대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이 넘을 정도였던

멧돼지 식당의 수익금도 술 연구에 쏟아부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은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던 가양주가 동의

보감에 기록된 ‘계명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는 1987년 경기도 무형

문화재 1호로 등록됐고 1996년에는 농림부가 지정하는 ‘식품 명인’이 됐다.

자칫 잊혀질 뻔한 역사 속의 술이 개인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장 씨와 최 씨로부터 계명주 제조기술을 전수받은 제자 이창수 씨는 “술

을 맛보는 사람마다 ‘이 술을 가지고 왜 팔지 못하느냐’고 타박하다 보니 가

끔 전수자로서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다”며 “내년 2월부터 공장을 다시 남

양주에 세우고 본격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내놓는 계명주는

최근 일고 있는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고급 발효주’답게 고급화와 젊은층 공

략에 나설 계획이다.

최 씨는 “제사를 지낼 때 일본 술인 ‘정종’을 제사상에 올리는 가정이 아직

도 많다”며 “한국 전통주를 사용한다면 전통주가 다시 살아나는 데 큰 힘

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박재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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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남양주시수동면지둔리278

전화:010-2259-2828

문의:이창수(전수조교,[email protected])

보유자의 남편 장기항씨는 계명주의 뿌리를 찾기 위하여 이북5도청 등을 찾아

다니며 평안도 가양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옛 입맛을 알고 있는 노인들

을 찾아다니며 계명주의 원래 맛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들은 집

안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던 가양주가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라는 사실

을 알게 됐다. 최 씨는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등록됐고 1996년에는

농림부가 지정하는 ‘식품 명인’이 됐다. 자칫 잊혀질 뻔한 역사 속의 술이 개인

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위의 사진은 계명주의 원류에 대한 고증자료

이다.

이 브로슈어는 경기도의 예산지원과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의 도움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