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경기 살려낼 ‘최종병기’… 부작용땐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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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1 4 2016년 8월 3일 헬리콥터 머니를 인류역사상 제일 먼저 시행한 인물은 다카하시 고레키 요이다. 1921년부터 7개월간 일본의 제20대 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일 본어로는 高橋 是清 たかはし これ きよ로 쓴다. 1854년 에도 막부의 어용 화가였던 가와무라의 사생아로 태어나 센다이 번의 무사인 다카하시 집안의 양자로 컸다. 메이지 가쿠인 대학을 졸업하 고 번의 명령에 의해 가쓰 가이슈의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가 공부 했다. 귀국 후 문부성과 농상무성의 관료를 거쳐 1892년 일본은행에 들어 가 부총재와 총재 등을 역임했다. 1913년 야마모토 내각에서 대장성 대신으로 발탁됐다. 계속 승승장구 하여 총리에까지 올랐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은퇴했으나 1927년 쇼와공 황이 터졌을 때 다나카 기이치의 총 리의 청으로 다시 대장성 대신을 맡 았다. 쇼와(昭和)란 쇼와 천황이 통치 하던 시대 일본의 연호다. 중국 상서 요전에 나오는 百姓昭明協和萬邦 즉 백성이 밝고 똑똑해져 만방을 화평하 게 하다라는 글에서 두 글자를 따와 만든 조어다. 시기적으로는 1926년 12 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이다. 쇼와가 처음 왕위에 오른 것은 1926년 이지만 취임 후 닷새 만에 해가 바뀌 었기 때문에 그 이듬해인 1927년을 사 실상의 쇼와 원년으로 부른다. 그해 일본에서 경제 공황이 터졌다. 관동대지진 와중에 야기된 기업들의 어음 손실을 정부가 대신 물어주는 과 정에서 정책 혼선을 빗어 공황이 온 것이다. 다급해진 다나카 기치치 총 리는 총리 선배인 다카하시에게 대장 성 대신을 맡아 공황수습을 진두지휘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시 대장성 대신으로 컴백한 다카 하시가 대공황 극복을 위해 이때 꺼낸 카드가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다 카하시는 한때 자신이 총재로 근무했 던 일본은행을 설득하여 일은의 발권 력으로 대장성이 발행하는 국채를 무 제한 사도록 했다. 그 돈을 풀어 물가 를 올리고 경기를 부양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쇼와공황을 수습해낸 것은 물론 이후 대호황의 시 대를 열었다. 1931년부터 1936년 사이 일본의 국민소득은 무려 60%나 증가 했다. 소비자물가도 18% 급등했다. 주가 또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중앙은행의 발권력 일부를 대장성 으로 넘겨 경기를 부양했던 당시 다카 하시의 정책을 인류 역사상 헬리콥터 머니라면서 높이 평가한 인물이 벤 버 냉키이다. 미국 연준 의장시절 양적 완화로 미국 경제를 구해냈다는 평가 를 받고 있는 벤 버냉키는 최근 일본 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다카하시 전 대신을 `세계 불황으로부터 일본 을 훌륭하게 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 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 취해야할 정책이 바로 다카하시의 헬리콥터 머 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카하시의 끝은 좋지 않았다. 헬리콥터 머니 이 후 출구전략을 구사하다가 군부 세력 에 의해 암살된 것이다. 이후 일본 군 부는 출구전략을 중단한 채 발권력으 로 마구 군수물자와 무기를 확장해갔 다. 만약 다카하시다 살해당하지 않고 출구전략까지 잘 마무리했다면 일본 이 2차 대전에 휘말리지 않을 수도 있 었다. 헬리콥터 머니로 풀린 돈을 사 태 수습 후 환수하지 못하면 그로 인 한 재앙이 자못 심각할 수 있다. 헬리 콥터 머니에 대한 역사의 교훈이다. 김대호 주필(경제학 박사) 침체경기 살려낼 ‘최종병기’… 부작용땐 국가 파산 쇼와공황 극복한 日다카하시 재무상, 첫 시행 세계경제 불황이 점점 깊어지면서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 장이 점점 힘을 실어가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는 오해가 적지 않다.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를 타 고 하늘로 올라가 마구 뿌리는 것을 헬 리콥터 머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 외로 많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말의 뉘 앙스가 야기한 인식의 오류일 뿐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하늘에서 돈 이 그냥 뿌려진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헬리콥터라는 말은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맨 먼저 언급했다. 이른 바 시카고학파의 태두로 불리는 프리 드먼 교수는 1969년 ‘최적 통화량에 관 한 연구’(The Optimum Quantity of Money)에서 처음으로 헬리콥터 머 니의 개념을 제시했다. 디플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헬리콥 터 머니를 제안한 것이다. 여기서 프리드먼이 말하는 헬리콥터 란 일반 비행기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실족하여 생명 의 위기에 봉착할 때 그를 구해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운송수단이 헬리콥 터이다. 헬리콥터는 일반 비행기에 비 해 용량이 적고 주행거리도 짧다. 대 신 헬리콥터는 구석구석 날아다니면 서 현장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그 장점을 통화정책에 응용한 것이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불 황에는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펴야 경 기를 살릴 수 있다. 요즈음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 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금리가 일 정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든다. 초저금리 상태에서는 돈이 생기면 투자를 하지 않고 현찰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투자를 해보았자 수 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학 자 케인스는 이를 유동성 선호현상 또 는 유동성 함정이라고 불렀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금 리인하를 해보았자 경제 현장의 유동 성이 늘지 않는다. 유동성이 늘지 않 으면 경기부양 효과도 없다. 이때 동 원할 수 있는 수단이 양적완화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 시중의 유동성 을 늘리는 것이다. 금리인하라는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바로 유동성을 확대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 통시장에서 채권을 사 모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사면 그 매 입량만큼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간 다. 이를 양적완화라고 부른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금융 위기가 발발했을 때 미국 FRB가 뽑 아든 카드가 바로 이 양적완화 정책이 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무너진 미국 경제를 구해낸 1등 공신은 양적 완화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럽중앙 은행과 일본은행 등이 양적완화 정책 을 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는 대대적인 양 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살아나 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디플 레는 미국보다 훨씬 깊고 심해 양적완 화로도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유럽과 일본의 중앙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상수단 까지 꺼냈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 계좌에 쌓아둔 돈에 이자 대신 과태료 를 물리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의 돈을 강제로라도 기업으로 돌려 경기를 부 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그러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은행의 부담을 가중 시켜 은행주가 폭락했다. 그 결과 증 시가 흔들렸다. 그뿐 아니다. 마이너 스 금리로 채권만기 지급액이 발행할 때 사는 가격보다 더 낮아지면서 사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채권거래 마비로 시중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헬리콥터 머니도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 한다는 점에서는 양적완화와 기본 메 커니즘이 같다. 양적완화와 헬리콥터의 가장 큰 차 이는 유통시장이나 발행시장이냐는 점이다. 양적완화는 이미 시중에 유통 되고 있는 국채를 산다. 그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자금을 푸는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푼 돈이 반드시 경기부양으로 연결된다는 보 장은 없다. 이에 반해 헬리콥터 머니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 고 정부로부터 바로 사는 것이다. 중앙 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로 푼 돈이 정부 로 바로 넘어가게 된다. 정부는 이 돈 으로 직접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헬리콥터 머니 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정부에 넘겨 무한정 돈을 쓰도록 한 것과 마찬가 지다. 제대로 회수가 되지 않으면 발 권력에 구멍에 생기는 것과 같다. 발 권력 붕괴는 일반적인 정부의 채무와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낳 는다. 발권력의 붕괴는 그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사실상 국가 파 산과 국민도산으로 이어진다. 중앙은 행이 찍어낸 모든 돈이 휴지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함부로 헬리콥터 머 니를 남용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헬리콥터 머니 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도입 이후 국채가 잘 팔 리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28조 엔 의 대담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결국은 일본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를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추경 통과 직후인 올 가을이 헬리콥터 머니 시행의 중대고 비다. 중앙은행 발권력 정부에 줘 필요한 곳 골라 통화 살포 마이너스 금리에도 돈이 안도는 일본, 가을 중대고비 ● 김대호 박사의 이야기 경제학 / 헬리콥터 머니 ● 사례로 본 헬리콥터 머니 버냉키, 당시 日 정책 높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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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경제 14 2016년 8월 3일

    헬리콥터 머니를 인류역사상 제일

    먼저 시행한 인물은 다카하시 고레키

    요이다. 1921년부터 7개월간 일본의

    제20대 총리를 역임한 인물이다. 일

    본어로는 高橋 是清 たかはし これきよ로 쓴다.

    1854년 에도 막부의 어용 화가였던

    가와무라의 사생아로 태어나 센다이

    번의 무사인 다카하시 집안의 양자로

    컸다. 메이지 가쿠인 대학을 졸업하

    고 번의 명령에 의해 가쓰 가이슈의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가 공부

    했다. 귀국 후 문부성과 농상무성의

    관료를 거쳐 1892년 일본은행에 들어

    가 부총재와 총재 등을 역임했다.

    1913년 야마모토 내각에서 대장성

    대신으로 발탁됐다. 계속 승승장구

    하여 총리에까지 올랐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은퇴했으나 1927년 쇼와공

    황이 터졌을 때 다나카 기이치의 총

    리의 청으로 다시 대장성 대신을 맡

    았다. 쇼와(昭和)란 쇼와 천황이 통치

    하던 시대 일본의 연호다. 중국 상서

    요전에 나오는 百姓昭明協和萬邦 즉

    백성이 밝고 똑똑해져 만방을 화평하

    게 하다라는 글에서 두 글자를 따와

    만든 조어다. 시기적으로는 1926년 12

    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이다.

    쇼와가 처음 왕위에 오른 것은 1926년

    이지만 취임 후 닷새 만에 해가 바뀌

    었기 때문에 그 이듬해인 1927년을 사

    실상의 쇼와 원년으로 부른다.

    그해 일본에서 경제 공황이 터졌다.

    관동대지진 와중에 야기된 기업들의

    어음 손실을 정부가 대신 물어주는 과

    정에서 정책 혼선을 빗어 공황이 온

    것이다. 다급해진 다나카 기치치 총

    리는 총리 선배인 다카하시에게 대장

    성 대신을 맡아 공황수습을 진두지휘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시 대장성 대신으로 컴백한 다카

    하시가 대공황 극복을 위해 이때 꺼낸

    카드가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다

    카하시는 한때 자신이 총재로 근무했

    던 일본은행을 설득하여 일은의 발권

    력으로 대장성이 발행하는 국채를 무

    제한 사도록 했다. 그 돈을 풀어 물가

    를 올리고 경기를 부양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쇼와공황을

    수습해낸 것은 물론 이후 대호황의 시

    대를 열었다. 1931년부터 1936년 사이

    일본의 국민소득은 무려 60%나 증가

    했다. 소비자물가도 18% 급등했다.

    주가 또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중앙은행의 발권력 일부를 대장성

    으로 넘겨 경기를 부양했던 당시 다카

    하시의 정책을 인류 역사상 헬리콥터

    머니라면서 높이 평가한 인물이 벤 버

    냉키이다. 미국 연준 의장시절 양적

    완화로 미국 경제를 구해냈다는 평가

    를 받고 있는 벤 버냉키는 최근 일본

    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다카하시

    전 대신을 `세계 불황으로부터 일본

    을 훌륭하게 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

    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이 취해야할

    정책이 바로 다카하시의 헬리콥터 머

    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카하시의

    끝은 좋지 않았다. 헬리콥터 머니 이

    후 출구전략을 구사하다가 군부 세력

    에 의해 암살된 것이다. 이후 일본 군

    부는 출구전략을 중단한 채 발권력으

    로 마구 군수물자와 무기를 확장해갔

    다. 만약 다카하시다 살해당하지 않고

    출구전략까지 잘 마무리했다면 일본

    이 2차 대전에 휘말리지 않을 수도 있

    었다. 헬리콥터 머니로 풀린 돈을 사

    태 수습 후 환수하지 못하면 그로 인

    한 재앙이 자못 심각할 수 있다. 헬리

    콥터 머니에 대한 역사의 교훈이다.

    김대호 주필(경제학 박사)

    침체경기 살려낼 ‘최종병기’… 부작용땐 국가 파산

    쇼와공황 극복한 日다카하시 재무상, 첫 시행

    세계경제 불황이 점점 깊어지면서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

    장이 점점 힘을 실어가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는 오해가

    적지 않다.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를 타

    고 하늘로 올라가 마구 뿌리는 것을 헬

    리콥터 머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

    외로 많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말의 뉘

    앙스가 야기한 인식의 오류일 뿐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하늘에서 돈

    이 그냥 뿌려진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헬리콥터라는 말은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맨 먼저 언급했다. 이른

    바 시카고학파의 태두로 불리는 프리

    드먼 교수는 1969년 ‘최적 통화량에 관

    한 연구’(The Optimum Quantity of

    Money)에서 처음으로 헬리콥터 머

    니의 개념을 제시했다. 디플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헬리콥

    터 머니를 제안한 것이다.

    여기서 프리드먼이 말하는 헬리콥터

    란 일반 비행기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실족하여 생명

    의 위기에 봉착할 때 그를 구해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운송수단이 헬리콥

    터이다. 헬리콥터는 일반 비행기에 비

    해 용량이 적고 주행거리도 짧다. 대

    신 헬리콥터는 구석구석 날아다니면

    서 현장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그

    장점을 통화정책에 응용한 것이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불

    황에는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펴야 경

    기를 살릴 수 있다. 요즈음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

    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금리가 일

    정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금리인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든다.

    초저금리 상태에서는 돈이 생기면

    투자를 하지 않고 현찰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투자를 해보았자 수

    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학

    자 케인스는 이를 유동성 선호현상 또

    는 유동성 함정이라고 불렀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금

    리인하를 해보았자 경제 현장의 유동

    성이 늘지 않는다. 유동성이 늘지 않

    으면 경기부양 효과도 없다. 이때 동

    원할 수 있는 수단이 양적완화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 시중의 유동성

    을 늘리는 것이다.

    금리인하라는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바로 유동성을 확대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

    통시장에서 채권을 사 모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사면 그 매

    입량만큼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간

    다. 이를 양적완화라고 부른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금융

    위기가 발발했을 때 미국 FRB가 뽑

    아든 카드가 바로 이 양적완화 정책이

    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무너진

    미국 경제를 구해낸 1등 공신은 양적

    완화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럽중앙

    은행과 일본은행 등이 양적완화 정책

    을 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는 대대적인 양

    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살아나

    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디플

    레는 미국보다 훨씬 깊고 심해 양적완

    화로도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유럽과 일본의 중앙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상수단

    까지 꺼냈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

    계좌에 쌓아둔 돈에 이자 대신 과태료

    를 물리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의 돈을

    강제로라도 기업으로 돌려 경기를 부

    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그러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은행의 부담을 가중

    시켜 은행주가 폭락했다. 그 결과 증

    시가 흔들렸다. 그뿐 아니다. 마이너

    스 금리로 채권만기 지급액이 발행할

    때 사는 가격보다 더 낮아지면서 사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채권거래 마비로

    시중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헬리콥터

    머니이다. 헬리콥터 머니도 채권을

    사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

    한다는 점에서는 양적완화와 기본 메

    커니즘이 같다.

    양적완화와 헬리콥터의 가장 큰 차

    이는 유통시장이나 발행시장이냐는

    점이다. 양적완화는 이미 시중에 유통

    되고 있는 국채를 산다. 그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자금을 푸는

    것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푼 돈이

    반드시 경기부양으로 연결된다는 보

    장은 없다.

    이에 반해 헬리콥터 머니는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유통시장을 거치지 않

    고 정부로부터 바로 사는 것이다. 중앙

    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로 푼 돈이 정부

    로 바로 넘어가게 된다. 정부는 이 돈

    으로 직접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헬리콥터 머니

    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정부에 넘겨

    무한정 돈을 쓰도록 한 것과 마찬가

    지다. 제대로 회수가 되지 않으면 발

    권력에 구멍에 생기는 것과 같다. 발

    권력 붕괴는 일반적인 정부의 채무와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낳

    는다. 발권력의 붕괴는 그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사실상 국가 파

    산과 국민도산으로 이어진다. 중앙은

    행이 찍어낸 모든 돈이 휴지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함부로 헬리콥터 머

    니를 남용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헬리콥터 머니

    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도입 이후 국채가 잘 팔

    리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28조 엔

    의 대담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결국은 일본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를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추경 통과 직후인 올

    가을이 헬리콥터 머니 시행의 중대고

    비다.

    중앙은행 발권력 정부에 줘 필요한 곳 골라 통화 살포

    마이너스 금리에도 돈이 안도는 일본, 가을 중대고비

    ● 김대호 박사의 이야기 경제학 / 헬리콥터 머니

    ● 사례로 본 헬리콥터 머니

    버냉키, 당시 日 정책 높이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