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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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제172(2016): pp.77-116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작업장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 1) 권 혜 원 ·권 순 원 . , . . . (worksite unionism) (open source unionism) . , . (advocacy) . 주제어: 집단적 이해대변, 오픈소스 노동조합주의, 네트워크형 조직,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문화예술 유니온 * 동덕여대 경영학과 조교수 [email protected]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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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pp.77-116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작업장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

1)

권 혜 원*·권 순 원**

요 약

본 논문은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고용은 매우 불안정하고 단속적이며, 저임금과 낮은 복지혜택을 특징으로한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고용과 복지와 관련된 약한 제도적 장치와 이해대변의공백은 이러한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이루어진 문화예술인들의 자기 조직화 과정에 주목하고 이러한 운동 속

에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이해대변 원리의 의미와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본고는노사정이행협약을 통해 보여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활동이 전통적인 작업장

노동조합주의(worksite unionism)를 넘어서서 외부노동시장 규제를 목표로 하는 오픈소스 노동조합주의(open source unionism)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을 제시하면서이러한 대안적 조직원리가 문화 예술 분야에서 태동하고 있는 유니온 운동의 벤치

마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전국영화산업노조와 문화예술 분야의 유니온들은 정치적 행동의 조직화 및 입법화 전략을 통해 제도개선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접근은 단체교섭의 효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프리랜서와 비정규 노

동자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해대변 모델에 기초하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및 예술인들의 다양한 유니온 조직들은 네트워크형 애드보커시(advocacy) 조직으로서 사용자와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입법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집단적 이해대변, 오픈소스 노동조합주의, 네트워크형 조직,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문화예술 유니온

* 동덕여대 경영학과 조교수 [email protected]**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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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문화예술인들의 열악한 노동실태와 생존권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예술인복지법을 확립하여 실행하

고 있지만 정책적 효과가 낮아서 오늘날에도 예술인들의 저임금 일자리의 질

과 삶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

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성범 의원이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술인들의 연평균 소득은 977만 7000원으로

조사되어 월 평균 약 81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예술인들

은 생계를 위해 부업을 하고 있어서 연평균 소득 중 예술활동으로 번 소득은

519만 5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문화예술 현장에서의 불공

정 고용과 노동관행도 뿌리 깊게 남아 있어서 2015년 현재 대부분의 예술인

들은 스스로의 존엄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괜찮은’ 삶과 일자리(decent life

and work)로부터 격리되어 생활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열악한 일자리의 문제에 대해 예술인들 당사자들은 어

떻게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예술인들이 노동조합이나 유니온의 형태로

스스로 조직화를 모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인들이 집단적 이해대변

체계를 통해 스스로의 삶과 일자리 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면 어떠한 이해대변 기구와 행동이 적합할 것인가? 전통적인 노동조

합 체계로도 예술인들의 이해대변이 가능한가? 아니면 예술인들에게 고유한

고용형태와 작업과정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구조와 체계와는 다른

형태의 이해대변 체계를 확립해야 하는가?

이 논문은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이

를 위해 본 논문은 근래 문화예술인들의 조직화 과정에 주목하며, 문화예술

일자리의 ‘극단적 불안정성’이 이와 같은 사회 운동을 추동한 배경 요인이 되

었다고 본다. 고용의 단속성과 불안정성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예술인들

의 고용 및 직업 지위와 관련된 특성이긴 하지만, 법적 제도적 권리 보장 및

사회안전망의 부재, 산업 내 오래된 불공정 관행에 의해 이러한 불안정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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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과 강도(magnitude)가 훨씬 광범위하고 강하게 발현되고 있다. 제도적 취약

성은 노동조합을 통한 이해대변 시스템의 부재와 연관되는 것이기도 하다. 노

동조합의 교섭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예술인의 권리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제

도적 조직적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예술산업 내

노동조합이나 준準-노동조합(quasi-unions)을 통한 집단적 이해대변 체계의

결핍은 예술인들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

구에서는 뮤지션, 배우나 작가들이 강한 숙련 정체성(craft identity)에 기초한

직종 노동조합이나 길드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권익과 지위 보장을 위한 강력

한 결사체 활동을 벌여 온 전통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인들이 스스로

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적 이해대변 조직이 부재하거나 미약하여 삶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복지 증진, 생활불안 해소 및 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스스로를 노동조합이나 유니온으로 조직화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문화예술 분야가 오랫동안 미조직 산업으로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주목할 만한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적 수준에서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주요 투자 배급사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2012년 4월 1차 한국영화산업

노사정 이행협약을 체결한 이래 2013년 4월 2차 노사정 이행협약과 2014년

10월 3차 노사정 이행협약을 맺으며 영화스태프 처우 개선 및 복지 증진을 위

한 노사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표준계약서 사용의무와 훈련인센티브 제

도 확립 등의 영역에서 성과를 이루어왔다. 또한 공식적인 노동조합 조직은

아니지만 ‘밥먹고 예술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자기 조직화한 예술인소셜유니

온, 뮤지션들의 권리 증진과 창작 생태계 개선을 위해 조직된 뮤지션 유니온,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지만 연극인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연극배우들을

중심으로 조직화하고 있는 연극인 유니온 준비 모임(이하 연극인 유니온(준))

등의 다양한 유니온 운동이 태동하고 있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문화예술인

들의 노동조합이나 유니온 운동의 조직화 과정에 주목하며, 이들의 조직 형태

및 원리가 전통적인 노동조합 운동과 구별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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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적인 노동조합은 개별 사업장 단위로 조직이 되어 있어서 문화 예술인들에

게 유용한 조직 모델을 제공하지 못한다. 고용지위와 작업 특성 상 예술인들

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서 유동적인 경력 경로를 갖고 있으며,

단속적인 프로젝트형 팀 단위의 작업을 통해 (종속적) 자영업자의 지위로 여

러 고용주, 혹은 사업자와 계약을 맺게 되므로 작업장 노동조합주의

(workplace unionism)는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문화예술인 노

동조합과 유니온이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이해대변 기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를 분석하고 그와 같은 형태가 전통적인 노동조합 패턴과는 어떻게 차별화

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신경제(New

economy) 하에서의 비정규 프리랜서 노동운동의 발전과 관련하여 갖는 잠재

력을 분석하면서 지금 막 태동하고 있는 장르별 유니온 운동의 의미와 전망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예술인소셜유

니온, 뮤지션유니온의 총회 자료집을 비롯한 다양한 문헌 자료들을 분석함과

동시에 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면접조사는 연극, 음악, 시각예술 등 여러 장

르에서 일하는 뮤지션, 연극배우, 독립기획자 중 예술인 소셜 유니온에 가입

하거나 각 장르별 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혹은 유니온 조직화

를 추진하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전국영화산업노조의 노동조합 간부를 참여주

체로 하였다.

Ⅱ. 선행연구 검토

문화예술 산업 고용관계에 대한 특성을 분석한 기존의 연구는 소비의 불확

정성에 따른 강한 리스크가 노동시장의 분절성을 더욱 강화해 왔다는 점

(Christorpherson, 2009), 과잉 노동공급에 의해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는 점(Smith and Mckinlay, 2009; Banks and Hesmondhalgh, 2009; Gibson,

2003; Umney and Kretsos, 2014), 단속적 노동으로 인해 고용 불안정성이 강

한 점(Hesmondhalgh & Baker, 2010) 등을 분석해왔다. 본 논문은 단속적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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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약으로 인한 고용지위와 작업과정의 불안정성과 유동성, 저임금과 낮은

복리후생 등 해외 사례연구에서 발견한 문화예술산업의 특징이 우리나라 문

화예술인의 고용지위와 노동조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며, 음악, 영화, 연

극,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 대한 개별 면접 및 표적집

단 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통해 이를 입증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본 논문은 한국의 취약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제도적 요인이

문화예술산업의 열악한 조건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다른 국

가와의 체계적 비교연구는 이 논문의 연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는 하지만,

본 논문은 사회복지와 노사관계를 규제하는 국가간 제도적 차이가 문화예술

인의 일자리 질과 노동조건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관점

에서 취약한 사회안전망, 노동조합을 통한 제도적 발언권의 부재 및 노동조합

의 미약한 교섭력 등이 문화예술 산업의 노동시장과 고용조건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본다. 해외 선행연구에 의하면, 문화예술 분

야에서 강력한 숙련(craft) 정체성에 기초한 길드 전통의 노동조합은 고용 계

약 관련 주요 조건(terms and conditions)을 규제하며 노동조건을 개선하는데

기여해 왔다(Gray and Seeber, 1996). 그러나 노동조합에 의한 제도적 규제가

부재한 경우, 비공식적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형 고용, 과잉공급 노동시장 등

의 특성이 예술인들의 집단적 저항(collective contestation)의 가능성을 억제

하여 문화예술산업 내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조건(poor working conditions)에

대한 숙명론을 득세하게 만들었다(Umney and Kretsos, ibid). 본 논문은 문화

예술 노동시장의 특성이 집단적 이해대변 조직의 출현에 제약을 가하고 저임

금의 조건을 재생산한다는 선행연구의 주장이 한국의 문화예술시장에도 대부

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와 동시에 본 연구는 문화예술산업 내 노동조합이나 준-노동조합

(quasi-unions) 성격을 갖는 조직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을 분석한 선행연

구에 기초하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유니온 운동의 태동에 주목하며 이와

같은 예술인들의 집단적 자기 조직화가 갖는 의미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본 논문은 네트워크 중심성과 단속적 고용이 지배하는 프로젝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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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체제에는 전통적 노동조합의 구조와 기능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

한 선행연구에 기대어 작업장 중심의 단체교섭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 노동조

합에서 벗어난 새로운 집단적 이해대변과 조합 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프리만과 로저스(Freeman and Rogers, 2002)는 기업복지의 수혜를 받기 어

려운 불안정(insecure) 노동자들을 조직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기존의 전통

적 이해대변 모델로부터 벗어나 오픈소스 노동조합주의(open source

unionism)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오픈소스

운동처럼 노동조합도 서로 다른 작업장에서 일하거나, 한 작업장에서 다른 작

업장으로 계속 이동하는 노동자들에게 협력적 플랫폼을 구축하여 작업장들

간 차이와 격차를 해소하고 이들을 위한 보편적 스탠다드(general standard)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오픈소스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스탠다드를 확립하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추구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

끌기 위해 지역사회연대 및 다른 차원의 연대를 조직한다. 반 자스벨드(van

Jaarsveld, 2004)는 하이테크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화 사례 연구를

통해 신경제(new economy)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해대변(collective

representation)은 전통적인 단체교섭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상

호부조(mutual aid)와 정치적 행동을 통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할 때 더욱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신경제 하의 유

동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단체교섭의 효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에 웹

기반의 상호작용과 정보제공, 교육 훈련 센터의 확립과 운영을 통한 상호부조

기능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 목적의 정치적 행동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히리・콘리・델브릿지와 스튜어트(Heery, Conley, Delbridge

and Stewart, 2004)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들과 여

행 가이드와 통역 프리랜서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프리랜서

노동조합의 변별적 특성을 조합원들의 유동적 경력을 지원하는 외부 노동시

장의 조직화와 이해대변 기능에서 찾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프리랜서 노동

조합이 단체교섭을 진행할 경우 노동조합은 하나의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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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교섭체제를 넘어서서 다수 사용자 교섭 구조를 확립하며, 이와 동시에 외

부 노동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역랑을 보존하기 위해 정치적 법적 행동의 조

직화를 추진한다. 한편, 미로니(Mironi, 2010)는 오늘날의 다양한 고용관계 하

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이해대변과 발언(voice) 기제가 가능하므로 노조/무노

조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통적인 단체교섭

중심의 노동조합만이 이해대변의 유일한 체계가 아니므로 노동조합 조직에

대한 진정한 대안은 무노조나 이해대변의 부재가 아니라 혁신적(innovative)

인 이해대변과 발언(voice)의 형태라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선행연구의 성과를 확장하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문화예술 분야의 유니온 조직들의 대안적 노동조합으로서의 새로운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고자 한다. 고용관계에 대한 약한 제도적 규제와 저임금 실태의

심각성은 문화예술 산업 전반에 걸친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시급히 요구하

고 있지만, 프로젝트형 문화예술 노동시장의 특성과 문화예술인들의 고용지위

로 인해 이와 같은 개선을 개별 사용자(single employer)를 대상으로 한 단체

교섭을 통해 쟁취하기 힘들다. 오히려 단기계약과 단속적 노동을 특징으로 하

는 특성상 개별 경영자로부터 획득한 기업복지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단체교

섭에만 의존하지 않는, 외부 노동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산업 전체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1,2.3차 노사정 이행협약은 작업장 노동조합주의를 벗어나서 외부노동시장의

규제를 주요 목표로 삼는 대안적 노동조합 조직의 유형을 보여준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

률’(이하 영비법) 개정 법률안 발의를 추진함으로써 영화 스태프의 노동조건

을 개선하고자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관

계자 및 국회의원과의 연합을 통해 입법을 추진하였다. 이는 반 자스벨드(van

Jaarsveld, 2004)와 히리 등(Heery et al., 2004)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

되고 있는 신경제 하의 비정규 노동자들과 프리랜서 노동조합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정치적 행동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단체교섭의 효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프리랜서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정치적 행동을 매개로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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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인의 대안적 이해

대변 조직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입법기관을 통한 제도개선을 시도하고 다양

한 정치적 압력과 행동을 조직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외부 노동시장 전체

를 규제하는 산업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의 활동과 기능이 이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대안적 이해대변 기제를 확립해

왔다고 보고, 이와 같은 선례가 향후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의 유니온 운동에

도 대안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 구조와 기능을 탐색하는

본 연구의 결과는 지금까지 매우 제한된 연구만 진행되어온 한국 문화예술 산

업 내의 노동조합 및 기타 이해대변 조직에 대한 연구 분야의 성과를 확장시

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정이환(2005)은 한국 영화산업의 프로젝트형 노동시장

에 대한 연구에서 미래형 노동자 조직의 단초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그는 조수단체와 같은 직종단체가 숙련의 표준화 같은 노동시장 기능도 담당

하면서 단체교섭이나 대정부 활동을 통해 구성원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성격 역시 강하게 가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도제제도의 잔존물로서의 팀 제도가 한국 영화산업 노동

시장에서 재생산, 존속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전국영

화산업노동조합이 조직되어 단체협약과 노사정이행협약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노동조합의 대안적 이해대변 기능에 대한 충분한 탐색과

분석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보다 최근에는 최인이(2015), 이종수(2016)의

연구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협약 추진과정을 고찰하면서 노동조합의 전

략적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 최인이(2015)는 전국영화산업노조가 대표성 약화

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중매체의 관심이라는 정치적 기회를 활용하

면서 외적 연합 전략을 추구해 온 과정을 분석하였으며, 이종수(2016)는 영화

산업 노사정협의체에 의한 협약의 성과를 고찰하면서 영화산업 내 사회적 합

의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선행연

구의 함의를 더욱 확장하여 한국 문화예술 산업 내 전통적 노동조합주의를 대

체하는 대안적 노동조합주의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일차적으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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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85

연구는 한국에서 여전히 제한된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인의 집단

적 이해대변 조직의 구조, 기능, 전략 및 성과와 관련된 연구의 지평과 주제를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연구가 사회적 합의의 제도화 메커니

즘을 밝히고(이종수, ibid), ‘거대 자본과의 실리적 연합’ 및 ‘정치인과의 전략

적 제휴’라는 외적 연합 전략의 유효성을 분석하는데(최인이, ibid) 초점을 맞

추고 있어서 문화예술 산업 내 미래형 노동조합 조직의 모델을 충분히 탐색하

지 못하고 있는 반면,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새로운 이해대변 조직의 주요 구조

와 기능이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모델과 어떤 변별적 차별성을 갖는

지를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본다.

Ⅲ. 노동조합과 유니온 운동 태동의 배경: 예술인들의 고용

지위 및 작업과정의 주변성과 불안전성

문화예술인의 작업 과정은 기본적으로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

의 수준이 매우 높다. 우선 이는 문화예술 창작물의 제작과 소비과정의 불확

실성에서 유래한다. 예술 작품들은 대량생산 제품보다 소비의 가능성과 시장

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Smith & Mckinlay,

2009). 영화가 상영되고 공연이나 전시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즉 작품이 결과

물로 완성되어 시장에 나와 소비되기 까지는 해당 작품이 안정적인 관객점유

율을 확보하고 소비의 흥행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에 제작

과정에는 항상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미확정성(indeterminacy)과

불확실성에 의해 문화예술 노동시장은 분절화, 양극화되며, ‘스타 지위star

status’를 획득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겪게 된

다. 포크너와 앤더슨(Faulkner and Anderson, 1987)의 연구에 의하면, 일례로

영화산업의 경우,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 소수의 감독과 제작자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반복적 계약이 이루어지면서 노동시장 내에 분절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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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화가 발생한다.

작업과정의 불확정성과 미확정성에 따른 고용과 소득 불안정성의 요소들은

본 연구의 면접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면접 참여자들에 의하면,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리스

크와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중도에 투자를 못 받아서 제작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또 작품을 완성하더라도 흥행에 실패하면 그 비용

은 고스란히 임금체불의 형태로 작업과정에 참여한 당사자들이 지게 되는 경

우가 빈번하다.

“제가 예술 쪽으로 완전히 들어오고 나서 사기와 임금체불을 연달아 네

번 당했어요. 일단 고용이 불안정한 건 근로계약 자체가 없고요, 근로계

약이 가능한 데는 대형제작사들의 행정, 기획 쪽 친구들이고 크리에이

티브 분야에 있는 분들은 거의 없죠. 그러다보니 깜짝 놀랐죠. 체불과

사기를 이전 업계에서 당해본 적이 없어서... 사기를 꼭 치고 싶어서 치

는 사람도 있지만 이 산업이 안정적 토대 뒤에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드라마나 영화가 한 방 터지면... 이런 식이니까 도박 같은

거예요. 그런데 한 방 터지기 위해 일은 시켜 놓고 나머지는 다 체불되

는 거예요...(면접참여자 장○○ 시나리오 작가/영화 공연 프로듀서)”

“작품의 기획 개발 단계에서는 계약서는 안 써요. 투자되면 써 줄께 하

고 안 쓰는 거죠. 기획 개발 단계 때에는 거의 돈을 안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일을 해요. 어차피 지금 프로듀서, 작가, 스태프 다 손가락을 빨고

있으니까 다들 그러려니 하는 거죠. 그런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들어

가면 이제 팀이 꾸려지거든요. 그런데 1년 동안 계속 프리프로덕션 단

계를 가질 수도 있는 거예요. 영화 신문고에 그런 경우가 접수된 게 많

아요. 1년 동안 사전제작 단계에만 있다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그 동안 일한 것은 보상을 못 받는 거죠. 그리고 프로덕션 단계에

도 촬영하다가 엎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투자가 안 되면 엎어지는 거죠. (면접참여자 홍○○ 전국영화산업노조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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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87

그러므로 예술 상품의 제작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은 공식적 계약

과 같은 제도적 절차를 우회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일

자리 보호의 수준은 매우 낮다. 또한 문화예술 산업에서는 보상이 결과물

(output)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면접 인용문에서 볼 수 있

듯이 영화 연출의 경우에는 기획 개발 단계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거의 무

보수 상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영화가 투자를 못 받아서 제작되지 못하

면 그 기간 동안의 노동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연극배우들의 경우에도 연습

기간이 평균 한 달 반인데 그 기간에 대부분 연습 페이를 못 받고 있으며, 뮤

지션 같은 경우는 손익분기점을 넘겨야만 비율대로 수입을 배분받을 수 있고

분기점에 이르지 못하면 음반작업에 대한 보상을 못 받는 것이다. 미술 작가

들의 경우에는 작품 전시 전 보통 운송비, 재료비, 작가초대비 등 세부 항목을

통틀어서 작품비로 환원하여 일정 액수를 받기로 계약을 하는데, 작가가 신작

을 만들게 되면, 제작비가 이 액수를 초과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전시 전에 지

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 빚을 내서 전시 비용을 충당하는 등

의 경제적 곤궁을 겪으며, 전시 후 작품비를 받더라도 금액이 적어서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힘들다.

“저는 연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그랬는데 뮤지컬은 대형 컴퍼니에서

하니까 아무래도 페이는 좀 나아요. 한 달에 200-250만원 정도 들어올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게 어떻게 들어오냐 하면 연습이 두 달 반

정도 있는데 그 동안 밥을 안 줘요. 자기 돈으로 밥을 사 먹어야 해요. 식사비도 안 나오고 연습 페이도 안 나오고... 그러면 그 동안 생활비

때문에 알바라도 해야 하는데 알바 할 시간도 없고, 가끔 악바리 같은

친구가 10시에 끝나서 새벽에 알바를 했어요. 몇 시간 못 자고 다음 날

또 연습하고 그러다 병원에 실려 갔어요. 그렇게는 살 수가 없어요.” (면접참여자 김○○ 연극배우)

“앨범의 수익금 같은 경우 손익분기점 넘었을 때부터 몇 대 몇으로 나

눈다 이런 식인데요... 거의 안 넘어가죠. 레이블들도 주기 싫어서 못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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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게 아니라 실제로 수익이 없어요. 수익이 나는 경우는 100팀 중에

한 팀 정도에 불과해요. 공연은 한 달에 4-5번 정도 하는데 이건 돈 되

는 공연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클럽공연은 계약은 따로 하지

않고 그냥 구두로 섭외하고 페이는 그 날 들어온 관객 수에 따라서 정

해진 비율로 배분하든가 하는데 많이 받으면 밴드 한 팀 당 5만원 정도

받아요. 이걸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면접참여자

정○○ 뮤지션)

“작가들은 전시를 하면 할수록 가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운송

비, 재료비, 작가 초대비 다 합해서 오십만원 드리겠다. 이백만원 드리

겠다. 이런 식으로 가는데 이 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아서 작가 입장에

서 신작을 만들게 되면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 자기 사비 다

털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 돈이 전시 전에 지급이 되어야 하는데 늦

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그래서 작가들은 빚을 내서 돈을 끌어와

서 일단 작품을 만들고 뒤늦게 작품비를 받으면 그 비용을 메꾸는 거

죠. 그 금액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만큼의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전시를 하면 할수록 가난해진다는 말이 나오죠. 마이너스만 되지 않아

도 다행이다. 내 돈 안 들어가면 다행이다. 보통 이렇게 생각하고, 플러

스 알파가 되는 경우는 사실상 많지가 않아요.” (면접참여자 홍○○ 시

각예술 독립기획자)

또한 문화예술 산업 내 부족한 일자리 수요와 과잉 노동공급은 문화예술산

업 내 소득불안정성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저임금 노동의 조건

을 지속시킨다. “이 산업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수요를 초과하

기 때문에 창조적 노동력의 저사용(under utilization)이 산업의 주요 특성”이

기도 한 것이다(Smith & McKinlay, 2009: 7). 광범위한 노동공급 풀(pool)은

저임금을 유지하는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 청년 예술인들은 초기 시장 진입

시에 무보수나 용돈 수준의 돈을 받고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Hesmondhalgh

& Baker, 2010). 워낙 수요가 부족한 시장으로 청년들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과잉 노동 공급이 일상화되고, 이로 인해 산업 내 저임금과 무임금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Banks and Hesmondhalgh, 2009; Gibson, 2003,; Umney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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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89

Kretsos, 2014). 노동시장에서의 수요 부족·과잉 공급의 불균형이 저임금의 조

건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예술인들의 경우에

도 마찬가지이다. 면접 참여자들에 의하면, 이와 같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청

년 예술인의 경우는 ‘열정페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연출 파트가 제일 보수가 적어요.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너가

아니어도 할 애들은 많아’ 이렇게 나오는 거고, 그러면 ‘저 싸게라도 할

께요’ 이렇게 해서 열정페이 형태가 나오는거죠.”(면접참여자 홍○○

전국영화산업노조 간부)

“실용음악과가 많아져서 실용음악과 졸업한 친구들이 홍대로 들어오죠. 어떻게든 공연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오는데 홍대에서 공연하려고 돈은

레슨해서 벌어요... 청년유니온하고 같이 청년인디뮤지션 실태조사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220명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어요... 그 때 평균 월

수입이 69만원 정도 나왔어요. 순수하게 뮤지션 월급만이 아니라 다 합

친 거죠. 뮤지션들이 편의점, 택배, 서빙 등 단시간 알바를 하거나 실용

음악학원에서 강사를 하니까요.” (면접참여자 정○○ 뮤지션)

이처럼 산업 내 일자리가 생활임금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종사

자들이 복수(multi)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도 문화예술 산업에 특징

적인 현상이다. 그레이와 시버(Gray and Seeber, 1996)는 배우, 작가, 공연예

술가들(performers)들이 자신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본업 외에 다른 직업에 종

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의 소득 통계 자료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저임금 산업이라는 특징에서 비롯된 ‘멀티잡’(multi jobs) 특성은 면접 참여자

들의 증언에서 확인된다. 면접참여자들은 모두 대학 시간 강사, 실용학원 강

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단기 아르바이트직 등 2-3개의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

으며, 이렇게 수입을 다 합해야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

에 처해 있다.

“뮤지션들은 다른 일들을 다 한다고 보시면 되요. 레슨하고 알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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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나이가 더 들면 30대 넘어가기 시작하면 갈림길에 서는 거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면접참여자 정○○ 뮤지션)

“제가 하는 알바는 청과물 시장에서 과일을 옮기는 알바인데요. 그게

벌이는 좀 괜찮은데 좀 위험해요. 대신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하고 하

루 일당이 5-6만원 정도 돼서 자리가 치열해요.” (면접참여자 김○○

연극배우)

“여자 대리운전이 2001년에 처음 생겼어요. 그래서 대리운전을 시작했

는데 못 하겠더라고요. 잘 모르는 동네에 떨어졌는데 제가 알아서 다음

장소로 가야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리운전은 그만 뒀고요. 제 이력서를

보고 성인 방송에서 연락이 와서 야설을 써보라고 해서 그걸 했어요. 그 땐 그런 알바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면접참여

자 장○○ 시나리오 작가 & 공연 프로듀서)

이와 같은 문화예술인들의 실태는 서론에서 언급한 바 있는 2015년 국정감

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이에 의하면, 예술인들의 연평균 소득은 977만

7000원인데 이는 부업활동에 의한 수입을 포함한 것이어서 순수 예술 활동만

으로는 연 평균 소득이 519만 5000원이다. 이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필

요한 최저 생계비를 훨씬 밑도는 월 평균 43만원 남짓의 소득이어서 예술인들

의 기본 생활권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다수 예술인들은 기본

적인 생활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만성적 소득 불안정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평균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삶의 조건을 포기하도록 만드

는 요인이 된다.

“많은 것을 포기했죠. 그래서 결혼도 포기해야 되지 않을까하고 있고. 육아 같은 건 당연히 배제하고 있고. 결혼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제일 중요한 건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저 혼자 입에 풀

칠하고 사는 것도 겨우 겨우 하고 있다 보니까...” (면접참여자 홍○○

시각예술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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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91

다른 한편, 문화예술인들이 사업주로부터 임금 이외의 수당을 지급받거나

부가혜택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 연구의 면접 참여자 중에서는 전국영

화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만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4대 보험을 비롯하여

유급휴일, 연차휴가 수당, 출산휴가 등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국가에서 운영

하는 문화예술강사 제도의 일환으로 예술강사로 일하고 있는 면접참여자의

경우에도 4대 보험 중 3대 보험의 혜택만 받고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면접 참여자들은 프리랜서 지위라서 고용주로부터 4대보험 혜택이

나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서구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종

속적 자영업자(dependent self-employed)인 경우에는 노동법상 ‘노동자

(worker)’의 지위를 갖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

므로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그러므로 사업장 가입자로

편입될 수 있는 문화예술인은 소수이고 자영업자 신분의 문화예술인들은 국

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전액을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

의 문화예술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보험료에 대한 지불능력이 없어서

기초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예술산업은 대부분 프로젝트 기반(project-based)의 작

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화예술 산업의 고용관계는 일반적인 고용관계로

설명되기 힘든 요소들을 갖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노

동자도 1년 동안 복수의 고용주들과 계약을 맺으며, 고강도의 작업기간과 실

업 기간을 거쳐 가기” 때문이다(Christopherson, ibid: 76). 문화 예술인의 고

용 형태에 대한 다수의 선행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한 해 동안

에도 종속적 자영업자(dependent self-employed)나 프리랜서, 독립계약자의

지위로 여러 명의 사용자와 관계를 맺으며,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장시간 고강도의 일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까지 휴지기를

갖는 단속적(intermittent) 노동을 하게 된다. 특수고용 지위와 결합된 단속적

노동의 특성은 만성적 고용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해외 연구자들도 예술

인들의 공통분모로서 프리랜서가 압도적으로 많고, 작업이 불규칙하고 계약기

간이 짧으며, 고용안정성이 낮고 경력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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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mondhalgh & Baker, ibid). 단속적 노동에 내재된 만성적 고용불안은 다

음과 같은 면접참여자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저는 장기 공연은 못하고 단기로 하는데 공연 끝날 때가 제일 불안해

요. 공연 끝나서 놀기 시작하면 당장 알바를 한다고 해도 내일이라도

작품하자고 하면 알바 그만두고 가야 하는데.. 그러면서 기다리게 되고, 그러면 집에서 노는 거죠. 그럼 내 존재는 뭔가 백수인가 배우인가..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항상 너무 불안해요.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돈은 어떻게 벌 것인가..하는 고민이 큰 거 같아요.”(면접참여자

박○○ 연극배우).”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예술인에 대한 복지체계와 전반적 사회안전

망의 부재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은 휴지기 동안에도 실업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자영업자로서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보험료 때문에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김휘정 2011). 이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

며, 이들의 생활권을 위태로운 수준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기본적인

산업 안전과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이와 같은 상태가 예술인들이 질병 치

료를 제대로 받지 못 하고 고독사하는 불행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나 독일의 경우에는 문화예술인 대상으로 특별 실업보험 제도를 운영하거나

(프랑스의 엥떼르미땅 제도), 예술인을 위한 특별 사회보장제도(프랑스의 작

가와 창작 예술인을 위한 특별사회보장제도, 독일의 자영예술가 사회보험제

도)를 통해 예술인들에게도 연금보험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김

휘정 ibid). 이와 같은 사회보장제도는 예술인들이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단속

적 근로의 불안정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완충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술인 복지 사업은 지원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고 지원 액수도 소액

이어서 예술인들의 불안정한 삶의 조건을 해소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국가 제도의 개선이 노동조합과 유

니온의 주요 관심과 의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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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93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산업의 주요 특성 중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은 네

트워크의 중심성이다. 크리스토퍼슨(Christopherson, 2009)은 미디어 엔터테

인먼트 산업 내 관계망의 배제적 특성을 제시한 바 있는데, 그 연구에 의하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경력전망이 있는 직무는

매우 불균형하게 백인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 분야에 진출하는 인력은

전문기관에서의 교육과정 이수에 의해 초기 시장 진입이 가능하더라도, 그 이

후에는 자신의 경력 개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내에 진입해

서 고용 기회와 숙련개발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올드보

이(old boy) 네트워크의 배제성으로 인해 분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네

트워크의 또 다른 주요 기능 중 하나는 평판 기능이다. 관계망 내에서 개별

예술인에 대해 평판이 안 좋아지면 해당 예술인의 미래 고용기회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것이다(Smith & McKinlay, ibid: 39). 그리고 이는 저임

금 노동을 규범화(normalizing) 하는 과정에도 일조한다.

“가끔 선배들한테 전화가 와요. 같이 하자고. ‘우선 와서 대본을 읽어’ 그러시면서 며칠이 지나가도 페이 얘기를 안 하시고... 페이에 대해서

물어보면 ‘알아서 챙겨줄게’ 하면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 시

작할 때 그 대표님은 우리는 가족이니까 계약서 안 쓰겠다. 그리고 나

중에 안 주더라고요. 그 후 노동부 전화하니까 계약서가 없어서 인정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6개월 하면서 돈을 하나도 못 받았어요. 가족이라더니 페이도 없이... 가족한테 사기당한 거죠. (면접참여자 김

○○ 연극배우)

선후배 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주의’에 호소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일

자리 기회가 이와 같은 네트워크 내 평판에 의존하다 보니까 계약서를 요구한

다거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라는 요구 자체가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

려하여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계약서를 쓰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는 게 너무 무섭고 어렵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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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라고요. 왜냐하면 여기서는 당연히 안 쓰고 일하는데 그걸 어린 제가

요구했을 때 그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게 되니까요...나중에

주변 선배들하고 얘기해보니까 ‘그런 얘기를 했어? 공연 그만두려고?’ ‘괘씸하다’ ‘벌써 연극을 돈 받으면서 하려고 하고’ 이런 반응들이더라

고요. 그러니까 계약서 얘기를 꺼내는 게 힘들죠. (면접참여자 박○○

연극배우)”

“저는 당연히 출장을 가면 체류비를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당연

하다고 생각해서 달라고 그랬는데 그걸 굉장히 낯설어 하더라고요. 제가 일했던 곳은 가족주의가 굉장히 강한 영세한 곳이었어요. 그래서 사

무실 사람들이 조금씩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의

식이 깔려 있죠. 그리고 또 젊은 층에서 이제 막 인턴으로 일을 하거나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할 때 아무래도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고 업계가

좁아서 소문이 금방 나거든요. 그래서 자기 검열도 있어서 어떤 착취적

인 측면이 있거나 다른 업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

각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감내해야 되는 거죠. (면접참여자 홍○○

시각예술 독립기획자)

그러므로 문화예술계의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는 청탁의 경제(economy of

favours)가 작동하여 일자리를 수락할 때 화폐적 보상 외 평판과 같은 다른 요

소들을 고려하도록 한다(Ursell, 2000; Umney & Kretsos ibid). 또한 비공식

적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성은 서면계약 회피, 임금체불과 같은 불공정

관행을 규범화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종종 작동하며, 이와 같은 요인들이 일자

리의 단기적, 비공식적 특성과 결합하면서 저임금을 비롯한 열악한 노동조건

을 둘러싼 조건을 묵인하는 기제가 된다. 이는 집합적 항의를 제약하므로 예

술인들 사이에서는 노동조건에 대한 숙명론이 일반화되고 처우개선을 위한

집단행동이 매우 드문 현상이 되었다 (Banks & Hesmondhalgh, ibid;

Hesmondhalgh & Baker, ibid; Umney & Kretsos, ibid).

요약하자면, 예술인들의 고용관계는 불안전성(insecurity)과 불안정성

(precarity)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다수는 스탠

딩(Standing, 2011)의 ‘프리케리아’(precariat)의 범주에 해당하는 특성을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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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95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리케리아는 고용과 직무의 안정성을 결여하고 일

자리를 잃게 되었을 때 보호를 받지 못하며 수입이 불안정한 계층을 의미하는

데, 우리나라 예술인들의 상당수가 이와 같은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스

탠딩(Standing, ibid)에 의하면 프리케리아는 장기계약의 부재와 실업에 대한

보호체계의 부재로 인해 고용불안정성을 겪게 되며,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절한 소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노동시장 안전성(labor market

security)을 결여하고 있다. 또한 저임금으로 인한 소득 불안정성과 사회적 소

득(social income)의 결핍으로 인해 경제적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종종

이해대변 안전성(representation security)을 결여하고 있어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을 통해 노동시장 내에서 자신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프리케리아의 범주에 해당하는 이와 같은 특성들로 인해 우리나라 대다수

문화예술인들의 삶과 노동의 조건은 극도의 불안정성(precarity)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조건이 문화예술 내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조합

과 유니온 조직화를 추동하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소하고 예술인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 제도의 확충

과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으며, 이를 위한 집단적 이해대변 체

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유니온을 결성하거나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관계에서 네트워크 의존성, 단속적 노동 등의 특성

은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기제임과 동시에 집단행동이나 집단적 이해대변의

체계를 제약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유에서 유니온 운동의 확산에도

많은 장애요인들이 따를 것이며 조직화의 전망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은 특성은 기존의 전통적 노동조합 조직으로는 효과적 이해

대변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자기 조

직화 과정에 주목하여 기존의 노동조합 조직화와 구별되는 원리를 분석하고

그 의미와 전망을 탐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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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Ⅳ. 노동조합과 유니온 운동의 태동: 의미와 전망

1. 노동조합과 유니온 운동의 태동

1)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탄생과 노사정이행협약

영화스태프의 조직화는 2001년 3월 포털사이트 Daum에 ‘비둘기 둥지’라

는 카페를 개설하면서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영화 스태프들은 영화 현장에서

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슈화하였으며, 이의 개선을 위해 조감독 협회, 조명

조수 협회, 4부 조수연대회의 등을 조직하며 집단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

한 노력의 결실로 2005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2006

년 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교부 받아 공식적인 노동조합으로 출범하여 임

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다. 또한 2005년부터 다음 커뮤니티 비둘기 둥지

에서 운영하던 영화인 신문고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으로 이관하여 운영하

고 있으며, 임금체불,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의 근절을 위해 피해사례에 대해

사실 조사, 중재, 법적 대응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2년 1차 노

사정 이행협약, 2013년 2차 노사정 이행협약, 2014년 3차 노사정 이행협약으

로 이어져 온 ‘협약모델’과 그 성과이다(표 참조). 그 배경에는 노동조합이 공

식적으로 조직되어 임단협을 체결하였지만 조직률이 10% 안팎이어서 영화

스태프에 대한 대표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은 다

수의 영화 스태프들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며, 이로 인해 산업 내

부당한 고용 및 노동 관행도 변하지 않고 존속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노동조합은 한국영화제작가 협회와 영화

진흥위원회, 주요 투자 배급사들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약을 추진해왔으며, 1

차부터 3차까지의 이행협약을 거치며 협약내용과 참여주체의 외연과 범위

(scope)를 확장해왔다(표 참조). 협약의 주된 내용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과

적용, 4대 보험 적용을 통한 기초 사회보장, 실업기간 스태프의 생활을 지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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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97

<표> 영화산업 노사정 이행협약 개괄

1차 노사정

이행협약(2012)2차 노사정

이행협약(2013) 3차 노사정 이행협약(2014)

협약

당사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제작가 협회

CJ E&M, CJ CGV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CJ E&M, CJ CGV,쇼박스, 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넥스트엔터테인먼트

월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CJ E&M, CJ CGV쇼박스,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 월드, 메가박스,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설훈 위원장, 국회의원 신성범

김태년 박창식 조정식

협약

내용

- 훈련인센티브 제도

기금 마련 및 추진

- 4대보험 등 기초 사회

보장제도의 조기도입

- 표준근로계약서 사용

적극 권고

- 훈련인센티브 제도

기금 마련 및 추진

(일부 영화발전 기금

& 일부 민간 모금을

통한 재원 확보)- 협약당사자들 투자

제작 시 4대 보험

적용, 표준근로계약

서 적용, 단체협약

준수, 영화산업 표준

임금 가이드라인

적용, 영화인신문고

에서 확인하는 임금

체불 중인 제작사에

대한 투자 및 배급, 상영 금지

- 훈련인센티브 제도 기금

마련 및 추진 (일부

영화발전 기금 & 일부

민간 모금을 통한 재원

확보)- 협약당사자들 투자 제작

시 4대 보험 적용, 표준

근로계약서 적용, 단체

협약 준수, 영화산업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적용, 영화인신문고에서

확인하는 임금체불 중인

제작사에 대한 투자 및

배급, 상영 금지

-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영화근로자 임금별도관리

제도 도입

자료: 전국 영화산업노동조합, 2015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총회 자료집

는 훈련인센티브 제도의 도입, 임금체불 방지 등이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2015).

과거의 경우, 영화 산업 내에서 연출, 촬영, 조명, 미술 등의 부문에서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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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는 스태프들의 경우 서면계약을 작성하고 작품을 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었으며 대부분 구두계약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져왔다. 서면계약의 경우에도

이른바 ‘통계약’이라는 형태의 도급계약으로서 팀 전체가 제작사와 보수를 계

약하고 이를 감독이 팀 내에서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팀의 구성

은 막내라고 불리는 최하위 조수부터 제3조수(서드), 제2조수(세컨드), 제1조

수(퍼스트)로 서열화되어 있고 보수도 이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해진다(정이환

2004, 면접참여자 홍○○). 그러므로 막내의 경우에는 종종 무보수나 최저 수

준의 보상만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가 잦았으며, 스태프들이 전반적으로 저임

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3차에 이르는 노사정 이행협약을 통해

노동조합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비롯한 영화산업 내 표준근로기준 확립에

있어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저희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했는데 2004년에는 거의 구두계약을 70퍼센트 정도 했고요. 그 외 서면계약은 통계약

이었어요. 예를 들면 촬영감독이 촬영부원들 전체를 계약을 해서 일정

액수를 받으면 반을 가져가시고 나머지 절반을 퍼스트에게 주는거죠. 그러면 퍼스트가 그 중 절반을 갖고 나머지 반절을 세컨드에게 주고, 그러면 막내는 운동화 한 켤레 받고 일하고 그러는 거죠. 막내는 거의

돈을 안 받고 일하는 경우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형태죠. 그런데 2014년

근로실태조사를 하니까 70% 정도가 서면 근로계약을 하고 있고요, 35%는 저희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고 있어요.(면접참여자 홍○○ 전

국영화산업노조 간부))”

그러므로 노동조합의 일자리 질 개선 효과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

조합 조직화 이전에는 영화스태프들이 대부분 서면계약없이 일을 하기 때문

에 무보수,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이 발생해도 제도적 보호를 기대할 수도 없

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사정 이행협약을 통해 표준근로계약서 도

입과 정착을 위해 노력하였는바, 표준근로계약서는 계약기간과 더불어 근로조

건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리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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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99

40시간 근로시간’ ‘시간외 근로에 대해 수당 지급’ ‘4대보험 가입’ ‘1일 유급

주휴일’, ‘연차유급 휴가’ ‘산업안전과 재해발생시 보상조치’ 등이 있다. 그러

므로 노동조합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던 노동시장에 일정한 표준을 확립함으

로써 영화 스태프 일자리 질 개선에 점진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단속적 고용 특수성으로 휴직형 실직기에 나타날 수 있는 생

활불안과 스킬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기간 노사공동교육을 수

료한 스태프에게 생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훈련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활동은 조직노동을 통한 표준 확립(standard

setting) 과정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

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이와 같

은 과정이 단수의 사용자(single employer)를 대상으로 하나의 작업장에 적용

되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

화제작가협회, 그리고 주요 투자 배급사들간의 노사정 협약을 통해 전체 영화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열악한 영화산업의 작업환경에 비

추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체불임금 금지와 임금 개선 등의 최저 표준 확립

(minimum standard setting)이 노동조합의 주요 과제로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모색하는 전략

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부 노동시장 규제 보다는 외부 노동시장 규제를 추구하

는 새로운 이해대변 기제를 확립하였던 것이다. 개별 사업장에 국한된 근로조

건 개선은 유동적 단속적 노동을 하며 여러 사용자들을 ‘거쳐 가면서’ 작업을

하는 영화 스탭들에게는 효력이 없으며, 노동조합 또한 조직률이 낮아 단체협

약이 광범위한 비노조원에 대해 대표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조합원 비조합

원을 망라하여 산업 전체의 표준으로 확립될 수 있는 ‘노사정이행 협약’을 추

진하였던 것이다. 또한 단속적 노동의 특성을 갖는 스태프들에게 실업기간 생

활지원 및 숙련발전을 지원하는 훈련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것도 영화산업이

라는 업종 전체의 노동시장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종사자들의 생활불안 해소

와 스킬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업종별 노동조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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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occupational unionism)의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업장 단

체교섭 중심의 전통적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선 이와 같은 전국영화산업노동조

합의 조직과 활동은 프로젝트형 노동시장에서 단속적 노동을 통해 여러 사용

자들과 고용관계를 맺게 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유효한 조직화 모델을 제공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예술인 소셜 유니온, 뮤지션 유니온, 연극인 유니온 등 유니온 운동의 태동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표준근로기준 확립을 통해 영화 스태프 일자리 개

선에 기여하였다면, 최근에는 ‘유니온’ 명칭의 네트워크형 준準-노동조합

(quasi-union) 조직들이 태동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등의 사

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집단적 목소리를 조직하고 있다. 헥셔와 카레

(Heckscher and Carré, 2006)는 ‘자신들의 작업과정 및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공식적 노동조합을 통한 이해대변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사람들이 노동권 확

립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조직한 광범위한 조직들’을 ‘준 노동조합’이라 명

명하며, 이와 같은 조직의 특징을 ‘1. 노동집단 중에서 저임금 불안정 주변부

집단 중심의 조직, 2. 자영업자, 프리랜서, 단속적 노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

제 하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출현, 3. 매우 느슨하고 유동적인 멤버십에 기초한

자발적 결사체, 4. 고용형태, 직종, 사회적 정체성, 지리 등이 멤버십 가입의

기초, 5. 집단행동의 일차적 기능과 레버리지가 멤버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거나 정치 행동을 통한 애드보커시(advocacy) 지향’이라고 정의하였다. 본 연

구는 공식적・제도적 이해대변 체계를 결여한 저임금 불안정 예술인들이 직종

유사성에 기초하여 자발적 결사체를 조직하고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 확충을

위한 애드보커시 지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들 유니온들이 헥셔와 카레가

정의한 ‘준 노동조합’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예술인 소셜유니온은 ‘개인들과 조직들이 수평결합하여 상호포괄하는

동맹의 형태로서 개별적 이익단체로 귀결되지 않는 일종의 공유지와 같은 네

트워크를 구성하여 업계 관행을 개선하고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문화정책을 통해 문화예술 생태계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조직되었다 (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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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01

2013). 최고은 작가 사망 1주기를 맞이하여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들

이 정당한 생존권 확보, 공정한 창작 환경 조성을 목표로 ‘밥먹고 예술하자’는

집담회를 개최하여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예술인 소셜유니온의 모태가 되었

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2012년 3월 예술인 소셜유니온 준비위원회가 발족하

였고, 2015년 4월 29일 공식 출범하였다.

뮤지션 유니온은 음악인의 권리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2013년 9월 8일 창

립되었다. 뮤지션 유니온은 음악인과 기획사 사이의 불합리한 구두 계약의 관

행 등으로 인한 급여 미지급, 저작권 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음반시장의

유통방식의 변화 속에서 음악 창작자들의 권리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음악 생태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

에서 올해 뮤지션 유니온은 <music is work>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음악인

도 일하는 사람이기에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캠

페인의 주요 메시지이다. 뮤지션유니온에 의하면, 창작, 연주, 녹음 등의 작업

에는 노동력이 투여되며, 이러한 노동은 사회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 예술

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뮤지션 유니온은 삼성 밀크

뮤직이 올해 2월에 ‘너희는 아직도 돈 내고 음악 듣니? ’라는 카피의 광고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에 대해 삼성본사 앞에서 항의 버스킹을 비롯하여 일련

의 캠페인 버스킹을 조직하였다.

“음악이 공짜라고 말하면 그 음악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노동은 다 부

정된다는 거죠. 그래서 삼성은 음악이 공짜가 아니라고 말해라. 이게 구

호였고 무료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대해 항의를 한 거죠.” (면접참

여자 정○○ 뮤지션)

현재 뮤지션 유니온은 창립 2주년을 맞이하여 법내 노조 진입을 위한 설립

신고를 준비 중이다. 그러므로 뮤지션 유니온은 조직적으로는 전 노동조합

(pre-union)의 단계에 있으며, 공식 노조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연극인들도 (가칭)연극인 유니온 준비모임을 만들고 연극인들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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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생활권 보장과 복지 증진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자 하고 있다. 현재 배우들

을 중심으로 준비 모임을 꾸리고 있으며 조직화 초기 단계에 있다. 영세제작

자들이 많은 연극시장의 특성상, 연극인 유니온은 주로 공적 개선을 통한 기

초 사회보장의 확대에 목표를 두고 있다. 보편적 복지 틀 내에서 예술인 복지

를 결합시키는 법제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선이 시급해요. 왜냐하면 다들 임금을 못 받거나 떼인 경

험이 있고요, 예술이 정말 복지 사각지대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기본

적으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복지, 보편적 복지

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문제의식이예요. 그리고 이건 필요

한 사람이 자꾸 요구를 해야 개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을 해

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소수에서 출발해도 반드시 언젠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다가 넘어지거나 엎어질 수는 있지만 자꾸 두드

리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 생기면 누군가는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고, 한 번에 많이 바꿀 수는 없겠지만 연극인들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거구요, 이후에

연극하는 친구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했으면 바라는 거죠. 그런데 같이

힘든 와중에 극단 대표나 영세제작들이랑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고 결국

은 정부 정책을 바꿔달라고 하는 게 제일 크죠.” (면접참여자 이○○

연극배우)

이와 같은 유니온들은 기존 노동조합의 이해대변 공백지대로서 대부분 미

조직 업종으로 이루어져있던 문화예술 분야에서 구체적 사안들을 이슈화하고

공적 해결을 촉구하는 당사자들의 운동을 조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

통적인 노동조합은 주로 사업장 중심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대변 기구로

서, 한 기업에 장기 고용된 정규직원들을 중심으로 내부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개별기업 단위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체계는 다수

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특수고용직들을 이해대변의 공백 속에 남겨 놓았다.

문화예술인들도 대부분 한 작업장에 귀속되어 있기 보다는 다수 사용자들과

단속적 고용관계를 맺으며, 고용지위 또한 종속적 자영업자, 프리랜서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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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03

을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규직 중심의 전통적 노동조합의 틀 내로 포괄

되지 못하고, 집단적 이해대변을 위한 조직적 제도적 자원을 결여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고용직이 노동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주로부터 고용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

으며, 단속적 노동의 휴지기 기간에도 실업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수

의 문화예술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개별 사업장 중심의 정규직

노동조합운동의 구조는 문화예술인들을 포함한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들의 노동권과 생활권의 이슈를 제기할 수 없는 한계를 지

닌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인들의 유니온 조직화는,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이해대변의 공백을 뚫고 새로운 집단적 이해대변의 기제를 생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않는, 포괄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다는 의미에서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유

니온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노동을 중심 의제로 넣고 예술

인의 권리라던가 예술인 복지 관련 문제들을 풀자는 공통적인 인식은

있어요. 그리고 소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게 예술가의 문제로 예

술가 안에서만 풀기는 힘든 구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술노동의 문

제는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는 성격이 강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사회적 노동의 가치의 관점에서 예술노동을 봐야 한다는 관점을 담아내

려고 한 거예요.” (면접참여자 하○○ 예술인소셜유니온 간부)

이러한 유니온 운동은 사회적 담론의 영역에서 벗어나 비가시적인 영역에

머물던 예술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를 가시화하하여 사회적 의제로 제

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위해 유니온 주체들은 노동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사회보장제도와 그 하위 범주로서

의 예술인 복지의 확대를 위한 입법화(legislation)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

한 이 과정에서 ‘예술은 화폐적 가치보다는 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논

리로 예술 작업에 투여된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부정하고 예술가들의 경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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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곤경을 당연시하는 규범에 이의를 제기하며, 단순한 결과물(output) 중심의 시

각에서 벗어나서 예술 작업의 전 과정에 투여된 노동력의 정당한 가치가 존중

되고 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예술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노동조합과 유니온 운동의 의미와 전망: 새로운 조직 원리, 새로운

이해대변 기제

일부 논자들은 문화예술인들의 작업과정의 특수성이 이들이 직업적 연대

(professional solidarity)에 기초하여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집단적 항거

(collective contestation)를 조직하는데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Umney and Kretsos, 2014). 미술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처럼 원자화되어 개

별적으로 작업을 하는 조건도 이에 해당하며, 영화나 연극공연처럼 하나의 작

품에 대해 집단적 공동 제작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이와 같은 집단

적 제작 커뮤니티가 지속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팀 기반의 한시적

성격을 갖는다는 조건도 이에 포함된다. 스미스와 맥킬레이(Smith and

Mckinlay, 2009)는 이를 “해당 집단이 또 다른 프로젝트를 향해 분산되는 순

간 바로 폐쇄되어 버리는 집단적 창조적 공간의 역설적 순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바로 이렇듯 한 순간 와해되어 버리는 역설적, 일시적 집단성으로 인

해 문화예술인들이 집단적 이해대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문화예술 노동조합 운동이나 우리나라의 전

국영화산업노조의 조직화 사례는 문화예술인들이 결사체를 조직하여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유형과는 구별되는 전혀 새로운 조직 원

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작업장 기반의 정규직 노동조합 틀로는

이렇듯 복수 사용자를 대상으로 고용관계를 맺는 문화예술인들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의 경력 형성과정은 단속적, 유동적인 성격을 지

니므로 작업장 내 내부노동시장을 규제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의 범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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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05

선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인들의 조직은 작업장 노동조합주의(worksite

unionism)와는 변별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의 이해대변 기제를 개발, 발

전시켜야 한다. 히리(Heery, 2004)는 영국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노동조합의

특성을 분석하면서 프리랜서 노동조합의 가능성과 전망을 탐색한 바 있는데,

그의 연구에 의하면, 프리랜서 노동조합은 ‘1. 복수(multiple)의 단속적 고용의

특성을 반영하므로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특정한 사업장 소속 구성원들간의

연관성이 없으며,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불연속적 고용에 적합한 혜택을

제공하고, 2. 노동조합 지배구조 내 조합원의 참여는 기업별로 이루어지는 것

이 아니라, 지역이나 업종별 단위를 통해 이루어지며, 3. 단체교섭은 복수 사

용자(multi-employers)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4. 종종 프리랜서의 유동적 경

력을 지원하는 고용중개서비스를 제공하며, 5. 외부노동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정치적 법적 행동의 조직화를 통해 영향력을 보존’한다. 이는 프리맨과 로저

스(Freeman and Rogers, 2002)가 오픈소스 노동조합주의라고 표현한 바 있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 모델과도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이들은 오픈소스 컴

퓨터 프로그래밍 운동 내에서 프로그래머들이 핵심 모듈과 기능을 공유하면

서 공통의 협력적 플랫폼을 형성하듯이, 유동적인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표하

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도 서로 다른 작업장에서 일하거나, 일생을 거쳐

여러 장소들을 거쳐 가며 일하는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에게 공통의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작업장 내 이슈를 넘어서서 공유가치에 기초한 노동운동의 의

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은 작업장

간 차이를 완화하고, 단체협약을 보완할 수 있는 일반적 표준(general

standards)을 확립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 조직을 비롯한 다른 사

회단체와의 연합관계에 의한 정치적 행동을 조직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자기 조직화 과정도 이처럼 작업장 단위의 단체

교섭을 넘어서서 외부 노동시장 전체를 조직화하는 모델을 지향할 필요가 있

는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현재 태동하고 있는 유니온들은 이미 그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미 복수의 사용자들(multiple employers)을 대상(임금 및 단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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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약에 위임한 55개의 회사)으로 하였으나, 여전히 그즈음 촬영되는 영화 중 위

임사 보다 비위임사의 숫자가 많고 조합원의 숫자가 많지 않아 영화 스태프들

에 대한 대표성도 낮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안병호, 2015).

그러므로 노동조합은 단순히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넘어서서

보다 포괄적인 상위 수준의 협약을 추진함으로써 보다 많은 영화현장 스태프

들의 처우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1, 2, 3차 노사정

이행협약은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협약 당사자들이 투자・제작하는 영화 현장

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4대 보험 및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적용

조항, 훈련인센티브 기금 조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국영화산업노

동조합은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이해만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전통적 노동조합의 한계를 넘어서서 업계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일반적 표준

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해당 업종 전체의 노동권 보호

와 일자리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영화산업노조는 오픈 소스 노

동운동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금체불을 비롯한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대

한 신문고의 운영과 이를 통한 분쟁 조정 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은 자신의 서비

스(servicing) 기능을 조합원들에게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영화 스태프들에게

오픈된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개방된 네트워크 내에서 신고된 사건

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 및 자문을 진행하고 사건 실사 조사 등을 수행하면서

문제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포괄적 협약 프로세스는 뮤지션 유니온

과 연극인 유니온 등의 장르별 유니온 운동에 대해 일종의 벤치마크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유니온들은 pre-union의 상태에 있지만 법적 지위를 갖는

공식노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노동조합 또한 노동시장 전체

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둔 초기업적 노조이며, 표준 계약서와 표준 임금 가이

드라인 등 업계 전체를 포괄하는 최소 기준의 확립을 통해 창작 및 공연 환경

을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장르별로 노사정 이행협약과 같

은 포괄적 기본 협약을 도입,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

조합이 일종의 공유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공유가치에 의한 공통 의제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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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07

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 측 주체와, 제작가협회 및 복수 사용자를 포괄하

는 사용자 단위를 협약 당사자들로 구성하여 교섭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다른 한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과 장르별 유니온은 노동조합이면서 네트

워크형 애드보커시(advocacy) 조직의 형태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애드보커시 조직의 역량은 정치적 행동을 통해 사용자와 정부의 정책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압력 행사에 기초한다. 이러한 압력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직

접 행사될 수도 있고, 정치적 시스템을 통해 행사될 수도 있다(Heckscher &

Carre, 2006). 핵심은 공중(public)의 압력을 조직하여 현재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과정이며, 이를 작업장 외부의 정치적 행동을 조직함

으로써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치

적 압력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며, 압력 행사에 필요한 사회적 정치적 자원

을 동원하는(mobilize) 과정이 요구된다. 현재 문화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직

면하고 있는 이슈는 예술인들의 열악한 노동권과 복지의 문제이다. 이는 특수

고용직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을 필요로 함과 동시

에 사회보장 체계 전반의 개선과 그 일부로서 예술인 복지 체계의 개혁을 요

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르별 유니온들이 그 자체 더 포괄적인 문화예술인

네트워크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coalition)

를 모색하고, 이와 같은 지속적 연계에 기초하여 해당 이슈를 사회적으로 의

제화해야 한다. 또 그와 같은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행

동을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예술인 소셜 유니온이 그와 같은

포괄적 네트워크로서 공유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위이다.

“고용형태나 장르별 의제 문제는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실제로 각 장르

별로 작업 방식도 상이하구요. 물론 저희 같은 경우는 이 장르의 문제

를 관통하는 어떤 공통의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관점이기는 하지만 사실

구체적인 개별 사안이나 각 개별 분야의 예술인들의 현실 문제를 해결

할 장르조직들이 필요하긴 하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장기적으로는

이런 유니온들이라든가 노동권에 기반한 조직들이 생겨나면, 저희가 허

브 역할로서 네트워킹하고 같이 협동하여 공통의 의제를 만들어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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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단위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는 합니다...저희는 저희 자

체가 얼마나 많은 대중풀을 갖느냐보다는 장르조직들하고 어떻게 관계

를 맺느냐에 더 관심이 많기는 합니다.” (면접참여자 하○○ 예술인 소

셜유니온 간부)

이와 같은 전망에 기초하여 예술인 소셜유니온은 앞으로도 장르별 의제를

관통하는 공통의 의제를 중심으로 한 연계 구축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와 같은 의제의 공적,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에

서 다른 사회단체와의 보다 폭넓은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픈 소스 노동조합으로서 각 장르별 노동조합과 유니온은 지원적 네

트워킹(supportive networking)의 기능을 수행하고, 부분적으로는 노동중개

(labor market intermediaries)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영화산업

노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신문고와 같은 시스템을 확립하여 임금 체불 등의 부

당노동행위를 겪은 당사자들에게 법률상담과 자문 등을 제공하고 적극적 중

재와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지원적 네트워킹의 기능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한편 과거 문화예술계에는 평판기능을 수행하는 폐쇄적 배제적

네트워크가 작동함으로써 저임금과 불합리한 처우를 묵인하는 암묵적 규범적

메커니즘이 재생산되어왔다. 이와 같은 규범적 구조 내에서 개개인들은 평판

이 훼손되어 업계에서 활동을 못할까봐 불안을 느껴 온 것이다. 노동조합과

유니온은 이에 대한 대안적 네트워크로서의 기능을 통해 고용기회에 대한 정

보를 공유, 제공하고, 선의의 제작사 및 기획사와 창작자들을 연결해주는 역

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각 장르별 노동조합은 학습 네트워크

커뮤니티 (community of learning networks)로서의 위상도 확립할 필요가 있

다. 조직 내적으로 집합적 교류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촉진함과 동시

에 개개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과 스킬을 이와 같은 커뮤니티 내에서 개

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종

사자들은 종종 공식적 제도적 훈련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개인적인 수준에

서 숙련 개발과 유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본 연구의 면접대상자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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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09

던 연극배우는 극도의 수입 불안정성 속에서도 끊임없이 댄스, 노래, 연기 등

퍼포먼스 기량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므로 숙련과 퍼포먼스 역량 개발의

책임을 더 이상 개인 수준에서 해결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유니온이 공식적 비

공식적 수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영

화산업노동조합이 영화 스태프들의 휴지기(실업)에 훈련 인센티브 제도에 참

여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공식적 수준에서 제도화된 훈련 프로그램의 도입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공식적 비공식적 학습과 훈련의 기

회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이 공유된 정보 및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보고가 되어야 한다. 즉, 네트워크가 갖는

폐쇄성 분절성을 극복하고 개별 작업자에게 사회화(socializing)를 위한 자원

을 제공함과 동시에 고용기회와 역량 개발을 위한 매개가 됨으로써 ‘학습 네

트워크 공동체(community of learning networks)’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필요

가 있는 것이다(Grugulis and Stoyanova, 2009).

Ⅴ. 결론

본 논문은 우리나라 예술인들의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저하하여 이들

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관점에서 문화예술 종사자들

이 Standing(2011)의 프리케리아(precariat)의 범주에 해당하는 특성을 지닌다

고 분석하였다. 일자리 보호체계와 사회보장의 부재, 소득불안정성으로 인한

‘노동시장 불안전성’, 단속적 노동, 숙련형성 지원의 부재와 경력전망의 결핍

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성’ 등이 그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항의(collective contestation)의 부재는 ‘이해대변 불안

전성’까지 강화함으로써 불안정한 삶과 노동의 조건에 대한 변화의 시도를 어

렵게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논문은 최근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자기 조직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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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과정에 주목하여 그 의미와 전망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논문

은 전국영화산업노조와 예술인소셜유니온, 뮤지션유니온, 연극인유니온 등의

조직화 사례를 고찰하였다. 전국영화산업노조의 경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임금 및 단체협약의 제한적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체 영화산업 스태

프들의 일자리 질을 개선한다는 목표 하에 노사정 이행협약을 체결하였던 과

정에 주목하였으며, 이로부터 업종별 노동조합주의의 잠재력을 확인하였다.

특히 노동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 근로기준의 확립과 훈련인센티브

제도의 도입 등이 주목할 만한 성과인데,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성과로 인해

영화 스태프 일자리 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집단적 이해대변 체계의 효과를 입증하고자 하였다. 이와 더불어 본 논문은

과거 산발적으로만 이슈화되고 비가시적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예술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를 가시화하여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고 있는 근래의 예

술인 유니온 운동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자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

술인 유니온들이 사회적으로 부인되어온 예술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복원하고,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제도 등의 공적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맥

락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본 논문은 예술인들의 자기 조직화가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원리와는 전혀 다른 조직 원리와 이해대변의 원리를 필요로 한다

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조합원에

국한된 임단협 모델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 확립

(standard setting) 전략을 추구했다는 점, 영화인 신문고를 통해 영화스태프들

전체에 대해 개방된 공유 공간을 제공하였다는 점 등에 주목하였으며, 이와

같은 노동조합주의 모델이 뮤지션유니온이나 연극인 유니온 등의 준 노동조

합들에게 벤치마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한편, 예술인들의 결사체는 노동조합이면서 네트워크형 애드보커시

(advocacy) 조직의 특성을 모두 보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하였다.

애드보커시 조직 역량은 정치적 행동과 압력 행사를 통해 사용자와 정부를 변

화시키고자 하는데, 현재 문화예술인들이 추구하는 ‘사회보장 체계의 확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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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11

그 일부로서의 예술인 복지제도의 개정’과 같은 목표는 바로 이와 같은 네트

워크의 확장과 연대에 기초한 압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오픈소스 조직으로서 노동조합과 유니온들은 예술

인들의 사회화(socializing)를 지원하는 네트워킹의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

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고용기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의

의 제작사, 기획사를 창작자들에게 연결하는 노동중개역할(labor market

intermediaries)을 부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동시에 문화예술인

들의 스킬 향상과 창작자들의 퍼포먼스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공식적

비공식적 훈련과 학습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학습 네트워크 커뮤

니티(community of learning networks)로서의 기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논문은 태동기에 있는 예술인들의 유니온 운동을 조명하고 그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니온 운

동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의 면접조사를 통해 운동의 배경과 특징을 포착하고

분석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존재한다. 그러나 각 장르별로 고

유한 창작환경과 특성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유니온 조직화 과정에서의 제약

요인과 전망도 각기 다를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그러한 고유성에 대한 분석

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한계는 음악, 시각예술, 연극,

영화 등 각 장르별로 산업 및 창작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유니온

운동의 의미와 전망을 분석하는 후속연구를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1일 접수

2016년 12월 18일 수정 완료

2016년 12월 26일 게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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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ers at Microsoft and Beyond: Lessons from WashTech/CWA.”

Industrial Relations 43(2): 364-385.

면접 참여자:

이○○ 42 남 연극배우 연극인 유니온 준비모임

김○○ 34 남 연극배우 연극인 유니온 준비모임

이○○ 33 남 연극배우 연극인 유니온 준비모임

박○○ 27 여 연극배우 연극인 유니온 준비모임

홍○○ 38 남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간부

하○○ 나이 무응답 남 예술인소셜유니온 간부

장○○ 40 여 영화·공연 프로듀서 및 작가,

예술인소셜유니온 활동

정○○ 43 남 뮤지션, 뮤지션 유니온

홍○○ 30 남 독립기획자, 예술인소셜 유니온 활동

김○○ 38 남 예술강사, 예술강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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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집단적 이해대변 가능성 탐색 115

Searching for the Possibilities of Collective Representation of Artists and Cultural Workers:

Beyond Workplace Unionism

Kwon, HeiwonDept. of Business Administration, Dongduk Women’s University

Kwon, SoonwonDept. of Business Administration, Sookmyung Women’s University

Abstract

This article analyzes the possibilities for collective representation of artists in Korea. High job insecurity is characteristic of creative work as workers and artists have short-term, intermittent jobs that are poorly paid with low benefits. Weak institutional arrangements for employment protection of creative workers combined with lack of collective representation makes their working condition poorer. This articles pays attention to self organizing efforts of creative workers, and analyzes the dynamics and prospects of new alternative unionism in their movements. The tripartite agreement in Korean movie industry indicates a new form of open source unionism that is inherent in the strategy of the Federation of Korean Movie Workers’s Union(FKMWU), which is distinguished by its organizing and representing activities for both the union members and non-members, and by its emphasis on representing workers in the external labor market. This alternative form of collective representation can be the benchmark for the newly emerging quasi-unions in cultural industries. The FKMWU and those new unions also attempt to improve working condition by engaging in political action. The approach is effective for freelances and contingent workers as the employment classification of these workers limit the effectiveness of workplace-based collective bargaining. Hence, in order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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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한국사회 제17집 2호(2016년)

change employer and government policies, the FKMWU and other cultural ‘unions’ should develop some form of pressure that could be an effective political lever for collective action.

Key words: collective representation, open source unionism, network organizations, Federation of Korean Movie Workers’ Union, unions in cultural and art indus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