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너는 신의 실패작이었다™˜경수필... · 한 석면피해를 학부모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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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 장려상 석면, 너는 신의 실패작이었다 ‘신의 섬유’가 ‘죽음의 섬유’로 불린 사연 강재옥 가릭대학교 건대학원 산업 환경건학 전공 “너 혹시 석면이라고 들어봤니?” “석면? 그거 석탄하고 비슷한 건가?” 어느 날 친구들과 나눈 대화내용이다. 산업보건을 전공하고 있는 내가 본격적 으로 관심 갖게 된 분야는 바로 석면이었다. 물론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너무나 많은 오염원이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이 한창인 지금이 바로 석면에 눈을 떠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날 당시, 70~80년대 지어진 건물들은 거의 대부분 석면함량이 높은 자재들로 지어졌다. 그리고 그 당시 지어진 건물들이 현재 재개발·재건축 명목 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바로 지금이라도 국민 모두가 석면에 관심 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강조하고 싶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간에 석면 앞에선 모 두가 똑같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질 것이다. 도대체 석면이 뭐길래, 그간 사용을 허가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유해하다니…. 요즘은 과거만큼 석면을 사용하지도 않는 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명확히 해 주고 싶 다. 왜 석면을 막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도 이미 늦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재개에 흩날리는 석면가루들 최근 재개발이다, 재건축이다 곳곳에서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로 지어지는 모습 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과연 이런 광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재개발’이라 하면 부동산이나 집값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석면, 그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석면과 관련한 체계적인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쉬운 부

Transcript of 석면, 너는 신의 실패작이었다™˜경수필... · 한 석면피해를 학부모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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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려상

석면, 너는 신의 실패작이었다‘신의 섬유’가 ‘죽음의 섬유’로 불린 사연

강재옥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 및 환경보건학 전공

“너 혹시 석면이라고 들어봤니?”

“석면? 그거 석탄하고 비슷한 건가?”

어느 날 친구들과 나눈 대화내용이다. 산업보건을 전공하고 있는 내가 본격적

으로 관심 갖게 된 분야는 바로 석면이었다. 물론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너무나

많은 오염원이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이 한창인 지금이 바로 석면에 눈을 떠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날 당시, 70~80년대 지어진 건물들은 거의 대부분 석면함량이 높은

자재들로 지어졌다. 그리고 그 당시 지어진 건물들이 현재 재개발·재건축 명목

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바로 지금이라도 국민 모두가 석면에 관심

을 가져야 할 이유라고 강조하고 싶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간에 석면 앞에선 모

두가 똑같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질 것이다. 도대체 석면이 뭐길래, 그간 사용을 허가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유해하다니…. 요즘은 과거만큼 석면을 사용하지도 않는

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명확히 해 주고 싶

다. 왜 석면을 막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도 이미 늦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재개발에 흩날리는 석면가루들

최근 재개발이다, 재건축이다 곳곳에서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로 지어지는 모습

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과연 이런 광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재개발’이라 하면 부동산이나 집값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한 석면, 그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석면과 관련한 체계적인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쉬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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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학교 인근 재개발, 지하철의 석면문제가 불거지면서 일

정부분 세상밖으로 석면의 위험이 노출된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정부의 대대적인 재개발 발표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뉴타운 개

발이다, 뭐다 하면서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개

발’하면 집값이나 부동산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그 와중에 간과되고 있

는 문제가 바로 ‘석면’이다.

현재 재개발되는 지역이나 건물들은 대체로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게 대부분

인데 그 당시 건물에 석면이 많이 쓰였던 만큼 현재 그 건물을 해체하는 과정에

서 발생되는 석면 가루나 그 외 비산먼지가 환경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

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사 시행사측이나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항의 여부에 따라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석면을 해체하는 작업자들 중에서 그 유해성을 제대로 모르는 작

업자들도 많았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석면의 문제가 수면위로

오르면서 그 유해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당장 호

흡기 질환이나 피부병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게 아닌 만큼 여전히 간과되고 있

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주민들의 관심만이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되는 석면으

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지만 그 무엇

보다 적극적인 방법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여기서 또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되는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왜 주민들의 관심으로 줄어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가

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석면을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이고 그 다음은 현

상태의 석면을 비산되지 않도록 건드리지 않는 것(아무리 석면이 위험하다지만

공기 중으로 흩날리지 않는다면 인체유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 다음은 석면 해체작업자들이 철저히 건물자체를 비닐보로 밀봉해 석면

해체로 인한 인근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상황에서는

허술한 법체계가 그런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주

민들의 관심이 나와 우리 가족, 우리 동네….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는 셈이다.

얼마 전 직접 접했던 사례만 봐도 주민들의 관심 여부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재개발이 한창이었던 서울의 은평구와 반포구의 경우

가 대표적인 일례라고 볼 수 있다. 반포의 한 학교 인근에서의 재개발 공사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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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석면피해를 학부모들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고 공사까

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물론 그 결과 석면으로부터 아이들

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반면 은평구 재개발의 경우, 석면가루들이 풀풀 날리는 공사장 인근에 주민들

이 버젓이 거주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초등학교에 학생

들이 오고감은 물론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공사현장에 버티고 살고 있는 그들이

었지만 이유가 어쨌건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안 내는 것의 차이가 확연히 드

러난 결정적 사례였다. 물론 주민들의 대응여부에 따라 시행사 측이나 정부의 대

응이 즉각 달라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국내에서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지고

그에 대한 대응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음을 감안한다면 주민들의 태도가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의 섬유가 죽음의 섬유로

그렇다면 과연 ‘석면’이란 어떤 물질일까. 그리스어로 asbestos 즉 ‘불멸

의 물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과거 신의 섬유로 불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

랑받던 물질이었지만 그 위해성이 속속 알려지면서 지금은 죽음의 섬유 로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세한 석면 섬유가 공기 중에 먼지 등의 형태로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게 되는데 석면은 일단 몸속에 들어가면 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평생 몸 안에 머무르다 암을 일으킨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석면 노출로 피부질환․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고

특히 흡입을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인체에 석면이 흡입되면 폐

에 침착하게 되고 장기간 노출할 경우 약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

중피종, 석면폐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있는만큼 국제암연구

학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에 의한 질병이 발병

하기까지 20~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앞서 석면을 사용해왔던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석면사용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석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악성중피종의 발병 건수가 매년 10

여 건 정도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상은 이보다 심각할 뿐만 아니라 그 수가 지속

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석면에 불과 보름만 노출돼

도 암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을 만큼 개인차도 크다고 볼 수 있겠다.

300 2007 대학환경상 공모

“슬레이트 조각에 고기구워 먹었는데...”

집안 천장, 벽면을 한번 관찰해 보자. 아직도 지붕이 회색 물결무늬로 구부러

진 모양, 즉 과거 슬레이트라면 석면 함량의 차이는 있지만 100% 석면자재라고

보면 된다. 혹자는 과거 이러한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말을 하곤 한

다. 석면이 유해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오히려 이런 말들이 더 귀에 자주

들리는 듯하다.

‘예전에 슬레이트 조각에 고기를 자주 구워먹었는데 그럼 저도 암에 걸리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물론 아니라고, 몇 번 구워먹었다고 암에 걸

리진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욱 교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젊은 날 슬레이트 판에서 고기구워 먹던 친구들이 현재 다 암에 걸려

사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30년이라는 석면의 잠복기를 우습게 보지 말야

할 순간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석면이 왜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 말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석면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

다. 가격뿐만 아니라 내화성, 단열성 등 석면의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석면의 대부분이 건축자재나 시멘트, 그 다

음으로 브레이크 라이닝, 의류 등에 쓰인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러

한 통계조차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어디에 가장 많

이 쓰이는지조차 ‘알 수 없다’가 정답이라는 회의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정부정책으로 석면의 수입량은 줄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석면이 함유된 제품의 수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석면 자체보다 석면

이 함유된 제품을 선별하는 일이 더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도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리는 석면 ‘환경부 할아버지’도 못 막아

한국의 석면문제를 내다본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현재

석면문제와 관련된 부서는 노동부․환경부․건설교통부․교육인적자원부․국방부․산자부

등 거의 전 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 기관에서 석면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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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문제를 방관해온 탓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안을 시원히 내놓지 못

하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안전하게 석면을 제거할 기술력도 사실상 몇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앞서 강조했듯 석면의 잠복기를 20~30년 내외로 볼 때, 그 누구보다 석면으로 인

한 가장 큰 피해자는 현재의 어린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학교 건물이

나 학교 인근에서의 석면 노출 차단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미 미국 EPA 즉 환경보호청에서는 학교가 석면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위험물질관리법 하위 석면위험비상대응법을 발표했는데 간략히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지방교육청이 건물 내 석면물질에 대한 조사를 시행해야 하고 적

절한 석면관리계획을 세워야 함을 지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사현장에서 발생되는 석면과 관련해 환경부 차원에서의 대응은 전

무한 상황이지만 우선적으로나마 노동부에서 건물 내부 석면해체시 석면이 일체

외부로 날리지 않게 한다면 이중의 수고로움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노

동부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환경부가 할 일 없어서 안 된다’는 우스갯 소리

를 전하기도 했지만 우선적으로 건물내부에서 최대한 날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

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이미 대기중으로 날린 석면은 환경부, 환경부 할아버지도 막기 어렵기 때문이

다. 또한 한번 몸 속으로 들어간 석면은 절대 몸 밖으로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