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재학생 신분 유지비’pdf.sgunews.com/631/63104.pdf4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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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회 2015년 3월 2일(월) 631호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흔 히 군가로 알려진 곡들 중 가장 대중적인 노래다. 앞의 군가에서도 알 수 있듯 군대 는 원래 사나이, 즉 남성들의 전유물이었 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군대에서 여성의 입 지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여군의 숫자가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불과 4,150여 명으로 전체 장병 중 0.6%에 불과했던 여군의 숫자는 현재 약 8,3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 다가 5년 뒤인 2020년에는 여군의 비율이 전체의 6.5%인 1만 1,5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여군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군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면 서 군대에서도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분 야가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해병대의 몇 몇 분과를 제외한 대다수 분과에 지원할 수 있게 돼 여군들이 특수부대나 전투기 조종 분야까지도 진출하고 있다. 또한 취 업난도 여군 수 증가에 한몫했다. 어려운 취업 현실에 고교 졸업 후 일찌감치 입대 를 준비하거나 취업을 대비하다가 학사장 교로 진로를 바꾸는 20대 여성이 부쩍 늘 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군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하는 반면 여전히 그 속엔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여군이 아직 실제 군대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재 육군 여자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 는 임 씨는 “여군들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남자 병사들과 동일하게 훈련을 받고 있다”며 별다른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에선 군내 성추행, 성폭행 문제도 끊 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여군을 상 대로 한 군내 성추행 범죄는 2010년 3건이 었던 것이 2014년에는 16건으로 5배 늘었 다. 그러나 작년 군 인권센터가 여군 100명 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은 ‘성적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대응하 지 않겠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가해 자 및 상관의 보복(47%)’과 집단 따돌림 (35.3%) 등을 들었다. 이에 2014년 한 해 신고된 16건에 비해 실제 성추행 발생 횟 수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 가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육군이 성 군기 관련 행동수칙을 내 놓았지만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됐다. ▲남녀 군인 단둘 이 차량 이동 금지, ▲이성 군인과 접촉 시 한 손 악수만 허용, ▲남자 군인 혼자서 이 성 관사 출입 금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 는 이 정책은 오히려 여군과 동료가 되는 것을 번거롭게 만들어 여군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증가하는 여군의 수에 비해 사 회적 인식, 혹은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실정에 대해 김종대 군사 전문가는 여군 문제를 군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며 “외부의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감시하 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군이 늘어나며 그에 따른 문화 혁명이 예고되 는 현 시점, 과도기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 는 정책들이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군내 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길 바란다. 윤세영 기자 jackie1810@ 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재학생 신분 유지비’ 졸업생 A씨는 취업 시 재학생 신분이 유 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몇 년째 졸업을 유예 하고 있다. 하지만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음 에도 등록금 일부를 내야 해서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등록금 산정 방식은 학교 재 량이기에 학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고, 대학 은 졸업유예생에게 돈을 받고 재학생 ‘신분’ 을 유지해주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졸업유예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졸업유예제를 도입한 대학은 전국 176곳 중 110곳으로 62.5%를 차지했다. 2007 년 이전에 졸업유예를 도입한 대학은 47곳 이었던 반면 2013년 이후에는 68곳으로 늘 어났다. 졸업유예제를 실시하는 대학들 중 졸업유예자에게 일정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은 13.6%, 수강신청을 강요하는 대학은 69.1%이었다. 졸업유예생들은 결국 졸업유 예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졸업유예를 하기 위해 대학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최소 5만 원 에서 최대 57만 원까지 다양했다. 졸업유예 생에게 최소 학점을 듣도록 의무화한 대학 중에는 연세대학교가 77만 원대로 가장 높 았고 그 뒤로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 대),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등이 60만 원 을 호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우리 대학 역시 등록금의 6분의 1인 66만 원을 지불해야 졸 업유예가 가능한 상황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 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도 기업이 재 학생 채용을 선호한다는 인식과 심리적 소 속감을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계속해서 졸 업을 미루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박진수 연구소장은 “기업들이 공백 기간이 있었던 졸업생 구직자들을 취업에 실패했던 사람들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 같은 조건 이라면 재학생 신분의 구직자를 선호한다” 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한 기업 인턴 역시 대부분 응시 자격 을 재학생이나 졸업예정자로 제한하고 있 다. 또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졸업예정 학 생들은 돈을 내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 기 위해 졸업유예를 택하기도 한다. 김시은 (한세대학교 4학년)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 지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고 싶어서 어쩔 수 없지만 매번 졸업유예를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역시 졸업유예생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졸업유예를 허락할 경우 교육부가 실시 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평가 지표 중 전 임교원확보율은 재학생 수 대비 교직원 수를 따지게 되는데 졸업유예생이 많아지면 재학 생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해당 지표에서 좋 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은 졸업유예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 들에게 등록금을 요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 다. 또한 졸업유예생의 증가로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나 대학 입장에선 행정 비용이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잇따 른 논란에 최근 일부 대학들은 졸업유예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대학을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졸 업요건을 완화하고 졸업생들에게 수료증명 서를 발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2015년도 1학기부터 이화여대는 정해진 학점을 취득한 학생에게 학사학위 수료를 인정하는 ‘과정수 료제’를 신설하는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소 학점을 채운 학생들은 더이상 졸업을 미룰수 없게 됐다.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졸업유예제 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대학과 취업난에 시달 려 학교에 남는 것을 택했지만 이제 그 마저 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 졸업유예제 에 대한 각각의 입장 차이를 중재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 요한 시점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 일러스트 조윤영 기자 cyy1219@ 여군의 빛과 그림자, 그 이중성을 말하다 ▲학군사단 후보생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상장을 받고 있는 조윤희 중위 사진제공 서강대 RO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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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회 2015년 3월 2일(월) 631호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흔

히 군가로 알려진 곡들 중 가장 대중적인

노래다. 앞의 군가에서도 알 수 있듯 군대

는 원래 사나이, 즉 남성들의 전유물이었

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군대에서 여성의 입

지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여군의 숫자가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불과 4,150여 명으로 전체 장병 중

0.6%에 불과했던 여군의 숫자는 현재 약

8,3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

다가 5년 뒤인 2020년에는 여군의 비율이

전체의 6.5%인 1만 1,5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여군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군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면

서 군대에서도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분

야가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해병대의 몇

몇 분과를 제외한 대다수 분과에 지원할

수 있게 돼 여군들이 특수부대나 전투기

조종 분야까지도 진출하고 있다. 또한 취

업난도 여군 수 증가에 한몫했다. 어려운

취업 현실에 고교 졸업 후 일찌감치 입대

를 준비하거나 취업을 대비하다가 학사장

교로 진로를 바꾸는 20대 여성이 부쩍 늘

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군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하는 반면 여전히 그 속엔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여군이 아직 실제

군대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재 육군 여자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

는 임 씨는 “여군들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남자 병사들과 동일하게 훈련을

받고 있다”며 별다른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에선 군내 성추행, 성폭행 문제도 끊

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여군을 상

대로 한 군내 성추행 범죄는 2010년 3건이

었던 것이 2014년에는 16건으로 5배 늘었

다. 그러나 작년 군 인권센터가 여군 100명

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9명은

‘성적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대응하

지 않겠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가해

자 및 상관의 보복(47%)’과 집단 따돌림

(35.3%) 등을 들었다. 이에 2014년 한 해

신고된 16건에 비해 실제 성추행 발생 횟

수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

가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육군이 성 군기 관련 행동수칙을 내

놓았지만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됐다. ▲남녀 군인 단둘

이 차량 이동 금지, ▲이성 군인과 접촉 시

한 손 악수만 허용, ▲남자 군인 혼자서 이

성 관사 출입 금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

는 이 정책은 오히려 여군과 동료가 되는

것을 번거롭게 만들어 여군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증가하는 여군의 수에 비해 사

회적 인식, 혹은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실정에 대해 김종대 군사 전문가는

여군 문제를 군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며 “외부의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감시하

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군이

늘어나며 그에 따른 문화 혁명이 예고되

는 현 시점, 과도기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

는 정책들이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군내

문화를 개선시킬 수 있길 바란다.

윤세영 기자 jackie1810@

울며 겨자 먹기로 내는 ‘재학생 신분 유지비’

졸업생 A씨는 취업 시 재학생 신분이 유

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몇 년째 졸업을 유예

하고 있다. 하지만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음

에도 등록금 일부를 내야 해서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등록금 산정 방식은 학교 재

량이기에 학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고, 대학

은 졸업유예생에게 돈을 받고 재학생 ‘신분’

을 유지해주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졸업유예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졸업유예제를 도입한 대학은 전국

176곳 중 110곳으로 62.5%를 차지했다. 2007

년 이전에 졸업유예를 도입한 대학은 47곳

이었던 반면 2013년 이후에는 68곳으로 늘

어났다. 졸업유예제를 실시하는 대학들 중

졸업유예자에게 일정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은 13.6%, 수강신청을 강요하는 대학은

69.1%이었다. 졸업유예생들은 결국 졸업유

예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졸업유예를 하기 위해

대학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최소 5만 원

에서 최대 57만 원까지 다양했다. 졸업유예

생에게 최소 학점을 듣도록 의무화한 대학

중에는 연세대학교가 77만 원대로 가장 높

았고 그 뒤로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

대),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등이 60만 원

을 호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우리 대학 역시

등록금의 6분의 1인 66만 원을 지불해야 졸

업유예가 가능한 상황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

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도 기업이 재

학생 채용을 선호한다는 인식과 심리적 소

속감을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계속해서 졸

업을 미루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박진수 연구소장은 “기업들이 공백 기간이

있었던 졸업생 구직자들을 취업에 실패했던

사람들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어 같은 조건

이라면 재학생 신분의 구직자를 선호한다”

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한 기업 인턴 역시 대부분 응시 자격

을 재학생이나 졸업예정자로 제한하고 있

다. 또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졸업예정 학

생들은 돈을 내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

기 위해 졸업유예를 택하기도 한다. 김시은

(한세대학교 4학년)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

지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고 싶어서 어쩔

수 없지만 매번 졸업유예를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역시 졸업유예생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졸업유예를 허락할 경우 교육부가 실시

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평가 지표 중 전

임교원확보율은 재학생 수 대비 교직원 수를

따지게 되는데 졸업유예생이 많아지면 재학

생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해당 지표에서 좋

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은 졸업유예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

들에게 등록금을 요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

다. 또한 졸업유예생의 증가로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나 대학 입장에선 행정

비용이 더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잇따

른 논란에 최근 일부 대학들은 졸업유예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대학을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졸

업요건을 완화하고 졸업생들에게 수료증명

서를 발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2015년도

1학기부터 이화여대는 정해진 학점을 취득한

학생에게 학사학위 수료를 인정하는 ‘과정수

료제’를 신설하는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소 학점을 채운 학생들은

더이상 졸업을 미룰수 없게 됐다.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졸업유예제

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대학과 취업난에 시달

려 학교에 남는 것을 택했지만 이제 그 마저

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 졸업유예제

에 대한 각각의 입장 차이를 중재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

요한 시점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

일러스트 조윤영 기자 cyy1219@

여군의 빛과 그림자, 그 이중성을 말하다

▲ 학군사단 후보생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상장을 받고 있는 조윤희 중위 사진제공 서강대 RO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