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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제: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어문학 본질 연구에 대한 성찰과 탐색- ○ 일 시 : 2017년 11월 4일(토) 10:00~20:00 ○ 장 소 : 영남대학교 제2인문관(교육개발센터) 102호, 201호, 203호 ○ 주 최 : 한국어문학회 ○ 후 원 : 한국연구재단 한국어문학회 http://www.eomunhak.or.kr 이 발표논문집은 2017년도 정부재원(교육부)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발간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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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주 제: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어문학 본질 연구에 대한 성찰과 탐색-

    ○ 일 시 : 2017년 11월 4일(토) 10:00~20:00○ 장 소 : 영남대학교 제2인문관(교육개발센터) 102호, 201호, 203호○ 주 최 : 한국어문학회○ 후 원 : 한국연구재단

    한국어문학회http://www.eomunhak.or.kr

    이 발표논문집은 2017년도 정부재원(교육부)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발간되었음

  • 일 시 발 표 및 내 용 사회자개회 10:00~10:20

    국민의례개회사 : 서인석(한국어문학회 회장)환영사 :영남대 총장

    김정화

    (영남대)제 1 부

    기조발표(제2

    인문관 201호)

    10:20~11:10

    기조발표1 : 구어를 중시하는 한국어학의 지향발표자 : 홍종선(고려대)

    이은규

    (대가대)11:10~12:00

    기조발표2 : 고전문학 연구의 방향성에 관한 비평적 성찰

    발표자 : 김석회(인하대)중식 12:00~13:30 중 식

    제 2 부분과별

    주제발표 /

    국어학 분야

    (제2인문관 201호)

    13:30~14:10

    한국어와 영어의 비표준적 준-분열문 대조 연구발표자 : 최윤지(서울대)토론자 : 주지연(영남대)

    김세환

    (영남대)14:10

    ~14:50 쓰기의 첨삭피드백 연구에 관한 비판적 재고찰 -첨삭 지도 방안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발표자 : 박준범(영남대)토론자 : 이철우(상지대)

    14:50~15:30

    연결어미 상당 구성의 유형 분류 -군집분석을 중심으로-

    발표자 : 문병열(한남대)토론자 : 최웅환(안동대)

    15:30~15:40 휴 식

    15:40~16:20

    ‘통(通)하-’의 의미구조와 의미확장 양상 분석발표자 : 김령환(경북대)토론자 : 남경란(대가대) 고춘화

    (경상대)16:20~17:00

    창녕 지역 유기음화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발표자 : 김유정(영남대)토론자 : 박선우(계명대)

    고전문학 분야

    (제2인문관 102호)

    13:30~14:10

    , 의 희곡적 특성 비교발표자 : 김미령(조선대)토론자 : 서혜은(경북대)

    한길연

    (경북대)14:10~14:50

    서경덕을 통해 본 조선 중기 近畿 문인의 문학 사상발표자 : 김성룡(호서대)토론자 : 최귀묵(고려대)

  • 14:50~15:30

    의 재조명발표자 : 김미정(영남대)토론자 : 박상영(대가대)

    15:30~15:40 휴 식

    15:40~16:20

    대책문 쓰기 전략과 글쓰기 수업에의 활용 방안 모색 -정조의 策問 에 대한 對策文을 중심으로- 

    발표자 : 김기림(조선대)토론자 : 김원준(영남대) 이강옥

    (영남대)16:20

    ~17:00 고소설 필사의 전통과 영남 선비집안 여성의 문학생활 -성주군 정갑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자 : 김재웅(경북대)토론자 : 엄기영(대구대)

    현대문학 분야

    (제2인문관 203호)

    13:30~14:10

    틈새와 균열: 식민주의의 프로파간다 전략과 실재 -만주 표상의 변화를 중심으로-

    발표자 : 곽은희(동아대)토론자 : 김효주(안동대)

    이상우

    (고려대)14:10

    ~14:50 문학사 교육의 방향 연구 -독자의 수용을 중심으로-

    발표자 : 최미숙(상명대)토론자 : 정정순(영남대)

    14:50~15:30

    김춘수의 대담 -내면고백과 합리화의 유혹을 넘어서-

    발표자 : 김유중(서울대)토론자 : 유영희(대구대)

    15:30~15:40 휴 식

    15:40~16:20

    박동화 희곡 연구 -를 중심으로-

    발표자 : 최상민(조선대)토론자 : 조보라미(영남대)

    김지영

    (대가대)16:20

    ~17:00 遺産되는 트라우마, 遺産되는 상처 –임철우의 「붉은 방」(1988)에 내재한 ‘알레고리아(allegoria)’ 읽기-

    발표자 : 손미란(영남대)토론자 : 류동규(경북대)

    제3부종합토론

    17:00~18:00 분과별 종합토론

    만찬 18:30~20:00 만 찬

  • ▣ 기조발표【기조발표 1】구어를 중시하는 한국어학의 지향 ···················································································································· 홍종선/3【기조발표 2】고전문학 연구의 방향성에 관한 비평적 성찰 ················································································································· 김석희/23

    ▣ 국어학한국어와 영어의 비표준적 준-분열문 대조 연구 ················································································································· 최윤지/37쓰기의 첨삭피드백 연구에 관한 비판적 재고찰 -첨삭 지도 방안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 박준범/63연결어미 상당 구성의 유형 분류 -군집분석을 중심으로- ················································································· 문병렬/93‘통(通)하-’의 의미구조와 의미확장 양상 분석 ··············································································································· 김령환/119창녕 지역 유기음화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 ············································································································· 김유정/145

    ▣ 고전문학, 의 희곡적 특성 비교 ··············································································································· 김미령/165서경덕을 통해 본 조선 중기 近畿 문인의 문학 사상 ··············································································································· 김성륭/189관동별곡」의 재조명 ··················································································· 김미정/209

  • 대책문 쓰기 전략과 글쓰기 수업에의 활용 방안 모색 -정조의 策問 에 대한 對策文을 중심으로-  ······································ 김기림/237고소설 필사의 전통과 영남 선비집안 여성의 문학생활 ··············································································································· 김재웅/273

    ▣ 현대문학틈새와 균열: 식민주의의 프로파간다 전략과 실재 –만주 표상의 변화를 중심으로- ························································ 곽은희/295문학사 교육의 방향 연구 -독자의 수용을 중심으로- ·········································································· 최미숙/319김춘수의 대담 –내면고백과 합리화의 유혹을 넘어서- ························································ 김유중/341박동화 희곡 연구 -를 중심으로- ················································ 최상민/375遺産되는 트라우마, 遺産되는 상처 –임철우의 「붉은 방」(1988)에 내재한 ‘알레고리아(allegoria)’ 읽기- ··························· 손미란/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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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어를 중시하는 한국어학의 지향홍 종 선 (고려대)

    1. 머리말

    근대적 방법론과 체계를 갖춘 한국어학 연구가 시작된 지 120년이 넘었다. 19세기 말에 새로운 방법론에 근거하는 우리말 연구가 시작되어 이미 20세기 초에 문법서 유길준의 [대한문전](1908)이 나온 이후 주시경, 홍기문 등 초창기부터 상당한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 온 한국어학은 초기에 민족 근대화 운동의 일부였다.1) 이어 일제 강점기를 당하면서 우리말 연구는 민족의식을 높이고 자주 독립을 위한 열망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 구국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광복을 맞아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언어적 이념과 언어학 이론으로 국어를 연구하면서 각각의 국어학 연구 성과를 내었다. 북쪽은 사회주의 언어 철학과 주체사상으로 이어지는 주체언어학을 지속해 오고, 남쪽은 역사 문법과 구조주의 언어학을 거쳐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활발하게 적용하고 최

    1) 서술하는 해당 시기나 지역 또는 관점에 따라 ‘조선, 한국’과 ‘조선어, 국어, 한국

    어’ 그리고 ‘조선어학, 국어학, 한국어학’ 등으로 달리 이름지을 수 있으나, 이들이

    각각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고 보아 이 글에서는 ‘한국’과 ‘한국어’ 그리고 ‘한국어

    학’으로 일관한다. 앞뒤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한 혼동은 없

    을 것으로 본다.

    1. 머리말

    2. 한국어 연구와 한국어학의 외연

    3. 이론적 한국어학의 발전: 문어 문법과 구어 문법

    4. 사용자 중심의 문법

    5. 마무리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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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에는 다양한 서구 언어학 이론을 원용하면서 그 동안 수준 높고 풍성한 내용을 가진 연구 성과를 보여 왔다. 이와 같은 순수 한국어학 연구와 더불어 한국어학의 외연도 확대되어 왔다. 내국인을 위한 국어 교육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전산 한국어학, 한국어 사전 편찬학, 병리 한국어학, 사회 한국어학 등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순수 한국어학과 학제적인 연구를 하거나 순수 한국어학에서 발전시킨 이론을 기반으로 응용 분야에서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는데, 상당한 수준의 연구와 실천을 이룬 분야도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영역도 있는 등 분야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한국어학도 그를 이루는 순수 학문적 영역과 이를 응용하거나 외연을 넓히는 분야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상승 발전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때 순수 학문 영역의 발전은 그와 관련을 갖는 다양한 외연 학문과 실천 분야에 기반이 되는 이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인문학의 그 어떠한 분야 못지않게 연구 성과를 충실히 쌓아 온 한국어학이 앞으로 더욱 큰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의 한국어학 연구 실태를 점검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특정한 연구자의 개별적인 연구 내용을 들어 언급하기보다 전체적인 성과와 경향성을 주로 살핀다. 특히 한국어학이 그 동안 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문어 연구에 대하여 문제점을 고찰하고 우리 언어생활의 대다수를 이루는 구어를 연구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국어학이 학문적인 이론 중심만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더 높은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언어 이론으로 발전해야 함을 논의할 것이다.

    2. 한국어 연구와 한국어학의 외연

    한국어 연구는 비교적 일찍부터 새로운 학문 대열에 서기 시작하였다. 19세기 후반 근대 전환기(개화기)에 외국인들에 의해 시작된 한국어에 대한 연구 성과는 곧이어 내국인의 연구로 확대되어 한국어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일제 강점기에서도 한국어 연구는 계속되어 높은 수준과 성과를 이루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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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는 한국학 연구자나 예술가들을 집중 공략하여, 당시에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식인들이 민중을 이끌어 가도록 온갖 협박과 회유 등을 동원하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일제의 사슬에 넘어갔지만, 한국어학 분야에서는 달랐다. 당시 지식인들이 일제에 지조가 무너진 것은 집요한 협박에 의한 때문이 많았지만, 또한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우리가 못나서 나라를 잃었다는 자기비하 속에서 욱일승천하는 일제에 쉽게 굴복하기도 하였다. 일제는 더 높은 예술과 학문의 수준으로 왜곡된 이론을 조작하여 한국인을 2등 이하 국민이라는 논조를 펼치거나 외국에 의존해 살아온 민족으로 매도하였으나,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에 대항할 만한 학문적 이론과 예술적 수준을 이루지 못하여 일제의 책략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2) 하지만 한국어학 분야에서는 한국인의 연구 성과와 수준이 일본인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았고, 이러한 상황은 당시의 한국어학자들에게 긍지와 자존심을 심어 주어 대부분 일제의 마수를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근거와 힘이 되기도 하였다. 광복을 맞아 한국어학은 선배들이 이루어 놓은 높은 학문을 이어받아 착실하게 연구 성과를 이루어 갔다.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왕래가 없이 각자의 한국어학을 발전시켜 나갔지만 양쪽 모두 연구의 열의가 높았다. 남쪽에선 전통적으로 이어진 역사 문법 이론을 넘어 1950년대 후반부터는 서구의 구조주의 언어학 이론을 받아들여 형태론 중심의 한국어학이 전개되었고, 북쪽에선 러시아의 마르(Mar)나 스탈린 등의 언어학에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을 넘기며 남과 북의 한국어학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남쪽에서는 미국의 변형생성문법이 들어와 1970년대 이후 한국어학에서 생성문법은 가장 강력한 이론적 바탕을 이루고, 북쪽에서는 이른바 주체 사상에 근거하는 한국어학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2000년대 이후 남쪽은 다양한 외래 이론을 수용하면서 한국어 연구를 풍부하고 수준 높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북쪽도 김일성 어록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 연구 범위와 내용을 넓히고 있다. 남과 북 모두 한국어학 연구는 다른 어떠한 인문학 분야보다도 연구 성과가 훌륭하다고 할 만하다. 북한의 한국어학에 대한 남한의 연구가, 남한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떠한 북한학 연구보다도 많이 축적되어 온 것도 이

    2) 이는 한국사학이나 철학 그리고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당시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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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한국어학 연구 중에는 언어 구조내의 이론적인 언어학 연구가 많지만, 근래에 들어 다른 연구 분야와의 학제적인 관계를 갖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연구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 언어학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이론적이라 하여도 다른 학문 분야와 단절되어 있거나 연구 내용의 상호 원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한국어의 구조내적 이론 연구가 위주가 되는 분야는 이론적 한국어학이라 할 만하다. 이에 비해 연구 과정에서 다른 분야와의 정보 교류나 적용이 많이 작용하는 연구 분야를 학제적 한국어학이라 구분하였다. 한편 최근에는 현실적인 생활에서의 활용과 관련을 갖는 응용 한국어학 연구 역시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응용 한국어학은 순수 한국어학과 다른 학문 분야가 결합하여 현실 생활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산출할 것을 목적으로하는 연구이다. 이론적인 한국어학에는 한국어의 음운론, 문법론(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담화론, 어휘론, 방언학, 한국어사, 한국어학사 등이 있다. 언어학에선 오래 전부터 음운론과 문법론이 연구의 중심을 이루었지만 1960년대 후반 이후 어휘나 문장의 의미 내용을 다루는 의미론이 언어 연구에서 음운론 및 문법론과 더불어 기본적인 세 영역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들은 문장을 최대 단위로 하는 문법 연구의 한계를 가져, 실제로 언어 행위가 주로 이야기(담화)로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수용하여 담화론이나 화행 이론이 언어 연구에서 중요시되는 최근의 언어학은 현실성을 많이 반영한 것이다. 더구나 언어가 실현되는 현장의 언표 내외 정보에 관심을 갖는 화용론의 도입은 언어학에서 다루어야 할 영역에 대한 올바로 인식이라 할 것이다. 한국어학에서 담화론이나 화용론 등의 연구는 현재 관심을 키워가는 단계로, 앞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한국어학의 학제적인 연구에는 한국어를 자료나 대상으로 하는 음성학, 문자론, 서지학, 기호학, 한국어 문화론/생활론, 문체론, 사회 언어학3), 심리 언어학, 생리 언어학, 몸짓 언어학, 수화론, 언어 철학, 정서법, 수리 (통계) 언어학, 계통론, 언어 유형론, 비교 언어학, 대조 언어학, 코퍼스 언어학. 매체

    3) 이 글이 (한)국어학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이들 학문의 명칭을 ‘00 한국어학’ 또는

    ‘한국어 00학’으로 이름하여야 좋겠지만,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리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여 ‘00 언어학’ 등으로 쓴다. 그러나 이들도 모두 한국어학과 관련하는 연구 분

    야이다. ‘00 한국어학’이 아닌 ‘00 언어학’인 명칭에서는 대개 이들 학문 분야가 그

    만큼 한국어학에서 학문적인 진전이 비교적 적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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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학, 광고/홍보 언어학 등이 있다. 다른 여러 학문 분야와 한국어학이 공조하여 연구를 진행하며 이루는 학제적인 성격을 갖는 이 학문들은, 한국어학의 연구 방법론을 다양화하고 시각을 넓히면서 한국어학의 지평을 확대하지만 또한 이와 관련하는 다른 학문 분야의 연구에도 기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오늘날 이처럼 한국어학의 학제적 연구가 다양하며 활성화한 것은 그만큼 한국어학의 연구가 그 동안 많은 연구 성과를 쌓아 왔음을 말해 준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어학은 광복 이후에도 계속하여 외국의 다양한 언어학 이론은 원용하면서 한국어를 깊이 있게 천착하여 높은 연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언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어에는 한국어 나름의 고유한 특성과 현상들이 있는데 이는 외래의 언어학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시제’는 서구에서 개발한 ‘tense’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한국어 명사와 동사의 어미 굴절은 서양어의 ‘inflexion’과 다르다. 이제 이와 같은 한국어의 고유한 특징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우리의 한국어학 이론과 체계도 더 개발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론을 세계의 언어학계에 제공함으로써 일반 언어학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어를 대상으로 하는 응용 학문으로는 발성학, 자형학, 서지학, 사전학, 국어 교육학, 한국어 교육학, 병리 언어학, 웅변술, 통역학, 번역학, 수사학, 대화론, 논술론, 한국어 정책론, 전산 한국어학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단지 한국어학의 성과를 활용하여 현실 생활에 이용토록 가공하는 범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한국어학이나 학제적 한국어학과 부단히 정보를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전에는 순수 학문을 숭상하던 시기가 없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현실적인 활용성을 과도하게 내세우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학문의 순수성이나 응용성을 구분하여 가치를 매기거나 중요성에 가중치를 주지 않고 각자의 소용성과 역할을 그대로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 응용 한국어학의 연구는 학제적 한국어학에 비해 훨씬 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국어 교육학은 광복 직후부터 오랜 기간 동안 연구와 실천적 적용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어 교육학은 1980년대 이후 연구와 교육이 활발해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 폭발적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어 사전 편찬학도 1980년대부터 본격화하여 1990년대에는 완성도 높은 한국어 대사전들을 여러 종 편찬하고 이후에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한국어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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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산학 역시 현대의 정보화 시대를 맞아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구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지학, 한국어 정책론, 병리 한국어학, 번역학 등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4) 물론 이론적인 한국어학이나 학제적 한국어학 그리고 응용적인 한국어학이라는 세 영역을 설정한다고 해도, 이들 모두가 자기 영역 안에서도 정보를 주고받으며 다른 영역과 연구 성과를 나누고 있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한국어학은 외연이 넓고 다양해지며 연구 내용에 깊이도 더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부 분야에서의 연구가 아직은 높은 수준에 이르지 못하거나 성과를 크게 이루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어학은 대체로 세 영역 모두에서 활발한 연구 양상을 보이며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학제적 연구나 응용 연구가 순수 이론적 연구보다도 다수를 이루기도 한다. 앞으로 이렇게 다양한 여러 분야의 연구가 더욱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히 이들의 기초를 이루는 순수한 이론적 한국어학 연구가 계속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순수 한국어학에서 근래 많은 관심과 연구를 보이고 있는 구어 연구와 이를 확대 적용하는 담화 이론의 연구는 국어/한국어 교육에서도 매우 요긴하며 이 분야에서 최근 활발하게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언어 초급자에게 발화 환경과 발화의 진행 과정을 동반한 언어 형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교육 과정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구어와 담화의 자료나 연구 성과는 한국어의 전산화에서도 강도 높게 요구된다.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생성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넘어선 담화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웹과 앱 등 가상(전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언어 표현들은 문어이면서도 구어적 요소를 매우 많이 띠고 있다. 이는 곧 국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 병리 한국어학 등 다양한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광복 이후 이론적인 한국어학에서 보인 학문적인 특성을 간략히 살피면서 그간에 이룬 성과와 더불어 문제점 및 한계 등을 논의하고 앞으로 한국어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하여 지향해 나갈 방향을 찾기로 한다. 이는 여러 면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앞으로 확대와 삼화가 무엇보다도 크게 요구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구어 연구를 살핀다. 구어에 텍스트 이론이 적용되는 담화 연구와, 언어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4) 순수 이론적인 한국어학의 외연이라고 할 학제 한국어학과 응용 한국어학의 연구 내용이

    나 성과 등에 관해서는 홍종선(2015)에서 좀더 자세히 언급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논의를

    생략한다.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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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 사회 언어학적인 이론과 연구 방법론 등의 개발도 한국어학의 발전을 위해 매우 폭넓게 필요한 분야이나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3. 이론적 한국어학의 발전: 문어 문법과 구어 문법

    광복 이전까지 한국어의 연구는 서구에서 진행되었던 역사 문법의 영향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일본어학을 통한 간접적인 수용이 많았다. 대체로 품사론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론이 문법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규범 문법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에 들어온 미국의 구조주의 언어학은 한국어에서 통시적 연구보다 공시성에 주된 관심을 가지게 하였고, 형태소의 인식과 분석을 깊이 있게 연구하면서 체언이나 용언의 굴절 형태 등을 치밀하게 고찰하는 성과를 조금씩 이루어 나갔다. 언어 수행의 현장을 찾아 언어를 채록하여 그들에게서 구조적인 체계를 발견하고 기술하려는 노력은 한국어 연구를 이론적으로 천착한다는 면에서 학문적으로 진일보하는 발전이었다. 다만 언어 연구가 실용성을 견지한다든가 실천적인 면에서는 거리를 갖는 학문의 성격을 가지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후반부터는 변형생성문법이 한국어학계에 강력한 영향을 주어, 형태론 연구는 미처 충실한 결실을 맺기도 전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통사론 위주의 문법 연구가 크게 성행하였다. 이상적인 언어 능력을 설정하여 여기에서 나타나는 생성 규칙과 원리를 찾는 생성문법은 한국어 연구의 내용을 더욱 추상적이며 이론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어의 형태 단위를 통사적인 범주 기능으로 환원하여 체계화하여 문장 구조의 유기성과 확대 원리를 발견하는 등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이후에도 장벽이나 최소주의 이론으로 발전한 이론과 원리 중심의 문법 체계가 부분적으로 한국어에 적용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이르러 한국어에 대한 순수 이론적인 연구는 그 정점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생성 문법이 가진 이상주의적 추상화와 성분 구조 이론은 여러 면에서 도전을 받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능문법(Functional Grammar)은 생성문법 게열의 형식주의 가설 등을 거부하고 언어가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언어 수행을 중시하는 문법을 연구한다. 90년대 유입된 인지문법(Cognitive Grammar)에서는, 언어의 이해와 사용이 일반적 인지 능력과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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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음운론이나 형태론 등과의 간학문적 이론들도 유입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론들을 수용하는 2000년대 이후의 한국어 연구는 전에 없던, 문법 이론의 다변화를 맞이한다. 더불어 근래 들어 한국어 연구는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인다. 주로 문어를 대상으로 하는 그 동안의 연구를 반성하며 구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문장 이하를 연구 대상으로 삼던 문법론에서 나아가 단락이나 작품 등 텍스트 연구의 필요성에 유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적인 언어 행위가 문어보다는 오히려 구어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어 행위는 일반적으로 문장 단위를 넘어서 텍스트로 실현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한국어 연구에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어 코퍼스가 다량으로 구축되면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문어와 달리 표현 형태의 정형화가 쉽지 않은 구어의 연구에는 다량의 현실 언어 자료가 요구되고, 텍스트 연구도 실제 자료를 근거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구어 연구와 텍스트 연구는 아직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학계에 좀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구어 중심 한국어학 연구에 대한 문제를 살피기로 한다. 다른 언어권의 언어학에서도 그러하지만 여태까지 한국어학은 문어에 크게 치중하고 있으며,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한국어 코퍼스는 거의 문어 자료의 성격을 가졌다. 일반 문법서인 고영근・구본관(2008)이나 학교 문법론서인 이관규(2016), 한국어 교육을 위한 문법서인 국립국어원(2005)도 대부분 구어보다는 문어에 더 해당하는 문법 설명이나 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고 작은 한국어 사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뜻풀이나 예문 등이 구어보다 문어에 더 적절하게 해당되는 수가 많다. 「연세 한국어 사전」을 만들기 위한 ‘연세 말뭉치’는 일반인의 독서 실태를 고려한다고 하여 거의 문어로 구성되었다. 고려대 균형 코퍼스인 ‘한국어 말모둠 1’(2007)도 1,008만 어절 중 (준)구어가 11.7%이며, 21세기 세종계획에서 구축한 1,000만(10,099,512) 어절의 균형 말뭉치에도 구어가 약 10%(1,084,597 어절) 정도이다. 그나마 여기에 들어간 구어에는 방송 드라마나 영화 등의 대본이 반 이상으로, 이들은 순수한 구어라고 하기 어려운 자료들이다. 문어에도 오늘날엔 인쇄물 외에 인터넷, 앱 등 사이버 언어 자료가 적절하게 배정되어야 하는데, 이들 코퍼스에는 이것이 반영되지 못하였다. 코퍼스의 성격이 아예 문어를 내세우지 않고 균형 코퍼스를 지향한다면 전체 규모에서 ‘구어 : 문어’의 비중을 ‘5 : 5’로 하든가, 언어생활의 현실성을 고려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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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6 : 4’ 정도로 구어의 비중이 높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때의 구어는 방송 대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실제 구어가 거의 대부분이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어 코퍼스가 체계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21세기 세종계획 구어 형태소 분석 말뭉치’(2006)와 ‘연세 구어 말뭉치’(2013)은 대화와 독백으로 나누어 배정하였는데, 모두 양방향 발화 구어가 60% 정도가 되고 텍스트 유형별로도 대체로 적정하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구어의 비중이 다소 높은데, 이러한 대중 미디어의 방송 내용은 순수 자연 발화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 구어는 모두 음성 자료를 대상으로 하여 실제로 구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제 한국어 연구도 이와 같은 구어가 연구 자료로써 중요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권재일(2004)나 장경희(2009) 등은 개인적으로 비교적 큰 구어 코퍼스를 구축하여 연구한 대표적인 예이다. 안의정(2009)에 의하면, 각 사전에 나타난 올림말 가운데 구어의 비율이 「조선말대사전」(1992)은 0.43%, 「연세 한국어사전」(1998)은 0.19%, 「표준 국어대사전」(1999)은 0.01%이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사전」(2006)조차도 1.98%에 불과하였다. 이들은 ‘입말투로, 구어적으로, 구어체에서, 입말에서 주로 쓰-’ 등의 뜻풀이가 되어 있는 올림말로, 이들 외에도 주로 구어에서 쓰이지만 각 사전에서 뜻풀이에 미처 표시가 되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떠한 경우든 사전 편찬자들이 구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매우 적었음을 말해 준다고 할 것이다. 한국어 문법서에서 설명하는 하나의 문법 사항 예로 ‘감탄 표현’을 보기로 한다. 고영근·구본관(2008)에서는 ‘용언의 활용’이나 ‘감탄법’을 설명할 때에 이른바 전형적인 종결 어미로 ‘-(는)구나’만 들어 설명하고 ‘해체’ 화계에 있는 ‘-어’를 결어법 체계표 안에 들고 있을 뿐이며, ‘평서법도 어조 여하에 따라서는 감탄법의 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연결어미도 감탄법으로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정도이다. 이러한 설명 내용은 국어 교육 문법서나 한국어 교육 문법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 ‘감탄문’은 ‘화자가 청자를 별로 의식하지 않거나 거의 독백 상태에서 자기의 느낌을 표현하는 문장. 감탄형 어미로 문장을 끝맺는데, ‘날씨가 좋구나!’ 따위이다.‘로 풀이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한국어 감탄 표현의 실상을 일부분만 설명하고 있다. 실제 구어에서 감탄 표현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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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ㄱ. 기차가 떠났네! 늦었구나! 아이구 죽었다! ㄴ. 안 된다니까! 너무 늦어서! ㄷ. 영이가! 벌써! 야!

    구어에서 위의 표현 (1)은 모두 감탄문이 될 수 있다. 각 항목의 문장들은 혼잣말이든 대화이든 감탄문의 연속이다. 이처럼 감탄문은 종결 어미로도 연결 어미로도 명사나 부사, 감탄사 등 거의 모든 형태 단위로도 실현될 수 있다. 이들을 감탄문으로 표현하고 또 감탄문으로 인식하는 근거는 거의 억양 특히 발화 말 억양에 의한다.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표현하는 감탄문 가운데 이른바 전형적인 감탄형 어미라고 하는 ‘-구나, -도다’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홍종선(2017)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5개를 조사한 결과, 감탄 표현들 가운데 문법서에서 제시한 감탄형 어미가 쓰인 것은 10% 미만이었다. 따라서 감탄문 설명에서 감탄형 어미만 언급한 것은 구어의 현실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감탄문 억양은 어떠한가? 이를 다른 저서보다 훨씬 자세하게 언급한 김민수(1971)과 노대규(1997)에서는 감탄문의 발화 말 음높이를 /231/이나 /241/로 보았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높아졌다가 아주 낮아지는 억양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듯이 한국어 감탄문의 발화 말 억양은 이와 다르다.

    (2)ㄱ. 얼마나 배가 아플까!

    ㄴ. 오늘 날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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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실험에 의하면 한국어 감탄문의 음성 표현에는 세 가지 유형의 억양이 있다. 감탄문에는 위에서 말한 대로 /231/이나 /241/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2ㄱ)과 같이 평탄조도 있고, (2ㄴ)과 같은 상승조도 있다.5) 오재혁(2015)는 발화에서 억양을 주요한 문법소 가운데 하나로 적극 도입하였다. 예를 들어 문장 종결에서 발음의 높낮이나 장단이 문장의 종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아, 음성 실험을 통해 문말 상승조에 의문문과 감탄문을, 문말 하강조에 평서문과 명령문을 설정하였다. 이와 같이 상승조와 하강조라는 2개 유형의 억양에 의해 각각 설정되는 2가지씩의 문장 유형은 앞뒤 문맥에 의해 각기 달리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위의 여러 문법서들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이처럼 구어의 해석 문제에서는 기본적인 표현 유형에 대해서도 아직 의견들이 엇갈려 제대로 분석되어 있지 못하다. 구어 문법이 문어 문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 아니면 기본은 같되 수행 단계에서 다소 달리 운용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러 의견들이 있다. 이들 둘이 같은 바탕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양상에는 차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문어보다는 구어가 역사적으로나 언어 현실에서나 더 기본이 되며 더 다양하게 실현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문어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법 체계를 일부 변용하여 구어 문법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한계를 가진다. 구어와 문어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상위 단계의 문법 체계를 발굴하든지, 기본 체계를 구어에 두고 문어의 문법을 설명할 때 일부 변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5)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홍종선(2017)을 참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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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연구가 덜 진행되어 있는 구어에 대하여 연구를 충실히 전개하고, 구어와 문어의 연구가 모두 상당히 진척되었을 때에 두 가지 표현 방식에서 언어적 특성을 비교하며 동질성과 이질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목정수(1998)에서는 이른바 주격 조사 ‘가’와 목적격 조사 ‘를’의 사용 여부를 생략의 기제로 설명하지 않고, 조사 없는 것이 기본이고 조사가 사용되었다면 그것은 화자가 담화적 효과를 노리고 사용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이 구어체 자료에서는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하였다. 이는 종래의 부정격을 설정하는 것보다도 한 걸음 더 나간 견해이다. 만약 이를 받아들인다면, 격 조사를 격 표지로 일괄하던 문법이 문어에서 요긴하였지만 그러한 기존의 시각과 어떤 형태로든지 상위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지영(2017)에서는 연결 어미가 종결 어미화하여 쓰였다는 종래의 설명보다, ‘-어, -지 ⋯’등이 절 종결 어미일 따름이며 이들은 비종결 억양과 결합하면 연결 어미가 되고 종결 억양과 결합하면 문장의 종결이 되며, 이러한 현상은 모든 어절이 가진 특징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어절 끝에 오는 조사에서도 이러한 원리가 마찬가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표현의 종결 양상이 이처럼 억양에 의해 결정된다면 종래의 문법 형태 층위의 어미나 조사의 기능 체계와 설명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한국어의 문법론적 체계가 이전의 문법론에서 벗어나 음운론이나 음성학적인 정보 요인을 대폭 수용해야 하며, 많은 문법 현상들에서 억양 등 비분절 음소들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넘어 결정적인 경우들도 가정해야 함을 말해 준다. 오히려 구어에서 어떠한 문법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부분이 형태나 통사적 요소와 더불어 음운・음성적 요소가 항시적으로 공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구어 문법에서는 문법 현상의 분석에서 음운・음성적 정보뿐만 아니라 화용적 정보도 늘 함께해야 할 것이다. 화용적 정보는 발화 시간과 장소 정보를 넘어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 및 그 배경 등 발화에 관련하는 사회적 요소를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이처럼 구어 표현은 그 의미 해석이 사용역에 따라 달라짐은 물론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서도 세밀하게 달라지는 일이 많다. 가령 ‘좋다’나 ‘좀’은 그가 출현하는 텍스트의 문맥과 음성 실현 양상 그리고 비언어적 배경 조건 등에 따라 정반대의 뜻을 갖기도 하며, 소극적인 긍정이나 적극적인 호응 등 다양한 의미 기능으로 나타나고 정서적인 정도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 언어학과 텍스트・담화 이론 등의 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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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계적으로 접근해 갈 수 있다. 이들 분야의 방법론과 이론 및 실제적 탐구의 연구가 앞으로 한국어학에서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한국어 연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은 문장 단위 이하에서 그치던 연구 대상을 텍스트 차원으로 높여 고찰하는 것이다. 더불어 여기에는 발화 당시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환경 정보도 언어 연구에 도입하는 화용론을 동반하게 된다. 언어 행위가 문맥을 가지면서 수행되며 이러한 화행은 해당 발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언어 연구가 발화 현장이 거세된 정적인 표본 추출물이 아니라 언어 행위 현장 자체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비로소 언어 연구가 언어 수행 행위를 그대로 수용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이 값을 발휘하는 곳이 구어에서의 담화 연구이다. 이는 동시에 사회 한국어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들은 매우 많은 논의를 요구하므로 본고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고 다음 기회로 미룬다.

    4. 사용자 중심의 문법

    언어학자들이 수행하는 문법 연구에서는 언어학의 내적 질서와 이론에 충실한 문법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1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법 연구가 이러한 이론적인 연구에 머무른다면 언어학 연구가 추구하는 의의를 충분히 다 달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언어학에서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일반 언중들 즉 모어 화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법 체계를 개발하여 대중적인 문법 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최동주(2000)에서는 기존의 한국어학 연구에서 보이는 한계로 ‘화자의 직관에 의존한 논의, 언어 수행적 측면 경시, 이론 편중 경향’을 들었다. 이는 생성문법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이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오늘날 이러한 문제점은 일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근래의 한국어학 연구에서도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화자의 직관보다는 실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코퍼스를 활용하는 계량 언어학이 활용되는 한국어 연구가 종종 보이고 있는 것은 크게 달라진 점이다. 언어 수행적 측면이 경시되고 이상적인 생성 과정에 몰두하며 이를 언어학 이론으로 해석하려 하였던 이전의 연구에 비해 언어 현장에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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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성과는 아직 많이 축적되어 있지 못하다. 언어 수행이 중시되고 있음은 구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담화 연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언어학은 언어학자 중심의 이론적인 연구와 더불어 언어 사용자인 일반 언중들에서 설명력을 높이 갖는 사용자 중심의 한국어 문법의 연구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언어학이나 문법 연구는 언어 내적 질서를 규명하려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지만, 한편 언어를 쓰는 사용자에게 그 언어에 대한 질서 체계를 잘 이해시켜서 올바르고 숙달도 높은 언어 사용 효과를 얻게 해 주는 역할도 매우 중대하다. 특히 학교 문법이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문법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어 위주의 문법이 아니라 언어 일상에서 좀더 많이 접하는 구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요즘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 오가는 대화는 문어이면서도 문어보다 구어에 가까운 표현들을 많이 사용한다. 활동 세대의 대다수가 이용하고 있는 이러한 사이버 언어도 한국어 연구에 전폭적으로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어 문법서들은 사용자 중심에서 서술하기보다는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언어학 원리에 따라 체계화한 내용이 대다수이다. 따라서 언어학 이론상으로는 커다란 문제가 없지만 사용자 언중들에게는 다소 어렵거나 직관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가령 문법론에서 ‘피동법’을 설명할 때에는 형태적인 ‘-이/히/리/기-’ 등에 의한 단형과 통사적인 ‘-어지-’에 의한 장형 두 가지만을 인정하고 ‘-당하다, -받다, ∼ 입다’ 등 어휘적으로 피동의 의미를 갖는 것은 제외하는 수가 많다. ‘피동’을 ‘문법적인 절차’로 보는 한 어휘적 피동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6) 그러나 일반 언중들에게는 문법론적이든 어휘론적이든 피동의 의미를 가진 표현이라면 모두 ‘피동’ 범주 안에서 인식될 수 있다. 문법적 질서나 체계는 언어 이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 구조주의 언어학에서 형태론 위주의 문법론에서는 형태적 피동과 통사적 피동이 하나의 문법 범주 ‘피동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고, 인용구 내포문과 보조 용언 구문을 동사구 보문화로 포괄할 근거를 찾지 못하였다. 또 활용과 곡용 등 굴절 형태론으로는 대등적 접속 어미와 종속적 접속 어미, 그리고 내포절을 이루는

    6) 한국어 교육에서는 어휘적인 피동도 다른 문법적 피동과 함께 ‘피동 표현’ 가운데 하나

    로 제시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이론적인 문법론이 아닌 현실 언어에서의 의미 기능을

    우선하는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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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 어미들에 대한 구분 인식에 한계가 있었다. 품사론 중심의 전통 한국어학에서는 ‘아니+V’의 단형 부정법과 ‘-지 아니+하-’의 장형 부정법을 하나의 문법 범주 안에서 논의하기가 어려웠다. 오늘날 생성 문법 등의 이론에 기대는 문법 체계에서는 명사화 ‘-음, -기’ 내포문과 보문화 내포문 ‘-을 것’이 현실적으로 갖는 의미 기능의 혹사성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가 없다. 이처럼 어떤 언어 현상에 대한 언어학적 해석은 그 기반 이론에 의해 이루어지고 체계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언중들의 갖는 모어의 언어 현상들에 대한 인식은 특정한 언어학 이론에 근거한다기보다 비교적 변함이 없는 항시적 직관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언어학 연구는 이러한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 높임 표현에는 청자에 대한 화자의 높임 정도를 가늠하는 ‘상대 높임법’이 섬세하게 등급화되어 있다. 현재 한국어 문법에서는 격식체로 ‘하십시오, 하오, 하게, 해라’라는 4등급을, 비격식체로 ‘해, 해요’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오, 하게’는 일부 문어체나 극히 일부의 계층에서나 사용되어 일반적인 한국어 체계에 넣기에 주저된다.7) 이에 비해 ‘하세요/하셔요’는 매우 널리 구어나 문어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데 기본 체계에선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하세요/하셔요’는 ‘하-+-시-+-어-+-요’로, 여기에서 ‘-시-’는 주체 높임의 선어말 어미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이다. 그러나 청자를 주어로 하는 명령형에서 주체 높임은 그대로 청자 높임에 값하므로, 이 때의 주체 높임을 청자 높임으로 환원해도 좋을 것이다. 정작 일반 언중들은 다들 ‘하세요’에서 ‘-시-’를 청자 본인에 대한 높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 중심의 문법에서는 ‘하게, 하오’를 제외할 수 있으며, ‘하세요’를 상대 높임의 화계 가운데 하나로 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근거도 불충분하고 현실성이 없는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구분도 없애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는 상대 높임은 ‘하십시오, 하세요/하셔요, 해요, 해, 해라’라는 1원적 5등급 체계가 되며, 이것이 사용자들의 직관에 잘 닿을 것이다. 사용자 중심의 문법에서는 실제 언어 현실에 충실한 서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사 ‘매우, 굉장히, 되게, 아주’를 본다. 현재 나와 있는 한국어 문법서의 ‘부사(어)’ 항목에서는 거의가 ‘매우’가 포함된 예문을 들면서 설명하고 있을 뿐 ‘굉장히, 되게’는 예문은커녕 목록에서도 들어있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현실 구어에서는 ‘굉장히, 되게’가 ‘매우’보다 굉장히 더 많이 쓰이고 있으며,

    7) 일부 분포를 갖는 쓰임은 일상적인 체계에서 제외해도 좋을 것이다. ‘하라, 하시오, 하

    시옵소서’ 등의 명령형도 특별한 경우에 쓰이지만 기본 체계에서는 제외하는 것이다.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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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는 구어와 문어 모두에서 ‘매우’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출현 빈도는 아래의 (3)과 같다.

    (3) ‘매우, 굉장히, 되게, 아주’의 출현 빈도

    배진영(2013: 128)을 보면 구어에서 쓰인 부사 가운데 ‘되게’가 압도적으로 1위 빈도수를 가졌다. 언어 현실이 이렇다면 각종 문법서에서 든 예문에 이러한 실태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지어 국어 교육이나 한국어 교육 교재에서도 각종 예문에 ‘매우’는 자주 등장하나 ‘굉장히, 되게’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이제 사용자 중심의 문법에서는 언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5. 마무리

    19세기 말에 시작된 근대적 방법론에 의한 한국어학은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 왔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 구국의 성격을 가지며 지속된 우리말 연구는 광복 이후에 남북으로 나뉘어도 양쪽에서 모두 높은 연구 성과를 보였다. 외래의 언어학 이론을 수용하면서 한국어학을 발전시킨 남쪽에선 언어학 이론에 충실한 학문을 지속해 왔다. 근래에는 한국어학의 외연이 넓혀져 다른 학문과의 학제적 연구도 다양해지고, 한국어학의 응용 분야에서도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학제적 연구나 응용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한국어학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어학이 크게 발전하기 위해선 한국어의 구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국어학에서는 다른 언어의 언어학과 마찬가지로 문어 위주의 문법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언어학이 실제적인 일상 언어에 충실하게 분석·고찰하는 것을 목적한다면 연구 대상으로 구어의 비중을 문어 이상으로 더욱 높인 문법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어 코퍼스의 구축에서는

    매우 굉장히 되게 아주세종 균형 말뭉치 3197 259 371 3,902세종 구어 말뭉치 27 996 2,349 537연세 구어 말뭉치 32 1,238 2,602 810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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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한국어학 그리고 한국어의 교육과 한국어 사전에 이르기까지 구어를 중심으로 하는 문법 체계를 세우고 설명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어학에서는 언어적 이론에 충실한 문법을 발전시키면서 한편 언어 사용자를 충분히 고려하는 문법 내용도 개발해야 한다. 이는 모어 사용자 언중의 일반적인 인식에 기반하는 것인데, 일상적인 구어 위주의 현실 언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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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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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문학 연구의 방향성에 관한 비평적 성찰김 석 회(인하대)

    1. 서언

    애초에 필자가 학회의 기획에 맞춰 제안했던 발제는 “고전문학 연구의 원심적 확산과 구심적 심화”였습니다. 그 취지를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습니다.

    그간 고전문학의 연구는 원심적인 확산과 구심적인 심화가 병진되어 오고 있다. 두 방향 모두 고전문학 연구에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경향성을 말한다면 원심적 확산의 인력에 비하여 구심적인 동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으로 진단된다. 이러한 동력은 문학의 본령이나 한국 고전문학의 고유한 미적 자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연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획득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연구들이 갈수록 희소해지는 추세다. 원심적 확산의 바람직한 방향도 이러한 구심적인 연구 동력에 의해 견인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이에 필자는 구심적인 심화의 모범적 사례들을 분석하여 이 방향

    1. 서언2. 지역문학적 탐구의 방향성3. 비교문학적 탐구의 방향성4. 평전적 탐구의 방향성5. 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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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로의 연구를 열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또 이러한 구심적 동력에 토대하여 이루어진 바람직한 원심적인 확산의 사례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오늘의 발표는 “고전문학 연구의 방향성에 관한 비평적 성찰”로 그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제목은 조금 바뀌었습니다만 취지와 접근방법은 같습니다. 필자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새로 하거나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출할 만한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니어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검토하여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방향성을 탐색해 보고자 한 것입니다.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한 시도여서 다소 무거워 보이지만 “비평적 성찰”이란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공부 줄을 놓은 사람이 청탁에 매여 부득이 주마간산으로 스쳐 본 ‘장님 코끼리 만지기’격의 ‘만필(漫筆)’에 불과할 것입니다. 모쪼록 너그러이 헤아려 들으시고, ‘우자천려 필유일득(愚者千慮必有一得)’의 성과나마 취하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필자는 주로 2000년 이후의 논문이나 저서들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서 비교적 새로운 개척적 의미가 있는 사례들을 찾아, 그것들을 세 부류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역문학적 탐구, 비교문학적 탐구, 평전적 탐구가 그것인데,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지역문학적 탐구의 방향성

    2000년대 이후 한국 고전문학 연구에서 단연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는 지역문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방자치의 정착과 더불어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역문학적 연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경제적인 연관과 지원이 고전문학 연구에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학술대회의 이름으로 전시성 행사에 동원되기 쉽고, 축제의 기획이라든가 관광성 지역 개발과 밀착될 경우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전문학의 지역적 탐구에서는 이러한 함정을 경계하고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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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實事求是的)인 탐구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고전문학은 그 아득한 시간적인 거리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게다가 공간적 배경 또한 전 세계가 지구화된 오늘날과 달리 지역에 따라 커다란 편차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언제나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고, 문학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은 역사가 되어 시간적 타자가 되고, 가서 머물지 않았던 먼 거리는 우리의 체감에서 동떨어진 공간적 타자가 됩니다. 역사 공부와 지리 공부란 그러한 타자성에 다가서서 소통 교감하고 인식과 이해의 뿌리를 확장 심화하는 일인데, 이 둘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동시탐구 상호조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흔히들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 한국의 인문학적 탐구는 역사 편중이 심하고 지리적인 탐구는 상대적으로 빈곤했습니다. 지역문학 연구가 새롭게 주목되는 데는 이러한 고전문학의 특수성에 기인한 학술적인 요청이 무엇보다도 크다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학술적인 요청에 부응하여 주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해 낸 사례들을 검토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임형택 선생의 발굴과 해석 사례를 검토해 보겠습니다.1) 는 16수로 된 연작 서사한시인데, 본가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쫓겨나야만 했던 한 소실댁의 사연과 그 기구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으로 한 눈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년-1836)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다산에게 소실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발설하기를 꺼려하여 몇 백 년을 까맣게 묻혀 있던 일이라서 이 작품의 해독은 실로 난망에 가까웠다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었던 오래 전의 전문(傳聞) 두 가지를 지역정보를 동원하여 연결시키고 그것을 실마리 삼아 비로소 해독의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벽사 이우성 선생에게서 들은 강진 귤동 윤재찬(尹在瓚) 옹의 증언과 우전 신호열 선생에게서 들은 장성읍내 “다산 소실댁 겁탈 미수 사건”이라는 일화가 바로 그것인데, 텍스트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시차를 두고 들었던 두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떠올리면서 해독의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들었던 무연(無緣)해 보이는 두 이야기가 기억 속에서 결합을 이루면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던 16수의 서사전개와 서정맥락이 비로소 실

    1) 임형택, 「신발굴자료 에 대하여 」, 『민족문학사연구』, 20호,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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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가 풀리며 가닥이 잡힐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인간의 삶과 문학에서, 그리고 자료의 탐색과 발굴, 판독과 해석에서, 구체적인 장소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좀처럼 드러나지 않을 것만 같던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맥락이 하나하나 밝혀져 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고전문학에서의 역사지리적, 인문지리적인 탐색이 지난(至難)한 만큼, 그에 비례하여 보람과 희열 또한 크다는 것을 공감케 하는 사례입니다. 는 다산의 강진 생활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나, 나 로부터 발원하는 후대 강진 일원 지역문학의 전개를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자료인데, 그 탐색과 발굴, 판독과 해석은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의 맺고 풀림 속에서 어렵사리, 잦아드는 불씨를 살려내듯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발굴과 해독에 힘입어 당대 사회의 관습과 인간관계, 가족 구성의 실상, 그 배제나 편입의 곡절 등등, 구체적인 삶의 실상을 알 수 있게 되었고, 19세기 초중반의 인간과 사회와 문학을 잴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늠자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2) 다음으로는 성기옥 선생의 연구를 검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시(李蒔:1569-1636)의 연작시조 에 관한 일련의 연구로서, 진단학보에 연이어 발표되었습니다. 「 해석의 문제점」3)과 「 창작의 역사적 상황과 작품 이해의 방향」4)이 그것인데, 두 논문 모두 “이시의 와 광해혼정기의 안동사림”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있습니다. 결국 두 논문 모두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나 접근시각은 ‘당대 안동사림의 동향’이었습니다. 그는 당대 안동 일원의 지리적 배경 속에서 활동한 퇴계 학파의 인맥관계, 세력추이, 이합집산, 의견의 풍토 등을 치밀하게 추적해 내고, 마침내 그 구체적인 정황 맥락 속에서 의 언어적, 정서적 특질을 구명해 내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그가 산출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추적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김령(金坽:1577-1641)의 일기 입니다. 를 남긴 이시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평생 길항하고 갈등했던

    2) 이에 힘입어 『다산의 사랑』(정찬주,봄아필,2012)이라는 소설도 창작되었는데, 역사소설

    로서의 작품성을 인정할 만합니다.

    3) 진단학보 110호, 진단학회, 2010.4) 진단학보 112호, 진단학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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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령을 추적함으로 해서, 이시 집안의 자료만으로는 제대로 가늠할 수도 없고 왜곡 인식하기도 쉬웠던 사태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해 내고 있습니다.5) 범작(凡作)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는 가 이렇게 당대 안동사림의 동향과 구체적으로 맞물린 것임이 밝혀지면서, 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던 의 텍스트 실상도 또렷하게 우리 앞에 현상(現像)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전재진 선생의 연구를 보겠습니다. 「19~20세기 초기 시조 문화의 교섭 양상 연구 : 興比賦와 樂府(羅孫本)를 중심으로」6)는 또 다른 의미에서 지역문학적 탐구 시각을 통해 좋은 성과를 얻은 사례라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음악, 무용, 군대제도, 지방행정 등을 망라한 것이어서, 가히 종합인문학적 탐구라 이를 만한데, 특히 지역정보에 관한 세심한 추적이 실마리가 되어 이룩된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나손본(羅孫本) 악부(樂府)라는 가집이 특이하게도 통영 고성 지역의 지명이나 인물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실마리 삼아 추적해 나간 결과, 그는 나손본(羅孫本) 악부(樂府)가 수군통제영이 있었던 통영지역 풍류문화의 산물임을 밝혔고, 또 이 가집이 19세기 초 중반 가집 흥비부(興比賦)의 전사본(轉寫本)임을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가집의 존재를 밝혀낸 것은 가집사(歌集史)의 연구에서 아주 획기적인 일인데, 그간의 가집 연구가 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나손본(羅孫本) 악부(樂府)가 통영지역의 산물임을 확고하게 실증한 토대 위에서, 미감(美感)의 측면, 악보의 측면, 진주검무(晋州劍舞)와의 관련성 등을 통하여 중앙 중심 주류가집들과의 거리까지 다면적으로 측정해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써 정체나 계통이 막연했던 가집, 그리고 조악(粗惡)한 외형과 표기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던 흥비부(興比賦)가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흥비부(興比賦)가 고성 통영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주변부의 비주류 가집임이 좀 더 명료해짐으로 말미암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음악사의 흐름과 음악문화권의 양상도 단선적인 구도가 아니고 입체적임이 밝혀지게

    5) 이를 통해 월천 조목의 종사(從祀)를 둘러싼 갈등의 추이, 그 속에서 미묘하게 얽히거나

    분열하는 각 파벌 인물들의 행적(行迹)과 동선(動線)을 선명하게 포착해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시라는 인물의 위상과 의식, 태도와 행적도 제대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고,

    의 언어적 특질도 밝힐 수 있었던 것입니다.

    6) 성균관대 박사학위논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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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었고, 또 서울과 지방 사이 음악문화권 간의 교류 양상이나 그 차별성에 관해서도 새로운 탐색의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신윤경 선생의 박사논문도 전재진 선생의 탐구와 궤를 같이 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7) 「진본 청구영언 소재 만횡청류에 나오는 지명(地名)이나 물명(物名)을 지리서나, 지역정보, 방언 등을 면밀히 조사 검토하여, 어휘에서부터 작품 전체의 의미망까지를 정밀하게 실측해 보려는 시도인데, 이로 말미암아 만횡청류의 존재 양상을 텍스트의 구체적인 실상에 입각하여 논의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열었습니다.8) 구체적인 시공 속에서 이루어진 선인들의 삶과 문화의 자리를 오롯하게 복원해 내고 있는 정민 선생의 최근 작업들 또한 지역문학적 탐구가 토대를 이루고 있는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일실(逸失) 상태로 흩어져 있는 사방의 문헌 자료를 발로 뛰어 부지런히 찾아내고, ‘문헌과 해석’ 팀의 협동 작업을 거쳐 자료를 검증 해독한 후에, 현지답사를 거쳐 텍스트 정보와 컨텍스트 정보를 해석해 낸 모범적인 선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산과 황상」, 「다산의 초당 경영과 공간 구성」, 「초의의 눈보라 속 수종사 유람」, 「새로 찾은 다산의 山居雜詠 24수」, 「다산과 혜장의 교유와 두 개의 」 등, 주로 이란 잡지를 통해 발표된 일련의 연구가 그것인데, 이것들은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다산, 추사, 초의가 빚은 아름다운 차의 시대(김영사, 2011), 다산의 재발견(휴머니스트, 2011년 8월)등의 저서로 집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리정보와 현지답사에 기초한 연구로는 이종묵 선생의 누정이나 별서에 대한 추적, 김신중 선생의 호남 일대 누정에 대한 추적 등이 있는데, 이 밖에도 지역현지답사에 기초한 연구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하나 더 부연할 사례는 박혜숙 선생의 주해작업

    7) 신윤경, 「진본 청구영언 소재 만횡청류의 존재 양상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5.

    8) 예컨대 진청, #531의 주석 오류 정정, 진청, #498의 심층의미 해석 등은, 이러한 면밀한 지리정보, 지역정보의 탐색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바 편메곡들아 듬보기 가거 본다/ 듬보기 성내여 土卵눈 부릅드고 자반 나롯 거스리고 甘苔신 사마신고 다스마 긴거리로 가거늘 보고 오롸/ 가기 가더라마 蔈古 얼굴에 셩이 업시 가라(#531)]의 경우, 기존 주석들은 '듬보기'를 새로 주석했는데, 이것이 남해안 지역의 해초명임을 밝혔고, [ 陽德 孟山 鐵山 嘉山 린 물이 浮碧樓로 감도라들고/ 마흐라기 공이소 斗尾 月溪 린 물은 濟川亭으로 도라든다/ 님그려 우 눈물은 벼갯모흐로 도라든다(#498)]의 경우, ‘마흐라기 공이소’의 실지명이 지니는 이미지와

    그 시적효과를 잘 해명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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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니다.9) 덴동어미의 기구한 인생 유전에 대한 생생한 진술로 주목을 받아 지속적으로 논의된 작품이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에 경상북도 오지 방언이 많아 정확한 해석이 어려웠는데, 고향이라는 지역 연고를 십분 활용하여 방언 탐문까지 해 가며 어려운 주해작업을 완성해 냈습니다. 문학의 본령, 그 통찰의 높이, 울림의 깊이를 구명해 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지역문학의 실사구시적인 탐구가 절실히 요청됩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구체적인 시공(時空)과 텍스트가 산출된 역사지리 배경의 구체성을 투철하게 구명하고 복원해 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텍스트의 의미, 컨텍스트의 의미, 그리고 이들 양자의 상호 맞물림 등을 정밀하게 탐색해 내야 할 것입니다. 고전문학의 텍스트가 오늘날의 가공적(加工的) 허구적(虛構的) 문학과는 달리 훨씬 실생활에 밀착되어 있고 체험적인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적 구체성의 복원은 텍스트의 인식과 이해, 해석과 평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 구체적 현장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텍스트의 의미는 실종되어 버리거나, 난해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해 버리기가 쉽게 될 것입니다.

    3. 비교문학적 탐구의 방향성

    비교문학적 탐구 또한 최근 고전문학 연구의 중요한 전략적 연구 분야라 하겠습니다. 비교문학은 일찍이 현대문학 연구 분야에서 근현대문학의 형성 기점 논의와 맞물려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초창기의 연구는 전파론이나 영향론의 자장 속에서 발신자와 수신자를 추적하고, 그 이동점(異同點)을 측정하는 방식의 연구가 성행하였습니다. 고전문학의 비교문학적 연구 또한 이러한 경향을 뒤따라가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비교문학은 전파론이나 영향론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훨씬 다양한 층위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전문학이나 현대문학을 막론하고 작가가 놓인 환경이나 작품 산출의 배경을 면밀히 비교 대조하여 의외로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상호 영향 관계가 없고, 발신이며

    9) 『주해 덴동어미화전가』(돌베개,2011). 이를 기초로 하여 청도출신의 소설가 박정애는

    『덴동어미전』(한겨레출판사,2012)을 지었는데, 작품성이 빼어나 와 더

    불어 읽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고전의 현대적 변용 사례로서도 검토해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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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을 따지기 어려운 경우라도,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마주 세워 놓고 봄으로 해서 놀라운 상호조명의 효과를 얻는 사례가 많습니다. 고전문학의 비교문학적 탐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사례는 최근에 제출된 이진녕(李震寧의 박사논문을 들 수 있겠습니다.10) 저자가 한시적으로 엠바고를 걸어두고 중국으로 귀국해 버리는 바람에 아직은 검색에도 뜨지 않는 논문인데, 비교의 시야를 새롭게 연 중요한 논문입니다. 명말 청초에 발생하여 최근세까지도 맥을 잇고 있는 “時調”라는 중국의 시가양식을 우리의 사설시조와 대비적으로 살핀 논문인데,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비교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곡조의 형성과 파생과 분화의 양상, 노랫말에 담긴 주제나 정서적 특질, 이러한 기층 가요를 바라보는 상층귀족들의 반응이나 정부당국의 검열 행위 등등이 매우 흥미로운 비교 대상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학계에서는 ‘청대 시조’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던 실정에서 제출된 이 논문은 큰 틀에서 비교의 입점들만을 선보인 상태인데, 좀 더 심층적인 후속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다음으로 장문완(張雯婉)의 석사논문이 주목됩니다.11) 주자학이 국가이념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은 조선조 사대부 사회에서 주자(朱子:朱熹:1130-1200)의 시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는데, 그 동안은 주로 가 하나의 전범으로 작용한 양상을 다각도로 확인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퇴계의 이며 율곡의 를 위시하여 많은 사대부들의 한시와 국문시가에 의 그늘이 있습니다. 출처진퇴의 과정에서 독선기신(獨善其身)의 문제, 강학이나 수도의 문제를 두고 를 환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후기로 접어들며 유람이나 기행이 사대부 사회에 일반화가 되면서 『南嶽唱酬集』, 그 가운데서도 이 자주 환기되기에 이르렀고, 그 수용의 양상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논문은 그 양상이며 의미를 잘 정리하고 해석해 내었습니다. 유기(遊記)며 유산기(遊山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여행에 관한 관심도 고조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에 부응이 될 만한 연구라 하겠습니다. 조현설 선생의 비교문학적 구비문학 연구도 지속적으로 주목됩니다. 애초에 학문적 입지를 거기에 두고 내공을 다진 결과이겠지만, 최근 들어 그의 논문은 비교 연구의 인문학적 가치와 의의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바가 있습니

    10) 「18세기 辭說時調와 淸代 時調 비교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6.12.

    11) 「朱熹 詩의 受容樣相 硏究」,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7.2.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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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12) 평이하면서도 간결한 문체 또한 대중적인 호소력이 있어 고전문학의 인문학적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본격적인 비교문학은 아니지만 다산 정약용의 6수를 흥미롭게 분석해 보이고 있는 박혜숙 선생의 비교문학적 접근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13)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라는 구절이 있어 소위 ‘조선시 선언’으로 유명해진 제5수를 포함하여 노인이 되고 나서 한껏 유쾌한 일이 여섯 가지나 된다는 이 시는, 제목 아래 “效香山體”라는 부기가 붙어 있습니다. 이를 두고 그 동안 학계에서 여러 견해가 제출되었으나 작품의 이해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이 논문은 그것이 香山 白居易(772-846)의 노년 시체를 본뜬 것으로 밝히고 둘 사이의 이동점(異同點)을 잘 해석해 내고 있습니다. 다산시집에 보이는 “效~”의 다양한 용례를 분석하고, 백거이의 시집 전체를 면밀히 살펴 도출한 타당한 결론이라 하겠습니다. 김대중 선생의 매월당 김시습 시에 대한 비교문학적 접근은 아직은 소박한 단계에 머문 감이 있지만, 비교연구의 원칙과 정석을 충실히 이행하여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낸 연구라 하겠습니다.14) 이 논문은 『詩經』 속 와 동일 표제로 되어 있는 매월당의 시를, 양자 상호 대비를 통하여 김시습의 현실인식 좌표를 탐색하고 있는데,『詩集傳』과 『毛詩序』의 해석 편차, 『詩集傳』과 조선 초기 여러 시경론자들의 해석 편차, 그리고 시경 와 매월당 사이의 편차를 잘 읽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열린 『반계유고』출간기념 학술대회는 17세기 동아시아 각국의 학술동향을 ‘초기실학’의 개념으로 묶어 상호비교를 시도하고 있는데, 분야도 다양하고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논평을 유보할 수밖에 없지만, 비교문학 비교학문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참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15) 최근 ‘한류’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데, 실제 한류의 기원이나 한류 개념의 형성은 이나 K-Pop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선 좀 낡은 듯한

    12) 「동아시아 신화학의 여명과 근대적 심상지리의 형성」,『민족문학사연구』 16집, 2000.

    「두 개의 태양, 한 송이의 꽃. 월명사 일월조정서사의 의미망」, 『민족문학사연구』 54

    집, 2014.

    13) 「정약용의 와 노년의 양식」,『민족문학사연구』 41집, 2009.

    14) 「시경 와 김시습의 비교 연구」,『민족문학사연구』 51집, 2013.

    15) 2017년 『반계유고』출간기념 한국실학학회 국제학술대회 , 2017. 10월13일~14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원 대강당.

  • 한국어문학 연구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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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드라마에 있다고 합니다. , 등등, 유교적 가부장제와 서구 취향적인 신세대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포착해 낸 드라마에 한국과 중국의 여성들과 젊은 세대가 폭발적으로 호응한 현상에서 한류가 형성된 것이라 합니다. 한중을 막론하고 가부장제의 발전적 해체, 가부장제 질곡을 신구상생 남녀상승의 방식으로 극복해 내는 일이 시대사회적인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김수현 드라마에 열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김수영(金洙暎;1921-1968)과 베이다오(北島:1949-)를 비교한 이미옥의 논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16) 1960년의 사월혁명을 겪고 1960년대 참여시를 선도했던 김수영과, 1976년 제1차 천안문사건을 경험한 이후 대두된 1980년대 朦朧詩 흐름의 대표주자가 된 베이다오를 나란히 마주 세워 참여의식의 형성 및 그 추이, 그리고 그 시적인 형상화의 양상을 사회변화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 낸 이 논문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바가 있습니다. 고전문학의 경우에도 이러한 방식의 비교 연구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평전적 탐구의 방향성

    평전이란 비평적 관점에서 쓴 인물전기라 할 수 있겠는데, 문학이 인간의 삶, 그 존재와 의식과 행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문학연구는 기본적으로 평전과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고전소설이 이란 표제를 가장 많이 달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문학의 관심은 인간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평전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평전적 탐구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자는 정출헌 선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일련의 논의들은 인물 평전의 길 닦기 작업이란 인상을 줄 정도로, 한 인간의 구체적 삶의 실상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좀 더 당대적 정황의 실상에 가까우면서도, 박제된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닌 현실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생동하는 모습을 부조(浮彫)해 내고자 하는 고심 어린 모색이, 그의 글 속에는 일관되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는 일찍이 향랑의 진실과 향랑 전승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면서 이러한

    16) 이미옥, 「김수영과 베이다오(北島) 시의 참여의식 비교연구」, 서울대학원 국문학과 박사논문,2016.

  • 2017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 발표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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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식을 가다듬어 온 것으로 보이는데,17) 「16세기 사림파 문인의 문학사회학적 인식 지평과 문학생성 공간의 연구」18) 「임진왜란의 영웅을 기억하는 두 개의 방식-사실의 기억, 또는 기억의 서사」19) 「탄금대 전투에 대한 기억과 두편의 」20) 「추강 남효온과 遊山: 한 젊은 이상주의자의 상처와 지리산의 慰撫」21) 「17세기 전반 재지사족의 자기정체성 확립과 기억의 정치학-黃石山城 전투에 대한 엇갈린 기억의 을 중심으로」22) 등의 논문을 거쳐, 「추강 남효온의 생애자료에 대한 변증과 탐색」23)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구체적인 시간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기억과 기록을 따라 다양한 편차를 보이며 유동하고 있는가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편차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추적해 가며, 텍스트의 진실과 인간 삶의 진실을 밝혀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텍스트가 ‘사실의 기억’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정하게 굴절되거나 왜곡된 ‘기억의 서사’인 경우가 많음을 밝혔고, ‘전란의 끝’에서 ‘기억전투’가 새롭게 발발하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음을 실증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러한 탐구들의 끝에서, 서로 어긋나고 상반되기조차 하는 기억이나 기록들의 평정(評定)과 조율(調律)이 올바른 평전 작업을 위한 기초요 선결과제임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집성연보’ 편찬이 시급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24) 그리고 이 집성연보는 모든 연구자가 객관적으로 대조해 볼

    17) 「을 통해 본 열녀 탄생의 메카니즘」,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3집,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1.

    18) 동양한문학연구 24집, 동양한문학회, 2007.19) 漢文學報 21집, 우리한문학회, 2009.20) 古小說硏究 29집, 한국고소설학회, 2010.21) 한국한문학연구 47집, 한국한문학회, 2011.22) 민족문학사연구 46호, 한국한문학회, 2011.23) 한국고전문학회 259차 학술발표회 자료집, 2011. 10. 16.

    24) “현재 고전문학 연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불충분한 실증적 토

    대 위에서 연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개인의

    삶을 집단적 성향으로 환원하고, 후대에 편찬된 생애자료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고, 일상

    의 구체성이 결여된 인간 이해에 토대한 부실한 연구논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