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브리프-기록하자[haja]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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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월간브리프 기록하자 [haja] 20155Contents 활동 20153512일기 수집 이슈 518기록관 개관과 사회적 기억 뉴욕현대미술관의 디지털 보존 소프트웨어 Binder 공개 정책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파문을 기록하자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월간브리프 기록하자[haja]통해 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RIKAR ()한국국가기록연구원 /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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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쓴 글. 2015년 4월 창간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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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월간브리프 기록하자 [haja]

2015년 5월

Contents 활동 2015년 제3회 5월 12일 일기 수집 이슈 518기록관 개관과 사회적 기억 뉴욕현대미술관의 디지털 보존 소프트웨어 Binder 공개 정책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을 기록하자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월간브리프 기록하자[haja]를 통해 연구원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RIKAR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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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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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KAR 활동 브리핑

RIKAR 활동브리핑은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다양한 활동(연구, 교육, 오픈소스아카이브시스템 확산, 대외협력, 출판 등)에 대한 소개와 구체적인 실행 내역의 공유를 지향합니다

2015년 제3회 5월 12일 일기 수집

지난 12일부터 인간과기억아카이브의 대표 기록수집 행사인 "5월 12일 일기수집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Univ. of Sussex)와의 공동 개최로 2013년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시민들이 매년 5월 12일 하루에 일어난 일을 기록한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인간과기억아카이브에 기증한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지난 1회나 2회 행사보다 더욱 다양한 연령, 지역, 직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명지대 재학생과 기록인들은 물론 초, 중 고교생과 대학(원)생, 취업준비생, 고시생, 전업주부, 회사원, 공무원 등 2015년을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삶을 기록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31일까지 계속된 이번 행사는 온라인 참여와 오프라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온라인 참여의 경우, 참가자의 기본사항 (연령, 거주지, 직업) 등을 기입한 후 전자문서, 메모장캡처, 디지털 사진/영상 등을 업로드하거나 고용량 파일인 경우, 해당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온라인 참가자들은 온라인 참여양식에 이름, 연령, 거주지, 직업 등 참가자의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일기파일을 업로드하면 된다. 전자문서, 사진 등 복수의 파일인

경우 압축하여 업로드한다. 참가자 개인정보는 해당 기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맥락(Context)을 제공한다

2015년 5월 22일 현재, 온라인 참여로 200여 건의 기록물이 접수되었다. 주로 2030세대 젊은층이 한글문서, MS워드 등 전자문서에 글과 사진을 첨부해 텍스트 형태로 기록한 경우가 많다. 물론,특히, 지난 1, 2회 행사에 비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메모장 기능을 활용해 일기를 작성한 후 이를 캡처하여 이미지파일로 제출한 기록물이 많다. 한편, 5월 12일 당일의 인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1~2장의 디지털 사진을 업로드한 참가자도 적지 않다. 이는 일기를 주로 종이에 손글씨로 적는데 익숙했던 시민들의 기록 생산 방법이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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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참가자 일기 제출방법 분포는 주로 전자문서와 디지털사진, 이미지파일(메모장 캡처)이 주를 이루지만, 개인 다이어리나 노트에 간단히 또는 세세히 적은 일기장을 일일이 사진촬영하여 업로드한 경우도 많다.

<모바일기기 메모장기능을 활용해 작성한 일기>

<휴대폰 사진촬영한 자필일기>

인간과기억아카이브는 지난해 행사에서 참가자들에게 제출된 일기 디지털사본(스캔본)을 1년 후 이메일로 재발송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번 3회 행사 개최를 앞두고 지난해 참가자들에게 디지털일기 재발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에 대한 일기 기증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작년에 수집된 일기를 살펴보면, 대학진학, 취업준비,

이직 고민 등 청년층의 중장기적인 고민과 계획에 대한 내용과 연애, 이별, 짝사랑 등 이성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각자 2015년 1년 전 제출한 일기를 재발송 받았을 때 해당 고민이 잘 해결되어 있을지 궁금하고 남다른 각오로 어려움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가 많이 담겨있었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재발송된 일기를 받으며 손발이 오글거렸다는 반응부터 1년 동안 잊고 있던 추억을 되찾아서 감사함을 느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이러한 공공서비스가 기록 수집 행사에 대한 참가자들의 고객충성도(Customer Loyalty)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올해 행사 참여에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프라인 참여는 자필 또는 그림, 만화 등의 형식으로 일기를 작성하는 경우 해당 기록물 원본 또는 사본을 우편으로 제출하는 방법이다. 올해는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 중앙일간지와 시사저널 등 주간지가 이 행사를 주목하여 보도하면서, 해당 매체의 독자들이 오프라인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편을 통해, 자필로 작성한 일기를 제출한 참가자는 인쇄매체에 익숙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실버세대가 주를 이룬다. 젊은 시절부터 일생동안 일기를 작성해온 분들이 올해 5월 12일 일기편만 복사하여 사본을 제출한 경우가 많다. 또, 이번 행사가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자필로 써 온 일기 원본 또는 사본을 인간과기억아카이브에 기증하여 생활사 연구자들이 귀중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싶다는 문의를 시민들이 많았다. 본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부모가 된 40대 자녀들이 초등학교 시절 쓴 일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문의와 고인이 되었음에도 일생동안 은행원으로서 일기를 써온 중학교 동창의 일기를 가족분들을 통해 기증받을 수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온라인 참여와 전자문서 작성에 익숙한 젊은층의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이 지난 행사에 주로 참여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다양한 직업의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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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흥미롭다. 간호사, 디자이너, 성형외과 마케팅 팀장, 군인, 파티쉐(제과업자), 유치원 교사 등의 일기를 통해 해당 직업의 일상을 엿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또한, 유치원과 각 급 학교, 지역아동센터, 평생교육원 등에서 단체 참여도 지난 행사에 이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과, 역사과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5월 12일 하루를 학생들에게 기록하는 역사의 주체가 되는 기회를 제공

한다는 의미에서 제자들에게 이 행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5월 12일 일기는 인간과기억아카이브 e-전시관에서 상시 열람할 수 있다. http://omeka.hmarchives.com/

최효진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우편으로 접수된 5월 12일 일기>

<온라인으로 접수된 5월 12일 일기1> <온라인으로 접수된 5월 12일 일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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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리핑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제 영역에서 최근 이슈로 제기된 사안들 중 기록관리적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지점들을 포착하여 그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개관과 사회적 기억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지난 5월 13일 개관했다. 민주화운동기록관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기록관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85만8904쪽에 달하는 기록물 4275점을 포함해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항쟁과 진상규명 활동이 담긴 자료, 기자들의 취재수첩, 시민들의 일기, 희생자 유품, 사진과 영상 등 전시된 자료들과 당시 외신 보도기록 등 8만1475점의 기록이 보관돼 있다. 현재 온라인전시관에는 60점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모든 기록의 온라인 검색과 열람을 목표로 온라인사이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기록관 홈페이지(http://archives.518.org/)의 소개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와 문구가 있다. 기억-기록-기념 이라는 기록관의 지향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 기억과 기록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억은 과거의 사건을 마음속에 재현하는 행위이자 그 결과물이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끊임없이 과거와 소통하며 현재를 재구성한다. 이러한 행위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함께 겪었던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기억의 사회성에 대한 연구는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가 대표적이다. 알박스에 따르면 같은 경험을 겪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기억을 구성하고 보존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단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집단 기억은 사회적 기억 또는 기억의 사회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기억이 그러하듯이 이 사회적 기억을 통해 한 사회는 끊임없이 과거와 소통하며 현재를 재구성한다. 이때 집단 기억의 재료가 되는 것이 기록이다. 5.18기록을 통해 그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민주화의 과정을

기억하고 오늘에 적용하며 민주사회의 발전상을 그려나갈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최대한 과거의 사건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할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처럼 사회적 기억으로서 동시대 사람들과 끊임없이 기억을 공유하며 미래세대와 소통해야하는 중요한 사건들이 많다. ‘세월호 참사’같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 사건은 동시대의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사고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음모론까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참사를 둘러싼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참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록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기록을 매개로 당대의 사람들이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 역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록학계는 시대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활동, 소통의 과정을 포착해 공공의 기억을 형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기록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민간영역에서 다양한 기록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주현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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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현대미술관의 디지털 보존 소프트웨어 Binder 공개

Binder는 뉴욕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디지털 보존 소프트웨어이다. AtoM과 Archivematica의 리드 개발사인 Artefactual과 MoMA가 공동으로 개발하였다. 5월 15일 G i tHub에 소스코드 ( h t tps : / /g i t hub .com/artefactual/binder)와 설명문서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었다.(http://binder.readthedocs.org/)

AtoM을 사용하며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보여주는 방식이다. AtoM은 계층구조 트리가 다소 불친절하고, 디지털 객체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쉽다. 또 하나는 디지털 보존이다. 디지털 객체 파일포맷에 신경을 덜 쓰도록, 알아서 마이그레이션해 주면 좋은데 아카이브매티카와 연동하는 방식이 불편하고 잘 안된다. 그래서 아키비스트는 파일 네이밍이나 식별자, 디지털 객체 파일포맷을 신경써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그 동안 당연히 신경써야 하는 아키비스트의 책무 중 하나였다. 비트맵 이미지 파일을 서비스용 이미지로 변환하고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등의 작업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적당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선별하여 도입하면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다. 파일포맷의 식별부터 변환, 보존패키지 생성 등 보존업무를 자동화하여 처리할 수 있는 툴은 Archivematica

이외에도 아주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컬렉션 규모가 커질 수록 AtoM 수요자는 좀 더 시스템적인 처리가 아쉬워질 것이다.

MoMA는 AtoM과 Archivematica 기능을 섞어놓은 툴을 개발 중이었다.수 개월 전 ‘DRMC’라는 이름으로 Artefactual 트위터에 20페이지 분량의 슬라이드가 소개되며 서서히 모습이 드러났다. 5월 15일 새 이름으로 공개된 Binder는 원본, 복제본, 서비스용 포맷 등 다양한 컴포넌트로 구성된 기록물의 관리와 서비스, 보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Binder는 소프트웨어 기반 아트웍, 비디오게임, 멀티미디어 파일 등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복잡한 컴포넌트들의 관계나 다양한 버전, 패키지의 존재를 잘 표현한다.

요즘 인간과기억아카이브에서도 웹페이지를 아카이빙하는 경우가 많다. 단원고 학생들의 SNS계정, 5월 12일의 트위터 트렌드, 블로그 등이다. 이러한 기록을 AtoM에 등록하고 서비스하는 건 쉽지 않다. 컴포넌트 파일들과 html, 서비스용 캡처이미지, rdf프로젝트 파일 등을 ZIP으로 묶어 등록할 수 있지만, 좋은 보여주기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Binder는 아트웍 레코드와 콤포넌트, AIP, 파일, 테크놀로지레코드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을 보여준다. 테트리스라는 게임이 있으면 그 게임에 대한 아트웍레코드, 즉 ISAD(G) 같은 디스크립션이 있고, 1984년 IBM PC버전, 1988년 닌텐도ES버전, 1988년 NES게임보이 버전 등의 세가지 표현형이 있고, 이 세가지 표현형에 대한 AIP와 각 버전별 AIP가 존재한다. AIP는 파일과 메타데이터 등으로 구성된다. 컨텍스트 브라우저는 이러한 논리적 관계들을 마인드맵 형태로 한눈에 보여준다. 패키지로 만들어 보존성도 높이고 즉시 관련 파일을 재생할 수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 상당히 편리할 것이다.

Binder는 AtoM의 DNA를 이어받고 있지만 프로젝트가 커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 되었다. AtoM은 오디오비쥬얼 객체나 건축, 예술작품 등에 두루 쓰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시청각 기록의 관리가 필요한 기관들에서는 공개된 Binder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대진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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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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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책 브리핑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기록관리 법제화의 실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록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조성하기 위해 기록관리분야의 정책적 의제를 개발․연구․확산하려 합니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을 기록하자

2012년 10월 이후 한국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소위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파문은 최근 관련자들의 재판 결과가 드러나면서 회의록 파문이 우리 사회, 특히 기록관리계에 남긴 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고 있다. 대통령기록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사법부의 판결로 마무리되는 수순은 사회의 다른 이슈들이 진행되는 과정과 다르지 않지만, 대통령기록관리의 경우 대통령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이므로 정치권 논쟁과 사법부의 판단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파문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13년 7월 이슈페이퍼(<NLL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기록관리 쟁점들>)를 발간하고, 제 기록관리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등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본 사안이 단순한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기록관리적 전문성에 입각한 대통령기록관리 제도의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후 사실관계가 추가적으로 확인되거나 논쟁상의 오류 및 잘못된 전제 등이 발견되면서 회의록 파문의 경과 및 그 의미에 관한 보다 진전된 정리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정리작업이 시급히 요구되는 데에는 다음의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회의록 파문의 중요한 전제이며 기록관리계의 일관된 주장이었던 회의록 성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즉, 회의록은 대통령기록이 맞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다. 둘째, 회의록 유출 및 폐기의혹 관련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회의록이 생산되었던 2007년 10월 이후의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다. 셋째, 정치적 논쟁과 법적 판단이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회의록 파문이 남긴 기록학적 과제들을 대통령기록관리 법제 개혁으로 이어가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한다. 이상의 이유들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정리작업을 통해 보강되고 수정될 대강의 내용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다

회의록 파문 당시 정치권 및 기록관리계의 중요한 쟁점은 국정원본 회의록의 성격(공공기록인지 대통령기록인지)과 진위성 여부(국가기록원본과의 대조의 필요성 제기), 회의록의 생산경위 등에 있었다. 그에 비해, ‘대통령비서실에서 생산한 회의록이 기록물로 등록되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으며 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되었다’는 대전제가 기록관리계를 중심으로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전제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보다 가열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기록물 검색 실패에 따른 사초유실 프레임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대통령비서실은 회의록 최종본을 기록물로 등록하지 않았고, 당연히 지정기록물 지정 및 이관 절차 등이 이뤄지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이관되지도 않은 기록물을 찾겠다고 국회에서 표결을 하고,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색을 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기록관리계가 이러한 전제오류에 빠졌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기록관리혁신을 함께 추진했던 노무현 정권 관계자들(특히, 대통령비서실)과의 친화력이 되려 그들의 기록관리 실무능력 및 사실관계 확인에 있어 방해요소가 되었다.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의 기억과 증언을 거의 그대로 신뢰함으로써 이후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회의록 생산경위를 둘러싼 상세한 쟁점들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의 입법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 제도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노무현 대통령의 취지(이후 관계자들이 당시의 분위기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회의록 초본을 수정하라고 지시함)에 비춰 회의록은 이후 정권, 국회 정보위원회, 외교통상위원회 등에 비공개로 제출될 필요가 있으므로 지정기록물이 아닌 비밀기록으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오류가 발생한 데에는 국가기록원의 기록통제 능력 부족도 한몫했다. 2008년 초 이관 당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더라도 이후 기록물의 부재를 확인하고 복구조치를 취하였다면 회의록 파문이 ‘NLL 포기발언 여부’단계를 벗어나 ‘기록물 폐기 및 유실 논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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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이후 대통령기록관리는 전반적으로 후퇴하거나 정지 상태였으며 그러한 결과가 회의록 미이관 상태를 지속시켰다. 실제로 ‘NLL 포기발언 여부’프레임에서는 여당 및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정치쟁점화를 지적할 수 있었지만, ‘기록물 폐기 및 유실 논란’ 프레임 단계로 접어들면서는 야당 및 기록관리계의 법적 도의적 책임의 문제로 전화되었다 (그림 2 참조). 회의록 파문의 경과를 논쟁프레임의 변화 추세로 독해함으로써 정치공방이 불러일으킨 정치적 효과와 대통령기록관리의 관계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회의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

회의록 폐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백종천 조명균씨에 대해 2015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무죄를 판결하였다. 판결문의 요지를 통해 회의록 생산 전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통령기록 관리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판결문은 처리과에 해당하는 대통령비서실의 회의록 생산 및 결재 과정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회의록 초본이 삭제되고 최종본이 대통력기록관으로 이관되지 못한 사정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그림 1 참조). 이를 통해 회의록 녹음파일의 생산 주체가 국정원이며, 회의록 작성도 국정원 고유업무라는 그동안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새누리당과 검찰의 주장처럼 백종천 조명균씨 등이 회의록 일부내용(소위, NLL 포기 발언)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이 아니라, 처리과 업무담당자(조명균 비서관)의 실무능력 및 전문성 부족과 청와대기록관의 구조적 한계, 전자기록의 대량이관이라는 초유 사태 등이 빚은 대통령기록 관리의 부끄러운 참사였음을 인정하게 된다.

의도적인 폐기가 아니라면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폐기하였다는 검찰의 주장은 자동으로 반박이 되는 것일까. 이에 판결문에서는 폐기의 대상으로 지목된 회의록 초본의 성격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즉, 회의록 초본은 대통령기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기록물의 4가지 요건과 문서관리카드의 ‘결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회의록 초본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는 형태요건(전자문서 형태), 직무관련성요건(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업무와 관련), 주체요건(결재권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충족하고 있으나, 생산요건은 충족되지 못하였다. 즉, 결재를 예정하고 있는 형태의 기록물의 경우 결재권자의 ‘결재’가 완료되었을 때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문서관리카드의 ‘결재’의 의미는 전자문자서명과 처리일시 등의 존재를 넘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하여 문서관리카드를 효력이 발생하는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의 명시적인 ‘재검토’ 지시내용이 있었고 이는 내용을 승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공문서로 성립시키지 않았음이 명백하므로 대통령의 결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판결문의 요지를 통해, 대통령기록물의 생산요건에 대한 명확한 조항의 신설이 요구되며 전자기록 환경에서의 ‘결재’‘등록’등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결재완료 시점과 등록시점을 구분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철저한 보존 및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률의 제정취지를 환기시킨 점도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회의록 파문에서 배우자

처리과의 업무담당자(조명균 비서관)가 회의록을 생산하고 기록물로 등록하여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실무능력의 미숙과 사후조처의 무책임 등을 노출하였고, 이는 개인적인 능력의 문제롤 넘어서 정권교체에 따른 대량이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대응 미비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청와대기록관과 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 통제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보다 구조적으 로는 현행 대통령기록관리 법제가 갖는 한계에 대해

사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정 방향은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으며, 현재 시점에서는 회의록 파문의 진행경과에 따라 노정된 기록학적 과제들로 종합정리하고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비서실처럼 기록관리계와의 교류가 잦았던 공공기관조차 기록관리 실무에 있어 명확한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법제 개혁이 현장 실무자들의 실천 속에 녹아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꾸준한 모색이 필요하겠다. 회의록 파문은 정치공방에 휘말려 들 수밖에 없는 대통령기록관리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었고, 참담한 수준으로 수행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리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처해있는 위상과 드러나 실태에 대한 정직한 기록화가 필요하며, 이는 보다 발전적인 개혁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회의록 파문 관련 정리작업의 결과물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전혜영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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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 월간브리프-기록하자[haja] 2015년 5월호

2015년 5월 월간브리프 -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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