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ya] 2nd Issue

Post on 09-Mar-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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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평범한 (그러나 마음 속에는 불을 품고있는)2534 싱글여성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책과 영화, 여행, 예술 등 다양한 감성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 강추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널린 깊이 없는 유머와 자극적이기만 잡담같은 이야기들에 지치고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에 고픈 분들이라면 더욱 추천드립니다. 영감을 얻고 싶은데 무엇을 보아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Transcript of [the Maya] 2nd Issue

[the Maya]magazine

2012, second issue

화장, 그 외로운 행위에 대하여.

[MAYA IN THE SCENE]

나?

난 미스 헤드윅이야.별명이 아니라 진짜 이름이 헤드윅이라고. 독일이름이지. 사실은 엄마의 이름이지만 내가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올 때 엄마가 나에게 물려줬어.자신의 여권과 함께.

내 남편은 미군이었지. 남자인 나도 좋다고 했고 난 남편의 나라로 함께 떠나기 위해 여자가 되었어.그게 내 의지가 아니었다는 건 그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어.엄마는 남자인 내가 미웠나 봐. 역시 미군이었던 아빠는 내가 남자라도 사랑해줬는데 말야.어쩌면 엄마는 그래서 내가 여자가 되길 바랬는지도 몰라.아빠에게 받았던 상처는 다 잊고 새로 태어나길 바랬기 때문에.불행하게도 여자로 새로 태어나려던 야심 찬 계획은 수술실패와 함께 수포로 돌아갔지.난 미군방송을 보며 꿈꾸던 미국땅으로 건너왔지만 남편도 곧 날 떠났어. 어떤 어린 놈팽이를 달고서. 우습게도 이게 끝이 아니야.난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어. 그러면서 17살의 핫한 토미를 만나게 됐지. 난 그에게 음악을 가르쳐 줬어. 어쩌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 음악을.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떻게 내 음악을 그와 나눌 수 있었겠어?내가 무지무지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나를 미국 땅으로 인도해준 첫 번째 남편에게도 나누어주지 않았던 내 음악을.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것은 ‘내’가 아니었나 봐. 그는 내 ‘재능’과 내 ‘음악’을 더 사랑했지.아니야. 사랑한 게 아니라 탐했어. 아끼고 지켜주려고 하지 않고 그저 훔쳐가고 싶어했지.그는 수술에 실패한 내 몸뚱이를 보고는 놀라 자빠져서는 그 뒤로 꽁무니를 내 뺐어.

[MAYA IN THE S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