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 VS 『스트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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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2 24 『파인만!』 VS 『스트레인지 뷰티』 홍승우 고중숙 저자약력 홍승우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Forschungszentrum Juelich 국립연구소의 연구원, 캐나다 TRIUMF 국립연구소의 객원교수로 근무하였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와 에너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 다.([email protected]) 고중숙 교수는 1957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 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애크런대학교(University of Akron)에서 박사학위 를 받고,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레이저분광 학이라는 전공분야가 수학과 물리와 화학이 교차되는 영역이어서 그 연계성 을 바탕으로 교양 수학과 과학에 대한 여러 책들을 펴냈다. 저서에는 <수학 바로 보기>, <아인슈타인 시간여행을 떠나다>, <수리와 논술>, <과학과 논 술>,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등이 있고, 역서에는 <미지수>, <오일러 상수 감마>, <불완전성>, <갈릴레오의 진실>, <아인슈타인의 우주>, <스트 레인지 뷰티>, <무 영 진공> 등이 있다.([email protected]) Book Battle 소개 한 권의 책을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던 일반적인 서평 쓰기에서 벗어 나 물리학의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거나 물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들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이론 대 현실(혹은 상상),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분 석하는 코너입니다. ‘파인만!’ 대 ‘스트레인지 뷰티VS 같은 대학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실 이웃으로 , 친구로, 공동 연구자로, 경쟁자로 오랜 세월 함께한 두 명의 노벨 물 리학상 수상자 , 파인만과 겔만. 파인만이 스스로 광대처럼 행 동하는 익살꾼이었다면 , 겔만은 박학다식과 완벽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캐릭터였다. 서로 다른 두 천재적 인물의 학문적 연구와 삶을 통해 20세기 물리학의 빛나는 시 절을 함께 살펴본다. 기획: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 ), 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 도서 정보: <파인만!>: 리처드 필립 파인만 / 홍승우, 김희봉 옮김 / 20084/ 사이언스북스 <스트레인지 뷰티 >: 조지 존슨 / 고중숙 옮김 /20042/ 승산 물리학자 파인만, 그의 아버지, 그의 첫사랑 [서평자 / 홍승우(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너지과학과 교수)] 1. 책의 배경 파인만!” 책은 1980년대 초에 나왔던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1980년대 후반에 나온 남이야 뭐라 하 !”의 두 권을 합본한 것이다.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 하 시네요!”호기심 많은파인만의 특이하고 재미난 무용담 의 모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무용담이 대개 그러하듯 , 다소 일방적이고 ,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며 , 어떤 이야기 는 가볍다 . 그렇지만 한편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마음을 울리 거나 교훈적인 것도 있다. 그런 면에서, 비록 제목은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 !”이지만, 실은 파인만씨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 남이야 뭐라 하건 !”은 좀 더 진지한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 파인만이라는 어린이가 호기심 많은 인물로성장하는 과정 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 - 그의 아버지 <파인만>과 그의 첫사랑 <아알린> - 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그 밖에 다른 여러 에피소드도 있지만, 인만이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셔틀 챌린저호 참사 사건을 조사한 경험담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두 권의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연대순으로 적절히 엮어 서 정리한 책이 본 파인만!” 책이다. 2. 파인만이 아버지로부터 배운 이해란 무엇인가?어떻게 하면 한 어린이가 천재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 을까? 아이를 천재적인 과학자로 키우는 교육 방법은 있을 ?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파인만은 자신 이 어떻게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아버지와 함 께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풀어간다. 파인만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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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224

『파인만!』 VS 『스트레인지 뷰티』홍승우 ․고중숙

저자약력

홍승우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Forschungszentrum

Juelich 국립연구소의 연구원, 캐나다 TRIUMF 국립연구소의 객원교수로

근무하였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와 에너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

다.([email protected])

고중숙 교수는 1957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

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애크런대학교(University of Akron)에서 박사학위

를 받고,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레이저분광

학이라는 전공분야가 수학과 물리와 화학이 교차되는 영역이어서 그 연계성

을 바탕으로 교양 수학과 과학에 대한 여러 책들을 펴냈다. 저서에는 <수학

바로 보기>, <아인슈타인 시간여행을 떠나다>, <수리와 논술>, <과학과 논

술>, <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등이 있고, 역서에는 <미지수>, <오일러

상수 감마>, <불완전성>, <갈릴레오의 진실>, <아인슈타인의 우주>, <스트

레인지 뷰티>, <무 영 진공> 등이 있다.([email protected])

Book Battle 소개

한 권의 책을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던 일반적인 서평 쓰기에서 벗어나 물리학의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거나 물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들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이론 대 현실(혹은 상상),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파인만!’ 대 ‘스트레인지 뷰티’

VS

같은 학(캘리포니아 공과 학) 연구실 이웃으로, 친구로, 공동 연구자로, 경쟁자로 오랜 세월 함께한 두 명의 노벨 물

리학상 수상자, 인만과 겔만. 인만이 스스로 처럼 행

동하는 익살꾼이었다면, 겔만은 박학다식과 완벽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주 들게 하는 캐릭터 다. 서로 다른 두 천재

인물의 학문 연구와 삶을 통해 20세기 물리학의 빛나는 시

을 함께 살펴본다.기획: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 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

도서 정보: < 인만!>: 리처드 필립 인만/ 홍승우, 김희 옮김/

2008년 4월/ 사이언스북스

<스트 인지 뷰티>: 조지 존슨/ 고 숙 옮김/2004년 2월/ 승산

물리학자 파인만, 그의 아버지, 그의 첫사랑

[서평자 / 홍승우(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너지과학과 교수)]

1. 책의 배경

“ 인만!” 책은 1980년 에 나왔던 “ 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와 1980년 후반에 나온 “남이야 뭐라 하

건!”의 두 권을 합본한 것이다. “ 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 하

시네요!”는 “호기심 많은” 인만의 특이하고 재미난 무용담

의 모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용담이 개 그러하듯

이, 다소 일방 이고, 개인 인 기억에 의존하며, 어떤 이야기

는 가볍다. 그 지만 한편 어떤 이야기는 슬 고 마음을 울리

거나 교훈 인 것도 있다. 그런 면에서, 비록 제목은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이지만, 실은 인만씨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남이야 뭐라 하건!”은 좀 더 진지한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인만이라는 어린이가 “호기심 많은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

에 있어서 가장 많은 향을 미친 사람들 - 그의 아버지 <멜

인만>과 그의 첫사랑 <아알린> - 에 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 밖에 다른 여러 에피소드도 있지만, 인만이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셔틀 챌린 호 참사 사건을

조사한 경험담이 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두 권의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연 순으로 히 엮어

서 정리한 책이 본 “ 인만!” 책이다.

2. 파인만이 아버지로부터 배운 “이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한 어린이가 천재 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

을까? 아이를 천재 인 과학자로 키우는 교육 방법은 있을

까? 이런 질문에 한 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인만은 자신

이 어떻게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아버지와 함

께 했던 어린 시 의 기억을 더듬으며 풀어간다. 인만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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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훌륭한 물리학자로 성장하게 된 것이 결정 으로 아버

지의 가르침 덕이라고 구술한다. 그런 그의 회상에는 아버지

에 한 감사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뭍어 있다. 인만의

아버지는 어린 인만에게 “이해란 어떤 것인가?”하는 것을

가르쳐주려 하 다. 한, 자연 상을 보고 과학 으로 근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흔히 학생들은 어떤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에 그 개념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용어” 자체는 기억하지만, 용어

에 담긴 내용물인 “개념” 자체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어에 담긴 뜻과 개념이 제 로 이해되지 않았음에

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 용어를 들어 보았고 기억한다는 것만

으로 이해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인만의 아버지는 어린 인만에게 새를 이용해서 “이해”

에 해 설명한다. 어떤 새의 이름을 여러 나라 언어로 암기

한다고 해서 그 새의 속성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많은 학생들은 새의 이름만 알고 있으면서 그 새에 하

여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를 들어, 미분과 분, 자기유도, 산화환원반응, 미토콘드리아 등과 같은 용어를

들어보았고 기억한다고 해서, 그 용어에 담긴 개념을 제 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인만의 아버지

는 인만이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주었다. 한, 자연 상을 볼 때, 먼 과학 호기심을 갖고 근

해야 하며, 그 다음, 문제 자체를 제 로 분석하여, 자신의 논

리로 이해해야 하고, 세 번째, 논리 , 과학 인 추론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배운다. 인만이 말하듯이 그 답이 옳고 그른 것은 어린

인만에게 요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린 인만에게 “과학

지식”을 달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과학 문제 해결

방식”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요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가르쳤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 잡는 방법

을 가르쳐 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과학 지식의

달보다는 과학 사고 방식을 배우게 한 것이 과학자로 성장

하는 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탐구 과정”이 어린

인만에게는 마치 흥미로운 게임 같아서 평생 동안 그 게임을

즐겨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만의 아버지는 어린 인만이 먼 과학 호기심을

갖도록 했다. 새가 자신의 깃털을 쪼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자극을 하며, 궁 증을 자아낸다. 이런 호기심은 과학 탐구

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첫 걸음이다. 두 번째로, 새가 깃털을

쪼아 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정한다. 과학 가설 설정의 단

계이다. (가설 1) 흐트러진 깃털을 가지런하게 하기 해서이

다. (가설 2) 가려워서이다. 이런 두 가지 그럴듯한 가설을 설

정해놓고, 그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각각의 경우에 하여

탐구하게 하 다. (가설 1)과 같이 흐트러진 깃털을 가지런하

게 하기 해서라면 새가 날고 난 후 많이 쪼을 것이므로, 과연 그런지 찰하자는 것이 인만 아버지의 제안이다. 이것

이 바로 과학 탐구 방식이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해

당하는 경우를 만들어서 실험과 측 는 찰로 검증하여

“과학 사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과학자의 탐구 자세

이다. (가설 1)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으면 (가설 2)를 확

인해야 하는데 새가 가려운 상황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다른 가설을 세울 수 없다면 두 번째 가설이 맞다

고 보고, 그 다음 과정으로 거기에서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한

다. 즉, 새가 가려워서 쪼는 것이라면, 가려운 이유는 몸에 이

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확인되지 않

은 결론이지만, 일반 으로 동물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므

로 새의 경우에도 확 용하는 것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는 연역 논리 개이다. 그 다음에는 이의 다리에서 어떤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먹고 사는 진드기가 붙어있다는 상

상력을 동원한 창의 제안을 인만의 아버지는 한다. (아인

슈타인도 자신은 수학 실력이 형편없으며 새로운 발견을

해서는 수학 실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상상력이 더 요

하다고 강조하 다.) 그리곤 진드기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박

테리아를 다른 로 들면서 “먹이 사슬”의 개념을 도입하

고 있다. 이런 창의 제안을 하여 “음식물이 될 만한 것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그것을 먹고 사는 ‘어떤’ 생명체가 존

재한다.”는 설득력 있는 결론을 얻어내고 있다. 이런 과정이

바로 과학 탐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 나름

의 논리 구성 과정과 추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듣기에도

설득력 있는 결론을 얻어내는 과정이 탐구 과정이다.

3. “인간으로서의 파인만”

“ 인만!”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첫 아내인 아알린

에 한 이야기이다. 청소년 시 부터 알고 사랑했던 아알린

이 폐렴으로 건강이 태로운 것을 알면서도 한 경제 어

려움과 가족의 반 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

고, 비록 짧은 결혼 생활이었고 아내는 부분 병원에 있었지

만, 그 짧은 결혼 생활을 얼마나 인만이 행복하게 보냈는지

에 해 아련하게 구술하고 있다. 자연과학 외에는 심이 없

었던 인만이 아알린을 통해 소 술이라는 것에도 무엇

인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삶의 깊이를 깨닫는다. 그

밖에 두 번째 부인과의 결혼과 이혼, 세 번째 부인과의 행복

한 결혼 생활과 자녀들에 한 이야기도 조 씩 담겨 있다. 자신은 한 물리학자이지만, 자녀들에게는 아무런 강요도

없이 세상에서 사람들과 섞여 행복하게 각자의 길을 찾아가

길 원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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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물리학자로서의 파인만

리처드 인만은 미국이 자랑하는 미국 토종 물리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이다.(그때만 해도 미국인들은 유럽에 유학 가

서 선진 물리학을 배우던 시 이다.) 물리학에서의 인만의

역할은 과히 독보 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이론 물리

학자들이 사용하는 계산 방법은 그가 독자 으로 개발한 것

이다. 그가 없었더라면 과연 이론 물리학의 계산 방식이 지

과 같이 시각 방법으로 발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아인슈

타인의 상 성이론은 당시 물리학 상황이 필연 으로 잉태

하고 있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만이 개발한

“ 인만 도표”는 인만의 “시각 사고”가 낳은 천재 발상

이기에 그의 업 은 빛이 나고 해 보인다.인만은 어렸을 때에 아버지가 보여주신 로, 물리학을

가지고 놀며 게임처럼 즐겼다. 그도 역시 한 인간이기에 처음

학 교수가 된 후에는 훌륭한 연구 업 을 내야 한다는 정

신 압박을 받으며 연구 실 에 한 의무감을 느 던 이

있었다. 그러면서, 연구 업 도 제 로 나오지 않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고민도 하 다. 그러나 그는 곧 그런 생각에서 벗

어나서 의 자신으로 돌아가 물리학을 “즐김”으로써 다시

훌륭한 연구를 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에

구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인만

은 그런 인생을 거짓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살았다. 한 그

는 자신이 그토록 재미있어 하던 물리학의 즐거움을 다른 사

람들과 공유하기 원했다. 그는 자신이 이해하는 바를 다른 사

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으면 그것은 자신이 그 문제에 해

완 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다

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요하게 여겼

다. 그래서 그는 뛰어난 강사로 명성을 날리기도 하 다. 인만은 살아있는 동안 매 순간 순간을 자신의 온 열정을

다해 살았고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호기심과 즐거움의 상

으로 삼았다.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즐

거운 상으로 여겼고 그 기 때문에 그는 물리학의 여러 분

야에 지 한 향을 미쳤으면서도 생물, 수학, 음악, 미술 등

다른 분야들에도 심을 가졌다.

4. 자연과 사회

챌린 호 폭발로 인한 참사가 생겼을 때 인만은 미국 정

부의 사고 조사 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조사 원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과 실 세상의 차이를 경험하 다. 자연은

거짓되게 행동하지 않으며 법칙 로 움직인다. 인간은 자연을

속일 수 없다. 즉, 인간이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그 결과는 비극 이다. 자연 앞

의 겸손함이란 자연 법칙을 따르는 데 있다. 인재에 의한 사

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수

있는 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 세계에서는 자연법

칙을 따르기 보다, 정치 논리, 인간 계에 따른 문제 등을

겪으며 과학자 인만이 어떻게 좌충우돌하는가 하는 이야기

가 쓰여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학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가 부분이다. 그

러나, 자연과학은 다르다. 자연 법칙은 하나이고, 자연과학

진리는 하나이다. 다만, 과학 진리가 하나일지라도 인간의

과학 지식이 부족하거나, 제한 인 지식과 정보만 갖고 있

어서 이해가 불충분하여 답을 잘 모르는 경우는 생길 수 있

다. 그런 경우에는 과학자들도 때로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불충분한 지식이나 정보를 갖고 서로 다른

결론이 얻어졌을 때에 과학자들은 잘못된 해답을 하나씩 걸

러내는 노력을 한다. 새로운 과학 지식과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올바른 이론 는 모형이 살아남고 잘못된 이론

는 모형은 제거되는 것이 과학의 발 과정이다. 그런 과정

에는 엄청난 노력과 땀이 있다. 치열한 경쟁도 있다. 어려운

실험과 난해한 이론을 통해서 결국 해답을 찾게 되는 인간의

노력이 자연의 신비를 밝힌다. 인간이 구축하고 있는 자연과

학 지식은 이 게 땀과 노력으로 이룩되는 것이고 이런 과

정이 과학의 탐구 과정이다. 사회 문제는 물론 이와 다른데, 사회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과학기술 문제를 처리하려

하게 되면, 챌린 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

인만이 우리에게 주려는 교훈이다.

5. “프리먼 다이슨”의 말을 빌려

이 책의 서문에는 인만과 가까웠던 명한 물리학자

리먼 다이슨의 이 있다. 다이슨은 인만의 엄청난 연구 열

정에 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인만이 직 들려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이 인만에 해 들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가 부분의 시간을 사람들을 속이는 장난을 하고 재미난 모

험을 즐기는 데에 쓰고, 아주 가끔씩만 강력하게 집 해서 과

학에서 빛나는 발견을 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런 인상이

완 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그의 인물됨에서 요

한 것이 빠져 있다. 그의 인생에서 심 주제는 길고 느린 고

된 연구다. 그는 여러 가지 과학 문제를 꾸 히 공격해서 풀

릴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나아갔다. 모험과 우스개는 진짜로

있었던 일이지만, 그것이 주요 주제는 아니었다. 이 이야기들

은 잘못된 생각을 심어 수도 있다.” 이 에서 알 수 있듯

이 인만은 엄청난 노력 다. 실제로 인만은 이 책에서

자신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끈기”있게 탐구했는가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가 이룩한 양자역학의 “경로 분” 방

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2 27

법은 자신이 학에 다닐 때부터 갖고 있던 질문에 답하기

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한 결과로서 양자역학 책을 다

시 쓰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계속 다이슨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그의 과학의 본질은

보수 이었다. 그는 기존의 이론과 실험을 세심하고 고되게

음미해서 자신의 통찰에 도달했다. 일순간의 빛나는 발명으로

거기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그는 명가가 아니었다. 그는

가능한 최소한의 것들을 조 씩 버리면서 기존 이론을 새로

운 실험에 맞도록 확장했다. 그는 옛것의 토 에 벽돌을

하나씩 쌓아서 자신의 새로운 이론을 구축했다. 그가 만든 것

에서 서둘러 구축한 것은 하나도 없고, 이 모든 것들은 세

월의 시험을 견디고 서 있다. 그가 자주 말했듯이 새로운

명 인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멋지냐보다

는 올바른 것이 더 요하다. 그가 무엇을 하든, 그가 물리학

의 기 를 다시 만들든 새로운 실험 결과를 해석하든, 그는

끊임없이 세세한 것들을 바르게 하려고 고심했다. 그는 과학

자의 일은 자연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듣는 것이지 자연에게

이래라 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것은 인만이

평생을 물리학에 바치고 몸소 깨달은 자연의 속성이다.

6. 과학의 가치

이러한 인만의 자연과 과학에 한 생각은 에필로그에

있는 “과학의 가치”에 잘 나타나 있다. 과학자로서 자연을 탐

구하면서 깨달은 감동을 우리에게 달해 주는 이다. 독자

들께서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20세기 물리학자들의 고뇌와 좌절과 영광의 기록

[서평자 / 고중숙(순천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이 책의 원제는 “Strange Beauty”이며, 부제로 “머리 겔

만과 20세기 물리학의 명(Murray Gell-Mann and the Revolution in Twentieth-Century Physics)”이란 문구를 내

세웠다. 그런데 이제 돌이켜 생각해 도 이보다 선명한 표

은 다시 찾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가장 잘 집약할 표 으로 정할 것이란 을 생각한다면 당연

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세기 물리학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겔만이라는 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역사

치가 실제로 이에 걸맞지 않는다면 한낱 미혹의 표 에 지나

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실로 겔만은 20세기 물리학이

이룬 놀라운 명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서 살아왔으며, 이

책은 그 과정을 엄 한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고 차분하면

서도 감동 인 필치로 기술하고 있다.1929년에 태어난 겔만이 학을 졸업하고 본격 인 연구

에 뛰어든 때는 겨우 19살밖에 되지 않은 1948년이었다. 그의 실질 인 연구 기간은 이때부터 시작해서 략 1980년

까지 이어진다. 제2차 이후의 냉 시 와 체로 일

치되는 이 기간은 여러 모로 볼 때 20세기 반의 핵심 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30여 년에 걸친 이 시기

자체만 보더라도 겔만의 활동 기간이 갖는 상징성의 한 면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그가 이룬 업 의 내용을 략 살

펴보면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 물리학의 정수라고 할

양자역학은 1900년 랑크(Max Planck, 1858∼1947)에 의

해 시작되어 1930년 무렵 일단의 매듭을 짓는다. 그러나 원

자 이하의 세계를 탐구하는 소립자물리학은 오히려 혼란의

시작이었다. 자연계를 이루는 100여 종의 원자는 더 근본

인 소립자들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믿어졌다. 하지만 어 된

일인지 원자의 종류보다 훨씬 더 많은 소립자들이 발견되었

다. “근본 입자”의 수가 “합성 입자”들의 수보다 더 많다는 이

모순 인 상은 이를테면 소립자물리학에서의 “배보다 더 큰

배꼽”이었다.이 역설 상황을 타 하기 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열

띤 경쟁의 장에 뛰어들었다. 그리하여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상 성이론과 제1단계의 양자역학

이 략 마무리된 데에 이은 제2단계의 명이 시작되었고, 이 한 시 를 풍미한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겔만이다. 당시 겔만은 다른 많은 과학자들처럼 한 가지 뚜렷한 신념을

품고 있었다. 세상이 겉으로는 혼란스럽지만 깊은 내면에는

단순하고도 정교한 질서가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아가 그 질서는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고 의

피타고라스(Pythagoras, BC569?∼475?)로부터 근 의 뉴턴

(Isaac Newton, 1642∼1727)과 맥스웰(James Maxwell, 1831∼1879) 그리고 의 아인슈타인과 디랙(Paul Dirac, 1902∼1984)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근본에 자리 잡은 질서를

발견한 한 선인들은 한결같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아름

다움을 느 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은 애석하게도 우리의 일

상 감각과 잘 융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존재의 근거인

자연은 생각보다 훨씬 경이로운 세계이며, 인간의 감각과

인식은 아직도 무나 불완 한 수 에 머물러 있음을 감

해야 했다.이런 경이로움은 겔만의 시 에 더욱 심오한 경지로 어

든다. 그때까지 발견된 소립자들은 겉보기 성질들에서 많은

차이를 보 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

고 이름도 아 “기묘한 입자들(strange particles)”이라고 지

었다. 상황이 이 다보니 억측이 난무했고 극단 으로는 모든

소립자가 동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성한다는 순환 논리

해법까지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천

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228

재들의 노력에 의하여 조 씩 서 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들

은 실 세계와 다른 추상 공간을 상정하여 다양한 수학

변환을 펼치면 소립자들이 한 가족처럼 모이고 분류될 수 있

다는 을 발견했다. 그 정이 쿼크(quark)의 개념이며, 겔만은 그 존재를 처음 밝혔을 뿐 아니라 이름까지 지어 으로

써 기나긴 혼돈에 마침표를 었다.이 게 발견된 쿼크의 구도도 매우 아름다웠다. 이른바

기묘한 입자들에 숨은 아름다움, 곧 “스트 인지 뷰티”가

신비의 울에 가려졌던 아름다운 자태를 내비쳤던 것이다. 겔만과 독립 으로 쿼크의 개념을 발견한 츠바이크(George Zweig, 1937∼)는 “사실이라 하기에는 무나 훌륭한 구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올바른 자연

과학 이론이라면 실체가 뒤따라야 한다. 문학이나 술에서

는 순수한 공상의 세계라도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과학 이

론은 물리 실체에 한 것이므로 냉엄한 실 근거가 없

으면 허깨비에 불과하다. 겔만은 이 에서 아주 신 한 태도

를 취했다. 그리하여 쿼크의 발견에 이르는 일련의 업 으로

노벨상을 받을 때까지도 “쿼크는 가상 이며 수학 인 개념일

뿐”이라는 모호한 입장에 섰다. 하지만 이후 실험 물리학자들

의 기찬 노력이 이어졌고, 1994년 마침내 최후의 쿼크인

탑쿼크(top quark)마 발견됨으로써 20세기의 물리학의 제2단계 명도 단원의 막을 내렸다.그러나 고 이래의 과학사에서 잘 나타나듯 하나의 단

원은 한 시 의 종막이 아니라 다음 시 를 여는 서막으로서

의 의미가 더 크다. 그리고 이는 쿼크 이후의 물리학에서도

마찬가지 다. 그런데 개의 사람들이 이 단계의 완성에만

만족하는 경향을 가짐에 비해 겔만은 자기 이후의 길을 마련

하는 데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는 이 인상 이다. 이제껏 겔

만이 걸어온 길은 이른바 환원주의(reductionism)라는 말로

간추릴 수 있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근본 이고도 단순한 구

성체로 “분석(analysis)”하면서 악하는, 곧 기본 단 로 돌

아가는 과정을 밟으며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 의

길도 매우 신비로운 과정이다. 겔만 스스로 말했듯 세상의 모

든 것을 “물질→분자→원자→소립자→쿼크”로 해체해 가

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훨

씬 복잡하다. 환원주의를 통해 얻어진 쿼크를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 도 그것들로부터 수많은 물질, 식물, 동물, 우주, 그리고 이 모두를 조망하는 인간의 의식에 이르기까지의 놀랍

도록 다양한 세계가 어 펼쳐지는지에 해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겔만은 “종합(synthesis)”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과정에 한 연구를 하려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은 물론 인문과학의 여러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연구의 장이 필요하다는 을 간 했다. 이 게 태어난 분야

가 바로 복잡성과학(complexity study)이며, 겔만은 그 세계

심지로 떠오른 산타페연구소(Santa Fe Institute)를 설

립하는 데에 산 와 같은 역할을 했다.겔만은 환원주의를 심화시키는 데에도 요한 기여를 했

다. 오늘날 상식 인 용어처럼 알려진 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쿼크보다 더욱 궁극 인 단 를 찾는 분야이다. 그리고 이 이론의 선구자라 할 끈이론(string theory)은 쿼크이

론보다 조 늦은 시기에 출발했다. 하지만 쿼크이론 뒤이

어 개발된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이 빛나는

성과를 거둠에 따라 끈이론의 연구는 크게 축되고 말았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이어온 환원주의가 쿼크로 마무리된 것

은 아니었다. 게다가 쿼크이론을 심으로 세워진 소립자물리

학의 “표 모델(standard model)”은 자연계의 네 가지 근본

힘 가운데 력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심각한 약 을 품고 있

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력까지 포

할 수 있는 끈이론은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다만 당시

의 끈이론은 무 추상 이었고 그 귀결을 검증하는 것도 거

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실제 지원에 나선 곳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겔만은 끈이론의 잠재력을 충분히 깨달았고, 이에 따

라 그 분야의 몇 안 되는 연구자들을 스스로 일컬은 “멸종

험 종을 한 자연보호구역”에 끌어들 다. 이때 칼텍으로 처

음 빙된 슈바르츠(John Schwarz, 1941∼)는 끈이론의

기 발달 과정에서 그 명맥을 이어주는 데에 결정 인 역할

을 했다.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겔만은 시기 으로나 연구 내용으

로나 자신의 연구 업 에 의해서는 물론 20세기의 기 명

과 21세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분야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로서도 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 과정이 완 히 겔만

에 의하여 주도되었다거나 그가 명확히 의식 으로 이를 밟

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과학 분야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어쩌면 과학자들로서는 행운의 시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 시 에는 과학에 한 체 사회의 심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되었다. 여기에는 미국과 소련 사

이의 냉 계에 기인한 유별난 경쟁심도 한 몫을 했다. 이런 때문인지 겔만의 주요 연구 결과에는 항상 다른 과학자들

이 끼어들었다. 그가 처음 이름을 날린 기묘도(strangeness)에 한 연구는 난부요이치로(南部陽一郞, 1921∼), 소립자

의 분류에 한 팔 도(Eightfold Way) 이론은 네만(Yuval Ne'eman, 1925∼2006), 그리고 가장 요한 쿼크이론에는

츠바이크(George Zweig, 1937∼)가 각각 독립 인 발견을

이루었다. 이런 결과는 흔히 볼 수 있는 상은 아니지만 당

시의 열띤 연구 분 기와 함께 그 이면에는 수많은 력과

갈등이 복잡하게 얽 있었음을 능히 짐작 해 다.

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2 29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구나 상할 수 있듯 비교 객

인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도 사람인지라 갖은 인간

애환을 드라마처럼 펼쳐낸다. 이는 특히 겔만과 같은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주변에서는 더욱 뚜렷하다. 실제로 이 책

에는 20세기 반의 물리학계를 수놓았던 주요 인물들이 거

의 모두 등장한다. 따라서 이런 에 비춰보면 이 책은 “20세기 물리학자들의 고뇌와 좌 과 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겔만은 과학 역사상 인간 장 에 못지 않게 단 도

뚜렷이 부각된 드문 에 속한다. 그러나 사실 말하자면 뉴턴

이나 아인슈타인도 생각보다 커다란 약 을 가진 평범한 사

람들이었다. 다만 이들의 경우 과학 업 이 크게 드높여진

나머지 인간 면모도 완벽에 가까운 듯 치장된 반면 단 들

은 날이 갈수록 엷게 희석되었다. 겔만은 이들에 비해 한층

참을성이 모자랐고 이기 이었으며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했

다. 그래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주장하거나 수 에 미달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에 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매몰차

게 했다. 이 때문에 그러잖아도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그를

심으로 얽 진 수많은 인간 스토리는 다른 어느 인물의

경우보다 훨씬 선명한 단면을 드러내 보여 다.이 책을 쓴 기 작가 조지 존슨(George Johnson, 1952∼)

은 과학계와 언론계에 명과 악명을 동시에 떨친 겔만이라

는 험 인물의 일 기를 펴내기 하여 치 한 비와 노력

을 기울인다. 그는 이를 쓰기까지 몇 년에 걸친 계획을 세웠

으며, 겔만에게 조심스럽게 근하려고 먼 뉴욕으로부터 겔만

이 사는 산타페로 이사를 오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비 기

간 동안 겔만의 어린 시 부터 술 당시에 이르기까지의 생

활을 빠짐없이 추 한다. 책을 읽어 가면 곧 알겠지만 그의

자료 조사는 아주 엄격해서 자기의 개인 주장까지도 이런

자료들에 근거하여 메마르다 싶을 정도로 객 으로 기술한

다. 어 거나 과학자로서 생 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기가

쓰인 는 아주 드물다. 더구나 겔만처럼 까다롭고 변덕스런

인물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

은 독특한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가장 객 에서 끈

질기게 물고 늘어진 뛰어난 기 작가의 을 통하여 20세기

의 물리학 명은 물론 그동안 비경으로만 여겨져 왔던 과학

계의 연구 실황을 간 으로나마 실감나게 체험할 드문 기

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소립자물리학이라는 심오하고도

난해한 분야를 다룬다. 하지만 과학도가 아닌 문 작가의 뛰

어난 솜씨 덕분에 그 체 인 내용을 구나 어렵잖게 악

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이 책은 일반 인 과학 독자

를 비롯하여 앞으로 진지한 과학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수많

은 청소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은 물

론 이후에도 보기 힘들 이와 같은 “생생한 인간 과학 드라

마”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세계에 보다 친 하게 다

가설 수 있기를 기 한다.

*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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