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대화의길을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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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2019년 3월 28일(목) 10시 30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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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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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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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사회]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노동자위원

[토론]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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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발제문]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말하다_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노동자위원 - 3

[토론1]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_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10

[토론2] 여성 노동자와 기본권, 그리고 사회적 대화_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14 [토론3]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_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부교수 --------------------------- 17

[토론4]

_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 20

[토론5]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정상화’ 방안_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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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발제문]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말하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 사회적 대화, 시작은 가능성이었으나 현재는 불투명한 현실

○ 작년 4월 23일, 노사정대표자 회의의 합의문이 도출되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로 개편하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 명칭을 확정짓고, 본위원회 노동자대표 측엔 청년·여성·비정규직을, 사용자대표 측엔 중견·중소·소상공인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98년도에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숱한 파장을 겪으며 한계에 마주했던 과거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조직되지 못하거나 취약한 상태에 놓인 계층의 참여를 보장시켜 대변의 범위를 확장시키며, 불평등 양극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한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한껏 높았다.

[대표적 개정사항]

- 노동을 포용한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측면에서 기구 명칭에 ‘노동’을 포함한 것.- 합의의 압박에서 벗어나 계층 간 충분한 대화를 보장하기 위해 ‘협의’ 기구로 위상을 확립한 것.- 기존의 시장권력 삼주체인 노사정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다양하고 미조직된 계층까지

호명한다는 의지를 합의했다는 것. -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갈등 해결 및 산업평화 도모가 주 목표였다면, 경제사회노동위원

회는 양극화해소 및 노동을 비롯한 경제, 사회, 복지정책 등의 의제까지 포괄한다는 것. - 미조직 된 취약계층이 자신들을 위한 의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기회까지 보장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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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 기존 노사정위원회와는 다른 경사노위 출범을 위한 합의문이 도출되었음에도 우려의 목소리들은 적지 않았다.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가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다. 먼저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적극 밀고 있으니 기존의 노사단체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상 일정정도 부응하게 장치를 두는 의미 이상으로 사회적 대화가 목표에 걸맞게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사회적 대화는 어떠한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에 관한 지향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혹은 조직(공동체)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배제된 사람들의 노동 및 삶의 문제의 실체는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협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그래서 사회경제적 기득권을 가진 이익집단과 정당 및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지 등의 실질적 구상과 합의 없이 사회적 대화 그 자체로 목표가 설정되었다는 우려가 있었다.

○ 사회적 대화 기구 개편에 관한 노사정의 합의문 및 경사노위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은 다소 과할 수 있다. 기존 노사정단체가 명시적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각계각층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끔 전체적 시스템을 구축한 수준까지 기존 노사정단체가 합의를 했다면, 이후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충분히 협의하며 공동의 책임의식으로 사회적 대화를 운영해 나가는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도 있었다. 실제로 경사노위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이 경사노위 주관 하에 간담회를 가지며 풍부한 토론을 했으며, 정권 출범부터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실질적 결과물을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도 의미부여를 해왔다.

○ 그러나 지금의 사회적 대화는 기대와는 달리 파국으로 치닫고만 있다. 게다가 경총도, 양대 노총의 반발도 아닌 청년, 여성, 비정규 대표자들의 반발로부터 시작되었다. 정부와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사 메이저단체 중심을 벗어나 미조직 취약계층을 본위원회 참여까지 보장했는데도, 계층 3대표가 본위원회를 두 번이나 무산시키는 극단적 선택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선 계층 3대표를 향해 사회적 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든가, 대변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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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못하는 계층을 위해 진정으로 사회적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의결구조를 개편하여 본위원회 무산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지어 경사노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동시에 존재한다. 수많은 논쟁들이 오가고 있는 현실이다.

○ 결과적으로 최근의 사태를 거치며 중앙정부 수준의 사회적 대화가 현 한국의 현실에서 가능한가에 관한 근본적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 지금 봉착한 갈등을 풀어내지 않으면, 심각하게는 조만간 경사노위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사노위를 끝내는 것만이 불평등 양극화 해소라는 목표로 가는 방법도 아니다. 사회적 대화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현 갈등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논해야 할 문제들을 충분히 짚어내야만 위기에 처한 사회적 대화가 조금이나마 물꼬를 틀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무엇을 위한 사회적 대화인가?

○ 3월 7일, 3월 11일 경사노위 본위원회 무산은 사회적 대화가 위기로 치닫는데 중요한 변곡점은 맞으나, 이를 원인의 전부로 치부해선 대안을 도출해낼 수도 없거니와 문제의 진단을 빗겨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닌, 수많은 갈등들이 쌓이고 쌓여 터진다는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문재인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노동존중사회와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음에도 왜 이러한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이전의 시기를 짚을 필요가 있다.

○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온 노동시장 내의 분절화에 따라 열악한 일터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헌법에 따른 노동3권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평등 양극화 해결의 핵심은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집권한지 1년 내에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2) 최저임금 인상 3) 노동시간 52시간 법제화를 빠르게 추진하며 개혁 의지를 보였다.

○ 관점에 따라 평가는 확연히 갈린다. 위의 세 가지 조치들은 불안정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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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란 입장이 있는 한편, 경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개혁의 속도나 실현가능성 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후보시절 공약부터 내세웠던 기조를 책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유권자의 표를 받아 집권한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다시 강조하면 문재인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사회적 대화를 국정과제의 주요 원칙으로 내세웠다.

○ 그러나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파동으로부터 사회적 대화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임금을 최대한 올리기 위한 노측의 요구와 임금을 최대한 덜 지급하기 위한 사측의 요구 사이에서, 월급은 최대한 올리되 추가수당 지급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시키지 않는 타협점을 찾아낸 노-사 관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었다. 이렇게 임금교섭을 할 수 있는 현장은 대기업과 여기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조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니 자연스레 대기업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또한 자연스레 인상될 수밖에 없으며, 경영계 측은 산입범위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 여기서 최저임금에 관한 이해관계가 어떠한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대기업 소속의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전체 임금에서 기본급 인상이 달려있는 문제이다. 반대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도 최저임금 인상은 생계에 부담을 높이는 문제이나, 대기업 입장에선 마찬가지로 기본급 인상 억제의 문제이다. 이에 상여금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 계층은 최저임금 노동자 및 최저임금 지불 사업주가 아니다.

○ 대기업-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걸려있는 산입범위 확대 건은 단기간 내에 노-사 합의가 이뤄지기 대단히 어려운 사안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적 필요성과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로잡을 필요성, 이와 함께 통상임금 법제화까지 이뤄질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저임금 노동자-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겐 큰 영향이 없는 정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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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여금까진 최저임금 범위에 산입하는 것이 제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합리적이라 진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사 간 합의 실패로 공은 국회로 넘어가버렸고, 저임금 노동자 일부도 일정 영향을 받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법 개정이 이뤄지고 말았다.

○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건 파동은 최저임금 제도가 누굴 위해 존재해야 하고 어떠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의 실현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이다. 목표를 합의하지 않은 채 계속된 논쟁은 최저임금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갈등을 키웠고, 고통은 최저임금 당사자에게 전가되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책을 협의함에 있어서 어떠한 계층을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인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가 실제 성립하고 있는지,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 및 보완되어야 할 패키지 정책은 무엇인지 등 다층적 진단과 현장을 향한 합리적 통찰이 필요하다.

○ 마찬가지로 경사노위 파행의 주요 원인이었던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는 조건에서 더 큰 불을 지핀 꼴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저임금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산입범위 확대가 보완책으로 논의된 것과는 달리,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동시간 단축을 바로 잡기 위한 필요한 논의라는 논리적 근거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시간 제도의 정합성 보완보다도, 기업이 요구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일정 해소시키기 위한 완충제로서 일찌감치 규정되어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어떠한 사회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철학의 부재가 온전히 드러난 문제이다.

○ 물론 법제화를 통해 주 5일제 40시간 노동을 보편 기준으로 삼게 되었고, 최장 노동시간 제한을 위해 52시간 법제화도 최근 이뤄졌다. 그럼에도 저임금을 벗어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측면, 노동자들을 장시간 갈아 넣으며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유지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 특유의 권위적 일터 문화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정시 퇴근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핵심 병폐 중 하나이다. 이에 과로사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와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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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후 휴식과 다른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하여 안전의 권리,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여기에 사회적 대화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답해야만 할 것이다.

■ 대표성 논란의 본질은 신뢰관계 문제이다

○ 지난 두 차례 본위원회가 파동을 겪는 과정 속에서 청년유니온, 전국여성노조,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미조직 취약계층의 대표성을 담보하고 있는가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다.

특히나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는 측 입장에서는 조직적 규모로 보았을 때 민주노총이 청년, 여성, 비정규직들을 위 3단위보다도 훨씬 더 조직하고 있기에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자격 없는 단위들이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위촉이 되었으며,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바라지도 않는 탄력근로제 확대 의결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외부적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3단위가 청년, 여성, 비정규직을 대표하여 본위원회 불참을 바란다는, 대표성을 인정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 경사노위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사 주요 단체는 계층대표를 추가로 늘리는 것에 상당한 반대를 표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포용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통해 본위원회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본위원회 성사를 앞둔 시점에서 계층대표들의 대표성을 반대했던 진영에서는 당사자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불참하라는 대표성 인정 논리를 펼치고, 다른 쪽에서는 90%의 미조직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단위들이 책임을 버리고 본위원회를 무산시켰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이제 와서 대표성을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노측 계층대표들의 조직 수준이 사측 계층대표들의 조직 수준과 급이 맞질 않으니, 경사노위를 다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대표성에 관한 논쟁은 어떠한 정치적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서 경사노위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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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지만, 누가 얼마만큼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온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조건이다. 조합원 및 회원 수가 많은 조직일수록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하는 것인지, 자주적으로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어려운 계층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 맞는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시대적 요구와 해결해야 할 과제에 걸맞게 사회 각계각층이 충분히 논의해 나갈 문제이며, 이 또한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 문제는 대표성 시비만을 가지고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10%의 조직노동이 90%를 온전히 대변할 수도, 규모가 작은 독립적 노조단체가 전체 90%를 완벽히 대변할 수도 없다. 다시 상기하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어떤 사회를 지향해 나갈 것인지, 이에 어떠한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릴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각 의제들마다 어떤 이해관계 집단이 주도해나갈 것인지 합리적 근거가 마련되고, 본위원회 및 운영위원회 위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보다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누가 사회적 대화의 대표자로서 적임자인가에 대한 단순하고도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어떠한 운영 방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각계각층이 서로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면 합리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사-정 간의 관계도 있겠지만 노-노 간의, 사-사 간의 사회적 대화도 성숙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청와대-국회-경사노위의 관계, 시민사회와 경사노위와의 관계 등 수많은 이해관계 간의 사회적 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어렵다.

○ 신뢰가 깨지면 결국 법제도나 운영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우위에 서겠다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최근 경사노위에서 제기되고 있는 본위원회 의결구조 개편, 운영위원회 및 의제개발 조정위원회 참관 요구 혹은 불허, 각 의제별 위원회 위원 위촉을 둘러싼 논쟁은 신뢰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뜻이다. 경사노위 사무국을 비롯한 본위원회 위원들이 어떻게 책임져 나갈 것인가를 두고 심각히 고민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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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1]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o 문재인정부가 열성적으로 추진했던 사회적 대화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형국이다. 노동계(민주노총)의 참여를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로 개편하는 노력을 경주했지만 민주노총의 참여는 대의원대회에서 거부되었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문제로 본위원회는 열리지 못한 채 공전되고 있다.

o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사노위로 상징되는 사회적 대화의 무용론이 좌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제1야당 출신의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2019.3.19.)에서 “개인적으로는 국회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국가예산만 축내는 옥상옥의 경사노위는 해체하고, 사회적 합의 대표성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갖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다른 이유로 해체를 주장한다. 한국노총 현장연석회의는 3월 19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를 앞세워 노동자 양보를 받아 낼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라며 “경사노위가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는 근본적 노력 없이 균형을 잃은 정부기구에 머문다면 머지않아 해체의 운명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3월 5일 경사노위 앞 기자회견에서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권 무력화하는 노동개악 시도! 노동자 다 죽이는 경사노위 해체하라”고 주장하였다.

o 경사노위법은 경사노위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사용자 등 경제·사회 주체 및 정부가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고용노동 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 정책 등을 협의하고, 대통령의 자문 요청에 응하기 위하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설치하며, 그 기구 및 운영 등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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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o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인 사회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을 목표로 한 경사노위가 왜 그 목적과는 거꾸로 사회 갈등과 분란의 주범이 되었는가? 경사노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거꾸로 경사노위 해체 이후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들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토론문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첫째, 경사노위 목적에 근거하지 않은 활동이다. 외환위기 당시에 설립

된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민주노총)에게는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를 둘러싼 지리한 논쟁과 조직 내부 갈등이 그것이다. 이들 문제의 해소를 위해 노사정위는 경사노위로 옷을 바꿔 입었다. 신설된 사회적 대화 기구는 합의보다는 ‘협의’에 방점을 찍고, 단기성과보다는 신뢰에 기반한 장기성과를 위한 디딤돌로 기능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노사정 간의 불신과 대립은 이번 ‘탄력근로제’ 문제에서 화약고로 작용하였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둘러싼 내용보다 더 큰 문제는 왜 사회적 대화 기구가 정부·여당의 입법 요구에 순응하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경사노위 입장에서 준비되지 않은 안건을 책임 있게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준비하고 합의한 의제만 처리하고, 그 공을 정부나 국회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했다. 경사노위는 노사관계의 미래 의제 개발(준비)과 심층적 논의, 그리고 갈등 조정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facilitator)이지 운동장에서 뛰는 집행자(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 둘째, 노사정 모두 책임 있는 논의와 행동을 위한 준비가 안 돼 있고 과거의 관성이 지배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몰아닥친(닥치고 있는) 새로운 위기는 장기간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여서 단기적인 파국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제조업의 취약한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고용창출의 위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안전망(사회복지) 확충의 시급성, 국제노동기준의 비준을 통한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요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고용·노사관계 질서 마련,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을 위한 새로운 방안 모색, 산업(업종)과 지역 차원의 노사자율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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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노사관계 구축 등이 당면 과제임을 노사정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이들 문제는 노사만의 문제도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어 있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사회적 대화의 역할이 과장되거나 비하되어서는 안 되며 한국 노사관계 특성상 유용하며 절실하다. 그것은 비례대표성이 결여된 국회 구조, 낮은 노조 조직률과 대표성이 취약한 사용자단체, 노사 자율성이 취약한 노사관계 구조 등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모두 단기 업적주의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수동적 조직 논리에 빠져 있다. 5년 단임제 정부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이 갖는 정치적 제약은 별개로 하고, 노사도 사회적 대화의 주인된 자세로 임하지 않고 있다. 노사 모두 정부 뒤에 숨어서 정부가 알아서 조직들의 현안 문제를 해결해주기만을 바란다. 결국 이런 상황은 법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취약하게 만든다. 정말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지 아니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지 각 주체별 조직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셋째, 노동계의 B플랜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 대화는 상당부분 공전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였다. 현재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더 이상의 논의는 가능하지 않다. 참여를 통한 성과보다는 조직 내 분란만 야기할 뿐이다. 문제는 현 정치 상황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동개혁을 위한 민주노총의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향후 ILO 비준 등 노동개혁 의제 등은 경사노위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고 민주노총은 제도권 바깥에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대안의 출발은 민주노총이 앞장서 문재인정부 2년 만에 바뀐 현재 국민 여론의 지형을 바꾸는 것이다. 공은 민주노총으로 넘어 온 상황이고 책임도 동반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반대와 저항에서 형성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노동계의 대응은 과거와는 다른 이슈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이 당연한 노동운동의 역할이었다면, 이제 노동의 과제는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이고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안을 구현해야 한다. 경영계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던져 놓는 덫은 때론 무시하고 나아가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의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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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하고 공세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주 40시간 근무의 정착, 경영 참여를 위한 노동이사제 도입,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산업혁명 4.0에 대응하는 범정부 기구의 구성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사회개혁을 위한 조세개혁, 주거정책, 경제민주화 의제를 던져야 한다. 사회적 울림이 없는 투쟁은 현 상황에서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넷째, 노사정 주체 모두 냉정하게 경사노위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경사노위가 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 단기과제와 장기과제, 노사정 모두 합의하고 추진할 일과 정부가 책임지고 감당할 몫을 구분해야 한다. 또한 경사노위 원활한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및 논의구조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신뢰와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사회적 대화는 상당기간 공전될 수밖에 없다.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는 노사정의 각개약진과 이전투구의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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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2]여성 노동자와 기본권, 그리고 사회적 대화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들이 함께 사회적 대화를 한다는 것은 매우 낯선 풍경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대화상대라기 보다는 서로에게 투쟁의 대상이었고, 착취의 대상이었다. 늘 대립해 왔던 두 주체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정부가 도모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정부가 펼쳐놓은 사회적 대화의 장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근거법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제1조 목적에 명시되어 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며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의설치및운영등에관한법률』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에서 지켜왔던 제1조 ‘… 산업평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이라는 목적과 사뭇 달라졌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변화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이름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 목적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의미 있는 관점의 전진이다. 지금까지 산업평화를 지키기 위한 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양극화 해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 법이 명시하고 있듯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려

한다면 먼저 양극화의 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본회의 노동자 대표 5인 중 3인이 여성, 비정규직, 청년이 되었다. 왜 이들이 본회의에 별도의 몫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한국은 OECD가 성별임금격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단 한 번도 성별임금격차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난 일이 없다. 여성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의 숫자도 35.3%로 OECD 1위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2018년 현재 50.7%이며 노동조합 조직률은 바닥을 친다. 2,088,540명. 2017년 통계청에서 집계한 노동조합 가입자 숫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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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2017년 전체 노동자 수는 19,883천 명으로 노동조합 조직률은 10.5%이다. 노조 가입자 중 여성은 488,314명으로 23.4%에 불과하다. 2017년 여성노동자 노조 조직률은 5.6%이다.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94.4% 미조직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이가 필요한 것이다.

- 사회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고 노동조건은 지나치게 다양해지고 있다. 법은 정체되어 있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의 변화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더 열악하고 보호받지 못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방패막이 없고 사회적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공론의 장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항상 앞서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이들이 공식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법과 정책의 보호에서 제외된 이들을 어떻게든 안전지대로 끌어올리는 일은 우리 사회 양극화 해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여성, 비정규직, 청년 대표는 공식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보조축’으로 호명 당했다. 경사노위는 존재 목적이 바뀌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3개국 노사관계 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분석을 통해

도출한 사회적 대화의 촉진조건은 크게 다섯 가지로, 노사 간의 힘의 균형, 사회적 대화의 장 존재, 노사의 대표성, 노사 간 신뢰 및 협상과 정의 투명성, 협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 등이다1). 여기서 심각하게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먼저 노사 간 힘의 균형이다.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한국에서 노사가 대등한 관계일리 없다. 역사적으로 독재정권 아래서 고도성장을 위해 노동자는 온 몸을 갈아 넣어야 했지만 그 열매는 나누어 먹지 못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한국사회다.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보다는 쪼개고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의 근면을 요구했던 역사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심각한 힘의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대화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가 노동자에게

1) 서형준⋅유명순(2013), ‘사회적 대화의 촉진조건과 국가의 역할’,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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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실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본 전제다. -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정부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의 본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가진 것 자체가 균등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하나씩 내어 놓으라고 요구하며 이것이 사회적 대화라 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노동 관련 지수에서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세계 1위의 성별임금격차와 유리천장, 절반이 넘는 여성 비정규직, 무차별적인 비정규직 남용, 낮은 노조 조직률, 장시간 노동, 파업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손배가압류 등등. 지금껏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살아온 노동자들이다. 노동존중사회를 외치려면 기본권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며 노동기본권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는 국가가 조건 없이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대화로 올릴 의제가 아니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권리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이다. 노동기본권을 놓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 아래 1대 1 맞교환을 요구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경사노위가 발간하는 『사회적 대화』 창간호의 기획대담에서 이화여대 이주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권은 국가가 그냥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걸 왜 굳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안 해줬던 것이다. 그냥 하는 것이 맞지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인심을 쓰는

것처럼 하지 않았으면 한다.”

- 그런데 차라리 인심이라도 쓰면 좋겠다. 지금은 인심이 아니라 구멍 난 밥그릇조차 빼앗으려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사노위와 사회적 대화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존재 목적을 점검하고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다양한 대표성의 인정과 존중,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의 정착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제의 적절성과 우선순위를 점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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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3]‘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김혜진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I. 사회적 대화는 필요한가?

*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필요조건이다. 특히 대의적 민주주의에서 사회적 대화는 테이블에 앉은 대표자들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대표자들이 자신들이 대변하는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노사관계에서도 사회적 대화는 같은 의미를 갖는다. 전국 단위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의 상황에서, 노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대표자들은 자신들이 대변하는 노동자/사용주들에게 논의와 합의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합의 내용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존재한다.

* 따라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논의, 합의 과정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밀실 합의를 사회적 대화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II.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자의 대표는 누구인가?

*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전체 노동자, 전체 사용자, 그리고 공익적 성격을 대변하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화 당사자로는 현재 10%를 약간 상회하는 노동조합 전국 조직들과 계층별 대표(여성, 청년, 비정규직)가 본회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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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전체 회의는 대부분 이미 합의된 내용의 형식적 추인에 가까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인다. 대부분의 정부위원회의 경우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기는 하나, 사회적 대화의 경우 이런 기능으로는 논의와 합의 과정에서 대표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배제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더 중요하게는, 노동조합 대표나 계층 대표들이 논의와 합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III. 사회적 대화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 사회적 대화의 역사가 짧고 노사 간의 신뢰도가 낮은 한국의 상황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정부가 담당해 왔으며 정부의 이 역할은 적합해 보인다.

* 그러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정부의 역할이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 결과를 유도하는 것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부나 국회에서 여론막이용으로 사회적 대화에 의제를 떠넘기고 시한을 정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 한국의 경우, 정부의 성격에 관계없이 이러한 양태가 이루어져왔고, 그 결과 사회적 대화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IV. 사회적 대화의 정신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 합의된 사항에 대해 처리하는 역할에 한정될 필요가 있다.

* 사회적 대화의 의제는 단기적인 쟁점을 떠안는 식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의제를 노사정이 같이 선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적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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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논의를 위해서 경사노위의 연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사회적 대화가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본회의 위원으로만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나 합의 과정에 사회적 취약계층의 대변자도 포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사회적 대화의 구체적인 논의·합의 과정과 내용을 모든 노동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논의 쟁점을 알리고 시민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할 수 있는 실질적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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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4]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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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5]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정상화’ 방안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1.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적대적이고 불리한 환경

(1) 사용자의 적대적 태도와 천박한 인식 수준

매일노동뉴스 2019년 3월 26일자를 보면, ‘사회적 대타협 잉크도 안 말랐는데 기가 막힌다’는 제목으로 다음 기사가 있다. 택시 월급제는 수십 년 된 택시 노동계의 요구였으며 카풀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여당도 힘을 실었지만, 택시업계 자본가들은 자유한국당과 연대하여 이를 바로 뒤집으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누리는 노동기본권 수준과 경총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용자들의 인식 수준은 다음과 같다.

택시 사용자 '월급제 반대' 의견 제출에 노동계 격앙 택시 노사와 카카오모빌리티·국토교통부 등은 지난 7일 출퇴근 시간대 카풀 영업을 허용하고 택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했다. 그런데 보름도 지나지 않은 지난 19일 택시 사측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택시 월급제를 법제화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용자단체법'은 없고, '노동조합법'만 있는 현실

8개 기본 협약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결사의 자유' 87호 협약은 노동자의 단체 결성권은 물론이거니와 사용자의 단체 결성권도 보장한 자유주의적 기본권이다. 사용자 단체(employers' organisations)인 경총 지도부를 뽑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규정한 '사용자 단체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자 단체(workers' organisations)인 노동조합 지도부를 뽑을 땐 누군 되고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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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안 된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이 반세기 넘게 기능하며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용자 단체 회비를 사용자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내는 것을 금지하는 사용자단체법은 존재하지 않는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 노동자 단체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회사 돈으로 하는 것을 금지할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법은 존재한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노동조합의 결성을 억제하고 그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바로 잡아 노사관계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하자는 것이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ILO협약 87호 비준의 취지인데, 경총은 자신들이 제한 없이 누리는 '결사의 자유'라는 초보적 권리를 노동자 단체엔 보장할 수 없다며 생떼를 쓴다.

ILO, '사업장 점거' 파업권으로 인정

노동자의 파업이 살인, 폭행, 파괴, 납치 등을 수반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생산 속도의 고의적 저하(go slow), 법 규정과 회사 규칙을 준수하면서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준법 투쟁(work-to-rule), 피켓을 동원한 사업장 시위, 나아가 파업 노동자들의 사업장 점거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에 속한다는 게 ILO의 공식 입장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경총은 ILO 87호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떼를 쓰면서, 사업장 점거를 노동자 파업권의 정당한 행사로 보는 ILO협약 87호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ILO협약 87호, '파업 시 대체 근로' 금지 뜻해

거짓말에 능숙한 경총은 마치 우리나라에 파업 시 대체 근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공익 사업장의 필수 유지 인력 확보를 허용한 법률 조항에서 보듯 파업 시 대체 근로를 법으로 허용하는 부문도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이 ILO 협약 87호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현행 법령의 공익사업 범위를 크게 줄이라는 게 ILO의 공식 입장이다. 대체 근로가 이미 허용되는 공공 부문에 대해서도 그 남용을 억제하라는 것이 ILO 협약 87호의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얼굴 색깔 하나 바꾸지 않고서 민간부문의 파업에도 대체 근로를 도입하자고 억지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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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후진국' 인도네시아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

여기에 더해 경총은 현행 2년으로 되어 있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한국에서 노동 문제를 공부한다는 이들이 모범으로 내세우는 덴마크는 노동법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가능하면 모든 것을 법률이 아닌 단체교섭으로 해결한다는 게 덴마크 노사관계의 특징이다. 덴마크에 가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좋은지를 노동조합 간부만이 아니라, 사용자 단체 간부에게 물어보라. 십중팔구는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선진국 중에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법률로 규정하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노동법엔 2년으로 못 박고 있다. 노동권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보다 못한 말레이시아는 법으로 3년을 최소 유효기간으로 정하여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훼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대한민국처럼 ILO협약 87호를 비준하지 않은 노동권 후진국이다. 물론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3년을 넘는 나라들도 있는데, 대부분 기업별 교섭이 아니라 산업별 교섭을 통해 산업 수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나라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경총이 산업별 교섭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별 단체교섭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기업 운영의 유연성을 생각할 때 2년도 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ILO협약 98호,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

경총 주장 가운데 황당하고도 황당한 것은 사용자에게 의무로 부과되는 부당노동행위(unfair labour practices) 금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게 가장 황당하다고 한 이유는, 지금 경사노위가 비준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ILO 협약 98호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시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사용자의 의무를 명시한 협약을 비준하자는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금지 제도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이 뻔뻔함의 배후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결사의 자유와 조직할 권리 보호'라는 제목이 붙은 ILO협약 87호가 노사 모두에게 보장되는 권리라면, '조직할 권리와 단체교섭권'이라는 제목이 붙은 ILO협약 98호는 노동자에게만 보장되는 사회권(social rights)에 속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비교하면, 87호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와 맥락을 같이 하며, 98호는 노동자에게 단체결성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33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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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최저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국제조약을 비준하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해당 국제조약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의 무지와 후안무치함을 드러내는 게 우리나라 사용자

노동자 단체를 '지배' '통제'하려는 경총의 불변 의지

98호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조직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반노조 차별 행위(acts of anti-union discrimination by employers or employers' organisations), 즉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이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단체교섭권 협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98호는 단체교섭이 무엇인지 그 대상과 범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으며(국가나 법률의 개입 없이 노사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교섭하고 결정하라는 뜻), 오로지 사용자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부당노동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98호에서 말하는 부당노동행위의 핵심에는 노동자와 노동자단체를 지배(domination)하고 통제(control)하려는 사용자와 사용자단체의 의지에 대한 거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단체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의지는 범죄집단 경총이 창립 이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의 관념적이고 무력한 대응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앞장서 노조 자격을 취소하였고, 이런 야만적인 사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ILO 기본 협약의 정신은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교섭 같은 노사관계에 국가가 법령을 통해 사사건건 개입하지 말고, 노사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 여당은 여전히 법률 자구를 수정하여 비준 문제를 해결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고, 이런 정부 여당의 허점을 파고들어 범죄 집단 경총은 ILO 기본 협약 비준을 무산시키려 술수를 부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낡고 낡은 '선 입법-후 비준' 논리만 고집하는 정부 여당의 의도된 게으름과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물타기에 나선 경총의 교활한 공세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대응은 관념적이고 무력하다. 이런 이유로 ILO 기본 협약 비준은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3월 19일자, "ILO협약 논쟁, '떼쟁이' 경총의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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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들의 수준이며, 이에 부화뇌동하는 게 대한민국의 관료들이다.

(2) 국제노동기준에 견주어 본 한국 노동권의 저열한 수준과 사회적 대화의 열악한 토대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유엔 산하 기구다. 유엔 체계 안에서 ILO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정부와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하는 노사정 3자 조직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회원국 정부는 물론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의 독립적인 발전을 지원하며 필요한 교육과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 정의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노동권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ILO는 노동자 권리 강화, 일과 생활 조건 개선, 고용 창출, 교육훈련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직업훈련과 직업재활, 고용정책, 노동행정, 노동법, 노사관계, 노동조건, 인력개발, 협동조합, 사회보장, 노동 통계와 직업안전보건이 ILO의 주요 사업 영역이다.

ILO의 가장 중요한 임무와 역할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동기준, 즉 국제노동기준(International Labour Standards)을 제정하는 것이다. ILO는 노동기본권의 최저 기준(결사의 자유, 노조결성 및 단체교섭 권리, 강제노동의 철폐, 아동노동의 철폐, 동등 업무 동등 임금, 고용과 직업에서 기회와 처우의 평등)과 일 세계(world of work)의 조건과 관련하여 협약과 권고의 형태로 국제노동기준을 정한다.

협약과 권고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ILO의 노동기준들은 국내 노동법을 위한 모델 역할을 한다. 각국 정부는 국제노동기준에 의거해 사용자 및 노동자와 협의 하에 노동법과 사회정책을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에 맞게 제정하고 이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개별 정부가 ILO협약을 비준하고, 그 협약의 정신에 맞게 관련 법률과 정책을 개정함으로써 완성된다.

협약이 비준되면, ILO는 해당 국가의 노사정이 관련법과 관행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감시감독 체계를 운용하며,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ILO기본협약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2차대전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주요 국가들의 비준 연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반세기도 전에 비준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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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아래 표는 대한민국이 노동 후진국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며,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인 착취 체제이며, 그런데도 노동조합 운동이 친북좌경용공으로 매도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설명해주고 있다.

[표1] 대한민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기본 협약의 주요 OECD회원국 비준 현황 미비준

기본협약87호결사의 자유1948년 제정

98호단체교섭권1949년 제정

29호강제노동1930년 제정

105호강제노동 폐지1957년 제정

비준국 수(비준율, 187개

회원국 중)

155개국 (82.9%)

165개국(88.2%)

178개국(95.2%)

175개국(93.6%)

주요국가, 비준연도

Australia, 1973Austria, 1950Belgium, 1951Canada, 1972Chile, 1999Czech R, 1993Denmark, 1951Finland, 1950France, 1951Germany, 1957Greece, 1962Hungary, 1957Ireland, 1955Israel, 1957Italy, 1958Japan, 1965Mexico, 1950N e t h e r l a n d s , 1950Norway, 1949Poland, 1957Portugal, 1977Russia, 1956Slovakia, 1993Slovenia, 1992Spain, 1977Sweden, 1949S w i t z e r l a n d , 1975UK, 1949

Australia, 1973Austria, 1951Belgium, 1953Canada, 2017Chile, 1999Czech R, 1993Denmark, 1955Finland, 1951France, 1951Germany, 1956Greece, 1962Hungary, 1957Ireland, 1955Israel, 1957Italy, 1958Japan, 1953Mexico, (2018)N e t h e r l a n d s , 1993Norway, 1955Poland, 1957Portugal, 1964Russia, 1956Slovakia, 1993Slovenia, 1992Spain, 1977Sweden, 1950S w i t z e r l a n d , 1999UK, 1950

Australia, 1932Austria, 1960Belgium, 1944Canada, 2011Chile, 1933Czech R, 1993Denmark, 1955Finland, 1936France, 1937Germany, 1956Greece, 1952Hungary, 1956Ireland, 1931Israel, 1955Italy, 1934Japan, 1932Mexico, 1934N e t h e r l a n d s , 1933Norway, 1932Poland, 1958Portugal, 1956Russia, 1956Slovakia, 1993Slovenia, 1992Spain, 1932Sweden, 1931S w i t z e r l a n d , 1940UK, 1931

Australia, 1960Austria, 1958Belgium, 1961Canada, 1959Chile, 1999Czech R, 1996Denmark, 1958Finland, 1960France, 1969Germany, 1959Greece, 1962Hungary, 1994Ireland, 1958Israel, 1958Italy, 1968Mexico, 1959N e t h e r l a n d s , 1959Norway, 1958Poland, 1958Portugal, 1959Russia, 1998Slovakia, 1997Slovenia, 1997Spain, 1967Sweden, 1958S w i t z e r l a n d , 1958UK, 1957US,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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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금까지 비준한 ILO협약은 겨우 29개에 불과하며, 전체 189개 협약에 대한 비준율은 15.3%에 그친다. 아래는 한국 정부가 비준한 ILO협약 현황이다.

1. 제2호 실업에 관한 협약(1919년 제정, 2011년 비준)2. 제19호 노동자 재해보상에 대한 내외국인 노동자의 균등 대우 협약

(1925, 2001)3. 제26호 최저임금결정제도의 수립에 관한 협약(1928, 2001)4. 제47호 노동시간의 1주 40시간 단축에 관한 협약(1935, 2011)5. 제53호 상선에 승무하는 선장과 직원의 직무상 자격 최저요건 협약

(1936, 2003)6. 제73호 선원의 건강진단에 관한 협약(1946, 1992)7. 제81호 공업 및 상업 부문에서 노동감독에 관한 협약(1947, 1992 ) 8. 제88호 직업안정기관의 구성에 관한 협약(1948, 2001)9. 제100호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남녀노동자의 동등보수에 관한 협약

(1951, 1997)10. 제111호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1958, 1998)11. 제115호 전리방사선으로부터 노동자 보호에 관한 협약(1960, 2011)12. 제122호 고용정책에 관한 협약(1964, 1992)13. 제131호 개발도상국을 특히 고려한 최저임금결정에 관한 협약(1970,

2001)14. 제135호 기업에서 노동자대표에게 제공하는 보호 및 편의 협약

(1971, 2001)15. 제138호 취업의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1973, 1999)16. 제139호 발암성 물질 및 약품에 기인하는 사업장 위험 예방 통제 협

약(1974, 2011)17. 제142호 인적자원의 개발에 있어서 직업지도 및 훈련에 관한 협약

(1975, 1994)18. 제144호 국제노동기준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3자 협의에 관한 협

약(1976, 1999)19. 제150호 노동행정(역할․기능․조직)에 관한 협약(1978, 1997)20. 제155호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협약(198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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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21. 제156호 가족부양책임이 있는 남녀노동자의 기회 및 대우 균등 협약(1981, 2001)

22. 제159호 장애인 직업재활 및 고용에 관한 협약(1983, 1999)23. 제160호 노동통계에 관한 협약(1985, 1997) 24. 제162호 석면에 관한 협약(1986, 2007) 25. 제170호 작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상 안전에 관한 협약(1990,

2003) 26. 제182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1999, 2001)27. 제185호 선원 등록서류에 관한 협약(2003, 2007)28. 제187호 산업보건안전 증진체계에 관한 협약(2006, 2008)29. 해사노동협약(MLC, 2006, 2014)

ILO협약을 몇 개나 비준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와 이익의 수준을 측정하는 초보적 방법이다. 주요 OECD국가의 협약 비준 개수는 아래와 같으며, 기본협약뿐만 아니라, 비준한 협약 수에서 대한민국은 꼴찌다. 이는 한국 노동자들이 누리는 노동권 수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운운하기 창피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Australia(58), Austria(54), Belgium(113), Canada(36), Chile(63), Czech R(72), Denmark(72), Finland(102), France(127), Germany(85), Greece(71), Hungary(73), Ireland(73), Israel(49), Italy(113), Japan(49), Mexico(79), Netherlands(109), Norway(110), Poland(91), Portugal(84), Russia(75), Slovakia(76), Slovenia(83), Spain(133), Sweden(93), Switzerland(60), UK(87), US(14).

한국의 ILO협약 비준 수는 일인당 GDP에서 훨씬 열등한 아시아 나라들 수준이며, 이것이 대한민국 국격의 민낯이다.

Cambodia(13), China(26), India(47), Indonesia(20), Lao R(10), Malaysia(18), Myanmar(24), Philippines(38), Singapore(27), Thailand(18), Vietna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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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노동자 권리 보장과 이익 증진을 위해 ILO가 중요하게 판단하는 협약은 아래 표와 같으며, 이 가운데 다수 협약을 대한민국 정부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국민경제의 균형 잡힌 발전과 사회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미비준 기본협약 4개를 비준하는 것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미비준 협약을 대거 비준할 필요가 있다. 아래 표는 기본 협약과 더불어 추가로 시급하게 비준되어야 할 협약에 대한 목록을 한국 사회에 제공한다. 87호와 98호 협약이 출발점 부산이라면, 도착점인 서울(노동 존중)에 도착하기 위해 거쳐야 할 대구와 대전과 수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래 표는 왜 한국이 노동자 민중에게 지옥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표(indicator)이다. 법률적으로 결사의 자유는 거의 보장되지 않으며, 단체교섭은 부정된다. 강제노동은 허용되며, 겨우 19세기적 가치인 아동 보호와 여성 보호만 법률적으로 행할 의지가 있다(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동 보호와 여성 평등을 보장한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행 법령이 이 협약들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비준한 ILO기본협약들은 '선입법-후비준' 주장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무력하고 황당한 주장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이다).

관료들이 해야 할 일을 규정한 필수 협약들(노동행정, 노동감독, 노동통계)은 대부분 비준되었다. 왜 그럴까. 노동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노동자와 노동자단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일까? 그 답은 독자 몫으로 돌린다.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2천만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최저임금 올렸다고 관료들이 자본을 등에 업고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이유도 임금 관련 협약들을 몇 개나 비준했냐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말로는 Industry 4.0을 내세우며 호들갑을 떨지만, 직업훈련제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도, 세계 최장의 착취적 노동시간 상태임에도 국가나 관료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표준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 아니라 주 68시간인 이유도, 해마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수천 명씩 죽고 수십만 명이 다치는 이유도, 형편없는 사회보장으로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유도,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에 대한 후진국형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는 이유도, 모성 보호가 제대로 안 되어 출산율이 세계 최악인 이유도, 청소 노동자나 가사 노동자들의 삶이 그토록 어렵고 힘든 이유도, 돼지농장 똥오줌 저장고 청소하다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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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이 질식해 죽는 이유도, 멀쩡한 간호사들이 ‘태움 문화’로 서로를 괴롭히는 이유도, 대한민국 정부가 그 비준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ILO협약들에서 문제점의 본질과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표2] ILO가 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협약들

협약 영역 관련 협약 (X-비준 안함, O-비준함)결사의 자유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X)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X)135호 노동자대표 보호 및 편의제공(O)141호 농촌노동자 조직(X)151호 공공부문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 결정(X)

단체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X)151호 공공부문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 결정(X)154호 단체교섭 촉진(X)

강제노동 29호 강제노동(X)105호 강제노동 폐지(X)

아동노동 138호 최저 연령(O)182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O)

기회 처우 균등 100호 남녀 동등 보수(O)111호 고용 직업에서 차별(O)156호 가족부양 책임 노동자 기회 처우 균등(O)

3자 협의 144호 3자 협의(O)노동행정 150호 노동행정(O)

160호 노동통계(O)노동감독 81호 노동감독(O)

129호 농업 노동감독(X)고용정책 122호 고용정책(O)고용증진 88호 고용서비스(직업기관) (O)

159호 장애인 직업 재활 고용(O)181호 민간직업소개업체 규제(X)

직업훈련 140호 유급교육휴가(X)142호 직업지도 및 훈련(O)

고용안정 158호 사용자에 의한 고용 종료(X)사회정책 117호 사회정책(기본 목적 및 기준) (X)

임금 94호 공적 계약에서 노동 조항(X)95호 임금 보호(X)131호 최저임금(O)173호 사용자 파산 시 노동자 청구권(X)100호 남녀 동등 보수(O)

노동시간 1호 제조업 노동시간(X)30호 상업 및 사무직 노동시간(X)47호 주 40시간(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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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14호 제조업 주휴 제공(X)106호 상업 및 사무직 주휴 제공(X)132호 유급휴가(X)171호 야간노동(X)175호 단시간 노동(X)

직업안전보건 187호 직업안전보건 증진(O)155호 직업보건안전(O)161호 직업보건 서비스(X)120호 상업 및 사무직 위생(X)152호 부두 작업 안전보건(X)167호 건설업 안전보건(X)176호 광산업 안전보건(X)184호 농업 안전보건(X)115호 방사선 보호(O)139호 직업암(X)148호 공해, 진동, 소음에서 노동자 보호(X)162호 석면(O)170호 화학물질(O)

사회보장 102호 사회보장 최저기준(X)118호 내외국인 균등 대우(X)157호 사회보장권리 국제체계(X)130호 건강보호 및 상병급여(X)168호 고용촉진 및 실업보호(X)128호 장애, 노령, 유족급여(X)121호 업무상 재해급여(X)183호 모성보호(X)

모성보호 183호 모성보호(X)가사노동자 189호 가사노동자(X)이주노동자 97호 이주노동자(X)

143호 이주노동자 기회 및 처우 균등(X)선원 해사협약(O)어업 188호 어업(X)

113호 어선원 건강진단(X)114호 어선원 고용계약(X)125호 어선원 자격증명(X)126호 선내 편의시설(X)

부두노동자 137호 부두 화물 취급 사회적 영향(X)152호 부두작업 안전 보건(X)

원주민 및 부족민 169호 원주민 및 부족(X)107호 원주민 및 부족(X)

기타110호 농장근로자 고용조건(X)149호 간호인력 고용, 노동조건, 생활(X)172호 호텔, 식당 노동조건(X)177호 가내 노동(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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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3) '촛불' 이후 바뀐 권력(power) 기관은 무엇인가?

대통령 밖에 없다. 박근혜에서 황교안을 거쳐 문재인으로. 문제는 행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장관 몇몇만 바뀌고 나머지, 즉 관료들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이 관료들은 재벌과 결탁하여 이명박-박근혜의 극우독재체제에 부역했던 자들이다.

2016년 4월 선출된 국회도 그대로다. 특히 제1야당은 자유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극우독재체제의 주구였음에도 ‘촛불’ 이후 단 하나의 의석도 정치적으로 상실하지 않고 ‘운동권’ 출신인 홍영표-이해찬이 이끄는 자유주의 보수 여당의 무능력과 기회주의에 힘입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재벌로 대표되는 독점자본의 지배력도 여전하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인 전경련은 해체는커녕 ‘촛불’ 이전의 힘을 회복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공세에서 드러나듯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자영업자를 자기들의 품안으로 포섭했다. 이제 ‘조직’ 노동(여기에는 계층별 대표 3인의 조직들도 포함된다)의 사회적 고립 상황은 이전 정권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민족 화합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하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주권(sovereignty)과 자주성(national independence)을 상실해 있다. 이러한 민족 모순도 계속 되고 있으며, 북미회담을 계기로 오히려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밖에 바뀐 것이 없지만, 대통령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신의 공약인 ILO기본협약의 비준 문제도 ‘선입법론’이라는 늪에 파묻혀 허덕이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법의 지배(the rule of law)’가 무력화되고, ‘법을 악용한 지배(the rule by law)’가 고착된 대한민국 지배 체제의 문제다.

사실 양대 노총 역시 입법은커녕 비준조차 물 건너가는 게 분명해진 최근에 들어서야 ‘선비준론’을 외치지만, 이전까지는 ‘선입법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과학적인 정세 분석을 거쳐 조합원 대중의 참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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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걸러진 노동운동가들의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법률 논리로 무장된 법률가들이 논쟁을 주도하는 법률중심주의(legalism)에 빠진 노동운동의 씁쓸한 단면이다.

남북문제를 비롯한 국제 관계는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 하에 있고, 사회경제 체제에서 독점자본의 지배력과 장악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허약한 자유주의 보수 정당이 여당으로 있는 국회는 극우 파시즘 정당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촛불 이후 복지부동하던 수구 관료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며 문재인 정권의 개혁 정책을 발목 잡으려 하고 있다.

(4) 무력하고 관념적인 노동운동

한국노총은 산업별 연맹 등 가맹 조직이 초기업 수준의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에 미치는 힘이 약하다. 민주노총 산하 가맹 조직은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에 미치는 힘이 강하다.

이런 차이로 인해 한국노총만을 안고 가는 사회적 대화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노동에 좋은 합의를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합의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에 좋은 합의일수록 노동이 힘이 없다면 실현되기 어렵다. 앞의 택시 사례에서 보듯이 사용자는 언제나 뒤통수를 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본래적으로 노동보다는 자본과 친화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업 수준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다루는 제대로 된(effective)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노동운동은 동원화(투쟁)와 제도화(교섭)를 두 바퀴로 하여 전진하는데, 민주노총의 경우 정규직 노조들의 경우 동원화 동력은 상당 수준에서 소진된 상황이며, 요즘 투쟁의 동력은 많은 경우 비정규직 노조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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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투쟁이 일회성 결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같은 초기업별 수준의 교섭, 즉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동원화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투쟁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산발성-일회성 투쟁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노동운동의 지도부나 노조 ‘관료’들이 아니라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2. 이렇듯 적대적이고 불리한 객관적 환경과 주체적 조건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단위 노조는 일상적으로 기업 안에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결합되어 있다. 상급단체인 산별 노조의 역할은 기업별로 단절되고 고립되는 분열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초기업별 수준에서 통합함으로써 기업들 사이에서

노동운동 발전의 두 축은 동원화와 제도화, 즉 투쟁과 교섭이다. 노동운동은 이 두 바퀴가 튼튼해야 전진할 수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은 조합원이 참여하는 동원화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대표(representatives)가 참여하는 제도화에는 실패해왔다. 조합원을 기반으로 하는 동원화는 강고한 자본의 지배체제에 균열을 내는 과정이며, 대표가 실력을 발휘하는 제도화는 균열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싸울 수 있는 진지를 확보하는 또 다른 투쟁이다.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만들어낸 균열의 틈새를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지배체제의 균열은 다시금 메워지게 되고, 그 결과 대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반복해서 같은 희생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무한도전'은 노동운동의 인력과 자원을 고갈시키고, 조합원들의 불신과 냉소를 초래하며, 사회적 고립과 경쟁력 낙후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계급투쟁의 큰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노동운동 내부의 '지질한' 권력을 둘러싼 경쟁으로 노동운동가를 내몬다. 당연하게도 노동운동에서 계급 대중과 조합원은 사라지고, 정파들만 설치게 된다.

(매일노동뉴스 2019년 3웛 18일자, "계층별대표 3인 경사노위 복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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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이뤄지는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업 수준에서 일을 규제하고(to regulate work), 노동

을 보호하는(to protect labour) 사업, 즉 노동조건의 표준화(to standardise the terms and conditions of workers)를 일상적으로 벌여야 한다. 즉 산업 혹은 전국 수준에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 수준에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workers' participation in management)가 중요하다면, 산업과 전국 중앙 등 초기업 수준에서는 노동조합의 정책 참여(trade unions' participation in policy-making)가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운동은 산업별 노조로의 조직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산업별 수준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운동의 주체적 노력을 둘러싼 환경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에 대단히 적대적이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환경이 척박하고 노동에 적대적일 때, 노동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면 그만일까? 토론자는 아니라고 본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환경이 적대적일수록 더욱 사회적 대화 틀을 비집고 들어가서 노동자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조직 노동(organised labour)’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노동조합의 전국 중앙 단체의 일상 활동(day-to-day activity)이다. 이미 수십 개가 넘는 국가위원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현실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다.

노동운동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파산하면 누가 가장 즐겁게 웃을지 따져야 한다. 10% 조직 노동인지, 계층별 3인이 대표한다는 90% 미조직 노동인지, 그렇지 않으면 한국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로 대표되는 자본인지 따져야 한다.

경사노위 '폭망'을 기뻐하는 세력이 노동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언론인지, 아니면 자본 편향의 언론인지 살펴야 한다. 경사노위가 위축되면 비례해 위축될 관료들이, 한 줌도 안 되는 양심적인 관료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바뀌어 복지부동 눈치 보다가 다시 기득권 세력과 손잡고 기지개를 켜는 수구 관료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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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3. 흔들리는 경사노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ILO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상화’라고 소제목을 붙이고 나니, 멋쩍다. 사실 경사노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막 걸음마를 뗀 상태였다. 아장아장 아기 걸음으로 걷는 중이었다.

경사노위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 그리고 (본 토론자를 비롯한) 한국의 식자층과 언론 모두,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서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toddlers)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왜 빨리 못 뛰냐고 타박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경사노위 해체는 관념적 노동운동 일각의 주장을 넘어 이제 자유한국당의 주요 주장으로 발전 중이다. 민주노총 불참에 기뻐하는 것은 독점자본과 수구 관료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일부임도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총 안에만 반대파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노총 안에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안 들어오길 바라는 흐름이 있다. 전혀 다를 것 같은 양 극단이 이해를 일치하고 입장을 상통하는 기회주의는 역사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경사노위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대한민국 국가기관 중에 그렇지 않은 게 뭐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수십 개가 넘는 국가기관들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기능하는 수단으로서의 국가기관이라는 혐의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일자리위원회에 민주노총 간부들이 꼬박꼬박 참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사노위를 부정하는 논리라면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꼬박꼬박 참석하는 현실도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위 결정이 노동에 늘 유리한 것도 아니거니와, 설사 유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수구 판사가 똬리를 튼 법원에 가면 뒤집히는 게 다반사다. 경사노위가 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도구라서 들어가기 어렵다는 주장, 그리고 경사노위에서 합의해 봤자 국회 가면 뒤집히니 필요 없다는 논리라면 민주노총과 산하 가맹조직이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가위원회에서 조직적으로 탈퇴하는 게 맞으며, 그게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매일노동뉴스 2019년 3웛 18일자, "계층별 대표 3인 경사노위 복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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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언론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주류들은 대한민국이 무슨 대단한 선진국인양 착각하지만, 대한민국은 사업을 한다는 이들이 최저임금을 떼먹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제적 속물들이 지배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국가에 다름 아니다.

(1) 전제조건 : 경사노위 직원들의 수준과 실력을 높여야 한다!

경사노위가 정상화되려면, 가장 먼저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들과 공무원들을 포함하여 경사노위 상근자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들은 사회적 대화 같은 고차원적인 방정식에 대한 이해는커녕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 등 노동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과 지식조차도 크게 부족하다. 오랜 동안 노동운동과 학문을 통해 노동 문제를 다뤄본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뺀다면, 파견 나온 관료와 공무원들을 비롯한 경사노위 내부 상근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대화와 노동 문제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뜨내기’에 불과하다.

걸음마를 떼는 사회적 대화의 마당인 경사노위 인력 역량이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아무리 역량을 강화하라고 해봤자 도루묵이다. ‘늘공’ 같은 분위기가 만연하면, 다시 말해 경사노위라는 배가 사회적 대화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늘공’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참신한 기획, 과감한 행보, 창조적 발상을 마다 않는 ‘어공’ 분위기로의 전환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력 교체와 실력 있는 인사들의 선발이 필요한데, 이러한 경사노위 차원의 조직 혁신은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인사권과 재정권 강화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2) 전제조건 : 노동기본권(ILO Fundamental Conventions)에 대한 실질적 인정(effective recognition)!

사회적 대화와 관련하여 노사정에서 ‘노동계’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는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권 같은 노동기본권조차 거부하고 있다. 몸만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 마음은 경사노위를 부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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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있는 것이다.

ILO는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노동기본권(workers' rights at work)을 완전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지식 부족, 나아가 무조건적인 심리적 정서적 알레르기 반응은 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ILO협약 비준을 노사가 합의하라고 부추기는 정부 관료들 중에 ILO협약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노동부 안에서 협약 비준 문제를 주무르는 책임자는 국회 토론회에서 요구받은 발언은 하지 않고 자신이 미국 대학에서 나랏돈으로 미국 노동법 학위를 받고 온 걸 자랑하는 인물로, 딱 미국 주류 사회의 노동 문제 인식을 머릿속에 ‘복사’해온 자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협약 비준에서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다.

ILO는 노동기본권 인정을 전제해야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된다는 입장인데, 한국의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먼저 해야 노동기본권이 된다는 입장이고, 사용자는 사회적 대화를 하려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며, 노동계는 ILO가 말하는 노동기본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노동계도 남 눈의 ‘들보’만 탓하지 말고, 내 눈 앞의 현실을 못 보게 하는 내 눈의 ‘먼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3) 전제조건 : ‘교섭’보다 더 많은 ‘정보’와 알찬 ‘협의’!

ILO는 사회적 대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회적 대화라는 삼각형의 세 꼭지점은 “정보-협의-교섭”이다.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사회적 대화가 걸음마 단계라면 교섭보다는

"Social dialogue is defined by the ILO to include all types of negotiation, consultation or simply exchange of information between, or among, representatives of governments, employers and workers, on issues of common interest relating to economic and social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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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정보를 충분히 나누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논의하는 협의를 충실하게 하는 게 맞다. 이러한 단계를 통해 입장 차이가 좁혀지면 교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풍부한 정보 제공과 성실한 협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effective) 교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성공적인 교섭을 위해서는 정보와 협의가 충실해야 한다. 이런 상식 중의 상식을 확인하기 위해 ILO의 개념(definition)을 들먹여야 하는 것도 사회적 대화와 노동 문제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느껴진다.

정부 여당은 정보와 협의의 축적 없이도 효과적인 교섭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실적 조건이 정보와 협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무조건 정한 시기까지 교섭을 끝내야 한다는 태도는 ‘교섭 만능론’ 혹은 ‘교섭 지상주의’에 다름 아니며, 이런 어리석은 고집은 사회적 대화를 위기로 몰고 간다.

교섭이 내실 있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노사정 모두에게 중요하다. 정보가 풍부할 때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그 간격을 좁혀가는 협의의 수준도 높아진다. 양질의 정보와 수준 높은 협의는 내실 있는 교섭의 전제조건인데, 정부 여당을 보면 정보의 확대와 협의의 강화를 통해 교섭의 토대를 닦으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고, 협의를 노련하게 이끌어본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교섭을 한다고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양적인 축적 없는 질적인 전환은 환상이며, 그러한 전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unstainable).

(4) 전제조건 : ‘사회적 대타협’의 허명, 허황한 ‘빅딜’이 아닌 구체적 ‘스몰딜’로 가야

남북관계와 북미회담은 사회적 대화를 풀어가는 데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강자인 미국은 ‘빅딜’을 원하지만, 약자인 북한은 ‘스몰딜’의 반복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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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해 신뢰를 찾고, 이러한 ‘스몰딜’들이 단계별로 이어지면 그 종착점이 ‘빅딜’이라고 말한다. 대단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입장이다.

노동시장 이슈와 노사관계 이슈를 묶어 주고받기 식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는 시도는 지금의 노사정 실력과 체력으로 볼 땐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아기 걸음을 떼는 경사노위를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단계적·점진적·동시행동(phased-gradual-syncronised)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운동권 출신 이해찬-홍영표 류의 ‘몇 월 몇 날까지 안 되면 정부가 국회에 넘기고 국회가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는 식의 협박은 사회적 대화의 안착에 백해무익하다. 북미회담에서 보듯 ‘재수 없는 콧수염’ 볼턴 방식인 ‘빅딜’ 고집이나 힘을 앞세운 ‘압박’으론 답이 없다.

(5) 필수조건 : 계층별 대표 3인은 복귀하고, 민주노총은 참여해야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환경이 척박하고 노동에 적대적일 때, 노동은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면 그만일까? 토론자는 아니라고 본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환경이 적대적일수록 더욱 사회적 대화 틀을 비집고 들어가서 노동자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척박한 땅을 이유로 농사를 안 짓겠다는 것은 농부의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농부라면, 남들이 막아서도 맨손과 맨발로라도 논밭에 나가서 농토를 일궈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 중앙 단체(trade union national centre)의 일상 활동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단체교섭 장에서 사용자들이 정부와 결탁하고 꼼수를 부리고 뒤통수를 치고 사기극을 벌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더 이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일이다. 결국 우리의 힘과 실력만큼 이루는 것이며, 그러한 판 안에서 조합원과 노동 대중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조직 노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적 임무다.

투쟁과 교섭은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전술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투쟁의 성과는 교섭을 통해 제도로 확보해야 하고, 교섭의 제도적 성과는 투쟁으로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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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사회적 대화는 투쟁인가 교섭인가. 필자는 투쟁인 동시에 교섭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기업’을 뛰어넘는 영역이다. ‘대화’는 대등한 관계를 전제하며,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회화’와는 다르다. 사회는 계급과 계급이 부딪히는 세력들 간의 각축과 경쟁의 장이며, 대화는 힘과 힘이 부딪히는 공론과 담론의 장이다. 교섭력은 투쟁력에 비례하고, 투쟁력도 교섭력에 비례한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수준은 교섭과 투쟁의 결합력에 정비례한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하고, 사회적 대화의 운동장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참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노사정 대화가 ‘신자유주의적 도구’라는 주장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신자유주의는 현대 자본주의 특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며, 모든 국가 기구와 사회체제는 직간접으로 한국 자본주의와 관련을 맺고 있다.

노동조합도 그 주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본주의 체제와 연계를 맺게 된다. 대기업-정규직 노조에 쏟아지는 비난은 그 일단을 보여 준다. 자본과 국가는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담판 짓는 장인 단체교섭까지도 자본주의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장으로 활용하려 한다.

사회적 대화 활성화는 노동운동의 전술적 선택의 하나다. 문재인 정권하에서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통한 사회적 대화 강화는 현 시기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에 조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고 사회적 대화를 방기한 지난 20여 년 동안 산하조직 조합원들의 엄청난 투쟁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정치적 영향력과 사회적 위상 추락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자본주의의 변혁은커녕 개혁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점차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대화는, 구체적으로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고상하고 세련된 무언가가 아니다. 사회의 주요 계급과 계급이 국가를 매개로 서로 부딪히며 자웅을 겨루는 운동장이자, 자기 물건은 비싸게 팔고 남의 물건은 싸게 사려 흥정하는 장터다. 이를 우아한 말로 바꾸면 정보-협의-교섭이 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구조적으로 지배계급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경향이다. 그래도 장날에 장이 서면 장 보러 가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17년 11월 13일, "사회적 대화는 고상하고 우아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