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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kpnews.net 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140-87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7 풍양빌딩 5층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주간]제661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배성한 6월 특집호 농업개방이 본격화 된 것은 1993년 UR 협상의 타결과 1995년 WTO 출범부터다.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주식인 쌀마저도 1994 년부터 수입하게 됐다. 특히 중국이 WTO 에 가입한 2001년 이후에는 중국산 농산 물이 수입농산물의 대명사가 됐을 정도로 우리 농산물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 때부 터 우리 농업은 중국산 농산물과 경쟁해 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더해 농가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쌀마저 수입하게 되면서 농민들은 정부지원에 힘입어 논 밭에 축사를 짓고, 시설 하우스를 세우며, 각종 농기계를 들였다. 변화한 환경에 적 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작목으로의 쏠림으로 농산물 가격폭락이라는 또 다른 시련을 낳았다. 한편 시설 투자는 부채의 증가로 나타났 다. 1994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농업구조 개선대책은 막대한 자금을 농촌사회에 투자했으나 여전히 농업은 경쟁력을 갖추 지 못하고 있다. 정부 또한 위기를 극복할 획기적 농업 정책을 여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되고, 다자협상인 DDA가 지리한 공방을 벌이 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체하는 양국 간 의 자유무역협정 FTA가 속속 체결되면 서 농업은 전 방위적으로 수입농축산물 의 공세를 받고 있다. 특히 2007년 타결 되고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는 우 리 농업을 위기로 몰았다. 발효 3년차인 지금, 미국산 체리가 한국산 참외를 밀 어내고 있다. 우리 시장은 이제 다국적 농축산물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주요 채소류들은 중 국산에게, 과일류는 칠레와 미국산이, 축 산물은 유럽과 영연방국가들에게 자리 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국가의 공 통점은 우리와 FTA 체결국이란 점이다. 가뜩이나 수입농축산물이 넘쳐나는 판국에 FTA 보다 더 심각한 TPP가 눈 앞에 있다. 그것도 후발주자인 탓에 우리 조건을 내거는 협상은커녕 일방적으로 입장료를 지불하는 형식이다. 미국은 한 국의 TPP 참여 조건으로 미국 쌀의 추가 수입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제 한을 풀 것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 가 장담한 쌀의 513%의 고율 관세는 무 용지물이 될 것이며, 이는 장벽 없는 쌀 시장 전면개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농정신문 6월 특집호에서는 농업 개방의 현실을 살펴보고, 사실상 우리 정 부가 참여를 공식화한 TPP가 우리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본다. 편집국 시골장터까지 파고 든 수입농산물 한-칠레 FTA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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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kpnews.net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우 140-87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7 풍양빌딩 5층

2015년 6월 1일월요일

[주간]�제661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배성한

6월 특집호

농업개방이 본격화 된 것은 1993년 UR

협상의 타결과 1995년 WTO 출범부터다.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주식인 쌀마저도 1994

년부터 수입하게 됐다. 특히 중국이 WTO

에 가입한 2001년 이후에는 중국산 농산

물이 수입농산물의 대명사가 됐을 정도로

우리 농산물 시장을 파고들었다. 이 때부

터 우리 농업은 중국산 농산물과 경쟁해

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더해 농가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쌀마저 수입하게

되면서 농민들은 정부지원에 힘입어 논

밭에 축사를 짓고, 시설 하우스를 세우며,

각종 농기계를 들였다. 변화한 환경에 적

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작목으로의 쏠림으로 농산물

가격폭락이라는 또 다른 시련을 낳았다.

한편 시설 투자는 부채의 증가로 나타났

다. 1994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농업구조

개선대책은 막대한 자금을 농촌사회에

투자했으나 여전히 농업은 경쟁력을 갖추

지 못하고 있다.

정부 또한 위기를 극복할 획기적 농업

정책을 여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되고,

다자협상인 DDA가 지리한 공방을 벌이

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체하는 양국 간

의 자유무역협정 FTA가 속속 체결되면

서 농업은 전 방위적으로 수입농축산물

의 공세를 받고 있다. 특히 2007년 타결

되고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는 우

리 농업을 위기로 몰았다. 발효 3년차인

지금, 미국산 체리가 한국산 참외를 밀

어내고 있다.

우리 시장은 이제 다국적 농축산물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주요 채소류들은 중

국산에게, 과일류는 칠레와 미국산이, 축

산물은 유럽과 영연방국가들에게 자리

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국가의 공

통점은 우리와 FTA 체결국이란 점이다.

가뜩이나 수입농축산물이 넘쳐나는

판국에 FTA 보다 더 심각한 TPP가 눈

앞에 있다. 그것도 후발주자인 탓에 우리

조건을 내거는 협상은커녕 일방적으로

입장료를 지불하는 형식이다. 미국은 한

국의 TPP 참여 조건으로 미국 쌀의 추가

수입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제

한을 풀 것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

가 장담한 쌀의 513%의 고율 관세는 무

용지물이 될 것이며, 이는 장벽 없는 쌀

시장 전면개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농정신문 6월 특집호에서는 농업

개방의 현실을 살펴보고, 사실상 우리 정

부가 참여를 공식화한 TPP가 우리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본다.� 편집국

시골장터까지 파고 든 수입농산물한-칠레 FTA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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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농업 개방, 세계 자유무역은

어떻게 변했나?

현재 우리나라 농업은 농산물 완

전 개방의 위기 속에서 존폐 위협에

처한 상황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이

어떤 과정 속에서 진행됐는지 세계

무역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다.

자유무역의 시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들의

이해에 따라 각 국가의 시장은 열리

기 시작했다. 1930년대 국제사회는

경제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

치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폐쇄

적인 무역정책을 시행했다. 경기 침

체를 벗어나려던 미국과 영국 등은

자유무역을 통한 국제적 공조체제

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제무역

기구(ITO)의 대체기구로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타

결시켰다.

자유무역의 확대 속에서 농산물

은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품목이었

다. 선진국은 국내 농업 보호가 시

급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무역

을 제한했다. 또 농업구조조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도국 역시 식량 자급이 안정을 찾

지 못한 상황에서 농산물 개방에 민

감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무역 패권 회복 방안은

농산물 시장 개방

세계무역질서는 미국의 이해관계

에 따라 변화해왔다. 미국은 자국

내 농산물 생산 증가와 서비스 시장

증가에 따라 GATT가 아닌 새로운

세계 질서를 모색해왔다.

197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다시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틀

게 된다. 2차에 걸친 오일쇼크는 석

유 수입 국가들의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했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

에 시달리다 각종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했다. 미국 경제력이 상대적으

로 저하함에 따라 세계 무역구조는

일방적인 미국의 독주에서 벗어났

다. 일본, 유럽, 아시아 신흥공업국

등 무역 구조는 다자화 됐다.

농산물 시장도 크게 변화했다.

1972년 세계적 흉작에 따른 곡물

생산 감소는 엄청난 가격파동을 초

래했고 식량 부족에 대한 위기를 고

조시켰다. 이는 자국 농산물 시장

을 격리 보호하려는 경향으로 나타

났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개도국들

의 식량자급이 높아졌고 식량 수급

은 다시 과잉됐다.

재고처리가 고민이었던 미국과

유럽공동체(EC)는 경쟁적으로 자

국 농업에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며

세계 시장에 농산물을 수출했다. 막

대한 수출보조금과 과잉생산구조

에 농업개혁과 보조금 감축 등이 시

급해졌다. 농산물의 무역자유화, 즉

과도한 보호 조치를 철폐할 필요성

을 느꼈던 것이다.

특히 미국은 농업뿐만 아니라 제

조업 쇠퇴, 서비스업 팽창 등 산업구

조 변화를 겪으면서 경상수지 적자

에 허덕여 새로운 무역질서 구축을

시도했다. 농업, 서비스산업 및 첨단

기술의 비교우위를 무기로 해 세계경

제에 대한 패권을 회복하고자 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의 태동

이런 배경 속에서 1983년 GATT

의 제8차 회의인 ‘우루과이라운드

(UR)’가 개시됐다. 농산물 협상은

첨예한 대립 속에서 진행됐다. 미국

은 모든 농업 보조금을 10년 내로

철폐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

나 한국과 일본은 급격한 시장개방

에 반대했다. 농업구조가 취약한 개

도국들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

수입 농산물이 밀려들어와 자국 농

업이 잠식당할 우려가 있었다.

결국 UR은 1993년 ▲농업 비관

세 장벽 철폐와 관세화 ▲국내농업

보조 규제 ▲수출보조의 대폭적인

감축 등 농산물 시장 개방에 합의하

는 것으로 끝이 났다. UR은 사상 최

초로 모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각국의 국내 보조금과 농업정책을

국제규정으로 규제해 시장 개방을

강제했다.

UR에 참여한 125개국은 합의안

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국제

기구 설립에 합의했다. 바로 1995

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다.

� 박선민�기자

첫 FTA 체결 뒤 농지 13만㏊ 사라졌다

서울시 면적 2배 넘게 감소 … 식량주권 ‘경고등’

“앞으로 FTA 효과 더 부각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 최초

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그 뒤 11년이 지났다. 그동안 11건의

FTA를 발효했고 4건의 FTA를 타

결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농업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농업을 떠받치

는 주체인 농가들은 희망을 잃은 채

부채에 짓눌리고 있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

면 2005년 343만4,000명(127만

3,000농가)이던 농가 인구는 2010

년 306만3,000명(117만7,000농

가)으로 급감했다. 농가 인구는 매

년 줄어들어 지난해엔 275만2,000

명(112만1,000농가)에 그쳤다.

전국의 농지면적 역시 2005년

182만4,000㏊에서 2010년 171만

5,000㏊, 2014년 169만1,000㏊로

차츰 감소했다. 이 기간에 감소한 농

지면적(13만3,000㏊)은 서울시 면

적(6만1,000㏊)의 2배를 웃돈다. 밭

면적은 2005년 71만9,000㏊에서

75만7,000㏊로 소폭 늘어났지만

논 면적이 같은 기간 110만5,000㏊

에서 93만4,000㏊로 약 15.4% 줄

었다. 식량주권 지키기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축산물 수입으로 약세를 면치 못

하던 한육우농가들도 잇따른 축산

강국들과의 FTA 체결에 버티지 못

하고 있다. 2005년 19만2,000가구

였던 한육우 가구 수는 EU(2011년

7월 발효)·미국(2012년 3월 발효)

과 FTA 이후인 2012년 14만7,000

농가로 줄었다가 올해 1사분기엔

10만1,000가구로 10만 가구에 간

신히 턱걸이했다.

10년 새 농가 수는 반토막 난 반

면 한육우 사육 마리 수는 2005년

181만9,000마리에서 올해 1사분기

엔 265만9,000마리로 껑충 뛰었다.

이는 농가 규모화가 급속도로 추진

됐음을 뜻한다.

규모화는 곧 과도한 부채부담으

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농가

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축산농가의

부채는 농가평균에 비해 2.5배 수

준인 6,842만8,000원을 기록했다.

한편, 농가의 평균부채는 2011년

2,603만5,000원에서 지난해 2,787

만8,000원으로 상승했다.

또, 논벼농가와 채소농가는 농가소

득보다 가계지출이 많은 것으로 드러

났다. 논벼농가는 농가소득이 2,250

만원인데 가계지출은 2,265만8,000

원이었으며 채소농가는 농가소득은

2,571만8,000원인 반면 가계지출은

2,665만9,000원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개최

한 제18회 농업전망에서 “국내외 농

축산물 수급변화 가능성이 상존하

는 상황에서 FTA 이행 진전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로 FTA 효과가 더 부

각돼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

러면서 “기존 FTA 국내보완 대책 운

영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파

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보완책 마련

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기원�기자

FTA, ‘관세 철폐’로 점철된 수입농축산물 잔치

수입농산물 시장 점유율 증가, 국내 농업 피해 심각

정부는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FTA로 각종 농

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국내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잠

식당하고 있다. 우려했던 농업피

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FTA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

인 무역특혜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더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통

해 당사국 간 자유무역을 더 활성

화하자는 것이 바로 FTA다.

WTO 출범 이후 급증하기 시작

한 FTA는 전체 399건의 협정 중

1995년 이후에만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349건이 발표됐다.

세계적인 FTA 확산 추세에 따

라 우리나라도 FTA역외국으로

불이익을 피하고 경제권을 확보한

다는 명분으로 지난 10여년간 동

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해왔

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

된 이후 현재 싱가포르, EFTA(유

럽자유무역연합), ASEAN(동남

아시아국가연합), 인도, EU, 페루,

미국, 터키, 호주 등 50개국과 총

11건의 FTA를 발효했다. 여기에

올해 콜롬비아, 뉴질랜드, 베트남

과 FTA를 정식서명하고 중국과

는 가서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농축

산물 수출 강국이란 점이다. 국내

통상정책은 자동차, 반도체 등 공

산품 수출 확대를 위주로 농산물 시

장 개방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가

지난 10년 간 체결한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제외 됐지만, 주요 농축산

물의 개방은 피할 수 없었다.

한-칠레 FTA의 경우 가장 우려

가 되는 품목은 포도였다. 때문에 국

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칠레산 포

도에는 계절관세를 적용했다. 그러

나 10년 후 철폐 조건에 따라 이마저

도 2013년 완전히 사라졌다. 2013

년 칠레산 포도 수입은 1억7,000만

달러로 2003년 대비 12.2배나 증가

했다. 이로 인해 국내 포도 생산량

은 42만2,000톤에서 2012년 27만

8,000톤으로 감소했다.

한-EU FTA는 축산물이 쟁점

이었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낙

농품 등을 EU로부터 많이 수입

해왔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10

년 후 관세 철폐 조건으로 합의하

고 세이프가드를 설정했다. 낙농

품은 분유·치즈에 무관세 물량

(TRQ)을 배정했다.

시장 개방율은 높았다. 양허제

외 품목이 42개인 반면, 관세즉

시철폐 품목은 613개로 41.8%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한-EU FTA

이후 축산물 수입이 가장 많이 증

가했다. 발효 전 2년간 수입물량

보다 발효 후 2년간 수입물량은

51.9%나 증가했다.

한-미 FTA는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이나 다름없었다. 쌀을 제외

한 품목 대부분이 관세철폐 대상

이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협상

대상 1,531개 중 무려 1,502개가

관세철폐 이행 품목으로 양허됐다.

무엇보다 한-미 FTA체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과거 5년

평균 수입량보다 53.6%나 증가했

다. 반면 국내 한우 가격은 과거 5

년 평균 가격보다 11% 떨어졌다.

수확·유통 기간이 비교적 뚜렷

하게 구분되는 포도(5월~10월)·

오렌지(9월~2월)·칩용 감자(5월

~11월) 등은 계절관세를 붙이고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최근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축산 강국들과의 연이은 FTA

로 축산 농가의 큰 피해가 예상된

다. 지난 해 체결된 한-호주 FTA

의 경우 현재 40% 수준의 쇠고

기 수입 관세가 2030년이면 완전

히 사라진다. 뉴질랜드, 캐나다와

FTA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증가하

면서 양돈농가 피해도 우려된다.

FTA 체결 이후 상대국 농산물

에 대한 관세 철폐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업 피해가 가시화되

고 있다. 농산물 수입은 2004년 1

억1,100만 달러에서 2013년 153

억1,4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수

입농산물의 국내 농산물 시장 점

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의무수입

허용이나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

을 얻은 수입농산물이 시장을 잠

식한 셈이다. 수입과일은 2003

년 16.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다,

2013년 23%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른바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한-중

FTA 체결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농산물 시장 개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박선민�기자�

2 특 집 - 농 업 개 방 현 황

� 출처:�농림축산식품부

확실한 보호대책 없는 개방농정 속에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40년간 소를 키우다 지난 2013년 폐업한

전북 남원의 정기열(62)씨가 빈 축사를 둘러보는 모습. � 권순창�기자

FTA별�협상내용�비교

한-칠레

한-싱가포르

한-EFTA

한-아세안

한-인도

한-EU

한-페루

한-미국

한-터키

한-콜롬비아

한-호주

한-캐나다

관세즉시철폐

양허제외

0 10 20 30 40 50 60 70 80

�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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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수입 농산물의 또 다른 이름 … ‘김치’ ‘다진양념’

관세 낮은 김치·고추 관련 품목 수입량 큰 폭 증가

일정물량 고정 수입 …

수입 김치 입지 견고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는 대부분이 중국

산으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

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20만톤까지

늘었으며 2014년 현재 김치 수입량은 21

만4,000톤에 달한다.

김치 수입의 가장 큰 이유는 여름철 수

급 불안정 해소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월 평균 2만톤 수준

의 김치가 월별 큰 변동 없이 일정하게 수

입되고 있다. 국내산 수급변화와는 무관

하게 수입산 김치를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요식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작형별

평균 김치 수입량은 ▲겨울배추 출하기인

1~3월에 4만8,000톤 ▲봄배추 출하기인

4~6월에 5만1,000톤 ▲고랭지배추 출하

기인 7~9월에 4만7,000톤 ▲가을배추 출

하기인 10~12월에 5만5,000톤으로 조사

됐다. 김치 수입 이유가 수급불안정이 아

님을 반증한다.

관세 낮은 고추관련 품목 수입 ‘우르르’

2011년 국내 건고추 재배면적과 단수

감소에 따라 건고추 가격이 큰 폭으로 상

승했을 당시 냉동고추, 혼합조미료, 기타

소스 등 고추 관련 품목의 민간 수입물량

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다음해인 2012년, 2013년 국

내 생산량이 증가해 시장가격이 하락했

음에도 불구하고 고추 관련 품목 수입물

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2015년산 건

고추 재배면적 감소와 대응방향’에 대한

현안분석자료를 발표하고 2015년산 건

고추 재배면적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고추

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고추 관련 품목 수

입이 증가하고, 결국 자급률은 더 떨어진

다는 것. 자급률은 2011년 국내 생산량

이 크게 떨어지고 수입량이 증가했을 당

시 42%까지 낮아졌다. 이후 최근 5개년

건고추 생산량은 9만4,868톤을 유지하

고 있으나 고추류 수입량이 9만8,192톤

으로 국내 생산량을 넘어서면서 2013년

자급률은 전년 이월량을 포함해 54% 수

준에 불과하다.

고추류 총 수입량은 2000년 2만9,915

톤에서 2013년 9만6,407톤으로 연평균

9.4%씩 증가했다. 여기서 고추류란, 건

고추, 고춧가루, 냉동고추 등과 혼합조미

료, 기타소스, 고추장, 김치 등에 포함된

고춧가루를 의미한다. 해당 품목에 포함

된 고춧가루 비중을 산출하고 이를 수분

을 제한 건고추로 환산해 중량을 집계했

다. 다진양념(일명 다대기)은 수분 포함

여부에 따라 혼합조미료(고춧가루 건다

대기)와 기타소스(습다대기)로 구분돼 수

입되고 있다.

건고추 생산량이 7만7,110톤으로 가

장 적었던 2011년, 고추류 수입량은 11

만9,256톤으로 최대 수입량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량이 10만톤 내외였던 2012년

과 2013년에도 각각 9만6,000톤 이상이

수입됐으며, 2014년 8월부터 올해 7월까

지 9만5,000톤 내외가 수입될 전망이다.

관세율이 높은 건고추와 고춧가루 수

입은 전체 고추류 수입의 10%수준에 불

과하다. 그러나 관세가 낮아 수입업체가

선호하는 냉동고추는 34%, 혼합조미료·

기타소스는 45%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량에 수출량을 제외한 고추류 순수

입량은 2000년 2만2,931톤에서 2013년

7만6,645톤으로 연평균 9.7%씩 증가했

다. 관세율이 높은 건고추는 같은 기간 연

평균 4.1%씩 감소했지만, 관련 품목은 연

평균 11.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급률은 줄어드는데, 수입량은 늘어만 가네 ”

신선한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등을

버무린 김치. 대한민국의 ‘맛’이라 불

리며 우리 식탁에서 빠지지 않고 등

장하는 대표적인 우리 음식이다. 이

같은 식문화에 따라 배추는 국내 채

소류 생산액의 8.8%를 차지하고 있

으며, 고추는 13%, 양파는 5.1%, 마

늘은 5.2%를 차지하고 있다. 즉, 국

내 채소 재배농가들의 상당수가 김

치 재료를 생산하고 있음을 의미한

다. 그런데 해마다 김치 수입량이 늘

어남에 따라 김치 재료에 쓰이는 수

입산 고추, 양파, 마늘 등이 수입산

배추에 버무려져 함께 들어오고 있

다. 특히, 건고추의 경우 관세가 높

은 건고추 대신 관세가 낮은 고추 관

련 품목, ‘다진양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양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실

정이다. 배추 재배농가뿐 아니라 국

내 채소류 농가들이 통째로 흔들리

고 있는 이유다. � 전빛이라�기자

[채소류-배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에 따

르면 배추 전체 재배면적은 2000년 5만

2,000㏊에서 2013년 3만2,000ha로 연

평균 4%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생산농가의 고령화, 노동력 부족 외에도

중국산 김치 수입 증가와 식습관 변화에

따른 국내 배추 소비 감소 등으로 재배면

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4년도 재배면적은 3만1,000ha로

2000년보다 40% 감소했다.

◆수입 김치를 배추로 환산한 배추 총 공

급량은 2000년 310만7,000톤에서 2013

년 282만4,000톤으로 연평균 1%씩 감소

했다. 국내 생산량은 감소 추세를 보였지

만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순수입량

이 증가하면서 전체 공급량 감소폭은 크

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 수입량을 포함한 자급률은 2000

년 101%에서 2013년 85%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배추 자급률은 87%

수준이다.

◆배추 총 공급량을 감안한 1인당 소비

량은 2000년 66kg에서 2013년 56.2kg

으로 연평균 1%씩 감소했다. 2014년 1인

당 소비량은 60.6kg으로 2013년과 평년

보다 각각 8%, 11% 증가한 수준이다.

[과일류-포도]

◆포도 재배면적은 2000년 2만

9,000ha에서 2014년 1만6,000ha로

2000년에 비해 44%나 줄어든 것으로 나

타났다.

◆과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 과일 소비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과일

의 소비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내산 과일 가운데 포도, 배, 수박,

참외, 딸기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수입포도와 체리가 수입되는 봄, 여름

에 수박, 참외, 국산 포도 소비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신선포도 수입량은 2000년 8,000

톤 정도였으나, 칠레와 페루, 미국 등과의

FTA타결 이후 급증하면서 2014년 5만

9,000톤을 기록했다. 칠레산 포도는 전

체 포도 수입량의 80%이상을 차지한다.

2011년 수입이 시작된 페루산 포도는 점

차 비중이 커져가며 2014년 전체 수입량

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축산류-쇠고기]

◆1996년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84만

마리를 기록한 이후 외환위기 등을 이유

로 2001년 140만6,000마리까지 감소했

다. 이후 국내산 쇠고기 소비 증가에 따라

2002년부터 연평균 8% 증가했지만 2013

년 이후부터는 사육 마릿수가 점차 감소하

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은 지난

해보다 5.4% 감소한 276마리다.

◆2003년 말, 국내 수입시장의 75.3% 점

유하고 있던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 발생으

로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지면서 2001년

42.8%의 국내 자급률은 2013년 50.2%까

지 상승했다. 2012년 미국산 시장점유율은

미국의 광우병 발생과 생산량 감소 등을 원

인으로 37%까지 하락했으나 2013년 이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2010년 11

월 구제역 발생으로 2011년 자급률은 최저

수준인 42.8%를 기록한 바 있다.

◆2014년 쇠고기 수입량은 28만1,000

톤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했다. 이에 따

라 쇠고기 총 공급량은 2013년보다 4.9%

증가한 54만2,000톤이다. 국가별로는 호

주산이 15만1,000톤으로 수입 쇠고기 시

장의 53%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다음으

로는 미국산이 10만5,000톤으로 38%를

차지한다.

<건고추�수입�동향:�연산기준�8월~익년�7월>

2000 2005 2010 2011 2012 2013

건고추 8,131 10,809 11,735 20,445 5,235 6,543

관련 품목 21,784 56,913 89,686 98,812 91,514 96,407

합계 29,915 67,722 101,422 119,256 96,749 96,407

3특 집 - 주 요 농 축 산 물 수 입 현 황

한 식품회사에서 생산한 고추장 제품 뒷면에 고추양념이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다. 해당 제품은

쌀 21.9%와 고춧가루 2.0%는 국산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고추양념에 들어간 고춧가루는 9.3%에

달한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 단위:�톤

� 자료:�통계청,�관세청 � 자료:�한국무역협회 � 자료:�농림축산검역본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고추류 자급률과 수입

량의 변화 추이.

600

500

400

300

200

100

0

6만

5만

4만

3만

2만

1만

0

30만

25만

20만

15만

10만

5만

02000 2005 2009 2011 2013 2014 2000 2005 2010 2013 2014 2000 2010 2011 2012 2013 2014

배추�수입량 포도�수입량 쇠고기�수입량

2000 2003

수입량

자급률

96,407톤

29,915톤

89%54%

재배면적 자급률 수입량

� 단위:�톤� 단위:�톤� 단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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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과일 좌판 중심엔 체리와 바나나가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믿을 수 있는 제철농산물의 판매 촉진을 위해 ‘진

심을 판다 안심을 산다’ 캠페인이 한창이다. 그러나 매장 안을 들여다보니 과일 판매대의 절반가량을

수입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바나나와 오렌지는 기본, 미국산 체리와 아보카도, 칠레산 거봉과 포

도, 필리핀산 망고까지 농촌의 다문화가족을 위한 배려치고는 수입과일의 양이 상당하다.

상황은 재래시장도 마찬가지. 이날 열린 김포장과 강화 오일장을 둘러보니 과일상인의 좌판 중

심에는 체리와 씨없는 포도, 오렌지와 바나나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국산 토마토와 참외, 수박

등은 좌판 한 쪽으로 밀려나 자리를 잡고 있다. 잡곡을 파는 상인의 바구니에도 원산지를 중국산

이라고 밝힌 참깨와 검정깨, 수수, 기장 등이 가득 담겨 있다.

충남 천안 성환이화시장의 한 약재상에는 인도산 울금과 강황, 중국산 당귀, 계지, 연자육 등 생

소한 이름의 약재까지 포대에 담겨 상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수입과일, 수입잡곡에 이어 수입약재까지 각종 FTA로 귀결되는 정부의 개방농정으로 인해 수

입농산물이 국내 농산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늘어가고 있는 수입농산물,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 한승호·홍기원�기자�

4 특 집 - 화 보

지난달 27일 경기도 김포북변공영주차장에서 열린 김포 오일장에서 한 과일 상인이 미국산 체리를 봉지에 담고 있다. 과일 좌판의 중심에 체리와 오렌지, 바나나가 놓여 있다.

지난달 27일 강화 풍물시장 일대에서 열린 오일장에서 한 노인이 씨없는 포도를 구입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 미국산 체리와 오렌지, 칠레산 거봉과 필리핀산 망고 등이 진열돼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남 천안시 성환이화시장에서도 수입농산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26일 성환이화장에서 팔고 있는 수입약재들을 보면 중국

산 복분자, 당귀, 연자육뿐 아니라 인도산 울금과 강황도 있다.

지난달 22일 충북 옥천공설시장의 한 점포에서 중국산 수수와 참깨, 율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곳에선 중국산 기장쌀이나 차조 등 수입산 잡곡을 파는 점포

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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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가격 폭락은 생산량 과잉 탓?FTA 체결로 인한 수입농산물 증가가 원인 …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수입하기도

2014년은 거의 모든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한 해였다. 양파·마늘·고추·배추·배·

포도 등 어느 품목 할 것 없이 도미노처럼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양파나 배추처럼

심각했던 품목은 2013년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수확해봐

야 오히려 손해니, 밭을 갈아엎어 버리는

상황도 속출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산물 가격 하락

주원인은 작황 호조로 인한 생산량 증가

와 소비 감소다. 실제 지난해 태풍 등의 자

연재해가 없어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무분별한 FTA

체결로 인한 수입농산물 증가와 물가안정

명목으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증

량시키는 정부의 수급 정책이다. TRQ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 합의안

에 따라 일정물량만 저율관세로 수입이 보

장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내시장의 영

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그 목적이지만 현

재 TRQ 제도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수단

으로 악용되고 있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TRQ 악용한 무분별 수입

정부는 지난 2011년 고추가격이 상승

하자 2010년 수입량의 약 두 배인 1만

4,092톤을 TRQ 물량으로 수입해 시장

에 방출했다. 뿐만 아니라 고추가격이 하

락하기 시작한 2012년에는 8,710톤을

수입했다. 정부수입량, 민간수입량, 국내

생산량에 이르기까지 국내엔 고추가 넘

쳐났고, 판매되지 못한 고추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결국 공급 과잉으로 고

추가격은 600g에 5,500~6,000원으로

반 토막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3년, 고추 TRQ 물량 6,185톤을 추진

했다.

양파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2012년 이

상기후로 국내 양파 생산량이 감소하자 정

부는 바로 수입양파에 긴급할당관세 10%

를 적용하고, 2013년 상반기에는 TRQ 물

량을 증량했다. 여기에 민간수입량까지

더해진 2013년 양파 수입량은 평년대비

75.4% 증가한 10만8,000톤에 달했다. 그

리고 지난해, 양파 가격은 최악으로 떨어

졌다. 생산비를 건진 농가를 찾기 힘들 정

도였다.

이 여파로 올해 양파 재배면적이 줄어 생

산량이 지난해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

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저장양파를 조생양

파 수확기에 방출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TRQ 물량 도입까지 고려중이다.

무분별 FTA 체결 … 단기간 열대과일 급증

국내산 과일 3년 만에 최저 가격 찍어

무차별 FTA 체결로 수입과일 물량과

종류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

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망고나 자몽 등 열

대과일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

만 이제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열대과일이

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마트 명절 선물

용으로 수입과일세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미

국산 체리 관세 24%가 철폐되면서 체

리 수입량은 2011년 4,982톤에서 2012

년 9,454톤으로 급증했다. 그 다음해인

2013년, 체리 수입량은 최초로 1만톤을 넘

어섰으며, 지난해엔 1만3,359톤이 수입됐

다.

또 다른 한-미 FTA 수혜 품목은 오렌

지다. 3~8월 오렌지에 적용되는 계절관세

가 2018년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올

해 적용되는 계절관세는 15%로, 매년 5%

씩 인하돼 2018년에는 무관세로 수입이

가능해진다.

한-칠레 FTA 10년째인 지난해, 칠레산

포도에 붙었던 45%의 관세도 철폐됐다.

지난 한 해 수입된 신선 포도는 5만9,260

톤으로, 앞으로 포도 수입은 더 증가할 것

이 자명하다.

자몽과 망고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

비가 늘어 최근 3년 사이에 자몽 수입량은

약 2배, 망고는 약 4배 증가했다.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관

세가 FTA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으나,

역으로 수입상 입장에선 수입할 수 있는

과일 종류가 많아지는 셈이다. 올해 초 미

국 서부지역 항만노조 태업 사태가 길어져

오렌지 수입이 여의치 않자 수입상들은 수

입포도로 목표를 전환했다. 결국 이러나저

러나 수입과일이 들어오는 것은 똑같은 것

이다.

반면 대체과일의 증가로 지난해 국내 주

요 과일은 3년 만에 최저 가격을 찍었다.

작년 9월 추석 이후 거봉 2kg 상품은

9,000원대, 신고 배는 2만원대로 폭락

했다. 또 최근 감귤은 평년의 절반 값으

로 떨어졌다. 3~4월 오렌지와 포도 수입

이 집중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은 더 두

드러진다. 지난해 하락한 과일 값 대부

분은 아직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에 의하면 수입과일 물량이 10% 증가할

때 국내과일 가격은 2%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FTA·TPP 체결 시도

는 국내과일의 설 자리를 점차 밀어내고,

가격 폭락 사태는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작목 선택은 도박 … 주산지 ‘휘청’

수입농산물로 인해 시장 가격이 교란되

면서 주산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일정

가격 이상 수입이 보장된다는 법이 없으니

해당 지역의 주력 품목임에도 농사짓기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충남 예산에서 농사를 짓는 조흥환씨는

“보통 100m 하우스 한 동이 밭떼기로 250

만원에 거래되는데, 지난해는 150만원에

계약했다”며 “그런데 상인이 인건비 등을

고려해보고 타산이 안 맞으니까 배추를 수

확해가지 않았다. 배추를 수확해야 수박이

나 토마토 등 후작을 하는데 문제가 이만저

만이 아니었다. 결국 배추가 자연적으로 썩

게 그냥 놔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도 지난해와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배추를

심지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지금 조씨는 하

우스 25동을 그대로 비워둔 상태다. 비단

조씨만이 아니라 올해 예산에서 시설봄배

추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상당수다.

또 지난 2013년 마늘 가격이 폭락하자

적지 않은 수의 마늘 재배 농가가 양파로

작목전환을 했고, 이는 지난해 유례없는

양파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수입농산물 증가, 가격 폭락,

작목 전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기반까지 무너지는

형국이다.

개방농정 이후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수입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농산

물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그 때 그 때의 수급에 따라 등락을 반복한다. 국내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농산물 가격은 하락한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생산량 과잉 여부에 상관없이

수입농산물이 시장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정책은 국내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보다, 소비자 물가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것 같으면 정부는 수입 물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킨다.

가격이 폭락하면 적자고, 폭등하면 끌어내리니 농민들은 농사를 “도박하는 심정”으로

한다고 토로한다. 결국 수입농산물의 증가는 주산지 농민들의 생산기반을 상실케 하

고, 식량자급률 하락, 수입농산물 의존으로 연결돼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마저 위태롭

게 만들고 있다.� 안혜연�기자

5특 집 - 농 산 물 가 격 폭 락 과 수 입 개 방

열대과일�수입�증가에�따른�국내과일�가격�하락

최근�3년간�과일�수입량�변화�(단위:�톤)

배�도매가격�동향�(단위�:�원/15kg)�

포도�도매가격�동향�(단위�:�원/5kg)

감귤�도매가격�동향�(단위�:�원/10kg)

6만

5만

4만

3만

2만

1만

0

6만

5만

4만

3만

2만

1만

0

6만

5만

4만

3만

2만

1만

0

2014.9 10 11 12 2015.1 2 3 4 5 2014.9 10 11 12 2015.1 2 3

2012 2014

2014.6 7 8 9 10 11 12

망고

2839

망고

10599체리

9454

체리

13359자몽

10452

20,704톤

증가

자몽

19491

평년

2014년산

평년

2014년산

평년

2014년산

� 출처�:�통계청�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주요 농축산물 가격

청과물 경락가격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www.garak.co.kr), 전화 : 02)3435-0800

구분 품명 등급 단위(kg)평균가격 지난주 평균가격 지난해 평균가격

22일 25일 27일 15일 18일 20일 23일 26일 28일

무 일반무 상 18kg,비닐포 9,388 10,361 12,395 9,412 9,297 9,358 6,352 7,324 8,411

알타리무 상 2kg,단 1,550 1,900 1,900 1,850 1,900 1,900 1,400 1,750 1,650

열무 상 4kg,상자 3,640 5,446 6,419 4,696 4,829 4,421 3,834 3,432 3,285

양파 일반 상 1kg 672 650 618 748 637 754 453 397 441

마늘 한지형 상 1접 29,000 29,000 29,000 29,000 29,000 29,000 - - -

깐마늘 상 1kg 5,125 5,125 5,125 5,125 5,125 5,125 3,625 3,625 3,625

대파 일반 상 1kg,단 1,772 2,440 2,829 1,647 1,667 2,315 776 966 999

고구마 상 10kg,상자 31,452 32,392 30,955 29,522 29,677 31,867 23,959 22,450 23,826

감자 수미 상 20kg,상자 55,326 36,222 33,209 56,791 51,262 52,520 25,119 17,714 20,699

고추 건고추(양) 상 600g 9,150 9,150 9,150 9,150 9,150 9,150 7,250 7,250 7,250

청양고추 상 10kg,상자 30,050 35,323 44,901 36,564 27,902 31,658 32,059 31,734 31,434

시금치 상 4kg,상자 6,832 6,495 6,884 7,907 6,886 7,322 6,273 6,834 6,831

토마토 상 5kg,상자 10,451 11,187 12,070 12,459 12,700 11,628 8,783 7,977 6,760

방울토마토 상 5kg,상자 19,936 17,967 18,000 18,584 16,508 17,425 12,604 11,279 10,100

딸기 상 2kg,상자 14,784 12,288 13,169 14,538 11,859 12,381 12,165 10,203 10,156

당근 상 20kg,상자 23,711 25,306 24,203 27,960 24,267 24,438 28,095 29,727 29,029

버섯 느타리 상 2kg,상자 4,463 4,630 4,045 4,497 4,415 4,647 4,773 5,220 4,696

양송이 상 2kg,상자 17,453 16,534 16,686 14,799 14,347 17,489 19,977 16,255 17,845

새송이 상 2kg,상자 5,641 5,727 6,063 6,716 5,992 5,800 6,479 5,955 5,821

생표고 상 4kg,상자 29,912 32,577 34,381 36,073 31,265 27,686 33,594 36,063 34,494

팽이버섯 상 5kg,상자 8,500 8,849 7,296 7,500 8,000 7,578 7,590 7,243 6,820

사과 부사 상 15kg,상자 57,565 59,871 51,230 57,848 61,176 59,758 48,111 54,173 50,932

배 신고 상 15kg,상자 30,181 39,126 31,652 27,230 37,102 36,367 52,153 54,922 44,650

감귤 하우스 상 3kg,상자 25,103 26,881 27,083 29,070 28,490 28,928 30,000 29,770 26,979

참외 일반 상 10kg,상자 33,904 38,194 40,725 32,162 30,003 28,851 23,474 24,835 23,519

수박 일반 상 10kg,상자 14,974 16,327 15,252 16,591 15,880 14,700 13,543 14,129 13,356

오이 백다다기 상 50개 10,562 9,611 9,339 12,311 8,342 8,260 9,854 7,771 6,967

화훼류 경락가격 단위 : 속(분), 원/속(분) 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www.yfmc.co.kr), 전화 : 02)579-8100

구분 품명 등급평균가격 지난주 평균가격 지난해 평균가격

22일 25일 27일 15일 18일 20일 23일 26일 28일

국화 그린폼폰 특 - - - - - - - - -

신마 특 8,465 6,324 5,105 6,967 5,631 7,864 4,212 3,259 2,322

카네이션 노살바 특 - - - - - - - - -

스프레이 특 870 - 2,156 2,900 2,574 1,854 - - 2,280

장미 레드칼립소 특 3,105 1,935 1,505 5,370 3,116 3,244 1,687 1,462 1,593

안개꽃 안개 특 4,057 - 3,673 6,503 - 6,446 1,062 688 444

백합 라이잔/01 특 - - - - - - - - -

거베라 거베라 특 1,812 1,718 2,466 4,203 2,379 2,046 2,124 1,422 1,563

해바라기 해바라기 특 2,561 690 1,427 2,880 1,205 1,180 1,261 823 1,100

천일홍 천일홍 특 - - - - - - - - -

스타티스 오션블루 특 - - - - - - 2,200 3,100 3,075

환타지아 특 1,969 2,906 2,877 2,928 4,422 2,648 1,475 2,096 1,906

골든볼 골든볼 특 1,406 1,747 1,645 2,179 1,527 2,046 905 828 936

글라디올러스 화이트 특 7,469 3,114 5,643 - - - - - -

공작초 백공작 특 4,086 2,363 2,980 2,586 2,574 2,870 1,767 1,593 1,931

핑크 특 2,710 1,774 2,210 1,300 - - - - -

위 가격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에서 집계한 자료를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게재하는 것입니다.이 가격은 도매시장 법인, 산지, 생산자, 포장 및 선별상태, 거래시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도매법인별 출하상담 _ 중앙청과(02)3435-3700 / 대아청과(02)3435-8800 / 동부팜청과(02)3435-7000 / 한국청과(02)3435-1110 / 서울청과(02)3435-2000

양배추 상 8kg,그물망 10,763 10,905 11,411 9,039 8,340 10,080 3,514 4,398 3,388

배추 일반배추 상 10kg,그물망 9,760 10,485 9,196 12,538 11,431 11,087 2,374 2,504 2,214

얼갈이배추 상 4kg,상자 4,382 5,217 4,807 5,423 4,543 4,815 3,371 4,604 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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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TPP 반대’ 현수막 내건 일본 농협

JA전중 “농협법 개정 철퇴로 위축 됐지만 전략적 공격 여전”

JA전중(全中)은 일본의 농협중앙회

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광역행정

구역)에 각 지역농협이 있고, JA전중

이 중앙회인 셈이다. 한국과 비슷한 조

직 체계지만 활동은 극과 극. 예를 들

면 한국의 농협중앙회가 쌀 전면개방

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정부

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결코 내지 않는

데 반해, JA전중은 농업 피해를 이유

로 반TPP 뱃지를 안내직원부터 패용

하고, 지역 농협에는 지난 5년간의 시

간이 느껴지는 빛바랜 반TPP 현수막

이 걸려 있다.

지난달 11일 도쿄에 위치한 JA

전중 회의실에서 만난 마사시 구리

타 WTO·EPA대책과 과장은 “과거

WTO 가입 때와 TPP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며 “TPP는 비밀 협상이기 때

문에 전혀 공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보도 들어오지 않는다. 위기감이 느

껴진다”는 말부터 꺼냈다.

하지만 도 지역농협의 노골적인 반

TPP 보다는 전략적 공격에 중점을 두

고 있다.

마사시 과장은 “중앙은 여당과의 관

계상 대놓고 ‘TPP 절대반대’를 외치긴

어렵다. 하지만 현 자민당 정권의 지난

선거 공약이 TPP 반대였다. 또 하나

TPP에서 5대품목을 제외하라는 자

민당의 결의안을 기초로 국회 결의안

이 만들어졌다. 이 두 가지를 지키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정부를 반대한다는 직접적

인 구호가 아닌 여당과 정부가 한 약속

을 지키라는 것을 핵심 구호로 정한 것

이다.

한편으로는 47개 도도부현 별 JA전

중 농정부장들과 회의 등을 통해 각 지

역의 반TPP 요구를 수렴한 집회도 구

상하는 등 대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1천만 농민

회원의 요구’를 명분으로 대정부 활동

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물론 반정부 활동에 밉보인 탓에, 지

난해 5월 아베 정권은 규제개혁회의에

서 JA전중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의

개혁안을 내놓아 파란이 일었고, 지난

2월엔 ‘개혁안 합의’라는 결과를 낳기

도 했다.

이에 마사시 과장은 “농협법 개정 이

후 JA전중 활동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

나 최근 농촌 현장의 불안감과 불신이

높아진 만큼 다시 반TPP 활동에 총력

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쌀소비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면서 사료쌀을 심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농민들은 먹고살기 위

해 사료쌀을 심는데, 먹는 쌀을 수입한

다는 것에 그 누가 저항하지 않겠는가”

라고 현장의 위기감을 전했다.

한편 JA전중 WTO·EPA대책과는

지난 1999년에 만들어졌고, 3명의 담

당자가 활동하고 있다.� 원재정�기자

※EPA란?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의 약

자로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역장벽 제거

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EPA는 투자,

인적자원의 이동, 정부조달, 국가간 협력강

화 등을 폭넓게 다루며 체결국간 경제협력

을 극대화하는 협정.

5년차 반TPP운동, 범시민적 초당파적 ‘결합’

STOP TPP시민행동, 안전한 식량문제 구심점 … 국제 연대까지

일본은 지난 2011년 11월 노다 요

시히코 전 총리가 하와이에서 열린 아

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교섭에 참가할 뜻을 밝히고,

2013년 3월 공식 참가선언을 했다. 바

꿔 말하면 TPP반대 운동 5년차다.

일본의 TPP반대 시민운동은 광범

위한 시민단체의 결합, 초당파적 결합

이라는 저력 속에 5년간 목소리를 높

여왔다. 긴 싸움 끝에 지친감이 돌 무

렵, 미-일 TPP 막판 조율에 다시 불꽃

이 튀고 있다.

일본 TPP 반대 운동의 대표격인 단

체는 ‘STOP TPP시민행동’이다. 소속

단체인 쇼캔렌(食健連, 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지키는 운동전국연락회) 사카

구치 우마사아키 사무국장에게 현황

을 들었다.

STOP TPP시민행동은 쇼캔렌을

비롯해 노민렌(농민단체) 등 39개 단

체가 함께 한다. 여러 단체들의 결합을

원만히 하기 위한 3원칙이 있는데 ‘평

등하게, 느슨하게’ 묶이면서 ‘정보 교류’

를 하자는 것이다. 특히 국제정보 교류

를 원활히 진행해 ‘비밀주의’라는 TPP

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사카구치 사무국장은 “TPP시민행

동은 범시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예컨

대 주부연합회,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지난 2013년엔 교직원과 변호사 등의

전문가 단체도 결합하게 됐다”며 “특히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 선에서 TPP반대

활동을 할 때 보다 정부가 한층 진지한

태도로 면담을 한다”고 평가했다. 언론

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변화도 긍정적

이다.

지난달 11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의 일본은 거리행진, 국회 앞 집회,

심포지엄 등 각계각층의 반TPP 활동

이 예고돼 있었다.

사카구치 사무국장은 WTO 투쟁

과의 차이점에 대해 ‘연대’를 강조했다.

WTO투쟁은 각 단위의 단체들이 나름

대로 투쟁을 하다 입장차에 따라 차차

이탈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TPP는 농

가대책이 번복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에서 조차 ‘국회의결 무시한거냐’는 반

발이 거세지는 등 정치권, 아울러 먹거

리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사회 단체간

연대가 두드러진다는 특징이다.

이와 함께 TPP 관련 특정 움직임이

있으면 매주 국제영상통화를 하며 긴

밀한 정보교류를 하는 등 국제 연대도

돋보인다. � 원재정�기자

TPP,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무역 사슬’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극대화’ 목표

관세 ‘전면 철폐’ … 서비스 무역 확대까지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 재편, TPP

세계무역은 과거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

업으로 확대되면서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

하고 있다. 무역에 관한 일정한 룰도 가지

고 있는데 이를 ‘무역규칙’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무역규칙이 존재하며 양

국간 적용되는 것 중엔 FTA가 대표적이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역내

적용하거나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무역

규칙인 WTO도 있다.

WTO가 다자간 협상 체제로 진전이 없

자 각국은 양국간 혹은 역내 무역협상으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 새로운 무역협

상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TPP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

다. 미국에게 TPP는 전략적 이익이 상당

하다. 아-태 지역에서 정치, 경제, 안보 이

익을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금융위기·저조한 경제성장을 수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일자리를 확대

해 정치적 기반까지 다질 수 있는 일거양득

의 기회로 삼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

유다.

TPP, 4개국간 자유무역협정에서 출발

TPP의 출발은 2005년 칠레,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4개국끼리의 경제협

정(P4 Agreement)에서 비롯된다. 초기

P4는 상품 뿐 아니라 서비스, 지식재산권,

무역 및 투자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긴 했지만 아-태

지역이나 세계 경제와 무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관심을 표명하면서 변화

를 거듭했다. 2009년 11월 미국 오바마 대

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공식석상에서 TPP

참여 의사를 처음 밝혔다. 이 자리서 오바

마 대통령은 향후 TPP가 미국 경제 번영

과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역설했다.

이후 P4 4개국과 미국에 이어 호주, 베

트남, 페루도 TPP 참여를 선언해 8개국으

로 늘었다. 이 시기부터 광역적인 경제협정

의 성격을 띤 TPP 교섭이 개시된 셈이다.

2010년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 캐나

다 등이 참여 선언을 한 데 이어 2013년 3

월 일본까지 참여를 공식화 하면서 총 12

개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TPP는 사실상 미-일 FTA 성격으

로 두 나라간의 밀고당기는 협상이 팽팽하

게 진행 중이다.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 서비스 무역 선점

TPP는 21세기 자유무역협정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를테면 높은 수준의 전면적인 협정 체결 같

은 문제다. 기존의 상품 무역 뿐 아니라 서

비스업 개방, 무역 이면에 있는 노동, 환경

표준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광범위한

협정이다.

TPP는 상품무역 만성적자이면서 반면

에 서비스 무역 세계 1위인 미국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성장 인큐베이터’가 된다.

아울러 농산물 수출 시장 확보도 큰 의

미가 있다. 일본과의 TPP 협상에서 쌀, 쇠

고기·돼지고기, 설탕, 유제품, 밀 5개 농산

품목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은 MA쌀 77만톤을 수입하는

일본에게 20만톤 추가 수입을 요구하고 있

고, 일본은 농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5

만톤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PP 유보냐 급진전이냐

신속협정권한(TPA), 미 의회 통과에 달려

미국 상원이 지난달 22일 TPP 체결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미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

안을 통과시켰다.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TPA는 미 행

정부가 의회 전권을 위임받아 외국과 무

역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최

장 6년까지 지속하는 한시법으로, 협정이

체결되면 의회는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고

협상에 대해 승인 또는 거부만 할 수 있다.

남은 것은 미 하원에서의 통과 여부.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254명 가운데

50여 명이 TPA를 반대하고 있어 과반

득표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일본은 특히 TPA 향방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미 의회의 TPA 통과여부

에 따라 TPP가 유보되느냐 급진전 되느

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9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고위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국이 내년에 차기 대통령선거 태세에 돌

입하기 때문에 미 의회가 TPA 관련 법안

을 체결할 수 있는 최대기한은 내년 2월이

라고 밝혔다. 그런데 관련법안 심의일수

90일, 협상 합의에서 법안 의회 제출까지

필요절차는 5개월. 이를 역산하면 늦어

도 올해 6월이 합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6

월을 넘겨 합의하더라도 관련법안 체결은

새 정권 발족 후로 넘어가게 되고, 차기 대

선 행방에 따라 TPP협상 중단 혹은 백지

화 상황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을 포함한 국제적 반대운동과 참가

국 각국 정부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TPP

가 ‘표류’하는 가운데, TPA의 미 의회 통

과 여부가 TPP의 진퇴를 거머쥐고 있다.

� 원재정�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

품무역은 물론 서비스무역(운수, 관

광, 컨설팅, 금융 등)까지 영역을 확대

해 미국 중심의 무역구조를 재편하려

는 것이 그 목적이다. 아울러 아-태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목적까지 담고 있다. 실제 중국은 아

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

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통해 아-

태지역의 경제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TPP는 이전의 자유무역협정을 한

차원 뛰어넘어 ▲관세 즉시철폐 ▲관

세철폐 예외 불인정 등 급진적이며

고강도의 무역 사슬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TPP의 출발과 이를 주도하고 있

는 미국과의 관계를 알아본다.

� 원재정�기자

일본 기획취재 ➌ /

TPP 반대 활동

6 특 집 - 미 국 이 주 도 하 는 T P P

마사시

구리타 JA전중

WTO·EPA대책과장

사카구치

우마사아키 쇼캔렌 사무국장

TPP·RCEP 참가국 현황

호주,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TPP

캐나다

칠레

멕시코

페루, 미국

RECP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한국, 중국

한중일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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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TPP 필요론, 현실인가 허상인가

“국제경제 흐름 합류” vs “이익효과 불명확”

우리나라는 일본이 TPP 막차를 타고 협상

에 한창이던 지난 2013년 말 뒤늦게 TPP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12개 참여국들로부

터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의 ‘참여’가 아닌 후

발 ‘가입’의 형태를 요구받았고, 현격한 차별대

우가 예상됨에도 아직까지 꾸준히 준비를 이어

가고 있다. TPP 가입은 국제경제 흐름에 따라

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논지지만 여기엔 실질

적인 이득이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국제경제의 변화는 WTO 체제가 유명무실

해진 사이 개별 국가 간의 FTA를 중심으로 이

뤄져 왔다. 그리고 최근엔 양자간 FTA의 국

지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자간

FTA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TPP는 다자간

FTA의 대표적 유형이다.

다자간 FTA는 양자간 FTA와는 또 다른 시

장개방 양상을 띤다. 개방의 범주가 상품에 국

한되지 않고 서비스와 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 개방이 이뤄진다. 비관세장벽이 허물어

지고,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기업활동에 최적

의 환경이 조성된다.

TPP에서 논의 중인 누적원산지 제도도 정부

가 기대하는 효과 중 하나다. 도입이 확정될 경

우 역내산 원재료 및 중간재 사용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 비중이 많

은 우리나라에도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가 지난해 7월

공개한 ‘TPP 심층연구 보고서’에서는 우리나

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발효 10년 후를 기준

으로 1.7~1.8%의 GDP 상승과 연 2억~3억달

러의 무역수지 증가를 기대했다. 불참할 경우

엔 0.12%의 GDP 하락과 연 1억달러의 무역수

지 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참여 시 농업분야의 피해는 필연적이

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수산업 분야 연간 무역

수지는 농업이 4,000만달러, 수산업이 3,000

만달러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TPP를 준비하고 있는 정부 측 추산으로, 한-

미, 한-EU FTA 사례에서 그랬듯 정부 측 추

산보다 이익규모는 작고 피해규모는 더욱 크리

라는 게 농업계의 시각이다.

TPP를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은 이익효과 자

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비스 분야 개

방이 이뤄진다지만 아직은 막연하고 피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서비스업

경쟁력이 다른 참여국에 비해 취약한 실정이다.

누적원산지 제도 또한 이해당사자들의 혼란과

마찰을 초래할 수 있어 갈 길이 먼 논의과제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부 교수는 “TPP

에 가입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뒤쳐진다는

건 근거 없는 낭설로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

며 “가입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미할 것으로 본다. ‘참여’가 아니라 뒤늦

게 ‘가입’하는 형태라 협상에서 내줄 건 많지만

얻을 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TPP 참여 시 이익이 크다”는

입장에서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자세를

낮췄다. 후발 가입국으로서의 불리함과 이익

효과의 불명확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

습이다. 그럼에도 TPP 시도를 늦추지 않는 이

유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한-미 동맹 강화라

는 외교 안보적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짐

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TPP

의 최대 피해 분야인 농축산업에 들이닥칠 피

해는 그 모습을 점차 구체화하며 불확실한 이

익효과와 대조되는 현실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권순창�기자

농업분야 피해는 보다 구체적이다농축산물 추가개방·

비관세장벽 철폐 불가피

TPP로 인한 불명확한 이익효과에 비해 농

업분야에 우려되는 피해는 좀더 구체적이다.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의 대대적인 추가개방과

비관세장벽 철폐로 인한 수입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창립회원국이 아닌 후발가입국이라는 입지

는 우리 정부의 치명적 약점이다. TPP에 가입

하기 위해서는 12개 참여국들과 각각 양자협

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비록

12개국 중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하고 있

지만 농축산물 추가개방 압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개방은 낙농품, 감

자, 대두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이 한-

미 FTA를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다. 나머지 11

개국이 최소한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요구

하고, 미국이 낙농품 등의 품목에 추가 개방을

요구하리란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바다.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은 <TPP 협상과 농업부문의 영향과 시사점>

에서 미국이 낙농품, 감자, 오렌지 등에, 축산

강국인 영연방 3개국은 쇠고기 등 축산물에

대해 추가개방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칠

레의 경우 DDA 이후 재협상키로 한 391개 품

목을 도마에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모두가 우

리에겐 민감한 품목으로, 특히 칠레 391개 품

목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적 입장 표명

과 맞물려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어 위원은 “우리가 이 모두를 양보할 일은 없

겠지만 상당수 희생은 따를 것으로 본다. TPP

만 아니라면 양자간 협상을 통해 형식적인 수

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데, TPP는 다자간에

예외 없는 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렇게 하

기 곤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건 주곡인 쌀이다. 정부가 쌀 전

면개방을 하면서 반드시 지키겠다 한 관세율

513%가 TPP 협상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설혹 관세율을 지킨다 해도 MMA 물량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 경우 쌀 전면개방의 배

경이 MMA 물량 과중이었던 만큼 심각한 시

장 피해와 더불어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쌀 협상과 TPP 협상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을’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TPP에

가입하겠다고 뛰어든 순간 상대에게 칼자루를

내준 셈이다. 현실적으로 쌀을 지켜내기는 쉽

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입품목과 물량을 늘리는 데는 낮아지는

비관세장벽도 큰 역할을 한다. 비관세장벽 철

폐는 TPP가 갖는 FTA와의 차별적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TPP에서 구상하고 있는

분쟁협의장치(CM)를 들 수 있다. 현 WTO 체

제에서 건당 수 년씩을 소요하는 통상마찰 중

재를 TPP 내에서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것.

이것이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엄

격한 검역기준으로 수입농산물을 통제하던 국

가들은 또 한 번 큰 폭의 개방을 치르게 된다.

광우병 쇠고기와 AI 닭고기, 잔류농약기준을

초과한 농작물과 병해충 위험평가에 탈락된

과일들이 상대국의 요구와 CM의 중재에 따라

수입될 수 있다.

TPP에서 요구하는 국영기업의 경쟁중립성

강화도 아직 실체가 없지만 안심할 수 없다. 어

명근 위원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

물 수입관리방식에 국영무역, 수입권공매, 실

수요자배정 등이 있는데, 수입권공매와 같이

시장지향적 성격의 영역이 확대된다면 수급안

정 측면의 공적 기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만약의 경우를 우려했다.

복수의 국가가 참가하는 TPP는 그 성격상

한꺼번에 방대한 수준의 시장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양자간 FTA의 국내 피해보전

대책조차 불완전한 상황에서 농민들이 또 다

시 커다란 희생과 부담을 떠안아야 할 사안이

다. 장경호 부소장은 “농업분야가 이렇게까지

다 희생하고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양보하

면서까지 TPP에 가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

다. 이는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꼬

집었다.� 권순창�기자

대책 없는 개방에 식량안보 ‘휘청’

TPP가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이유

TPP로 인한 피해는 농민의 희생에서 끝나지 않는다. ‘메

가톤급’ 개방의 결과는 식량안보의 붕괴와 국민건강의 위기

로 이어질 수 있다. TPP가 우리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끼

칠 수 있는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최준호 환경운동연

합 정책국장이 지난 3월 9일 ‘한-미 FTA 발효 3년 평가 및

TPP 전망 토론회’의 내용을 정리한 ‘TPP가 우리 식탁을 위

협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간략히 소개한다.� 정리�권순창�기자

1.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허용된다.

한-미 FTA 당시 쇠고기 수입재개를 포함한 4대 선결조

건이 큰 논란이었다. 미국은 우리와의 TPP 협상에서 소위

‘입장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검역조건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 농무부가 무역보고서에서 현행 미국산

쇠고기 검역조건이 무역장벽이라 언급한 게 분명한 증거다.

검역조건 완화는 결국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

용으로 이어진다.

2. 수입산 쌀이 늘어난다.

정부는 쌀 전면개방을 결정하면서 513%의 관세율을 반

드시 지키고 앞으로 모든 FTA에서 쌀은 제외하겠다고 약속

했다. 하지만 TPP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은 미국 쌀에 대한

MA증량을 압박받고 있다. 우리 역시 미국에 한해 쌀 관세

율을 100~200% 수준으로 낮추거나 MMA를 늘려야 하리

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올해 우리나라와 WTO

쌀 수입조건 협약을 앞둔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국가들도

미국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3. 농약잔류허용기준과 식품첨가물 기준이 완화된다.

식품관련 제도는 문화, 경제, 기술수준 등에 따라 차이

가 큼에도 자유무역협정은 이를 무시하고 국제기준을 따

를 것을 요구한다. 국제기준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TPP에 가입하면 농약잔류허용기준과 식품첨가물 인정 기

준 등 식품기준이 완화될 것이다. WTO가 인정하는 코덱스

(CODEX)의 농약잔류허용기준은 수확 이후 농약 사용을

전제하므로 잔류농약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별로

인가된 식품첨가물에 차이가 있어서 미국 기준을 일방적으

로 수용해야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심각한 문제다.

4. GMO 여과장치가 허물어진다.

미국은 최대의 GMO 수출국이며 전 세계 GMO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국가다. 우리는 GMO 농산물과 식품에 대

한 표시제가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한-미 FTA 협상

초기 섬유 수출과 GMO 수입 조건을 맞바꾸는 것을 논의한

문서가 공개돼 큰 파장이 있었다. 국민들이 GMO 완전표시

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TPP 가입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현행 제도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

5.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이 수입된다.

전문가들은 TPP 가입 협상이 우리와 일본의 FTA와 같

은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2013

년 이후 후쿠시마 근처 8개 현 인근에서 어획된 수산물 수입

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외 지역 수산물에 대해서도 ‘비오염

증명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TPP 개별국가 협상 때 일

본은 수산물 수입규제조치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 지난 2월에는 한국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완화

를 언급해 이런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됐다. 여전히 후

쿠시마 인근 바다에 고농도 방사능오염 지하수가 방출되는

상황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심각한 문제다.

7특 집 - T P P 와 국 내 노 업

TPP의 불명확한 이익효과에 비해 농업분야 피해는 보다 명확하다. 특히 주곡인 쌀은 TPP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 혹은 MMA 증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한승호�기자

Page 8: 시골장터까지 파고 든 수입농산물file.ssenhosting.com/data1/ikpnews/66112.pdf · 2015-06-19 · 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우 140-872 서울시

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정해수가 소개해 준 사람은 선택보다 네

살이 위인 박달식이란 자였다. 정해수와는

처가 쪽으로 연이 닿아 처조카뻘이 되는 모

양이었다. 넙데데한 검은 얼굴에 덩치가 좋

아서 천생 농사꾼으로 보이는 상판인데 눈

만은 가늘게 찢어져서 어딘지 영리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그는 선택을 만나자마자 오

랜 지기나 되는 듯이 걸걸한 목소리로 반색

을 했다.

“정 주사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죠. 내가

아저씨한테 진즉에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제야 소개를 해주네요, 글쎄.”

덥석 잡는 두 손이 꽤나 억세었다. 정해수

까지 끼어 세 사람이 청요리 집으로 들어가

독한 술잔을 돌렸다. 대충 들어본 사업의 내

용은 짐작한 것과 비슷했다.

사실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

는 데 있어서는 깜깜이었다. 아무리 목구멍

에 풀칠만 하는 생활이라도 곰비임비 돈이

들어가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 때마

다 광에 쟁여놓았던 콩이며 들깨, 보리쌀 따

위를 들어내야 고린 동전이나마 만져볼 수

있었다. 지게에 지거나 보따리에 이고 삼십

리 넘는 읍내까지 가서 돈으로 바꾸는 것인

데 시세를 가늠할 길이 없어 몇몇 상인들이

담합으로 정한 가격에 속절없이 넘기고 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저울의 눈을 속이

거나 됫박질 농간 또한 자심해서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기고 오면 으레 입맛이

쓰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느 날 어느 시에 산동 농

협으로 농산물 수집을 하러 간다는 걸 정주

사님이 농민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고, 또 에,

잘 알잖습니까? 솔직히 장사꾼들이 농간 부

리는 게 한 두 가지입니까? 그러니까 우리 고

향농산에서는 절대 농민들을 속이지 않고

값을 한 푼이라도 더 쳐준다, 이렇게 농민들

한테 홍보를 해달라는 것입죠. 저는 아무리

얘기해도 장사꾼 얘기밖에 안 되지만 정 주

사님같이 지역 농민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

고 계신 분이 잘 이야기해주면 다들 믿고 거

래를 하지 않겄습니까. 거기다가 또 조합에

서 하는 거라면 농민들한테 더 믿음을 줄 테

지요.”

박달식이 타고 온 트럭에는 하얀 페인트로

‘고향농산’이라는 글씨가 비뚤비뚤 쓰여 있었

다. 곰곰이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다지 어려

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산동면 구석구석까지

발품을 팔고 다니며 인맥을 만들어 놓은 데다

선택의 말이라면 무턱대고 따르는 젊은이들

이 꽤 여럿이었다. 그 정도 소문을 내는 것쯤

은 일도 아니고 듣고 보니 농민들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일이다 싶었다. 다만 농협이 나

서서 하는 일이라고 하면 나중에 뒤탈이 생기

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은 알아듣겠는데요,

어쨌든 박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하는 사업

인데 농협에서 공식적으로 도와주는 식으로

해서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조심스럽게 선택이 의견을 말하자 박달식

이 볼멘소리를 했다.

“사실 농민들한테도 이익인데 말입죠. 하

루 품 들여서 읍내까지 와서 그것도 제값 못

받는 게 다반산데 가만히 앉아서 팔면 그만

해도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농협에서 나서

서 한다고 해도 칭찬받으면 받았지, 잘못하

는 일은 아니쥬. 안 그래요, 아저씨?”

그가 정해수를 향해 동의를 구하자 정해수

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야, 그건 정주사 말이 맞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뒷말이 나오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이여. 농협은 장마당이나 펼쳐주는 것으로

하고 장사는 철저하게 달식이 네가 개인적으

로 하는 것으로 해. 산동면에서는 정주사 말

이 조합장 말보다 더 먹히니까 정주사만 도

와주면 만사형통이다. 급전 필요할 때도 정

주사가 도와줄 거고. 그러니까 정주사 섭섭

지 않게 잘 대우해 줘야 돼.”

“그야 여부가 있습니까요. 내 아주 정주사

하고 동업하는 마음으로 하겄습니다.”

박달식이 과장되게 웃으며 양복 안주머니

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원래 월급은 선불로 주는 게 기분 좋은 거

아닙니까요? 첫 달 월급이라 생각하시고 받

아두세요.”

엉겁결에 동업이니 월급이니 하는 말이 나

오고 봉투까지 쥐어주자 선택은 조금 떨떠름

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마구 일이 진행되어

도 되는지, 무언가 함정에 빠지는 건 아닌지

생각을 갈피 잡기 어려웠다.

이 땅의 농부 60 김두석 (82, 전남 순천시 황전면 비촌리)

라면 먹고 갈래요?

“엄마, 제발 라면만 넣어. 라면만!”

우리 엄마는 새참 라면을 끓일 때 마다 라

면 냄비 속으로 국수 한 줌을 휙 던져 놓곤 하

셨다. 튀김인 라면과 건조식품인 소면은 만나

면 그 물성이 달라서 곤죽이 되어 버리곤 했

고, 나는 늘 질색을 했다. 그까짓 라면이 얼마

나 한다고 국수를 집어넣느냐며 떼를 쓰기도

했지만 별무소용. 라면 스프가 아깝다며 잘

쟁여뒀다가 국수만 넣어서 삶아 드시기도 하

셨으니 더 말해 무엇 하랴.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철마다 끌려

가서(?) 김을 매고 토마토를 따던 시절. 손쉽

게 한 끼 때우기에 좋은 것은 늘 라면, 아니

‘라면 국수’였다.

20년 전 자기 집 일 내팽개치고 남의 집 일

간다고 야단을 맞으면서도 친구들과 놀 생각

에 농활을 들어갔다. 그때 서울내기 친구들

은 새참으로 찐 감자가 나오는 ‘전원일기’의

풍경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농사꾼 딸

은 알고 있었다. 빵과 우유, 초코파이와 됫병

들이 탄산음료가 나올 텐데, 제발 시원하기

나 했음 싶었다. 이미 농촌에서는 ‘들밥’을 주

문해서 먹거나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가 들판

을 누비고 다닌지 오래다. 모든 것이 현금으

로 짓는 농사이니 밥 하러 들어갈 시간도 없

이 엄마, 형수들은 현금으로 나가는 품이 아

까워서라도 들일에 함께 매달려야 한다.

쌀과 김치 먹던 민족 이야기도 이제 옛말.

쌀 소비량은 점점 떨어지기만 하고 거기에

밥쌀 까지 수입을 하는 마당인데, 한국은 세

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다. 1년

에 한 사람이 80㎏ 쌀 한가마니 먹지 못하

는 나라인데, 라면은 1인당 80개쯤 먹는 나

라. 그렇다면 우리가 쌀의 민족일까 라면의

민족일까.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촌 현장에 들

어가면 외람되지만 부엌을 곁눈질로 훔쳐보곤

한다. 그럼 ‘차단스’에 잔뜩 쟁여놓은 라면과 믹

스커피를 볼 수 있다. 도시처럼 동네에 슈퍼마

켓이 가깝지 않으니, 기회가 되면 한꺼번에 많

이 사다 두시는 모양이다. 농촌 어르신들도 그

냥저냥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적지 않

다. 지역 농촌에 가면 부러 ‘하나로마트’에 간

다. 충남에는 강원도 감자가 와 있고, 강원도에

는 경기도 쌈채소가 와있질 않나 뒤죽박죽이

다. 어설프게 로컬푸드 코너라도 만들어져 있

는 곳에는 그나마 지역 농산물이 한켠을 차지

하고 있지만 말이다. 중앙물류를 하는 이마트

나 하나로마트나 도찐개찐. 외려 지역 생산물

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공식품과

공산품이다. 죄다 대기업들에서 생산된 것들

이 삼천리 방방골골 차지하고 있으니 잡숫고

사시는 것도 다 고만고만한 듯하다. 읍내 조그

만 틈바구니에도 어김없이 다국적기업이 대부

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들이 있고,

거기에 조무래기 청소년들이 컵라면과 음료수

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하면 마음이 울적하

다. 농촌에 들어가서 가장 많이 대접 받는 음료

수도 단연코 믹스커피다. 한두 잔씩 여러 집에

들러 얻어 마시다 보면 배가 불러오고 그날 밤

잠은 다 잤다 싶어진다.

어디 라면과 믹스커피일 뿐이랴. 음식의 발

원지인 농촌 밥상은 오래전부터 이미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그늘이 짙다. 쌀을 팔아 돈을

사고, 그 돈으로 라면을 산다. “라면 먹고 갈래

요?”란 소리는 젊은 연인들의 객쩍은 영화 대

사만이 아닌 시절이다. 농촌 들녘에서 이미 ‘라

면’ 먹고 가란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되었다.

“이거 밑거름 용 비료여. 요샌 기계로도 뿌리는 데

이렇게 손으로 뿌리는 게 훨씬 편해. 익숙하기도 하고.

다 뿌리고 나면 모 심어야지. 비와도 해야 돼. 오늘 할

일은 다 해놔야 맘이 좋지. 8마지기 농사짓는데 절반

은 숭궜어. 이렇게 해야 올 가을에 아들한테 쌀 한가

마라도 보내주지.” � 한승호�기자

농정춘추

길벗 따라 생활건강 14

어린이도 피곤한 만성피로증후군

요즘은 어린이도 사회생활 하느라 바쁘다. 예전보

다 더 어린 나이부터 어린이집을 매일같이 출퇴근해

야한다. 초중고생들은 학교 다니랴, 태권도 피아노 미

술 영어 수학 학원 다니랴, 봉사 활동하랴, 시간이 직

장 생활하는 성인 못지않게 부족할 정도이다. 평균 수

면시간을 보면 초등학생은 8시간 중학생은 7시간 고

등학생은 5시간 30분이라고 한다. 삶의 질은 수면시

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정도

면 연령과 상관없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한국 특유의 입시문화는 어린이부터 수험생까지 성

인에 못지않은 만성피로증후군을 부른다. 실제로 진

료 현장에서는 수면장애를 겪는 어린이, 수험생 환자

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신피로의 최대 원인으

로 수면장애를 뽑을 수 있는데, 피로는 수면장애와 깊

은 관계가 있고 수면장애가 다시 피로를 부르는 악순

환의 관계를 맺게 된다. 실제 피로와 수면장애에 관련

된 연구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만성피로는 수면장애

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생

각해볼 때, 어린이 또는 성장기 아이들의 피로 수준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의 선천적 기질이 게으르다고 치부할 것이 아

니라 아이가 자꾸 늦잠을 자거나 유치원, 학교 등을 가

기 싫어한다면 평소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언

어장애, 우울증, 심한 피로감, 학습장애, 야뇨증, 성격

의 변화 등의 증세가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평소 우

리 아이가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고 자꾸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이 심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면 혹시 내 아

이가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어린이 만성피로증후군은 지나친 교육경쟁이 불러

온 슬픈 자화상이다. 아이가 원형탈모로 병원을 간다

거나, 시험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등 우리는 각박한

교육 경쟁 속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성과’를 내야한

다는 강박관념, 남을 이겨서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경

쟁문화는 우리를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성장기의 아이

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공부를 실컷 해도 번듯한 취업

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 아이들을 자유롭

게 풀어줄 수 없기에 부디 잘 참고 견뎌서 아무 일 없

이 우리 아이만큼은 경쟁 속에 어떻게든 생존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특별히 꿈이 없어요.” 라고 대답하는 성장기

환자들을 볼 때면 꿈보다는 생존의 시대에 괜한 질문

을 했나 싶기도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이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세는 다음과 같다.

전신의 권태감, 두통, 미열, 관절의 통증, 편도의 통증

등인데, 현대 의학에서는 원인 불명의 질환으로 보고

치료법도 정확히 확립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트레스를 가장 큰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장기의 만성피로증후군은 성장장애, 틱장애, 우

울증, 비만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꾀병’이라고 여

기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 신체적 컨디션, 우울감 등을 평소에 주의깊게 관

찰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측면에서 보자면 주로 학

습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압

박, 부모와의 불화가 커 보인다. 뚜렷한 질병은 없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 없이 불

안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만성피로와 자율신경은 관련이 깊다. 자율신경계

는 정신과 신체의 접점으로 내분비와 함께 내부 환경

의 조정 또는 면역반응에 큰 역학을 담당한다. 이 자

율신경의 활동이 깨지면서 각종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을 만성의 병적 피로로 볼 수 있겠다. 자

율신경실조증, 부정호소증후군, 스트레스 관련 질환

3개와 병적 만성피로증후군의 상태를 큰 범위에서는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침구치료

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를 통해 수면장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와 더불어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부

모님은 성장기의 아이에게 인내 또 인내하라고 강요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시간과 방

법을 알려줄 것을 권한다. 부모님은 아이의 관심사나

취미에 관심을 갖고 많이는 아니더라도 정해진 시간

만큼은 낼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해주는 것이 어떨까.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만큼 어린이 또는 수험생의

만성피로증후군을 극복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최용탁 장편소설 108

8 여 론 광 장

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일러스트_박홍규

제 3장

어떤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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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밥쌀용 쌀 수입, 정부 변명은 설득력 부족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입찰을 진행함으

로써 이와 관련한 농민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분

출돼 나왔다. 올해 국내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폭

락하고, 이 때문에 정부가 추가로 쌀을 수매해 시

장에서 격리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부

터 쌀 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하면서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족쇄도 없어진 터라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하

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의

내국민대우 원칙을 거론하면서 밥쌀용 쌀을 수입

하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쌀 관세율 협상에 불

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밥쌀용 쌀 수입

은 불가피하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밥

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는 것이 왜 내국민대우 원

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해서는 그 근거조차 논리적

으로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작년에 정부가 쌀 관세화 전면 개방을 발표하면

서, 관세율 협상은 정해진 공식에 따라 적정하게

산정된 것인지를 단순하게 검증하는 절차에 불과

하며, 다른 사항과 연계해 협상을 벌이는 것은 아

니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말했던 정부

가 이번에는 밥쌀용 쌀을 어느 정도 수입하지 않

으면 쌀 관세율 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농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농

민들은 정부가 상황에 따라서 교묘한 말장난으로

농민과 국민을 우롱하거나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

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쌀

관세화 개방 이후 최대한 밥쌀용 쌀 수입을 억제하

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농민들에게 약속하고 국회

에서도 거듭해서 그렇게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불

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말과 약속

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정부에 대해 농민들이 극

도의 불신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어쩌면 정부 스

스로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내국민대우 원칙을 거론하면서 해명하

고 있지만, 사실 그 동안 정부가 국영무역으로 행

했던 국가별 쿼터 배정, 밥쌀용 쌀 30% 의무수입,

해외원조 금지 등도 따지고 보면 내국민대우 원칙

에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농민

들에게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반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와 농

민들에게 유리한 것에 대해서는 내국민대우 원칙

을 거론하면서 거부하는 정부의 주장은 해명이

아니라 변명에 가깝다. 이런 이중 잣대를 적용하

는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너

무도 당연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도 개혁대상이다

지난 3월 11일 전국 동시 농협 조합장 선거가 치

러졌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실시하던 조합장선거

가 한날한시에 이뤄진 것이다. 선거 관리의 효율

성을 높여 부정선거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미가

동시선거의 첫 번째 목적이다. 그러나 선거를 관

리하는 선거법인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

률」의 문제로 소위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뿐만 아니라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선거 후

유증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는 이미 우려됐던 바, 농민단체와 언론 등에

서 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문제였다. 결

국 선거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밀려 결과

가 왜곡되는 등 농민조합원의 올바른 의사가 반영

되지 않았다. 지난 전국 동시 농협 조합장 선거에

서 정책선거에 주력해 왔던 좋은농협 만들기 운

동본부가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 제도 개선에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3·11선거를 통해 드러난 선거제도를 개선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오는 11

월 치러질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일

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개악해

2011년도부터 289명의 대의원들이 뽑는 간선제

로 바뀌었다.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로 이번

에 반드시 바꿔야 한다.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장 직선제로 뽑을 당시에

도 농협중앙회장이 농민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농민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농민들을 제대

로 대변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직접 농협중앙회장

을 뽑는 직선제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농민들

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선출 과정에서 농민들의 총

의가 모아져야 한다.

이제 11월이면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지금처럼 조합장 간선제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중앙회장

직선제를 위한 농협법 개정이 시급하다. 당장 조

합원 직선제를 할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 조합장

직선제를 실시하고 4년 후 조합장 동시선거 때 중

앙회장 선거도 함께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

야 실질적으로 농민들을 대변하는 농협을 만들

수 있다. 농업 위기 속에 농협의 중요성은 더욱 커

지고 있다.

사 설

생고구마를 씹으며 「혁명공약」을 외우다

고구마만큼 제 온몸을 사람한테 다

바치는 식물도 드물 터이다. 여름에

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쯤이면 엄

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가서 아예 하

루 종일 고구마 밭에서 살았다. 고구

마 줄기를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엄니

한테는 그 일이 절실했는지 몰라도 어

린 나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어

서 금세 싫증이 났다. 괜히 밭고랑의

돌멩이를 집어서 기어가는 고구마벌

레에게 일격을 가하는 해찰을 부렸다.

이런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징그럽게 몸뚱이는 푸르뎅뎅하고,

기분 나쁘게 머리에 뿔까지 나갖고…

너는 내 손에 죽어야 쓰겄어, 얍!”

고구마줄기가 사람들의 맛난 반찬

거리였다면 고구마를 캘 때 걷어내는

억센 덩굴은 겨울철 쇠죽을 쑬 때 없

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소의 양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주정

으로 쓰기 위하여 공출을 했던 절간

고구마(얇게 썰어서 말린 고구마)는

농한기의 빈한한 가정에 용돈 걱정을

덜어주는 구실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구마는 우리를 궁핍으로

부터 구해준 글자 그대로 구황(救荒)

작물이었지만 우리는 늦가을부터 시

작되는, 고구마를 주식 삼아서 먹어

야 되는 그 ‘시즌’이 참말 싫었다. 그래

서 엉뚱한 데에다 화풀이를 했다. 안

방의 문짝에는 열두 달이 한 장에 모

두 들어있는 달력이 붙어 있었는데,

동생 녀석들이 그 달력 속의 정치인

얼굴에서 두 눈 부분을 찢어내고는

거기에다 고구마 껍질을 덕지덕지 붙

여 놓았다. 우리는 그 모습이 재미있

어서 깔깔거렸다. <국가재건최고회

의>에서 나눠준 달력 속, 키 작은 사

내의 라이방에도 물고구마의 살덩어

리를 짓이겨 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달력 속에 있는 바로 그 국회의원이

지역 시찰 중에 우리 마을에 왔다. 이

장집이어서 우리 집부터 먼저 들른

것인데, 안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막

걸리를 마시던 국회의원이 문제의 사

진을 그 보았겠다, 흐음…. 그 다음 일

은 생략하기로 한다.

“오늘 종례 때까지 이거 다 못 외운

사람은 집에 안 보내줄 것잉께 그리

알어라, 잉!”

선생님이 말했다. 교실에 붙여놓

은 <혁명공약>은 그 내용이 온통 어

려운 말 투성이였는데 여섯 가지나

되는 그것을 국민학생들에게 외우라

고 한 것은 그야말로 소에게 경을 외

라 한 것이나 진배없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랫마을에

있었던 탓에 바닷가를 따라 나 있는

길을 걸어서 통학하였다. 1.5 킬로미

터 가량의 짧은 거리였으므로, 4교

시가 끝나면 우리는 아예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에 가서 오후

수업을 받곤 했다.

“우리, 오늘은 집에 가지 말고, 여그

서 혁명공약이나 외우자.”

집에 가서 식은 보리밥 한 그릇 먹

어봤자 돌아오는 길에 다 꺼질 것이

니, 아예 길가에 있는 아랫마을 진남

이네 고구마 밭에서 한 뿌리씩 캐서

점심을 때우자고 작당한 것이다. 우

리는 밭으로 들어가서 고구마 두어

뿌리씩을 후다닥 캔 다음 재빨리 현

장을 수습하였다. 인근 냇가로 내려

가 깨끗이 씻은 다음, 생고구마를 으

적으적 씹어 먹었다. 맛이 그만이었

다. 먹으면서 우리는 <혁명공약>을

‘논(論)’하였다.

“반공을 국시의 제 일의로 삼고…

이거이 뭔 소린지 몰르겄어.”

“나는 그것 말고도 전부 다 몰르겄

는디.”

“아하, 알겄다! 토요일을 반공일이

라고 안 하드라고. 그랑께 ‘반공일날

은 국시를 제일 몬침 삶어 묵어라’, 그

소리 아니겄어?”

“그라먼, 네 번째에 있는 ‘기아선상

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는 뭣인디?”

“그걸 내가 어치케 알겄냐!”

우리는 그날 이후로 점심시간에

집에까지 올라가지 않고 도중에 진

남이네 고구마 밭에서 생고구마를

캐먹었다. 어느 날, 5교시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교장 전생님이 화가 잔

뜩 난 얼굴을 하고 우리 교실에 들어

와서 말했다.

“웃마을에 사는 머스마 놈들, 전부

앞으로 나와서 손바닥 내밀어!”

나는 그때에야 손바닥을 마구 비

벼봤지만, 여기저기 얼룩진 검은 고

구마 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 날

손바닥을 열일곱 대나 맞았다. 아, 민

생고를 해결하는 길은 힘들고도 아

팠다.

‘보장’과 ‘눈치’ 사이

부지깽이도 일하러 일어선다고도

하고, 여우가 애를 업어가도 모르는

철이라고도 하는 본격 영농의 계절

입니다. 잔잔한 봇물에 초록빛 산 그

림자가 비쳐서 일렁이는 이맘때쯤이

면 눈은 호사스럽지만 몸은 열 개라

도 모자랄 판입니다. 월동작물 수확

에 1모작 모심기, 또 2모작 모내기 준

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량없이

바쁩니다.

아무리 바빠도 사람 사는 곳이면

농사일도 중요하지만 틈틈이 모임들

이 있습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단체의 모임이나

행사 등 갈 데도 많습니다. 갈수록 농

민 수는 줄어드는데, 고만고만한 기

존 모임은 그대로인 채 새로운 모임

은 또 늘어갑니다. 특히 주요 농업정

책이 바뀌면 그 사업을 추진할 조직

을 새로이 구성합니다. 물론 그 사람

이 또 그 사람입니다. 때문에 바깥출

입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작목반도

몇 개는 기본이고 각종 단체, 동친회,

친목모임 등 모임만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또 그게 자랑이기도 합니다. 넓은

인맥과 활력의 상징인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모두에게 그럴까요? 여기

서 모두란 남과 여를 두고 하는 말입

니다. 말하자면 다릅니다.

남자가 바깥출입이 잦으면 활동적

인 것이고 여자의 외출은 그 이름도

‘싸돌아 댕긴다’입니다. 농사일이 처

지면 여자가 ‘싸돌아 다녀서’ 그런 것

이고 남자는 많은 일들로 바빠서 그

런 것이라고 말합니다. 남자의 외출

은 ‘보장’을 받고 여자의 외출은 다른

가족들로부터 ‘눈치’를 받습니다. 때

문에 눈치 받지 않으려고 외출 며칠

전부터 미리미리 챙겨서 탈이 안 생

기도록 단도리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거나 동창 모임을 나가는 것에

는 호의적이다가도 사회참여적인 활

동을 하고자 하면 남의 입에 오르내

린다고 아예 참여를 불허하기도 합

니다. 드물게는 아직도 여자가 똑똑

해지면 피곤하다고 세상물정에는 눈

과 귀를 닫고 비켜서길 바라는 경우

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내의 사회

활동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여러 단체의 면연합회나 마을 부

녀회의 임원을 맡으면 이혼도 불사하

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농촌여성의 사

회활동의 벽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경험이 적다 보니 스스로도 자신감

이 낮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성

의 사회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없는 게 제일 큰 문제

입니다. 활동적인 여성이 많다면 농

촌에 활력이 넘칠텐데 그걸 모르니

안타까울 일이지요. 그 다음으로 아

직도 여성은 가정 내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후진적 농촌문화가 있기 때

문입니다. 이 또한 아내의 활력과 가

정의 행복지수 상승을 모르는 구시

대적인 문화인 셈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할 말 다하

고 바빠도 할 것 다하는 (그래봤자 집

안 분위기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여성농민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은 농촌에서 살기

를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타깝게도 말입니다.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단맛이 더한 강원 홍천 물팥

꼭 20년 전인 1995년 가을, 사철

푸른 아랫녘 진도에서 이 멀고 추운

강원도로 시집을 왔다. 아들 둘에 딸

하나, 성실한 남편과 농사를 짓고 있

다. 친환경유기농법으로 채소농사를

지어 한살림에 납품을 하고 있으며

논농사도 꽤 짓는다. 고춧가루와 무

청 시래기 등을 언니네텃밭 장터에

내고 있다.

홍천군여성농민회와 언니네텃밭

꾸러미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토종씨앗을 심고 있다. 예부터 심어

오던 것들도 대부분 개량종 씨앗이

고, 예전에 간혹 심어지던 씨앗들이

갈수록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내가 조금씩 심어

이어가는 씨앗이 우리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라 하니 더욱 챙겨서 심

게 된다. 더욱이 오이, 브로콜리 등

하우스 채소 농사를 하다보니 매년

종자대금도 만만치 않아, 우리 종자

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하우스

농사에 종종걸음을 하다가도 토종씨

앗 채종포의 일은 놓치지 않는다. 홍

천군여성농민회와 행복중심생협이

운영하는 홍천 토종씨앗공동채종포

의 주체를 맡아 채종포 작업을 꼼꼼

이 챙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물팥은 전여농 강원연합이 토종씨

앗 나눔을 할 때 받아와 심고 있다. 붉

은 팥만 심다가 뽀얗고 말간 빛이 이

쁘고 신기해서 심어보았다. 6월말 초

복 전에 파종해 가을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한다.

개량종 팥에 비해 꼬투리도 짧고

알이 잘아 고르는데 손이 더 가기는

하지만 단맛이 더하고 껍질이 얇다.

팍신한 맛은 좀 덜하지만 오히려 그 점

이 더 좋다고 찾는 사람들도 있으니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동안은 워낙 소량을 심어 주로

전여농을 통해 씨앗 나눔을 하고 밥

에 놓아먹기만 했지만 올해엔 좀 더

많이 심어 떡을 해먹어보려 한다. 붉

은 팥이나 동부와는 달리 떡을 할 때

거피를 하지 않고 떡을 할 수 있어 좋

고 단맛이 더하니 맛있는 떡이 될 것

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주의 말말말

“호주의 어떤 교수는 우리나라가 TPP 추진하는 것

보고 ‘Crazy(미쳤다)’라고 하더라.”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후발 가입으로

내줄 건 많고 얻을 건 없는 TPP. 그것을 기어코 추

진하려는 정부의 행보는, 비교적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해외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출농산물 전용 전세기가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수입

품목이 비행기로 들어오니 오고가며 싣는게 어떨까.”

토마토 농사를 지어 수출하는 지역농협 조합원

이 지난달 26일 농협이 주최한 수출농가 현장토론

회에서 한 말. 이런 게 ‘되로 주고 컨테이너로 받는

격’이 아닐런지. 이러지 않아도 지금 농협은 충분

히 수입농산물 팔고 있거든요.

토종씨앗

그 시절 우리는 /

고구마 ➌

9기 획

구점숙

경남 남해군 삼동면

이상락

소설가

김정자

강원도 홍천군 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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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몬산토, GMO 개발 중단하라!” 2015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 GMO표시제 시행 촉구

시민들이 몬산토의 GMO 개발 중단과

GMO에 대한 알 권리를 호소하기 위해 거

리로 나섰다.

2015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기획단은 지

난달 23일 광화문역 앞에서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을 열었다. 이날 행진은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슬

로푸드청년네트워크,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가 연대했고, 외국인 포함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시민행진은 몬산토 반대 평화 시위

로서 전 세계 38개국 및 428개 도시에서 동

시에 진행됐다.

몬산토는 세계 종자의 90%를 소유하는

다국적기업이다. 시민행진기획단은 몬산토

가 개발하는 GMO와 라운드업 제초제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GMO에 대

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행진을 기획했다.

참여한 시민들은 ‘유전자조작식품 표시

제’를 시행해 GMO를 표시할 것을 촉구했

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식용GMO

수입국으로 식용유나 당류 등 GMO 완제품

의 수입량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이 어느 식품에 GMO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또 GMO작물에 쓰이는 라운드업 제초제

가 불임증, 각종 암, 파킨슨 병 등을 유발한

다며 그 위험성도 전했다.

특히 시민들은 농업과 식량주권, 종자주

권을 지키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서

울대 환경동아리 ‘씨알’은 “농민들이 수 천

년 간 지켜온 종자들을 기술로 변형해서

다시 돈을 받고 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며 “농민들의 종자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재섭 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는 “GMO

는 우리 농업이 뿌리 채 흔들리는 위기”라

고 말했다. 이어 “농민이 GMO를 한 번 생

산하면 계속 생산해야 하고 이는 주변도 오

염시킨다”며 “농업과 우리 후손이 살 수 있

도록 GMO를 함께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몬산토에 항의하고 GMO 문제점

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거대인형으로

거리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몬산토 한국지

부 앞에서 시민 발언을 가진 뒤 광화문 사

거리에서 안국역까지 행진했다. �박선민�기자

농진청 식량과학원,

전북혁신도시서 새 도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원장 임상종)이 지난달 28일 전북

혁신도시 농업생명연구단지에서 청사 이전 기념식을 열고 새 도

약을 시작했다.

식량과학원은 1962년 개원 이래 ‘통일벼’ 개발로 쌀 자급자족을

실현하고, 고품질 식량 작물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부가가치 향상

연구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제 전북시대를 맞아 대학, 연구기

관, 산업체 등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

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이를 위해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산물 품질과

수량을 극대화하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농

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신청사 조성 및 이전 경과보고와 유공자

시상이 있었으며, 이어 아프리카벼연구소와의 연구개발동의서

(LOA)를 체결하고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이번 LOA는 농진청

한국-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 사업의 하나

로 추진됐다. 농진청은 LOA를 통해 아프리카벼연구소와 벼 생

산성 향상 공동 연구를 하고, 아프리카 지역의 농업 발전을 지원

할 방침이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임상종 원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농

민과 국민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우리

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식량연구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

했다.� 전빛이라�기자

가축분뇨 관리 전담

‘축산환경관리원’ 개원

가축분뇨 관리 및 친환경축산 지원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재

단법인 축산환경관리원(원장 장원경)이 개원했다.

지난 3월 개정 시행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가축분뇨법)」 제38조의 2에서는 농식품부 산하 축산환경관리

원 설치를 의무화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최근 지난달 8일자로

개원하고 업무를 시작했음을 밝혔다.

축산환경관리원은 개정 가축분뇨법에 명기된 대로 ▲가축분

뇨 처리시설 설치·운영 관련 컨설팅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설

치자 지도·교육 ▲친환경축산 지원 ▲퇴·액비 품질관리 ▲가

축분뇨 자원화 및 퇴·액비 유통 등 통합관리 ▲처리시설 및 처

리기술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된 업무는 기존에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던 가축분뇨 자원

화사업을 일원화해 주관하고 교통취약지 위주로 자원화시설을

인수해 공공성과 사업규모를 키우는 일이다. 덧붙여 퇴·액비화

기준 관리감독과 가축분뇨 실태조사 등 개정 가축분뇨법의 핵

심사항을 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축산업계의 반발 속에

아직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관련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재지는 대전시 유성구에 있으며 원장은 장원경 전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이 맡았다. 조직 구성은 현재 원장을 포함해

4명이며 올해 안으로 18명의 인원으로 1국 3부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오는 7월 중 공식적인 개원식을 갖

는다.� 권순창�기자

수출농가 “시장 다변화 필요” 한 목소리

농협, 수출자조금 통한 국내외 가격차 보상 계획

엔저 영향으로 농산물 수출이 어려움

을 겪는 가운데 농협이 수출확대 의지를

다지며 현장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현

장 수출농가들은 수출국 다변화와 물류

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농협중앙회 회원경제지원부는 지난

달 26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천안배원

예농협 청과물 종합 유통센터에서 수출

농가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

석한 농민들은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을

요구하며 농협과 NH무역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오범록 운봉농

협(전북 남원) 조합원은 “파프리카 수출

은 99% 일본에 하는데 엔화가 1,400원

에서 900원 선까지 떨어져 피해가 크다”

며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일본

외 미국이나 호주 등은 거리가 멀어 물

류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개

별농가로선 방법이 없으니 농협중앙회

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동호 수곡농협(경남 진주시) 조합

원은 “딸기 수출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 다변

화를 이루지 못하면 올해는 수출이 어

렵다고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박봉순 안성인삼농협 조합장은 “최근

미국 도시지역을 견학하며 마트를 둘러

봤는데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

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인마트

에 가도 우리 농산물은 거의 없다. 현지

에선 우리 농산물을 팔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NH무역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

도 나왔다. 김문호 서안동농협 조합장은

“조합장들끼리 모이면 NH무역이 수입에

만 신경을 쓰지 수출엔 역할이 미진하다

고 얘기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국

내가격이 수출가격보다 좋을 때가 있는

데 이럴 때엔 농가가 수출을 안하려고

한다”면서 차액보전 방안을 강구해달라

고 건의했다.

농협은 매칭펀드형 수출자조금 적립

제를 운영해 국내외 가격차 보상에 나

설 계획이다. 이 자조금은 농협이 수출

무이자자금 운영수익으로 70%를 적립

하고 나머지 30%는 수출공선회가 적립

해 재원을 마련한다. 또, NH무역은 최

근 자본금 증자에 힘입어 산지수집계열

화와 해외법인 사업 강화를 도모한다.

한편, 농협은 돌(Dole)이나 썬키스트

(Sunkist) 등 해외브랜드를 통한 수출

을 검토해달라는 참석자들의 요청에 긍

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

다. 서현 농협 회원경제지원부 수출지원

국장은 “농협 전체 수출이 일본에 편중

돼 있다. 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 (소포

장 혹은 낱개포장이 유행하는데)우리가

단기간에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돌이나

썬키스트에 납품하는 방법을 생각해보

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현장농가들의

의견을 직접 들은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

지만 농업의 미래가 수출에 달렸다고 생

각한다. 2017년 수출 10억불 목표를 달

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홍기원�기자

민관협치, 지역농정 이끄는 동력

농발위·시민소통위·농업회의소 등 다양한 협치기구 활약

지역농정을 주도하는 민관거버넌스

(협치) 기구들이 지역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협치의 경험이

쌓여가면 지역에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일관된 농정 추진이 가능하고 농업의 위

상 제고에도 효과가 높다.

지역재단과 옥천군 농민연대가 연 제

34차 지역리더포럼은 옥천군의 경험을

중심으로 지역농정 거버넌스 구축방안

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22일 충북 옥

천군 안남면 배바우도농교류센터에서 열

린 포럼에 참석한 주교종 옥천군 농업발

전위원회 운영위원은 “옥천군 농정의 중

요한 사안은 농발위에서 의견을 조율하

고 있다”며 “친환경학교급식과 옥천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도 농발위

에서 논의해 얻은 성과다”라고 자평했다.

옥천군 농발위는 지난 2007년 농발

위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제정되며 출범

했다. 농발위는 군수가 위원장을 맡고

군의원·농협중앙회군지부장 및 군내 지

역농협 조합장, 그리고 농민단체 대표자

들이 모여 농업·농촌 발전 정책의 방향

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주 운영위원은 “처음엔 민원성·지적

성 발언만 나와 공무원들이 기피하고 결

론 없이 끝나는 회의였다”며 “그러나 자

체교육을 진행하고 농발위가 의견을 모

아 옥천군 농정방향을 결정하는 기구로

위상을 인정받자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

명했다. 이어 “예전엔 군수가 농업을 뒤

로 놓고 생각해도 농민들이 개별적인 불

만표출과 시위를 하다 사그라들었을텐

데 이젠 농발위란 회의체가 있어 다르다”

면서 “공무원들도 변해 지역농민과 거리

를 좁혀 지역농정 계획을 잡는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옥천군 안남면에선 면단위 민관협치

가 싹트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송윤섭

안남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은 “행정과 함

께하는 주민자치센터란 틀이 있어 어머

니학교와 작은도서관같은 주민과 함께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지속적으

로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자는 요구가

나와 지역발전위를 만들고 안남면 중장

기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중장기계획을 세우고자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민들은 교통문제 해결을

필요한 사업으로 꼽았다. 이는 면소재지

와 마을을 이어주는 마을 순환버스 운

영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사업을 추진한 생생한 사례다. 안 위원

은 “지금은 지역발전위가 임의조직인데

법인으로 전환해 상설조직으로 만들고

실질적인 면의회 기능을 갖추도록 보완

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선 옥천군 외에 전남 나주·

충북 음성·경남 거창 지역의 민관협치

운영 현황도 소개됐다. 나주시는 전국

최초로 제정한 학교급식 지원조례와 로

컬푸드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이 민관

협치의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엔 나주시

시민소통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농업농촌 분과위 활동

을 준비하고 있다.

음성군에선 2011년부터 지역농정 거

버넌스 기구로 지역순환사회추진본부

가 활동하고 있다. 또, 거창군은 같은해

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에 뽑혀 비영리

사단법인인 농업회의소를 운영하고 있

다.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

은 “기존에 농민단체협의회가 있었지만

상근인원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며 “농

업회의소는 농단협을 정례화한 시스템

으로 한국에 맞는 민관거버넌스 체제 중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홍기원�기자

10 종 합

몬산토반대 시민행진단이 지

난달 20일 몬산토 한국지부

건물 앞에서 몬산토와 농민

을 상징하는 거대한 인형을

들고 GMO 반대를 외쳤다.

34차 지역리더포럼에선 지역농정 거버넌스 구축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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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호 2015년 6월 1일 월요일

브라질산 닭고기서 금지약물 검출

양계협 “브라질산 수입 전면 금지하라”

일부 브라질산 닭고기에서 사용이 금지

된 항생제가 검출돼 정부가 수입중단 조

치를 취했다. 최근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이 대폭 증가하면서 그 품질과 안전성이

한층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승희, 식약

처)는 지난달 6일과 11일자로 각각 수입

신고된 브라질산 냉동닭고기 2건을 검

사한 결과 ‘노르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됐

다고 밝혔다. 노르플록사신은 동물용 항

생제의 일종이지만 우리나라 검역기준

상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미 식품의약국

(FDA)에 따르면 말초신경 장애 등의 부

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에 항생제가 검출된 업체는 코파콜

(Copacol)이라는 도축가공업체로, 식약

처는 해당 작업장의 닭고기에 대해 지난

달 27일자로 수출선적 중단 조치를 내렸다.

조치 이전에 수입한 물량에는 전수 정밀검

사를 실시하며 조치 이후에 선적해 수입한

물량에 대해서는 축산물 수입을 거부했다.

닭고기 수입물량의 40% 이상을 차지

하고 있던 미국산 닭고기가 지난 12월부

터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수입이 중

단되자 국내 수입업체들은 급격히 브라질

산 닭고기 수입을 늘렸다. 그 결과 평소 미

국산 수입량 이상으로 브라질산 수입이

증가해 육계업계는 하반기 닥칠 공급과잉

을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항생제 검

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수입량이 비정상

적으로 늘어난 만큼 브라질산 닭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 있으며, 국

내산을 포함한 전체 육계시장의 소비침체

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는 이번 사태

에 대해 “브라질에선 육계 생산성이 떨어져

항생제 사용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

질산 닭고기 검역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

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을 전면 금지하고 이미 수입한 닭고기를

전량 폐기처분해 수입산 닭고기 항생제로

인해 국내산 닭고기 소비가 주춤하지 않

도록 철저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 권순창�기자

친농연, 유기농산물 롯데슈퍼로 공급

친농연·롯데슈퍼 간 계약재배

안정적 농산물 공급·소비 확대 기대

농민단체와 대형유통 업체가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소비확대를 위

해 손을 맞잡았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이등질,

친농연)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농식품부), 롯데슈퍼(대표이사 이춘석)와

함께 지난달 28일 롯데슈퍼 본사에서 ‘유

기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소비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부터 논의된

것으로, 농식품부·롯데슈퍼·친농연이

협조체제를 구축해 유기농산물 소비 확

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다.

이들은 친환경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

가 늘지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낮고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비중

이 낮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같은 협력

안을 도출했다.

롯데슈퍼와 친농연 소속 유기농 생산자

간 직거래 체계가 마련되면 생산자는 안

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손쉽

고 저렴하게 유기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롯데슈퍼는 생산농가와 계

약재배를 맺고 농산물을 공급받기로 했

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직영점포

445개소를 유기농산물 판매장으로 전환

할 계획이다. 또 유기농 생태마을 조성 및

농가 영농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친농연은 농가 조직화, 우수 농가 발굴

등 계약재배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안정적 공급을 위해 유기농산물의 철저

한 생산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롯데슈퍼

와의 계약으로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판로 확대, 가격보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계약재배는 정해진 물량을 지속

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수매가를 먼저 정

하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보장도 될 것”이

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산물을 알리고,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홍인기 친환경농업과장은 “소

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친환경농산물 인

증관리 강화, 친환경농산물 생산기반 조

성 및 연구개발 지원, 유통인프라 확충 및

소비촉진을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 박선민�기자

정부 밥쌀용 수입 반대에 지역 시민단체가 앞장

당진시 지역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달 26일 당진시청 앞에서 정부의 밥쌀용

수입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당진시 시민연대 김

희봉 상임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비열하게도 농민들이 한창 바쁜

시기에 밥쌀용 수입공고를 내 농민들의

저항을 피하려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

부는 수요가 있어 수입하겠다는데, 누구

를 위한 수요이며 밥쌀용 쌀이 수십만톤

들어왔지만 그로 인한 식당밥값이 내려

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

였다.

투쟁 발언에 나선 전국쌀생산자협회

강사용 충남본부장은 “지금도 논에서 모

내기하다 나왔다. 밥쌀 수입으로 쌀값이

폭락하면 지역농협들이 타격받음에도 불

구하고 조합장들 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

았다”며 결국 농민들만 피해보게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학로 당진역사연구모임 대표도

“당진시는 전국 최대 쌀 생산지로서 정부

밥쌀용 쌀 수입에 의한 농가 피해가 클 뿐

만 아니라 그로인한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이 예상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표자들은 ‘정부

밥쌀용 수입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정부

에 제출해줄 것을 김홍장 당진시장과 이

재광 당진시의회 의장 그리고 최석동 농

협중앙회 당진시지부장에게 요구했다. 특

히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새누리당과 박

근혜 대통령이 농민들에게 약속한 우리

쌀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면서 김

동완 국회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지

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당진시

의 밥쌀용 수입에 따른 쌀값 폭락으로 농

협미곡처리장이 입은 피해액이 적게는 수

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씩 적자를 낸 것으

로 드러났다.

소비자 여성대표로 참석한 정진희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정권에서 내

걸었던 『우리쌀 반듯이 지키겠다』는 현수

막의 잉크냄새도 가시기 전에 수입의무도

없는 밥쌀용 쌀 수입 발표는 정부가 식량

주권을 포기하고 농민 뒤통수치는 처사”

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농민들이 모

내기에 쫓겨 반대집회조차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시민단체들이 주도하게 됐다고

밝히며, 참석자들은 정부가 밥쌀 수입을

포기할 때까지 농민들과 연대해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당진�l�김희봉�기자

꼭지절단 수박 시범유통에 대형마트 참여

농협 취급 매장 수 6개에서 500여개로 확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4월부터 농협을 통해 추진 중인 ‘꼭지절단

수박 시범 유통’을 5월말부터 대형마트가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대 추진한다

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오는 4일부터 2주간 총 19개

매장에서 꼭지절단 수박을 시범 판매한다.

농협은 수도권 6개 매장 중심으로 실시

하던 꼭지절단 수박 시범판매를 농협계통

전국 주요 매장 500여개로 확대해 8월말

까지 실시한다.

꼭지절단 수박은 당도가 11브릭스 이상

인 것만 선별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판매주체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농협이 수도

권 6개 매장에서 꼭지절단 수박을 시범

판매한 결과, 소비자들이 수박 구매 시 꼭

지보다는 품질과 가격 등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T-자’꼭지 모양의 수

박은 수확·운송 등에 별도의 노력이 더

들고, 유통 중에 꼭지가 떨어지면 정상 판

매가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지난 4월 16일부터 ‘꼭지절단 수박

시범유통’을 추진했다.� 안혜연�기자

농정원, 제2대 원장에 박철수 씨 취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은 지난달 26일 박철수 제2대 원장 취임

식을 가졌다.

박철수 신임 원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

로 1983년 농수산부에서 공직생활을 시

작한 이래 농식품부 대변인, 소비안전정

책관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

장 등을 역임했다.

박 원장은 취임사에서 “농정분야 교육·

홍보·정보를 담당하는 농정원장에 취임

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농업정책 집행기

관으로 고객의 최대만족을 확보하면서 실

질적인 농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임기 동

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원재정�기자

소·돼지 ‘화창’, 육계 ‘흐림’, 낙농 ‘장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 발표

◦한·육우

한·육우 사육두수는 지난해부터 꾸준

히 감소 추세에 있다. 3월 기준 사육두수

는 한우가 256만두, 육우가 9만7,000두.

가격이 안정되면서 농가 입식의향도 증

가하고 있지만 도축두수는 늘지 않고 있

다. 사육두수 감소 추세는 2017년까지 이

어질 전망으로, 도매가격은 2016년 이후

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6~8월 한우 1등급 1kg당 지육가격은 1

만5,000원 내외.

◦돼지

FMD와 PED 등 가축질병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다소 감소했다. 수입량이 이례적

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생산 감소와 소비

증가가 맞물려 지육가격은 당분간 고공행

진을 계속한다. 1kg당 지육가격은 6월에

6,000원선 돌파가 가능하며 이후 8월까지

5,0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육계

4월 종계 사육수수가 전년대비 14.1%

증가했고 6월 육계 사육수수는 13.5% 증

가가 예상된다. 산지가격은 하락세가 지

속돼 6월엔 1kg당 1,300~1,500원이 될

전망이다. 종계 입식 증가에 따른 생산잠

재력 상승, 수입닭고기 재고 증가로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하반기 가격폭락이 가

장 큰 걱정거리다.

◦낙농

1사분기 원유 생산량은 54만9,000톤

으로 전년 동월보다 0.5% 증가했으며 분

유 재고량은 2만1,951톤으로 전분기보다

18.8% 증가했다. 공급과잉 상황이 좀체

호전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나마 농가의

원유 감산 노력으로 2사분기 원유 생산량

은 전년대비 2.2~3.1% 감소하고 3분기엔

3~4%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 활

성화를 위한 적극적 홍보와 소비자의 동

참이 필요하다.� 권순창�기자

당진시 지역시민단체 대표들이 정부의 밥쌀용 수입방침을 규탄하며 지난달 26일 당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철수

농정원 신임 원장

11종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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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제661호2015년 6월 1일 월요일

입법활동으로 농협개혁 돌파구 연다

“임원선거 선관위 위탁 여부, 조합 자율에 맡겨야”

6월 임시국회에선 농협개혁을 이

끌 입법활동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지역

재단 사무실에서 대표자-집행책

임자 연석회의를 열고 농협중앙

회장 선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농협

중앙회 대의원 289명에게만 선거

권이 있다. 운동본부는 중앙회 회

원조합 조합장 전원에게 투표권

이 있는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

는 내용으로 농협법 개정을 준비

하고 있다. 이호중 운동본부 사무

국장은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

자는 취지다”라며 “조합장들이 소

속조합 조합원의 의사를 수렴해

투표하도록 조항을 만들어 조합

원들의 의사가 농협중앙회장 선

출에 반영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개혁과제 연구와 매

니페스토 운동도 동시에 진행한다.

운동본부는 이달부터 농협중앙회

장 선거를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

한 내용을 연구한 뒤 오는 9월 토

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

다. 이를 통해 지난 3.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때처럼 농협중앙회장

후보들에게 공약을 제시하고 서약

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개혁과제로는 경제지주회사의

경제사업연합회로의 전환과 지배

구조개선 및 조합간 협동 강화 등

이 거론되고 있다.

또, ‘깜깜이선거’ 비판을 받았던

공공단체위탁선거법은 기존 발의

한 개정안에 더해 공공단체 규정에

서 농협을 제외하는 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다. 허헌중 운동본부 집행위

원장은 “농협법에서도 조합선거관

리의 의무위탁조항을 임의위탁으

로 개정하려 한다”며 “각종 임원선

거의 위탁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조합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

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기원�기자

절박한 농민들, 모내기 제쳐두고 ‘TPP 반대’

“TPP는 쌀 시장 추가 개방, 식량주권 포기”

농민들이 바쁜 농번기에도 TPP 반대를 위

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TPP-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농민

의 길(가톨릭농민회·전국농민회총연맹·전

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

회),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는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 200여명

이 모인 가운데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

부서울청사 앞에서 ‘TPP 추진 중단 촉구 국

제행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TPP는 추가 쌀 개

방이며 식량주권 포기”라고 주장했다. 농민들

은 정부가 TPP에 가입하면 쌀 시장을 추가 개

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군다나 쌀값도 폭

락해 농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는 데 미

국은 쌀 관세율 대폭 인하, 미국산 쌀에 대한 의

무수입량 보장 등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정부

는 TPP 가입을 위해선 이를 다 들어줄 것”이라

고 우려했다. 이어 “쌀 시장 추가개방은 쌀로 버

티는 식량자급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식량주권

을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결의발언

을 통해 “TPP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쌀값이

떨어졌다”며 “정부, 이동필 장관, 새누리당 모

두 관세 513%로 우리 쌀을 지키겠다고 약속

해놓고, 513%를 지키기 위해 밥쌀용 쌀을 수

입한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노했다.

집회를 마치고 난 후 참가자들은 TPP 반

대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TPP 반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이번 국제행동은 지난 4월 열린

2015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회의

에서 회원국들이 TPP 반대에 국제적 연대를

강화 해 공동행동을 하기로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 박선민�기자

정부, 밥쌀용 쌀 수입 구매입찰 비판 속 강행농식품부 진땀 해명 …

전농 “또 다른 할당량 유지 자체가 WTO 위반” 반박

정부가 전국적으로 진행된 밥쌀용 쌀 수입

반대 농민대회에도 불구하고 구매입찰을 강

행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재수,

aT)는 지난달 21일 밥쌀용 수입쌀 1만톤에

대한 정부 구매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현

재 견본품 검사 등 입찰이 진행과정 중에 있

으며, 수입 여부 및 수입 국가는 입찰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최종 낙찰 결과는 늦어도 6

월 첫째주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구매입찰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

동필, 농식품부)는 밥쌀용 쌀 수입 관련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밥

쌀용 쌀 비중 30% 조항 삭제는 밥쌀용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내

수요와 관계없이 무조건 30% 수입하는 의무

를 없애겠다는 뜻”이라며 “(쌀을) 전량 가공용

으로만 수입하면 WTO 일반원칙 등 국제 규

범을 위반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농식품부는 “관세화 이후 TRQ 쌀을

WTO 규범에 어긋나게 운영할 경우 WTO에

통보한 양허표 수정안 검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밥쌀용 쌀 수입은 TPP 참

가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

농)은 지난달 26일 반박 논평을 발표, “밥쌀

용 쌀 수입이 GATT 3조, 17조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국별

쿼터, 밥쌀용 30% 쿼터를 부여한 2005년부

터 3조 7항을 위배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

고 꼬집었다.

또 전농은 “쌀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전면

개방 체제로 진입했고, TRQ 물량도 우리의

필요에 따라 수입하는 것이지 또 다른 할당

량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WTO 위반”이라며

“관세율 513% 협상은 관세상당치에 대한 검

증이지 밥쌀용 쌀과 흥정대상이 될 수 없으

며 이는 정부가 누누이 강조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안혜연�기자

박홍규

농민만평

모내기철에

‘봄가뭄’ 우려

지난달 27일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의 들녘에서 한 농부가 논둑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은 모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농부는 “모내기가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었다”며 “인근 저수지의

물로 논물은 채웠지만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봄가뭄에 대한 근심을 드러냈다.

� 한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