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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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석사학위논문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과 복식 2018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류학과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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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과학석사학위논문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과 복식

    2018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류학과

    김 소 현

  •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과 복식

    지도 교수 전 재 훈

    이 논문을 생활과학석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2017년 11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류학과

    김 소 현

    김소현의 생활과학석사 학위논문을 인준함

    2017년 12월

    위 원 장 (인)

    부위원장 (인)

    위 원 (인)

  • - i -

    초 록

    본 연구는 근대 서양화 도입 이후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분석하여 시기별 여성의 몸에 나타나는 특징 및 이상미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의 경험이나 가치관, 사회·문화적 시각, 복식이

    누드화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누드는 단순히 벗은 몸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예술이 아니라 몸을

    아름답게 재구성한 형태로 표현한 예술이다. 몸은 사회와 복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누드화를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들을

    증명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고, 기존에 서양 누드화의 연구에 치우쳤던

    것에 비해 한국 누드화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닌다.

    한국의 누드화는 서양화가 도입된 1910년부터 현재까지를 도입기,

    과도기, 정착기의 의미로, 1910년부터 1949년까지의 시기를 전기로,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문적인 누드모델이 나타난 시기인 1950년부터

    1989년까지의 시기를 중기로, 표현이 다양해진 1990년부터 현재까지를

    후기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일본의 간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 서양화

    교육을 받았던 유학생들이 제작한 작품들이 한국 누드화의 시작이었다.

    전기의 여성의 몸은 크게 두 가지 표현으로 나타났다. 백인에 가까운

    피부색과 비율, 단발머리 등 서구적 특징으로 표현된 신여성과 전통적인

    쪽머리, 작은 이목구비, 어두운 피부로 표현된 전통적 여성이다. 통통한

    몸과 소극적인 모습이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중기에는 절망이나 현실을 도피하여 이상향을

    표현한 작품이 많이 나타났다. 중기 초반에는 전기와 마찬가지로 통통한

    몸이 많이 표현되었고, 소극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점차 마른 몸과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도 표현되기 시작했다.

    후기는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발전한 시기이기 때문에 작품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표현 방식도 훨씬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슴이

  • - ii -

    커지면서 볼륨감이 커졌고, 잘록한 허리와 가는 팔다리의 마른 몸에

    복근이나 팔다리 근육이 표현되어 탄력 있고 건강한 몸으로 표현되었다.

    전반적인 경향과 별도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나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 등이 반영되어 나타난 특징을 살펴보면 전기에는 주로

    화가의 경험으로 인한 특징이 많이 반영된 반면, 중기의 전쟁 이후부터

    후기까지는 경험보다 주관적 생각이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작가의 개인적 요인은 작가의 특성을 만들고 작품의

    다양화에 기여했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으로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시각은 에로스, 모성,

    힘의 기준에서 살펴보았다. 첫 번째 에로스는 관음증적 시각과 음부

    노출에서 남성과 여성의 시각에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음모의 노출에

    거부감을 느끼고, 관음적 시각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였으나, 여성은

    음모를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두 번째

    모성은 남성에게 추상적인 이미지로 출산과 관련된 배와 엉덩이를

    강조하거나 아기에서 젖을 물리는 어머니로 표현된다면, 여성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모성을 아이와의 일상을 통해 표현하였다. 세

    번째 힘은 남성은 여성을 작고, 부드럽게 표현하여 보호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표현하고자 한 반면,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누드화라는 특성상 패션이 완전한 형태로 표현되지는 않으나, 후기로

    갈수록 옷을 드레이퍼리의 한 형식으로 사용하였다. 전기에는 한복

    치마로 나타나기도 하였고, 후기에는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바지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는 에로스적 측면에서 관음적 시각을

    부추기며, 모성의 측면에서 정숙한 분위기를, 힘의 측면에서 여성을

    약하거나 강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주고 있다.

    이처럼 각 시기별로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 표현은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고, 복식을 볼 수 있는 단서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직접적인 복식의 형태가 여성의 몸에

  • - iii -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찾기 어려웠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근대 이전에 일률적인 형태의 복식을 착용하였던 것에 비해 근대

    이후에는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몸에 반영되어 나타날 수

    없었다는 점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다양한 자료를 충분히 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의 시기별 여성의 몸에 기대하는 보편적 특징이

    누드화 속 여성의 몸에 나타났다는 점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각이 한국의 누드화 속 여성의 몸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복식의 반영에서 한국 누드화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주요어 : 한국 누드화, 여성의 몸, 형태적 특징, 복식, 사회·문화적 시각

    학 번 : 2016-21675

  • - v -

    목 차

    제 1 장 서 론 ····································································1

    제 1 절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1

    제 2 절 연구의 방법 및 범위 ··························································4

    제 2 장 이론적 배경 ······························································7

    제 1 절 누드의 개념 ··········································································7

    제 2 절 누드화의 역사 ······································································9

    1. 서양 누드화의 역사 ············································································9

    2. 한국 누드화의 역사 ··········································································14

    제 3 절 몸에 관한 이론적 고찰 ····················································17

    1. 물리적 몸 ····························································································18

    2.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시각 ························································22

    제 4 절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개인적 시각 ······························27

    제 3 장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29

    제 1 절 시기별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29

    1. 전기(1910-1950년) ······································································31

    2. 중기(1951-1990년) ······································································35

    3. 후기(1991년- ) ············································································40

  • - vi -

    제 2 절 작가별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46

    1. 이중섭 (1916-1956년) ································································46

    2. 최영림 (1916-1985년) ································································50

    3. 천경자 (1924-2015년) ································································55

    4. 류영도 (1960년- ) ······································································60

    5. 작가별 특징에 영향을 미친 요인 ··················································64

    제 3 절 종합적 논의 ······································································67

    제 4 장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시각 및 복식 ···········································73

    제 1 절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에 반영된 사회·문화

    적 시각 ···························································································74

    1. 에로스 ··································································································74

    2. 모성 ······································································································78

    3. 힘 ··········································································································81

    제 2 절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복식 ··········································85

    1.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복식의 형태 ··············································85

    2.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복식의 의미 ··············································94

    제 3 절 종합적 논의 ················································································98

    제 5 장 결 론 ·······························································101

    참고문헌 ···············································································109

    Abstract ··············································································119

  • - vii -

    표 목차

    [표 1] 한국 누드화 속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분석 기준 ··············20

    [표 2]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시각 분석 기준 ··············25

    [표 3] 시기별 한국 누드화의 특징 분석에 선정된 작가 ······················30

    [표 4] 전기에 속한 작품들에서 나타난 형태적 특징 ····························34

    [표 5] 중기에 속한 작품들에서 나타난 형태적 특징 ····························39

    [표 6] 후기에 속한 작품들에서 나타난 형태적 특징 ····························44

    [표 7] 전기 작가와 이중섭의 작품 속 여성의 몸의 형태 비교 ··········50

    [표 8] 중기 작가와 최영림의 작품 속 여성의 몸의 형태 비교 ··········54

    [표 9] 후기 작가와 천경자의 작품 속 여성의 몸의 형태 비교 ··········59

    [표 10] 후기 작가와 류영도의 작품 속 여성의 몸의 형태 비교 ·········63

    [표 11] 시기별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비교 ····71

    [표 12]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드레이퍼리의 형태 및 용도 ·················89

    [표 13] 한국 누드화 속 복식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시각 ·················97

  • - viii -

    그림 목차

    [그림 1] Venus of Willendorf ······································································9

    [그림 2] Sleeping Venus, 1510 ································································12

    [그림 3] 해질녘, 1916 ···················································································16

    [그림 4] 돌아선 나부, 1926 ·········································································38

    [그림 5] 누드, 1927 ·······················································································38

    [그림 6] 누드, 1927 ·······················································································35

    [그림 7] 나부, 1937 ·······················································································35

    [그림 8] 가족, 1950년대 ···············································································36

    [그림 9] 나부, 1979 ·······················································································37

    [그림 10] 나녀, 1989 ····················································································37

    [그림 11] 나부, 1988 ····················································································38

    [그림 12] 이브86-1, 1986 ·········································································38

    [그림 13] 나부, 1960 ····················································································40

    [그림 14] 누드, 1987 ····················································································40

    [그림 15] 소중한 것을 위하여, 2009 ························································41

    [그림 16] 잔디위에 앉아 있는 여성 누드, 1995 ····································41

    [그림 17] 토기와 누드, 1992 ······································································42

    [그림 18] The egg1, 2009 ·········································································42

    [그림 19] 생의 하모니, 2002 ······································································43

    [그림 20] Temptation, 2003 ······································································43

    [그림 21] 누드, 1991 ····················································································45

    [그림 22] 여인, 2006 ····················································································45

    [그림 23] 날아오르는 여자, 1941 ······························································48

    [그림 24] 춤추는 가족, 1950년대 ······························································49

    [그림 25] 두 여인, 1962 ··············································································52

  • - ix -

    [그림 26] 어느 여인의 시Ⅱ, 1984 ····························································57

    [그림 27] 황혼의 통곡, 1995 ······································································57

    [그림 28] 구성-내 안의 심상, 2008 ·························································61

    [그림 29] 아프리카, 2015 ············································································62

    [그림 30] 대춘가B, 2004 ·············································································70

    [그림 31] 구성-바람소리, 2008 ·································································70

    [그림 32] Agape, 1982 ················································································70

    [그림 33] 나부, 1929 ····················································································76

    [그림 34] 구성-누드, 2006 ·········································································76

    [그림 35] 이브-봄축제, 2011 ·····································································77

    [그림 36] 모자, 1969 ····················································································79

    [그림 37] 잉태, 1989 ····················································································79

    [그림 38] 은밀한 세계, 2013 ······································································79

    [그림 39] 바람이 그립다, 2006 ··································································80

    [그림 40] 나녀, 1960 ····················································································80

    [그림 41] 누드, 1993 ····················································································82

    [그림 42] 인생은 어디로 가는가, 1997 ····················································82

    [그림 43] 입상누드, 1927 ············································································84

    [그림 44] 어느 여인의 시 Ⅰ, 1984 ··························································84

    [그림 45] 모델, 1937 ····················································································86

    [그림 46] 누드Ⅳ, 1990 ················································································87

    [그림 47] 누드B, 1982 ·················································································87

    [그림 48] 갈망, 2007 ····················································································88

    [그림 49] 여인Ⅲ, 2008 ················································································88

    [그림 50] 아뜰리에, 1957 ············································································91

    [그림 51] The stranger, 2010 ··································································92

    [그림 52] Aesthetic of life, 2016 ····························································93

    [그림 53] 청바지를 입은 진주귀걸이 소녀, 2012 ··································93

  • - 1 -

    제 1 장 서 론

    제 1 절 연구의 배경

    여성의 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예술의 소재로 꾸준히 사용되어 왔으

    며, ‘밀로의 비너스’와 같은 아름다운 몸은 이상의 미메시스이자 시대

    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으로 현재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여

    성의 몸에 대한 미학적 관심은 현재에도 이어져오고 있으며, 아름다운

    몸이 예술의 소재로 국한되는 것을 넘어 의학이나 운동, 다이어트와 같

    은 방법을 통해 아름다운 몸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커짐에 따라 몸도 소

    비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누드는 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예술 장르 중 하나로, 예술을 통해

    표현된 몸을 통해 사람들은 몸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동시에 아름다운

    몸을 동경하게 된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2002)는 그의 저

    서에서 누드는 실제 모델을 그대로 구현하는 모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

    라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재구성된 신체’

    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언급한 완벽함은 피사체의 구도 및 색감뿐 아니

    라 신체의 비율 및 형태와 같은 이상적인 몸의 구현도 포함된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누드에 나타난 몸은 그 시대가 가지는 이상미를 작가

    의 시각을 통해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아

    름다움의 기준과 작가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모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누드에 나타난 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시대

    의 사회·문화적 배경뿐 아니라 작가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도 필요

    하다.

    앤 홀랜더(Hollander, 1978)는 본인 저서에서 누드화 속 여성의 몸

    을 통해 이러한 사회·문화적 시각과 복식을 살펴보았다. 그는 여성의

  • - 2 -

    몸을 보는 기준을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 등과 같은 신체 부분들과 뼈

    와 근육의 표현, 음모의 표현, 드레이퍼리 등으로 생각했는데, 이러한 요

    소들은 시대에 따라 여성에게 기대한 이상적 몸과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국내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복식을 통한 몸에 대한 이

    해나 시대별로 선호한 몸과 사회와의 관계에 관한 연구, 누드화의 미술

    사적 이해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왔다. 누드화의 미술사적 이해

    및 화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는 김영나(1993)의 ‘한국

    근대회화에서의 누드’, 김경(2013)의 ‘서양화가 송혜수의 삶과 작품

    세계’, 김화영(2008)의 ‘나혜석의 나부와 후지시마 다케지의 花籠(화

    롱)의 비교분석’ 등이 있다. 혹은 특정 매체나 시기, 시각을 통해 바라

    본 몸에 관한 연구로 김소영, 양숙희(2002)의 ‘패션커뮤니케이션 매체

    와 이상적 신체미’, 박혜원(2012)의 ‘근대 한국 사회에서의 모던 신

    체미의 형성과 특성’, 이지언(2011)의 ‘몸의 미학과 여성예술가’ 등

    이 있으며, 배홍철(2013)의 ‘한국 1920년대. 나체화를 둘러싼 예술과

    외설의 사회적 의미’나 박선지, 임은혁(2014)의 ‘한국 근대 인물화에

    나타난 응시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과 복식’과 같이 여성의 몸을 바라

    보는 사회적 시각에 집중한 연구가 있었다.

    이처럼 누드화에 대한 연구는 미술사적 관점이나 문화적 관점에서

    주로 연구되어 왔으며, 서양의 경우 홀랜더(Anne Hollander, 1993)가

    본인 저서에서 서양 누드화 속 여성의 몸에 각 시대의 복식이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연구하였으며, 사례를 통해 누드화에서 드레이퍼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며, 드레이퍼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연구하였

    다. 반면, 국내에서는 누드화가 시기에 따른 이상적인 몸의 형태 변화와

    누드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통한 사회·문화적 시각의 반영을 연구

    한 사례가 매우 미미하다. 특히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몸

    이 시기에 따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적 특징이 같은 시기의 이상미

    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정치적, 문화

  • - 3 -

    적)이 여성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

    두되었다. 이에 반해, 한국 누드화에서 여성의 몸에 복식이 반영되어

    나타나는지, 그리고 드레이퍼리가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살펴본 연구가

    매우 미미하여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누드화 작품들을 시기별로 살펴봄으로써 각

    시기별로 추구되는 몸의 보편적 특징을 몸을 분석하고, 아울러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각이 누드화 속 여성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한국 누드화에 복식과 드레이퍼리

    가 누드화에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한국의 누드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기

    별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몸에 대한 보편적 특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각과 누드화 속 여성의 몸과의 관

    계를 증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기존 선행연구들이 서양의 누

    드화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반면, 한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작품을

    대상으로 여성의 몸에 집중하여,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수성 및 복식이

    누드화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를 찾아내는 것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누드의 개념 및 누드화의 역사를 고찰하고, 기존의 몸에 관한 담

    론을 토대로 본 연구의 틀을 만든다.

    둘째, 물리적 몸에 관한 담론을 토대로 시기별 한국 누드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를 고찰하고, 사례를 통해 작가의 개인적 시각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셋째, 사회·문화적 몸에 관한 담론을 토대로 시기별 한국 누드화 속 여

    성의 몸이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시각을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넷째,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드레이퍼리를 토대로 복식이 반영되는 형태

    와 의미를 고찰한다.

  • - 4 -

    제 2 절 연구의 방법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과 몸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그

    시대의 복식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고찰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먼저 문헌연구로 전문서적과 선행연구를 통해 누드의 개념, 서양 및

    한국 누드화의 역사, 몸과 관련된 선행연구에 대해 고찰하였다. 또한,

    1910년부터 현재까지 전시 및 옥션을 통해 발표된 한국 작가들의

    누드화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각 시기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체미 및

    복식과의 연관성을 도출하는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사례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한국 누드화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전시였던 ‘한국

    근현대 누드 걸작선’과 ‘한국 누드미술 80년전’에 전시되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실린 도록과 그 작가들의 다른 전시 도록, 그 외

    선행연구에서 다루어졌거나 공식적인 전시를 통해 누드화를 발표한 전시

    도록, 자서전, 화집 및 작가 본인 혹은 직계가족의 웹사이트에 실린

    자료와 서울 옥션 도록 등에 실린 자료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누드화의 범위는 한국 작가가 그린 여성 모델의

    누드화로, 전신 노출 작품 및 가슴, 음부, 엉덩이와 같은 중요부위를

    포함한 부분적 노출 작품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1차적으로 서양화가

    도입되며 본격적으로 누드화가 제작되기 시작한 191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누드화를 10년 단위로 나누어서 분석한 후,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는 시기들을 묶어 중요한 사건이나 변화를 기점으로 다시 세

    시기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우선 전기와 중기의 기준은 1950년으로, 관련 선행연구에서

    누드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가 기록상 1950년대로 알려져 있고,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점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전환 시점으로 정했다. 또한,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기준은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 중 현대 누드화의 출품양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 - 5 -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는 누드화 작품 제작 수와 표현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1990년을 그 기준으로 삼았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1910년부터

    1949년까지를 전기, 1950년부터 1989년까지를 중기, 1990년부터

    현재까지를 후기로 분류하였다.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에 나타난 형태를 분석하는 기준은 여러

    몸과 관련된 선행연구의 분석 기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거나 미적,

    사회적 의미가 있는 신체 부분을 선택하여, 헤어,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 음부, 팔과 다리 및 뼈와 근육의 표현, 시선, 표정, 자세를

    기준으로 정했고, 전체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 비율과 체형을 추가하여

    형태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형태적 특성을 분석한 후 시기별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또한,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과

    관계없이 개성이 강하며 선행연구에서 3회 이상 다루어졌거나, 언론

    인터뷰가 다수 포함된 작가 4인-이중섭, 최영림, 천경자, 류영도-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개인적 시각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선이 작품 속 여성의 몸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어 나타나는지를

    선행연구들에 나타난 기준을 바탕으로 에로스, 모성, 힘의 세 가지

    항목으로 선정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 - 6 -

    제 1 장 서론

    제1절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제2절 연구의 방법 및 범위

    제 2 장 이론적 배경

    제1절 누드의 개념

    제2절 누드화의 역사

    1. 서양 누드화의 역사

    2. 한국 누드화의 역사

    제3절 몸에 관한 고찰

    1. 물리적 몸

    2. 몸에 관한 사회·문화적 시각

    제4절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개인적 시각

    제 3 장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제1절 시대별 한국 누드화에 나

    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제2절 작가별 한국 누드화에 나

    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제3절 종합적 논의

    제 4 장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시각 및 복식

    제1절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

    의 몸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시각

    제2절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드레

    이퍼리 및 복식

    제 5 장 결론

  • - 7 -

    제 2 장 이론적 배경

    제 1 절 누드의 개념

    고대 그리스부터 인간의 몸을 연구하고 예술을 통해 몸의 아름다움

    을 꾸준히 표현해 온 서양에 비해 한국은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보수

    적이고 몸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 해 왔으나 사실 유교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도 사람의 몸, 특히 여성의 몸을 표현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벗은 몸 그 자체인 나체와 다른 철학적·미학적 관념이 포함된

    ‘누드(nude)’는 대체할 단어가 없이 서구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전동호(2008)는 본인 연구에서, “‘누드(nude)’의 어원은 옷을

    걸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nudus’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벗

    은 인간을 묘사한 그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nudo’는 14세기부터

    사용되었다. nude라는 단어가 영어에서 사용된 것도 18세기로 영어권에

    서도 그 역사는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래전부

    터 자연스럽게 누드가 예술로서 발달해 온 이탈리아나 그리스, 프랑스

    등의 국가와 달리 영국 등의 일부 유럽 국가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 누드

    를 나체와 구분하여 설명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만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Kenneth Clark(2002)는 본인 저서에서 누드는 알몸(naked)과 다

    르게 무방비한 신체가 아닌 균형 잡히고 건강한 ‘재구성된 이미지’로

    정의하면서, 누드는 실망을 불러일으키는 실제적 신체를 모방한 것이 아

    닌 완벽하게 만들어진 신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알렉산더(S.

    Alexander)의 관능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누드는 잘못된 예술이라

    는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박하며 누드가 촉발하는 감각 중에는 그 누드가

    아무리 추상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해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능적 욕

  • - 8 -

    구를 반드시 촉발한다고 말했다. Clark는 누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으로 누드는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인들이 창안한 예술형식”으로 정

    의했다. 장미야(2001)는 그의 연구에서 누드화를 누드의 어원에서 도출

    된 “벌거벗은 인체에서 미적 요소를 표현하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알몸의 인체’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의를 통해 누드는

    작가의 시점에서 완벽하게 재구성된 신체이며, 누드화는 이런 재구성된

    신체가 표현된 미술형태로 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누드의 정의가 옷을 걸치지 않은 상태의 인체를 사

    회, 문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하여 표현한 예술 형식이라면, 누드

    화는 그 예술 형식의 한 분야인 그림(畵)을 통해 인체를 표현한 것을 의

    미한다. 본 연구에서 적용한 누드화는 다른 사물(천이나 속옷, 손이나

    팔 등을 포함한 어떠한 물체)로 인해 약간 가려진 형태나 화면 구성상

    몸의 일부가 잘린 것 등을 누드화 범주에 포함하였다. 정확히는 정면의

    경우 가슴을 포함한 상반신 이상의 노출이 표현된 경우이며, 뒷모습의

    경우 마찬가지로 상반신을 포함하여 그 이상의 노출된 신체가 표현된 경

    우를 연구의 범위로 설정했다.

  • - 9 -

    제 2 절 누드화의 역사

    1. 서양 누드화의 역사

    현재 발견된 누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B.C 15,000~10,000년경

    프랑스 페늬라마들렌 동굴벽화와 오스트리아의 뵐렌도르프의

    비너스(Willendorf Venus)(그림1)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인체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몸을 표현했다기 보다는

    과장되고 분절된 형태로 풍요나 번식 등을 비는 주술적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양식을 발전시켜, 기원전 5세기경에는 분절되어 표현되거나

    과장된 신체가 아닌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수학적 비례와 이상적

    조화와 균형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몸의 아름다움에 관한 연구를 토대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Clark는 예술적 관점에서의 누드라는 의미에서

    그리스 누드를 그 시작으로 본 것이다.

    [그림 1] 뷜렌도르프(Vitruvius)의 비너스

    그리스인들은 수학적 비례를 통해 객관적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인체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 - 10 -

    B.C 1세기 경 활동한 로마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인체를

    비례의 모범형으로 표현하며, 팔과 다리를 뻗은 인체는 정방형과 원에

    딱 들어맞는 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 시기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이를 정확히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 중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이라 불리는 데생이 가장 이상적으로 이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인체의 객관적인 미를 연구했으나,

    1507년 이를 이어받아 연구하던 뒤러가 절대적인 완벽의 기준을 버리고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지상에는 아무도 없다”고 인정하며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인정했다.(Clark, 2002) 이러한 그리스인들의 노력은 현대까지

    인체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인체미에 대한 연구는 여성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남성의 몸에 한정되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및 이집트에서는 여성의

    몸은 중간에 ‘젖은 주름옷(draperie mouillée)’이라 부르는 형태를 통해

    몸을 표현하면서 신체의 일부는 강조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였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음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 후 로마를

    지나 르네상스까지도 여성보다 남성누드 작품 수가 훨씬 많이 나타났다.

    여성의 누드작품은 크게 ‘천상의 비너스(Venus Coelestis)’와

    ‘자연의 비너스(Venus Naturalis)’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근원은 플

    라톤의 『향연』에서 찾을 수 있다. 『향연』에서 사랑의 신에 관한 파

    우사니아스의 말 중

    아프로디테가 둘임을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그 둘 중

    하나는 연장자이고, 어머니 없이 우라노스가 직접 낳은 딸이어서 우리는 그

    녀를 우라니아-천상의 아프로디테-라 부르고,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인 또

    다른 나이 어린 아프로디테는 판데모스-세속적 아프로디테-라 부른다

    네.(Platon, 2003)

  • - 11 -

    에서 천상의 아프로디테(우라니아)와 세속적 아프로디테(관데모스)가 바

    로 천상의 비너스와 자연의 비너스의 시작이다. 이는 이후 여성 누드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고, 비너스가 저속하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유럽 예술의 계속된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Clark는 이 둘을 ‘쌍둥이

    자매’로 표현했다. ‘자연의 비너스’는 말 그대로 자연에서 아름다움

    을 발견한 여성의 누드로 나부를 생식적인 생명의 상징으로 보며 관능미

    와 성숙미를 자연스러움 속에 녹여 표현한다. 이에 반해, ‘천상의 비너

    스’는 말 그대로 현실에 없을 듯한 이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도 아름다

    운 비율과 균형을 가진 여성 누드이다. 이 둘은 사실 뚜렷한 경계를 가

    지고 있지 않다. ‘자연의 비너스’ 속에 ‘천상의 비너스’의 비례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천상의 비너스’ 속에 관능미나 성숙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둘은 서로 닮아 있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이

    를 쌍둥이 자매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비너스는 이후 제작되는

    많은 여성 누드작품들의 목표이자 영감이 되었다.

    중세에는 종교의 틀 안에서 예술이 규제되었기 때문에 종교적

    사건을 표현한 회화가 대부분이었고, 인체의 관능미를 최대한 배제시킨

    성화 속 ‘정숙한 비너스’만 일부 남아있다. 중세 시대에 표현된

    여성의 몸은 머리에 비해 어깨가 좁고, 가슴이 작고, 배가 길고

    돌출되어 있는데, 이는 가슴은 관능적이라고 생각하여 가능한 배제하고,

    배는 생산과 관련하여 강조하고자 하여 나타난 표현이다.(김민자,

    2013) 이에 대한 반발로 인간의 이성을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 시기가

    시작되었고, 다시 인간의 해부학적 지식과 수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인체를 표현했고, 여성 신체의 이상미와 관능미가 다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보티첼리의 과 이 있는데,

    의 세 여신의 ‘젖은 주름 옷’에 비쳐 드러난 인체 선의

    아름다움을 통해 그리스 시대의 누드를 계승했음이 드러난다. 은 비너스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광경을 묘사한 폴리치아노의

    시를 묘사한 작품으로 우수에 젖은 비너스의 표정부터 균형감, 부드러운

  • - 12 -

    어깨 표현 등은 과학적 분석보다는 리듬감으로 변형되어 내용과 형식에

    통일감을 주었다.(Clark, 2002) 또한, 16세기 베네치아의 천재 화가

    조르조네(Giorgione)가 1510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2]는 이 전까지 나타난 누드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작품 이전에 누드화는 신화나 성서를 바탕으로 한

    데 비해 는 내용이 불분명하고, 바로 선 채 팔, 다리,

    머리의 움직임에만 변화를 준 이전까지의 작품들과 달리 누워있는

    새로운 자세를 선보였다.

    [그림 2] 조르조네

    , 1510

    이 후 바로크와 로코코의 발생으로 화려한 색채와 향락문화가

    결부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바로크시대 누드 중 스페인의

    벨라스케스(Velasquez)의 는 앞의

    의 자세를 취하고 코르셋을 한 듯 잘록한 허리와 그에

    비해 두툼한 엉덩이로 더욱 관능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바로크

    시대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특징은 통통한 몸과 큰 가슴과 엉덩이

    표현이다. 이는 세속적이고 관능적인 자연의 비너스적 표현에 속한다.

    18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나타난 로코코 양식은 더욱 장식적인 성향을

    띄며 관능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런 과도한 장식성에 반발로

    신고전주의가 나타났고, 이 시기는 다시 고대와 같이 남성 누드가 많이

    제작된 반면 여성누드는 크게 줄어들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 - 13 -

    미술교육(academy)가 확산되며 다시 여성누드가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나타난 여성의 몸은 인위적으로 제재되지 않은

    ‘천상의 비너스’적 이미지를 추구하였다. 크고 오똑한 가슴, 긴 다리,

    자연스런 인체 곡선 등이 나타났으며,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가 앵그르(Jean-August Dominique Ingre)였다. 특히 ‘라

    수르스(La Source)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연스런 인체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후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는 코르셋과 크리놀린으로 알 수 있듯 큰

    가슴, 가는 허리, 큰 엉덩이를 가진 관능미를 추구하였고, 누드화에도

    반영되어 나타났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표현주의,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등이 나타나고, 다양해진 복식만큼 이상적인 몸의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유행도 빠르게 변화하고 상반된 트렌드가

    공존하기도 하는 등의 다양성으로 인해 누드화에 나타난 몸의 형태도

    이전과는 다르게 다양하게 나타났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루시앙 프로이드(Lucian Freud)와 제니 사빌(Jenny Saville) 등의

    영향으로 비만의 몸의 사실적 표현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도 하였고, 존

    쿠린(John Currin)과 같이 누드화 속 여성의 몸을 왜곡시킴으로써

    현실을 풍자하기도 하였다.

    서양 누드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요소 중 하나로

    드레이퍼리가 있다. Hollander(1978)에 의하면 고대 작품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드레이퍼리는 옷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이 후 직물을

    사용한 다양한 형태를 통칭하게 되었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주름이 지지

    않는 모피소재도 포함하였으며, 라파엘전파 시기에는 머리카락을

    조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드레이퍼리의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누드화에

    표현된 드레이퍼리는 신체의 동작을 강조하고, 신체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예술적 균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 - 14 -

    2. 한국 누드화의 역사

    한국에서 공식적인 최초의 누드화는 1916년 일본 문전 특선으로

    소개된 김관호의 이다(이구열, 1985). 하지만 조선시대 춘화

    (春畵)에 나타난 누드 표현은 비공식적인 누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

    다. 비록 몸 그 자체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성적 상황 표현을 위한 도구로

    서 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섹슈얼리티적 요소가 포함된 naked로 볼 수

    도 있지만, Clark(2002)의 표현에서처럼 누드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

    여금 에로틱한 감정을 반드시 촉발한다는 점에서 춘화도 한국누드의 시

    작이라고 볼 수 있다. 홍선표는 춘화에 대해 남녀간의 성행위를 직접 묘

    사한 것으로, 주술용과 방중술용, 최음용 등을 목적으로 그려진 그림이

    라고 설명했다.(월간미술편집부, 1994) 또한 김현정(2005)은 조선후기

    춘화의 적나라한 장면들이 성적 자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사를 표

    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대부와 같은 귀족 중심의 유교

    적 역사가 아닌 서민들의 역사로 조선시대 인간사를 볼 수 있는 자료로

    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춘화에서도 여성의 몸은

    남자의 몸에 가려져 있거나 옷을 입고 있는 등 완전한 누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1900년대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운 유학생들이 누드화를 선보이

    기 이전에도 중국을 통해 서양 누드화를 접하기도 하였다. 그 예로 박지

    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보면,

    “이제 천주당 가운데 바람벽과 천장에 그려져 있는 구름과 인물들

    은 보통 생각으로는 헤아려 낼 수 없었고, 또 보통 언어, 문자로는 형용

    할 수도 없었다. 내 눈으로 이것을 보려고 하는데 번개처럼 번쩍이면서

    먼저 내 눈을 뽑는 듯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나는 그들이 내 가슴속을

    꿰뚫고 들여다보는 것이 싫었고, 또 내 귀로 무엇을 들으려고 하는데 굽

    어보고 쳐다보고 돌아보는 그들이 먼저 내 귀에 무엇을 속삭이었다. (중

    략) 천장을 우러러보니 수 없는 어린 애들이 오색구름 속에서 뛰노는데,

    허공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살결을 만지면 따뜻할 것만 같고 팔

  • - 15 -

    목이며 종아리는 살이 포동포동 쪘다.” 구절을 통해 서양화 속 드러난

    신체에 대한 충격을 표현하고 있다(홍선균, 1988: 김현정, 2005에서 재

    인용).

    하지만 유교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드화를 접할 기회가 없

    었기 때문에 1900년대 초에 유학생들이나 서양화가들을 통해 들어온 누

    드화를 접했을 때 수용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앞

    에서 언급한 김관호의 은 우리나라 사람의 그림이 해외에서 처

    음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높이 평가되고, 기사화 되면서‘전람회에 진열

    된 김군의 그림은 사진이 동경으로부터 도착하였으나 벌거벗은 그림인고

    로 사진으로 게재치 못함’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 작품사진은 싣지 못한

    일화도 있다(김영나, 1993).

    처음 서양화가 유입된 시기는 17세기 소현세자가 청으로부터 귀국

    할 때 천주교 교리책을 포함한 서양화를 가져왔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설

    혹은 기록은 있으나 그 시작이 정확히 남아있지 않았고, 한국 작가에 의

    해 그려진 것은 청을 통해 접한 서양화 기법을 일부 반영하여 동양화에

    접목시킨 유학자들의 그림을 제외하면 온전히 서양화 기법을 사용한 것

    은 일본이 간섭을 시작한 조선 후기 일본으로 유학을 간 유학생들에 의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초기 작품은 김관호의 (그림 3)과

    이후 1923년 제2회 조선미술전에 출품했던 가 있으나 전자는 일

    본에, 후자는 남아있지 않아 당시 도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는

    조선미술전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화가의 나체화가 전시된 작품이며, 1회

    전시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본 화가들의 특별 출품 작품으로 전시

    된 누드화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전시된 첫 사례이다. 이렇게 전시는 가

    능했으나 도 과 마찬가지로 신문에 사진을 싣지는 못했

    다. 이러한 규제에 대해 당시 동아일보는 “김관호의 와 엔다의

    두 점은 나체의 부인을 모델로 하였다 하여 보이기는 하나 신문

    에 (사진으로) 박아내지는 못하게 하였더라. 이에 대하여 모 화가는 분

    개하여 말하되, 예술의 나라에까지 당국자의 이해 없는 권력이 미쳐서는

  • - 16 -

    참으로 불쾌한 일이라 하더라.” 라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이구열,

    1985a).

    [그림 3] 김관호

    이런 논란 속에서도 김복진, 나혜석, 김인승. 임군홍 등의 작가들이

    꾸준히 누드화나 누드 조각을 출품·전시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재로서의 누드가 확립되고, 1950년대 이후 직업 누드모델이 등장하면

    서 누드화의 제작이 활발해 졌다(김영나, 1993). 해방 전후 누드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화가의 독자적인 해석이

    나 양식이 자유롭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기에 따라 약간씩

    선보인 작품 수의 기복은 있으나 독창적인 구도와 형태로 많은 누드작품

    을 남긴 김흥수(1919-2014년)를 비롯하여, 최영림(1916-1985년),

    최쌍중(1944-2005년), 박득순(1910-1990년) 등의 화가들이 개성이

    드러난 누드 작품들을 끊임없이 제작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이후 훨씬 더 다양한 기법과 형태로 누드화가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전기

    의 나혜석(1896-1948년)을 비롯하여 중기의 천경자(1924-2015년),

    이숙자(1942년-)와 같은 여성 화가들이 등장하여 여성의 시각에서 바

    라 본 여성의 몸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는 여성의

    미술교육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수의 여성 화가들이 여성의 입장에서 개

    성을 드러내며 다양하게 여성의 몸을 표현하고 있다.

    본 연구는 서양화에서 다루는 누드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 즉 서양

    화의 도입 이후에 제작된 누드화를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그 이

    전에 제작된 춘화는 본 연구에서 제외되었다.

  • - 17 -

    제 3 절 몸에 관한 이론적 고찰

    누드 작품은 옷을 입지 않은 몸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누드에서 몸은 소재를 넘어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터너

    (Turner, 1985)는 ‘몸과 사회(The Body and Society)’에서 몸에

    대해 “인류에게 분명하고도 뚜렷한 사실이 있는데, ‘인류는 몸을 소유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곧 몸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은 자아의 환경을 구성하며 자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조앤 엔트위슬(Joanne Entwistle, 2000)은 “사

    회라는 세계는 옷을 입은 몸의 세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

    회, 몸, 옷은 서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몸을

    대상이자 주제로 하는 누드에서 몸은 누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 그 몸은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문화)와 옷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몸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담론으로서의 몸은 물

    질적 몸, 기능적 몸, 감각적 몸, 상징적 몸으로 분석되었으며, 모더니스

    트 담론은 경제적 몸, 인본주의적 몸, 생물학적 몸, 사회적 몸으로 분류

    하기도 했다(황지영, 2006). 아트, 광고, 패션 등과 연관 지어 몸을 연

    구한 사례를 살펴보면 그 분석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물리적 관점에서 몸을 해석하는 것이다. 몸 즉, 신체를

    분석대상으로 삼아 신체의 형태적 특징을 전체적으로 분석하거나, 혹은

    머리, 팔다리, 가슴, 허리, 엉덩이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사례가 있다.

    전자의 예로는 박혜원(2012)의 ‘근대 한국 사회에서의 모던 신체미의

    형성과 특성’, 어여름(2010)의 ‘한국 미인형 비례에 기준한 고전누드

    화의 패러디 표현연구’ 등이 있고, 후자로는 임은혁(2006)의 ‘복식에

    표현된 몸의 재현성과 비재현성’과 신성림(2005)의 저서 ‘여자의

    몸’ 등이 있다. 두 번째는 몸을 눈에 보이지 않는 미학적, 사회학적, 심

  • - 18 -

    리적 틀로 분석한 연구로 미학적 분석의 예는 리처드 슈스터만의 저서

    ‘몸의 미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이지언(2011)의 ‘몸의 미학과 여성

    예술가-리처드 슈스터만의 신체미학을 중심으로’가 있고, 기호학적 접

    근은 황지영(2006)의 ‘광고에 표상된 몸 이미지와 그 의미: 기호학적

    접근’, 사회·문화적 접근으로는 박선지, 임은혁(2014)의 ‘한국 근대

    인물화에 나타난 응시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과 복식’, 김은희(2002)

    의 ‘복식에 표현된 여성의 몸 이미지’와 정윤희(2014)의 ‘젠더 몸

    미술’ 등이 있다.

    1. 물리적 몸

    인체는 선, 형, 재질, 가치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각 부위가

    독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몸의 물리적 구조 및 요소와 관련된 연구

    를 살펴보면 대체로 미학적 분석과 밀접한 연결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민자 ‘복식미학’에 따르면 물리적 구조로서의 인체미를 머리

    와 머릿결, 목과 어깨, 보디스와 가슴, 허리, 배와 엉덩이, 팔, 다리의 7

    개로 나누어 설명했다. 머리의 길이는 인체 비례 측정의 기준이 되며,

    헤어스타일은 의복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대체하는 시각적 효과

    를 제공한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길게 늘어뜨린 머리는 에로티시즘과

    관련된 요소로 보기도 하였다. 목과 어깨는 얼굴과 몸을 연결시키며 시

    대에 따라 목과 어깨의 노출을 금하기도 했으며, 길고 가는 목은 에로티

    시즘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가슴은 여성의 상징적 신체부위

    로 모성, 안정 등을 심리표현에 사용되기도 하고, 여성성이나 에로티시

    즘과 관련된 요소이기도 하다. 허리도 에로티시즘과 밀접한 요소이며,

    코르셋으로 여성의 몸을 억압시키고 변형시키는 부분이기도 했으며, 번

    식, 생산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엉덩이는 다산, 풍요를 상징하며, 허리와

    이어지는 곡선미가 강조되기도 하였고, 신분 상징적 요소가 되기도 하였

  • - 19 -

    다. 팔은 노동이나 힘을 표현하는 요소이며, 다리는 오랫동안 노출이 금

    기시 되었던 부위로 성적 흥미를 주는 요소이다. 요한센(Johansen)은

    허리, 어깨, 목이 미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미적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

    고, 글린(Glynn)과 갤런드(Garland)는 에로티시즘과 여성의 허리가 밀

    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김민자, 2013) 또한, 신성림(2005)은

    그의 저서 ‘여자의 몸’에서 서양의 그림 속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허

    리, 손, 가슴, 눈, 입, 머리카락, 엉덩이, 발과 다리의 8개로 나누어 시대

    별 인체미와 곡선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인체의 부위에 따른 담론에 이어 전체적인 인체의 비례와 체

    형, 균형, 조화, 선 등 인체가 가지고 있는 요소에 따라 몸을 분석하기도

    하였다. 김민자는‘복식미학’(2013)에서 비례를 조형 예술의 기본 요

    소이며 이상적인 비례는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비교에 따른 이상적 수치

    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의 비례의 관점에서 인체를 주로 다루며,

    특히 그리스인들은 인체를 물질이 이데아(idea)로 변용된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이러한 인체의 비례에서 도출된 규범을 카논(canon or Kanon)

    으로 칭했다. 이에 따라 이상적인 몸의 비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

    고,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뒤러(Direr)의 인체비례(황금비율) 등이 나타났다. 뒤러의 황금

    비 분할은 배꼽을 중심으로 상체: 하체=0.382: 0.618의 분할로 이 후

    아폴로상과 비너스상에도 이 비율이 적용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시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절대적인 수치가 되지 못했다. 크리크모어와

    피터슨(Creekmore & Peterson, 1979: 김민자, 2013에서 재인용)는

    1849년대에서 1940년 사이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난 인체비율

    을 연구했고, 복식과 연관된 이상적 실루엣을 위한 시대에 따른 이상적

    비율의 변화가 존재했음을 제시하였다. 박혜원은 그의 연구에서 사회적

    관점과 물리적 관점을 적용시켜 분석하는 데, 선, 비례, 균형, 조화 등의

    요소를 함께 사용하였다. 그 외에도 피부색, 머리모양, 눈의 모양, 자세,

    표정 등에 주목하여 분석하기도 하였다.

  • - 20 -

    본 연구는 시대에 따라 회화 속에 표현된 여성의 몸의 물리적 변화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후, 이러한 변화를 다시 사회∙문화적 시선으로 이차

    적 해석을 하였다.

    몸의 물리적 형태 분석은 우선 신체 전체인지 특정부분만 표현했는지

    를 살펴보고, 신체 전체의 특징을 비율과 체형으로 살펴보았다. 신체 전

    체의 비율은 머리의 크기를 기준으로 전체 길이의 비율을 살펴보았고,

    체형은 전체길이를 1로 보았을 때, 가슴, 허리, 엉덩이의 폭의 비율을 살

    펴보았다. 다른 선행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나타난 기준을 토대로 한

    국 누드화에 적용했을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신체부분으로 헤어, 어

    깨, 가슴, 허리, 엉덩이, 음부, 팔과 다리, 뼈와 근육, 시선, 표정, 자세를

    각각 살펴보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분석에 유의미한 기타요인으로 배

    경을 통해 인물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몸의 형태적 분석을 위해 사용한 연구의 틀을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한국 누드화 속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분석 기준

    항목 설명

    전신비율 머리를 기준으로 한 신체 비율

    체형 마르고 살찐 정도 (키 대비 가슴, 허리, 엉덩이)

    신체부분

    헤어 머리카락의 길이 및 칼라, 스타일

    어깨 어깨의 너비와 각진 정도 (머리폭 대비 어깨너비)

    가슴 가슴너비와 크기, 형태

    허리 허리의 들어가고 나온 정도

    엉덩이 엉덩이의 크기

    음부 음부, 음모 표현 여부

    팔과 다리

    팔과 다리의 굵기와 길이

    뼈와 근육

    몸의 뼈나 근육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는지의 여부

    시선 인물의 시선이 향하는 곳과 의미

    표정 밝고 어두운 정도

    자세 인물의 서고, 앉고, 눕거나 몸을 가리는 등의 행동

  • - 21 -

    우선 전신상은 누드화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형태를 말한다. 전신, 혹은 전신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으

    며, 부분상은 랠프 깁슨(1979)의 “나는 프레임(frame)과 구도에 따라

    일부를 잘라냄으로써 선별적으로 의미를 강조한 형태를 만드는 데에 관

    심이 있다. 전신상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추상적인 형태를 원한다.” 는

    표현과 테슬로의 “몸의 이미지는 갈수록 단편성을 드러내었다. 몸이 부

    위별로 대상화되고 수량화되고 분류화되고 합리화됨으로써 마침내 전체

    와는 별도로 존재하게 되었다.” 의 설명에서 정의된 단어로 몸의 전체

    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여 나타낸 형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누드화에

    서는 세 가지로 나타나는데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특정부분에 집중하여

    정확히 표현한 경우와, 몸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윤곽, 형태, 부피, 추상

    성, 디자인 등을 강조한 기하학적 구도로 표현한 경우, 마지막은 다의적

    이거나 모호하게 표현된 변형적 단편성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 헤어,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 음부(음모), 팔과 다리,

    뼈와 근육과 같은 신체의 부분 표현방식을 살펴본 후, 시선, 표정, 자세

    를 살펴보았다. 헤어는 크게 쪽머리나 댕기머리와 같은 전통적 스타일인

    지, 혹은 서구적 스타일인지를 보고, 좀 더 세분화 하여 머리 길이, 색,

    구체적인 스타일을 살펴보았다. 서양화에서 헤어는 드레이퍼리를 대체하

    는 요소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헤어는 치장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요소이다. 어깨는 너비와

    목에서 어깨,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는 선이 각진 정도를 살펴보았다. 어

    깨선은 한복과 서양복의 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한복은 평면재단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깨에서 팔로 자연스럽게 이

    어지는 반면, 서양복은 드레이핑 방식을 사용하여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

    는 경계가 뚜렷하게 꺾여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슴은 섹슈얼리티적 측

    면에서, 엉덩이는 생산적 측면에서 가장 의미를 가지는 요소이며, 허리

    는 가는 정도로 마른 정도를 알 수 있으며 길이는 생산적 측면과 관련이

    있는 요소이다. 음부표현, 뼈와 근육의 표현은 서양 누드화에서 변화를

  • - 22 -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소들로, 여성의 욕망, 권력, 힘 등을 표현하는 요소

    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서양화에서도 초반에는 표현이 금기시되기도

    하였다.

    시선과 자세는 인물의 적극성여부,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

    이며, 표정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이다. 머리를 기준으로

    한 신체 비율과, 마른 정도를 보여주기 위한 체형도 신체의 물리적 형태

    를 보기 위한 요소들이다. 체형의 경우 전체 길이 대비 가슴, 허리, 엉덩

    이의 폭을 통해 살펴보았다. 서양화에서 누드화의 예술적 균형을 조절하

    는 데 사용한 장치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드레이퍼리를 살펴보고, 또한

    배경과 인물의 조화와 구도를 살펴보았다. 드레이퍼리는 직물로 된 옷,

    수건, 옷감, 카펫, 담요, 이불 등을 모두 포함하며, 모피와 같이 직물과

    유사하며 드레이퍼리를 대체하는 요소도 포함하였다. 한국 누드화에 드

    레이퍼리가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며, 작품에 어떠한 영향 및 역할을 하

    는 지를 살펴보았다. 배경은 인물과 대비되어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지,

    혹은 인물이 배경에 녹아들어 크게 돋보이지 않는지, 어떠한 색과 구도

    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2.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시각

    19세기 이전까지 몸은 생물학적 육체이자 영혼을 담은 저장장소 그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터너(Turner)는 몸에 대한 경시의 원인으로

    정신, 이성을 몸, 감성과 분리하여 더 우선시했던 데카르트(Descartes)

    적 이분법과 몸을 사회적 현상이 아닌 자연적인 것으로 다루어왔다는 점

    을 들었다. 인류학은 자연의 대상인 몸이 문화에 의해 중재되는 것을 전

    재로 했다. 이에 따라 메리 더글러스(Mary Douglas)는 몸을 문화의 중

    요한 분류체계이자 질서와 무질서의 개념이 나타나고 관리되는 수단으로

    간주되기도 하였으며,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몸을 문화적으로

  • - 23 -

    형성된 것으로 보면서 개인이 문화에 맞도록 사회화 되는 중요한 수단으

    로 몸이 사용된 것에 주목했다(Entwistle, 2000).

    몸이 사회학적 연구 대상으로 인정되는 데는 몸과 정신을 분리하고

    정신(이성)을 몸보다 우위에 두었던 데카르트적 이원론에서 벗어나 몸과

    정신의 일체성을 주장한 메를로퐁티(Merleau-Ponty)의 일원론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Goffman은 그의 연구에서 몸은 행

    동, 경험의 중심이며, 자아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 방식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권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철학자

    Foucault는 지식을 통해 권력이 작용하며, 이러한 권력의 현실적인 작용

    점이 바로 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18세기를 기점으로 권력의 통제가

    육체에서 정신적인 몸을 통한 간접적 통제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주장하

    였다. Bourdieu는 몸과 정신의 일체성과 현상학의 체현(體現) 개념을

    기반으로 몸은 계급의 상징물이자 육체자본의 한 형태로 존재하고, 몸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사회적 차별화를 하는 과정에서 몸이 중심

    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김은희, 2002). 따라서 몸은 사회·

    문화적 시각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몸에 관한 연구를 한 사진작가 어윙(Ewing, 1996)은 여

    러 가지 사회∙문화적 기준을 토대로 몸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어윙은 그의 저서에서 몸을 신체적 자아로서의 ‘육체성’,

    건강한 몸인 ‘강건미’, 성적 욕망을 가진 ‘에로스’, 억압받고 희생

    되는 ‘소외’, 이상화된 ‘우상’, 의미와 가치의 저장장소인 ‘정치

    성’, 변형되는 몸, 환상과 망상의 몸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윙의 기준을 몸을 대상으로 한 사진에 관한 기준이기 때문에 그 기준

    을 그대로 누드화에 접목시키기에는 기준이 모호해진다. 예를 들어, 신

    체적 자아 즉, 신체적 경험 혹은 감각적 경험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는

    것으로 대부분 창작자와 대상이 분리된 누드화에서 이를 표현하는 것은

    찾기 힘들다. 또한, 강건미와 우상의 경계도 모호하다. 건강한 몸은 이상

    적인 몸의 조건 중 하나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억압받

  • - 24 -

    고 희생되는 ‘소외’의 기준은 대체로 전달하고자 하는 창작가의 의미

    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치성과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변형,

    환상, 망상의 몸의 경계도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처럼 어윙의 기

    준은 누드화, 특히 한국 누드화에 그대로 접목시키기에 적절하지 않다.

    케네스 클라크는 본인 저서에서 누드를 아폴론, 비너스, 힘, 파토스,

    도취, 누드 자체가 목적인 누드 등으로 분류했는데, 이 중 아폴론, 힘,

    파토스는 거의 남성누드가 속하고, 비너스는 여성 누드만, 그 외 다른

    요소는 모두 포함하는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 중 비너스는 이상화된 여

    성이미지를, 도취는 말 그대로 무엇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고 빠져있는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남성 누드가 속한 이상적인 몸의 아폴론, 힘, 고

    뇌 혹은 고통의 파토스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선지는 한국 근대 인물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을 일본풍, 나약한

    조선인, 미개한 조선인, 신여성을 나누었다.(박선지, 임은혁, 2014) 이

    기준은 일본의 영향아래 있었던 근대이기데 가능한 기준이기 때문에 근

    대부터 현대까지를 보는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권경아는 천경자의 작

    품을 기준으로 시기에 따른 여성성의 변화에 주목했고, 오진경은 1960

    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여성주의 미술에 담긴 여성의 몸의 정치적

    의미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문정은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와 같은 근대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에 주목하여 각각의 예술가의 작품에 담긴 여성성

    을 연구하였다. 우선 나혜석의 작품에 담긴 여성성을 당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고 비판하는 ‘현실 비판적 여성’, 여성의 신체를 단순한

    조형 요소이자 탐구의 대상으로 본 ‘순수 조형 요소로서의 여성 신

    체’, 그녀 스스로 가부장적 사회 속 조선 여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저항적 자아’로 분류하였다. 박래현의 작품은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

    들이는 ‘현실 수용적 여성’, 여성의 신체나 자궁과 같은 이미지를 긍

    정적 의미를 담아 표현한 ‘여성 이미지’,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여성

    이면서도 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 ‘현모

    양처로서의 자아’로 분류하였고, 마지막으로 천경자의 작품은 환상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한 ‘현실 초월적 여성’, ‘여성을 투사하는

  • - 25 -

    상징물’, ‘광기와 환상 속의 자아’로 분류하였다. 이 외에도 여러 연

    구자들이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여성의 몸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몸

    을 바라보는 기준을 제시해오고 있다.

    위의 연구들에서 많은 부분 공통적으로 등장 하는 용어나 이미지를

    살펴보면, 에로스(혹은 에로티시즘)와 소외, 희생, 현모양처, 자궁, 생산

    등의 단어들에 담긴 모성의 이미지, 그리고 강건미, 우상, 나약, 저항, 수

    용에 담긴 ‘힘’의 이미지가 포괄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누드화에 나타난 사회적 시각은 앞에서 살펴본

    형태적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 누드화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에로스

    (성적 욕망의 표현), 모성(임신, 출산 혹은 더 큰 의미인 생산, 풍요),

    그리고 힘(여성의 욕망, 힘 등을 표현)까지 세 가지로 분류하여 남성화

    가와 여성화가의 시각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각각 적용시켜 살펴보

    았다.

    [표 2]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시각 분석 기준

    기준 의미

    에로스제작의도의 영향. 어머니로서 정숙함이 강조된 여

    성이 아닌 관능미가 부각된 표현

    모성여성, 혹은 인간으로서 보다는 아내, 어머니로서의

    이미지 표현

    힘 여성의 욕망, 힘 등을 표현

    첫 번째는 에로스이다. 에로티시즘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나이, 경험, 도덕관 등에 따라 다르며, 어떤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음란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에로스의 기준은 제작의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Ewing, 1996) 서양의 누드화에서 에로스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여신, 성녀 등의 이미지를 통해 순결하고 이상적인 모습의

    에로스와 어머니로서의 정숙함이 가능한 배제되고 관능미를 강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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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한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이상적 비율과 비례를 사용한 천상의

    비너스와 같은 모습이며, 후자의 경우 가슴이 강조되고, 에로틱한

    자세와 표정 등의 형태로 자연의 비너스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 누드화의 경우 여신이나 성녀의 모티브로 제작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에로스가 강조된 경우 대부분 후자인 자연의

    비너스와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다. 남성화가와 여성화가의

    표현방식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선행연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살펴보았다.

    두 번째는 모성으로, Ewing의 분류에서 소외로 설명된 부분을

    살펴보면 장애가 있거나 병이 들었거나, 고도의 비만 혹은 아사 직전의

    마른 몸, 죽은 사람 혹은 죽어가는 사람, 노예 등의 몸을 소외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한국 누드화에서 이러한 몸을 표현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 대입했을 때, 여성으로서의 매력보다

    모성을 강조하며 희생을 강요한 경우도 소외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포괄적인 의미의 소외나 희생보다 한국 누드화 속 여성의 몸에

    나타난 사례들로 구체화 된 모성이 잘 표현된 용어로 볼 수 있다.

    모성을 표현한 남성, 여성 화가의 시선을 선행연구 및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았다.

    세 번째는 힘이다. 여성이 가진 힘 즉, 사회 속에서 여성이 가지는

    위치나 이미지가 남성과 여성화가에게서 각각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작가의 제작 의도나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분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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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 절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개인적 시각

    작품에는 통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의미를 가지는 관습적 표현과 작가

    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 공존하고 있으며, 작가의 개

    인적 의미를 추론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생애와 경험을 연계하여 살펴보

    아야 하며,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이정진,

    2012). 관습적 표현이 그 시대의 일반적인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포함한

    의미라면, 개인적 표현은 개인의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른 독특한 시각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적 표현은 미술에서 다양성을 형성하는 중

    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 여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창조의 주체인

    미술가의 성별에 따라 독특한 사회·문화적 시선을 창출하기도 한다(이

    문정, 2005). 이는 개인적 의미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남성이 경험하고

    느끼는 여성과 여성이 직접 주체가 되어 경험하고 느끼는 여성의 차이가

    여성의 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문정은 본인의 연구에서 천경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에 대해 보

    편적인 여성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화가 자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생각이 일반적인 관점과 마찬가지로 남성에서 사랑

    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심리와 그러한 삶에서 느낀 여성의 한과 고독, 허

    망함의 심리가 공존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경험했고, 이를 전자는 일반적

    인 여신의 이미지로, 후자는 공허하고 광기어린 눈이나 상징물로 표현하

    였다. 박래현 또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따른 여성성을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였다. 이러한 여성 미술가의 자전성은 남성이 표현하는 주변인으

    로서의 담론이 아닌 미술가 스스로 경험의 주체가 되어 중심화 시켰다

    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이문정, 2005).

    성별뿐 아니라 화가가 경험한 시대나 문화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차이

    를 만들어낸다. 이 요인은 개개인의 작가의 성향이 사회 전반에 나타난

    공통적인 성향과 일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전쟁과 같이 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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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은 개개인에게도 참전이나, 피난, 이별 등의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전

    반적인 변화나 공통적인 특징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서 이별, 만남, 좌절, 분노 등 개개인의 경험은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이

    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화가의 경험, 그로인한 가치

    관, 관념, 심리, 감정 등은 작품에 다양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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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 장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제 1 절 근대 이후 시대별 한국 누드화에 나타난 여성의

    몸의 형태적 특징

    앞 서 살펴보았듯이 한국 누드화의 역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서양화가 본

    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조선말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일제강점기

    로 일본을 통해 서양화가 유입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유학생들이

    일본 서양화가들로부터 사사 받고 돌아와 한국에서 서양화를 가르치면서

    빠른 시간에 급격히 그 수가 증가했다. 서양의 아카데미 미술에서 누드

    화가 그림을 배우는 기초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 유럽이나 미국

    에서 유학한 일본 화가들도 그대로 받아들여 들여왔다. 하지만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의 영향권에 있었던 나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890년 전후로 누드화가 일본에 등장하자 국가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며 미술전시회나 박람회를 통한 발표도 금지되었다. 1898년, 한 문

    학잡지에 누드화가 게재되자 도쿄미술학교 교수들을 재판한 사례도 있

    다.(배홍철, 2013) 이러한 거부 반응 끝에 일본이 서양 국가와 같이 선

    진국이 되려면 이러한 예술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서서히 예

    술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리 잡은 일본 누드화

    를 배우고 들어온 한국의 화가들도 누드화를 선보였으나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수상한 김관호의 ‘해질녘’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시를 하거나 기사화 되고, 수상을 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앞서 설명했듯 시기는 전기(도입기), 중기(과도기), 후기(정착기)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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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구분

    기준 작가

    전기(1910-1949)

    누드화 도입

    구본웅, 김인승, 나혜석, 이인성, 이종우, 이중섭, 이쾌대, 임군홍

    도상봉,박영선, 오지호

    중기(1950-1989)

    누드화 수용

    권옥연, 김종영, 김종하, 박각순, 박득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