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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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life design magazinenovember 2012 membership magazine of Grand Hyatt Seoul

+ no.88

monthly life design m

agazine +no.88 novem

ber 2012

7,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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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우가 바라본 서울과 건축

건축가는 단지 건물을 설계하는 위치를

넘어 사회와 소통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감상에 머무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에게 건축가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보여주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건축가가 도시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은 없지만, 사회에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분석하고, 나아가 도시의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건축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동우는 그러한 역할을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이다. 그러하기에 건물뿐 아니라

도시환경 또한 반드시 연구해야 할

대상이다. 임동우는 이런 물음의 답을

나름의 도시연구를 토대로 자신만의

관점을 통해 정의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건축가로서 마땅히 그래야 할 지점에 대해

말한다. 여기 쓴 글은 인터뷰 중 그의 대답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가와 도시의 관점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Wh at is Urban Architecture?

Editor : Seo, Jae Woo Cooperation : Praud

임동우가 낼 새 책,

<I Want to be Metropolitan>의

대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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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 임동우가 서울에서 주목받은 건, 평

양을 주제로 한 책,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를 발행한 이후부터다. 물

론 누구나 도시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다. 도시의 감상을 바탕으로 쓴

기행문에서부터 전문서적까지 책을 쓰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임동

우가 주목받은 건,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가 건축가이기에 쓸 수 있

는 책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물리적인 환경을 다루고 분석하는 능력

이 능하다. 건축가는 일상적인 동네 골목으로도 답사를 다니는 사람이

기에, 도시에 대한 분석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는 평양이라는 도시를 읽고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내용을 책에 담으려 노력했다. 한 도시의 물리적인 환경이 갖는 특징

은 그 사회의 역사, 문화, 기술, 경제 등 많은 요소가 녹아들어 결과물

처럼 생산된다. 이 책에도 평양의 물리적인 환경에 집중함으로써 평양

의 사회와 역사, 문화 등이 녹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임동우가 건축가

이기에 가능했다. 그가 수많은 도시 중에 평양을 택한 건, 그가 변화하

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는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임

에도 북한 인구의 약 1/10만이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도시화 진행이 낮

은 편이다. 다시 말해 언제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요소가 충

분하다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한국인 건축가로서 북한의 도시환경

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안고 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 그가 통일이라는 거대담론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북한의 건

축과 도시에 대한 주제가 한국인 건축가에 의해 이 땅에서 담론화 된

다고 생각해보면, 분명 더 많은 교류의 장이 열릴 거란 기대감이 있었

다. “도시공간은 수많은 요소의 집결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이해하면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어요. 평양의 공간을 보면서 좋고, 나쁨을 얘기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공간이구

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그의 말처럼 우리가 그의 책을 통해, 그동안 품고 있던 어떤 색안경 없

이 평양을 바라볼 수 있다면, 분명 그 안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평양을 통해 우리의 도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동우가 생각하는 서울은 어떨까? 임동우는 서울을 ‘외형

만 커지고 영양이 부족한 허우대만 멀쩡한 고등학생의 모습’에 비유했

1.평양을 주제로 쓴 책,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이미지

2.보스턴을 주제로 쓴 책, <I want to

be Metropolitan> 이미지

3.<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를

통해 선보인 이미지로, 평양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도시 제안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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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다양성’과 ‘역동성’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서울만의 큰 매력이라

고 답했다. ‘홍대’가 ‘대학로’와 같지 않고, ‘강남’이 ‘종로’와 같지 않듯

이 서울은 그 안에서 나름의 독자성을 보유한 다채로운 도시이다. 무

엇보다 밤과 낮, 매일매일 새롭게 변하는 역동성은 서울 특유의 감성

이다. 다만 도시환경에서 주의할 것은 ‘역동성’과 ‘개발논리’를 혼동하

면 안 된다는 데 있다.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잠실지구를 지나다가 놀란 기억이 있어

요. 제 기억 속에서는 판상형 아파트 단지였던 곳이 하루아침에 타워

형 아파트로 전체 지구를 바꾸어놓았더라고요. 한순간에 이전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 거예요.”

임동우의 말처럼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도시 조직과는 별개인 외딴 섬

처럼 존재한다. 게다가 주변 도시 조직과의 연계를 생각하기보다 더

고립된 섬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도시를 기억할 땐 자신이 자주 다니는 길을 떠올리는데,

서울에는 너무 많은 길이 재개발이라는 논리로 뭉개져버렸다. 특히 단

지 개발이 주를 이루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래 있었던 휴먼 스케일

의 길과 담벼락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옥수동에서 한

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던 ‘달동네’는 이제 모두 아파트 단지가

됐다. 압구정에서 옥수동을 바라보면 언덕 대신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

이 촘촘히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다시는 그 작은 길을 되살릴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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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Hotel Liesma: 라트비아의 발틱해에 인접한

호텔 계획안이다. 숲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지만 숲 때문에 발틱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따라서 프라우드는

호텔을 숲보다 높게 공중에 뛰워 모든

객실에서 발틱해를 볼 수 있게 했다. 한편

호텔이 붕 떠 있기 때문에 아래쪽에 새로운

개방적인 공공 공간을 계획해 호텔이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했다.

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단지 개발이 아니라 소규

모 집합주거의 형태로 개발의 방향을 잡았다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길과 터전을 보존하면서도 더 좋은 삶의 환경을 구축할 수 있지 않았

을까?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기념사진으로 찍는 사진의 대부분의 배경은 자

연을 제외하고는 건축과 연관돼 있다. 배경이 되는 건축 혹은 도시의

모습이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

은 보존할 가치를 스스로 잃어버리는 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우리나

라의 근대화가 어두운 역사와 함께 이루어진 이유로 인해, 한동안 근

대 건축에 대한 보존이 미미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

근대 건축을 보존하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이 ‘문화재’급인 건축물에

만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물론, 땅 위에 있는 모든 건축물이 보존돼

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했다간 오히려 도시는 정체되고 말 것이다.

일례로 세운상가는 그 이유와 배경이 어쨌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세워

진 ‘심장’ 같은 매머드급 건축물이었다. 아마 도시에 대해 생각하고 역

사에 대해 생각하는 건축가라면 이를 쉽게 부수고 재개발하자는 얘기

를 하지는 못할 게다. 현재 세운상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바

로 이러한 거대한 건물을 부수고 또다시 거대한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 있다. 과연 부수는 것만이 정답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수십

년 전에 저질렀던 과오를 똑같이 저지르는 것인데도? 어떻게 다시 잘

사용하고 주변과 소통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이러한 관점을 도시에 제

안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이다.

“뉴욕은 왠지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나온 기분이고, 런던은 재래시장

곳곳을 돌아다닌 기분이에요. 런던의 건축물에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층이 많아서일 거예요.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되긴 했지만 또 도시의 조직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만

약에 서울이 ‘현대도시’의 모습만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동안 우

리가 현재만을 바라고 건축물을 지어왔기 때문 아닐까요?”

서울은 임동우의 말처럼 오랜 세월을 이겨낸, 겹겹이 쌓인 층을 고스

란히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 많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양질의 건축

물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새로운 방법

을 찾아나가는 것이 서울을 서울답게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4.Busan Opera House: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공모전에 참여했던 작품이다. 대부분

오페라 하우스가 여러 시설을 수평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이 계획안에서는

공연장을 수직적으로 배치해 무대시설을

수직적으로 공유하게 했다. 그에 따라 무대를

수직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종류의 공연장

형식을 계획할 수 있다. 또한 바닷가라는

위치성에 착안하여 이 수직의 적층이 조약돌을

쌓은 탑처럼 보이게 해 조형성을 강조했다.

Yim, Dong woo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도시 설계 건

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림 건축, 네덜란드 웨스트에이트(West8)

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설계사무소 프라우드

(PRAUD)를 운영 중이다. 평양을 주제로 한 책,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를 편찬했고, 보스턴을 주제로 한 책, <I Want to be Metropolitan>을

발간할 예정이다. 임동우 소장은 ‘현대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도시를 연구하고, 연구를 통한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

물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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