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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권의 현실과 올바른 규범적 좌표설정 ▣ 일 시 :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13:30 ~ 18:30) ▣ 장 소 : 헌법재판소 대강당 ▣ 주 최 :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헌법학회 社團法人 韓國憲法學會 Korean Constitutional Law Association 한국헌법학회 제54회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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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권의 현실과 올바른 규범적 좌표설정

    ▣ 일 시 :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13:30 ~ 18:30)

    ▣ 장 소 : 헌법재판소 대강당

    ▣ 주 최 :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헌법학회

    社團法人 韓國憲法學會Korean Constitutional Law Association

    한국헌법학회 제54회 학술대회

  • Korean Constitutional Law Association

    프로그램

    제 1 부 등록 및 개회식(13:30 - 14:20)

    13:30 - 14:00 등 록

    14:00 - 14:20 개 회 식 사회/ 홍완식 총무이사

    개 회 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개 회 사 한국헌법학회 회장

    제 2 부 주제 발표 및 토론(14:20 - 19:00) 사회/ 석인선 학술이사

    14:20 - 14:50 기조발제 : 헌법에 의한 한국 현실의 진단

    신평(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14:50 - 15:20 제1주제 : 사상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국가보안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중심으로-

    발표: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15:20 - 15:50 토론: 김상겸(동국대 법대)

    15:50 - 16:10 휴식시간

    16:10 - 16:40 제2주제 : 집회의 자유와 입법자 및 경찰권

    발표: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16:40 - 17:00 토론: 이계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17:00 - 17:30 제3주제 : 2009년 대한민국의 인터넷규제 3대 위헌법률

    발표: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17:30 - 17:50 토론: 황성기(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17:50 - 18:20 종합토론

    김일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권두섭(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김원규(국가인권위원회)

    18:20 - 18:30 폐 회 사

    18:40 - 만 찬

  • 목 차

    헌법에 의한 한국 현실의 진단 ·········································· 신 평 ·······1

    사상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 오동석 ····33

    집회의 자유와 입법자 및 경찰권 ······································ 김종철 ····57

    2009년 대한민국의 인터넷규제 3대 위헌법률 ················· 박경신 ····99

  • 헌법에 의한 한국 현실의 진단

    (A Review Over the Current Korean Society By Our Constitution)

    신 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 헌법에 의한 한국 현실의 진단

    (A Review Over the Current Korean Society By Our Constitution)

    신 평*

    Ⅰ.민주화,시장경제화,세계화

    한국은 1997년에 겪게 된 IMF사태를 계기로 하여 크게 바뀐다. 신자유주

    의 물결이 급격하게 밀려오고,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사회구조가 양극화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전인 1987년의 6월 민주항쟁 이후 계속

    된 전반적인 민주화 과정 속에서 노동운동이 더 활발해지며 시민단체는 급

    격한 성장을 체험한다. 남북관계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진전을 이루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1990년대에 동구 공산주의가 완전히 붕괴되나, 2001년

    미국 무역센터 건물이 알 카에다 조직에 의해 파괴된 9 11사태를 분수령으

    로 하여 근본주의(Fundamentalism)가 폭발적으로 발흥하고 이는 미국의 일

    극주도적 지위를 위협한다. 이듬해의 이라크 침공으로 미국은 국력을 통째

    로 들다시피 하며 힘들게 전쟁을 수행하였고,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론

    (sub-prime loan)의 부실화가 신용경색(credit crunch)으로 이어지더니 전

    반적인 재정위기(financial crisis)사태로 전이되었고 또 이는 세계적으로 확

    산되었다. 위기의 깊이와 그 끝을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도 없는 형편이

    다. 911사태와는 무관하기 해도 이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Climate

    Change)문제는 인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급속하고 광범한 공감을 얻었

    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1세기의 격동은 숨 가쁘게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표면의 모습 뒤에서,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질서는 대체로 21세기를 맞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

    를 겪어왔다고 본다.1) 첫째로 전통적으로 전제(專制)적인 정치형태를 취했

    * 한국헌법학회 고문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Hiram E. Chodosh, Global Justice Reform (New York and London: New york University

    - 3 -

  • 던 국가에서도 보편적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왔으며, 보다 책임성 있고 투명한 공적 서비스, 국내적 인권보호의 성취를

    모색해왔다.2) 둘째 각국의 정부들은 경제체제에 대한 간섭을 느슨하게 했

    고,3) 보다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채택하였으며,4) 보다 넓은 범위에서 부동산

    과 지적 재산권을 인정해주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현 상황에서도

    그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리라 본다. 셋째로 국제사회는 거의 통제할 수 없

    고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를 맞이하였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자본, 기

    술, 상품, 서비스, 정보 그리고 사람의 일상적인 흐름이 상시적으로 국경을

    넘는다. 집약해서 표현하자면, 민주화, 시장경제화, 세계화 이 셋이 지구상

    의 거의 전 영역에서 시대적 화두가 된 셈이다.

    이러한 화두는 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에 대해 가지는 철학적 관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이것들은 불편부당하고 효과적인 사법 시스템

    의 강한 역할이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5) 많은 국가의 법체계가 민주주의,

    인권, 지식기반의 자유경제, 그리고 세계화와 국가 간 장벽의 축소에 확고

    한 방침을 천명해왔다.6) 이와 같은 방침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 국은 방대한

    양의 새로운 실정법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시민권, 형사절차의 개혁, 상법,

    헌법 그리고 자유교역협정과 WTO와 같은 지역적 경제공동체를 포함한다.7)

    Press, 2005), 3.

    2)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16December 1966, 999

    Units 171.

    3) World Trade Organization(WTO),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1994," 15 April

    1994- 33 ILM 1125.

    4) 자유시장질서의 채택은 유럽의 예를 보면 명확하다.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은 소련과 동구의

    몰락이 가시화된 1990년대 이후 ‘제3의 길’로 접어들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독일의 게르

    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주도했다. ‘제3의 길’은 결과적으로 사회주의 정당에서 정부의 간섭과 후견적

    역할에 대한 맹신을 포기하고 보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을 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

    다. 그런데 유럽 3강 중 기존의 사회주의 노선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던 프랑스 사회당에도 최근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2008. 5. 22. 프랑스 사회당의 대단히 유력한 정치인인 베르트랑 들라노

    에(Bertrand Delanoë) 파리 시장은, 지금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전제를 두며, 21세기

    의 사회주의자는 자유주의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05240149 참조. 베르트랑 들라노에에 관한 간단한 소

    개는 http://www.timesonline.co.uk/tol/news/world/europe/article3867787.ece 참조.

    5) Hiram E. Chodosh,, op. cit., 4-5.

    6) Ibid, 65.

    7) Hiram E. Chodosh,, op. cit., 65.

    - 4 -

  • Ⅱ.궤도의 수정

    역사와 시대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필자가 말하는 세 가지의 것 중, 보다

    폭 넓은 민주화의 실현에 관하여는 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서는 다

    른 두 가지의 것 즉, 세계화 혹은 그와 연관된 시장경제의 시대사조에 관해

    조금 더 말해보자.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세계는 미국의 보조금 지급에 의한 옥수수 에탄올

    연료화정책으로 바로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큰 원인이 조성되는 것처럼 글로

    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은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

    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소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8)라는 말이 자주 운위된다. 그 위에 재화

    와 용역의 보다 철저한 자유로운 유통, 시장개방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거침없이 국제질서를 휘젓고 다니며 약육강식의 질서로 재편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병폐를 지적하고 세계화이론에서 과도하게 경제적 요소를 강조함

    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인간의 요소를 강조하는 코스모폴리타니즘

    (cosmopolitanism)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는 민족주의와 국경의 경계를 넘

    어 인간의 평등, 그리고 차이를 동시에 인정하는 질서다. 개인들이 경계를

    넘어 이질적인 타자를 만나고 세계주의 시각에서 그들을 인정하는 것은 배

    제된 자들을 세계의 장으로 드러나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위험사회 국면

    에서 급진화된 세계화의 원리 등에 대하여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

    다. 차이의 공존에 대한 인식을 통해 불평등의 해소를 도모하자는 것이다.9)

    그러나 각 국가의 개방을 통해 글로벌 규모에서 시장경제의 확대적용을 꾀

    하고자 하는 시대의 흐름은 어떤 이론으로도 어떤 시스템으로도 막을 수 없

    는 듯이 보인다.

    8) 이것은 가상의 과학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 디지털과 매스컴의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음

    을 암시한다(http://100.naver.com/print_100.php?id=768277 (2008. 5. 17. 검색)).

    9) 이에 관한 짧은 이해를 위해서는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5864 참조.

    - 5 -

  • 1990년대 초반에 끝난 동구권의 몰락 후 더 이상 세계에서는 의미 있는

    사회주의 경제나 계획경제체제를 찾기가 어렵다. 모든 국가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그 수정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관하여 다소간 다른

    입장을 취할 따름이다. 즉 시장의 왜곡을 어떤 범위에서 방지하고, 시장경

    제에서 생기게 마련인 패자, 낙오자에 대하여 어떠한 보상을 취하여 전체적

    으로 조화로운 국가경영을 해나갈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잡힌다. 시장경제

    는 불변의 원칙이고, 여기에다 국가개입의 형태를 보며 독일식의 사회국가

    혹은 영미식의 복지국가의 원리를 덧붙이는 것이다. 덧붙인 국가개입이 차

    지하는 부분의 다과, 정도에 따라 좌파, 우파 정권으로 구분된다는 것이 보

    다 솔직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의 시대, 냉전의 시대에서처

    럼 좌, 우 간에 근본적 이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렇

    게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여기에 수정을 가해나가는 것은 지금의 시대를 그

    리고 장래 우리가 예측가능한 시점까지의 시대를 관류해나가는 시대사조이

    자 시대정신이다.

    그러나 최근에 글로벌한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세계적

    경제위기로, 시장경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케인즈(Keynes)류의 경제철학

    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이것이 시장경제주의의 근본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모두 시장경제의 테두리

    에 묶어두기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보이며 각국 정부

    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시장은 참으로 위대하다. 시장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경쟁

    과 혁신(innovation)을 통한 최적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시장은 흔히 왜

    곡되기 쉽고, 작동의 결과에 대해서 얼음장처럼 차갑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 없다. 그래서 시장경제주의는 우리가 원만한

    사회통합을 이루며 그 속에서 우리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수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우리가 미국식의 더욱 완전한 시장경제주의를 지향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10) 하지만 바로 그 미국에서 일어난 최근의 예를 보자. 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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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mortgage loan)의 부실화에서 연원한 신용경색(credit crunch)으로 베어

    스턴스(Bear Sterns) 투자은행이 도산위기에 몰리자, 연방준비제도위원회

    (The Federal Reserve Board, 보통 The Federal Reserve 혹은 The

    Fed라고 약칭)가 2008년 3월 14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야기한다

    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위 은행의 라이벌인 JPMorgan Chase 증권회사로

    하여금 베어 스턴스를 인수할 수 있도록 전격적으로 엄청난 금액의 신용을

    제공한 예를 보라.11) 하지만 이것은 무엇보다 완전한 경쟁을 추구하는 방식

    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원칙을 가진 공화당 정권 하에서 일어난 일로,

    작은 시초에 불과했다. 경제위기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2009년 1월 버

    락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전하였다. 오바마 대통령

    은 취임 전부터 초당파적 협력을 호소하며 경기부양법(stimulus bill) 마련

    에 온 힘을 쏟아 드디어 2월 17일 7,870억 달러가 소요되는 법률이 성립되

    었다.12) 물론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2월 19일 2010년 예산청서

    (豫算靑書)를 발표하며, 향후 10년간 의료보험(health care)제도를 구조변경

    함에 있어서 6,000억 달러 이상을 쓴다는 내용, 2009년-2010년 회계연도

    에 무려 3조 달러가 넘는 예산액으로 1조 7,500억 달러의 적자예산을 짠다

    는 내용의 예산안을 상원에 넘겼다.13) 이 예산안의 특징을 “크게!(Big!)", "

    야심차게!(Ambitious!), "전례없이!(Unprecedented!)"라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한다.14)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와 실험은 쫓아가기도 힘들 정

    도이다. 급기야는 2월 27일 미국에서 제일 큰 은행인 시티뱅크에 정부가

    자금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전체의 36%에 해당하는 지분을 정부에 준다는

    10) 이와 같은 주장은 현재 우리 사회 일각에 강하게 존재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논조는 민경국, “경

    제선진화를 위한 헌법개정 방향,”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바람직한 헌법개정방향』한국선진화정

    책학회 2008 전기 세미나(한국선진화정책학회, 2008. 6. 5.), 71면 이하에서 확인할 수 있다.

    11) 이 문제에 관해서는,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88827012, 등을 각

    참조.

    12)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0773680 등 참조.

    13) 이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88960496,

    h t t p : / / w ww . n p r . o r g / t e m p l a t e s / s t o r y / s t o r y . p h p ? s t o r y I d = 8 9 0 2 2 3 0 0 ,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89064840 참조.

    14)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122025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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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용이 발표되었는데,15) 이는 그동안 일각에서 주장되어오던 ‘은행의 국유

    화’에 급속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좋았던 그 옛날’(good old

    times)을 상징하던 미국의 대표기업인 GM이 미국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계산 아래 2009년 6월 1일 미국 파산법(U. S. Bankruptcy Code) 11장에

    기초한 파산보호절차에 들어가서, 구조조정을 거친 후 미국정부가 최대주주

    인 회사로 다시 등장할 것이 예상된다.16) 이 역시 달라진 미국의 모습의 하

    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원래 정파를 초월하여 기본적으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을 줄여 시

    민사회 내에서의 자율적인 경쟁을 최대한으로 유도하여 주어진 자원으로 가

    장 최적의 경제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국시(國是)인 나라이다. 그럼에도 작

    금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은 경제와 사회정책 전반에 걸

    쳐 정부의 역할에 관해 다시금 진지하게 숙고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니 미국의 한 면만을 보고서 미국은 이러하니 우리도 따라서 진

    정한 경쟁사회체제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과 어긋나는 것이다.

    시장경제주의는 결코 그 자체로 홀로 설 수는 없다. 그 보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필요 없는 경제적 낭비로 생각해서는 안된

    다.

    Ⅲ.2009년 한국의 현실

    1.서언

    2007년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무능한 진보정

    권을 공격하며, 보수회귀의 기치를 내걸고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의 정동

    영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노무현 정권의 거

    듭된 실정(失政)으로 그 부담이 그대로 여당인 민주당에 전가된 상황으로,

    15)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1236902 참조.

    16)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4841456 등 참조.

    - 8 -

  • 이명박 후보는 이에 편승하여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2월부터 몇 개월 경과하지 않은 시

    점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개방조치와 그것이 광우병 유발 위험인자를 많

    이 가지고 있다는 보도 등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에 의해 정권이 휘청거렸

    다.17)

    점차적으로 소위 ‘촛불정국’이 수습되어가며, 힘을 비축하게 된 정권은 강

    하게 ‘보수 드라이브’의 정책을 내밀었다. 정권이 국정운영의 기조로 내건

    ‘법과 질서의 확립’은 이미 수립된 기성의 제도적 질서를 유지하자는 것이

    니 여기에서 강한 보수성이 필연적으로 내포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이

    내건 ‘참여정부’는 국민 일반의 광범한 국정참여를 목표로 한 것으로서, 이

    는 기성의 질서에 대한 부정과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지향했다고 할 수 있

    다. 이와 같은 점에서 노무현 정권과 현 정권의 국정운영은 아주 상반된다.

    마침 불어 닥친 세계적 경기후퇴의 폭풍은 고양된 위기의식으로 연결되어

    집권층의 정책에 대한 반사적인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함께 경험한 한국 사회는 어차피 뚜렷한 보수와

    진보로 갈릴 수밖에 없고, 새롭게 정권을 잡게 된 보수집단은 국정운영에

    속도감을 더하려고 하며, 진보층의 의사표현에 재갈을 물리려는 다양한 시

    도를 하게 되었다. 이는 또 곧 노무현 정권이 추구하던 참여민주주의, 급진

    적 내용의 민주주의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했고 그것이 내포하던 가치에 대한

    강한 부정을 동반했다. 그렇게 하여 참여민주주의 표방 하에서 잘 보장되던

    기본권, 노동3권이나 진보의 경향을 가진 언론에 대한 제한이 뒤따랐다.

    2009년 5월 그 동안의 ‘박연차 게이트’에 뇌물수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아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자택 뒤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자살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다시

    진보의 색채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18) 현 정권의 고식적이고 소통부재

    17) 이것이 2008년 봄에 벌어진 현 정권의 위기에 대한 비교적 공식적인 풀이이나, 필자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이 위기는 보다 근본적으로, 현 정권이 초기에 취한 편협한 인사정책 등으로 자

    초한 도덕성의 위기가 그 주요원인이었다고 본다(신평, “선진국가로의 발전을 위한 헌법의 새 틀,”

    『선진화정책연구』제1권제2호(한국선진화정책학회; 2008. 9.), 5면 참조).

    18) 노무현 씨의 자살 이후인 2009.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28%의 국민이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로,

    - 9 -

  • 의 정책을 번연히 보면서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통합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소리를 죽이며 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둘러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 주도 하에

    오직 경쟁원리의 추구로 생존의 능력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

    는 일들이 자신이 젊은 시절 민주화 과정에서 추구했던 꿈과 정열의 정체성

    에 배치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았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인격의

    통합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하

    게 내는 것이라는 이치를 체득하였고, 그 결과 집권층에 대한 광범한 민심

    의 이반현상이 발생했다.

    돌아선 여론이 현 정권이 행해온 시책 중에서 주된 표적으로 삼은 것은

    몇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표적은 언론 자유의 제한이었다

    고 할 수 있다. 법과 질서의 확립에서 부당한 노동3권 행사의 제약으로 이

    어지는 현상도 주목되나. 이는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 아직은 우리 사회의

    뚜렷한 이슈로 등장하지 못한 감이 있다.

    그런데 기실 언론 자유의 제한은, 그 동안에 이루어진 민주화 과정에서 대

    폭 신장된 언론 자유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더 크다

    는 위구심에서 노무현 정권이 작심하고 손을 댄 부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쪽에다 초점을 맞추고 언론자유

    를 제한하려 했다. 그러다 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인터넷 언론이나 거

    리의 시위 등 보다 원초적,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민중의 표현욕구를 단속하

    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자연히 진보언론의 위축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2009년의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표현 자유의 위축이라는 문제 외에 우리

    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성을 가진 문제는 경제적 양극화

    의 심화이다. 이는 경제적 생존권의 약화와 평등권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우리 경제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초래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구조의 부실로 야기된 것인 만큼 이것을 두고 현 정권에 대한

    27.2%의 국민이 보수주의자로 대답했다. 진보주의자는 과거 2002년에 비해 3.1% 증가했으나,

    보수주의자는 같은 연도에 비해 7.2% 감소하였다. 코리아 타임즈 신문의 인터넷판인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09/06/116_46451.html 참조.

    - 10 -

  • 공격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의 현실을 헌법의 시각

    에서 바라보며 고뇌할 때 이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하여 이 논문에서는 언론자유의 제약과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를 주로

    취급하며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단, 우리는 때때로 ‘언론의 자유’라고

    하며 ‘언론 출판집회 결사의 자유’ 모두를 통틀어 말하는 표현의 자유를 의

    미한다. 이런 용어사용례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보다 넓은 범위의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미리 말해두고자 한다.

    2.언론 자유의 위축

    (1) 한국에서의 언론 자유와 그 제한의 법적 프레임

    언론의 자유와 그 제한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

    다. 어떠한 법적 프레임이 가장 이상적일까 하는 점에 관하여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307조에서 제312조에 걸쳐 명예훼손죄 등을 규정하

    고, 인격권 침해의 가장 일반적 경우인 명예훼손에 관하여 우선 형사처벌을

    가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민법 제750조(손해배상에 관한 일반

    적인 근거규정), 동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배상]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

    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에 기초하여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

    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전에,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

    유를 규정하면서, 동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

    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 11 -

  • 이 조항의 해석은 언론자유의 본질과 관련하여 그리 쉽게 결론을 내릴 수

    는 없다고 본다. 이 조항은 특정의 개별적 기본권에 대하여 헌법상 명문으

    로 제한을 가하는 소위 개별적 헌법유보에 의한 제한19)이라고 그 형식에

    착안하여 단순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상 언론의 자유는 헌법 제

    37조 제2항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

    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

    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

    라 제한될 수도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일반에 대하여 법률로

    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위 일반적 법률유보20)로서 이에 의하여 제

    한될 수도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의 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일반적으로 언

    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과는 별도로, 언론 출판의 자유에 내재

    한 한계를 이룬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21) 판례도 그러하다.

    그리고 이 헌법규정에 근거하여 명예훼손책임 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

    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있다. 언론출판에 의해서 피해를 받은 사람에게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나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고소를 통한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구태여 헌법에서 제21조 4항과 같은 규정을 둔 것은 다

    른 고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이것은 언론 출판 자유의 헌법적 한계

    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오히려 언론 출판의 자유가 역기능이 없이 원래대로

    기능하게 하려는 헌법제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이 규정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사인간(私人間)에 미치는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효력을 미

    치는 경우를 규정한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가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사회

    통합적 민주적 기능을 중시하여 둔 것이라고 한다.22)

    19) 성낙인, 『제9판 헌법학』(서울 : 법문사, 2009), 344면.

    20) 권영성, 『헌법학원론』2009년판(법문사, 2009), 348면 이하. 동지(同旨) : 성낙인, 전게서, 345면

    ; 김철수, 『제19전정신판 헌법학원론』(박영사, 2007), 420면.

    21) 김철수 교수는 헌법 제21조 제4항의 성격과 관련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과는 구별하여, 원래 표현의 자유에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가 명문화된 것으로 본다[김철

    수, 전게서, 854면. 동지(同旨) : 권영성, 전게서, 505면 ; 성낙인, 전게서, 539면.

    - 12 -

  • 위에서 본 두 개의 학설 중 어느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하는 입법의 위헌성 여부에 관하여 상당히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통설적 견해에 따른다면-그 표현의 문면에 그대로 따른다면-어떤

    표현이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적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이것은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정한 언론출판 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바로 법

    적 규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법질서에 규정된 특별한 예외사유-예컨대 위법

    성 조각사유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하고 형

    사적 명예훼손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통설에 대한 반론에 따른다면, 그

    표현도 우선 원칙적으로 언론출판 자유의 범주 내에 있다고 보게 될 것이다.

    다만 이것이 개인의 명예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언론출판 자유의 보장을 받을 수 없어 일정한 제한

    에 따르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반론의 견해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한 여기에 가담한다.

    헌법 제21조 제4항이 등장한 것이 권위주의 정권이 절정에 이른 제5공화국

    헌법에서였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필자의 견해가 그 조항 생성의 역사적 맥

    락에서나, 법해석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문리해석의 견지에서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하지만 우리가 언론, 출판의 자유의 중요성, 다른 기

    본권에 비교한 우월적 지위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조문의 합목적적 해석을 통

    하여 제21조 제4항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어떤 표현이 타

    인에 대한 명예훼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만 하면 그 경중(輕重)이나 표

    현에 이르게 된 상황, 경위 같은 다른 요소를 일체 고려하지 않고 바로 이를

    법적 제재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론이라고 본

    다.

    (2) 미국에서 형성된 헌법적 명예훼손법 이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가장 심화됨과 동시에 보편화된 나라는 미국

    22) 허영, 『전정3판 한국헌법론』(서울 : 박영사, 2007), 555면 참조.

    - 13 -

  • 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나라 미국에서 형성된,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이론들은 하나의 수원(fountain)을 이루어 여기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세계

    각국의 전제주의적, 권위주의적 정치행태를 적시며 부단히 보다 민주화된

    체제로 변형시켜나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언론의 자유에 관한 한

    일찍부터 미국의 다양한 이론과 판례가 소개되었고 또 영향을 주어왔다.

    그런데 명예훼손에 관한 전통적 영미법 이론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일응

    허위라고 추정한다. 나아가 발표의 행위자가 명예훼손적 의미를 전할 의도

    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 발표가 허위라는 점을 알았는지 여부, 발표의 결과

    사람의 명예가 훼손될 것을 의도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같은 점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조차 문제로 되지 않는 이른바 엄격책임을 진다.23) 이같은 전

    통적 이론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헌법적 문제를 내포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과거 판

    례는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처나 논의는 의도적이건 아니건 피해왔다

    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형사적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1798년의 선동죄법이 언론의 자

    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격렬한 비판24)에도 불구하고 그 합헌성 판단

    의 기회를 놓쳐버렸다.25) 더구나 연방대법원이 연방법원의 커먼 로

    (Common Law) 형사재판관할권을 부정26)한 것도 작용하여, 자연히 커먼

    로상 운위되던 명예훼손의 문제는 오로지 주법의 문제로 되었다. 이렇게 되

    니 헌법의 시각이 명예훼손에 미칠 여지가 없었다. 나아가 연방대법원은 연

    방헌법수정 제1조27)는 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시사28)한 일도 있다.

    23) L. Eldredge, The Law of Defamation (1978), at §5, 14-16; Eaton, "The American Law of

    Defamation through Gertz v. Robert Welch, Inc. and beyond : An Analytical Primer," 61

    Va. L. Rev. 1349, 1352 (1975) 참조.

    24) C. Lawhorne, The Supreme Court and Libel(1981), at 2-3 참조.

    25) 松井茂記, “名譽毁損と表現の自由(1),”「民商法雜誌」(1983. 87卷 4號), 537면 등 참조.

    26) United States v. Hudson and Goodwin, 7 Cranch (11 U. S.) 32 (1812).

    27) 그 내용은 이러하다. “연방의회는 국교의 수립을 규정하거나 종교상의 자유스런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또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인민이 평온한 집회를 열고, 고통스런 일을 구제해주

    도록 정부에 청원을 하는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 14 -

  • 그 후 연방헌법수정 제1조가 주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승인29)되고, 실제

    Near v. Minnesota 사건30)에서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출판금지가 사전

    억제로서 위헌이라고 판시되었다. 하지만 연방헌법수정 제1조의 보호가 각종

    의 사후처벌에 적용됨이 승인되기에 이르렀음에도 명예훼손에 대한 민, 형사

    상 사후제재가 여전히 의문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31) 즉 명예훼손에 해

    당하는 표현에는 연방헌법수정 제1조의 보호가 미치지 않는다는 막연한 입장

    이 계속되어왔다.32) 그러다가 Beauharnais v. Illinois 사건33)에서 연방대법

    원은 “명예훼손적 언급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언론의 영역 속에 있지 않다

    .”34)는 단정적 판시에로 이끌었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에는 헌법적 보호가 미치지 않는다는 전통적 이

    론에서는 개별적 표현이 사람의 명성을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

    현인가 여부만을 따지면 되었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인정만 되면 거기

    에는 가혹한 책임이 뒤따랐다. 이것은 언론과 표현의 영역에 있어서 대단히

    우울하고 황량한 영역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명예훼손이론은 헌법적 차원에서 과연 타당한 것일까, 명

    예보호의 이름 하에서 과도하게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제한되어온 것은 아닐

    까 하는 근본적인 고려가 연방대법원판례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바로 1964

    년의 뉴욕 타임즈 사건35)이었다. 이 판례가 현재의 미국 명예훼손이론의 기

    초를 만들었다. 이것은 아주 튼튼한 기초이었고, 이 기초 위에서 뉴욕 타임

    즈 사건 판결의 적용범위의 확대 및 의견은 아예 처음부터 명예훼손의 대상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28) Barron v. Maor of Baltimore, 7 Pet. (32 U. S.) 243 (1833).

    29) e. g. Gitlow v. New York, 268 U. S. 652 (1925).

    30) 283 U. S. 697 (1931).

    31) e. g. L. Eldredge, op. cit. at §50, 252-253 : C. Lawhorne, op. cit. at 18.

    32) Near v. Minnesota, 283 U. S. 697, 715 (1931) ; Chaplinsky v. New Hampshire, 315 U. S.

    568, 571-72 (1942) 참조.

    33) 343 U. S. 250 (1952).

    34) Id. at 266. 이같은 판시는 그 후에도 반복되는데, Roth v. United States, 354 U. S. 476,

    486-87 (1957) ; Times Film Corp. v. City of Chicago, 365 U. S. 43, 48 (1961) ;

    Konigsberg v. State Bar of California, 366 U. S. 36, 49-50 (1961) 참조.

    35)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 S. 254, 84 S. Ct. 710. 11 L. Ed. 2d 686 (1964).

    - 15 -

  • 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특권론의 등장을 마련한 1974년 거츠 사건 판결36)이

    내려짐으로써 더욱 확실한 명예훼손이론의 윤곽이 잡혔다. 이를 계기로 하

    여 1977년 불법행위에 관한 리스테이트먼트 개정이 이루어졌고, 1984년에

    는 비록 하급심판결이지만 올만 사건 판결37)이 의견특권론의 내용상 가장

    중요한 의견과 사실의 구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여 그 뒤의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에는 과도하게 의견특권론에 기울

    어짐을 우려하며 그 수정을 꾀한 밀코비치 사건 판결38)이 선고되었고, 이

    판결의 정확한 의미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며 미국에서의 명예훼손이론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여

    세부적인 점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정치한 이론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언론, 출판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경향을 명예

    훼손의 분야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또 헌법상의 언론, 출판의 자유

    의 중요성에 입각하여 명예훼손 이론을 재구성한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헌

    법적 명예훼손법(Constitutional Defamation Law)이라고 부를 수 있다.39)

    미국의 헌법적 명예훼손법 이론의 가장 큰 골격은 두 가지이다. 우선 사

    람의 의사표현 즉 진술을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표명으로 2분하여 원칙적

    으로 의견의 표명인 진술에 대하여는 명예훼손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그리

    고 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 적시가 전제되어야 하고, 허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가 지는데 나아가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피해자인 원

    고가 피고의 현실적 악의 즉 피고가 사실의 허위성을 알았거나 그것이 허위

    임을 의심할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reckless

    disregard) 공표했다는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피고는 명예훼손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외, 형사적인 제재가 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 가하여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더 들 수 있을 것이다.

    36) Gertz v. Robert Welch, Inc., 418 U. S. 323 ; 94 S. Ct. 2997 ; 41 L. Ed. 2d 789 (1974).

    37) Ollman v. Evans, 750 F. 2d 970(D. C. Cir. 1984) (en banc), cert. denied, 471 U. S. 1127

    (1985),

    38) Milcovich v. Lorain Journal Co., 497 U. S. 1 (1990).

    39) 이것은 미국의 판례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 16 -

  • (3) 언론 자유 위축의 양상

    ① 법적 프레임에서 유래하는 것

    우리가 언론자유에 관해서 말하는 한, 그리고 지금까지의 역사적 평가에

    의존하는 한 미국의 그에 관한 이론은 우리보다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민주사회를 지향하여 보다 폭넓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언론법, 명예훼손법 이론은 크게 영감을 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헌법적 명예훼손법 이론은 헌법의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가급적

    명예훼손의 책임을 제한하려 한다. 그리하여 원칙적으로 명예훼손행위에 대

    하여 민사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물리는 외에 형사적인 징벌을 과하는 것은

    제외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이해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자.

    우리가 앞에서 살핀 대로, 통설적 견해는 개인의 명예권은 헌법 제10조에

    근거하여 인정되는 헌법상의 권리로 이 권리를 침해하는 표현은 언론출판

    의 자유에 내재한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보았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말한다면, 개인의 명

    예권을 침해하는 표현은 원래 헌법적 보호의 틀밖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배려

    와 존중을 기본원리로 공생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

    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나아가 국민이 바라는 정

    치를 하는지를 감시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며,

    소수의견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적 언론이 숨 쉬는 열린 공간에서 여론을 수

    렴하여 그것을 다수 의사로 결집 형성하는 과정을 갖는 것은 바로 우리들

    모두가 만들고 가꾸는 민주제의 참된 모습이다.40) 한마디로 언론, 출판의

    - 17 -

  • 자유는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는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요소이다.

    우리가 이러한 관점에 선다면 어느 표현이나 진술이 문제가 있다면 원칙

    적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표현이나 진술로 대항하게 하는 것이 옳다.

    법에 의한 도움을 빌려 해당 표현, 진술의 해악을 제거하는 것은 다른 표

    현, 진술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때 부차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것이 마

    땅하다. 표현의 영역에서 가능하면 법의 힘은 제한적으로 미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하여 가하여지는 현행법상 제재의 프레임

    이 과연 타당하지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책임을 가하는 제재는 그것이 타인

    의 명예권침해라는 요건사실의 충족이 있어야 한다. 결과발생이 요구되는

    것이다.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

    가 갖는 너무나 본질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

    의 피해자가 겪는 인격권, 명예권 역시 민주사회에서 더 없이 소중히 간직

    되어야 할 가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제재수단은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

    고 본다.

    그러나 형사상의 명예훼손죄 규정에 의한 제재수단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

    고 있다. 왜냐하면 명예훼손죄는 일반적으로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설명되기

    때문이다. 명예침해가 발생할 추상적 위험만 있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표현, 진술에 대하여 반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마련하고,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위에 다시 더 나아가

    명예가 침해될 추상적 위험만 있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게까지 할 필요

    가 있을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과연 이러한 위험성만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 타당할는지 의

    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형법 제307조 제1항에서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경우에도 사람

    40) 헌법재판소 판례집 11-1, 775-776면 참조.

    - 18 -

  • 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처벌받도록 한다. 소위 허명(虛名)의 경우이

    다. 허명도 보호될 가치가 있다고 하여, 진실의 사실적시의 경우에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언론, 출판의 자유가 갖는 우리 사회에서의 기능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이같은 허명의 보호는 그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적인 제재를 가하여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

    이 헌법상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형사상의 명예훼손에 관한 제반 처벌규정, 특히 형법 제307조

    제1항의 규정은 언론, 출판의 자유의 제한범위를 초과하는 즉 언론, 출판의

    자유를 과도히 제한하는 위헌의 것이 아닐까 한다.

    한편, 명예권과 프라이버시권은 인격권의 주요내용을 구성하고, 또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프라이버시권과 표현의 자유가 대립, 충돌할 때의

    조정은 명예권과 표현의 자유 경우와 기본적으로 같이 생각되어질 수 있

    다.41) 그런데 타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였다고 처벌하는 형사규정은 없

    다. 하지만 형법상 ‘명예에 관한 죄’라고 하여 별도의 장을 두어 명예권의

    침해에 대하여는 상세한 처벌규정을 둔다. 명예권과 프라이버시권의 균형이

    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프라이버시

    권 침해를 규율하는 형사범죄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명예권 침해도 역

    시 형사범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편, 미국의 명예훼손법이론에서는 의견과 사실의 이분론 적용에 의해

    우리 식으로 말하여 모욕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손해배

    상책임을 물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미국 이론인 의견과 사실의

    이분론을 조금 변형된 형태로 도입했으면서도 2003. 3. 25. 선고 2001다

    84480 판결에서 “그러한 의견표명은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

    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

    였다. 이 판결은 일반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42) 우

    41) 김철수, 전게서, 629면 참조.

    42) 미국 리스테이트먼트 §46의 (1)에서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참을 수 없는 행위’라는

    표제 하에 “의도적으로 또는 주의를 게을리한 채 극단적이고 과도한 행동을 하여 타인에게 극심한

    - 19 -

  • 리 현행법체계상 형법상의 모욕죄에 해당하는 의견표명행위가 있고 또 명예

    의 침해만이 아니라 ‘기타 정신상 고통’을 받은 행위도 대상으로 하는 민법

    제751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법원으로서는 이를 배척할

    수 없게 되어있다. 다만 장래 입법론적으로는 형법상의 모욕죄를 폐지하고,

    또 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허용하지 않는 식으로, 의견과 사실 이분론을

    보다 관철시키는 쪽으로 명예훼손법체계가 다시 구축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사이버 스페이스가 인류의 전 생활영역에 걸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이버 스페이스 상에서의 표현행위는

    점점 더 비중을 증가시켜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표현행위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자신의 인적 사항이 공개될

    염려 없이 아이디만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글을 올릴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여론 형성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나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마음대로 여과 없이 쏟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 어떠한 형태로

    든 제한이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논의가 생겨났다. 그 논의의 결과 2007.

    1. 26. 신설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5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가 이용하는 사이트의 경우 그 게시판 이용

    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조치 즉 ‘인터넷 실명제’를 취하도록 의무화시켰다.

    그 시행령에서는 본인확인조치를 해야 하는 사이트의 범위를 확대시켜왔

    다.43)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을 통한 표현기능을 대폭적으로 제한하는 기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사람은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만약 그로 인하여 신체적인 손해

    를 입혔다면 신체적 손해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1)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판결

    이 미국에서 위 리스테이트먼트 조항의 내용에 따라 설정되는 IIED(Intentional Infliction of

    Emotional Distress, 번역하자면 ‘의도적인 감정적 고통야기’)와 같은 궤를 그리는, 의견표명 자체

    에 의한 독자적인 불법행위로 파악하는 견해가 있다(민성철, “의견면책의 한계(상),” 「언론중재」

    (2004, 가을), 49면-57면, 동, “의견면책의 한계(하),” 「언론중재」(2004, 겨울), 63면). 그러나 이

    견해는 방향 자체를 잘못 잡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위 조항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문제된) 행동이

    성격상 아주 과도하고 또 그 정도가 아주 극심하여 ……흉악한(atrocious) 것으로,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될 때에만 이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며 단순한 모욕이나 무례함,

    위협 따위는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Restatement(Second) of Torts §46 Comment

    d(1965))했기 때문이다.

    43)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

    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ㆍ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 20 -

  • 능을 할 뿐 아니라 인터넷의 익명성과 근본적으롤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

    되어왔고, 급기야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를 운용하는 구

    글코리아가 2009. 4. 9.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서 영상물이나 댓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실명제를 취하지 않겠다고 하며 한국의 인터넷 통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일이 발생했다.44) 이러한 과정에서 ‘인터넷 망명’이라는 신

    조어도 생겨났다.

    그 외에도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 실명제(제82조의 6, 제261조 등), 그리

    고 위에서 언급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불

    법정보의 유통금지’(제44조의 7)라고 하여, 상당히 광범위한 정보유통의 제

    약을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그만큼 위축시키는 등의 예를 볼

    수 있다.

    ② 정권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그러나 위에서 말한 필자의 주장, 형법상의 모욕죄,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각 폐지와 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불인정 등으로 보다 언론자유를 확

    대함이 옳다는 주장은 현실의 흐름과는 상당히 상치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민주화 과정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ㆍ준정부

    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ㆍ지방공단

    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

    위 제2호 소정 이용자의 범위에 관하여 2007. 7. 27. 시행의 시행령에서는 ① 전년도말 기준 직

    전 3개월간의 포털 서비스(다른 인터넷주소·정보 등의 검색과 전자우편·커뮤니티 등을 제공하는 서

    비스)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3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② 전년도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의 인터넷언론서비스(「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언론을 정보통

    신망을 이용하여 제공하는 서비스)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2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③

    전년도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전문손수제작물매개서비스(이용자가 직접 만든 디지털콘텐츠를 전문

    적으로 매개하는 서비스)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3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시행령 제22

    조의 3 제1항)로 정했다가, 2009. 1. 28. 시행의 시행령에서는 일률적으로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

    개월간의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확장(시행령 제30조 제1항)하였다.

    44) 이에 관한 경위설명 및 구글 발표의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전문이 실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06974&CMPT_CD=

    P0000 참조.

    - 21 -

  • 었던, 언론자유에 대한 본격적인 발걸이가 시작되었다. 이는 언론개혁입법

    의 정비에서 출발하였다. ‘개혁’의 주된 골자는 언론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의 강조였다. 정기간행물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

    에 관한 법률(보통 ‘신문법’으로 줄여 말함),45) 뉴스통신사를 대상으로 하는 뉴

    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46) 방송사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법47)의 언론매체

    별로 이루어진 세 가지 법률 외에도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시킴을

    목적으로 하여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48)이 제, 개정의 형태

    로 정비되었다. 이 언론기본법률 중에서 신문법, 언론중재법 중 14개 핵심

    조항에 대하여 광범한 문제제기가 되었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전통적, 보수

    적 언론의 자유관(觀)에 입각하여 2006. 6. 29. 상당수 문제조항에 관한 위

    헌결정을 내리게 된다.49)

    노무현 정권 때의 언론정책의 한 특성으로서, 심심찮게 정부 당국자가 나

    서서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

    고, 정권 말기에 언론사 기자실의 폐쇄 등 취재원 제한의 조치들이 언론자

    유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언론자유 제약의 기조는 현 정권 들어 이어졌다. 하지만 큰 차이

    가 있다. 전 정권에서의 칼날은 ‘조중동’을 비롯한 거대보수언론을 향했음에

    반하여 현 정권에서는 인터넷 언론이나 거리시위 등의 주체를 이루는 진보

    언론을 겨누었다.

    2008년 말부터 사이버 공간 상의 욕설 등 모욕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사

    이버모욕죄’의 신설로 특별히 처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이는

    정부여당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진행되었다.50) 앞에서 본, 미국에서 형성된

    45) 2005. 1. 27. 전부개정 법률 제7369호.

    46) 2003. 5. 29. 제정 법률 제6905호.

    47) 2004. 3. 22. 개정 법률 제7213호.

    48) 2005. 1. 27. 법률 제7370호.

    49) 2005헌마 165 등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16조 등 위헌심판.

    50) 그 핵심은 기존 형법상의 모욕죄의 형량을 상향시키고, 형법상 모욕죄가 친고죄로 되어 있는 것을

    반의사불벌죄로 전환시켜 형법상 소추요건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개괄적 이해

    를 위하여는,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serial=44303 참조.

    - 22 -

  • 헌법적 명예훼손법에서 명예훼손행위 등에 대하여 형사상의 처벌을 가하지

    않고, 또 의견과 사실의 이분론에 대하여 우리 법상의 모욕죄 구성요건행위

    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에

    비추어보면, 시대역행적인 움직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언론의

    자유 영역에 개입하여 여론의 방향을 좌우하고자 하는 권력층의 의지는

    2008년 말에서 2009년에 걸쳐서 일어난 소위 ‘미네르바 사건’에서 비등점

    을 겪는다.51)

    그런데 정작 상위 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어도 하위 법집행기관에서

    스스로 상부의 뜻을 헤아려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경우를 상정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지향성이 유난히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는 언

    론의 자유에 대단히 위협적인 요인으로 등장한다.

    현 정권 들어 경찰 등 법집행기관은 정권 자체의 보수적 색채나 정권이

    탄생하게 된 과정을 고려하여 진보적 언론, 혹은 보수제도적 언론이 아닌

    보다 직접적인 민중의 의사표현을 담게 되는 형식의 언론자유 행사에 대하

    여 규제 일변도의 시각을 갖고 엄격한 법집행을 하려고 들었다. 이는 일종

    의 권한남용이다. 여기에 관하여는 다양한 예가 보고되어 있다. 시청 광장

    에서의 시위행위를 금지하는 서울시청의 결정을 비판하는 게재 글이 ‘다음’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에서 삭제된 예 등이 보고되어 있는

    데,52) 어쩌면 권력의 직접적인 개입을 담고 있지 않은, 권력추종세력이 자

    발적으로 벌이는 이와 같은 규제가 더욱 무섭게 나타날 수 있다.

    51) 필명으로 ‘미네르바’를 사용하던 박대성씨는 2008년 3월경부터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아고라’경

    제토론방에 국내외 경제동향분석 및 예측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박씨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

    더스의 파산과 2008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급등을 미리 알아맞히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경제대통령’

    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러나 박씨는 그해 7월 ‘외환예산 환전업무 8월 1일 부로 전면중단’이라는

    내용의 글과 12월에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매수를 금지할 것을

    ㄹ 긴급공문 전송’이라는 내용을 글을 게시한 것과 관련하여,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 구속기소된다. 제1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구속적부심과 보석허가신청을 각 기

    각하였으나 2009. 4. 20. “구체적인 표현에 있어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다 해도 게

    시글의 내용이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그러한 글을 게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무죄선고를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단304 전기통신법위반). 개괄적 이

    해를 위하여,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serial=46561 참조.

    52)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09/05/123_45447.html 참조.

    - 23 -

  • ③ 사적 검열장치의 발동

    인터넷 상의 표현행위에 대하여서는 여러 법적 장치에 의해 규제될 수

    가 있으나 이러한 타율적 교제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터넷 공동체

    안에서의 자율적 규제의 폭을 확대해나감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어왔

    다.

    자율적 규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자체 검열의 장치를

    발동시켜왔다. 대표적인 자율 규제로서 ‘사이버 가처분 제도’를 들 수 있다.

    게시판 운영의 사이트가 문제가 있는 게시판 글에 대하여 당국이 관련법에

    따른 조치를 하기 전에 그 글에 대한 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등의 임시적

    조치를 하는 것이다.53) 이와 같은 자율적 규제는 말 그대로 법률상의 규제

    와는 상관없이 행해져 왔는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거꾸로 그 근거를 마련하며 또 이에 관한 사이트 운영자의 책임을

    강하게 규정하였다.54) 위 법률 제44조의 2 제4항에서는 임시조치의 기간을

    53) 한국에서 가장 큰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이용약관에서는 ‘사이버 가처분’에 관해 이렇게 정하

    고 있다.

    제 16 조 ("게시물"의 관리)

    ①"회원"의 "게시물"이 "정보통신망법" 및 "저작권법"등 관련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

    우, 권리자는 관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당 "게시물"의 게시중단 및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회사"는 관련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②"회사"는 전항에 따른 권리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라도 권리침해가 인정될 만한 사유가 있거나

    기타 회사 정책 및 관련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해당 "게시물"에 대해 임시조

    치 등을 취할 수 있습니다.

    ③본 조에 따른 세부절차는 "정보통신망법" 및 "저작권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회사"가 정한

    "게시중단요청서비스"에 따릅니다.

    - 게시중단요청서비스 : http://help.naver.com/claim_main.asp

    5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

    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

    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

    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 24 -

  • 최대 30일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이 임시조치를 사이트 운영자가 무분별하

    게 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 인터넷 상의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

    로 등장하고 있다.

    ‘Arti'라는 아이디를 가진 블로거가 영화관 티켓 예약 사이트인 ’Ticket

    Movie'(www.ticketmovie.co.kr)의 서비스에 관한 비판적인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Ticket Movie측에서 명예훼손적 요소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하등 그 글에는 잘못된 용어구사나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30일간 삭제

    되었다.55)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자율규제가 정부나 회사 경영진에 의해서

    정책에 대한 비판, 회사 생산제품의 결함 은폐, 노조 활동에 대한 억압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보수적 색깔을 강조하는 현 정권 하에서는

    그러한 위험성의 정도가 더욱 증폭된다고 하겠다.

    ④ 사법기관의 몰이해

    앞에서 본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사후평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으

    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을 주동하여 처리한 한국의 검찰이 인터넷

    상의 표현행위에 대한 적절한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인터

    넷을 통해 나타나는 신천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것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되어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

    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

    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ㆍ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

    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

    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은 2007. 1. 26. 신설되었고 2008. 6. 13. 개정되었다.

    제44조의3 (임의의 임시조치)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

    통되는 정보가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면 임의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임시조치에 관하여는 제44조의2제2항 후단, 제4항 후단 및 제5항을 준용한다.

    55) http://www.koreatimes.co.kr/www/news/nation/2009/05/123_45447.html 참조.

    - 25 -

  • 이나, 특히 시대의 첨단이 아니라 뒷켠에 서서 사회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을

    뒷받침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법조계의 사람들에게는 그러하다. 법조인들은

    사이버 스페이스가 가지는 쌍방향성, 탈중심성, 시간초월성과 공간초월성,

    익명성, 이동성, 찰나성, 분열성 등의 특성56)에 대체로 둔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인터넷, 그리고 정보통신사업에 세심하고 미래지향

    적인 텃치가 법조계에서 시급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근 대법원은 포털 사이트가 명예훼손의 글을 방치하면 손해배상의 책임

    이 있다고 판시하였다.57) 이 사건에서, 원고의 여자친구가 2005년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는데, 그 어머니가 딸의 미니홈피에 “딸이 남자친구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것이 화제로 떠오르자

    몇몇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했으며 포털 사이트는 이를 실었다. 이 과정에서

    원고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댓글이 폭발적으로 게시되었고, 원고는 포털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인터넷 종합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로부터 전송받은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했

    고 그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사

    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

    로 선택해 전파한 행위이므로 사업자는 기사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

    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또 사업자가 개설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제3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거재한 경우

    에도 불법성이 명백하다면 피해자가 삭제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사업자에게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58)

    이 판결에 대하여 포털이 뉴스나 게시물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대법원이 인터넷의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오해, 엄청난 시대착오적인 시장개입을 행함으로써 표현

    56) 이성환, “컴퓨터 가상공간과 관련한 기본권에 관한 판례얀구,”『정보와 법 연구』제2호(서울; 길안

    사, 2002. 2.), 125면 등.

    57) 대법원 2008다53812 손해배상.

    58)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AA&serial=46526&page=1

    에 이 사건의 개략이 실려있다.

    - 26 -

  • 의 자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공멸에까지 이를 수 있는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59) 우리가 생각해보면, 법적 분쟁발생을

    우려한 포털 등에 의해 자행될 무자비하고 무기준의 사적 검열이 갖는, 온

    라인 상의 표현행위에 대한 언론 자유 제약의 효과는 무시무시한 지경에 이

    를 것이고, 결코 이는 헌법적으로 방치할 수 없는 대목이다.

    3.양극화의 심화와 중산층의 몰락

    한국은 1997년의 IMF 구제금융을 받음을 계기로 하여 신자유주의 질서

    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 각 부문에서 ‘경쟁의

    원리’가 강조되고, 이 시대적 과제를 소화시킬 수 없는 사회구성인자들은

    퇴출됨이 당연하다는 살벌한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거쳐 나옴으로써 우리 경제가 전체적으로 보아 글로벌 규모에서 상

    당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한 시름 덜게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그 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미국 월가를 중심

    으로 한 금융집단의 과도한 이윤추구 욕심에서 만들어낸 파생상품이 연쇄적

    으로 부실화되며 끝을 알 수 없는 광범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에 걸쳐 만들

    어졌다. 이것은 2008년 9월 미국 리먼 브라더스사의 파산을 신호탄으로 하

    여 그 파고가 세계 전체적으로 넘나들게 되었고, 다시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제위기가 워낙 글로벌한 규모로 전개되니 쉽게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

    하면서 불황은 깊어지고 있다. 불황의 효과로 가장 심각한 것은 빈부격차의

    확대가 아닐까 한다. 빈부격차가 커진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하여 빈곤층

    으로 새로이 편입된다는 것이고, 이는 복지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며, 사회

    정치적 분열과 갈등은 더욱 확대된다. 한 마디로 말하여 국가의 장래가 시

    커먼 구름으로 뒤덮인다는 것과 같다.

    59) 정상조, “포털의 사이버검열을 부추기는 사회,”『대한변협신문』273호(대한변호사협회; 2009. 5.

    25.), 4면.

    - 27 -

  • 헌법적으로 말한다면, 경제적 궁핍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간으로서의 존

    엄과 가치권을 빼앗아가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기본권은 공허하게 된다. 특

    히 노령자, 신체장애자, 생활력이 없는 사람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게 이

    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그리고 일자리의 급격한 상실로 불가피하게 다

    수의 국민들은 아예 근로의 권리를 실현시키지 못하며, 평등권의 공동화(空

    洞化)현상이 두드러진다. 세심하게 짚어나간다면, 심각한 경제불황과 이로

    인한 양극화는 전반적인 국민의 기본권 체계 전체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2009년 1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 중 하위 20% 소득계층의 월 평균 소

    득은 856,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 줄었으며, 반면 상위 20%계층의 소

    득은 7,420,000원으로 1.1% 증가했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

    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것)은 지난

    해 8.14배에서 올해 1분기에 8.68배로 급등하였고, 이는 2003년 이 통계를

    잡은 이후 최대치이다.60)61)

    60) 이는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04/2009060400107.html?Dep0=chosunmain

    &Dep1=news&Dep2=headline2&Dep3=h2_05 참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61) 빈부격차의 다른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아도 이미 2008년에 0.325를 기록하여 90년 통계작성 이

    후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한다.

    62) 주 61)의 사이트 참조. 저소득층 적자액과 고소득층 흑자액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28 -

  • 그리고 올해 1분기에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월 평균 적자액은 504,700원

    으로 1년 전의 446,000원보다 13% 급증했고, 상위 20%계층의 흑자액은

    2,560,000원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8.5% 늘어났다. 4인 가구 기준

    1,330,000원의 최저생계비 이하로 소득이 떨어져 정부지원을 받게 된 기초

    생활보장수급자는 2009년 들어 매달 10,000명 씩 늘어나고 있으며, 2009

    년 4월말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1,573,106명으로 2000년 10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사상 최대치에 이르고 있다.62)

    Ⅳ.우리의 나아갈 길

    이와 같이 우리는 지금 헌법적으로 보아 분명한 개선이 요구되는, 인권보

    - 29 -

  • 장의 사각지대를 빚어내고 있다. 더욱이 세계 경제위기와 겹쳐 전반적으로

    큰 생채기가 생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상처는 언론의 자유

    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과 양극화로 많은 국민들의 인간다운 생존이 위태로

    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법과 질서의 확립’은 사회적 다양성과 창조성, 탄력

    성에 배치되는 개념으로 그 실행은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리고 이것과 함께 ‘실용주의’라는 몰(沒)가치적 이념이 내세워지면

    서,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고 불가피하게 기득권 세력의 보장에로 연결

    된다.

    2009년 노무현 씨의 자살로 빚어진 심각한 민심이반현상이 결코 일시적

    인 현상이 아니라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의 기조에 대한 강한 불신과 연결되

    어 있다는 점이 반성되어야 한다. 현 정권이 이제 이와 같은 반성에 기초하

    여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펴지 않는 한 정권은 중대한, 수습불가능한 국면

    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가 갖는 다양한 가치가 표출되고 이것들이 국정의 운용에 반영되

    도록 함이 ‘소통과 화합’의 핵심이다. 그 동안 정권의 출범 이후 부당하게

    왜곡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고삐를 풀고, 소외감을 가졌던 국민들도 자신의

    의사를 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된다는 분

    명한 모습이 잡혀야 한다. 그렇게 하여 권력이 사회의 특정계층에 대한 봉

    사자가 아니라 전 국민을 위한 봉사자, 부조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이

    아주 긴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시장경제주의를 아무리 찬양한들 경제위기 속에서, 또 우

    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신자유주의의 가혹한 경쟁체제 하에서 불가

    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장의 실패자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한다. 이

    들을 방치해버림은 근대 헌법 이후에 국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의무, 국민

    들이 존엄성의 바탕에서 기본권을 향유하며 살아가게 할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구조는 결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

    가 우리의 국가는 시장의 패자들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자애로

    - 30 -

  • 운 국가’의 모습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흐름

    은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원만한 사회통합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국

    가의 적극적이고 배려 깊은 정책은 언제나 요구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보다 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보호에 힘써, 남녀평등, 장애인 차

    별금지뿐만 아니라 차제에 벌써 너무나 심화되어버린 저출산,63) 그리고 가

    까운 장래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고령화 사회64)에 대비한 정책을 시급히 실

    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책들을 통해 시장경제주의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 ‘인간의 얼

    굴을 한 시장경제주의’로, 우리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가리지 않고 언제나

    스스럼없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체제로 변모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고 세계 경제위기가 걷힐 때에 우리는 세계에서 모범적인 기본권 향유국가

    로서의 틀을 갖추어 새롭게 국제사회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63)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보건통계 2008’에 의하면, 2006년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으로 벨라루스 등 몇 나라와 더불어 세계 193개국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3&sid2=336&oid=001&ai

    d=0002093810

    64) 한국은 2000년에 노인의 인구비율이 7%를 기록하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9년에는 그

    비율이 14.4%, 2030년에는 23.1%로 중가해 초고령화사회로 될 것이 예상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9/2008051901650.html 통계청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말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502만 명이고, 이는 2007년의 481만 명에서

    증가하여 처음으로 500만 명의 벽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10.3%이다(『The Korea

    Times』2009. 2. 21자 8면 기사 참조).

    - 31 -

  • 헌법에 의한 한국 현실의 진단

    (A Review Over the Current Korean Society By Our Constitution)

    신 평*

    사 상 양 심 의 자 유 와 국 가 안 보- 국가보안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중심으로 -

    오 동 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 사상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 국가보안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중심으로 -

    오 동 석

    Ⅰ. 머리말: ‘불온함’으로부터의 실마리

    2004년 개폐논의가 무성했던 국가보안법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다시금 기지개를 펴

    고 있고,1) 국방부는 2007년 9월 “2009년 초부터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36개월 동안 한

    센병원이나 결핵병원 등에서 근무하면 병역 이행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말을 바꿔 2008년 12월에는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로, 최종 결정

    은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2) 한 걸음 진전할 것 같았던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사상양심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불온’이다. 사상이나 생각 또

    는 표현행위의 불온함이 그것이다. 실제로 2008년 7월 22일 ‘군대 불온도서 차단 대책 강

    구 지시’3)를 통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이 글의 주제인 “사상양심의 자유와 국가안

    보”의 문제, 그것도 부제인 “국가보안법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중심으로”4) 한 논의에 대하

    여 ‘헌법해석규범과 헌법현실의 일체(괴리가 절대 아님에 유의!)’인 한국 사회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일 먼저 예상되는 반론은 군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보편화의 오류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그러나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서적에 대하여 군이 시민사회로부

    터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불온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문민원칙과 군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에 비추어 볼 때 헌법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자칫 ‘국가 속의

    1) 2009년 5월 7일(목) 오전 6시 30분경 국정원과 경찰청 보안수사대의 합동작전으로 조국통일범민

    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실외 관계자 가택을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하고 강제 연행을

    했다. 4월 18일 낮 12시 10분경에는 국정원이 일본 도쿄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일한국

    민주통일연합 손형근 의장 등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해 실랑이를 벌인 바 있다. 2008년 상황에

    대하여는 오동석, “2008년 국가보안법체제의 고찰,” 인권이론과 실천 제4호, 영남대학교 인권교육연

    구센터, 2009.2, 165-179.

    2) 한겨레 2009.5.15.

    3) 국방부는 그 근거를 ‘군인복무규율’(대통령령 제20282호) “제16조의2 (불온표현물 소지·전파 등의

    금지) 군인은 불온유인물·도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

    니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본조신설 98·12·31]”에서 찾는다.

    4) 그러나 실제로는 이 글은 ‘사상의 자유와 국가안보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편중되어 있고 ‘양심의 자

    유와 국가안보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언급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 35 -

  • 국가’5)로서 군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불온도서에 대한 규제는 시간적으로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금서목록이 있었다.6)

    다음으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불온의 개념인데,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헌

    법소원심판에서 ‘이해관계인 국방부장관의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이 제출한 의견서’(아래

    “국방부의견서”로 줄임)는 “NAVER국어사전”을 원용하고 있다.7) 즉 불온은 “(일부 명사

    앞에 쓰여)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

    음.”8)을 뜻한다. 따라서 사상양심(또는 그 표현물)의 단순한 불온함을 문제 삼는 것은 헌

    법이 인정한 사상양심의 내용적 개방성 및 주관성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사상

    양심의 자유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으로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사상양심의 형성에 대한 것인데, 국방부의견서는 양심을 형성하는 경로에

    대하여 “직접 경험 내지 간접 경험을 통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내적인 성찰에 의해

    양심의 형성과 변화, 소멸이 가능하겠지만, … 책을 통한 인식은 직접적으로 알 권리의 영

    역에 속하고, 양심의 자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