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적 선교적 관점에서 교회도서관 의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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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소특집 교회도서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문헌정보학용어사전에따르면교회도서관은‘유럽중세기교회에 목사신도를위해부설된도서관’, ‘교회에부설된일반도서관’이 다. 서양도서관사를보면사원장서(temple collection)최초의도서 관이었고 중세에는 수도원 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국에서도초창기많은도서관들이주일학교에의해건립됐다. 1860 미국통계에따르면6 , 000 개의주일학교도서관들이200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1970 년대에는 도서관 수가 3 이르렀다. The Church Librarian s Handbook(교회 사서를 위한 지침서)저자인 맥마이클(Betty MacMichael)“기독교 자료들을 읽고 보고 듣는 자체가 매우 가치 있는 일인데 교회도서관이 바로 그런 행위를 극적으로 고무하는 곳이다”라고 했다. 특히 교회도서관은 기독교 목회 정기원 익산시립마동도서관 관장, 선교문화그리스도의교회 목사. 전주대학교대학원(M.A., 문헌정보 학과). 저서로 《삶으로 말하는 독서》, 《독서지도 길라잡이》 등이 있다. 목회적 · 선교적 관점에서 교회도서관 의 중요성 교육을 위한 필수 기관으로, 어린이나 청소년들 에게깊은감동과삶의가치관, 목표의식을심어 주는 기독교서적 관련 자료를선정해주고 독할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도서관이 “목회자, 교사, 학부모, 자녀가 성경의 바른 가르침을 접하고 연구를 통해 자신 신앙 성장을 도모하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곳”이라고도했다. 그렇다면 교회도서관은 목회적 · 선교적 관점 에서어떤기능을있을까? 목회 관점에서의 교회도서관 우선 교회도서관은 목회자가 독서를 통해 영성 목회실력을향상시킬있는곳이다. 목회자 성실한 설교 준비, 다양한 도서를 통한 폭넓 지식 함양, 올바른 정보 습득 등으로 균형 사고를갖출자신에게맡겨진교회를하나 님의뜻에따라이끌어갈있다. 특히목회자에 게는 영감과 지식을 통한 설교 준비가 목회의 명이다. 설교의 대가 찰스 스펄전은 어렸을 때부 《천로역정》을읽었고생애에무려100 탐독했다고한다. 그는7 살부터15살까지콜체스 터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청교도들의 저술을 읽었고 번연의 《넘치는 은혜》(말씀보존학회, 나누리교회 도서관 내부. 사진 제공·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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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특집 교회도서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문헌정보학 용어 사전에 따르면 교회도서관은 ‘유럽 중세기 교회에

목사 및 신도를 위해 부설된 도서관’, ‘교회에 부설된 일반 도서관’이

다. 서양 도서관사를 보면 사원장서(temple collection)가 최초의 도서

관이었고 중세에는 수도원 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미

국에서도 초창기 많은 도서관들이 주일학교에 의해 건립됐다. 1860

년 미국 통계에 따르면 6,000여 개의 주일학교 도서관들이 200만 권

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도서관 수가 3만

에 이르렀다.

The Church Librarian’s Handbook(교회 사서를 위한 지침서)의 저자인

맥마이클(Betty MacMichael)은 “기독교 자료들을 읽고 보고 듣는 것

자체가 매우 가치 있는 일인데 교회도서관이 바로 그런 행위를 적

극적으로 고무하는 곳이다”라고 했다. 특히 교회도서관은 기독교

목회

정기원 익산시립마동도서관 관장, 선교문화그리스도의교회 목사. 전주대학교대학원(M.A., 문헌정보

학과). 저서로 《삶으로 말하는 독서》, 《독서지도 길라잡이》 등이 있다.

목회적·선교적 관점에서 교회도서관의 중요성

교육을 위한 필수 기관으로, 어린이나 청소년들

에게 깊은 감동과 삶의 가치관, 목표 의식을 심어

주는 기독교 서적 및 관련 자료를 선정해주고 정

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교회도서관이 “목회자, 교사, 학부모, 자녀가

성경의 바른 가르침을 접하고 연구를 통해 자신

의 신앙 성장을 도모하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교회도서관은 목회적·선교적 관점

에서 볼 때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목회 관점에서의 교회도서관

우선 교회도서관은 목회자가 독서를 통해 영성

과 목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이다. 목회자

는 성실한 설교 준비, 다양한 도서를 통한 폭넓

은 지식 함양, 올바른 정보 습득 등으로 균형 잡

힌 사고를 갖출 때 자신에게 맡겨진 교회를 하나

님의 뜻에 따라 이끌어갈 수 있다. 특히 목회자에

게는 영감과 지식을 통한 설교 준비가 목회의 생

명이다. 설교의 대가 찰스 스펄전은 어렸을 때부

터 《천로역정》을 읽었고 전 생애에 무려 100여 번

탐독했다고 한다. 그는 7살부터 15살까지 콜체스

터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청교도들의 저술을 많

이 읽었고 존 번연의 《넘치는 은혜》(말씀보존학회,

나누리교회 도서관 내부.

사진

제공·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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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를 읽었을 때는 그중 긴 문장들을 외웠다가

친구들에게 즐겁게 들려주곤 했다. 이런 독서 습

관은 그를 설교의 대가로 만들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내가 또 내 마음에 합한

목자들을 너희에게 주리니 그들이 지식과 명철

로 너희를 양육하리라”(렘 3:15)고 했다. 신앙의 본

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폭넓은 사고, 신앙과 사회

생활을 이분화하지 않는 통합된 지식은 좋은 독

서를 통해 얻어진다. 목회자는 독서를 통해 객관

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교인들도 성경 주석을 읽고 다양한 학문을 탐

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목회자도 공부해야 한다.

목회자의 그릇만큼 성도들의 수준이 올라간다

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목회자는 교회도서관

을 만들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

고 성도들에게도 독서하는 목회자의 본을 보일

수 있다.

둘째, 교회도서관은 정보 습득의 장소다. 현대

사회는 정보화 사회, 신지식 기반 사회라고 불린

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정보 유통의 속도가 빨라

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누가 먼저 습득하고 활

용하느냐에 따라 시대의 리더가 결정되기도 한

다. 목회자는 맡겨진 성도들을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이끌며 변혁하는 리더로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목회자는 정보를 신속하

게 분별하고 흡수해 성도들에게 올바로 가르쳐

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능동적인 정보 습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회도서관이다.

셋째, 교회도서관은 교육 활동이 이뤄지는 곳

이다. 교회에서 주된 사역 중 하나는 교육이다.

교회는 유익한 교회 교육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

향력을 미치는 성도를 키워내게 된다. 그런데 오

늘날 교회 교육은 학교나 학원 교육에 밀려 힘을 잃어버린 지 오래

며 거의 침체 상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오지 않는다. 성인들도 주일 예배에만 참석하지 교회

교육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교회도서관은 교회 교육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

다. 교회도서관을 중심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일반 교육도 겸해 전

인적인 교육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계기를 마련해줌으로써 일반 교육을 위한 기

초 지식을 섭렵하고 교양의 폭을 넓히도록 돕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넷째, 교회도서관은 독서를 장려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존

웨슬리는 “성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은총의 사업은 한 세대도

못 가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책을 읽는 그리스도인만이 진리를 아

는 그리스도인이다”고 말했다. 다니엘 웹스터도 “신앙 서적들이 대

중에게 광범위하게 보급되지 않고 … 복음에 대한 서적들이 집집마

다 들어가지 못한다면 타락한 음란 서적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교회는 교회도서관을 통해 성도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독서

습관을 심어줘야 한다. 경건 서적을 자주 접하고 책 나눔이나 토론

등의 활동을 하게 되면 이는 영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서하

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성숙에 이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

다. 교회도서관은 성숙한 성도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경건 독서 운

동의 장이다.

선교 관점에서의 교회도서관

복음 전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 교회에서 교회도서관은 이

를 돌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교회도서관을 통해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고 일반 지역 주민들도 도서관을 이용하게 함

으로써 교회에 대한 친숙한 정서를 갖게 할 수 있다.

우선 교회도서관의 공간은 외부에 개방돼야 한다. 국내에는 중·

대형 교회들이 많고 교육관도 규모가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비과

세인 이 건물을 주일이나 주중에 한두 번 사용하면서 지역 주민들

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봐도 이는 바람직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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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평일에 지역 주민을 위해서 건

축물을 개방한다면 교회당을 크게 건축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교회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

한 예배당 개방 운동이며 이는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예로 대전 나누리교회(담임 홍용춘 목사)는 대지 420m²에 교회당

을 건축하면서 지하에 예배당을 만들고 지상에 각 115m²짜리 공간

의 2층을 지은 뒤 1층 제일 좋은 자리에 65m²의 송촌마을도서관을

설립,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둘째, 교회도서관은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장소로 활

용될 수 있다. 이제는 예전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워

졌다. 지인이 아니면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공원에서 아이

들을 전도하다가 유괴범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아파트에 전도를 나

가면 문도 열어주지 않을뿐더러 출입문에 종교인 사절 쪽지를 붙여

놓는 경우도 있다.

교회도서관을 접근성 높은 위치에 마련해 지역사회에 개방하면

주민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교회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과 자연스레 접촉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회원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도서

미납 전화나 도서 수거 방문을 통해서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좋은

책들을 비치하고 전문성을 갖춰 운영한다면 주

민들의 도서관 방문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예로 창원의 새순교회(담임 박영호 목사)는 교회

당 앞길 건너편에 그리 크지 않은 3층 건물을 세워

1층에 새순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는데 1년에 몇

몇 가정이 자연스럽게 교회에 등록했다고 한다.

셋째, 교회도서관은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

그램을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다. 교인들은 문화 프로그램들을 통해 교

회 생활을 일상화하고 일반인들은 유익한 기회

들을 얻을 수 있다. 교회도서관은 교회의 특성과

규모에 맞게 학교나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할 수

없는 틈새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 가령 쉼터가 되는 북 카페를 운영한다거

나 청소년들의 지적·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문

화 프로그램,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

및 공동체 훈련 등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성도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수강료는 무료나

실비 정도로만 책정하는 것이 좋다. 수강료를 많

이 받거나 일반 문화센터와 똑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좋은 일을 하려다 지역 주민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학원법에 저촉될 수 있으

며 그에 따른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요즘 교회들은 북 카페를 많이 운영하는데 필

자 생각에는 도서관과 북 카페 공간을 구분해 운

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 카페는 앞에 ‘북’이 붙

긴 했지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게 주된 목

적이다. 찻집을 하려면 당연히 세무서에서 사업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북 카페는 공공도서관의

휴게실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나와서 타인

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음료를 마시는 공간

이 돼야 한다.

교회도서관은 독서와 토론의 장을 마련

함으로써 성도들의 영적 성숙을 도울 수

있다. 또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연스레 접촉점을 마

련하며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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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107

예로 전주신일교회(담임 최임곤 목사)는 ECM

센터 5,290m²를 건축, 1층에 곰솔나무도서관

115m²(도서 12,000여 권 소장, 월 도서 구입비 50만 원 지

원), 북 카페 230m²를 운영한다. 북 카페와 도서관

사이에 강화 투명 유리를 세워서 공간을 구분했

다. 북 카페는 세무서에 신고하고 지역 주민들에

게 저렴한 비용으로 차와 공간을 제공한다.

교회도서관의 운영 노하우

교회도서관은 잘 준비해 시작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전문 지식 없이 책을 모으고

개관해 성도들에게 운영을 맡기던 도서관들이

활성화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해진 경우를 지난

20여 년간 봐왔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몇 가

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1. 철저한 계획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인들을 위한 도서관

을 만들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을 만들

지 결정해야 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

의 욕구와 필요를 철저히 파악하며 준비해야 한

다. 개관 시에는 지역 유지나 기관장들을 모셔 개

관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을 섬기기 위

해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면 교회 소유로 내세우

지 말고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는 심정으로 운영하라.

2. 담임목사의 도서관에 대한 이해

아무리 잘 꾸며 설치해도 도서관의 대표인 담임목사가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하다면 단순한 도서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회는 도서관을 전담하는 관장을 세우고 장로들과

재정부원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끌어내야 한다. 또한 도서관과 독서

의 중요성에 대해 설교와 특강을 실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주

보에 읽을 만한 경건 서적들을 안내할 필요도 있다. 담임목사와 장

로, 재정부가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 적정한 도서관 지원비

가 책정될 수 있을 것이다.

3. 개관을 위한 최소 요건

많은 교회도서관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

다. 요즘은 큰 교회당을 건축하고 구색 맞추기로 빈 공간에 도서관

을 설치했다가 책만 모아놓고 흐지부지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교회의 경우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기증받아 모아둔 책들을

쌓아두기만 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132-165m²의 작은도

서관들을 예쁘게 리모델링해 개관하다보니 교회도서관들이 무성

의해보인다는 이유로 지역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현재 작은도서관은 33.3m², 도서 1,000권, 열람석 6석이면 등록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최소 66.6m², 2,000권 이상의 좋은 도서

를 갖고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2,000권도 독서 연령에 따라 구

분하다보면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다. 또 컴퓨터에 도서 관리 프로

그램을 설치해 전산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4. 전문 인력

대형 교회라면 열정과 사명감을 갖춘 도서관 전담 사서를 반드

시 고용해야 한다. 그럴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사모나 교인 2-3

명을 선발해 도서관과 독서 교육을 충분히 시킨 후 운영하도록 하

라. 병원에 의사, 약국에 약사가 필요한 것처럼 도서관에는 전문 지

식을 갖춘 사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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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리교회 도서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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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재정 투자(도서 구입 및 프로그램)

도서관은 신간이 생명이다. 도서관에 신간이 지속적으로 유입

되지 않으면 도서관 이용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를 구입할

때는 경건 도서 20%, 일반 도서 20%, 어린이·청소년 도서 60% 정도

로 배분하면 좋다. 도서선정위원회나 운영위원들 중심으로 구입

도서를 선정하거나 교인들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받아 예

산에 맞게 구입할 수도 있다. 흥미와 유행 위주로 책을 고르기보다

교회도서관의 특징,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와 정서에 따라 도서 분

야를 정하는 것이 좋다. 교회와 지역 특성에 맞게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비를 투자하라.

6. 도서 분류

개관 전에 반드시 도서 분류와 바코드 작업을 하라. 도서관 자료

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점점 전산

화 분류 작업이 어려워진다. 필자는 한국십진분류법을 적극 권장

한다. 십진분류법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듀이십진분류법의 주류

를 바탕으로 일본십진분류법 용어를 가져다 한국 실정에 맞게 변

형한 자료 분류법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은 평생 이용해야

할 곳이므로 어릴 적부터 도서관 이용법을 바르게 가르쳐줄 필요

가 있다.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십진분류법 외 다른 분류

법을 사용하다보면 학교 및 공공 도서관에서 이용법에 혼동을 느

낄 수 있다. 교회도서관에서는 일차적으로 십진분류법을 적용하

고 200번 기독교 서적들을 별치해 배가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우리

나라는 현재 공식적으로 정리된 기독교 분류법

이 없다.

7. 열람 공간 배치 요령

도서관 공간은 되도록 넉넉하면 좋다. 바닥에

서 천장까지 닿은 서가를 세우고 금방이라도 쏟

아질 것 같이 장서를 배치한다면 이용자들은 불

안감을 느낄 것이다. 5단 정도의 서가와 도서를

배치하고도 여유 공간이 좌우에 생기도록 하면

좋다. 열람석은 카페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배

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관 공간 배치는 지자

체가 리모델링한 작은도서관을 견학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8. 지역 주민과의 유대 관계

지역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헤아려 도서관을

세우고, 지역에 환원하는 마음으로 봉사한다면

좋은 결실을 얻을 것이다. 내 교회 교인을 만들겠

다는 전도의 목적을 서둘러 내세운다면 역효과

를 가져올 수 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

라”는 말씀대로 대가 없이 꾸준히 봉사하면 반드

시 결과는 얻어진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

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

리라”(갈 6:9)는 말씀을 기억하자.

앞으로 교회는 교회도서관을 활성화해 성도

들로 하여금 베뢰아 사람들처럼 신사적이고 간절

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확인하

려고 날마다 성경을 연구하게 해야 한다(행 17:11).

아울러 지역사회의 독서 운동과 정신문화를 선

도해가는 데 교회도서관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

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주신일교회 곰솔나무도서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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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샘터교회(담임 안중

덕 목사)는 출석 교인이 50명쯤 되는 작은 교회다.

하지만 수준 높은 독서 교육과 다채로운 문화 행

사로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영

향력이 상당한 교회다. 특히 샘터교회의 샘터교

육문화원은 2000년에 설립된 이래로 13년간 ‘도

서관’을 통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독서 훈련 프

로그램들을 제공해왔다. 기독교교육학, 교육철

학, 독일문학, 신학을 공부한 안중덕 목사와 파이

프오르간, 쳄발로를 전공한 김미나 사모가 목회

의 무게 중심을 ‘문화’와 ‘교육’에 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목회 방향

을 그렇게 잡고 교회를 개척했던 것은 아니다.

안 목사는 부산에 내려오기 전 인천의 중·대형

교회에서 교육부를 총괄하는 전도사로 사역했

었다. 당시 그는 담임목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

도들의 호응을 얻으며 3년 만에 400여 명을 3-4

배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교회가 성장을 거듭할수

록 자신이 관리자로만 기능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교인들의 활동 영역을 교회 안으로 제한하고 있

지 않은지 회의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리스

도인의 전인적인 성숙, 지역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육과 문화를 목회의 두 축으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던 장인어른과 상의한 끝

에 안 목사는 부산에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심하

고 상가 1-2층에 260㎡ 남짓한 공간을 얻었다. 나름 소신을 갖고 시

작했지만 부산은 목회하기에 결코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해안도

시라는 특성상 무속신앙이 강한 데다 이것이 민속 전통과 접목돼

강력한 불교문화권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전봇대마다 법회 포

스터가 붙어 있고 마을 곳곳에서는 작은 사찰과 불교용품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삼양사에 등록된 불자 수가

부산의 모든 교인을 합친 수보다 많다고 했다. 게다가 남부 지역은

초창기 선교 정책상 호주 선교사들이 주로 활동하던 곳이어서 감

리교단 목회자들에게는 일종의 유배지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지역 정서, 보수적인 신앙관, 토착 신앙, 강력한 불교문화… 도저

히 교회가 클 수 있는 토양이 아니었다. 부산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막다른 곳에 내몰린 심정이 된 안 목사는 모든 걸 내려놓고 기

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지만 영향력 있는 교회를 세우라”는 주

님의 말씀을 들었다.

교회 주변을 둘러본 안 목사는 반경 1km 안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4개의 대학교, 부산박물관, 문화회관 등이 밀집해 있다

는 걸 발견하고 ‘교육’과 ‘문화’를 목회의 두 축으로 잡았다. 얼마 뒤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부산 대현교회에서 독서교육 세미나를 듣게

됐다. 그리고 독서 훈련이 전인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3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이를 목회적으로 어떻

게 적용하면 좋을지 큰 그림을 잡아갔던 안 목사는 세미나 수료생

들과 함께 샘터교회에서 독서캠프를 열었다. 독서교육에 대한 확

독서교육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샘터꿈의도서관

부산 샘터교회

토요휴업일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책 읽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제공·

샘터

교회

소특집 교회도서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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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열정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장으로 교회를 제공한 셈이다. 개

척한 지 4개월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아내와 3살, 5살짜리 두 아이

랑 함께하던 공간에 처음으로 35명의 아이들이 북적북적 모여들었

다. 그해 가을에 열린 두 번째 캠프에는 58명이 등록했다. 비기독교

인들도 상당수 찾아왔다는 사실이 안 목사에게 큰 감동을 줬고 앞

으로의 사역을 기대하게 했다.

경쟁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을 활성화

독서캠프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본격적인 소통을 시작한 안중덕

목사는 보다 지속적인 접촉점을 마련하기 위해 ‘교회도서관’을 떠

올렸다. 그는 도서관을 매개로 하겠다는 구상도 성령님이 인도하

신 것이라고 말한다. “하루는 하굣길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학교 근

방에 갔다가 문구점 오락기 앞에 둘러선 아이들을 보게 됐습니다.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뛰놀아야 할 나이에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들을 보니까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어요. 도시에서 숲을

경험하게 해줄 길이 없을까? 책의 숲에서 뛰놀게 해주자!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도서관 비전이 그분 뜻에 합당한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

주셨다. 유학 시절에 독서 토론 모임을 함께했던 후배 하나가 생각지

못한 수입이 생겼다며 140만 원을 헌금으로 보내온 것. 이것이 마중

물이 되어 샘터교회 1층은 샘터교육문화원·샘터꿈의도서관으로

꾸며졌다. 김미나 사모가 자녀들을 위해 사뒀던 700여 권을 먼저 가

져왔고 뒤이어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책들을 기증했다. 때로 안 목

사가 폐품 수집소를 찾아가 직접 책을 골라오기도 했다. 믿음으로

한걸음 내딛으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감리교어린이도서관협

의회가 막 생겨난 시점이라 도서관리시스템 프로그램을 80%나 할

인된 가격으로 공동구매할 수 있었고, 인근 대학의 문헌정보학과 학

생들이 책 분류와 전산화 작업에 동참해줬던 것이다. 몇몇 주민들

은 책꽂이와 테이블 등을 보내오기도 했다. 2001년 7월에 개관한 샘

터꿈의도서관은 2,500권의 도서로 시작해 현재 15,000권을 소장하

기에 이르렀고 민간인이 설립한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는 국내에

서 손꼽히는 상당한 규모에 해당한다.

올해로 개관 13년째를 맞이한 샘터꿈의도서관

은 경쟁력 있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

행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큰 신뢰와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샘터독서

캠프가 있다. 독서캠프는 연령에 따라 어린이독

서캠프(6세-초등학교 1학년)와 꿈나무독서캠프(초등

학교 2-6학년)로 나뉜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에 걸쳐 진행되며 5-8명로 편성된 모둠 학습을

원칙으로 한다. 준비된 교사 수와 공간 여건에 따

라 인원을 제한하는데 등록 하루 만에 신청이 마

감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교사는 샘터교

회의 ‘독서지도사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맡게 된다. 독서캠프의 주제는 사회 이슈와 아이

들의 학습 단계, 필요 등을 고려해 정하며 자발적

인 질문과 추론, 문제 해결 등을 유도하는 방향으

로 체험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2001년 2월에 처

음 시작한 이후 13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

히 진행되고 있다. 한 회당 평균 참가 인원은 100-

120명. 캠프가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도전하는

책 읽기’나 ‘주중 독서학교’ 등을 통해 꾸준히 동기

를 부여받으며 독서 습관을 길러간다. 왕복 2시

간이 넘어도, 종교가 달라도 신청자가 계속 늘어

나는 걸 보면 샘터교회의 독서캠프가 얼마나 경

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니엘독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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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력 있는 내용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책과 만나는 산책길,

도서관 음악회, 비전 트립, 성인들을 위한 다니엘

독서대학, 청소년들의 리딩스쿨 등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를 섬기려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이처럼 샘터교회의 도서관 사역이 13년간 성공적

으로 운영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안 목사는 ‘세

상과 견줘도 손색없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상당수 교

회도서관들은 교회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공간만

개방해놓았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고 싶은 곳

으로 만드는 데 소홀했다. 샘터교회는 교회도서

관이 생명력 있는 복음의 통로로 기능할 수 있도

록 끊임없이 독서교육 프로그램들을 고안하고

제공했다. 탄탄한 교육학 이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

고 이것은 결국 장기적인 선교로 이어졌다.

둘째,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

다. 독서교육이 강조되면서 어린이도서관, 학교도

서관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2년 말경, 샘

터교회의 도서관 사역은 세상보다 1년 정도 앞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정표로 삼을 만한 게 마

땅찮고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한다

는 부담이 늘 있었지만 샘터꿈의도서관은 오히려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필요

를 채워주는 입장에 서게 됐다. 가령 인근 초등학

교는 토요휴업일 시범학교로 선정되자 샘터교회

에게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안 목사는 전교생 300명 중 60명을 대상으로 ‘행복

한 책 읽기’를 1년간 진행했다. 또 YMCA의 위탁을

받아 독서지도론을 강의하며 마을가꾸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교회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필요를 읽어내고 그것을 채워주

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교회도서관은 전인적인 변화

를 가능케 하는 독서교육의 장이 될 뿐 아니라 쉼터, 공동 육아, 문

화 행사, 체험학습, 봉사활동의 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습니다. 교

회도서관의 창의적 활용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모아지기를

바랍니다.”

교회 속의 대안학교, 호도애도서관

분당한양교회

앞서 소개한 부산 샘터교회의 샘터꿈의도서관이 경쟁력 있는 독

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데 주력한다면 분당한양교회(담

임 장대은 목사)의 호도애도서관은 차세대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 교

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은 ‘십진분류법’과 ‘과정 학습’

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놀이학습, 독서 학습, 생태 체험, 탐방 등

의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다. 교과목 보충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과

달리 가치관·세계관을 장기적으로 정립해주는, 교회 속의 작은

대안학교라 할 수 있다. 호도애도서관의 특화된 교육 활동들은 입

소문을 타고 전해져 홈스쿨링을 생각하는 기독교 학부모나 주일

학교 갱신을 고심하는 목회자, 도서관 관계자들이 이곳을 자주 찾

고 있다.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분당한양교회는 20여 년 전에 세워진

10여 명 규모의 교회였다. 그러다 2007년 1월, 장대은 목사가 담임

으로 부임하면서 ‘교회 속 대안학교’라는 콘셉트를 선명하게 잡아

갔다. 지금도 출석 교인은 20명 남짓이지만 주중에는 이른 아침부

터 도서관을 배움터로, 쉼터로 찾아오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니엘독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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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의 독서교육을 배워

장 목사가 대안학교 시스템을 목회에 접목하며

교회도서관을 주 무대로 삼게 된 데는 ‘독서교육

의 놀라운 힘을 목격한 경험’이 첫 계기가 됐다. 중

고등부 담당 전도사로 사역하던 시절 그는 수련

회나 캠프, 분반 공부로도 아이들의 일상이 좀처

럼 달라지지 않는 데 의문을 품고 대안학교 커리

큘럼을 일부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고등학

생 2명을 대상으로 ‘책읽기, 글쓰기, 대화하기’ 과

정에 들어갔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여학

생과 퇴학당한 남학생이었다. 남학생은 교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1년 유급된 적 있었고 이듬해

에는 패싸움에 연루돼 살인죄를 선고받아 1년 반

복역하다가 결국 무죄 증명으로 풀려난 상태였

다. 장 전도사(당시)는 매주 화요일에 3시간씩 이

들과 독서 토론을 했다. 4개월쯤 지났을 때 남학

생이 말했다. “전도사님, 증오하고 분노하기에는

제 인생이 아깝고 시간이 길지 않음을 깨달았어

요. 제게 누명을 씌웠던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어

렵지만 적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거짓 진술을 강요했던 경찰과 자신을 옹

호해주지 않던 학교 선생에게 언젠가 복수하겠

다고 벼르던 친구였다. 워낙 문제아로 여겨졌기에

학생의 이런 변화는 모든 교인을 놀라게 했다.

장 목사는 대안학교의 독서교육에 대해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충남 서산에 있는 아가

피아공동체 꿈의학교를 찾았다. 부모님을 비롯

한 주변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목회자가 교회

에서 사역을 배워야지, 웬 대안학교냐’는 반응이

었다. 하지만 그는 대안학교에서 연구된 교과 체

계와 학습 도구를 주일학교에 보급하는 것이 매

우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부르심이 들렸다. 담임 목회를 하라는 것

이었다. 그는 ‘더 적합하고 훈련된 목회자들이 많은데 왜 나를 부르

실까?’ 납득할 수 없었다. 목회에 1%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즉시

응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부르심이 워낙 강력했기에 장 목사는 수

년간 운영위원으로 몸담았던 대안학교를 사임하고 특파원, 칼럼

니스트 활동으로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면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았

다. 2007년 1월 분당한양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서도 18개월 동

안 새벽 예배와 주일 예배 외에 어떤 사역도 하지 않았다. “보내신

것은 분명한데 무엇을 맡기시려는지 몰라 그 자리에서 멈췄습니

다. 알게 될 때까지 하루에 14시간 성경만 읽었어요. 지루하면 소리

내어 녹음도 해가면서.”

그가 교회도서관을 통한 기독교교육 목회에 부름 받았음을 깨

닫게 된 건 우연찮은 만남을 통해서였다. 새벽 기도 후 성경을 읽다

가 교회 앞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와 대화를 나누던 학부모 하나

가 학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가 있으니 좀 봐달라고 요

청했던 것. 장 목사는 매일 아침 등교하기 전 20분 동안 아이와 책

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합류하면서 호도애도서관의 최초 프로그램인 아침학교가 시

작됐다. 현재는 20여 명이 참석하고 있으며 방학 때면 30-40명 모

인다. “프로그램을 공지하고 사람들을 모집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요청을 듣고 제가 가진 것으로 도왔더니 그게 점점 확장됐습니다.”

현재 호도애도서관은 아침학교 외에도 빌더 스쿨, 리더 스쿨, 글

쓰기 캠프, 성경 통독 학교(방학에만), 생태 캠프, 흙놀이 학교, 다큐

학습, 원두막 콘서트, 요리·카약·악기·작곡·포크댄스 교실, 작가

와의 만남, 독서 감상 공모전, 독서 지도사 과정 등을 운영한다.

기독교교육과 주일학교의 부흥에 이바지

장대은 목사는 호도애도서관의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교

호도애도서관 아침학교.

사진

제공·

분당

한양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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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만들 때 다음 두 가지 학습법을 전제로 삼는다. 바로 십진분류

법에 따른 ‘입체 학습’과 ‘과정 학습’이다. 십진분류법은 도서관에서

책과 자료를 분류·비치하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으로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10개의 주류로 갈라지며 각 주류마다

또 10개의 강목으로 나뉜다. 장 목사는 “도서관이란 하나님의 천지

창조 세계를 바라보는 창과 같다”며 “십진분류법을 활용하면 한 주

제를 다각도로 조명해 유기적 관계성에 대한 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 주제의 위치를 객관화, 상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합과 상생의 원리도 함께 터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과정 학습이란 활동의 과정에 교육적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음을 말한다. 가령 ‘작가와의 만남’의 경우 아이들은 3개월 전부

터 작가의 책을 읽고 작가와 나눌 대화, 작가에게 선사할 연주회나

요리 등을 준비하는데 이런 준비 과정에서 겪는 기대, 긴장, 불안,

호기심 등의 감정 자체가 곧 교육이라는 것이다. 장 목사는 과정 학

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들의 관심 영역과 경험의 폭을

확장하는 장치들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장대은 목사는 분당한양교회의 도서관 사역을 전개하며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세속화되고 있는 교육 현실에서도 기독교교

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자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홈

스쿨러들이 10여 명 공부하고 있다. 둘째, ‘내 교회 교인 만들기’를 철

저히 배격하기 위해 수평 이동 교인들은 절대 받지 않는다. 주중 프

로그램에는 참여하되 주일에는 반드시 각자의 교회에 갈 것을 권유

한다. 또 비기독교인 학부모에게도 교회 등록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분당한양교회는 주중이면 쉴 새 없이 움직이다가

주일이면 오히려 잠잠해지는, 교회로서는 특이한 풍경이 연출된다.

셋째, 지역사회보다는 지역 교회를 섬기는 데 주력한다. 장 목사는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가는 것으로는 신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데 그나마 주일에 교회 가는 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다”면서

“분당한양교회가 주중 기독교교육을 통해 인근 교회의 주일학교

부흥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 목사는 오늘날 교회도서관이 유명무실한 부속으로 취급되는

원인 중 하나로 목회자의 무관심을 꼽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현장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히 목회자의 관심사에서 비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알

면서도 도서관의 활용 방안은 창의적으로 생각

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대다수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교회도서관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쉼터, 평생교육장, 독서교육장, 문화센터,

공동육아 등으로 다양하게 기능할 수 있음을 강

조한다. 또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간 여름

성경학교나 캠프, 수련회 등 단발성 프로그램 일

색이던 주일학교에 장기적인 십진분류식 교육 체

계를 적용해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더 나아

가 장 목사는 교회가 주일학교의 연장선상에서

주중 대안학교와 같은 도서관학교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최근 작은도서관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보조

금을 타낼 목적으로 구색만 갖춰 도서관 등록을

하는 교회들이 더러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에 대

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는 것은 감사

하고 장려할 일임에 분명하지만 이에 반해 공공

(공립) 도서관에 대한 지원은 대폭 축소되고 있어

요.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 파이가 커진

게 아니라 갖고 있던 파이를 잘라 작은도서관에

나눠주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교

회도서관들이 ‘도서관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심지어 정부 보조금을 노

리는 ‘작은도서관 사냥꾼’이라고도 표현합니다.

교회도서관 관계자들은 지역의 공공 도서관들

과 행보를 같이하며 함께 발전할 사회적 책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글 서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