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만드는 행복 Korea Western Power Magazine...파제 옆의 바위 틈새를 공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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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Wertern Power Magazine 9 May + June 2019 전기로 만드는 행복 Korea Western Pow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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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Wertern Pow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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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 June 2019

전기로 만드는 행복 Korea Western Power Magazine

전기

로 만

드는

행복

Korea Western Pow

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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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and Here

04 Intro ㅣ 사진으로 보는 태안

10 Specialist와 함께하는 여행 ㅣ 바다 옆에 핀 꽃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16 태안을 이야기하다 ㅣ 소설 <태안> 이진이 작가

20 명인열전 ㅣ 자염 복원가 정낙추 태안문화원 원장

24 역사기행 ㅣ 태안과 바다 그리고 역사

28 태안의 맛 ㅣ 바다 향기 가득한 태안의 음식

30 태안, 거기 ㅣ 산, 들, 바다의 하모니! 태안 여행

32 Let’s Love ㅣ 가족, 이전의 모든 것들과 현재 겪은 모든 것

34 봄을 달고 달림 ㅣ 제16회 전기사랑마라톤대회

38 엔조이 유어 라이프 ㅣ 쿠킹과 아트가 만나다!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42 프롬 네이처 ㅣ 숲을 마주하는 특별한 눈뜨기

46 시네마 테라피 ㅣ 영화 <원더>, 안전지대와 지지자로서의 가족

50 잘있니, 그 시절 ㅣ 그때 그 시절 다방은 지금 어디에

52 당신 안에 머무르는 명화 ㅣ 명화, 스크린으로 다시 태어나다

56 도시재생을 찾아서 ㅣ 역사의 뒤안길에서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기까지

58 WP 밸류체인 ㅣ 미세먼지 저감정책, 한국서부발전이 앞장서다

60 지속가능 프로젝트 ㅣ 편리의 대가, 플라스틱의 역습

61 너도나도 챌린지 ㅣ 연필 끝으로 염원하는 손글씨 챌린지

62 인싸력 키우기 ㅣ 알아두면 ‘경제 인싸’되는 경제 신조어 3

63 세계는 휴식 중 ㅣ 세계를 흔드는 휘게 열풍

64 건강에 반하다 ㅣ 무작정 스트레칭, 약일까? 독일까?

65 WP News ㅣ 한국서부발전 뉴스

Now aNd Here

For Soul aNd Body

고운 모래 끝없이 밀려오는 백사장에

슬며시 밀려오는 파도 소리

계절의 한 자락을 벗 삼아

활짝 핀 튤립의 향기

온몸으로 쓰는 대지의 詩에

오늘도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라.

한국서부발전 사보 서부공감 2019년 5+6월호(통권 제89호) 발행인 김병숙 / 편집인 이상현 / 기획

이경현, 강정은, 김예지 / 발행일 2019년 5월 16일 / 발행처 한국서부발전(주) www.iwest.co.kr

홍보부(041-400-1298)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중앙로 285(32140) / 기획ㆍ디자인 (주)에이치

그라운드 070-7727-7915 / 인쇄 한결엠 02-6952-0551

※ 본 사보는 중증장애인생산품생산시설•사회적협동조합•사회적기업에서 인쇄•발간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합니다.

Korea western Power Magazine

전 기 로 만 드 는 행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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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자연의 품을 거닐다

하늘도 바다도 땅도 축복받은 곳, 생태계의 보고인 태안. 살아 숨 쉬는 자연을 품은 태안 곳곳을 거닐다 보면 인간은 그저 자연에 얹혀사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욕심 없이 자연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태안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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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기분이 들 때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 박사가 평생을 바쳐 조성한 천리포수목원을 찾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태안의 나무와 꽃, 그리고 풍요로운 바다, 이들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기의 감촉에 울적한 기분은 금세 달아난다.

나무와 꽃, 풍요로운 바다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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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안면도 꽃지해변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튤립. 모든 색들이 파티를 하는지 넘실넘실 예쁘게 고유의 색을 뽐내는 튤립을 바라보고 있으면 꽃말 그대로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태안의 봄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을 선물한다.

넘실넘실 예쁘게 고유의 색을 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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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여행을 의뢰받고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튤립축제가 열리는 안면도 꽃지해변이었다. 꽃으로 밥벌이를 하다 보니 어디를 가든 꽃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주로 실내에서 꽃과 함께하기 때문에 가끔은 밖으로 나와 가만히 꽃만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튤립축제는 나에게 행복한 소식이었고 일부러 튤립축제 기간에 맞춰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다.이번 여행에 별 다른 계획은 없었다. 지도를 펼쳐들고 안면도 튤립축제를 시작으로 위로 올라가며 태안 곳곳을 둘러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태안으로 향했다. 그래서 도착한 안면도 꽃지해변. ‘꽃지해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4월의 안면도는 튤립들로 가득했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사람들로 붐볐다. “괜히 안면도가 충남 최고의 관광명소인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튤립을 따라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튤립 천지였다.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파도를 치듯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었던 광활한 곳에서 만난 튤립. ‘사랑의 고백’이라는 꽃말처럼 연인이 함께 이곳에 온다면 분명 사랑이 배가 되어 돌아가지 않을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로 2~3일만 일찍 여행 계획을 세웠다면 이 아름다운 튤립 잔치를 감상할 수 없었단다. 천만 다행이다. 이래서 여행지에서의 감동은 날씨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다

Now and Here 10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태안은 처음이었다. 꽃과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태안의 첫 인상은 “왜 여기를 한 번도 여행하지 않았을까?”였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지만 여행객에게는 자연을 누리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그래서 도시로 돌아온 후에도 태안의 잔상들을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다.

바다 옆에핀 꽃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Specialist와 함께하는 여행

조성호 _ 플로리스트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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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라면 이번에는 좀 덜 알려진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천리포수목원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한창 목련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목련은 그 꽃모양도 고급지게 예쁘지만 향도 그윽하니 좋다. 그런 목련을 만날 생각을 하니 수목원에 들어서기 전부터 설렜다. 천리포수목원은 친절했다. 다양한 종류의 목련나무에 대한 설명 팻말이 준비되어 있어 목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오면 교육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좋을 것 같다.한동안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만 바라봐야 했던 도시에서와 달리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날은 하늘이 참 맑았다. 맑은 날씨 가운데 자연 속에 푹 담겨 있으니 잠시 속세에서 벗어나 풍류를 즐기는 한량 선비가 된 것 같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관리된 느낌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거제도 외도 보타니아를 닮아있었다. 그리고 사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 빵 터질 것 같은 꽃봉오리, 만개해서 지기 시작한 꽃…. 이렇게 조금씩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꽃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천리포수목원은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는 데크로 된 길이 있다. 이 길을 걷다보면 맞은편의 작은 무인도 낭새섬이 눈에 들어온다. 걷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낭새섬을 바라보니 도시에서 겪었던 골치 아픈 일과 잡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사람은 자연과 가까이할수록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던데 수목원의 기운이 나를 치유하는 것만 같았다.

안면도에서 튤립축제만 보고 태안군으로 올라갈 순 없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그 유명하다는 할미 할아비 바위는 보고가야 하지 않을까? 일몰 장소로 유명한 곳이지만 낮에 만나는 할미 할아비 바위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전설이 있는 할미 할아비 바위. 그래서일까. 형형색색의 화려한 튤립축제장과는 사뭇 다른 잔잔함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아무래도 사연이 있는 곳이다 보니 더욱 그러했겠지. 할미 할아비 바위를 바라보며 해안을 걷다 보니 한 연인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이 바다의 사연과 어울리는 모습 같았다. 낮에 보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일몰의 순간은 얼마나 더 감동적일까? 하지만 일몰까지 기다리기에는 태안을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음 여행지를 검색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

아는 사람만 가는 명소,

그래서 더 특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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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는 줄 모르고 천리포수목원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서해에 오면 태양이

지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황급히 일몰 포인트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몰 포인트는 안면도 꽃지해변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곳을 찾아보자는 마음에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를 지나 구름포해변으로 향했다.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위치한 구름포해변은 깨끗하고 고즈넉함마저 느껴지는 곳이었다. 특히 태안기름유출사건

당시 이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평온해

보였다. 다행히 구름포해변에서 멋진 일몰의 장관을 카메라 속에 담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오늘도 하루 마무리를

잘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태안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청청해변에서의 바다낚시,

이 맛에 또 오리라

둘째 날은 오랜만에 바다낚시를 즐겨보기로 했다. 낚시는 나

의 오래된 취미이다. 중학교시절 친구와 함께 매주 한강에서

낚시를 할 정도로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제대로 된 낚

시를 해보겠다며 한국배스낚시연맹에서 선수로 활동했었고,

‘올해의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낚싯

대와 미끼 한통만 가지고 동해로 낚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

래서 서해에서의 낚시는 좀 낯설다.

태안에서의 낚시 포인트는 천리포항으로 정했다. 전날 천리포

수목원에서 바라본 천리포항이 조용하면서도 깔끔해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동해 못지않은 맑고 파란 바닷빛이 마음에 쏙

들었다. 천리포항은 낚시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다른 항과 비

교해 낚시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서해하면 갯벌을 생각하겠지

만, 천리포항 같은 항이나 포구 주변은 어느 정도 수심이 확보

되어 있어 낚시하기에 좋다.

천리포항은 너무 깨끗했고, 곳곳에 쌓여있는 꽃

게 통발이 이색적이었다. 방파제에 서서 물고기

가 잡히길 바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이

곳이야 말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장소, 나만을 위

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용히 방

파제 옆의 바위 틈새를 공략해 아기 우럭 한 마리

를 잡았다. “태안의 손맛을 보게 해준 이 고마운 녀

석! 오늘 너 역시 행운을 잡았다!” 아직 어린 우럭

을 바로 바다에 놔줬다. 이것이야 말로 프로 낚시

꾼의 자세이지!

이번 태안여행은 특별했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서

울로 올라오면서 “서울에서 불과 2시간 밖에 걸리

지 않는 가까운 거리인데 그동안 왜 태안여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

고 태안에서 만난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장면 하나

하나를 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겨두고 싶어졌다.

고즈넉함 속에서

해가 저물다

현재 ‘花芳(화방)플라워’를 운영 중인 조성호 플로리스트는 1999년 플로리스트에 입문해 웨딩매거진 화보촬영의 부케 작업을 해왔으며, 크고 작은 기업의 다양한 플라워 작업 및 정원 관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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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 대한민국은 태안에 집중했다.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태안에 가서 기름제거 작업을 했고, 함께 고생을 감내하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었다. 태안기름유출사고는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충돌해 총 1만 2547㎘의 원유가 태안해역에 유출된 사건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끼친 국내 해상 기름유출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전국에서 123만 자원봉사자가 태안군을 방문해 11개월간 총 4,175㎘의 폐유와 3만2,074톤의 흡착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 그리고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고, 태안은 다시 서해안을 대표하는 휴양관광도시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바다는 태안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망망대해 푸른 바다에 기대 밥을 먹고 자식을

키우고 살림을 꾸려왔다. 그래서 쉼 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육지로 향하는 바다가 늘 고맙다.

그 바다가 지금 숨도 쉬지 못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해안가로 달려오는 고통에 울부짖는 것

같았고, 검은빛 파도는 아픈 바다가 피를 토하는

것 같았다. 아파서 용트림 하는 바다에 태안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찢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것이 사람들을 더욱 절망케 했다.

태안을 이야기하다

태안 바다는 태안 사람들에게 삶이자 터전이고, 희망이다. 태안 사람들은 그런 바다를 잃은 경험을 했다. 2007년 겨울,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절망을 몸소 느꼈고, 다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은 왜곡되었다. 양우석 영화감독과 이진이 작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태안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들은 소설 <태안-기적의 바다>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사건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고, 마음이 아팠다.

소설 <태안> 이진이 작가

소설 <태안> 중에

고정희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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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들을 취재하면서 진짜 열심히 사신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극한 상

황에 오면 오히려 정신이 투명해지고 선택의 폭이 좁아지잖아요. 태안 주민

들도 태안기름유출사고 전에는 바다에서 물질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었는데,

막상 사고가 터지고 터전이 파괴되니까 선택이 분명해졌었어요. ‘지금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일, 기름을 걷어내자!’

라고 판단했고 이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발단이 되었죠. 이것이야 말로 인간

의 무서운 에너지고 삶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이진이 작가는 태안을 여행할 때 아름다운 면만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태안은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에요. 만약 태안을 여행하신다면 이 아름다

운 면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곳이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이 되

었을 때 어떤 공간일지, 어떤 의미일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많은 걸 바라나?

그냥 태안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면 됐어. 그저 새로 출발할 수 있게

사고 이전으로 원상복구 되는 거,

그게 소원이야.

소설 <태안> 중에

저마다 다르게 기억하다이진이 작가는 “<태안>은 소설이지만, 소설보다는 백서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기획 초기부터 자료로서의 역할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듯하다. 하지만 내용 전개에 있어 흥미진진함만을 놓고 볼 때 개인적으로 어느 소설 못지 않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특히 주인공 한민수는 정말 매력적이었다.“소설 속 등장인물은 모두 실제 만난 태안 주민들을 모델로 했어요. 주인공 한민

수는 소설에서는 여자지만, 실제 모델은 남자예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공무원이 있었는데, 이름만 들었을 때는 여자 같았거든요.

그런데 실제 만나보니 남자더라고요. 한민수처럼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아주 당

찬 인물이었죠. 소설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제로 고려청자 발굴사업을 앞장서서

진행했던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주인공을 ‘한민수’라는 남자 이름의 여자 공

무원으로 바꿔 소설을 이끌어간다면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을 집필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저마다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정리해 담아내는 과정이었다.“정말 신기한 것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태안에서 함께 살고, 함께 경험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저마다의 입장

에 따라 다르게 사건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거죠. 각자가 받는 상처의 크기나 트

라우마의 크기,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태

안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이진이 작가는 이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냈다. 적어도 소설에서만큼은 광범위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태안기름유출사고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소설 <태안>은 참고하기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누군가의 삶이자 터전태안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고 10년이 지났지만 태안 주민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광지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아직 이 사고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여전히 바닷속에는 타르가 남아있고 기름성분이 묻은 바다 밑 바위에는 미역이나 다시마가 붙지 않아 전복이나 해삼 양식이 잘 되지 않는다. 생태계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한 주민들의 힘들어진 삶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기억하지 않으면 잊힐 이야기<태안-기적의 바다>는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기획하고 대구MBC에서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이 작가가 집필했다. 양우석 감독은 태안의 바다와 사람들을 다시 빛나게 한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기적, 그리고 이면의 고통과 비극을 여러 사람과 함께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했고, 확산성이 높은 소설로 담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이진이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다.“저는 역사답사 관련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양우석 감

독이 태안기름유출사고를 소재로 한 책을 펴내보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한번쯤은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었던 터

라 나름 도전이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승낙했죠.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기획과 취재에만 3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직접 태안에 내려가 주민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건 이

후의 주민들이 받은 고통을 좀 더 상세하게 알려야 겠다는 생

각을 하게 됐어요.”

현재 우리의 기억에 ‘태안기름유출사고’라고 하면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삼성중공업’이나 ‘허베이스프리트호’는 사라지고 오로지 ‘태안’과 ‘자원봉사자’만 남아있다. 즉 가해자는 빠지고 피해자만 각인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을 기획했을 당시에는 가해자에 포커스를 맞춰 소설을 끌고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진이 작가는 태안 주민이 겪은 상황과 고통을 들으면서 ‘태안’을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그래서 소설 초반에는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와 물기 섞인 바

람, 입안에 침이 고이는 먹거리들,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태안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

야지만 독자들이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태안 주민의 심

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깐요.”

정말 그랬다. 소설을 읽으면서 태안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 주었던 바다가 검은빛으로 변했을 때의 리얼한 상황이 전개되자 태안 주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울컥했다.

꼭 태안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특히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접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사건을 크게 보지 말고 피해 당사자들이

무엇을 느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본다면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태안>은 적어도 태안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새로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담은 소설 <태안>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함께 ‘태안’의 기억을 나누고 의미를 되새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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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태안 바닷가에 살어리랏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소금은 중요한 존재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시체를 소금물에 담갔고, 이스라엘인들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소금을 비료로 사용했다. 아랍인들은 함께 소금을 먹은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풍속이 있다. 이들은 소금을 더불어 먹음으로써 약속이나 계약의 신성을 보증했다. 중세 유럽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소금으로 조리한 음식을 대접하며 그 앞에 소금 그릇을 놓았다. 인간에게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생존을 위한 하얀 보물, 바다에서 피어난 소금꽃 ‘자염(煮鹽)’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을 빗대어 ‘빛과 소금’이라고 비유한다. 이처럼 소금은 꼭 필요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소금과 물 없이는 며칠을 견디기 힘들다. 소금

의 주요성분인 염소와 나트륨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짜다고 모두 같은 소금은 아니

다. 햇볕과 바람이 만든 천일염(天日鹽), 산속에서 캐내는 암염(巖鹽), 연못의 물로 만든 지염(池鹽) 등등. 그중 우리나라 고유

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자염(煮鹽)’은 태안군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염(煮鹽)은 끓일 자(煮)와 소금 염(鹽)이라는 글

자에서 보듯이 염도를 높인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서 만든 소금을 말한다. 그렇다면 자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태안

지방에서 생산되다가 명맥이 끊어졌을까?

2010년 개봉돼 김치의 다양한 맛을 선보인 영화 ‘식객:김치전쟁’에서는 태안의 전통소금인 자염이 등장했다. 극 중 세

계적 요리사 ‘배장은’ 역할의 김정은은 최고의 소금을 얻기 위해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만든다. 갯벌에서 괭이질부터

삽질, 가마솥 끓이기까지의 험난한 절차를 거쳐 만든 자염으로 김치를 만드는 모습은 영화에서 손꼽히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고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자염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

본인에 의해 보급된 천일염에 밀려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의 대중적인 생활문화가 잊히는 것을 안

타까워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현 태안문화원 원장 정낙추 씨와 <농부와 소금가마> 영농조합원들이다.

박선영

사진

정준택, 태안군청

자염 복원가 정낙추 -태안문화원 원장

명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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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염의 부활

만화가의 삶을 살던 정낙추 원장은 고향이었

던 태안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시작했다. 고된

농사일을 마치면 자연을 벗 삼아 시, 소설을

쓰는 것이 그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문학인으

로 살던 그가 바다로 나가게 된 것은 운명이

었을까? 정 원장과 자염의 인연은 주변 지인

들과 태안의 향토 문화를 이야기하다 자염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정 원장은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자염 복원에 의지를 투합

하여 2002년 자염 생산과정을 재현했다. 50

년 만에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낭금갯벌에서

자염의 생산과정이 전통 방식대로 재현되었

고 역사학계와 문화계, 언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자염에 관한 문헌을 찾고, 자염을 직

접 만드셨던 어르신들을 만나 복원과정을 배

우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정 원장을 포

함한 향토문화연구모임 회원 4명은 전국 각

지의 박물관,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자염에 대

한 문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염을

만든 기록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어르신들

에게서 50여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기란 보

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태안의 고

유한 생활문화를 부활시켜 보자는 의지는 이

들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각종 자료와 실제 사례에서 찾은 자염은 복잡

한 공정과 고된 노동을 필요로 하는 땀의 결실

이었다. 정 원장은 말한다. “화려한 유형의 보

물, 독창적인 기술, 유서 깊은 민속놀이는 아

닐지라도 최소한 우리나라 역사 속 서민들의

생활문화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염

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

통문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상들의 삶의 모습과 애환이 담긴 역사를 다

시 그리는 일이 숙명인 듯, 인터뷰 내내 정 원

장의 표정에는 자긍심이 묻어났다. 정 원장이

자염을 판매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디 상업적으로 판매할 목적은 아니었으나

자염의 생산과정을 복원한 것만으로도 책임

감을 가져야 했다. 혹여 전통 방식의 자염이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해 불량 자염을 생산하

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

서 들려 왔다. 정 원장은 깊은 고민 끝에 자염

을 태안의 명물로 브랜드화하였고 영농조합

원들과 의기투합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탈리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기구 국제슬로푸드 협회는 자

염을 ‘맛의 방주’ 한국 3호로 등재 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음식의 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슬로건에 부합한 음식으로 자염이 선정된

것이다. 자염은 바닷물을 간장 달이듯 뭉근히 끓이는 동안 불순물

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없다. 또, 바다 생명체의 사체

가 천연 갯벌에 남긴 유기물질 덕분에 미네랄, 철분, 마그네슘 등도

풍부하다. 천일염보다 칼슘은 1.5배, 유리 아미노산이 5배나 높지만

염분은 상대적으로 적어 김치를 담글 때 유산균 개체수를 증식시키

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원장은 자염의 진가가 발휘되

는 음식은 ‘콩나물국’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콩나물과 물, 소금만으

로 맛을 내야 하는 콩나물국의 화룡점정은 바로 소금일 터. 태안 자

염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쓴맛 나지 않는 담백한 콩나물국을 만들어

준다. 이 외에도 탕 종류의 음식에서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는 데 탁

월하고, 고기 기름장이나 생선 구울 때도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

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현재는 식용 이외에도 자염 비누, 자염 치약

이 생활 상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자염은 한번 생

산하는 데 8~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생산량 또한 적어 대량생

산이 어려운 것이 최대 단점이다. 게다가 갯벌의 여건으로 완전 기계

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통 그대로의 방식이 아니면 생산하기가 어

려운 구조다. 법인은 소량 명품화 전략으로 ‘태안 자염’의 판로를 개

척하고 있다. 정 원장은 “현상 유지만 된다면 태안의 전통 생활문화

를 살리는 차원에서 원형을 변질시키지 않고 태안의 역사 문화기업

을 보존하고 싶다”라며 자염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

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열정, 그의 땀과

노력으로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천연 조미료를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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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과 바다

그리고역사

‘태안(泰安)’이란 지명은 고려 후기 충렬왕 24년에 원나라 환관에 의해 생겨난 이름으로, 그 전까지 ‘소태(蘇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중국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 후기, 고려는 많은 물자를 원나라에 바쳐야 했다. 여기에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 소태현 출신인 이대순은 환관으로 원나라에 넘어갔고, 황실의 총애를 받아 세력을 얻게 되었다. 고려 충렬왕에게 자신의 고향인 소태현을 ‘태안’으로 개칭하고 ‘현’에서 ‘군’으로 승격시켜 달라고 요구면서 ‘태안’이란 지명이 탄생했다. 태안은 ‘태평하고 안락하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혔다. 이처럼 태안의 역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숨어있다.

무서운 바다로 악명 높았던 태안 앞바다+충남 서북부에 위치한 태안반도 일대는 섬과 해변의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태평하

여 안락하다(泰安)’라는 지명의 의미와 달리 태안의 바다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수많은 배들을 침

몰시킨 무시무시한 바다로 악명이 높았다. 신진도와 마도, 가의도와 파도리 사이의 안흥량은 특히

물길이 험해 옛사람들이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렀을 정도로 배가 난파되기 쉬운 곳이었다. 1123년 배

를 타고 고려에 왔던 송나라의 사신 서긍은 자신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마도

앞바다에 대해 “놀라운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태안 앞바다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우리나라 바닷길의 중요한 길목이기도 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전국에서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많은 곡식을 개성으로 보내는 ‘조운(漕運)제도’가 있었다. 이

때 이용한 배를 ‘조운선’이라 불렀는데,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의 세곡을 실은 조운선은 보령 앞바

다에서 태안의 안흥량을 거쳐 당진의 난지도 서쪽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안흥량은 조운

선들의 최대 난관이자 골칫거리였고, 이곳을 지나가다 거센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침몰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조선 세조 때 태안 사람들은 조운이 안전하기 바라며 태안 지령산에 ‘파도를 잠재

우는 절’이라는 뜻의 ‘안파사(安波寺)’를 짓고 기도했다.

고정희

사진

정준택, 태안군청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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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하게 바다를 지키는

옹도의 등대+태안에는 수면 위에 비치는 섬의 모양이 마치 항아

리를 닮았다 하여 항아리 옹(瓮)자를 써서 ‘옹도(瓮島)’

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옹도는 신진도항에서

서쪽으로 약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무인도

이다. 이 작은 무인도에는 충남의 많은 섬 중에 유

일하게 사람이 지키는 등대가 있다. 그리고 그 등

대의 모습이 아름다워 태안 사람들은 옹도를 ‘등대

섬’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옹도에

등대가 세워졌을까? 아쉽게도 우리의 필요가 아

닌, 일본의 요구로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 일본은 러•일전쟁이 끝난

뒤 우리나라 앞바다를 차지하기 위해 항로표지를

건설하면서 곳곳에 등대를 설치할 계획을 수립하

고 5년간 26개의 등대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아홉

번째로 옹도에 등대가 들어서게 되었다. 1907년 1

월 1일 옹도 등대에 처음 불이 켜진 뒤 2013년까지

약 106년간 옹도에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옹도 등대는 40㎞ 떨어진 곳까지 불빛을 비쳐줘 평

택과 인천을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지켜준다.

옹도는 오랜 시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아 섬 본

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2013년 개방 이

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봄이 되면 100년이 넘은 동백나무 군락이 장

관을 이루며,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서

해바다를 함께 감상하며 산책도 즐길 수 있다. 그리

고 옹도 등대는 지금도 변함없이 묵묵하게 바다를

지키며 누군가를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있다.

옛날부터 태안의 진산으로 불리는

백화산+옛날에는 관아가 있는 곳 중심지의 우뚝한 산을

‘진산’ 또는 ‘주산’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겼다.

태안의 진산은 ‘백화산’이다. ‘흰색의 산’, ‘흰 꽃의

산’이란 뜻의 백화산은 높이가 284m로 아담하지

만 산 위에 오르면 태안 일대와 남해포까지 눈에

들어온다.

옛날부터 태안 사람들은 백화산은 서울을 등지고

있어 과거에 급제한 태안 사람의 수가 적다고 믿

었고, 산이 검은 빛을 띠는 ‘흑화산’으로 바뀐다면

문인이 만 명, 장군이 천 명이 나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백화산에 나무를 많이 심어 흰 바위를 가

렸고, 광복 후 숲이 무성해지면 태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백화산의 오래된 절 흥주사 만세루 앞에는 태안군

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은행나무가 있다. 한 스님

이 절을 짓기 위해 온 나라를 떠돌아다니다 백화

산 중턱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신령이 나

타나 “지금 이 자리가 바로 부처님을 모실 곳”이라

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스님은 그 자리에 지팡

이를 꽂아 표시해뒀고, 훗날 이곳에 절을 지었다.

꽂아둔 지팡이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려 은행나무

로 자라 흥주사를 지키는 사천왕이 되었다. 이후

자식이 없는 사람은 나무에 기도를 하면 아이가

생겼고, 나라에 위험이 닥치면 나무가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고 한다.

역사를 품은 태안의

소나무숲+안면도 소나무는 ‘안면송’이란 이름을 가질 정도

로 유명하다. 쭉쭉 뻗은 안면송은 궁궐과 관아, 그

리고 큰 배를 만들 때 쓰는 귀한 재료였다. 특히 조

선 시대 내내 안면송은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현

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의 경

우 1700년대에 안면송 344그루가 사용되었고, 흥

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에도 안면도에서

소나무를 가져다 사용했다.

조선 시대에는 안면도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면

아무리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거운 벌

을 피할 수 없었다. 1550년 안면도에 병사들을 끌

고 사냥을 왔던 병마절도사가 실수로 불을 내 소

나무가 모조리 불타 버렸다. 이 소식으로 조정에

모인 왕과 관리들은 당사자인 병마절도사와 서산

군수, 그리고 충청감사까지 모두 벌을 줘야 한다

고 뜻을 모았다.

일제강점기는 일본인 개인이 섬을 사들여 안면송

을 빼앗기 위해 잘 가꾸기도 했지만, 송진을 채취

한다며 나무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광복 직후 주

인 없는 섬이 되자 ‘도끼 하나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다’라며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수백 년 된 나무

들이 많이 잘려나갔다.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할 때에도

안면송 425그루가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2019년에 안면도 소나무숲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처럼 안

면송은 우리가 영원히 보존해야 할 역사를 품은

숲이다.

육지에서 섬으로 바뀐

안면도+안면도는 원래 육지에 붙어있는 ‘안면곶’이었다.

‘곶’이란 육지에서 바다로 길게 뻗어 튀어나와 있

는 땅을 의미한다. 안면도의 앞바다는 암초가 많

고 풍랑이 이는 거친 바다여서 너무 위험했다. 그

래서 고려 시대부터 조선 중종 때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안과 서산 사이의 땅을 뚫어 운

하를 만들려고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다

조선 인조 때 태안의 아전 방경잠(房景岑)이 안면곶

이의 입구를 끊어 섬으로 만들어 그 사이로 배가

통과하도록 하자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계획이 충청감영을 통해 정부에 전해졌고, 바

로 실행되어 ‘백사수도(白砂水道)’라는 운하를 완성

하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조선 후기 <토정비결>이란

책을 쓴 토정 이지함이 안면곶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태안에서 며칠을 머물렀다. 이때 그는 “나

중에 반드시 안면곶 뒷 줄기를 파내는 사람이 있

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말이 씨가 되었을까. 그의

예언대로 그가 죽은 후 50여년 만에 안면곶이 안

면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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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향기 가득한

태안의 음식

예로부터 지역에서 나는 품질 좋은 먹거리는 진상품으로 왕에게 올려졌다. 조선 시대 태안의 진상품에는 김, 해청, 낙지, 전복, 숭어, 민어, 상어, 홍어, 대하 등이 있다. 이중 안흥의 생전복은 나라에서 너무 많은 양을 요구해 태안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태안에는 싱싱한 해물을 활용한 사계절 전통음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중 태안과 서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식은 게국지, 우럭젓국, 박속밀국낙지탕 등이 있다.

배고프던 이른 봄, 특별한 먹거리였던 ‘게국지’

게국지는 태안을 벗어나서는 맛보기 힘든 충

청남도의 향토 음식이다. 간장게장과 꽃게탕

과 비교해 덜 알려진 게국지는 먹을 것이 귀하

던 시절 칠게로 담근 게장을 겨우내 먹고 난

뒤 게장을 버리기 아까워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묵은지나 봄

동 겉절이 쉰 것, 먹고 남은 얼갈이배추와 열

무김치 등을 넣어 간을 맞춰 끓여먹던 데서

유래했다. 배고프던 이른 봄 특별한 먹거리

였던 셈이다.

전통방식대로라면 게장의 간장과 봄동과 얼

갈이배추로 끓여낸 것이다 보니 연한 커피색

이 나는 것이 맞지만, 그 맛이 워낙 토속적이

어서 관광객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그래서 최

근에는 게장 대신 생꽃게를 넣는 형태로 변형

된 곳들이 많다.

제사상에 올린 말린 우럭으로 끓인 ‘우럭젓국’

우럭젓국은 태안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음식

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설다. 봄

에 잡은 통통한 우럭을 말려 우럭포로 만들

고, 이것을 맑은 국물로 끓여낸 탕이다.

우럭젓국의 신의 한 수는 바로 생우럭이 아

닌 말린 우럭포를 사용한 것이다. 서산 지역

에서는 옛날부터 제사상에 말린 우럭을 올렸

는데, 제사가 끝난 후 그 우럭포로 국을 끓여

먹던 데에서 시작된 음식이 바로 우럭젓국이

다. 말린 우럭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감은 부

드러우면서 쫀득하고 국물에서 비릿한 맛도

없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한 국물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스테미너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속밀국낙지탕’

박속밀국낙지탕 역시 태안만의 독특한 음식

이다. 태안과 서산에서는 1년 내내 낙지가 잡

힌다. 특히 6월 전후에 잡는 낙지가 가장 맛있

고, 이 시기에는 햇밀을 수확할 때여서 좋은

밀가루를 구하기 쉬웠다. 그래서 옛날 태안

사람들은 박속과 무 등을 끓인 시원한 국물에

낙지를 데쳐 먹은 뒤 그 국물에 수제비나 칼

국수를 넣어 먹어 ‘밀국낙지’, ‘박속낙지’ 등으

로 불렀다. 전설에는 전란 중에 피난을 떠나

던 선비가 이곳에서 박속밀국낙지탕을 먹고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태안으로 돌아왔다는 이

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낙지는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타우

린을 대량 함유해 ‘갯벌의 산삼’으로도 불린

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에는 대표적인 ‘스테

미너음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정희

사진

정준택, 태안군청

태안의 맛

TAEAN’S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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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들, 바다의 하모니!

태안 여행지

태안은 서해안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행지다. 볼거리와 먹거리로 오감을 만족하는 태안에서 힐링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상쾌한 바다와 희귀한 모래사막 등 그야말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봄이 되면 화려함을 뽐내는 튤립 축제와 수목원의 봄꽃들이 봄날의 향기를 가져다준다. 자, 태안의 아름다운 여행지로 떠나보자.

도심 속 은은한 아름다움, 태안성당

작지만 마치 유럽에 있는 성당을 보는듯한 아담하

고 아름다운 태안성당. 이곳은 건축비 5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짓기 시

작하였으며, 태안기름유출사건 이후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지원으로 건축된 의미있는 성당이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건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터널길 26-13

041-674-1004

한낮의 서글픈 울림, 숭의사

숭의사는 소주가씨(蘇州賈氏)의 시조인 가유약, 가상,

가침 등의 삼대를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소주 가

씨의 시조인 가유약은 중국의 장군으로 임진왜란

때 조선에 들어와 공을 세웠으며 정유재란 때는

가상, 가침과 함께 왜군과 싸우다가 부산에서 전

사했다. 그 후 가침의 아들 4형제는 중국으로 돌아

가기 위해 태안으로 왔다가 배편이 여의치 못하여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태안에 정착하게 되었으

며 이들의 후손들이 조정에 건의하여 숭의사가 세

워지게 되었다.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적동길 415

041-670-2114

선조의 넋을 찾아 떠나는 여행, 태안향교

태안향교는 조선 시대에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

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세운 교

육기관이다. 1407년에 지어져 훗날 지금의 태안

중학교 자리로 옮겨 짓게 되었다. 제사 지내는 공

간인 대성전과 동무·서무, 교육 공간인 명륜당, 학

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서재, 내삼문과 외삼문 등

의 건물이 남아 있으며 대성전 안쪽에는 중국과

한국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백화1길 7

041-674-2543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고요한 힐링,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눈 푸른 한국인 민병갈 박사가

40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현재 목련 840여 품종, 호랑가시나무

529여 종, 무궁화 311여 종, 동백나무 945여 종, 단

풍나무 251여 종을 수집하여 보전 및 연구하고 있

다. 개원 30년 만인 2000년에는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으로 인증받은 국내의 명소이다.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

041-672-9982

박선영

사진

정준택, 천리포수목원

그림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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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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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전의 모든 것들과 현재 겪은 모든 것

옛 구둔역과

외할머니

‘Let’s Love Campaign’은 여러 분야 작가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통해 우리 주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김경옥 동화작가의 ‘옛 구둔역 외할머니’ 이야기를 통해 ‘가족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지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 전달식을 하겠습니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첫 월급을 탄 딸이 나의 친정 부모님

께 처음으로 용돈을 드렸다. 친정 부모님은 손녀딸이 내미는

용돈에 감격하며 기뻐하셨다.

“아이고 세상에! 우리 지영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용돈을 다

주네. 아이고 기특해라.”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흐뭇하면서도 한편 가슴이 아릿했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나의 외할머니께 나는 한 번도 용돈을

드리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 추억의 절반은 외갓집에서의 추억이다. 나는 서

울에서 나고 도회지에서 자랐지만 내게 풍부한 감수성과 정

서를 안겨준 것은 시골 외갓집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방학

을 손꼽아 기다렸고 방학이면 꼭 외갓집에 갔다. 기차를 타고

양평 구둔역으로 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구둔역에 내리면 그리운 외할머니 얼굴이 벌써 한가득 들어

온다. 산길과 논두렁 밭두렁을 한참 걸어가면 비로소 우뚝 서

있는 장승과 함께 모퉁이에 ‘지산부락’이라고 쓰인 표석이 나

온다. 그때부터 나는 할머니 집을 향해 마구 뛰었다. 벅찬 가

슴으로 기와집 대문을 열고 흙마당에 들어서면 시골집 특유

의 구수한 냄새가 가슴으로 스민다. ‘할머니~!’를 부르며 뛰어

들어간 외갓집 마당은 늘 고요했고, 이 밭 저 밭으로 달려가 보

면 할머니의 작은 몸뚱이는 뙤약볕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

밭을 매고 있었다.

“왔냐!”

검게 그을렸지만 할머니의 양 볼은 유난히 발그레했고, 은비

녀를 꽂은 쪽머리며, 깔깔깔 웃으시던 치아 없는 입이 내 눈엔

항상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욕쟁이 할머니인데도 하

나도 무섭지 않았고 나는 이런 할머니를 정말 좋아했다.

언젠가는 내가 할머니께 혼이 난 뒤, 괜히 심술을 부리느라 혼

자 집에 가겠다며 짐가방을 싸들고 동구 밖까지 걸어 나가자

할머니가 뒤따라오며 무척 속상해하셨던 기억도 있다.

중학생이 된 뒤부터 외갓집에 가지 못했고, 그 뒤 결혼하여 우

리 딸 임신 중일 때 외할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할머니의 정겨운 얼굴과 가슴에서 풍기

던 땀 냄새와 할머니가 해주셨던 음식들을 도무지 잊지 못한

다. 한 번은 외할머니 꿈을 꾸고 난 뒤 너무 그리워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 만큼 내 삶의 깊은 곳에 스며있는 나의 외

할머니!

요즘은 아이가 귀하다 보니 아이들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의 사랑을 더 많이 받으며 자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이 하나를 여섯 명의 어른들이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우스

갯말이 있다. 결핍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 그

런 조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할까? 어느 가족 영화의 엔딩 자

막이 생각난다. ‘내가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어느 현자는 이

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모든 일들과 우리가 현재 겪은 모

든 일들을 합친 것이다.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던 모든 것들

과 우리가 영향을 끼친 모든 존재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그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느덧 내 삶에 깊이 관여한 것

만은 분명하다.

김경옥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요 작품으로는 『거울 공주』 , 『불량 아빠 만세』 , 『밤 10시의 아이 허니J』 , 『공양왕의 마지막 동무들』 ,『은빛 웅어 날다』 ,

『말 꼬랑지 말꼬투리』 , 청소년 소설 『빈집에 핀 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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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달고 달림

누구보다 빠르게 봄을 달리다,

제16회 전기사랑 마라톤대회

벚꽃이 만개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 평화의 공원에서 ‘전기사랑마라톤대회’가 개최됐다. 본 행사는 체육 문화행사를 통해 전기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개최되었다. 전력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참여해 화합의 장이 된 이번 행사에서 파란색 티셔츠로 하나 된 1만여 전기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껴보자!

박선영

사진

정준택

전력산업 종사자들 간 교류와 화합의 장

매년 4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전기사랑마라톤대회는 전기문화창달에 이바지하고, 전력산업 종사자들의 우의와 화합을 다지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개최되었다. 제16회 전기사랑마라톤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기신문사가 주최하였으며 정부와 전력그룹사, 전기공사업계, 전기분야 대・중소기업 등이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는 1만 1,300여 명의 전기인들과 가족들이 함께했으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정애 국회의원,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박원주 특허청장, 김종갑 한전 사장,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김성관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각계 인사들은 ‘에너지복지, 친환경에너지, 다함께 만드는 우리의 약속’이라는 올해 슬로건을 외치며 전력산업 발전을 위한 퍼포먼스에 동참했다.전기사랑마라톤대회는 단순 마라톤대회의 의미를 넘어서 전기 관련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의 만남의 장으로 화합과 단결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라톤 코스는 하프코스(21,0975km) 10km코스, 5km코스 부문으로 나누어졌으며 한국서부발전의 참가자들은 완주를 목표로 다양한 코스의 출발선에 섰다. 해가 거듭될수록 전기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전기사랑마라톤대회는 전기인과 마라토너들이 참가, 전기계 최대 축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소중한 자리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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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열기가 더하다

올해는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역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도 성금 모금에 뜻을 함께했다. 더불어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유감의 뜻을 표하며 조속히 복구되기를 염원했다. 모금된 성금은 화재 피해를 입은 강원도민들에게 전달되었다. 올해 전기사랑마라톤대회는 모금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경품 추첨 및 부스별로 진행된 먹거리 잔치까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웃음꽃이 흩어졌다.

제16회 전기사랑마라톤대회에서는 화창한 날씨와 어울리는 마라토너들의 미소를 인터뷰 내내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마라톤대회에 가족과 함께 참가한 한국서부발전 기획처 조규철 차장은 “매해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평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번 기회로 건강도 체크하고 가족과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평택발전본부의 최용범 본부장은 “작년 한 해 마무리를 끝내고 2019년의 포문을 마라톤으로 열게 되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가족끼리 마라톤에 나온 참가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전력질주하다 갑자기 멈춰서는 꼬마 아이들, 유모차를 밀며 마라톤에 나서는 무적의 엄마, 아빠 부대에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보며 다른 참가자들 또한 자연스레 미소짓게 되었다. 달리는 것은 건강 그 이상의 무엇을 준다.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과 발끝에서 허벅지로 올라오는 근육의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숨이 턱턱 막히는 극한의 호흡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력 넘치는 청명한 봄날, 벚꽃 흩날리는 어느날에 의미 있는 나들이와도 같았던 전기사랑마라톤대회. 매년 거듭되는 행사로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국내의 전기인과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시간이기를 바라본다.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이종사촌들과 각별하게 지내왔어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명절 때나 집안 행사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워졌죠. 게다가 7형제들 중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결혼을 해서 예전만큼 얼굴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태안발전본부에 재직하고 있는 동생 부부 덕분에 ‘전기사랑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오랜만에 가족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작년을 시작으로 2년 연속 참가하게 되었네요. 가족 모두가 오랜만에 모인 자리이기에, 서로 돈독한 애정을 쌓으며 가볍게 달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달려보니 어떠셨나요?

전기사랑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전 주에 ‘여명808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뛰었어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달리다 보니 코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탁 트인 한강뷰,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강바람 덕분에 즐겁게 달렸어요.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루하지도 않았고요.

완주를 할 수 있도록 힘이 된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결승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었어요. 부지런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21km를 완주할 수 있었죠. 기대하지 못했는데 3등이라는 순위권에 진입하게 되어 너무도 영광이었습니다. 한 달 뒤면 출산을 하는 동생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네요.

마라톤 참가 소감 부탁드릴게요.

체중 감량을 목표로 10여 년간 쉬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한 지 2년째입니다. 매일 새벽, 10km 조깅은 이제 생활화된 지 오래예요.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리고 있기에 즐기며 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입상을 계기로 세계 주류 대회도 꼭 참가해 보고 싶어요. 올해 태어날 조카가 잘 자라 함께 뛸 수 있을 때까지 매년 ‘전기사랑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겠습니다.

MINI INTERVIEW

여자하프 3위, 김은혜님태안발전본부 류지현 사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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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조이 유어 라이프

박선영

사진

정준택

진행

미소떡베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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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작은 공방에서 알록달록 꽃이 핀다

SNS를 중심으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만들기가 핫한 취미로 인기몰이하고 있다. 떡케이크에 앙금으로 장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떡케이크 초창기만 해도 백설기 위에 콩으로 글씨를 새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콩앙금으로 꽃을 만들어 장식하기도 한다.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공방들이 등장하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일반 떡케이크보다 화려하고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쁜 앙금플라워 덕분에 ‘모양만 예쁘고 맛은 괜찮을까’ 고민하는 사람도 많지만 모두 우려일 뿐. 백설기 위에 앙금과 천연가루로 모양을 낸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는 맛도 좋아 부모님 선물이나 축하 선물로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화학조미료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 소화력이 약한 노인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건강에 좋은 케이크임에 틀림없다.태안의 한적한 길목에도 임숙희 선생의 공방이 있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임숙희 선생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따라 태안으로 왔고, 아이들을 키우며 취미생활 가질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공방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공방을 운영하며 출강을 나가기도 하는 등 자신이 가진 재능을 태안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십분 발휘하고 있다.

쌀로 만든 떡과 콩 앙금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웰빙’,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쌀가루와 앙금으로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해보자. 눈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져 행복한 기분이 절로 느껴진다. 백설기에 앙금의 달콤함이 더해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손수 만든 정성으로 더욱 풍성하게 사랑을 전해보자.

쿠킹과

아트가 만나다!

Flower Rice cake

왼쪽부터 태안 주민 김진옥 씨, 김선신 씨, 임숙희 선생, 김현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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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위에 수놓은 맛있는 꽃, 어떻게 만들까?

이른 아침, 공방에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를 배우려는 주부들이 모였다. 아기 간식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김진옥 씨, 평소 플라워 공예에 흥미가 많았다는 김현화 씨, 미래에 만나게 될 손자와 손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김선신 씨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앞치마를 둘렀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같은 태안 지역 주민이라는 친밀함으로 도란도란 정다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직접 쌀가루를 이용하여 떡을 만들어보는 과정부터 시작되었다. 쌀가루를 찜기로 사용할 용기에 담는다. 용기의 가장자리부터 채워야 골고루 촉촉하게 잘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쌀가루를 다 채웠다면 편평히 표면을 깎아준 후 5분 뒤 채를 제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쌀가루가 무너지지 않게 고정할 수 있다. 찜솥에 물이 끓으면 찜기를 올린다. 25분을 찐 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이면 완성. 이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를 만드는 기본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떡 시트를 찌는 동안 본격적으로 앙금플라워 만들기에 돌입했다. 앙금이라 하면 흔히 팥 앙금이라고 생각하는데, 앙금플라워에선 주로 흰색 강낭콩으로 만든 백색 앙금을 이용한다. 뽀얗게 쌓인 백색 앙금의 유혹에 너 나 할 것 없이 찍어 먹어보자 입안 가득 달콤함이 퍼진다. 준비물은 앙금, 천연색소, 팁(깍지), 꽃받침, 꽃가위, 실리콘주걱, 짤주머니, 조색볼이다. 먼저 앙금에 천연색소를 넣어 원하는 색을 만든다. 색소의 미세한 조절만으로도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수강생들은 신중하게 고민하며 여러 가지 색을 선택했고, 앙금에 조색을 하며 드러나는 빛깔에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앙금플라워로 만들 수 있는 꽃 모양은 장미, 카네이션, 소국, 대국, 솔방울 등 다양하다. 색이 가미된 앙금을 짤주머니에 넣고, 다양한 꽃 모양을 낼 수 있는 팁(깍지)을 이용해 원을 그려가며 꽃 모양을 만들면 된다. 이번 시간에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만들기 어려운 장미를 배워 보았다. 대신 모든 꽃의 기본이 장미라서 이를 잘 만든다면 다른 꽃도 응용해서 잘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장미를 짜는 방법은 짤주머니에 앙금을 넣고 꽃받침 위에 심지를 만든 뒤, 꽃잎을 하나하나 겹겹이 쌓아 올리면 된다. 물론 짤주머니를 짜면서 꽃 모양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 앙금을 짜야 해서 한창 집중하다 보면 손목이 뻐근해진다. 하지만 똑같은 꽃을 여러 개 만들다 보니 제법 모양이 갖춰진다. 처음엔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네요”라고 난감해하던 수강생들도 금세 손에 익었는지 접시 가득 장미꽃을 피웠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플라워 장식은 화룡점정

앙금 플라워를 만들고 있는 사이 찜기에서는 고소한 김이 모락모락, 어느새 떡시트가 완성됐다. 포실포실 잘 익은 떡시트 위에 그동안 만들어 놓은 앙금 플라워를 장식한다. 한 송이, 한 송이 올려질 때마다 눈꽃 위에 꽃이 피는 듯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초록색 꽃잎을 얹을 때는 마치 생화가 된 듯 향기가 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성이 공방에 울려 퍼진다.앙금으로 꽃을 만들어 떡케이크 위에 장식해 완성하는 과정을 마치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김현화 씨는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을까요”라며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진옥 씨는 “제가 만들었다고 가족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 기쁨이 배가 될 거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일반 떡은 영양이 충분해서 건강하고, 맛은 좋지만 아름다움은 조금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는 모양까지 예뻐서 더욱 매력이 있다. 또 쫀득함이 어색한 외국인들도 포슬포슬한 백설기와 달콤한 앙금은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떡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 기쁜 마음으로 수강생을 맞이해 준 임숙희 선생은 “앞으로도 태안에서 여러 가지 쿠킹 클래스를 열며 이곳 주민들에게 맛있는 행복을 전달해 주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해 준 수강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한국 전통 음식의 체험과 더불어 예쁜 꽃 만들기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앙금플라워 떡케이크가 반짝 유행하고 사라지는 먹거리가 아닌 지속되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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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용규 | 여우숲 숲학교 교장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마주한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핵심 문제 중 하나는 고통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마주한다.’ 고통이 없는 이가 있다면 어디 손들어 보시라! 일체개고(一切皆苦)라 일갈했던 붓다의 깨달음을 구태여 빌리지 않더라도 고통은 너무도 명백한 보편이다. 중요한 것은 아픔에 갇힌 사람은 오직 나만 아프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를 외롭게 하고 못 견디게 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나만, 내 가족만 아픈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인간만 아픈 것도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는 다 고통과 함께한다. 우리가 자주 치유를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프롬 네이처

숲을 마주하는

특별한 눈뜨기

이 글은 숲을 통한 치유를 주제로 연재할 첫 번째 글이다. 나는 10년 넘게 숲을 무대로 글 쓰고 강의하고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숲은 내게 용기를, 가르침과 깨달음을, 세상과 나눌 무수한 지혜를 전해주는 깊고 그윽한 원전(原典)이다. 고백건대 나는 숲을 통해 삶에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신의 숙제를 풀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그렇게 우리 삶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핵심적인 문제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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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도 아플 수 있음을 알아채는 눈. 치유의 첫 단추는 이 인식의 눈이 열릴 때 비로소 꿰어진다. 이 눈은 깊은 눈이다. 분리와 단절에 갇힌 좁고 얕은 눈이 아니다. 타자를 향해 자신을 개방하고 연결을 회복할 때만 열리는 눈이다. 마침내 스스로를 가둔 장벽을 허물고 온전한 삶의 대열에 참여하는 눈이다. 요컨대 나는 지금 숲이 전하는 첫 치유 메시지로 일상과 타자에 깊고 그윽한 눈을 뜨자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얕고 분리·단절된 눈을 가졌는지 바로 실험해 보자. 펜을 들어 오른쪽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말을 써보라! 더 읽는 걸 멈추고 얼른 써보라!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아래에 보통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단어를 조금 써두었다. 나머지 빈 칸은 당신이 직접 채워보자.

출근하는 직장과 일을 통해 하루하루 설렐 수 있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좋을까?

밥에서 감사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졌는가? 풍성한 삶이리라! 봄을 알리고 그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먹거리로써의 냉이만이 아니라, 이미 가을날에 싹을 틔워 상강(霜降)의 서릿발과 북풍한설의 시간을 견뎌내고 이른 봄에 꽃피는 풀꽃이요, 생명이라는 사연을 냉이에게서 마주할 눈이 있는가? 내게는 어느 날 문득 그러한 눈이 열려 냉이가 늘 눈물겹다. 타자의 설움에서 내 설움을 보고, 내 아픈 만큼 그 존재도 아픔 안고 살고 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한결 삶이 깊어지고 맛있어졌다. 한편 SEX가 서로가 서로를 사랑스레 연주하는 악기이자 노래요, 위로이자 치유임을 얼마나 자주 느끼고 있는가? 그런 이라면 그이의 사랑은 참으로 충만하리라.

신(神)에 대하여는 어떤가? ‘있다/없다’의 분별과 논쟁을 넘고, 현재 이 땅에서가 아닌 훗날 저기 가보지 못한 세상에서의 구원과 영생만을 염원하는 수준마저 넘은, 지금 여기 풀 한 포기에서, 당장 내게 찾아온 다양한 형상의 손님에게서 마침내 신을 마주하고 느낄 수 있는 눈을 가졌는가? 아직 종교가 없으나 나는 자주 그렇게 신을 느끼고 있음을 감히 고백한다. 그때 스며오는 영적 희열은 말과 글로 담기 어려운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깊은 눈의 개안(開眼)에서 온다. 표층을 얄팍하게 인식하는 눈을 더 깊게 떠서 저 깊은 심층과 마주해 보자. 자연스레 상실감이 회복되며 도처에서 삶의 새로운 기쁨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냉이는 왜 봄이 아닌 가을에 싹을 틔워 서릿발과 북풍한설을 견디는 것일까? 따뜻한 봄에 싹을 틔우면 고통이 덜할 텐데 말이다. 그 긴 배경과 사연은 무엇일까? 그저 단면으로 타자를 대하는 눈을 가진 사람, 그 단면을 유·무용 또는 유·불리, 혹은 호·불호, 시비(是非) 등의 잣대로 재단하여 편 가르며 사는 사람에게 냉이의 그 사연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연재를 기다리시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의 단면 너머에 있는 긴 배경과 사연을 읽어 지치고 다친 우리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분투할 예정이니.

∙직장(일) : (밥벌이), ( ), ( )

∙밥 : (반찬), (에너지), ( ), ( )

∙냉이 : (나물, 된장국), ( ), ( )

∙ SEX : (욕정, 쾌락), ( ), ( )

∙신(神) : (있다, 없다), ( ), ( ), ( )

어떤가? 맨 아래쪽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떠올린 사람이 있는가? 그는 분명 깊은 삶이리라!

직장(일) 밥 냉이 SEX 신(神)

밥벌이 상, 반찬 무침, 된장국 욕정, 쾌락, 의무 있다, 없다

출근, 퇴근 에너지 봄, 향기 임신, 아기 구원

성과, 승진 엄마, 가족 겨울, 인내 소통, 사랑 영성

설렘, 자기실현 감사, 평화 서러움, 대견함 연주, 치유, 위로 합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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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일은 늘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참, 세상 속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어쩜 그렇게 근심 걱정과는 완전 담 쌓은 얼굴이냐”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금방 발끈하여 “야, 나도 나름 힘든 삶을 살아왔거든”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옛말에 현세에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곧 고행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삶은 마냥 편안한 산책길일 수 없다.

“당신 주변의 모든 이들은 저마다 당신이 전혀 모르는 전

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

에게 친절히 대해 주세요.”

영화 <원더>에 나오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꼬맹이가 뭘 안다고 저런 건방진 소릴 하나 싶겠지만, 이 오거스트 폴먼이라는 어린 친구의 짧은 인생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치열한 전쟁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선천성 안면기형이라는 희귀 질환을 갖고 태어나, 겨우 10살이 될 때까지 무려 27번이나 성형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주사 맞고, 마취하고, 칼로 째고, 핀을 박고, 바늘로 꿰매고(그것도 주로 얼굴에만 집중적으로) 하는 수술을 27번이나 했으니, 유아기에 그가 겪었을 신체적 고통은 어떤 말로도 쉽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어거스트의 전쟁이 여기서 끝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얼굴에 그토록 많이 손을 댔으니 그의 얼굴이 남들과 비슷할 수는 없는 노릇! 그는 주변의 또래들로부터 기피 대상, 혐오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괴물, 변종, 구토유발자, 골룸, 오크족 정도의 별명은 늘 훈장처럼 갖고 살아야만 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어거스트는 집에서 혼자 지내거나, 밖을 다닐 때에는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다녀야만 했다. 영화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홈스쿨링을 하던 어거스트가 5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결코 쉽지 않은 전쟁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라고 느껴져도 넌 혼자가 아니야!”

어거스트가 처음 학교에 가는 날, 그러니까 잔뜩 긴장해 전쟁터로 떠나가는 날, 연약한 아들을 험난한 전쟁터로 보내는 어거스트의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모습, 그 부모로서의 따스하면서도 든든한 태도가 내게는 영화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어거스트가 처음 간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엄마, 아빠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어거스트를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고 놀릴 것이라는 것도 어른인 엄마, 아빠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고립되지 않고 사람과 어울려 살려면 어거스트가 이 전쟁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엄마, 아빠는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하며 어거스트를 학교로 보낸다. 막상 교문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아들에게 엄마, 아빠는 따뜻한 말로 안심시켜준다. “사랑해. 이따가 보자!” “혼자라고 느껴져도 넌 혼자가 아니야!” 이건 분명히 두려워하는 어린 아들의 몸과 마음을 안심시켜주며 다독여주는 말이자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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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와 지지자로서의 가족

영화 원더2017

시네마 테라피

김준기 | 마음과 마음 신경정신과 원장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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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지지자가 있나요?”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아왔을 때, 초반에 물어

보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잠시 지금 그 마음의 고통을 내려

놓고, 혹시 마음속에 편안하게 느껴지는 안전지대를 떠올릴 수 있는

지 물어본다. 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지지자

가 있는지도 물어본다. 만약 안전지대나 지지자를 상상으로라도 잘

떠올릴 수 있다면, 그 내담자의 뇌 신경회로에는 강력한 긍정적 회로

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심한 트라

우마를 겪었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긍

정적 에너지원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이후의 치유의 과정이 순조

롭게 일어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안전지대나 지지자가 처음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먼저 마음속으로라도 그러한 긍정자원의 씨

앗을 찾아내고 키워나가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 없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어거스트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

들도 객관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모범생으로 조용

히 학교생활 잘 하는 누나 비아의 숨겨진 상처는 집안에 큰 병치레를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로 인해 당연히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을 양

보해야 하는 아이들의 상처를 잘 대변하고 있다.

“어기는 태양.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는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이

다. 난 엄마에게 숙제 한 번 도와달라고 한 적 없고, 아버지 잔소

리 한 마디 듣지 않고 혼자서 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야만 했다.

엄마가 날 한 번이라도 봐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PS. 비아의 이 절절한 속마음을 들어보면, 아무 표현하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 없는 아이는 절대로! 절대로!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부드럽게 아이를 만져주고 안아주세요.”

부모, 어른, 학교는 불안해하는 아이, 두려움에 위축된 아이에게 실질적인 편안함

과 안전감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전지대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쉽게 말로만 괜찮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옆에 함께 있어주면서 같은 편이 되어주고, 안전하게 보호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많이 손으로, 얼굴 표정으로, 눈빛으로, 목소

리 톤으로 부드럽게 아이를 만져주고(touching) 안아주어야(holding) 한다. 그래야 불안

반응으로 흥분되어 있는 아이의 뇌간과 변연계가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영화 속 어거스트는 든든한 안전지대와 지지자가 꽤나 많은 것을 알 수 있

다. 집, 가족(엄마, 아빠, 누나), 헬멧(얼굴을 가려주니까), 우주여행(어거스트가 자주 상상속에서 떠나가는 여행), 애

완견, 학교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 누나 친구들 등등. 영화니까 그렇지 현실에서

야 어디 그럴 수 있겠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영화는 세상

과 가장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주변의 가족과 선생님들이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를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별 거 아니야.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넌 잘 할 수 있어.”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런 표현을 왜 우리는 실제 상황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걸까? 우리는 대개 격려의 말을 해주려는 경향이 있다.

“별 거 아니야.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넌 잘 할 수 있어.”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이도 힘내라고 해주는 응원과 격려의 말이기는 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표현은 대개 아이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인간의 뇌)을

일깨우는 교훈의 말로, 아이의 불안 반응이 폭발하듯이 일어나고 있는

변연계(limbic system, 포유류의 뇌)와 뇌간(brain stem, 파충류의 뇌)을 토닥여주는 효과는 전

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러한 응원과 격려의 말은 오

히려 아이의 불안을 살짝 외면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몸은 별 것이 아니지 않은 것 같은데 별 거 아니라고 하는 말을 들어야 하

고, 몸은 두려워하고 있는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면,

과연 듣는 사람의 몸이 편안해질 수가 있을까? “이런 것 하나 못하면 도

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차라리 다 때려치워. 그럴 거면 하지 마.” 이런 명

백한 비난의 말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다. 힘든데 외면당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상처가 된다. 피할 곳이 없는 느낌, 그냥 내쳐진 느

낌을 받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대개 아이는 자책을 하게 된다. 불

안해하는 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top-down regulation의 부작용이다. 생각을 바꾸

면 감정과 신체반응이 바뀐다고 하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top-

down regulation은 이젠 정신의학계에서 한물 간 이론일 뿐이다. 최근

신경생리학이 밝혀낸 진실 중 하나는 우리 인간은 먼저 몸이 편안해져야

감정이 차분해지고, 그래야 비로소 생각이 이성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부학적 위치상으로 맨 아래쪽에 있는 파충류의

뇌(뇌간)와 중간에 놓여있는 포유류의 뇌(변연계)가 먼저 안정을 찾아야, 가장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의 뇌(전전두엽)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bottom-up regulatio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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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다방은지금 어디에

2019년 대한민국은 ‘레트로 열풍’. 패션부터 음악, 사진, 영상까지 문화 전반에 레트로 감성이 퍼져 있다. 레트로는 회상, 회고, 추억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이다. 이른바 노스탤지어가 현재의 슬픔과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는 해독제로 작용하는 것. 현대인에게 필수 기호식품인 커피에도 레트로 열풍은 빠질 수 없다. 과거 다방에서부터 현재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코끝에 맴도는 커피 향을 떠올리며 감성의 시간을 거닐어 보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다방 정겨운 기타 소리와 커피 향기는 점차 사라지고…

서울 무교동의 극장형 다방 ‘세시봉’에서 팝송이 울려 퍼진다. 1960~70년대 다방에서는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맨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했다.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대학생에겐 시를 읊고 팝송을 듣는 문화공간으로, 예술인에겐 데뷔 무대가 돼 준 것이다. 당시 다방은 처음 보는 사이라도 말만 통하면 밤새 사회와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아지트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도 청춘들의 다방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공간은 혁명을 꿈꾸던 청년들의 민주항쟁을 탄생시킨 공간, 억압에 반대하는 낭만과 저항의 공간이 된 것이다.한때 서울 대학로와 신촌 문화를 상징하던 ‘학림(學林)다방’과 ‘독수리다방’. 60년이 훌쩍 넘는 동안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학림다방은 현대사의 본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 다방이었다. 천상병, 김승옥, 이청준, 황석영, 황지우 등 시대별 유명 인사가 모두 학림다방의 단골이었다. ‘독수리 다방’은 한때 신촌 문화의 상징이었다. 주변에 연대, 이대, 서강대, 홍대 등이 위치한 덕에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미팅 장소가 됐던 것. 고려대와의 정기전이 열리는 날에는 아카라카를 외치는 연세대생들이 독수리 다방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현재 외국계 대형 커피 체인점의 공세 속에서도 학림다방과 독수리다방은 여전히 머무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이들이 문화를 꽃피웠던 곳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맥주)’ 그리고 ‘음악다방’

잘있니,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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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차이즈 카페의 대거 진출낮에도 도시를 환하게 밝히는 별, 스타벅스

카페 열풍의 시작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커피 원두 로스팅을 하면서 티와 기타 향신료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했다. 세 명의 동업자가 멜빌(Mel-

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

에서 스타벅스(Starbucks)를 생각해 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Siren)이라는 인어의 이미지를 상징으로 선택. 사이렌이 항해사들을 유혹했던 것처럼 지나가는 이들이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것은 1999년 7월. 서울 신촌에 첫번째 매장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 시장에 그야말로 혁명을 가져왔다. 커피문화는 물론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커피는 스타벅스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커피를 즐기기 위한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 즉 문화를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빠른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밀접한 지역화로 국내 소비자들이 바라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운데 70% 이상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음료. 제철 식재료나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한정 판매 음료는 출시 때마다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끈다. 국내 디자인팀이 80% 이상 개발하는 다이어리나 개인용 물병 등 기념품에 관한 관심도 높다.

다방과 카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대, 장소, 제품…. 명칭이 달라졌을 뿐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공간임에는 변함없다. 때론 고소한 향기로, 때론 씁쓸한 향기로 우리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곳. 그 장소가 주는 매력에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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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ing1767 by Jean-Honoré Fragonard

당신 곁에 머무르는 명화

명화, 스크린으로다시 태어나다

그네를 탄 라푼젤?

혹은 안나?

그림에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담기곤 해서, 120분간 몰입도 높은 드라마를 보여줘야 하는 영화에 매력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관객에게 이색 즐거움을 주거나, 복선을 던져놓거나, 혹은 중요한 메시지를 아우르는 등 아주 다양한 용도로 그림을 활용하고 때론 그림과 적극적으로 하나가 된다.

그네를 탄 젊은 여인이 하이힐까지 벗어던지며 앞으로 뒤로 왕복운동을 하는

동안 그녀를 바라보는 두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혹 순진한 그녀가 두 남자

사이에서 밀당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그네’는 로코코 화가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1732~1806)가 1767

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태생으로 이탈리아에서 5년간 유학을 하기도 한 그

는 주로 아이와 여인 등을 소재로 섬세하고도 관능적인 풍속화를 그렸는데, ‘

그네’ 역시 아름다운 여인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여인을 바라보는 남자

의 모습이 더해져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비로운 얼음마법 이야기를 그려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에 프라고나

르의 ‘그네’가 패러디되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절묘하게 등장한다. 엘사

의 동생인 안나가 성 안에서 노래를 부르다 소파 위로 폴짝 뛰어오르면서 어

느 그림을 흉내 내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같은 그림

이 월트디즈니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아챌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터인 리사 킨(Lisa Keen)이 <라푼젤> 당

시 완성한 것으로, 푸른 숲속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그네에 발랄한 숙녀가 앉

아 하이힐까지 벗어던지며 노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프라고나르의 ‘그네’다.

정유미 | 자유기고가

자료사진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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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는 남자, 올드 보이

15년간 영문도 모른 채 사설감옥에 감금당한 남자 오대수의 방에 걸려 있던 기괴한 그림 한 점. 웃는지 우는지 모를 남성의 얼굴과 배경은 붉은빛을 띠고 있으며 어쩐지 오대수와 많이 닮아 있다.후기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1860~1949)의 작품으로 제목은 ‘슬퍼하는 남자’다. 제임스 앙소르는 해골이나 가면 같은 소재를 이용해 삶과 죽음, 인간의 우매함 등을 묘사했는데, 이 작품은 그 스스로 위기가 닥쳤을 때 완성했다고 전해진다.무서운 얼굴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눈은 울고 입은 웃는 모양을 하고 있다.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의 오마주로, 인류를 구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했던 예수를 눈물과 웃음이 함께 담긴 기괴한 얼굴로 표현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그림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오대수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영화 <올드보이> 속에서 이 그림이 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림 위에 새겨진 글귀 때문이다.‘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19세기 시인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 1850~1919)의 시 「고독」의 한 구절로, 영화의 후반부까지 반복되어 ‘눈은 울되 입은 웃음을 잃지 않는’ 오대수의 표정과 더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황금빛 초상화, 우먼 인 골드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그 유명한 작품 ‘유디트’처럼 캔버스에 유채와 금으로 채색해 매우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이다.이 그림의 모델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Adele Bloch-Bauer, 1881~1925)는 상류층의 부유한 유대인 여성이었다. 클림트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어릴 적 사고로 오른손 손가락을 다쳤는데, 그림에서 그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이 그림은 아델레가 갖고 있었으나 그녀가 죽고 난 뒤 남편은 나치에 의해 오스트리아 정부에 그림을 몰수당했고, 이 그림을 조카들에게 남긴다는 유언만을 남기고서 세상을 떠났다. 긴 세월이 지나 1998년, 그의 조카인 마리아 알트만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그림들을 되찾기 위해 8년간 국가인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한다.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우먼 인 골드>는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빼앗긴 과거를 되찾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외롭고 긴 싸움을 벌이는 여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사람들의 눈에는 그 그림이 오스트리아 최고 화가의 명화로 보이겠지만, 제 눈에는 제 숙모가 보입니다. 머리를 빗겨주며 인생을 가르쳐주던….’

THE MAN OF SORROWS1892 by James Ensor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11907 by Gustav Kli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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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도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도시의 성장은 우리가 더 나은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영국의 명소이면서 특히 전력산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곳이다. 오랜 시간 방치돼 도시의 흉물이 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현대미술의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한 것.

박선영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화력 발전소의 새로운 변화,

런던 테이트모던의 이유있는 변신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며 산업화를 이끌다가 1981년 문을 닫았다. 이후 20년 동안 버려진 이곳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게 된다. 8년의 공사 끝에 2000년 5월 12일 개관한 테이트모던은 외관의 80% 이상을 원형 보존하고 내부는 미술관의 기능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기존에 있던 기다란 창문과 99m의 거대한 굴뚝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는데, 현재 이 굴뚝은 런던의 랜드마크이며 테이트모던의 상징이 되었다.

테이트모던은 미술품 감상뿐만 아니라 만남과 휴식이 이뤄지는 소통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과 관광 수입을 올리고, 템스강 남쪽 낙후지역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런던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재탄생하게 된 것. 테이트모던은 도시 지속가능성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공한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기까지

도시재생을 찾아서

1946년 청주에서 문을 연 연초제조장은 국내 제1의 담배공장이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청주의 산업중심지였다. 그러나 산업화의 변화에 따라 1999년에 공장 폐쇄가 결정되고, 2004년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18년 12월 27일, 이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새로이 개관되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노동자의 땀과 애환이 담겨 있던 일터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특징은 출입제한 구역인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등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백남준, 이중섭, 니키 드 생팔, 서도호 등 손꼽히는 작가 작품을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천300여 점과 미술 은행 소장품 600점이 현재 청주관으로 옮겼다.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2천700점과 미술 은행 소장품 500점까지 추가로 들어오면 총 5천100여점이 배치되는 셈이다.

지역 경제를 이끌던 담배공장,

지역 문화를 이끌어가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다

지속력 있는 사회는 공공장소와 관광지, 좋은 도로, 공원, 영화관, 미술관 등으로부터 나타난다. 이러한 것들이 우아한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앞으로도 발전과 쇠락을 반복하는 도시가 아닌 꾸준히 생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도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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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의 비전인 ‘국민 행복을 창조하는 에너지기업’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서부발전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2030년까지 발전소 미세먼지를 80% 저감하는 등 국내·외 최고 수준의 친환경발전소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 한국서부발전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과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태안화력발전소의 친환경발전 체계 전환 후 놀라운 성과

한국서부발전은 운영과정에서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줄이기 위해 환경설비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Core 발전소인 태안화력발전소는 대기환경설비 설치에 총 7,707억 원을 투자했고, 연간 운영비로 약 800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1] 한국서부발전의 대기오염물질 저감 로드맵

특히 태안화력의 경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친환경발전 체계로 전환하여 환경설비를 최대 한계 성능까지 운전하고 있다. 계획예방정비공사(약 40~60일) 기간을 활용하여 모든 발전기기의 환경설비 집중보강을 2016년부터 2018년에 걸쳐 완료했고, 국내 최초로 사이클론 탈황기술을 4개 호기에 선제적으로 적용했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기술을 검토하고 여러 번의 현장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을 확신했다. 2개월간의 공사 기간 중 철저한 공정관리를 통해 최종 적용에 성공했다. 앞으로 2021년까지 사이클론 탈황기술을 타 호기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청정발전소, 한국서부발전

이밖에도 한국서부발전은 2018년에 태안 IGCC에 탈질설비를 설치하여 NOx 배출농도를 기존 20ppm 수준에서 현재 NOx 5ppm 이하로 대폭 개선했다. 석탄을 저장하는 옥외저탄장을 2026년까지 옥내화를 통해 비산먼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2019년 올해는 군산복합에 탈질설비를 설치하여 NOx를 5ppm 이하로 개선할 계획이다.한국서부발전은 전 발전소에 대한 환경설비 집중보강 및 개선, 신기술 도입을 통한 정부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선제적으로 이행할 뿐만 아니라,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 환경단체, 지자체와 주기적인 소통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여 발전소 주변 마을에 미세먼지 측정소를 기존 3개소에서 10개소 추가 설치했다. 또한, 2019년에는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서 미세먼지 측정결과 공개대상을 지역민에서 국민 전체로 확대하도록 대기측정망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지자체 산하 전문기관이 측정망과 시스템의 유지관리를 하도록 개선했다. 선진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서부발전. 앞으로 국내·외 최고 수준의 청정발전소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이러한 미세먼지 저감 노력으로 태안화력은 대기오염물질량을 2015년 대비 2016년 27%, 2017년 43%, 2018년 58% 감축했다. 특히 2018년은 태안 9, 10호기, IGCC 등의 운영으로 2015년 대비 발전량은 약 25% 증가 되었으나, 대기오염물질은 58% 감축한 엄청난 저감 성과를 거뒀다. 이는 동일한 전기생산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 65.5% 감축한 것으로 발전 5사 중 가장 뛰어난 오염물질 저감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사이클론 탈황기술

한국서부발전의 미세먼지 감축성과는 선제적이고 도전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국내 최초로 태안화력 1~4호기에 적용한 사이클론 탈황기술이 이러한 감축성과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발전소 환경설비는 건설 당시에 적용된 배출허용기준과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을 감안해 설계효율을 정하여 설치·운영한다. 미세먼지 저감 방법은 환경설비 개선 또는 집중보강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기존 환경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전면

교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발전소 호기당 1년간 정지하고 약 7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서부발전이 도입한 사이클론 탈황기술은 계획예방정비기간 중에 기존 탈황설비 내부를 개조하는 방법으로 설비 내부에 난류기, 3단 스프레이 노즐, 싸이클론 집진기를 설치하여 혼합과 확산, 원심력 등의 원리를 종합적으로 이용해 황산화물과 먼지를 동시에 제거하는 기술이다. 하부에 설치된 난류기는 유입되는 배기가스를 회전시킴으로써 슬러리와 접촉면적을 증대시켜 탈황 제거효율을 90%에서 98%로 향상 시킨다. 사이클론 집진기는 원심력에 의해 먼지와 습분을 바깥쪽으로 흘러내리게 해 2차 먼지 제거효율도 60%에서 83%로 높여준다. 탈황신기술을 적용한 태안 1~4호기는 현재 SOx, 먼지 배출농도가 수도권 석탄화력의 배출기준(SOx 25ppm, 먼지 5mg/S㎥) 보다 낮은 수준인 SOx는 10ppm 이하, 먼지는 5mg/S㎥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처음 도입하려고 했을 당시 국내에 적용사례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경영진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고, 실무진은

미세먼지 저감정책, 한국서부발전이 앞장서다

WP 밸류체인

[그림2] 한국서부발전의 미세먼지 처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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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의 대가, 플라스틱의 역습

연필 끝으로 염원하는 손글씨 챌린지

제로 웨이스트는 친환경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국내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되고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세상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한 삶은 불편하겠지만 자연을 위한 플라스틱 대체용품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SNS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끄는 ‘챌린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참여자들은 직접 인증사진을 올린 후 지인들을 지목해 릴레이 참여를 독려한다. 사회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참여만 해도 기부로 이어져 반응이 뜨거워 연예인, 정치인, 지역 기관·단체장, 시민들까지 줄지어 동참하고 있다.

텀블러종이컵은 생산되는 양의 14%만 재활용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최하등급의 종이박스 용지로만 만들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용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머그컵이나 유리컵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면 커피값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어떤 브랜드나 상관없이 개인컵을 가져가면 모든 커피전문점에서 이용할 수 있고 할인 규정이 있는 매장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인리스 빨대스테인리스 빨대는 세척 솔을 이용해 간편하게 닦을 수 있어서 비교적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끓는 물에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넣어 더욱 깨끗하게 소독도 가능하다. 다만 소재의 특성상 끝이 날카로우니 조심해야 하고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전도율이 높아서 더욱 뜨겁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반해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는 더욱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크기도 다양하게 나와 있고 접이식으로 나온 제품도 있어 휴대하기에도 편리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물을 물려주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넘겨주기 위해 플라스틱 대체용품을 활용하여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대나무 칫솔소모품인 칫솔은 매년 약 39억 개가 버려진다고 한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칫솔에 대한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최근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으로 대나무 칫솔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나무 칫솔은 대나무로 만든 천연소재로 환경 호르몬에 노출이 없으며, 내구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대나무의 특성상 빠르게 건조될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미세모가 잇몸에 자극을 주지 않고 치아를 구석구석 부드럽게 닦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맑음하나 미세먼지야 물러가라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주관한 손글씨 챌린지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매일맑음하나 디자인 이미지를 직접 그리거나 출력한 뒤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손글씨로 쓴 뒤 자동차에 붙이거나 미세먼지 저감 실천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린 후 ‘#매일맑음하나’ 태그와 다음주자 3명을 지명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 캠페인은 도민을 대상으로 하며 생활 속 미세먼지 저감 실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1세기 독립운동은 손글씨를 타고역사의식을 재고하기 위해 시민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확산된 챌린지도 있다. 대한광복회 성북구지회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선언서 손글씨 챌린지’가 주인공. ‘3·1 독립선언서’를 38개 구절로 나눠 한 구절씩 손글씨로 베껴 쓴 뒤 SNS에 올리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한다. 3·1운동의 독립운동에 몸 바친 선열과 애국지사의 희생을 기리고,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도 동참했다. 프랑스어 등 7개 외국어로 번역한 독립선언서를 읽고, 가장 감동한 문장이나 단어를 손글씨로 작성해 해시태그 ‘#21세기 독립운동’을 달아 3명의 친구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다른 챌린지와 동일한 방식이다. SNS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은 릴레이 방식으로 참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더 밝고 희망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색다른 챌린지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지속가능 프로젝트 너도나도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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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펀샵(www.funsh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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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흔드는휘게 열풍

최근 치유에서 나아가 소박한 생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가 등장했다. 삶의 각박함에 지쳐 평범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과 함께 다양한 미니멀라이프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유럽의 휘게(덴마크), 라곰(스웨덴), 오캄(프랑스)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크슈머”

진짜 대신 가짜를 선택하는 소비자페이크슈머는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말로, ‘진짜’ 대신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가짜’를 택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의 특징은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가격이 비싼 브랜드의 제품 대신 비슷한 디자인과 성능을 지닌 상품 같이 현실적인 대체재를 찾는다.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개성과 만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겨있는 것이다.

“퍼플오션”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시장을 조합한 신조어경쟁자가 많아 치열한 시장을 레드오션, 경쟁자가 없는 미개척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한다. 퍼플오션은 레드와 블루를 섞으면 퍼플이 되는 것처럼 두 시장을 합쳐 새로운 가치를 가진 시장을 말한다. 기존 레드오션의 틀에서 새로운 기회인 블루오션을 창출해내는 접근법이 바로 퍼플오션인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아이스크림 제품을 젤리나 과자로 재탄생시킨 것처럼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파생품을 만들어내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대표적인 퍼플오션의 사례이다.

“세포마켓”

1인 콘텐츠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시장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이다. 1인 콘텐츠 생산자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온라인상의 새로운 시장, ‘세포마켓(Cell Market)’이 뜨고 있다. 세포마켓의 대표적인 판매채널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이다. 판매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형태인 것. 세포마켓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이면서 판매자인 사람들을 일컫는 ‘셀슈머(Cell-sumer)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힐링과 욜로에 집중 돼 있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휘게’의 등장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인 휘게(hygge)는 특별한 용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추구’하는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BBC방송 등 해외언론이 소개하면서 휘게 열풍이 세계로 확산 되고 있다. 퇴근 후 아늑한 공간에서의 차 한 잔, 예약만 했는데도 가슴 설레는 여행, 조리 과정은 번거로웠지만 함께여서 즐거웠던 저녁 시간, 돌아보니 행복했던 모든 순간이 바로 ‘휘게’를 의미한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들이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안락함, 그로 인해 얻은 행복감이 현대인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

행복은 사소하게 즐기는 아늑함에서 시작된다휘게의 핵심 가치는 편안함이다. 호화찬란한 명품과 호텔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그것들이 꼭 휘게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퇴근 후에 잠옷을 입고 드라마를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는 것,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정다운 수다를 꽃피우는 것 모두 휘게의 일종이다. 휘게 라이프는 편안한 인테리어도 한몫한다. 자연스러운 갈색톤이나 아이보리 컬러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거기에 화려한 무늬나 장식 등 자극적인 것을 배제하면 심플하고 따스함이 느껴지게 된다. 조명을 이용해도 휘게 인테리어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 밝은 채광의 천장조명 대신 은은한 분위기 연출을 위하여 간접조명이나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거나 밝은 벽면에 편안한 디자인의 조명을 배치하는 것도 휘게를 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휘게 라이프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린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 여유롭고 편안함을 바라는 매 순간, 내일도 미래도 아닌 오늘 실행해 보면 어떨까?

인싸력 키우기 세계는 휴식 중

01 0302

알아두면 ‘경제 인싸’

되는 경제 신조어 3

신조어는 빠르게 변하는 세태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리고 재밌고 쉽게 이해하기에 좋다. 신조어를 통해 트렌드도 파악하면서 경제 인싸가 되어볼 시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신조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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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반(反)하다

무작정 스트레칭, 약일까? 독일까?

숄더스텐드(Shoulder stand)

첫 번째 동작은 숄더스텐드이다. 숄더 스탠드는 승

모근 스트레칭 효과가 있어 장시간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직장인이나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학

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동

작은 엉덩이보다 머리가 아래에 있는 특성으로 인

해 목과 허리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게 된다. 따라서

목, 허리 손상병력이 있는 환자나 고혈압 환자는 피

해야 하는 스트레칭이다.

턱 당김(chin-tuck)

세 번째 동작은 턱 당김 스트레칭이다. 이 스트레

칭은 목덜미 근육의 수축을 줄여 주어 목의 통증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턱 당김 운동을 지

속하면 목을 뒤로 젖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구부리

는 것이기에 목 디스크가 뒤로 밀리고 자칫하면 찢

어지게 만든다. 목 디스크, 목 통증, 거북목이나 일

자목을 개선하기 위해 이 동작을 계속한다면 상처

가 난 목 디스크를 더 손상 시킬 수 있으니 목 손상

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스트레칭이다.

폴더(Folder)

두 번째 동작은 앞으로 구부려 발가락을 터치하는

스트레칭이다. 흔히들 학창 시절에 유연성 테스트

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자세는 허리에 굴곡이

생기면서 허리에 높은 부하를 주게 된다. 따라서 다

리 뒤로 신경통증이나 디스크 탈출의 병력을 가지

고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야 하는 자세이다.

또한 유연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처음부터 무

리하게 이 동작을 수행할 경우 무릎의 과다폄을 시

도하여 무릎인대에 큰 무리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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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드는 맨몸 운동 스트레칭! 알고 보면 몸에 해로운 스트레칭도 있다는데? 뼈와 뼈는 두 인대로 연결돼있다. 인대는 뼈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잡아준다. 하지만 과한 스트레칭으로 인대가 늘어나면 뼈가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절 내 손상이 일어난다. 인대 자체에 염증이 생기거나 뼈 사이 연골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고, 이로 인해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올 수 있다.

01 혁신주도형 임금격차 해소 협약 체결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25일 충남 예산에서 동반성장위원회 및 협력중소기업

과 함께 ‘혁신주도형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서부발전

은 향후 3년간 총 988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 대·중소기업간 임금양극화 문제

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동반성장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

번 협약은 기존의 동반성장 활동이 기업의 임금지불능력 개선에 중점을 두어왔

던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로 임금양극

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보된 형태의 사업내용을 담고 있다.

03 국가산업대상 2개 부문 동시 수상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18일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2019 국가산

업대상’에서 환경경영부문과 제조품질 2개 부문에서 동시에 대상을 수상했다.

환경경영부분 대상 심사과정에서 한국서부발전은 환경경영을 위한 전략 및 시

스템, 최고 경영자의 환경경영 비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제조품질

부문에서는 Global TOP 품질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Q-novation ZD(Zero Defect)

4.0’이라는 품질경영 슬로건을 발표하고 품질혁신 8대 중점추진과제를 추진하

여 안정적 설비운영에 기여했다.

02 2020년 신규수행 R&D 사업설명회 개최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25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5대 핵심기술개발 및

발전소 현안문제 해결 등을 위해 ‘2020년도 신규수행 R&D 연구과제 사업설명회’

를 개최했다. 사업설명회는 한국서부발전의 연구과제 추진전략 및 현황 등 소개

를 시작으로 연구과제 응모 자격요건과 과제 선정 및 수행절차 등에 대한 설명 순

으로 진행됐다. 이날 한국서부발전 서종춘 연구개발부장은 최근 이슈화 되고 있

는 ‘안전’ 및 ‘환경’ 분야에 대한 신기술 개발 필요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과 관

련한 R&D 추진 및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04 세계 최초 전력소모 없는 전자접촉기 개발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11일 중앙대학교 노종석 교수가 이끄는 전기에너지 응

용연구실과 협업을 통해 투입상태 유지 시 전력소모가 없는 전자접촉기(MC, Magnetic

Contactor)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접촉기는

SCI 저널지 논문 게재 및 특허 출원 등을 통해 그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았다. 한국서

부발전은 향후 본 기술개발 제품의 사업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발전소 현

장에 적용하도록 추가보완 후 일반 상용화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WP NEWS

WP NEWSKorea Western Power News 20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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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NEWS 이벤트

05 수소생산 기술개발 워크숍 개최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11일 태안발전본부에서 태안 IGCC 합성가스와 해양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생산 기술개발 워크숍을 개최했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은

▲합성가스 정제를 통한 연료전지용 고순도 수소생산과 ▲합성가스와 해양 미

생물을 이용한 수소생산 등 Two-Track으로 수소 생산기술을 개발 중이다. 합

성가스 정제 연료전지용 수소 생산기술은 지난해 6월 순도 99.99%의 수소 생

산에 성공, 올해 9월 연료전지와 연계하여 전력생산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해양 미생물 이용 수소생산 기술개발은 ㈜경동엔지니어링과 협력하여 올해

3월 1톤/일 용량의 실증설비를 착공, 10월부터 실증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07 협력기업 근로자 특별안전교육 시행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2일부터 9일까지 모든 사업장을 가장 안전한 일터로

탈바꿈하기 위해 일용직 근로자 포함, 협력기업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특별안

전교육’을 시행했다. 이 기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률과 현장안전조

치 미흡 시 위험작업 일시중지제도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물론, 비상발

생시 대응절차와 관련 보고체계 등에 대해서도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사외전문

강사를 초빙, 사고사례 분석을 통해 공공기관의 작업안전대책과 개개인의 사고

예방요령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06 복합화력 기자재 국산화 본격 추진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4월 10일 군산발전본부 계획예방정비공사 현장을 발전기

자재 제조분야 강소 신규기업에 개방하는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현장 설

명회는 대용량 복합화력에 사용되는 기자재를 부품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자

리로, 지난 3월 석탄화력 발전소 정비현장 공개에 이어 시행된 행사이다. 외산

기자재의 국산화 개발을 통해 외화절감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온 김병숙 사장

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한국서부발전은 석탄발전에 이어 복합화력의 정비현장

까지 공개해 신규 강소기업의 국산화 기술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08 WP 공기청정기 보급사업 성공적 수행

한국서부발전은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시행한 ‘WP 공기청

정기 보급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서부발전은 태안

군 내 학교와 아동센터, 요양원, 노인복지관 등 태안군민 개방시설 51개소에 공

기청정기 201대를 보급 완료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공기청정기가 보급됨에 따

라 지역사회 공공이용시설의 공기 질과 군민의 건강한 삶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05 06 07 08

이번 서부공감 5-6월호에는 다양한 태안의 음식들을 소개해 드렸어요. 게와 김치를 함께 넣고 끓인 게국지,시원한 국물에 낙지를 데쳐먹는 박속밀국낙지탕.그리고 이 음식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잘 말린 우럭포를 맑은 국물로 끓여낸이 음식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벤트 참여 방법

- QR코드를 통해 이벤트 게시물에 접속해주세요.- 이벤트 게시물을 공유해주세요.- 정답을 댓글로 작성해주세요.

이벤트 응모 기간

- 6월 30일까지 응모 가능

이벤트 상품

- 정답자 중 50명 추첨,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증정

“아래 QR코드로 지금 바로 접속해주세요!”

Korea Western Power Magazine67

WP NEWSKorea Western Power News 20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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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and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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