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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페미가�꼴페미에게:� 새로운�앎이�우리에게�올� 때까지

비키니-코피�사건에�대해�우리가�회피한�것,� 아는�척� 한� 것,� 몰랐던�것

페미알바단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니라 ‘코피 사건’이라고 정색한 이후 우리는 엄숙주의에 빠진 성적 보수

주의자로, 잘난 척이나 하는 엘리트주의자로, 도통 말이 안 통하는 꼰대가 되었다. 여성들의 신나

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단순한 팬덤이나 그루피로 전락시켜 성적 대상화한 것은 다름 아닌 꼴페미

란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성이 성적 욕망의 주체라고 말하고, 소음을 또다른 지식이라 존중하며

엘리트주의를 비판한 학문, 소통의 풍요로움과 정의로움을 꿈꾸었던 사상, 그것이 페미니즘 아니었

던가?

나꼼수 빠순이, 나꼼수 디스녀, 무도빠 꼴좌파 당원, 삼국카페 정회원, 그리고 서른 아홉살 애엄

마로 이루어진 우리는, 정치적 지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며, 가슴 사이즈도 제각각인 페미니스트

다. 이 거대한 난장에서 힘을 잃고 표류하는 페미니즘이 권위를 부여잡으려 하기보다는, 오해와 비

판을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담아 이 글을 띄운다.

대체 어디서부터 왜 틀어진 것인가?

첫째, 회피했기 때문이다.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린 여성의 행위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우리는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여성을 정치적 주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고 전유하는 남성들의 문제, 마초문화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당사자 불법미인은 코피발언을 끌어안았다. 나꼼수의 사과는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며, “나”는 “그 정도 유치한 농담도 소화 못하는 유딩”도, 누가 시켜서 행

하는 “피교사범”으로 “폄하”될 수 없다고. 여기에 대해 우리들은 이 여성의 행위를 충분히 존중하

는 것처럼 말했다. “관음증적 시선이 구조화”된 것이 명백한 이 사회에서 “자신의 신체와 성적 매

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표현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오로지 그 여성의 몫”이라거나, “자기 몸을 활용

한 시위 방식에 동의했다면 그 여성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식으

로 말이다.

그렇다. 결국의 모든 행위의 결정권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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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껄쩍찌근하지 않은가. 우리 페미니스트야말로, 여성이 이 시각중심의 현대사회, 남성

지배적 시선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스며든 이 사회에서 성적 욕망의 주체로 선다는 것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깊이 있게 탐구해오지 않았던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는 가장 명쾌

한 답으로 보이지만 지배구조를 재생산하는 가장 무책임한 논리임을 설파했던 당사자가 우리 아니

었던가.

사실 비키니 시위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우리 페미니스트들이 애써 피해왔던 사실

들이 이 사건의 더 큰 저수지를 이룬다. 이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여성 성욕의 수동성을 믿지 않

는다. 이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웃통 벗은 원빈을 보고 침 흘리며 감상”하는 존재들이며, 나아가

스테레오타입화된 여성의 섹시함을 개그 소재로 삼는 사마귀유치원을 대놓고 소비하는 여성들이다.

그러므로 이 여성들은 우리보고 “당신들은 여성의 욕망 표현을 졸지에 마초들에게 놀아나는 나약

한 성적 존재로 전락시켜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회피하면 안된다. 섹시한 가슴을 드러내는 정치 시위가 여성의 성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확대

하는 행위인가라는 뜨거운 쟁점을. 문제는 이 행위를 평가할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페미니

즘 역시 여기에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비키니를 괄호친 채 자유주의

의 뒤로 숨어버리기 보다는, 여성과 남성이 처한 역사적, 공간적 맥락에 따라 그 의미와 정답은 달

라질 수 있음을 설득하고 토론에 부쳐야 한다.

둘째, 사실은 몰랐으면서 아는 척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컨텐츠가 형식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이 컨텐츠를 구성하게 되었으며, 그 최전방

에 여성들이 있다는 점을.

촛불소녀, 하이힐, 유모차 부대를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여성들이라고 호명하기만 했지,

이 새로움의 정체가 스타일의 정치에 있음을, 여성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 급기야 자신의 몸

을 스타일의 실험장으로 만든 주체성의 핵심 지점이 나꼼수식 스타일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

다.

낭만의 기호인 촛불이 투쟁의 수단이 되고, 정치 바깥에 있을 가녀린 소녀의 말이 가장 강력한

구호가 되며, 국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애엄마가 국가정책을 공부할 때, 그리하여 정치의 장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고 정치적 상상력에서 가장 떠오르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했을 때, 이들은 이미 스타일의 정치를 실천하고 있었다.

팬덤도 마찬가지다. 나꼼수와 팬덤이 결합한 이 정치의 매트릭스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치

가 만들어지는 형식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그 형식에 담긴 컨텐츠가 얼마나 급진

적인지는 또다른 토론거리다. 중요한 것은 워너비시아버님 문** 응원이나 도시락 조공이, 정치구

호를 가슴에 새기는 비키니 시위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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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몰랐기 때문이다.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노는 이 난장에 여성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말이다.

이보경기자는 “주류에 똥침을 날리는” 나꼼수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를 남발하는 주류보다 더

마초적일 수 있냐고 했고, 82쿡의 닥치고역사는 “나꼼수는 마초처럼 보이나 사실은 마초 흉내를

낼 뿐이지 마초가 아니”라고도 하였다. 우리는 이 여성들의 말을 이제 이렇게 이해한다. 돈과 정치

권력을 갖지 않은 남자들이, 또한 젊음도 몸매도 얼굴도 미약한 남자(봉도사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들이 발설하는 외설은 여성억압의 효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 여성들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찌질한 마초가 자신을 찌질한 성기로 캐릭터화할 때, 남성 성기에 부착된 ‘남근성’은 현저히 약해

진다. 이 점을 여성들은 빠른 속도로 또 직관적으로 간파했고, 거기에서 정치의 공간을 발견했다.

더욱이 우리는 남자만 ‘조까 시바’ 하는 거지, 여자도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놀이를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지배층을 공격하는 남자들의 외설을 여성들은 그저 들을 뿐이라고 추측했다.

정치가 놀이의 형식을 띠고 폭발력을 일으키고 있는 시대라는 건 인정하고 있었으나, 생활세계로

들어온 섹슈얼리티 가지고 놀기가 그 핵심에 있다는 건 몰랐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놀이를 즐기겠

다고 나서리라는 것도 몰랐다.

이제 가장 가슴 아픈 지점에 다다랐다. ‘사과의 정치’가 그것이다.

10여년에 걸쳐 지난하게 일궈온 가장 중요한 여성운동의 성과가 이제 독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비키니-코피 사건에서 초미의 쟁점은 사과였다. 공지영작가부터 시작하여 나꼼수의 말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진 여성들, 여성단체들은 줄기차게 사과를 요구했다. 마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온 나라에 퍼진 듯했다.

알다시피 사과라는 행위는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적 제도로 정립된 것이었다. 그리고 원

래 이 장치는 윤리적 책임에 대한 페미니즘의 깊은 성찰을 토대로 고안된 것이었다. 약자의 입장

에서 약자의 경험에 귀 기울이기를 요청하는 타자성의 윤리를 확산시키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그런

데, 이러한 절차들이 제도화되면서 사과는 그 공감적 요청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다. 이제 사과는

법적인 성희롱 사건은 물론이고 성이 개입되는 어떤 형태의 사건이든 간에 적용할 수 있는 만병통

치약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도 하던 대로 ‘사과’라는 판사봉이 효력이 있을 줄 알았다. 결국 정봉주 전

의원이 삼국카페에 사과문을 보냈다. 비록 사과문은 나왔지만, 논란의 과정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여성들과 여성단체의 목소리가,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보다 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증샷을 올린 불법미인을 비롯하여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여성들

도 많았다. 이번 사건에서 보았듯이 ‘사과의 정치’는 논란의 수많은 쟁점을 다 지워버리고, 토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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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의 확인 가능성을 봉쇄하며, 여전히 존재하는 갈등과 모순을 봉합해버릴 수 있다. 교리 집행의

도구로 앙상하게 남아버린 ‘사과의 정치’를 떠나보내고, 본래의 윤리성을 되찾아오자.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식의 레이다를 켜고 토론할 쟁점의 하나가 마초문화이다. 나꼼수

는 B급 마초의 언어를 사용하는 해적방송이기 때문에 듣기 싫은 사람은 듣지 않으면 된다고들 한

다. 우리는 나꼼수가 이미 공공 미디어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보여야한

다는 식으로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꼼수가 부정해서도 발뺌해서도 안될 것은, 마초의 언어와

여성의 성욕이 충돌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구조라는 사실이다. 설혹 지배층을 겨

냥하는 음담패설의 화법이라고 해서 그것이 남성 성기 중심의 마초언어가 아닌 것은 아니다. 또한

마초의 언어로 성적 판타지가 구축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이 성적 욕망의 주체로 구사할

수 있는 문화적 자원이 많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피해자페미니즘”이라는 명명으로

환원될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여성들의 대담하고 창의적인 시도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나꼼수가 벌인 난장에서 여성들은 몇 가지 놀이 코드를 만들었다. 더 이상 섹시하지 않은 “쪼그라

든 가슴”을 내보임으로써 대상화되는 여성 몸의 종류를 조롱하거나, “니 가슴 코피 날정도로 멋진

데~ 하면, 니 좆도 만만찮게 단단하구나 하구 퉁 치면 될 일”이라는 변강쇠–옹녀의 레토릭도 등

장했다.

이렇게 ‘조까’라는 말에 ‘슴가’라는 답을 날리는 ‘조까-슴가’의 코드가 마초의 언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여성들이 정치와 놀이의 경계를 다시 만들고, A급과 B급의

경계를 허물며 급기야 마초 문화의 코드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될까?

알지 못할 일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임을 우리는 안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과거의 틀로 섣불리 명명의 권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됨을 우리는 안다.

광대하게 열린 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지켜봄으로써 새로운 앎이 부드럽고 깊게

열릴 것임을 우리는 안다.

이것이 바로 천대받는 자, 여성의 삶에서 길어 올린 지식을 새로운 앎으로 만들어온 우리 페미

니즘이 가르쳐 준 깨달음이다. 이 새로운 앎이 우리에게 찾아올 때까지 소란과 분란을 서둘러 덮

지 말자.

난장은 계속 열려야 한다.

(2012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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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비키니�일인�시위�사건�일지

2012. 2. 14. 현재

<2011년>

12월 20일 경 정봉주 전 의원이 입감되기 전 방송에서 김총수 발언

“우리끼리 편지위원회 수영복 사진분과를 만든다”, “특히 남자들 사진 많이 보내라”

<2012년>

1월 1일 나는 꼼수다 봉주1회 방송

1월 13일 주진우 트위터

정봉주 접견민원서신에 “면회 희망 여배우 명단 작성하라! 욕정 해결 방안 발표하라! 국정운

영 5대 계획 선포하라!”고 쓴 내용을 올림.

1월 20일 비키니 사진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1인 시위 인증샷 홈페이지에 올림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

1월 21일 나꼼수 팟캐스트 방송 (18일 녹음)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

를 복용하고 계십니다"면서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함.

1월 27일 홍성교도소에서 작성한 정봉주 전 의원 접견 신청서 작성

내용 사진 트위터에 공개 “가슴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

1월 28일 · 공지영 작가 트위터에서 나꼼수에게 사과 요구 발언

“남자의 70%가 성매매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여자의 몸에 대한 시각은 당연히 정치적이며,

수구와 마초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드러내는 석방운동을 개인적으로 반대한

다. 그것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나꼼수>팀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꼼수> 측에 “불쾌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 진중권 트위터에서 코멘트

“비키니 사진을 올린 것은 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라고 보지만 그 사진을 소비하는

마초적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똥을품은배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비판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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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 진중권 트위터에서 코멘트

“여성들은 사과 한마디에 다시 <나꼼수>를 사랑해줄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나꼼수>가

한층 더 멋있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만드세요”

1월 31일 각종 지식인 논평

· 이택광, “팬덤의 역기능”이라고 비판

· 권혁범, “<나꼼수>가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번 사건은 명백한

성희롱으로 비판해야 한다”,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젠더(성)와 섹슈얼리티에 대해선 성

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

2월 2일 한국일보 김어준 발언 보도

“성적 약자인 여성들이 예민해 하는 것은 당연 이해, 그러나 성희롱 아니며, 필요하면 발언

하겠지만 해명이나 사과 아니다.”

2월 3일 · 이보경 기자 비키니 인증샷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림

‘가슴이 쪼그라들도록 나와라 정봉주’

·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렸던 ‘불법미인’이 미권스 까페에 입장 표명

“나꼼수 듣고 비키니 시위한 거 아니다!

“나꼼수가 사과하는 건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 … ”

· 김용민 트위터

“오늘부터 서신 작성자는 김용민이다. 주진우는 비키니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접견민원서

신을 올림.

2월 4일 나꼼수 옹호 글들

이희동, “권력 내려놓은 나꼼수는 해적, 나꼼수에 엄숙주의 요구하지 마”

2월 4일 · 유숙렬 기고문 “나꼼수의 ‘음담패설’...김어준은 어디로 갔나”(오마이뉴스)

· 김어준 <시사인> 토크콘서트 발언 언론 보도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 우리에게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지만

그녀도 그렇게(성희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이 오랜 세월 성적 약자였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예민할 수 있고 그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 동시에 자신의 몸을 이용해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가 있고 그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 자신이 불쾌하다고 이 권리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그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아, 이런 식의 시위도 가능하구나’라

며 정치적 동지로서 감탄한 것도 사실”

2월 5일 · 문화미래 이프 “나꼼수 옹호론자에 반박한다”(오마이뉴스),

“이희동 기자의 주장은 “음담패설(여성들에게는 성폭력 언어)”을 구사하라는 주문. 부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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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는 사람, 자신의 도덕성도 성찰해야“

· 김용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

“우리에게도 스피커가 있다. 듣는 사람들이 1000만이 넘어간다고 한다. 금명간 방송을 통해

얘기하겠다.”

2월 6일 ‘삼국카페 공동성명서’ 발표

이 사건을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비키니 사건’ 대신 ‘코피사건’으로 정의할 것을 주장

2월 7일 조한혜정 칼럼 “나꼼수, 진화를 기대한다” (한겨레)

2월 8일 김어준팬카페(김어준과 지식인들)의 닥치고역사, ‘삼국카페 공동성명서 반박글’ 82cook 게시

판에 포스팅

2월 9일 정봉주 전의원이 삼국카페측에 보낸 사과 편지 공개

2월 10일 · 나는꼼수다-봉주5회 팟캐스트 방송에서 비키니 논란 입장 밝힘

· 서강대 변혜정 교수 인터뷰 기사 (오마이뉴스, 인터뷰 2월 8일)

“욕정대로 하면 ‘짐승’...김어준 마초성 문제”

2월 11일 여성학 강사 권김현영 인터뷰 기사 (오마이뉴스, 인터뷰 2월 9일)

“누님들 왜 그래 부끄러워요, 했어야지!”, “실패한 농담에 대한 이야기”(정치적 표현이 있었

고, 이에 대해 나꼼수가 농담으로 받고, 이 농담 실패)

2월 12일 최태섭 기고문

<나꼼수> ‘실패한 농담’이 남긴 뒷 맛. (프레시안)

‘닥치고 정치’가 바라는 세상이 이런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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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성적�농담,� 만들다�만� 놀이�규칙1)

--<나는꼼수다�봉주5회>를�듣고� �

김 수 진서울대 여성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일 라운드가 끝났다. 김총수는 <나는꼼수다 봉주5회>에서, “바닥과 한계와 우리 모두의 현 위치

가 드러날” 만큼 충분히 논란이 벌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깊이 동의한다. 충분치 않았던 논란을

다시 시작하는 2라운드를 여는 데 기여하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1.�나꼼수는�마초인가�아닌가.

일 라운드의 대표 주제는 ‘나꼼수의 코피-성욕감퇴제 발언이 성희롱 사건인가’였다. 김어준 총수

의 해명발언과 그간 있었을 법률검토를 토대로 하면, 이 사건은 성희롱사건으로 규정할 수 없음이

명확해 보인다. 물론 성희롱은 김총수의 생각과 달리 직접적인 권력관계가 아닌 일반관계에서도 충

분히 발생할 수 있긴 하지만, 김총수의 해명대로 여성들에게 비키니 인증샷을 보내라는 직접적인

요구를 한 적은 없으므로 성희롱을 특정화할 수 있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욕감퇴제를 먹고 있으니 자위행위를 할 수 있도록 비키니사진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사건의

조각정보를 이어 붙여 만들어낸 조선일보 식 구라임이 명백한 듯하다.

이제 제2라운드에서 다뤄야 할 주제는 이른바 마초문화 프레임이다. 김총수는 그간에 진행된 논

란에 대해 “‘아직은 저 세 놈의 남자새끼들이 마초라서 그랬다’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라

고 했다. 김총수의 이 총평은 타당하다. 다만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저 놈의 남자새끼들이 마초라

서 그래’라고 말한 페미니스트는 없다. 이번 논란에서 발언한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 것

이다. ‘당신들이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아. 그런데, 당신들의 저급한 음담패설은 남근중심주의

에서 비롯된 성폭력적 망언이지. 결국 그런 남근중심주의적 음담패설을 구사하는 당신들을 마초가

아니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아.’

정확히 말해 이번 1라운드에서 페미니스트는 마초프레임이 아니라 마초문화프레임을 제시했다.

이를 잘 요약해주는 논평이 이프지 유숙렬씨의 2월 4일자 오마이뉴스 기고문이다. 여기서 유숙렬

씨는 이번 사건이 한국남성들의 저급한 음담패설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예고된 사고였다고 하

1) 이 글은 미완성 초고입니다. 지면에 발표되기 전 저자의 동의 없는 인용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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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그는 “정력 센 놈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세놀이가 일으킨 파장”이라는 영화평론가 이안의 해

석에 동의하면서 이 “남자들의 허세놀이”에 신물이 난다고 피력했다. 유숙렬씨에 따르면 나꼼수의

말은 ‘성희롱적 망언’이고, 이를 듣는 행위는 “공해가 가득한 공기를 숨쉬는 것과 같”으며, 나꼼수

멤버들은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이다. 이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는 사건 발생의 근본적 배경인

마초문화의 소산이고, 따라서 마초문화에서 벗어나기 힘든 남성은 항상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마초문화 패러다임은 명확한 논리를 제공한다.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 남성=마초’와 ‘집

단적인 잠재적 여성 피해자’의 구도가 그것이다.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법적

인 성희롱사건처럼 직접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덕적 책임을 표명하는 것, 또는 이 저

급한 음담패설 자체를 적어도 공적인 장에서 하지 않는 것이 그 해결책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꼼수다>는 마초문화의 콘텐츠이고 그 멤버들은 마초인 것인가. <나는꼼수다>

는 무엇인가. 이 글은 이 질문에 답하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2.�나꼼수는�B급마초의�기호를�사용하는�현실-가상�놀이터이다.�

나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오늘 두 가지 우회로를 택하고자 한다. 하나는

현실-가상 놀이터라는 규정이고 다른 하나는 B급 마초론이다.

2-1.�섀도우가�아니라�캐릭터다.

생각의 단서는 김총수가 제공해주었다. 김총수는 이 사건을 ‘섀도우복싱’으로 정리했다. 즉 사람

들(일부의 여성들과 언론)이 관련 사건 조각들을 잘못 배열한 결과 ‘주키니’와 ‘김감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싸웠다는 것이다. 김총수는 이 ‘주키니’와 ‘김감퇴’라는 가상의 인물과 달리, 현실세

계에서 주진우 기자와 김용민 교수는 약자에 감정이입하고 여성인권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수도사

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증언한다. 그리고 김총수 자신은 그동안 나꼼수 멤버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채, 괴로워하는 그들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수도사인 사람이 졸

지에 텔레비전에서 바바리맨으로 출연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섀도우복싱’론은, 이 사건이 성희롱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논리일지는 몰

라도,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본 구조인 가상-현실 놀이터 문제에 눈을 감아버리게 만드는 자충

수이기도 한다.

<나꼼수>에서 성적 농담, 외설의 레토릭은 지배권력을 조롱하는 근본 전략이다. <나꼼수>의 멤

버들은 이 성적 농담의 레토릭을 구사하는 캐릭터들이다. 즉, 나꼼수라는 무대에서 김용민은 조 청

장을 향해 ‘조까’라고 말하는 ‘목사돼지’ 캐릭터를, 때로는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사오니’라고

말하는 ‘김감퇴’를 맡았다. 청자들은 바로 이 캐릭터들에 반응한 것이지, 실제 김용민에 반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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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다. 그런데, 김총수는 이제 와서 김감퇴라는 캐릭터와 실제 김용민을 구별하면서, 사람들

보고 김용민을 보지 못하고 김감퇴를 보았냐고 힐책하는 것인가? ‘바바리맨 역할을 하는 배우는

사실 수도사야, 그러니까 그는 바바리맨이 아니야’라고 하면서?

문제는 바바리맨이 오해에서 비롯된 캐릭터인 것인지, 오해가 아니라면 마초 캐릭터 바바리맨이

반드시 나꼼수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있다. 다시말해 <나꼼수>에서 ‘주키니’와 ‘김감퇴’라

는 캐릭터는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가에 있다.

2-2.�찌질이마초�캐릭터가�가카를� (성적으로)�공격하는�이야기

김어준팬클럽의 닥치고역사는 나꼼수가 누구인가라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나꼼수는 마초처럼 보이나 사실은 마초 흉내를 낼 뿐이지 마초가 아니다”라고 말했

다. 그렇다. <나꼼수> 멤버들은 “마초 흉내를 낼 뿐”인 남자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마초가 아

니면서 마초흉내를 내는가. 그것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필요한 성적 포지션을 잡기 위해서다.

“마초흉내를 낼 뿐인” 남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찌질이다. 진짜 마초는 마초 흉내를 낼 필요가

없다. 자신이 ‘대물’을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찌질이가 자기 남근이 크다고 허

풍을 떠는 것이다. 나꼼수 멤버가 취하는 캐릭터가 이 찌질이이다. 이들은 실제로 돈과 정치권력

을 갖지 않았고, 젊음도 몸매도 얼굴도 미약하다. 이 현실을 참조한 캐릭터가 ‘목사돼지’, ‘부끄러

워요, 누나’, ‘깔때기 봉도사’이다. 그러므로 닥치고역사의 <나꼼수> 규정은 이렇게 정정될 필요가

있다. ‘나꼼수는 마초가 아니다. 동시에 마초의 언어를 흉내낼 뿐인 진짜 찌질이도 아니다. 그들은

마초의 언어로 찌질이를 연기하는 남자들이다’라고.

나꼼수는 성적 농담을 도구로 하여 정치적 공격을 벌인다. 성적 농담이 정치적 공격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성적 농담이 성적 공격의 판타지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성적 공격의 판타

지, 즉 성을 통한 굴복시키기, 또는 모욕주기의 상상적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성적 농담을 통한 공격을 하는 데 왜 마초적 음담패설을 사용해야 하나? 정봉주 전

의원 수감을 계기로 성적 농담 수위가 강화된 과정이 그 이유를 잘 보여준다.

김총수는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수감 이후 자신이 성적 농담을 일부러 강화시켰다고 말한다. ‘나

꼼수’가 이 엄중한 상황에서조차 여전히 시시덕거리고(예를 들면, 감방 바깥에서는 정봉주를 표현

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잡힌 순교자 취급을 하는데, 정작 봉도사는 오늘밤 자위를 할까 말까 고민

한다는 식으로), 그러면서도 싸울 의지를 전혀 꺾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정봉주 의원을 감

옥에 넣은 자들에게 ‘진짜 엿’을 보내주는 것이라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정봉주 전의원에게 포르노

그라피적 상상력을 동원한 울트라 마초 캐릭터를 부여해야 했던 것이다. 서울에서는 ‘떨어지지만’

부산, 광주에 가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고, 숙대에서 연 강연회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정 전의원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여 ‘부산, 광주, 숙대, 이대’와 ‘여성부 관리 명단’이라는 통념을 덧붙여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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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매력으로 여성을 거느린 남자’라는 허풍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나꼼수>는 찌질이인데도 허풍을 떨면서 쫄지 않는 잡놈이라는 캐릭터를 상연하고 이 캐릭터에

청자가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놀이무대다. 놀이의 가상 세계에서 지배권력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판타지를 청자와 공유하고, 가상세계에서 공유한 조롱의 에너지를 현실로 이전시키고자 한다. 현실

을 참조하면서 그 현실을, 판타지가 작동하는 무대로 만드는 현실-가상의 놀이가 나꼼수식 스타일

정치이다.

이제 요약해보자. 나꼼수는 정치적 공격이라는 목표를 위해 마초의 언어, 마초의 언어를 흉내내

는 찌질이, 격하된 지배층의 남근 같은 놀이의 기호를 사용하는 놀이판이다. 알려진 것은 놀이판을

성립시키는 성립 규칙만이고, 이 놀이를 운영하는 규칙은 알려진 적이 없었다. 고스톱판을 생각해

보자. 고스톱 놀이는 4장을 짝으로 하여 1부터 12까지 숫자와 명칭을 가진 48장의 화투장과 광,

약, 피로 이뤄진다. 고스톱이라는 놀이를 성립시키는 성립규칙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 광, 약,

피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규칙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래서 부산 사람, 서울 사람, 광

주 사람이 모여 판을 벌일 때 하는 일은, 판을 돌리기 전 자신이 다른 곳에서 하던 규칙을 까고,

이번 판에 적용할 새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나꼼수라는 놀이판에서는 누군가 판을 엎고서야 각자

의 규칙이 달랐음을 확인한 셈이다.

3.�여성들이�나꼼수�놀이판에�뛰어든�이유,�하지만�문제를�제기한�이유

나꼼수의 성립 규칙은 두가지다. 첫째, 마초의 언어를 사용하는 찌질이의 위치에서 지배층을 저

급한 위치로 끌어내림으로써 그들을 공격하는 것. 둘째, 이 B급마초의 언어인 외설을 생산하기 위

해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는 것. 이런 성립규칙은 있지만 합의된 운영규칙은 없다. 운영규칙은 바로

여성의 성을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지배층을 공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상화하여

사용할 것인지이다.

3-1.�물렁한�남근을�가지고�노는�놀이라는�성립규칙

나꼼수 놀이판에 여성들이 뛰어들어 즐길 수 있었던 이유부터 살펴보자. 그것은 한마디로 나꼼

수가 B급마초 기호를 사용하는 놀이판이라는 사실, 끼어들 수 있는 틈새를 열어준 놀이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찌질이 캐릭터에 부착된 남근, 허풍을 떠는 남근은 ‘남근성’을 상당히 탈각한 기호

이다. 그리하여 이 찌질이가 사용하는 남근이라는 기호는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억압하는 효력이,

자신의 쾌락을 위해 여성을 사물화시킴으로써 여성을 지배하는 효력이 떨어진다. 여성들이, 이 마

초의 언어가 횡행하는 난장에 뛰어들어 그것을 정치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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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이 점을 여성들은 빠른 속도로 또 직관적으로 간파했고, 거기에서 정치의 공간을 발견하여

자신을 열정적으로 투여했다.

다른 한편,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나꼼수라는 놀이판에서는 ‘가카를 공격’하기 위해서 성적 농

담을 하는데, 이 성적 농담을 위해서는 여성의 성을 일방적으로 대상화하여 계속해서 사용할 수밖

에 없다. 요컨대 외설을 만들기 위해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여성을 성적으

로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것으로 대상화하지 않는 외설은 불가능한가.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지배

문화에서 마초적이지 않은 외설은 거의 존재해본 적이 없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별 없는 성적

농담이나 외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언어 자원은 별로 많지 않다. (뒤에 살펴보듯이 이 성적 대상화

를 둘러싼 젠더 권력 관계는 이제 완전히 일방적으로 여성종속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성적 농담이 아니고서는 지배층을 공격할 수 없나? 정치적 저항의 수사

학이 반드시 성기중심의 코드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나꼼수가 상연하는 외설적 풍자는 조한혜

정 교수의 진단대로 “남성세계에 편재한 폭력과 암투, 외로움” 때문에 섹스에 집착하게 된 남성문

화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한혜정 교수는 나꼼수에게 ‘아랫도리가 아니라 가슴과 영혼이 충

만한 존재’로 존경받는 남자들이 있는 사회도 있다고 충고하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 국면에서 이는

효력 없는 충고이거나 아니면 사실상의 경멸적 무시로 읽힌다. 왜냐하면 정치적 저항의 한 형식으

로 발생한 음담패설의 코드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면, 이는 현재 한국사회의 국면에서 그러한 코

드가 남녀를 막론하고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저항의 형식이었음을 이미 입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외설 코드를 즐긴 여성들은 그저 남성문화에 투항한 수동적 주체로 단정하거나 그 여성들을 일

부러 무시하는 게 된다.

<나꼼수>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여성들은 <나꼼수>의 성립 규칙을 분명 ‘각성’하고 있었다. 어떤

여성의 경우는 마초의 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배층을 공격한다고 하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

놀이를 지켜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전혀 다른 열혈참여녀도 많았다.

이제 제1라운드에서 등장한 대개의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제에 다다랐다. 마초문화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그래서 성적 엄숙주의와 피해자프레임에

갇힌 것처럼 보이게 만든 문제. 이 무지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나꼼수 참여녀들이 어떤 주체들

인지에 대한 논의는 다음 발표에서 더 전개될 것이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이 마초적 놀이터에 여

성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든 배경이 나꼼수 놀이판의 특성, 즉 나꼼수가 B급마초의 기호를 가지고

노는 장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강조점은 ‘가지고 노는’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공론장에

서 성적 농담을 가지고 노는 여성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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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운영규칙:�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하는지� 누가�정

하고,�어떻게�정하는가?� � �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는 마초의 언어를 사용하여 정치적 저항을 벌이는 나꼼수의 성립규칙에서

여성은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이 놀이에 참여하여 이 기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정치적 행위를

벌이는 실제 여성들은 자신이 성적 대상임과 동시에 이를 이용하는 정치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정치적인 주체의 위치에 실제 존재하는 지 계속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가상

의 판타지 속에서 여성의 유동성은 무력함의 원천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나꼼수 멤버들은 이 나꼼수 장이 발화하는 성적 농담이 구축하는 이해-쾌락공동체 안에 여성들

이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한 적은 없다. 그들은 나꼼수 놀이판의 구성원리

를 만들었지만, 이 성립규칙이 실제로 여성들 사이에서 작동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헤

아리지 않았다. 나꼼수 멤버들은 자신들이 발화하는 성적 농담이 어떤 방식으로 수신될 지 미처

예상치 못했음을 자인했다. 김총수는 비키니 시위사진 사건의 발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봉

주 의원이 들어가기 전에 ‘정봉주 편지위원회 수영복 분과’를 만들었고, 특히 남자들에게 ‘수영복

사진을 많이 보내라’고 했다고. 그것은 그냥 재밌으라고 한 말이지 실제 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

었다고. 그런데, 정작 수영복 사진을 보낸 것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다. 더욱이 그녀는 연예인 수

영복 사진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구호를 적어 셀카를 찍은 사진을 응원 사이트에 올렸다. 이 사

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총수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도구로 한 정치적 시위 사건을 자못 침착

하게 이해한 듯이 말하지만, 그 말은 한참 뒤 소란이 가라앉으면서 나온 정제된 설명이다. 앞선 사

건 설명은 그를 포함한 나꼼수 멤버들이 이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거나 이에 적지 않게 당황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주진우 기자의 코피발언이 가지는 좌우사정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을 누나

들에 의해 보살핌과 귀여움을 받는 남동생으로 캐릭터화하는 주진우 기자가, 또한 현실세계에서는

최진실, 장자연 사건 취재까지 도맡아 해온 주 기자가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

라!”라는 문구를 쓴 (귀엽거나, 이해를 못한 분들은 재수없게) 마초 캐릭터로 확 변한 이유가 무엇

일까. 나는 그것이 일종의 ‘자동쓰기’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방에 있는 정봉주를 울트라 마

초로 만들어 ‘가카’의 팔들에게 엿을 먹임으로써 정봉주와 자기자신을 쫄지 않게 만드는 것이 직면

한 과제로 떠올랐을 때, 주기자는 익숙한 마초적 농담 코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었을 것이다. (나

는 주기자가 자신의 발언이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었다는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

고, 그의 진심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는다.)

(주기자가) “누님들 왜 그래, 부끄러워요, 했어야지”라고 한 페미니스트 권김현영의 논평은 이러

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일 게다. 그랬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는 지배적 마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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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안에서 마초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에게 마초를 가지고 노는 것까지를 요구하는 것인데, 이것

은 앞서 말했듯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더욱이 이러한 바램은 나꼼수 멤버들에게 너

무나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이들이 모든 것을 아는 자라고 상정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오빠페미

니즘’을 비판해왔던 우리 페미니즘이 남동생 코드에 기대어 남자에게 규칙 만들기를 모두 다 일임

하고 이 캐릭터놀이를 즐겨보겠다고 말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코피 발언이 가슴시위라는 농담에 대해 반응한 실패한 농담이라든가, 그 실패에

대해 적절히 사과(못 웃겨서 죄송합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났다는 식의 해석이 미묘하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농담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어떤 기호의 의미와 규칙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나꼼수 멤버들은 자신이 익숙한 마초의 기호를 익숙한 방식으로 사용했

다(그냥 던졌다). 하지만 이들은 이 마초의 기호가 여성들과 함께 주고받아질 때 어떠한 의미로 전

달될 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꼼수의 멤버나 청취자 남성, 그리고 여성들은 이 기호 놀이를 벌이

는 규칙을 무엇으로 할지 서로에게 물어보지 않았기에 각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

황에서 우리는 나꼼수 멤버를 코미디언이라고, 즉 사용하는 언어와 해석의 규칙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 가정되는 주체라고 상정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적어도 하드코어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을

때 나꼼수 멤버들이 던진 농담은 코미디언의 농담이 아니라 바보의 농담에 가까웠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는 상상력이 하드코어적 포르노그라피로 치달았을 때, 반응과 해석의 분란

이 일어났다. 이 문구에 대해 어떤 여성들은 불현 듯 불쾌감을 느꼈고, 또 어떤 여성들은 익숙한

마초 코드를 옹녀 코드로 받아침으로써 역으로 갖고 놀 수 있다고보았고, 또는 스테레오타입화된

여성의 섹시함을 개그 소재로 삼는 사마귀유치원과 마찬가지의 것으로 보고 소비하기도 했다. 다음

발표에서 살펴보겠듯이, 그 반응과 해석의 상이성은 또다른 주제이다. 여기서 짚을 것은, 이 코피

발언과 이에 대응한 다기한 여성들의 반응은 새로 열린 이 놀이판에서 자기 출신지의 규칙을 제대

로 까지 않은 채, 옛 규칙대로 그냥 패를 돌린 사람과, 새 규칙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그것

이 무엇인지 명확히 주장하지 않은 사람들, 옛 규칙을 새 판에 맞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부

딛혀 일어난 분란이라는 사실이다.

4.�섹시한�동지?,�물론�가능하다.�문제는�섹시한�시위가�가능한가이다.�

김총수의 이번 정봉주 5회 발언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충고이다. 김총수는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는 인간은 없기에 여성의 성적대상화라는 추상적인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문

제는 욕망을 가진 자연인이면서도 상대를 정치적 동지로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등한 인간

으로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라고 말한다. 그는 비키니 시위사진을 보고 그 여성의 몸을 성적인 기

호로 읽은 것은 단 1초였고, 이내 그녀를 정치적 시위를 벌인 동지로 인식했다고 말한다.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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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처럼 여성의 성에 대해서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러한 정치적 시위는 그 자체로 매우 통쾌”하며

“섹시한 동지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할 지를 결정할 권

리는 오직 개인에게 있고,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비난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그리

하여 결론적으로 초기 페미니즘의 피해자프레임을 수정보완할 때가 아닌가라고 ‘성찰’을 권유한다.

이 대목에서, 상당 수 여성들과 모든 남성들이 ‘뻑 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명쾌하다. 비겁하지도

않다.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다. 김총수의 이 총평은 성적 자유주의로 피해자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몸을 도구로 사용하는 정치적 행위를 결정하는 주체는 오롯이 개인이며, 그

런 개인의 행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개인주의적 설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쾌해 보인다. 이런 식의

성적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적 행위론을 가지고 피해자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부터 보자. 섹시한 동지? 물론 가능하다. 여성과 남성이 (여성과 여성이어도 좋다) 서로

를 성적 매력의 상대로 느끼면서 정치적인 신념을 공유하는 동지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얼마든지 가

능하다. 오늘의 페미니즘이 섹시한 동지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한국 페미니즘이

1980년대식 성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꽤 되었다. 김총수가 헷갈린 점은 비키니시위사

건의 핵심을 섹시한 시위의 문제가 아니라 섹시한 동지의 문제로 치환하여 생각한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치환이 발생했을까. 그것은 정치적 장에서 여성의 성이 가지는 복합적 의미를 단순화

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에 섹스의 코드가 부여되어 거기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있는 상

황, 그런 상황에서 몸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의 의미는 남성과 여성에게 현격히 다를 수밖

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여성의 성에 대해 단순히 보수적인 나라가 아니다. 여성의 성에 대한 이

중 잣대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나라이다. 여자에게 순결을 강요하면서, 이른바 정론지 인터넷

페이지에 여성 가슴 사진이 그대로 전시되는 나라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다

면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여성이 져야만 하는 사회이다. 여성의 벗은 몸이 공적 장에 나갈 때, 어

떤 의미가 만들어지는가, 여성의 섹시함이 어떤 국면에서 어떤 조건에서 정치성을 가질 수 있는가,

남성은 섹시한 정치적 시위를 할 수 있나, 이런 질문들이 마구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것이

섹시한 시위에 얽힌 복잡한 문제들이다.

그러므로 가슴을 벗은 여성의 행위는 개인에서 출발해서 개인으로 끝난다는 식의 논의는 어불성

설이다. 사유와 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그 사유와 행위에 사용되는 언어, 기호, 그것에 부착

된 의미는 사회적이다. 그러므로 모든 개인은 그 사회적, 집합적으로 공유되는 의미를 가지고 사유

하고 행위하는 것 아닌가. 이번의 비키니시위녀는 위에서 말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부착되

어 있는 그 복잡하고도 위험한 의미를 알고 있는 여성이다. 이 여성의 행위가 겉으로 발랄하고 가

벼워보인다고 해서 그 행위를 하는 데 작용하는 사회적 의미들이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무거운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고, 관전자들도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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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나꼼수�놀이판의�규칙,�함께�만들어가자.

나꼼수가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

하는 것도 아니다. 사과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를 묻는 100통의 전화가 현 한국사회 언론의 수준이

고, 여성운동과 단체들이 그 폭좁은 사과의 정치로 몰고 가는 데에 일조했기에 나꼼수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초의 비키니 시위와 코피 발언을 둘러싼 공방

이 벌어지고 뒤를 이어 삼국까페의 성명서와 남성사진작가의 시위, 이보경 기자의 가슴시위, 82쿡

등에서 삼국까페 성명서 비판이 나왔고, 이 각각의 행위들은 모두 다 우려하는 마초 대 꼴페미의

프레임으로 환원할 수 없는 쟁점들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 대한 나꼼수의 대응은 조야한

성적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자신이 나꼼수 놀이판의 플레이어로

서, 이 분란을 해석할 수 있는 다른 프레임을 제안하지 않으면서, 한국페미니즘이 피해자프레임이

라고 단정하였다. (주진우 기자에 대한 법적 위협과 정치적 무력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성희롱사

건 불성립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논란의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김총

수는 이 정도의 논의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실제 피해자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

한 논의를 위해 나꼼수는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좀 더 깊은 자기성찰이 없다는 게 아쉽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나꼼수의 멤버들은 마초라는 놀이 기호를 가지고 놀이판을 연 사람일

뿐, 놀이의 규칙을 만들어 제시하는 주재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그런 위치를 부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새로운 놀이판은 새로운 여성적 정치와 여성 주체의 탄생과 성장을 가능케 해주

는 독특한 세계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비키니-코피 사건은 놀이의 운영규칙을 둘러싼 분란이었

다. 이 놀이판의 주인이자 플레이어인 멤버들은 만들다 만 놀이의 운영규칙을 이 소란스런 여성들

과 함께, 또한 다른 남성들과 함께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판을 엎을 것인지, 혹은 더 키울 것인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열에 아홉은 우리 여성들이다. 왜냐? 여성들 없는 나꼼수 놀이판은 진짜 재미없거든. “조또, 아니

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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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시위’는�어디로�갔나2)

엄 혜 진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수없이 복잡한 지형을 안고 있는 나꼼수 ‘비키니 시위-코피사건’에 대한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

의 공식적인 논평은 비교적 단출했다. 여성단체연합이 트위터를 통해 “여성이 성적으로 동원되는

방식”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몇몇 페미니스트 학자들 역시 신문 칼럼이나 인터뷰를 통해 유

사한 견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정작 이번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핫’하게 지켜봤던

‘비키니 시위’라는 여성의 새로운 정치 행동에 대한 언급은 자제되었다. 나는 이것이 이번 논란의

인식틀을 ‘마초’ 대 ‘꼴페미’의 대립구도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회피, 혹은 눙침이었다고 생각한

다. 페미니스트들은 ‘비키니 시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마초문화’에 대한 비

판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려 안간힘을 썼고, 그러면 그럴수록 대중들은 ‘꼴페미’의 ‘닥치고 사과’

깔대기에 신물을 냈다. 밥 달라고 하는데 젓가락 잡는 법만 알려주려고 하니 짜증날 밖에. 이 글은

‘비키니 시위’가 페미니스트 논의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미끄러져나갔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의 함

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비키니�시위’�대� ‘코피�사건’:�자유주의�뒤로�숨지는�말자

삼국카페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을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니라”, “‘가슴 사진 대

박, 코피 조심’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여성관의 한계로 나타난 ‘코피 사건’”으로 의미화 했고, 많

은 페미니스트들이 이에 공감하면서 이 사건은 빠르게 성희롱 프레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으로써

‘코피’ 발언이 사건의 시작으로, ‘비키니 시위’는 그것을 ‘눈요깃거리’로 삼고 누드 사진을 올리며

환호한 남성들의 집단적 ‘성희롱’의 대상이라는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해 비키니 인증샷 사진을 올린 불법미인은 “나꼼수 듣고 비키니 시위한 거 아니다. 나꼼

수가 사과하는 건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나꼼수에 사과

를 요구하는 주장들을 일축했다. 이보경 기자는 이에 “쭈그러든” 가슴 사진으로 화답했고, 김어준

팬카페(김어준과 지시식들)의 회원인 닥치고역사는 공지영작가와 삼국카페가 “여성의 욕망의 표현

을 졸지에 마초들에게 놀아나는 나약한 성적 존재로 전락시켜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성적 소비의 대상이었다는 주장과 재기발랄한 시위 형태라는 입장의 차이. 즉, 놀

이로서의 정치라는 형식을 띠고 있는 나꼼수 안에서 ‘성적 즐거움’과 ‘정치’가 어떻게 결속되어 있

2) 이 글은 미완성 초고입니다. 지면에 발표되기 전 저자의 동의 없는 인용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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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그것의 발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둘러싼 남녀간 뿐만 아니라 여성들간 이해의 차이가

이번 나꼼수 논란의 중심적인 지형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일부 여성들이 불편하고 안 불편해

하고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아니다”라는 변혜정 교수의 주장과 달리 나는 오히려 ‘비키니 시위’와

그에 대한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에 대한 해석과 입장의 차이야말로 근원적 논점이었으며, 페미니스

트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대면했어야 할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나꼼수의 폭발력은 ‘시바’, ‘좆까’로 날리는 주류 정치와 권력에 대한 성적 유희에 있었다. 여성

들은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는” B급 마초의 ‘찌질하고’, ‘쉬워 보이는’ 남근성은 덜 위협적이라고 간

파했고, 거기에서 정치적 공간을 발견했다. 지배층을 겨냥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시바’나 ‘좆까’를

남성들과 동일하게 유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 사회에서 성적 욕망의 주체적 표출은 남성

에게 우선권이 배당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나꼼수 사건에서 새로워진 문

제는 ‘비키니 시위’와 같은 성적으로 ‘대범한’ 정치적 실천이 그 구조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여성들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기 시작했는가에 있다.

‘비키니 시위’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일반적인 대응은 개인의 자유로서 인정한다는 것이었고, 이

는 여성들 간 차이의 발현이라는 일반적 수사에 기초해 있었다. “자기 몸을 활용한 시위 방식에

동의했다면 그 여성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접근이 ‘비키니 시위’의 의미를 이번 사건에서 효과적으로 지우고 탈정치화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비키니 시위’를 개인의 선택 논리에 두거나 논외화(!)함으로써, ‘비키니 시위’ 이후 자신들의 대응

역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반박의 근거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김어준은 성인

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문제 삼는다면, 이 여성이 ‘골빈 여성’, 즉 개인에 미달하는 존재라는 입증의

책임을 페미니스트들이 져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는 남성들이 ‘비키니 시위’를 성적 대상

으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그 여성 개인에게 있다는 자유주의 논

리에 개방된다.

페미니즘에서 성적 쾌락의 불균등성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다루는 이론적 자원은 ‘성적자기결정

권’ 개념이다. 내 몸의 자기소유에 근거하여 타인의 침범 여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나와 타인의 관

계 및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을 삭제하면서 가해자-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만을 반복할 수 있는

딜레마에 대한 성찰은 이미 페미니즘에서 논의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자-가해자 구도로

확정할 수 없는 여러 중층적 결들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손쉽게 ‘마초문화’의 틀로 환원시키는 경향

이 있다. “비키니 올린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 올렸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면, 즉 피해자가 없

다면 ‘가해자’도 아닌 남성들에게는 “우리들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니 욕망이 형성되는 방식이 문제

다”라거나, “여자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것과 남자들이 ‘너희 한 번 올려봐’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라는 ‘마초문화’ 틀로 일반화시킴으로써 성찰의 구체성을 떨어트리고, 불필

요한 성대결을 확산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키니 시위’를 소비한 남성들의 행위에 대해 느낀 여성들의 불쾌감은 어떻게 해석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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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할까. 이들이야말로 ‘마초문화’의 ‘피해자’일까? 삼국카페는 주진우 기자의 ‘코피’ 발언과 뒤이

어 남성들이 ‘여자의 가슴에 환호하며 마음껏 성욕을 발산하는’ 행위는 여성의 정치 행동을 남성의

정치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비키니 시위’를 개별

남성에게 보내는 성적 향응의 메시지가 아니라 ‘성적 대상화’를 일종의 코스프레로 활용한 정치적

행동으로 이해했으며, 삼국카페가 문제삼은 것은 이 코스프레라는 정치적 놀이의 (아직 완전히 합

의되지 않은) ‘규칙’을 벗어나 ‘의상’ 벗어던지고 ‘달려든’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여성들은 ‘성적’ 불쾌감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성적 대상화’ 코스프레를 정치적 행동의 도

구로 삼을 때 필요한 (아직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놀이의 규칙을 문제 삼고 이것을 어떻게 정의

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에 붙인 문제제기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재기발랄한 ‘비키니 시위’가 여성들에게 그 의미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단지 차이

의 문제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없는 결들이다.

‘비키니 시위’ 여성들의 행위를 단지 개인의 선택이라는 범주에 두고, 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적 불균형을 ‘마초문화’로 환원하며 비판하는 일은 쉬운 선택이지만, 새로운 정치 형식에서 파생

된 다양한 논점들을 단순하고 익숙한 프레임으로 정리하기보다는 놀이의 구조와 양식 자체가 가지

고 있는 젠더적 성격과 그 관계 변화에 주목해서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 ‘비키니�시위’�대�슬럿워크� :�여성의� ‘몸’에�대한�정치화�기획은�하나가�아니다

몇몇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정치화한 기획으로 1960년대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들의 브래지어 태우기나 슬럿워크(잡년 행진)를 사례를 들어 ‘비키니 시위’와의 차이를 각별하게

부각시켰다. 여성학 강사 권김현영은 “슬럿워크에 참여한 여성들은 벗었지만 이를 남성들이 ‘성적

대상화’할 수 없도록 자신의 몸을 만들었다. 여성들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나는 내 욕망

이 뭔지 알고 있어’, ‘나는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자유가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그 자유로움

에 근거한 강함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빈민촌 철거 반대 투쟁에서 ‘아줌마’들이

‘젖가슴’을 풀어 젖히고 오물을 던지며 싸우곤 했던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해 보자.

이 각각의 ‘가슴’들이 정치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방식과 내용은 모두 다르다. 슬럿워크는 ‘뚱뚱하

고’, ‘더럽고’, ‘천박하고’, ‘지저분한’ 할 수도 있는 몸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

요된 순결하고 순수한 몸이라는 단일 명제를 거부하는 것이 정치적인 목적이었다면, 철거촌 중년

여성들의 젖가슴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생존권 투쟁의 전선에서 전경들에게 ‘발가벗겨진 모성

의 공포’를 유발시킴으로써, 공권력의 폭력에 저항하는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비키니 시위’는? 나

는 이번 ‘비키니 시위’가 ‘성적 대상화’라는 익숙한 문법을 고의적으로 활용하여, ‘섹시한’ 몸이 곧

‘타락한’ 여성이거나 ‘골빈’ 여성이 아니며, 가장 ‘고결한’ 정치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

으로써 ‘순결한 여성’과 ‘타락한 여성’이라는 대당을 벗어나려는 주체적 시도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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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이 사안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즐겁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표현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은 다시 한 번 여성들 자기자신에 의해 검열 받게 됐다. 남성들의 성적

매력은 여성들이 침흘리며 쫓아다니지 않으니까 맘대로 발산해도 되고 여성들의 성적

매력은 남성들의 마초적 소비방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얌전하게 조신하게 남성

들을 도발하지 않으면서 “닥치고 순결” 그러고 있어야 하나?-닥치고역사(김어준과 지

식인들) <삼국카페공동성명서에 대한 반박 의견>

닥치고역사는 삼국카페 성명성에 대한 반박문에서 “여성들의 성적 매력”이 “남성들의 마초적 소

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닥치고 순결”해야 하냐고 물었다. 조한혜정 교수는 “사랑스런 입맞

춤과 다정한 산보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취향의 문제를 떠나, 성적 소비가 일상적으로 만연

한 이 “성기 중심의 섹스 문화가 극성을 부리는 사회”에서 그런 안전한 쾌락의 장소가 어디에 있

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비키니 시위’는 성적 쾌락을 평등하게 누리고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비아그라”를 먹고 “미모의 여친 녹초만드는 비법”을 검색하며 “섹스

에 집착하는 사회”에서 ‘닥치고 순결’하며 수동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파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성적 소비를 자신의 정치 안으로 적극적으로 견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자신의 몸을 활용하는 방식과 의제의 차이일 뿐, 슬럿워크와 마찬가지로 이번

‘비키니 시위’는 몸에 대한 기존 관념을 해체하는 저항적 성격의 가능성을 얼마든지 가지게 된다.

나는 이 ‘비키니 시위’ 자체로서도 발랄한 시도라 여기지만, 그것의 잠재적 가능성을 더 신뢰한다.

이 ‘비키니 시위’가 열어젖힌 담론장, 즉 “니 가슴 코피 날정도 멋진데~ 하면, 니 좆도 만만찮게

단단하구나 하구 퉁 치면 될 일”과 같은 긴요한 대응 수사의 개발은 여성들이 성차별적 일상을 당

당하게, 쫄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임파워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섹시하지

않은 “쪼그라든 가슴”을 내보이는 행위는 대상화된 몸, 소비되는 여성 육체에 대한 남성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조롱하는 슬럿워크와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즉, ‘비키니 시위’는 하나의 형식으로서

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 패러디를 통해 자기 갱신을 해나갈 것이다.

3.� ‘비키니�시위’�대� ?� :�새로운� ‘여성적’�정치에�주목하자.� �

대체 ‘비키니 시위’는 어떻게 튀어나왔을까? 아마도 우리가 가장 궁금해 했거나, 궁금해해야할

질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인상적인 것은 삼국카페(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화장~발)의 정

치적 영향력이다. 이들은 최초의 문제제기자 그룹으로서 자신들의 항의를 단지 ‘조중동 알바’로 취

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음에도 이를 수수방관한 나꼼수에 ‘지지 철회’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

고, 정봉주의 ‘사과’로 상징되는 부분적 ‘항복 선언’을 받아냄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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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시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촛불소녀, 하이힐, 유모차 부대는 여성의 가장 일상적인 영

역에서 나눈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치적 의제에 개입하여 집합행동을 벌이며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들을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호명하기만 했지, 그 새로움의 의미

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여성들이 외모관리, 요리, 연예인, 인테리어 등 사적

인 생활 영역에 일차적 관심이 있기 때문에 ‘먹거리’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이들의

정치참여의 동기라고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참여가 광우병 시위는 물론, 이

후 4대강반대나 한미FTA반대 등과 같은 ‘공적’ 사안에도 제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제적

접근은 곧바로 반박되었다.

그런데 나꼼수에 대한 여성들의 열렬한 환호와 이번에 벌어진 사건의 특징을 통해서, 이 ‘여성

적’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여성들의 커뮤니티 문화나 팬덤 안에서

자신들의 솔직한 욕망을 몸이나 성적 코드를 활용한 놀이로 만들어내는 실험을 벌이고, 지배(가부

장제) 담론을 유머와 웃음으로 희화화했던 담론과 실천의 형식이, B급 마초라는 정체성으로 유쾌

하게 저항하는 나꼼수의 정치 형식과 잘 결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비키니 시위’는

단지 몇몇 여성들의 돌출 행동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이러한 ‘여성적’ 정치의 형태의 연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워너비시아버님 문**’ 응원이나 ‘도시락 조공’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정치후원금 보태고 우리가 개념정치인이라 부르는 그분들 개별강연 주최 위해 발로

뛰었다. 바자회 물건 내놓고 팔고 사고 그 돈으로 정치하자며 봉은사 앞마당, 땡볕과

폭우 속에서 싸웠다. 한겨레와 경향에, 파업중이던 MBC에 힘내라고 간식 폭탄 퍼부었

다. 시위현장에서 물대포 맞아가며 우비 나르고 핫팩 쥐어주고 김밥 먹였다. … 우리는

너희들이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정치담론화하는 것에 낚여 앞뒤 없이 뛰어

들어 이 판 아이돌화시킨 빠순이가 아니고, 그게 우리에겐 정치였다. 4년 내내. 주진우

에 환장하고 김총수 섹시하다 빠순질한 게 아니라 이해찬을 쿨붱으로 문재인을 워너비

시아버님으로, 한명숙을 우리 횐님으로, 그게 우리 방식의 여성적인 정치다. …시위대

를 위한 먹을거리, 입을 거리 준비하고 댓글북 만들고 떡이라도 조공하고 초청강연 듣

고 드레스코드를 맞춘 플래시몹을 하고 광고시안을 만들어 투표하고 시위를 생활로,

퍼레이드처럼 즐기는 게 여‘성’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우리 시위방식이었지 속옷 입고

젖가슴 위에 립스틱으로 애교스러운 글을 써서 ‘여성, 새로운 표현의 자유’ 소리 듣고

싶은 생각 따위 전혀 없다. 진보의 꽃이 되어 재잘거리며 신선한 활력소가 되어주는

여동생 역할은 공짜 나레이터 모델같은 저 짓보다 더더욱 싫다. 그런데 어째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된 것 같다. 경기는 듬직한 남자님들께 맡기고, 폴짝폴짝 현란한 수

술을 흔들며 우리 진보 파이팅 외치는 게 그 정도가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 대본이었나

보다” -삼국카페 똥을품은배

삼국카페의 회원인 똥을품은배의 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여성적’ 정치는 어머니, 아내, 여

동생이라는 기존 젠더역할에 기초한 롤플레이를 활용하는데 기반해 있기도 하며, ‘우리는 진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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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가 아니라는 그녀의 주장처럼 그 젠더역할의 허용가능한 범위와 의미를 둘러싼 갈등과

분란이 빚어지는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이 ‘여성적’ 정치의 실체는 여전히, 아직은 알아

가고, 논의해야할 산적한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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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카페,� 개념녀�또는�꼴페미?� :� 성명서가�담지�못한�이야기3)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

1.�들어가며

삼국카페(이하 삼국)는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한국사회의 공식적 집합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이후 지난 4년간 대단히 주목할 만한 정치적 행보들을 계속 걸어왔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촛불집

회는 집회 자체가 한국사회에 거대한 농담을 던지는 스타일로 진화하면서 모든 투쟁의 언어, 정치

의 형식이 ‘촛불 이전’과 ‘촛불 이후’로 나뉘어질 만큼 강력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정치 문법은

변화하였고 그 입법자들의 핵심에는 ‘물대포 쏘지 마라, It's Waterproof' 피켓을 들고 나온 2~30

대 젊은 여성들, 그리고 삼국이 있었다.

지난 2월 6일 우리에게 전달된 삼국의 성명서에는 2~30대 여성회원들이 촛불정국을 통과한 이

후 삼국을 기반으로 정치적 활동을 벌인 역사가 간략히 담겨있었다. 삼국 회원들이 그동안 보여준

놀라운 ‘화력’을 상기해 볼 때, 이들이 성명서에 열거한 실천 목록들은 차라리 겸손해 보일 정도이

다. 이곳은 패션과 성형, 화장, 연예인 정보를 공유하는 외모관리 커뮤니티인 동시에 YTN, MBC

파업, 4대강 반대 집회, 한미 FTA 반대 집회, 바자회, 자원봉사활동, 투표독려 운동, 후원금 모금

사업 등을 대단히 열정적으로 실천한 투쟁공간이었다. 이 이질적 정체성이 카페 안에서 아무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를 능동적 시민으로 규정하면서 ‘우리 존재 파이팅’ ‘궁디팡팡’

해 온 회원들간의 상호배려가 수년에 걸쳐 있어 왔고, 정치를 곧 놀이로 만드는 인터넷 문화의 직

간접적 당사자가 삼국이기 때문이다.

아래 게시물에서 나타나듯이, 인터넷 안에서 형성되는 2~30대 여성들의 정치문화는 삼국카페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D� 김**� :� 삼국카페�주소가�어떻게�되나요?� "나꼼수"에서�사과할�정도로�대단한�집단인지�

한번� 들러서�확인해야겠습니다.�

ID� 김*� :� 삼국연합은� 쌍코� 소드� 화장발의� 다음� 내� 3대� 여초카페입니다.� 뭐,� 주소는� 알아도� 비

공개라� 들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이들이� 광우병� 파동� 이후� MB� 정부� 빅엿� 먹이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맞습니다.

일단� 회원수가� 수만에서� 수십만으로� 알고� 있구요,� 각종� UCC를� 제작해�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

키고� 플래시몹� 등을� 통해� 조중동과� MB� 정부에� 빅엿을� 안겨줬습니다.(중략).시위� 당시� 이쁜� 언

니들이�마스크�같은�것�하고�떼로� 다니는�경우� 삼국카페�회원이었던�경우가�많이�있었습니다.

(여)고생들이� 시작한� 시위를� 키우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시위현장에� 언니들� 뜨고� 나서� 젊

은�남자들도�본격적으로�참여했죠.� MB� 정부�흔드는데�큰�축이었던�것은�맞습니다.�

3) 이 글은 미완성 초고이므로, 지면에 발표하기 전 저자동의 없는 인용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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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정권�교체를�위해서는�삼국연합도�중요한�세력입니다.� 20대�초반� 여성표가�수십만표인데

다� (딸려오는�남친표까지�하면...� ㅎㄷㄷ)�

여기� 영향을�간접적으로�받는�쭉빵�같은� 다른�여초카페들�여론을�생각하면�

절대로�무시�못하고�못버릴�집단입니다.�

ID� 박**� :� 제가� 알기로도� 광우병� 때이던가,� 한겨레� 일면에� 최초로� 광고� 실은게� 삼국카페연합

인걸로�알고�있습니다....김*� 님� 말씀처럼�추진력이�엄청나게�강한�곳이기도�하구요....�

ID� 이**� :� 거창하게� 성명을� 내고� 동지의식을� 내려놓느니� 해서� 왠� 듣보잡이� 카페인가� 했는데�

과연� 그럴만한�곳이었군요.�

오디오 쇼핑몰 “와싸다닷컴”의 자유게시판, 글번호 529494

http://board.wassada.com/iboard.asp?code=freetalk4&mode=view&num=529494

2.� ‘대장부엉이’에는�없고� ‘나꼼수’에는�있는�것�

대장부엉이는 이해찬 전 총리의 팬카페이다. 삼국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다른 카페를

들고 나온 것이 엉뚱하게 여겨지겠지만,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사람에

게는 대장부엉이(로 대표되는 정치인 팬클럽)의 출발이 삼국에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양한 회

원층이 존재하는 지금과 달리, 대장부엉이 초반 회원들은 거의 삼국 회원들이나 다름없었고 때문에

삼국의 독특한 말투와 유머코드, 놀이문화가 초기 대장부엉이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연예인을 캐릭터화하여 즐기는 팬덤 문화에 정치가 접속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블리, 이해

찬은 쿨붱, 안희정은 냉미남으로 변신한다. 이해찬의 아저씨 패션을 보다 못한 회원들이 어느날 작

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데렐라처럼 꾸며준 ‘플젝-런어웨이’ 일화는 초창기 대장부엉이에서 즐

겁게 회자되는 추억 중 하나다. 회원들이 입혀주는대로 멋스럽게 머플러를 두른 이해찬은 쑥스럽지

만 한 손에 국화꽃다발을 들거나 스파게티를 먹는 설정샷을 찍으며 최선을 다해 ‘팬서비스’를 제공

한다. 회원(팬)들이 ‘뉴요커 된장붱’이라며 사랑스럽게 놀리는 댓글 속에는 진심으로 그를 아끼고

지지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댓글북을 모아 전달하는 것, 팬미팅 회비 입금하듯 선착순으로 강연회

를 신청하는 것, 1주년 동영상을 만드는 것 모두 연예인 팬덤 문화의 정치인버전이이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현상이 정치-놀이-팬덤문화의 경계가 역동적으로 허물어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진 난장이라고 볼때, 삼국회원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이 이 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즐

겁게 뛰어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MB 정권이 접해보지 못한’ 이 희대의 잡놈들에 대한

열광에 노소 구별은 있었을지 몰라도 남녀 구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삼국의 여성들이 나꼼수 4인방과 더불어 가카에게 빅엿을 먹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

한 현상과 기존 정치인 팬덤 문화와 결정적으로다른 점은, 나꼼수 놀이터 특유의 마초문화코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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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게임의 규칙임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걸러지지 않은 마초의 언

어를 지난 수개월간 나꼼수와 함께 공유할 정도의 ‘내공’ 정도는 여성들도 이미 갖추고 있다.

3.�마초의�언어� :�저항적�즐거움과�게임의�규칙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성적 존재로서 자기 욕망을 적극 인정하는 모습은 지극히 폐쇄적인 삼국

카페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여초 카페들의 익명게시판, 혹은 디시인사이드의 여초갤러리(주로 아이

돌 갤러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4) 이들이 웹에서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가지고 유희하

는 수준은 ‘원빈의 초콜릿 복근을 보고 침 흘리는’ 정도의 귀여운 표현으로 설명될 것이 아니다.

‘욕정녀’라는 닉네임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섹시한 남성 연예인을 ‘모니터 남친’이라 부르면서

“**아 함주라!”고 릴레이로 외치는 것, ‘마음은 걸레인데 몸은 강제순결’이니 ‘빨리 심남이라도 생

겨서 존나 들이대고 싶다’ 정도의 섹드립이 수많은 여초카페에서 아무 거부감없이 유통되고 있음

은 오픈된 검색엔진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적나라한 마초의 언어가 쥐어질수록 이들은 서로가 ‘이 구역의 미친년’임을 장난스럽

게 경쟁하고, 기존 젠더관계가 요구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파괴하는 놀이를 실천한다. 젊은 여성

들 스스로가 남근중심주의적 음담패설을 통해 젠더권력을 조롱하는 트레이닝을 일상적으로 벌여나

가는 것이다. 여기서 얻어지는 전복적 쾌락, 저항적 즐거움은 여성의 몸에 대한 이중잣대가 그 어

느 나라보다 강한 한국사회를 견디는 힘이 되어 준다.

때문에 일부에서 생각하듯 여성들이 나꼼수를 대할 때 ‘듣기엔 좀 거북했지만 그럭저럭 넘어가

주는’ 위치에서 청취한 것이라고 평면화하기 힘든 것이다. 마초의 언어, 마초의 언어를 흉내 내는

찌질이, 격하된 남근 같은 기호는 가카를 향한 정치적 공격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간

파하며, 그동안 꾸준히 투여해 온 자신들의 정치실천 에너지를 나꼼수 놀이터에 적극 이전한 것이

다. 김어준이 아무리 좆까 씨바를 접속사처럼 구사한다 해도, 그것이 이 즐거운 놀이터의 규칙이라

는 것을 알기에 삼국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은 나꼼수 놀이터를 남의 놀이터에 잠시 놀러온 것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공간으로 삼았다.

비키니-코피 사건이 터지고, 놀이터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코스프레 의상을 벗어던진 상황에서

작성된 다음 글은, 삼국카페의 여성들이 나꼼수를 아껴 온 정서가 무엇이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비록 놀이터 안에서는 외설의 레토릭과 캐릭터 놀이를 나꼼수와 공유하며 낄낄댔지만, 삼국

카페 성명서에도 나와 있듯 나꼼수를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적-동반자적 관계”로 깊이 신뢰

했음을 알 수 있다.

4) 삼국 카페가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은 커뮤니티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본 글은 삼국 내부 언설의 직접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음을 밝힌다. 대신 삼국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여초 사이트들을 비슷한 맥락에서 차용하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사이트들은 폐쇄적인 삼국과 달리, 인터넷 유저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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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이�있다.�

그들은�일주일에�한번,� 혹은� � 열흘에�한번� 정도�만난다�

그리고�그�만남을�위해�한�사람은�약속일�아침� 부터� � 계속�시계를�보며�기다린다

아�언제� 도착하지?� � 빨리� 왔으면�좋겠다.� �

그리고�만나면�즐겁게�이런� 저런�세상�사는� 이야기를�나눈다�

그리고� � 한쪽이�요즘� 하고�있는�일에� 대해�이야기를�하면�

응원도�해주고,� 조언도�하고�해준다.�

한�사람이�특별히�어려운�일을� 시작하려�한다는�말을� 듣고�

다른� 한� 사람은� 아,�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어서� 더�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안타까워

한다� (중략)� 다른� 한� 사람은� � 회사일을�미루고�기꺼이�그�사람을�만나러�간다

그�사람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되려고� � 그� 사람이� 하는� 가게에서�물건도� 사고� �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 저기�소문도�내� 준다

그렇게�지내온지가� � 벌써� 6개월이�넘었다.�

자�당신은�이런�관계를� � 뭐라�부를것인가?�

동성� 간이라면�매우�친한�친구,�

이성간이라면� ,� 애인이거나,� � 혹은� � 매우� 신뢰가�깊은� 이성친구�아닌가?�

당신은�이런�관계를�남남�이라고�하는가?�

(중략)

그래서�지금까지�짝사랑(?)� 짝우정(?)을�내려놓는다고�말했다�

뭐가� 이상한가?�

친구도�아니고�동지도�아닌� 사람에게�동지애를�갖는게�더�미친년이지�

<45세�세�아이의�엄마에게>�

2월� 8일� 쌍화차코코아에�올라�온� ‘주침야활’의�글5)

4.�규칙이�깨지자�벌어진�일들� :�미권스�댓글과�삼국�성명서

비키니-코피 사건이 대외적으로 폭발한 계기는 주진우 기자의 트윗이었지만 여성들의 문제제기

를 작동시킨 중요한 플레이어에는 정봉주와 미래권력자들(이하 미권스) 안의 남성청취자들도 있었

다. 1월 20일 최초의 비키니 시위 사진이 올라온 이후 미권스 안에는 몸을 이용한 각종 인증샷이

줄을 이었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급기야 그라비아 사진6)들을 모아 ‘나와라 정봉주’를 새긴 게시

물까지 등장했고, 여성 회원의 비키니 사진을 자신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깔았다고 자랑하는 글도

나타났다. 이른바 ‘놀이의 규칙’은 순식간에 균열되었다. 첫 비키니 시위 사진이 올라온지 1주일

5) 이 글은 김어준 팬카페 회원 ‘닥치고역사’가 자신을 45세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히고 쓴 <삼국카페공동성명서에 대한 반박의견>에 대한 쌍코 회원의 재반박 글이다. 작성자인 ‘주침야활’은 자신의 글을 김어준 팬카페에 퍼가달라고 부탁했다.

6) 그라비아(グラビア). 일본의 영상물 산업 중 하나이며, 주로 젊은 여성의 비키니 차림이나 세미 누드를 찍은 영상물 또는 화보집을 뜻한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은꼴사(은근히 꼴리는 사진)’라 부르는 사진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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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바로 그 주진우 기자의 트윗이 올라오게 된다. 이제 문제제기자들은 항의를 넘어서 사과를 요

구하기 시작했다.

사건 초반에 나꼼수의 사과를 요구한 여성들의 속마음에는 아마도 ‘사과를 통해 다시 나꼼수 난

장 안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있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놀이의 판은 깨졌고

핵심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놀이판을 수습하려면 사과라는 면피의 절차가 필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미권스 회원들과 나꼼수 멤버들이 보인 모습을 통

해 삼국은 더 이상 이 놀이터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규칙이 깨지자 미권스의 남성청취자들은 동지-동반자 코스튬을 벗고 함께 공유해 온 마초의 언

어를 진짜 남근으로 둔갑시킨다. 밑도 끝도 없는 진영논리와 저질 댓글, 한나라당 알바 혐의에 문

제제기자-삼국회원은 ‘지옥을 맛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삼국은 2월 6일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5.�성명서�나침반

삼국의 여성들은 페미니즘 담론의 세례를 받고 여성주의적 자의식을 획득한 주체이면서도, 한편

으로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의 질서를 살아가기 위해 외모관리, 성적욕망의 표현, 이성애연애각본

등에서 다양한 타협지점을 모색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젊은 여성의 불안한 섹슈얼리티, 여성이 성

적 욕망의 주체로 선다는 것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 전체와 영리한

‘밀당’을 계속하는 중이다.

이들이 투표를 통해 ‘기어이’ 성명서 발표를 결심하고, 수백개의 댓글을 달아가며 문구 하나하나

세심하게 골라 완성하기까지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명서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 사건을 우리 언어로 ‘기록’해야만 한다는 절박함과 우리 존재를 손쉽게 ‘del'키로 지우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삼국 성명서가 한 일간지 1면에 실리고 급기야는

정봉주 전 의원이 삼국에게 사과 편지를 배달했다. 남은 나꼼수 멤버들도 ’봉주 5회‘ 방송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자신들(정확하게는 김어준)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사건의 핵심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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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으로 1라운드를 종결지었다.

삼국 여성들은 나꼼수에게 가졌던 애정과 지지를 내려놓으면서 ‘여성들에게 진보의 짐이 더욱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그 짐을 내려놓지도, 타협하지도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놀이터에서 삼국은 나꼼수를 비롯한 수많은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

다. 놀이 규칙을 타협할 수도, 다시 판을 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복잡한 한국사회의 정치지형

안에서 삼국의 여자들은 성명서를 나침반 삼아 ‘우리의 길을’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게 됐다. 주전

선수가 판을 떠나고, 나꼼수 팬덤에는 이제 엑스맨들만 남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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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관전�포인트,� '닥치고�사과'

김원정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

1.�들어가며

이번 나꼼수 사건은 다양한 정치·사회적 위치에 있는 화자들이 뛰어들어 수많은 논점을 쏟아 부

은 그야말로 복잡하고 중층적인 논쟁의 장이었다. ‘나꼼수가 사과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가 실시될 만큼 그 파장 또한 광범위했다. 때문에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뿐 아니라 여러

화자들이 어떻게 사건을 분석하고 개입했는지도 하나의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노조와 진보정당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현재도 “극좌진영”으로 분류되는 진보정당에 속해

있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 중에서도 ‘진보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거치며 확실히 ‘입진보’라는 타이틀을 얻은, 대

체로 나꼼수 자체에 혹은 그들의 정치 성향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다.

사실 몇몇 논객들을 제외하면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논쟁에 뛰어든 진보진영의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은 나꼼수를 “안 봐서” 모른다고 입을 열며, 관전자의 위치

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의 반응과 개입에서 나는 그동안 운동사회

성폭력 사건의 해결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재연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운동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사건을 정의하고 해결하는 하나의 각본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가 하면, 정작 비키니

-코피로 쟁점화 된 젠더 정치는 ‘진짜 진보’ 가리기 논쟁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2.�나꼼수�사건�관전�포인트,� ‘닥치고�사과’�프레임

이 사건에서 진보진영의 관전 포인트였던 성폭력 사건 해결 프레임의 문제는 무엇이었고, 이것

의 적용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첫째, 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손쉽게 ‘성폭력’으로 정의해 버리는 것이다.

‘손쉽게’라 함은 해당 사건이 어떤 젠더 위계를 드러내는 것인지, 그에 따라 뭐라고 명명해야 하

는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토론하지 않은 채 일단 성폭력으로 정의해 버리고 시작한다는 것이

다. 이는 진보진영에서 성폭력이 “모든 젠더 차별과 폭력을 다루는 의제로 과잉의미화”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성과 관련된 사건의 다양하고 복잡한 맥락을 애써 읽어내려는 노력을 회

피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러한 사건들을 설명할 언어 자원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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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꼼수 멤버의 코피·비키니 발언이 나왔을 때 진보진영에서 이 사건은 백인백색의 용어

로 일컬어졌다. 성희롱, 여성 비하, 성적인 비하 발언, 성적 대상화 등.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림으

로써 성적 대상이 ‘되어 버린’ 여성이 있고, 그것을 “마초적 방식”으로 “소비”한 행위가 있었으니

성폭력이 아니라 할 이유는 없는 듯하지만, 정확히 그렇게 명명하기에 이 사건은 너무 복잡했고

일반적으로 성폭력을 구성하는 가해-피해 구도도 불분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키니-코피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진단하기도 전에 해법은 벌써 다음 단계로 이동해 버렸다.

둘째, 성폭력으로 규정하면 무조건 가해자 사과를 요청하는 것이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개인과 공동체가 무엇을 해

야 하는지를 충분히 논의하기 전에 가장 먼저 요청되는 해법은 가해자의 사과이다. ‘사과 요구’와

‘즉각 사과’가 마치 해결의 완벽한 ‘공식’인 듯, 사과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

지도 모른 채 머리를 숙이기도 했고, 때문에 ‘당신의 사과가 진정한 사과인가’가 성폭력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이 되기도 했다.

코피·비키니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하자 진보진영도 즉시 사과 요구에 동참했다. 진중권

은 일찍이 “질질 끌 것 없이 나꼼수 멤버들이 빨리 사과하는 게 좋다”며, “여기서 사과하지 않으면

나꼼수에서 여성팬들 다 떨어져 나가고 골빈 X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비키니-

코피 사건은 이 공식을 적용하기에는 여러 모로 모호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사과를 받아야 할 당

사자가 분명치 않다. 그에 가장 근접하다고 할 수 있는 ‘불법미인’이 나꼼수의 사과는 “모욕”이라

는 입장을 밝혔고, “여성팬들”은 불쾌함을 느꼈다는 “여성팬”과 ‘웃자고 한 얘기’니 사과할 필요 없

다는 “여성팬”으로 나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자인 나도 불쾌했다, 이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피해자를 자처하는 남성들도 등장했고, 사과 요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져야 한다,

꼭 사과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등 모호한 입장 표명으로 바뀌기도 했다.

결국 나꼼수 ‘전체’의 사과는 없었다. 나꼼수 멤버 중 감옥에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이 사건에

서 진정한 성적 대상은 자신이었다고 농치며 삼국카페에 사과편지를 보냈고, 김어준 총수는 사과는

커녕 논리 정연하게 이 사건이 성희롱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며 앞으로도 성적 농담을 계속하겠다

고 선언했다. 사과를 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문제가 되었던 ‘성과 관련된 무엇’의 실체도

해명되지 않은 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나꼼수 사건은 묘한 찜찜함만을 남겼다.

이렇게 ‘닥치고 사과’ 프레임은 진보진영이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책으로 들고 나선 카드로도 유

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키니-코피 사건을 해석하는데 알맞은 관전 포인트도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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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다시�반복된�젠더�정치의�실종

들끓는 이 논쟁의 장에 뛰어든 몇몇 진보진영의 논자들은 SNS 상에서 나꼼수 ‘광팬’들의 공격에

‘전사’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투의 핵심 논점은 비키니-코피 문제가 아니었다. 한

윤형의 말대로 이른바 “기존 진보 대 나꼼수식 진보” 논쟁은 이미 이 사건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

고, 비키니-코피 발언을 통해 드러난 나꼼수 멤버들의 마초 근성은 두 개의 진보 중 ‘진짜 진보’를

가르는 이 논쟁의 또 다른 잣대가 되었다.

반지성주의, 파시즘, 정치의 예능화·종교화, 음모론 조장 등 나꼼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

던 ‘기존’ 진보진영 논자들은 이 문제의 리스트에 “여성의 성 상품화”를 추가했다. 이 사건으로 마

치 나꼼수가 ‘사이비 진보’였다는 게 입증되었다는 듯 나꼼수를 타이르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

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꼴페미와 입진보 vs 마초와 나꼼수식 진보’라는 보다 복잡한 논쟁의 장으

로 확대되는 듯 했지만, 정작 ‘기존 진보’와 ‘나꼼수식 진보’ 논쟁에서 비키니-코피 사건의 실체는

그다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나꼼수 비판이 진보개혁세력 공동의 적에 빌미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또 한쪽에서는 나꼼수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위험하다는 비판이 치열하게 오갔

을 뿐이다.

이러한 광경은 진보진영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종종 목격되었던 현상과 겹쳐진다. 성폭

력 사건이 진보진영 내 서로 다른 정파 간의 정치도구로 활용되면서, 성폭력 의제가 젠더 관점에

서 정치화되지 않은 채 정파적으로 환원되는 현상 말이다. 이러한 구도가 재연되면서 진보진영은

비키니 시위 여성은 처음부터 지워버렸고, 나꼼수에 항의하는 여성들과 소통하지 못했으며, 나꼼수

를 끝까지 지지한 여성들은 ‘광신도’ 무리에 묻어두고 말았다. “나를 포함하여 남성들은 나꼼수를

비난하기보다 자기 내면에 들어와 있는 우익 마초 근성을 반성”해야 한다니, 누가 누구에게 사과나

해명을 요구하겠는가.

그러나 ‘진짜 진보’ 논쟁에 참여한 사람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일부에 불과했다. 더 많은 진보진

영 사람들은 왜 ‘나꼼수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다 민주당 지지자들 아니냐’며 나꼼수 현상에 관

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비키니-코피 사건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김어준 같은 친구에게 관심 쏟기 보다는”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박정근

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더’ 중요한 정치 이슈의 순위를 매기며 이 사건을 회피하기도 했다.

결국 비키니-코피 사건은 '기존 진보 대 나꼼수식 진보'의 대립 구도 안에서 '진짜 진보'를 가늠

하는 잣대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팬덤이냐 정치냐, 공적 미디어냐 해적방송이냐가 주요 쟁점이었지

만, 그 사이 어딘가에 이미 자리 잡은 나꼼수라는 장이 어떤 젠더 역동으로 움직이는지에는 주목

하지 않았다.

Page 33: 꼴페미가꼴페미에게:새로운앎이우리에게올때까지igender.snu.ac.kr/bbs/data/action_03/20120215_%C0%DA%B7%E1_%… · 내용 사진 트위터에 공개 “가슴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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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진보진영이�반복한�과오,�놓친�것

이 시대에 진보가 누구인가, 나꼼수라는 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물론 앞으로

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키니-코피 사건은 이 장에 뛰어든 여성 정치 주체들과 그 안

의 젠더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꼼수라는 장이 설명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비키

니-코피 사건에 어떤 설명 틀도 개입 지점도 발견하지 못한 채 거리를 두었던 진보진영에게 필요

한 것은 이제까지 성 관련 사건을 설명·해결해 오던 일련의 해법을 점검하는 것, 그리고 정치 문법

의 변화, 그것을 주도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여러 단체에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절차가 마련되기 시작한지 벌써 10여년이 지났

다. 이제 진보진영에서 성폭력의 개념을 부정하거나, 젠더 문제가 진보의 중요한 이슈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긴 반성폭력 운동의 성과로 제도화·관행화된 성폭력 해결 프레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건 이전부터 확인되어 왔다.

법적 개념 상 성폭력으로 규정하기 모호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진보진영 내 어떤 젠더

위계와 차별의 문제를 드러낸 것인지는 제도를 집행하는 ‘일부’만의 고민으로 남겨져 왔다. 구성원

들은 여성의 문제제기를 헤아리고 토론하는 것이 귀찮아 몇몇 여성활동가들에게 이 문제에 한해서

‘만’ 판관자의 지위를 넘겨 버렸다. 사건이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백가지 사건에 대한 백

가지 해결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지만, 너무나 당연히 가해자의 사과와 징계가 모든 사건의 종결처

럼 여겨지고 있다.

이로써 진보진영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젠더 관계를 분석하고 거기서 정치의 이슈를 발굴해 낼

역량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나꼼수 사건에서 진보진영이 보여준

엉뚱한 관전 포인트, 나꼼수 장을 구성하는 젠더 관계에 대한 몰이해, 새로운 여성 정치 주체들에

대한 무관심은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는데 자극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