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5
67 하선영 중앙일보 Innovation Lab 기자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고퀄 광고 취재기·제작기 중앙일보 Innovation Lab은 2016년 7월부터 현재 9월 중순까지 ‘고품격 네이티브 애드’ 총 세 편을 선보였다. 그간 한겨레·허핑턴포스트 등 다른 언론사들이 리스티클형 네이티브 광고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영상·그래픽·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본격적인 네이티브 광고는 중앙일보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Innovation Lab의 첫 광고(LG그룹)는 ‘왜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한가?’에 대해 3D 동영상과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일주일 뒤 아모레퍼시픽 편에서는 화장품에 담을 자연 원료를 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난 연구원의 이야기를 영화 같은 영상으로 풀어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타깃으로 만든 중국어 콘텐츠(신세계 면세점 편)도 9월 초 선보였다. 한 달에 한 편 꼴로 공개하고 있는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는 “그간 한국에서 시범적, 단편적으로만 시도되어 온 네이티브 광고와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스토리텔링· 영상·인포그래픽·이미지 등 다양한 포맷으로 구현한 온라인 광고를 가리킨다. 카드 뉴스·리스티클· 뉴스피드형 포스트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광고 같지 않은 광고’ 포맷으로 거부감 없이 접근한다는 게 네이티브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이자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는 이미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등 신흥 미디어 강자들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같은 전통 매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네이티브 광고업계에 1 중앙일보 Innovation Lab의 첫 작품인 LG의 ‘가장 안전한 지구 사용 설명서’ 편. 영상·그래픽·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 네이티브 광고라 할 수 있다. 2 두 번째 작품은 아모레퍼시픽 편. 자연 원료를 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난 연구원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 출처-필자 제공> 기자 세 명에게 떨어진 특명 1 2

Transcript of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Page 1: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116.125.124.10/kpf/no550/pdf/11.pdf · 2016-10-12 ·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Lab 기자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고퀄 광고

취재기·제작기

중앙일보 Innovation Lab은 2016년 7월부터

현재 9월 중순까지 ‘고품격 네이티브 애드’ 총 세

편을 선보였다. 그간 한겨레·허핑턴포스트 등

다른 언론사들이 리스티클형 네이티브 광고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영상·그래픽·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본격적인 네이티브 광고는

중앙일보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Innovation Lab의 첫 광고(LG그룹)는 ‘왜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한가?’에 대해 3D 동영상과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일주일 뒤 아모레퍼시픽 편에서는 화장품에 담을

자연 원료를 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난 연구원의

이야기를 영화 같은 영상으로 풀어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타깃으로 만든 중국어 콘텐츠(신세계

면세점 편)도 9월 초 선보였다. 한 달에 한 편 꼴로

공개하고 있는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는 “그간

한국에서 시범적, 단편적으로만 시도되어 온

네이티브 광고와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는 스토리텔링·

영상·인포그래픽·이미지

등 다양한 포맷으로 구현한

온라인 광고를 가리킨다. 카드 뉴스·리스티클·

뉴스피드형 포스트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광고

같지 않은 광고’ 포맷으로 거부감 없이 접근한다는

게 네이티브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이자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는 이미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등 신흥 미디어 강자들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같은

전통 매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네이티브 광고업계에

1 중앙일보 Innovation Lab의 첫 작품인 LG의 ‘가장 안전한 지구 사용 설명서’ 편. 영상·그래픽·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 네이티브 광고라 할 수 있다. 2 두 번째 작품은 아모레퍼시픽 편. 자연 원료를 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난 연구원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 출처-필자 제공>

기자 세 명에게

떨어진 특명

1 2

Page 2: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116.125.124.10/kpf/no550/pdf/11.pdf · 2016-10-12 ·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68

신문과 방송 2016. 10

뛰어든 지 오래다. 2013년 47억 달러(5조2,900억

원) 규모이던 미국 네이티브 광고 시장은 2018년

210억 달러(23조6,3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예측했다. 매년

급감하는 지면 광고 수익 매출을 메울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여러 언론사에 네이티브 광고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2015년 12월 말, 필자를 포함한 편집국 소속 기자

세 명에게 떨어진 미션은 “뉴욕타임스의 네이티브

광고처럼 ‘하나의 작품’과 같은 고퀄리티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2014년부터

T브랜드 스튜디오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어 프리미엄

네이티브 광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를

벤치마킹해보려는 시도였다. 각각 산업부장, 디지털

제작팀장, 국제부 기자이던 세 사람이 네이티브

광고의 A to Z를 꿰뚫고 있을리 만무했다. 회사 한

귀퉁이에 위치한 B-TF(B는 Branded Content의 ‘B’)

회의실에서 세 사람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6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네이티브 광고를 처음 선보였다.

흔히 드라마 광고라고 하면 주요 장면만 속도감 있게

편집한 30초~1분 남짓한 영상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강점인 ‘저널리즘’을

네이티브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 소재이기도

한 여성 재소자들의 리얼 라이프를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참신한 발상의 전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고퀄리티 영상 등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뉴욕타임스의 첫 네이티브 광고는

호평을 받았다.

중앙일보의 첫 고품격 네이티브 광고인 ‘가장 안전한

지구 사용 설명서(THE PRESENT FOR FUTURE

GENERATION)’ 편 역시 기자들의 부단한 리서치와

취재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오늘날, 기존의 석유·석탄 등 에너지 자원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다양한 기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2분, 3분짜리 두 편의 동영상,

인포그래픽, 스토리텔링 등의 기법을 한 페이지

안에서 구현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광고

중반부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우리의

네이티브 광고를 본 사람들 대부분의 첫 질문은

비슷하다. “이걸 누가 만들었어요? 기자들이 직접

이런 걸 만든다고요? 영상 시나리오는 그럼 누가

썼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전체 광고

콘셉트부터 영상 시나리오와

내레이션을 쓰는 것도, 인포

그래픽 요소도 우리 팀 기자 세 명이 직접 다 해냈다.

세 명의 브레인스토밍 작업은 “여러 계열사에 걸쳐

있는 에너지 솔루션 관련 밸류 체인을 네이티브

광고로 홍보하고 싶다”는 해당 기업의 주문에서

시작됐다. 에너지 관련 책자, 자료, 기존 광고 영상

자료, 관련 기사들을 모두 빼놓지 않고 싹싹 긁어

와서 사무실에 쌓기 시작했다. 회의 중에 엎어진

아이템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다. 광고 제작 경험이

없던지라 모든 이슈 하나하나가 몇 날 며칠 우리를

3 뉴욕타임스의 네이티브 광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참신한

발상,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고퀄리티 영상 등 삼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출처-필자 제공>

“기자들이

만들었다고?”

3

Page 3: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116.125.124.10/kpf/no550/pdf/11.pdf · 2016-10-12 ·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69

고뇌하게 만들었다. “메시지를 충분히 담으면서도,

온라인 콘텐츠 소비자가 너무 지루해하지 않을 만한

합리적인 영상 길이는 과연 몇 분일까?” “페이지

구동 속도를 느리게 하는 영상·그래픽 소스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난감한 문제에 수없이

봉착했다.

“광고 기획사든 마케팅 업체든 경험 많은 외주

업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말은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다. 마음 같아서야 그러고 싶지만 아이템

자체가 익숙지 않은 내용이라서 외주 업체에 덜컥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가장 자신 없는 분야인

영상 제작을 위해서 광고기획사 출신 PD도 한

명 영입했다. 영상, 그래픽 제작 인프라를 사내에

넉넉히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광고

콘텐츠 제작은 외주 업체와 협력해야 했다. 그러나

수많은 외주 업체 중에서 어떤 곳과 일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두 번째 아모레퍼시픽 편은 첫 작품과는 180도

다른 콘셉트다. 이 광고는 “화장품 원료를 연구하기

위해 많은 연구원이 시베리아 등 해외 극지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한 일간지의 8년 전 기사에서

착안했다. 우리는 뷰티 기업의 광고라면 반드시

등장하는 아리따운 여성(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간에)과 화장품을 네이티브 광고에서 모두 빼기로

했다. 이들을 대신해서 아름다운 광고 영상을 채운

건 실제로 해당 기업의 R&D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과 그의 험난한 알래스카 여정이었다.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생생한 연구 경험을 인터뷰

하면서 기획한 광고인지라 ‘팩트에 충실하자’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었다. 제작진은 알래스카 로케를

떠나기에 앞서 실제 현장에서 연구원들이 원료를

채취할 때 사용한 실험 도구와 장비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광고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열의가 있는, 동시에 광고에 출연할 만한 훌륭한

비주얼까지 갖춘 연구원을 사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다. (광고가 나간 다음 “아모레퍼시픽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연구원이 맞느냐, 혹시 연출을

위해 기용한 배우가 아니냐”라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

최근(9월 5일)에 내보낸 신세계면세점 편은 중국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전력을 기울인 신규 면세점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영상부터 스토리텔링까지 모두

중국어로 제작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우리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 편은 해당 면세점이 위치한

인근 남산과 명동 지역이 풍수지리적으로 얼마나

명당인지, 그리고 이 지역이 중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광고 영상에는 JTBC

‘비정상회담’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알베르토와

타일러가 출연해 100% 중국어로만 된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중국인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웨이보, 유쿠 등 중국 인기 소셜 미디어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노출했다.

4, 5 중앙일보 Innovation Lab의 두 번째 네이티브 광고인 ‘아모레퍼시픽’

편. 기존 화장품 광고와 달리 아름다운 여성 모델과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화장품 원료를 연구하기 위해 해외 극지에서 고생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담았다. <사진 출처-필자 제공>

4

5

Page 4: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116.125.124.10/kpf/no550/pdf/11.pdf · 2016-10-12 ·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70

신문과 방송 2016. 10

광고를 제작하면서 실시간

으로 느끼는 애로 사항은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중앙일보 Innovation Lab에는

전사 인력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영상

제작과 인포그래픽, 디자인 개발, 확산 등 많은

요소를 팀 안에서 모두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

여건이 여의치 않을 때마다 사내 다른 부서들과

계열사에 SOS 요청을 한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다. 앞서 밝힌

웹, 기술 관련 부서 소속의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러브콜

편집국 기자들도 매번 큰 힘이 되어줬다. 예를 들어

네이티브 광고의 메인 제목과 소제목은 중앙일보의

1면 제목을 담당하는 편집기자의 작품이었다. 광고

페이지의 톤앤매너는 지면 디자인을 담당하는

편집·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영상

제작은 JTBC와 함께 일하는 프로덕션과 손잡았다.

광고 페이지 제작과 개발은 중앙일보 디자인팀과

기술개발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때론

이들을 통해 소개받은 외주 업체들과 협력했다.

콘텐츠 바이럴과 관련해서는 광고국, JTBC

디지털뉴스룸과 중앙SUNDAY에 게재를 요청했다.

여러 편의 광고를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영업·제작·확산 등의 업무를

기자들이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광고주와의 미팅에서 돌아와서 외주 업체와

제작비에 대해서 ‘밀당’을 했다면, 오늘은 광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영상에 쓸 자료를 구하러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식이다.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중앙일보 Inno-

vation Lab은 성공적인 네이티브 광고의 출발선을

끊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광고가 나간 후 여러

기업과 광고기획사에서 우리와 함께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네이티브 광고가

기존 TV·지면·온라인 배너 광고가 채워주지

못한 광고주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결과물도 없던 준비

기간에는 기업 관계자들과 만날 때 뉴욕타임스의

네이티브 광고 포트폴리오를 펼쳐 보여주며 “저희

중앙일보도 이렇게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함께

하시죠”라는 제안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광고물을

들고 당당하게 세일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또 “한두 번의 새로운

시도로 그치고 해체하는 것 아닐까”와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네이티브 광고를 여러 편에 걸쳐 계속

6

7

8

6, 7, 8 9월 5일 공개된 ‘신세계면세점’ 편. 중국인 고객을 겨냥한

면세점의 콘셉트에 맞게 영상부터 스토리텔링까지 모두 중국어로

제작됐다. 광고 노출 역시 웨이보, 유쿠 등 중국 인기 소셜 미디어를

집중 공략했다. <사진 출처-필자 제공>

Page 5: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제작기 기자가 만든 품격과 깊이 갖춘 ...116.125.124.10/kpf/no550/pdf/11.pdf · 2016-10-12 · 67 하선영 / 중앙일보 Innovation

71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다.

내용과 형식이야 다양하지만 우리가 제작 과정

처음부터 고수하는 원칙은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자”는 것이다. 네이티브 광고가 온라인 콘텐츠

이다 보니 고퀄리티보다는 이용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콘셉트와 재미 등을 추구하는 게 바이럴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와 ‘품격과

깊이를 갖춘 콘텐츠’ 사이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전자는 우리 전통 매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보다는 기업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 더 우리 저널리즘의

목소리로 차분하고 품격 있게 풀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판단했다.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

돌아오는 호평 중 대다수의 의견이 “퀄리티가

남다르다”에 쏠려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결단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처음에 기틀을 잡는

과정에서는 여러

유수 외국 언론사의

네이티브 광고를 리서치하고 벤치마킹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한국형 네이티브 광고’

믿기지 않겠지만 전체 광고 콘셉트부터

영상 시나리오와 내레이션을 쓰는 것도,

인포그래픽 요소도 우리 팀 기자 세 명이

직접 다 해냈다. 광고 제작 경험이 없던지라

모든 이슈 하나하나가 몇 날 며칠

우리를 고뇌하게 만들었다.

스타일을 개척하려고 노력 중이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모토인 네이티브 광고는 기존 광고와

달리 노골적인 광고성 멘트나 소재는 삼가는 게

일반적이다. 처음부터 ‘광고’로 인식하지 않게 해

거부감을 덜 갖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이 ‘광고는 곧 PR’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광고인지 기사인지 갸우뚱하게 하는 네이티브

광고의 본 콘셉트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이 같은 이유로 대체로 옅은 홍보 색을 띤 네이티브

광고의 효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사용자에게도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광고 수위의 정도에

대해 당분간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기업들의

니즈,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성향 등 미국과 한국이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이럴에 진력한 콘텐츠에도 계속 도전해

볼 예정이다.

기자인 내가 이제는 광고기획사의 AE 겸 영상

프로듀서 겸 회계 담당자를 자임하고 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게 일상이던 시절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온갖 난관과 하루하루 마주한다.

기획안을 붙잡고 며칠간 골머리를 앓다 보면 힘겹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길고 긴 번뇌와 고통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광고 한 편이 나갈 때 느끼는 뿌듯함과

홀가분함은 단 며칠 준비하던 기획 기사를 출고했을

때 느끼던 감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광고 경험이 없다”는 건 우리의 단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역으로 우리가 따라야

하는 스타일, 관행이 없어서 자유롭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의 과정과 노력이 모이면

결국 ‘중앙일보 네이티브 광고’ 더 나아가 ‘한국형

네이티브 광고’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형

네이티브 광고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