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파도가 밀려오는 서해안 대부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마장이 들어서 있다. 대부도 남단말부흥에 위치한 베르아델 승마클럽이다. 고려조부터 조선조까지 승마 기술을 훈련하고 마필을조련시키던 섬에 100여 년 만에 말발굽 소리가 다시 울리고 있다.거대한 돔 형태의 베르아델 실내마장에는 110개의 마방과 국제 규격을 갖춘 마장마술 트랙이 갖춰져 있다. 지붕을 덮은 수백 장의대형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햇볕이 마장 위로 내려앉으면 완충재가 섞인 모래에 온기가 피

어오른다. 톱밥을 두텁게 깔아 놓은 마방에선 승용마들이 기승자들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온실 역할을 하는 유리 지붕과 난방 시설로 인해 마장 내부는 겨울에도 그다지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소속 학생과 교수 40여 명이 베르아델 승마클럽을 찾았다. 승마 이론 강의 20분, 시뮬레이터 체험 10분 과정을 거친 후 각자 40~50분 동안 직접 말에 올라 승마를 즐겼다. 이날 베르아델이 보유한 53필의 승용마 가운데 10여 필이 선발돼 교대로 마장을 돌았다. 남학생들과 승마 경험이 많은 외국인 교환학생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독일산 웜블러드(Warmblood) 품종에 올랐고, 여학생들은 체구가 작은 포니(Pony) 품종에게 몸을 맡겼다. 승마를 위해 길들여진 승용마는 대부분 거세된 숫말로 성질이 온순하고 섬세했다.

프랑스인 교환학생 안느 세실 모랭 씨는 이날의 스타로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승마를 익힌 탓인지가장 능숙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마장을 주유했다. 안느 양은 말에 오르는 기승 동작부터 남달랐다.

가장 능숙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마장을 주유했다. 안느 양은 말에 오르는 기승 동작부터 남달랐다.날렵하게 말에 오르더니 두 발을 끼어 넣는 등자의 길이를 자신의 신장에 맞게 조절했다. 적정한등자 길이는 말등에 앉았을 때 등자쇠가 기승자의 복사뼈 부위와 일치했다. 고삐를 잡고 앉은 자세또한 교관의 설명에 부합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지도, 뒤로 젖히지도 않은 반듯한 자세가 안정감을 주었다. 머리와 어깨, 척추와 허리, 발뒤꿈치가 수직으로 일직선을 이루었다.

안느 양은 처음엔 몸풀기 식으로 마장을 천천히 돌았다. 이윽고 말과 교감을 이룬 뒤에는 점차 속도를 높여나갔다. 들판이나 해변을 질주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빠르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구보에 조금 못 미치는 속도감이었다. 승마 속도는 평보, 속보, 구보, 습보로 나뉘었다.

처음 말을 타는 이들의 속도는 모두 4박자 평보였다. 말이 세 다리는 지면에 붙이고 한 다리씩 떼어놓는 걸음걸이로, 도우미가 앞에서 줄을 잡고 말을 이끌었다. 마장 울타리 밖에서 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안장에 올라앉아 있으면 느낌이 달랐다. 키가 2ｍ에 육박하는 말의 등은 생각보다훨씬 높았다. 혹시 말이 갑자기 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스쳐갔다. 하지만 절대로 두려움을 표출해서는 안되는 게 승마의 기본 원칙이었다. 김동우 교관은 “기승자의 감정은 곧바로 말에게 전달된다”고 했다.“말은 감정이 매우 섬세합니다. 기승자가 불안해 하면 즉각 알아채고 감응하죠. 헬멧 착용보다 더 중요한 안전 수칙은 말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기승자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김 교관은 기승자들에게 가능한 자주 말의 이름을 불러주고 목덜미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줄 것을 주문했다. 제 그림자에 놀랄 정도이고, 하루의 대부분을 눈 뜨고 서 있을 만큼 겁이 많은말에게 ‘칭찬은 당근보다 더 좋은 양식’이었다. 말은 기억력이 뛰어나 심한 질책이나 신체적 가해를 되풀이하는 기승자에게 두고두고 불편한 눈빛을 보인다고 했다.

“말을 제어하는 것을 ‘부조(扶肋)를 넣는다’고 합니다. 기승자가 음성이나 몸짓, 고삐를 이용해 말에게 방향 전환, 정지, 전진 등의 메시지를 인식시키죠. 좋은 기승자는 채찍이나 박차(拍車, 부츠뒤축에 댄 금속)의 사용을 피합니다. 말(言)로써 말(馬)을 다스려야 진짜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할수 있죠. 말에 오르고 내리기 전에는 항상 다정하게 인사하고 칭찬해주는 게 좋습니다.”말의 심리상태는 귀 모양으로 파악됐다. 깔때기처럼 생긴 말의 귀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세워진 정도에 따라말의 마음, 즉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과 경계의 수준을 읽어낼 수 있었다. 특히, 귀가 납작하게 뒤로젖혀진 경우는 말이 불안함과 공격성을 드러낸 것으로 유의가 필요했다. 물론, 승용마들은 거의 항상 귀를 편안하게 세우고 전후좌우를 살피며 기승자의 지시에 따랐다.

실내 승마 체험자들은 “다른 레저에선 얻을 수 없는 승마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승마는 오랫동안 허리와 척추를 곧추세우고 타야 하기에 한쪽으로 기울거나 균형을 잃은 신체를 교정

하는 효과가 뛰어났다. 또한 말의 움직임에 호흡을 맞추다보면 몸의 유연성도 자연스럽게 회복됐고 집중력과 담력도 길러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말과의 교감이었다. 말이아닌 몸짓으로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표출해내는 말(馬)을 다루면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공유할 수있었다. 승마는 나 혼자 즐기는 레저가 아니라 말 없는 말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였다.

전국 실내승마장 전국에 승마장으로 정식 허가받은 곳은 약 60여 곳이다. 하지만 사계절 날씨와 관계없이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실내 마장을 갖춘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베르아델베르아델 승마클럽승마클럽 바다가 바라보이는 서해안(대부도)에 위치한다. 자외선 차단 UV코팅 유리로지은 세계적 수준의 골든돔 실내 마장을 갖추고 있다. 실내 마장 이외에 클럽하우스, 펜션, 승마용품점, 레스토랑 등을 운영한다. www.horseride.co.kr 032-882-2255

한국마사회한국마사회 승마교육원승마교육원 한국마사회는 서울경마공원, 부산경남경마공원 내에서 경마 수익의 사회환원과 승마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연중 무료 승마 강습을 진행한다. http://company.kra.co.kr 02-509-1647, 051-901-7114

하노바하노바 승마클럽승마클럽 경주마 목장을 겸한 승마클럽으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실내 마장을 갖추고있다. 승용마는 20여 필을 보유하고 있다. www.hannova.co.kr 031-674-0300

강원승마협회강원승마협회(강릉) 033-644-6264광주승마협회광주승마협회 062-373-0815

나파벨리나파벨리 승마클럽승마클럽(파주파주) 031-942-4111

화랑승마랜드화랑승마랜드(아산아산) 041-54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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