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뮤지컬 - 힘들고 험한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 한 가난한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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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랜트> - 힘들고 험한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 한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가 남긴 유작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 켰다. 그는 고통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웠으며, 영광을 누 리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을 했다. 1996년 1월 25일. 스스로를 ‘뮤지컬의 미래’라 자부 했던 브로드웨이에 젊음의 숨결을 불어 넣고자 애썼던 작 곡가 조나단 라슨이 대동맥 질환으로 죽음을 맞았다. 불 과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성공적인 프리뷰 첫 공연을 갖으며 헤어졌던 ‘랜트’의 배우, 스태프들은 젊은 동료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충격 에 빠졌다. 당연히 프리뷰 공연은 취소됐지만, 그들은 ‘랜 트’를 위해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모두 바친 조다단 라슨 과 그의 가족, 친구들을 위한 추모 공연을 갖기로 했다. 무 대 위에서 가만히 않아 노래하던 배우들은 ‘랜트’의 넘치 는 에너지를 억누르지 못하고 무대 곳곳을 누비며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2주간의 프리뷰를 마치고 정식 공연을 선보인 ‘랜트’는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의 주제와, 가난과 에이즈로 고통 받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 하는 젊은이들의 정제되지 않는 패기와 열정을 강렬한 록 과 탱고, 발라드. 가스펠, R&B 등의 다양한 장르 음악으 로 담아낸 ‘랜트’는 ‘헤어’ 이후로 발길이 끊겼던 젊은 관 객들을 다시 브로드웨이로 불러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 92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Monthly Magazine Culture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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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 힘들고 험한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

    한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가 남긴

    유작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

    켰다. 그는 고통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웠으며, 영광을 누

    리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을 했다.

    1996년 1월 25일. 스스로를 ‘뮤지컬의 미래’라 자부

    했던 브로드웨이에 젊음의 숨결을 불어 넣고자 애썼던 작

    곡가 조나단 라슨이 대동맥 질환으로 죽음을 맞았다. 불

    과 그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성공적인 프리뷰 첫 공연을 갖으며 헤어졌던 ‘랜트’의

    배우, 스태프들은 젊은 동료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충격

    에 빠졌다. 당연히 프리뷰 공연은 취소됐지만, 그들은 ‘랜

    트’를 위해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모두 바친 조다단 라슨

    과 그의 가족, 친구들을 위한 추모 공연을 갖기로 했다. 무

    대 위에서 가만히 않아 노래하던 배우들은 ‘랜트’의 넘치

    는 에너지를 억누르지 못하고 무대 곳곳을 누비며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2주간의 프리뷰를 마치고 정식 공연을 선보인

    ‘랜트’는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의 주제와, 가난과

    에이즈로 고통 받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

    하는 젊은이들의 정제되지 않는 패기와 열정을 강렬한 록

    과 탱고, 발라드. 가스펠, R&B 등의 다양한 장르 음악으

    로 담아낸 ‘랜트’는 ‘헤어’ 이후로 발길이 끊겼던 젊은 관

    객들을 다시 브로드웨이로 불러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

    92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Monthly Magazine

    Culture & Life

  • 죽음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사랑의 믿음을 저버

    리지 않는 ‘랜트’의 주인공들은 불안과 혼돈의 시대를 살

    아가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랜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이야기 전개는 오페라

    ‘라보엠’과 비슷하다. 시인 로돌포는 록 밴드의 리더 로저

    가 되었고 화가 마르셀로는 다뮤멘터리 영화감독 마크가

    됐다. 마르셀로의 전 애인이었던 무제타는 마크의 옛 연

    인인 행위 예술가 모린이 되었고, 철학자인 콜린은 컴퓨

    터 천재이자 MIT공대 교수인 콜린스로, 인정 없는 집주

    인 브누아는 한때 동료였지만 친구들을 배신한 집주인 베

    니로 바뀌었다.

    죽음을 낭만적으로 그린 ‘라보엠’과 달리 ‘랜트’는 예술가

    들의 삶을 절실하게 그려놓는다. 원작에서 폐결핵을 앓는

    미미뿐만 아니라 ‘랜트’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미래가 불투

    명한 동성애자 혹은 HIV양성 반응자로 설정한 것이 그렇다.

    ‘오직 오늘뿐! No day but today’란 주제곡으로 유명

    하기도 한 ‘랜트’는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이면서 1990년

    대 뉴욕 빈민가에 살던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이

    다.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잃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 순수

    한 사랑,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간절한 희망을 담았다.

    매 순간 충실하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랜트’ 공연

    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복잡다단한 이야기 줄기들

    을 하나의 간결한 캐치프레이즈로 집약한 덕분이다.

    ‘다른 날이 아닌 바로 오늘’이라는 메시지는 이 작품에

    서 가장 히트한 두 곡 ‘사랑의 시간들 Seasons of love’

    과 ‘또 다른 날 Another day’을 통해 반복된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밖에 없다’는 깊은 뜻을 관객에

    게 전하고자, 출연배우들이 한 줄로 서서 부르는 ‘사랑의

    시간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는 물론 일 년을 분 단위로 계

    산한 재치 있는 노랫말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2014 October + 93

    무대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