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아 조슈아 토폴스키의 ‘아웃라인’ 상상초월 장르 파괴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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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2017. 06 기획연재 디지털 뉴스 미디어 톺아보기 14 박상현 Mediati Content Lab 소장·Deepr 편집장 이단아 조슈아 토폴스키의 ‘아웃라인’ 상상초월 장르 파괴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매체” 디지털 미디어 중에는 설립자의 개성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령 블로거(Blogger)와 미디엄(Medium)의 에반 윌리엄스가 그렇고, 리코드(Recode)의 월트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그렇다. 마치 신문 재벌 윌리엄 허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소유한 신문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설립자의 명성, 혹은 개성이 매체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경우들이다. 즉, “아무개가 토폴스키는 밀레니얼 세대의 힙스터 같은 패션 감각과 무리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토폴스키가 2016년 새롭게 시작한 ‘아웃라인’. <사진 출처-아웃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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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2017. 06

기획연재 디지털 뉴스 미디어 톺아보기 14

박상현 / Mediati Content Lab 소장·Deepr 편집장

이단아 조슈아 토폴스키의 ‘아웃라인’

상상초월 장르 파괴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매체”

디지털 미디어 중에는 설립자의 개성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령 블로거(Blogger)와

미디엄(Medium)의 에반 윌리엄스가 그렇고,

리코드(Recode)의 월트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그렇다. 마치 신문 재벌 윌리엄 허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소유한 신문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설립자의 명성, 혹은 개성이

매체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경우들이다. 즉, “아무개가

토폴스키는 밀레니얼 세대의 힙스터 같은

패션 감각과 무리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토폴스키가 2016년 새롭게 시작한

‘아웃라인’. <사진 출처-아웃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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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매체들이다.

‘아웃라인(The Outline)’은

조슈아 토폴스키(Joshua

Topolsky)라는 설립자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DJ와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다 테크 리뷰어로 전직해서 미국

테크 미디어의 중심축이었던 엔가젯(Engadget)의

절정기를 이끌었던 편집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토폴스키를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가령, 그는

편집장이던 시절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NBC

방송국의 인기 토크쇼, ‘레이트 나이트’에 정기적으로

등장해서 새로 나온 전자제품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코너를 이끌었다. 나이 든 층이 주로 시청하는 심야

토크쇼에서 테크 리뷰를 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지만 젊은 시청자를 몰아오기에는 토폴스키만

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폴스키는 이제 40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의 힙스터 같은 패션 감각과 재치

있고 톡톡 쏘는 언어 감각으로 핵심만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재능이 있다. 거기에 디자인을 보는 눈과

무리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직장을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 자체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미디어판에서 큰 뉴스거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등장한 시기를 엔가젯에서

보내며 인기를 누린 토폴스키는 그곳에서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이끌고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더버지이고 그 후에는 블룸버그

비즈니스로 옮겼지만, 1년 만에 떠난다. 그리고

그때마다 동료, 혹은 설립자와의 불화 때문에

떠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만큼 자신의 편집

방향 및 디자인 철학에 대한 고집이 센 사람이다.

특히 마지막에 일한 블룸버그비즈니스는 토폴스키가

사령탑에 앉자마자 눈에 거슬릴 정도로 밝고

자극적인 파란색으로 사이트의 색상을 바꿨는데,

그 변화를 두고 설립자(이자 뉴욕시장이던) 마이클

블룸버그와 충돌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가 2016년 말에 새롭게 시작한 아웃라인이

범상한 디자인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아닌 당신만을 위한(It’s not for

everyone. It’s for you)”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매체(A new kind of publication for a new kind

of human)”라는 토폴스키의 설명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1 사이트는 마치 현대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의 작품처럼 요란하고 개성

있는 색으로 도배되어 있고, 물결선이나 흔들리는

카드, 빗살무늬 등 어느 주류 미디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 요소가 가득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기능적(Utilitarian)이기보다는

고의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평가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플랫폼들이 주도하는

요즘의 디지털 미디어 지평을 생각하면 아웃라인의

의도는 분명하다. 외부에서 링크를 타고 웹사이트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든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 물론 모든 매체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아웃라인은 미끼성(Clickbait) 기사

제목이 아닌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고

그 하나의 방법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더버지’ 시절의 조슈아 토폴스키. 가운데 안경 쓴 이. <사진 출처-http://techgeek.com.au>

완전히 새로운,

예전에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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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2017. 06

아웃라인이 겨냥하는

독자층은 뉴욕타임스와

같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팬과 버즈피드를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토폴스키는 전통적인 롱폼

기사와 인터넷에서 가져온(Aggregated)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적절히 섞고, 재치 있는 디자인과

구성을 통해서 그런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철학 위에 만들어진 아웃라인의

뉴스 카테고리는 ‘Power(권력)’ ‘Culture(문화)’

‘Future(미래)’ 이렇게 세 개밖에 되지 않고 (거기에

각 카테고리에 등장한 새로운 기사를 모은 ‘Recent

(최신)’라는 버튼이 있다) 독자는 어떤 뉴스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가령,

중국 관련 소식이나 마크 저커버그에 관한 기사는

‘권력’에 들어가 있고, 또 다른 저커버그 관련 기사는

‘미래’에,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스냅챗을 비교한

기사는 ‘문화’에 들어가 있는 식이다).

작은 매체이면서도 팟캐스트를 4개씩이나 운영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불고 있는 팟캐스트 열풍에

토폴스키가 뛰어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뉴스거리일

테지만, 그날그날의 주제를 한 시간 동안 주고받는

‘조슈아 토폴스키와 함께하는 내일(Tomorrow with

Joshua Topolsky)’ 외에도 HBO(Home Box Office,

영화 전문 유선방송)의 인기 시리즈, ‘웨스트월드’의

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주고 그들이 생각해낸

팬픽션을 이야기하게 하는 ‘아웃웨스트(Outwest)’

같은 팟캐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르 파괴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가 흔히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요소들을 바닥부터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토폴스키의

그런 태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광고다. 아웃라인의 재무 담당 아만다 헤일은

“타임스 T브랜드 스튜디오(뉴욕타임스의 브랜드

콘텐츠 제작국)와 배너 광고 사이에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영역이 아주 많다”고 주장하는데,2 아웃라인의

광고를 보면 그런 주장을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사를 넘기다 보면 중간에 흔들거리는

카드가 몇 장 등장한다. 기사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따지자면 배너 광고에

가깝다) 아웃라인의 디자인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담긴 문구와 사진 역시 아웃라인

편집진이 제작한 듯 재치 있다. 특히 그렇게 제작된

카드 광고가 보이는 방식이 워낙 교묘해서 독자는

저절로

클릭하게 되는 광고

1 아웃라인의 뉴스 카테고리는 ‘Power(권력)’ ‘Culture(문화)’ ‘Future(미래)’와 각

카테고리에 등장한 새로운 기사를 모은 ‘Recent(최신)’라는 버튼이 있을 뿐이다. 독자는

어떤 뉴스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사진 출처-아웃라인 캡처>

2 카드 형태로 제시되는 아웃라인의 기사들. 아웃라인은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읽힐까,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고, 그들을 끌어들일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다.<사진 출처-아웃라인 캡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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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iz Stinson, The Outline’s Bizarre Design Actualy Makes A Lot of Sense, Wired, https://www.wired.com/2016/12/

outlines-bizarre-design-actually-makes-lot-sense/

(Accessed 2017. 5.)

2 Mike Shields, Former Bloomberg Editor Joshua Topolsky Launches ‘The Outline’, Wall Street Journal, https://

www.wsj.com/articles/former-bloomberg-editor-joshua-

topolsky-launches-the-outline-1480935601 (Accessed

2017. 5.)

3 Max Willens, Josh Topolsky says The Outline ads’

clickthrough rate is 25 times the industry average, Digiday,

https://digiday.com/media/josh-topolsky-says-outline-

ads-clickthrough-rate-25-times-industry-average/

(Accessed 2017. 5.)

4 Benjamin Mullin, Josh Topolsky wants you to love The Outline… or hate it, Poynter, https://www.poynter.org/2016/

josh-topolsky-wants-you-to-love-the-outline-or-hate-

it/424990/ (Accessed 2017. 5.)

기사를 읽다 말고 카드를 슬쩍슬쩍 넘기면서 광고를

모두 보게 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아웃라인이 등장한 지 약 5개월

후인 지난 4월, 토폴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아웃라인

독자는 인터랙션에서 업계 평균치의 13배에 달하고,

광고를 클릭할 확률(Click-through Rate)은 업계

평균의 2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 미디어의 광고 모델은 죽었다고 주장하는

에반 윌리엄스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아웃라인처럼 작은 매체가

독자층이 훨씬 두터운 대형 매체와의 대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소규모의 독자를 정밀하게

타기팅하는 광고의 효과가 훨씬 높다는 데 있다.3

아웃라인은 출범과

동시에 3개의 대형

광고주를 확보하는

행운을 누렸다. 물론 어디까지나 토폴스키의 디자인,

편집 철학과 명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광고주들(캐딜락 자동차와 친환경 세제 브랜드

‘메소드’, 그리고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언더아머’)은

모두 토폴스키가 약속한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그쪽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들이다. 광고주로서는 색깔이

분명한 매체를 택한 것이고, 제작 비용이나 시간도

일반적인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게 들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토폴스키에 따르면 아웃라인의 성공을

본 다른 매체에서 광고 기법을 도입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한다).

이렇듯 아웃라인의 가장 큰 무기는 현재 이미 결론이

난 듯한 시장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구석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광고는 가장 큰 전쟁터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에 문제가 많다는 말은 많아도

정작 의미 있는 해결책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런

해결책을 위한 시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토폴스키의 말은 아웃라인의 콘텐츠 소재 찾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 매체들이 전부 흥미 있는

소재를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아웃라인도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읽힐까,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고, 그들을 (기사에)

끌어들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웃라인이 매일

고민하는 것이다.4

아웃라인 사이트는 요란하고

어느 주류 미디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 요소가 가득하다.

의도는 분명하다.

외부에서 링크를 타고 웹사이트에 도착했을 때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하나의 방법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

찾아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