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echnology #27 - 라파엘 로자노 - 헤머 | 현대자동차 ·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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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Technology #27: 라파엘 로자노-헤머 테크놀로지로 전하는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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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Technology�#27:�라파엘�로자노-헤머테크놀로지로�전하는�느림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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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매체에서�미디어�아트로�예술�매체의�전환은�비단�오늘만의�일은�아닙니다.�현대로�올

수록�예술�소재가�테크놀로지를�활용한�새로운�분야로�지속해서�확장합니다.�그중에서도

특히�테크놀로지가�만들어내는�인공적인�‘빛’의�등장은�예술에�다채로운�이미지를�탄생케

이러한�빛을�적극적으로�활용한�공공미술�작품으로�이름을�알린�작가가�있습니다.�멕시코

출신으로�캐나다에서�수학한�미디어�아티스트이자�공공예술가�라파엘�로자노-헤머는�단순

히�자연광을�해석하는�단계의�예술을�넘어�다양한�빛을�사용해�도달할�수�없는�비물질적인

아름다움을�지닌�특별한�세계를�만들어냅니다.

빛의�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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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변화를�가져왔습니다.�빛을�이용해�마치�하늘과�건물에�그림을�그린�듯한�예술이�나타

나는�것입니다.

라파엘�로자노-헤머는�1999년�멕시코시티�조칼로�스퀘어(Zócalo�Square)에서�건축을

거대한�인터랙티브�아트로�전환한�작품�<Vertical�Elevation>으로�그의�이름을�세상에�각

인시켰습니다.�여러�각도와�방향으로�쉴�새�없이�교차하는�서치라이트가�하늘을�가로지릅

니다.�다양한�모습으로�발산하는�빛은�환상적인�경험을�만들어내지만,�테크놀로지를�결합

한�예술에�익숙한�이라면�빛으로�수놓는�하늘은�미디어�아트에서는�어쩌면�더는�특별할�것

없는�장면일지도�모릅니다.�하지만�이�불빛은�로자노-헤머가�만든�것이�아닙니다.�작가가

만든�웹사이트(www.alzado.net)에서�발단한�것입니다.�누구든�웹사이트를�방문해�라이

트의�각도와�시간�등을�입력할�수�있습니다.�그�결과를�반영해�라이트�조각이�탄생합니다.

첫�프로젝트�당시�단�2주�동안�89개국�80만�명이�참여할�만큼�폭발적인�관심을�받기도�했

습니다.�이후�이�프로젝트는�2002년�스페인�비토리아,�2003년�프랑스�리옹,�2004년�아일

랜드�더블린�등�세계�여러�도시로�뻗어�나갔습니다.�광장을�방문한�사람은�세계�저편에�있는

누군가가�디자인한�빛으로�이루어진�공공미술을�만나는�것,�이를�통해�작가는�웹사이트�이

용자와�방문객을�이어주는�매개자로�역할을�하며,�하늘은�캔버스가�됩니다.�이렇게�현대�도

시풍경을�다양한�빛으로�수놓은�작품은�그에게�동료들과�함께�아르스�일렉트로니카�상

(Prix�Ars�Electronica)�인터랙티브�아트�분야에서�골든�니카상(GOLDEN�NICA)의�영예

를�가져다주기도�했습니다.

빛으로�구현하는�도시풍경

관람자�참여로�완성되는�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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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노-헤머는�이처럼�관람자의�적극적인�참여로�작품이�변형되고�완성에�이르는�대규모

집단�참여형�인터랙티브�아트를�선보입니다.�SF�MOMA에서�전시한�<Frequency�and

Volume>(2003)은�어두운�방에�들어서면,�앞쪽에�큰�화면이�있고�뒤에서�빛이�새어�나오

는�작품입니다.�관람자가�벽�앞에�섰을�때,�화면에는�그림자가�나타나고�그�사람의�형체나

높이에�따라�라디오�주파수를�매치합니다.�그에�맞는�주파수가�있다면�스피커에서�라디오

방송이�흘러나오며,�그림자�위로�화면은�주파수와�방송국을�함께�띄웁니다.�색채가�없는�그

림자라고�해도�각각�모습이�다르듯이�각기�다른�라디오�방송이�흘러나옵니다.�관람객은�자

신을�투영하는�이미지와�타인의�그림자를�직접�대면합니다.�화면�속에서�타인의�그림자와

겹쳐지는�관람객�자신의�이미지에서�낯선�공간과�시간�속에서�소리와�빛을�활용한�다양한

세계를�만날�수�있습니다.

거대�규모�인터랙티브�설치�<Homographies>(2006)에서도�관람객의�참여는�이어집니

다.�로자노-헤머는�전시장�천장을�형광등으로�가득�채웠고,�센서를�배치해�관람자의�위치를

인식하게�했습니다.�센서가�관람객의�움직임을�감지하면�형광등도�궤적을�따라�움직입니

다.�이�작품은�144개의�새하얀�형광등을�72개의�로보틱�고정장치에�동등한�거리를�두고�고

정한�작품으로�‘2006�시드니�비엔날레’에서�선보이며�많은�참여를�끌어냈습니다.�

최신작�<Call�on�Water>(2016)는�물�분지에서�올라오는�수증기가�공중에서�단어를�써내

려가는�분수입니다.�멕시코�작가�옥타비오�파즈(Octavio�Paz)가�쓴�시�수십�편은�공기로

만든�단어가�되고�다시�공기가�됩니다.�시의�내용은�찰나의�통기성을�지니며�곧�난기류에서

사라집니다.�분수대는�수백�개의�컴퓨터�제어�초음파�분무기를�반사�수조�아래에�배치해�차

가운�증기를�생성하고,�관람자는�어둠�아래�은은히�빛나는�연기�속에서�환상적인�경험을�하

게�됩니다.

다양한�세계의�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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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그의�작품에는�기술이�필수불가결해�보입니다.�현시대�사람들은�다양한�기술언어를

사용하고�미디어와�밀접한�관계를�맺으며�살아가고�있습니다.�이에�로자노-헤머는�예술에

서�기술의�활용을�피할�수�없다고�말합니다.�하지만�그가�진정으로�추구하는�것은�단순한�테

크놀로지�아트는�아닙니다.�컴퓨터는�효율적이고�커뮤니케이션�속도를�가속하지만�그건�그

에게는�예술이�아니라는�그의�말처럼,�그는�예술이란�커뮤니케이션을�느리게�하고�의문을

제기할�때�생겨나는�것이라고�믿습니다.�뉴미디어�매체는�사람�사이�커뮤니케이션과�깊은

연관성이�있지만,�그가�추구하는�것은�테크놀로지를�활용한�빠른�커뮤니케이션과�발전이라

고만�볼�수는�없습니다.�로자노-헤머는�작품을�통해�자신과�타인,�그리고�다양한�주변�세계

가�공존한다는�것을�드러냅니다.�그가�작품을�통해�진정으로�추구하는�요소는�“공동체,�친

밀함,�느림”입니다.�앞으로�그가�발현할�다양한�예술세계가�기대됩니다.�■�with

ARTI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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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lse�Spiral>�2008Incandescent�light�bulbs,�heart�sensor,�DMX�controller,�digital�dimmer�racks,�computer,�custom�software�Dimensions�variable,�from�3.5-4m�height

Courtesy�of�bitforms�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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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자노-헤머는�1967년�멕시코시티에서�태어나,�캐나다�몬트리올�컨커디어�대학교

에서�물리화학을�전공한�뉴미디어�일렉트로닉�아티스트입니다.�빛,�사운드�등�다양한�매체

를�활용해�건축,�테크놀로지컬�무대예술,�설치,�퍼포먼스,�공공미술�작품으로�이름을�떨쳤

습니다.�『Leonardo』�객원편집인,�『Mediamatic�Interactive�Publishing�in

Amsterdam』�공동�편집인을�역임하는�등�작가로는�독특한�이력을�쌓았습니다.�몬트리올

현대미술관(Musee�d'art�contemporain),�멕시코�몬테레이�박물관(Museo�de

Monterrey)�등�세계�유수�기관에서�그의�작품을�소장하고�있으며,�1995년과�1998년�아

르스�일렉트로니카�상(Prix�Ars�Electronica)에�특별�언급(honorable�mention)됐고,

토론토�인터랙티브�디지털�미디어�어워드(Interactive�Digital�Media�Awards)의�‘최고

의�설치상’을�비롯해�독일�사이버스타�어워드(Cyberstar�award)를�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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