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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2월 1일 창간 | 042-350-2243 467호 | 2019년 10월 8일 지난 8월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 자가 열악한 휴게 시설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위 소식은 인터넷을 통 해 빠르게 퍼지며 많은 사람의 안타 까움을 자아냈다. 우리 학교는 청 소 노동자에게 쾌적한 휴게 환경을 제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회관 (N11)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두 명과 아름관(N18)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세 명을 인터뷰했다. 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청 소 노동자에게 현재 휴식하는 공간 이 어디이고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현재 생활하고 있 는 곳은 학생회관 지하 2층이고, 1.5 평 정도 된다. 대부분 만족하지만, 지하라 습기가 많이 찬다”고 답변했 다. “학교 청소 노동자는 주로 청소 를 맡은 구역에 휴식할 장소를 배정 받는다. 학생회관 건물을 맡아서 지 하에서 생활하는데 에어컨과 창문이 없어서 습기가 차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한 대로 에어컨이 없어서 선풍기로 여름을 버티지만, 학교에서 바닥에 장판을 설치해줘서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 사 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 학교 는 청소 노동자의 휴게 공간을 지상 에 위치하도록 하고 창문을 설치해 습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대 신 방의 크기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 다. 그러나 이렇게 바뀔 경우, 자신이 청소하는 구역과 휴게 공간의 거리 가 멀어진다. 현재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는 큰 휴게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건물에 새로 지을 수 밖에 없기 때문 이다. 이는 이동의 불편함을 발생시 킨다. 또한, 공동으로 생활해야하는 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입장도 있 었다. “근무하는 장소 근처에 휴게 시설이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렇 기에 희망자만 대상으로 새로운 휴 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서는 환경 개 선 수요 조사를 위해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상태 이고 아직 일정이 확정된 바는 없다. 휴식하는 환경과 관련된 질문 외 에 근무 시간, 식사에 대한 질문에는 “평일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4시 반 까지 근무하고, 중간에 12시부터 1시 는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직접 준비 해야 하고 일하면서 유동적으로 강 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번은 토요일에 오전 7 시부터 오전 11시 반까지 근무해야 하지만, 근무 시간에 대부분 만족하 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청소 업무 중 힘들었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 “학 교에서 굉장히 대우를 잘해주고, 학 생들 또한 많이 배려해준다. 학생들 이 예전보다 더 깨끗하게 공공시설 을 사용하는 것 같다”라며 “특히, 환경 보호 동아리 G-inK에게 도움 을 많이 받는다. 학생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수거하도록 노력해줘 서 고맙다”고 전했다. 한편, 아름관 청소를 맡은 세 명 의 청소 노동자는 “현재 아름관 1층 휴게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활 환 경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침에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려야 할 때, 학생들이 이용하는 전 동 킥보드나 우산 등의 생활용품 때 문에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논의나 규제가 있었으면 좋겠 다”라며 근무 중 겪는 어려움을 호 소했다. 이어, “생활 환경에 대한 큰 걱정 없이 근무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청소 노 동자들의 형편을 많이 배려해주는 학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심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청소 노동자 휴게 시설 및 근무 환경 개선 약속한 우리 학교 고등과학원 자금 운용 논란 KAIST의 부설기관인 고등과학 원이 정부 출연금을 주식형 상품에 투자해 약 5억 원 상당의 투자 손실 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 해 정부 출연금과 지원금은 예금과 같은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만 운 용할 수 있는데, 고등과학원이 지침 을 준수하지 않고 원금 손실의 우려 가 있는 상품에 투자를 감행했음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고등과학원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일 반회계에서 13억 2,200만 원을 주식 형 상품에 투자했으며, 피해액은 약 5억 1,000만 원이다. 또한, 해당 자 금을 담당하고 있던 증권사 직원이 고등과학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매 매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변 의원 은 보도자료를 통해 “허술한 시스 템과 무너진 기강이 만들어낸 결과” 라며 “국정감사에서는 연구윤리뿐 아니라 공직기강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 기 위해 우리 학교 감사팀과 인터뷰 를 진행했다. 감사팀 측에 따르면, 당시 회계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이 오랜 기간 일을 담당해 증권 사 직원과 가깝게 알고 지내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생긴 사건이라고 설 명했다. 고등과학원은 회계 담당 직 원과 증권사 직원 사이의 신뢰 관계 하에 큰 금액을 맡긴 후 사실상 관 리를 위임한 상태였다. 본래 위험성 이 있는 상품에 투자할 때는 증권 사 측이 기관에 연락해 동의를 받 아야 하지만, 오랜 기간 일하다 보 니 고등과학원의 거래 고유 비밀번 호도 알고 있던 증권사 직원은 연락 을 취하지 않고 임의로 자금을 운용 한 것이다. 2015년 이전까지는 안정 적인 금융상품에만 투자하고 있었던 반면, 그 이후부터 ETF 상품(주식 형 상품)이나 주식에 투자가 시작되 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고등과학원 은 알지 못했다. 증권사는 매달 거 래 내역을 고등과학원 측으로 우편 으로 송부하는데, 고등과학원의 회 계 담당 직원이 그 내용을 담은 우 편을 확인하지 않아 약 4년간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고등과학원 내 회계 담당 직원이 다른 직원으로 교체되 었고, 새로운 직원이 거래 내역이 담 긴 우편을 확인해 이상한 점을 알아 챘다. 이후 고등과학원도 문제의 심 각성을 인지하고 내부 조사 후 상 위 기관인 KAIST로 감사를 요청했 다. 감사팀 측은 “요청에 따라 지 난해 감사를 진행했고, 11월쯤 감사 를 마쳐 올해 1월에 결과가 전달되 었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팀 측은 “해당 기간 내 상품을 사고파는 과 정에서 순수한 거래 이익이 약 2억 5,000만 원 정도 있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약 4,500건의 거래 동안 수 수료를 0.47%씩 부과하면서 손실된 금액이 약 7.7억 원이었다”고 5억 원 상당의 손해에 관해 설명했다. (2면에 계속) 이희찬 기자 Stipend 제도, 어떻게 시행될까 지난달 10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Stipend 제도 시행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 정식 시행 지난 1년간의 시범 시행을 거쳐 이번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가 정식 시행됐다. 학교는 지난달 10일 KI빌딩(E4) 퓨전홀에서 Stipend 제 도에 대한 대학원생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Stipend 제도는 이공계 대학원생 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 및 연 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 도이다. 우리 학교는 작년 가을학기 부터 Stipend 제도 시범 시행을 실 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450 호, <Stipend 제도 시범 시행 예정 >) 시범 시행 당시 Stipend 제도 안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과정은 100만 원을 지 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공계 석박 사 학생이면서 연차 이내인 재학생 을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시범 시 행 종료 이후 이와 같은 정책안의 기 본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번 가 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가 정식 으로 시행되었다. 시범 시행 기간에 는 Stipend 기준금액 대비 부족액 이 있는 경우에 학교 지원금이 지급 되지 않았지만, 정식 시행되는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부족액에 대해 학 교 지원금이 학생에게 지급되고 해 당 학과(부)와 연구실은 일정 기한 내에 해당 금액을 대학본부에 상환 할 의무를 진다. 이희찬 교학기획팀 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tipend 제도 시범 시행 과정에 대해 “작년 9 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 자연 과학대학, 생명과학기술대학, 공과 대학 소속 19개 학과(부)를 대상으 로 Stipend 제도 모니터링을 진행했 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시범 시행의 성과에 대 해선 학교 측과 학생 대표 측의 입 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 팀장은 “시범 시행 기간 중 Stipend 기준금 액 충족 학생 평균 비율은 지난해 9 월 90%에서 지난 8월 96%로 상승 했다”며 “각 학과(부)에서의 자발적 인 노력을 통해 대학원생 처우 개선 에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2면에 계속) 장진한 기자 467호 지면안내 8,9 [학술] 생정보학 10,11 [문화] 게임 산업규제 6 [연구] 시스템 대사공학 ©이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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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가 열악한 휴게 시설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위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우리 학교는 청소 노동자에게 쾌적한 휴게 환경을 제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회관(N11)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두 명과 아름관(N18)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세 명을 인터뷰했다.

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 노동자에게 현재 휴식하는 공간이 어디이고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곳은 학생회관 지하 2층이고, 1.5평 정도 된다. 대부분 만족하지만, 지하라 습기가 많이 찬다”고 답변했다. “학교 청소 노동자는 주로 청소를 맡은 구역에 휴식할 장소를 배정받는다. 학생회관 건물을 맡아서 지하에서 생활하는데 에어컨과 창문이

없어서 습기가 차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한 대로 에어컨이 없어서 선풍기로 여름을 버티지만, 학교에서 바닥에 장판을 설치해줘서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 학교는 청소 노동자의 휴게 공간을 지상에 위치하도록 하고 창문을 설치해 습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대신 방의 크기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바뀔 경우, 자신이 청소하는 구역과 휴게 공간의 거리가 멀어진다. 현재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는 큰 휴게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건물에 새로 지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동의 불편함을 발생시킨다. 또한, 공동으로 생활해야하는 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입장도 있었다. “근무하는 장소 근처에 휴게

시설이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렇기에 희망자만 대상으로 새로운 휴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서는 환경 개선 수요 조사를 위해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상태이고 아직 일정이 확정된 바는 없다.

휴식하는 환경과 관련된 질문 외에 근무 시간, 식사에 대한 질문에는 “평일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근무하고, 중간에 12시부터 1시는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직접 준비해야 하고 일하면서 유동적으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번은 토요일에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 반까지 근무해야 하지만, 근무 시간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청소 업무 중 힘들었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 “학교에서 굉장히 대우를 잘해주고, 학생들 또한 많이 배려해준다. 학생들이 예전보다 더 깨끗하게 공공시설

을 사용하는 것 같다”라며 “특히, 환경 보호 동아리 G-inK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학생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수거하도록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한편, 아름관 청소를 맡은 세 명의 청소 노동자는 “현재 아름관 1층 휴게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활 환경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침에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려야 할 때, 학생들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나 우산 등의 생활용품 때문에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논의나 규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근무 중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생활 환경에 대한 큰 걱정 없이 근무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청소 노동자들의 형편을 많이 배려해주는 학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심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청소 노동자 휴게 시설 및 근무 환경 개선 약속한 우리 학교

고등과학원 자금 운용 논란KAIST의 부설기관인 고등과학

원이 정부 출연금을 주식형 상품에 투자해 약 5억 원 상당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출연금과 지원금은 예금과 같은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만 운용할 수 있는데, 고등과학원이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는 상품에 투자를 감행했음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고등과학원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일반회계에서 13억 2,200만 원을 주식형 상품에 투자했으며, 피해액은 약 5억 1,000만 원이다. 또한, 해당 자금을 담당하고 있던 증권사 직원이 고등과학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매매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허술한 시스템과 무너진 기강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국정감사에서는 연구윤리뿐 아니라 공직기강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교 감사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사팀 측에 따르면, 당시 회계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이 오랜 기간 일을 담당해 증권사 직원과 가깝게 알고 지내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생긴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고등과학원은 회계 담당 직원과 증권사 직원 사이의 신뢰 관계 하에 큰 금액을 맡긴 후 사실상 관리를 위임한 상태였다. 본래 위험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할 때는 증권사 측이 기관에 연락해 동의를 받

아야 하지만,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고등과학원의 거래 고유 비밀번호도 알고 있던 증권사 직원은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임의로 자금을 운용한 것이다. 2015년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에만 투자하고 있었던 반면, 그 이후부터 ETF 상품(주식형 상품)이나 주식에 투자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고등과학원은 알지 못했다. 증권사는 매달 거래 내역을 고등과학원 측으로 우편으로 송부하는데, 고등과학원의 회계 담당 직원이 그 내용을 담은 우편을 확인하지 않아 약 4년간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고등과학원 내 회계 담당 직원이 다른 직원으로 교체되었고, 새로운 직원이 거래 내역이 담긴 우편을 확인해 이상한 점을 알아챘다. 이후 고등과학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 조사 후 상위 기관인 KAIST로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팀 측은 “요청에 따라 지난해 감사를 진행했고, 11월쯤 감사를 마쳐 올해 1월에 결과가 전달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팀 측은 “해당 기간 내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순수한 거래 이익이 약 2억 5,000만 원 정도 있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약 4,500건의 거래 동안 수수료를 0.47%씩 부과하면서 손실된 금액이 약 7.7억 원이었다”고 5억 원 상당의 손해에 관해 설명했다.

(2면에 계속)

이희찬 기자

Stipend 제도, 어떻게 시행될까

지난달 10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Stipend 제도 시행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 정식 시행지난 1년간의 시범 시행을 거쳐

이번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가 정식 시행됐다. 학교는 지난달 10일 KI빌딩(E4) 퓨전홀에서 Stipend 제도에 대한 대학원생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Stipend 제도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 및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우리 학교는 작년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 시범 시행을 실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450호, <Stipend 제도 시범 시행 예정

>) 시범 시행 당시 Stipend 제도 안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만 원, 박사 과정은 100만 원을 지

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공계 석박사 학생이면서 연차 이내인 재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시범 시행 종료 이후 이와 같은 정책안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번 가을학기부터 Stipend 제도가 정식으로 시행되었다. 시범 시행 기간에는 Stipend 기준금액 대비 부족액이 있는 경우에 학교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정식 시행되는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부족액에 대해 학교 지원금이 학생에게 지급되고 해당 학과(부)와 연구실은 일정 기한 내에 해당 금액을 대학본부에 상환할 의무를 진다. 이희찬 교학기획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tipend 제도 시범 시행 과정에 대해 “작년 9

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기술대학, 공과대학 소속 19개 학과(부)를 대상으로 Stipend 제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시범 시행의 성과에 대해선 학교 측과 학생 대표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 팀장은 “시범 시행 기간 중 Stipend 기준금액 충족 학생 평균 비율은 지난해 9월 90%에서 지난 8월 96%로 상승했다”며 “각 학과(부)에서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대학원생 처우 개선에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2면에 계속) 장진한 기자

467호 지면안내

8,9 [학술] 생정보학

10,11 [문화] 게임 산업규제

6 [연구] 시스템 대사공학

©이광현 기자

Page 2: 467호 | 2019년 10월 8일 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timespdf.kaist.ac.kr/467/46700.pdf · 2019-10-08 ·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단체 식당 개선 필수적인 학내 먹거리 문제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 학내 커뮤니티 ARA에 우리 학교 내의 먹거리에 대한 불만이 자주 게시되고 있다. 교내 배달 오토바이 금지 이슈로 시작된 학우들의 불만은 ‘교내 단체 식당 음식(이하 학식)만 맛있었어도 그나마 불만이 적었을 것’이라며 교내 식당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송소정 학우(전기및전자공학부 16)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내 학식에 대해 “학생들이 주 5일동안 학식을 주로 먹기에는 메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배달 차량 출입 문제가 학우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작년 가을학기였다. 당시 우리학교 안전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배달 차량의 출입은 불허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454호, <배달 차량의 교내 출입, 어떻게 관리되나

>) 그리고 현재는 배달 오토바이의 교내 출입만이 금지된다. 안전팀의 김정관 책임행정원은 “지난 3월 학생단체는 ‘음식물 배달 통제 건의사항’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며 “이후 2019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차량 배달은 허용하되 오토바이 배달은 통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교외 식당은 배달 대행 업체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기에 배달 오토바이를 통

제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교내 음식 배달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추후에도 배달 오토바이의 교내 출입이 허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 행정원은 배달 오토바이만을 통제하는 이유에 대해 “교내 스쿠터 운전자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캠퍼스폴리스가 지도할 수 있지만 영업용 오토바이는 속도가 빨라서 캠퍼스폴리스의 통제가 어렵다”며 “교내 교통사고 통계분석 결과에서도 오토바이 사고 건수가 차량사고 건수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에 김 행정원은 “시범운영이 끝나더라도 교내 오토바이 배달은 현행처럼 계속 통제되며, 이는 학생단체와도 합의한 바”라고 밝혔다.

한편, 배달 음식 통제가 본격화되면서 교내 식당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차 식당만족도 조사에서 서측 식당은 3회째 3.0 미만의 점수를 기록해 계약 해지가 결정됐으며 (관련기사 본지 465호, <계약 해지 투표로 입주업

체 바뀐 서측식당>) 동측 식당 역시 업체 변경 전 2018년 2차 설문조사의 3.54점에 비해 크게 하락한 2.85점을 기록하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미 경쟁력이 떨어져가던 서측 식당에 더해 동측 식당까지 업체 변경 후 퀄리티 감소를 겪은 모양새다. 2019년 1차 식당만족도조사에서의 이 두

업체를 제외한다면 2015년 이후 경고조치를 받은 것은 2016년 2차 식당만족도조사에서의 카이마루뿐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현재 학우들의 교내 식당에 대한 불만이 최악에 다다랐다고 보여진다.

사실 우리학교 내 먹거리의 다양성, 맛, 품질, 영양, 위생 등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서측 식당 외 서측의 식사 공간 부재 문제, 학식의 반찬 가짓수와 품질 문제 등은 많은 학우들이 공감할 문제다. 송 학우는 “학내 먹거리를 개선하기 위해선 배달 오토바이 허용, 교내 학식의 질 개선, 교내 전용 배달시스템 도입과 같은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 허용이 안전상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롯데리아, 서브웨이와 같은 입점 업체가 학우의 식사를 온전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내 단체 식당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의 입주업체모니터링위원회와 교내 입주업체는 학우들의 불만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곧 2019년 제2차 식당만족도조사가 실시된다. 이들의 노력으로 교내 식당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번 식당만족도조사를 지켜보자.

장진한 기자 [email protected]

Stipend에 우려 드러낸 원총(1면에서 계속)

그리고 시범 시행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을 묻는 말엔 “Stipend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정부 출연금 추가 확보를 추진했으나 아쉽게도 정부 예산 최종 심의 과정에서 누락되었다”고 밝혔다. 반면, 제47대 대학원 총학생회 <Wave> 한영훈 총학생회장(이하 원총회장)은 “학생 인건비 구조를 분석해보면 정부 출연금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며 “결국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수탁연구조사비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교 측은 특별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Stipend 제도는 추후 계속해서 보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대학원 재학생, 연차초과자 등 Stipend 대상 학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일정 기간 제도를 운영한 뒤 재원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함 여부를 재검토한다. 또한, Stipend 제도와 관련된 내용은 2019학년도 대학원 입시 요강부터 포함된다. 이 팀장은 “단기적으로 Stipend 지급이 어려울 경우에는 학교 지원금으로 지원하지만,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학생 TO 배정 제한 등의 피드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할 예정이다”며 “정식 시행 이후에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꾸

준히 수렴하고 검토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원총회장은 “개선 없이는 Stipend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학원 총학생회가 현 Stipend 제도에 찬성하지 않음을 분명히 전했다. 한 원총회장은 1년 전 시범 시행 당시 우려했던, ‘기준 금액에 미달하는 학생의 인건비를 맞춰주기 위해 다른 학생의 인건비가 감액될 수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한 원총회장은 “수당 배분, 연구비 적립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누군가의 인건비를 일정 수준으로 맞춰주기 위해 자신의 인건비가 감액된다는 사실에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한 원총회장은 “정식 시행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해당 제도의 확정안을 보지 못했다”면서 “시범 시행 1년 동안 학교 측이 단 한 차례도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향후 Stipend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연구비 추이와 연구비 중 학생 인건비의 비율의 추이를 연구실 단위까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알렸다.

장진한 기자 [email protected]

학내 감사 업무 변화 필요(1면에서 계속)

이어 “수수료로 증권사가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도 했지만, 증권사는 이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고 말했다. 변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투자한 상품은 수수료가 0.1%인 상황에 해당함에도 증권사 측이 이를 알리지 않고 일반 수수료 0.47%를 적용했다고 밝혀졌다. 우리 학교 감사실은 이에 따라 고등과학원장에게 회계 담당 직원 등 책임자 징계를, 자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증권사 직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팀 측은 앞으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감사 인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팀 측은 “감사 인력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미 발생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것이고, 이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의 교육이나 조치를 진행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현재 감사팀 직원이 6명인데, 이 인원으로는 이미 일어난 사건의 처리도 벅찬 상황이다”고 아쉬운 점을 밝혔다. 감사원이 각 정부 기관에 권장하는 감사 관련 직원 수는 전체 직원 수의 0.8% 이상인데, 우리 학교는 부설 기관까지 합치면 직원 수가 3,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감사팀은 단 6명의 직원으로만 운영되고 있기에 모든 기관을 관장하거나 예방 조치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기 어렵다. 또

한, “우리 학교 직원들은 주로 3~4년 주기로 인사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감사팀 직원들은 짧은 기간 내에 업무에 숙련되기 어렵고, 매번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오랜 시간 공부 및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지침에 따르면 감사직렬제를 통해 감사를 맡는 직원을 지정해 각 기관 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 감사팀으로 배정되기도 하며, 감사팀에서 다른 부서로 배정되어 나가는 경우도 있어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거나 알게 될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마지막으로, 감사팀 측은 “학교도 사람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약간의 잘못은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그런 문제들을 덮고만 간다면 전체적인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고, 모든 문제를 덮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큰 비위 행위의 경우 모든 구성원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희찬 기자

[email protected]

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2 종합

Page 3: 467호 | 2019년 10월 8일 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timespdf.kaist.ac.kr/467/46700.pdf · 2019-10-08 ·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단신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가 국제 학술

지 <바이오센서&바이오일렉

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의 저널 부

편집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이번 달부터 2021년 12월까

지다.

지난달 16일, 우리 학교 기계

공학과 김성용 교수가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전지구 해

양 관측 분야 주요 국제 학회

‘OceanObs 19’에 한국인

최초 운영위원으로 참석했다.

도서관, 종일 독서 행사 개최 지난 28일, 학술문화관(E9) 3층

커뮤니티 홀 B에서 ‘KAIST 도서관과 함께하는 종일 독서 행사(이하 종일독서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김강현 학우(전기및전자공학부 14)가 기획하고 도서관이 주최했다.

종일독서 행사는 바쁜 일상에서 하기 힘든 5시간 이상의 독서를 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종일독서 행사는 이전에 두 차례 글로벌리더십센터와 연계해 열렸고, 이번에는 학술정보운영팀과 연계해 학술문화관에서 열렸다. 독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다. 행사를 기획한 김강현 학우는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모두가 책에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독서하는 것이 더 잘되기 때문에 행사를 기획했다”며 행사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책을 읽고, 마무리

로 하루 동안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통해 장시간의 독서 경험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도서관은 학생들의 독서 증진을 위해 지금까지 도서 전시회를 열고, 서가를 기획 서가의 형태로 꾸미는 등의 활동을 했다. 학술정보운영팀 조증숙 선임기술원은 “도서관에서 연 독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도서 관련 행사를 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로 “도서관에서 자주 문화 행사를 여는데, 북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어도 대부분 학생보단 외부인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학우들에게 전했다.

“인권 친화적 캠퍼스 만들자”지난달 23일부터 27일은 인권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인권문제에 대해 알리는 KAIST 인권주간(이하 인권주간)이었다. 본지는 KAIST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 정원빈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주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인권주간 행사는 채식주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비건 티타임으로 시작해 인권 부스와 각종 인권 의제에 대한 연사들의 인권강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점심시간 동안 인권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런치 시네마와 게시판에 인권에 대한 생각을 적는 인권도화지 행사가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인권주간은 인권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인권 의제를 가시화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의미를 둔다”며, “우리 학교를 더욱 인권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이를 위해 학소위에서는 인권 현안에 있어 관련 기관, 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진행하고 상담, 정보제공, 관련 기관 연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개선이 시급한 인권 문제를 묻는 말에 “인권은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문제이며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한다면 장애인 인권 개선 문제가 시급하다. 그 중 학내 경사로, 점자 보도블록 등의 시설이 부족해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동권 문제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상대방의 배경과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학교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3종합

인권 주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학우들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N3) 앞에서 인권 부스가 운영되었다.

©이률 기자

변성운 기자

[email protected]

방민서 기자 [email protected]

장시간 책을 읽고 있는 참가자들

지난 28일,‘KAIST 도서관과 함께하는 종일 독서 행사’가 진행됐다.

학술정보운영팀 제공

다빈치 포인트 프로그램 시행 ... 예술 활동 동기 부여 기대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부에서

학생의 예술 활동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다빈치 포인트’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예술 교양 과목을 담당하는 인문사회과학부 소속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인문사회과학부 예술 마일리지 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다빈치 포인트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다빈치 포인트 프로그램은 각 학생이 참여하는 예술 활동에 점수를 부과한다. 다빈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활동에는 ▲한 학기 예술 관련 정규 수업 수강 ▲한 학기 예술 관련 동아리 활동 ▲예술 관련 리더십 강좌 수강 ▲다빈치 포인트 강연 참석 ▲학내외 전시 및 공연 관람 등이 있다. 활동마다 차등적으로 점수

가 지급되며, 쌓인 점수에 따라 다빈치 등급이 나뉜다. 점수가 50점 이상 쌓이면 실버, 70점 이상은 골드, 100점은 플래티넘 등급으로 분류한다. 다빈치 포인트는 리더십 마일리지로도 인정된다. 다빈치 등급이 실버라면 리더십 마일리지 30점, 골드라면 40점, 플래티넘이라면 50점을 받을 수 있다.

예술 마일리지 위원회는 다빈치 포인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가 ‘교내 예술 관련 행사가 이미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35% 이상이 ‘학업 부담 때문에 향후 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 결과를 바탕

으로 예술 마일리지 위원회는 “예술 활동의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장기적인 예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다빈치 포인트는 참여를 강제하지 않으므로, 학생들이 예술 활동을 함에 있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설계되었다. 다빈치 포인트의 주목적은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적극적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이 음악, 미술, 영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클래식 음악이나 순수 예술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교내 오케스트라 공연, 피아노 공

연, 밴드 공연, 미술 작품 전시회 등을 관람 혹은 참여하는 모든 것을 예술 활동으로 인정하고 점수를 지급한다. 자신의 활동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예술 마일리지 위원회 이메일([email protected])을 통해 자세한 문의가 가능하다.

다빈치 포인트 인증 기간인 11월 말에 자신의 예술 활동을 증명하는 사진이 포함된 신청서를 이메일로 보내면 심사 과정을 거친 뒤 점수가 부여된다. 또한, 다빈치 포인트가 부여되는 예술 활동 동아리 목록은 추후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다빈치 포인트>에 공지될 예정이다.

심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활동다빈치 포인트

예술 관련 정규 수업 수강 (한 학기)

10

예술 관련 동아리 활동 (한 학기 공연 및 전시 참여)

10

리더십 강좌 III예술 관련 강좌 수강 (한 학기) 7

2019 다빈치 포인트 강연 참석(N4동 시청각실)

51) 10월 7일 오후 2:30 김유선 미술 작가 초청 강연2) 11월 21일 오후 4:00박지원 재즈 피아니스트 렉쳐 콘서트

학내외 전시 및 공연 관람 5

[단위: 점]

다빈치 등급필요한포인트

인정되는리더십 마일리지

Silver 50 30

Gold 70 40

Platinum 100 50

[단위: 점]©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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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4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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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② 언론에 대해 대화하다

학내 언론 설문조사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설문조사 동기에 대해서 공감한다. 언론은 정확성과 신속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학내 언론인 카이스트신문은 신속성 측면에서 SNS를 따라가기 어렵다. 발행주기도 2주이고, 방학에는 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부분에서 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학내 언론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

해 대학원생의 특수성을 언급한 답변

이 있었는데

해당 답변에 동의한다. 특히 우

리 학교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모든 SNS 채널은 대학원생보다는 학부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 ARA와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물론이고 대학원에서 만든 카이스트 대나무숲 역시 이용자는 학부생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카이스트신문은 어느 정도 대학원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매체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학원생에게 학내 언론이 더욱 필요한 특수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을 이용하는 학내 구성원 비율이

낮게 나온 이유에 대해

카이스트신문은 학부 중심 이슈

를 많이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대학원생이나 교수, 교직원이 바라볼 때는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경우도 있다. 학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나 동아리연합회 관련 이슈가 아주 크게 다루어지는 것이 과연 전체 학내 구성원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타 대학 학부를 졸업한 대학원생은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

학내 언론의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카이스트신문의 접근성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기사를 전달하는 채널의 종류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

한다. 기사 전달 방식보다는 내용에 더욱 신경 써서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기사를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학내 언론과 관해 개선되었

으면 하는 점은

카이스트신문에 기사를 쓰는 사람이 다양하게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학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신문을 만들되 대학원생과 교직원도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오피니언 면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글을 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구 기사는 다소 어렵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쉽게 설명하면 더 잘 이해시킬 수 있는데, 어렵게 설명하

고 있다. 연구의 포장을 벗겨내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또한, 현실적인 제약사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방학 기간에 발간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대학원생과 교직원은 방학에도 학교에 있기 때문에 언론이 소식을 알릴 필요가 있다.

학내 언론 설문조사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학내 언론의 재도약을 수용자로부터 찾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학내 언론에 대한 인지도와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학내 언론의 필요도가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용도는 매우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용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은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었다. 이용도를 보다 정확하게 조사하려면, 언론 이용 빈도와 언론에 의한 태도 변화를 질문해야 한다. 설문 문항(학내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계십니까)은 학내 언론을 단 한 번 이용한 구성원이라도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실제 학내 이용도는 조사된 것보다 더 낮을 수 있다.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은 고무적이며, 학내 언론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학내 언론이 나아가야 한다.

SNS의 등장 등 매체의 변화가 저널

리즘에 미치는 영향은

디지털 미디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가짜 뉴스의 등장으로 인한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 추락 등의 이슈로 각국의 언론은 현재 큰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 역시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 최근 많은 조사들이 국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용도 역시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경우 전통적 매체에 대한 의존도 및 이용도가 급

격히 하락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이 필요하

다고 느끼지만 정작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

학내 언론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여도를 높임으로써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학내 언론을 통한 정보 습득이 습관화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내 언론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KAIST라는 특수한 환경은 학내 언론

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KAIST는 전통적 미디어가 침투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TV 시청이 어렵고, 신문 등의 인쇄

매체 역시 이용도가 낮다.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며,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특수성은 오히려 학내 언론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학내 언론의 잠재적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학내 언론이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

한 방법은

접근성 향상은 현재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화두이다. 디지털과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내 언론사도 종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기사 전달을 활성화시키고, SNS 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학교 포탈을 통해 학내 언론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

는 방법도 있다. 결국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학내 언론에 전하고 싶은 말은

학내 언론의 재도약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있다. 본인도 학보사 기자였기 때문에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또한, 한국 언론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학자로서 학내 언론의 고군분투가 한국 언론의 고군분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다만 카이스트신문은 학내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한 재도약의 가능성을 가진다고 본다. 학내 구성원들과 접점을 늘리다 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충대신문 구나현 편집국장, “학내 언론, 기존 언론사와의 차별성 확보가 관건”

한영훈 대학원 총학생회장, “다양한 학내 구성원을 위한 내용 필요”

인문사회과학부 장정우 교수, “종이에서 벗어나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본지는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466호 , <학내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 ① 학내

언론 인식 설문조사 >) 본 설문조사의 목적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학내 언론의 미래에 대해 심

층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언론정보학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부 장정우 교수, 한영훈 대학원 총학생회장, 충대신문 구나현 편집국장과 각각 이

야기를 나누었다. 글 | 유신혁 기자 [email protected]

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5종합

학내 언론 설문조사 결과가 충대신문

의 상황과 비슷한가

비슷하거나, 충대신문의 상황이 더 나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충대신문에서는 종이신문을 단과대에 직접 배달하고 있는데, 가판대까지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숙사에 신문을 배치하는 것도 어려워서, 신문을 접하지 못하는 학우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두 SNS 모두 이용하지 않는 학우들은 기사를 읽기 어려울 것이다.

SNS 등의 새로운 매체가 학내 언론

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고 있는 상황

에 대해

SNS에 올라오는 정보는 학내 여론을 반영한다. 학내 언론은 이러한 여론에 대해 결론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숙사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에 문제의 원인이나 대책 등을 대신 물어보는 역할을 학내 언론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내 언론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

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에브리타임(학내 커뮤니티)에 기사를 하나씩 올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글이 올라왔을 때 충대신문에

서 작성한 관련 기사가 댓글로 달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을 보고 커뮤니티에 기사를 올리는 방안을 떠올렸다. 카드 뉴스는 인력 문제 때문에 제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으며, 신문 지면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학내 언론이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

는 또 다른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첫째로,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워 퇴사를 하는 기자들이 생기기도 한다. 기자들이 일에 익숙해지면 임기가 끝난다는 문제도 있다. 두 번째 문제로, 구

성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있다. 비문이나 띄어쓰기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 설문조사 진행 시 통계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셋째로, 학내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기자들이 속해있지 않은 단과대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은 신속성 부족이다. 충대신문은 3주에 한 번씩 발간되기 때문에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앞으로 학내 사회에서 학내 언론은

어떤 역할을 가지게 될지

기존 언론사가 다루지 않는 학내

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또한, 정보 전달자가 아닌 정보 생산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 기성 언론사의 기사나 학교 측에서 전달한 정보를 옮겨 쓰는 것보다는,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기존 언론사들과의 차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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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경록 박사와 장우대, 양동수, 조재성 박사과정, 박다현 석사과정이 시스템 대사공학의 최신 기술을 정리하고 이를 이용한 연구 전략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셀(Cell)지가 발행하는 리뷰 저널인 <생명공학의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 8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경제성 높이기 위해 대사공학 개선해

시스템 대사공학은 바이오 기반 산업에 적합한 미생물 균주를 더 효과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기존의 화학산업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가 창시한 분야이다. 기존의 대사공학은 미생물 균주 개발을 위해 반복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은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모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대사공학은 전통적인 대사공학에 합성 생물학, 시스템 생물학, 진화공학적 기법을 융합함으로써 고성능 균주의 개발을 용이하게 하고, 생산 공정의 경제성을 높여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번 논문은 시스템 대사공학의 최신 실험 도구와 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활용한 미래 연구 전략을 제시했다.

산업화 위한 효율적인 연구 과정이란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는 크게 ▲프로젝트 디자인 ▲호스트 균주 선정 ▲대사회로 구축 ▲독성 저항성 향상 ▲대사 흐름 최적화 ▲발효 ▲회수 및 정제 ▲스케일 업 단계로 구분된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프로젝

트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산업 환경에서 진행되는 발효, 분리·정제 등의 공정을 고려한다. 이처럼 실험실 규모에서 개발한 균주가 산업 규모의 생산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예측해 시행착오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생산하고자 하는 목적 화합물과 생산에 이용할 탄소원 선정에는 경제성과 생산 가능성을 고려하며, 각 단계의 공정에 용이한 목적 화합물의 농도와 순도를 고려해 개발하고자 하는 균주의 목표 성능을 설정한다.

과거에는 주로 균의 생리와 엔지니어링 도구가 잘 갖추어진 모델 미생물을 균주 개발에 사용되는 호스트 균주로 이용했다. 최근 엔지니어링 도구 개발이 용이해짐에 따라 이산화탄소 고정이 가능한 시아노박테리아, 식품 안전성이 보장되는 유산균과 같이 목적과 공정에 적합한 균주가 이용되고 있다. 또한, 미생물뿐만 아니라 식물·동물 세포와 같은 진핵 세포, 더 나아가 식물이나 곤충 등 살아있는 다세포 유기체도 엔지니어링에 이용되고 있다.

생물정보학 이용해 대사 회로 구축

목적 화합물 생합성을 위한 대사 회로는 호스트 균주의 대사 과정을 최적화하거나 외래 대사 반응을 도입해 구축한다. 비교적 간단한 대사 회로의 경우 대사 반응·경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직관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지만, 회로가 길고 복잡할수록 최적 경로 디자인이 어려워진다. 최근 생물정보학 도구가 발전함에 따라, 특정 효소 반응에서 기질과 산물의 화학구조 변화에 기초한 반응 규칙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목적 화합물 생산에 필요한 대사회로를

디자인하는 효율적인 전략이 개발되었다. 또한, 합성생물학 발전으로 더욱더 많은 수의 유전자를 안정적으로 도입, 발현시키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복잡한 대사회로의 구현이 용이해졌다.

공정에서 균주 생존 위한 내성 증가

미생물 균주가 산업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목적 화합물을 고농도로 생산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많은 경우 목적 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세포에 대한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목적 화합물에 대한 균주의 내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 화합물의 세포 독성 작용이 밝혀지면 해당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독성을 낮추는 방법이 있으며, 세포 내부에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거나 유입된 물질을 세포 외부로 배출해 독성을 낮추는 전략도 가능하다. 또는 목적 화합물의 농도를 점차 높이면서 여러 세대에 거쳐 배양해 저항성이 강한 변이를 선별하는 접근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대사 회로 최적화 통해 생산성 향상

이후 엔지니어링 된 균주의 목적 화합물 생산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구축된 대사 회로의 흐름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사 회로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기 위해 가상환경의 유전체 수준 대사 모델을 기반으로 엔지니어링 후 성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또한, 목표 화합물과 중간 생성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바이오 센서를 개발해 대사 회로를 쉽게 최적화할 수 있다.

산업 환경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더라도, 산업 규모 공

정의 배양 상태가 실험실 규모에서와 다르므로 균주의 성능이 실험실에서보다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개발한 균주를 실제 산업에 투입하기에 앞서 공정의 규모를 점차 키워가며 예상치 못한 취약점을 확인하고 개선함을 반복해 산업 규모에서의 표적 화합물 생산에 최적화된 균주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균주가 자연에 유출될 경우 사멸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최경록 박사는 “기후 변화와 석유 고갈 문제가 심화되는 현재 기존의 석유화학 산업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바이오산업으로 대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라며 “시스템 대사공학은 산업에 투입 가능한 고성능 생산 균주의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바이오산업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정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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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균주 개발로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높일 수 있어…전략적 연구 과정 제안하고 최신 실험 도구와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이번 연구가 게재된 <생명공학의 동향>의 표지 사진

생명화학공학과 연구원들, 시스템 대사공학의 미래 연구 전략 제시

최경록 박사 제공

생명화학공학과 최경록 박사 연구팀

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6 연구

Page 7: 467호 | 2019년 10월 8일 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timespdf.kaist.ac.kr/467/46700.pdf · 2019-10-08 ·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칠판을 가득 메우는 포스터와 기사들, 정갈히 놓여있는 책상과 의자. 구석에 자리 잡은 피아노까지. 향수를 불러오는 교실의 모습이다. 불이 켜지면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입장한다. 학교의 자랑인 이들은 유서 깊은 대학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을 준비하는 특별반 학생들이다.

인생을 위한 수업, 합격을 위한 수업

헥터는 인생을 위한 수업을 꿈꾸는 문학 선생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문학 작품으로부터 위로 받던 그는, 때때로 문학 속으로 도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장으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은 직후, 헥터는 학생들에게 토머스 하디의 시 <북 치는 소년 핫지>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가르친다. 어린 나이에 참전해 관에도 눕지 못한 채 구덩이 속에 던져진 소년병의 이야기는 무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에 와닿는다.

교장은 학생들의 입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옥스퍼드 출신 역사 교사 어윈을 고용한다. 학생들의 답안지에 진부하다는 말을 가득 적으며 등장한 그는 면접위원들을 사로잡으려면 신선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헥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어윈의 수업에 학생들은 술렁인다. 역사를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는 게임으로 여기는 그는, 인도인인 악타에게 영국 제국주의에 우호적인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거나, 유대인인 포스너에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해 중립적인 답변을 할 것을 제안한다.

진정한 배움의 의미

학생을 대하는 교사들은 관객에게 교육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직설적인 교사 린톳은 문학 작품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가르침이 결국 학생들이 대학에 떨어졌을 때 위로하기 위해 들어두는 보험이라며 헥터를 비꼰다. “문학 작품이 약이고 지혜고 반창고이며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아니잖아요.” 포스너를 비롯한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다. 문학 작품은 불안한 학생들의 마음에 환각을 보여주는 도피처일 뿐이다.

이들의 수업은 유명한 책이자 영화인 <죽은 시인의 사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극은 헥터를 영원히 남을 좋은 교사로, 어윈을 인간성이 결여된 교사로 남겨두지는 않는다. 헥터가 학생을 추행한 일을 밝히고, 철두철미한 어윈의 빈틈을 드러낸다. 대학 면접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

도 헥터, 어윈, 다른 학생과의 관계를 통해 학생들은 성장한다.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선택의 교차로에서 그들은 시에서 노래하는 슬픔, 행복, 죽음에 공감하고, 시는 인생의 예고편이라는 헥터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문학으로 인생을 배우다

<히스토리 보이즈>의 원작자 앨런 베넷은 인물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적절한 시와 희곡 문구를 인용했다. 헥터는 대학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라고 외치며 하우스만의 시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 바로 지금, 벚나무>를 인용한다. 이 시의 화자는 스무 살인 자신이 눈 덮인 벚나무를 볼 수 있는 날이 70년 인생에서 5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이제 18살이 된 학생들은 시를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만을 느끼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헥터의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

모두가 그가 인용하는 시 구절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은 화자가 느끼는 감정이 자신과 너무 멀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헥터는 누구에게나 문학 작품이 품은 감정들을 경험할 날이

올 것이라 답한다. 그가 이제까지 다뤄왔던 작품은 학생들을 갑작스러운 슬픔, 절망 등의 고통으로부터 보호해 줄 완화제인 셈이다.

교사와 학생, 관계의 전환점

어윈과 학생들이 다루는 역사적 사건도 이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데이킨은 자신이 제출한 에세이를 두고 어윈과 토론하는데, 전환점을 주제로 덩케르크 철수 작전, 몽고메리 장군과 알라메인 전투 등을 언급한다. 갑작스러운 히틀러의 명령으로 독일군이 공격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덩케르크 작전은 실패했을 것이다. 또 당시 영국군의 사령관이었던 고트 장군이 전사하지 않아 몽고메리 장군이 알라메인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주도권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순간이 역사를 바꾼 이 사건들처럼, 데이킨이 어윈의 빈틈을 찾아내며 둘의 관계도 뒤집힌다.

모두에게 결함이 있고, 마냥 해피 엔딩이라고는 보기 힘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각본은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넘겨줘라, 때로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실을 사

는 학생들에게 남긴 헥터의 한 마디가, 극이 끝난 뒤에도 극장 안에 맴돈다. 헥터가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어윈에게, 어윈이 다시 학생들에게… 돌고 돌며 전달된 메시지를 건네받은 이들은 다시 현실을 향한 발걸음을 뗀다.

성범죄를 둘러싼 많은 법적 논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범죄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과는 달리, 이따금 성범죄에 한해 고소인은 자신의 ‘피해자다움’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피해자다움은 사람의 조리와 상황의 맥락으로 판단 내릴 수 있는 주관적인 영역인 것만 같다. ‘피해자다움’이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현재의 관례에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더불어 관련된 법의 정당성을 밝히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철학자가 이 주제에 뛰어들어, 독

창적인 분석을 내놓았다.피해자다움은 사실 가해자와 피

해자가 존재하는 모든 법적 분쟁에서 유효할 수 있는 개념이다. 작가는 ‘시점 t 이후 A의 행위 S는 범죄 C에 대해서 피해자답다’를 ‘[A가 C의 피해자이다]라는 가설 하에서 A의 행위 S는 [A가 C의 피해자가 아니다] 라는 가설하에서보다 더 잘 설명되고 이해된다’로 정의한다. 피해자다움은 사건 후부터 정의된다. 이 정의로 인해 성범죄에서 가해자 측 변호인이 논거로 사용하곤 하는 ‘밤늦은 시간에 위험한 곳을 다니고 있었다’나, ‘야한 옷을 입고 있었다’ 등은 피해자다움과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 정의는 여전히 피해자다움을 완벽히 상술해주지 않는다. ‘어떤 가설하에서 다른 가설하에서보다 더 잘 설명되고 이해된다’ 에서 더 잘 설명되고 이해된다는 대목은 “결국 인간의 행위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유서 깊은 질문으로 논리를 이끈다.

작가는 인간 행위의 설명적 이해에 관한 두 이론을 언급하며, 특히 드레이의 행위 설명 이론에 집중한다. 인간 행위의 당위성을 논리적 인과관계로 파악하며 개인성을 제거하는 대신, 행위가 행위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적절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곧 행위를 이해했다는 것이다. 원

치욱은 이 이론을 계승하며, 타인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너의 행위를 이해하는 방식은 너를 너의 행위로 이끌었던 실천 추론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저자는 이러한 심적 시뮬레이션 모델이 피해자다움을 정립하기 위한 첫 단계로 보았다. 하지만 심적 시뮬레이션 모델은 여전히 상식심리학이 가지는 모호함과 단서조항의 무수함을 안고 있기에 법에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법칙 인과적 모델과 심적 시뮬레이션 모델을 병합한 원치욱의 모델을 상술한다. 간단히 말해, 행위자의 심리상태가 사실성, 인과성, 그리고 합리성을 지닐 때 비로소 설명이 완료되었다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한 작업은 피해자다움을 정의할 때, ‘더 잘 설명되고 이해한다’라는 대목을 자의적이지 않고, 정형화된 이론적 토대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는 법에서의 안정성을 위해, 철학적인 견지로 인간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학문적 견해를 내놓는다. 고루하고 형이상학적으로만 느껴지는 철학의 화려한 변용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최성호 -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전 세계가 어둠에 잠긴 순간, 무명 가수 잭 말릭은 그가 살던 곳과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코카콜라가 없고, 해리포터도 없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 전설적인 뮤지션, 비틀즈가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해는 뜨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사라진 과거를 아는 잭만이 홀로 혼란을 겪고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비틀즈가 되겠다는 위험한 결심을 한다.

잭은 기억 속 불후의 명곡들을 그의 목소리로 담아낸다. 그렇게 몇 곡을 완성한 그는 눈부신 미래를 상상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무명 가수인 잭에게 제대로 된 무대는 주어지지 않았고, 그는 명곡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좌절한다.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에드 시런이 나타난다. 잭의 무대를 보고 감동을 받은 에드 시런은 잭에게 자신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준다.

에드 시런의 공연에 선 이후 잭은 일약 팝스타 가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곡으로 부와 명예를 얻는 것에 대한 회의감에 빠진다. 자신의 앨범에 수록할 곡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직접 작곡한 곡을 비틀즈의 <Hey Jude> 이

후에 불렀다가 혹평을 받으며 그 곡을 앨범에서 빼는 모습은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바라던 유명세를 얻었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오직 비틀즈의 노래 뿐이었다.

한편 잭에게는 10년간 그의 꿈을 응원해준 한 여자 엘리가 있다. 엘리는 언제나 묵묵히 그를 응원했고 수줍게 좋아했다. 그러나 잭은 같은 마음이면서도 그녀와 연인관계가 되지 못했고 그의 마음을 묻는 그녀에게서 계속 도망친다. 유명세를 얻은 잭은 끝내 엘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지만, 후에 다른 남자와 연인이 된 그녀를 보며 후회한다. 성공에 눈이 멀어 많은 것을 잃었다는 걸 깨달은 잭은, 타인의 힘으로 이뤄낸 성공의 허무함을 깨닫는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관객들에게 부와 명예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잔잔한 비틀즈의 노래에 실어 전달한다. 거짓으로 이뤄낸 성과가 얼마나 헛된지, 그 성과로 얻는 것이 커질수록 자신은 얼마나 작아지는지를 보여준다. 진실은 언제나 어렵지만 비틀즈의 아름다운 곡만큼이나 가치 있다.

대니 보일 - <예스터데이>

피해자다움에 대한 철학의 답변 비틀즈가 사라졌다

양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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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현실을 사는 당신에게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기간 | 2019.09.20.~2019.10.27.

요금 | R석 6만 원, S석 4만 원

문의 | 1544-1555

박재균 기자 [email protected]

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하예림 기자

[email protected]

7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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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8 학술

생명 정보가 담긴 분자 DNA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원자들로 이루어진다. 음식을 먹거나 호흡, 배설 등의 과정을 통해 생명체는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물질을 교환한다. 그런데도 생명체가 생명으로서, 종으로서, 그리고 개체로서 특이성을 잃지 않는 것은 생명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저장한다는 의미다. 이 사실은 생식 과정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 생식의 결과로 새로 탄생한 생명체는 그를 탄생시킨 생명체를 닮는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자신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다른 개체로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유전이라 부르며 농업과 축산업 등에 널리 활용해 왔지만,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말, 유물론을 기저에 두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생명 현상에도 적용되면서 과학자들은 유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 물질이 바로 생명체의 본질이 되는 정보를 담고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DNA는 1869년 스위스의 프리드리히 미셔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944년, 캐나다의 오즈월드 에이버리가 이를 실험으로 확인하며 생명체의 정보가 DNA라는

특정한 분자 내에 담겨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명 현상이 복잡한 만큼 유전 물질에 담겨야 할 생명의 정보는 방대하다. 에이버리의 발견으로 생명 정보가 DNA라는 분자 구조 속에 담겨있다는 것은 확인되었으나, 그 정보가 어떻게 분자 안에 저장되고 생명 현상을 일으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생명 정보가 생명 현상으로 발현되는 메커니즘은 1953년 프란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의 분자 구조를 보고하며 밝혀지기 시작한다. DNA는 A(Adenine, 아데닌), T(Thymine, 티민), C(Cytosine, 사이토신), G(Guanine, 구아닌)의 네 가지 단위체가 반복되며 긴 이중 나선 구조의 중합체를 이루는데, 바로 이 단위체의 서열이 생명 현상을 규율하는 정보가 된다. 각 단위체가 염기성을 띠기에 이 서열은 염기서열이라 불리며, 1957년 크릭은 DNA 염기서열이 생명 현상으로 발현하는 과정인 센트럴 도그마를 제시한다. 센트럴 도그마에 따르면 DNA의 염기서열은 RNA의 염기서열로 전사되고, RNA 염기서열은 다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되어 생명 현상을 이룬다. DNA, RNA, 단백질의 서열과 후술할 각 서열 위에 존재하는 변형은 이후 더 자세히 연구되었고, 생정보학은 바로 이 생명 정보를 정

보 처리 기술로 분석해 의미 있는 지식을 얻는다.

DNA 염기서열 분석하는 생어 방법

크릭이 제시한 센트럴 도그마는 DNA 염기서열로부터 모든 생명 현상이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DNA 염기서열을 파악하는 것은 생명 현상을 온전히 파악하는 첫 번째 단계로 여겨졌다. 왓슨과 크릭은 X-선 회절을 이용해 DNA가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룬다는 것을 밝혔지만,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DNA의 염기 서열이 분석되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약 20년 뒤인 1977년이다.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는 DNA 중합 효소와 전기영동을 이용해 짧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이 업적을 인정받아 3년 뒤 노벨상을 받는다. 생어의 방법에선 우선 염기서열을 알고자 하는 DNA의 한쪽 끝에 결합하는 짧은 DNA 조각인 프라이머를 붙인 뒤, 프라이머에서 시작해 DNA에 상보적인 서열을 합성한다. 이때, DNA의 단위체인 dNTP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ddNTP를 함께 재료로써 넣어준다. 실험에 사용되는 ddNTP에는 종류별로 각자 다른 형광물질을 붙여 두었다. 합성 과정에서 DNA 중합 효소가 dNTP를 사용하면 DNA 서열이 정상적으로 자라나지만, ddNTP를 사용한다면 그 위치에서 합성은 종결되며 이는 dNTP와 ddNTP의 농도비율에 따라 확률적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합성된 다양한 길이의 상보서열은 전기영동을 통해 길이에 따라 분리할 수 있고,

분리된 상보서열의 형광을 분석하면 합성이 종결된 곳에 어떤 ddNTP가 결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ddNTP의 서열이 확인되면 그의 상보적인 서열을 구해 기판 DNA의 염기서열을 알 수 있다.

인간 게놈 처음으로 분석한 생정보학

생어의 방법은 지금까지도 짧은 DNA의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데 널리 쓰이는 신뢰성 높은 방법이지만, 한 생명체의 DNA를 모두 분석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큰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생어의 방법을 토대로 염색체 워킹(Chromosome Walking), 염 색 체 점 핑 ( C h r o m o s o m e Jumping) 등 수많은 DNA 염기서열 분석 방법이 개발되었고, 분석할 수 있는 DNA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며 바이러스와 같이 단순한 유사 생명체의 DNA는 통째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생명체, 혹은 바이러스의 전체 DNA의 염기서열은 모든 유전자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게놈(Genome)이라 불린다.

바이러스 게놈 분석에 이어, 인간의 전체 DNA 염기서열 분석을 목표로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1990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인간의 DNA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한 번의 실험으로 분석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해야 했다. 각각 분석한 DNA 조각의 염기서열은 서로 일치하는 부분을 겹치도록 배열해 합칠 수 있으며, 충분히 많은 조각에 대해 이를 반복하면 전체 DNA 염기서열을 얻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고안했고, 컴퓨터를 이용해 이를 계산함으로써 그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전체 서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는 계산하기 까다롭다. 부분 DNA 염기서열을 조합하는 문제의 해법 중 하나인 OLC(Overlap-Layout-Consensus, 겹침-나열-일치) 알고리즘은 이 문제를 해밀턴 경로(Hamiltonian Path)로 환원해 해결한다. 해밀턴 경로는 주어진 그래프에서 모든 꼭짓점을 정확히 한 번 방문하도록 두 꼭짓점을 잇는 경로

를 말한다. OLC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위해서 우선 겹치는 부분이 있는 DNA 조각끼리 선으로 이어 그래프를 그린다. 한 조각이 다른 조각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포함하는 조각만 남긴다. 만약 이 그래프의 모든 조각이 하나의 DNA로부터 비롯됐고, 전체 DNA 중 임의의 부분을 포함하는 조각이 하나 이상 있다면 해밀턴 경로가 존재한다. 이 해밀턴 경로를 따라 조각을 조합하면 전체 DNA 염기서열을 얻을 수 있다.

게놈의 의미 밝히는 게놈 주석

전체 DNA 염기서열은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갖지 않는 4가지 단위체의 무작위한 반복서열이다. 13년에 걸쳐 얻은 인간의 게놈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선 게놈 중 어떤 부분이 유전자로 발현되고, 또 그렇지 않은 부분은 어떤 역할을 가지는지 알아야 한다. 이렇게 게놈에서 각 부분의 역할을 밝히는 것을 게놈 주석(Genome Annotation)이라 부른다.

게놈 주석 연구가 이뤄지기 전에는 게놈 전체가 유전자여서 모두 센트럴 도그마에 따라 단백질로 발현된다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 게놈 중에 약 2% 만이 유전자이며, 나머지는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게놈을 분석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유전자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게놈에서 유전자를 찾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이 BLAST이다. BLAST는 DNA 염기서열인 게놈을 비롯해 RNA의 염기서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등을 비교하는 알고리즘으로, 이 경우에는 여러 종의 게놈을 비교하는 데 이용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전자는 생명 현상을 직접 일으키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분이다. 진화적으로 가까운 종일수록 유사한 단백질을 가져 유사한 생명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유전자는 유전자가 아닌 부분에 비해 그 서열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과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서로 대응되므로, BLAST를 통해 찾은 후보 염기서열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생명은 복잡하다. 수많은 분자가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생명 현상이라는 거시적인 결과를 만든다. 최근 생명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명과 관련된 정보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는 사

람이 직접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경우가 많지만, 복잡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명에 관련된 지식 모두를 함께 연결해 분석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생명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정보 기술 역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컴퓨터 등을 이용한 정보 처리 기술로 방대한 생명 정보를 분석해 생명에 대한 인류의 지식의 폭을 넓히는 생정보학에 대해 알아보자.

글 | 오현창 기자 [email protected] 일러스트 | 홍종옥 기자

생정보학,ATCG부터 구조생물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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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과 대조해 해당 서열이 정말 유전자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서열을 대상으로 이런 확인 과정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BLAST(Basic Local Alignment Search Tool)를 통해 진화적으로 가까운 종의 게놈을 비교해 유사도가 높은 서열을 중심으로 유전자를 찾으면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놈에서 유전자가 아닌 DNA는 한때 어떤 기능도 하지 않는 ‘쓰레기’로 여겨졌지만, 이 중 일부를 삭제하면 암이 생기거나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등, 필수적인 역할을 가지는 것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이미 밝혀진 역할만 수십 가지가 있지만, 넓게 보면 모두 ‘유전자의 발현량 조절’이라는 목적을 가진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이만여 개의 유전자를 찾아냈지만, 모든 유전자가 같은 정도로 발현되지 않는다. 단백질을 생성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mRNA라 부르는데, 각 유전자로부터 생성되는 mRNA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의 양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mRNA의 양 외에도 단백질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지만, mRNA는 센트럴 도그마에서 DNA와 가장 가깝게 위치한다는 점에서 보통 발현량 변화 연구의 시작점이 된다.

mRNA 종합 분석하는 DNA 칩

DNA 칩(DNA Chip)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mRNA의 양을 유전자별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DNA 칩의 각 칸에는 하나의 유전자에 상보적인 DNA 분자가 용기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 DNA 칩을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세포로부터 mRNA를 추출한 뒤, mRNA를 기판으로 cDNA(Complementary DNA, 상보적인 DNA)를 합성해야 한다. 이때 기판이 되는 mRNA가 많을수록 cDNA는 많이 합성된다. 다음으로, cDNA에 형광물질을 접합하고 준비한 DNA 칩 위에 뿌린다. DNA 칩에 고정된 DNA는 그에 상보적인 cDNA에만 결합하므로, 이후 미세격자를 가볍게 씻어내면 각 칸에는 해당 칸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cDNA만 남게 된다. cDNA에는 형광물질이 결합해 있으므로 형광의 세기와 cDNA의 양은 비례하고, cDNA의 양과 mRNA의 양 역시 비례하기 때문에 각 칸의 형광을 통해 각 유전자의 mRNA 전사량을 비교할 수 있다.

트랜스크립톰, 모든 RNA의 집합

DNA의 전체 집합인 게놈이 등장하며, 이에 대응해 RNA의 전체 집합인 트랜스크립톰(Transcriptome)의 개념이 생겨났다. DNA 미세격자를 통한 mRNA 분석이 바로 트랜스크립톰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유전자 하나에 대한 mRNA의 절대적인 전사량을 측정하는 것은 어

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여러 유전자에 대한 mRNA의 상대적 전사량을 함께 측정하고, 조건의 변화에 따라 그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필 때야 비로소 유전자의 역할과 자극에 대한 생명체의 반응 메커니즘 등 유의미한 사실을 탐구할 수 있다.

센트럴 도그마에서는 RNA로 전사된 정보는 다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번역되고, 단백질이 생명 현상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생명 정보를 저장하기만 하는 DNA와 달리, RNA는 직접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기도 한다. 효소로 작용하는 RNA인 리보자임(Ribozyme)이 대표적이다. 인간 게놈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98%의 염기서열 중 대부분은 바로 이렇게 직접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RNA로 전사되며, 트랜스크립톰은 이들 RNA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연구한다.

RNA의 상호작용 중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RNA 간섭(RNA Interference)이 있다. 어떤 RNA는 전사 후 작은 RNA 조각인 siRNA(Small Interfering RNA, 작은 간섭 RNA)로 가공되는데, siRNA는 상보적인 mRNA와 결합해 mRNA의 분해를 촉진한다. 게놈에서 유전자가 아닌 부분 중 일부는 이렇게 siRNA를 생성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RNA 간섭처럼 게놈에서의 상호작용이 트랜스크립톰에서의 상호작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생명 현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게놈과 트랜스크립톰을 또 하나의 전체 집합으로써 이해해야 한다.

생명 현상 중심에 서있는 단백질

센트럴 도그마에서, DNA는 생명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고, RNA는 DNA와 단백질의 매개체이며, 단백질은 DNA의 정보를 받아 생화학 반응에 직접 관여하는, 생명 현상 그 자체였다. RNA의 다양한 역할이 밝혀진 지금, 센트럴 도그마는 완벽한 모델이 아니다. 그런데도 단백질은 여전히 생명 반응의 주체로 여겨지는데, 이는 4가지의 단위체를 가지는 DNA, RNA와는 달리, 단백질은 인간의 경우 20가지의 단위체를 가져 훨씬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DNA에서 RNA를 전사하는 RNA 중합 효소와 DNA를 복제하는 DNA 중합 효소 모두 단백질이며, RNA에서 단백질을 생성하는 리보솜은 단백질과 RNA의 복합체이다. 게놈, 트랜스크립톰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프로테옴(Proteome)이 있으며, 프로테옴 역시 복잡하게 아름다울 것은 자명하다.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에 의해 삼차원 구조를 완성하고, 또 다른 단백질에 의해 분해되며, 여러 단백질이 모여 하나의 효소를 이루기도 하고, 거대한 세포의 골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단백질이 유전자의 최종 산물이므로, 단백질의 발현량을 직접 측정하는 것은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직접 측정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모든 실험은 대조군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에, 단백질의 발현량 측정에서도 대조군은 필요하다. 단, 여러 번의 거듭된 실험을 통한 대조는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오차를 증폭시킬 염려가 있기에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한꺼번에 측정하는 방법인 ELISA(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가 개발되었다. mRNA를 측량했던 DNA 미세격자에서 상보적인 DNA 서열 사이의 수소결합을 이용했다면, ELISA는 목표 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한다. 그리고 DNA 미세격자와는 반대로 ELISA는 분석 대상을 고체 표면 위에 고정한 뒤, 항체가 포함된 용액을 도포하고 일정 시간 후 헹궈낸다. 이때 사용하는 항체에 형광 신호를 만들 수 있는 효소인 HRP(Horseradish Peroxidase, 양 고추냉이 과산화효소)를 결합해 형광 신호의 세기로 성공적으로 결합한 항체의 양을 알 수 있다. 만약 신호가 너무 약하다면, 첫 번째 적용하는 항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형광 신호를 내는 물질을 부착한 뒤 ELISA 샘플에 추가 적용해 신호를 증폭할 수 있다. 항체가 많이 결합할수록 목표 물질이 많이 있는 것이므로, 형광 신호의 세기는 결과적으로 단백질의 양에 비례하게 나타난다. ELISA에 사용되는 항체는 생명체가 면역 반응을 보이는 모든 물질에 대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단 프로테옴 연구뿐만 아니라 생화학 전반에서 널리 사용된다.

단백질의 후번역수정과 후성유전학

단백질은 약 20가지의 아미노산 단위체로 이뤄지기에 DNA와 RNA보다 다양한 구조를 이룰 수 있고, 다양한 화학 반응을 매개할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실제로는 20가지보다 훨씬 많은 상태를 가진다. 바로 작은 화학 물질이나 작용기가 아미노산에 부착되어 단백질의 성질을 바꾸는 후번역수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때문이다. 세린 혹은 트레오닌에 인산기가 붙어 주로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인산화와 시스틴이 다른 시스틴과 황-황 공유결합을 이루는 시스틴 이황 다리(Cysteine Disulphide Bridge)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수산기, 아세틸기, 메틸기와 같이 작은 작용기가 결합할 수 있고, 수모화(Sumoylation)와 같이 작은 단백질이 결합할 수도 있다.

단백질의 후번역수정은 주로 다른 단백질에 의해 이뤄지며, 그 단백질 역시 유전자가 암호화하므로 결국 후번역수정 역시 모두 DNA 염

기서열의 결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DNA 염기서열에 표현되지 않는 변형이 단백질에 존재할 수 있고, DNA, RNA, 단백질의 서열이 직접적으로 대응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DNA 염기서열이 생명 정보의 전부가 아님을 시사한다. 단백질과 유사하게 RNA 역시 후전사수정(Post-Transcriptional Modification)을 거치며, DNA도 메틸화, 아세틸화 등의 화학적 변형 과정을 거친다. 특히 DNA와 DNA를 뭉치도록 돕는 단백질인 히스톤의 변형 중에는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진 변형이 크다. 이처럼 DNA 염기서열의 변화가 없어도 유전이 가능한 유전자 기능의 변화에 대한 학문으로 후성유전학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후성유전학적 변화의 전체집합인 에피제놈(Epigenome)의 중요성 역시 주목받고 있다.

1차원 서열부터 3차원 구조까지

후성유전학은 좁게는 유전될 수 있는 DNA, RNA, 단백질의 서열 위에서의 화학적인 변화를 다루지만, 넓게는 이런 변화로 말미암는 3차원 구조의 변화 역시 포함한다. 생명 정보의 서열은 1차원 서열로 가장 간단히 표현될 수 있지만, 모든 생체 분자는 3차원으로 존재한다. 특히 인간의 DNA는 2미터 정도의 전체 길이를 갖지만, 실제론 지름이 6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핵 속에 조밀한 3차원 구조로 존재한다. 생명 현상은 3차원에서 일어나고, 하나의 1차원 서열이 만들어낼 수 있는 3차원 구조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결국 1차원 서열은 그 자체만으로 생명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실에 기반해 생명 정보에 대한 탐구를 1차원 서열에서 멈추지 않고, 생체 분자가 어떻게 구조를 이루는지 탐구하는 분야를 구조생물학(Structural Biology)이라 한다. 구조생물학은 앞서 다룬 게놈, 트랜스크립톰, 프로테옴, 에피제놈을 집대성해 실제로 생체 분자가 갖는 구조를 탐구하는 가장 복잡한 생정보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같은 개체의 세포라면 모두 같은 게놈을 가진다. 하지만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따라 게놈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달라지면서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 양상을 가지게 된다. DNA는 세포의 종류와 외부 자극에 따라 응집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더 조밀하게 응집할수록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기 어려워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낮아진다. 유전자 발현 정도를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DNA 메틸화가 있는데, DNA의 시토신 단위체에 결합한 메틸기를 여러 조절 효소가 인식해 DNA의 응집 정도를 바꾼다. DNA 분자가 서로 뭉치도록 돕는 단백질인 히스톤 역시 후성유전학적으로 아세틸화되어 그

활성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히스톤 아세틸화는 인접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는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는 생명 정보이다. 이처럼 게놈 연구에 기반한 에피제놈 연구는, 게놈의 기능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분야이다.

생정보학의 탐구 대상은 생물학적 실

험 결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3차원으

로 꼬여 있는 서열을 분석하기 위해

매듭 이론을 사용하기도 하고, 소규

모 분자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

기 위해 양자역학을 사용하기도 한다.

생정보학은 생명에 대한 인류의 지식

을 넓히기 위해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으고 있다. 생명 현상에 대한 호기

심을 갖고 있다면, 생정보학이 가져올

발견을 기대해보자.

9학술

생정보학,ATCG부터 구조생물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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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10 문화

게임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정신장애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의결했다. 국내외 게임 업계와 게이머들은

이 결정에 즉각 반발했지만, 정신의학계 일각과 종교계 등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셧다운제와 관련해 일어났던 게임 산업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기

사에서는 게임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게임 산업규제를 둘러싼 양측의 양보 없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글 | 류제승 기자 [email protected]

일러스트 | 이수연 기자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현주소

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여가의 한 종류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진행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세에서 65세 사이의 사람 중 65.7%가 최근 1년 내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0대, 20대, 30대의 경우 각각 90.8%, 85.2%, 82.0%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되어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분야별로는 모바일게임의 이용이 90.0%로 가장 높았고, PC게임이 64.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30대 이하가 40대 이상보다 게임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이 사람들의 주된 여가생활 중 하나로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PC(인터넷)를 사용한 여가생활 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중복응답)에서는 게임이 74.5%로 동영상 시청(75.5%)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여가생활 중에서는 83.3%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게임을 하는 이유에서는 이용자의 게임의 종류나 연령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PC게임의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모바일 게임의 경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게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과 함께 게임 이용자의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

다.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재미와 만족감을 얻고 타인과 어울리는 기회를 얻는다.

② 한국 게임 산업과 시장규모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 규모는 콘텐츠 생산 면에서도 작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게임사업체는 12,937개이며, 매출액은 13조 1,423억 원에 달한다. 작지 않은 시장규모를 갖춘 한편, 44.1%의 높은 부가가치율을 보이며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20배 이상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2015년부터 연평균 10.7%의 성장률을 보인다.

게임 산업의 시장규모는 2010년대에 들어 성장세가 더뎌졌으나,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야별로는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매출액의 가장 큰 부분(47.3%)를 점유하고 있다. PC게임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지만, 게임유통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C방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게임 시장의 규모가 상승하는 데 반해 게임사업체의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것이다.

③ 세계 속의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세계 게임 시장의 6.2%를 점유하며 세계 4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강한 분야인 PC게임에서는 12.1%로 3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9.5%로 4위를 차지했다. 세계 게임 시장규모는 약 1,6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며,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과 마찬가지로 모바

일 게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성장률 또한 높다.

세계 게임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가로는 단연 미국과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콘텐츠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게임 수입 규제 정책과 검열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기업의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더불어, 지난 5월 결정된 WHO의 게임사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은 세계 게임 시장에 강력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규제, 청소년들을 구해라

① 규제의 필요성과 등장 배경

게임이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게임 이용에 관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사행성 게임의 유행, 게임 중독의 위험성, 청소년 게임 중독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공론화되었다. 게임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사회에 끼칠 악영향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전에는 사행성 게임이 큰 문제가 되었다. 잘 알려진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이 문제시되면서, 게임이 가진 사행성 요소를 경계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사장 직전까지 몰고 가는 원인이 된다. 이런 불법적인 사건 이외에도, 일부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 요소가 지적되며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것은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 이후이다. 셧다운제의 시행은 게임 중독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전부터 청소년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청소년 수면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했고, 게임 중독 문제와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후 게임 산업규제에 대한 논의는 게임 중독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도 의견이 갈리는 정치계와 의학계를 제외하고도 시민단체와 종교계, 게임 업계와 문화계가 양측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② 셧다운제부터 게임 질병코드까지

앞서 언급했듯, 게임 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는 셧다운제로부터 시작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을 말하는데,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 (제1항)’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4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1월에 시행된 이 규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셧다운제의 시행 이후, 게임 시간 선택제, 쿨링오프제 등 유사한 성격의 규제가 상정 또는 시행되었고,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3년 6월에 발의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게임에 대한 격렬한 표현으로 다시금 논란을 일으킨다. 이 법률안에서 발의자는 인터넷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게임 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포함하지는 않지만, 정부 부처의 결정에 따른 강한 규제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법제화하려는 시도였다. 게임중독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률안은 2016년까지 많은 논란을 낳다가 제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서 폐기된다.잠시 사그라졌던 논쟁은 올해 들

어 다시 심화했다. 지난 2월, 정부 및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및 관련 심의 시행령을 근거로 해 플래시게임을 유통하던 사이트에 경고를 보낸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는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불법 게임의 유통을 막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에 적용해 규제하려는 시도는 강하게 규탄받았다. 결국,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에 대한 규제정책은 지난 6월 셧다운제에 대한 단계적 폐지 발표와 함께 철회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WHO의 ICD-11에 게임사용장애가 포함되면서 논쟁이 다시금 점화되었다.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사용장애에 ‘6C51’이란 질병코드를 배정하고,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의 하위 영역으로 분류한다. 이는 2022년에 발효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논의를 거쳐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게임 중독과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에 정신의학계가 가세하면서,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는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③ 게임 업계의 대응과 한계

여러 차례에 걸친 게임 산업규제가 이뤄지는 동안, 게임 업계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행성 게임 논란으로 게임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중소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규제가 논의되었다. 청소년 게임 중독에 대한 대처 방안들도 강구되었으며, 일부 시행되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했고 게임 업계의 전반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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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11문화

게임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셧다운제, 게임중독법의 발의가

이어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움직임도 생겨났다. 게임을 중독 물질이 아닌 문화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 2월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 산업규제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는 게임 업계보다 게임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항의가 더 크게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의 대응 또한 산발적인 성토에 그쳤다는 의견도 있다.

막거나 지키거나, 게임을 둘러싼 논쟁

① 야심차게 시작한 셧다운제, 그러나

게임 산업규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목적으로 늦은 시간에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제도인데, 발의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처음 여성가족부에서 제안한 안에는 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을 포함한 모든 게임의 규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규제로 지적되었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에는 성공했다고 전해지지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고,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더불어, 셧다운제의 시행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침체를 낳았다. 2010년까지 꾸준히 늘던 게임 시장 규모 성장률은 2011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4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난 이후에는 대형 게임 회사들이 본사 이전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기도 했다. 또한, 외국 기업이 배급하는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셧다운제는 많은 논의를 낳다가 2019년 6월 폐지수순을 밟게 되었다. 하지만 폐지를 결정한 현 정부도 부모가 원할 경우 등만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절충안을 제시하며 단계적 폐지를 제시했다.

② 청소년 게임 중독을 해결하라

셧다운제가 시행된 배경에는 청소년 게임 중독의 사회 문제화가 자리하고 있다. 게임 중독(또는 게임 과몰입)은 분명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나이에 게임 중독의 영향을 받는 것은 특별히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나 정신 질환으로의 발생 가능성, 게임 중독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2년 기준 연 7조 8,000억~10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중독 또는 게임중독은 학습능력 저하, 직업경력 단절 등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중독으로 인해 학습 기회를 잃고 사회 소외집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청소년의 게임 중독으로 인한 학습능력 저하나 사회성 결여 등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으며, 학교폭력 문제 등과 결부되기도 하며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한편, 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게임 중독이 청소년의 뇌에 심각한 변형 및 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아직 인정받지 못 했으며,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경희대학교 정의준 교수를 필두로 하는 연구진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으로 분류되는 학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절대다수가 아무런 조치 없이도 수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인 이유는 게임 자체가 아닌,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청소년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사회적인 조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③ 게임은 문화인가 중독물질인가

게임 중독의 위험성이 계속 강조되면서,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지속되어왔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이와 같은 시각을 법제화하려 했던 시도로, 좌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분류 자체는 현재까지 적지 않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반대로, 게임을 문화, 또는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시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타파하고, 게임의 창의적 성격 또는 복합 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대표적이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사실 게임 산업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과격한 편에 속한다. 2014년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재판부는 게임 자체는 문화적 성격을 가진다고 규정했으며, 대부분의 게임 중독 관련 연구에서도 게임 자체를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게임 산업규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중 대부분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중독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그 원인을 제거하는 일환으로 규제를 말한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가지는 중독적 성질과 사행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반면,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게임은 단순한 여가 수단이며,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매체로 여겨진다. 물론, 이들 또한 일부 온라인게임이 포함하는 사행성 요소에 대해 경고하지만, 그로 인해 게임 자체가 부정적인 시각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들은 게임은 그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고,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즐길 거리에 빠져드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임 중독의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닌 개인의 상황과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이 가지는 창의적인 성격은 올해 초 있었던 인디게임 산업규제 논란에서 자세하게 다뤄졌다. 게임을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에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면, 개인이 만드는 게임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이 된다. 이는 미래 게임 산업의 동력을 막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시 정부는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6월에 열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청소년 등이 제작하는 비영리 게임 콘텐츠에 대한 등급 분류를 면제하기로 결정한다.

④ 게임 중독, 정신질환이 되다

지난 5월 이뤄진 WHO의 결정이 불러온 국내의 논란은 이전까지의 게임 산업 규제 관련 논란을 모두 망라하며 사회적, 의학적 견해가 더해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게임 중독이 공식적 정신질환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말은 게임 이용자들과 학부모 등 관련된 모두를 긴장하게 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ICD-11를 반영할지 여부에 촉각을 집중하게 되었다.

게임사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정신의학계는 이에 대한 더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음과 동시에 더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질병코드 등록에 긍정적인 의학계가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이다.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고 이를 적절하게 제공해 게임 중독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질병코드 등록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에서는, 게임사용장애의 진단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WHO에서 제시한 기준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진단은 결국 의사 개인에게 맡겨진다. 정확하지 않은 진료 기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분류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압박이나 죄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CD-11은 게임사용장애 등재 외에도 매우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추가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게임사용장애의 등재 여부는 빨라야 2025년 개정에서 결정될 내용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양측의 찬반 논란과 이에 수반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 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는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 억제와 게임 관련 기업의 해외 유출을 불러왔다. 셧다운제 시행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게임 시장 성장률은 2013년에는 음수(-0.3%)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2016년까지 한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시장의 세계적인 성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두를 생각할 때, 어쩌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부정적으로 변하던 2010년대 초반,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대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몇몇 게임사는 해외로의 본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셧다운제로 인한 청

소년 이용자 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 항목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제거하기도 한다. 수집 정보의 변화와 같은 대처는 당시 상황에 맞는 대응이었다는 평도 있지만, 게임 자체의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오히려 자율규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대형 게임사가 아닌 중소형 게임사들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자체적 규제도 애를 먹고 있다. 현재는 많은 게임사가 사행성 요소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지만, 사업성을 가지는 게임의 특징상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또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PC게임보다 더 심한 사행성을 가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박과 같은 직접적인 사행성 게임의 경우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편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 업계는 게임 업계대로 자율적 규제를 통한 자정작용과 통일된 의견을 개진해야 하며, 게임 이용자들 또한 적극적인 의견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게임이 진정 문화의 한 분야라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용자들 자신의 움직임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가져다

주고, 또 누군가에겐 힘든 삶의 휴식

처가 되어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임 한 판의 즐거움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전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눈물짓기

도 한다. 그렇지만, 게임이 재미있다

고 해서 게임이 불러온 사회적 논의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전혀 이롭지 않

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논의와 객관적

인 연구, 양측 모두의 자율적인 노력

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결

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만

들어낸 문화 속에서 즐기는 게임은,

분명 지금보다 더 즐거울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일반배포용).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2018.

이해국, 이보혜. 4대 중독 원인 및 중독 예방 정책. 보건복지포럼 2013.6.

Page 12: 467호 | 2019년 10월 8일 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timespdf.kaist.ac.kr/467/46700.pdf · 2019-10-08 ·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생명화학공학과 박오옥 교수 연구팀이 포도당을 이용해 단결정 구조의 그래핀 양자점을 균일한 크기로 합성하고, 청색광을 방출하는 소자 제작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5일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물리적 특성 뛰어난 차세대 전자재료

전극에서 전류가 흐를 때 전자의 이동은 파동을 통한 에너지의 전달로 일어난다. 원활한 에너지의 전달을 위해서는 물질의 밀도가 높고, 금속처럼 자유전자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비금속 중에도 그래핀처럼 전류가 잘 흐르는 물질이 있다.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원자는 서로 결합할 때 전자 오비탈의 혼성화가 일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전자구름이 생긴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할 뿐만 아니라, 높은 열전도와 투명도를 가져 차세대 전자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그래핀의 도체적 특성이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탄소 원자들로 만들어진 격자가 단결정 형태로 균일하고, 정확하게 채워져야 한다.

기존 단결정 그래핀은 구리-니

켈 기반 금속 박막 위에 고온에서 메탄가스의 탄소 원자를 하나씩 붙여나가는 화학 기상 증착법(Chemical Vapor Deposition) 또는 다층 구조의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흑연을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벗겨내는 기술로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한 그래핀은 결함이 많아 순수한 단결정의 특성을 갖지 않는 단점이 있다.

중간체 자가조립 이용한 단결정 구조

이번 연구에서는 수용액 상태의 포도당을 이용해 촉매 반응을 통한 6탄당의 자가 탈수 반응을 유도하여 합성했다. 먼저 포도당 수용액에 아민, 아세트산 등을 혼합한 용액으로 반응 중간체를 제작했다. 이후 저온에서 중간체의 탈수를 통한 자가조립을 유도해 단결정의 그래핀을 합성하고, 기존의 복잡한 분리 정제법을 개선한 저온 침전법으로 결정을 분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핀은 최초로 단일 상에서 반응해 균일한 핵 성장을 통해 합성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포도당은 침습성이 작고 안정성이 높으며, 기존에 사용되던 메탄 가스처럼 유독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생체에 적합한 원료이기

때문에 바이오 분야에서 그래핀 양자점 적용의 기회를 확장했다.

그래핀 양자점에서 청색광 방출돼

연구팀은 나노미터 수준의 그래핀에서 새로운 종류의 탄소 나노 물질인 그래핀 양자점을 합성했다. 그래핀 양자점은 띠틈(Band Gap)을 가지는데 전자에 점유된 가장 높은 에너지띠의 맨 위부터 가장 낮은 바닥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뜻한다. 그래핀 양자점에서 전류가 흐르면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를 띠틈이 파란색 빛으로 바꾸어 방출한다. 이 빛은 광자를 다른 물질에 조사해 특정한 색의 빛이 나오는 보통의 현상과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빛이 셀로판지를 통과할 때 다른 색으로 변화하는 현상은 단순 백색광의 다른 빛들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양자점은 스스로 에너지를 변환해 발광한다. 초기에 인가된 에너지에 따라 특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물질 자체에서 나오는 자발광은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지 않고, 명암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액정이나 색 필터가 필요 없어 색순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단위 색상에 대한 색

순도가 높아질수록 각 색상의 조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합 색의 범위가 넓어져 자연의 색을 좀 더 정확하고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이석환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방식으로 만든 그래핀 양자점은 청색 계열 이외에도 추가적인 변형 실험을

통해 다른 파장대의 자발광을 유도할 수 있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 소자로서 그래핀 양자점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정수헌 기자

[email protected]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미국 루드윅 암 연구소 빙 렌(Bing Ren)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지도를 해독하고, 이를 분석해 2만 7천여 개 이상의 복합 질환 관련 유전변이*의 영향을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월 10일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3차원 게놈 구조의 복잡한 상호작용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가면역질환 등 복

합 질환의 원인을 탐구했고, 각 질환과 연관된 중요 유전변이가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1차원적인 DNA 서열 분석을 통한 유전체 연구로 이들 유전변이의 모든 기능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염색체가 3차원 구조를 형성해 1차원 서열에서는 멀리 떨어진 부분도 상호작용할 수 있고, 질환 관련 유전변이의 95% 이상은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비전사 지역에 존재하며 위와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염색질 고리 구조

(Chromatin Loop)에서는 비전사 지역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진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기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기존 연구는 몇 가지 세포주를 대상으로만 국한되어 있어 질환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각 인체 조직을 표적으로 한 게놈 3차원 구조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PC Hi-C 방식으로 게놈 구조 규명

이번 연구에서는 몇 개의 세포주만 대상으로 연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 내 27개 조직을 대상으로 게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프로모터**(Promoter) 부위를 선택적으로 분석하는 PC Hi-C(Promoter-Capture Hi-C, 표적 염색질 3차 구조 포착법) 실험 기법을 활용했다. PC Hi-C 방식을 통해 전체적인 게놈 구조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해상도의 3차원 게놈 참조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인간 게놈에 존재하는 약 90만 개의 3차원 염색질 고리 구조를 찾아냄과 동시에 이들 중 상당수가 각 인체 조직에 특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한, 7만여 가지 조절인자가 각각 상호작용하는 표적 유전자를 발견했다.

표적 유전자로 질환 간 연관성 조사

연구팀은 3차원 게놈 지도를 해독해 지금껏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던 2만 7천여 개 이상의 질환 연관 유전변이의 표적 유전자를 찾고 특정 질환 유전변이의 기능을 예측했다. 또한, 연구팀은 앞서 발견한 표적 유전자끼리의 유사도에 따라 상관관계 히트맵을 만들어 다양한 질환들을 분류했으며, 나아가 서로 다른 질환이 공유하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에 관여하는 표적 유전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새로운 가설 창출의 가능성과 여러 질환에 공통으로 관여하는 신규 분자 기전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복합 질환 기전 규명을 위해 비전사 게놈의 중요성과 다수의 중요 유전변이를 3차원 게놈 구조 해독을 통해 규명 가능함을 보였다”며 “퇴행성 뇌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복합 질환의 신규 기전 규명 및 표적 발굴에 활용 가능하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조직에 관해서만 연구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질환 조직을 이용해 실험을 계획 중이다”며 “앞서 진행한 연구를 알츠

하이머와 파킨슨병, 대장암 등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하겠다”고 추후 연구 계획을 밝혔다.

엄창용 기자

[email protected]

인체 조직의 입체 게놈 구조 밝혀 다수 중요 유전변이의 표적 유전자 발견… 여러 질환의 상관 관계 및 공통 관여 분자 기전 제시

전기소자로 그래핀 활용하려면 단결정 구조로 균일 제작하는 기술 필요해… 수용액 상태 포도당을 탄소원으로 그래핀 단결정 합성

프로모터와 인핸서의 상호작용 이끄는 3차원 고리 구조

염기서열 상 멀리 떨어져 있는 프로모터와 인핸서도 3차원 고리 구조에서는 공

간적으로 가까워 상호작용할 수 있다.

유전변이*

유전자의 변화, 유전자의 조합

변화, 염색체의 변화 등 유전

조성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형

질의 변이.

프로모터**

유전자의 앞에서 전사를 조절

하는 DNA의 부위. 전사촉진

자라고도 불리며, 일반적으로

RNA 중합효소 복합체의 전사

인자가 프로모터를 인식하면

서 전사가 시작된다.

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지도 해독해 복합 질환 관련 유전변이 규명

포도당 이용해 합성한 그래핀 양자점으로 청색 발광 소자 제작 성공

생명화학공학과 박오옥 교수 연구팀

정인경 교수 제공

다양한 크기로 합성한 그래핀 단결정

포도당 기반 그래핀 합성 기술로 합성한 다양한 크기의 단결정. 결정들이 균일

하게 정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오옥 교수 제공

프로모터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 연구팀

인핸서

100nm 50nm

500nm 20nm

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12연구

Page 13: 467호 | 2019년 10월 8일 times.kaist.ac.kr | @kaisttimes | 1988년 …timespdf.kaist.ac.kr/467/46700.pdf · 2019-10-08 · 은 석사 과정은 한 달에 최소 70 만 원, 박사

13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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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2019년 10월 8일 카이스트신문14

알립니다

'독자칼럼'과 '독자의 소리'는

독자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

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신문은 언제나 여러분에게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피니언

따뜻하고 맛있는 도시락으로 식사 고민 해결서측 학생식당에 입점한 더큰도시락 카이스트점이 9월 23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특수목적 고등학교에는 크게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와 국제고등학교(이하 국제고)의 세 종류가 있다. 여기에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되어 위 세 부류의 학교와는 결을 달리 하지만, 사실상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교)까지 한데 묶어 보통 ‘특목고’로 지칭하곤 한다.

이 중 외고 및 국제고는 폐지론이 계속해서 가열되고 있으며, 현 정권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방향 또한 폐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이들 학교가 더이상 당초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해외 진출이 제한되어 조기에 외국어를 습득할 교육기관이 절실했던 80년대에 반해, 요즈음 서울의 학군 좋은 동네에서는 한 반에 예닐곱 명씩 해외 거주 경험이 있으며 그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은 외고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이미 원어민에 뒤처지지 않는다. 외고는 문과 계열 상위권 학생들의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한 경유지로 전락했고, 그 교육과정도 더 이상 효용성을 지니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외고의 폐지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문제의 이해당사자인 학생의 입장을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존속 여부는 어떻게 되는가? 대부분의 학우들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이 두 학교는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정권을 불문하고 적극 추진하는 국가적 과업이므로 이 두 학교에 대한 폐지론은 섣불리 제기하기 힘든가 보다. 하지만 과연 과학고와 영재교를 모두 유지하는 것이 과연 이공계 학생들이나 국가에 도움이 되는 선택일까? 서로 성격이 비슷한 과학고와 영재교를 둘 다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고 출신으로서 내 생각을 말하자면, 과학고를 다른 특목고와 함께 폐지하고 대신 영재학교에 지원을 집중하여야 한다. 과학고의 교육은 비생산적이므로, 외고와 마찬가지로 그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OO과학고등학교의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 화요일 2교시 과목은 생명과학실험이다. 떨리는 손으로 시험지를 받아 든다. 객관식 21문항의 문제와 선택지는 하나 같이 똑같다.

1. 다음 제시된 <보기> 중 옳은 것의 개수는? ① 2개 ② 3개 ③ 4개 ④ 5개 ⑤ 6개

많은 시험의 객관식 한 문항이 사실상 수능 2점 수준의 문제 5개에 해당하며, 이 문제들을 50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을 만한 숫자로 존재한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단시간에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학원의 도움이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학교에서의 수업은 시험 범위를 확인하는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고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과학고의 태생적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고는 교육부에 소속되어 있고, 교사들도 일반 중고등학교 교사의 임용 과정을 거쳐 발령받은 분들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수준의 과정 이상을 가르쳐본 경험이 많지 않다. 따라서 과학고의 교육 과정은 끽 해야 고등학교 과학Ⅱ 과목의 연장선을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년별로 선생님이 바뀌면서 같은 내용을 귀가 따갑도록 계속 배워야 하고, 2년, 길면 3년간 이들 과목을 거의 통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내신으로 변별을 하려면 이렇듯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하게도 우수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과학고의 교육에는 적어도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차별되는 무언가가 있어서, 설령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더라도 그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고, 오히려 학원의 교육이 학교의 교육을 따라잡는 구도가 되어야 마땅하다. 교실에서 충분한 배움을 얻지 못한 학생들이 민간 시설인 학원에 의존하고, 오히려 학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주객전도의 현실은 과학고의 교육 체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말해준다.

<과학고도 폐지하자> 전문은 times.kaist.ac.kr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과학고도 폐지하자

박종건 전기및전자공학부 18학번

독자의 소리이곳의 주인은 독자입니다.

평소 학교 발전을 위한 건의나 사회 현상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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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재가 된 기계식 시계

백화점 시계 코너에서 명품시계를 유심하게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시계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유심하게 봤다면, 그 시계들의 가격을 보고 기겁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목에서 시간만을 알려주는 기계장치가 적게는 십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이 넘어가는 것들도 있으니, 또한 그들 중에는 귀금속을 쓰지 않고, 스틸만을 이용한 모델도 있다고 하니 가히 손목 위의 중고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어찌 되었건 일반인의 입장에서 확실히 비싼 물건임에는 분명하다. 혹자는 말한다, 이렇게 값비싼 시계는 얼마나 시간을 정확하게 나타내는지 의문이라고. 필자는 이 자리에서, 왜 시계가 그렇게 단순한 기능을 가짐에도 값비싸게 팔리는지에 대해서 내 의견을 조금 말해보고자 한다.

과거의 손목시계는 가히 인간 기계공학의 결정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걸작이었다. 인간은 문명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했으며, 물시계나 해시계 같은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여럿 생각해내었다. 다만, 이들은 모두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초로 고안한, 태엽과 톱니바퀴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였던 기계식 시계의 정확성에 당해낼 수 없었다. 당시 기계식 시계는 물

시계 따위와는 다르게, 매우 절제되고 정교한 움직임으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으며, 이들을 50mm 남짓한 크기로 만드는 것은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대 공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실제로 과거에는 보편적인 시간측정기기로서 현재의 명품시계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영국 잠수부에게 R 사의 다이버 시계가 기본으로 지급되었으며, 1969년 닐 암스트롱은 O 사의 시계를 손목에 걸고 달에 발자국을 새겼다. 가격이 지금에 비해 쌌다. 더불어, 당시에는 기계식 시계가 시간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실용적이기까지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보편적이면서 실용적인 휴대용 시간 측정 장치로서의 절대자, 기계식 시계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뜻밖에 절대자로의 도전자는, 시계 산업의 심장인 스위스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본의 SEIKO 사는 1969년 크리스마스에, 기존 기계식시계보다 월등히 오차가 적고 값이 저렴한, ‘쿼츠 시계’를 공개했다. SEIKO가 만들어 낸 쿼츠 시계는 기존까지의 스위스 시계를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면서, 일명 쿼츠 파동이라는, 기계식 스위스 시계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 시계

기업들은, 초기에는 유행에 편승하기도 했지만, 기계식 시계를 일종의 예술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역사를 강조하고, 시계의 만듦새를 더 멋들어지게 하고, 브랜드의 고급화를 추구했다.

스위스 시계의 고급화는 21세기 시점에서 볼 때, 시장을 매우 잘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COSC등급을 받은 T 사의 시계는 자체인증을 통과한 R사의 시계에 비해 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오차의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가격 자체는 10배가 넘게 차이가 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R 사의 시계는 품귀현상을 겪는 것을 보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본래 종이책이 실용적이었지만, 전자책이 나왔을 때 감성을 팔았던 것과 비슷하게, 현대의 기계식 시계는 감성을 파는 존재, 즉 사치재가 된 것이다.

최근 손목시계의 절대강자였던 R 사의 매출을 전자기기 제조사인 A사의 스마트워치가 뛰어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는 이것이 실용적인 기계식시계의 시대의 종말을 말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기계식시계는 실용성의 가치 이상의 가치를 이미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기계식 시계를 제대로 말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이들을 예술품으로 대하여야 하지 않을까.

안선호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9)

©허성범 기자

독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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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신문 2019년 10월 8일 467호 15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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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신문 1988년 2월 1일 창간

지난 2010년 발생했던 삼겹살 파동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확산되며 유례없는 돼지 살처분을 시행했습니다. 2010년 말에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서울특별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로 전파되었습니다. 약 350만 마리의 소, 돼지 등의 가축이 살처분되었으며, 그 피해액은 3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살처분 이후에도 피해는 계속됐습니다. 생매장한 가축이 비닐을 찢어 침출수가 유출되었다는 보도, 매몰지 부근에서 핏물 섞인 지하수가 흘러나온다는 보도 등 오염 문제들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약 9년이 흐른 지금,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우리는 또다시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 공통감염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돼지 흑사병’

이라 일컬어지며, 한 번 감염된 돼지의 경우 폐사율이 100%에 달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침, 배설물, 혈액 등에 접촉했을 때 감염되는데, 4일에서 19일에 달하는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하면 10일 이내에 폐사됩니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말린 고기에서 300일, 냉동 고기에서 1,000일까지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전염속도와 바이러스 변이 형성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는 방법은 예방, 발병 후에는 살처분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경기도 연천군

의 돼지 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보도되었습니다. 10월 6일에는 경기 이남 지역인 충남 보령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재는 발병 돼지 농가 및 인근 농가를 대상으로 9,800마리 가량이 살처분 진행 중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10년과 2011년 발생했던 구제역과 같이 전국으로 확산하게 된다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여파가 있을 것입니다. 백신의 부재, 폐사율 100%, 높은 전염성 등으로 인해 350만 마리 그 이상이 살처분될지도 모릅니다. 정부와 축산 농가, 관련 종사자들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그 어느 때보다 행동 수칙과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다시 시작된 살처분사회 양극화와 민주정치의 미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은 조 장관이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편법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조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 장관 주변의 모든 의혹들이 해소된다면, 혹은 조 장관이 사퇴한다면 이 갈등이 해결될까? 이번 사건은 진영간의 극한 대립을 표출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며, 조 장관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깊은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가 그동안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이유는 다수결의 원리를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하면서도 개인과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다양한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경제적 양극화, 기회의 불평등 등으로부터 비롯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데 실패하고 있으며, 주요 정당들은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지지자를 동원하여 대립을 확산시키는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퇴행적인 정치의 등장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EU 탈퇴 문제를 둘러싸고 존슨 총리와 의회가 기싸움을 벌이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의 이면에도 역시 1980년대 이후의 급진적인 시장주의 정책의 결과로 심화된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조 장관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은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기회의 불평등의 실상을 폭로하였고, 트럼프의 집권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측 유권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제도로 칭송받아온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것인가? 민주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자신의 권리 또한 존중받을 수 없으며, 다양한 견해를 가진 집단간의 소통이 없다면 창의적인 해결책은 요원한 일이다. 세 과시를 통해 다수의 힘으로 상대 진영을 제압하고 희화화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다수결은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기자수첩

학내 언론 관련 기획을 끝마치며유신혁 취재부 기자

신문기사는 쓰인 것만으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누군가 기사를 읽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본질적으로 대중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학내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학내 구성원을 비롯한 언론 이용자에게서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학내 언론의 이용자 수가 매우 적고, 학내 언론이 정보 제공자로서의 지위를 잃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학내 언론인들이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학내 언론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언론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팽창이 주된 이유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소비한다. 이 과정에 언론이 끼어들 여지는 날로 줄어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학내 언론이 나아갈 방향은> 기획이 출발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학내 언론은 어떤 존재 의의를 갖는지 고민하고 싶었다. 또한, 앞으로 학내 언론은 어떠한 형태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 모색하고 싶었다.

설문조사는 학내 언론의 위기를 예상했던 것보다 더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학내 언론에도 재도약의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언론 이용도는 매우 낮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언론 필요도는 높았다.

심층 인터뷰는 학내 언론이 개선할 부분과 발전시킬 부분을 보다 명확히 보여주었다.

<학내 언론 관련 기획을 끝마치며> 전문은

times.kaist.ac.kr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1. 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는 관계에

있는. 또는 그런 것.

2. 생물학의 분야로 분자 구조를 주로 연

구하는 학문.

3. 성과 관계되는 범죄.

4.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을 하여 생긴

여러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화합물.

[email protected]로 정답과 함께

이름, 연락처를 적어 10월 20일까지 보내

주세요. 추첨으로 선정된 독자께 문화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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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항 정답의 첫 글자를 적절히 조합해 단어를 완성해주세요. 대부분의 문항은 이번 호

카이스트신문 기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백선우 학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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