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233 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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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1979년 이탈리아 산업디자인협회 회장 역임 밀라노 도시 환경 개선 작업 총괄
2000년대 전후 베를린, 일본의 중소기업 및 장인들과 협업
제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디자인을 재건한 주요 인물
수차례 황금 컴퍼스상 수상
엔조 마리는 시대적 사명을 반영해 물건의 고유한 원형을 발견하고자 했으며,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만들고
자 했다. 특히 그의 다양한 사상은 ‘유토피아’라는 특별한 가치를 지향했다. 그
는 기업가, 디자이너, 노동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을 구축하
는 것, 그것을 ‘유토피아’라 했다. 언제나 ‘물건을 만드는 과정’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는데, 이는 그의 철학적 본질에 접근하
는 핵심적 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만들어진 결과만이 아닌 그 과정을 개선
하고 디자인함으로써 인간 삶의 본질에 진정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유 토 피 아 (Utopia)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을 실천해 온 그의 디자인은 오늘
날 트렌드에 치나치게 치중하여 본질보다 스타일에만 집중
하는 디자인에 대한관심을 환기시키고, 우리의 일상과 멀어
졌던 디자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
엔조 마리는 동식물과 과일, 곤충의 대상 중 그 형태를 인식시키는 데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나가면서 그 대상을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1961년부터 1976년까지 사과, 거위, 개구리 등 17개의 심벌 이미지를 실크 스크린 작품으로 선보였는데, 이 같은 심벌 제작은 1957년 어린이 교육용 게임으로 제작한 동화 게임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었다. 그는 부잣집에 걸린 유명 명화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과가 더 아름답다며, “우리 삶에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인간이 만든 사물뿐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다네세이 제품은 엔조 마리와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이어온 이탈리아 기업 다네세가 그의 작업을 상품화한 첫 사례다. 북유럽의 목제 완구를 리디자인한 것으로 단순화시킨 동물 형태를 보고 어린이가 스스로 어떤 동물인지 유추해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각각의 동물을 결합하면 하나의 네모난 모양으로 완성된다. 엔조 마리는 “어린이를 위해 디자인할 땐 최대한의 도덕성과 교육적 헌신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동화 게임(Il gioco delle favole) 1957
총 6장의 카드로 구성돼 있는데, 한 장의 카드만으로도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여러 장의 카드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단색과 실루엣을 통해 이미지를 완성함으로써 아이들이 형태를 쉽
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오픈 소스 디자인 개념의 초기 모델이라 할 수 있
는 프로젝트로 누구나 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가구를 최소한의 재료와 공법을
이용해 만들 수 있도록 부품과 도면을 알아보기 쉽게 매뉴얼화했다. 엔조 마리는
개개인이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
라고 생각했다. 2010년 핀란드의 가구 회사 아르텍이 이 중 한 개의 의자를 판매
하기 시작했는데, 엔조 마리는 “알바르 알토(Alvar Aalto, 핀란드 건축가이자 디자
인 거장)의 본고장에서 자신의 디자인이 출시돼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
2년 전 DDP에서 엔조 마리의 전시회가 열려서 그 때 전시를 관람하고 엔조
마리라는 디자이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산업 디자인 작품이 주를 이루는 전
시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엔조 마리는 큰 충격을 주었다. 매일
학원에서 아무 생각이 없이 입시그림만 그리던 나에게 뚜렷한 디자인 철학
을 갖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을 하는 엔조 마리는 더없이 거대해
보였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말로는 단순히 예쁘고 편리한 디자인을 해야 한
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나는 무엇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
은가에 대해 한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엔조 마리를 알게 된 이
후로 더 이상 나는 진학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자신만의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런 세상으
로 만들기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진학은 그저 내가 하고 싶
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여겨졌다. 지금도 엔조 마리처럼 뚜렷한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처럼 나만의 유토피아를 갖고
그 것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