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비유에 나타난 농사 모티브와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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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교회란 무엇일까? 예수의 비유에 나타난 농사 모티브와 하나님 나라 교회론 들어가는 말 1) 최연수, 『세계사에서 경제를 배우다』, 파주: 살림출판사 201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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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목회 제70호56

기획특집 교회란 무엇일까?

예수의 비유에 나타난 농사 모티브와 하나님 나라 교회론

임 진 수 (교수, 감신대, 신약학)

들어가는 말

인류문명은지금부터 1만년전메소포타미아의비옥한초생달지역에

서시작된농사에서비롯되었다. 인류가처음으로경작한농작물은밀이

며지금의티그리스강의지류가되는쿠르디스탄지역에자생하던야생

의보리와밀을심어서수확하였다1). 그리고야생동물을길들여가축을

기르는 일도 시작되었다. 이 지역은 ‘우르’ 라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갈대아(바빌론) 우르’이며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경작이

시작되기전에는자연상태의산물을채취하며살았지만, 농사를지으면

서 토지에 쟁기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씨를 뿌려 가꾸면서 생산물을

채취하여 살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농사를 통하여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래서 ‘경작하다’ 라

는 의미의영어 cultivate와 ‘문화/문명’을 의미하는 culture는 서로 같은

1) 최연수, 『세계사에서 경제를 배우다』, 파주: 살림출판사 201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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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을 가지고 있다. 농업과 목축업이 기반이 되는 1차 산업은 수천 년

간 서서히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필자는 이렇게 수천 년간 이어온 농업,

목축업, 어업 등의 1차 산업이 문명 이전의 단계와 이후의 단계를 연결

해 주는 접촉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므로 농업은 인류가 꿈

꾸어오던자연에기반을둔이상적인세계관 형성에중요한 역할을했

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농업, 목축업, 어업 같은 1차 산업을 바탕으로 하는 이상사회

에 대한 전망은 예수의 말과 행위 속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글은

예수의 말과 행위 속에 나타난 농사 모티브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고찰해보고그것을통해서하나님나라와교회론의관계성에대하

여 언급해 보고자 한다.

1. 부정(negative)의 농사 모티브

예수의가르침안에는자연사상에기초한언급들이자주나타난다. 산

상수훈이 기록된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는 “보물을 하늘에 쌓아 놓으

라”고말씀하신다. 6장 26-34절에서는 “공중의새를보라”, “들의 백합화

를 보라”고 말씀하시면서 지나친 염려와 욕망을 경계하라고 요구하신

다. 그리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우리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넘어서서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라고 말씀 하신

다. 이처럼 예수는 하나님/하늘나라의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알려주고자자연에깃들어있는, 창조주하나님에게서비롯되는자연주

의 사상을 이용하셨다.

그런데예수는자연과의합일더나아가서그것이하나님/하늘나라의

합일로 발전하는 입장과 반역 및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악의 문제를

농사의 예를 통해서 가르쳐주고 있다. 공관복음서 안에는 세 복음서 모

두가 가지고 있는 포도원 농부 비유가 있다(막 12:1-2; 마 21:33-46; 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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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19). 이비유는문학비평적으로혹은전승사적으로볼때기록자의

의도에따라서중대한차이를보여주기도하지만, 큰틀에서는일치성을

보여준다2). 이 비유에 등장하는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은 마가복음

을 12장 1절에잘나타나있다. 우리말개역성경의번역은 “예수께서비

유로그들에게말씀하시되한사람이포도원을만들어산울타리로두르

고 즙 짜는 틀을 만들고 망대를 지어서 농부들에게 세(貰)로 주고 타국

에 갔더니”로 되어 있다. 복음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예수의 이 비유

안에당시팔레스타인의농사현황, 좀더좁게말하면갈릴리어느지역

에서 재배되고 있던 포도농사에 대한 한 단면이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

다3).

12장 1절의말씀을분석해보면다음과같이대략다섯가지의사회경

제적인 요인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① 한 사람이 포도원을 만들었다.

② (포도원을) 산울타리로둘렀다. ③즙을짜는틀을만들었다. ⓸ 망대를세웠다. ⑤농부들에게세로(소작을) 주고타국에갔다. 이 다섯가지

의 요인들은 당시 팔레스타인 안에서 일어나고 있던 농촌의 현실을 적

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들이다.

① ‘한(어떤) 사람’이 포도원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 포도원의 주인이

현지인이아니라는사실을암시한다. 즉외부에서들어와서팔레스타인

의 어느 지역을 사들여서 이전의 농사와 다른 포도원을 새로 만들었다

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던 농부들이

경작하던작물과는다른특용작물을재배하는농촌의변화를보여준다.

팔레스타인은 알렉산더가 동방을 정복하여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후

얼마지나지않아에게해(Aegean Sea) 연안에서가져온포도나무를경

작하여지중해연안에서중요한포도주생산지가되었다는기록이나온

2) 임진수, “악한 포도원 농부 이야기 해석의 두 관점 (막 12:1-12) - 알레고리와 사회적 상황,” Canon & Culture 제8권 제1호 (2014), 51-83.3) M. Hengel, “Das Gleichnis von den Weingätnern Mc 12:1-12 im Lichte der Zenon papyri und der rabbninischen Gleichnisse,” ZNW 59 (1968),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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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시 말해서 어떤 포도원 주인이 나타나서 포도원을 만들기 전에는

자급자족하던농업형태였던것이갑자기한개인의등장으로거대한기

업농 형태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② (포도원을) 산울타리로 둘렀다는것은 포도원주인이자신의포도

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것은 포도원이 철저하게 보호, 관리되는

중요한자산이었다는것을보여준다. 여기서울타리를두른다는것은개

인의입장에서보면재산을보호한다는의미가있지만다른한편에서는

포도원 소유주와 외부세계가 단절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③즙을짜는틀을만들었다는 것은이 포도원이대단히생산집약적

인 형태를 가진 곳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도즙을 짜는 행위는 포도주

를 만드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포도주 생산을 통해 이윤의 극대화

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➃ 망대를 세웠다는 것은 울타리를 두른 행위처럼 포도원 주인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⑤농부들에게세로(소작을) 주고타국에갔다는것은 ‘한(어떤) 사람’

이 현지인이아니라는것을더욱강하게암시한다. 즉이사람은원래는

소작인들이소유하고있었던땅을사들여그것을포도원으로만든다음

원래 그 땅의 주인들이었던 농부들에게 소작을 주고, 자기가 살던 거주

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비유에대한 위와같은사회경제적인설명은어떻게보면 이비유

가 말하는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을 제공한다. 필자가

말하고싶은것은이비유가당시의상황을반영하고있다는점이다. 학

자들은이비유의 1절이후에나오는상황즉포도원주인이세/세금(소

작료)를 받기 위해서 종들을 보내자 농부들이 그것을 거부하고 종들을

죽이고 나중에는 아들까지 죽인 것은 지나친 소작료 요구에 대한 저항

이라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농

부들(이스라엘백성들)이 종들(예언자들)을죽이고나중에는아들(예수)

까지 죽이면서 주인(하나님)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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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런 해석학적인 시도를 통해서 사회경제적인 해석이 보여주

는 당시의 농업환경에서 일어난 사회적 부조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대농(기업농)의 출현으로 인해 계급적분화가 일어났으며, 농촌 환경의

소통을가로막는상황이발생했고, 그땅에의지하며살아가던사람들이

하루아침에설자리를잃어버리고결국소작농으로전락하여착취를당

하는 암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수는이런상황을뒤집어서이것을자신의죽음과연결해서설명해

나간다. 예수의 주장은 그 포도원의 진정한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것이

다. 그 포도원은 이스라엘이고, 농부들은 그 포도원을 가꾸는 일꾼들이

며, 종들은 그 일꾼들에게 주인의 지시와 명령을 전달하는 예언자들이

다. 결국 이스라엘의 구성원인 농부들은 하나님의 종들을 거부한다. 마

지막으로그들이하나님의아들까지죽이자, 하나님은그포도원을이제

는 다른 사람들(이방인들)에게 넘겨주신다.

필자는 예수께서 이렇게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을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서 말씀하시면서 궁극적으로 포도원(토지)의 주인은 하나님이라

는점을강조하고있다고생각한다. 사회경제적으로해석하면당시의상

황은더이상희망이없는경제적인종속과착취가계속이어지는절망

적인상황이었다. 그러나예수는이런당시의상황을뒤집어해석하면서

궁극적으로 ‘땅(포도원)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강조하신다. 오늘

이 시대는 원래 하나님이 주인인 땅을 인간의 소유로 전락시켜 경제적

인 착취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농촌의 해체와 공동체의 해체

를 가져왔다. 대천덕 신부의 말처럼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다.” 토지가

하나님의 것이 될 때 진정한 의미의 협동과 평등과 사랑이 가능하다.

2. 긍정(positive)의 농사 모티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수의 농사 비유는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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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식민지 상황 속에서 살아가던 팔레스타인 시골 마을의 고단한

삶의한단면을보여준다. 그러나그런부정적인면과함께예수의비유

는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가복음 안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비유는 4장 1-9절에 나오는 씨

뿌리는 비유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서를 통틀어 제일 먼저 나오는 비유

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학생들에게 이 비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면 1-9

절의본문보다는 14-20절에나오는 1-9절의본문에대한알레고리적인

해석에 더 관심을 가진다. 비유의 요점은 어떤 대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하나의 비교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비유라는 말에는 A라는 대상

을 설명하기 위하여 A'를 들어서 설명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러나

14-20절에나오는알레고리해석은 A라는대상을전혀다른 B나 C처럼

원래의도했던것에다른의미를덧씌우거나혹은전혀다른 의미를부

여하고 있다4).

마가복음 4장 1-9절의 예수의 첫 번째 비유는 엄격한 의미에서 비유

에해당한다. 마태복음 13장의비유들은 “천국은~와같다”라는전형적

인어법을가지지만, 마가복음의이비유는그런도입문구가없다. 그러

나 이 비유는 명확하게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이비유는과거에행했던전형적인농사법을보여준다. 밀이나보리나

혹은 메밀처럼 흩어서 씨를 뿌리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도 어린

시절시골에서살았기때문에이런농사법을자주경험하였는데, 예수님

이 보여주는 비유는 실제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의 사람들은 밭

을일군다음보리나밀을뿌렸다. 그렇게씨를뿌릴때보면꼭까마귀

나새들이날아와서심어놓은씨를파먹는일이자주일어났다. 본문에

서는밭과밭사이에땅을갈지않은경계가되는길이있고그위에떨

어진씨를새들이먹어버렸다고말한다. 그리고어떤씨는밭을일구다

가 미처 캐내지 못한 돌 위에 떨어져서 싹이 났지만 곧 말라 죽었다고

4) H. D. 베츠, 『갈라디아서』 , 번역실 역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7),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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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며, 어떤 씨들은 개간을 하지 않은 가시덤불에 떨어져서 싹이 났지

만 다른 풀들과 나무들의 기운 때문에 자라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잘 일군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들은 무성하게 성장

하여 삼심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얻었다고 말한다.

예수께서 이 비유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진리는 분명하다. 즉 하늘나

라는 “심은대로거둔다”는 농사의법칙과비교될수있다는것이다. 하

늘나라는 이 세상의 현실과는 관계없는 초월적인 것으로 인식할 때가

많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시려고 하는 본질은 하

나님나라는심은대로거두듯이우리삶과아주가까이있다는것이다.

오늘 이 시대는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 혁명을 지나 3찬 산업 혁명

의단계에접어들었다. 금융과서비스업으로대변되는새로운경제구조

를 가지게 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은 대로 거둔다는 농사의 법칙이

시대착오적인것처럼인식되기도한다. 많은사람들이주식투자나혹은

투기와같은수단들을이용하여일확천금을꿈꾸는시대가되었다. 그러

나최근에주식시장에서 20년 동안근무하다가신학대학교에입학한만

학도의이야기는충격적이다. 일확천금을꿈꾸고주식에투자했다가자

살을 하거나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예수께서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서 들려주시는 진리는 심은 대로 거

둔다는농사의법칙처럼어떤인위적인수단을통해서하늘나라에들어

가는것이아니라는것이다. 농부는한알의씨앗이땅에떨어져서열매

를 거두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땀과 돌봄이 필요하며, 또 기다림의

시간이필요한지잘알고있다. 농부는종자를파종하고, 돌보고, 수확하

는 시간을 잘 알아서 자연의 순리를 감지하고 순응하여 일을 해나간다.

그것을통해서얻어지는결과는삼십배, 육십배, 백배라는놀라운결

실이다.

어떤 사람은 이 비유의 결론이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

나 농사를 짓는 사람은 ‘종자’가 얼마나 많은 열매를 거두게 해 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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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알고있다. 그래서옛날에는종자로남겨둔곡식은어떤상황이와도

결코 먹지 않고 보존하려고 하였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는 거저 얻어지

는 것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과 희생과 수고가 응집된 노력의 결과이며

거기에 하나님의 섭리라는 은혜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비유를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기보다

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원초적인 의미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1-9절이원초적인비유이고 14-20절은예수의이야기를잘이해하지못

하였던사람들에게들려준알레고리적인해석이다. 즉씨→말씀, 새→사

탄, 돌밭→뿌리없는믿음, 가시덤불→세상염려, 옥토→말씀을받아들이

는마음등이런해석은 원래의비유를 이해하지못하는사람에게새로

운 설명을 덧붙이거나 혹은 논쟁을 목적으로 해석을 가미한 것이다. 비

유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당시의 공동체 안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지

금의 본문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이어지는겨자씨비유나누룩비유는하나님나라의생명력과

폭발적인성장을명쾌하게보여준다. 예수는농사라는당시의실제적인

상황을이용하여사람들로하여금하나님나라에대한이해를추상적으

로받아들이지말고오히려우리들의실생활에서일어나는일처럼받아

들이도록하였다. 이러한비유의말씀들은현실의세계를살아가는우리

들의모든일상이하나님나라와아주가까이 있다는것을말해주고있

다. 다시 말해서 우리들이 하는 공부, 우리들이 하는 노동, 우리들이 하

는여러가지만남과대화속에도하나님나라는현존하고있는것이다.

그런일상의일들을하면서우리들은과거에서부터지금까지무엇을심

고있는지생각해보아야한다. 우리선조들은이미이런진리를받아들

이며살아온사람들이다. “콩심은데콩나고팥심은데팥난다”는 속담

이 있다. 필자는 이 평범한 진리 안에 하나님의 섭리와 간섭이 늘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섭리와 주권 앞에서 겸허하게 자

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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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라지와 밀의 혼합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

예수께서농사의모티브를이용하여하나님나라를말씀하시는또다

른이야기는마태복음 13장 24-30절에나오는소위 ‘밀과가라지의비유’

다. 이 비유는 앞에서 다루었던 마가복음 4장 1-9절을 마태복음이 받아

들이고 그것을 알레고리화 하는 과정과 같이 마가의 전통을 따르고 있

는 본문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가라지와 밀의 이야기는 마태복

음에만등장하는마태의특수자료에해당한다. 어거스틴은이본문을이

용하여자신의책『신의도성』에서 ‘하나님의도시’(civitas Dei)와 ‘땅

의 도시’(civitas terrena)를 설명해 나간다. 우선 어거스틴의 설명에 따

르면완전한하나님의나라가도래하기전까지우리가살아가는세상이

나혹은교회는가라지와밀이함께자라는밭과같다는설명이다. 어거

스틴은 이렇게 가라지와 밀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이나 교회를 ‘혼합

체’(corpus permixtum) 라고불렀다5). 다시 말해서완전한하나님나라

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선과 악이 공존하

고 때로는 선과 악이 투쟁하는 밭과 같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어거스틴의해석은기독교역사에서많은영향을미쳤고지금도우리

들은이해석을받아들이기에문제가없어보인다. 예수는이비유를설

명할때전형적인도입문구인 “천국은~같다”는 말로시작한다. 상황설

정으로는밭주인이씨를뿌린후자고있을때원수가와서가라지를뿌

리고 갔다는 것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가라지는 보리와 같은 종이지만

일종의독보리로서먹을수는없고생명력은왕성하다고한다. 우리나라

의상황과비교하면벼와피(벼목화본과, 한해살이풀)의 관계라고말할

수있을것이다. 모내기를하면종종피가섞여있어서나중에보면피가

벼보다 더 왕성하게 자라고 뿌리가 깊어서 이 피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마태복음의본문처럼벼가망가지는경우가있다. 아무튼이비유에서처

5) civ. Dei.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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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는 본문에 나오는 주인처럼 자신의

밭에서 열심히일을하지만예기치못한불의한일을당하는 경우가있

다는 것이다.

우리는예수께서이비유를통해서들려주시는하늘나라정신과교회

론의 관계를 유추해 보게 된다. 필자는 이 비유를 통해서 “악에게 지지

말고선으로악을이기라”는 로마서 12장 21절의바울사도의말씀을연

결해보고자한다. 우리는예수의비유를통해서자기밭에침투한악의

문제를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주인의 태도를 보게 된다. 본문에 보면

그의 일꾼들은 결실할 때가 되었을 때 가라지가 보이자 이구동성으로

가라지가난이유를물으며, 그것을뽑아버려야하는지질문을한다. 그

러나주인은 ‘가만두라’고 말하면서그가라지를뽑다가다른곡씩까지

뽑을까 걱정을 하면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라지(악)의 문제는 추수하는

순간에 별도로 먼저 그 가라지를 제거하여 불에 태움으로서 완전하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는이비유를통해서다음과같은교훈을얻을수있다. 살아가면

서악의문제를피할수없다는것, 그리고그렇게악이활동할때는지

혜를 가지고 악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절한 시간에

그 악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인의 말은 그 악을 제거하려

고하다가오히려정상적인것까지파괴하는우를범하지말고그악을

이기는 힘을 키우며 악의 문제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은 이 비유가 보여주듯이 선과 악

이같이공존하고있는현장이다. 우리는이런상황을만나면금방낙심

하고절망에빠지며이세상에대해서한탄과불만을품게된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 악을 대하는 태도는 대범하기까지 하며 악의 실체를 끌어

안고 있다. 결국 주인의 침착함과 인내와 기다림이 모든 가라지를 효과

적으로 제거하여 참된 평화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어거스틴은이렇게혼합체모습의세상과교회를보면서결국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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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그런상황속에서선으로악을이기는참된알곡이되어야한다는사

실을 강조하였다. 오늘 우리는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의 교회와 사회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악의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비유는 결국 하나님 나라/천국 역시 선과 악이 공존하

는현실을극복해내고얻어지는새로운실체라는것을가르쳐주고있다.

즉교회는믿음의선한싸움을 하는공동체로 그싸움을통하여하나님

나라/천국에 대한 전망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참된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가는 말 : 농사 비유의 하나님 나라와 교회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예수의 비유 말씀 안의 농사 모티브는 하나

님나라에대한기본사상을보여주고있다. 엄밀하게말하면하나님/하

늘나라는인간의인식이나지식을초월하는궁극의개념이다. 그러나예

수는그하나님 나라를자신이 경험하고있던 당시의실제환경에서일

어나는농업이라는환경을통해서들여다보았다. 그하나님나라는자연

적인 힘이 인간의 인위적인 힘을 능가하는 것처럼, 인간의 능력이 아니

라하나님의주권을통해서이루어진다는것을강조하였다. 예수당시의

열심당원들은 하나님 나라를 앞당기기 위하여 혁명이나 테러리즘 같은

수단들을통해서적극적인현실참여를주장하였다. 그러나예수는그런

입장에 반대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농사의 법칙이라는 평범하면

서도보편적인수단을통해서설명하고동시에그것을가시적으로보여

주고자 하였다.

우리는예수의이런하나님/하늘나라사상을교회론과연결해서생각

할수있다. 교회라는말은이미그말자체가 “세상으로부터불러냈다”

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성

도들이며, 하나님의 백성들이고,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이 모든 진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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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회가세상 속에있지만그성격은 탈세계화된공동체이며종말을

선취한 구별된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교회가 가지는 이런 자

기이해가 결국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정신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께서세례요한에게세례를받고사역을시작하면서처음으로선

포한말씀은 “하나님의나라가가까이왔으니회개하고복음을믿으라”

(막 1:15)는 것이었다. 예수의 이 말속에는 하나님 나라 사상과 교회의

의미가응축되어있다고판단한다. 예수의하나님나라는사역시작부터

핵심주제였다. 예수는하나님나라를다양한방식으로보여주고설명하

였다. 먼저기적을통해서하나님나라가이미예수자신안에역사한다

는것을보여주셨다. 그리고많은말씀들을통해서그의가르침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대한 설명이고 그에 대한 해석임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예수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완성하

였다. 복음은 결국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요약된다. 즉 예수는 하나님/하늘나라를 자신의 삶 자체를 통해서 완성

하였다.

우리는여기서교회의의미를분명히알아야한다. 교회는바로이복

음을 위해서 구별된 공동체이다. 교회는 보이는 교회(visible church)와

보이지 않는 교회(invisible church) 그리고 영적인 교회(spiritual

church)로 구분된다. 그리고 교회의 최종 목적은 영적인 교회를 향해서

나가는초월적인교회를지향한다. 그때완성되는교회는하나님과아들

예수와 성도들이 하나가 되는 지복(至福)의 상태를 말한다(계 21:1-8,

22-23, 22:1-5).

필자는 예수께서 농사 모티브를 통한 비유로 현세와 진정한 교회인

하나님 나라가 연결된다는 것을 당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했다고

확신한다. 특히 겨자씨 비유는 모든 민족을 아우르는 거대한 하나님 나

라의 공동체에 대한 전망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다른 비유들도 하나님

나라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과목회 제70호68

교회와하나님나라의연속성은우리들의평범한일상, 특히오늘많은

사람들이등지고있는농촌의현실속에살아있다고본다. 필자는예수

의 가르침 안에 나타난 농사의 모티브는 농촌의 공동체의 정신과 평범

하면서도비범한자연의법칙을토대로하는하나님나라와교회에대한

중요한진리를내포하고있다고판단한다. 따라서우리가농촌과농업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고 농촌을 지키는 것 자체가 하나님/하늘나라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