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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장 스터디 YES OUNG-ARTIST DUCATION ERIES 2016 금천예술공장 전문가 예술교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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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장스터디YES

OUNG-ARTIST

DUCATION

ERIES

2016

금천예술공장

전문가 예술교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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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

-12.03

금천예술공장

예술공장 스터디 YES

2016 금천예술공장 전문가 예술교육 프로그램 ‘예술공장 스터디 <YES>’는

예술가의 창작 및 활동역량 증대를 목적으로 이론중심의 강좌 일변도를 탈피

하고, 문화예술계 분야별 전문가를 강사로 섭외하여 최신 이슈와 현장 중심의

실무 노하우를 전달하고자 기획하였습니다.

문의전화 02-80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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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01. 윤율리(아카이브 봄 운영자) 4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02. 임근준(미술·디자인 평론가) 20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2. 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03. 성은경(심여화랑 대표) 39

국제 아트마켓의 현황과 이해를 통한 마켓 진출 모색

04. 구나윤(갤러리구 대표) 49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3. 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05. 백기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65

전시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작가의 대응 전략

06. 정일주(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85

전시와 작가 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청년작가의활동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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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4

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5

01윤율리

아카이브 봄 운영자

아카이브 봄을 운영하면서 예술기획 혹은 전시

가 제작-유통되는 과정 전반을 조율한다. <청춘

과 잉여>(2014), <서울 바벨>(2016), <실키 네이

비 스킨>(2016), <모드 앤 모먼츠: 한국 패션 100

년>(2016)과 같은 전시에 협력큐레이터로 참여하

였고,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 2015>에

서 편집장으로 일하였다. 동료 작가들과 현대미

술페어 <굿-즈>(2015)를 공동기획했으며, 2015

년 미디어버스에서 《메타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공저, 책임

편집)를 펴냈다.

제가 맡은 주제는 품위 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이라는 주제인데요. 이것이 작가로서의 생존을

위한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리는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 몇 년 간을 돌아보면 마치 어떤 생존을

위한 트렌드인 것처럼 부상했던 몇 가지 핵심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현상들을 저희가 같이 점검을 해

보고, 어떻게 보면 Q&A 매뉴얼을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오늘의 자리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저는 큐레이터로서 또 간혹 글을 쓰거나 혹은 딜러 같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 미술계의 잡다한 기획

들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궤적들이 아까 제가 소개했었던 생존을 위한 트렌드인 것처럼 보

이는 어떤 현상들의 중심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궤적들을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저의

얘기를 할 것이고요. 동시대의 같은 씬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기 계신 작가 분들, 다른 기획자 분들이 최근

몇 년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또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가 나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관점들을 비교해가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봤으면 합니다.

예술가 작업 자체의 핵심 파생상품,

굿즈의 증가

첫 번째는 신생공간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와서는 이 신생이라는 이름이 별로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우선 신생공간이라는 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같이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신생공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미술계의 구성원 개인으로서 미술계 구성원이 스스

로 조직하고 운영하는 공간들을 뜻합니다. 운영주체는 작가, 기획자 혹은 이들이 혼합된 콜렉티브나 아

니면 동인 형태로 굉장히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작가들의 작업실과도 약간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는 개

념인데요.

대표적으로 돈선필 작가가 반지하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반지하의 경우에 신생공간이라는

것의 당위를 설득력 있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미대 졸업 후에 전시를 하려

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 전시를 하지 않으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 다시 전

시를 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니까 악순환에 빠져버리는 거죠. 예전 같은 경우 미대를 졸업한

후에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다시 계단 삼아서 더 주류의 갤러리로 옮겨간다거나, 레지

던시에 들어가는 정해진 루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품위 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사회로부터 부여되는 특수한 입장과 지위 속에서,

예술가는 시대마다 또는 세대마다 상이한 생존전

략을 통해 작품활동의 지속을 모색해 왔다. 경제

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불

안이 가중되는 최근, ‘청년작가’들은 갓 활동을 시

작한 젊은이이자 예술가로서 이중의 난관에 봉착

해 있는 듯 하다. 콜렉티브나 소규모 스튜디오 단

위의 예술주체가 늘어난 것, 여러 가지 파생상품-

굿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역시 이러한 흐름

의 영향일 것이다. 또한 작업과 전시를 겸할 수 있

는 물리적 공간, 일시적인 플랫폼, 소규모 마켓의

역할이 제고되고 있다. 일견 하나의 유행처럼 보

이기도 하는 이 현상들은 과연 젊은 예술창작자

들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앞에

놓인 몇 가지 현실적인 선택지들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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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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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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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1> 공사 중인 아카이브 봄 건물, 효창공원 인근

<도판 2> 엮는자(@herbererr)가 지도에 표시한 신생공간 아카이빙. 마포를 중심으로 강북에 집중

그런데 사실 2000년대 이후 한국 미술계에서는 예전처럼 마냥 좋은 갤러리의 픽업을 기다릴 수 없는 상

황이 작가들에게 발생한 것이죠. 말하자면 미술에서도 일종의 양극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주류의 유명한 갤러리는 굉장히 많은 명성과 부를 갖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변방은 너무 변

방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계단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변방에 있는 갤러리에서

아무리 전시를 해봐야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이나 이력의 진척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변방은

완전히 변방이 되어가고, 주류는 점점 주류가 되어가는 흐름이 2000년대 한국 미술계에 존재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러한 공간들이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서른 개 정도 되는 신생공간들이 서울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해드리는 것은, 이런 활동들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보시지 못한 분들은 신생공간 생성과 활동

에 대한 흐름을 잘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일단 이런 이야기들을 다 드리면서 진행을 하

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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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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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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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3> 노상호 작가의 굿즈. 관람객이 원하는 크기만큼 작품을 잘라 구매할 수 있다.(출처: http://montgenvre.ivyro.net/)

이것은 SNS 계정 엮는자(@herbererr)가 신생공간의 활동들을 아카이빙한 사이트에요. 여기 보면 서울과

서울 외곽에 있는 새로운 대안공간의 역할을 하는 갤러리, 책방, 작은 공연장들이 있어요. 그리고 대체로

마포를 중심으로 강북 쪽에 많은 공간들이 있습니다.

신생공간들은 이름, 로고, SNS 계정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 요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

기 시작했는데, 그냥 작가 작업실이 아니라 특정한 이름을 붙인 공간들입니다. 케이크 갤러리, 청량엑스

포, 가변크기, 시청각 등 굉장히 독특한 이름들이 붙어있습니다. 이것이 각 공간들의 아이덴티티를 말해

주기도 하죠. 가령 구탁소 같은 곳은 옛날에 세탁소였습니다. 그래서 ‘구 세탁소’를 줄여서 구탁소라고 붙

이는 것과 같이 히스토리들이 각기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로고를 만들고, SNS 계정을 활용해서 활

동을 홍보합니다. 각각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다르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활동을 홍보하고 나름

의 팬덤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이 이들의 활동에서 보이는 공통점입니다.

미술비평가 신혜영씨가 2010년에 ‘트위터, 그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 이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었어요.

작가들이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안에서 어떤 주변적인 목소리들이 새롭게 조직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술하셨던 글인데, 이런 고민들이 정말 물질적인 공간이 되어 나

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 강정석씨 같은 경우에는 미술 생산자 모임에서 스마트폰 디바이스와 신생공간의 연결고리

에 대해서 서술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공간들이 서울 대로변에 큰 간판을 달지 않고 위치하

고 있기 때문에, 아무나 찾아가기 굉장히 어려웠어요. 사람들이 이곳들의 정보와 활동을 접하고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 스마트폰 그 중에서도 지도 어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라는 논리인 것이죠. 그리

고 신현진씨와 같이 전통적으로 대안공간 활동에 관심을 두고 계셨던 연구자들은 이것을 “새로운 세대

의 대안공간 활동이다.”라고 보신 적도 있고, 지금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으로 일하시는 김준기 선생님 같

은 경우에는 “소셜아트의 야누스 같은 얼굴이다.”는 해석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파생상품 생산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파생상품보다는 굿즈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작가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머그컵이나 에코백 같은 간단하고 작은 오브제였

습니다. 지금은 굿즈인지 작업인지 거의 구분이 안 되는 그런 높은 퀄리티를 생산해내서 텀블벅으로 펀

딩하기도 하고, 전시에 같이 두고 판매하기도 하고, 혹은 아트 마켓에 참여하기도 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요. 보통 굿즈의 일반적인 케이스는 피규어같은 거죠. 그런 문화들의 주요한 팬덤이 되는, 시쳇말로 오타

쿠라고 부르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판매되고 유통되다가, 더 대중화되고 미술생산자들에게 맞는 방식

으로 개량되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술계에 파생상품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반지하에서 돈선필 작가가 몇 년 전부터 ‘굿즈’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때 의외로 판매가 많

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판매하려면 유통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개인을 브랜드화 하면

서 돌파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윤향로, 호상근, 이윤성 작가가 그에 해당하는 분들

이었던 것 같아요. 노상호, 신모래 작가 같은 경우들을 보면 이 분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만 명에

서 십만 명 정도 됩니다. 작가들이 자기 스스로를 온라인에서 브랜드화 시키면서 상품을 팬들에게 어필

하고, 유통할 수 있는 여지가 2010년 이후에 생겨났다는 거죠. 노상호 작가의 경우에는 그 분들을 대상

으로 가끔 본인이 직접 이벤트를 연다거나 아니면 정말 팬미팅 같은 것을 하는데 실제로 그 것도 파급

력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왜 이런 파생상품이 다시 미술계에서 주요한 주제가 되었냐하면,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소유하는 방식이

변했고, 미술 작품이 생산되는데 영향을 주는 물리적인 조건 값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예전에는 어

쨌든 그림이 팔려야했고, 그림을 팔기 위해 노력했고, 또 그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을

샀죠. 여기서 요즘은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사람들이 그림을 살 돈이 없어요. 지금 소위 기

대감소의 시대라고 하는,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그림을 사는데 투자할만한 돈이 없다는 것

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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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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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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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4> 세종문화회관 <굿-즈> 참여공간(공간

사일삼, 괄호, 교역소, 구탁소, 굿-즈, 미연씨,

비디오릴레이탄산, 스튜디오 파이, 시청각,

아카이브 봄, 인스턴트 루프, 지금여기, 커먼

센터, 케이크갤러리, 합정지구

두 번째는 그림을 사도 걸 수 있는 벽이 없습니다. 작가들도 사실 작업실의 물리적 사이즈 때문에 고민을 많

이 하는데, 전세나 월세 방을 항상 옮기면서 이사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조건들 속에서 그림을 걸

수 있는 벽을 가지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그림을 사고 보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신생공간들의 활동과 젊은 세대 작가들의 활동이 맞물리기 시작하면서 그 두 가지가 상호적인 작용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면 아까 소개해드린 신생공간들은 대부분 월세로 임대되는 공간들이에요. 자기가 살던 원

룸, 혹은 거의 버려진 폐가나 다름없던 골목의 공간, 과일가게로 쓰이던 곳, 세탁소로 쓰이던 곳입니다. 이런

공간들을 빌려서 전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컨디션을 다듬어서 전시활동을 일시적으로 해 나가는 거죠.

그런데 그런 공간들은 미술관과 다르거든요. 당연히 흰색 벽이 거의 없고 폐허 같은 곳에 간이 조명들을 달

아놓고 선반을 설치해서 작은 오브제들을 올려놓는다거나 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미술관 전시를 상상하면

서 작업을 할 수 없는 조건 값이 애초에 구획되어 버린 거죠. 그렇다보니 본인이 작업을 만들어낼 때 상상

하게 되는 휴먼 스케일 같은 것들, 기능의 스케일들이 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이 다운사이징

되고 다른 기능과 결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굿즈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굿즈는 기능으로부터 일단 해방됩니다. 용도가 없는 굿즈들이 굉장히 많아요. 기능이 없더라도 자기 캐릭

터를 보여줄 수 있는 굿즈를 만든다는 점이 첫 번째 특징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명확하게 판매를 상정한

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굿즈가 만들어질 때 얼마나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가를 굉장히 영리하

게 계산해서 디테일을 조정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유통을 진행합니다. 세 번째로 아트마켓, 이른바 예술장

터에 하나의 기획으로 묶여 놓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가령 2015년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굿-즈>라는 행사가 이런 아트마켓의 한 가지 예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물론 <굿-즈>는 마켓이라기보다는 마켓의 형식을 빌려온 전시에 가깝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이것은 예술장터 지원 사업을 통해서 이루어졌던 전시 플랫폼이었고 <굿-즈>가 정량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었는데, 그 이후에 이 사업이 확장되면서 올해 같은 경우에는 <굿-즈> 같은 행사가 약

10개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아트마켓이라는 것은 신생공간들과 파생상품이 결국 제도적으

로 카테고리화 된 모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예술장터가 계속 증가하는 것에 대해 찬반의 논란이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형식의 제도적인 지원은 앞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통념상 예술가의 전시를 지

원하는 정책들은 사회적인 저항에 부딪히기 굉장히 쉽죠. 왜냐하면 분명히 예술은 가치 있는 것이지만,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이 볼 때는 세금으로 작업하고 전시하고 먹고 산다면 배가 아프지 않겠어요. 사실

잘못된 생각이지만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세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

든 지원들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장터 지원 사업은 거의 유일하게 존속될 가능성이 있

는 예술 지원 체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2, 3년간, 혹은 그 이후에도 이런 아트마켓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문체부에서

예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정부정책이 축소될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신생

공간, <굿-즈>는 그런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행동들인 것 같습니다.

청년 작가의 품위 있는 생존 전략

“네트워킹”과 “경제기반”

제가 그냥 ‘생존’이라고 썼다가 ‘품위 있는’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생존을 위해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데, 저는 그냥 “살아남느냐, 아니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런 프레

임을 경계해야 된다고 봐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는 너무 동물적인 일

인 것 같고, “어떻게 내가 예술가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작업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우리가 문제화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대적으로, 그리고 세대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산재하는 것 같아요. 시대적이라는 것은 전 지구

적인, 20세기가 진보를 향해 달려 나가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그 속에서 터져 나오지 못했던 퇴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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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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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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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견되고 있는 세기입니다. 미국의 대선 결과를 봐도 그렇고, 유럽에서 발생하는 테러, 종교적인 갈

등도 그렇습니다. 유럽만 하더라도 20세기에 완성되었던 다원주의가 굉장히 이상적인 문명의 모델을 제

시하는 듯 했었는데, 사실은 미봉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21세기 들어서 새롭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

고 세대적이라고 한다면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굉장히 로컬에 밀접한 문제들이 오늘날 청년 예술가들

을 어렵게 하는 다른 문제입니다.

예술가는 사회적으로 특수한 지위를 늘 가지게 되는데, “예술가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나요?” 이렇

게 묻는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닐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합니다. 실제로도 아니고요. 그

리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예술가가 어떤 점수를 받는지 다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편견에

맞서서 품위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예술가만한 지식인이 별

로 없잖아요.

앞서 제가 얘기 드렸던 세 가지의 트렌드는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 스스로 예술을 책임져야 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가령 “전시를 어디서 할 것인가?”,

“자기 작업을 어떻게 팔 것인가?”, 그리고 “동료들과 어떤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굉장

히 현실적으로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서 제안해 드리고 싶은 것은 일단 네다섯 가지 정

도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로는 동료들을 잘 만들기를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각자 도생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하고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어떤 동료와 함께 내 작업을 해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

다. 두 번째로는 미술관 밖에서의 전문가들과 최대한 협업하기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래픽

디자이너는 오늘날 미술가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우군이 되었고, 디자이너 이상으로 편집자, 글을 쓰는 비

평가들은 미술가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들이죠. 그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시고,

그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시고, 그리고 미술가가 예술의 선봉에 서는 사람으로서 상징자본을 획득했을 때

그들에게 그걸 나누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더 좋은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으로는, 사업자등록증을 무조건 내세요. 이것은 예술가가 자기 작업을 판매할 때도 굉장히 중요

하고, 지원 사업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법인사업자를 내시면 더 좋고요. 법인사

업자는 동료들과 같이 만드실 수 있어요. 혼자 모든 것을 다 책임지기 어렵다면 같이 모여 협력체를 만드

셔서 공동의 사업자를 운영하시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사업자랑 맞물려서 세무에 대한 고민을

하실 수밖에 없는데, 절대 스스로 하려고 하시지 마시고 세무사를 고용하세요. 절대 혼자 해결하실 수 없

고, 결국 세법이 매년 바뀌거든요. 그런 외부전문가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받으셔야 됩니다.

그리고 저축을 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물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걸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그래도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저축 잔고에 따라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스케일이 달라지는 것 같

아요. 그래서 굉장히 적은 돈이라도, 돈을 모으시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운이 좋게도 저축을 좀 하실 수 있었다면 건물을 사세요. 건물을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

니거든요. 혼자 몇 억짜리 건물을 살 수는 없고, 서울 외곽에 비싸지 않은 건물을 같이 사면됩니다. 거기

에서도 작업을 하는 것이 비싼 월세를 내는 것 보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같이 활

용하기 위해서 그 안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규칙들이 필요하겠지만, 혼자 할 수 없다면 같이 돈을 펀딩하

는 것도 굉장히 유의미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작업하시는 분들은 이런 것에 너무 관심이

없다보니까, 적은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별로 고민하지 않으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자주 썼습니다. 한 명이 모으면 굉장히 적은 돈이지만, 여러 명의 예

술가들이 돈을 모아서 뭔가 한다면 다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계속 이러한 경제적인 상상, 사회

적인 상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에 다른 미술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상상을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생애 첫 개인전을 여는 미술가를 위한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사

회란 어떤 사회일까?” 저는 이 문장이 굉장히 많은 예술의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과 노동의 문제, 자본과 공공성의 문제, 공동체와 예술이 가진 가치에 대한 문제 등을 한 문장에 녹인 질

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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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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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율리 -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청년작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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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 개인적으로 신생공간 같은 경우는 작년과 그 이전 해를 생각했었을 때 다운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런 흐름들이 2, 3년간 지속될 거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가 될지,

가까이서 보셨을 때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 한참 많을 때 그런 신생공간이 서울에 제가 아는 곳만 60, 70 군데가 있었어요. 그리고 제도에서 모아

보여준 것이 <서울 바벨>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올해 그 중에 절반 정도가 사라졌어요. 그때

집계되었던 신생공간의 개수에 약간의 허수가 숨어있었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명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 아닌데 그러한 공간인 것처럼 하지만, 당시 어떤 분위기나

트렌드를 전유하는 일시적인 프로젝트인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신생공간이라는 하나의 폭발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공간이 정말 물질적인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이나 특징을 가지고 생명력을 지속해 갈 수 있는 곳인지

비교적 명확해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곳들은 초기에 많았던 작가들의

작업실, 혹은 연합체와는 다르게 명확하게 포지션을 가진 곳이 많아요. 홍보, 기획, 기금, 커뮤니케이션

등의 역할이 분담되어서 더 전문적인 시스템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초기 신생공간들이

트렌드화 되었을 때와 달라진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 배포해주신 원고에서 어차피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시장의 방식으로 싸우는데 재능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말인지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A : 굿즈를 상품과 구분해야 한다고 얘기해왔는데, 굿즈를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했던 이야기입니다. 만약 예술가가 자기 작업을 이용해서 티셔츠, 컵, 가방

등의 상품을 만들었을 때, 과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상품 대 상품으로

싸웠을 때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고, 굳이 그런 싸움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광고회사 이상으로 광고를 잘 하거나, 상품 MD 이상으로 상품화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은 시장에 훈련된 전문가들이고, 누가 더 창조적인가의 문제를 떠나서 그런

훈련된 전문가들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굿즈를 우리가 굳이 상품으로 정의할 필요도 없고,

그런 전략을 굿즈를 통해 구사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미술가는 이것을 작업으로서 이해해야 하고

작업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트마켓에 참여할 때도 중요한 점은 거기서 자기 물건을 한 두 개 더 파는게

아니라, 자기 팬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트마켓에 예술가가 참여해야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작업들을 늘어놓고 말하자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시 전시할 때에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플랫폼의 역할이 되어야 하고, 예술가가

그 곳에서 전략적으로 노리는 바가 되어야 합니다.

Q : 2010년에 이런 흐름들이 있었고, 지금 벌써 16년이잖아요. 그런데 가끔씩 그 후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거든요. 작가들이 생각하는 입장과, 기획자, 큐레이터, 글 쓰시는 분들이 그 다음을 상상해

보는 것들에 뉘앙스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이 흐름이 10년 정도의 생명력을 유지하다가,

그 다음이 되었다고 했을 때를 혹시 상상해 본 바가 있으신지요.

A : 저는 그게 뭐가 됐든 간에 미래의 모습을 계속 같이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이 구체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면서 그 마지막에 해당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머지않아 이런 것들이 더 악화되거나 해소되는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다시 우리가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문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것은 예술가 개인, 기획자, 큐레이터가 글을 쓰고

비평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꾸준한 상상들을 갖고 그 상상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나 정치적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것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근본적인 방식은 기본소득 같은 것입니다. 예술가가

예술이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역할들을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그 가치를 향상시키고, 예술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 그 향상된 가치에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아

간다면 사실 예술가들만 가치 있는 일을 사회적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향들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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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예술가들이 정치적인 급진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권퇴진 운동에 예술가들이 정치적으로 동참하고, 어떤 프로파

간다를 생산해야 된다는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예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예술가가 자기 스스로 어떤 지위를 요구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신생공간이나 굿즈가 국내와 외국의 차이가 있는지요?

A :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베를린이 유럽 예술가들의 가장 아방한 전진기지처럼 쓰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작은 규모의 신생공간 같은 공간들이 운영이 시작되고, 그들끼리 네트워크 파티를 한다든가,

큰 규모의 미술축제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런 활동들이 대부분 관제화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 독일만 보더라도 훨씬 강력한 대안공간이 지역에서 중심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는

곳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 축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떻게 보면 그냥 서울에서는 그러한 안전망이나 인프라가 없이 훨씬 거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 스스로가 그 중심에 가장 많이 있다는 점이 외국과는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이런 일들은 해외 레퍼런스를 찾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이라는 특수성

안에서 굉장히 특이하게 발생하고 있는 종류의 사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 :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품위 있는 예술가로 살아남기’ 부분이었는데, 말씀하신 결론은 결국 굉장히

현실적인 대안인데요. 그런 면에 있어서 회의적이지만, 어쩌면 정말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신생공간 같은 경우, 일단 공간이라는 곳은 사람이 방문해야 유지가 되잖아요. 그런데

한번 그 공간을 찾고 나면 거리 상 다시 찾기가 힘듭니다. 그 것이 저는 지금 신생공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일단 열어 놨는데 유지를 할 수 없어서 일찍 닫는 상황이

거의 지금은 트렌드처럼 신생공간의 특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A : 일단 아카이브 봄이라는 공간을 꽤 오랫동안 유지를 했었고, 유지를 하기 위해 많은 방면으로 노력을

했었습니다. 기업들과 돈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가진

능력을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몇 가지 시도들을 했었는데 결국 제가 내린 결론도 이것은 뛰어난

개인이 정말 좋은 기획을 해서 돌파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이라는 거점은 굉장히 큰 힘이 될 수 도 있겠다는 결론이 있었습니다. 아카이브 봄을

종로에서 운영을 할 때 원래는 아트선재 골목, 정독도서관 옆에 있었는데, 월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쫓겨났어요. 회의가 들어서, 마지막에는 건물을 사서 옮겼습니다. 4층짜리 건물에 지하 1층이 딸린

굉장히 작은 건물인데, 펀딩을 했어요. 현재 그런 형식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

그런데 어떤 시스템으로 완전히 굳어진다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힘이 있는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작동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일시적으로 흉내 내는 것이 예술가

들이 사실 가장 잘 하는 일이잖아요. 시스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것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꼭 가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흉내 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예술가들이 가진 재능이고, 이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Q : 조금 더 생각을 말씀드리면 미술가들의 기질 자체가 사회 현상에 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다들 현실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나 예술가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고요. 게다가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반사회적 기질

때문에,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을 과연 많은 예술가들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A : 물론 제가 “다들 부동산 하나씩을 사십시오.”하고 권장하는 건 아니고, 아마 그렇게 될 수도 없겠지요.

핵심은 개인의 힘이 너무 미력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됐든 같이 모여서 함께 요구하고, 함께 욕망하는

교집합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특성은 다 다르지만 그래도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하나의 일치점이 있으면 같이 해 나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게 일종의 연대라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최근 3, 4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국 현대미술계, 특히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술의 특정한

레이어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어떤 회전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속도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혹은 멀리 있었는지에 따라서 그 원심력을 체감하는 힘의 강도가 달랐을 것이고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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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도를 우리가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작업을 미술의 흐름에서 정확한

위치에 놓아야 하는 것처럼,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중요 화두들을 한 번 더 러프하게라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Q : 90년대 대안공간이 있었잖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90년대 생각한 대안과 2016년에 생각한 대안이

달라졌습니다. 신생공간도 작년 1년 사이에 반 정도가 없어졌다고 이야기하셨잖아요. 결국 신생공간도

대안공간처럼 결국에 변형이 되면서 그저 전시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공간이나 신생

공간은 각각 시작했던 시대의 흐름이 있었지만, 변형이 될 때는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제시를 하고

바뀌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카이브 봄 운영자로서 앞으로 신생공간으로 시작했던

공간들이 어떻게 변형되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 신생공간들이 생겨나서 작가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데, 그것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 온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모델들을 구축해 나가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누군가가 필두에 서서 해내야 하는 종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금 없이 계속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전시의 방향이 무엇인가?” 이것이 아카이브 봄을 운영

하면서 하는 가장 큰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현재는 조금씩 보완하고 고쳐나가고, 상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UMMARY

예술가의 작업이 상품과 브랜드로... ‘굿즈’의 증가

• 예술가가 생산한 예술작품 기반의 ‘굿즈’는 작가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여,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 관주도의 예술(가)지원 체계와 비교하여 볼 때, 작품 기반의 상품 판매의 증가나 예술장터의 활성화는 예술가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예술가로 생존하기 위한 필요조건, ‘네트워킹’ 구축

•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전문영역을 분담하고 협업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 그래픽 디자이너, 편집자, 비평가

등과 같은 전문가들은 예술가가 자신의 활동을 선보이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므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

가 있다.

• 경제여건과 창작환경을 고려하여 공동작업실을 통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동운영단,

협동조합 또는 외부 펀딩을 통해 임대공간이 아닌 공간을 직접 소유하는 것이 운영전문성이나 활동의 지속성

을 담보할 수 있다.

청년 작가의 품위 있는 생존 전략 ‘경제기반’의 마련

• ‘사업자’가 남의 일이 아니다. 예술가가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면 공공기관의 지원사업 참여 기회 증대 및 행정 처리의

효율성을 높아진다.

• 지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가 원하는 목적과 시기에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기회를 스스로 창출할 필요도 있다.

소규모라도 기획에 마중물이 될 저축이 필요하다.

• “생애 첫 개인전을 여는 미술가를 위한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예술가의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상상력은 예술가가 처한 환경과 요구에서 비롯하고, 그 필요는 방법을 강구케 한다. 제도개선을

위한 발언을 위해선, 현실인식과 그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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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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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임근준

미술�디자인 평론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LGBTQ 운동가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DT 네트워크 동인으로

활동했고, 계간 공예와 문화 편집장, 한국미술연

구소/시공아트 편집장, 월간 아트인컬처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상반기에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환: 포스트-컨템퍼러리 시대의 예술 생

존법》(가제)을 발간할 예정이다. 당대미술이 붕

괴-해체되는 과정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위

해 애쓰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방가르드 미술과 모더니즘의 형성은, 우리가 눈속임 미술이라고 말하는 자연주

의적인 재현 회화의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전후모더니즘의 발흥은 그 과정을 북미를 중심으로 반

복-심화-확장시킨 과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현대미술에서 현대성의 시작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1890년대 인상주의가 등장하던 때를 기준

점으로 삼잖아요. 1890년대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가 모더니즘의 서막이었다고 하면, 1차 세계대전 끝

나고 나서 2차 세계대전 사이에는 북미나 기타 비유럽지역은 모더니즘의 형성과정에 거의 아무런 영향

력을 행사할 수 없었죠.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모더니즘의 발전론적 역사 전개과정을 북미에서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면서 심화, 확장된 형태로 전후 모더니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우리 한국처럼 탈식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후의 독립한 국가들에서도 전후 모더니즘은 지역화된 버전

으로 각각 선형적 역사를 전개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전후 모더니즘은 전개방식에 있어서 2차 대전 이전

의 서유럽 중심의 모더니즘 전개와는 다른 양상이었던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1968년 이후의 새로운 아방가르드적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형성은 모더니즘, 특히 추상미술

의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추동해 왔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지난 2008년 이후의 새로운 시공에서 우리는 전지구화 시대의 다문화주의적인

통치성과 결탁해 온 포스트모더니즘, 특히 비미술적 재료를 포괄하며 담론적인 장소 특정성을 추구해 온

설치미술의 죽음을 대면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국립현대미술관만 봐도 설치미술 위주의 기획 전시를 계속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시대의 변

화에 대해서 뭔가 오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애써 변화의 시대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

겠습니다.

다문화주의가 드디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을 실제 실질적인 정치체계의 변화로 경험하고 있죠. 그런

데 다문화주의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진보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다문화주의가 등장을 하고

그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주요 정치체계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등장을 하면서 결국 한 사회 안에서 존

재하는 하위 주체들의 정치적 불만을 문화, 상징차원에서 대리 해소하는 역할을 했고, 그것이 결국은 사

회의 안정된 구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를 하게 되었죠. 다문화주의적 통치성에 맞추어서 주요 미술관들

의 기획이 이루어지고, 기획 기금들이 집행되게 되면 거기에 부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전시를 기획

하는 미술인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면 각 하위주체의 영역별로 그것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나타나

게 됩니다. 그들이 마이너리티에게 주어지는 기회, 토큰을 독식하게 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토크니즘 미

술을 만들게 됩니다.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이 강의는 후기-당대성의 시각장과 새로운 시각

성의 문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미시적

관점에서 인프라-리얼한 세계의 도래와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008년의 세

계 금융 위기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기대 감소의

시공에서, 인간과 사물과 공간의 상호 연관 관계

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리얼함을 리얼하게

대체하는 의태된 리얼함’을 실재 혹은 실재하는

것의 리얼함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은 어

떤 결과를 초래할까? 세상을 보는 방법을 다뤄온

현대미술은, 이에 어찌 대응해야 옳을까? 과연 현

대미술의 세계는 존속할 것인가? (강연자는 보론

으로 2010년대의 후기-당대미술을 주요 사례를

통해 재고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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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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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담론적 장소성을 추구하면서 지역의 숨겨져 왔던 뼈아픈 과거를 다루며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양

식의 미술들이 겉으로 볼 땐 굉장히 진보적이지만 실제로 커다란 통치성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러한 문

제들을 예술의 장 안에서, 화이트큐브 안에서, 혹은 비엔날레 제도 안에서 대리 해소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치 변화를 막아온 면모가 있습니다. 다문화주의라고 하는 것이 재평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술

계에서도 다문화시대에 최적화해왔던 탈민식주의 미술에 대해서 다시 비평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에

봉착해 있습니다.

저는 전자를 눈속임 미술의 죽음, 뒤샹이 주목했던 환영주의 미술의 죽음을 ‘제1의 죽음’이라고 이야기

하고, 중자, 그것을 ‘제2의 죽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더니즘의 죽음을 전제로 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전개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거죠. 68학생혁명 이후에 이미 철학과 문학 쪽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본격화 되고, 미술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천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70년대 중

후반, 본격화한 것이 80년대였습니다만, 그건 북미의 이야기였고 북미 외의 지역에서는 80년대 포스트모

더니즘이 본격화될 수 없었죠. 사회 구성체 차원에서 전개방식이나 사회의 존재 조건 자체가 북미와 기타

지역이 큰 시간차가 존재했었으니까요. 하지만 90년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함께 포스트모더니즘 방법론

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게 되고, 한국도 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탈냉전과 함께 포스트 모던한 문제의식

을 받아들이게 되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90년대 문화예술계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이쯤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90년대 중후반에 죽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죠. 그 이유는 97년도에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신경제 선언을 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다음 단계로 이행을 하게 되었고, 신

경제라는 것은 자본을 디지털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의 완성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선진금융으

로 인해서 파생상품을 만들어 허수로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유포되는 순간이기

도 했습니다. 그해의 유럽 같은 경우도 유로화와 EU체제에 대해 합의를 하게 되었고, 98년도부터 새로운

다문화주의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북미에서 등장했던 다문화주의의 통치성이 유럽에서 제 2

라운드를 맞게 되는 것이 98년도부터 2008년까지의 10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포스트모

더니즘의 문제의식은 예상 외로 장기집권하면서 문화 예술계를 지배해왔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맨 마지막 3번째 후자를 ‘제3의 죽음’이라고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방만해진 현대미술계에

서, 이 새로운 죽음, ‘제3의 죽음’이 야기하는 포스트-컨템퍼러리의 상황과 후기(탈)-당대성의 (메타-)시

각성에 주목하는 이론가나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추상미술의 대두를 갈무리하고 역사화하려는

노력들이 있었고, 그를 부정하려는 이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작 새로운 시대의 시각성을 규명하려 애

쓰는 논자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세기의 전환이 이루어지던 무렵 각광을 받았던 뉴미디어아트와 그 담론의 붕괴에 주목해, 포스트-인터넷

아트라는 헛-카테고리를 제시해 오늘의 문제를 진단해보려는 시도들도 전개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 뉴뮤지엄 트리엔날레에서 라이언 트레칼틴(Ryan Trecartin)이 작가로서 총감독이 되어 포스트-인

터넷 담론과 그에 상응하는 작업을 갈무리했던 전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그와 함께, 포

스트-시네마라는 이름으로, 포스트-미디엄의 상황에 대응해 영화를 실험의 매체로 재창안하고자 노력

해온 이들의 계보를 그리려는 시도들도 이어졌습니다. 포스트-시네마는 20세기 특유의 ‘시나리오에 기

반을 둔 서사-영화’가 맞은 상징적 차원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게 현대미술사의 적합한 개념

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추상미술을 역사화하고자 했던 논자들과, 포스트-인터넷 아트를 새로운 포스트-뉴미

디어-아트의 리그로서 정식화하고자 했던 논자들이 있습니다. 90년대 말 뉴밀레니엄 초기 때 뉴미디

어 아트가 올드미디어 아트를 대체할 것으로 오해하거나 오판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뉴미디어 아트는 마이너리그로 주저앉게 되었고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나 페터 봐이엘(Peter Weibel) 등이 주요 글이나 전시기획으로 이미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

지 논증을 한 바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뉴미디어 관련 학과, 과정이나 작가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

죠. 결국 포스트-인터넷 아트라고 하는 담론을 기회로 삼아서 주류로 재진입하고자 하는 모습을 최근 몇

년 동안 볼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여기에는 뭔가 불건전한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기성 현대예술계의 구태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다

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판단유예의 시공을 창출해 현대미술계의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를, 구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자세를 취했습니다. 다들 현대미술계의 종말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대미술과 현대미술계가 망하지 않고 영원히 번영을 누려야 마땅하다고, 역사적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

는 자는 누구이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현대미술과 현대미술계의 보호를 주장하기 위해서 어떤 논지를

펼치겠습니까? 예술인 노동자 복지의 논리? 예술 산업 보호-육성의 논리? 사회 비평적 미술의 존재 가

치의 논리? 2008년 이후의 새로운 시공에 부합하는 미술 실천의 양태를 찾고자 애를 쓰면서도, 다들 현

대미술계의 구식 질서만은 그대로 답습 혹은 활용하고자 하는 태도. 그 전형적 태도에는 중대한 정치적,

미적, 윤리적 결함이 있지 않습니까? 고쳐 말하면, 그들은 사회 비평적 미술의 가치를 논했던 19세기 파

리의 살롱 예술가들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러면 우리가 오늘날 진보적 미술을 이야기하고

미술계에서 새로운 미술을 창출하고자 노력하지만 제도적 상황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개혁을 이야기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19세기 살롱의 풍경하고 대단히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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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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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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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당대성의 시각장과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16세기 이래 유럽에서 현대적 원근법이 형성-발전하는 과정에서, 미술가들은 회화의 접면, 회화가 우리

관객과 만나는 면, 그 상징적 인터페이스를 순수평면(pure surface)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순수

평면이라는 말은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의 표현을 빌려온 것인데요. 그와 함께 조소�조각의

접면을 순수한 매스(pure mass)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 원근법의 의의를 비평적 시점

에서 재인식하게 된 것은, 1890년대 세잔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현대적 원근법을 메타-비평하려는 태도

를 드러낸 것은, 인상파 화가들이 처음이었고 대략 2세대 이후에야 그에 상응하는 의식을 지닌 미술사학

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에르빈 파노프스키하고 폴 세잔과 그의 동료들의 연대를 비교하면 대략

60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하니 2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앨프리드 바 주니어(Alfred H. Barr Jr.)가 1929년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의 첫 전시

로 기획한 <세잔느, 고갱, 쇠라, 반 고흐(Cézanne, Gauguin, Seurat, van Gogh)> 전시에서 화이트큐브의

전시 문법을 제시해 유럽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 고찰해냈던 것, 즉 미국인이 뮤지엄을 통해서 서유럽에

아방가르드 역사를 재해석해서 헤게모니를 쟁취하게 된 순간이 바로 1929년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이 세

가지 모두, 16세기 이래의 현대적 원근법이 형성된 과정과 그 의의를 비평적 시점을 통해 재인식하는 과

정에서, 순수평면을 메타 고찰의 공간으로 상정하게 된 귀결이었습니다.

우리 머릿속에서 메타 차원에서 미술사를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근법적 세계관, 순수평면의 문

제의식, 순수한 메스에 대한 자의식이 등장하고, 그러면 오브제를 우리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과

정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다음에는 그 공간에서 자아를 재구성하는 방식에도 다시 재차 영향을 받게

되고, 우리의 내면세계를 다시 재편하게 되니 정신분석학적인 분석의 틀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그것이 결

국 현대적 인간과 현대적 예술을 추동해 낸 전제조건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무너뜨리고 대체하면

서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공을 이끌어왔습니다.

이제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의식도 종언을 고했으니 그 다음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다음을 모색하려면

기준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결국은 그 모든 변환의 주역은 탈식민 국가들의 지역 바깥인 서유럽이나

북미잖아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남의 기준점을 놓고 다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해야 하니,

어떻게 보면 다시 제3세계화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메타차원에서 다시 돌아본 모더니즘의 변환과정에 상당하는 21세기의

변화가 있다고 하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컴퓨팅 인터페이스(HCI)를 통해 이미지/오브제 정보를 다루

는 과정에서, 사용자로서의 인간은 서서히 이미지/오브제 정보의 층위를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것을 먼저

감지했던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서 형식실험을 하고 사진을 통해서 미술을 다시 바라봤던 사람들이죠. 대표

적인 작가가 만 레이(Man Ray)나 프란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가 되겠습니다. 피카비아는 우리 시

대의 새로운 층위의 문제의식을 가장 먼저 실험했던 사람이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작가들처럼 다양한 양식

을 한 명의 작가가 동시에 구현했던 인물입니다. 사진이 컴퓨팅 환경에 의해서 우리에게 추동되었던 어떠

한 성찰적 문제의식, 거기에 상응하는 원시적 형태의 성찰성을 형성했던 바가 있습니다. 그 성찰성을 결국

컴퓨팅 환경에서의 작업 과정에서 우리가 재매개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레이어의 문제의식이 90년대에 나타나게 되고, 이것이 새로운 채널 개념의 인터렉션이 가능한 채널 개

념의 창출을 낳았습니다. 순수평면으로 인식된 창문의 메타 채널화와 중첩이 낳은 귀결이 레이어라고 한

다면, 순수한 매스로 인식된 객체-공간의 메타 채널화와 중첩이 낳은 귀결이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이야기

하는 렌더 레이어쯤 됩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우리가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 사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돈선필 작가가 자기의 작업세계의 키워드로 ‘리-리-캐스트’라는 말을 제시하

고 있지요. ‘리-캐스트’는 원래 누구의 말입니까? 이것은 포스트 모던 세대 작가들의 이야기인거죠. 쉐리 레

빈(Sherrie Levine)이 기존의 존재하는 것을 전유하기 위해서 맨 처음에는 재촬영이라는 것을 했지만 조각

차원에서 전유를 전개하기 위해서 ‘리-캐스트’라는 문법을 활용했던 바가 있죠. 그것을 오늘날의 차원에서

새로이 다시 한 번 캐스트 아웃하기 위해서 ‘리-리-캐스트’라고 하는 말을 돈선필 작가가 했고, 그것을 자

기의 작업세계에만 적용하는 건 아니죠. 개인전에서 이전에 존재하는 오타쿠 하위문화에서 우리가 함께 하

나의 인터페이스로, 포로토콜로 공유하고 있는 피규어 문법에 적용한 자기 개인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반지하를 운영해온 방식이나 또 앞으로 문을 열게 된 취미가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 즉 반지하

라는 것도 결국 전시공간이 아닌 상태에서, 사적 공간도 공적 공간도 아닌 상태에서, 예술가가 되고자하는

동료를 불러다가 작업을 다시 원점에서 볼 수 있도록 다시 캐스팅 아웃 하는 성격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까 돈선필씨의 경우에 기획이나 자기 개인 작업에서나 공히 알레고리 키워드로 제시하는 것이 ‘리-리-캐

스트’가 되겠습니다.

그러면 ‘리-리-캐스트’라고 하는 이 비평적 알레고리는 ‘순수매스로 인식된 객체-공간의 메타 채널화와

중첩’에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공간

은 어떤가요? 증강 현실이니 VR이니 하는 것은, 개발자 시점의 이야기고, 스마트 기술로 재매개된 레이어

를 임베드한 공간과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식의 대두에 주목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스마트기술로 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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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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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된 이러한 레이어를 임베드한 공간이라고 하는 건, 사실 어마어마한 게 아니죠. 우리가 길을 찾을 때

도 이미 네이버 길 검색을 통해서 이미지로 맵핑된 공간을 머릿속에 한번 주창조하고 나서 해당 공간을

찾아오면 그 공간은 이미 맵핑된 이미지로 인식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아날로그 공간으로 다시는 인

지할 수 없게 되죠. 그러면 역시 이 문제에서도 임베디드 레이어와 랜더 레이어에 상응하는 인식론적/

개념적 장으로 등장한 상태에서 현재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부합하고 있는 인물이 누가 있는지 질

문을 던져 봐야겠죠.

강정석 작가가 던전이라고 하는 전시를 공동 기획을 하면서 ‘인스턴스 던전’ 이라는 개념을 전유했습니

다. 게임에서 하나의 공간에 유저들이 너무 많이 몰릴 경우 과부하가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스

턴스라는 개념을 부여하여 일정의 공간을 레이어로 나눠 한 공간에 다층적으로 여러 채널이 동시에 존재

할 수 있게 만들었잖아요. 이 개념을 전유해서 폐허로서의 신생공간을 연결하고, 여러 공간에서 특정한

프로토콜로 전시를 감상하도록 강제해 놓고, 그것이 인스턴스 개념을 적용한 새로운 대안공간이 아닌 새

로운 폐허로서의 전시 공간이라고 주장을 한 바가 있죠. 그러면 과연 어디까지 ‘스마트 기술로 재매개된

레이어를 임베드한 공간’에 비평적으로 대응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술전공자가 아닌 엔지니어 쪽

사람들은 강정석 작가가 그 공간에 인스턴스 개념을 적용한 것을 미적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

거든요. 거기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정석 작가가 이번 개인전에서 인

스턴스 개념이나 게임에서 가져온 개념들을 아날로그 공간들에 어떤 식으로 심화 발전시킨 형태로 적용

하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레이어라는 조작 가능한 시각장은, 쉽게 말하면 두 단계에 걸친 도약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할 수

가 있습니다. 방법론이자 상징 형식이었던 현대적인 원근법이 HCI 작업 환경으로 재매개되는 길고 긴 과

정의 한 국면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레이어를 구현-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

됐고, 그에 힘입어 레이어는 방법론적 개념으로서 제1차 도약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스마트 기술이 폭넓

게 확산하는 과정에서 레이어의 방법론은 작업방식 이상의 의의를 가지는 상징형식로서 변조, 맥락화되

어 새로이 2차적 도약에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을 잘 포착해 낸 인물이 바로 제프 쿤스(Jeff Koons)죠. 「이지펀-이더리얼(Easyfun-Ethereal)」

시리즈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사진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패티쉬 이미지들을 중첩 구조를 만들고

자신의 도제들에게 작업을 시켜 레이어 구조의 새로운 페인팅을 만들게 되었죠. 제프 쿤스는 그 과정에

서 데이비드 샐리(David Sally), 지그마 폴카(Sigmar Polke), 피카비아를 모두 참조해 본인의 작업세계를

통해서 그들의 성취를 집어삼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레이어의 문제의식을 예술적 형식으

로 완전히 포집해 낸 사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레이어를 메타 공간으로 상정하는 이들은 아직 이론적으로 온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고, 따라서 여러 혼

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담론과 작업을 자꾸 포스트-인터넷 하

이프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해당 담론 안에서만 히토 슈타이얼을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히토 슈타이얼의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다중적 레이어 개념, 즉 “수직적 원근법의 층위로 존재하

게 된 과거 위에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수직적 관점으로서 우리 발아래에 존

재하게 된 다중적 원근법의 체제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미술계에서 예술작품이나 비평으로 포집해 낼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해서 파고들어야 할 지점이 남아있습니다. 히토 슈타리얼의 문

제의식에 따라서 본인도 작업을 하고, 히토 슈타리얼의 추종자들이 여러 유의미한 작업을 벌여놓았죠.

새로운 기술 미디어 환경과 그에 기반을 둔 시각성에 대응을 이루는 비평적 시각성을 조사-연구-분석

할 생각이 없으니, 이는 역시 한국 사회가 시각성 차원에서도 급속도로 재-3세계화하고 있음을 방증하

고 있습니다. 또한 마노비치가 이야기한 역사적 의미의 뉴미디어에 의해 재매개된 인터페이스를 상징 형

식으로서 다뤄온 작가들이 있고, 또 레이어를 상징 형식으로서 다뤄온 작가들도 존재하는데, 이 두 개의

리그는 각각 별도의 리그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 두 계보를 비교하는 연구 성과가 없지만, 우

리가 메타차원으로 고찰해보면 결국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단 말이죠. 그래서 이 두 계보 사이에 존재하

고 있는 연관성 혹은 유사동형성을 우리가 연구해서 뭔가 제3의 돌파구를 찾아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좋을까요? 미술대학에 진학

한 학생들이나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청년 작가들에게 이러한 인식론적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하

려면, 어떤 교육방법, 비평 방법을 구사해야 마땅할까요?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이들이 이미 온

전히 가시화된 문제를 보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전대미문의 현상 혹은 한계 상황을 타개할 묘

책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프라-리얼한 세계의 도래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기대 감소 시대의 기본 특징은, 스마트기기와 소셜미디

어로 재매개된 소비 공간과 소비 주기, 그리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보면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폐허 재생의 문법에 따라서, 프랑크 개리(Frank Gehry)가 바스크 독립운동을 틀어막기 위해

서 스페인 귀족들과 정치인들의 로비에 따라서 구겐하임 뮤지움(Guggenheim Museum)을 쇠퇴한 도시

빌바오에 유치했지요. 원래 전통적으로 중공업 지역이 형성되었던 곳이 빌바오인데, 그 빌바오가 쇠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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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다시 바스크 민족주의 운동이 폭발하게 되면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이 흔들리게 되니까, 그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 재생의 문법으로 관광산업 발전시키고, 창조산업 이야기하고, 부동산법, IT산업 만들어서

그 상징물로서 구겐하임 빌바오 뮤지엄(Guggenheim Bilbao Museum)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신화로 존재하면서 각 지역에 여러 버전들이 만들어진 거죠. 서울에서 지켜봐왔던

여러 가지 장면들, 망한 공간을 재생해서 뭔가를 만들어왔고, 성수동까지 리맵핑이 끝난 상황이고, 사실

금천예술공장도 그에 벗어난 곳은 아니죠. 그러면 이런 재생의 문법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 우리에게 어

떠한 공회전의 문법이 가능한가? 이에 대해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폐허 재생의 문법에 따라 레디메이드 소비 경험을 미리 임베드해 놓은 공간으로 리-디자인된 예전의 아

날로그 공간들은, 문화적 불모를 야기하는 좀비적인 장소 혹은 정크 스페이스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예전

에는 쇼핑몰 같은 곳이 정크 스페이스였어요. 오로지 소비를 위해서, 소비자의 이동을 위해서만 디자인된

공간이 쇼핑몰이잖아요. 그런데 아날로그 공간들은 예전에 그 정도의 나쁜 공간은 아니었단 말이에요. 하

지만 기존의 자본주의가 작동을 멈추게 되었고, 스마트 미디어, 아이폰이 등장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아

이폰으로 검색해서 사람들이 쇼핑을 다니게 됩니다. 이제 아이폰으로 재매개된, 소셜 미디어로 재매개된

정크 스페이스가 된 거죠. 그것이 2008년 이후 새로운 정크 스페이스 라고 힐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정크 스페이스화가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남는 공간이 뭐가

있겠습니까? 구석 공간밖에 없습니다. 사실 트위터 ‘엮는자’ 계정을 보면 신생 콜렉티브와 신생공간이라

고 등장하는 것들이 은하수처럼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관계도 없어요. 그냥 비싼 공간에는

못 들어간다는 특징만 있고, 각 빈틈에 겨우겨우 각자의 비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거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대안공간은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신생공간들은 가능한 공간을 비장소를 취하고 있으니까 애초부터 장소성을 갖고 있

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실 신생공간이 기존에 대한 공간들과 존재 조건부터 다른 부분이죠.

이러한 새로 리맵핑된 정크 스페이스들은 오늘날 미술의 존재조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유

기적 도시 공간 특유의 장소성과 맥락성을 상실한 공간, 마지막 가능성까지 쥐어짜서 소진해버린 열화복

제본으로서의 매트릭스 공간들이, 아날로그-공간의 영역을 하나하나 잠식하는 가운데, 정크 스페이스에

최적화한 행위 프로토콜을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인 이들은, 소비자-좀비 혹은 정크 휴먼이 돼서 리맵

핑된 게임적 소비의 시공을 지배합니다. 실제로 아이폰으로 검색을 해서 맛집과 쇼핑 스팟을 돌아다니게

되면 뇌 속의 유기적 공간은 기억에 남지 않아요. 그래서 이러한 공간이 정크 스페이스화하고, 거기에 최

적화된 인간이 정크 인간이 되는 현상입니다.

이게 사실 우리가 그냥 보통 소비자들이 바보라고 말할 문제가 아닌 거예요.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실제 홍대 앞이나 상수동에 나가서 아이폰으로 검색을 해서 공간들을 재전유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똑같이 정크휴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이런 새로 재설정된 공간에서 새로운 종류의 원

근법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가 시뮬레이션해서 이야기할만한 담론적 얼개가 현재로서

는 존재하지 않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러면 공간이 새로 리맵핑 되었고, 인간이 재설정되면, 인간과 마주하고 있는 오브제들도 재설정될 수

밖에 없잖아요?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플레이어들의 넋을 빼앗는 역할은 무엇이 맡느냐? 소비 행위

를 중심으로 재설정된 공회전의 삶, 즉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맡게 되고, 또 사회 전역에 넘쳐나는

좀비-물건들이 사람들의 혼을 빼고 있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러면 좀비-물건이란 무엇인가요? 좀비-물건이란, 소실점을 지녔던 20세기의 물건, 20세기의 디자이

너들이 만든 물건들은 발전론적 역사관에 맞추어서 장식을 타파하고 진보적인 형태, 기능주의적 형태로

만들었으니 거기에는 언제나 이상이 임베드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거기엔 당연히 소실점이 존재하는 거

죠. 그런데 그 물건들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비전을 내려주고 있지 않은 거죠. 틈새 마케팅의 문법으로

오늘날, 21세기의 물건이라고 하는 것은 20세기에 만들어졌던 물건의 양태와 문법을 다시 슬래시를 쳐

서 연성하듯이 물건을 만드는 거죠. 이러한 의태상품들이 결국은 좀비-물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태-상품들은 개별 오브제로 보면, 과거의 디자인 오브제와 잘 구별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데, 오늘의 의태-상품 대다수는 출발점이 벡터 이미지 데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물성에 부합

하는 인간의 조작활동의 정념이 사물의 형태에 깃들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쓰는 물

건들은 원래 애초에 백터 이미지였단 말이에요. 물론 원래는 아날로그 시절의 정념된 사물이었겠지만, 너무나

반복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은 원본이 벡터 이미지라고 보는 게 맞겠죠. 사물의 원본이 이미지이고, 이

미지가 세상에 출력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이미지도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에이전트들의 손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 유동적 이미지인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든 시장의 상황에 맞게 변형돼 새로이 싸구려

재료로 출력-출시될 수 있는, 유동하는 이미지-사물 연속체로서 퇴행적 진화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시공의 작동 방식이 질적 차원의 변환을 겪고 있다면, 장차 우리에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열대어가 가득한 어항을 처음 본 2016년 오늘의 한국 미취학 아동은 유리에 손가락을 대

고 애들이 화면을 드래깅하고 터치를 하죠. 이건 미취학아동들 뇌가 고장 나서 실재하는 사물을 이미지

라고 오인하고 있는 겁니다. 스마트기기�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어린이들의 눈엔 오늘의 세상이 어찌

보일까요? 그들에게 리얼리티란 어떤 것일까요? 이 세대가 성인이 되어서 소비 사회의 주역이 되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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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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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며 유동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까요?

일찍이 작가 마르셀 뒤샹은 너무나 미묘해 거의 지각하거나 언명하기 어려운 차이를 가리켜, ‘인프라-신

(infra-thin[inframince])’이라고 칭한 바 있었습니다. 그는 “내뱉은 담배 연기에서 숨 냄새를 분리해낼 수

없을 때, 총탄의 발사 소리와 근거리 피사체의 표면에 생기는 총알구멍을 별도의 사건으로 인지해내기

어려울 때, 우리는 그 상태를 ‘인프라-신 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습니다. ‘인프라-신’

이라는 개념이 처음 고안된 것은 1930년대라고 알려져 있지만,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 소장

된, ‘인프라-신’이라는 표제 아래 관련 45개의 수기 메모를 정리해 봉투에 담아놓은 다큐먼트 묶음은,

1960년대, 즉 말년의 산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인프라 신이라고 하는 개념은 이제 마르쉘 뒤샹(Marcel

Duchamp)이 말년에 정리해서 발전시킨 개념이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2014년 이러한 뒤샹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이 ‘인프라-플랫(infra-flat)’이라는 개

념을 제시했습니다. 세상을 편평하게 압축하는 그 힘이 도를 넘어서 오히려 역전된 깊이감, 가짜 깊이감

을 창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여태까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서

수퍼-플랫이라고 하는 초평면성을 이야기해 왔는데, 그 초평면이 특별한 변환기에 존재했던 것이고 이

미 그 단계를 넘어서 사실은 가짜 깊이감을 느끼는 단계에 왔다고 했죠.

그에 화답해서 저는 ‘인프라-리얼(infra-real)’이라고 하는 개념어를 새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세상을 유

동하는 맵핑 이미지로 재매개-재현해버리는 스마트기기 환경에서, 리얼함을 리얼하게 대체하는 의태된

리얼함 또는 인프라 플랫한 상황에서 우리가 겪게 되는 가짜 리얼리티를 말하는 거죠. 이것을 실재 혹은

실재하는 것의 리얼함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총칭합니다. 현대 시각문화예술에서 포스트모더

니즘으로의 전환이, ‘리얼한 것의 귀환’으로 특징지어졌다면,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이자 포스트-컨템

퍼러리한 질서로서의 좀비-모던한 오늘의 시각문화예술은, 실감하기 어려운 양태의 리얼한 것의 ‘소멸

로써’ 혹은 ‘소멸로서’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프라-리얼리티와 그를 구현하는 인프라-리얼 아트가 역사로 축적되기도 전에, 그에 선제적으

로 대응하는 인프라-앱스트랙트 아트부터 시도됐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물론, 많은 평자들이 크랩스트

랙션, 좀비-포멀리즘 등으로 혹평해온 21세기의 새로운 추상미술이, 정말로 구식의 추상성에 상당하는

새로운 추상성이나 숭고를 구현해놓은 미술은 아니었습니다. 구식 추상성을 의태하는 좀비적 추상성의 미

술로서, 인프라-리얼한 현대미술계의 상황, 특히 ‘재생된 폐허로서의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공회전의 상황

에 대응하려는 시도였기에, 애초부터 어떤 한계를 노정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즉, 좀비-포멀리즘의

추상미술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은, 충분히 인프라-리얼하게 추상적이지 못했다는 점에 있겠습니다.

사진술의 리얼리티에 비평적으로 대응했던 인상파와 입체파 등의 가치를 선진 대중이 이해하는 데에, 대

략 십 년에서 이십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상파와 입체파 미술을 대중이 이해하게 되는 데 가장 큰 영

향을 미친 건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기의 보급이었죠. 인프라-리얼한 세계의 도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

는 인프라-앱스트랙트 아트의 의의와 한계가 시각 예술 전공자들에게 이해되고, 그에 따라 ‘인프라-리

얼한 것’을 조작-조형 가능한 객체로서 다뤄내는 새로운 미술의 방법론이 창안-확산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인가?

오늘의 시각성이 갖는 특질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 근년의 저는 이미지로서의 사물 혹은 사물로서의

이미지, 이것의 물신성(fetishism)이 전례 없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

습니다. 이제 저는 그에 한 가지 의제를 더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미지의 스펙터클이 야기하는 숭고가

순차 감쇄한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컴퓨터그래픽스의 특수 효과가 구식 아날로그 기술의 특수 효과를 대치한 이후에 성장기를 맞은

사람들은, 구시대의 관객들이 헐리우드의 대작 영화에 구현된 스펙타클을 보고 압도감을 느끼면서 숭고

를 느끼곤 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찍었는지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야기되는 압도감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쓰고 오늘날의 환경에 적

응해서 산 사람이라고 하면 옛날 영화를 봐도 작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스펙타

클을 느낄 수 없죠. 그래서 지금은 구세대나 신세대나, 옛날의 느꼈던 스펙타클을 불러일으키던 압도감을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아예 신세대는 그 두 개의 구별을 하지도 못하는 겁니다.

과연, 그런 시각 뇌를 지닌 이는, 20세기의 추상미술을 실물로 마주한 상태에서 숭고와 경외를 추창조해

낼 수 있을까요? 뇌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구성해낼 수 있을까요? 혹시 상상을 통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숭고라고, 경외라고 오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대표적인 것이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겠죠. 오늘날 쇼핑몰화 한 거대한 화이트큐브 뮤지엄에 로스코를 걸어놓으면 아직도 관객들이 와서 감

동을 느끼면서 두 시간씩 앉아계신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러면 그분들이 정말로 스펙타클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구세대의 스펙타클을 책에서 읽고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한 감동을 연출하고 있는 것인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숭고의 경험을 회고하거나 유추할 수 있을 뿐인 우리가, 여전히 인간이긴 한 것일까요? 우리가 20세기적

의미의 인간이 아니라고 하면, 그러면 당연히 미술의 전제조건이 가장 크게 바뀐 거죠. 그러면 더는 20

세기 아닌 인간을 위한 미술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역할을 행해야 될 것인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가 제기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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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의 활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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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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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변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시기에 세대교체 차원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된 부분

이 있어요.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차원, 시각성의 대변환 차원에서 새로운 미술과 구미술, 그리고 구미

술을 옹립해온 미술체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비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작업 사례를 통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감소 시대,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① 카타리나 그로세의 「침실」(2004)

이 작가의 작업세계 특징은 지지체가 없어요. 여태까지 현대미술의 회화는 언제나 특별한 지지체를 요구

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포트를 다 거부하고 이 세상 자체가 내 그림을 위한 서포트라고 가정을 한 상태

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인물입니다.

시작은 98년도에 한창 유럽에서 장소 특정적 미술의 담론을 전개할 때에요. 왜냐하면 97년도에 카셀 도

큐멘타가 범 유럽의 문제의식을 자극을 했고, 98년도는 범 유럽성에 화답하는 새로운 미술관 프로그램들

이 등장할 때였거든요. 그래서 이때 큐레이터도 “장소특정적인 것을 해 와라”하고 불렀는데 이 작가는 모

노크롬 페인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녹색으로 강약 조절을 하고 두께 조절을 해서 가급적

다양한 색채를 뽑아내고자 한 겁니다. 그런데 이때는

앵포르멜 회화, 모노크롬 페인팅 재평가가 일어나기

전이에요. 그러니까 그건 오로지 이 화가의 개인적 문

제의식이었던 겁니다.

처음에 주목을 못 받다가 2004년도에 커리어에 터닝포

인트가 왔어요. 다른 도시로 이주하게 될 때 자기 아파

트에 공업용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작업을 전개한 거죠.

「침실(The Bedroom, Das Bett)」은 설치 미술이 아니

라, 진짜 자기 침실인거에요. 설치 미술이 아니라. 그래

서 이때부터 비로소 큐레이터들이 카타리나 그로세가 “

내 작업세계는 이전회화하고 전혀 다른 의미이다.”라고

했던 것이 뭔지 이때부터 깨닫게 된 거에요. 실제 쓰던

물건들을 망가뜨렸으니 약간 쾌감이 있었겠죠.

그 이후 MASS MoCA(Massachusetts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의 2010년 전시 때 카타리나

그로세는 관계미학이 끝났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 큰 공간을 그냥 초대형화한 개인적인 작업으

로 삼기로 한 거예요. 흙을 쌓아놓고 지지체로 삼았고, 그림을 그린 다음에 서피스에 대한 문제의식, 스

마트기기로 재매개되는 환경에서의 공간, 오브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 비정형으로 잘라낸 합성수지

를 조각을 해서 이 두 개의 상황을 매치시켜 놓은 겁니다. 이런 종류의 전시는 카타리나 그로세 이전에

는 존재해본 적이 없어요. 그 이후 드디어 오브제에 자기의 회화를 결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 오

브제가 작업의 지지체가 되느냐? 그렇지 않고 오브제는 오브제 따로, 오브제에 적용된 나의 회화는 따

로 라는 문제의식이에요.

② 데이빗 얼트메이드의 「사라 얼트메이드」(2003)

다음번 작가는 데이빗 얼트메이드(David Altmejd)에요. 이러한 새로운 문제의식에 따라서 이미지 사물, 사물

이미지를 우리가 재인식하게 되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첫 번째로 화답한건 작가들이었지만 같은 문제의식이

나올 수밖에 없죠. 아까 얘기했듯이 원근법 나오면, 순수평면의 문제의식이 생기고, 순수평면에 저항해야 되

잖아요. 마찬가지로 순수매스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면, 순수매스에 저항하는 문제의식이 생기죠.

이 인물은 설치미술이 붕괴한 상황에서 새로운 조소적 작업으로 현대성을 새로운 차원에서 탐구하고 있

습니다. 작업의 출발점으로 작가가 설명하는 것이, 본

인의 여자형제가 사진을 보내왔는데, 조카를 출산하

고 있는 이미지를 보고 충격을 느꼈다고 합니다. 창

조를 예술가가 해도 인간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좌

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강한 이미지

를 만들기 위해서 하이퍼리얼하게 두상을 만들고 그

안에 보석과 유리조각, 블랙홀 구멍을 만들어서 조

각 차원에서 가시적 영역과 비가시적 영역을 동시에

구현하는 작업을 만든 게 「사라 얼트메이드(Sarah

Altmejd)」가 되겠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구상 조각과 추상 조각을 병행할 수 있

게 되는데요, 이 작가는 약간 물활론적인 세계관을 갖

고 있어요. 일본사람들의 애니미즘하고 좀 비슷합니

다. 모든 게 에너지의 결집체이고 생물이건 무생물이

건 한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도판 1> 카타리나 그로세 「침실」 2004, 벽, 바닥과 다양한 사

물에 아크릴 도색, 281.9×449.6×396.2cm

<도판 2> 데이빗 얼트메이드 「사라 얼트메이드(Sarah Altmejd)」

2003, 석고, 물감, 스티로폼, 인공모발, 철사, 사슬, 보석, 반짝이,

40.6×17.8×17.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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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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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서 변신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달의 힘에 의

해서 보통 인간에서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에 관

심이 많아서, 이를 통해서 서사체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거인(Giant)」은 괴물이 죽어서 다시 에너

지로 전환이 되어 껍데기는 아직도 거인의 형상이지

만 안쪽은 다 추상적 결정체로 돌아가고, 그 안에 다

람쥐들이 들어가 살고 있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그래

서 이러한 괴물 시리즈가 결국은 어떤 알리바이가 된

거죠. 인체조각이라고 하는 것을 현대미술계에서 다

시 다룰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The Minor)」는 이런 연작의 좀 작은 작

업으로, 이중적 의미입니다. 미성년자라고 직역해놓

았습니다만, 하나는 음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죠.

「무제 8(바디빌더)(Untitled 8[Bodybuilders])」 연

작은 손으로 조각가로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형상

을 탐구하는 연작이에요. 신표현주의 독일 작가들 가

운데서 그림을 거꾸로 그려서 이미지의 우상성을 벗

어나고자 노력한 사람들이 있죠. 조각으로 그것을 실험한 것이 트렌지셔널 피규어, 과도기적 형상 연작이

되겠습니다. 이후 2014년도에, 공간을 포집하는 대작을 만들게 되는데요. 공간을 도회하는 작업과 인체

작업이 섞인 것이 「흐름과 고임(The Flux and the Puddle)」이라고 하는 대작입니다.

③ 토바 아워백의 「RGB 색채공간지도」(2011)

다음 작가는 토바 아워백(Tauba Auerbach)이라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은 디자인의 방법론과 회화의 방

법론을 중첩시켜서 회화를 비평적으로 재고찰하였습니다. 이분은 스킨의 망점과 RGB 닷, 화소에 굉장

히 관심이 많습니다.

주목을 받은 게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가 지원을 해서 뉴욕에서 큰

개인전을 열 때 작업세계를 도회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 「아워글라스(Hour Glass)」라고 하는 목

재, 나무로 된 파이프 오르간을 만들었습니다. 협업 자체에 이 작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오르간은 양쪽에서 동시에 연주해야 소리가 나는 오르간이에요. 본인이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20세기와

21세기의 스킨이 하나로 연동되는 게 작업의 핵심이라고 하는 걸 오르간 연주로 보여주고자 한 거예요.

양쪽에 맞물려있는 키보드 부분에서 함께 협업을 해

야 굴러가는 관계입니다.

그 작업세계를 전제조건에서 뽑아낸 작업 가운데 가

장 중요한 작업이 「접기(Folds)」 연작이에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하면 캔버스 천을 접어요. 여

러 가지 모양으로. 그다음에 그걸 펼치면 주름이 생

기잖아요. 그걸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화 스프레이

를 두, 세 가지 색깔을 특정 각도에서 뿌립니다. 물감

이 마르면 다시 캔버스 천을 틀에 고정해 팽팽하게 펴

면, 일루전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일루전인데 일루

전이 아니지요. 일루전이지만 눈은 속이지 않잖아요.

물성에 화답한단 말이에요. 캔버스 천의 물성은 그대로 지형에 나와 있고, 거기에 스프레이가 가서 붙어

있으니 눈속임인데 눈속임이 아니잖아요?

<도판 3> 데이빗 얼트메이드 「거인(Giant)」 2007, 발포수

지, 에폭시 점토, 물감, 인공모발, 나무, 유리, 장식용 도토리,

박제 다람쥐(여루 다람쥐 세 마리와 회색 다람쥐 네 마리),

365.8×152.4×111.8cm

<도판 4> 토바 아워백 「RGB 색채공간지도(RGB Color-

space Atlas)」 2011, 각각 3권 1세트, 종이에 디지털 오프

셋 인쇄 책자, 상자 제본, 책 옆면과 표지에 아크릴 물감 분사,

20.3x20.3x20.3cm

<도판 5> 2013년 3월 22일 브뤼셀의 필스현대미술센터(WIELS Contemporary Art Centre)에서 개막한 순회 개인전 <토바 아워백: 테트

라크로매트(Tetrachromat)>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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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평적 스킨으로서 새로운 특정성의 문제를 탐구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아주 일찍 자기 자리

를 찾은 작가가 토바입니다. 「RGB 색채공간지도(RGB Colorspace Atlas)」는 “포토샵에 존재하는 RGB

색 입체공간을 입체로 전시하면 어떨까? 만약에 책처럼 펼쳐 볼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고,

세 권이 세트입니다. 세 권이 RGB 화이트 포인트 들어간 위치가 다르잖아요. 옆면은 채색이에요. 그래서

RGB색 입체를 각도를 돌려가면서 XYZ 축으로 돌려가면서 펼쳐볼 수 있는 망상을 구현하는 오브제 작업

이 지금보시는 「RGB 색채공간지도」입니다.

④ 회화성을 탐구하는 평론가, 큐레이터

작가뿐만 아니라 역시 평론가, 큐레이터들도 비슷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도전한 사람이 밥 니

카스(Bob Nickas)로 《추상을 그리기: 추상회화의 새로운 요소들(Painting Abstraction: New Elements

in Abstract Painting)》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80년대 작가를 모아놓은 자료집이에요. 이 책보다 분

석을 더 잘한 것은 안네 링 페테르센(Anne Ring Petersen), 미켈 보흐(Mikkel Bogh), 한스 담 그리슈텐센

(Hans Dam Christensen), 페터 노르가르트 라르센(Peter Norgaard Larsen)이 편집한 《맥락 속의 당대회

화(Contemporary Painting in Context)》라는 책이에요.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이 쉽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카타리나 그로세가 자기 작업을 해설한 작업노트가 들어있는데요. 그게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큐레이터들은 미국의 메사추세스의 드코르도바 미술관(DeCordova Sculpture Park and Museum)에서

사물을 그리기, 스트레처 너머의 회화성을 탐구하는 작가들과 함께 2003년도에 전시를 열었습니다. 참

여 작가가 많았고, 큐레이터마다 호명하는 작가분이 아주 큰 차이를 보여주게 됩니다. 케이티 벨(Katie

Bell), 새러 케인(Sarah Cain) 등이 공간을 넓혀서 특별한 서포트를 벗어나고자하는 회화를 전개하는 모

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평면탐구 같은 것에서 이런 작업이 거의 없었죠. 아직도 한국의 문제의식

과 서구에서 새로운 신추상의 문제의식에는 약간의 초점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전시들이 축적된 것이 MoMA에서 열렸던 <영원한 현재: 무시간적 세상의 당대회화(The

Forever Now: Contemporary Painting in an Atemporal World)> 전시입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로라 홉트먼(Laura Hoptman)이에요. 유럽의 새로운 종류의 실험에 관대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전시

도 MoMA가 보수적인 기관이다보니, 초기에 기여한 작가들을 규명한 데 초점이 맞춰 나이가 좀 든 작가

들 위주로 전시가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미국은 50년대생 비평가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이 전시 이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모

더니즘에 맞서 싸워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승리하게 이끈 사람들이 본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좀

비 포멀리즘이라는 비난들이 나오고, 이 전시는 거의 1년 반 동안 비판 글들이 나왔으니까, 어마어마하

게 대성공한 비평적 전시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전시보다는 더 중요했던 전시로 주목은 못 받았지만 워커아트센터 (the Walker Art

Center)에서 열렸던 <페인터 페인터(Painter Painter)> 전시를 꼽습니다. 작가들의 과정, 이 작가들이 어떠

한 전제조건에 맞춰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런 결과를 뽑아냈는가를 더 잘 도회한 전시가 되겠습니다.

오늘날의 새로운 회화에 대해서 <페인터 페인터> 전시가 던진 문제의식이 아직도 유효합니다. “미술가들

이 미디엄에 대한 의무감 없이, 내가 굳이 회화를 해야 된다는 어떤 강박관념 없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왜 회화라고 하는 재료를 고르는가? 오늘날 미술가가 화가의 역할을 떠맡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

하는가? 회화에 헌신하는 새로운 세대의 성패는 무엇인가?”

여기에 반영하는 단계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그림/그림자-오늘의 회화>전이 열렸었습니다. 역시 그래도

많은 설왕설래를 불러일으킨 전시는 커먼센터에서 열렸던 <오늘의 살롱>이었고 그리고 일민 미술관에서

<평면탐구>가 열렸는데 문제는 논의가 중단되고 마치 해외 유행 담론에 한국작가 가운데 누가 잘 부합

하고 있는가를 줄 세우고 있는 형식으로 끝났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

로운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작성했던 것이 오늘의 제 메인 논고가 되겠습니다. 긴 시간 함

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판 6> 워커아트센터 <페인터 페인터>전(2013.2.2.-10.27) 전시 일부

전경(출처: http://www.walker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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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 - 기대 감소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시각성의 대두, 그리고 현대미술의 무대응 혹은 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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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시대변화에 대한 오판, 담론적, 장소특정적 설치미술의 지속과 폐해

• 우리는 현재 어떤 문화예술 환경에 놓여있는가? 국내 미술계는 전지구화시대의 다문화주의적인 통치성과 결탁된

포스트모더니즘, 즉 비미술적 재료를 활용한 담론적이거나 장소특정적 설치미술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 다문화 통치성과 결탁한 포스트 모더니즘 미술은 새로운 ‘토크니즘’을 형성하거나 비엔날레, 화이트큐브 등

제한적 상황과 공간에서 사회적 변화를 착각하게 하고 대리해소 하게함으로써, 실질적인 정치변화에 악영향을

준 측면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새로운 시각성의 도출을 위하여 (2008년 이후)새로운 시공에 부합하는 미술 실천의 양태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현대미술계의 구식 질서는 그대로 답습되거나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구태에 대한 정치적, 미적, 윤

리적 결함의 진단이 선제되어야 한다.

→ 국내에서는 돈선필 작가의 반지하 운영방식과 개인 작업에서 ‘리-리-캐스트’ 개념을 제시하였고, 강정석 작

가는 ‘인스턴스 던전’ 개념을 전유는 사례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실험의 전개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각

성을 도출하려는 시도로 판단할 수 있다.

현대시각예술의 변화양태와 ‘인프라-리얼’한 세계의 도래

• 동시대 환경변화의 한 단면으로서 ‘기대감소’시대란 2008년 이후, 스마트기기와 소셜미디어로 재매개된 소비공간과

소비주기,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과거 아날로그적 공간들은 ‘페허재생문법’에

따라 ‘레디메이드 소비경험’이 이식된(임베드된) 공간으로 변질되어 문화적 불모를 야기하는 좀비적인 장소 또는

정크스페이스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시공의 작동방식이 질적 차원의 변환을 겪고 있다면 장차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는 어떤 형태

일까? 너무 미묘해 거의 자각하거나 언명하기 어려운 차이의 ‘인프라-신’에서부터 맵핑 이미지로 재매개-재현해

버리는 스마트기기 환경에서, 실재하는 것과 리얼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프라-리얼’현상이 도래하였다.

→ 그렇다면 오늘날 시각예술에 대한 정의는? 현대시각예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환이 ‘리얼한 것으로의 귀한’

으로 특징지어졌다면, 오늘의 시각문화예술은 ‘실감하기 어려운 양태의 리얼한 것의 소멸로써(서)’설명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기대감소 시대, 당대 미술의 대응 사례

• 미술계의 대응과 실험적 시도는 △카타리나 그로세의 거대한 설치와 스프레이의 표현주의적 제스처로 재해석

(구현된) ‘포스트-미니멀 회화’, △데이빗 얼트메이드의 인체를 바탕으로 한 ‘조각(가)적 조각’, △토바 아워백

의 레이어나 망점이라는 인쇄물의 재현 방식을 문제삼은 회화는 “후기(탈)-당대적 미술의 좀비-모던한 시각성

과 신물신주의”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 워커아트센터의 <페인터 페인터>전에서 회화의 정체성에 대해 제기한 ‘왜 회화라는 제료를 고르는가?’ , ‘오늘날

미술가가 회가의 역할을 떠맡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회화에 헌신하는 새로운 세대의 성패는 무엇인

가?’ 등의 문제의식은 현재 우리에게도 적절하고 유효한 질문이다.

→ ‘해외 유행담론에 잘 부합하고 있는 국내 작가는 누가 있는가?’라는 줄세우기식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국내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전시로 △플라토미술관 <그림/그림자-오늘의 회화>, △커먼센터 <오늘의

살롱>, △일민 미술관 <평면탐구>전에서 유사한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트마켓의이해와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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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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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경 - 국제 아트마켓의 현황과 이해를 통한 마켓 진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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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성은경

심여화랑 대표

국문학을 전공하고 미술시장은 세계라는 생각으

로 1991년부터 화랑을 시작하였다. 중국 베트남

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를 다니며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걸 사명으로 화랑을

유지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여화랑을 한 지 25년쯤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저는 세계가 시장이라고 생

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미술 전공이 아니었고, 단지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 하나로 다가갔던 사람이

에요. 한 가지 자신감이 있었던 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작품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그때 제가

사고 싶어 했던 작품들이 이후에 가격이 많이 올랐더라고요. 그 때 “작품을 사는 사람들의 눈과 내 눈이

비슷하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곳에 가서 작품을 선정해서 판매해

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상으로 삼은 게 중국이었어요. 80년대 말인데, 제가 기회가 되서 홍콩에서 중국 작품을 볼 기회

가 있었어요. 지금은 한국화가 정말 쇠퇴했는데, 그 때는 아주 비쌌어요. 중국의 대가 작품이 100만 원도

안 되는 그런 때가 80년대 말이에요. 그때는 화랑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고 작품이 좋아서 갔을 뿐이었

어요. 주변에 무역하는 분들께 투자를 하자고 했습니다. “중국의 대가들 작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우리

가 보고 있다가 그 나라가 발전할 때 되팔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했었는데 거절당했어요.

이후에 저가로 작품을 몇 점을 사서 왔는데,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보고 팔라고 하는 거예요. 그 작품들

이 원래 가격의 두 배에 팔렸어요. “이거 한번 해 볼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도

좋아했고요. 그래서 90년대부터 중국 작품을 보기 위해서 중국에 갔습니다. 그때는 중국어를 1개월 배우

고 말만 통하면 중국 작가들을 많이 알아놓자는 생각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베트남 작품을 미국에 팔았어요.

90년대 초반부터 말에 미국과 베트남이 거래

가 잘 안 될 때였는데, 미국 아트페어에 가서

베트남 작품을 팔았어요. 이익은 별로 없었지

만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것이 좋

았기 때문에 참 즐겁게 다니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흐름을 알게 되었어요.

외국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바깥에 나갈 때 제일 필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작품 자체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껏 대가들하고는 별로 어울려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화랑이다 보니 제 눈에 드

는 작품을 가장 선호하죠. 그래서 그런 작품을 갖고 나가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좋아해요. 저희 화랑 이름이 ‘마음 심’ 자에 ‘같을 여’ 자를 써요. 저는 마음이 같은 사람이 와서 보

기를 바라고, 작품을 통해서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국제 아트마켓의

현황과 이해를

통한 마켓 진출

모색

국제 아트마켓의 현황과 분석을 통해 현재 동시대

미술 시장의 흐름과 이슈를 살펴보고자한다. 아울

러, 작가들의 지속적인 창작기반 마련을 위해 작

가들의 아트마켓 진입에 대한 방법과 요구 되는

역량 등을 살펴보는 강의이다.

<도판 1> <한국베트남 수교 10주년>전. 하노이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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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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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경 - 국제 아트마켓의 현황과 이해를 통한 마켓 진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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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트마켓 진입을 위한 역량

여기 오신 여러분이 아마도 작가이실 것이고, 아직 해외 경험이 별로 없으실 텐데, 작업을 할 때 유행을

따르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마시고, 지금 “어떤 작품을 해도 된다, 안 된다.”

고 미리 결정하고 다른 데로 가려고 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본인이 어떤 걸 잘하는 지를 바로 보고 그것

에 힘을 주셔서 작업을 하시면 됩니다.

저는 제일 안타까운 게 현재 한국화가 거의 죽어있다는 것입니다. 동양화, 발묵의 퍼져나가는 힘에서 세상 어

디에서도 내지 못하는 멋이 있는데 요즘은 동양화과 선택하는 학생들이 없어요. 이런 식으로 간다면 아름다운

동양화를 보여줄 기회가 점차 사라지겠다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한 가지만 열심히 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발묵을 하면 발묵으로 최고가 되고, 선을 긋는다면 선으로 최고가 되길 바랍니다. 유행을 따르고 소

리 지르는 작품들이 앞장 서 있는데, 그들과 같이 소리 지르는 것에 같이 소리 지르며 따라가지 않으셨으면 좋

겠습니다. 본인이 작품을 보여줄 곳은 한국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세상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가장 어려운 질문이 뭐냐 하면, “제가 세상에 어떻게 나가야합니까?” 이런 질문입니다. 한국에 요

새 예술가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외국 아트페어에 나갈 때 지

원을 해주는데,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어려운 것은, 아트페어의 이윤을 대부분 화랑이 챙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트페어에 나가면 작품을 꼭 팔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지원 시스템은 성과가 있

어야 해요. 그런데 이제 자라나는 작가들은 아트페어 참가 경험이 적습니다.

작품이라는 건 한번 보고 너무 좋아서 산다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자주 보여줘서 눈에 익숙해지면 그 다

음에 사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사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지원 시스템은 한번 보여주고 안 팔

리면 지원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젊은 작가들 작품을 몇 점 판다 하더라도 이름 난 작가의 작품

한 점 파는 것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어느 화랑이 그것을 좋아하겠어요. 그렇다면 지원의 방향이 바뀌

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잘 나가고 유명한 작가들은 많은 지원을 안 해줘도 판매가 되니까, 아직 잘 알려

지지 않은 작가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유명한 아트페어에서는 아무나 받아주지 않아요. 작가 심사를 철저히 합니다. 심사 자료를

보내야 하는데 한 번도 아트페어 경험이 없으면 아웃시키기 마련이거든요. 가장 쉽게 나갈 수 있는 아트

페어가 어포더블 아트페어에요. 그곳에는 누구라도 살 수 있는 가격의 작품을 낼 수 있어요. 거기는 800

만 원이 상한이에요. 그래서 그 아트페어에 화랑이 나가면 이익이 별로 없지만, 이러한 아트페어야말로

지원을 받는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좋은 작가를 찾겠다는 사명을 늘 갖고있고, 많은 한국작가를 외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금천예술공장에

와서 작품을 볼 사람은 1년에 몇 명이나 될까요.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 “그 대상

이 누구여야 하는가?” 이런 고민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작품을 외국에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력이 많지 않은 작가들이 나가기 위해서는 제가 화랑 주인으로서 얘기하자면, 자신만의 특징

이 있는 작품을 하시고 시류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세요. 젊은 작가들

이 지원 없이 작품을 외국에 팔기에는 아주 힘들어요. 사실 레지던시를 지원해 주는 것도 좋지만, 더 나

아가서 외국에서 작품이 팔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전시해 놓으면 아주 미술

에 광적인 사람 몇 명 빼고는 거의 작가 친구들이 오실 거예요. 그러면 여기서 전시해봤자 작품 판매로

이어지는 효과는 별로 없어요. 각지에 흩어져 있는 레지던시에 있는 작품들을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큰 공

간에 총체적으로 모아서 보여주는 전시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이 작품에서 배어나온다고 믿고 있어요. 여러분이 작품을 하시는 분들이라도

늘 좋은 음악, 아니면 책이나 글 등을 가까이 하셔서 그런 것이 결국 본인의 작품에 배어나올 수 있었으

면 좋겠어요. 작품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계속 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좋아서 샀는데

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볼수록 괜찮다는 작품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품을

하신다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표현하세요. 본인이 선묘에서 제일 강하고, 내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런 것 중에서 나의 강한 면을 부각시켜 작품을 하시기 바랍니다.

외국에서도 많은 레지던시가 있는데 우리나라 작가 중 레지던시에 제일 많이 참가하는 분들은 서울대 졸업

생들이에요. 작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외국어가 되기 때문에 신청하는 방법도 알고, 가서 머물면서 작가들

과 교류를 합니다. 한번이라도 선발되면 연이어서 가게 되거든요. 어떤 작가들은 1년 내내 나가있어요. 그

작가를 한국 시장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외국에서의 경험을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레지던시입니다. 외국 레지던시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가 생기실 것 같아요.

청년 작가를 위한 글로벌 아트마켓

트렌드와 진입 전략

세계시장에서 현재 가장 좋은 미술시장은 아시아이고, 그 중에서도 홍콩과 싱가포르인데, 두 곳 모두 작

고 국제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싱가포르라는 곳은 국제적인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이면서 국제적인

메인 오피스가 다 있어요. 싱가포르 아트페어가 있었는데, 심여화랑이 참가해왔습니다. 아트페어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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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져갈 때 저는 항상 대작을 가져갑니다. 왜냐하면 대작을 가져가면 대작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거든

요. 싱가포르는 개발업자, 건축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하는 매니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마음에

들면 아주 큰 오더를 줍니다.

예를 들면 이정웅 작가는 처음에 꽃을 그렸어요. 아트페어에 가기 전에 작품을 고르는데, 선생님이 조그

만 붓을 하나 그렸더라고요. 제가 그 붓 작업을 좀 더 하셨으면 좋겠다고 해서, 본인이 의도했던 것 보다

는 큰 붓 작품과 꽃 작품을 함께 아트페어에 같이 가져가게 되었어요. 첫날 어떤 분이 작품을 사고 싶다

고 하셔서, 아트페어가 끝나기 전에 그 분의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그 분이 달 항아리에 진달래가 꽂혀있

는 50호짜리 작품을 처음에 구매를 했는데, 붓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3미터짜리 작

품을 두 점 샘플로 보내게 되었고 다시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 곳이 호텔 매니지먼트 회사였고, 마이애미에 최고급 호텔을 짓고 있는데 그곳에 설치할 작

품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총 13점의 대작을 보냈습니다. 2년이 지났는데 다시 연락이 왔어

요. 너무 많은 고객들이 그 작품에 관해서 문의를 해서 현지에 와서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

았습니다. 자신들은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의 주빈 호텔이고, 그 곳에 부스를 줄 테니 작품을 들고 오

라고 하더라고요. 바젤이라는 아트페어는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고, 200여 갤러리가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갤러리 한 군데가 나가는데 부스 하나에 억이 넘어요. 거기서 팔리는 작

품들은 몇 십 억, 몇 백 억이고, 첫날 다 판매되는 대단한 페어에요. 거기에 저한테 부스를 준다는 건 꿈

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죠.

또 미국뿐 아니라 두바이 아트페어도 총 4점의 작품을 대작으로 가지고 갔어요. 처음에 사람들이 너무

오지 않아서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작품이 팔리지 않았는데, 저희만 작품이 팔렸어요. 네덜란드에서 화랑

을 하는 누트만이라는 사람이 이정호, 윤병남, 조성호 작가 작품을 다 사겠다는 거예요. 거기서 계속 주

<도판 2> 싱가포르 아트페어에서 성은경, 이정웅, 김기수, 윤병락

<도판 3> 아트 싱가포르 2010(2010.10.08 - 10.10) 심여화랑 참가 전경. 선텍 컨벤션 센터(Suntec Con-

vention Center) 4층 D10

문이 들어오고,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도 작품을 내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너무 많은 주문이 있어서 작

가가 작품을 미처 시간 안에 만들지 못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렇게 큰 작품을 팔다 보니 건축가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싱가포르에 있는 아주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는 건축가들이었어요. 그 프로젝트 중 하나에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기회를 갖

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류화 작업이 너무 힘든 거예요.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굉장히 존경스러운 게, 이

런 서류화가 아주 잘 되어 있어요. 싱가포르 어느 화랑에 가도 말단 직원까지도 문서 작업을 너무 잘합

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문서화하는 것은 도가 텄어요. 한국의 화랑은 그것에 너무 약해요. 물론 저도 그

중에 아주 대표적인 사람이고요.

싱가포르에서 35층 건물 안에 조형물을 넣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작가를 바꾸면서 계약이

취소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받지 못했어요. 그쪽

에서 조형 건축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확정된 계약을 취소했는데, 계약서가 없는 거예요. 너무 익숙하

게 아는 사람이라서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결국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계약서와

문서를 주로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이

랑 계약할 때 계약서가 굉장히 중요한데,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또 공인된 계약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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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싱가포르 아트페어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한국의 20개 화랑이 나갔어요. 그 이후로 저희 화랑은

제가 이제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다 보니 주변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보이고, 태국 아트마켓

이 보이는 거예요. 지금 싱가포르는 우물이 이미 생겨서 두레박만 던지면 물이 길러지니까, 누구라도 해

도 돼요. 그래서 저랑 했던 작가들이 다른 화랑에 간다고 하면 저는 그냥 가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제

가 애쓰지 않아도 그분들이 가면 팔리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물 파기를 다시 인도네시아에서 하겠

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침, 인도네시아의 아는 분이

k-pop 공연과 맞추어서 한번 전시를 하자고 제안을

해 오셔서 가게 되었습니다. k-pop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소년이기 때문에, 작품을 보여줘

도 사실 이익이 생기지는 않아요. 그런데 작품이라는

것은 일단 보여줘서 사람들 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팔지

못해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자고 마

음먹었어요. 그래서 사비를 들여서 부스를 만들고 대

작들만을 갖고 전시를 한 것 입니다.

결과는 너무 실망스럽게도 200명 정도 밖에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도네시아 미술박물관 관장 분이 오

셔서 보시고, 전시를 제안하셔서 두 달 후에 다시 인도네시아에 가서 전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전시를 하면서 3만 달러를 썼는데, 이런 것이야말로 지원을 받아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아트마켓이 굉장히 많아요. 우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를 중요하게 생각

하지만, 틈새시장이 굉장히 많거든요.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보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나라가 이

슬람 국가들이고, 인도네시아는 최대의 이슬람 국가 중 하나입니다. 대장금 같은 드라마로 인해 한국이

노출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한 동질감을 많이 느끼고 굉장한 관심을 보여요. 이러한 현상을 보

면서 이런 때에 저는 음식과 더불어 작품도 보여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작품을 통해서 우리

에 대한 감정이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꼭 열심히 하십시오,

그리고 세상의 맛도 보십시오.”

지난 달 한국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 방문한 독일인 약 20명이 저희 화랑에 왔어요. 여러 은행의 장이나

전무쯤 되는 사람들인데, 저희 화랑에서 음악을 들려주면서 작품 설명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와서,

작품들을 하나하나 소개를 하고 음악 연주를 듣고 갔어요. 그 중에 한 분이 굉장히 작품에 관심이 많았

는데, 저희에게 아시아 작품들을 자신들의 뮤지엄에서 전시해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 작품

을 알리는 것이 저의 미션이기 때문에 한국 작품을 메인으로 전시하면 참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전시

가 저에게 수익이 될 거라고는 별로 기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국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라고 하면 얼

마든지 하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접해보지 않았던 젊은 작가의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

든지 환영합니다.

저는 작가 분들에게 “꼭 열심히 하십시오, 그리고 세상의 맛은 보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시장은 한국이 아니고 외국입니다. 제가 아는 작가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소설보다는 시가 좋

습니다.” 너무 많이 얘기하는 것보다 한마디 해놓고 보는 사람도 그 속에 들어갈 여유를 주시면 좋습니다.

사실화를 너무 잘 그리시는 분은 그릴 수 있는 것을 한 장에 다 집어넣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하는 것 하나에 집중하시고 조금 생략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은 플러스가 아니고 마이

너스입니다. 그러니 마이너스를 잘 하셔서 좋은 작품으로 바깥으로 나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판 4> <K-아트의 창(Window of K-ART)> 인도네시아 카사

블랑카 몰(Kasablanca Mall in Indonesia)에서 심여화랑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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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 외국 시장을 목표로 해서 아트페어에 참가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진입하기 쉬운 것이

어포더블 아트페어라고 하셨는데 진입을 하는 방법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A : 어포더블은 말 그대로 적당한 아트페어에요.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취지에서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게 아주 잘 되어서 영국에서 3군데에서 열리고, 싱가포르도 봄, 가을에

열었고, 그리고 드디어 우리나라까지 왔어요.

사실 아트페어는 작가가 참가하는 게 아니라 화랑이 참가하죠. 그럼 화랑에게 뽑혀야 하는데요. 어포

더블은 부스비가 만 달러 정도에요. 그러면 보통 화랑들이 작가가 직접 작품 들고 가라거나, 벽 한 면의

값을 내라고 합니다. 거기다 좀 더 야박하면 부스비까지 내라고 합니다. 아트페어를 나갈 때 화랑이

손해를 안 보려고 하거든요. 부스비를 만 오천 달러 정도 내면 거기서 오만 달러 이상 팔아야 본전

이에요. 비행기 값, 운송비, 체제비 등을 생각하면 몇 배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화랑들은

작가들이 경비를 냅니다. 심지어 부스비를 훨씬 높게 책정해서 이윤을 남기는 곳도 있어요.

그런 반면, 어포터블의 좋은 점은, 전시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아주 잘 봐줍니다. 작품 보관도 대신

해주고, 포장도 해주고, 가격표도 체크하고, 심지어 운송까지도 맡아줘요. 어포더블은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거예요. 여기는 포장하면서 정확히 가격을 기입하기 때문에 얼마가 팔렸는지 통계가

나와요. 그래서 어포더블에서의 판매집계는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확실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내내

틀어줘서 즐겁게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춤추면서 다니기도 해요.

어포더블 같은 경우 작가 자신이 가고 싶다고 무조건 가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작품이 괜찮다면

어포더블에 참여하는 화랑에 작품을 보내보고 답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의 작품이 거기

나가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부스비와 기타 경비를 따져봐야겠죠. 어포더블 아트페어 사이트에 들어

가시면 전시자가 나와요. 어느 화랑에서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 한번 보시면, 자신의 작품과 맞는

화랑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화랑하고 컨텍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작가 분들이 보통 표현에는 강하지만, 화랑하고 컨텍

하시는 것엔 약하거든요. 그냥 가셔서 “제가 이런 작품 하는데 혹시 여기랑 맞을까요?” 그 것을 한

50번쯤 하시면 돼요. 일단 무장을 하세요. “작품을 했으니 당신이 와서 보시오.”라는 태도로 임하면

정말 기회가 없어요. 작게 명함이라도 내 작품을 넣거나 리플렛을 만들어서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보여

주세요. 화랑이라면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작가들한테 돈을 받는 화랑에는 가지 마세요.

작품 자체를 보는 화랑을 찾아가셔서, “제가 이런 작품을 하는데 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물어

보세요. 작가로서 보여주는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것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SUMMARY

아트마켓에서 통하는 작가? “잘 하는 것을 아는 것이 시작”

•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시류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작업 그 자체로 특징이 있고, △예술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국가마다 선호하는 작품 경향이 각기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작품 자체가 좋은 경우 대부분의 아트

마켓에서 공통적으로 선호하기 마련. 트렌드를 쫓기보다 작가 자신의 강점과 작업 역량을 극대화하여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곧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 작품에는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이 배어나오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유의 결과물이 작품의 아우라와 함께 배어

나올 수 있도록 철학적 사유를 야기할 수 있는 음악이나 글(시, 소설 등) 등도 자주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아닌 세계로 가는 진입로, ‘틈새시장’

•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작품가격이 저렴하여(10만원에서 800만원) 아트페어 경험이 적은 청년 작가라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트페어다. 다만, 아트페어 참가를 위해 소속 갤러리가 있어야하므로 자신의 작품 성향과

맞는 (참가)갤러리를 선택해 아트페어의 참여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나쁜시장이 아니다. 두바이, 인도네시아, 태국과 같은 이슬람 국가는 떠오르는 틈새시장

중 하나다. 한국 드라마, k-pop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 저변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나 한국의 예술가,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져 해당국가의 아트마켓 진입 가능성도 높아졌다.

• 작가나 기획자의 입장에서 국외 화랑이나 업체 등과 전시를 진행할 때, 반드시 계약서나 각종 행정문서를 작성

할 수 있는 능력(전문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최근 증가하고 있는 국외 레지던시 및 교류프로그램의 참

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외국어 소통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꼭 열심히 하십시오, 그리고 세상의 맛도 보십시오.”

• 외국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청년 작가로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으면서, 국제 미술계를 경험하고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는 통로이다. 이는 곧 국제아트마켓으로 진입하는 기회이자 연계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참

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작품을 아트마켓에 보여주는 기회를 자발적으로 마련해야한다. 화랑에 먼저 연락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작품 성향과 맞는 갤러리를 찾아가 작품과 함께 명함이나 리플렛 등을 전달하고 직접 기회

를 만드는 주체성이 필요하다.

• 열심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소설보다는 시가 좋다.”는 것처럼 때로는 은유적인 표현이 더 좋을 수 있다.

잘하는 것 하나에 집중하고 생략할 것은 과감히 생략할 수 있을 때,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

유를 줄 수 있다. 좋은 것도 과한 경우 플러스가 아니고 마이너스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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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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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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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구나윤

갤러리구 대표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홍익

대학교 예술학과 석사과정 수료하였다. 갤러리

구(Gallery Koo) 대표이자, 그레파이트 온 핑크

(Graphite on Pink) 발행인이다.

안녕하세요. 구나윤입니다. 저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갤러리스트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지만 “작가님들은

뭘 듣고 싶을까? 필요한 얘기는 뭘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고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젊은 작가님들 작품이 본인 커리어의 과정이 작품에 드러나기도 하고, 커다란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좋

아합니다. 물론 중견 작가님이나 원로 작가님은 완성 단계에 이르셔서 작품이 좋지만, 젊은 작가님들의 열정

이 좋아서 젊은 작가 작품을 컬렉션을 주로 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저희가 전시한 작가님들 작품 뿐

아니라 다른 갤러리에 가서도 작품을 컬렉션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제가 기획자, 컬렉터로서 살면서 어떻

게 하면 젊은 작가님들을 많이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오늘은 대부분 젊은 작가님들이 오실 것 같

아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 작가님들과 일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갤러리와의 협업관계에서 필요한 작가의 역할

처음에 이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갤러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지인들이 이런 질문을 많

이 합니다. “작가들은 괴팍하고, 같이 일하기 힘들고, 자유로운 사람들이지?” 물론 좋은 의미로 관심이 있

으니까 저에게 물어보는 거겠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생각보다 그런

분이 없다. 너무나 성실하고, 굉장히 특이하거

나 괴팍한 분도 없고, 굉장히 작업을 열심히 한

다.”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생각하는 자유분방하

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작가님들과 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후

년 상반기까지는 전시가 잡혀있습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전시를 할 작가님들과 계속 미팅하고

작업에 대한 과정을 공유해요. 전시는 내년 말,

내후년이어도 지금부터 계속 준비 할 것이 많

기 때문에 늘 만나서 작업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제 일의 메인입니다. 컬렉터도 만나고, 전시를 보러 가

기도 하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느라 해외에도 가지만, 사실 작가님들과 미팅하는 시간이 제일 보람되고,

필요한 시간입니다.

저는 작가, 아티스트들은 일반인이 아니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술 잡지

에 실린 올해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마리아 린드(Maria Lind)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술은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본 강연에서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아티스트의 역

할 그리고 아티스트와 갤러리간의 협업 관계에 대

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한 글로벌 미술 시장에

서 활동하기 위해 아티스트로서 준비할 사항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도판 1> 왼쪽 구나윤 대표, 가운데 차지량 작가와 갤러리구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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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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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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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이나 예상, 예측 능력을 지닌 선견지명의 지식이자 그 실천으로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에 어떻게든 개

입해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갖도록 만든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대미

술 작가들은 어떤 현상을 진단 할 수 있고 선견지명을 가졌으며, 그래서 조금은 다른 관점을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일반인이 아닌 선각자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영혼이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사람이 아티스트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어떻게 보면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스스로 안목과 미학적 재능이 더 뛰어나야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의 아티스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소통’입니다. 사실 우리가 전시를 하고 아트페어를 하는 것은 결국 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지, 본인 혼자

작품세계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닐 거예요. 따라서 어떻게 자신이 대중과 소통하고, 본인이 가

진 철학이나 안목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다음 저는 갤러리를 하면서 항상 “과연 지금 갤러리는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

가 보기에 기획을 잘 하고 제대로 제 기능을 하는 갤러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갤러리 없이 생존해야 하

는 작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기능을 하는 갤러리를 만나실 수만 있다면 갤러리는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와 일하고 있는 작가님들도 저희하고만 일하는 건 아니에요. 런던, 뉴욕 등 각

나라별로 갤러리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들 보면 메인 갤러리는 뉴욕이고 심지어 한국에는 갤러리가

없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우리나라에

서만 파트너가 될 갤러리를 찾는 게 아니라, 스

스로 홍보를 해서 외국에 있는 갤러리가 어떻

게 본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이미 그

렇게 하고 있어요.

요즘은 작가 분들이 자기 PR도 잘 하는 편이지만,

우선은 작업에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시를 홍

보하고 마케팅하는 것은 사실 전문화된 사람이 해

주는 것이 낫습니다. 저희가 평소에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님들을 프로모션 하는데, 하다보면 정말 필요

하다고 생각해요. 또 작가 분들이 가격에 대한 고민과 작업을 해가는 방향성에서도 고민이 많은데, 갤러리는 단

순히 작가를 상품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계속해서 그러한 고민을 같이 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 갤러리 시작할 때 다른 갤러리를 참고해서 계약서를 만들었어요. 대부분의 계약은 항상 갑과

을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계약서를 받아보니까 대부분이 갤러리가 갑이고 작가가 을로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걸 썼어요. 그런데 《아티스트 갤러리 파트너쉽》이라는 책에서 아티스트와 갤러리가 갑을 관

계가 절대 아니고,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어요.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갤러리가 갑으로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들이 경험이 없을수록 일단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부당한 조건에서도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당한 조건은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운송비나 인쇄물 비용, 페어

참가비를 저희가 다 부담을 합니다. 그것이 갤러리 운영의 원칙입니다. 그런 다른 비용들을 저희가 내기

때문에 작품 값을 5:5로 나누는 것이 성립이 되는 거예요. 최근 일부 갤러리들이 KIAF에 참가할 때 작가

들에게 300만 원을 받고, 작품 값도 5:5로 나눴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갤러리들이 같이 페어에 나가자

고 하는 것이 기회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동등한 입장으로 조건을 해주지 않을 때는 당당하게 요구를 해

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맞지 않을 때는 “나와 맞지 않는 갤러리구나. 나

는 여기랑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 이런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까 갤러리가 작가와 여러 가지를 협의하는 기능 때문에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제가 갤러리 운

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작가가 갤러리 뿐 아니라 큐레이터, 타 작가, 아니면 자기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

터와 작업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작업을 하고, 그것을 전시하

고, 페어를 나가는 모든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세일즈 쪽에

서도 고민을 많이 하지만 작가님들은 자기 작품이 분신이기 때문에 더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혼자 고민

을 하는 것은 작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주변에 자기에게 도움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력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젊은 작가 중에 반짝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

럴 경우 너무 겁을 내시거나 혹은 너무 오만해지는 분도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

는 조력자를 만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물론 요새는 다들 계약서를 쓰시겠지만, 어떤 형태든 계약서는 꼭 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갤러

리가 계약서를 안 써주면 이쪽에서 요구를 해서라도 써야합니다. 갤러리와 작가의 계약서는 위탁매매 계

약서에요. 그런데 그 내용 안에는 얼마의 작업 비용을 지원한다거나, 전시한 작품을 갤러리가 구매를 한

다는 조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유동성이 있는 계약서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조건들을 서로

협의해서 문서화하고 사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요. 그러면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는 당당하게 요구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규모가 큰 갤러리들은 일정액의 작업비도 계속 지원하면서 전속계약을 2년, 3년 지속하고, 그 기간

이 끝나면 갱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한 전시에 대한 계약서는 반드시 쓰고 있습니다.

<도판 2> 갤러리구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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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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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와 같이 전시하는 작가님들은 전속 계약서를 쓰지는 않아도 충분히 지원을 해드리고 있다고 생

각합니다. 전속으로 묶어놓지는 않지만 다른 상업 갤러리로 갈 때는 서로 협의를 합니다. 왜냐하면 몇 번

만 전시를 잘 해도 큰 갤러리에서 데려가려고 하더라고요. 이랬을 때 그 곳이 더 많이 서포트를 할 것 같

으면 저는 작가님께 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저희

와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러한 얘기들을 서로 안하면 오해가 생기기기도 하는데,

서로 소통을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젊은 작가가 어느 정도 중견 작가가 될 때까지는 갤러리 쪽에서 훨씬 투자할 것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갤러리가 작가를 키우는 시스템이지만, 간혹 저희의 성장 속도보다 작가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작가님 덕분에 저희가 주목을 받게 되고 갤러리로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일방

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키워주는 관계가 됩니다. 그리고 갤러리와 아티스트는 비즈니스 파트

너이지만 동시에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입니다. 친분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소통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5:5 비즈니스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서로 가까이 지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잘 협업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주변에서 전시할 작가를 어떻게 발굴 하는지 자주 물어보세요. 특히 전시가 좋을 경우 이런 질문을 굉장

히 많이 받습니다. 갤러리마다 작가님을 발굴하는 기준과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희는 한국 작가하고만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제가 봤을 때 외국의 유명한 작가님들을 전시해주는 갤러리는 이미 많고,

다른 나라의 갤러리들도 자국 작가를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쪽도 보면 굉장히 자

국 작가 지원을 많이 하고, 컬렉터들도 자국 작가 작품을 많이 소장합니다. 이런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

는 명품 외국 브랜드를 좋아하듯이 컬렉터들도 외국 유명한 작가 것을 우선 사려고 합니다. 갤러리들도

우리나라 작가를 키워서 같이 성장해야겠다는 마인드보다는, 이미 알려진 외국 작품을 가져와서 세일즈

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중견 작가나 원로 작가가 아니라, 더 프로모션이 필요한 작가님들하고 같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자꾸 알리려고 하고요. 저희가 작품을 외국 아트페어에 가서 판매를 하면, 신기

하게도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좋아하는 작가님은 대부분 똑같습니다. 결국 좋은 작품이라는 것에는 글로

벌한 스탠다드가 있습니다. 요새는 인터넷도 발달하고 워낙 미술시장이 세계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컬렉

터들조차도 유사한 안목을 갖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작가님하고는 싱가포르 페어 가고, 저 작가님하

고는 런던 페어 가고, 나눠서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컨템퍼러리가 동시대라는 의미인 것처럼, 결국 “지금의 동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인가?” 그리고 “작

품 안에 선각자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단순히 “시각적으로 어필이 되고, 예

쁘니 집에 걸어야겠다.”가 아니라 작품 안에 어떤 메시지가 있고, 동시대의 아티스트뿐 아니라 일반인들

에게도 전달되는 어떤 뚜렷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에게 굉장히 많은 포트폴리오가 이메일, 우편으로 옵니다. 보낸 분의 마음을 생각해서 무조건 일단

보는데, 이런 기준들에 너무나 부합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물론 어리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작

업을 오래 하신 분조차 이런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나온

《서양문화사》중에서 인상 깊은 글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시대의 각인이 찍혀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그런 각인이 가장 깊이 새겨져 있는 사람

이다. 좋아하건 싫어하건 설사 우리가 스스로 유배자라고 부를지라도 시대와 우리는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으며 어떤 작가도 그 끈에서 풀려날 수 없다.”

요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굉장히 많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도

결국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의 작가 발굴과정에서 작가의

셀프-프로모션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실제로 보면 갤

러리구가 SNS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웹사이트 거의 대부분의 SNS

를 제가 총괄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많이 하는 이유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갤러

리들도 작가들을 프로모트하는 입장에서 작가보다도 더 많

이 대중과 소통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재

미를 떠나 정말 필요에 의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SNS

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시는 분이 제 생각에는 40%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10명 중 4명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을 보시고 저한테 연락을 주세요. 처음에는 장난인가 했습

니다. “이 작품 구매할 수 있나요?”, “이 작가님은 누군가

요?”라고 댓글로 묻고 실제로 갤러리에 오셔서 저희 고객

이 되시는 걸 보면서 SNS를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글도 삭제하거나

<도판 3> 갤러리구 인스타그램. 차지량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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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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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팔로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저희가 작가님들 만나면 항상 제일 먼저 포트폴리오와 웹사이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웹

사이트 없으신 분이 많아요. 어떤 분들은 굉장히 잘 되어 있는데, 아주 취약하게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습

니다. 아주 고학력이신데도 실망스러운 포트폴리오를 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아티스트라는 이름

을 가지고 있으면 나이 불문하고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 아니면 언론 매체에 소개된 기사들도 잘 정리해

야 합니다. 저희 뿐 아니라 해외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들도 웹사이트를 열심히 보거든요. 저희 작가님

들에 대한 검색도 대부분 웹 사이트를 통해 하시고, 해외 컬렉터들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웹사이트는 필

수고, 포트폴리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졸업 전시도록도 많이 받는데, 그것도 보면 너무 기존 작가님들과 유사한 작업이 많습니다. “아직 이분

들은 학생이니까 그런 걸까?”라고 생각하지만 좀 안타까운 면도 많아요. 작품이 한 장 들어가 있더라도

갤러리스트는 자세히 보거든요. 거기에 모든 걸 보여주셔야 하는데 “그냥 졸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포트폴리오든 본인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들

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아티스트 노트를 항상 기록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작가들과 미팅을 할

때 항상 아티스트 노트 써놓은 것이 있으면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작가의 작업을 이해할 때 시

각적으로 작품을 보는 것만큼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갤러리구는 3년 됐지만, 그레파이트 온 핑크(Graphite on Pink)라고 하는 출판사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

서 잡지도 내고, 아티스트북이나 해외 이론 번역서들도 내는데, 실제로 그런 아티스트 노트가 많으면 저

희가 출판 쪽으로도 연계를 해서 책을 내기도 합니다. 작가는 항상 평소에 작업하면서 일기 쓰듯이 노트

를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출판사를 하는 이유도 출판물에 힘이 있다고 생각해기

때문이에요. 이우환 작가님이나 양혜규 작가님 같은 분들은 보면, 평론가들이 그 작가에 대해 쓴 책도 있

지만, 본인이 출판을 여러 권 하셨습니다. 갤러리의 입장에서 작가를 프로모션 할 때 출판물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평소에 자유롭게 글을 많이 써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명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갔을 때 작가 분을 여러 명 만나다보면 집에 오면 기억에

남는 것은 명함이거든요. 조그맣게 라도 작업 사진이 들어있으면 좋습니다. 명함이 없는 경우 그냥 스쳐

지나가기가 쉽고, 명함이 어떻게 보면 만들기 쉬운 홍보 수단인데 갖고 있지 않은 분이 많습니다. 본인

이 작가니까, 비즈니스맨도 아니고 명함 주고받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제가 볼 때 명함

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젊은 작가 분들은 안 그러실 수도 있는데, “작가인데 SNS 하면 없어 보이

고, 가벼워 보이는 것 같다. 작가로서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싫다. 나는 전시로만 보여줄 거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제 사견이지만 SNS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작가도 자신의 작업

이 공유되고, 작가에게도 실제 작품을 구매해서 지원을 해주거나, 마음으로라도 응원하는 사람이 생기면

작업할 때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하기 힘드시다면 하나라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높은 안목을 위한 작가의 자기관리 전략

또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할 때 아티스트는 일반인이 아니고 선각자여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아티스트

는 안목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인문학적인 소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

각해요. 음악가도 마찬가지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반 기준보다 높은 안목을 가지려면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를 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에서 굉장히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선견지명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작업할 시간과 비용도 늘 부족하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작가님들이 요즘 영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그림을 가르쳐주고 어학 선생님에

게 어학을 배우고, 이렇게 교환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라도 영어나 중국어를 배웠으면 좋겠습니

다. 저희가 갤러리를 하는 입장에서도 언어는 그 소통의 폭을 훨씬 더 넓혀줘요. 일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고, 작가여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가님들 중에 아트페어나 타 전시를 안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다른 작품 많이 보면 내 작품에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하시는데요. 제 생각에는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시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작가의 작업도 보고 아트 페어도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위

스 바젤, 런던의 프리즈, 뉴욕의 아모리와 같이 큰 페어들을 가면 그 안에 큐레이션이 있고, 트렌드도 읽

을 수 있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몇 년에 한번이라도 베니스 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 같은 곳은 자기

작업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을 해서 투자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해외 레지던시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게 되면 새로운 네트워킹이 많이 생깁니다. 해외의

미술관 큐레이터도 알게 되고, 전시로 바로 연계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본인과 일하는 갤러리가 있으면 갤

러리가 많이 도와주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본인이 스스로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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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갤러리와 일을 했는가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3년 째 되니까 저희와 전시를 하겠다는 경우가 더 많

지만, 처음 오픈해서 몇 달 되었을 때 전시 제안을 하면 작가 분들이 나중에 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는 상

처도 되고 부끄러웠는데, 돌아보면 그 작가님들이 굉장히 똑똑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가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갤러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그렇게 당장 수락을 하시지 않은 거예요. 대안공간에서

전시를 하든,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든, 레지던시를 들어가든 같습니다. 제가 볼 땐 전시 이력이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저희가 어떤 작가의 프로필 볼 때 이분의 이력을 다 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엔 작

가님 자체가 정말 더 까다롭게 판단을 하고 주변에도 물어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프로필을 한줄

쓰더라도 신중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퀼리티는 본인 자신이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본인이 가난해도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해서 다른 부업이나 알바를 안 하신다는 작가 분들이 많습니

다. 그런데 제가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적당량의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저희

작가님들도 메인 직업은 전업 작가고 많은 시간은 작업을 하시지만, 그 외에 다른 일을 하시기도 해요.

어시스턴트로 일하시기도 하고, 따로 취미 미술반을 만들어서 수업을 하세요. 이런 것들을 시간 뺏긴다

고 생각하시기 보다는 길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평생 작가를 하셔야 하니까, 이렇게 부업을 해서라

도 견디고 버티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중간에 다른 일들을 하더라도 끝까지 버티는 힘을 가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도판 4> 갤러리구 그림교실

Q&A

Q :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에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어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열린

예술산업 포럼을 갔는데요. 우리나라 예술 시장의 규모가 굉장히 작은 편인데, 그 중 국제갤러리나

갤러리현대는 대기업 정도의 수입을 내고 있다고 들었어요. 3,500억 원 중 70%를 갤러리가 차지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표님께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또 일부 예술가들은 여러 지원 정책들이 수도권에 집중이 되어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금천예술공장

이나, 서울문화재단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수도권에 집중이 되어 있는 것 같고요. 이런 부분에

있어 평소에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면 같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 갤러리를 하면서 늘 대형 갤러리들을 눈여겨보고 있고, 대표님들도 잘 알고, 저도 가서 컬렉션 하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분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갤러리를 해오셨잖아요. 기획력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지만, 저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결국 저희도 오랜 시간동안 계속

하다 보면 비슷한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님들이 작업을 하면서 한 평생 버티는

것과, 갤러리가 버티는 것이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작가님들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작품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얘기 하시는데, 저희도 다음 전시 준비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큰 갤러리들이 수익은 많이 난다고 하지만, 그 뒤에서는 다들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을 해요.

그 갤러리들이 한순간에 갑자기 커서 큰 이득을 보면 부당하다고 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규모만 크고

시스템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신생 갤러리이기 때문에 페어를 나가도 작은 파트에

나가니까 그만큼 부스 값도 적게 듭니다. 큰 갤러리에서는 원로작가님의 비싼 작품을 파는 만큼 그분들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저희보다 더 큰 마케팅 비용을 쓸 거예요. 단순히 큰 갤러리는 수익이 많고, 작은

갤러리는 수익이 없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원이 수도권 쪽에 쏠려 있다는 것은, 사실 저 하나가

이야기 한다고 제도의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제 생각엔 미술인들 사이에 많이 언급이

되고 있어서 점차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트페어에 나가는 것도 최근에는 아트페어 기금이 많이 생겨서 일부 운송비라든가, 참가비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1억 5천만 원을 여섯 팀에게 지원하는 ‘우리 동네 아트페어’라는 기금도 생겼습니다.

또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일민미술관에서 하는 독립출판 북 페어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금은

잘 준비해서 열심히 지원하면 충분히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느리지만 제도는 개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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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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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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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관련 정보는 예술경영센터, 서울문화재단 등 웹사이트를 계속 봐야 합니다. 어떨 땐 미뤄지기도

해서 항상 체크하고, 계속 시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기금이 계속 생기고, 출판 쪽에도

아티스트 북이나 도록을 낼 수 있는 지원금이 여러 개 있습니다.

Q : 갤러리구에서 전시한 작가 중 에르메스 재단 상을 받으신 정금형 작가님이라든지, 신건우 작가님, 그

외의 작가 분들 보면 이 갤러리는 어떤 성향일 것 같다는 느낌이 오잖아요. 갤러리구에서는 어떤 성향의

작가를 눈여겨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떤 작품을 컬렉팅을 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제 생각에는

크게 대중화된 방향이 아닌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A : 초반에 저희를 팝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는 크게 반박은 안했습니다. 저희는 일단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아할 것 같은 작품 위주로 선정합니다. 꼭 세일즈 쪽으로만 보는 건

아니고, 이 작가님의 철학이 좋고, 잠재력이 있으면 뽑기도 합니다. 외국 유명 갤러리들이 딜러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이유가, 딜러의 취향대로 작가를 뽑는다는 이유가 큰데, 저도 동양화를 좋아해서 다른 갤러리

들보다 동양화 작가님들이 많은 편입니다. 또 저희가 완전히 퍼포먼스 중심의 갤러리는 아니지만 개인

적으로 퍼포먼스에 관심이 많아요.

뉴욕의 퍼포마(Performa)라는 비영리 단체가 2년에 한 번씩 비엔날레를 열어요. 어느 공간을 대관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몇 년 전에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른 감이 있다고 느꼈는데,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퍼포먼스 전시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트렌드가 왔구나” 생각했습니다. 에르

메스가 후원하는 퍼포먼스 행사에서도 정세영이라는 젊은 작가가 1등을 했고요. 정금형 작가님도 1년에

한명 뽑는 에르메스 상을 받으셨습니다. 저희가 그 작가님을 광주 비엔날레 때 후원을 했는데 큰 주목을

받으셔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앞으로 퍼포먼스 쪽으로도 계속 주목할 예정입니다.

Q : 초반에 팝 아트를 컬렉션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어쩔 수 없이 갤러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하신 건가요?

A :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가 1년에서 1년 반 앞서서 기획을 해놓는데, 현재 2018년까지 전시가 미리

잡혀있었습니다. 갤러리 오픈 전시는 그룹전을 했었어요. 동양화 김화현 작가님은 팝적인 동양화 작업을

했었습니다. 지금 그 작가님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인도취> 전시에도 들어가 있는데, 저희 갤러리에서

했던 전시가 첫 개인전이었습니다. 그 다음 전시가 강민영 작가님이라고 연필 드로잉을 하시는 분이었고,

그 사이에 미리 예정하지 않았는데, 공장미술제 전시를 가서 유한숙 작가님을 보고 갑자기 넣은 전시가

있었어요. 그런데 만화적인 요소가 있는 개인전 2개를 연이어 하다보니까, “여기는 팝적인 갤러리구나”

그런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김화현 작가가 그렇게 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초반에 그런 것 때문에 오해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익스트림한 실험예술만을 하진 않지만, 다른 갤러리에서 세일즈를 고민하면서 하는 전시보다는

일단 메시지가 확실한 작가들 전시를 하려고 하고, 작가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Q : 일반적으로 상업 갤러리들이 가능성 있는 작가에게 한정된 색의 크레파스를 주듯이 제한시키고 하잖아요.

젊은 작가가 원하는 세계를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갤러리 측에서 요구하는 것에

너무 맞추다보니 그림이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율성을 존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 갤러리를 준비하는 여러 해 동안, 저보다 앞서 기획을 한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뿐이 아니라 그렇게 해나가고 있는 젊은 기획자들이 많습니다. 단시간에는 안 되겠지만,

그런 갤러리들이 계속 생기다보면 우리나라 미술세계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Q : 갤러리 운영하면서 실제 전시 하시는 작가님들을 어떻게 주로 발굴하시는지 궁금하고, 작가들이 자신과

맞는 갤러리를 어떻게 찾는 것이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A : 저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매년 갔었어요. 거기서 강민영 작가님도 만났고, 저희 첫 그룹전에

참가하셨던 강서경 작가님도 작품이 좋아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여운 작가님은 지인분이 소개해

주셨지만 포트폴리오를 다 보고 전시를 한 거예요. 대부분은 다 레지던시나 대안공간, 아마도예술

공간이나 시청각 등의 전시에 가서 연락을 드리는 경우입니다. 그것이 제일 큰 루트고, 제 생각에

레지던시에 있으신 분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라오셔서 기본 작업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시공간을 운영하시는 젊은 큐레이터나 대표님들은 생각보다 오픈마인드고, 작업이 좋으면 전시로

연계가 되거든요. 다른 기준이 크게 없습니다. 작품을 봤을 때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다.” 이런 기준이기

때문에, 초반에 동반성장에 대하여 얘기했듯이 갤러리도 작가를 키워주고, 작가도 갤러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성장할 마인드가 있는 갤러리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대부분 본인의 이력보다 더 경력이 있는 갤러리를 원하잖아요. 그리고 갤러리도 유명한

작가님과 일하고 싶어하고요. 하지만 제 경험상 그런 것이 언밸런스 하면 좋지 않습니다.

갤러리가 본인을 알아봐줬으면 바라기보다는, 본인도 냉정하게 자신의 작업을 평가해서 비전이 있는

갤러리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지원했다가 거절당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계속

적극적으로 자신을 PR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들고 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KIAF 때 포트폴리오 들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참 고맙습니다. 이 분들도

우리를 알아주는 거고, 뜻이 맞으면 같이 일할 수도 있으니까요.

Q : 갤러리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에서 갤러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고, 또 예전에 디자인 일을 했었는데요. 현재 작업한 것만 포트폴리오에 써야하는지, 옛날에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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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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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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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업들을 같이 쓰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전시를 이력에 써도 될까요?

A : 갤러리를 선택할 때는 그 갤러리가 기존에 했던 전시를 보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갤러리의

종류는 사진 전문 갤러리도 있고, 도예만 하는 갤러리 등이 있습니다. 그것이 본인의 성향과 맞는지

잘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갤러리 대표의 취향이 있거든요. 그건 웹사이트를 통해 리서치를

하시는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 다음 이메일을 보내거나 찾아가서 대표님과 미팅을 한다거나 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실무자인 갤러리스트에게 주면 전달을 해줄 것입니다.

아트페어에 저희가 지원을 많이 하지만, 뽑히기도 하고 뽑히지 않기도 합니다. 큰 페어들은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갤러리 경력, 지금까지의 모든 전시와 아트페어를 모두 언급해야 됩니다. “갤러리가

몇 년 되었나, 기획전을 몇 번했나, 작가는 몇 명인가?” 그 모든 걸 심사하는 거예요. 아까 웹사이트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일단 갤러리 웹사이트를 봤을 때 허술하면 기획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게 기본

이거든요. 그리고 갤러리가 작가를 정말 키우고 싶어 하는지, 한 작가와 전시와 아트페어를 지속적으로

하는지 잘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력 부분은 저도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제가 갤러리를 시작한 것이 30대 후반이고, 홍대 예술학과

석사과정을 했지만 그전에는 전혀 다른 걸 했거든요. 프로페셔널 해보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일하다보니 그런 것을 전혀 못 느낍니다. 오히려 회사도 다녀보고, 다른 사업을 해본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 전공을 그대로 판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어떤 전체적인 안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에 웹디자인 일을 한 것이 누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또 한편 지금부터 예명을 써서라도

완전 새롭게 작가로 시작한다고 해도 괜찮고요. 그건 개인 성향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도 예전 전시이력을 다 넣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버리기 아까울 수도 있지만,

골라서 넣으세요. 이력 하나를 만들기 위해 불러주는 곳에서 다 전시하시기 보다는, 기획력이 있는 공간과

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느끼지만 나이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Q : 포트폴리오를 아주 많이 보실 텐데, 그 중에서도 어떤 것이 바로 눈에 띄시는지요?

A : 한번 봐서 작품을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첫인상에 영향은 받아요. “뭔가 눈에 띄는데?”

하지만 그 이유 하나로 같이 일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갤러리 하면서 전시 한번 보고 좋으면 너무 직관

적으로 컨텍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다행히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세일즈가 잘 됐지만요.

원앤제이에 있는 디렉터 패트릭이 저에게 말씀해 주신 이야기인데, 자기들은 작가님을 컨텍하는 데

2년을 리서치 한다는 겁니다. 저는 왜 그렇게 오래 보냐고 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그날 보고 그날 전시하자고 그랬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한 것도 있지만, 실패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는 아무리 좋아도 꾹 참고 그룹전이라든가 개인전을 몇 번 더 봅니다. 포트

폴리오를 봐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크랩해놨다가 다시 봐요. 그렇게 누적되는 것이 중요하고,

갤러리 입장에서도 리서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님을 실제로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왜 오픈 스튜디오에서 발굴하는 경우가 많은가 하면, 거기에

작가분이 계시니까요. 작품만 보고 판단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동떨어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컬렉터와 작가님 식사자리도 마련하고 그러면서 직접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보고 해요. 그렇게 해야 철학이 있는지, 그 철학이 동시대를 반영하는지, 계속 할 거리가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건 저도 일하면서 배운 것입니다. 한 번에 승부를 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또 빨리 알려지면 그만큼 인기가 식는 것도 한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롱런을 바라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Q : 젊은 작가들을 발굴한다고 하셨는데, 제 입장에서 볼 때 그 분들은 이미 반열에 오른 부류라고 느낍니다.

한 번도 개인전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든지, 그런 작가들이 30대 중반에도 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갤러리라는 곳은 완전히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공모를 활발하게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 제 생각에 공모 형태는 비영리 쪽에서 많이 합니다. 코너아트스페이스, OCI미술관과 각종 레지던시

에서도 하고요. 갤러리는 공모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듯이, 갤러리도 일관된 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금천예술공장이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같은 아주 대중적인 기관처럼,

다 기회를 줄 수는 없습니다. 이건 특성의 차이인 것 같아요. 갤러리는 딜러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고,

그 매니아 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모든 취향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갤러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또 그게 좋은 것도 아니고요. 갤러리는 상업공간이기는 하지만 자기만의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 갤러리에서는 이현우 작가가 올해 한예종을 졸업한 작가이고, 또 최운형 작가 같은 경우 나이는

40이 넘었지만 미국 예일대에서 공부한 것 말고는 이전에 전시를 한 번도 안했었어요. 저희도 그런

전시는 실험적으로 리스크를 가지고 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작가도 발굴해보자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고, 그 외에도 저희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많은 작가 분들이 이력이 많다고 볼 수는 없어요.

제 생각에 갤러리들이 갓 졸업한 작가와는 전시를 잘 안하는 이유는, 상업 갤러리는 어쨌든 마켓에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레지던시나 대안공간을 거쳐서 다양한 전시경험이 있는 작가를 선호합니다.

갤러리에 오는 관객 자체가 실험적이고 새로운 것보다는 상품화된 것을 보려고 오기 때문입니다. 갤러리

치고는 저희가 그것을 파괴한 거고요. 그래서 저희를 완전 상업 갤러리라기보다는 대안공간과 갤러리의

중간적 형태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완전한 상업 갤러리 쪽은 다른 해외 레지던시라든가 여러

대안공간들을 거쳐서 컨텍하시는 것이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의 상업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연습게임을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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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의 이해와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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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윤 - 전시구성을 위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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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갤러리와의 협업관계에서 필요한 작가의 태도

• 오늘날 작가들은 자기 PR에 능숙하기도 하지만, 홍보형태가 다양하고 세분화된 현재의 경우 갤러리에서 전문화된

인력이 전시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고 작가는 보다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작가와 갤러리가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갤러리 구’에서는 작가 프로모션을 위해

운송비, 홍보비, 아트페어 참가비 등을 지원하며, 작가와 갤러리의 작품판매 수익에 대하여 5:5 비율을 원칙으

로 한다. 따라서, 작가는 갤러리에서 아트페어 참가비용을 별도로 요구하거나 부당한 조건을 제시할 때 정당한

협의와 요구를 요청해야한다.

• 작업 비용 지원, 갤러리의 전시 작품 구매 조건 등은 반드시 갤러리와 협의하여 위탁매매 계약서를 통해 문서화한다.

갤러리 측에서 제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먼저 요구해 작성해야, 투명한 미술 작품유통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갤러리의 작가 발굴 통로의 기본 요소

• 웹사이트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큐레이터나 갤러리의 일차적 작가 발굴 통로이다. 따라서 평소에도 작가 스스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웹사이트에는 작품 이미지, 캡션, 언론 매체에 소개된 기사를 최

신 내용으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 작품 사진이 들어간 명함은 상대방에게 작가로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다.

→ 평소 자유롭게 기록한 작가노트는 갤러리의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작품을 보는 것만큼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

을 주기 때문에, 작품사진 못지않게 관련 텍스트의 아카이빙도 중요하다.

• 작가 개인 SNS는 물리적 공간에서의 전시 한계를 넘어, 작품 공유의 효과적인 매체로 부상하였다. SNS상에서 작품

판매까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도 증가함에 따라 파급효과와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수준 높은 안목을 갖추기 위한 작가의 자기관리 전략

• 작가 스스로 철저하게 이력 관리를 해야 한다. 어떤 갤러리, 전시 공간에서 전시를 할 것인지 까다롭게 판단해야

하며, 정보가 없는 경우 주변의 전문가 또는 동료 작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 갤러리에 속해있지 않다면, 외국 레지던시에 지원하여 자체적으로 네트워킹을 형성해나간다. 새로운 네트워

킹은 다양한 창작활동(기획, 전시 등)으로 연결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외국어를 배워두면 국제 아트마켓에 진입과 네트워크의 확장성에 있어 소통의 폭과 기회를 넓힐 수 있다.

→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아트페어, 타 전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동시대 미술 트렌드와 큐레이

션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때로는 작품 활동을 위한 경제기반은 전업 작가로서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경제적 기반 마련을 위해

작품 활동 이외에 병행할 수 있는 부업 또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시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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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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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영 - 전시 플랫폼 변화에 따른 작가의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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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홍익대학교 회화과, 독일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

영상미디어 석사를 졸업하였다. ㈔미술인회의 사

무처장을 역임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시

각예술, 다원예술 소위원으로 문화 정책에 참여

해왔다. 2006년 광주의 의재창작스튜디오, (사)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디렉터, 경기창작센

터 학예팀장을 역임하면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이후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경기

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수석 학예사와 북부사무소

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

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구 유럽, 특히 제가 유학을 했었던 독일의 경우는 유럽사회의 경우는 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

고 젊은 세대들을 주축으로 하는 어떤 새로운 예술실험, 그리고 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들을 필요

로 했습니다. 그런 에너지들이 유럽 사회에서 베를린 비엔날레 등 새로운 전시들을 도출시키고, 특히 독

립기획자로 활동했었던 큐레이터들이 연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이른바 신제도주의라고 하는 흐

름들이 강력하게 나타났고 상당수의 큐레이터들이 외국에서 유학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새로운 활동을

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대안공간을 설립하고 움직이던 여러 큐레이터, 작가들이 서로 연대하는 과정들

이 생기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2002년도 광주비엔날레가 그런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였을 텐데, 민중미술 ‘현실과 발언’의

활동과 미술평론을 하셨던 성완경 선생님이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후 한루(侯瀚如, Hou Hanru)

와 찰스 에셔(Charles Esche) 같은 기획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그 당시 광주 비엔날레가 표방하고 있

었던 것은 26개로 나누어진 예술가들의 빌리지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는데, 26개 빌리지에 참여했었던 대

부분 아시아 지역에서 대안공간 활동을 시작하고 있거나 촉발시키고 있고, 그것을 해왔던 작가들이 초대

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는 대안공간 풀이 그 역할을 맡았고, 박찬경 선생님이 추진을 하게

되었죠. 이른바 신제도주의를 유럽에서 촉발시키고 있었던 찰스 에셔나 후 한루 같은 새로운 유형의 큐

레이터들이 한국과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이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에서는 대안

공간 네트워크가 더 강력하게 형성되었습니다.

한편 제도화되어 있었던 미술관에 대한 제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었던 유럽의 독립 큐레이터들은, 이러

한 신제도주의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제도를 독립적인 활동에서 나왔던 경험으로 개혁하려고 하는 시도

들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비엔날레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술관의 실험 안에 정착하게 되는 거

죠. 이런 실험들이 우리나라에는 5, 6년 참여정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있었습니다. 제가 현

재 일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 출신의 김홍희 관장이 들어오게 되고,

저를 포함해서 다양하게 현장 활동을 했었고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었던 사람들이 제도 안으로 들어

오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소개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신제도주의적인 실험들이 어떻게 뮤지엄에서 작동하고 있는

지를 둘러보고, 그 다음에는 이런 몇 가지 꼭지의 비엔날레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박찬경

선생님이 기획했던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와 올해에 있었던 백지숙 선생님의 <네리리 키르

르 하라라> , 또 이것과 연동되어 있는 베를린 비엔날레를 같이 엮어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전시 플랫폼

변화에 따른

작가의 대응 전략

최근 동시대 미술은 작가 각자의 삶이 직면하고

있는 지역과 전통으로 대표되는 고유성과 특수성

을 넘어서 서로의 환경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네

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보편화, 일반화 되는 글로

벌 아트의 환경 안에 놓여 있다. 서구 미술계에 비

해서 상대적으로 제도화가 덜 된 한국 미술계의

상황에서 미술관, 비엔날레, 문화재단이나 창작공

간 등의 제도는 빠른 속도로 서구 모델을 차용하

고 있지만, 시스템의 본질적인 토대가 취약한 상

태로 이식되어 한편으로는 일관된 전통을 수립

하기 힘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기 혁신

을 기반으로 변화를 꾀하는데 취약하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토대가 안고 있는 고유한 전

통은 무엇이며 동시대 미술이 직면하고 있는 동

시대 미술 환경의 다 변화와 작가로서의 대응 전

략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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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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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미술관 :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

먼저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회정치적인 변화 흐름에 따른 예술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의제

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이 쓴 《래디컬 미술관(Radical Museol-

ogy)》 이라는 책에서는, “동시대 미술관에 있어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클

레어 비숍은 이 책에서 3개의 대표적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클레어 비숍의 경

우, 신제도주의자들과 함께 다양한 예술비평을 하면서 미술관이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부르주아적 산물,

유럽사회에서 만들어진 미술관 제도를 어떻게 오늘날 새로운 관람환경과 변화된 정치적 환경에서 변화시

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었던 비평가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아티피셜 헬(Artificial Hells)》 이

라는 책을 쓰면서 미술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참여적인 활동, 미술관이라고 하는 저자가 만들어주는

중심주의적인 체계들을 해체시키고,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그 이후의 다양한 활

동들과 연계해서 비평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미술관에서 작동하고 있는 동시대의 의미라는 것은, 이런 신제도주의적 환경에서 사회비판적 담

론들이 묶여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술 내부의 문제들을 계속 고민하는, 큐레토리얼 실천에 관한 구체적인

것들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요구 안에서 실질적으로 신제도주의적 실천을 시도했

었던 래디컬 미술관의 뮤지엄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미술관은 네덜란드의 반아

베 미술관(Van Abbe Museum), 스페인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루블랴나의 메텔코바 동시대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Metelkova)입니다.

네덜란드의 반 아베 미술관은 유럽의 미술관들 중에서도 신제도적인 실천을 시도했었던 기관입니다. 이

미술관 관장은 2002년도 광주비엔날레에서 공동큐레이터를 맡았던 찰스 에셔가 하게 됐고요. 찰스 에셔

는 미술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가집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미술품을 소장함으로써

하나의 무덤과 같이 역사적으로 고증되고 있는 차원에 머물러있었던 것이 그동안의 미술관 제도라면, 이

것을 리서치를 통해 기존의 소장품과 지금 현재에 대두되고 있는 동시대적 사회정치적인 의제들을 서로

연결해서 재해석하는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반 아베 미술관에서 했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플러그 인 투 플레이(Plug in to play)>입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미술관들도 이런 일종의 큰 패러다임을 가지고 기획을 하는 곳들이

거의 없잖아요.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경우만 해도 마찬가지 문제인데, 전시 기획에 1년 이상은 투여하기

힘든 조건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미술관의 경우는 2006년부터 2008년에 거쳐서 긴 기

간을 주고, 중간에 미술관이 어떤 액션들을 해야 되는지 기획을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그것이 미

술관의 전시로 나타나면서 미술관이 표방하고 있는

하나의 방향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미술관의 전시를

역사적 서사가 아닌 일련의 별개 설치로 구상하게 되

고,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어떤 부분 참여를 하지만 외

부의 객원 큐레이터들과 연구자들이 같이 결합을 해

서 전시를 기획하게 됩니다.

지금 반 아베 미술관의 경우, 특히 소장품에 대한 리서

치가 중심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미술관의 소장

기능, 예술작품들을 계속 역사화시키는 기능에 문제 제

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소장품을 재고하

는 방식으로 기획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기존 미

술관이 갖고 있는 기능을 어떻게 현재화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들을 갖고 있고, 그 질문 안에는 당연히 사회

적 변동 상황에 관한 질문들이 맞물려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장고가 아주 중요한 연구

장소가 되었고요. 소장품 아카이브, 도서관, 또 더 나아

가서는 이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중요한 지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도에서부터 2011년까지 <플레이 반 아베(Play Van Abb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유사한 것인데 결국 전시가 개별적인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연구의 결과물 형식

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상호 연관되면서 일련의 전시 시리즈들을 구축하는 상황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

렸지만 “미술관이라는 기관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투명하게 보일 것인가?”하는 질문이 크게 작용되고 있

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의 과정들 자체가 공론의 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 작가들과 시민들

이 참여해서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열어놓고 보여주는 오픈 플랫폼 형식입니다.

그래서 이 안에서 여러 가지 미술관의 문제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

시립미술관이 가장 소장품을 많이 갖고 있는 미술관 중 하나인데, 이런 식으로 오픈하게 되면 아주 흥미

진진한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후 비엔날레 소개를 할 때 같이 보여드리겠지만, 소장품 관련 전시는

“누가 미술관의 플레이어면서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질문이 같이 들어오게 되어있고요. 또

디렉터와 소장품을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대한 과정이 맞물리게 됩니다.

<도판 1> 반 아베 미술관 <플러그 인 투 플레이>전은 미술관 전시

를 역사적 서사가 아닌 일련의 별개의 설치로 구상했으며 일부는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일부는 객원큐레이터들이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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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 인(Plug In)> 전시에서 찰스 에셔가 특별히 리서치를 했었던 것은, 8회 카셀 도큐멘타 디렉터를

지냈던 루디 푹스(Rudi Fuchs)라는 인물인데요. 그가 이 미술관에서 디렉터를 했을 때 기획했었던 것을

재고하는 방식의 전시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이미지가 타임머신이라고 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

인데요. 2007년에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re Rodchenko)의 「노동자의 열람실(Workers’ Club)」

과 2009년 라슬로 모홀리나기(Laszlo Moholy Nagy)의 「시간의 방(Room of the Present)」을 연동해

서 1920~30년대 작품들을 재구성한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리서치가 강하고, 지

금 미술관의 제도적 기능에 관련된 것들을 강하게 정치적으로 비판하거나 재고하는 형식의 전시들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인데, 마누엘 보

르하비엘(Manuel Borja-Villel) 관장이 2008년부터

이런 역할들을 하게 됩니다. 스페인의 경우 바르셀로

나 현대미술관 등 현대미술 쪽에서 주도하고 있는 몇

몇 미술관들이 있는데, 이런 미술관을 거쳐 가면서 동

시대 예술의 다양한 부분들을 이미 섭렵했었던 미술

관 관장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특성들 중에서 삼각형의 다이어그램이라

는 것을 구조적 특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다

이어그램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모던, 포스트모던,

컨템포러리입니다. 이 세 개의 꼭짓점을 가지고 전시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들을 연동해서 전시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게 <귀신 간첩 할머니>라고

하는 박찬경 선생님이 기획한 전시, 또 하나는 2007년도 카셀 도큐멘타의 총감독을 맡았던 로저 뷔르겔

(Roger M. Buergel)의 전시입니다.

로저 뷔르겔은 카셀도큐멘타 12에서 “모더니티가 과연 엔틱인가?” 그 다음 “동시대 전시에 있어서 교육

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으로 “헐벗은 삶이 무엇인가?” 이런 세 가지의 주제를 통해 전시

를 구성한 바 있습니다. 이 삼각형 모델이라고 하는 것은 세 개의 서로 다른 꼭짓점들이 연결돼서,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개의 키워드들, 모던과 포스트모던, 포스트모던과 컨템퍼러리, 모던과 컨템포러리가 연동되

는 등 교집합이 가능한 형식의 다양한 구성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상이한

모델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전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 바르셀로나가 그

런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탈식민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 남반구 쪽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작가들, 작품들, 의제들을 소개하는데 이 미술관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역사적 컨텍

스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안에서 어떤 정치적 의제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다루게 됩니다.

전시 작업들을 보면 포스트모더니티를 다루고 있거나, 반식민주의에 관련된 크리스 마커(Chris Marker)

알랭 르네(Alain Resnais)의 「조각상 또한 죽는다(Statues Also Die)」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술관 소장품, 작품들만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나 그동안 리서치를 통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주변적인 것들과 작품을 이해하거나 그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들을 소개하

는 자료들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마찬가지로 파블로 피카소의 소장품을 연결해서 전시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그동안 모더니티 안에서 축적되어 왔었던 현대미술의 속성을 재구성하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미술사적 연구가 기반이 돼서 만든 전시들이죠.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게르니카」와 파리의 만국박람회를 연결해서 분석하는 방식의 창조적 전시 기획

들이 있었고, 스페인 내전과 연결해서 전시 등 다양한 전시들이 있습니다.

류블랴나 메텔코바 미술관은 동유럽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역사적 특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는 유

고슬라비아 시절 군사기지가 있던 공간입니다. 1990년대 예술가들이 이 공간을 점령하고 자발적인 액티

비티가 있었어요.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대안문화의 중심이 되면서 이곳이 새로운 동시대 미술관을 형성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즈덴카 바도비나츠(Zdenka Badovinac)가 1993년부터 미술관 관장으

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동유럽 쪽 사회 상황들의 리서치들이 바탕이 되면서 다양한 작가들을 초

대해서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고, “동시대 정치적 상황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미술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전시를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관심을 갖고서 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클레어 비숍이 《래디컬 미술관》에서 이 세 개의 미술관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이유는, 미술관은 지나

간 과거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것들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제도적

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미술관으로서 자기 제도의 속성들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입니다. 흥

미로운 것은 상당수의 신제도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미술관들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문을 닫는

상황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부분의 공공미술관들이 정부의 예산을 받아서 운영하다

보니,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정치적 환경에서 견뎌내기 힘든 과정을 겪고 있죠. 대표적으로 요구를 받는

것은, 이런 전시를 관람객들이 지루해 한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전시다 보니까 너무 무겁

고, 리서치의 성과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더라도 일반 대중적인 소비성향과 맞물려봤을

때 외압들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서 상당히 퇴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판 2> 반 아베 미술관의 <플레이 반 아베(2009-2011)>전 일

부 전경. 연속된 개별적인 설치로 여기기보다는 상호 연관된 일

련의 전시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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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도주의의 도래와 실험적 비엔날레의 대두

역시 비엔날레도 유사한 흐름들이 있었는데, 2002년도 카셀 도큐멘타11에 오쿠이 엔위저(Okwui En-

wezo)라고 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 감독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미술계에서도 아주 특이한 이력입니

다. 일단 카셀 도큐멘타가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비유럽 쪽 감독이 없었었는데, 35살 최

연소의 비유럽 감독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분은 미술전공이 아니라 정치학 전공을 한 분입니다.

아프리카 저널 편집장을 맡고 있다가 카셀 도큐멘타라고 하는 가장 주목받는 미술 행사의 사령탑을 맡

게 된 것입니다.

오쿠이가 이 안에 등장하면서 던진 메시지들은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있습니다. 당시는 90년대를 넘어서

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다문화주의에 관련된 흐름들이 팽배해 있었고, 탈식민에 관한 의제들이 있었습니

다. 서구중심주의 한계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를 거쳐 가면서, 유

럽은 자기중심주의를 스스로 타파할 수 있는 고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셀 같은 경우는

10회 때 프랑스의 카트린 다비드(Catherine David)가 들어오면서 유럽 중심적 도큐멘타를 만들었죠. 이

른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담론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100일 동안 <100인의 강연>이라는 프로그

램을 만들었습니다. 이 강연에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창하고 있었던 다양한 학자들이 등장해서 미학서, 철

학들을 설파했던, 이른바 유럽이 그동안 만들어낸 엄청난 지적 자산들이 현대미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

는지 보여주는 전시였죠.

한계를 느꼈던 카셀은 오쿠이를 기획자로 초대한 것입니다. 오쿠이는 카셀 도큐멘타가 하나의 사건을 만

드는 100일 동안의 이벤트라고 하면, “왜 굳이 100일 동안만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감독으로 선정이 되면서부터 5년 동안의 준비기간이 있는데, 오쿠이는 3년 뒤 5개의

플랫폼을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동시대 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유럽의 어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결국

유럽에 위치하고 있는 카셀을 넘어서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

째, 뉴델리로 옮겨 가죠. 그 다음 요하네스부르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전 세계 여

러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탈식민을 주제로 끌고 옵니다. 서구가 전 세계에서 펼쳐왔었던 문화적인

식민적 행태들이 있고, 관련한 다양한 이론가들이 그것들을 이론으로 펼쳐냈습니다.

90년대를 풍미했었던 탈식민 이론이 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예술은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나갑니다. 대표적

으로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이면서 영국 YBA에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

bare) 같은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사람들이 해왔던 엄청난 만행들을 작품으로 고발합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사람들이 북아프리카 지역에 가서 방탕한 행위들을 했었던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설치작업을 했고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의상의 스타일은 영국 낭만주의 시절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 실제는 아프리카 문양

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양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옷이라고 말하는데, 잉카 쇼니바레는 이것이야말로

실질적으로 서구가 만들어낸 아프리카의 스테레오타입이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환경은 아주 글로벌한 환

경에 있지만 문화의 권력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쿠바 출신의 타냐 부루구에라(Tania Bruguera)는 쿠

바 자체에서 있었던 고문과 살육의 현장에 대해서 퍼

포먼스를 했습니다. 소총수가 깜깜한 곳에서 총을 장

전하면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갑자기 빛이 들어

오는 형식입니다.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작업들이 소

개가 되었고요. 이 전시의 플랫폼 자체가 전 세계 여

러 곳에서 있다 보니 플랫폼 마지막 다섯 번째는 카

셀에서 벌어지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심포지움에

관련된 책들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

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도큐멘타

도 아카이브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결국 이런 리서치나 아카이브들을 소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

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아카이브를 지루하지 않게 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보여주는 사례였습

니다. 작업보다는 디스플레이의 미학이 전면으로 나오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비판적이고 사회정치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2012년 제7회 베를린 비엔날레였습니다. 아투

르 지미엡스키(Artur Zmijewski)라고 하는 폴란드 출신 작가가 총감독을 맡았고요. 조안나 와르자(Joanna <도판 3> 잉카 쇼니바레 「용맹과 범죄적 대화(Gallantry and Criminal Conversation)」 2002, 11개의 실제크기 사람모형, 메탈과 나무

상자, 왁스 천, 가죽, 나무, 철, 가변크기, 카셀도큐멘타11

<도판 4> 타냐 부루구에라 「무제(Untitled)」 비디오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 2002, 카셀도큐멘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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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za)라고 하는 큐레이터가 협업을 했습니다. 특히 아투르 지미엡스키 같은 경우 ‘크리티카 플리티차

냐(Krytyka Polityczna)’라는 정치적 예술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그동안 동유럽에서 있었던 정치적 활동

들을 비엔날레에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베를린 비엔날레의 이 공간은 관람행위가 이루어지

는 곳이 아니고 토론을 하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퍼

포먼스의 행위가 아니라 시위, 정치적 투쟁이 실질적

으로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이 전시의 문맥은 2008

년 이후에 유럽, 뉴욕에서 벌어졌었던 오큐파이 시위

대들의 활동이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유럽 여러

도시에 활동들이 있었는데, 시위대를 베를린 비엔날

레 현장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전시를 보러 갔는데 많

은 사람들이 앉아서 토론을 하고 있거나 토론 준비하

고 있거나, 시위에 나가기 위한 물품들을 만들고 있

었습니다. 이 베를린 비엔날레는 이것을 통해서 완전

히 정치적인 의제들이 미술 안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016년

도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를 보면 완전히 트렌드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그런 경계 지점에서 발생된 유

의미한 사건입니다.

다시 한국으로 넘어오면, 박찬경 감독은 2002년도 유럽의 신제도주의자 큐레이터들과 아시아의 대안공

간들을 연결하고, 대안공간 풀을 만들어서 대안공간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2003년에

는 대안공간 네트워크가 기반이 된 ‘미술인회의’라는 사단법인체를 구축하게 됩니다. 그 동안 미술단체

는 장르별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어디에 할지, 작품을 어디에 팔지 고민했잖아요. 그때 전체적으로 8개

의 분과위원회가 있었고 3개의 기구가 따로 있었는데, 그 기구들은 전부 미술제도 문화정책들을 다루는

곳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미술교육 분과위원회는 우리나라 미술교육 정책을 다루고, 미술관 분과위원회

는 미술관 제도 정책을 다루고, 여성들이나 소수자들의 문제들, 다문화적인 정책을 다루는 분과위원회 등

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국가가 수행하고 있는 미술과 관련된 모든 정책들을 800명의 작가, 비평가, 예술

가들이 모여서 체계화시킨 것입니다.

2002년 전후에 있었던 대안공간들은 성완경 선생님이 말했던 ‘예술가 빌리지’를 구축하는데 유익했어

요. 저희는 대부분 386세대거나 87년 항쟁을 대학생 시절에 겪었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민

중미술과 포스트민중이 자연스럽게 연결 되었어요. 그래서 사단법인 ‘미술인회의’의 이사장은 민중미술

로 대표되는 평론가 성완경 선생님이 맡게 되었고, 제가 사무처장 일을 하였습니다. 주로 게시판에서 정

책들을 다뤘죠. 저는 이런 흐름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월드컵

시절 사회적 박탈감과 희망에 차있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교차했었는데, 요즘 그런 분위기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흐름들을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근간이 되는 문제의식을 느꼈던 박찬경 선생님은 한국 사회의 냉전이라고 하는 키워

드와 ‘아시아고딕’이라는 형식의 미학적 수식을 증언자로서 기록하는 것이 미술이 해야 될 일이라고 생

각하면서 비엔날레를 꾸렸습니다. 2014년 오픈한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는 같은 해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세월호의 상징문구가 벽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박찬경 감독은 지금까지 작가로서 활동

했었지만, 이 전시에서 기획자로서의 면모가 크게 발휘됐었다고 생각합니다.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 컨셉의 토대가 된 것은 권헌익이라는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인류학노벨상이라

고 하는 기어츠상을 받았던 분인데요. 이분이 썼던 《학살 그 이후》, 《또 하나의 냉전》 등의 책들이

소개되면서 작가들이 그런 담론들을 접하게 됩니다. 특히 《학살 그 이후》라는 이 책은 1968년 베트남

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인류학이라고 하는데, 흥미로운 건 베트남의 할머니 귀신을 연구합니다. 인

류학의 주제가 귀신인 거예요. 베트남에서 전쟁 중 아이들하고 같이 살고 있었던 할머니가 군인들의 총

격에 의해서 돌아가시는데,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수십 년이 지난 이후 그 마을에서 할머니 귀신을 봤다

는 사람들이 자꾸 등장을 합니다. 심령학적으로 귀신이 실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그 공동체가 불러낸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마을에 일어나는 나쁜 일들에 관여를 하기도 하고, 권선징악

적으로 벌을 주는 일들이 발생하는 거죠. 그러면서 초월적 세계에 존재하는 귀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다

시 아시아의 죽음을 환기시키고, 억울하게 죽은 죽음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데, 이 전시가 그런 착상

으로부터 촉발되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냉전지대이고, 북한이라고 하면 빨갱이로 몰리면서 국가보안법이 아직

서슬 퍼렇게 살아있기 때문에, 한국의 연구를 통해서 냉전을 다룰 수도 있는데, 베트남을 연구했다는 것입니

다. 베트남 사회를 분석한 내용들은 우리와 너무 비슷합니다. 아시아의 냉전 체계가 닮은꼴로 반복되면서 여

기저기 퍼져있다는 것이 확인 되고, 그런 차원에서 서로 교차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학적인 연구나 사회

과학적인 연구들은 국제적인 연대망, 연구체제들을 통해서 다시 주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4년 전에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관에서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우리나라가 상을 받았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북한에 관한 것을 소개하는 리서치 자료들이 거의 대부분 제3국 소장가 들을 통해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남북한의 교류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관계를 통해서 이것들이

<도판 5> 2012년 제7회 베를린 비엔날레. 유럽 도시 전역의 시

위대를 비엔날레 현장으로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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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2002년도는 대안공간들끼리의 네트워크였다면, 이 <귀신 간

첩 할머니> 전시는 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인문학적 의제들, 예술의 주제가 될 만한 가치들을 리서치해

내고 발굴해내는 차원에서 유의미한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귀신 간첩 할머니>와 관련해서 박찬경 감독이 썼던 텍스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귀신은 역사의 서술에 누락된 고독한 영혼을 불러와서 그들의 한 맺힌 말을 경청한다는 뜻으로

썼습니다. 유령의 호출을 통해 아까 베트남 할머니 귀신같이 굴곡이 심했던 아시아를 중심으로 근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귀신은 전통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불교, 유교, 무속, 도교, 힌두교

의 발원지이자 그 종교적인 영향이 여전히 깊은 아시아에서 현대미술가들이 그 정신문화의 전통

을 어떻게 새롭게 발견하고 발명하는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미디어와 영매의 재결합을 통

해서 현대과학이 쫓아낸 귀신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희망합니다.”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였잖아요. 그래서 박찬경 선생님이 아시아의 사회적 의제가 들어가 있는 리서치 형

식의 비엔날레를 만들려고 했는데 미디어라고 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끌어낸 것이 영매의 결합, 즉

예술가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염원하는 미디어, 기도하는 미디어, 초월적인

세계와 접합을 갈구하는 것을 키워드로 끌어오죠. 이 비엔날레는 계속해서 생각해 볼 중요한 가치가 있

는 비엔날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제가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에 있을 때, 박찬경 선생님이 9주차

강연을 했어요. 50명의 작가들을 같이 불러서 워크숍을 진행한 자료들이 책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간첩은 아시아에서 식민과 냉전의 경험이 각별하게 심각했다는 것을 주목하기 위한 키워드입니다. 동아

시아, 동남아시아가 함께 겪은 거대한 폭력은, 전쟁은 물론 사회에 극심한 상호불신을 낳았고, 그것은 여

전히 이 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간첩은 금기, 망명, 은행 전선망 해킹, 영화의 흥행에 이르

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코드해석, 정보통신을 다루는 다양한 미디어작가들의 작업 방법

이 어떻게 간첩의 활동과 유사해보이면서도, 그 가치를 완전히 역전시키는지 목격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입니다. 최근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식민주의와 전쟁폐해의 핵심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다른

한편, 한국 전통 문화에서 옛 할머니는 자손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비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는 권력에 무력한 존재이지만, 옛 할머니가 표상하는 인내와 연민은 바로 그 권

력을 윤리적으로 능가하는 능동적인 가치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키워드를 다시 주목해보면, 간첩이 귀신같을 수 있고, 할머니가 귀신같을 수도 있죠. 그런데 간

첩 같던 할머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 개가 계속 조합되면서 다각적 이미지를 만들었습니

다. 이 전시에서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의 스파이는 매력적이지만 간첩은 무섭고, 신은 가까이해야 하지

만 귀신은 멀리해야 하고, 할머니는 공경해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대대적인 젊음의 찬양 밖으로 추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가치들이 있고, 이런 것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입니

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전시에는 간첩, 귀신, 할머니 코너가 따로 있지 않아요. 서로 교차되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면서 어디로 속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전시 홈페이지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이상한 문장들과 전통적인 부적 같은 것들이 귀신처럼 하나씩 나

오도록 되어있는데, 클릭을 하면 갑자기 멈춥니다. 이미 디지털이나 가상적인 웹 환경에 귀신같은 신비

로운 힘들과 연동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포스트-인터넷 이후 여러 작업들하고 같이 연동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안에서의 예술실험이 인터넷 강국 이름에 걸맞게 많이 있어왔습니다.

실제 그것이 독려되지 않고 비평되지 않았을 뿐 환경 자체는 갖춰져 있습니다.

<도판 6> 2014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 오프닝 만신 굿 진행 전경

아주 래디컬하게 전시 오픈에 만신이 굿을 했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와서 만신이 굿을 하니까 귀신을 믿

지 않는 굿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부분들인 것 같은데요. 박찬경

스러운 날것으로서 전통은 “왜 한국에서 전통은 무서운 귀신의 얼굴로 등장하거나 아니면 저 구석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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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기에 숨어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것들을 불러내서 이야기하고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것을 자꾸 숨기기 시작하면서 사라져버리거나 더 무서운 형태로 남아버린다는 거예요.

박찬경이 이야기하는 ‘아시아고딕’은 이런 것들의 미학을 다시 불러와서 재고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파묻어버렸던 역사 속에 이 참혹한 사건들을 다시 리서치의 대상으로 삼

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 전시에서 재밌는 건 타무라 유이치로(田村 友一郎, Tamura Yuichiro) 라는 일본 작가가 했었던 작업인

데, 지금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옛날 법정이었잖아요. 그 법정을 재현해서, 화이트큐브로 만들어

감추고 있었던 것을 폭로해서 끄집어 올렸습니다. 그 안에서 있었던 과거 재판 사건들 중에서 한국 사람

이 일본 사람을 죽인 사건, 그 증거물인 칼 등을 법정으로 끌고 들어오는 작업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술은 그동안 추상적이었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현실들을 맞닥뜨리게 만드는 과정들

에 취약했습니다. 민중미술이 정치적으로 선동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사실 그것도 작가 개인의 주장에

서 나오는 자기 정서적인 표현이었습니다. 포스트민중 이후 작가들이 사회 리서치를 통해서 사회비판적

이고 개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만들어 낸 폭로들이, 어떻게 보면 보다 더 사회에 직접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예술적 언어들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최원준의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가 역시 비슷한 차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만수대 창작소가

어떻게 북아프리카의 저렇게 많은 조형물들을 수출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게 되는데, 상당수의 아카이

브를 파리에서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경기창작센터에 있을 때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2010년

도 레지던시 교환 프로그램을 했었고, 최원준씨가 그때 파리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군

사 지역, 경기 북부 쪽의 시멘트 벙커 구조물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었던 이 작가는, 파리의 아카이브 안

에,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들어온 북한 관련 아카이브

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추적을 통해서 북아프리카 쪽으로 들어가서 만든 대

단한 리서치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작업들이 단순히 박찬경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아시아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박찬경의 <

귀신 간첩 할머니>가 있기 두 해 전에 타이베이 비

엔날레가 열렸습니다. 타이완 출생이면서 미국 위스

콘신 대학에서 비교문학 전공을 하고 왕더웨이(王德

威, David Der-Wei Wang)라는 사람이 쓴 책 《The

Monster that Is History》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아시아의 귀신을 인류학적으로 리서치했었던 책이고요.

이 귀신을 다룬 전시가 비엔날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비엔날레를 만든 사람은 베를린의 세계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

케(Anselm Franke)에요. 저는 이곳을 주목하고 있는데, 큰 규모의 기관은 아니지만 방대한 리서치를 가

지고 렉쳐, 다큐멘터리 포럼, 공연행사 등 다각적인 형식으로 만들어내요. 전시는 일부분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많습니다. 특히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것을 보면 비서구권에서 발생한 여러 사회

정치적인 상황을 지금의 현상들과 연결해서 분석하는 기획 등 분기별로 상당히 좋은 작품이 많아요. 안

젤름 프랑케는 2014년도에 상하이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가 있기 전 일민미술관에서 안젤름 프랑케와 김현진 큐레이터가 만든 <

애니미즘>이라는 전시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서로 연동돼서 상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흥미

롭습니다. 이것을 응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시아문화정보관에 엄청난 예산을 들

였다고 합니다. 아시아의 엄청난 아카이브 자료들, 각 나라 언어별로 미술 잡지, 문화 잡지 등을 다 사들

였는데 그게 창고에 쌓여있어요. 그것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을 다 뽑아놓고도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든 아카이브들만 해도 너무 흥미로워요.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접속할 수 있는

소스들이 이 속에 들어있구나 보게 된 것입니다. 레지던시를 통해 이런 자료들과 연결해서 작가들의 실

험을 촉발할 수 있었을 텐데, 전시는 전부 미디어아트 쇼를 했습니다. 그나마 안젤름 프랑케의 <신화 서

구에 맞서다> 전시가 하나 있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아시아예술극장이었습니다. 미술 쪽에서 그 동안 깊이 다루지 못했던 미디어 아티스트

들이나 기타 작가들을 공연 쪽으로 끌어와서 접속하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작년 가

을에 주말마다 광주로 내려가서 그것을 봤는데, 놀라운 파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

속 렉쳐로 만들었죠. 그 동안 칸느에서 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의

경우 영상 쪽으로만 작업을 했었던 분인데, 이 작가가 박찬경과 대화를 하면서 아피찻퐁은 광주에서 자

기 영상을 활용한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안젤름 프랑케와 호 추 니엔(Ho Tzu Nyen)을 연결했는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필리핀 호랑이에 대

한 걸 다뤘지만 베트남 할머니와 흡사합니다. 정글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는데, 서양에서 왔던 착취자들이

와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글을 지나가다가 호랑이에게 죽거나 혼비백산해

서 달아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내심 민중들은 속이 시원했죠. 그런데 이 호랑이 수만 마리를 죽입니다.

실제 사진을 보면 운동장에 호랑이 시체가 엄청나게 널려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박탈감을 느꼈겠

<도판 7> 타무라 유이치로 「세와료리스즈키보초 (世話料理鱸包丁, Suzuki Knife, Social Cooking)」 2014, 혼합매체 설치,

2014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 커미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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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호랑이들은 자신들의 신령스러운 존재이면서 초월적 동물이었는데 다 학살당했으니까요. 그 이후

에 자료들을 보면 이상한 점은 네덜란드 신문에 호랑이 인간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게 동유럽의 늑대인

간과 흡사한데, 이 사람은 낮에는 사람이었다가 밤에는 호랑이로 바뀐다는 겁니다. 이것이 일종의 게릴

라 운동이었던 거죠. 반식민 투쟁 저항군들이 호랑이와 같은 상징성을 갖고 등장을 했었습니다. 호랑이

의 이미지가 어떻게 남아시아 쪽에서 민중들의 기억 속에 확립되었다가 이미지화 되는지, 호 추 니엔은

역사적으로 추적해서 공연물로도 만들었습니다.

리미니 프로토콜이라는 통계 기반의 리서치를 하고 있는 독일 그룹이 <100% 광주>라는 프로젝트를 했

습니다. 광주에서 100명의 일반 시민들을 모았습니다. 광주에 48%의 남자가 있으면 100명 중에 48명은

남성이야 하고요. 광주에 80세 이상 인구가 4%다 하면 80세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4명이어야 하고,

광주에 2%의 외국인이 있다고 하면 2명은 외국 사람이어야 합니다. 선발된 100명의 사람들이 이 안에서

광주를 통계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나는 통일이 되는 것을 원한다?”라는 질문이 나오면 “예스, 노.” 대

답에 따라 이동하고,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광주라는 곳을 보여주었던 작업입니다.

그리고 아시아를 연결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박경 선생님이 기획했었던 <새로운 유라시아 프로젝트>

인데, 이 프로젝트는 3년차에 걸쳐 진행되고, 상상력은 점과 선과 면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점’

으로 만들어졌었던 첫 번째 해는 <이곳, 저곳, 모든 곳>전으로, 도시 점들을 연결합니다. 재미있는 기획이

에요. 그때 리서치 했었던 장면이고, 유라시아의 각 도시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로부터 작품을 받아서 전

시를 했습니다. 올해는 ‘선’ 전시가 이루어졌는데, 이 선은 기차 트랙, 실크로드 길 등 유동적으로 사람들

이 이동하는 경로를 상상합니다. 마지막은 ‘영토’. <나의, 당신의, 우리의 것>전은 이것은 내년에 만들어

질 전시죠. 이런 상상력들이 광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치적 비엔날레 흐름의 전환과 사례들

이어서 2016년에 있었던 베를린 비엔날레입니다. 사실 사회정치적인 비엔날레 전시들의 단절이 강력하

게 드러났었던 것은 2007년도 로저 브뤼겔이 기획했었던 카셀 도큐멘타였습니다. 로저 브뤼겔은 카셀

도큐멘타의 작품들을 섞어놓습니다. 그러니까 ‘도큐멘타’하면 동시대의 미술을 다루는 전시인데 13세기

작품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이 한 군데 방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군데 흩어져 있기

도 합니다. 캡션은 기본적으로 안 붙어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정치적인 흐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서 재고하고 있습니다. 도큐멘타가 열리는 곳 앞에 빨간 양비귀 꽃을 심어버렸어요. 포스터도 아주 유미

적인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흐름들이 그동안 아까 말씀드렸던 신제도주의적인 흐름이 뒤집히는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2016년

도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에서 ‘DIS’라고 하는 젊은 패션 저널 그룹이 참여했어요. 디자인, 패션, 대중음

악, 영상, 문화예술, 비평 텍스트 등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진 저널을 운영하던 사

람들입니다. ‘DIS’가 베를린 비

엔날레를 맡으면서 한 상징적

인 작업 중 하나인데, 브란덴

부르크 투어가 있는 예술 아카

데미 건물 제일 꼭대기 베란다

에 서서, VR로 되어 있는 영상

을 보도록 한 것입니다. 여기

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데, 현실을 내다보고 있지만,

가상을 뒤집어쓰고 있는 인간

은 어떻게 보면 이 비엔날레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하나의 비

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IS’의 인터뷰를 보면, “도대체 사회정치적인 현실이라는 게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 비

엔날레의 주제는 ‘드래그된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즉, 커서로 끌어 갖다놓은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현실

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미엡스키가 기획했었던 오큐파이

현장을 생각해보세요. 그 현장에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분노하며 토론을 합니다. 정치적 담론이 허무하다

는 것은 아니고, “이것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 것이고 정말 이것이 현실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 얘기는 가장 정치적이었던 베를린 비엔날레가 만든 정치적 현실이라는 것도 사실 그들이 공

유하고 있는 인식이라는 것입니다. 인식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이미지라고

하는 것들조차도 하나의 가상적인 것이 아닐까?” 그런 질문들을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비엔날레 자체가 어린 나이에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하는 독립기획자들이 주로 참여했었고, 미술계

의 유명한 사람들도 여기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DIS’는 미술계에서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고, 전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패션을 통해 대중문화 안에서 저널을 하던 사람들을 전시의 기획자로 초대한 것입니다.

존 라프만(John Rafman)의 가상현실 작업 주변으로는 서로 잡아먹고 있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은 쇼핑몰 같은 이미지들로 치장되고 있죠. 도록, 기획도 전부 광고 이미지 같은 세련된 것들 입니

<도판 8> 존 라프만 「파리저 광장의 광경(View of paieser Platz)」 설치 전경 일부, 2016,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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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오늘날 포스트 인터넷이라고 하는 인터넷 이후 확장되고 있는 이미지들의 소비와 문화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사람들이 했었던 이야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란 바로 저 길가에 사람들이 계

절이 지나가면서 패션이 바뀌는 것과 같고, 사람들이 듣는 음악의 리듬이 바뀌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것

들을 파악하고 캐치하는 힘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아주 감각적인 것입니다. 규정할 수 없고 언어로 만들

어질 수 없는 것이죠. 전면으로 나오는 콘텐츠의 두려움, 내용이라는 것의 두려움, 내용이 두려우니 피상

성, 표피성, 껍데기, 디자인들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마치 60년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태도와 닮

았습니다. 팝적인 포스트디지털의 겉 표면에 아주 집착하죠. 스마트폰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의 맞물려본

다면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아까 지미엡스키의 토론회가 벌어지던 공간은 세실 에반스(Cecil Evans)의 패션쇼 런웨이같이 설치가 되

어있고, 작년에 세실 에반스가 개발해낸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서 그 목소리로 노래를 하며 몽환적 뮤

직비디오가 진행이 되는데, 뮤직비디오가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TV 광고였습니다. 아

주 익숙한 TV 광고들을 새롭게 편집해서 짜깁기를 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실이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들, 쓰고 버린 찌꺼기들이 어떻게 재결합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사실 신제도주의에서 엄청난 리서치 기반의 자료들이 전시장에서 텍스트로 등장하고 정보체계

로 만들려는 엄청난 노력을 했잖아요. 그게 인터넷과 지식정보사회에 대한 집착이 계속 맞물려서 상황

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저장매체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미디어 이

론가들이 말하기를, “최근 3년 동안 만들어낸 데이터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데이터보다 많다.”라

고 합니다. 이미지도 많이 생기죠. 흥미로운 것은 “생산된 이미지들이 이렇게 많은데 새로운 것은 무엇일

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플로피디스크에 보관하고 있었던 10년 전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낡을까? 해상도 때문에 낡아 보

이는 걸까?” 제가 고민을 하다 빌렘 플루서(William L. Pressor)가 쓴 피상성과 관련된 텍스트를 봤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미지가 낡는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선형적 방식의 역사성, 인류학적 연구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했어요. 그가 제시한 것은 신경증적 인류학인데,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접하면 뉴런이 이

것을 소비해 버립니다. 우리의 뇌가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이미지는 낡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인터

넷에 쓰레기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오늘날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예술가들은 이것을 키치처럼 주워 모으

는 작업을 합니다.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쓴《스크린 추방자들(The Wretched of the Screen)》

에 보면 ‘가난한 이미지’라는 것이 나옵니다. 이 웹 안에 넘쳐나는 이미지들 안에서의 소비미학이 같이 맞

물려서 새로운 포스트-인터넷의 실험적인 키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도 미디어시티서울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의 제목을 운율상으로 보면 <귀신 간첩 할머니>를 연

상하게 됩니다. 세 음절로 나눠지고. ‘리, 르, 라’라는 흐름을 보면 운율상 리듬감이 있습니다. 백지숙 감독

이 만들었던 미디어시티는 전적으로 베를린 비엔날레의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젊은 작가들의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고, 실제 베를린 비엔날레, 올해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섞여있었습니다.

이 주제는 아시는 것처럼, 다니카와 타로(谷川俊太郞), 《20억년 광년의 고독》에서 따온 주제입니다.

‘DIS’가 기획했었던 베를린 비엔날레는 이렇게까지 전쟁, 재난, 사회적, 심리적, 지정학적인 환경들과 연

동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미학적인 성격이라든가 전시의 구성은 포스트-인터넷 환

경과 비슷해 보이고, 전면에는 예술의 언어, 화성의 언어, 텍스트화 되지 않은 언어를 모색한 것처럼 보이

지만 실제 전시는 매우 컨텍스트적이었습니다. 들여다보면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전시 중 하나였고요.

흥미로웠던 건 백지숙 선생님은 인사미술공간, 아르코미술관을 거쳐 오신 분이라서 신제도주의적 차원에서

의 제도적 고민을 전시 안에 아주 꼼꼼하게 집어넣었습니다. 그래서 대안적 교육과 예술가, 시민을 위한 학습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오늘날 예술이 어떤 교육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와 관련

해서는 앞에서 로저 브뤼겔이 고민했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강연 프로그램들이 3주간에 걸쳐 이루어

졌고, 또 장애 교육 등을 북서울미술관에서 다루어서 최태윤 선생님의 ‘불확실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이것

은 새로운 교육적, 제도적인 차원의 미술관 고민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남서울미술관에 보면 그 때 동영상들

이 있어요. 도록이 나오면 꼼꼼하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유의미한 비정기 간행물도 있었습니다.

<도판 9> 2016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 전시 전경 일부. 세실 에반스의 영상과 패션쇼 런웨이같은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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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반 데르 폴(Bik Van der Pol) 같은 경우는 소장품을 끄집어냈습니다. 앞에서 클레어 비숍이 이야기했

었던 소장품을 재고해서 시민들과 다시 연구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했던 것과 비슷한데, 그런 프로젝트

가 있었습니다. 2주 만에 전시들이 계속 바뀌고, 다양한 6명의 시민들, 다른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전시

기획을 했었던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SeMA-하나 미디어아트 상’ 수상식이 있었는

데,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라는 베를린에서 유람선을 갖고 작업을 했었던 태국

작가와 청각장애인 작가인 크리스틴 섬 킴(Christine Sun Kim)이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바벨>도 주목할 만한 전시입니다. 어떻게 요즘 신세대 신생공간하고 연결되고, 연동되어 움

직이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제도화 되어있었던 것을 신제도주의적 관점에서 대안공간 네트워

크를 꾸렸던 저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실험들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신진 예술인 전시에 게임 유형의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들

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은 3, 4년 내에 걸쳐서 기관들이 더 늘어납니다. 평창

동에 내후년, 앞서 소개했던 신제도주의적 미술관들이 갖고 있는 소장품 분석부터 모든 리서치를 기반으

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생기고, 사진과 영상 이미지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진미술관이 열리게 됩니

다. 또 서소문에는 아카이브 형식으로 분석하는 미술공간이 만들어지게 되고, 대안공간 형식으로 SEMA

창고와 벙커, 백남준 기념관들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지난 20여 년간 전시 플랫폼이라

고 할 수 있는 미술제도인 미술관을 둘러싼 비엔날레와 대안공간, 혹은 신생공간으로 불리는 최근의 대

안운동 그리고 그들의 작업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UMMARY

<래디컬 미술관>, 동시대 미술관에서 ‘동시대적’이란 무엇인가?

• 현대미술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던, 포스트모던, 컨템포러리를 관통하는 맥락을 토대로 동시대 미술 환경의

다변화를 유추하고, 예술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정치적 흐름 변화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 현장에서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인물들이 뮤지엄으로 유입되거나, 이에대한 비판으로 뮤지엄내에서 ‘신제도

주의적 실험’들이 작동하고 있다. 클래어 비숍의 저서 <래디컬 미술관>는 아래 세 예시를 통해 미술관이 지나간

과거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과 현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때 ‘동시대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네덜란드의 ‘반 아베 미술관’은 리서치를 토대로 과거의 작품들을 재구성하여 현대의 제도적 기능을 정치적으로 비

판하거나 재고를 요하는 형식의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예술작품을 단순히 역사화 시키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였다.

→ 스페인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주로 역사적 컨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작가들, 작품들, 의제들을 소개하는

데, 그 안에서 오늘날 스페인의 사회현상이 반영된 탈식민 정치적 의제들이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류블랴나의 ‘메텔코바 미술관’은 동시대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미술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전시로 만들어 낼

것인지 숙고한 결과, 동유럽 사회 상황들에 대한 적극적인 리서치와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신제도주의의 도래와 실험적 비엔날레의 대두

•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를 거쳐가면서, 유럽은 자기중심주의를 스스로 타파할 수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서구가

전 세계에서 펼쳐왔었던 문화적인 식민적 형태들에 대한 반발과 탈식민 이론이 더해지면서 예술은 정치적으로 투쟁하였다.

→ 오쿠이 엔위저 감독은 ‘카셀 도큐멘타11’ (2002)에서 유럽의 어법으로만 설명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서구

중심의 다문화주의와 탈식민에 관한 의제들을 전 세계로 확장하여 사회정치적으로 비판하였다.

→ 잉카 쇼니바레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사람들이 해왔던 엄청난 만행들을 작품으로 고발하였고 타냐 부루구에

는 쿠바 자체에서 있었던 고문과 살육의 현장에 대해서 퍼포먼스으로 표현하였다.

• (국내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그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파묻어버렸던 역사 속 참혹한 사건들, 재고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거나 더 무서운 형태로 남을 수 있는 추상적이었던 주제들, 혹은 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인문학적 의

제들 등 가치가 될 만한 모든 예술의 주제를 리서치하고 발굴하면서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 박찬경은 오늘날 아시아의 사회적 의제가 들어가 있는 리서치 형식의 비엔날레 <귀신 간첩 할머니>를 기획

하여, 아시아 냉전체계 이후 직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인문학적 의제로 풀어냄으로써 아시아의 근대사를 되돌아

보고 기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사회정치적 비엔날레 흐름의 전환과 사례들

•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 <드래그된 현실>(2016)는 “사회정치적 현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이전의

비엔날레가 만든 정치적 현실이라는 것도 사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인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이전의 사

회정치적 비엔날레와는 다른 흐름을 전개하고 있고, 전시주제와 형태의 변화와 함께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신생공

간의 새로운 실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DIS(패션저널그룹)는 “사회정치적 현실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라는 것도 하나

의 가상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사회정치적인 비엔날레 전시와의 단절을 역설했다.

→ 2016년도 <미디어시티서울>에선 새로운 교육적, 제도적인 차원의 미술관 방안을 위한 대안적 교육과 예술가,

시민을 위한 학습 공동체를 만드는 등 신제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제도적 고민을 볼 수 있었다.

→ <서울바벨>을 통해 선보인 신생공간의 활동과 연대의 사례도 과거 대안공간의 네트워크를 꾸렸던 이전세대

와는 완전히 다른실험(방법)을 하고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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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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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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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정일주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강원일보 편집국 문화부 기자(2001-2003), 월

간 <미술세계> 편집부 기자(2003-2005), 여성신

문 편집국 정치부/문화부 기자(2005-2007), 자

음과 모음 <아트레이드> 기자(2007-2009),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팀장(2009-2011)을 역임하였

으며, 현재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2011- )이

다. 《미술투자의 귀신들》(2008) 자음과모음 공

저를 펴냈으며, <루엘>, <애비뉴엘>, <비욘드> 에

기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정일주입니다. 이 강연주제가 처음 저에게 전달되었을 때 많이 고

민했습니다. 저는 작가가 홍보한 내용을 받는 사람이지, 작가를 홍보하는 주체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기

자 생활을 한 지난 15년 동안 작가들과 대화하거나 자료를 받으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결국 여러분들이 상대하는 사람이 갤러리 오너나 미술관 실무자, 잡지 등 언론매체 기자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 입장을 분명하게 설명하면 좋겠다 싶어서 강연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최근에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포지엄, 토론 등에 많이 초대 받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진취적이

고, 작가들 자체가 다각화 되어있어서 굉장히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도 많고, 토론하는 것이 전문화 되어

있어요. 그래서 지금 막 활동을 시작하는 작가들 대상으로 많은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약 3주 전

에 대구예술발전소가 주최한 토론회에 여타 전문가들과 “젊은 작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미술관 학예실장이나 평론을 30년 이상 하셨던 분들이었는데 “자

기 안에 있는 나만의 것을 찾아야 된다.”는 이상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초대된

작가 한분이 “견디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이 굉장히 속상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작가들이 적지 않고, 작업들 또한 굵직굵직한 카테고리들로 묶입니다. 그 중에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작가에게 분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 또한 우

리나라에선 좀처럼 변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무엇인가를 해주면 단지 재능기부이고, 작가들도

좋고 우리 기관도 사는 것 아니냐하는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작가들이 맺고 끊고를 해야 하는데 그 기

준 또한 굉장히 모호합니다. 누가 그것에 대해서 기준점을 잡아주기도 쉽지 않지요. 평론가나 기자도 작

가와 한 걸음 멀어져있기 때문에, “내면을 찾아라.”, “나만의 것을 숙고해라.” 이렇게 추상적인 얘기를 하

는데, 작가 자체는 “견뎌야 이기는 것!”이라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

습니다. 그래도 견디는 와중에 효율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면서 본인이 작업한 것에 대해서 뚜렷한 아카이

브를 쌓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작게나마 정보를 드리고 싶습니다.

각자도생 시기, 자가홍보 방안 마련이 필수적!

‘각자 도생’, ‘자가 홍보’라는 제목을 제가 붙였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에 운을 띄우는 말이긴 한데, 이

모든 이론엔 “작가는 작업이 가장 우선이다.”란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우선 보도 자료에 대해 말씀드릴

까요. 이는 대부분 미술관이나 소속되어 있는 갤러리들이 배포를 합니다. 하지만 작가 분들이 직접 기자

들에게 자료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편지 형식으로 보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제 입

장에서 보면, 편지 형식의 글보다는 레이아웃이 세련되지 않더라도 분명하게 기승전결이 있고, ‘언제, 어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우리시대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광

활한 질문에 혹자는 “견디는 것”이라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독 작가

에게 (자본과 담을 쌓고) 제 재능을 기부하기 바

라는 이 시대에서 젊은 작가들을 자기만의 아이

덴티티를 견고하게 지으며 영민하게 자기홍보 또

한 병행해야 한다. 과연 홍보의 기승전결은 무엇

인지, 살짝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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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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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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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서, 무슨 전시를 하고, 이 전시의 내용은 어떤 것이다.’ 이런 한 장의 자료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또 요즘 작가 분들은 콘셉트가 정확하고 스스로 글도 잘 쓰기 때문에, 작가노트를 작성해 보내는 것도 효

율적입니다. 작가가 직접 쓴 글이 평론가의 글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고 무슨 얘기인지 직설적으로 알아

들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노트는, 주변에 이론을 전공하는 친구나, 큐레이터, 학예사로 전향한 친

구가 있다면 그들 도움을 적극 활용하세요. 그 친구들에게 검수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도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지만 제 글을 제 자신이 보면 어떤 점이 모호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본인이 쓴 작가노트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주변의 인프

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는 가장 임팩트 있는 것으로 보냅니다. 여러 장 보내

면 효과가 없어요. 한두 점만 딱 추려서 대표 이미지를 보내는데, 그때 캡션까지 정확하게 달아서 보내

는 것이 훨씬 프로페셔널해보입니다.

배포 방법은 업데이트 된 기자 명단을 확보하셔야 합니다. 전문지 같은 경우에는 한번 있으면 붙박이지

만, 일간지 같은 경우에는 미술을 담당하는 기자가 끊임없이 바뀝니다. 이미 A라는 기자가 다른 걸 담당

하고 있는데 예전 명단을 확보를 해서 그 사람에게 보내면 절대 소용없거든요. 업데이트 된 기자 명단은

김달진미술연구소나 여산통신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니면 금천예술공장 운영사무실

을 졸라서 얻는 것도 방법이겠지요?(웃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친한 큐레이터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입

니다. 상업화랑 큐레이터들은 기자명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확보해서 활용하시면 되는데, 불

특정 다수의 많은 기자들에게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작업과 어울릴 만한 매체라고 생각하는 곳에 전력투구 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 다른 방법을 말씀드린다

면, 서점에 가서 잡지들을 보다 보면 기자 이메일이 적혀 있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지죠. 글 끝에 이름과

메일 등이 노출돼 있습니다. 발품을 팔 수 있다면 굳이 리스트를 돈을 주고 사거나 아는 사람을 졸라서

얻지 않아도, 본인이 스스로 대상을 정해놓고 그 사람들을 집중공략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체발송처럼 보내는 것보다 “안녕하세요? 정일주 기자님” 이런 식으로 대상을 적시

합니다. 작가도 본인을 홍보해야 하는 필요가 있는 만큼, 기자나 갤러리스트도 그 사람이 나를 알고 지

목했다는 것에 크레딧을 엄청 주고 가지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단체 발송한 티는 절대 안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포 시기가 있습니다. 전시 중간 아무 때나 보낸다고 기사화되는 게 아닙니다. 일간지 같은 경

우 각 매체마다 미술 게시판이 따로 있어요. 기획 시간까지 고려해서 최소 일주일 전에 배포를 해야 합

니다. 문제가 있는 게 작가 분들은 대부분 자기 작업을 앞두고 혼과 열정을 다 쏟아 붓잖아요. 전시를 시

작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다가, 전시 시작 후 정신을 차리면, “아 맞다 홍보. 내가 이러다가 끝나버리겠

구나.”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우연히 보게 된 전시에 매료돼서 “전시가 좋은데 어디에서도 정보를

보진 못했다.”고 작가에게 물었을 때 “시간을 놓쳐버렸어요.”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작업할 때 홍보하는 기간을 따로 빼 놓으세요. 그게 단 3일이 되었든 간에, 어느 월간지에 홍보를 할지

계획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매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

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지 기자는 좀 다르긴 합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어도 이것을 기사화하는 것이 유의미하다 싶으

면 지나간 전시도 다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도 전체 책의 분량으로 따졌을 때에는 앞으로 열리

는 전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가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우선으로 합니다. 그래서 전시 일정 한

참 앞에 홍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월간지 같은 경우, 제가 몸담고 있는 미술 전문

지 같은 경우를 말씀드리면 25일이 마감이에요. 그런데 월초에는 굵직한 지면들을 다 기획하고 시작합

니다. 12월이 되면 1월호를 만듭니다. 그래서 본인의 전시가 만약 3월 전시이면 2월 초에는 전시홍보

를 하셔야 됩니다.

동시대 트렌드와 다양한 디자인 효과를 활용한 포스터

전시 정보를 보내실 때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한 이미지에 정보가 담긴 것을 임의로 포스터로 지

칭하겠습니다. 요즘 모바일 홍보도 굉장히 활성화 돼 있지요. 그렇지만 모르는 기자들에게 모바일을 보

낼 일은 없으실 것 같고, 확보한 몇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실 때 포스터가 있으면 굉장히 효과적입

니다. 요즘에는 GIF 파일 효과까지 더해져서 눈길을 사로잡는 포스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들 손재주

가 있고, 색감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시간 투자를 한다면 만드실 수 있습니다. 저 같

은 경우 보통 상업 갤러리나 미술관 홍보 자료는 하루에 20개 정도 받습니다. 국내외 합치면 일주일 동

안 150개가 넘는 홍보메일을 수신하지요. 그 많은 것 중에서 뭔가 촉감을 건드리거나 시각을 건드리거

나 타이틀 같은 게 자극적이거나. 뭔가 달라야 그것을 따라 들어가게 되니, 시각적 어필은 도저히 무시

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메일을 따라 들어가 흥미가 자극되면 작가 ‘브랜드 웹’을 찾아보게 되죠. 작가 홈페이지를 ‘브랜드 웹’이

라고 부르는 이유는, 저는 아티스트 한분 한분이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모든 걸 기획

하고, 만들고, 책임지고. 지금은 홍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브랜드라고 말을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웹이 천차만별인데, 들어가 보면 전문적이지 않은 아티스트 웹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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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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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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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꾸며놓고 컨텍할 수 있는 라인이 없다든지 하는 웹이 제일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 작가가 좋아서 서치

까지 다 했는데, 연락을 해서 더 좋은 해상도가 있는 작업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하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조그맣게 라도 어느 매체에 실렸다거나, SNS 등에 본인

작업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거나 하면 그런 것까지 업데이트 해놓으시는 게 중요합니다. 기자들

은 첫 기사에 부담감을 느낍니다. 아직 남들이 알아봐주지 않은 작가, 본인이 그런 작가를 써야 되면 방

향을 잡는 것 자체가 많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전에 작은 뉴스레터에 실렸던 조그만 기사

라도 있다면, 어필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 페이스북 통해서 자신의 근황 알리며 진행 중인 작업을 노출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건 호불호가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대중하고 소통하는 그런 팝적인 작업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덜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페이스북에서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그 작업이 한꺼번에 집합해서 열린다고 할 때, 그 전시를 찾아가 보게 되진 않

더라고요. 그런 장단점 같은 것을 잘 버무려서 노출의 빈도수나 대상을 정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 ‘브랜드 웹’ 관리를 통한

대외 인지도 제고 노력

작가 ‘브랜드 웹’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이 그야

말로 본인의 정체성과 작업을 집약해서 보여줄 수

있는 우물 같은 곳이죠. 레이첼 맥클린(Rachel Ma-

clean)은 2016년 12월 퍼블릭아트 표지 작가인데,

87년생 정도의 젊은 스코틀랜드 작가예요. 내년 베니

스 비엔날레 스코틀랜드관을 책임질 작가입니다. 처

음 작업 이미지만 봤을 때도 재밌었지만, 홈페이지를

가서 이력과 다른 작품들도 확인을 하면 홈페이지를

진짜 자기 작업처럼 만들어놨습니다. 로딩하는 게 작

업 자체인데요. 모든 카테고리를 작업의 에센스로 구

축해놨습니다.

밥 답(Bod Dob)이라는 작가는 캘리포니아에서 작업

을 하고 있는데, 이 작가는 슈퍼마리오 이미지를 차용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입니다. 카테고리는 거

의 다 비슷하죠. 뉴스에 실렸던 것, 자기 페인팅 작업,

판화 작업 등의 카테고리, 그리고 컨텍트가 있는 식으

로 작업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창구가 필요합니다.

알렉 도우(Oleg Dou) 같은 경우도 예전 저희 표지를

장식했던 러시아 작가인데, 6년 전 처음에 한국에 왔

을 때는 29살 정도 밖에 안 되었었고, 작가가 참 자신

의 작업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신문과 여성지에 많

이 났었는데, 이 작가 같은 경우 자기 스타일을 프로모션을 잘하더라고요. 일부러 굉장히 무표정하게 시

종일관 포토라인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레퍼런스 중 한국작가가 한 명 있는데, 국문이 섞여 있으니까 홈페이지 보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박

민준이라는 71년생 작가입니다. 홍대 회화과를 나왔는데 근래에는 전시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홈페이지

를 잘 관리합니다.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자기가 글을 써서 어필

을 하지는 않지만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언제나 새 작업과 자기에 대한 정보, 수정된 사항을 깨끗하게 정

리를 해놓는 거예요. 많은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없는 데스크에 앉아있는 기자에게는 이 부분이 중요합니

다. 이 작가가 그만큼 작업에 신념을 갖고 일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고 프로페셔

널한 이미지를 한꺼번에 전달을 할 수 있어요. 카테고리에 스테이트먼트, CV, 컨텍트, 블로그가 있는데요. 블로

그에서는 자기가 그림에서 미처 다 풀지 못했던 성향, 철학들을 좀 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작업 같은 경우에

는 드로잉, 유화, 발표되지 않은 신작들까지 들어가 있어요.

<도판 2> 레이첼 맥클린의 브랜드 웹 메인 페이지. 모든 카테고리

를 작업의 에센스로 구축(www.rachelmaclean.com/)

<도판 4> 알렉 도우 브랜드 웹.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비슷하게 디자인함(olegdou.

com)

<도판 3> 알렉 도우 「버섯 왕국(Mushroom Kingdom)」

2013, C-프린트, 120×120cm 또는 180×180cm

<도판 1> 레이첼 맥클린 「우리는 데이터를 원한다!(We want

data!)」 2016, 염료 승화 섬유 프린트 시리즈, 2.1×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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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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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스피어스(Vee Speers)는 50대 후반의 여자 작가

입니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어른스러운 의상을 걸쳐

놓고 얘기를 풀어갑니다. 우리나라에 온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를 잘 아는 작가입니다. 저희 책에 한번 실렸

었고, 사진전에 많이 참여하고,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

를 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

들이 자기에게 애정을 갖고 높이 인정해준다고 고마

워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그동안 포트폴리오, 전시

했던 내용, CV, 컨텍트할 수 있는 방법이 카테고리에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메일이나 메모 같은 것들이 왔으면 그것에 대해 공개를 해서 충실하게 대답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료 요청을 할 경우에는 신작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작업 중 제일 임팩트 있

는 작업을 캡션과 같이 보내주시는 게 제일 효과적입니다. 에이에스+에프(AES+F)는 모두 아실 텐데, 사

실 이미지만 봐도 작가의 성향이 간파가 되시죠.

모즈(Moz)라는 작가도 흥미로워서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주 파격적인 작가입니다. 모즈 페

인팅으로 검색하시면 금방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셀러브리티들 하고도 작업을 많이 하고, 뮤직비디오

아트 디렉팅에도 참여했습니다.

효과적인 정보의 전달,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

단체메일을 띄우는 것보다는 한 사람씩 메일을 보내는 게 좋다고 아까 말씀 드렸는데요. 아니면 직접 만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의지가 강하고 이번 전시만큼은 전환점을 맞는 전시다 싶을 때는 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전화를 하면 아마 10명 중 9명 정도는 자료만 보내달

라고 얘기를 할 게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우편 발송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모두 다 보관할 수 없고, 자료가 양질의 것들도 있지만 졸업작품

전, 동아리전 같은 것도 많습니다. 우편 발송을 뜯을 사이도 없이 지면이 채워집니다. 작가 분들은 정성껏

보내시는 것인데, 효율적이지 않아요. 메일을 보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 만큼

은 만나야겠다.”하는 경우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CD에 담아오셨습니다. 지금은 CD가 아닌 USB

에 담아 와야 하는데, 대부분 미술관이 USB에 로고를 박아서 따로 만듭니다.

책에 이미지가 인쇄되는 순간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데이터 자체로 USB에 담아서 주는데 그 USB

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 마크라든지, 작업의 일부 등을 프린팅해서 줄 수 있으면 효과적입니다. 그

것을 받는 경우에 사람들이 “이미 이 작가는 준비된 사람이구나, 당당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동안 받는 입장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제 주변 사람들을 인터

뷰했습니다. 윌링앤딜링, 갤러리바톤, 갤러리EM 등 대표들에게 물어봤고,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았는데

결국 제 얘기와 비슷해요.

<도판 5> 비 스피어스의 브랜드 웹 메인 페이지. 포트폴리오, 전시했던 내용, 출판, 블록, CV, 컨텍트로 구성(www.veespeers.com)

<도판 6> 모즈 「줄을 향한 욕망(Lust For Ropes)」 2014, 나무

에 아크릴, 밧줄 132×49×3cm

<도판 7> 모즈의 브랜드 웹 메인 페이지

(www.mozpaint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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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변화와 셀프-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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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 전시와 작가활동을 위한 자가 홍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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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바톤 대표는 작가들이 직접 와서 포트폴리오

를 놓고 가는데, 그것보다는 웹으로 먼저 인사를 나

누는 것이 부담이 덜하고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계

기가 된다고 얘기하셨습니다. 그럴 경우 ‘바톤 대표

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이름을 정확하게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행보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

고, 나는 당신이어야만 한다.” 그러면 그 작가에 대해

서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중앙일보 기자는 작은 폰트로 된 편지형 메일보다는 간단

하더라도 포스터 이미지나 PDF 파일이 훨씬 좋다고 했습

니다. 물론 작업이 좋은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얼마나 상대를 매혹시키는가가 홍보의 관건인 것

은 지당한 사실인데, 작가 같은 경우에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호소를 하는 건 시대가 지났습니다. 옛날에는 개인사

를 호소하는 편지들도 많이 있었지만, 압축된 정보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도판 8> 전시 공간과 미디어관계자와 직접 만나 홍보를 요청할

때는 상징마크나 작업의 일부를 각인한 USB를 제작하면 효과적

Q&A

Q :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김가람이고요. 제가 오늘 자가 홍보 방안에 대한 스터디를 참석하게 된 것은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전이라든지, 기관이라든지, 갤러리 선정전을 들어가게

되면 저는 편하게 작업만 하면 홍보들을 다 해주십니다. 그러나 기금을 타서 전시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본인이 홍보까지도 맡아서 해야 하는데, 제가 올해 기금을 받아서 전시를 했어요. 그런데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 자리에서 궁금했었던 건 기금을 타서 전시를 하게 된 경우에, 알려주신

것처럼 똑같이 해도 충분히 노출될 수 있는지요.

A : 기금 전시는 2주나 3주 정도잖아요. 그 전시가 시작된 다음에는 월간지는 힘들고, 일반지 같은 경우에도

전시가 시작되기 전이 아니라면 효과가 없습니다. 다른 전시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좋은 작품을

했었어도 모르고 지나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전시를 준비하다가도,

시간을 두고 메일을 하든, 찾아가든, 전시를 어떻게든 어필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Q : 그래서 궁금한 점이 새 작품이 나오게 될 경우 전시 직전까지 완성이 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대표

이미지를 말씀하셨는데, 보통 월간지는 한 달 전에도 연락을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A : 그럴 경우에는 본인에게 가장 특별한 작업을 보냅니다. 그러고 난 후 이 작업은 이번 전시와는 다르다고

설명을 하시는 것이죠. “전시가 언제인데, 바로 전에 완성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미지는 완성 되는대로

업데이트 해주겠다.”고 소통을 하시면 됩니다. 작품 전반에 대해 매력을 느낀 사람일 경우에는 기꺼이

기다립니다. 전시에 해당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전작을 보면 이 사람의 역량이 어느 정도라는 게 가늠이

되기 때문에, 완성된 신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관심을 유도

하시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Q : 도록 제작에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보다 이메일로 PDF를 정리해서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전시가 완료된 후 도록을 만드는데, 주변 작가들과 몇 부를 찍을까 심각하게

논의를 합니다. 전시를 할 때마다 점점 쌓여가잖아요. 작가들도 무턱대고 발송해도 다 소장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인데 조금 제작하는 것이 맞는가가 고민이 됩니다.

A : 카다로그 화집 등 인쇄물에 대해 정말 회의적입니다. 기금 같은 경우 인쇄 제작하는 파트가 정해져

있잖아요. 이젠 책자 대신 자기 영상을 아카이빙 하거나, 웹페이지를 다정리하는 식으로 기금을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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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지원할 때 내용을 구분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쇄 제작물에 애정을 쏟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편물이 너무 많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파쇄를 합니다. 아니면 폐지로 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버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음이 아프고, 보내신 분들 입장에서도 민망한 상황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김달진

미술연구소처럼 정보를 보관하는 기능을 하지 않는 한, 인쇄물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인쇄물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소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수만 제작을 하시는 게

맞습니다. 매체에 보내는 것은 이제 소용이 없지 않을까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Q : 도록도 PDF로 만들어서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훨씬 나을까요?

A : 그렇습니다. 그런 경우가 제일 좋고요. 광고 같이 티징 영상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만약 제가

홍보를 잘 하는 작가라면 작업에 대한 티징 영상을 만들겠습니다. 그게 다만 1분이든 30초여도, 이

작가와 작업에 대해서 눈길을 끌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그것을 보낼 수 있으면 제일 좋습니다. 요즘

해외 작가들, 예를 들면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 중인 필립 파레노 같은 경우에도 작업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몽환적으로 광고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Q : 오랫동안 기자 활동 하시면서 롱런하는 작가도 보셨을 것이고, 아닌 분들도 보셨을 것 같습니다. 작품도

물론 좋아야 하겠지만, 홍보 측면에서 어떤 요소들이 작가가 좀 더 오랫동안 관심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A : 사실 작가가 직접적으로 한 홍보는 효과적인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번 작가가 인기를 끌 때가 있잖아요.

매체나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눈길을 받았다면, 여기저기에서 제안이 오게 됩니다. 그때 한꺼번에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더 쉽게 말씀을 드리면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어떻게 진행이 될지 보이는 전시만

하실 필요가 있어요. 본인이 관심을 갖던 기획자나 갤러리가 갑자기 제안을 해온다고 해서, 기회가 지금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전시를 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은 묘하게 작가들한테 신비로움을 갖고

있어요.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군데에서 보이는 순간 매력을 잃습니다. 저는 이게

분명한 자기 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보아왔던 작가 중에도, 한때 갑자기 확 떴던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지금은 작업을 안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거슬러 올라가서 옥션에도

나오고, 대형 기획전에도 나온 후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처럼

영 아티스트라고 분류될 수 있는 분들은 그런 유혹에 잘 견디셔야 되고, 조절을 잘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Q : SNS 홍보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셨는데요.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태그를 잘 붙이면 세계적으로

검색이 되기 때문에 그림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시를 하지 않은 신작들을 올리면, 친구는 그렇게 다 보여주지

말라고 해요. 반면 비슷한 작품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작 연도가 찍히니까 먼저 작품을 했다는

증거가 생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A :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렇게 작업을 다 보여주는 분들은 다른 식으로 구성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르게 변형을 해서 신작이라면 보호를 해주시는 게 좋고, 미발표 신작이더라도 다른 식으로 연출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작가들 두세 분이 페이스북으로 경쟁적으로 올립니다. 일기처럼

하시는데, 저는 그 분들한테서는 기대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저희가 벌이는 없는 회사인데 아카이브는 많이 쌓여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인스타그램을 하고 싶어

하는데, 선호 1순위가 아티스트 작품입니다. 작품으로 인스타그램을 하면 고급스러움이 유지가 되거든요.

사진을 보정하지 않아도 작품이라고 인정되는 순간 사람들이 경외심을 갖기 때문에, 작가들을 몇 명

섭외해서 회사 슬로건과 병행해서 인스타그램을 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습니다. 그러나 작가 입장에서는

딱히 도움이 안된다고 여깁니다. 특히 페이스북은 글도 같이 올라오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습니다. 시국

이나 아니면 특수한 사회적 사건과 맞물려서 자신의 작업을 올리거나, 본인의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완성 작품을 올리는 것은 저 개인적으로는 진심으로 반대합니다.

Q : 지금 매체의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최근 해외에서 큰 상을 받으신 분의 포스터 이미지가 10년

전 다른 작가의 개인전 포스터하고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혹시 이쪽 일을 하시면서 표절 시비나 기사를

쓰신 적이 있으신지요?

A : 자주 등장하는 기획입니다. 기자들이 새로 입사하면 항상 ‘표절인가, 오마주인가?’에 대한 기획을 낼

정도이지요. 저희 잡지에서 구체적으로 르포 식으로 다룬 적은 없는데, 아주 예민한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작가들이 제일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아요. 해외 출장을 가서

보면 유사한 작업이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이것을 다루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조심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야말로 이미지 홍수 시대이기 때문에 너무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들 보면

눈코입이 작고 크고, 그런 식으로 몇 분류로 나누는 것처럼, 작가들 작업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작업

철학이 얼마나 분명한가?“ 아니면 “타이틀을 얼마나 명확하게 잡는가?”, “색감 처리를 어떤 식으로

하는가?”에 따라서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읽는 거죠.

Q : 표절이 의혹되는 작가는 이미 파워를 얻은 상태고, 10년 전 작가는 그냥 주부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해결을 해야 되는 건가요?

A : 표절에 대한 형사나 민사소송은 많습니다. 최근에 실로 설치 작업하는 작가 둘이 서로 원조를 주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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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 났는데요. 그런데 문제 제기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를 제기 한 순간, 내 작업에 대한

고유성 같은 것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킬 수 있습니다. 작품이 작가의 모든 것인데 그것을 뺏기고도,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문제 제기를 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셔야죠. 그리고 어떤 사람

들이 같이 참여를 해서 공론화 해주는가에 따라 훨씬 성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Q : 얼마 전에 문화재단과 전시를 했었는데, 거기에서 도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록에 평론이 들어가야

하는지 얘기가 많았어요. 유명한 비평가가 써주신다고 해서 다른 분들은 받겠다고 했고, 저는 굳이

필요 없겠다고 했습니다. 매체 입장에서 비평 글이 있으면 홍보나 신뢰감을 주는 데에 꼭 도움이 되는지요?

A :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매체 입장이 아니라 작가 입장에서라면 최대한 받아 놓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 본인이 허용을 하든,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든, 그건 차후의 문제입니다. 프리랜서가

리뷰를 쓰든, 인문학자가 쓰든, 그것 자체가 자기 재산입니다. 더군다나 재단에서 매칭까지 해서 글 값에

대한 부담도 없이 하는 것이라면 본인 작업을 “이 사람은 이렇게 보는구나.”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까 물어보셨던 질문에 정확히 대답을 한다면, 확실히 이름 있는 사람이 글을

써주면 어떤 계기로 글을 썼던 간에 그만큼 파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UMMARY

각자도생 시기에 자가 홍보 방안 마련이 필수적!

• 홍보 요청시 나열식 글 보다는 타이틀, 장소, 일정이 정확하게 기재된 보도용 텍스트, 이미지를 한 페이지 분량

으로 압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도용 텍스트는 작가노트를 중심으로 전문 ‘글쟁이’에게 검수를 거쳐야 글의 객관성을 담보 할 수 있다.

→양보다 질! 이미지는 가장 임팩트 있는 작품 1~2컷을 선정하여, 고화질로 캡션과 함께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 최근에 업데이트 된 미술, 유관매체 기자 명단을 확보하여 홍보를 위한 최신 네트워크를 유지해야 한다.

• 매체별 기획 시간과 발행기간을 고려하여, 최소 1주일 전 관련자료(전시정보 및 보도자료 등)를 배포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동시대 트렌드와 다양한 디자인 효과를 활용한 포스터

• 하루에도 수십 개의 홍보물을 수신하는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포스터가 눈에 띄거나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단순한 1차원 이미지가 아니라, GIF 파일을 활용한 포스터나 30초에서 1분가량의 광고와 같은 티져 영상 제

작도 효과적이다.

작가 ‘브랜드 웹’ 관리를 통한 대외 인지도 제고 노력

• 동시대 작가는 하나의 기업과 같이 기획, 제작, 홍보를 자신이 책임지고 있다. 웹페이지 디자인만으로도 작가의

성향이 파악 가능한 ‘브랜드 웹’을 구축하여 자기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웹’ 카테고리는 기본적으로 CV, 연락처, 포트폴리오, 프레스 릴리즈 등이 필수적으로 구성돼 있어야

하며, 이와 함께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다.

압축되고 군더더기 없는 정보의 전달,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

• 시대변화에 따라 홍보수단과 그 내용도 변화하고 있다. 정보홍수의 시대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작가와

작품을 홍보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메일로 홍보물 발송시 단체발송보다 특정인(실무자, 대표자 등)을 지칭한다면, 콘텐츠의 중요도나 주목성

을 높일 수 있다.

→오프라인을 통해 자료를 직접 전달할 경우 자신의 상징마크, 작업의 일부 등을 전달할 자료에(USB, 포트폴리

오책자 등) 삽입하여 제작하여 전달하면 차별화된 인식을 제공 할 수 있다.

• “감정호소는 이제 그만”, 무엇보다 작품의 우수성이 제일 중요하며, 자신의 콘텐츠(작품)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압축된 정보로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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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전문가 예술교육 프로그램

예술공장 스터디 ‘YES’Young-Artist Education Series

기획 실행 :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 : 이정훈

기획·운영 : 이헌, 김건희, 김수아

운영지원 : 김보경, 최소연

사진·동영상 : 홍민희

녹취: 김지현

디자인 : 더블유프로젝트

발행처 : 서울문화재단

발행인 : 주철환

발행일 :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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