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무기징역’· 인천 초등생 살해범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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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l 정 치 정의당은 연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함께 ‘야 3당’ 공 조체제를 구축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섰다. 국회에서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농성도 벌였다. 이정미 대표 는 12월 6일 국회 로텐더 홀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함 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열흘 째 되던 같은 달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로 단식을 중단 했다. 당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거제 개혁 법안을 2019년 1월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하기 전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은 직접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찾아와 이정미 대표와 손학 규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설득하기도 했다. 법 원 대법,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 상청구 소송이 2005년 국내 법원에 제기한 지 13년8개월 만에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 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 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 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 했다. 일본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을 우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정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여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국내에서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舊)일본제철에 서 강제노역한 여 씨와 신천수(사망) 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 송에서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 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했다. 여 씨 등 4명은 2005년 2월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 정된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 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 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2013년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 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라 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일본 기업의 상고로 다시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은 그 뒤 수년간 제대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승태 사법부 시 절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소송을 박근혜 정부와의 ‘거래 대 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이 재판을 고의로 늦췄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논란 끝에 대법원은 2018년 7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5년 만이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배상청구권은 ▲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등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창당 6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 떡을 옮기다 떨어트릴 뻔한 위기(?)를 넘기고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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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l 정 치

정의당은 연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함께 ‘야 3당’ 공

조체제를 구축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섰다. 국회에서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농성도 벌였다. 이정미 대표

는 12월 6일 국회 로텐더 홀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함

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열흘

째 되던 같은 달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로 단식을 중단

했다.

당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거제 개혁 법안을 2019년 1월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하기 전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은 직접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찾아와 이정미 대표와 손학

규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설득하기도 했다.

법 원

■ 대법,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

상청구 소송이 2005년 국내 법원에 제기한 지 13년8개월 만에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

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

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

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

했다. 일본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을 우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정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여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국내에서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舊)일본제철에

서 강제노역한 여 씨와 신천수(사망) 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

송에서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

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했다.

여 씨 등 4명은 2005년 2월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

정된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

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

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2013년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

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라

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일본 기업의 상고로 다시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은 그

뒤 수년간 제대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승태 사법부 시

절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소송을 박근혜 정부와의 ‘거래 대

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이 재판을 고의로

늦췄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논란 끝에 대법원은 2018년 7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5년 만이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배상청구권은

▲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등이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창당 6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 떡을 옮기다 떨어트릴 뻔한 위기(?)를 넘기고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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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

단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신

일철주금의 주장도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한 달 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미쓰비시의 배상 책임을

최종 인정했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랐다.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리한 변호사들은 대법

원 판결 후 일본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아 판결 이행을 촉구했

으나 면담을 거부당했다. 결국 변호사들은 신일철주금이 손해

배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 법관대표회의 상설화…제왕적 대법원장 견제

2017년 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시작된 양승태 사

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법원은 안팎으로부터

개혁 요구에 맞닥뜨렸다.

김명수호(號)의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사태가 대법원장

의 제왕적 권한에서 비롯됐다는 진단 아래 다양한 ‘권한 내려

놓기’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2017년 임시로 구성된 ‘전국 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했

다. 법원별로 소속 법관들이 대표 법관을 선출해 사법행정을

논의하고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은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

혹 수사의 주요 시기마다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018년 6월

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를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라는 선

언문을 채택했다.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문건

410건 중 일부만 공개했을 땐 미공개 파일 전부를 공개해야 한

다고 의결해 대법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은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라는 의견까지 내놔

내부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일로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부 지적도 있었다.

격랑 속에 9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

신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 행정회의를 설치하기로 했다.

행정처 상근 법관도 대폭 줄여나가 자신의 임기 내에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12월 국회에 보고한 자체 개혁안이 애초

구상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법원 개혁 방안에 대한

논쟁거리를 남겼다.

■ 이영학 ‘무기징역’· 인천 초등생 살해범 ‘징역 20년’ 확정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

기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줬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

1심을 심리한 서울북부지법은 그가 교화 가능성이 작고, 더 잔

인하고 변태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충분해 보인다며 검찰 구형

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특히 그의 범행이 ‘엽기적이고 사이코적’

이었다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영학의 항소로 진행된 2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형

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이영학이 어려서부터

정서적·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왜곡된 사

고와 가치 체계를 갖게 됐다며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사형을 선고한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

다.”라고 설명했다.

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그의 딸은 장기 6년·단기 4

년 형을 확정받았다. 미성년자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할 경

우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끝낼 수 있다.

‘어금니 아빠’ 사건 만큼이나 2017년 사회에 충격을 준 인천

초등생 살해범들도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

을 받았다. 다만 공범에 대한 판단이 1심과 달라지면서 형량이

바뀌었다.

1심은 직접 초등생을 살해한 10대 주범 김모 양뿐만 아니라

김 양과 연락을 주고받은 재수생 박 양 또한 살인을 공모했다

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0대인 김 양에겐 징역 20년을, 성인인

박 양에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박 양이 살인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며 대신

살인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에서 징역 13년으로

감형했다. 주범인 김 양에겐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살인은 김 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2심의 형량을 확정했다.

■ ‘황제보석 논란’ 태광 이호진 보석 취소로 재수감

2011년 재판에 넘겨진 이후 장기간 보석으로 풀려나 ‘황제보

석’ 비판을 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재파기환송심에서

7년 9개월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21일 거액의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와 보석 허가를 받으면서 7년 9개월가량 불구속

상태였다.

▲ 6월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법관 대표 110여 명이 참석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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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4년6

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다른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

단하면서 벌금을 1심의 20억원보다 줄어든 10억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

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 취지대로 206억

여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

을 선고했다.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이번엔 조세포탈 혐

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또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시민단체는 그동안 이 전 회장이 버젓이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

이 목격됐다며 보석 취소를 주장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한 검

찰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보석 취소 의견서를 냈다.

이 전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보석 결정은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지 특혜가 아니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

다.”라며 보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

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과거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

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고, 혐의가 무거워 도망할 염려가 있다

며 그의 보석을 취소했다.

7년 9개월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회장은 2019년

2월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 ‘친부 살해’ 무기수 김신혜 재심 확정 ·‘약촌 오거리’ 사건 진범 뒤늦은 단죄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 씨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2018년 9

월 김 씨 사건의 재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복역 중인 무기수의 첫 재심 확정이다.

김 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동생이 용의 선상

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대신 자백한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

고 아버지의 성추행 역시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경찰의

강압으로 진술한 것이라며 복역 중에도 노역을 거부하며 억울

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등

의 지원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광주지법 해남

지원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김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의 반발로 재심

개시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의 재심 확정으로 김 씨의 재심 공판은 1심을 맡았던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리게 됐다.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도 2018년 3월에서야 진범에게 단죄

가 내려지며 18년 만에 사건이 마무리됐다.

최 모(당시 16세) 씨는 2000년 8월 일어난 ‘약촌 오거리’ 택

시기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됐다. 최 씨가 입은 옷이나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그가 운전

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 씨는 결국 징역 10년형을 확정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 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최 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

혹 행위를 당했다.”라며 무죄를 인정했다.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던 최 씨의 누명이 16년 만에 풀린 것이다.

최 씨의 무죄 판결이 나자 경찰은 과거 수사 선상에 올랐던

김 모 씨를 다시 붙잡았다. 김 씨는 범행을 자백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전력이 있었다.

다시 붙잡힌 김 씨는 이번에도 범행을 부인했지만, 1·2심은

김 씨의 기존 자백과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 등에 비춰 진범이

라고 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려

진범에게 뒤늦은 죗값을 치르게 했다.

■ 중형 받은 국정농단 주범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파면까지 촉발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들은 대부분 1·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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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놓고 있다.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월 6일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면

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

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항소를 포기했지만, 검찰이 불복하면서 2심

이 이어졌다.

2심은 8월 24일 박 전 대통령에게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

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금

이 1심과 달리 뇌물로 인정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삼성그룹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

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부에서 2심 판단을 받은 ‘비선 실

세’ 최순실 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벌

금 액수는 200억원으로 늘었다. 딸 정유라 씨를 이화여대에 입

학시키기 위해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5월 15일 징역 3년이 확정된 점이 고려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

고받았다. 반면 2심은 2월 5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을 선고하고 이 부회장을 석방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승계 현안 등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판단 아

래 1심보다 줄어든 액수를 뇌물로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 씨의 상고심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옛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

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2심 확정판결을 받고 상고하지 않으

면서 11월 28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

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

다. 이 사건은 검찰 항소로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지만, 아직 첫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

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

려났다.

2월 13일 1심은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

금 70억원을 선고했지만, 신 회장의 경영비리 사건을 함께 병

합해 심리한 2심은 10월 5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에 대한 대법 판단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

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씨 조카 장시호 씨와 김종 전 문

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대법 판단을 앞두고 있다. 6월 1일 2심은

장 씨에 대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1심의 징역 2년6개

월보다 줄어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차관에게는 1

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장 씨와 김 전 차관, 검찰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

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기소

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상고

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1월 23일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

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배제에 관여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그는 9월 22일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문고리 3인방’도 1심에서 유죄

를 선고받았다.

7월 12일 1심은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안

봉근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호

성 전 비서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들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이와 별도로 최순실 씨에게 청와

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은 4월 26

일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해 직무유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판도 진행형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제대로

감찰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월 22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건으로 국가정보원을 동

원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구속돼 12월 7일 1심에

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2심은 우 전

수석의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있다.

■ 김기춘 ‘화이트리스트’로 다시 법정구속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

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지 두 달 만에 보수단체를 불법 지

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실형을 받고 다시 법정 구

속됐다.

10월 5일 1심은 보수단체에 지원을 강요한 혐의를 유죄로 보

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

속됐다가 기한이 만료돼 8월 6일 석방됐던 그는 60일 만에 재

수감됐다. 김 전 실장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월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 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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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l 정 치

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 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

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헌법 가치를 중시해야 할 대통령 비서실 구성원이 전

경련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한다.”

라고 말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선 “가담 정도가 중하

다고까지 보긴 어렵다.”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검찰은 모두 1심에 불복했다.

■ ‘비서 성폭행’ 안희정 전 충남지사…엇갈린 법원 판단

수행 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성폭행 폭로로 유력한 대권 주

자에서 한순간 추락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롤러코스터’ 같

은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안 전 지사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은 안 전 지사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

고, 구속할 경우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

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여전히 불구속 수사

가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재판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며 “도

덕적·정치적 책임은 감수하겠다.”면서도 ‘서로 간의 호감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도 “김 씨가 성폭행 피해자라면 할 수 없는 행

동을 했다.”라며 김 씨 주장을 반박했다. 안 전 지사 측 주장에

김 씨 측은 ‘2차 가해’라고 항의했다.

양측의 공방 끝에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데,

그의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안 전 지사가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였던 만큼 그에게 ‘위력’이 있는 건 맞

지만,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나 정황은 없다

는 게 1심 판단이었다.

이 같은 판결에 김 씨를 비롯한 여성단체가 거세게 반발했

고,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심은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는 법정에서 다시 피해자 증언을 했고, 법원은 2019년 2월

초 1심을 뒤집고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1심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한 김 씨의 진술을 인정했다.

■ ‘특활비 상납’ 국정원장들 1 · 2심 모두 실형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

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1·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

았다. 이들은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6억원, 8억원, 21억원을 각각 지

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6월 15일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병

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

다. 이병호 전 원장에겐 자격정지 2년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내외 보안 정보 수집 등에 쓰도록 용도나 목적

이 정해진 돈을 대통령에게 매달 지급한 것은 사업 목적 범위

를 벗어나 위법하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뇌물 여부는 “대통령

요구나 지시로 특활비를 지급하게 된 것이지, 대통령의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라고 봤다.

2심에선 일부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형량이 줄었다.

2심은 12월 11일 남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나란히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자격정지 2년도 선고됐다. 이들에게 특가법상 국

고손실 혐의를 적용한 1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단순 횡령죄

만 적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장들과 검찰은 모두 상

고했다.

■ ‘돈봉투 만찬’ 이영렬 前지검장, 무죄 확정

후배 검사들에게 밥을 사주고 ‘격려금’을 줬다가 이른바 ‘김

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걸려 면

직·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정 다툼 끝에 명예

를 회복했다.

이 전 지검장은 2017년 4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현

금 100만원과 9만5천원 상당의 식사 등 합계 109만5천원의 금

품을 제공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식대는 김영란법상 처벌 예외에 해당하고, 격려금은

그 액수가 각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부정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음식물과 현금 모두 상급 공직자가 하급자들에게 위

로와 격려의 목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며 1심처럼 무죄를 선고

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이 전 지검장은 무죄 확정판결에 이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한 면직 취소 소송에서도 이겼다. 법무부가 행정법원 판

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검사 신분을 되찾았지만, “더는

검찰에서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다.”라며 복직 하루 만에 사직

했다.

▲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2월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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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l 177

■ ‘백남기 사망’ 구은수 전 청장 1심 무죄…검찰 “납득 못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이 고발한 지 2년여 만에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

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

서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직사 살수해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

해 재판에 넘겨졌다.

6월 5일 1심은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 추상

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한다.”라며 그가 살수가 이뤄진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

고했다. 다만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업무상 주

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직사 살수에 의한 사망’

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생명을 보호받아야

할 공권력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라며 “국민에게 회

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 공권력에 경고하고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한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구 전 청장이 시위 현장에 없어서 상황을 구체적으

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형식 논리에 치우쳐 무죄를 선고한 것

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항소하면서, 2심에서 다툼이 이어지

게 됐다.

■ ‘극단원 추행’ 이윤택 첫 미투 실형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을 통해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사 가운데 첫 실형 사례다. 9월

19일 1심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

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

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구

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라며 그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이의제기하지 못하고 묵묵히

따랐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볼 수 없고, 명백히 동의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해도 수긍할 수 없는 추행이 명백하다.”라고 지적

했다. 이 전 감독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이 전 감독은 2014년 3월 극단원 A씨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월 20일 1심

은 당시 A씨가 극단원 신분이 아니라 업무나 고용 관계가 없었

다는 이 전 감독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다.

■ ‘태블릿PC 조작설’ 변희재 실형…“사회 불신 · 혼란 확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기소된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 씨는 ‘합리적 의혹

제기’를 주장했지만, 실형을 면치 못했다. 12월 10일 1심은 변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변 씨는 책자와 기사를 통해 “JTBC가 김한수 전 청와대 행

정관과 공모해 태블릿PC를 입수한 뒤 파일을 조작하고 최순

실 씨가 사용한 것처럼 보도했다.”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

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태블릿PC 입수 경위, 내용물 등 변 씨 측이 JTBC가

조작·왜곡했다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 사실 확인 근거를 밝

히지 못하고 있다.”라며 허위 사실이라고 봤다. 이어 “합리적

검증 절차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반복적으로 허위 사실 주장

에 나아가 JTBC와 소속 기자에 대한 악의적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을 받는 중에도 출판

물과 동일한 내용의 서적을 재배포해 사회 불신과 혼란이 확

대됐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사회 전체 몫으로 돌아간다.”

라고 꼬집었다. 변 씨와 검찰은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유죄…방송법 위반 첫 처벌 사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방송법을 위반한 혐의로 처벌되는 첫 사례였다.

12월 14일 1심은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

고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

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당시 국장에게 사적으로 부

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방송법에서 금지한

편성에 대한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조항

으로 기소되거나 처벌한 경우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관행

이란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겠다며 항소했다.

▲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12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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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l 정 치

■ 세월호 참사 4년 만에 국가배상책임 인정…“총 723억 지급”

세월호 참사 발생 4년 만에 법원은 당시 국가가 초동 대응과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총 72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희생자

118명의 유족 355

명은 2015년 9월

“국가가 세월호

안전점검 등 관리

를 소홀히 해 사

고 원인을 제공했

고, 참사 발생 후

초동 대응과 현장

구조 활동을 제대

로 하지 않아 피

해를 키웠다.”라

며 소송을 제기했

다. 청해진해운을

상대로도 “세월

호 선체의 무리한

증·개축, 세월호

운항 과실과 초동 대응 미조치 탓으로 피해가 커졌다.”라고 책

임을 따졌다.

7월 19일 1심은 이 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친부모들에겐 각 4천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희생자의 형제자매, 조부모 등에게도 각

500만∼2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법원은 청해진해운 관계자들과 세월호 선원들, ‘부실 구조’

혐의로 유죄 확정을 받은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의 판

결 등을 근거로 이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이 과적과 고박(단단히 고정시킴) 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켰고,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

를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고 봤다. 김경일 정장도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국가는 사회 통합을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다. 다만 유족들

이 국가 배상 책임이 덜 인정됐다고 항소하면서 2심에서 다시

다투게 됐다.

헌법재판소

■ ‘벌금 100만원 이상’ 선거사범 선거권 제한, 가까스로 합헌

헌법재판소는 2018년 1월 25일 선거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잃도록 한 공직선

거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은 일반 범죄자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선

거권을 제한하지만, 선거범죄자에게는 벌금 100만원으로 기준

을 강화해 제한한다. 헌재는 “일률적으로 일정 기간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

해 재판관 5(위헌)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위헌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헌재는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법원이 선거범 형량을 결정함에 있어서 양형

의 조건 뿐만 아니라 선거권의 제한 여부에 대해서도 합리적

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진성 소장과 김이수, 안창호, 강일원, 이선애 재판관은

“불법성 및 비난 가능성에 따라 덜 침해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모두 일률적으로 일정 기간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

고 벌금 100만원 기준도 지나치게 낮다.”라며 위헌 견해를 보

였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은 선거범죄자의 선거운동

을 제한한 선거법 60조 1항 3호도 재판관 5(위헌) 대 4 의견으

로 간신히 효력을 유지했다. 헌재는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

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운동 제한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합

헌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를 받은 선거범죄자

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19조 1호에 대해선

“부정선거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재판

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선거 범죄로 당선 무효

가 된 자 등에게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돌려받은 기탁금을 반

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265조의2 제1항도 합헌 결정했다.

■ 로스쿨 수료자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부여 “합헌”

헌재는 2월 22일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자가 아니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면 법학전문대학원

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자가 아니면 변호사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이에 법과대

학 재학생과 졸업생 등은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자에게

만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주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

등권 등을 침해한다.”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응시자격 제한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제

도의 목적을 변호사시험 제도와 연계해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헌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를 차별한

다는 지적에는 “특별전형제도나 장학금제도 등을 통해 경제적

자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법학전문대학

원을 수료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예비시

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예비시험 제도 역시 시

험을 통해 일정한 지식을 검증받게 하는 것에 그치므로 예비

시험 제도로써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는 것

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