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가르치는‘공학기술학’… 공대생에게‘인문학적 물음’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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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582호 2010년 11월 29일[월요일] 세계는 지금 일본의 국토교통성 국토계획국은 2009년부터‘새 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 모델’에 대한 사업공모 를 실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소자화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지방재정이 악화되면서 교통, 의 료, 복지 등 기본적인 공공인프라의 유지관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커뮤니티 기능의 저하로, 지역 전통과 문화의 상실, 토지의 황폐화, 재해에 대한 취 약성의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데 대 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함이다. 2009년에는 전국 97건(3억엔), 2010년에는 121건 (4억엔)을 채택했다. 선정된 사업의 내용을 살펴 보 면 1)노년층, 주부, 외국인 등 자칫 소외되기 쉬운 주 체들의 협동을 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 2)택시, 자가승용차, 자전거 등을 이용한 커뮤니티 교통시스 템 3)경관보전, 전통계승을 위한 지역 간 혹은 민관 네트워크 구축사업 4)빈집, 폐교, 폐공장 등 관리되 지 못해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기 쉬운 자원을 다시 활용해 문화계승이나 지역주민의 레져활동에 이용하 는 방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의 예산규모는 그다지 많지 않으나 앞으로 점점 더 확대해 나갈 전 망이다. 이러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 모델은 지역 에 대한 긍지와 애착을 공유하는 주민, NPO,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과 행정과의 협동으로 지역을 활성 화한다는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 핵심 전략으로는 서로 다 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주체들간의 커뮤니케이션 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공동체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각 주체들이 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문제해결을 위한 역할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과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주 민협의체와 NPO가 주축이 돼 빠르게 변화는 지역의 요구에 신속하고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공공서비스를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해 토목, 도시, 건축 등의 계획학 분야에 서는 공공재정의 규모와 시대의 요구에 맞는 공공서 비스의 최적 배분조건과 유지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공공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커 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을 중 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연구로 1)커뮤니티 기능이 낙후된 지 역의 공공인프라를 적절히 유지관리하는 방안을 모 색하기 위해 공공인프라의 수명을 예측해, 최적의 유 지관리 비용을 산출하는 공공자산관리(Asset Man- agement) 연구 2)인구의 증감을 고려한 지방재정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공공지출의 효율성을 계량적으 로 분석하는 연구 3)사회관계자본이론 (Social Capital), 공공서비스의 자 발적 생산공급에 있어서의 집합행 위, 커뮤니케이션행위 등을 바탕 으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공공 서비스의 유지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거버넌스 모델, 코디네이션 모델, 권한부여모델에 관한 연구 4)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한 맞춤식 교통시스템 5)GIS를 활용한 전통문 화건축과 경관의 유지관리수법, 지역주민의 지식을 활용해 재해시의 피난경로, 피난장소를 표기한 방재 지도 작성,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관 한 연구 등이 있으며 관련 분야의 학회를 통해 활발 히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모델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나, 이를 효율적 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상 태다. 또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의 효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그 정통성을 담보 할 수 있는 제 도적 장치에 대한 검토가 과제로 남아있다. <교수신문>은‘해외학술동향’을확대개편, 새롭게 ‘세계는 지금’ 을 신설했다. 전 세계 주요 나라의 학술쟁점과 지식인 동향, 주요 학술대회 참관기, 고등교육정책 동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학술동향과 함께 생활정보, 재밌는 문화예술 소식도 전한다. 이를위해전세계에서23명의‘해외통신원’을새로선정했다. 외국대학의 현직 교수, 박사후 연수과정, 전문 연구원, 박사과정 대학원생 등이 참여한다. 전공과관심분야, 활동방식도다양하다. 해외통신원문의 [email protected] 일본_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모델’ 지역 주민-NPO-기업과 행정이 만나‘지역 활성화’… 공공서비스 다양성 확보 지난 18일 한국의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뤄졌 다는 기사를 보았다. 올해 수능은 71만 명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룬 전례없는 경쟁의 한 해였다고 한다. 필자의 딸도 내년에 고3수험생이라, 여러모로 관심이 더 가는 한 해이다. 필자의 딸은 그나마 특례 적용을 받아, 수능보다 는 덜 치열하지만 매년 대학입시라는 이름의 터널은 수능 이나 특례나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버거운 현실인 모양이다. 중국의 수능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중국 교육 의 현실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중국은 매년 가오카오 일자가 정해져 있다. 6월 7~9일에 시험을 치른 다. 올해는 월·화·수요일이었지만, 토요일이든 일요일이 든 날짜 변경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7월7~8일에 시험 을 치러‘입시더위’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우리가 수능 때만 되면 날씨가 추워져‘수능한파’라고 하는데 정반대 인 셈이다. 중국의 신학기는 9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중국 가오카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국통일시험이 다. 우선 수험생들은 전국통일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참 고로 해 자신이 몇 개 대학을 선택해 지망한다. 그리고 나 서 이번에는 대학쪽에서 자신의 학교기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해 최종적으로 합격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시스템이 다. 수험생은 모두 각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고 합격전까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중국이 워낙 거대해서 교통사정도 좋지않고, 이동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대학의 합격자수는 각 성, 직할시, 자치구별로 미리 정해 놓는 것 이 특징이다. 이것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수험 생이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방지하고 한어를 母 語로 하지 않는 소수민족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농어촌 특례와 지역균 등’과 같은 맥락의 제도를 벌써 일찌감치 실시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또한 몇 년전만 하더라도 중국대륙에서 성 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베이징대, 칭화대 대신에 홍콩의 홍 콩대, 홍콩과기대를 가는 것이 몇 년간 새로운 이슈였는 데, 최근에는 홍콩의 학생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 고교 생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지난해의 경우 홍콩 의 고교생 778명이 중국의 가오카오에 응시해 이 가운데 523명이 중국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달라진 중 국의 위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얼마전 필자는 한국에서 학원사업으로 유명한 메가스 터디라는 회사가 중국에서 온라인 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국 교육시장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중국의 가오카오라는 대입시험 대비 강의를 제공 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고등교육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라 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기사였다. 물론 중국도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다. 명문대학 졸업여 부가 중국내 사회적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요소라는 점에 서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같은 관점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 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가 많고, 정규수업 및 보충수 업이 오후 8시나 돼야 끝나며, 공교육의 바탕이 대단히 건 실한 곳이 또한 중국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만큼 학생 들도, 또한 교사들도 가르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하 고 많은 학생들이 그 공교육에 무난히 잘 따라오고 있는 것이 최근의 중국교육 현장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강남의 대치동 학원문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중 국대륙의 사교육 시장을 너무 쉬운 잣대로, 우리만의 인 식으로 쉬이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된다. 중국_ 중국판 수능‘가오카오’ ( 高考) 매년 6월 7~9일 시험 성장만큼‘공교육’건실 오는 2012년 고려대에‘튀빙겐 한국학센터’ (Tue- bingen Center for Korean Studies at Korea University)가 들어선다. 고려대와 튀빙겐대는 한국 학센터를 통해 학생교류, 교수교류, 공동연구 등을 시행하며 국제적 학술네트워크를 조성해 나갈 계획 이다. 한국학센터가 설립되기까지 이유재 튀빙겐대 한국학과 교수(사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유재 교수는 지난 4월 튀빙겐대 한국학과 주니어교수로 부임했다.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1979년 설립됐다. 보훔대 한 국학과와 더불어 독일 대학에서 가장 전통 있는 한국 학과 중 하나이지만, 없어질 뻔한 위기도 겪었다. 이 교수는“초대 튀빙겐대 한국학과 교수인 디터 아이 케마이어 교수가 2004년 정년퇴임 한 뒤 6년간 후임 을 임용하지 못 해 학부과정 도입을 놓쳤지만, 제가 4 월에 주니어교수로 부임하면서 정식학과로 다시 인 정받았다”고말했다. 이 교수는 파독 광부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정 착한 한인 1.5세다. 주니어교수제는 능력 있는 젊은 학자들에게 연구환경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 입된 것으로, 6년 임기 중에 중간평가, 최종평가를 거 쳐 평생직 교수로 부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현 재 900여개의 주니어교수직이 있고, 8% 정도가 평생 직 교수로 임용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앞으로 5년간 튀빙겐대 한국학과를 공 고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튼튼한 커 리큘럼을 바탕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생각이 다. “교수진을 확보하고 평생직 교수 충원을 준비해 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학 전문인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이 교수의 주요 연구분야는 한국근현대사로 식민 지사, 분단사·냉전사, 이주사·이산연구를 주로 하 고 있다. 한-독 관계사 역시 그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이 교수는“폭 넓은 지식을 갖춘 한국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학생들이 정치, 사회, 언론, 국제기구 등 여러 분야에 투입돼 한국학 의 실용성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학문의 길을 선택해 나와 같이 연구할 학자를 길러내고 싶 다”고말했다. 그는“독일에서 한국학이 성장기를 맞은 분위기” 라고 전한다. 보훔대, 베를린자유대에 각각 한 명씩 한국학을 전공한 정교수가 있고 프랑크푸르트대, 튀 빙겐대에 주니어교수들이 재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정교수가 없는 함부르크대, 본대를 비롯해 몇몇 대학 에서 한국학 전공과정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앞으로 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이 교수는“교육, 연구, 각종 지원이 성공적으로 이뤄 져 앞으로 10여개 대학에 한국학이 전공과목으로 설 치됐으면 한다. 역사, 정치, 사회, 경제, 언어학 등 각 학문분야를 망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 대학간 교류, 나아가 미국과 유럽, 동 아시아의 큰 틀에서 국제 학술네트워크 조성이 필요 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 교수는“독일 한국학의 가장 취약한 점은 교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는 우 리가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 제한적이라 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교류에서 시작해 학자교류, 공동연구를 시행하고 학제 간 교류를 통해 창조적인 대안을 마련 해 나가는 것을 한국학 연구의 향후 과제로 꼽았다. 이미 스스로 국제교류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 다. 최근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서울대 사범대학과 ‘유럽연합-한국 간 학생교환 장학프로젝트’를 시행 키로 했다. 한국 학생들은 독일·프랑스·네덜란드 에서, 유럽 학생들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또한 한국학중앙 연구원이 지원하는‘한국학 세계화 랩’에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독일-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유럽-동 아시아 구조에서 공동연구, 학생교환, 공동수업 및 교수교류가 가능하다”며“한국학 연구자 가운데 해 외 진출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양한 학술네트워 크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의 지도를 통해 일찍이 외국 교수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전문 www.kyosu.net 인터뷰_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 교수(한국학과) “독일, 한국학 성장기 맞은 분위기 … 국제학술네트워크 조성 필요” 정하영 일본 통신원·계획매니지먼트 교토대 도시사회공학과 연구원으로 있다. 교토대에서 박사학 위를 받았다. 일본 토목 관련 학회의 소식과 함께 시민참여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내용과 신간을 소개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에너지 분야를 공부한지 11년째 됐다. 석사, 박사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공학 대학원 교육과정은 충분히 체감했지만 미국 공대의 학부과정은 관심 깊게 볼 기회가 없었다. 뭐랄까. ‘한 국이랑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올해 처음 임용돼 4년제 대학 학부생을 지도하는 입장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공대 신입생을 어떻게 인도해야 할까. 또 대학은 그 들을 위해 어떤 준비와 과정을 마련하고 있는가. 짧 지만 그 동안 보고 느낀 점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 했던 동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사립대학이다. 미국에 서 몇 안 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오는 2012년이면 150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 대학은 연구 중심대학이 아닌 강의중심대학이면서 요즘 한국에 서도 화두가 되는 공학인증제도(ABET)가 체계적으 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다지 만만하지 않은 첫 교육경험이었다. 한해 입학 하는 공대 학생수는 대략 100~150명 정도다. 공대 신 입생은 일단 입학을 하게 되면 졸업이수 학점이 133 학점이다. 이는 내가 학부를 다니던 시절과 큰 차이 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수 해야 할 교과내용을 자 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한다. 4년간 24학점을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과목을 이수해야 학사 학위를 취득 할 수 있게 구조화 돼있 다. 특히, 그 중 범죄학과 공학기술학은 필수는 아니 지만 모든 공대 신입생은 이수를 하게끔 교수들이 유 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대 신입생이 수강하는‘공 학기술학’강의를 준비하면서 생각과는 다른 점을 많이 느낀다. 과목 제목만으로는 공대교수로서 크게 부담이 없다. 신입생들에게 실험과 강의를 병행해서 지도한다는 점도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실제 교 육목적에 따라 강의주제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일반적이고 기 본적인 첫째 주를 지나고 둘째 주 강의부터 예상과 달리 주로 공학사가 겸비해야 할 윤리적인 내용, 그 리고 동료간의 팀플레이의 중요성 등이 등장한다. 공학기술학 과목에서 윤리를 가르친다? 그것도 공대교수가? 첫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나로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야라 며칠밤을 새우면서 강의 준비한 기억이 난다. 내가 했던 강의내용을 간략하게 나마 소개하자면, 공학자로서 꼭 구비해야 할 수학과 과학지식 이전에 확고한 윤리의식과 연구분야에 대 한 철학을 강조해야 한다. 시험 부정, 연구보고서 표 절, 나아가 건설현장에서의 기자재 구입비 유용, 공 장폐수 무단방출, 기술도면 해외 유출, 그리고 의뢰 인과의 부도덕한 금전거래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배 운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인해 초래되는 수 혜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회적인 재앙 등 행동의 옮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 공학자로서 겸비해야 하는 아주 기초적인 소양을 길러주는 과목이다. 윤리적 마인드 와 철학적 가치를 1학년 때부터 확고히 해 주는 게 이 과목의 주요 목적이고, 교수인 내가 감당해야 할 첫 번째 임무이다. 물론 수학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몇몇을 제외하고 한국학생과는 사실 비교가 되지 않 는다. 공학자에게 수학은 너무 중요한 요소다. 하지 만 이제 공학을 시작하는 학생에게 윤리적인 의무가 어쩌면 먼저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공학이 국민과 사회, 국가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학문분야라면 이런 공학적 윤리가 그 어떤 수학·과 학지식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예전엔 별로 해보지 못했다. 내가 주로 경험해본 미국 공대의 대학원 과 정과 국내 대학의 현실과는 달리 공학자의 윤리적 의 무와 도덕적 책임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미국의 학부 교과과정을 보면서 공학자로서 느낀 점이 많았다. 우연이었을까.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언론에 강조 하면서 자주 거론하는 단어들이 있다. 휴먼, 기술, 미 학. 이 세 단어이다. 기술보다 인간이 먼저이고 수학과 공학보다 의무와 책임의식이 중요하다는‘인류를 위 한 공학’적 접근이 시장의 흐름이 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나 라 대학도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 역시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 성되고 있는 것 같다. 수능점수, 학교순위, 논문편수, 연구비, 외국인 학생/교수 보유수, 취업자 수 등 양적 성장과 평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양과 질의 균형 잡힌 대학이 보다 경쟁력이 높고 장기적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대학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재 등한시 하 고 있는 인문학적 근본 물음, 즉“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라는 학문추구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중요성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기존의 시스템 변화를 불가능하다고 정해놓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끈기 있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미국_ 공과대학 학부과정 체험기 윤리가르치는‘공학기술학’…공대생에게‘인문학적물음’을던져라 엄병환 미국 통신원·화학공학 미국 와이드너대 화학공학과 조교수다. 미국 어번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대체에너지 정책과 새로운 연구방향 투자계획, 미국대학의 학사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정현철 중국 통신원·중국법제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국대표처 실장. 상해정 법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15년 중국 체류 경험 을 살려 새로운 중국읽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판수능인‘가오카오’수험장앞에서자녀를기다리는중국학부모들 균형잡힌 대학을 위해서는 등한시 했던 인문학적 물음의 중요성을 복원해야 한다. 엄병환 교수(사진 가운데)와 그의 제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김유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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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가르치는 공학기술학:Engineering Et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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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582호 2010년 11월 29일[월요일]

세세계계는는 지지금금

일본의 국토교통성 국토계획국은 2009년부터‘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 모델’에 대한 사업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소자화와 고령화로인한 인구 감소로 지방재정이 악화되면서 교통, 의료, 복지 등 기본적인 공공인프라의 유지관리에 대한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커뮤니티 기능의 저하로, 지역전통과 문화의 상실, 토지의 황폐화, 재해에 대한 취약성의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데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함이다.

2009년에는 전국 97건(3억엔), 2010년에는 121건(4억엔)을 채택했다. 선정된 사업의 내용을 살펴 보면 1)노년층, 주부, 외국인 등 자칫 소외되기 쉬운 주체들의 협동을 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 2)택시,자가승용차, 자전거 등을 이용한 커뮤니티 교통시스템 3)경관보전, 전통계승을 위한 지역 간 혹은 민관네트워크 구축사업 4)빈집, 폐교, 폐공장 등 관리되지 못해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기 쉬운 자원을 다시활용해 문화계승이나 지역주민의 레져활동에 이용하

는 방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의 예산규모는그다지 많지 않으나 앞으로 점점 더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이러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 모델은 지역에 대한 긍지와 애착을 공유하는 주민, NPO, 기업등 다양한 주체들과 행정과의 협동으로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의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그 핵심 전략으로는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주체들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공동체가 안고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각 주체들이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문제해결을 위한 역할(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질 향상과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주민협의체와 NPO가 주축이 돼 빠르게 변화는 지역의요구에 신속하고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공공서비스를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해 토목, 도시, 건축 등의 계획학 분야에

서는 공공재정의 규모와 시대의 요구에 맞는 공공서비스의 최적 배분조건과 유지관리 방안을 모색하는것, 그리고 새로운 공공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연구로 1)커뮤니티 기능이 낙후된 지역의 공공인프라를 적절히 유지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공공인프라의 수명을 예측해, 최적의 유지관리 비용을 산출하는 공공자산관리(Asset Man-agement) 연구 2)인구의 증감을 고려한 지방재정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공공지출의 효율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3)사회관계자본이론(Social Capital), 공공서비스의 자발적 생산공급에 있어서의 집합행위, 커뮤니케이션행위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유지관리를 가능하게하는 거버넌스 모델, 코디네이션

모델, 권한부여모델에 관한 연구 4)이용자의 수요에대응한 맞춤식 교통시스템 5)GIS를 활용한 전통문화건축과 경관의 유지관리수법, 지역주민의 지식을활용해 재해시의 피난경로, 피난장소를 표기한 방재지도 작성,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관련 분야의 학회를 통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모델에 대한기대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나,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또한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의 효과에대한 적절한 평가와 그 정통성을 담보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검토가 과제로 남아있다.

<교수신문>은‘해외학술동향’을확대개편, 새롭게‘세계는지금’을신설했다.

전세계주요나라의학술쟁점과지식인동향, 주요학술대회참관기, 고등교육정책동향등을

소개할예정이다. 학술동향과함께생활정보, 재밌는문화예술소식도전한다.

이를위해전세계에서23명의‘해외통신원’을새로선정했다.

외국대학의현직교수, 박사후연수과정, 전문연구원, 박사과정대학원생등이참여한다.

전공과관심분야, 활동방식도다양하다.

해외통신원문의 [email protected]

일본_ ‘새로운 공공에 의한 국토발전모델’

지역 주민-NPO-기업과 행정이 만나‘지역 활성화’… 공공서비스 다양성 확보

지난 18일 한국의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올해 수능은 71만 명의 수험생들이시험을 치룬 전례없는 경쟁의 한 해 다고 한다. 필자의딸도 내년에 고3수험생이라, 여러모로 관심이 더 가는 한해이다. 필자의 딸은 그나마 특례 적용을 받아, 수능보다는 덜 치열하지만 매년 대학입시라는 이름의 터널은 수능이나 특례나날이갈수록좁아지고버거운현실인모양이다.

중국의 수능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중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중국은 매년가오카오 일자가 정해져 있다. 6월 7~9일에 시험을 치른다. 올해는 월·화·수요일이었지만,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날짜 변경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7월7~8일에 시험을 치러‘입시더위’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우리가 수능때만 되면 날씨가 추워져‘수능한파’라고 하는데 정반대인 셈이다. 중국의 신학기는 9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중국 가오카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국통일시험이다. 우선 수험생들은 전국통일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참고로 해 자신이 몇 개 대학을 선택해 지망한다. 그리고 나서 이번에는 대학쪽에서 자신의 학교기준에 맞는 학생을선발해 최종적으로 합격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수험생은 모두 각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고 합격전까지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중국이 워낙 거대해서 교통사정도좋지않고, 이동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대학의합격자수는 각 성, 직할시, 자치구별로 미리 정해 놓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수험생이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방지하고 한어를 母語로 하지 않는 소수민족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기위함이다. 우리가 실시하고 있는‘농어촌 특례와 지역균등’과 같은 맥락의 제도를 벌써 일찌감치 실시하고 있는것이 중국이다. 또한 몇 년전만 하더라도 중국대륙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베이징대, 칭화대 대신에 홍콩의 홍콩대, 홍콩과기대를 가는 것이 몇 년간 새로운 이슈 는데, 최근에는 홍콩의 학생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 고교생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지난해의 경우 홍콩의 고교생 778명이 중국의 가오카오에 응시해 이 가운데523명이 중국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얼마전 필자는 한국에서 학원사업으로 유명한 메가스터디라는 회사가 중국에서 온라인 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뛰어든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국 교육시장에서의 경험을가지고 중국의 가오카오라는 대입시험 대비 강의를 제공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고등교육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기사 다.

물론 중국도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다. 명문대학 졸업여부가 중국내 사회적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요소라는 점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같은 관점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가 많고, 정규수업 및 보충수업이 오후 8시나 돼야 끝나며, 공교육의 바탕이 대단히 건실한 곳이 또한 중국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만큼 학생들도, 또한 교사들도 가르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하고 많은 학생들이 그 공교육에 무난히 잘 따라오고 있는것이 최근의 중국교육 현장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강남의 대치동 학원문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중국대륙의 사교육 시장을 너무 쉬운 잣대로, 우리만의 인식으로 쉬이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우려된다.

중국_ 중국판 수능‘가오카오’(高考)

매년 6월 7~9일 시험성장만큼‘공교육’건실

오는 2012년 고려대에‘튀빙겐 한국학센터’(Tue-bingen Center for Korean Studies at KoreaUniversity)가 들어선다. 고려대와 튀빙겐대는 한국학센터를 통해 학생교류, 교수교류, 공동연구 등을시행하며 국제적 학술네트워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학센터가 설립되기까지 이유재 튀빙겐대한국학과 교수(사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유재교수는 지난 4월 튀빙겐대 한국학과 주니어교수로부임했다.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1979년 설립됐다. 보훔대 한국학과와 더불어 독일 대학에서 가장 전통 있는 한국학과 중 하나이지만, 없어질 뻔한 위기도 겪었다. 이교수는“초대 튀빙겐대 한국학과 교수인 디터 아이케마이어 교수가 2004년 정년퇴임 한 뒤 6년간 후임을 임용하지 못 해 학부과정 도입을 놓쳤지만, 제가 4월에 주니어교수로 부임하면서 정식학과로 다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파독 광부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정착한 한인 1.5세다. 주니어교수제는 능력 있는 젊은학자들에게 연구환경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6년 임기 중에 중간평가, 최종평가를 거쳐 평생직 교수로 부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현

재 900여개의 주니어교수직이 있고, 8% 정도가 평생직 교수로 임용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앞으로 5년간 튀빙겐대 한국학과를 공고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튼튼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생각이다. “교수진을 확보하고 평생직 교수 충원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학 전문인력이 많이 부족하기때문에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이 교수의 주요 연구분야는 한국근현대사로 식민지사, 분단사·냉전사, 이주사·이산연구를 주로 하

고 있다. 한-독 관계사 역시 그가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 분야다. 이 교수는“폭 넓은 지식을 갖춘 한국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학생들이 정치,사회, 언론, 국제기구 등 여러 분야에 투입돼 한국학의 실용성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학문의길을 선택해 나와 같이 연구할 학자를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독일에서 한국학이 성장기를 맞은 분위기”라고 전한다. 보훔대, 베를린자유대에 각각 한 명씩한국학을 전공한 정교수가 있고 프랑크푸르트대, 튀빙겐대에 주니어교수들이 재직 중이다. 뿐만 아니라정교수가 없는 함부르크대, 본대를 비롯해 몇몇 대학에서 한국학 전공과정을 설치할 계획이라는 소식을접하고 있다. “앞으로 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이 교수는“교육, 연구, 각종 지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앞으로 10여개 대학에 한국학이 전공과목으로 설치됐으면 한다. 역사, 정치, 사회, 경제, 언어학 등 각학문분야를 망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한국 대학간 교류, 나아가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의 큰 틀에서 국제 학술네트워크 조성이 필요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 교수는“독일 한국학의 가장취약한 점은 교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는 우

리가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교류에서 시작해 학자교류, 공동연구를시행하고 학제 간 교류를 통해 창조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을 한국학 연구의 향후 과제로 꼽았다.이미 스스로 국제교류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서울대 사범대학과

‘유럽연합-한국 간 학생교환 장학프로젝트’를 시행키로 했다. 한국 학생들은 독일·프랑스·네덜란드에서, 유럽 학생들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수 있게 된다.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원하는‘한국학 세계화 랩’에 참여하고있다.

이 교수는“독일-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유럽-동아시아 구조에서 공동연구, 학생교환, 공동수업 및교수교류가 가능하다”며“한국학 연구자 가운데 해외 진출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양한 학술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의 지도를 통해 일찍이 외국교수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전문 www.kyosu.net

인터뷰_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 교수(한국학과)

“독일, 한국학 성장기 맞은 분위기 … 국제학술네트워크 조성 필요”

정하 일본 통신원·계획매니지먼트

교토대 도시사회공학과 연구원으로 있다.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토목 관련 학회의 소식과 함께 시민참여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내용과 신간을 소개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에너지 분야를 공부한지 11년째 됐다.석사, 박사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공학대학원 교육과정은 충분히 체감했지만 미국 공대의학부과정은 관심 깊게 볼 기회가 없었다. 뭐랄까.‘한국이랑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차이가 있을까’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올해 처음 임용돼 4년제 대학학부생을 지도하는 입장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공대 신입생을 어떻게 인도해야 할까. 또 대학은 그들을 위해 어떤 준비와 과정을 마련하고 있는가. 짧지만 그 동안 보고 느낀 점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동부에 위치한 조그마한 사립대학이다.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다. 오는2012년이면 150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강의중심대학이면서 요즘 한국에서도 화두가 되는 공학인증제도(ABET)가 체계적으로 운 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에 익숙한 나로서는그다지 만만하지 않은 첫 교육경험이었다. 한해 입학하는 공대 학생수는 대략 100~150명 정도다. 공대 신입생은 일단 입학을 하게 되면 졸업이수 학점이 133학점이다. 이는 내가 학부를 다니던 시절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수 해야 할 교과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한다.

4년간 24학점을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과목을이수해야 학사 학위를 취득 할 수 있게 구조화 돼있다. 특히, 그 중 범죄학과 공학기술학은 필수는 아니지만 모든 공대 신입생은 이수를 하게끔 교수들이 유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대 신입생이 수강하는‘공학기술학’강의를 준비하면서 생각과는 다른 점을

많이 느낀다. 과목 제목만으로는 공대교수로서 크게부담이 없다. 신입생들에게 실험과 강의를 병행해서지도한다는 점도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실제 교육목적에 따라 강의주제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첫째 주를 지나고 둘째 주 강의부터 예상과달리 주로 공학사가 겸비해야 할 윤리적인 내용, 그리고 동료간의 팀플레이의 중요성 등이 등장한다.

공학기술학 과목에서 윤리를 가르친다? 그것도공대교수가? 첫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나로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야라 며칠밤을 새우면서 강의준비한 기억이 난다. 내가 했던 강의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자면, 공학자로서 꼭 구비해야 할 수학과과학지식 이전에 확고한 윤리의식과 연구분야에 대한 철학을 강조해야 한다. 시험 부정, 연구보고서 표절, 나아가 건설현장에서의 기자재 구입비 유용, 공장폐수 무단방출, 기술도면 해외 유출, 그리고 의뢰인과의 부도덕한 금전거래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배운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인해 초래되는 수혜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회적인 재앙 등 행동의 옮고그름에 대한 판단력, 공학자로서 겸비해야 하는 아주기초적인 소양을 길러주는 과목이다. 윤리적 마인드와 철학적 가치를 1학년 때부터 확고히 해 주는 게이 과목의 주요 목적이고, 교수인 내가 감당해야 할첫 번째 임무이다. 물론 수학적인 문제해결 능력은몇몇을 제외하고 한국학생과는 사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공학자에게 수학은 너무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제 공학을 시작하는 학생에게 윤리적인 의무가어쩌면 먼저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공학이 국민과 사회, 국가발전에 필수 불가결한학문분야라면 이런 공학적 윤리가 그 어떤 수학·과학지식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예전엔 별로 해보지못했다. 내가 주로 경험해본 미국 공대의 대학원 과정과 국내 대학의 현실과는 달리 공학자의 윤리적 의무와 도덕적 책임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미국의 학부교과과정을 보면서 공학자로서 느낀 점이 많았다.우연이었을까.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언론에 강조하면서 자주 거론하는 단어들이 있다. 휴먼, 기술, 미학. 이 세 단어이다. 기술보다 인간이먼저이고 수학과 공학보다 의무와책임의식이 중요하다는‘인류를 위한 공학’적 접근이 시장의 흐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나라 대학도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성장 역시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

성되고 있는 것 같다. 수능점수, 학교순위, 논문편수,연구비, 외국인 학생/교수 보유수, 취업자 수 등 양적성장과 평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양과 질의균형 잡힌 대학이 보다 경쟁력이 높고 장기적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균형 잡힌 대학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재 등한시 하고 있는 인문학적 근본 물음, 즉“왜 그리고 무엇을위해”라는 학문추구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중요성을복원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기존의 시스템 변화를불가능하다고 정해놓고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끈기있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미국_ 공과대학 학부과정 체험기

윤리 가르치는‘공학기술학’… 공대생에게‘인문학적 물음’을 던져라

엄병환 미국 통신원·화학공학

미국 와이드너대 화학공학과 조교수다. 미국 어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대체에너지 정책과 새로운 연구방향및 투자계획, 미국대학의 학사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정현철 중국 통신원·중국법제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국대표처 실장. 상해정법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15년 중국 체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중국읽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판수능인‘가오카오’수험장앞에서자녀를기다리는중국학부모들

균형잡힌대학을위해서는등한시했던인문학적물음의중요성을복원해야한다. 엄병환교수(사진가운데)와그의제자들이포즈를취했다.

김유정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