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19
한여전 2011-07 / 2011 희망참여프로젝트 결과발표 자료집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을 통해 본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 연구보고회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회를 향한 외침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언 제: 2011년 11월 30일 2-4시 ■어디서: 한국여성의전화 2층 회의실 □누 가: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원모임
  • Upload

    -
  • Category

    Documents

  • view

    239
  • download

    15

description

가정폭력에서 가족과 경찰, 병원과 상담소, 법제도와 통념 등에서 드러나는 2차 피해 사례연구

Transcript of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Page 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한여전 2011-07 / 2011 희망참여프로젝트 결과발표 자료집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을 통해 본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 연구보고회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회를 향한 외침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언 제: 2011년 11월 30일 2-4시

■어디서: 한국여성의전화 2층 회의실

□누 가: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원모임

Page 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본 자료집은 2011년 (사)한국여성의전화 ‘희망참여 프로젝트’로 제작되었습니다.

희망참여프로젝트는 여성의전화 회원모임의 활동력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으로 소정의 활동비와 실무지원을 통해 회원모임에서 직접 사

업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전화상담을 통해 본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 연구 및 자료집 발간」프로젝트는

2011년 3월에 선정되어 4월부터 11월까지 총 8개월간 수행되었습니다. 수행주

체는 (사)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원모임’입니다.

Page 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 보고회 진행순서

� 사회: 박은미(전화상담회원모임 대표)

시간 내용 발표자

2:00-2:10 축하인사 상임대표 정춘숙

2:10-3:00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다향 김지은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정화성

병원과 상담소로 인한 2차 피해 정은경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권영옥

주변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 인한 2차 피해

박은미

못다한 이야기

-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의 이야기 다향 김지은

3:00-3:40 질의응답 & 종합토의진행 : 재재

함께하는 모두

■ 공동연구자: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회원 모임

권영옥, 다향, 박은미, 정은경, 정화성

□ 도움주신 분

- 전화상담회원 조경희, 최선혜, 함민숙, 황지현

- 김영자 소장님, 김홍미리 활동가

Page 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 축하합니다

자료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자료집의 집필자들은 오랜 경력을 가진 전

문 상담원도, 가정폭력에 대해 깊게 연구한 연구원도 아닙니다. 하지만 성실하게 상담실

을 지키는 상담원 선생님들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사례에 나타난 이차

피해에 대해서 가슴으로 엮어낸 자료집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의미 깊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상담은 곧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상담원 선생님들이 처음

교육을 받을 때에는 여자라서 행복하고 여자라서 불편하거나 차별받은 느낌이 없이 잘

지내 왔다고 생각하다가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면서 자신의 문제와 결부되어 그동안 몰랐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그러한 갈등과 혼란들을 자매애라는 이름으로 상담원들끼리 풀어가며 이해해 나가

면서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상담원 교육을 마치고 상담실에서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상담을 받으면서 의식의 변화는 더

욱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는 셈이지요. 폭력으로 인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많은 피해여성

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게 되고 사회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자신의 내부로부터 솟아오름을 알게 되곤 합니다.

이번 자료집도 그 결과의 탄생물이라 여겨집니다. 상담원 선생님들이 상담을 통해서 피

해여성들이 폭력뿐만 아니라 아직도 가정폭력을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일이라 여겨서 사

법부나 경찰, 병원, 상담소 또는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이차 피해를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아파하고 함께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언

제까지 가슴앓이만 할 수 없기에 이렇듯 사례를 엮어서 자료집이 된 것입니다.

이 자료집은 상담원 선생님들의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길이기도 하려니와 폭력

에 대한 이차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아울러 희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맺은 이 자료집이 상담원선생님들의 성장에 촉진제 역

할을 하고 그 결실이 곳곳에 스며들어 훈풍이 되어 되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상담원 선생님들의 소중한 결실인 자료집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2011. 11. 2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 김영자

Page 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 목 차

□ 글 싣는 차례

I. 들어가는 말 ························································································································· 1

1. 문제의 제기 ···················································································································· 1

2. 연구의 배경 ···················································································································· 3

3. 연구의 범위 및 방법 ····································································································· 4

II. 가정폭력 2차 피해 실태 ································································································ 10

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1

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33

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 59

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65

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77

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 인한 2차 피해 ······································· 91

III. 맺는말 ·························································································································· 103

1. 연구를 마치며 ········································································································· 103

2. 못다한 이야기-가정폭력노출 피해자녀의 이야기 ··················································· 106

□ 표 차례

<표 1> 가정폭력 2차 피해 유형 및 호소 건수 ·································································· 6

<표 2>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거주자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질문지 ································ 9

<표 3> 경찰이 ‘폭력’사실보다 ‘가장’을 중요시한 행태 ··················································· 45

<표 4> 가정폭력 상담기관 특성에 따른 분류 ································································ 69

□ 그림 차례

<그림 1> 가정폭력사범의 처분결과 ················································································· 86

Page 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Page 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Ⅰ-1. 문제의 제기 ▫ 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

I. 들어가는 말

1. 문제의 제기

우리 사회에서 폭력은 줄었을까? 하버드대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거 교수는 인류의 역사

에서 현재가 전쟁이나 살인, 인종차별, 가정폭력 문제로 인한 모든 폭력이 과거 어느 시

절보다 극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1) 하지만 핑거 교수의 주장처럼 우리

사회의 폭력이 줄었다고 느낄 만한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우리사회가 가정폭력

에 대해 관심을 갖고 법제정 등에 나선 이후에도 사회의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때에는 오

히려 가정폭력발생률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2010년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65세 미만 부부간 직접적인 신체폭력이 6가구당 1가구(16.7%)에서 발생한 것

으로 보고되고 있다.2) 이는 2007년 결혼한 부부 2.5쌍 중 1쌍이 배우자로부터 가정폭

력을 경험한 것에 비하면 다소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부부간 신체적 폭력,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성학대, 방임 등을 포함한 부부폭력 전체 발생률은 53.8%로 나타났다. 이

는 2007년에 비해 증가한 상태이다.3)

가정폭력, 한부모가정, 이혼 등의 말은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가정

폭력을 없애야 하고 한부모가정을 지원해야 하고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폭력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성의전화가 창립되

어 가정폭력 문제를 상담하기 시작한 83년부터 현재 시점인 2011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의 발생빈도는 좀처럼 줄고 있지 않은 반면 폭력의

양상은 다양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정폭력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여성의 전화가

창립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집안일이야”, “부부싸움이니 둘이 알아서 해결해야 해”라

고 생각되던 가정폭력 문제를 권위주의적 가족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문제로 인식하

고 사회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

에 관한 특례법’ 및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4)’이 제정되었다. 그러

1) 2011년 10월 23일자 경향신문 보도에서는 스티븐 핑거 교수의 신간 <우리 본성의 더 나은 면 :

왜 폭력이 줄었나>를 소개하고 있다.

2)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 실태조사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실태

3) 2007 여성가족부 가정폭력 실태조사 제6장 부부폭력 실태

4) 본 연구에서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

한 법률을 통틀어 가정폭력방지법 혹은 법이란 용어와 혼용하여 사용한다.

Page 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

나 법을 제정하고 가정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계속 보완시켜 왔지만 가정폭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은 몸과 마음의 심각한 외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폭력을 겪는 과정 전

반에 걸쳐 사회구조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폭력은 피해여성으로 하여금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피해자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각종 불평등과 어려움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더욱 집중적

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즉 가정폭력으로부터 직접 받은 각종피해와 함께

이런 문제를 경험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로써 우리 사회에서의 이중적 구속과 단절, 역차

별과 같은 문제가 피해여성의 삶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폭력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인이나 사회가 자신을 억압하는 어떤 구조를 의식한 결과, 자신의 의사

에 반하여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

접적인 몸과 마음의 피해 이외에 가족이나 친지, 경찰, 병원 상담기관 등으로부터의 부정

적인 반응에 의해 정신적, 사회적으로 피해를 받기도 한다. 이를 잠정적으로 가정폭력 피

해여성의 2차 피해로 이름 붙이기로 한다.

가정폭력방지법에서 규정하는 가정폭력은 “배우자,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던 자, 부모,

조부모, 아들, 딸, 손자, 증손, 계부, 서자, 친족들 사이에서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의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와 같은 법률적 입장에서 보면 가정폭력은

아동학대, 아내학대, 남편학대, 아내구타, 남편구타, 노인학대, 노인구타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위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행하는 폭력의 개념을 주로 사용하

고자 한다.

그동안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 관한 것이었

다. 성폭력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 이외에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의해 피해 생존자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피해생

존자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여성인권단체 등에서는 수사기

관이나 사법기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2차 피해의 사례를 알리고 관련 법 개정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에 비해 가정폭력 2차 피해에 관한 논의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져왔으며 그 분야는 주로

수사단계에 관한 것이었다. ‘수사단계에서의 2차 피해의 실태 및 대안’ 에서는 피해자들

이 경찰조사과정에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족한 여경인력문제나 부적절

한 조사환경 등을 개선할 것을 제시한다. 또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경찰 신고경험에 관한

연구’에서는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신고경험을 파악함으로써 유일한 공적 도움찾기 수단인

가정폭력 경찰 신고제도의 실태와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가정폭력

Page 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Ⅰ-2. 연구의 배경 ▫ 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

피해자 역시 성폭력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신체적, 정신적 피해 이외에도 잘못

된 사회적 통념에 의해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상담을 신청하는 많은 피해자들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폭력 이외에도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을 찾아가고 주변인들에게 어려

움을 호소하면서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하게 됨을 이야기한다. 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폭력이 일어나는 것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맞

을 짓’을 했겠지 라는 등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2차 피해에 대한 관심은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원 모

임에서 처음 제기되었다. 피해자들은 상담을 통해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리고 도움

을 요청하는 반면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은 좀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담자

들은 피해자들에게 폭력이 일어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

고, 잠시 쉼터를 이용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선

뜻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그들의 한숨소리는 좀처럼 작아지지 않았다. 무엇이 피해

자로 하여금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계속해서 피해

여성들을 주저앉히고 있는 것일까?

전화상담원 모임에서 갖게 된 이런 의구심은 2011년도 한국여성의전화 ‘희망참여 프로

젝트’공모가 나고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2차 피해 사례 분석’ 사업으로 선정됨으로써 본

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2차 피해가 경찰 수사와 재판과정, 병원 진

료나 언론 보도과정, 가족이나 친지 등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실제

전화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사례 분석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경험하는 2차 피해의 유형을 추출하고 각

유형별로 분석, 검토하여 피해여성들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고, 관련 기관이나 실

무자들이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배경

가정폭력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폭력에서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기보다는

폭력 피해 경험과 폭력가정에 머물러 있는 이유, 관계를 떠나는 결정에 영향을 준 계기

를 밝히는데 관심이 있었다.5)

또한 아내폭력 피해여성의 도움요청에 대한 연구들은 여성들이 여전히 폭력적인 관계 속

에 있는 동안에도 활발하게 도움을 구했음을 발견하여 보고하고 있으나 피해여성들의 도

움요청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으며 여성들이 도움요청을 시도하고자 할 때 부딪히게 되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5) 정혜숙, 2007, 매맞는 여성의 떠날 수 없는, 머물 수 없는 이유

Page 1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

워커(Walker, 1984)는 ‘학습된 무기력 이론(Theory of learned helplessness)’을

적용하여 장기간 반복된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떠나려고 시

도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에서 피해여성들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된

다. 이에 비해 곤돌프와 피셔(Gondolf and Fisher, 1988)는 생존자 이론을 통해 아내

폭력 피해여성은 광범위한 도움요청 방법으로 폭력에 대응해 왔으며 여성들이 머무는 이

유는 도움을 주는 사회적 체계의 부재 때문이며, 여성들의 도움요청은 폭력이 심화될수

록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생존자 이론은 아내폭력피해여성의 활발하고 능동적

인 도움요청 행위를 강조한다. 곤돌프와 피셔의 생존자 이론을 통해서도 피해여성들이

사회적 지원체계로부터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행위는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6)

생존자이론에서 이야기하듯이 피해자들은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을 찾아가며 상담소에서 조언을 구한다. 시집이나 친정에 폭력사실을 알리고 주변인

들에게 위로와 지지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의 이런 시도는 다시 피

해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경찰에서는 여전히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보는 시각이 많

고, 병원에서는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기 힘이 든다. 상담을 하면서도 지지받지 못하고 가

족은 가정폭력 문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참고 살라는 충고만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그

렇기에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폭력공간에 갇히고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이런 피해자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담자들은 고통스럽다. 폭력에 시달리면

서도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혼녀라는 사회의 낙인이 두려워서, 혼

자 생활할 힘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별다른 변화 없이 폭력공간에 머무르는 피

해자들을 보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반면 상담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폭력의 고리를 알아차리고, 그 고리를 끊어내고 일어서

려고 할 때 상담자는 무한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기쁨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내담자를 자신의 삶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여성주의 상담원리에 맞게 내담

자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공감하는 것이 상담자의 몫이겠지만 본

인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담자에게는 어렵게 진행했던 상

담 뒤에 받는 포상과도 같다.

하지만 많은 상담 가운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피해자가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그 고리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참고 살라

는 가족의 충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 법이 있으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담자로 하여금 때로는 ‘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피해자를 비난하게 만들기 쉽다.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주

위에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좀 더 당당하게 맞서서 싸우는 것이 그렇게도 힘이 든 일일

6) 박언주, 2010, 아내폭력 피해여성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연구

Page 1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Ⅰ-3. 연구의 범위 및 방법 ▫ 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

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상담자들은 가정폭력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있고 많은 상담소와 쉼

터가 생겨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피해자들이 폭력공간에 머무르는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일까? 무엇이 가정폭력문제를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낸 이 시

점에서도 피해자로 하여금 계속 폭력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일까? ‘세상이 바뀌었는데

경찰을 부르지’ 라는 주변의 비난과 여전히 ‘뭔가 맞을 짓을 했겠지’ 라는 피해자 비난이

겹쳐 이중 삼중의 고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이고 반복

적으로 폭력공간에 ‘주저앉히’고 있는 것일까?

기존의 연구들이 ‘왜 여성은 폭력적인 관계에 머무는가?’라는 질문을 해 온 것에 반해

상담자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의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즉 ‘무엇 때문에 피해자들이 떠

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 속에 숨어있는 피해자 비난 대신에 ‘피해자들이 떠나려고 할

때 무엇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충분하지는 않지

만 분명 과거보다는 많은 정책지원이 있고 사회인식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

는 피해자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무엇이 폭력을 끝내려는 피해자를 붙잡고 있는지, 피해

자를 가로막는 행위가 또 다른 가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2010년 가정폭력실태조사를 보면 아내폭력 피해여성들 중 폭력 피해 이후 주위에 도움

을 요청한 경우는 5.4%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7) 이는 2007년도 도움요청 비율

이 0.8%인 것에 비하면 증가한 것이지만 아직 피해자 대부분은 적절한 도움요청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가 피해자들이 도움요청을 하는데

방해하고 있으며 어떤 것이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주저앉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피해자들이 피해생존자로 일어설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

라 여겨진다.

3. 연구의 범위 및 방법

1) 상담일지 검토과정 및 연구대상의 선정

본 연구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총 12개월간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및

성폭력 상담실에 걸려온 총 2,088건(가정폭력상담 1,306건, 성폭력상담 782건)의 상담

사례를 원자료로 하였다. 원자료를 검토하면서 “가정폭력 2차 피해”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1차 검토에서 성폭력, 스토킹, 외도, 성매매 등 가

7)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5장 부부폭력 발생실태 중 부부폭력 대응방법

Page 1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

족구성원들 사이의 폭력이 아닌 상담유형을 제하였고,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폭력에 대해

상담한 사례 중에서 2차 피해로 보이는 내용이 있을 경우 상담번호와 가해유형(가해주

체), 피해 내용을 차례로 메모하는 방식을 따랐다. 원자료의 1차 정리 형식은 아래와 같

다.

원자료 1차 정리 형식

(상담번호) <2010-$$-****> (가해주체) 경찰

(피해내용) 결혼 21년째, 가부장적인 성격의 남편과 사는 중이다. 자녀 문제로 밖에

서 이야기하던 중 말다툼 끝에 머리채를 휘어잡고 폭언을 해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

해서 경찰이 왔으나, 경찰과 남편이 너무 잘 아는 사이라 그냥 넘어갔다.

1차 검토 과정에서 가해유형을 경찰, 가족, 법원, 병원, 상담소, 교육청 등 기타의 6개로

나눌 수 있었다.

2차 검토는 2차 피해의 범주를 정하고 개념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유형별로 요약된 사

례를 추려 각각 상담일지와 요약본을 함께 두고 사례로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하였다. 몇

차례의 검토와 재검토를 반복한 결과, 유형을 6개로 구분하였고 연구대상에 적절하지 못

한 사례들을 제외하고 총 112개의 사례를 주사례로 선정하였다. 예를 들어 법원의 잘못

된 판단에 의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의 경우, 정확한 사실관계를 원자료인 상담일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없어 분석대상에서 제하였고, 자녀에 의한 피해사례는 가해자라고 말하

기 어려운 자녀의 복합적인 경험을 고려할 때 2차 가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정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자녀가 갖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별도의 연구를 필요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폭력관계의 외부에 있는 대상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외면하는 과

정에 집중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정의한 가정폭력 2차 피해의 범주를 다음과 같

이 정리할 수 있었다.

가정폭력 2차 피해의 범주

(1) 아내와 남편사이의 폭력관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1차 폭력으로 본다.

(2) 피해자가 이런 폭력을 벗어나고자 타인에게 도움요청을 했을 때 거절, 비난 등의

방식으로 되돌아와 피해자를 폭력관계에 주저앉히는 과정을 2차 피해로 본다.

여섯 개 유형 및 피해사례, 건수는 아래와 같다.

Page 1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Ⅰ-3. 연구의 범위 및 방법 ▫ 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

아내폭력 2차 피해의 유형 2차 피해 호소 건수 기타

가족(시집/친정)에 의한 2차 피해 42건 * 피해자녀에 의한 피해 6건

경찰에 의한 2차 피해 39건

주변이웃 및 동료에 의한 2차 피해

(통념, 미흡한 제도)11건

병원에 의한 2차 피해 7건

상담소에 의한 2차 피해 6건

사법절차 상에서의 2차 피해 4건 *보조사례: 사건지원 사례 3건

<표 1> 가정폭력 2차 피해 유형 및 호소 건수

※분석대상 사례는 총 111건이며 피해가 중복된 경우 중복인용하였다

최종 분석대상이 된 2차 피해 사례는 111건으로 전체 상담건수에 비해서는 많은 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전체 가정폭력 사건에서의 2차 피해 발생 비율이라고 보기

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상담의 특성상 내담자의 주 호소내용에 따라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담과정에서 상담자가 병원이나 가족, 경찰 등에서의 2차 피

해 여부를 굳이 묻지 않을 경우 경험이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총 109건의 주사례는 피해자 정보보호를 위해 각각 일련번호로 처리하였고 인용할 시에

는 <사례1>~<사례112>로 표시하였다.

가족에 의한 피해로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생각하는 문화로 인해

피해자들이 폭력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우선 시도하는 방법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

는 일이었고 그만큼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가장 빈번하고 심각했다. 피해자들이 상

담을 통해 고통을 호소하는 것도 남편의 폭력에 더해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가족들

에게 외면당하는 데에서 오는 상처였다.

두번째 빈번한 피해는 경찰에 의한 피해로 39건이었다. 피해자들은 다급한 상황에서 경

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도움을 받기는 커녕 비난받거나 외면당하는 일이 많았다. 상담

원이 “폭력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라는 정보를 전달할 때,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

고했다가 오히려 비난받았을 때의 절망감을 들려주었다.

병원이나 상담소에 의한 피해가 각각 7건, 6건이었고,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는 3

Page 1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

건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 소송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상담일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본회 인권정책국 등에서 지원했던 사건지원 사례를 통해 법 집행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사법절차상에서의 피해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11년 사건지원 했던

사례 3건을 포함하였고 본문에는 <사건지원 1~3>의 형식으로 표시하였다. 주변인이나

잘못된 통념 등에 의한 피해는 11건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조사는 2차 피해에 대한 집중 질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담일지에 기

록된 피해자의 2차 피해 경험을 연구대상으로 함을 밝히며 이 점을 연구의 한계로 두었

다. 추후 2차 피해 여부가 공식 통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통계표 작성

을 기대해 본다.

2) 생존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 듣기 : 쉼터 입소자들을 통한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원자료를 통해 2차 피해를 찾고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원자료가 가진 한계점을 찾을 수

있었다. 상담일지는 내담자(생존자)의 호소내용 중심으로 적지만 피해 당시의 느낌이나

감정보다는 가해의 내용 중심으로 적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경우들이

많았다.

<사례2> (중략) 오히려 시어머니에게 “자식 놔두고 집나간 년이 어딜 함부로 들어

오느냐”, “개같은년, 미친년” 등의 욕설을 들음

이 경우 남편의 폭력에 대해 아내를 지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난하는 시어머니를 2차

가해로 분류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행동이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피해

경험이 드러나야 했다. 시어머니에게 그 욕설을 듣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 행

동이 이후 폭력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만 이것이 피해라

는 것을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이를 위해서 생존자 인터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였고, 연구기간 등의 조건을 고

려할 때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본회 김영자 소장님과 타 쉼터 3곳

의 시설장님들이 조사 진행에 도움을 주셨다.8) 그 결과로 총 15부의 설문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자기기입식 설문조사의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8) 자기기입식 설문에 응해주신 생존자 분들의 비밀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쉼터 이름은 적지 않는

다.

Page 1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가정폭력 2차 피해 실태 ▫ 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혹은 나를 외면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마주했던 나의 경험. 고통. 그것을 말로 표현해보자.

<경찰>

1.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의 경험. 그때의 느낌.

(예) 경찰이 별일 아닌 일로 신고했다며 돌아가거나 했을 때 나의 느낌.

<가족>

2. 시댁, 혹은 친정, 언니, 오빠, 시누, 동생에게 나의 힘듦을 이해받지 못했을 때, 나의 느낌.

<이웃>

3. 이웃은 나에게 000 이다. 폭력을 벗어나는데 이웃이 나이게 도움이 되었나? 아니면

내가 고통을 말할수록 더 고립됐나? 그때 내 느낌은 어떤가

<병원>

4. 병원에서는 나를 지지해 주었나? 지지받지 못했을 때 나의 느낌은 어땠나

<기타 상담원 등등>

5. 혹 도움을 요청했던 전문가 혹은 상담원들의 말이 오히려 상처를 받은 적은 없나?

어떤 말이 상처가 됐고, 그때의 내 느낌은 어떠했나.

<표 2 >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거주자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질문지

이 조사에서 생존자들이 경험하는 고립과 두려움, 억울함 등을 생생한 언어로 들을 수

있었다. 각 형태별 응답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상담일지와는 별도로 <응답자1>~ <응답

자15>으로 정리하였다.

3) 연구과정

2011년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희망참여 프로젝트 회의를 진행하였다. 초

기 3개월 동안 기존의 2차 피해 관련 연구로 세미나를 진행하였으며 동시에 원자료인

상담일지를 월별로 나누어 맡아 1차 정리하였다.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하루를 일지 검토와 기존 연구검토를 진행했고 9월부터

사례분석 자료집 목차를 나누고 원고쓰기를 시작하여 11월 까지 원고를 마감했다. 자료

분석과 분류, 집필은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회원인 권영옥, 김지은(다향), 박은미, 정은

경, 정화성 회원이 담당하였다. 조경희 회원은 절반 이상 연구과정에 참여하였고 마지막

까지 함께하고자 하였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Page 1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

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3

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35

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 61

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67

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79

6.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 제도로 인한 2차 피해 ·········································· 93

※ 못 다한 이야기

Ⅲ-2.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로 인한 피해 ···························································· 108

II. 가정폭력 2차 피해 실태

본 장에서는 가정폭력 2차 피해의 실태를 아래의 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Page 1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다향/ 41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1

Page 1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2

Page 1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3

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가정폭력, 특히 남편으로부터 폭력9)을 당한 아내들(이하 아내폭력피해자나 피해자 또는

피해여성)은 폭력을 당한 후 대개 오랜 고민 끝에 주변,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2010년 가정폭력 실태

조사에서 남편의 폭력 행동에 대해 그 당시 혹은 그 이후에라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을 살펴본 결과, 도움 요청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62.7%로 절반을 상회하였

고, 외부에 남편의 폭력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한 경우에 도움 요청 대상은 가족이나

친척이 17.7%로 가장 많았다.10) 이전 조사인 2007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남편으

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아내의 도움 요청 대상으로 형제자매가 26.7%, 친척이 20.0%를

기록하였다.11) 이처럼 피해여성들은 비공식적 지지 체계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

과 친척에게 자신의 고통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피해여성의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분명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폭력을 바라

보고, 조건 없는 지지와 수용을 보이며,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피해여성

이 폭력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가족구성원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피해여성들이 다른 가족구성원으로부터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체로 조언 또는 충고의 형

태를 띠게 되며, 피해자를 돕는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조언, 충고라는 용어의 성격과는 달

리 실제로는 피해여성의 상황을 인정해주지 않고 지지해 주지 않는 내용을 가지는 경우

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 혹은 충고 등은 대부분, 아내폭력피해자가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벗어나더라도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즉 피해여성들에게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만큼이나 힘든 고통을 안기는 또 하나의

폭력이자 가해 행위인 것이다.

2010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와 성폭력상담소를 통

해 진행된 아내폭력 관련 전화상담 사례 중 앞서 밝힌 것과 같은 가족으로 인한 2차 피

해 사례로 볼 수 있는 총 42건의 사례와 쉼터입소자들이 응해 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

9) 이하 ‘아내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남편에 의한 아내에 대한 폭력’이라는 맥락을

분명히 하기 위한 용어 선택으로, 이때의 ‘아내’의 범위는 사실혼 관계 및 전 배우자에까지 해당

하는 것으로 하였다.

10)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 실태 4. 신체적 폭력 발생 시 부부폭력

대응 중에서 발췌한 것으로, 신체적 폭력이 중한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여 조사한 것으로 중복

응답을 인정한 것이다.

11) 1)과 동일한 페이지 인용

Page 2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4

한 결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내용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 전가, 가해의 부

인, 지지하지 않기, 참고 살라고 하기,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기 등이 있었다. 즉 가

족들은 피해여성에게 “(폭력을 당하더라도) 네가 참고 살라.”고 하거나 “네가 뭔가 맞을

짓을 한 거 아니냐.”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게 어떻게 폭력이냐?”고 하거나 “그런

일이 있었을 리가 없다.”면서 가해를 부인하기도 하였으며, “네가 잘하면 괜찮아질 것이

다.”라고 하면서 피해여성에게 가해자인 남편과 다른 가족구성원들을 돌보도록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많이 하였다. 또한 아예 피해여성의 고통을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해12)들은 한 사례에서 다양한 가해의 내용이 중첩되어 나

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피해여성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행위들을 대상을 중심으로 분류해 본 결과 시집

식구로부터의 가해와 친정 식구로부터의 가해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시집 식구이든 친정

식구이든 상관없이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가해를

부인하고 지지하지 않는 등 같은 유형의 가해 행위를 통해 피해여성을 폭력 상황에 머무

르게 하거나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해 보면 비슷한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에서는 차이점을 보이기도 하였다. 시집 식

구들은 “네가 뭔가 잘못을 했으니 맞았겠지.”, “네가 잘 못하니까 남편이 바람을 피우

지.”라고 피해여성에게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감히 남편을 신고하다니!”라며 피해

여성이 남편의 폭력에 대항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며,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도 있다.”,

“남자는 외도할 수 있으며, 때리는 것이 아니니 외도는 폭력이 아니다.”, “내 아들이 그

럴 리 없다.”, “잔소리 좀 한 걸 가지고 폭력이라고 하냐?”라고 폭력 가해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친정 식구는 피해여성에게 “폭력을 당하더라도

참고 살아라.”,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피해여성이 지

지받고 폭력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경향을 더 많이 보이고 있었다.

이 장에서는 먼저 어떠한 공통된 인식이 가족들로부터 피해여성이 2차 피해를 받게 하는

지 살펴보고, 시집 식구와 친정 식구들이 하는 가해 행위의 내용과 방향이 어떤 지점에

서 차이를 보이며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례를 다룰 때, 한 건의 사례 안에 다른 형태나 양상을 보이는 가해 내용이 있을 시에

는 분리하여 사례를 중복 사용하였다.

12)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다루는 이 장에서는 피해라는 용어보다 가해라는 용어가 주로 사

용되었다. ‘아내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여성들이 가족으로부터 당하는 2차 피해는 대체로 폭력

상황에 머무르게 되거나, 정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이 장에서는 그런 피해를

당하도록 만드는 가족들의 행위가 무엇이며 또한 그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에 초점을 두고 사례를 검토하였기에 2차 ‘피해’가 아닌 ‘가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된 것임을

밝힌다.

Page 2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5

1) 2차 피해의 원인이 되는 공통 요인

(1) 가부장제와 아내폭력 가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제 사회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시대가 변했다.”, “여성

중심의 시대가 되었다.”라고 떠들고 있더라도 여전히 현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

이고, 남편 혹은 아버지가 한 집안의 ‘가장’이고 나머지 구성원인 아내나 자녀들은 그 가

장의 책임 하에 있는 존재, 즉 권력을 갖지 못한 존재이자 가장의 소유물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훈육이나 체벌과 비슷한 개념에서 “여

자가 잘 못하면 남편이 ‘가르치기’ 위해 손 좀 댈 수도 있지, 뭐.”라는 생각을 쉽게 허용

한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 그 중에서도 아내폭력은 가부장제 사회의 권력 구조 문

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폭력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를 단순히 분노를 참지 못하거나 음주 문제나 이상성격을

가진 사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억압된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보고 가해자는 치료의 대상이라고 생각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가해자를 치료하고 돌볼 책임을 그의 아내에게 전가하고, 가해자가 변할 것이라고 기대

하면서 폭력 상황에 머무르도록 한다. 치료의 대상, 즉 아픈 사람이니까 잘 돌보면 나을

거라는 것이며, 개인의 문제니까 그 책임은 가정에서, 특히 아내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2)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사람들은 부부가 서로 사랑으로 만나 그 사랑을 유지하고, 소위 말하는 현모양처로서 가

족을 잘 돌보는 어머니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보이는 아버

지, 그리고 돌봄을 받는 자녀들로 구성된, 성별 분업화가 되어 있는 이성애 핵가족만이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때 가족을 구성하거나 해체

할 권리는 ‘가장’ 즉 남편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가정의 주체가 남편이기 때문에 피해

여성은 가정을 깰 권리를 갖지 못하고 최대한 ‘정상 가족’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만을

가진다.

그리고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성이 가정 내에서 아내의 역할을 하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여성이 결혼을 통해 남성에게 ‘편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고

결혼하지 않는 것이나 이혼은 실패이자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Page 2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6

(3) 피해자 유발론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에서처럼 인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의 인식

은, 피해자가 한 어떤 말이나 행동이 가해자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었을 것이

라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쉽게 만든다. 더구나 “남자

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언설은 가해자가 폭력을 행사하게 만드는 것도, 행사하지 않

게 만드는 것도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해여성

을 향해 “네가 얼마나 볶아 댔으면 남편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라거나 “그러게 비위

좀 맞춰주지 그랬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해여성이 남편의

비위를 맞추어주더라도, “들들 볶아대지 않더라도”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을 행

사할지 말지는 오로지 가해자의 선택이자 결정이며, 그것이 바로 가해자가 자신의 권력

을 행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4) 성역할 고정관념

우리 사회를 포함한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

다. 그리고 그 이유로 “여자는 원래 살림을 잘한다.” 또는 “살림을 잘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성차에 대한 오해를 든다. 그러나 가사 노동과 양육에 여성이 더 적합하다는 것

은 성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역할을 통해 결정지어진 것이다.

“여자는 ‘살림’을 잘해야 한다”거나 “여자가 사랑받으려면 좀 꾸미고 있어야지.”, “여자

가 조신해야지.”라는 말들처럼, 개인차나 성차를 오해한 채로 사회적으로 구성된 역할을

여성 혹은 남성에게 부여하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인식을 성차별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내폭력피해자에 대한 가족들의 2차적 가해를 가능하게 하는 인식에는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 역시 포함된다.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을 제

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맞을 짓’으로 구성되어

피해여성이 폭력을 유발한 것이 되는 것, 폭력에 대항하지 않고 인내하고 참아내야 하는

것 모두 사실 성역할 고정관념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또한 “남자가 술을 마시면 좀 그럴

수도 있어.”, “남자들이 워낙에 좀 치고 박고 하는데 익숙하잖아.” 등의 말 역시 성역할

고정관념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남성에 대한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성의 폭력에

대한 허용도가 높아지게 하고 아내폭력가해자의 폭력을 사소화, 축소화하는데 일조한다.

Page 2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7

2) 시집 식구들로부터의 피해

-가부장적 부계 중심 사회로부터 오는 역할 강요로 인한 피해

(1) 사례를 통해 살펴본 가해 유형의 분석

①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 또는 폭언하기, 피해자에게 폭력 책임 전가하기

많은 시집 식구들은 피해여성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해자에게 화

를 내거나 폭력의 이유를 피해자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피해자에게 폭력의 책임을 전가

하는 것은 곧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또한 폭력 책임은 가해자에게 두면서

도 피해자가 집을 나가거나 화를 낸 것, 폭력에 저항한 것에 대해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피해자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원가족, 즉 친정 식구들에

대해서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전화상담사례에서도 그런 내용의 피-가해 유형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다음은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폭력의 책임을 전가한

사례들을 모아본 것이다.

<사례2> 외도가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 남편에게 화를 내며 물었더니 대수

롭지 않게 여기고, 통신사에 문자 메시지 내역 뽑아오라고 하자 의부증으로 몰아감.

남편은 10년 전에도 외도로 상대 여자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소란 떨게 한 적 있음.

그러다가 피해자가 집을 나간 적이 한 번 있는데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시집에 맡

기고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있었음. 시어머니가 “자식 놔두고 집 나간 년이 어딜 함

부로 들어오느냐.”, “개 같은 년, 미친 년.” 등의 욕설함. 외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무슨 잘못을 했으니까 그렇다며 지지 안함.

<사례6> 친구들과의 모임이 늦어져서 새벽에 귀가하자 남편이 머리채 잡고 손찌검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으나 시어머니는 피해자만 탓함.

<사례50> 남편이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등 폭력 행사하는

데,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 쪽으로 물건을 집어 던져서 더 두렵고 무서움. 시어머니

에게 도움 요청했지만 피해자의 탓이라고 나무라기만 함.

<사례54> 남편의 폭력으로 3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치료 받았는데, 병원에

있는 중에 시어머니가 친정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딸을 어떻게 키웠느냐.”, “아이들

입양시키겠다(입양 보내버리겠다).”고 하는 등 욕설과 폭언을 함. 그 때문에 친정 부

모님이 잠도 못 주무심. 또한 피해자에게는 “더 때렸어야 했는데 아깝다.”등의 문자

를 보냄.

Page 2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8

<사례91> 폭력으로 경찰에 남편을 신고했더니 남편이 이혼하자고 함. 서너 번 가량

주먹으로 얼굴 때리고 쿠션으로 때리고 발로 밟는 등의 폭력이 있어서 시어머니에

게 이야기했고, 남편에게 맞아서 멍이 들었기 때문에 시집에 못 내려간다고 했더니

“계란으로 잘 문질러서 내려와라.”라고 함. 작년 추석에는 시집에 가는 길에 피해자

의 표정이 안 좋다며 남편이 휴게소에서 피해자를 혼자 두고 차를 돌려 가버려서

혼자만 시집에 갔더니 큰 시누이가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고요한 집안에 분란

을 일으킨다.”고 하더라. 그래서 피해자가 “잘 살아보고 노력해보려고 혼자 여기까지

온 거다.”라고 항변했더니 남편이 시누이에게 전화해서 사과하라고 함. 사과할 게 없

다고 생각했지만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 전화했는데 여러 번 전화해도 시누이가 받

지 않음.

<사례4> 남편이 자식들과 친정어머니에게 폭언을 일삼고 딸을 때려서 경찰에 신고

했더니 시골에서 시어머니가 올라와서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음.

<사례56> 임신 6개월인데 남편에게 주먹으로 얼굴 맞아서 친정 언니네 갔고, 폭행

당한 사실을 시어머니에게 말씀드렸는데 화내면서 “왜 언니 집에 갔느냐.”고 그것만

가지고 화를 냄.

<사례100> 남편이 술 마시고 목을 조르기도 하고, 큰 아이 임신했을 때 백화점에서

싸운 적 있는데 차에서 끌어내리고 집에 와서 옷을 벗어 피해자에게 던진 적 있으

며, 욕설을 심하게 한다. 둘째 임신 초기에는 머리를 밀치고, 욕하고, 큰 아이 목도

조르려고 하며 죽인다고 했음. 최근 6개월 사이에 3번 정도 폭력이 있었는데, 시어

머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피해자를 원인 제공자로 몰아 죄

인 만들고 있다고 함.

<사례48> 남편이 목을 조르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시집에

서는 경찰 신고한 것에 대해 피해자에게 “네가 며느리냐?”라고 하며 비난하고 남편

에게는 “생활비, 양육비 끊어라.”라고 하며 이혼을 종용하고 있음. 남편은 피해자에

게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이혼을 원한다고 하면서 짐을 싸서 시집으로 가버린 상

태임.

<사례62> 남편이 싸움 중에 밀치고 욕을 하는 폭력 행사한 적 있음. 시어머니와 남

편이 밀착 관계가 심함. 시집이 한 동네인데, 남편과 전화로 싸우다가 전화가 끊어

지면 바로 시어머니가 들이닥쳐서 피해자를 비난함.

<사례98> 결혼한 지 두 달. 신혼여행으로 중국에서 약 한 달 가량 생활함. 중국에

있을 때 시부모가 와서 피해자가 극진하게 대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의 구타,

시부모 폭언. 반성문 쓰게 함. 귀국해서 시집에 잠시 있다 친정으로 왔음. 남편이 협

의 이혼하자고 함. 갈등이 있을 때마다 피해자가 친정아버지와 함께 계속 굽히고 져

주니 시부모가 “이번에는 무릎 꿇어도 안 봐준다.”고 하고 남편은 부부간의 일을 시

Page 2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1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9

어머니에게 계속 고자질하여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음.

<사례87> 남편의 신체적, 정서적 폭력과 생활비 통제 등 경제적 폭력도 있는 상황

인데, 생활비를 통제하여 잘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하자, “우리

아들은 이혼해도 손해 볼 것 없다. 현실을 똑바로 봐라. 네가 잘못해서 그렇다.”라고

모욕과 면박을 줌.

<사례109> 남편이 결혼 전부터 카드빚이 있었고 돌려막기 하면서 빚이 늘어 난데

다가, 집 살 때 대출을 받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씀씀이도 커서 자주 다툼이

있었음. 그러다 “집 팔아서 부채 청산하고 아이들 데리고 살라, 양육비는 줄 수 없

다”며 남편이 집을 나감. 그래서 시집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돈 관리는 네가 했으니

상관 안 하겠다.”고 하며, 오히려 남편을 쫒아냈다고 비난함.

<사례80>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때라 어버이날에 시집에 가지 못

했고, 시부모님이 찾아오셨음 나가서 식사 대접했는데 다음 날 남편에게 “내 마음도

편치 않은데 왜 굳이 (나가서) 식사를 해야 했느냐.”고 하자 남편이 불 같이 화를 내

고 욕하며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하고 시집으로 가서 3일을 보내고 돌아옴. 이

과정에서 시아버지로부터 “정신과 좀 가보라. 네 친정 부모님에게도 네 잘못들을 이

야기해야겠다.”는 말을 들음.

살펴 본 대부분의 사례에서 시집 식구들은 피해자가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그에 대해 피해자에게 화를 내거나 비난을 가한다. “뭔가 잘못했으니

맞았겠지. 아무 이유도 없이 때렸겠니?”는 시집 식구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메시지이

다. 그런데 폭력의 원인이라고 인식되는 내용들은 대부분 여성의 성역할이나 강요되는

의무들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 폭력 상황 자체를 단순히 가정의 분란이자 수치스러운 상

황으로 보며 그것이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생긴 일이라고 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하는 저항들 역시 의무를 져버린 행동이므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집을 나가면 “자식 놔두고 집 나간 년”이므로 다시 집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것이 되며,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입원을 해도 친정 부모에게 “딸을 어떻게 키웠느냐?”고 욕을 할

수 있는 것이 시집 식구들이다.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면 “네가 며느리냐?”고 비난받으

며, 남편의 폭력과 시부모의 폭언에 대해 피해여성이 비위를 맞추고 굽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이번에는 무릎 꿇고 빌어도 안 봐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 구성

과 해체의 권리를 남성의 것으로 인식하고 남성을 ‘가장’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이혼과 관

련하여 생활비나 양육비 제공 문제를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② 가해자가 그랬을 리 없다거나, 가해를 가해로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기

Page 2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0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만큼이나 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시집 식구들이 흔하게 보이는 반응 중 하나는 바로 가해를 부인하는 것이다. 폭력이

일어난 사실 자체를 믿지 않거나, 외도나 욕설, 협박, 통제 등의 정서적 폭력이나 생활비

통제나 경제적 방임 등의 경제적 폭력 등에 대해서는 마치 ‘가장’의 권리인 것처럼 생각

하는 등 아예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물리적 폭력에 있어서도 “남자가 여자를 때릴

수도 있다.”거나 “겨우 그 정도 맞은 걸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등 가해를 축

소화시키는 식으로 가해를 부인하는 것이다. 가해의 부인은 또한 가해자의 행동을 폭력

으로 규정한 피해자에 대한 비난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다음은 가해 자체를 부인하거나 가해를 가해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들을 모아본 것이다.

<사례30> 남편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시부모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 아들이

“안 때렸다.”고 하거나 “아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다“라고 하는 말만 믿고 피해자의

말은 안 믿어줌. 또한 욕하고 때리는 것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정어머니에게

“남자들은 워낙 그런다.”고 “그건 폭력이 아니다.”라고 함.

<사례82> 남편이 직장 동료들 앞에서도 욕을 하고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행사

를 함. 임신 8개월 무렵에도 근무지로 찾아와 주먹으로 때리려는 것을 사람들이 말

려서 겨우 피했는데 남편이 따라와서 계단에서 밀어버림. 그러면서 뱃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저항한 것을 두고 남편이 “네가 때려서 내가 그런 거다.”라고 말함.

시부모에게 맞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도와주면 좋을 텐데 더 했으면 더 했지 도와

주지 않음. 오히려 맞았다는 자체를 믿지 않고 우리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함.

<사례92> 남편이 칼 들고 위협하고 생활비도 안 주며, 친정식구를 죽이겠다고 협박

하고 술과 도박 문제도 있는데, 시집에서는 남편의 폭력에 대해 믿어주지 않음.

<사례31>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피해자로, 남편이 아예 신고를 못하게 전화선을 잘

라놓고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시어머니는 “여자는 맞고 살아야 한다.”고 말함.

<사례100> 남편이 술에 취하면 폭력과 욕설이 심하고, 큰 아이 목을 조르려 하고

죽인다고 협박도 하였는데, 시어머니가 대수롭지 않게 넘김.

<사례15> 가정폭력과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 대해 시어머니에게 털어놓자, “도둑년”

이라며, “남자가 바람을 피울 수도 있지, 그런 것 가지고 바가지를 긁는다.”고 폭언.

<사례3> 남편과의 사이에 딸 둘이 있는 상태에서 별거 중인데, 남편이 다른 여자와 동

거하며 그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자 시누이들이 피해자에게 대놓고 “딸 둘에 아들 하나”

라고 함.

Page 2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2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21

③ 의무 강요하기, 참으라고 하기, 지지하지 않거나 방관하기

앞서 살펴 본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폭력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 ‘가해를 부인

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참고 살아라.”라고 말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방관하

는 것과도 연결된다. 즉 피해자에게 폭력을 참고 계속 정상 가정을 유지하라는 시집 식

구들의 태도에는 단순히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아내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가

부장적 태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부장적 태도는 또한 피해자가 남편으로

부터 어떠한 고통을 당하고 있더라도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시집에 대한 의무는 다하라

고 강요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때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편을 보살피

는 것이 아내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나 가해자가 시집 식구들에게도 짐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호소와 고통을 방관하기도 한다.

다음은 시집 식구들이 피해자에게 참고 살라고 하거나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강요하며,

지지하지 않거나 방관하여 피해자가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사례를 모아본 것

이다.

<사례40> 남편이 “너처럼 능력 없는 게...... 내가 왜 너를 평생 먹여 살려야 하나?”,

“너는 무능력하다.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등의 폭언을 일삼고, 이혼하자며 3살과 5

살인 아이들 앞에서 마구 때림. 시어머니는 그 전부터 피해자에게 “네가 참고 살아

라.”라고 해왔음.

<사례6> 친구들과의 모임이 늦어져서 새벽에 귀가하자 남편이 머리채 잡고 손찌검

하면서 폭력 행사하였고, 아침에 양가 어머니가 왔는데 시어머니는 피해자만 탓함.

남편은 더 흥분하여 피해자에게 욕하고 나가라고 하였고, 피해자가 자리를 피해 친

정 언니 집에 갔다 왔더니 문을 안 열어주었음. 시어머니에게 도움 요청했더니 방관

만 함.

<사례91> 폭력으로 경찰에 남편을 신고했더니 남편이 이혼하자고 함. 서너 번 가량

주먹으로 얼굴 때리고 쿠션으로 때리고 발로 밟는 등의 폭력이 있어서 시어머니에

게 이야기했고, 남편에게 맞아서 멍이 들었기 때문에 시집에 못 내려간다고 했더니

“계란으로 잘 문질러서 내려와라.”라고 함.

<사례97> 남편이 술을 먹고 물건 집어던지고 후라이팬 등으로 위협하며, 여름에는

밥 대신 술만 먹는데 남편 치료를 위해 시집에 도움 요청했으나 나 몰라라 하고 있

음.

<사례27><사례29> 남편의 전처 자녀들(현재 성인)을 10년 동안 양육했으나 돌아오

Page 2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2

는 것은 욕설과 무시(‘시팔’, ‘~~년’, ‘나가라.’ 등).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네가 뭐라고

했길래 애들이 그러느냐, 욕 먹을 짓 한 거 아니냐.”며 책임 돌림. 예전에는 남편에

게 구타당해 갈비 인대에 금이 가서 병원 진료 받기도 하였음.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는데 그 이후에는 언어폭력만 심해짐.(개 같은 년, 쌍년. 대가리 터트려 죽인다. 밑

구멍 찢어버린다. 몇 놈이나 네 몸뚱이 만졌냐 등) 술주정을 심하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하고, 자기 이야기를 안 들어주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문 두드리며 공포 분위기

를 조성함. 피해자가 집을 나오자 시누이가 전화해서 “그냥 무시하고 밥하고 빨래해

주고 살면 되지, 집을 나갔냐.”라고 윽박지름.

<사례86>남편이 갑자기 이혼하자고 하면서, 이혼을 안 해주면 사채 쓰고 사채업자

가 집에 들이닥치게 한다고 협박하여 협의 이혼 진행 중. 뒤를 밟아보니 외도하던

여자 집으로 짐 싸서 들어간 것 같음. 그런데 시집에서는 남편이 다시 돌아오면 받

아주라고 하는 상황.

<사례57> 남편에게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해 시집에

서는 무시하고 부려먹음.

<사례43> 남편의 외도로 5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시집

에서는 피해자에게 맏며느리의 의무만을 강요하고 여자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분위기.

④ 기타 사례 및 쉼터 입소자들의 설문 응답 내용에서 나타난 피해자들의 감정과 상처

이처럼 시집 식구들이 조언 혹은 충고의 형태로, 혹은 비난이나 폭언의 형태로, 때로는

방관의 형태로 피해여성에게 행하는 2차적인 가해 행위들은 실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

각의 항목을 따로 분리해내기 어려울 만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에

서 분류한 항목에는 적당하지 않은 아내폭력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시집 식구들의 2차적인

가해 행위도 있다. 다음에서는 그러한 기타 사례들과 더불어, 시집 식구들로부터 ‘2차 피

해’를 입었을 때가 언제인지와 그 때의 감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쉼터입소자들로부터

받은 설문 응답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타 사례-

<사례54> 남편의 폭력으로 3주 진단 받고 병원 입원한 사례. 시어머니가 피해자가

살던 집의 번호키도 바꾸고 집도 내놓았는데, 그 집도 전세인 줄 알았더니 시어머니

가 임차인으로 되어 있었음. 시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고, 시어머니가

“걔는 원래 집 잘 나가는데, 걔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말을 해서 그걸 믿고 있는

Page 2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2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23

상황임.

<사례51> 남편의 폭언과 부부갈등, 외도 등의 문제로 이혼 고려 중. 외도 의심되는

문자와 휴대전화요금 때문에 당당하면 통화기록 보여 달라고 요구했더니 남편이 이

혼 요구. 남편이 시어머니와 시누가 있는 자리에서 이혼을 원한다고 말하자 시어머

니 등이 “아직 아이들 나이가 어리니 몇 년 더 있다가 이혼해라.”라고 하고, 남편이

“그 때 되면 그 여자가 해주겠느냐. 안 해줄 것 같다.”고 하자 “생활비를 주지 말아

라. 그러면 어떻게 버티겠느냐. 그래도 안 되면 시집으로 내려오게 해서 계속 힘들

게 하고 괴롭히면 아마 자기가 알아서 나가겠다고 할 거다.”라고 함. 그 내용을 시아

버지가 피해자에게 알려주며 남편도 시어머니도 다 믿지 말라고 충고함.

<사례62> 결혼 5년 차로 남편이 폭언, 욕설 등이 심하고 밀치는 등 폭력 행사하기

도 하는데, 시어머니가 피해자의 핸드폰과 집 전화기를 빼앗은 적도 있고, 피해자의

주민번호와 카드번호 등이 적힌 쪽지를 시어머니가 가지고 있기도 함.

<사례12> 남편의 폭력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더니 시어머니가 폭력을 행사하여 피

해자와 자녀가 상처 입음.

<사례16> 임신 8개월인데, 남편이 술을 마시면 폭력이 심한 상태. 시어머니는 “(피

해자에게) 마귀가 끼었으니 교회를 다니라.”고 말함.

-설문 응답 내용-

<응답자 2> 시어머님께 남편이 나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말을 했을 때 어머님은 남편을 혼내지도

않으셨고 또한 내가 이혼 얘기를 하면 어머님은 ‘애들을 너처럼 고아로 만들래?’라고 했다. 이

소리를 살면서 두 번 들었고 시어머님이란 사람을 내동댕이치고 싶었다. 똑바로 바라볼 때 까지.

<응답자 5> 친정식구들은 이해하고 이혼을 찬성하는 편이지만 시댁식구들은 참고 살라고 했다.

시누는 이혼을 하면서도 올케인 내겐 인색했다.

<응답자 11> 시댁 형님에게 남편의 행동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말들과 나이 들면 변한다고 참으라고 했을 때, 분노, 슬픔, 배신감이 들었다.

<응답자 12> 가해자에게 너무 시달려서 (시)동생에게 도와달라고 했더니 “형이라서 나는 도

와줄 수 없으니 네가 알아서 해라, 네 맘대로 해라.” 라고 그래서,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제 마

음이 한순간 서글프고 힘들고 막막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너무 외로웠습니다. (폭행과 폭언에 관해

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Page 3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4

<응답자 13> 시집 식구들에 대해, 본인이 겪는 일이 아니니까 관심도 없고 자기가 알아서 하

겠지, 지가 뭘 잘못했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고 남이라고 대하는 게 다르구나 하

는 생각이 들었다. 날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설문 응답은 위의 전화상담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집 식구로부터의 2차 피해가 한 가

지 유형의 가해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가해가 중첩되어 나타

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시집 식구들로부터의 2차 피해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통

스러운 감정들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나’는 시집 식구들에게 있어서 가족이 아니라

‘남’이며, 그래서 ‘나’의 일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거나 뭔가 이유가 있어서 (폭력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 비난받는 등, 지지받고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 상황에 더

해 분노, 배신감, 슬픔을 느끼게 된다.

(2) 가해의 원인 분석

① 가부장제 및 가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 정상 가족이데올로기와 성역할 고정관념

앞에서 언급한,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적인 요인들은 특히 피해

여성이 시집 식구들로부터 받게 되는 2차 피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먼저 가부장제와 아내폭력가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 피해자 유발론은 가해자의 편에

서고 싶고 가해자의 폭력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 시집 식구들로 하여금 피해여성을 비난

하거나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기 더욱 쉽게 만든다.

또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성역할 고정관념은 만약 피해여성이 남편이나 시집 식구들

로부터 요구되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되거나 외도로 인

해 분노해서 집을 나가거나 폭력을 피해 달아난다면 ‘정상 가족 유지’에 실패한 책임까지

지게 만든다. 때문에 피해여성은 가정을 ‘버리고 도망간’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비난을 받

게 되며, 때로는 시집 식구들로부터 피해여성 본인은 원치 않는 이혼을 강요받기도 한다.

② ‘여성에게 강조되는 역할’에 따른 의무 수행의 강요

피해자는 시집 식구들로부터 아내나 어머니,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더 많이 강요받는다.

부계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시집 식구들에게 피해여성은 한 인간이자 자신의 아들과

동등한 힘을 가진 가족구성원의 한 명이 아니다. 피해여성은 내 아들의 아내이며 내 손

녀손자의 어머니이고 무엇보다 나의 며느리이다. 따라서 피해여성은 아내로서 제 역할을

못해서 내 아들에게 맞을 짓을 하거나 감히 ‘하늘같은’ 남편을 신고하는 못된 아내이자,

Page 3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2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25

내 손녀손자가 안 좋은 상황을 목격하도록 만들고 아버지와의 사이가 나빠지도록 이간질

하는 나쁜 어머니이며, 내 ‘아들’을 ‘빼앗아간’ 주제에 며느리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지 못

하면서 남편에게 바라는 것만 많고 감히 내 아들을 가해자로 몰고 가는 ‘도둑년’ 같은 존

재이다. 때문에 자신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한 피해여성은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맞았

을 테니 당해도 싸고, 아무리 맞았어도 신고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남편을 달래고 상처

를 치료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남편 밥을 차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속이 문드러지더라도 남편의 외도를 참아야 하고 화내서는 안 되며 기다리

고 이해하고 용서해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피해를 알려서도 안 되고, 자식

이 알게 되더라도 ‘아버지’를 두둔해야 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 두고 나가서도 안

된다. 그리고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더라도, 그래서 분노가 하늘을 찌르거나 모든 의욕이

사라지더라도 시집 식구들에 대한 의무와 역할은 다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

을 때에는 사회로부터의 비난과 낙인을 받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여성은 시집 식구들로부터 주어진 역할에 따른 의무 수행을 요구받으면서 그

를 행하지 못했거나 폭력을 유발했다고 비난받고, 자신의 피해를 피해로서 인정받지 못

하면서 분노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감정들을 극복하고 폭

력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시집 식구들을 비롯

한 사회로부터 가해질 비난과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많은 경

우, 폭력 상황에 머무른 채로 고통당하게 된다.

3) 친정 식구들로부터의 피해

-여성의 존재를 독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인식에서 오는 피해

(1) 사례를 통해 살펴본 가해 유형의 분석

피해여성을 폭력 상황 속에 ‘주저앉히는’ 친정 식구들의 언행을 상담 사례 속에서 유형별

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이혼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참고 살라고 하기, 방관하기

친정 식구들이 피해여성을 폭력 상황 속에 주저앉히게 만드는 가장 흔하고도 강력한 말

은 다름 아닌 “네가 참고 살아라.”이다. 그리고 참고 살라는 메시지는 피해여성이 당하

고 있는 폭력의 정도나 상황의 심각성, 고통의 정도와는 관계없이 오로지 피해여성으로

하여금 이혼이나 기타 다른, 폭력에 저항하고 폭력을 근절시킬만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머무르도록 한다. 왜? 어떤 친정 식구들에게는 피해자가 당하고 있는 고통보

Page 3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6

다도 피해자가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집안의 평온(?)함과 체면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친정에서 피해여성을 돌보거나 지원해줄 여력이 없

을 때도 있다. 이 때 역시 친정 식구들은 피해여성에게 참고 살 것을 요구하거나 아예

피해자의 고통과 괴로움을 방관하기도 한다. 이혼 등으로 인해 경제적�정서적으로 어려움

을 겪을 가능성이 큰 피해여성에게 있어서 친정 식구들의 지지와 지원이 없다는 것은 가

해자와 헤어지고 폭력 상황을 벗어나는 데에 있어 엄청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피

해여성의 친정이 가부장적인 분위기일 때 ‘참고 살라’는 메시지는 더 강력해지며, 이 때

친정 식구들이 피해여성으로 하여금 폭력 상황에서 인내하도록 하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피해여성의 자녀이다.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 자녀의 미래에 혹시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등등의 핑계는 피해여성의 모성을 강조하고 여성이 양육을 맡아야 한다는 성역

할 고정관념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 피해여성의 죄책감을 자극한다. 때문에 친정의 체면을

위해서라는 이유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피해자를 ‘주저앉힐’ 수 있다.

<사례1> 남편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등 행동에 문제가 있어서 신혼 초부터

이혼을 생각했는데 친정아버지가 교직에 계셔서 이혼을 생각할 수도 없는 여건이었

으며, 때문에 20여년을 혼자 삭혀옴. 최근 친정 오빠에게 이야기했는데 ‘이혼’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으며 미혼인 자식도 있는데 참고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야단

을 침.

<사례55> 남편이 말싸움으로 시작하여 물건을 던지고, 이혼하면 아이도 못 데려가

게 하겠다고 협박하여 궁지에 몰렸는데 친정 식구들이 이혼을 말리고 참고 살라고

만 함.

<사례95> 결혼 20년차인데 젊어서는 많이 맞았고 큰 자녀도 아버지에게 맞아서 인

대가 끊어진 적도 있음. 지금은 주로 언어폭력이 심한데 친정어머니는 이혼하지 말

라고 함.

<사례6> 친구들과의 모임이 늦어진 것을 빌미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고 다음 날

양가 어머니가 오셨는데 친정어머니가 잘 마무리하라고만 함.

<사례40> 남편이 “너처럼 능력 없는 게...... 내가 왜 너를 평생 먹여 살려야 하나?”,

“너는 무능력하다.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등의 폭언을 일삼고, 이혼하자며 3살과 5

살인 아이들 앞에서 마구 때림. 친정에서도 이번 일을 알게 됐는데 “참고 살아라.”라

고 함.

<사례27> 재혼 후 10년 동안 전처 자녀를 키워왔으나 남편의 언어폭력으로 이혼을

고려하는 중인데, 참다못해 친정부모에게 이야기했으나 “참고 살아라.”라고 함.

Page 3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2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27

<사례87> 남편의 신체적, 정서적 폭력과 생활비 통제 등 경제적 폭력도 있는 상황

인데, 친정에서는 “참고 살아라. 이혼하면 안 된다. 네 신랑만 한 사람 없다. 네가 어

디 가서 그런 남편을 만나냐.”고 함.

<사례108> 결혼 초부터 계속된 폭력으로 힘들어 친정에 갔는데 친정어머니가 “애

도 있고 하니, 그냥 살아라.”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옴.

<사례20> 결혼한 지 30년 된 피해자로, 예전에는 폭력이 심했다가 요 근래 몇 년

동안은 남편이 피해자 목에 무엇인지 모를 주사를 놓고 있고, 그 주사를 맞으면 정

신이 깜박깜박하고 소화도 안 되는 등 신체적 이상이 나타난다. 친정어머니에게 이

러한 이야기를 했더니 “여자는 참는 게 복이다.”라고 하였음.

<사례16> 임신 8개월인데, 남편이 술을 마시면 폭력이 심한 상태. 친정아버지와 갈

등이 있어서 친정에 가 있을 수 없고 지지가 없음.

<사례78> 남편의 폭력으로 112에 신고했더니 “2번 이상이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하였고 친정에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② 이혼이나 폭력 피해를 이유로 무시하거나 비난하기, 성역할 고정관념의 강화

여성을 독립적�주체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반드시 남성의 보호 안에 속해 있어야만 인정

받도록 하는 가부장적 인식은 “폭력 남편이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메시지를 던지

도록 한다. 때문에 친정 식구들은 남성-남편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은 피해여성에 대해

서는 무시를 하거나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또한 폭력 상황에서 견디기 위해 또는 폭력

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정된 성역할을 더욱 강화하도록 조언하기도 한다.

한편 폭력 상황을 벗어나면서 이미 고통스러웠던 피해여성이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동

안, 피해여성의 회복을 방해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 아래의 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두고 온)아이가 생각나지는 않느냐’며 모성과 양육을 여성의 영역으로 한정

하면서 피해자의 죄책감과 그리움을 자극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사례69> 가정폭력으로 이혼 후 경제적,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친정어머

니와 동생이 피해자를 벌레 취급한다. 그리고 친정어머니는 “그래도 남편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고 함.

<사례57> 남편에게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는 내담자에 대해 친정식

구들이 비하하여 서로 불화가 있음.

Page 3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2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28

<사례87> 남편의 신체적, 정서적 폭력과 생활비 통제 등 경제적 폭력도 있는 상황

인데, 친정에서는 참고 살라고 하면서 “남자만 돈 버느냐, 요즘 능력 없는 여자가 어

디 있느냐.”는 등 내담자를 무시하고, 지지해주지 않음.

<사례22> 남편의 외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신체적 폭력 이야기는 하지 않고) 외

도 문제에 대해 친정어머니에게 상담하자 “밖에 나가면 내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라. 상대 여자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화려한 스타일이면 분명 그 여자하고는 잠깐

만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너무 잘하지 말아라. 너 아니어도 살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함. 전부터 남편에게 서운한 것 있다고 이야기하면

“남편에게 너무 잘하지는 말아라. 네가 남편을 더 좋아하는 게 티가 난다.”고 하였

고, “남편에게 기대하지 말아라. 어차피 네가 여자니까 잘해주고 희생할 수밖에 없고

그건 아마 시대가 변해도 안 변할 거다.”라고 함.

<사례26>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고민되어 상담을 받았으나 상담가가 피해자에게 폭

력을 유발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거나 인내하라고 하였고, 주변 친구나 가족들은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하며, “남자는 그럴 수 있다.”, “네가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다.”,

“한국 남자들은 다 그런다.”, “넌 너무 현실을 모른 체하고 이상적으로 살려고 한

다.”고 하였음.

<사례71> 남편의 경제적 방임과 폭력으로 이혼해서 외국에 가서 살다가 돌아왔는

데, 친정어머니가 남편의 편만 들며 “남편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함.

<사례96> 피해자는 결혼 초부터 외도와 폭력을 당해왔으나 남자 동창생들이 이혼

한 다른 동창을 우습게 대하는 것을 보았고 경제적인 문제도 있어서 이혼 생각은

안하는데, 피해자의 딸이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 와서 힘들다고 함. 피

해자는 딸(또 다른 피해자)이 자신이 살아오던 방식대로 남편의 비위를 맞추고 세지

않게, 지는 게 이기는 식으로 살기를 바라며, 딸이 세게 나가고 시비를 건다고 비난

함.

<사례66>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서 친정에 이야기했는데 친정어머니가 “셋째동생처

럼 애교가 있어야지. 애교가 없으나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라고 했음. 알고 보니 둘

째 여동생이 친정어머니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함.

<사례111> 첫 번째 결혼에서 출산 직후 있던 남편의 구타와 이어진 이혼, 아이와의

이별 등으로 힘든 시간 보냄. 아이 양육권 챙길 정신도 없고 자신을 추스르기도 힘

겨웠는데,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아이 안 보고 싶니”라고 묻는다. 다

른 사람들 눈에 얼마나 독하게 보이면 저런 질문을 할까 생각이 들고 가슴이 아프

다고 함.

Page 3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2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29

(2) 가해의 원인 분석

① 이혼을 수치 또는 실패로 여기는 등의 부정적 인식과 여성의 결혼을 당연한 것

으로 전제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시집 식구로부터의 2차 피해 원인이 가부장제와 피해자 유발론, 역할에 따른 의무 강요

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 친정 식구로부터의 피해 원인은 그와는 조금 다른 양상

을 보인다. 피해여성과의 관계 때문에라도 친정 식구들은 피해여성의 상황을 안타까워하

고 지지하는 경우가 시집 식구보다는 훨씬 많기는 하다. 하지만 때로는 피해여성의 상황

을 알든 모르든 피해자로 하여금 폭력 상황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폭력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친정 식구들은 시집 식구들이 폭력

상황 자체를 ‘수치스럽고 시끄러운 일’로 보는 것과는 좀 다르게, 폭력 상황 그 자체보다

폭력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피해자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폭력 상황을 벗어나는 적

극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가해자인 남편과 헤어지는 것, 즉 이혼13)이다. 그러나 결혼한 여

성은 친정으로부터 ‘출가외인’이라는 가부장적이고 부계 중심적인 인식은 여전히 뿌리 깊

게 남아 있는데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성이 결혼해서 사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본다. 때문에 친정식구들은 피해여성이 이혼이나 독립을 선택하려

고 하면 “참고 살아라”,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피해여성 지지

해주지 않거나, 이혼을 선택한 피해자를 실패자로 상정하면서 비난하고 무시하는 방식의

가해를 행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이 친정으로 돌아와서는 안된다. 만약 남편이나 시

집으로부터 분리 혹은 축출된다면(설사 그것이 여성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 해도) 그것

은 한 마디로 집안의 수치이자 집안 망신이고, 내 딸의 흠이다. 그렇기 때문에 “흠이 있

는데 다시 결혼할 수 있겠느냐.”라는 식으로 여성은 반드시 다시 결혼해야 한다는 전제

를 하고, “그러니 차라리 그 상황에서 참고 사는 것이 낫다.”는 식의 조언을 서슴없이

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②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과 모성의 강조로 인한 피해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친정 식구들은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과 모성

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많은 친정 식구들이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성’은

13) 이혼이 폭력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나, 실제로 이혼한다고 해서 폭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수의 아내폭력 피해는 헤어진 남편이나 사실혼 관계의 남편

에 의해 발생한다.

Page 3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3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30

남성보다 인내심이 많아야 한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 양육의 책임은 ‘어머니’에

게 있다고 상정한다. 때문에 그들은 “여자는 참는 게 복이다.”라거나 “자식을 두고 나오

면 안 되니까 또는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니까, 자식들을 생각해서 참고 살라.”라는 식의

‘조언’을 한다. 더구나 가부장제 사회에는 아내나 어머니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여성’이

기 때문에 강요되는 성역할들이 있다. 친정 식구들은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때로는 그러

한 성역할을 고정화하고 강화시키는 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좀 더 여자다우

면’, ‘예쁘게 꾸미면’, ‘조신하게 말을 잘 들으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처럼 참고 이해해

주다보면’ 폭력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들은 실질적으로 폭력을 근절시키는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뿐만 아

니라 피해자로 하여금 내 편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하거

나,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과 이혼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며, ‘여

성’이기 때문에 이 상황들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가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인

식을 하게 만들고 때문에 피해여성을 결국 폭력 상황에 머무른 채로 ‘인내’하게 만든다.

4) 가해 대상에 따른 특성 및 차이점 분석

지금까지 시집 식구와 친정 식구가 피해여성에게 가하는 여러 형태의 가해들과 그러한

가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가해 대상

과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집 식구 중에서의 주 가해자가 시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친정 식구 중에서의 가해자는 친정부모, 오빠, 여자 형제 등으로 다양하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쉽게 말하듯이 “여자의 적은 여자”이고 “

‘시’자 붙은 사람들은 원래 그렇기 때문”일까?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시어머니들 역시 가부장제의 고리 속에서 자유

롭지 못한 존재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살아왔다. 시어머니 자신도 아내폭력의 피

해자이자 자신의 시집 식구들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해온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시어머니

라는 대상이 유독 아내폭력 피해여성에 대해 2차 피해를 당하도록 하는 가해자가 되는

것은 첫째, 시어머니 역시 가부장제의 고리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가부장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속에서 ‘다르게’ 사는 방식을 배우지 못했거나

배웠다고 하더라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회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

다. 둘째, ‘가정폭력’을 사소화하고 개인의 문제이자 ‘집안일’이라고 인식하는 통념에도

그 원인이 있다. 며느리가 당하고 있는 남편으로부터의 폭력 역시 집안일이고, 집안일이

기 때문에 여성의 일이라고 치부되므로 며느리와의 주 소통의 대상은 시어머니가 된다.

시집 식구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가해 요인들이 시어머니라는 대상을 통해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시어머니 다음으로 많은 가해의 대상이 시누이인 것 역시 마찬가지

Page 3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1.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 ▫ 3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1

이유이다. 즉 집안일은 여성의 일이라고 상정하고, 여자들끼리 소통하고 해결하도록 만드

는 가부장성이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주 가해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편 시집과 친정의 태도에서 유독 비교되는 태도가 있다. 시집에서는 피해여성에게 “너

이 집에서 나가라.”, “네가 나간다고 무서울 줄 아느냐.”는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여성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고 이혼을 강요하거나 협박하기도 하는 반면, 친정에서는 “그래도 그

집안에 붙어 있어야 한다.”, “어떤 취급을 받더라도 참고 살아야 한다.”면서 나가지 못하

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의 차이는 똑같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영향

을 받더라도 남자는 결혼을 여러 번 해도 흠이 안 된다거나 혼자 살 능력이 있으니 (피

해여성과) 헤어져도 아쉬울 게 없지만 여자는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혼자 살

면 안 되며 혼자 독립할 능력도 없는데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결혼 경력 자체가 흠으로

남게 된다는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요인이 되어 이혼을 말

리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존재일 때는 친정 식구들이 가하는

가해도 축소되거나 피해여성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권한이 더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여성이 경제적 능력을 가지는 것 자체도 어렵고 경제 활동에 대해 인정받기

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제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려 해도 가사 노동과 양육

의 책임 역시 여성이 져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보다는 경

제적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에 중심을 두어 때로는 “능력도 없으면서”라고 여성을

비난하기도 한다.

5) 정리

<응답자 1> 차라리 마주치지 않고 서로 만나지 않고 살았으면 했음.

<응답자 7>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본인

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고 화가 나고 답답하고 숨 막혀

등을 돌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응답자 9> 내 마음을 이해 못해주고 내 편이 없구나 하는 마음.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

<응답자 14> 친정엄마와의 관계에서 무조건 참고 기다리라고 해서 매우 서럽고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때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로로 쇼크 상태까지 갔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자신들의 감정과 피해 사례는 생생하고 그만큼 절절하다. 가장 가까

운 존재인 만큼 가족들의 태도가 피해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메시지는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

있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기댈 곳이 없고 믿을 곳이 없다는 느낌과, 분노, 배신감, 슬픔을

느끼게 하고, 폭력 상황을 벗어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

Page 3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3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32

엇일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아내폭력피해자에게 가족들이 가하는 2차적인 가해는 피해여성에 대

한 비난, 지지 없음, 방관, 폭력 상황에 대해 부인하고 축소화하기, 참고 살라고 하기 등

다양하고 다중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러한 가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부장제와 아

내폭력가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피해자 유발론에 대한 맹신,

성역할 고정관념 등 공통된 요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입장에 따라 시집 식구들이 요구하

는 의무 수행에 대한 강요, 친정 식구들이 갖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성을 주체적

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 가치관과 모성의 강조 등의 요인 등이 있다.

가족들로부터 가해지는 이러한 2차적 폭력은 아내폭력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폭력

상황을 벗어나는데 장애가 된다.

피해여성이 폭력 상황을 벗어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피해여성이 당하는 폭력 피해가 그 여성의

것만이 아니라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깨달음

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남편의 지나친 잔소리’가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해 다루

는 어느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남편의 잔소리에 대해 ‘사랑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지 않겠냐.”라는 어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화가 났다. 폭력은 다름 아닌 지배와 통제, 즉 권력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아

내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 ‘메모와 잔소리’를 사용하는 것 역시 엄연히 정서적 폭력이라

는 것을 묵과한 채 그저 ‘사랑의 표현’으로 포장하는 전문가의 태도는 사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내폭력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축소화하여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TV를 시

청한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가족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그러한 가족

들을 통해 피해여성에게 전해졌을 때, 피해여성의 고통이 얼마나 더 커질지, 자신이 받고

있는 피해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된다.

언젠가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아내폭력 문제에 대해 가해자의 입장이 아

닌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이것이 한국여성의전화만

의 고민이 아닌 사회의 고민이 되길 바라며 이 장을 마친다.

<참고 문헌>

가정폭력 실태조사 2010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 실태

정희진, 2001,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또하나의문화

민가영, 2007, 여성학 이야기 인어공주는 왜 왕자를 죽였을까, 책세상,

Page 3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3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정화성/ 41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2

Page 4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3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34

Page 4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3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5

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본 상담소로 전화를 해 올 경우 상담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공권력이 필요할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외부의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원체계로 가장 먼저

일선 경찰을 찾게 된다. 24시간 운영되는 경찰서는 폭력이 발생하는 위급상황에서 피해

자가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한 경찰이 어떻게

폭력사태에 대응하는가는 향후 가정폭력범죄를 줄어들게 하고 멈추게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현장에서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가정폭

력이 범죄임을 정확하게 알리고 법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임무는 중대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집밖에 있는 누군가가 집안에서 일어

나는 폭력을 제지하고 처벌해 줄 수 있다고 믿을 때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

이다. 더불어 자신의 안전을 지원해 준 사법체계와 사회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고 자신의

존엄을 회복해 갈 수 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현실적으로 다루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위계

를 근간으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며 그 정도가 심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족 모두

를 공포와 근심, 혼란과 절망 속에 빠뜨리기 때문에 그 어떠한 사회적 폭력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가정폭력 방지법’이 시행된 지 13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가정폭력

발생률은 좀처럼 줄고 있지 않으며 경찰의 미온적인 태도로 피해자들이 또 다시 피해를

입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폭력이 일어났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피해 당사자가 88.6%로 가장 높고,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이 6.8%, 이웃, 친척 순으로 신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은 하였으나 집안일이니 서로 잘 해결

하라며 돌아갔다고 응답한 비율이 50.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집안일이니 둘이

서 잘 해결하라며 출동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7.7%, 즉시 출동하여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접수한 경우는 14%, 보호시설이나 병원으로 인도한 경우는 2.4%였다. 경찰들

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보는 비율이 68.2%로 나타나 여전히 가정폭력을 폭력 범죄로

보지 않는 경향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14)

그러면,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정폭력사건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어떠한지 출동현장에

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출동이후 적절하게 조치하고 있는지 그리고 가정폭력방지법

14)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 실태조사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 중 부부폭력 대응방법

Page 4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3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36

에 대해 바르게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 사례와 쉼터입소자 설

문조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정폭력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

하여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많이 있다. 가장 많은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경찰이고 경찰

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가정폭력에 도움을 받은 사례도 많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경찰

에 대한 2차 피해 부분을 다루고자 하기 때문에 경찰로부터 도움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

는 다루고 있지 않음을 밝힌다. 앞으로 경찰의 도움으로 폭력에서 벗어난 사례 등에 대

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사례분석에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1차 피해로 보고 연구하고 있으나 이 장에서는

남편이 아내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여 자녀가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남동생이나 시동생이 가해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어 1차 폭력의 범위를 ‘가족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으로 두었다. 경찰로 인한 2차 피해사례분석은 해외사례를 제외한

국내사례 39건을 토대로 하였고, 이 중 10건은 2회 중첩, 1건은 3회 중첩 인용하였으

며, 쉼터입소자 설문조사는 9건을 인용하였다.

1)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1) 신고 이전 : “왜 신고하지 못하는가?”

가정폭력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심각한 경우에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

하고 어떠한 고민들을 하게 되는지, 왜 신고하지 못하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피해자가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 법에 의거한 신고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이다.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가정폭력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고 피

해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정보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어보았다 하더라도 정확하

게 알지 못해 신고하는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상담 중에 “법이 있다는 얘길 듣긴 들었

지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건지 몰랐어요. 경찰이 와서 어떻게 해주나요?” 라는 피

해자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둘째,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내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판단해서이다. 이는 사회의 통

념으로부터 학습되어진 보살핌, 견딤,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은 가정을 지켜야 한다.’를

수행하는 것이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폭력행위에 대해서 ‘심각하지 않으니’ 폭력이 아니

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잘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가해자가 미

안해할 때도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피해자 자신이 믿고

Page 4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3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7

있는 종교적인 힘에 기대어 기도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전화상담 중에 피해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 처음에는 미안하다, 안 그러겠다고 했

어요. 제가 참으면 나아질 줄 알았죠. 트집 안 잡히려고 집도 깨끗이 치워 놓고 시키는

대로 비위맞추고 했어요. 아무 효과가 없더라고요.”, “남편이 저한테 욕하고 서너 대 때

리는 건 뭐 싸울 때마다 그래왔어요. 이 정도는 다른 가정에서도 흔히 있는 일일 거라

생각했어요.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고 해서 이 정도를 폭력이라 할 수 있는지 몰

랐어요. 특히 남편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할 때는 남편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 되지만

애들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셋째, 신고 이후의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에서이다. 직접적인 두려움으로는 가해자의 보복

폭력이 예상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는 남편을 신고했다고 가정과 사회로부터 쏟아질 비

난, 원치 않는 이혼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불안감, 만일 이혼하게 된다면 아이들 성장에

미칠지 모를 악영향과 피해자 자신의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이혼녀로 살아가면서

감수해야할 비난어린 시선과 사회분위기 등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결국 가정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아예 신고 시도조차도 안하는 게 낫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전화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남편이 신고했다고 더 심하게 괴롭힐 거예요. 지금

도 죽겠는데 여기서 더 심해질 거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요.”, “남편을 신고했다고 사람

들이 저를 나쁜 년이라고 손가락질 할 거예요. 시집에서 알아봐요. 저를 가만 두지 않을

게 뻔해요. 이혼을 각오해야 해요.”, “아이들의 아빠이기도 한데 고소하면 아빠 얼굴이

뭐가 되겠어요. 아이들이 아빠를 우습게 볼 것 같아서 신고 못하겠더라고요.”,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이혼가정이라는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이 되요. 애들이 잘못되면 죄책감 들

것 같아요.”, “제 사전에 이혼은 꿈에도 생각 안 해봤어요. 이혼녀로 사는 건 실패한 인

생 아닌가요? 돈도 없고요.”라는 깊은 고민들을 듣게 된다.

여기에서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자료 중 아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기로 하

자. 경찰신고 후 남편의 폭력행위 변화에 대하여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46.5%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폭력이 중단되었다 21.0%, 폭력

이 이전보다 줄었다 17.7%, 폭력이 이전보다 늘었다 14.8%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신고

후에도 가해자의 폭력 행동이 변화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된 경우가 61.3%를 보이고

있다.15) 피해여성들이 신고 후에 있을 가해자로부터의 보복폭력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라는 사실이 역력히 드러난다.

넷째,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서이다. 경찰의 조치로 가정폭력이 줄었다는 성공사례들을

들어보지 못했거나 과거의 신고경험에서 출동한 경찰이 부적절하게 조치한 것을 보고 크

15)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 중 부부폭력 대응방법

Page 4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3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38

게 실망한 적이 있었거나 혹은 남성 경찰이 많은데 같은 남자 편을 들지 않을까 하는 막

연한 우려 등으로 인해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전화상담 중에 만난 피해자의 말이다. “신고했었는데 벌금이 나왔어요. 없는 살림

에 그 돈 결국 내가 냈어요.”, “경찰도 남자인데 남편 편에 서지 않을까요? 나의 고통을

어찌 알겠느냐고요.”, “어느 누구도 해결 못해요. 내가 죽어야 끝날 일이예요.” 이렇게

경찰이 남편의 폭력을 제지시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신고를 못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사회지원체계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성역할에 충실하

다 보니, 신고 후 예상되는 추가폭력·비난·이혼각오 등의 두려움이 커서, 또 경찰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에 폭력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다양한 대응방법을 강구하고 시도한다. 이웃이

나 친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도

하지만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변화시킬만한 확실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화를 시도하고, 남편에게 전적으로 맞추려 노력하고, 설득하기, 취미생활

함께 하기, 맞서서 대응하기, 각서 받기, 친지들에게 도움 요청하기, 부부상담 받기, 병원

치료 권하기, 쉼터생활 등 남편의 폭력성향이 개선되도록 노력한다.

(2) 마침내, 신고

폭력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방법으로 피해자들은 경찰신고를 결심한다. 폭

력행위를 고치려고 부단한 노력과 시도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남

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노력이 변화를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면 폭력행위가 고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법적·사회적으로 범죄행위로 확인된다면 남편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

의 공권력이 폭력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처벌을 함으로써 폭력을 멈출 수 있을 것이

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신고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자녀와 나의

생존을 위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마침내 신고를 결정한다.

2) 경찰신고로 인한 피해사례 분류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①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 ②피해자를 가정폭

Page 4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3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39

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 ③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 ④폭력행위의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

청할 수 있음을 통보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16)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신고의 경

험이 있는 피해자들의 상담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경찰의 인식과 태도나 부적절한 말 등

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어 절망에 빠졌다는 사례들이 많았으며, 이는 경찰의 가정폭력

을 대하는 인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원들은 경찰

의 인식을 좀 더 세분화해 보기로 하였고 피해상담사례들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보는 인식과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보고 있음이 사례 대부분에 나

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논의 끝에 경찰이 사용한 언어를 중심으로 인식을 분류하

였고 특히 경찰들이 ‘집안일, 가정사, 부부싸움‘이라고 직접 말한 사례만을 따로 빼내어 ’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인식‘이라고 분류했다. 각 분류의 내용은 「(1)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인식 (2)가장의 중요성을 우선시하여 가해행위를 관대하게 보는 시각 (3)신고자체를 비

난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림 (4)가정폭력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이다.

(1)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인식

경찰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인식하는 사례는 경찰로 인한 2차 피해사례 39건 중 10건

이다. 다음 피해자의 호소내용에서는 경찰이 가정폭력을 ‘가정일’, ‘부부싸움’, ‘집안일’,

‘가정사’ 라고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례11> 남편이 때려 신고했는데 경찰이 ‘가정의 일’이라며 남편을 격리하지도 않

고 돌아가 더욱 격분한 남편으로부터 칼 휘두름의 협박까지 당하게 됨.

<사례85> 도와달라고 경찰서에 갔는데 “이 아주머니가 여기가 부부싸움 하는 덴

줄 아느냐?”고 했음. 피해자는 “내가 남편을 죽여서 경찰서까지 질질 끌고 가야 그

제서야 그 사람들이 알 것 같다. 오죽하면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라고 답답해 함.

<사례65> 처음에 신고했을 때 ‘집안일’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았고 다시 신고했을 때

폭력에서 모면할 수 있었음.

<사례67> 상견례자리에서 아버지에게 맞아 시부모 보내고 나서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이 ‘집안일’이라며 “알아서 하라”고 함. 예전에 신고했을 때에도 도와주지 않았

고 신고일지에 아예 적지도 않았는지 나중에 기록에도 없었음. 경찰차에 뛰어들어

16)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

Page 4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0

도와달라고 했을 적에도 그냥 돌아갔음.

<사례68> 아버지가 목에 칼을 대고 위협하여 신고했을 때 경찰이 ‘집안일’이라 하

였고 다음번에 아버지가 집에 불 지른다고 협박해서 고소까지 했었는데 며칠 후 경

찰서에서 전화가 와 “아버지를 처벌하겠느냐?”고 물었음. 아버지 정신 차리시길 바

라는 마음에서 고소했지만 전화가 오니 취하했고 그 후 폭력은 계속되었다.

<사례73>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있는데 남편이 구둣발로 들어와 물건을 때려 부셔

서 신고했더니 ‘가정사’라며 외면했음.

<사례34> 신고했으나 “가정사이니 잘 알아서 하라”고 함.

<사례81> 남편의 폭력을 신고했을 때 경찰이 “부부싸움이야. 그냥 가자고. 돌아버리

겠네.” 라고 했고 접근금지조치를 받은 남편이 창문을 뜯고 들어와 보복폭력을 행했

을 때 다시 신고했더니 소극적으로 대응했음. 신고만 하면 법과 경찰이 해결해 줄

거라 기대했었는데 더 좌절하게 되고 남편은 경찰 태도에 힘입어 더 큰소리치며

“또라이, 미친년” 하면서 전혀 변화가 없었다. 경찰과 맞서 싸우고 요구하는 일이 더

지치게 만든다고 함.

<사례88>남편이 피해자를 때려 기절하자 아들이 신고해서 경찰이 왔는데, 남편이

집안일이라고 하자 그냥 돌아갔음.

<사례101> 아버지한테 맞고 신고했더니 경찰이 와서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 했

고, 피해자가 경찰에게 항의하자 “됐다. 나 고소해라.”고 말했으며 부모한테도 피해

자를 신고하라고 했음. 과거에 두꺼운 원목좌탁을 아버지가 던져 피를 흘리는데도

경찰이 “별거 아니다. 가족문제 별 거 아니다. 가정사다.”하며 웃으면서 돌아감.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 범죄이며 때문에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고 있는지 13년이 지났는데도 경찰은 여전

히 가정폭력을 집안일, 부부싸움, 사적인 일로 인식하고 있음이 위의 사례를 통해 드러나

고 있다. 신고단계에서조차 집안일이라고 개입하지 않으려 하거나 개입을 하더라도 남편

에게 충고를 하고 화해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서로 연행하지 않고 경고만 주고 끝

내는 경우도 있다.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툼이므로 가정의 울타리 내에서 해

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취급하고 그

냥 돌아갔을 때 피해자는 한 번 더 좌절한다.

Page 4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4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41

<응답자 5> 남편이 별일 아니라고 돌려보냈는데 (경찰이) 응답자의 의견이나 얘기는 듣지도 들

으려고도 하지 않았음. 순간 수치와 주위사람들에게 치부가 드러난 것 같아서 어

디론지 숨고 싶은 심정이었음.

<응답자10> 경찰이 “안살 것도 아닌데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고 살아라.”하며 그

냥 돌아갔는데 그 때 느낌은 ‘경찰은 남자니까 남자 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다면 실제 경찰들은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여성가족부

자료 중 경찰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개입이 필

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다수(43.2%)였고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 내 해결이 우

선이라는 의견(71.6%)과 가정폭력사건에 있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는 의견이 많았다(63.7%). 이는 절반 이상의 경찰들이 가정폭력을 집안일 혹은 사적인

일로 바라보고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

다.17)

다음으로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이 생각하는 범위와 일반인이 생각하는 범위가 어떻게 다

른지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경찰은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정폭

력이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모욕적인 말이나 욕을 하는 언어적인 폭력과

생활비를 안 주는 등의 경제적 폭력에 대해서는 가정폭력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았고

처벌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가정폭력은 신체적인 폭

력이 가장 비율이 높았고, 다음이 언어폭력, 배우자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

위, 냉담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는 정서적 폭력, 경제적 폭력 순이었고, 앞에서 열거한

모두를 가정폭력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처럼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은

일반인의 인식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18)

(2) ‘가장’19)의 중요성을 우선시하여 가해행위를 관대하게 보는 시각

경찰이 가장의 중요성을 우선시하여 가정폭력행위를 관대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례는 경

찰로 인한 2차 피해사례 39건 중 28건을 차지한다.

17)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14장 가정폭력관련 사법기관 조사 중 경찰대응실태

18)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5장 4절, 제14장 2절

19) 경찰이 중요시 여기는 남편 또는 아버지의 존재를 ‘가장’이라 설정한다.

Page 4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2

<사례4> 아버지의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러 갔더니, 담당 형사가 피해자의 치아교

정 장치를 보고 “아버지 돈으로 치아교정하고 먹고 사는데 그 정도도 못 참고 신고

하느냐. 돌아가라.”고 함.

<사례8> “고소해봤자 벌금만 나올 뿐, 해결책 없으니 잘 알아서 해봐라”라고 함

<사례18> 옆집에서 신고하여 경찰이 왔고 남편이 경찰 앞에서 다 던지고 부수고

아는데 경찰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돌아감. 경찰이 돌아간 후 남

편은 “칼로 후벼 죽이겠다.”고 협박함.

<사례85> 남편이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집에 들어왔을 때 경찰을 불렀는데 “우리

는 그럴 권한(남편 쫓아낼)이 없다.”고 함. 또 “이 집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냐” 해서

“남편 명의”라 했더니 “그러면 우리가 못 데려간다.”, “부부문제니까 부부가 알아서

하라.” 그랬고 제발 남편에게 겁이라도 주라고 하며 “나를 보호해줄 것”을 따지니까

그제서야 남편에게 가서 “3시까지 안 나가면 법적으로 처리한다.”고 말하고 갔음.

<사례38> 남동생에게 폭력을 당해서 신고했더니 출동하지는 않고 “증거가 확실해

야 한다. 현장을 봐야 한다.”고 함. 앞으로도 폭력상황에서 경찰에 전화 못 걸 것 같

은 무력감이 들었음.

<사례47> 남편이 술 먹고 피해자와 아이들에게 칼을 든다. 친정에 피신해 있는데

남편이 찾아와서 문을 부수고 해서 경찰을 불렀음. 경찰이 와서 남편을 잡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리 문 열어라”고 했음.

<사례81> 접근금지조치를 받은 남편이 창문을 뜯고 들어와 보복폭력을 행했을 때

신고했더니 소극적으로 대응했음. 신고만 하면 법과 경찰이 해결해 줄 거라 기대했

었는데 더 좌절하게 되고 남편은 경찰 태도에 힘입어 더 큰소리치며 “똘아이, 미친

년” 하면서 전혀 변화가 없었다. 피해자는 경찰과 맞서 싸우고 요구하는 일이 더 지

치게 함.

<사례89> 남편이 잠을 못 자게하고 기물을 파손하여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이러시

면 안 되죠“ 하며 경고조치만 하고 돌아감. ”폭력이 있어야 고소가 된다.“고 함.

<사례90> 결혼 초부터 남편 폭력이 계속되어 왔음. 코뼈가 부러져서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둘러만 보고 조사도 하지 않고 그냥 갔음.

<사례91> 경찰서의 위치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데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

음. 다시 전화해 오지 말라 함.

Page 4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4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43

<사례110> 남편의 외도로 힘들게 지내는데, 성장한 아들이 폭력을 써서 신고했을

때 아들이 경찰에게 “엄마가 술 먹어서 그런 거다”고 하니 그냥 돌아감.

<사례20> 남편이 십몇 년 동안 목에 침 같은 것을 놓고 있는데 뭔지는 말 안 해줌.

정신이 깜빡깜빡하고 소화가 안 되고 배도 고프지 않고 일하는데도 지장을 준다. 경

찰에 갔는데 “별거 아닌 걸로 왔다”면서 잘 상대 안 해주고 남편이 마약을 한다고도

말했는데 심각하게 생각 안하고 남편을 불러 얘기 들은 뒤 그냥 돌려보냈음.

<사례21> 남편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얼굴을 때려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무

서워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대충 살피고 그냥 돌아감.

<사례9> 신고해도 오지 않았고 다시 해도 안 오다가 큰 딸이 남편이 휘두른 칼에

다쳐 신고를 또 하니 그제야 출동해서 왔음. 딸이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고 남편을

고소한다고 했더니 경찰이 “남편과 큰 딸 모두 호적에 빨간줄 그어지니 잘 생각하

라”는 식으로 말리려 했고, 신고 시에 “왜 신고하느냐. 꼭 출동해야 하나. 사건이 일

어나야 개입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심한 것 아니니 아줌마가 참아라.” 함.

<사례45> 남편이 가게 CCTV를 부수는 등 난동과 폭력이 심하여 경찰에 7번 신고

했는데 경미하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처리함. 경찰이 “물리적 폭력은 4주 이상

의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고 함.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구속되어 1개월 감옥생활을

했고 접근금지명령도 받았었는데 폭력이 더 심해지고 빈번해졌음.

<사례58> 언어폭력에 의처증증세까지 있는 남편이 청소기로 때리려 해서 딸이 막

고 신고했으나 경찰이 와서 “그다지 심한 폭력이 없다”고 돌아갔음.

<사례67> 신고했을 때 도와주지 않았고 신고일지에 아예 적지도 않았는지 나중에

찾아보니 기록에도 없었음. 경찰차에 뛰어들어 도움을 요청했을 적에도 그냥 돌아갔

음.

<사례84>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피가 흐르고 아들이 집밖으로 쫓겨나서 경찰에 신

고했는데 경찰은 “문제없다”며 그냥 갔음. 사건이 발생해야만 조치하고 예방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경찰에 대해 분노함.

<사례103>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 접수하고 조사를 받는데 경찰이 웃으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얘기하고, 남편이 딸을 효자손으로 때려서 머리가 찢어졌고 유

리관으로 때려서 찢어졌다는 얘길 하는데 “큰 사건만 얘기하라”면서 “칼로 위협하고

망치로 때린 것만 진술하라”고 함. 또 고소해서 접근금지 신청하려는데 경찰이 일단

가해자 불러서 사실여부 파악해야 하며 가해자가 부정하면 대질 신문 해야 하는데,

일이 많으니 빨리하면 2달 걸릴 거라고 얘기함.

Page 5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4

<사례112> 2번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미하다며 2번 다 가해자를 처벌 없이 풀어주

었음. 피해자는 “가해자 격리방법 없나요? 패널티 없나요? 눈가가 찢어지고 멍들도

록 때렸는데 경미한가? 경찰은 가해자 말만 듣고 간다.”며 호소함.

<사례64> 딸이 신고해서 경찰이 왔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쓰는데, 다른 설명

없이 “남편 처벌 원하느냐, 벌금이나 구치소에 갈 수 있다”라고 말해 “처벌 원치 않

는다.”에 싸인 했음. 어제 싸인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고, 원래 원

했던 건 재발방지였는데 경찰이 사전설명 없이 남편 처벌 여부만 물어 와서 겁이

나서 답하게 된 것이었음.

<사례68> 아버지가 집에 불 지른다고 협박해서 고소까지 했었는데 며칠 후 경찰서

에서 전화가 와 “아버지를 처벌하겠느냐”고 물었음. 아버지 정신 차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소했지만 전화가 오니 취하했고 그 후 폭력은 계속되었음.

<사례60> 경찰 말이 “이혼할 거 아니면 고소는 생각해 보시라”고 함.

<사례105> 경찰이 내담자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 어떤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

니 “잘 타일러서 보낸다. 신고하면 벌금형이 나올 것이다.”고 했음.

<사례107> 신고하려 했는데 경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신고접수를 해주지

않음.

<사례5> 아기와 둘이 집에 있는데 시동생이 와서 머리를 때리고 죽인다고 협박하

며 돈을 요구하여 신고함. 경찰이 와서는 대수롭지 않게 보면서 시동생을 내보낸 후

가버렸고 시동생이 다시 와 계속 협박하여 지구대에 전화했는데 안 오려고 해서

112에 신고했음. 잠시 후 112에서 지구대 직원과 함께 와서는 조서를 꾸밀 수 있겠

냐면서 신경질적으로 대하고 신고사실을 시동생에게 밝히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무

시한 채 “보복하면 어쩌려고 하냐?”며 겁을 주면서 시동생을 데리고 나갔음. 계속

무섭고 불안하고 답답하다.

<사례19> 7~8년 전에 언니가 이혼했는데도 형부가 나가지 않고 폭행하고 협박함.

신고했지만, 경찰 대응이 미비해서 속상하고 답답하다. 최근에는 칼까지 들고 위협

한다.

<사례23> 바깥에서 남편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욕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신고해 경찰이 왔으나, 남편과 경찰이 너무 잘 아는 사이라 그냥 넘어갔음.

위의 사례들은 가정폭력을 경미한 일로 보거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충’ 살피고 돌

Page 5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4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45

경찰의 태도 경찰이 대응한 언어와 행동

방임적이고

무성의한 태도

-경찰 앞에서 남편이 때리는데 그냥 보고만 있었음

-“고소해봤자 벌금만 나올 뿐, 해결책 없으니 잘 알아서 해 보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돌아감

-“집이 남편명의라서 못 데려간다. 그럴 권한이 없다.”

-문을 부수는 남편을 잡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리 문 열라”고 함

-“이러시면 안 되죠” 경고만 하고 돌아감

-신고한 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음

-대충 살피고 그냥 돌아감

-“시동생이 보복하면 어쩌려고 하느냐”하며 겁을 줌

경미한 일이라고

취급함

-출동하지는 않고 “증거가 확실해야 한다. 현장을 봐야한다”는 말만 함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둘러만 보고 그냥 돌아감

<표 3> 경찰이 ‘폭력’사실보다 ‘가장’을 중요시한 행태

아가고 있는 경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폭력의 수준이 사소하여 가정폭력으

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거나 남편고소를 취소하라는 권유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신고

일지에 기록조차도 안하거나<사례67> 신고접수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사례107>도 있

다. 가장의 통제를 당연시 여기고 폭력을 사소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가장은 고소당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경찰이 폭력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하고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남성 편향적이고 가부장적인 의식이 우선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경찰이 가해자 처벌을 하지 않는 데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가해자가 친구라서<사례

23>, 집 명의가 가해자 명의라서<사례85>, 피해자가 아버지 돈으로 치아교정하고 먹고

살아서<사례4>, 고소해봐야 벌금만 나올 거라서<사례8> 등 경찰은 오히려 가해자를 돕

는 말을 하고 있으며 믿기 힘든 이런 이야기는 실제 출동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경찰의 언어들이다. 이러한 부적절한 언어가 가능한 이유는 가정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인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피해자 혹은 신고자에게 사전 설명 없이 가해자처벌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만 집중

하는 것 역시 폭력사실에 초점을 두지 않는 것이다<사례68>, <사례64). 신고자가 자녀

일 때는 야단을 치며, 마치 피해자를 가해자인 듯 수사한다<사례4> <사례47). 이것은

경찰이 가정이라는 은폐된 공간과 친숙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특수성과 심각

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질문자체가 피해자에게는 절망을 안겨주고 사회가 피

해자를 외면한다고 느끼게 한다.

다음은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장을 중요시한 나머지 가해행위를 가볍게 다루고

있는 행태를 분류해 본 것이다.

Page 5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6

-별거 아닌 걸로 왔다면서 상대 안 해줌

-“왜 신고하느냐. 꼭 출동해야 하느냐. 사건이 일어나야 개입할 수 있고

이 정도는 심한 것 아니니 아줌마가 참으라.”

-경미하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처리함

-“그다지 심한 폭력이 없다”고 하며 돌아감

-신고일지에 적지도 않았는지 나중에 찾아보니 기록에 없었음

-“부부문제니까 알아서 해라”

-“사건이 발생해야만 조치한다.”하고 예방조치를 전혀 하지 않음

-웃으면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큰 사건만 얘기하라. 칼로 위

협하고 망치로 때린 것만 진술하라”고 함

-경미한 폭행이라며 남편을 그냥 돌려보냄

사전설명 없이

처벌만 강조해서

물음

-다른 설명 없이 “남편처벌을 원하느냐, 벌금이나 구치소에 갈 수 있다”는

말만 함

고소·신고를

제지함

-”폭력이 있어야 고소가 된다.“

-“그 정도도 못 참고 신고하느냐. 돌아가라.“

-아버지를 고소한 상태인데 경찰이 며칠 후 “아버지를 처벌하겠느냐?”고

물어와 취하함

-“이혼할 거 아니면 고소는 생각해 보시라”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신고접수를 해주지 않음

친분으로

눈감아 줌-남편과 경찰이 잘 아는 사이여서 그냥 넘어감

이와 같이 가정폭력사건을 가장의 권한으로 인식한다면 가해자는 죄의식을 갖지 못하고

폭력행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며, 용기를 내어 신고한 피해자는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하여,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남편의 폭력행위를 고치기

위해 신고를 선택하는 피해자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경찰의 태도를 보고 피해자의 느낌이 어땠는지 설문을 통해 알아본 내용이다.

<사례38> 앞으로 폭력상황에서 경찰에 전화 못 걸 것 같은 무력감이 들었음.

<사례5> 계속 무섭고 불안하고 답답했음.

<사례84> 사건이 발생해야만 조치하고 예방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경찰에 대해서

분노함.

<응답자 7> 피해자 얘기보다는 남자 얘기만 듣고 별일 아니라고 여겨 돌아갔을

Page 5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4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47

때 경찰이 우습게 생각되고 권위 없고 경찰이라고 해도 별 해결이 안 되는구나 라

는 생각에 허탈하고 답답했음.

<응답자 14> 복잡하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눈앞에) 보이는 상황과 이야기로 경찰

들이 임의로 판단하고 무조건 빨리 업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불안함과 답답함이 가득했음.

<응답자 15> 급해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신고한 후 40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왔다. 경찰이 이래

도 되나, 기다리느라 너무 답답했음

<응답자6> 인권모독을 당하는 느낌.

<응답자1> 경찰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너무 어이가 없었고 희망

이 생겼던 게 사라지고 앞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음. 남편이 공무원이다 보

니 경찰공무원 역시 남편 편에 서서 지지해주고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음.

<응답자4> 112에 신고해서 집에서 나오던 날, 경찰이 느긋하게 “찜질방으로 모

실까요?” 라고 말할 때 너무 당황해서 빨리 경찰서로 가자고 했음.

(3) 신고자체를 비난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림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 자체를 비난하고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사례

는 경찰로 인한 2차 피해사례 39건 중 5건이다.

<사례4> 아버지의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하러 갔더니, 담당 형사가 피해자의 치아교

정 장치를 보고 “아버지 돈으로 치아교정하고 먹고 사는데 그 정도도 못 참고 신고

하느냐. 돌아가라.”고 함.

<사례47> 남편이 술 먹고 내담자와 아이들에게도 칼을 들어서 한번은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와서는 남편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네가 잘못

했으니까 아빠가 그러시지.”하며 아이를 나무랐다. 딸이 신고했을 때에도 담당 경찰

이 “아빠를 집어넣을 거냐”고 나무랐다. 아이가 오죽 무서우면 신고했을까 다독여주

지는 못할망정 경찰이 그럴 수 있나 실망함.

<사례101> 아버지한테 맞고 신고했더니 경찰이 와서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 했

고, 피해자가 경찰에게 항의하자 “됐다. 나 고소해라”고 말했으며 부모한테도 피해자

Page 5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4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48

를 신고하라고 했음. 과거에 두꺼운 원목좌탁을 아버지가 던져 피를 흘리는데도 경

찰이 “별거 아니다. 가족문제 별 거 아니다. 가정사다.”하며 웃으면서 돌아감.

<사례73> 피해자가 일하는 회사에 남편이 찾아와 행패부리고 남편의 폭언문자, 동

영상 등이 들어있는 피해자의 휴대폰을 뺏어가서 신고했더니 경찰 말이 “가족 간에

고소 안 된다. 그런 동영상을 찍으니 남편이 뺏어가지. 남편을 자극하지 말라.” 등의

얘기를 함.

<사례13> 가정폭력으로 이혼 후 딸과 살고 있는데 아파트에 자꾸 도둑이 들어 경

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손가락으로 귀를 빙빙 돌리는 시늉을 하면서 “미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음. 이후 피해자는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음.

남편을 신고하고 자극했다는 이유로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거나 피해자가 신

고한 것 자체를 몹쓸 짓으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자녀가 신고할 경우 신고 자체가 경찰

에 의해 거부당하는 일도 있다. 신고한 자녀를 나무라고 “아빠를 집어 넣을거냐“고 하는

<사례47>등 피해자의 자녀를 비난하기도 한다. 자녀의 신고를 패륜행위로 보듯 아내가

남편을 신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담사례 <사례73>을 보면 피해

자인 아내가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 증거물을 보관했다고 그 자체를 비난하기까지 한다.

이들 모두 참으라는 다른 표현이고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보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자료 중 경찰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가정폭력사건에

있어 ‘피해자인 여성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문항에 71.1%의 반응을 보

이고 있어 상당수의 경찰이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다.20) 이는 경찰이 가정폭력이 범죄행위라는 인식 이전에 가해자가 때릴 만한 이유가 있

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경찰의 인식과 태도는 사건

발생시 현장에 출동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련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맞을 짓을 해서 맞았겠지.” 라고 대응했다면 이 또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언어폭력이고 정서적인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맞을 짓’이라는 것이 어

떻게 구성될 수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폭력이 발생하고 안 하고의 여부가 피해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보는 관점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만일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는다.’라는 이론이 성립한다면 길에서나 어디에서건 폭력행위가 정당

한 것이 되고 만다. 밖에서 가족구성원이 아닌 사람들 간에 폭력이 발생했을 때 그 행위

자체를 범죄로 보고 적법한 처벌로 이어지는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을

20)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 실태조사 제14장 가정폭력관련 사법기관조사 중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태도

Page 5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4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49

‘맞을 짓’이라고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구타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것이

다. 이는 폭력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며 가해자에게 계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

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례101>에서 보듯이 ‘맞을 짓’이

라는 말이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 세상에 ‘맞을 짓’ 이란 없다.

피해자는 폭력피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다. 자녀가 아버지를 신고했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신고했는가를 조사하는 것이 경찰관의 의무이다. 아내

가 남편의 폭력을 신고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주저한다는 사실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개인의 가치관과 가부장성으로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

해자의 편을 들거나 신고와 고소 자체를 책망하는 식의 태도는 피해자를 더욱 좌절과 수

치감에 빠지게 한다.

<사례47>에서 피해자는 경찰에 대해 이렇게 실망하고 있다. 담당 경찰이 “아빠를 집어

넣을 거냐?”고 딸을 나무랐는데, “아이가 오죽 무서우면 신고했을까 다독여주지는 못할

망정 경찰이 그럴 수 있나?”라고.

(4) 가정폭력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

다음 사례들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다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

로 피해사례 39건 중 8건을 차지하고 있다. 피해자는 경찰을 신뢰하고 도움을 얻고자

하지만 경찰의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경찰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이런 상황은 폭력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사례9> 신고해도 오지 않았고 다시 해도 안 오다가 큰 딸이 남편이 휘두른 칼에

다쳐 신고를 또 하니 그제야 출동해서 왔음. 딸이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고 남편을

고소한다고 했더니 경찰이 “남편과 큰 딸 모두 호적에 빨간줄 그어지니 잘 생각하

라”는 식으로 말리려 했고, 신고 시에 “왜 신고하느냐. 꼭 출동해야 하나. 사건이 일

어나야 개입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심한 것 아니니 아줌마가 참아라.” 함.

<사례36>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더니 “가정폭력은 상담 먼저 받아야 한다”고 함.

<사례78>“신고가 2번 이상이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함.

<사례106>“나이가 많아 접근금지 신청이 안 된다”하며 돌아감.

<사례73> 신고했더니 경찰이 “가족 간에 고소 안 된다. 그런 동영상을 찍으니 남편

이 뺏어가지. 남편을 자극하지 말라.” 등의 얘기를 함.

Page 5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5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50

<사례45> 경찰 말이 “물리적 폭력은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고 함.

<사례46> 이혼한 남편이 집에 찾아와서 눌러 앉았고 폭력을 행사해서 아들이 지구

대에 신고했는데, “진단서 끊어 와야 한다.”고 함. 진단서 끊는데 30만원이어서 결국

못 끊었다.

<사례5> 시동생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해 신고했고, 신고사실을 시동생에게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경찰이 무시하고 누설했음.

위의 사례들은 경찰이 ‘가정폭력방지법’에 무지하여 발생한 피해사례들이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신고한 사람의 개인 기록에 빨간줄 그어지지 않으며 가해행위가 가정보호사

건으로 처리될 때 가해자의 범죄경력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고하러 갔을 때 경찰은 가정

폭력 피해상황을 조사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하며 가해자 처벌은 신고횟수와 상관이

없고 접근금지 신청에 나이제한 또한 없다.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가족 간에 고소가 가능

하며, 고소할 때 진단상의 기간제한이 없고 진단서 외에 신고나 다른 물증들도 증거물로

채택이 된다. 신고자 신상을 비밀로 하는 것은 경찰의 기본 수칙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를 위한 응급조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

까? 2010년 여성가족부 자료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를 위한 응급조치에 대해서 ‘들

어본 적은 있으나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지구대 13.6%, 형사계 22%로 나타났고

‘잘 알고 있으나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가 지구대 35.2%, 형사계 42.2%였으며, ‘잘 알

고 있으며 실제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가 지구대 51.1%, 형사계 55.6%로 나타났

다.21)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를 위한 임시조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나 조치를 취해 본

적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과반수 정도 되어 경찰들의 이에 대한 직무의 태도

와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한 인식이 기대 수준에 상당히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가 경찰서에 방문하여 가정폭력에 대해 문의를 하거나 신고를 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폭력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혹은 가

해자의 폭행을 고치거나 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가장 우선이다. 경찰이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은 어렵게 신고를 결심한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응답자9>는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기억한다.

<응답자 9> “내가 법적인, 사회적인 도움을 못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렵고 억울한

생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었어요.”

21)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14장 가정폭력관련 사법기관조사 중 사건접수출동 및 조

사과정 분석

Page 5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5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1

<사례106>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금의 상황이 두렵다. 어떤 식으로든 법적인 조치

를 원한다.“

<사례73> “남편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괴롭히는데, 우리나라 법이 피해자를

적절하게 돕고 있는지 모르겠다.”

3) 정리 및 문제점

(1) 정리 : 가정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경찰로 인한 피해사례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여전히 가정폭력을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 보고 부부간에 원만히 해결하거나 피해자가 참고 살아야 한다는 등의 인식이 주요

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조

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나온 피해사례를 정리해 보

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고 있어 신고단계에서조차 개입하

지 않으려 하거나 개입을 하더라도 가해자에게 경고만을 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가장의 중요성을 우선시하여 폭력행위를 관대하게 봄으로써, 가정폭력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충’ 살피고 돌아가거나 폭력이 경미하여 가정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고 하거나 신고접수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

셋째, 신고 자체를 비난하고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돌리고 있다. 특히 자녀가 신고

할 경우 자녀를 나무라고 “아빠를 집어넣을 거냐?”고 하는 등 협박성 비난을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피해자인 아내가 남편을 신고하는 것도 비난거리가 되고, 남편이 폭력

을 행사한 증거물을 보관했다고 그 자체를 비난하기도 한다.

넷째, 가정폭력 방지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일도 있다. 이는 어렵게 신

고를 결심한 피해자를 다시 절망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경찰서를 대상으로 형사계에서 다루는 아내폭력 가해자 중 1개월 동안 조사 후 검찰로

송치된 사건 수를 살펴보면, ‘없음’이 36.5%, ‘3건 미만’ 48.2%, ‘3건 이상~5건 미만’

8.2%, ‘5건 이상’ 7.1%의 순서로 나타나, 검찰로 송치되는 사건은 각 경찰서마다 월 평

균 3건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22) 피해자보호를 위해 경찰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응

22)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14장 가정폭력관련 사법기관 조사 68P

Page 5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5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52

급조치 및 임시조치 신청 등의 제도가 만들어져 있으나 잘 알지 못하거나 조치를 취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23) 검찰로 송치된 건수가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문제점 : 상당수의 경찰이 법대로 안 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은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니고 국가가 개입하여 해결

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확고하게 하였다. 어떻게 하면 가정폭력을 방지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지금까지 수차례 법 개정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 행보는 계속될 것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 이 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데에 있다. “큰 사건만 얘기하라.

칼로 위협하고 망치로 때린 것만 진술하라”(<사례103>)고 하는가 하면 무성의하고 방임

적인 태도, 화해를 권하고 간단한 경고로 끝내거나,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사실을 믿지

않으며, 고소를 제지하거나 신고접수도 안 받아주고,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가해행위를 관대하게 대하는 일이고

피해자를 좌절하게 하는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103>는 피해자가 머리가 찢어졌다

고 호소하는데도 경찰이 큰 사건만 얘기하라며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사례들

은 경찰의 가정폭력 인식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과연 경찰은 가정폭력방지법의 매뉴얼대

로 잘 하고 있는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경찰내부의 확고한 개선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례88>을 살펴보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고 기절하자 아들이 신고해서 경찰이 왔

는데, 아버지가 집안일이라고 하니 그냥 돌아갔고 이후 아버지가 어머니를 또 때리자 아

들이 직접 맞서 싸우다가 존속상해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례이다. 아버지가 가해자일

경우 자녀의 피해에 대한 연구는 뒷장에서 다루어질 것이지만, 처음에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집안을 살피고 피해상황을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후에 아들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

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다.

피해여성이 신고를 했다가 경찰이 잘 처리하지 못했을 때 다시는 신고하지 않고 절망하

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결국 폭력남편에 의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24) 남편이 잠든

사이를 틈타 남편을 살해하는 일도 있다.25)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최악의 희생물이 되거

23)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14장 가정폭력관련 사법기관 조사 중 형사계 가정폭력조

사 실태

24)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아내폭력피해자 사망사건을 파악한 바에 의하면, 2010년 5월

남편의 폭력을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진도대교에서 투신한 사건 등 2010년에 74명,

2009년에 70명이 사망하였고, 2010년 경우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128명이 죽거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다.

Page 5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5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3

나 비극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의 무성의가 살인을 방조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경찰이 처음에 잘 처리한다면 극단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4) 대안

(1) 법대로 잘 대응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대응할 수 있고 아는 만큼 조치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

자가 법을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피해자보호에 대한 관심과 ‘가정폭력방지법’ 적용

에 대해서 ‘준비된’ 경찰이어야 한다. 법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법에 따라 가해자에

게 조치하며, 응급조치와 임시조치를 적법하게 활용하는 경찰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정폭

력범죄는 줄어들 수 있다.

<사례65> 처음에 신고했을 때 집안일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았고 다시 신고했을 때

폭력에서 모면할 수 있었다.

<응답자 10> 경찰에 10번도 더 신고했지만 그 때뿐이었음. 지구대에서 예수를 믿는 분인데 아이

폭력상황을 얘기하니까 도움을 주었고 집을 나올 때 도움을 받았다.

이와 같이 경찰의 도움은 피해여성으로 하여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고, 폭력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피해자의 삶에 안전과 희망을 주고 전환점을 줄 수 있으며 가정폭력을 방

지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경찰의 임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가정폭력의 특수성26)을 알고 피해자의 의사판단과 권리를 존중하면서, 피해자의

기술내용을 토대로 폭력행위를 조사해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서 상세히 고지하면

힘을 얻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경찰신고 시 바로 법원에 요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에 대한 설명도 힘이 된다. 또 경찰신고 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알리고 가해자에게 가정폭력이 명백히 범죄임을 알리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

나치지 않을 것이다.

25) 2005년 청주교도소 수형자 431명 중 남편 혹은 애인 살인죄로 복역 중인 여성은 249명인데,

82.9%가 남성에게 학대받은 경험이 있음이 드러났다(2006, 김영희).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 법

상으로는 현재까지 정당방위 판결이 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한민국 법으로는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주요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26) 가정폭력은 가족 내 친밀하고 은폐된 관계에서 발생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위계를 근간으

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며 그 정도가 심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Page 6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5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54

올해 ‘긴급임시조치’가 신설되어 경찰 직권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 등의 직접조

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폭력을 처리하는 경찰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는 것이다.

임시조치 시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기준인 ‘가정폭력 재범 위험성 조사표’도 함께 마련되

었다. 과거에 검사를 통해서 법원의 임시조치 시행 승인을 기다리느라 피해자가 긴 기간

가해자에게 위험이 노출되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긴급임시조치’는 피해자보호를 향한 한

층 강화된 법 조치이다. 경찰의 재량과 권한이 더욱 커졌다 할 수 있고 출동한 경찰이

법에 따라 어떻게 조치하는가에 따라 가정폭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현저하게 커졌다. 피

해자의 권리 확보, 가해자 처벌이 동시에 진행되니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2) 가정폭력이 범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피해사례들을 통해 경찰이 가정폭력사건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발견되고 있듯이, 경찰은 가정폭력을 상당히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찰들이 가정폭력을 가정의 일 내지는 개인적인 문

제로 보고 있으며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범죄가 아니거나

심각한 일이 아니며 따라서 경찰이 개입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찰이 있는 이유도 이를 사소한

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가 절망에 빠지는 상황

을 보게 되는 상담자 역시 절망에 빠진다. 직무유기라고 인정되면 경찰내부의 징계조치

도 꼭 필요한 일이라도 여겨진다. 이상과 같은 경찰의 태도는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될

때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뭔가 잘못했을 거야’ 하는 시각으로 남성의 가해행

위를 관대하게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폭력을 묵인하는 것

이고 방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찰의 인식과 태도가 신고·출동 단계에서부터

현장개입단계, 사건처리단계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정폭력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폭력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폭력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가 가장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움창구이자 공적인 지원체계가 바로 경찰이다. 피해자를 폭

력상황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고 가해자의 폭력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경찰의 적절

한 조치가, 성의 있는 태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피해자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러

한 점에서 가정폭력 척결에 대한 의지와 피해자보호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경찰이 많을수

록 우리사회의 미래는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가정폭력 없는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Page 6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5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5

5) 소결 : 절망으로 이끄는 말 & 경찰이 해주면 도움이 나는 말

경찰은 실제 현장에서 가해자에게는 엄격하게 ‘가정폭력이 범죄’임을 알리고, 피해자에게

는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와 법적 권리’에 대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출동한 경찰의

한 마디가 피해자를 살리기도 하고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사례에 드러난 ‘좌절의 말’

은 아래와 같다. 아울러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 ‘경찰이 해 주면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덧붙여 구성해 보았다.

(1) 피해를 사소화하는 말들은 하지마세요

“집안일입니다”, “부부싸움이야”, “가정사네요.”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가족문제 별 거 아니다”

“고소해봤자 벌금만 나올 뿐 해결책 없어요.”

“이 정도는 심한 것 아니니 아줌마가 참으세요.”

“그다지 심한 폭력이 아니네요.”, “경미한 폭행입니다.”

“큰 사건만 얘기하세요.”

“칼로 위협하고 망치로 때린 것만 진술하세요.”

☞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경찰에게조차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현

실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피해자들을 가장 좌절케 하는 말이 “집안일이다, 경

하다”라는 경찰의 반응이다. 피해자들은 이 말을 듣자고 그 동안 신고를 못하고 망설였

나 하는 절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에게 “가정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2) 가해자의 폭력에 동조하는 말을 하지 마세요

다른 설명 없이 “남편 처벌 원하세요? 벌금이나 구치소 갈 수 있습니다.”

Page 6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5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56

“이혼할 거 아니면 고소는 생각해 보세요”

“신고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보복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 이유 없이 남편의 처벌을 원하거나 신고와 고소를 선택하는 아내는 없을 것이다.

심각한 혹은 오랜 가정폭력에 고통을 받다보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

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을 끝까지 유지하길 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혼을 각오할 수

도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경찰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정폭력은 범죄이고 고소

를 선택하는 것은 정당하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고소와 이혼은 별개 입니다.”와 같이

대한다면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생존의 힘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이어서 고소와 조치 등

의 절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겠다.

(3)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을 하지 마세요

“남편을 자극하지 마세요.”

“그런 동영상을 찍으니 남편이 뺏어가지.”

“아버지를 처벌하겠느냐?”

“맞을 짓을 했겠지”

“아버지 돈으로 치아교정하고 먹고 사는데 그 정도도 못 참고 신고하느냐?”

“아빠를 집어넣을 거냐?”

☞ 누군가를 비난하기는 쉬울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결심하기까지 망설이

고 주저하는 큰 이유는 아마 ‘비난’ 때문일 것이다. 피해자로 심각하게 고통 받아왔다는

사실과 왜 신고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함께,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정폭력 신

고는 용기 있고 정당한 행동입니다. 고소를 통해서 폭력행위에 합당한 조치를 할 수 있

습니다.”라고 해준다면 피해자는 크게 위안을 받을 것이다.

(4)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마세요

“가족 간에 고소 안 됩니다.”

“남편과 큰 딸 모두 호적에 빨간 줄 그어 지니 잘 생각하세요.”

Page 6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2. 경찰로 인한 2차 피해 ▫ 5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7

“물리적 폭력은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아야 됩니다(고소할 수 있습니다).”

“신고하려면 상담 먼저 받아야 합니다.”

“신고할 때 진단서 끊어 와야 되요.”

“신고가 2번 이상이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 접근금지 신청이 안 됩니다.”

☞ 가정폭력은 사소한 싸움이 아니다. 가정 내에서 지속, 점진, 심화되는 가정폭력을 참

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심각한 가정폭력의 경우 주변의 도움을 받거

나 공권력이 개입되어서 막아야 한다. 심각한 가정폭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조차 꺼려하는 피해자들이 경찰로부터 아래와 같은 조언을 듣는다면 정보를 알

게 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수 있을 것이다.

“가정폭력의 경우 가족 간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신고자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며 어떠한 악영향도 끼치지 않습니다. 호적제도가 폐지

되었고, 가정보호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범죄경력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소할 때, 진단상의 기간은 상관이 없습니다.”

“신고할 때 상담이 필수사항 아닙니다.”

“신고할 때 진단서 외에 다른 물증도 증거물로 채택이 됩니다.”

“처벌은 신고횟수와 상관이 없습니다.”

“접근금지 신청에 나이의 제한이 없습니다.”

< 참고문헌 >

장 수미(2005).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경찰신고 경험에 관한 연구

오 민호(2009).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박 언주(2011). 아내폭력 피해여성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연구

여성가족부(2010).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Page 6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58

Page 6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59

병원에서의 2차 피해

정은경/ 43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3

Page 6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0

Page 6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 6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61

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가정폭력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의료처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치심이나 경제적인 문

제로 인하여 의료적 처치도 받지 못하고 가족친지나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두려워한

다. 장기간에 걸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병원치료를 요하는 신체적 상해를 겪을 뿐

만 아니라 우울, 불안, 공포, 불면증, 자살충동, 자존감 상실 등의 정서적인 고통, 사회적

관계 손상, 자녀양육의 문제 등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피해자들이 폭력의 상처를 치료 받거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피해사실이 주위에 알려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자신과 아이들에게

가해질 피해의 두려움과 더불어 치료받은 진료기록이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낙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2010년 가정폭력실태자료에 따르면 피해여성들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병

원치료경험을 살펴본 결과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가 49.8%이고, 병원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50.2%로 나타났다.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가정폭력이 알려질

까 봐 창피해서가 39.6%로 수치심을 이유로 병원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27)

위의 자료를 살펴보아도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절반 이상이 적

절한 의료처치가 필요한 상태이나 창피함과 수치심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음

이 드러난다. 따라서 의사 및 병원관계자들이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치료하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피해자들은 병원에서도 적

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의사 및 병원관계자 들로부터 또다시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병원으로부터 받는 2차 피해 사례분석을 통하여 그 실태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병원에 의한 2차 피해는 7건28)이 집계되었으며, 가정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만

돌린다거나 피해자를 정신병리가 있는 환자로만 취급하여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낸

사례, 사무적인 태도로 내담자를 돈으로만 보는 경우 등이 있었다. 또한 쉼터입소자를 대

상으로 한 설문조사 15건 중 3건이 병원에 의한 2차 피해를 호소했으며 의사가 자신에

게 불이익이 될까 주저하는 경우와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귀찮아하는 느낌의 호소가 있었

다.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고 병원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의 유형을 실

제 전화 상담과 설문조사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자.

27)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자료

28)가정폭력 전화상담 특성상 가정폭력의 피해상황과 내담자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상담

이기 때문에 병원에 의한 피해 발생부분은 충분히 이야기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

Page 6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2

1) 병원에서 일어나는 피해 유형

(1) 의사 및 병원관계자의 냉대와 이해부족으로 발생하는 피해

<사례56> 임신 6개월의 피해자는 남편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부기와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한 대 맞고는 뼈도 안 부러진다.”는 냉대를 받았다.

<사례74> 00에 사는 피해자는 가정폭력을 당한 후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가니, 프론트

담당자, 의사 모두 너무 사무적이고 내담자를 돈으로 보는 태도를 보여 견디기 힘들었

다. 무조건 상해진단서를 끊어야 하며 2주에 10만원, 3주에 20만원 이런 얘기만 한다.

<응답자5> 돈이 없어서 진단서를 떼지 못하여 진료 기록서에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한 내

용을 써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여 겨우 ‘남편에게 맞았다’고 한마디 써 주었고 의사는 자

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생길까봐 꺼려하는 듯 보였다. 가정폭력 노출이 두려워 병원에서

도 오히려 거짓말을 하여 진료 받은 적도 있었다. 너무 억울하고 야속하다는 느낌이었고

돈만 밝히는 의사들처럼 보였다.

<응답자7> 병원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관이라 강하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약

해지고 없이 사는 사람들이나 약한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고 안 왔으면 하는 느낌을 받

았다. 이런 병원은 대체로 큰 병원이거나 가난한 사람이 거의 가지 않는 병원이라 귀찮

아하는 느낌을 받았다.

<응답자9> 창피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례56>에서는 임신 6개월의 피해자가 가정폭력의 피해로 병원의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한 대맞고는 뼈도 안 부러진다.”는 정형외과의사의 비전문적이고 어이없는 반응에

피해자의 기막힌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응답자5>가 가정폭력을 감추고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과 돈이 없어 진단서를 떼지 못하는 힘겨운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의사자신의 불편한 상황만을 짚으며 피해자를 나락으로 내몬다. 사실을 사실

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당한 피해를 애원해서 증명 받아야 하는 비참함을 피해자에

게 안긴다. 의사 및 병원관계자의 냉대와 안일한 태도는 병원을 찾기까지 피해자의 고통

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 할뿐만 아니라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한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자책감과 함께 돈만 밝히는 의사모습에 사회에 대한 분노(억울하고 야속한

마음)를 키우게 한다. 이렇듯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치료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는 것도 모른 채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시설이나 보호시설에 대

Page 6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 6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63

한 정보가 없는 의사들은 오히려 보호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사기를 꺾고 절망하게 함으

로써 폭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막아버리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피해자

는 전문가의 무성의한 태도에 상처받아 더욱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고 고립되어간다. 가

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1항29) 에 피해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지체계, 적절한 진료와 구체적이고 세밀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가지는 특

수한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어 피해자를 돕게 되었을 때 생기는 제도적, 현실적

인 불편함 들은 실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병원들의 생리와 맞지 않아 보인다.

(2) 의사가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음.

<사례17> 가정폭력으로 인해 우울증으로 6년 동안 치료받고 상담 받던 피해자는

신경외과 병원에서“ 여자가 잘해야 한다. 당신이 너무 예민하다” 는 얘기를 듣고 상

처만 더 받았다. 이후 진단서를 끊으려하니 “ 당신말만 믿고 써줄 수 없다.”는 답변

을 받았다.

<사례42> 남편의 폭력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던 피해자는 남편이 어떻게 얘기했는

지 남편과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의사를 보고 분노했다.

<사례39>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 정신과를 방문했더니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흥신

소사람을 붙이라”는 말을 들었고, 다른 병원에서는 “남편을 너무 풀어 놓았다” 는 말

을 들었다.

<사례42>처럼 가정폭력 피해자가 병원의 도움을 청할 때 피해자에게 직접 묻지도 않고

판단함으로써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피해자인 환자의 이야기보다

보호자인 남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환자인 피해자의 말을 통하여 상황을 인식하고 고통과 상처의 원인을 찾아내어 진료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실제로 피해자는 의사의 질문에 가정폭력탈출의 희망을 걸기도 했

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해자와 의사의 대화 모습을 보고 좌절했다고 말한다. 사회적 지지

망이 없는 피해자들에게 병원이 지지자가 되고 응원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례

17>처럼 피해자를 대하고 가정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림으로서 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피해자의 요구에 의사는 객관적인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객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가진다. 보이는 대로, 진료한 대로 환자로서 충분히

치료받고 진료 받은 내용을 써주면 되는 것인데, 6년 동안을 믿음을 가지고 상담하고 진

29)치료보호조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피해자 본인, 가족, 친지나 긴급전화센타,상담소, 또는 보호

시설의 장이 요청하면 피해자에 치료보호가 실시되어야 한다.’

Page 7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4

료를 받은 피해자에게 결국은 전문가주의30)를 내세우며 “당신 말만 믿고 써줄 수 없다.”

며 진단을 거부하고, ‘감히 여자로서 남편에게 잘 하지 못했고, 예민하게 군 책임’31)을

의사가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가정폭력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정확하게 진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의사는 가정폭력의 맥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피해자인 여성의 잘못이나 가해자인 남성의 정신병리로 이해시킴으로써 가

정폭력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사례39>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정

확한 이해가 없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 피해자를 이중삼중의 고통에 빠지게 한다.

‘외도’가 가정폭력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의사의 영역을 넘어선 잘못된 충고로 결

국은 피해자가 흥신소로부터 협박을 받는 지경에 이르러 법의 힘까지 빌려 상황을 종료

시키게 만드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긴 사례이다. 의사로서 치료 가능한 고통은 도움을

주고 치료해 주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가정폭력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사실을 빨리 인정

하고 전문기관을 연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사의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해야 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를 만났을 때는 외부도움을 받아 적절한 정보를 제공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보여주고 있다.

(3) 참으라고만 하는 병원

<사례14>결혼 20년차 피해자는 시댁식구와 남편의 시달림에 어려움을 호소하고자 병원

을 찾았으나 ‘참으라’고 ‘잊으라’고 한다.

<사례14> 결혼 20년차인 피해자는 남편이 술집의 2차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알고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쉽지 않아 정신과에 문의 했더니“뭐 그만한 일로

이혼하냐”고 “참아보라”고하며, “상대방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배려해보라” 이야기를

한다.

<사례32> 가정폭력피해와 시집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하여 6년째 정신과 진료를

받는 중인데 “참으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수십 년을 참으며 화병만이 남은 피해자들에게 ‘계속 참을 것’을 처방하는 일부 의사들

또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기 힘든 가부장제의 산물로 보인다. 과연 참는 것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참을 것’을 처방하는 것은 의사의 개인적인 신념으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30) 전문직의 실력과 권위를 내세운다는 의미

31) 전통적인 성역할분업을 전제함으로써 여성은 생계의존자, 경제적 능력이 없는자 육체적으로 남

성에 비해 약한자등으로 규정하며 여성으로서 배려와 돌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고가 드

러남.

Page 7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3. 병원에서의 2차 피해 ▫ 6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65

발생하는 문제이다. 문제의 해결을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킴으로 피해자의 부단한 노력과

인고를 종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사례14>에서 의사는 잘못된 놀이, 접대

문화를 통념처럼 인정하도록 하며 피해자의 당연한 문제제기를 배려가 없는 사람의 태도

라는 듯이 병리적 해석으로 돌리고 있다. 상식처럼 남자는 사회생활을 하면 일의 연장으

로 당연히 2차 성문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사의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례14> <사례32>에서 남편의 폭력은 물론 시집식구들로 인한 스

트레스로 우울과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그 마음을 읽어주고 피해자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을 것(인내)과 잊을 것(망각)’만을 처방하

는 의사에게 20년 이상을 참고, 6년 이상의 정신과 진료를 받는 피해자가 얼마나 더 참

고 잊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묻고 싶다.

2) 대안 : 병원에서 용기를 얻었던 사례들

가정폭력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낸 피해자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의 의사와

만났을 때 폭력관계 탈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아래의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냉대하지 않고 참는 것을 처방하지도 않고, 잘 들어

주고, 지지해주고, 위안해주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의사와 병원관계자의 역할은

피해자에게 숨구멍을 틔우는 정확한 진료가 되는 것이다.

<응답자11> 정신과병원 선생님은 잘 들어주시고,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라”하셨고, 지지해주는 느낌이 이혼을 결심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응답자12> 병원에서 상담을 하면서 “많이 힘 드셨겠다.”고 위안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

<응답자13> 병원에서“여성단체에 연락해보라.”고 권유해 주었다.

피해자가 어렵게 찾아간 병원관계자의 이해(잘 들어주고)와 지지(위로), 정확한 정보의

제공(권유)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하는 상황인 피해자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의사나

병원관계자의 민감성이 만들어 내는 소통의 통로가 피해자에게 삶이란 어둡고 힘든 지도

에서 ‘희망’이라는 길을 찾게 하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것을 누구

나 인식할 때 피해자는 당연히 보호받고 치료받고 지지받을 권리, 의사의 환자를 돕는

당연한 의무는 더 확산되어 갈 것이다. 전문가의 지지경험을 얻은 피해자는 수평적 갈등

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며 생존자로 거듭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의사

는 공적으로 우수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전문적지식과

더불어 피해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시각의 교정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Page 7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6

의사로서의 윤리와 사명감에 더하여 성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키

워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진료에 있어 전문상담원이 의사와 함께 할 수 있는 병원들을 곳곳에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의 원스탑지원 센타나 일부 병원들이 지정되어 있으

나 널리 홍보되지 못해 이용실적이 낮다. 2010년 53.8%에 달하는 가정폭력발생비율에

비해32) 현실적으로 가정폭력전문 이용 가능한 병원들은 거의 없다. 서울의 경우 25개

지방자치단체에 하나씩 가정폭력피해자를 위한 병원들이 지정되어야 한다. 또한 적극적

인 진료와 예방에 동참하는 병원에는 표창을 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진단서

등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때 불편함이나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진단서비용을 지원하거나 비용 부과 없이 발급하도록 하는 세밀한 장치

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주도로 가정폭력에 대한 병원 대응 매뉴얼이 담긴 안내책자를 만들어 모든

병원에 보급해야 한다. 의사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진료를 지양하고, 매뉴얼에 따라 피

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 및 병원관계자에게 기술적인 진보면에서의 세미나나 보수교육과 더불

어 삶의 철학과 인성을 훈련받을 수 있는 인문학적 공부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여성주의를 포함한 다양함을 보고 인정하며, 재능을 갈고 닦아 나눔을 실천하는 봉

사의 시간이 덧붙여지면 더욱 좋을 것이다.

공적으로 우수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의사와 병원관계자가 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

고 가정폭력피해를 바라보고 대처할 때 더 이상 병원으로 인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

으리라 본다.

<참고문헌>

여성가족부, 2010, <2010년도 가정폭력실태자료>

박언주, 2009, 아내폭력 피해여성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행위에 대한 연구

박수진,2 007,가정폭력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서비스연구-피해자 중심으로

32) 현재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전담의료기관은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여성가족부는 (사)전국

지방공사의료원간의 협약체결을 통하여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자와 그 동반자녀에게 폭력피해로

인하여 발생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무료진료의 범위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 기타 피해자가 치료보호, 의료보호 또는

건강보험등의 제도에 의하여 질병치료에 쇼요된 비용을 부담하기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단, 보호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는가정폭력 피해자 진료요청서“에 의

한 진료요청서를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에서 발급받아 지방의료원 중 원하는 곳에서 진료 받을

수 있다.<박수진,2007,가정폭력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서비스연구-피해자 중심으로>재인용

Page 7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67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정은경/ 43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4

Page 7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6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68

Page 7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6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69

상담기법의종류 여성주의 상담사회복지적

전문주의적상담인본주의적 상담 전통주의적 상담

상담기관의특성

여성의식화,

자기찾기,

폭력에 대한 이해,

사회구조와

여성에 대한 이해

-사회복지영역의

전문성을 확보

-부부간갈등중시

-전문가자격중시

-클라이언트와

위계관계형성

-위기여성에게

자선적 차원을

넘어선

서비스제공

-인간성 파괴에

대한 문제중시

-종교적 가치관에

의한 공동체생활

강조

-가정폭력에 대해

여성의 잘못에 초점

-피해여성은 폭력

유발자,문제소유자로

인식

-관리자는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자

-권위적 위계형성

<표 4> 가정폭력 상담기관 특성에 따른 분류

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매스컴을 통해 혹은

가족, 친구, 친척, 이웃의 권유로 그리고 사회복지기관 및 공공기관, 1366, 원스탑지원

센터, 의료기관 및 인터넷 등을 통한 다양한 경로로 상담소를 알게 된다. 치료 및 상담을

받기 위해서 혹은 배우자의 폭력행동을 고칠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당장 필요한 법

률상담 및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다.

피해자들은 수 개월 혹은 수 십년동안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과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통을 참아낸다. 실제 상담

을 요청 해오는 피해자들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자신의 고통에 대해 얘기할 수 없었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는다. 창피하게 느껴지고 남편의 체면을 생각해야 하고 또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봐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피해자들이 속마음 털어놓고 작은 삶의 희망

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곳이 상담소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 없이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며 오히려 피해자를 죄인으로 무능

력한 사람으로 그리고 가해자를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로 만들고 있는 상담소가 있다.

배인숙(2000)은 ‘아내구타 피해여성의 이혼별거 결정에 영향을 미친 특성에 관한 연

구’33)에서 가정폭력 상담기관을 특성에 따라 다음 표와 같이 여성주의 상담기관과 사회

복지적 전문주의적 상담기관, 인본주의적 상담기관, 전통적 상담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33) 배인숙,2000,아내구타피해여성의 이혼별거 결정에 영향을 미친 특성에 관한 연구, 숭실대학교

석사학위논문,pp17~19

Page 7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7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70

이번 연구에서는 전화상담 사례가 6건34)이며, 쉼터입소자 설문조사에 의한 상담조사 사

례는 8건35)이 보고되었다. 전화상담 사례는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실에 진행한 상담일지를

분석한 자료이다. 사례분류의 내용을 보면 상담자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와 가르치려

고만 하는 경우, 가정폭력에 대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담자들의 인식문제 등으로 파악되었다.

1) 상담소에서 일어나는 피해 유형

가정폭력의 피해를 견디다 못해 상담소나 쉼터를 찾은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

의 유형을 실제 전화 상담과 설문조사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자.

(1) 상담자의 피해자 비난

<사례83> 상담소에 전화를 했더니 피해자를 비난하고 상담자는 “남편외도 그런 일

없이 행복하다.”며 “남편을 더 위해주라.”고 상담해서 화가 났다.

<사례10> 30세의 피해자는 7년 여간 동거한 남자의 외도와 폭력으로 고민하던 중

1366에 전화를 했더니 “왜 또 전화를 했느냐”며 이거 아니라고 불친절하게 받아서

불쾌했다.

<사례79> 가정폭력을 피해 시댁에서 자고 있을 때 시누이가 살 것도 아니면서 나

가라고 해 쫓겨났다. 밤중이라 0000에 전화해서 갔는데 “집도 있는 사람이 집 내놓

지 언제까지나 도망다니며 살거냐”고 하였다.

<응답자13> “빨리 나오지 왜 그렇게 지냈냐” 라는 투로 얘기하고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사례83>은 가정폭력36)인 외도의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마치 남편을 ‘더 위해

주지 못해서’ 발생한 것처럼 얘기함으로써 외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며 비난하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자의 인식이 보여 지는 대목이며, 상

34) 가정폭력상담전문기관의 특성상 타상담소에 대한 2차 피해에 대한 질문이거의 이루어지지 않

음. 피해자의 호소가 있을때만 기록해 놓은 상황이어서 자료가 적을 수 밖에 없음을 밝힌다.

35) 밀착된 조사(대면조사나 설명을 곁들인 설문조사)의 경우 더 많은 사례가 보고 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연구뿐 아니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상담자의 민감한 상담이 요청된다.

36) 2010현재 가정폭력의 유형은 신체적, 정서적(외도포함) ,경제적 성학대, 방임까지 포함됨.

Page 7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7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1

담자로서 피해자의 상황이나 감정을 수용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기본적인 자질의 문

제까지도 드러난다. <사례10>과 <사례79>의 경우 상담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

해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례이다. 외도와 폭력에 대한 전문상담기관을 안내하고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인 쉼터를 안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여성위기개

입을 위해 만들어진 상담소 인 경우 기관의 원칙과 사명감을 우선으로 전문 인력을 선발

하고 상담인력을 확충함으로써 상담자들의 소진을 막아 좀 더 친절하고 전문적인 상담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가르치려고 하는 상담자

<응답자2> 상담자는 경청하는 사람인데 내가 얘기를 하면 “ oo씨는 부연설명이 너무

길어. 결론만 얘기해” 이 말을 들으면 다시는 그 사람과 상담하고 싶지도 않고 결론만

중요시하는 상담자는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일이든 (아이문제, 학교 등)

혼자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곤 그 결과 혼자 결정하면 “왜 모든 걸 혼자 마음대로 하

나, 혼자 결정 다 해놓고 뭐 하러 얘기하냐?” 이 소리를 할 때마다 가슴이 불로 지진 것

처럼 타들어간다.

<응답자5> 은연 중 우리를 죄인처럼 여기는 상담원들이 가끔 있는 것 같다.

<응답자12> 도움을 요청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고려를 해봐야 되는데 생각도 안 해

보고 본인의 생각했던 기준과 원리원칙, 지켜야 또는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얘기한 것에

대해 답답하고 말문을 닫아버리게 되어 결국은 내 생각은 없고 전문가나 상담가의 정해

놓은 틀에 맞춰서 하게 되는 것에 우울하고 상처가 되었다. 또한 상처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피해도 있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한 면만 보고 무조건 “안 된다, 어렵다”

라고 할 때 난감했다.

<응답자14> 상담원의 말과 행동이 달랐을 때 배신감과 실망감이 크게 들었다.

<응답자15> 누군가와 상담 중에 그가 그랬다. “난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그 말

을 듣고 난 후에 난 내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담소의 피해자 비난의 원인은 상담자들이 피해자 중심의 관점에서 피해자를 대하

Page 7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7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72

고 있는가, 가정폭력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가정폭력

상담소의 피해자 지원 및 상담에 있어서 주로 사용37)하는 여성주의상담은 보통 여성주

의 의식을 바탕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담기법으로 여성내담자들의 심리에 내면화된 가부

장적 가치관을 인식시키고 여성이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피해

여성이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자신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응답자15>의 “난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이야기는 전문적인 교육은 교육

일 뿐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회적으로 습득된 통념의 한계

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임을 증명한다.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상담자의 자세는 자질

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응답자2>, <응답자5>는 상담자 자신의 가치관을 고집하며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상담자의 전형이 드러난다. 상담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사로잡

혀 피해자의 성행을 교정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는 상담이 피해자를 더욱 무력하고 혼

란스럽게 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가정폭력전문 상담기관에서 사용하는 여성주의

상담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는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피해자와 상담자가

동등한 입장이 되어 문제를 공유하고 나눔으로 해결과 대안을 피해자 스스로 만들어 가

도록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상담자의 몫인 것이다. 피해자 개인의 역사를 탐색하고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해줌으로써 피해자가 오롯이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피해자의 성장속도에 맞게 기다려주면서 함께 문제를 찾아내고 해

결해 가야하는 것인데, 상담자의 성장수준에 피해자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르침

과 다그침이 피해자의 입과 마음을 닫게 한 것이다. 상담자와 피해자의 평등성을 한순간

이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응답자12>의 경우도 상담자의 틀에 피해자를 밀어 넣고 단정 지으며 무조건 ‘안된다,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은 가정폭력으로부터 탈출하려는 피해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가해자와의 관계 속에 일상화 되었을 부정적인 언어들이 피해자를 다시 두렵게 하고 주

춤거리게 만든다. 피해자를 더 도와주고 싶고 잘 살도록 이끌어주고 싶은 상담자의 안타

까운 마음을 이해하지만, 상담자는 사람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해자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상담을 하느라 피곤하고 지치는 상담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상담자의 배려있는 한마디가 피해자의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

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담자들의 전문적인 능력과 시각의 확대 및 재교육이 끊

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7) 2010년도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표13-41] 피해자 지원 및 상담에 있어 기본적 관점으로

인지행동과 여성주의를 혼합한 관점이 32.2%로 가장 많았고, 문제해결중심이 27.8%, 여성주의

가 18.3% 인지행동이 10.4% 순으로 나타났다( 2부 p519)

Page 7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7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3

2010년도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담원들의 슈퍼비전 사례38)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상담자들의 슈퍼비전 경험은 98.8%의 만

족과 발전경험이었다고 연구되었다. 앞으로는 상담원들의 지속적인 보수교육은 물론 의

무적인 슈퍼비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원의 잘못된 인식

<사례26>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고민이 되어 상담 온 피해자에게 “부부싸움을 혼자

할 수 있느냐? 남자들은 욱해서 폭력도 할 수 있다” “아내도 잘못한 게 있지 않느

냐?” 했다. 또한 결혼 초에 찾아갔던 00상담소도 내담자에게 “남편을 인내하고 기다

려라. 미워하면 니 마음만 더 괴롭지 않느냐 ”했다.

<사례102> 남편의 외도 문제로 00상담소에 전화했으나 "내담자의 잘못이 크다"는

쪽으로 얘기해서 속상했다.

<사례102> 결혼19년 동안 폭력이 있었는데 00가정상담소에 가서 상담했는데 "아이

들이 고3, 중3인데 남편과 화해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상담을 받았다.

위의 사례는 일부종교의 상담소에 대한 2차 피해 내용이다. 전통주의적 상담관39)을 가

진 상담자는 종교적 가치관이나 신념으로 피해자에게 희생과 의무와 인내를 강요한다.

<사례26>과 <사례102>에서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식의 해석으로 권력

의 위계가 있는 가정폭력과 평등관계안에서 발생하는 부부싸움을 구분하지 못하고 피해

자와 가해자의 쌍방과실로 책임을 전가시키며 화해를 유도한다. 언제든지 가장인 남편이

‘욱’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는 가정안의 권력과 통제관계를 보지 못한다. 이러한 위

계관계와 통제가 있는 가정폭력이 상담자의 전문적인 인식부족으로 흔하게 부부싸움으로

둔갑하고 있다.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속좁음, 까칠함, 이해부족으로 치부되고, 어느 집에

서나 있을 수 있는 극히 사적인 일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버린다. 남성의

가부장성을 당연시 여기고 일반화시킴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를 비정상적인 사람

으로 취급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38) 2010년도 가정폭력실태조사자료 [표13-74] 가정폭력상담소 종사자가인식한 슈파비전 도움 및

필요성조사에서 슈퍼비전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 98.8%,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 1.2%, 슈퍼비전

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6.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6%로 집계되었다(2부 p538)

39) 가정폭력에 대해 여성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고 피해여성은 폭력유발자, 문제소유자로 인식하며,

상담자는 관리자로 인식되며 숙박시설을 제공하는자이다. 상담자와 내담자기 권위적 위계를 형

성하는 상담방식.

Page 8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7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74

또한 <사례102>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인권 없이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의 역할만 강조

하고 있다. 아이들이 고3, 중3의 중요한 입시기간이니 아이들을 위해서 가정폭력을 견디

고 꿋꿋이 어머니에 역할에 충실하라는 상담은 중요한 입시생 둘을 두고 ‘자기만 살겠다’

고 집을 나온 것으로 비난하며 한없이 죄인으로 몰고 간다. 자녀들이 중요한 시기임에도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정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나 고려가 전혀 없는 ‘가정

보호 중심’의 상담40)이 안타깝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과연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그래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가정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아이들을 볼모

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권력과 통제를 언제까지 견디고 인내하며 버텨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가정보호중심41)상담이 이루어 지다보니 자녀가 대학만 들어가면, 결혼만 시키면

하면서 하루하루를 폭력상황에서 버텨낼 것을 요구하는 상담이 많다. 가정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상담자의 자세는 피해자가 자신을 비정상인의 범주에 편입시키게

만들며, 개인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성역할로서의 자신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여

사고와 삶을 제한하게 만든다.

최근 가정의 허울을 지키려던 상담직업을 가진 피해자가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른 상담전

화를 최근에 받은 적이 있다. 상담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조차도 가정폭력문제에 부딪

히는 순간에 다양한 구조적 모순에 빠져 ‘참음’을 견디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것이

다.42) 진즉에 불평등한 구조를 이해하는 여성주의상담을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

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상담자로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깊은 고민과 성

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2) 대안 : 상담소에서 용기를 얻었던 사례들

상담소에 의한 2차 피해를 없애거나 줄이는 최소한의 방법은 상담원들이 전문적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여 피해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다.

<응답자12> “많이 힘 드셨겠다.”고 위안을 주셔서 힘이 났다.

40) 가정폭력방지법의 입법목적은 가정폭력사건을 범죄행위로 규정짓고 행위자를 처벌하는 형사절

차로 처리하여 부부간 모든 폭력문제에 대한 책임을 행위자가 지도록 하는 법으로 정하였으나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행위자를 치료,교육하고 폭력의 제지와 교정

에 중점을 두어 가족을 유지하려는 관점을 상당히 절충함으로써 사건의 대부분을 보호사건화함

으로써 법의 성격이 모호해짐

41) 국가의 기본단위는 가정이라는 설정부터가 문제이며, 우상처럼 만들어진 행복한 가정이데올로

기로 인해 수면 아래로 두발을 동동거리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스런 희생이 국가의 근간을 유

지하는 바탕이 되고 있음

42) 2011.8월경 상담실에 피해자오빠로부터 상담요청이 들어온 사례

Page 8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4. 상담소에서의 2차 피해 ▫ 7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5

<응답자 4> “참 용기가 있다.”고 격려 받았을 때 기운이 나고 고마웠다.

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따뜻한 말 한마디‘많이 힘 드셨겠다.’는 인정과 위안, ‘참 용

기가 있다’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여성의 시각으로 피해자 삶을 재조명 해주고 피해자

의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은 피해자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

다.

2010년도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54.3%이상이 겪고 있다고 보고되

고43), 작년 한해집계만 하여도 74명 사망자가 나왔음44)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치유와

도움을 제공하는 전문상담시설은 없는 실정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가까운 곳에 가정폭력

에 관한 전문상담을 받고자 하는 피해자를 종종 만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연결하여

여러 회기 상담 치료를 권할만한 상담기관이 많지 않다. 더욱이 어떤 상담기관은 높은

상담비용을 요구해 진단서 발급조차도 어려운 피해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 현

실이다. 정말 없는 것인지 찾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매년 가정폭력에 관한 전문상담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수많은 전문 인력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가정폭

력 전문 상담자들이 일하는 상담소를 발굴하고 생활 속에서 밀착되어 가까운 곳에서 언

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문턱을 낮추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도움과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상담기법 중 여성주의적관점이 많이 받아들

여지는 이유는 가장 피해자에게 힘이 되고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상담자

나 실무자들에게 여성주의인식과 교육의 기회를 넓혀야 하며 널리 확산 되도록 하기위해

전문가 양성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슈퍼비전을 통하여 상담

및 지원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량강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상담원이나 실무자들

에 대한 정기적인 상담과 휴식을 통하여 상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담자의

몸과 마음이 소진되지 않는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상담자에 대한 안정된 일자리와 현실적인 수준의 급여를 통하여 처우를 개선해 주

어야 한다. 일의 강도에 비해 부족한 대우는 사명감만으로 전문성을 향상시키기에도 역

부족일 뿐 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담보로 인권국가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행태 또한 새로

43) 2010 년도 가정폭력실태조사[표5-13]연도별 가정폭력실태조사의 지난1년간 부부폭력발생비표

참고 (1부p105)우리나라 기혼자의 결혼이후 평생동안 부부폭력 발생률 54.3% 2010년53.8%신체

적, 정서적, 경제적 성학대, 방임까지 포함됨.

44)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아내폭력피해자 사망사건을 파악한 바에 의하면, 2010년 5월

남편의 폭력을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진도대교에서 투신한 사건 등 2010년에 74명,

2009년에 70명이 사망하였고, 2010년 경우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128명이 죽거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된다.

Page 8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7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76

운 불편과 부당을 양산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문제해결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가 아닌 성평등한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도록 하는 우

리 모두의 노력이 가정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답이 아닌가 한다.

상담소가 상담자 관점에서의 판단이 아닌 피해자의 관점에서 함께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피해자가 주인이 되는 상담이 진행될 때 더 이상 상담소로 인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리라 본다.

<참고문헌>

여성가족부, 2010, 2010가정폭력실태자료

배인숙, 2000, 아내구타 피해여성의 이혼 별거 결정에 영향을 미친 특성에 관한 연구

박수진, 2007,가정폭력피해여성들에 대한 지원서비스연구-피해자 중심으로

서울여성의전화, 2005, 왜 여성주의상담인가

Page 8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7

사법절차에서의 2차 피해

권영옥/ 42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5

Page 8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7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78

Page 8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7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79

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가정폭력범죄는 그 은밀함으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으나 피해자로서는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일반 폭력범죄에 비해 그 심각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일반 폭력범죄와 동일하게 다

루기가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국에서는 가

정폭력과 관련하여 특별법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1997년에 제정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처벌법) 및 「가정

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호법)은 가정폭력이 가정 내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가정폭력 피해자의 보호에도

어느 정도 기여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이 감소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현행 법�제도가 가정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 기능을 충실히 하

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정 내 폭력에 대해 형사사법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바랬던 것과는 달리 「처벌법」은

‘가정보호’라는 입법목적으로 인해 오히려 가정폭력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형사처벌을 회

피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형사사건으로 처리되는 가정폭력사건은 심각한 상해

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벌금형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가정폭력 방

지법은 입법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이 제기되어 왔고, 또 개선방안도 제안되었다.

2007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경찰의 긴급임시조치권과 법

원의 피해자보호명령제가 도입되어 2011년 10월 2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정폭력 대응 형사사법기관에는 경찰, 검찰 및 법원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여 기초적인 조사를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경찰의 역

할이 중요한 것은 이들의 결정에 따라 가정폭력의 문제가 사적인 영역에서 나와 공적인

사법체계의 범위 안에서 다루어질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여성은 경찰로부터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본 전화상담

일지 및 설문조사 응답지 중에서도 많은 사례가 발견되었다. 따라서 경찰에 의한 2차 피

해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별도로 기술하였고, 이 장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에 있어서 검찰

및 법원 등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검찰은 경찰의 체포 및 조사 이후 가해자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가정폭력 사

건이 경찰로부터 검사에게 송치되면, 검사는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가해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할 것인지, 기소하여 형사 처벌할 것인지, 또는 불

Page 8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0

기소처분을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이때, 검사는 수사결과 가해자의 성행교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결정할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가정폭력범죄인 경우에도, 검사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

할 수 있다.

법원은 검찰의 결정을 판결하는 최종적 사법체계이다. 검찰이 청구한 사건에 대해 가해

자 및 피해자를 소환하여 조사하고, 가해자의 가정폭력의 정도가 심하거나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접근금지�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보호관

찰�치료위탁�상담위탁 등의 보호처분을 내린다. 그리고 불처분 결정을 한 후 검사에게 송

치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한 법원에 이송하고, 그 이후 사법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사법절차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피해자로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

에서 검사나 판사 등의 태도나 인식, 법�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하는 경

우가 많이 있다.

또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남편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이혼을 해야 할까’, ‘이혼

해야지’의 고민을 해오다 결국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폭력상황으로부터 벗어

나 자신이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남편과의 협의이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재판이혼을 진행하면서 역시 판사나 법원

관계자, 심지어는 변호사 등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편, 이혼소

송에서 판사의 판결은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또 이혼 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는 점에서 중요하다.

본 전화상담 일지 및 설문조사 응답지(2010.9~2011.8)의 분석 결과에는 검찰로 인한

2차 피해 사례는 1건도 없었고, 법원의 판사로 인한 2차 피해 사례는 3건, 국선변호인

에 의한 2차 피해 사례는 1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검사 및 판사로 인한 2차 피해 사

례가 적고 그 내용이 모두 이혼소송과 관련된 것은, 전화상담의 내담자 대부분이 가정폭

력이나 외도 등으로 고통 받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또는

이혼소송을 해야 할지를 상담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전화상담 일지 및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건 지원한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

고, 현행 가정폭력 관련 사법절차상의 문제점에 기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의 유

형을 중심으로 살펴본 다음, 가정폭력 피해여성에게 필요한 사법절차상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Page 8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8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81

1) 본회 전화상담 및 사건 지원 사례

(1) 전화상담 사례

전화상담일지에서 나타난 사례 4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판사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에 대한 가부장적 인식, 위압적인 말과 태도

등으로써 2차적 피해를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이러한 사법절

차를 거치면서 법에 호소한 것을 후회하거나 법이 평등하지 않음을 절실히 느낄 것이고,

심지어는 사회에 대한 불신감까지도 갖게 될 수 있다.

<사례37> 가정폭력으로 이혼 소송 중 양육비 사전처분 청구하여 100만원 지급하라

고 판결이 났는데, 남편이 지급이행을 하지 않아 판사에게 이야기하였다. 판사는 “사

전처분에 관해 집행력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재판과정 중에 “여자가 원인 제공

한 것도 있지 않느냐”, “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 골절 당하는 사람도 있

는데, 그런 것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 “진단서나 증거사진은 조작할 수 있는 것 아

니냐”고 하였다. 또 “시흥여성의전화에서 받은 상담사실 확인서는 아무 효력이 없다”

등 내담자로 하여금 모욕감,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였다.

<사례44> 판사가 피해자에게 “진단 3주에 위자료 달라 하나?”, “가만있는데 때립니

까?”, “좀 맞은 거 가지고”라 하였다.

☞ 두 사례는 같은 내담자의 상담으로 12월 30일 현재, 재산분할은 절반씩 했고 사전처

분 양육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함.

<사례24> 결혼 8년차인 내담자는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이혼소송 중이다. 판사가

조정위원의 조정결과를 뒤집는 결정을 하려고 한다. 조정위원은 5:5 재산분할, 위자

료 3천 만 원으로 조정했는데, 판사는 5:5에 위자료가 포함된다며 위자료 없는 걸로

결정하려 하고, 양육비는 나중에 받고 퇴직금도 분할대상이 아니니 이야기하지 말라

고 함(수원지법 양OO 판사). 시아버지가 판사여서 영향을 미친 듯함.

<사례75> 이혼 소송 중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자신은 이혼전문이라며 가정폭력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협박조의 말을 해 다른 개인변호사를 선임해 항고

중임.

Page 8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2

(2) 소송 중인 가정폭력 피해자 및 자녀 법원처분에 대한 지원 사례

<사건지원 1> 법원(간질이 심한 갓난아이에 대한 면접교섭사전처분을 내린 사례)

16개월 간질을 앓고 있는 아이, 면접교섭권 때문에 강제로 엄마와 분리되어 아버지

를 만나야 하는 상황임. 아버지와 있는 30분 내내 아이가 경기를 하며 울지만 가사

조사관이 내담자의 개입을 저지하며 오히려 내담자에게 “보고서 나쁘게 써줄까요?”

하고 있음. 내담자의 불안이 높고 아이가 면접하고 간 날이면 경기를 하고 지금도 목

욕하거나 할 때 추워서 문을 닫으려고 하면 욕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고 심하게 움.

이 사례는 담당재판부에 피해자의 상황과 가정폭력 등에 대해 알려 예정되어 있던 10월

면접교섭 날짜가 취소되었지만, 아직 양육권 및 친권, 면접교섭권 소송중이라 결과를 기

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건지원 2>법원(쉼터거주 중인 피해 자녀에게 면접교섭 사전처분을 내려 퇴소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

쉼터거주 중인 가정폭력 피해자녀에게 면접교섭 사전처분을 내린 사건. 초등학교 저

학년인 자녀의 경우 거주 중인 쉼터의 위치 등을 아버지에게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당사자는 물론, 쉼터에 입소한 다른 피해자들의 위치가 공개될 위험이 매우 높

은 사안임. 그렇기 때문에 쉼터에 입소중일 때에 성장한 자녀의 면접교섭사전처분을

받으면 통상 퇴소를 하게 되는데, 퇴소해도 갈 곳이 없는 상황인데다 법원이 면접

날짜를 바로 이틀 후로 예정하는 바람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피해자 가

족은 퇴소할 수밖에 없었음.

판사실에 전화하여 면접교섭 날짜를 미루어 달라, 거처를 마련할 시간이라도 줘야 하지

않는가, 쉼터를 옮겨야 하고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를 또 옮겨야 하는데 그럴 만큼 당장

만나야 하는 상황인가,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는 등에 대해 항의 했지만 담

당판사가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날짜 조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와 자녀는

면접교섭일 당일 퇴소했다.

<사건지원 3> 법원: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처분(가족상담)을 한 경우

안산지원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부상담, 가족상담 사전처분을 내렸

다. 쉼터를 퇴소한 피해자의 두려고 무섭다는 호소와 안산 쪽 쉼터 입소자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랐다.

Page 8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8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83

안산지원의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처분에 대해 항의하였고 안산지원에서는 “당사

자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겠고, 동의받는 과정에서 세심한 진의를 확인하겠다.”는 답변

을 받았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 안전 확보에 대해서 “불가피하게 상담이 진행되는 경

우 당사자 분리상담, 보안요원 상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

후에도 가정폭력 쉼터 입소자들에게 상담처분을 내리고 있고 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2) 사법절차상의 문제점에 기인한 2차 피해

(1) 법․제도상의 문제점에 기인한 2차 피해

①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화

현행 가정폭력 방지법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호법)으로 이원화되고, 소관

부처 역시 「처벌법」은 법무부, 「보호법」은 여성가족부로 나뉘어 있다. 가정폭력 관

련법이 이원화되어 제정된 것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법의

적용에 있어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 보호에 대한 접근방법과 이해방식이 달라 피해

자 보호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김은경, 2006).

「처벌법」에서는 피해자 안전보호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다루어지기보다는 가해자 성행교

정 및 처우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목표 정도로 이해되고 있고, 「보호법」상

의 피해자 보호는 「처벌법」상의 소송절차와의 유기적 연계성 없이 별도로 전개되는 경

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법체계적인 관점에서 민사보호제도인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가

정폭력범죄에 대한 형사특례법에 규정함으로써 이 제도의 피해자 보호의 기능을 약화시

킬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② 지나친 가정보호법적 성격

「처벌법」은 그 주된 목적이 ‘가정의 보호’에 있고, 이를 위한 수단이 ‘보호처분’임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방향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가정폭력사건을 처리하

는 모든 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보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정폭력사건

을 형사사건과 가정보호사건으로 나누고, 가정보호사건을 특별절차에 의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Page 9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4

그러나 형사사건과 가정보호사건을 구별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고 검사의 재량에 맡

기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혼인존속의사에 의하여 처벌여부

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하여 일정

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심각한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보호처분 등을 하

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폭력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경우이다.

③ 가정폭력 가해자 상담제도 미흡

가정폭력으로 기소된 가해자가 형사사법 처분의 하나로 상담을 받게 되는 것은 검찰과

법원의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이다. 검찰은 과거에는 가정폭력사건을 접수하면 기소하여

법원의 판결에 맡기거나 기소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해왔는데, 2003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접 상담처분을 내리고 있다.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가해자

를 검찰이 기소하여 재판에 회부하는 대신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게 하여, 가해자가 상

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형벌을 면제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도로 기소하여 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경우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상담소와 보고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에 대한 효과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검찰에서 이관된 가정폭력사건을 심리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처벌법」

에 규정된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호처분 중 수강명령이나 상담위탁 처분을 통해

가해자는 보호관찰소나 민간상담소 등에서 상담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법원마다 그 실상

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지방법원의 경우 2004~2006년에 가정폭력사건의 불처분율이

79~95%에 이르러, 「처벌법」상의 보호처분제도가 거의 실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

기도 한다. 검찰과 달리 법원의 상담명령 보호처분의 경우는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기관

과 상담명령 이수 여부 등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④ 경찰의 긴급임시조치권의 한계

경찰이 퇴거명령 또는 접근금지명령과 같은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수사의 한 단계로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범죄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

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행위는

이미 종결되어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어려울 때, 그러나 경찰이 돌아

가면 다시 피해자가 위험한 상황일 때 긴급임시조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명한 긴급임시조치권에 위배되는 행위를 가해자가 할 경우, 처벌은 과태

료에 불과하다. 과태료는 행정법상 질서위반행위에 부과되는 것으로 그 절차에 따르면,

가해자는 경찰의 긴급임시조치를 어기더라도 총 84일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된다. 가

Page 9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8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85

해자는 여전히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가거나 주위에 있으면서 폭행하거나 전화 또는 메일

로 협박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더욱 더 힘든 상황이 될 수 있고, ‘괜히 경찰에 신

고했어’라는 등 경찰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다.

⑤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실효성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피해자의 주거 및 직장에의 접근금지, 피해자의 주거로부

터의 퇴거,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한 접촉 금지 등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보호를 보장

하고, 그럼으로써 가해자의 2차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을 추구하는 제도이다. 이는 두 가

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경찰이 긴급임시조치를 명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법

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하는 경우이다. 경찰이 긴급임시조치를 취하고 다시 돌아간 뒤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오더라도 84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게 된다. 둘째, 경찰의 긴급임시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

청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가정폭력이 행해진 상태에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방어하면서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원의 보호명령은 통상적으로 며칠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가정폭력 피해자

가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어려운 반면, 가해자가 피해자보호명령에 위반하는

경우에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분하는 것은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사법절차상의 문제에 기인한 2차 피해

①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사범이 해마다 증가하고 그 위험수위도 높아지고 있으나, 처벌은 여

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기소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1년 3월 27일에 발표한 ‘2010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

면, 2009년 가정폭력사범은 1만2154명인 것으로 집계되었고 기소율은 10.4%에 불과

하였다. 10년 전인 1999년 가정폭력 범죄 처리인원 9,149명 중 22.3%의 기소율을 보

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졌음을 볼 수 있다(<표 1> 참조). 이는 가정폭력사건의

특성으로 인해 ‘엄벌’보다는 사회 내 처우를 통한 가정의 복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편,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은 처벌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의 경

우 불기소처분 될 수밖에 없었던 폐단을 시정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 법이

‘가정회복’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심각한 수준의 가정폭력에

Page 9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6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 적용과 집행 단계에서 가정

폭력의 실상과 피해를 정확히 살펴야 하고, 또 형사사건과 보호사건을 판단하는 합리적

인 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1> 가정폭력사범의 처분결과

그 밖에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벌금,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상담위탁 등의 처분이

내려지고 있었지만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

② 담당자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 및 한계

여성가족부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중 가정폭력 피해여성 조사(2010년 9월 20

일~11월 15일, 총 213부 최종분석)에 의하면,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경험한 검찰이나

법원 등에 대한 불만은 다음과 같다. 검찰의 경우, 검사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부족이

3사례로 가장 많았고,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조치 중 상담시간

Page 9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8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87

연장에 대한 요구가 1사례, 상담조건부기소유예 조치에 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

적이 1사례로 나타났다. 법원의 경우는, 가정폭력 사건 처리 기간 단축이 4사례로 가장

많았고, 판사 및 법원 관계자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부족이 3사례, 증거불충분으로 인

한 기각에 대한 불만(피해가 가중될 수 있음)이 1사례로 조사되었다.

가정폭력 담당검사는 임시조치 청구 등과 같은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검사는 피해자가 처

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소권이 없는 상황이다. 검사의

판단에 고소 및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 이를 저지

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어서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검사는 가해자 중 개선 가능성이 있고 폭력 정도나 빈도가 약하거나 가해

자가 뉘우치는 경우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사법절차를 밟으면서 만나게 되는 검사나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

라 그 과정과 결과에 많은 차이가 있게 된다. 이는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대표되는 법의

정신과는 상치되는 현상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정

도, 가정폭력 전문성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이다.

③ 가정폭력사건의 처리기간 중 폭력의 지속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개입의 한계는 사건의 처리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에도 있다. 가정

폭력사건 발생 후 법원에서 심리기일에 들어가기까지에는 보통 5~6개월이 소요되기 때

문에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사건 중 상당한 수가 법정에 출석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미 이혼을 하여 가족관계가 청산되었거나 서로 화해하여 보호처분이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의 처리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사이에

가정폭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법원의 보호처분 결정 이전에 경찰의 긴급임

시조치와 검사의 임시조치의 청구 등이 가능하지만, 이는 임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피해

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④ ‘혼인지속 의사여부’에 의한 사건 처리의 이원화

가정폭력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기피하는 이유를 탐색하지 않은 채 이혼의사 여부에 따라

형사절차와 보호절차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처리 관행은 가정폭력을 일반폭력과 동일

하게 취급하려는 형법체계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형벌에 대한 대안으

로 상담�치료�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가져왔다. 이러한 피해자 의

사존중의 규정은 실제 법 집행과정에서 이혼 여부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피해자가 이혼을 원하면 형사기소하고 결혼관계를

Page 9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8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88

유지하고자 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 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즉 일반 범죄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가정폭력에 대

해서는 법 적용과 법 집행 단계에서 그 실상과 피해를 정확히 살펴 보호처분과 형사처벌

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⑤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치료에 대한 책임

「보호법」 제18조 치료보호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보호에 대해 그

비용을 가정폭력 가해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가

해자를 대신하여 의료비용을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치료가 가해자와 피해자, 즉 가족 내에서 책임져야

할 사적 영역이라는 의식이 전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행 「보호법」의 목적이 피해

자 보호와 지원이라면 가정폭력 피해자의 치료에 있어서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정리 및 대안

가정폭력은 개인의 인권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국가가 개입하여 적극 대

응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것이 가정폭력 관련 법�제도이다. 가정폭력에 대

한 사법체계의 대응에 있어서 1차적인 목적은 피해자 보호에 두어야 하고, 피해자 보호

를 통해 가정보호의 목적도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부득이

선택하는 이혼과 관련된 사법절차 과정에서도 역시 그들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입장에서 현행 사법절차상 개선되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대안

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검찰이나 법원에서 가정폭력전담팀을 운영하여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경미한

가정폭력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특수성을 인정받아 가정폭력 방지법에 의해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것처럼,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남편 살해사건도 일반 형사범과는 달

리 취급되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에 가정폭력전담 수사관이 지정되고, 가정법원은 물론

일반 형사재판에까지 가정폭력 전담 재판부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가정폭력을 방지하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형사�사법기관의 공조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법 집행과 처벌, 그리

Page 9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5. 사법절차상에서의 2차 피해 ▫ 8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89

고 교화프로그램이 하나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 시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2) 가정폭력사건의 형사사건과 보호사건을 판단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설

정되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검사가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이 법에

의한 보호처분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

고 있는데, 검사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에 따라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보호

처분과 형사처벌을 구분하는 보다 실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3) 상담명령 시 피해자의 안전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판사가 보호처분의 하나로 상담명령을 할 때, 수탁기관은 상담의 효과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켜야 한다. 따라서 상담명령 부과 시 피해자 보호의 측면에서 보호시설

에의 감호위탁이나 접근 금지명령 등의 병과조치를 해야 한다.

(4) 임시조치 및 보호처분 불이행에 대한 제재조치를 보완하여야 한다.

가해자가 임시조치나 보호처분 결정을 위반한 경우에 그 처분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

지만, 사실상 보호처분 취소와 이에 따른 검찰의 송치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소수에 불

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5)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에 가정폭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야 한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신체 상해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형사�사법기관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여성가족부, 2010). 가정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적합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가정폭력 가해자의 위험성 등을 평가하는 가정폭력 전문가 의견 반영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6)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2007년에 도입되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가 가정폭력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이 결과를 바

탕으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의 개선이나 철폐, 강화 등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

Page 9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9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90

루어져야 한다.

(7)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

경찰 신고 이후 형사�사법기관의 가해자에 대한 조치 내용을 보면 아무런 조치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 밖에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벌금, 보호관찰, 사회봉사, 교육수강명

령, 상담위탁 등의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법에 규정된 대로 엄격히 처분

을 내려야 하며, 실제 그대로 시행되는지 감시, 감독하는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정폭력 기관조사에서 검찰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상담소에 의뢰된 가해자의 중도탈

락률이 법원이나 보호관찰소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탈락은 폭력 성행교정을

위한 치료과정 중에 탈락하는 것이므로 폭력 행동 교정의 장애물로 작용하여 폭력 재발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담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

< 참고문헌 >

김은경(2006). 소송과정에서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현황과 쟁점들. 형사정책연구, 제17

권 제4호.

여성가족부(2010).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여성가족부(2011). 가정폭력 사례를 통한 예방지침서.

홍춘의(2011). 가정폭력관련법제의 개혁: 민사보호명령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가족법

연구 제25권 2호.

Page 9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1

지인, 미흡한 제도로 인한 2차 피해

박은미/ 41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6

Page 9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9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92

Page 9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인한 2차 피해 ▫ 9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3

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 인한 2차 피해

이번 장에서는 가족, 경찰, 병원, 상담소, 사법체계 이외에서 드러나는 가정폭력 2차피해

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담사례 분석과정에서 앞서 다룬 영역이외에도 피해자 주

변의 이웃이나 친구로부터 참고 살라는 말을 듣거나 무관심한 반응 등을 볼 수 있었고

피해자 자녀의 학교문제와 피해자 쉼터문제가 제기되었다. 학교에서는 아버지가 찾는다

는 이유로 피해자 혹은 피해자자녀의 정보를 유출시키거나 가정폭력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녀의 비밀전학 등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피해자쉼

터문제로는 현장감 있는 피해자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피해사례로

볼 수 있는 상담사례는 총 11건이었으며 쉼터입소자 설문조사 11건을 함께 분석하였다.

상담사례 중 주변지인으로부터 받은 피해는 4건이며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 인한

것은 7건이었다.

1) 친구, 동료, 이웃들로부터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찰, 병원, 상담소, 사법기관 등 공공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가까운 주변인 등 비공식 지지망에 도움을 요청

하는 경우이다. 남편의 폭력 행동에 대해 그 당시 혹은 그 이후에라도 주위에 도움을 요

청한 경험을 살펴본 결과, 도움 요청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62.7%로 절반을 훨

씬 넘었다. 외부에 남편의 폭력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한 경우에 도움요청 대상은 가

족이나 친척이 17.7%로 가장 많았고 이웃이나 친구가 6.9%였다. 2007년 조사와 마찬

가지로 가족이나 이웃, 친구 등의 비공식적 지지체계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공적 지지

체계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보다 높았다.45)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공식적 지지체계에 속하는 주변인들이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맥락이

나 대응방안에 대해 잘 아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우리사회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등

의 통념에 갇혀 있어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에 대해 무관심, 비

난 등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소한의 이해와 위로 정도라도 기대하고 이야기를 꺼냈던

피해자는 주변인의 이러한 반응을 통해 다시 좌절하게 된다. 주변인 중 가족의 문제는

앞의 가족으로 인한 2차 피해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피해자의 친구, 이웃, 동료 등

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이 장에서는 주변으로부터 피해 4건, 쉼터입소자 설문조사

45) 2010 여성가족부 가정폭력실태조사 제5장 기혼자의 가정폭력

Page 10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9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94

11건을 분석하여 살펴보았으며 그 양상은 폭력발생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피해자

에게 피해를 주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피해자 스스로가 창피해

서 이야기를 못하거나 주변인의 위로와 지지가 힘이 되는 경우 등도 있었다.

(1) 피해자를 비난함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광고문구처럼 피해자인 아내가 가해자인 남편을 잘 길들이

고 요리하면 남편의 가해행동이 멈추게 되는 것일까?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것이 아내가

남편을 잘 길들이지 못해서가 아닌데 주변의 시선은 다시 아내를 향한 비난으로 향한다.

<응답자11>에서 친구는 피해자에게 “니가 너무 잘해줘서 버릇이 나빠졌다.”며 피해자를

질책하고 있다. 마치 피해자인 아내가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면 남편의 가해행동이 일어

나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런 주변인의 행동은 피해자로 하여금 ‘남편에게 부드

럽게 이야기하기, 예쁘게 단장하기’ 등의 전혀 엉뚱한 방식을 선택하게 하기도 한다. 또

한 <응답자14>처럼 주변인이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비판가나 설교가’ 들

이 되어 오히려 비난하는 수준에서 멈추기도 한다.

<응답자11>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얘기했을 때 ‘니가 좀 더 생각과 행동을 바꿔보고 남편을

길들여 보라’는 둥 “니가 너무 잘해줘서 버릇이 나빠졌다.”는 등 했을 때 기막히고 화나고

슬프고 외로움. 이웃은 나의 경쟁자자 일 뿐이다.

<응답자13> 친구와 회사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살아 나 같으면 못살아 이혼해’

하고 말만 할 뿐 그냥 날 불쌍하게만 생각했다. 폭력이 자꾸 반복되니까 친구들도

나를 피했다.

<응답자14> 이웃은 나의 폭력상황에 많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결정적이지 못

했고 나중에나 오히려 도움보다 비판가나 설교가들이 되었던 것 같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은 피해자를 직접 비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래의 경

우처럼 잘못된 사회통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례96>에서 피해자는 이혼을 고민하지

만 주변인인 남자동창들이 이혼녀를 우습게 대하는 걸 보고 이혼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된

다. 또한 주변인이 공직에 있는 경우 피해자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사례49>처

럼 교사의 신분으로 이혼을 하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더 받게 되고 이후 교사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실에서 접하게 되는 상담사례

Page 10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인한 2차 피해 ▫ 9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5

중에서 피해자 본인이 혹은 피해자 주변인이 교사라서 혹은 공직에 있어서 폭력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례96> 남편은 결혼 초부터 외도, 폭력이 심하였다. 이혼을 고민한 적도 있지만

동창회에서 이혼한 여자 친구에게 남자동창들이 우습게 대하는 걸 보고 또 경제적

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이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사례49>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으로 이혼 원하는 마음이 있으나 직업이 교사라서

이혼과 남편의 불륜의심 문제가 타격 줄까봐 걱정함.

<사례76> 남편의 외도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는데 주변에서

우울증 때문에 이혼이 불리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음.

(2) 무관심

미워하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먼저 꺼

내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관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이 일어났을 때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은 피해자에게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피해를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응답자1>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옆집에 폭력으로 인해 소리가 나는데도 전

혀 무관심해 보여서 나 역시 무심하기까지 하였고 신고라도 해줬으면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응답자8> 내가 살던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

주었으면 난 좀 덜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례72>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하고자 이혼합의서 공증을 받기위해 법무사 사

무실의 법무사가 ‘하찮은 일, 같잖은 일’이라고 보는 것 같았다.

<응답자1>의 답변에서는 주변에서 경찰에 신고라도 해주길 바라는 피해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또한 ‘경비아저씨가 도와주었더라면 덜 맞지 않았을까’ 하는 <응답자8>의 생

생한 목소리에서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한 피해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대와

Page 10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9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96

는 다른 주변의 무관심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키게 된다. <사례72>에서의 법무사는 가

정폭력을 심각한 일로 보지 않는 사회의 시선이 담겨있다. 피해자에게는 ‘이혼합의서 공

증’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하찮은 일’로 치부되

는 광경이 드러난다.

남편이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주변인이 신고를 하는 등

의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폭력상황을 멈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피해

자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주변에서 무심한 반응을 보일 때에 피해자는 다시 절망하게 되

고 폭력은 쉽게 멈추지 않게 된다.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성 폭력 예방 단체

POWA(PEOPLE OPPOSING WOMAN ABUSE)는 의미 있는 실험 하나를 진행하였

다. 요하네스버그의 한 다운타운에서 한 남자가 한 밤 중에 자신의 집에서 드럼을 연주

하게 하니 이웃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남편이 부인

에게 거센 폭언과 폭력을 행하는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이 된 소리가 집 내부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가게 했다. 드럼 못지않은 괴성과 폭언이 난무하고 남편이 부인에

게 무서운 폭력을 가해 이웃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데도 아무도 이집을 방문하

지 않았다. 이 실험은 주변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주변인의 무관심을 ‘인정이 없다 혹은 비인간적이다’ 등으로 해석하면서 비난하기

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주변인의 무심한 반응 속에는 가정폭력을 여전히 집안일

로 보는 시각과 폭력상황을 경찰에 신고한 이후 혹시라도 겪게 될지 모르는 가해자의 보

복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자를 보호하고 주변인이 피해자

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오히려 피해를 줌

주변인이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와 한 편이 되어 피해자를 힘들

게 하는 경우이다. 많은 경우 가해자인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성실하고 좋

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밖에서는 믿음직하지만 집안에서는 폭력을 행하는 남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어렵다. 실제로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오는 피해자 중에서 “다

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한없이 자상한 것처럼 보이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며 때린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아 어디 하소

연 할 곳도 없다.”며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가해자의 일반적 특성 중 양면성과

관계가 있는데 가해자의 양면성이란 아내와 둘이 있을 때는 폭력적으로 변하지만 밖에서

는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주변인들은

Page 10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인한 2차 피해 ▫ 9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7

피해자의 이야기보다는 가해자의 말을 더 믿게 되고 오히려 가해자편을 드는 일이 생기

게 된다. 게다가 가해자인 남편이 피해자인 아내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하고 다닐 때

피해자가 표현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응답자2> 이웃은 전혀 도움이 안 되었고 오히려 나를 성격 이상한 사람으로 소

문을 내고 다녔다. 싸우는 소리를 듣고도 도와주지도 않고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때 내 자신은 벌레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응답자7>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가까운 이웃으로 인해 남편이 그와

어울리는 바람에 나에게 더 피해가 왔고 그 집에 피했을 때에는 남편과 잘 아는

사람 어머니분이 계셔서 같이 있었는데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응답자2>의 경우처럼 주변인이 오히려 이상한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볼 때 피해자가

느끼는 심정은 벌레가 된 듯한 느낌으로 표현되는 절망감과 수치심이다. 경찰을 부르기

전 그리고 경찰이 도움을 주기 전 상황에서는 주변인이 피해자를 잠시 보호해 주는 것만

으로도 폭력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응답자7>은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는 말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남편과 친분이 있는 이웃으로 인해 피

해가 더 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4) 창피해서 주변에 이야기 하지 못함

피해사실을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주변인이 딱히 뭐라고 대놓고 질책하지

는 않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분위기는 이미 경색되어 있다. 피해자는 지지받지 못할 거라

고 짐작하고 행동한다. 이런 분위기는 피해자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주저앉히’게 된다.

<응답자4> 창피해서 이야기를 못했다.

<응답자9> 말하기가 꺼려지고 별 도움은 안 되었음. 가끔 친한 사람은 위로 정도.

<응답자5> 이웃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진 못했다. 오히려 이웃이 알까봐 문 다

닫고 잠그고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웃과 소통도 안 되고 이웃을 만나는

것도 꺼리게 되고 알게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Page 10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9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98

상담을 하다보면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

로도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피해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집안의 폭력

문제를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폭력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그

런 힘든 표현조차 밖으로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폭력은

당하는 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니만큼 우

리사회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5) 위로와 지지

반면 주변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은 피해자 본

인이 직접 신청하면서 진행되지만 피해자의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 대리상담

을 하는 신청하는 일도 많이 있다. 회사 동료 혹은 같은 종교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들이 그리고 오랜 친구 등이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어온다. 그들

은 무력감에 빠지거나 출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피해자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길을

찾는다. 이처럼 피해자의 피해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하며 지지하는 것은 피해자에

게는 큰 힘이 되어 준다.

<응답자15> 이웃은 나에게 도움이다. 위로다. 나의 힘듦을 얘기할 수 있는 멘토

가 있었다. 그 분은 나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었고 나를 믿어주었고 나를 이해해

주었다. 나는 그 분으로 인해 위로를 받았고 나도 그 분의 인격을 믿었다. 나는 그

분과 대화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응답자 대부분이 이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반면 <응답자15>에서의 이웃

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존재이다. 대부분의 응답자와 다른 반응을 보인 <응답자

15>에서의 이웃이 어떤 이유에서 피해자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이웃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훌륭한 개인의 인

격이 좋은 이웃으로 남게 한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가정폭력이 일어난 주변인을 보며

어떻게 돕고 위로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면 피해자가 느끼는

창피함과 좌절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age 10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인한 2차 피해 ▫ 9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99

2) 잘못된 사회통념이 주는 피해

사회적 통념이라 함은 우리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통하는 개념을 말한다. 사회적 통

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손가락질 받기 쉽다. 하지만 이 통념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며 더구나

잘못된 통념이 작동할 때에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가정폭력문제를 해결할 때 가로막는

잘못된 통념의 대표주자는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보고 사소한 문제로 두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은 우리사회의 가부장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남편에 의해

폭력을 입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아이들은 피해자인 아내가 돌보아야 하며 피해자의 고통

은 평생 안고가야 할 짐 정도로 여겨진다.

<사례33> 남편의 의처증과 구타로 집을 나와 있는 상태인 내담자에게 주변사람이

“네가 들어가서 아이들을 돌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함.

<사례77> 시집에 힘들게 헌신했는데 모두들 그런 고통은 알아주지 않고 ‘운명처럼

받아들여라’, ‘네 복이다’ 하는 식으로 말한다.

<사례70> 딸이 한번 신고한 것 가지고는 법률구조받기 어렵다.

<사례93>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고민하자 주변에서 “계속 참고 살아라. 남편이 화가

났을 때는 건들지 말고 내버려둬라.” ,“네가 좀 더 현명하고 성숙하게 지혜롭고 담대

하게 굴지 그러냐.”는 말도 한다. 어떤 느낌이냐고 상담자가 묻자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정말 못나고 비굴하고 비참하고 멍청한 것 같고, 내 자신이 병신 같다, 참으라

고 남편 화날 때는 건들지 말라고 하지만 그럼 도대체 나는 어떻게 화를 내냐, 억눌

리게 되어서 답답하다. 내가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하고 무디게 생각했어야 하는 건

가, 좀만 누가 소리를 높이면 쪼그라들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무력감이 느껴지

고 심지어는 남편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사례33>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회통념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두고 나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에게 이런 사회통념은

피해자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부부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며 특

히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있는 피해자에게 아이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너무 가혹한 행위

이다. 또한 여자는 참아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은 <사례77>에서 드러나며 시집에 힘들게

헌신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만약 위의 사례를 바꾸어 ‘처가에 힘

들게 헌신했는데 모두 그런 고통은 알아주지 않고 운명처럼 받아들여라’라고 한다면 어

Page 10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0

떨까? 이런 상황에서 사위에게도 참고 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릴 수 있을는지 생

각해볼 문제이다. <사례70>은 잘못된 통념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지식에 가깝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데는 잘못된 통념이 작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례93>에서는 참고

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피해자가 느끼는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남편이 화날 때 건들

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나는 어떻게 화를 내나 좀만 누가 소리를 높이면 쪼그라들고, 심

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무력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는 피해자를 억누르고 있는 거대한

사회통념을 그대로 말해준다. 피해자를 억누르는 이런 잘못된 사회통념을 어느 한 개인

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잘못된 인식을 버릴 수 있

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공적인 기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미흡한 제도

(1) 학교에서

피해자들은 본인들이 겪는 피해 이외에도 자녀들을 돌보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데 그 대표적인 현장이 바로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이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폭력예

방교육을 받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와 자녀들은 그 학교로부터 다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아버지의 힘과 중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들을 전입학 시키는

과정에서 부모의 합의를 요구하거나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할 피해자녀 지원에 대해 세심

하게 배려하지 못하는 것도 피해자를 힘들게 하는 이유가 된다.

<사례99> 15년 전에 이혼하고 연락이 없었던 내담자의 남편이 아이학교를 통해 고

1 딸에게 연락하고 개입하려 한다. 이혼 당시 친권은 내담자에게 넘겼고 양육권과

면접권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사례41> 남편과 별거 중, 우울증이 있는 아들을 방치하고 있어 데려오려고 하니

학교에서 ‘부모합의하에 전학시켜라’라고 한다. 남편은 아들전학을 반대하고 있고 고

교생은 등본 상 가족이름이 모두 올라있어야 전학이 허용되고 아니면 위장전입으로

오인 받는다고 한다. 반면 딸 전학은 쉽게 시켰다.

<사례99>는 이혼 후 15년 동안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고 양육비 지원도 없었던 전남

편이 갑자기 학교를 통해 아이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 피해자가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이다. 아버지가 자녀를 찾는 상황에 별 의심 없이 아이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학교나 교육청의 미숙한 처리는 피해자를 힘들게 한다.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

Page 10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Ⅱ-6. 주변 지인, 미흡한 피해자 지원정책으로인한 2차 피해 ▫ 10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01

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고 무엇보다 피해자와 그 자녀의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사례41>역시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가정폭력 방지법에서는 가정폭력 발생사실이 인정될 때 피해아동이 다

른 학교로 전학 또는 편입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46) 하지만 미처 이런 법률을 제

대로 알지 못했거나 혹은 알았다하더라도 여전히 자녀의 문제에 아버지의 역할을 크게

두는 정서 때문에 피해아동들이 전입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쉼터에서

쉼터에 입소하기를 원하면서도 쉽게 쉼터로 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이 있다. 그 이유

는 입소조건이 까다롭고 특히 자녀와 동반 입소를 해야 하는 경우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피해자도 폭력상황에서 탈출해야 하지만 그 자녀도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자녀와 머물 수 있는 가족쉼터를 확대하고 피해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

원을 해야 한다.

<사례25>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셋째아이 임신이 되었다. 출산 가능한 쉼터를 알아보

았으나 큰아이들 입소가 안 되고 아이들과 함께 입소가능한 가족쉼터는 출산지원이

안 되고 있다.

<사례28> 쉼터 ‘00사의 집’에 머물고 있는데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다른 쉼터를 알아

보는데 쉽지가 않다.

<사례35> 가정폭력과 외도를 원인으로 이혼소송 중인데 이혼소장이 남편에게 전달

된 후 추가 폭력이 있을까봐 두려운 상태이나 아들이 가해자인 남편과 현재 거주지

에서 함께 살겠다고 하여 쉼터에 입소하더라도 아들을 케어해줘야 할 것 같아 고민

이 큰 상태이다.

<사례61>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 후 혼자 생계유지하며 사는데 대장용종, 골협

착증 등으로 6급 신체장애를 받음. 그러나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이 안 되어 어려움.

<사례25>에서 피해자는 이미 두 아이가 있으며 셋째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다. 아이들과

안전하게 지내려면 가족쉼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곳은 출산지원이 되지 않는다. 반면

46)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Page 10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2

출산지원이 가능한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돌보고 있던 두 아이를 다른 곳에 맡겨야

한다. 한 피해자에게 ‘이중지원’을 하는 것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

된 정책이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것은 피해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며 피해자 지원은 보다 입체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자녀문제로 힘들어

하는 모습은 <사례35> 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떤 이는 “피해자 본인의 문제나 해결하지

자꾸 아이들의 문제까지 안고가려고 하느냐?”고 피해자를 질책하지만 피해자에게 있어

자녀는 폭력상황을 버티게 한 의지처였고 피해자가 돌보지 않으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

는 존재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자녀를 외면할 것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 <사례

61>은 남편의 폭력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이야기이다.

혼자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피해자는 몸에 병을 얻게 되지만 생계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피해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립이후에 겪

을 수 있는 어려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하겠다.

4) 정리

피해자는 외부환경과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폭력상황에서 벗어

나려고 할 때 맺을 수 있는 관계는 단편적이지 않고 다양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반면 피해자를 폭력상황에 머물게 하고 것도

다양하다. 이번 장에서 다룬 이야기는 바로 피해자를 억누르는 다양한 이야기에 관한 것

이었다. 폭력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벗어나기도 힘들뿐더러 벗어낫

다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한 사람의 일생을 불행과 슬픔으로 가득 차게 할 수

있는 가정폭력문제에 사회구성원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원할 것을 기대하며 이 장을 마친

다.

Page 10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Ⅲ-1. 연구를 마치며 ▫ 103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03

III. 맺는말

1. 연구를 마치며

- 피해자를 주저앉혀온 빽빽한 구조들은 해체되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내폭력 피해여성이 폭력의 고리를 끊고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무엇

이 피해여성을 다시 ‘주저앉히’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피해여성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기 위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공식, 비공식적인 자원을 활용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그

대상은 가족, 친구, 경찰, 병원, 상담소, 쉼터 등 다양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주변의

반응을 보고 겪으면서 피해자들은 절망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그들의 억울하고 절망감

가득한 목소리는 상담을 통해 전달되었다. 상담자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같이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그 목소리를 세상으로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

였다.

피해자들이 남편으로부터 받는 폭력이외에도 그들이 받는 2차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

다. “우리 아들이 그럴 리 없다.”며 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시집의 반응을 보면서, 남편의

폭력을 피해 찾아간 친정에서 “이혼하고 어떻게 살래,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을 들으면

서 그리고 무심한 주변인의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는 기대했던 위로와 지지를 받는 대신

기존의 가부장제 질서를 강요받고 있다. 또한 폭력상황을 견디고, 대항하지 않으며, 피해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편과 아이, 시집과 친정 등 주변사람을 돌볼 것을 요구받는다.

피해자들이 받는 2차 피해는 공적인 기관에서도 계속된다.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해

보지만 기대했던 도움보다는 집안일, 부부싸움으로 확대 해석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편을 자극하지 말라.”거나 ‘집안의 가장인데, 그래도 법으로 처리하겠느냐’는 이

야기를 들으며 피해자는 움츠러든다. 가장은 언제나 중요하고 그러기에 많은 경우 가장

의 가해행위는 관대하게 처리된다. 또한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시키고 심지어

가정폭력방지법을 잘 알지 못하여 피해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병원을 찾은 피해자는 본인의 피해사실을 어렵게 이야기하지만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이

해하지 못하는 의사로부터 냉대를 받기도 하고 참고 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창피

Page 110: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4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4

함과 좌절감을 다시 느낀다. 가장 적극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상담소에서도 피해

자가 비난 받기도 하고 상담원이 가정폭력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피해를 주는 일도 있

다. 이 밖에도 피해자를 충분히 지원하기에 미흡한 제도, 쉼터를 이용하면서 겪는 어려움

등 피해자들이 헤치고 나아가야 할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번 연구가 한국여성의 전화 상담실로 걸려온 전화내용을 분석하는 것이었기에 피해자

들의 많은 이야기 중 특히 억울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분석 내용의 대부분이 피해자들을 돕고 지원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피해

를 주고 주저앉히고 좌절시킨 내용들이 많다. 이런 불편한 사례들을 보며 ‘이건 아주 예

외적이고 극단적인 경우의 이야기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많은 피해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이며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사례 분석을 마칠 무렵 상담자들은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하나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끊임없이 가부장제 질서 속으로 ‘주저앉히’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

나는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 온 듯한 가정폭력 문제가 여전히 사적인 문제로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폭력의 늪에서 벗어나려 할 때 가족, 경찰, 병원, 상담소, 제도, 통념

등이 계속해서 피해자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관되게 가부장제 질서 속으로 다시 편입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피해여성

이 가정에서 그 정도 폭력은 견디어 주어야 우리사회가 유지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기도 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가정폭력 방지법이 만들어지고 미흡한 제도들이 계속 보완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가정폭력은 집안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반면 법과 제도는 좀

더 섬세하게 피해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 나타난 불편한 사실들은 다시 피해자들이 폭력으

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부분적

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사실은 상담원들이 검토했던 모든 사례들이 어느 한 피해자에게 일어

났다고 상상해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피해자가 폭력을 당한 이후 만

나게 되는 시집, 친정, 경찰, 병원, 주변인 그리고 우리사회의 통념들이 너무도 일관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가부장제 사회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사례들이 특수한 하나의 사례이면서도 그 사례들을 한데 모아놓았을 때는 각각의 사례들

Page 111: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Ⅲ-1. 연구를 마치며 ▫ 105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05

이 서로 연결되고 어색함 없이 합쳐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가족들로부터 외

면당하고 다시 경찰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는 냉대를 받고 수치

심을 느끼며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모든 이야기

가 각각의 사례이면서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정폭력

이 어느 한 집안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피해자들이 폭력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들은 반복적으로 폭력을 당

하고 또 그 폭력이 점점 더 거세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폭

력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자원을 찾아 나선다. 가족이나 친구 등 비공식적 지지체계로부

터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배우자를 변화시키려고 여러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며 때로는

공식적 지지체계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이 피해생존자로 다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면 바로 이 도움요청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적어

도 다시 피해자를 폭력상황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회적 지

지망이 피해자들이 생존자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피해자들의 상담사례를 통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피해자 주저앉

히기’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

다. 기존의 논의들이 주로 남편에 의한 피해상황을 이야기하거나 가해자를 떠나는 과정

에 관심을 가졌다면 우리는 무엇이 피해자를 끊임없이 주저앉히고 폭력에서 벗어나는데

방해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우리들의 논의가 비록 이론이나 학술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실제 상담사례에서 드러난 생생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기에 의미 있는 연구였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피해자가 접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은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해자가 폭력에서 벗어

나는 길은 단 한 번의 시도로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원들의 새로

운 논의를 시작으로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다시 2차, 3차 피해를 겪는 일이 없기

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Page 112: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6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6

III-2. 못 다한 이야기

-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녀’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남편에 의한 직접 폭력이 아닌, 주변으로부터 받는 ‘2차 피해’를 살펴보자는 의도로 시작

된 우리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될수록,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가족으로부터의 2차 피해 사례>를 분석하던 도중에 튀어나오는 일관된 유형의

몇몇 사례들 때문이었다. ‘아내’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호소 내용 중에서 자녀들이 겪는

괴로움과 그들이 부모, 특히 피해여성에게 가하는 비난이나 폭력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슬픔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가족들로부터 피해여성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폭력 등은 분명 ‘2차 피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여성의 자녀의 경우는 ‘아내폭력가해자’인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하거

나 때로는 직접적인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등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피해자의 위치에 있

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아동-자녀는 가족 관계에서 폭력을 목격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고통을 받아왔

고, 연구자들은 이런 경험을 하는 아동을 가정 폭력의 “목격자” 혹은 “관찰자”라고 지칭

하다가 최근에는 가정 폭력에 대한 “노출(exposure)"로 정의하기 시작했다.(Fantuzzo

& Mohr, 1999; 김경호, 2003 재인용) 대체로 가정 폭력에 대한 노출은 폭력 사건을

보거나 듣는 것, 폭력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신체적 상처나 심리적 우울감 등을 관찰하

는 것, 또는 폭력의 직접적 피해자가 되는 것을 포함한다.(Holden et al, 1998; 김경

호, 2003 재인용)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녀(이하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 혹은 피해자녀)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보면, 각각 그 연구자의 의도나 연구 대상과 방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

만 공통적으로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들이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그 영향에 의

해 심리사회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흔히 외현화 및 내재화로 불리는

불안, 분노, 우울, 불면증, 공포, 자살충동, 수면거부, 정서장애, 등교거부, 성적저하, 공

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비행 등의 신체적·행동적·심리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사회학습 및 역할모형이론에 의해 폭력의 세대 간 전수라고 해석되는 성향을 보인다고

되어 있다.(신선인, 2008; 김정란, 2003; 조순자, 2002; 등)

그리고 자녀에게 미치는 가정폭력 노출의 부정적 영향은 폭력 노출 당시의 단기적인 것

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에까지 이어져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정란, 1999; 김정란, 2003 재인용).

Page 113: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Ⅲ-2. 못다한 이야기 : 자녀의 경험 ▫ 107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07

1) 피해자녀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주의할 문제

물론 모든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가 문제를 보인다고 할 수는 없다. 폭력의 세대 간 전수

문제에 대해서도 그 연구방법에 따라서 18%에서부터 70%까지 매우 크게 차이가 난다

는 사실이 발견되었으며(Kaufman & Zigler, 1987; 신선인, 2008 재인용), 조미숙

(2003)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폭력을 목격한 청소년들의 최소 25% 정도는 일반가정의

청소년들보다 공격행동 수준이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47) 즉 한 인간에게 미치

는 다양한 사회환경적 요인들을 모두 변수로 고려하지 않고서 단정적으로 ‘가정폭력노출

피해자녀는 이러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개인차도 있을 것이며,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그 영향을 덜 받게 하거나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많은 변수들도 있

을 것이다.

하지만 평온하고 안전해야할 가정 내의 일상 속에서 폭력 상황과 그에 따른 긴장, 불안,

분노, 슬픔 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분명 피해자녀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들 역시 아내폭력 등의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피해자가 아내폭력피해여성을 향해 분노와 비난, 때로는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경우에 그것을 단순하게 피해여성에 대한 가해로만 바라보아 ‘2차 피해’로 해석하는 것

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폭력에 노출된 영향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의 차이는 있을 것이고, 단정적으로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를 설명하는 것은 분명 알맞은 접근방법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행

동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분석할 때 피해여성에 대한 가족들의 가해의 형태로 분류되는

본 사례들의 경우, 가정폭력으로 인한 영향을 무시하고 어느 한 쪽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2) 사례 검토

상담사례를 검토하는 도중 발견된, 우리를 고민에 빠뜨린 피해자녀 관련 사례를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단, 아내폭력의 직접적 피해자를 지칭하는 용어로서의 ‘피해자’와

구분하여, 피해여성의 자녀가 상담을 요청한 경우에는 ‘내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47) <가정폭력 노출경험이 아동�청소년 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메타분석>, 신선인, 2008, 한국

가족복지학 재인용

Page 114: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08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08

<사례59> 20년 넘게 남편의 음주와 폭력(물건 집어던지기, 목 조름, 구타, 욕설, 소

리 지르기 등)이 있었고 어제도 남편의 폭력에 피해자도 소리를 지르자, 큰 딸이 서

럽게 울면서 “나도 죽고 싶다. 차라리 이혼을 하라.”고 함. 그 전에는 자신들을 위해

서 절대 이혼은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었음. 아들이 “부모가 다투고 나면 그 화가

자기한테 떨어진다.”고 말한 적이 있고,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 건지 아들도 물건을

깨부수거나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고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보

인다.

<사례63>남편이 다혈질에 성격이 급하고 너무 심하게 화를 내서 집안을 공포분위

기로 만단다. “너희들이 잘못하니 내가 화를 낸다. 난 목소리 큰 잘못 밖에는 없다.”

라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 하지 않고 욕도 많이 함. 자녀가 대학생일 때 친구들과 술

자리 했다고 야구방망이가 부러지도록 때린 적도 있음. 자녀가 이제는 “왜 이혼 안

하느냐. 엄마도 불쌍하지만, 밉다. 내가 그렇게 맞고 괴로울 때 엄마가 해준 게 뭐

냐. 엄마가 진작 이혼했더라면 내가 이렇게 고통 받지는 않았을 거다.”라며 항의한

다.

<사례52><사례53> 30년 동안 남편의 신체적 폭력과 폭언 등의 정서적 폭력, 주사,

외도에 시달리며 살았음. 피해자의 딸이 결혼 후 거의 매일 피해자 집에 와 있으면

서 피해자에게 틈만 나면 “미친 년.”, “나쁜 년.”이라고 욕을 하고 “왜 엄마에게 왜

그렇게 욕을 하냐.”고 하면 “내가 언제 (욕을) 했느냐.”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내가 니가 좋아서 오는 줄 아느냐. 니가 남편에게 사랑 못 받고, 니가 불쌍해서 온

거야.”라고 함. 피해자의 친정아버지도 무능력한 상태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

며 자랐고, 친부와 남편을 가여운 존재로 인정하면서 폭력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사례104> 아버지가 내담자의 어머니인 피해자를 묶어놓고 주먹으로 때리고 팔을

비트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오랫동안 목격함. 아버지가 내담자에 대해서도

폭력을 행사한 적 있음. 내담자는 ‘이러다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함.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 부모 모두에게 분노가 강하며, 아버

지가 (폭력 성향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

을 하고 있음. 그 상황에 대해 무기력한 어머니에 대해 “어리석다.”, “맹하다.”, “단순

하다.”라고 부정적으로 이야기 함.

<사례94> 내담자의 아버지가 칠팔년 이상을 가정폭력을 행사했고, 최근에는 알코올

중독 관련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데, 동생들은 어리고 언니는 이기적이라 가족 걱정

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이혼은 해야지 하면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아버지 병원에 입원 시키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상담할 곳이 한군데도 없어 답답했

음. 이런 문제 때문에 아르바이트 하러 지방에 내려가야 할 것을 못 갔고, 내 인생

을 설계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집안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사람이 없어서 답답함.

Page 115: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Ⅲ-2. 못다한 이야기 : 자녀의 경험 ▫ 109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09

사례에서처럼 어떤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들은 “왜 이혼 안하느냐. 엄마도 불쌍하지만, 밉

다.”거나 “나도 죽고 싶다. 차라리 이혼을 하라.”는 등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고 폭력 상

황에 머무르고 있는 어머니에게 비난과 호소를 던지거나, 자신이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

를 욕설이나 물건을 깨부수는 등의 폭력을 통해 표출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자녀들은

강요된 책임감 때문에 부모 세대의 폭력 상황과 그 피해에 대한 수습을 떠맡게 되어 자

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위의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이 장에서 언

급하지 못한 많은 사례에 나타나 있던, 자신이 아버지의 폭력이나 기타 문제들에 대해

어머니와 함께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호소하는 자녀들의 이야기는 가정폭력노출피해

자녀들 역시 폭력 피해의 질긴 고리 속에서 주저앉게 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안겨준다.

전화상담사례에서만이 아니라 쉼터입소자들을 통한 설문조사의 응답에서도 자녀의 태도

와 그것에 대한 피해여성의 감정을 절절히 보여주는 답변이 있었다.

<응답자 15> 아들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내 삶이 힘들어도 많이 참고 견디며 가정을 지켜보려

노력하는 모습을 아들이 봐왔는데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중립적인 입장으로 말할 때 나는

너무 섭섭하고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3. 정리 및 제언

: 자녀들의 양가감정-피해여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많은 피해여성들은 폭력 상황에서도 “자식들 때문에 참고 살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피해여성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인내를 지켜본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들은 피해여성인 어

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이유로 폭력 상황에서 견디고 있

는 어머니에게 안타까움과 분노라는 양가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다른 가족구성원들

과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혹은 다른 관점에서 피해여성을 바라보며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중립’의 가면을 쓴 피해자 유발론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자녀는 자녀대로, 피해여성은 피해여성대로 폭력 상황에서 모두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

상황은 사실 자녀나 피해여성의 잘못이 아닌, 가정폭력 가해자의 잘못이고 사회의 잘못

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와 피해여성이 지게 되고, 때문에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Page 116: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10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10

그러한 자녀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사례는 위에서 인용한 것들 뿐만은 아니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려운 피해자녀 관련 상담사례들을 발견한 뒤 우

리는,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자녀들이 피해여성에게 가하는 비난이나 폭력을 이번 희망

참여 프로젝트에서 다루고 있는 <피해여성이 가족으로부터 받는 ‘2차 피해’의 영역>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하였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였고, 이번에 다루기로 한 주제 안에서 함께 논의가 될 경우에 필요한 시간과 노

력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충분치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노출피해자녀에 관해

서는 다행히도 2010년 말부터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모임 중 하나인 이안性 모임48)에서

꾸준히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공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이후 그들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보는 바이다.

<참고 문헌>

김경호(2003), <가정 폭력 경험이 남자 범죄 청소년의 남성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

구>, 청소년학연구 Vol.10 No.2

신선인(2008), <가정폭력 노출경험이 아동�청소년 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메타분

석>, 한국가족복지학

김정란(2003), <자녀의 가정폭력 노출과 행동문제(자녀학대 피해와 아내학대 목격을 중

심으로)>

조순자(2002). <가정폭력이 아동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쉼터에 거주하는 구타당한 여성

의 아동을 중심으로->, 성공회대학교 석사학위청구논문

48) 2010년 하반기에 발족한 한국여성의전화 이안性 모임의 본 뜻은 ‘이대로 안주하지 않는 여성

들의 모임’이다.

Page 117: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 111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11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Page 118: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112 ▪ 2011 희망참여 프로젝트 -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연구

112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Page 119: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2차 피해 사례연구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의 시작입니다 ▪ 113

2011 전화상담을 통해 본 가정폭력 ‘2차 피해’ 사례 연구보고회

■ 발행일: 2011년 11월 30일 (한여전 2011-07)

■ 발행처: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 주소: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1-15번지

■ 전화: 02-3156-5400 ■ 팩스: 02-3156-5499

■ 가정폭력상담 02-2263-6464 ■ 성폭력상담: 02-2263-6465

■ 홈페이지: www.hotline.or.kr

■ 이메일: [email protected]